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8-27 09:16:26
[SIWFF 데일리] 투명한 수채화처럼, 다시 시작
영화 <잉게보르크 바흐만: 사막으로의 여행>
SYNOPSIS
비범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시인 잉게보르크 바흐만은 자신의 시로 남성 지배적인 독일 문학계를 사로잡는다. 경력이 절정에 달했을 때, 바흐만은 유명한 극작가 막스 프리슈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열정적이었으나 일에서도 개인적으로도 끝없이 부딪힌다. 지친 바흐만은 친구들과 사막으로 여행을 떠난다. 자기 자신, 무엇보다 자신의 시를 되찾기 위해.
PROGRAM NOTE
잉게보르크 바흐만은 실제로 스위스 극작가였던 막스 프리슈와 연인관계였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결국 파국으로 이어졌고, 이후 바흐만은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던 중 오스트리아의 영화감독이자 극작가였던 아돌프 오펠을 만나게 된다. 오펠은 그녀에게 이집트 사막으로 함께 떠날 것을 제안하는데, 이 여행으로 바흐만은 여성이자 작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찾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 여행의 경험은 그녀의 이후 작품에서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 영화는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자서전 중 한 부분일 수 있는 일련의 이야기를 비 연대기적으로 교차, 나열한다.
관객은 영화 속에서 서로 다른 세 개의 몸을 만난다. 하나는 무한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자신을 확장하고자 하는 바흐만의 몸, 또 하나는 그 몸이 발산하는 생동감을 질투하면서 그 몸을 지배하려는 막스 프리슈의 무겁고 자기중심적인, 고집스러운 몸이다. 마지막 하나는 무거운 몸에 짓눌려 극도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몸에게 손을 내밀어 비로소 모든 억압의 경계를 벗어나 넓은 세상을 향해 확장될 수 있게 안내하는 아돌프 오펠의 몸이다. 서로 다른 세 몸이 엮어내는 관계의 직조를 통해 영화는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에 대해 질문한다. [이경미]

서른 살을 목전에 두었던 어느 날, <삼십세>라는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서른을 맞는 새해에 읽으면 딱 좋겠다고 생각하며 샀다. 대다수의 책이 그렇듯 아직도 펼쳐지지 못한 채… 책장 한 구석에 꽂혀 있다. 사실 서른을 언제 넘긴 거지 당황하며 어느 날 펴서 몇 장 넘겼고, 읽은 내용 대비 많은 밑줄을 쳤던 것까지는 기억하지만… 언젠가 제대로 다시 읽을 책으로 보아두고 넘어갔다. 마흔 되기 전에만 읽으면 되겠지 뭐.
그리고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그 작가의 이름을 본다. 잉게보르크 바흐만. 게다가 로자 룩셈부르크, 한나 아렌트 등 저명한 여성 인사들의 얼굴을 영화로 새로이 그려내는 데 정통한 마가레테 폰 트로타 감독이다. 심지어 그 얼굴을 비키 크립스가 분하고 있다. <팬텀 스레드>나 <코르사주> 등 언제나 깊은 인상을 남기는 배우가, 이미 문단의 화려한 이름이 되어 있는 시절의 잉게보르크 바흐만을 연기한다. 궁금했던 얼굴을.

영화는 사건의 발생 순서에 따라 선형적으로 담겨 있지 않다. 스위스 극작가 막스 프리슈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관계를 쌓아가는 과거 시간의 한 축과, 그와 헤어지고 아돌프 오펠이라는 인물을 만나 사막 여행을 떠나면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미래 시간의 한 축을 얼기설기 엮었다. 두 개의 관계, 두 개의 시간 축에서 잉게보르크 바흐만이 상대와 어떤 식으로 사랑의 관계를 쌓아 가는지, 어떤 태도와 어떤 표정을 짓는지가 대조되어 보일 수밖에 없는 구성이다.
그리고 영화 내내, 그러니까 전혀 다른 두 개의 시간 축 내내, 심지어 글이 써지지 않거나 시를 쓰지 못하겠다는 말을 할 때조차도, 그는 시인이고 작가이고 예술가이다. 비키 크립스는 잉게보르크가 시인임을 매 순간 표정에서 눈빛에서 뿜어내듯 연기했다. 그러니 누구를 사랑하든, 어디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든, 잉게보르크는 잉게보르크라는 예술가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영화는 실존했던 한 인간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예술하는 여성의 풍성한 이야기로도 기능하게 된다.

