CINELAB2021-04-12 15:39:06
[넷플릭스] 애프터 라이프 앵그리맨 [After Life]
영드 / 영국 / 가슴뭉클 / 영국 드라마 / 일상 / 유쾌 / 가족 / 이별 / 따뜻 / 시즌 1~2 / 넷플릭스 드라마
아내를 떠나보낸 남자가 일상을 버텨내는 이야기 애프터 라이프 앵그리맨 [After Life].
30분 이하인 짧은 호흡의 에피소드 6편으로 이뤄진 이 영드는 짧은 호흡과 상반된 깊은 울림을 주는 드라마다.
아내를 너무 사랑해서 떠나간 아내를 따라가고 싶지만
아픈 아버지와 돌봐야 하는 개 한 마리가 남자의 삶을 붙잡고 있다.
사별 이후의 삶을 보너스라 여기며 하고 싶은 일은 뭐든 하는 남자는
보통 사람이라면 차마 하지 못하는 냉소적인 말을 거침없이 해댄다.
속살을 숨기기 위해 가시를 세우는 고슴도치처럼 심술궂은 사람처럼 보이려 한다.
하지만 애프터 라이프 앵그리맨 [After Life]를 끝까지 보게 된다면 너무나 따뜻한 사람인 이 남자를 누구나 사랑하게 될 것이다.
존재감 없는 우체부
성 노동자
요양원에 있는 아버지
이들을 대하는 그의 자세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심술을 부리지만 우체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성 노동자인 여자와 진심으로 친구가 되고,
요양원에 있는 아버지를 매일 찾아뵙는다.
남자 외에도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거절 못하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가진 처남
노숙하는 우체부
자신의 삶에 당당한 성노동자
어떤 놀림에도 꿋꿋한 친구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직장에 입사한 신입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람 중 가장 얼간이인 상담사까지.
애프터 라이프 앵그리맨 [After Life]은 악역 없이 재미있는 드라마다.
애프터 라이프 앵그리맨 [After Life] 시즌 2 중에서
" 리사와 같이 했던 일들을 그리워하는 줄 아는데, 그건 나 혼자 하고 기분 풀면 돼. 사람들은 결정적인 걸 놓치고 있어. 난 리사와 같이 했던 일들이 그리운 게 아냐. 난 리시와 아무것도 안 했던 게 그리워. 무슨 말인지 알지? 그냥 집에 앉아 있기. 외출 안 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대화조차 없어도 그렇더라도... 아내가 있는 공간에 앉아있던 거."
애프터 라이프 앵그리맨 [After Life] 시즌 2 마지막 화에서 나왔던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배경음악 2곡
Dave Thomas Junior ★ Silence
Sufjan Stevens ★ The Only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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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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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에서 보내는 응원
"나이 드니까 눈물만 많아져. 어쩐지 눈물이 나네." 같은 말에서는 괜스레 낙엽 냄새가 난다고, 그러니 내 입에서 나오기엔 좀 방정맞은 것 같다고, 아마도 십대쯤이었던 나는 생각했다. 삼십 대에 들어선 지금도 자신이 그런 말을 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내게 그런 말을 했던 이들이 왜 저런 문장을 골랐는지 알 것 같은 순간들이, 가끔 그 비슷한 말이 슬쩍 떠오르는 날들이 있다. 이전에는 무심하게 넘어가던 일들이 실은 여상하지 않음을 깨달아가는 탓이다.
꽃 한 송이 피는 순간이나 새 살이 돋아 상처가 아문 자리는 어쩜 그리 경이로운지. 남들 다 하고 사는 일 중에는 왜 이렇게 어려운 것들이 많은지. 반쯤은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 느낌을 즐기며 천문학 책을 읽어보는데 중력이나 관성 같은 개념은 어쩜 그렇게 신비로운지. 모두 다 이전에는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두 번 생각해보지 않은 것들이다.
그런 깨달음이 켜켜이 쌓인 자리에 무언가 와 닿았을 때, 그래서 물방울이 터지듯 눈물이 훅 고일 때, 그럴 때 우리는 "어쩐지" 눈물이 난다고 한다. 기실 이게 내 마음의 어떤 부분을 건드린 걸까 곰곰이 따져보고 생각할 시간이 우리에겐 많지 않다. 그 모든 것을 '나이 드니까', '어쩐지'라고 해도 자연스러울 만큼 많은 시간을 그렇게 허덕허덕 보내고 있는 것이다.
윤이형 작가의 <작은 마음 동호회>에 수록된 단편을 읽다가 그렇게 "어쩐지" 울컥한 장면이 있다. 어떤 자매의 이야기였는데, 동생에게 생긴 큰 변화를 엄마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언니가 엄마의 입장을 헤아려보며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장면이었다. 버는 돈 대부분을 책과 영화에 쏟아내며 사는 자신의 존재는 엄마에게 어떨까 생각하는, 뭐 대략 그런 문장이었다. 전철 한가운데서 너무나 당황스럽게도 눈물이 터졌다. 어쩐지 울컥하네. 그리고 마침 전철 한가운데였으므로, 종점까지는 아직 한참 남아있었으므로 그 "어쩐지"의 정체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그건 내가 가진 불안과 맞닿아 있었다. 세상이 말하는 안정적인 것들과 가까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오히려 점점 멀어지는 스스로를 보면서, 엄마도 아빠도 눈치를 주지 않건만 괜스레 눈치 보게 되는 때가 있었던 것이다. 십대 때처럼 대단한 입신양명을 꿈꾸는 건 아니라 해도, 최소한 이 정도는 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니 하는 세간의 말에 나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작은 아씨들>의 조가 그 '세간'과 반대로 가는 삶도 괜찮다고 나를 다독였다면,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찬실은 그 걸음조차 흔들리는 그대로 괜찮다고 끌어안아준다. 좋은 영화, 마음에 남는 영화가 많지만 찬실은 마치 어려운 날 함께 앉아있어 주는 친구처럼 따스하고 다정하다.
이 영화의 제목을 보고 “ 정말 굉장히 운이 좋은 찬실이란 사람이 나오나 봐 ” 라고 생각한 한국인이 있을까? ( 내 친구는 자꾸 “ 찬실이는 복도 없지 ” 로 기억했다. ) 시놉시스를 볼 것도 없이 찬실이의 날들이 꽤나 박복하게 굴러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제목이기도 하다.
찬실은 영화를 사랑하는 프로듀서다. 즉 감독이 자신의 예술 세계를 영화라는 형태에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할 때, 그걸 현실로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하는 사람이다. 기획과 제작부터 홍보와 개봉까지 전 과정에 손이 닿는 사람, 본인 말을 빌자면 "돈도 관리하고 사람들도 모으고 뭐 이것저것 다 하는" 사람이다. 찬실은 예술 영화로서 하나의 장르가 되어 버린 감독과 오래 같이 일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영화 찍으며 평생 살 줄 알았다. 감독이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사망하여 갑작스럽게 실업자가 될 때까지는.