사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요즘 <문명특급>에서 재재가 펼치는 연애상담에 사연을 보내야 하는 거 아닐까… 아니면 <무엇이든 물어보살>에라도… 내보내고 싶어진다. 아님 진짜 하다 못해 귀에 대고 뉴진스 노래 ETA라도 좀 틀어주시겠어요? 아무튼 뜯어말리고 싶어진다. 걔는 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수상한 밑밥을 까는 발언을 많이 했다고. 아니 남자는 여자를 잘 몰라서 여자의 자기 표현이 중요하다는 인간이, 정작 잉게보르크가 자기를 표현하는 중요한 질문에는 대답도 안 했잖아. 일단 모든 말의 주어가 남자는~ 여자는~ 이런 식의 일반화인 사람은 믿으면 안돼! 게다가 처음부터 너를 ‘독일의 스타’로만 보고 있으면서 왜 취리히로 널 부르는 거야? 너 진짜 취리히에, 그 사람 집에 갈 거야?
잉게보르크가 막스와 같은 유형의 사람이었다면 그런 막스와 순탄한 사랑을 했을 것이다. 끼리끼리 잘 만나셨네요 소리나 들었겠지. 그러나 잉게보르크는 세계에 표표히 서 있는 존재다. 나치가 오용했던 작품을 재해석하면서, 자기 책임을 지는 몽상가를 그려냈다. 빌런도 없고 정해진 운명 같은 것도 없는 주인공. 취약한 세계에 홀로 있는. 거기에는 잉게보르크 본인이 반영되어 있지 않을까? 사실 잉게보르크와 같이 길을 걸을 수 있는 사람도 그런 사람이 아닐까? 자신이 취약한 세계에 발 디딘 존재라는 자의식을 가진 사람.
실존 인물 막스 프리슈와 잉게보르크 바흐만이 어떤 관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속 막스는 잉게보르크와 만나 두 사람의 새로운 세상을 꾸리는 게 아니라, 자기 세상 안에 잉게보르크를 넣어두고 싶어한다. 잉게보르크의 말마따나 일하는 여성, 생각하는 여성, 자주적인 여성에게는 최악의 형태다. 막스가 일하는 시간을 비롯 자기 루틴을 명확하게 지킨답시고 커피 잔 하나를 들고 타자기 앞에 덜렁 앉을 때, 잉게보르크는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를 하고, 타자기 소리에 괴로워한다. 불만을 제기하면 아이처럼 어르고 달래는 말이 돌아온다.
이따금 자신에 대한 과도한 확신은 주변을 불행하게 만든다. 잉게보르크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 위험은 감수하겠다고 말하면서, 잉게보르크는 자신 옆에서 불행해지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막스의 기묘한 자기 확신처럼. 사막에 데려다 주겠다던 남자는 아름다운 자기 나라를 못 떠나겠다고 하고, 잉게보르크의 일적인 대화나 과거의 인연 하나하나에도 벌컥 화를 내며 식사 준비나 제대로 하라고 한다. 그 지점에서 이 사랑은 분명 잉게보르크를 파괴하는 방향이었다고 본다. 결국 잉게보르크가 막스의 일기장인 푸른 노트를 펴보는 순간, 꼭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푸른 노트가 푸른 수염은 아니었던가.

반면 아돌프는 들어주는 사람이다. 잉게보르크가 미라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며 모래밭에 자신을 묻어달라고 하는 비합리적 요구까지 순순히 응하고 듣는다. 잉게보르크가 밤 산책을 거절하면 그냥 조용히 물러난다. 자신이 아니면 잉게보르크의 꽃병이 채워지지 않길 바랐던 막스와 달리, 그는 잉게보르크를 그대로 둔다. 잉게보르크의 방식으로 해방을 맞는 순간에도 조용히 옆에서 웃고 있고, 자유롭게 걸어가는 잉게보르크를 뒤에서 지켜보다가 그가 관심을 보인 직물을 구입할 뿐이다. 선물하는 장면 같은 것도 없이, 그냥 다음 장면에 잉게보르크가 머리에 두르고 있다. 이 작고 사소한, 그래서 좋은 사랑.
통제와 소유, 안정적이라는 환상의 텁텁함. 막스 프리슈의 육중한 몸과 그의 집에 가득한 색채는 꼭 유화 물감 같다. 덧발라 완성할수록 무언가가 가려진다. 반대로 아돌프 오펠의 말과 행동들은 잉게보르크 주변에 투명한 수채화로 그린 배경이 된다. 사막을 바라보는 잉게보르크의 얼굴이 그래서 편안해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잘 안 맞는 사람이랑 헤어졌고 새로운 사람 만난 여자 이야기’ 정도로만 요약할 수 없다. 막스와의 끝, 아돌프와의 시작…이라기엔 너무나, 제목처럼, 잉게보르크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건 잉게보르크의 끝, 잉게보르크의 시작이다. 사랑은 물론 삶의 커다란 일부이고, 아돌프뿐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잘 맞지 않았던 막스와의 사랑 또한 잉게보르크에게는 큰 부분이었다. 헤어지고 오래 아팠을 만큼. 그러나 그 내내, 잉게보르크는 예술가였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투명하고 솔직하게 반응하는 인간인 동시에, 준엄하게 말을 골라내고 언어의 심지를 돋우는 시인이었다.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인생에서 커다란 것을 떠나보낸 후에 한 번쯤 꺼내 보면 좋을 영화이다. 새로운 삶, 새로운 시작을 계속해 가는 게 인생이니까. 동시에 내가 사랑하고, 내게 커다란 의미를 가진 것들이 떠나간 후에도 내게 존재하는 것, 내가 차마 손 닿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조차도 나를 떠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도 질문하게 된다. 잉게보르크의 시와 같은 것, 그것만 있다면 많은 끝이 찾아와도 또 다시 무수한 시작점을 이어 붙여가며 어찌저찌 인생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완만한 선형으로. 그 옆에 수채화 물감으로 투명하고 곱게 배경을 칠해주는 사랑이 있다면, 더욱 좋겠다.
2023.08.26. 15:30-17:24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MX관 (상영코드 220)
2023.08.29. 14:00-15:54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7관 (상영코드 507)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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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을 악용한 모순
온라인 세상
정보화 사회와 적합한 영화이다. 21세기의 세상에서 정보력만큼 중요한 것은 또 없을 것이다. 더불어 관련된 응용의 이야기도 말이다. 영화는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이 뉴스 헤드라인에 나오는 영상에 대한 매료로 점차 심화해가고, 냉철해지는 스토리와 주인공의 성격이 반비례해져가는 구도가 나타난다.
자극
이 영화는 잔인한 면이 많고 범죄 사건들과 연관된 영상을 만들다보니 R등급 판정을 받은 영화다. 점층적으로 사건이 자극적이게 되고 주인공과 영화를 보는 사람은 더욱 무리수를 보게되는 쓴맛을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자극을 피하고 싶어서일까 주인공은 낮이든 밤이든 항상 선글라스를 착용하며 세상과의 단절을 취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은 낡은 차에서 SUV차로 바꾸는데 색상을 빨강으로 잡는다. 이에 대한 생각은 피와 총소리,재난으로 인한 피해 등의 자극적인 요소를 찾아다니는 주인공을 대변하는 색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피를 찾아다니는 하이에나처럼
Irony
영화의 아이러니는 진실의 모순이라는 것이다. 기자라는 직업은 신속성과 정확성 그리고 사실성을 기반으로 둔 직업이지만, 주인공은 단지 돈을 버는 것과 자신의 명예를 드높히기 위한 탐욕스러운 목적을 가지고 취재를 다룬다는 점이 기자의 이상향과 전혀 다른 아이러니이다. 이러한 기회주의적인 면모를 보이는 소시오패스 성격을 연기한 제이크 질렌한 연기는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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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상한 척 하는' 영국을 빵 터뜨린 윤여정 배우
4월 11일 (현지시간)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개최된 ‘2021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BAFTA)에서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가 미국 배우 조합상에 이어 일주일 만에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오스카 수상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윤여정 배우는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 배우 윤여정입니다.”(Hello Britain, I’m Korean actress Yuh-Jung Youn)로 시작한 수상 소감에서 “모든 상이 의미 있지만 이번엔 특히 ‘고상한 척 한다고’(Snobbish) 알려진 영국인들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농담 반 진담 반 수상 소감을 전해 그날 밤 가장 큰 웃음과 박수를 끌어냈다.