찬실이의 복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OST 가사처럼 '집도 없고 돈도 없고', '남자도 없고 새끼도 없'는 현실이 갑작스럽게 부대껴오는 것이다. 시간과 애정을 다 바쳐 사랑한 영화가 자신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는다. 때로는 엉엉 울기도 하고 때로는 애써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기도 하면서 찬실은 씩씩하게 삶을 다시 꾸려나간다. 얼마 안 되는 짐을 추려 언덕길에 할머니 혼자 사는 집 문간방으로, 사각형도 오각형도 아니고 반지하도 1층도 아닌 방으로 이사한다. 생계를 위해 친하게 지내던 배우 소피의 집에서 가사 도우미 일을 시작한다. 이렇게 급브레이크 걸린 길에서 방향을 어디로 틀어야 하나.
찬실에게는 별로 여유가 없다. "한국 영화계의 보배"라며 찬실을 추켜세우던 영화사 대표는 ‘감독의 예술이었으니 프로듀서가 누구여도 상관없었을 것’이라며 직업인으로서의 찬실을 매몰차게 거절하고, 때마침 소피에게 불어를 가르친다는 단편영화 감독 영을 보면서는 또 나름대로 심경이 복잡하다. 좋아하고 어쩌고 할 만큼 상대를 잘 알지도 못하지만, 그리고 정작 알아보면 그렇게까지 잘 맞지도 않지만 ("노올란?!"), 이 정도면 대충 업계도 맞겠다 사람도 다정하니 괜찮은 것 같은데 적당히 연애라도 해볼까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다.
그때 그가 나타났다
조각배 같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던 찬실의 일상에 한 남자가 더 나타난다. 어쩐지 금방이라도 맘보 춤을 출 것만 같은 속옷 차림새에, 추위에 파르라니 떨면서도 콘셉트에 충실하게 머리카락까지 고슬고슬 만지작거리는 그는, 자신이 장국영이라고 주장한다. 유령일까 환상일까 아니면 영화의 현신 같은 존재일까. 아무튼 그는 본인이 장국영이라고 주장하고, 찬실은 "이제 내가 미칬는갑다... 완전히 돌았는갑다..." 하고 서러워한다.
이 모든 주변인 틈바구니에서 찬실은 어떤 카테고리로 규정되지 않는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간다. 뚜렷하게 계약서 찍힌 직업도 없고, 함께 서로를 보듬자고 미래를 약속한 사람도 없고, 하다 못해 여태까지 해왔던 일조차도 없어졌지만 찬실은 늘 최선을 다한다. 장국영에게 고민 상담을 하거나, 영과 잘해보겠다고 도시락 싸들고 따라가기도 하고, 자신에 대해서 깊이깊이 생각해봐야겠다고 다짐하고, 소피에게도 너 자신에 대해 깊이깊이 생각해 보라고 하고, 더듬더듬 한글을 배우는 집주인 할머니 숙제를 도와드리거나 함께 콩나물을 다듬으면서.
그리고 그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사랑스럽다. 도시 곳곳에 세금으로 조성한 공간을 저렇게 귀엽게 활용할 수도 있구나. 크리스토퍼 놀란을 무시하고 오즈 야스지로(를 비롯해 '시네필'들이 좋아하는 감독)를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 저렇게 유쾌할 수도 있구나. 빛날 찬 열매 실, "내하고 닮았나" 고민했던 모과처럼 단단하고 향기로운 사람이다. 모과 바로 뒤에 붙어나온 배, 사과, 곶감 등 영화 대박 기원 고사상의 과일들은 끝내 그녀의 것들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찬실에게는 알찬 열매라면 으레 그렇듯 은은한 윤기가 돈다.
그러는 동안 장국영은 찬실에게 계속 묻는다.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뭐냐고. 영화를 "해나갈 수 있을까" 묻는 찬실에게, 찬실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묻는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 영과 "잘될 수 있을까"를 묻는 찬실에게, 외로운 건 외로운 것일 뿐이니 상대가 아닌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한다. 일련의 일들 끝에 찬실은 모든 걸 게워낸 사람이 물병을 더듬더듬 붙들듯 다시 영화를 잡는다.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 그렇게 찬실은 "하고 싶은 일"의 첫걸음을 떼어나간다.
영화 끝에서 찬실은 장국영이 메어주는 아코디언을 한 품 가득 끌어안고 희망가를 연주한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시작과 끝에 어쩐지 쓸쓸한 바람 소리를 품고 있는 악기여서일까. 제목은 희망이라지만 어쩐지 절망적인 시대에 불리던 아득한 노랫말이어서일까. 그 장면은 어쩐지 눈물겹다.
이 영화에서 내게 "어쩐지" 눈물이 난 부분은 이 장면이었다. 차분한 연주 끝, 그동안 자기 일처럼 열을 내며 해준 장국영의 조언이 더 이상 찬실에게 필요치 않다는 걸 모두가 동시에 느끼는 순간.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 제가 멀리 우주에서 응원할게요 "
" 고마웠어요. 오래오래 기억할게요."
그 차분한 인사는 마치 영화와 주고받는 말 같았다. 우리는 이래서 영화를 보는구나, 하는 기분이었다. 영화에 있어 늘 외부자라고만 느꼈던 내게도 영화가 말을 걸어주는 순간이었다. 우주 어딘가에서도 누군가가 담은 마음을, 때로는 택배 받듯 때로는 유리병 편지 받듯 건네어 받는 것. 그리고 그 대가로 오래오래 기억하고 마음에 품고 이따금 끄집어내어 살펴보는 것. 그게 영화와 나의 관계였다. 찬실처럼 프로듀서가 되고 감독이 될 일도, 영처럼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업을 두루 섭렵할 일도, 하다 못해 이미 폐간된 <키노> 지를 쌓아놓고 정성일 평론가의 라디오에 귀를 기울일 일도 없지만 그런 나에게도 영화는 선물처럼 가까이 와준다. 마치 이 영화, 찬실이 그랬듯.
영상으로 보다 보면 닮아 보인다. 진짜다.
영화의 현신 장국영. 그를 우리가 길이길이 기억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가 잘생겼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에게는 영화의 아우라가 있으니까. 이 영화에도 나온 <아비정전>의 옷차림이 그의 외적 시그니처라면, <패왕별희>는 그의 내적 시그니처였다. <패왕별희>에서 그가 맡은 데이는 철저하게 이야기 속으로 침잠한 인물이었으니까.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가장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가 데이인데, 그럼에도 그를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 건 영화가,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것들 때문이다.
그가 이야기의 극단에 서 있다면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은 쥬샨이다. 거친 현실을 뚜벅뚜벅 걸어가고자 했던 쥬샨과, 이야기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 하지 않던 데이. 샬로는 그 사이에서 남편이었다 패왕이었다 하며 갈지자로 걸었다. 이야기 안에만 있고자 한 이에게 현실은 너무 거셌고, 현실을 바지런히 걷고자 한 이에게 이야기는 너무 매혹적이었다. 끝내 현실은 이야기를 밀어내지 못했고, 이야기는 현실을 지우지 못했다. 공리와 장국영은 대척점에 있었지만 실은 데칼코마니처럼 겹쳐 찍힌 대척점이었다. 현실과 픽션은, 삶과 영화는 그렇게 먼 것 같지만 멀지만은 않다.