최근 작고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 공에 대한 애도까지 잊지 않으며, ‘완벽한’ 수상소감을 전한 그녀는 시상식 이후 진행된 Variety지와의 인터뷰에서 소감은 그녀의 개인적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지만, 안 좋은 의미가 아니라 밝히며, 그들의 이러한 모습은 긴 역사로부터의 자긍심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녀 자신은 한국에서는 ‘배우로서’ 꽤 오랫동안 활동해왔기에, 자국에서는 유명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아니었다. 지금 자신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모르겠으니, 묻지 말라며 그녀 다운 멘트로 인터뷰를 마무리하였다. (“I don’t know anything about Oscars or BAFTAs. In Korea I’ve been in this business such a long time, I’m very famous domestic-wise, not internationally. I don’t know what’s going on now, I don’t know what’s happening to me. So don’t ask me!”)
이번 시상식에서 윤여정 배우 외에 주목할 만한 점은 바로, 4월 15일 개봉을 앞둔 영화 <노매드랜드>의 4관왕이다.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여우주연상) 특히, 이번 시상식 기간 동안 윤여정 배우와 함께 가장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감독 ‘클로이 자오’는 2010년 <허트 로커>로 감독상을 수상한 캐서린 비글로우 이후 이 상을 수상한 2번째 여성 감독이자, 아시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였다. ‘노매드랜드’의 또 한 명의 히로인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SAG에서 놓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는데,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같이 이름을 올린 ‘비올라 데이비스’(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캐리 멀리건 (프라미싱 영 우먼), 안드라 데이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vs. 빌리 홀리데이)가 BAFTA에는 노미네이트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미 예견된 수상 결과였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결과이다.
또한, 1971년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을 시작으로 ‘찰리 채플린’, ‘스티븐 스필버그’, ‘헬렌 밀러’와 같이 매년 영화 부문에서 뛰어난 업적을 세운 영화인에게 수여되는 평생공로상을 올해는 대만 출신의 <브로크백 마운틴>의 이안 감독이 수상하며 고상한 영국 리그에서 아시아인들이 역대 가장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
앞서, 2018년 BAFTA에서, 영국 소설 ‘핑거 스미스’를 각색한 <아가씨>로 박찬욱 감독이 외국어 영화상을, 2020년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이 외국어 영화상과 오리지널 각본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21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결과
- 작품상
더 파더
모리타니안
★ 노매드랜드
프라미싱 영 우먼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 작품상 (영국)
종말
더 디그
더 파더
그 남자의 집
림보
모리타니안
모굴 모글리
★ 프라미싱 영 우먼
어느 소녀 이야기
세인트 모드
- 감독상
어나더 라운드 - 토마스 빈터베르그
베이비티스 - 섀넌 머피
미나리 - 정이삭
★ 노매드랜드 - 클로이 자오
쿠오바디스, 아이다 - 야스밀라 즈바니치
어느 소녀 이야기 - 사라 가브론
- 데뷔작품상 (영국)
★ 그 남자의 집 - 레미 위크스
림보 - 벤 샤록
모피 - 올리버 헤르마누스
어느 소녀 이야기 - 사라 가브론
세인트 모드 - 로즈 글래스
- 남우주연상
사운드 오브 메탈 - 리즈 아메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 채드윅 보스만
화이트 타이거 - 아르다시 구라브
★ 더 파더 - 안소니 홉킨스
어나더 라운드 - 매즈 미켈슨
모리타니안 - 타하르 라힘
- 여우주연상
어느 소녀 이야기 - 벅키 바크레이
더 40 이어 올드 버전 - 라다 블랭크
그녀의 조각들 - 바네사 커비
★ 노매드랜드 - 프란시스 맥도맨드
그 남자의 집 - 운미 모사쿠
클레멘시 - 알프리 우다드
- 남우조연상
★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 다니엘 칼루야
종말 - 베리 케오간
미나리 - 앨런 김
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 - 레슬리 오덤 주니어
Da 5 블러드 - 클락 피터스
사운드 오브 메탈 - 폴 라시
- 여우조연상
종말 - 니암 알가르
어느 소녀 이야기 - 코사 알리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 마리아 바카로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 도미닉 피시백