이따금 <패왕별희>의 어떤 장면이 생각나는 이유. 장국영의 눈을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 삶에 에너지가 뚝 떨어지는 기분이 들 때마다 내가 찬실을 만난다는 기분으로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들여다보는 이유. 우리가 늘 이야기를 찾는 이유는, "사는 게 궁금해졌어요. 그 안에 영화도 있어요."라는 찬실의 말에, 다른 이들에게 먼저 가라고 하고 뒤에서 비춰주는 찬실의 플래시에 녹아 있는지 모른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선이정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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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주 차 OTT 공개·종료 예정작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이번 주에는 어떤 작품이 공개되고,
또 어떤 작품이 서비스가 종료되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애덤 프로젝트
넷플릭스 / 공개
개요: 액션 | 미국 | 106분
감독: 숀 레비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마크 러팔로, 제니퍼 가너 등
공개일: 2022.03.11
줄거리
시간 여행 중 2022년에 불시착한 전투기 파일럿 애덤 리드. 그가 12살 시절의 자기 자신과 한 팀이 되어 미래를 구하는 임무에 나선다.
포인트
이 영화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데요. <프리 가이>에서 만났던 감독 숀 레비와 주연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가 이번 영화를 통해 다시 만났습니다.
그리고 마블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만났다는 점! 데드풀 역의 라이언 레이놀즈, 헐크 역의 마크 러팔로, 가모라 역의 조 샐다나까지.
세 명의 배우가 한 영화에서 만난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줄거리에 보면 12살 시절 자기 자신과 한 팀이 된다고 적혀있는데요. 멀티버스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예고편을 보면 멀티버스는 아니라고 하는 주인공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멀티버스도 아닌데 이 둘은 어떻게 한 팀이 되었는지 11일에 직접 한번 확인해 보세요!
메이의 새빨간 비밀
디즈니플러스 / 공개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100분
감독: 도미 시
출연: 로절리 치앙, 산드라 오 등
공개일: 2022.03.11
줄거리
디즈니와 픽사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영화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흥분하면 거대한 너구리 판다로 변하는 13살 소녀 ‘메이’의 이야기.
포인트
픽사의 유명한 단편 영화 중 하나인 <바오>의 감독 '도미 시'의 첫 장편 영화라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는데요.
또한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이자 드라마 <킬링 이브>의 주연 '산드라 오'가 성우를 맡으면서 기대가 더욱 커졌습니다.
누구나 겪을, 혹은 누구나 겪었을 변화, 성장, 그리고 사춘기에 대한 이야기이니 누구나 공감하면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터처블: 1%의 우정
왓챠 / 종료
개요: 코미디 | 프랑스 | 112분
감독: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토레다노
출연: 프랑수아 클루제, 오마 사이 등
종료일: 2022.03.11
줄거리
2주간의 내기로 시작된 상상초월 특별한 동거 스토리
하루 24시간 내내 돌봐주는 손길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전신불구의 상위 1% 백만장자 필립(프랑수아 클루제).
어느 날 우연히, 가진 것이라곤 건강한 신체가 전부인 하위 1% 무일푼 백수 드리스(오마 사이)를 만나게 된 그는
거침없이 자유로운 성격의 드리스에게 호기심을 느껴 특별한 내기를 제안한다.
바로 2주 동안 필립의 손발이 되어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자신을 간호하며 버틸 수 있는지 시험해 보겠다는 것.
참을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던 드리스는 오기가 발동해 엉겁결에 내기를 수락한다.
이렇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극과 극, 두 남자의 예측불허 기막힌 동거가 시작되는데…
포인트
이 영화는 개봉 당시, <미션 임파서블>, <트랜스포머>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0주 연속 1위를 달성했는데요.
국내 개봉 당시에도 17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개봉한 지 벌써 약 9년이 흐른 현재, 여전히 계속해서 회자되는 따뜻한 스토리를 담은 영화입니다.
전혀아니다,별로아니다,가끔그렇다,항상그렇다
넷플릭스 / 종료
개요: 드라마 | 미국 | 101분
감독: 엘리자 히트맨
출연: 시드니 플래니건, 탈리아 라이더 등
종료일: 2022.03.12
줄거리
엘리자 히트맨이 각본과 감독을 맡은 이 영화는 펜실베이니아주 시골의 두 10대 소녀에 관한 이야기다.
뜻밖에 임신하게 된 상황에서 지자체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한 오텀(시드니 플래니건)과 그녀의 사촌(탈리아 라이더)은
우정, 용기와 연민 가득한 힘든 여정에 오르며, 주 경계를 넘어 뉴욕시로 향한다.
포인트
이 영화로 감독 '엘리자 히트맨'은 전미비평가협회상, 시카고비평가협회상, 뉴욕비평가협회상에서 각본상을 수상하였고,
주연 배우 '시드니 플래니건'은 미국비평가협회상, 시카고비평가협회상,뉴욕비평가협회상, 보스턴비평가협회상에서 수상하였습니다.
제목이 설문조사의 응답 항목으로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데요.
이렇게 제목을 지은 이유가 궁금하다면 서비스 종료가 되기 전에 시청하기를 추천드립니다!
크롤
넷플릭스 / 종료
개요: 액션 | 미국 | 87분
감독: 알렉산드르 아야
출연: 카야 스코델라리오, 배리 페퍼 등
종료일: 2022.03.12
줄거리
시속 250km로 전진하면서 지상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강력한 허리케인이 플로리다를 강타한다.
헤일리는 대피 명령을 무시하고 연락 두절이 된 아버지를 찾아 집으로 향한다.
지하실에서 심한 부상을 입고 쓰러진 아버지를 발견하고 빠져나가려던 찰나,
점차 불어난 홍수와 함께 나타난 최상위 포식자 악어와 집안에 갇히게 되는데…
포인트
이 영화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선보인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이
“올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크롤’”이라고 밝히면서 화제를 모았는데요.
또한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감독 '샘 레이미'가 제작에 참여해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제작비 6배 수익을 거두면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입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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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녀 관계의 렌즈로 섭식장애를 비출 때 열리는 세계
8★/10★
평행선은 영원히 만나지 못한다. 그러나 다른 모든 것들이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동안 늘 같은 거리에 있는다. 만약 인간관계가 평행선이라면 어떨까? 소중한 누군가가 늘 옆에 있다는 느낌에 안정감이 들까, 아니면 멀어지고 싶은 누군가를 떨쳐낼 수 없어서 답답함이 들까? 대개의 인간관계는 이 둘 사이를 오가며 권태를 조정하고 지속성을 확보한다. 그러나 평행선의 관계에서는 그럴 수 없다. 좋든 싫든 늘 서로의 존재를 감각하고 버텨내야 한다. 상옥과 채영, 엄마와 딸이 그러하듯이.