카운티 라인스 - 애슐리 매더퀴
★ 미나리 - 윤여정
- 각본상
어나더 라운드 - 토비아스 린드홈 외 1명
맹크 - 잭 핀처
★ 프라미싱 영 우먼 - 에머랄드 펜넬
어느 소녀 이야기 - 테레사 이코코 외 1명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 아론 소킨
- 각색상
더 디그 - 모이라 버피니
★ 더 파더 - 플로리안 젤러 외 1명
모리타니안 - 로리 헤인즈 외 2명
노매드랜드 - 클로이 자오
화이트 타이거 - 라민 바흐러니
- 편집상
더 파더
노매드랜드
프라미싱 영 우먼
★ 사운드 오브 메탈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 촬영상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맹크
모리타니안
뉴스 오브 더 월드
★ 노매드랜드 - 조슈아 제임스 리차드
- 음악상
맹크
미나리
뉴스 오브 더 월드
프라미싱 영 우먼
★ 소울
- 음향상
그레이하운드
뉴스 오브 더 월드
노매드랜드
소울
★ 사운드 오브 메탈
- 의상상
암모나이트
더 디그
엠마
★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맹크
- 분장상
더 디그
힐빌리의 노래
★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맹크
피노키오
- 특수시각효과상
그레이하운드
미드나이트 스카이
뮬란
더 원 앤 온리 이반
★ 테넷
- 프로덕션디자인상
더 디그
더 파더
★ 맹크
뉴스 오브 더 월드
레베카
- 외국어영화상
★ 어나더 라운드
친애하는 동지들!
레 미제라블
미나리
쿠오바디스, 아이다
- 다큐멘터리상
콜렉티브
DAVID ATTENBOROUGH: A LIFE ON OUR PLANET
더 디시던트
★ 마이 옥토퍼스 티처
소셜 딜레마
- 단편애니메이션 작품상
더 파이어 넥스트 타임
★ THE OWL AND THE PUSSYCAT
더 송 오브 어 로스트 보이
- 장편애니메이션 작품상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 소울
울프워커스
- 단편영화 작품상
EYELASH
리자드
럭키 브레이크
미스 커비
★ 더 프레젠트
- 캐스팅상
종말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미나리
프라미싱 영 우먼
★ 어느 소녀 이야기
- 신인상
★ 벅키 바크레이
콘래드 칸
킹슬리 벤-아딜
모르피드 클락
솝 디라이수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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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썩어빠진 조선시대를 날카로운 칼날처럼 풍자하다.
조선 최고의 살수라고 불리는 이난은 의뢰를 받고 적을 잔인하게 죽이는 사람이다. 한때 의뢰를 받고 많은 적들을 죽였지만 그때의 영광에 비하면 지금은 초라한 신세이다. 한편 산적 떼들이 이방이라는 관리와 손을 잡고 아편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중독 시킨 후에 토지와 제물을 빼앗아 부자가 되었다. 그러나 관찰사(사또) 앞에선 이방 조차도 아랫사람에 불과하다. 그런 이방이 노리는 건 양반과 상놈의 구분이 없어진 혼란스러운 조선 사회에서 갑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방은 이난을 죽이기 위해서 산적떼를 보내기 시작하는데...
산적 떼와 관리들이 손을 잡은 상황에서 조선시대 사람들은 산적들에게 강간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했다. 사람의 목숨이 아무것도 아닌 그 당시 조선시대는 전란이 많이 일어나서 부정한 방법으로 제물을 축적해 양반이 되고 갑질을 하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살수들은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는 조선시대의 영웅이었다. 물론 이 영화는 각색한 것이지만 악인들이 살수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게 통쾌하기도 했다. 마왕초라는 전설의 약초도 영화 설정에 의해 만들어진 거지만 이난을 살리는 약초였다는 게 신의 한 수였다.
이방은 과거에 범죄자였고 부정한 방법으로 제물을 축적해 부자가 되어 산적 떼와 결탁해 자기보다 힘없는 사람들을 압박했다. 사람을 죽이는 게 아무것도 아닌 시대에서 나쁜 놈들도 공평하게 죽임을 당하길 바라는 건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과 너무나 비슷하다. 범죄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고 교도소에서 나와 다시 사람들을 해친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정치인들도 부정한 세력과 결탁해 국민들을 우롱한다. 어찌 보면 역사는 반복되나 보다. 조선이라는 나라가 강대국은 아니었어도 관리들의 부정부패와 썩어빠진 행정 시스템으로 발전이 되지 않았기에 우리는 그 역사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영화 살수를 통해 조선시대의 관리들과 산적 떼와의 결탁으로 서민들을 못살게 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각색이지만 나름 신선한 영화였다. 물론 야한 장면도 나오고 대사도 있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우리는 같은 과오를 반복하면 안 된다.