채영의 섭식 장애는 15살 무렵 시작되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딸의 섭식 장애에 엄마 상옥은 무수한 감정을 느꼈고, 무수한 생각에 빠졌다. 우리 딸이 왜 저럴까를 고민하며 수백 개의 시나리오를 상상해봤다. 그러고는 죄책감에 빠졌다. 상옥은 힘겨운 청년 시절을 보냈다. 자기 인생이 너무 무거웠던 탓에, 자신이 딸에게 마땅히 주어야 할 것들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삶을 잃은 패잔병과 닮았다고 느꼈다는 그는 서른여덟이 되어서야 딸이 자신의 삶에 들어왔다고 회고한다. 뒤늦게나마 딸에게 단단한 토대가 되어주고자 결심했을 때, 채영의 섭식 장애가 시작되었다. 상옥은 딸의 섭식 장애가 자신의 잘못인 것만 같다.
채영은 바쁜 엄마 때문에 종종 불안감을 느꼈다. 이웃집에서 엄마가 퇴근하고 올 때까지 초조한 마음으로 엄마를 기다렸고, 엄마가 대안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는 엄마가 자신만의 엄마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를 향한 채영의 감정은 양가적이었다. 자신이 엄마의 마음에 들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과 자신을 이렇게 키운 엄마를 용서할 수 없다는 분노가 동시에 일었다. 무엇보다 채영은 엄마가 자신의 섭식 장애를 대하는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채영은 극심한 거식증을 앓던 시절에도 단 한 번도 무서운 적이 없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채영은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내 삶을 완전히 휘어잡고 있다’로 느꼈다. 사람들은 채영이 ‘안 먹는다’고 말했지만, 채영은 자신이 ‘계획적으로 먹는다’고 생각했다. 병원 입원은 이런 채영의 자율성과 자기 확신이 완전히 부정당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채영은 엄마가 더는 자신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불현 듯 깨닫고 입원에 동의했고,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거식과 폭식의 시간을 보냈다.
“한 번도 접점이 없었구나.” 채영의 이야기를 들은 엄마가 말한다. 섭식 장애를 앓는 채영의 곁에서 그 누구보다 딸을 오랫동안 보듬어온 엄마 상옥은 모녀 관계가 평행선일 수밖에 없음을 이제야 알았다는 듯, 지난 세월의 모든 고민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데서 허탈함을 느꼈다는 듯 채영 앞에서 큰 소리로 웃는다.
채영과 상옥의 이야기에서 ‘잘못’한 사람은 누구일까? 엄마로서 돌봄을 제공하지 않은 상옥이 문제였을까? 힘든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고 거리감을 느낀 채영이 문제일까? 영화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배치하는 방식을 살펴보자. 영화는 상옥의 남편이자 채영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남편/아버지가 처음부터 부재했다는 듯이.
상옥과 채영의 이야기는 오히려 또 다른 여성의 서사와 접붙일 때 더 선명한 색채를 얻는다. 상옥과 채영은 상옥의 엄마, 즉 채영의 외할머니와 함께 산 적이 있다. 상옥과 채영 모두 그녀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다. 상옥은 사랑스러운 딸이 자신의 엄마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생경하다며 몸서리쳤고, 채영은 할머니를 보며 그래도 우리 엄마가 할머니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고 웃으며 말한다. 그러나 그런 할머니는 채영과 닮은 데가 있다. 할머니 역시 40년 이상 토하는 삶을 살았다. 젓가락과 나뭇가지로 식도가 상하도록 몸 안을 헤집어 토를 했다. 상옥은 엄마의 자해적 구토가 자기 몸을 통제하기 위해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을 거라 추측한다.
서로를 미워하고 원망해온 세 세대의 모녀는 분명 혈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무언가에 묶여 있다. 이 묶여 있음은 지금껏 대개 그녀들이 자기 삶이 괴롭다고 느끼는 근거였다. 그러나 만날 수 없는 평행선, 의도하지 않은 묶여 있음의 상태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지난한 과거를 품으며 딸의 미래에 버팀목이 되어주고자 하는 상옥과 앞으로 엄마와 함께 살기는 싫다면서도 상옥에게 자기 속내를 천천히 털어놓는 채영. 평행선을 닮은 둘은 만나지는 못할지라도, 떨어지지는 않은 채 함께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이토록 ‘사적’이면 거대한 모녀의 화해가 만들어갈 궤적은 지금까지와는 조금은 다른 모습일 것이다. 모녀 관계에 별 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우리사회에는 아직 그 변화를 예측할 언어가 없다. 하지만 가부장제가 잠식해온 관계망을 뚫고 나오는 동력의 핵심이 동시대 모녀 관계에 있음을 감각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이 영화에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부대끼며 만들어낼 구체적 미래 궤적이 또 다른 모녀 서사와 만나 서로를 두텁게 만들어주기를 고대한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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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르 하라의 마지막 노래
빅토르 하라, 파블로 네루다, 살바도르 아옌데
-빅토르 하라의 마지막 노래
'빅토르 하라'의 이름을 처음 들은 건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사이로 기억한다. 이 시기에 나는 대학생 선배들과 함께 사회과학 공부를 하고 있었고, 변증법적 유물론, 서양경제사론, 제3세계 정치, 러시아 혁명사, 한국민중사, 마르크스, 레닌의 저작 같은 역사, 철학, 경제학, 사회주의 이론 등을 공부했다. 이 무렵 제3세계 역사에서 칠레, 아르헨티나, 쿠바 같은 나라들의 정치 상황과 노동계급의 투쟁, 사회주의자의 활동 등에 대해서도 개략적으로 배웠는데, 이렇게 거시적 관점에서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그리고 여기에 대항하는 반제국주의 투쟁을 공부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자본주의 체제와 자본가들이 사회주의 국가와 사회주의자를 얼마나 악랄하고 처참하게 학살했는가를 알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칠레는 한국의 '혁명운동'에 중요한 가르침을 주는 사례였다. 특히 살바도르 아옌데의 집권과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이어지는 과정이 어떻게 일어났고, 군부 쿠데타 뒤에서 막대한 자금과 조직을 동원한 미국의 CIA가 절대적 영향을 끼쳤다는 것, 반공 군사독재가 칠레의 진보 지식인, 학생, 노동자를 수만 명 학살하고도 미국의 보호 아래 오래도록 집권하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고, 한국의 군부 쿠데타와 장기 독재 역시 칠레와 매우 닮았다는 점에서, 195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제3세계에서 반공 군부 쿠데타가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일어났고, 이는 자본주의 체제인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이 강력하게 지원한 결과이며, 그 목적은 쏘련과 중국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와 체제 경쟁, 이념 전쟁을 통해 공산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 쏘련과 중국을 압박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이 사회주의자로 선출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것, 칠레를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기 위한 진보적 개혁이 일어나면서 자본가와 부르주아 반동 세력의 역습이 시작되었고, 이 와중에 민중의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던 빅토르 하라가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빅토르 하라와 아옌데 대통령은 같은 운명을 맞게 된다.
빅토르 하라의 음악을 처음 들은 건 2000년 초반이었다. 내가 알기로 빅토르 하라와 관련한 책이 그때 처음 한국에 등장했고, 책에는 부록으로 음악 CD가 들어 있었다. 이 글을 쓰려고 내가 받은 CD를 찾아보았는데, 운 좋게도 한번에 찾을 수 있었다. 그때 알고 지내던 선배가 복사해 준 CD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고, 지금도 처음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빅토르 하라에 대해서는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칠레의 민중가수이며, 사회주의자로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했고, 그의 음악이 칠레 민중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큰 영향을 끼치게 되자,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피노체트가 빅토르 하라를 불법, 체포, 구금한 다음 참혹하게 고문하고 학살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빅토르 하라를 다룬 가장 최근의 이야기다. 빅토르 하라를 이야기하려면 칠레의 현대사를 빼놓을 수 없다. 빅토르 하라는 1932년, 칠레 남부 산티아고 근처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집안이 가난했고, 아버지는 소작농이었다.
빅토르가 태어나던 1932년 이전에도 이미 격동의 역사를 겪고 있었다. 칠레는 1818년 스페인의 지배에서 독립했으나 완전한 독립은 아니었다. 1891년 내전이 일어났고, 1920년대 사회주의 사상이 민중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성공하면서, 사회주의 혁명이 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1920년대 한국에서도 '조선공산당'이 탄생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중국에서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중국공산당'이 활동을 시작했다.
칠레에서도 1920년대 이미 개혁적 성향의 대통령을 선출했지만, 자본가와 부르주아의 세력이었던 의회의 극심한 반대에 부닥쳐 사회 개혁은 대부분 좌절된다. 그리고 곧 이어 1924년,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고, 빅토르가 태어나던 1932년까지 칠레 정치 상황은 불안정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소작농으로는 도저히 한 가족이 먹고 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빅토르의 부모는 도시인 산티아고로 이주하기로 결정한다. 빅토르가 열 살 무렵, 가족은 산티아고로 이주하고, 열여섯 살 무렵, 빅토르는 판토마임 극단에 가입해 단원으로 활동한다. 빅토르가 태어나 성장하던 1932년부터 살바도르 아옌데가 대통령이 되던 1970년 사이는 중도 정권이 들어서면서 무난한 시기였다.
빅토르는 1951년, 칠레대학교 연극학부에 입학하고, 칠레 민요를 연구하고, 연주하는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다. 1961년부터는 칠레대학교 부속 연극연구소에 근무하며 무대연극을 연출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가까이 지냈는데, 빅토르의 어머니가 칠레 전통음악을 부르는 가수였다. 마을의 행사가 있을 때면 빅토르의 어머니는 전해오는 민요를 불렀고, 빅토르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노래를 들으며 칠레 음악의 원형을 익혔다. 그도 처음에는 어머니가 부른 것처럼 칠레의 전통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했으나 차츰 사회의 모순에 눈 뜨면서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1965년 무렵부터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불렀고, 이 노래들은 노동자, 농민, 기층민중의 고통스러운 삶을 그렸거나, 칠레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노래들이었다.
빅토르 하라가 만나게 되는 사회주의자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은 1908년에 태어났으니, 빅토르 하라보다 24살이 많다. 발파라이소의 중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난 아옌데의 집안은 교육자, 학자, 법률가들이 가족이었으며, 아버지가 변호사였고, 삼촌들도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들이었다. 집안의 영향을 받은 아옌데는 칠레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면서 학생운동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아옌데가 의사인 것은 체 게바라와 비슷하다. 아옌데나 체 게바라나 모두 중상층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자기가 살아가고 있던 사회 현실에서 민중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가까이 보면서 진보적이고 혁명적인 사상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에서 닮았다.
빅토르 하라가 민중의 노래를 본격 만들던 1960년대 중반에 이미 살바도르 아옌데는 진보정당(칠레공산당)의 정치인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었다. 빅토르는 아옌데의 정치철학과 사상을 지지하며, 민중의 삶을 노래로 만들었다.
1970년 대통령 선거에서 아옌데는 인민연합(칠레 사회민주당, 칠레 공산당) 후보로 나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아옌데는 대통령이 되자 곧바로 '사회주의를 향한 칠레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주의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대규모 사업장을 국유화하고, 민중의 복지에 우선 투자했으며 토지개혁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지는 일은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미국CIA의 적극적 개입, 칠레 내부의 자본가, 부르주아의 반대, 미국 정부의 악의적 방해 - 구리값 인하, 투자자금 회수 등 - 로 인해 아옌데 대통령이 추진하려던 개혁정책은 실패하게 된다.
마침내 1973년, 미국CIA는 칠레 군부에 쿠데타를 일으킬 것을 지시하고, 피노체트가 전권을 쥐고 군사행동에 들어간다. 칠레 공군폭격기가 아옌데 대통령이 있는 모네다궁을 폭격하고, 탱크가 밀고 들어가 전투가 벌어지면서 아옌데 대통령은 국민에게 마지막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자살한다. 아옌데 대통령의 죽음은 자살과 타살의 논란이 많은데, 자살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다.
아옌데 대통령이 피노체트 군부 쿠데타에 맞서 싸우던 마지막 날, 1970년 9월 11일, 그때 파블로 네루다는 죽음을 불과 12일 앞두고 있었다. 아옌데 대통령보다 네 살 많은 네루다는 어렸을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1920년부터 '파블로 네루다' 필명을 쓰기 시작했다. 1934년부터 1939년까지 스페인에 있는 칠레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스페인 내전을 목격했으며, 이때 인민전선정부의 탄생, 프랑코 군부의 쿠데타가 벌어지는 걸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네루다는 칠레에 귀국해 1945년 상원의원이 되면서 칠레공산당에 입당한다. 하지만 반동정권에 의해 공산당이 불법화되면서 칠레를 탈출해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을 전전하다 1952년이 되어서야 다시 칠레로 돌아올 수 있었다.
1970년, 아옌데 정부가 들어서면서 네루다는 프랑스 대사가 되었고, 1971년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1973년 피노체트 쿠데타가 발발하고, 아옌데 대통령이 사망하고, 수많은 진보지식인, 학생, 노동자들이 군부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가 학살당하고 있을 때, 그는 암으로 투병하고 있었다. 병석에서 빅토르 하라가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네루다는 피노체트 군부 쿠데타를 비난하는 시를 썼으며, 특히 빅토르 하라의 죽음에 대해 그의 아내에게 '그자들이 사람을 죽이고 있어. 산산조각이 난 시신들을 건네주고 있다고. 노래하던 빅토르 하라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신 몰랐어? 그자들이 하라의 몸도 갈기갈기 찢어놓았어. 기타를 치던 두 손을 다 뭉개놓았대.'라고 분노하며 말했다.
이 영화는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하고 시간이 약 40년 가까이 흐른 다음의 이야기다.
빅토르 하라의 아내 호안 하라는 빅토르 하라가 대학으로 처들어온 군인들에 의해 칠레 경기장으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참혹한 구타를 당했으며, 어떤 군인이 쏜 총에 의해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다행히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 산티아고 공동묘지 바깥에서 빅토르 하라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호안 하라는, 그래도 자신은 남편의 시신이라도 수습해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수만 명의 사람들은 지금도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쿠데타를 일으켜 아옌데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갔고, 진보 지식인, 학생, 노동자 수만 명을 학살한 피노체트는 1973년 권력을 찬탈한 이후 1990년 선거에서 지면서 17년 장기 독재를 마감한다. 박정희가 1961년부터 1979년까지 18년 동안 장기 독재를 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피노체트는 박정희, 전두환처럼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독재자였으며, 미국의 이익을 대리하는 제국주의 앞잡이였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전두환 독재 시기에 민주화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졌듯이, 칠레에서도 피노체트 독재 시기에 민주화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남아메리카는 스페인의 식민지 영향을 받아 가톨릭이 폭넓게 퍼졌고, 민중의 거의 대부분이 가톨릭(구교)을 종교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칠레 민주화운동에서 가톨릭 교회의 역할은 중요했다. 피노체트가 가톨릭 사제, 수녀까지도 학살했으며, 지식인, 학생, 노동자 대부분이 가톨릭 교도였기 때문에, 가톨릭 교회에서 이들의 죽음을 보며 침묵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호안 하라는 빅토르 하라의 주검을 수습한 다음, 미국으로 탈출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피노체트 독재 정권의 범죄를 증언하고, 남편 빅토르 하라의 참혹한 주검을 세상에 알렸으며, 빅토르를 죽인 자들이 누구인지 찾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칠레에 민주정부가 들어선 2009년 이후 호안 하라는 36년 동안 가매장했던 빅토르 하라의 시신을 정식으로 매장할 수 있었다. 이때 수많은 칠레 시민이 빅토르 하라의 장례식에 참가했다.
호안 하라와 칠레 진실화해위원회는 1973년 당시 칠레경기장에 있었던 병사들을 찾아내 그들의 증언을 듣기 시작했다. 그때 칠레경기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누가 그들을 죽이라고 명령했으며, 누가 방아쇠를 당겼는지 병사들의 입을 통해 듣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병사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4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었으며, 그때 자신들에게 명령을 했던 장교들이 찾아와 입을 열지 말라고 협박했다는 증언이 나중에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비밀을 지키려 해도, 완전 범죄는 있을 수 없다. 특히 역사에서 일어난 사건은 수많은 증인이 존재하고, 누군가는 반드시 입을 열기 마련이다. 최초의 증언자는 1973년 당시 칠레 경기장에 있었던 병사 파레데스였다. 그는 중위 페드로 바리엔토스가 빅토르 하라를 죽였다고 증언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바리엔토스를 찾았지만, 그는 이미 미국 시민권자로 플로리다에 살고 있었다. 게다가 피노체트 독재 정권에서 출세했던 인물들은 1991년 이후 미국이나 유럽으로 도망했다. 피노체트도 1991년 영국 런던으로 도망갔지만 1998년, 런던에서 체포당한다. 스페인 정부가 피노체트를 납치, 살인죄로 기소하고 국제수배를 하자 영국의 사법부가 체포한 것이다. 피노체트는 2000년 병보석으로 풀려나 칠레로 돌아왔으며, 2006년 병으로 사망했다.
호안 하라와 진실화해위원회는 미국 법원에 바리엔토스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한다. 바리엔토스의 행위로 인해 호안 하라와 그의 가족의 삶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므로 배상해달라는 취지였다. 그리고 칠레에서 모은 증거자료들을 법원에 제출했다.
첫번째 증인이었던 파레데스의 증언은 바리엔토스 본인과 그의 호위병 두 명에 의해 부인당했다. 바리엔토스가 당시 중위였고, 근처에서 경호 업무를 하고 있었던 것은 맞지만, 칠레 경기장에는 가 본 적이 전혀 없다고 증언한 것이다. 파레데스는 나중에 자신의 증언이 거짓이었다고 말한다.
진실화해위원회와 호안 하라는 낙담하지만, 다시 증인을 찾아나섰고, 이번에는 수십 명의 증인들 - 당시 칠레 경기장에 있었던 병사들 -의 증언을 녹화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증언이 당시 바리엔토스의 호위병이었던 나바레테로부터 나온다. 나바레테는 바리엔토스가 칠레 경기장의 책임자였으며,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바리엔토스가 지시, 결정했다고 증언했다.
이렇게 많은 증언이 있음에도 바리엔토스는 끝까지 자기는 그 자리에 없었으며 빅토르 하라를 죽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인상 좋은 모습으로, 침착하며 온건하게 말한다. 자기도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이며, 군인이 된 것은,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징집당한 것이고, 자기는 순찰과 경호 업무만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을 들으면 그가 정직한 사람처럼 보인다.
심지어 바리엔토스는 자발적으로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받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하지만, 테스트를 주관한 사람의 증언은, 바리엔테스가 '기만적인 인물'로 보인다고 말한다. 즉, 자기 자신까지 속이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2016년, 미국 법원은 호안 하라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바리엔토스는 호안 하라에게 2,800만 달러(330억 원)를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나중에 알려졌지만, 바리엔테스는 빅토르 하라를 죽이기 전에 러시안룰렛을 하며 살인을 즐기듯 한 인물이고, 빅토르 하라를 죽인 것으로 보아 더 많은 사람을 학살했을 가능성이 많은 인물이다.
호안 하라는 91세로, 다행히 그가 살아 있어 끝까지 남편 빅토르 하라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범죄자를 찾아내 그 죄를 물을 수 있다는 것에 깊이 감사했다.
빅토르 하라의 노래는 독재자들이 민중의 노래를 얼마나 두려워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다. 독재자들은 공통적으로 민중의 노래를 싫어한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전두환 독재 정권에서 수많은 노래들이 금지곡으로 묶였고, 가수들은 탄압당했다.
노래가 총칼보다 강하다는 걸 우리도, 적들도 알고 있다. 지금도 칠레에서는 빅토르 하라를 기리는 행사가 있고, 천 명이 기타를 들고 모여 함께 연주하며 빅토르 하라를 추모하는 행사도 갖는다. 민주주의와 정의가 실현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끊기고, 피가 강물처럼 흘러야 하지만,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처럼, 민중의 끊임없는 투쟁많이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칠레의 역사에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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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불안함 속을 헤매는 난민의 현실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받아 영화제에 참석해 관람한 작품입니다.
[영화 <토리와 로키타> 스틸컷 /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삶을 대변하는 불안한 장면들
토리와 로키타는 벨기에로 넘어온 아프리카 난민들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로 누나 로키타와 동생 토리 두 남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속에서 로키타는 체류증을 받아서 벨기에에 가사도우미로 정착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 속에서 이미 체류증을 인정받은 토리와 남매 사이라는 것을 인정받아야 하고 복잡한 규정에 맞춰 많은 함정 질문을 피해가며 본인이 꼭 체류해야 하는 난민임을 입증해야 한다.
[영화 <토리와 로키타> 스틸컷 /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두 남매는 극도로 불안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이 환경은 쉽게 벗어날 수도 없고 점점 더 위태로운 환경으로 이들을 내몬다. 이러한 상황들은 영화 속에서 반복되어서 등장한다.
초반부부터 로키타는 공황장애 증상을 보이면서 약을 먹는데, 체류증을 받기 위한 거짓말을 하다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공황을 겪는 모습에서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후 아프리카에 있는 엄마에게 돈을 보내라는 독촉 전화를 받을 때에도, 동생과 강제로 떨어지게 되었을 때에도 로리타의 불안함과 공황은 어김없이 나타난다.
이를 해결해 주는 것은 동생 토리이다. 영화는 난민의 불안한 삶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우정을 주요하게 표현하는데, 로키타가 토리를 아끼는만큼 토리도 로키타에게 큰 위안이 되어준다. 영화 속에서 토리가 로키타의 체류증을 거부한 담당자에게 “누나가 없으면 나는 어떻게 살죠?”라고 말하는데 이 장면에서 이 남매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영화 속에서는 다양한 복선을 통해서 관객이 조마조마 하도록 만드는데, 대표적으로 이들이 불법적인 마약거래를 한다는 것과 밀입국 브로커로부터 주기적인 협박을 받고 있다는 것으로 언제 무슨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암시를 꾸준하게 준다. 특히 로키타는 체류증을 받지 못하게 되자 어쩔 수 없이 마약 제조 공장에 들어가서 일하게 된다. 대마초를 기르는 공장은 밖에서 열어주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구조로 불이 나면 비상 버튼을 누르고 전원을 내리라고 안내받는다. 그러자 로키타가 그러고나서 어떻게 탈출하냐고 물어보니 불이 옮겨 붙지 않는 벽이니 기다리면 열어줄 것이라고만 알려주는데, 이는 마치 언제든 불이 나서 로키타가 잘 못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살아간다는 불안감을 관객에게 심어준다. 이후 비슷하게 불안한 복선은 계속 등장하는데 이러한 환경들은 로키타와 토리가 자초했다기 보단 어쩔 수 없이 살아가기 위해 하는 선택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목숨의 위협들이다.
[영화 <토리와 로키타> 스틸컷 /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그럼에도 살아가는 남매의 우정
이런 불안한 환경 속에서 불법적인 현재와 내일이 그려지지 않는 미래를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서로의 우정이다. 로키타는 토리를 위해서 더 위험 속에 뛰어들어 돈을 벌고 토리만은 어떻게든 학교에 보내며 잘 때 외롭지 않도록 자장가를 불러준다. 토리 역시 학교에서 주변의 좋은 사람들을 그리라는 숙제에 로키타를 그리고 힘들게 일하는 로키타에게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전해주며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서슴없이 위험 속에 뛰어든다. 이 둘은 서로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지만 그 최선이 언제나 스스로를 더 큰 위험에 노출시켜야 상대를 안전한 영역에 남겨둘 수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영화 속에서 둘은 함께 노래하면서 힘을 얻고 교감하는데, 이들이 함께 노래하는 건 처음 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부르는 장면과 이후 불안한 밤에 잠들기 전, 그리고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로 나뉜다. 상황은 점점 안좋아지지만 둘의 노래는 언제나 즐겁다. 그것이 이들이 함께 있을 때는 위험한 외부의 환경을 잊을 수 있게 되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잘 드러내준다.
다르덴 형제 감독님 인터뷰
[영화 <토리와 로키타> 감독님 사진 /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영화를 만드신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님과 뤽 다르덴 감독님께서 이번에 국내에 처음으로 내한하셔서 영화 상영 후 GV시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인터뷰 내용을 모두 적기엔 너무 긴 관계로 일부 내용만 서술하도록 하겠다.
토리와 로키타는 두 감독님들이 15년 전 작성했던 시나리오를 수정하여 만드신 작품으로 최근 3, 4년 전 음지에서 체류증을 받지 못한 난민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해당 시나리오를 떠올려서 각색 후 제작하게 되셨다고 한다.
처음 시나리오는 엄마와 두 아이의 이야기였고, 엄마만 본국으로 송환당하는 이야기였으나 기사 내용과 난민 업무 관계자분들을 인터뷰하면서 실제로는 마약과 관련된 범죄에 연루된 난민들은 해당 범죄 조직을 벗어나지 못하고 실종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현실적인 방향과 둘 간의 우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비극적인 남매의 이야기로 수정되었다고 한다.
주인공 배역을 맡은 배우들은 모두 비전문 배우이며 오디션을 통해서 캐스팅 되었고 로키타 역 배우는 오디션 현장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어서 캐스팅 되었고, 토리 배우는 까다로운 기준으로 찾기 힘들었으나 오디션 마감 2일 전에 뛰어난 운동신경과 작고 마른 체구를 가진 토리 역할 배우를 찾게 되어서 캐스팅 했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두 배우 모두 뛰어난 노래실력을 가진 것도 주요한 요인이었다고 한다.
[영화 <토리와 로키타> GV 현장 / 출처: 직접 촬영]
재밌었던 일화로 두 감독님은 의견 대립이 없는지 물어본 질문에 의외로 한번도 의견 대립을 겪어본 적 없다고 말씀하셨다. 두분이서 45년간 영화를 함께 만들어 오셨는데 대립이 있었으면 그렇게 하지 못하셨을 거라고… 이와 같은 말씀을 하시면서 농담으로 “우리가 머리 둘 달린 괴물은 아닙니다”라고 말씀하셨다. GV를 하면서 종종 재치있는 농담을 섞어서 답변해 주셨는데, 바로 답하기 힘든 어려운 질문을 받았을 때는 프랑스 속담으로 “제 혀를 고양이에게 주겠습니다”(답변하기 어려울 때 쓰는 속담)라고 대답하셔서 통역하시는 분이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셨다.
두 분이 얼마나 오랜 시간 영화를 함께 만드셨는지 체감할 수 있었던 건 어느 날 뤽 다르덴 감독님께서 현장에 나갔는데 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아 오늘은 영화 촬영하는 날이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오셨다고 한다. 두 분이 함께 있지 않은 촬영 현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건 두 분은 한명이 흰색 영화를 떠올리고 다른 사람이 검은색 영화를 떠올리면 맞춰서 회색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닌 둘다 자연스럽게 같은 색의 영화를 떠올리고 만든다고 말씀하셨는데 두 분도 그게 어떻게 가능한건지 모르겠다고 하실만큼 신기하게 잘 맞는 형제이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작업 방식에 대해서는 시나리오 작업은 뼈대를 함께 작업한 후에 뤽 다르덴 감독님이 주로 진행하신다고 하셨고 영화 속에서 리듬감을 살리기 위한 방향의 편집이나 연출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고 답하셨다.
극중에서 토리와 로키타가 부르는 아프리카 노래는 아프리카 내에서도 10만 명 정도만 남은 부족민이 쓰는 언어로 된 노래로 엄마가 아이들에게 불러주는 자장가의 일종이라고 한다. 해당 노래만 자막으로 번역되지 않았는데 이는 관객의 감정이입을 위한 장치라고 답하셨다.
끝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위해서 응원의 한마디 씩 남기셨는데.
“모험을 즐기고 뛰어드시길 바란다. 스스로를 믿고 직감을 믿고 하고 싶은 이야기로 영화를 만드셔라. 성공만 너무 신경쓰지 말고 스스로 솔직하게 질문하고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토리와 로키타> 상영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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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장하고 싶은 영화적 순간”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혹시, 하루를 더 영화롭게 보내기 위해 극장에 가신 분이 계시다면 빈 손으로 극장을 나서진 않으셨는지요?
최근, 침체된 극장을 살리려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개봉하는 영화에 대한 굿즈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는데요.
종이 티켓이 사라져 감에 따라, 언제부턴가 대형 극장에 자리 잡은 '포토 티켓'을 비롯하여 한정판 포스터까지 다양하게 제작되고 있는 굿즈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았다'는 기억을 소장하고, 자신의 영화로운 기억을 간직하기 위한 기억의 조각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관객의 니즈에 맞게 극장마다 '스페셜한 굿즈'들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중에서도 '굿즈 맛집'이라고 소문난 한 극장을 소개해보려 하는데요!
바로 독립예술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들을 위한 CGV 아트하우스! 입니다.
CGV 아트하우스는 2021년 1월, <블라인드>를 시작으로
매월 다른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영화로움을 선사하고 있는데요.
특히, 아트하우스 영화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관객을 위해 제작된 스페셜한 굿즈 '렌티큘러 포스터'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스페셜한 그림 덕분에 빠르게 소진되는 '잇템'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영화로운 순간을 소장하게 해준다는 굿즈 맛집 한 번 같이 구경해볼까요?
잇츠 CINE PICK!
블라인드 (Blind, 2007)
로맨스, 멜로, 드라마 | 네덜란드, 벨기에, 불가리아 | 103분 | 15세 관람가
감독 : 타마르 반 덴 도프 | 출연 : 요런 셀데슬흐츠, 핼리너 레인내 사랑 나를 기억해줘 네 손끝, 네 귓가에 남은 나를
앞을 보지 못하는 ‘루벤’.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고 짐승처럼 난폭해진 그를 위해 어머니는 책을 읽어주는 사람을 고용하지만 다들 오래가지 못해 그만둔다. 새로운 낭독자로 온 ‘마리’가 첫만남에서부터 루벤을 제압한다. 마리는 어릴 적 학대로 얼굴과 온몸에 가득한 흉측한 상처와 남들과 다른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다니지만 볼 수 없는 루벤 앞에서만은 자신을 드러낸다.
씨네pick : <블라인드> 속 명장면에 작품의 의미까지 담아낸 렌티큘러 포스터. 정말 완벽하지 않나요? 씨스타가 부릅니다. "있다 없으니까."
블라인드 (Blind, 2007)
드라마 | 홍콩 | 97분 | 15세 관람가
감독 : 왕가위 | 출연 : 장국영, 양조위, 장첸"우리 다시 시작하자."
홍콩을 떠나 지구 반대편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온 ‘보영’과 ‘아휘’
이과수 폭포를 찾아가던 중 두 사람은
사소한 다툼 끝에 이별하고 각자의 길을 떠난다.
얼마 후 상처투성이로 ‘아휘’의 앞에 다시 나타난 ‘보영’은
무작정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다.
서로를 위로하며 점차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
하지만 ‘보영’의 변심이 두려운 ‘아휘’와‘아휘’의 구속이 견디기 힘든 ‘보영’은
또다시 서로의 마음에 상처 내는 말을 내뱉은 뒤 헤어지는데...
씨네pick : 지금 가지 못해 더 특별한 이과수 폭포와 남미 특유의 색채가 담긴 렌티큘러 포스터는 보는 것만으로도 귓가에 Happy Together~~가 들려오는 느낌입니다.
아무도 없는 곳 (Shades of the Heart, 2021)
드라마 | 한국 | 83분 | 15세 관람가
감독 : 김종관 | 출연 : 연우진, 김상호, 아이유, 이주영, 윤혜리"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어느 이른 봄,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이
우연히 만나고 헤어진
여기, 길 잃은 마음의 이야기
씨네pick : 사람이 많은 공간보다는 오히려 벗어나 있는 장소. 사람이 꽉 차 있을 때도 있지만 어느 시간에는 마법처럼 비어지는 공간을 담아내고 싶었다는 김종관 감독의 코멘트에 정말 잘어울리는 포스터라 더 갖고싶은 포스터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 (Aloners, 2021)
드라마 | 한국 | 90분 | 12세 관람가
감독 : 홍성은 | 출연 : 공승연, 정다은"제가 왜 미안해야하죠? 잘못한게 없는데."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혼자가 편한 진아.
사람들은 자꾸 말을 걸어오지만, 진아는 그저 불편하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의 1:1 교육까지 떠맡자 괴로워 죽을 지경.
그러던 어느 날, 출퇴근길에 맨날 말을 걸던 옆집 남자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죽음 이후, 진아의 고요한 일상에 작은 파문이 이는데…
저마다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우리들 이야기씨네pick :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점점 불편해지는 현대 사람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점점 불편한 것이 많아지는 게 과연 나쁜 걸까요?
슈퍼노바 (SUPERNOVA, 2020)
드라마, 멜로/로맨스 | 영국 | 94분 | 15세 관람가
감독 : 해리 맥퀸 | 출연 : 콜린 퍼스, 스탠리 투치"내 의지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야."
오랜 시간 서로의 구세주이자 사랑하는 연인,
그리고 최고의 친구로 지내온 ‘샘’(콜린 퍼스)과 ‘터스커’(스탠리 투치).
기억을 잃어가는 ‘터스커’와 그를 변함없이 사랑하는 ‘샘’은
마지막 여행을 떠나게 된다.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여행이 끝나갈수록,
그들의 감정은 점차 고조되는데…
차마 사라지지 못하고 우주를 떠돌 마음의 파편,
그곳에 가장 빛나는 사랑이 있었다.
씨네pick : 가장 찬란했던 삶과 기억. 그 기억을 마지막으로 간직하고 싶기에 여정을 떠납니다. 찬란했던 삶과 사랑을 추억하는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담긴 포스터. 참 아름답죠?
웬디 (Wendy, 2021.6.30 개봉예정)
드라마, 판타지 | 미국 | 111분 | 12세 관람가
감독 : 벤 자이틀린 | 출연 : 데빈 프랑스, 야슈아 막, 게이지 나퀸"우린 절대로 늙지 않을거야"
기찻길 옆, 작은 식당이 세상의 전부인 소녀 ‘웬디’는
내면에 차오르는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매일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피터’가 나타나고
'웬디’와 쌍둥이 형제 ‘더글라스’, ‘제임스’를 이끌고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어른이 되지 않고 영원히 어린이로 살 수 있는
신비로운 섬에 도착하게 되는데…
씨네pick :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들의 세상을 담고 있는 영화 <웬디>는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영화입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피터팬과 웬디"를 색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한 영화인만큼 '렌티큘러'라는 점이 더욱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소장하고 싶은 영화적 순간을 기록하는 굿즈"는
영화의 특별한 순간을 담고 있기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더욱 영화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영화 굿즈와 함께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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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랑종> 1차 예고편
태국 북동부 ‘이산’ 지역 낯선 시골 마을.
집 안, 숲, 산, 나무, 논밭까지,
이 곳의 사람들은
모든 것에 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가문의 대를 이어 조상신 ‘바얀 신’을 모시는 랑종(무당) ‘님’은
조카 ‘밍’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날이 갈수록 이상 증세가 점점 심각해지는 ‘밍’.
무당을 취재하기 위해 ‘님’과 동행했던 촬영팀은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밍’과 ‘님’, 그리고 가족에게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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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비만나라의 아이들> 공식 예고편
HBO 시리즈 보고 경품도 받자! 웨이브에서 HBO 시청 이벤트 절찬 진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