살수는 지금도 필요하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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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손에서 탄생하고 그 손으로 파괴되는 <지옥>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22년 한국. 어느 날 불가사의한 괴물이 나타나 사람을 불태워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새진리회의 의장 '정진수(유아인)'는 이를 시연이라고 부르며, 죄를 지어도 제대로 벌주지 않는 세상에 불만을 가진 신이 인간을 직접 단죄하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설파한다. 그러나 형사 '진경훈(양익준)'과 변호사 '민혜진(김현주)'처럼 새진리회의 해석과 설명을 믿지 않는 이들이 등장하고, 정진수는 자신의 교리가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지옥행을 고지받은 박정자의 시연을 생중계하기로 결정한다. 이후 실제로 시연이 고지된 시간에 이루어지자 새진리회가 새롭게 정의한 죄와 그 해석은 새로운 사회의 진리가 된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의심을 끈을 놓지 않은 민혜진과 '배영재(박정민)'로부터 정진수와 새진리회가 구축한 진리, 정의, 질서에는 점차 금이 가기 시작한다.
동명의 웹툰을 영상화한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은 감독의 전작인 <반도>와 유사한 작품이다. 좀비 영화의 외관을 한 <반도>가 정작 보여주고 싶었던 대상이 좀비가 아니라 좀비로 가득한 땅에서 생존한 인간 군상이었던 것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옥> 역시 신과 천사, 사자의 존재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면서 판타지 영화의 외관을 갖추지만, 정작 보여주고 싶은 것은 따로 있다. 바로 비현실적 존재를 대하는 인간들의 모습이다.
이러한 의도는 정진수와 민혜진의 대화에 함축되어 있다. 신의 존재, 더 나아가 종교가 대체 무슨 효용이 있냐는 민혜진의 비판에 정진수는 "제사장은 사람들에게 의미를 준 게 아닐까요? 원래 인간들이 의미가 없으면 자멸해버리는 족속이잖아요"라고 응수한다. 신의 존재 그 자체에는 관심이 없고, 그보다는 신을 내세워 만들어진 종교의 의미에 주목하는 대화가 오가는 것이다. 실제로 <지옥>은 6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종교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람들에게 어떻게 질서를 부여하며, 또 사람들은 그 종교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염세주의적이면서도 도발적으로, 더 나아가 희망적인 관점에서 고찰하고 있다.
<지옥>의 내용은 크게 1-3부와 4-6부, 전반부와 후반부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전반부의 내용은 새진리회라는 신흥 종교가 어떻게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지를 보여준다. 서울 한복판에서 대낮에 좀처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시연'이 이루어지자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하고, 수년 전부터 이 현상을 경고해온 정진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된다.
이때 정진수와 새진리회가 핵심적으로 언급하는 기제가 있다. 바로 죄와 죄책감이다. 그는 시연이 스스로를 엄격히 정죄하지 못하는 인간들을 신이 직접 벌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며 사람들을 죄책감이라는 공포에 휩싸이게 한다. 이는 그가 고지를 받은 박정자와 시연을 중계하는 것을 두고 협상하는 자리에서 아이들의 아버지가 없다며 그녀가 불륜 내지는 성매매를 저질렀을 것으로 기정 사실화하는 이유다. 또 자신의 해석과 사람들의 죄책감에 힘을 싣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가 시연당한 것으로 가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정진수의 일련의 행동과 발언, 고지와 시연에 대한 그의 해석이 정신분석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프로이트가 자신의 저서인 <문명 속의 불만>에서 분석한 종교의 구조 및 작동 양식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그는 모든 인간에게 에로스(사랑과 성욕)와 타나토스(죽음과 파괴)의 욕동이 있으며, 종교는 이 욕동을 통제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에로스적 욕동은 가족을 이루고 사회와 문명을 이루는 기반이지만 지나치게 탐닉하면 문명을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이고, 타나토스적 욕동 역시 자기 파괴적인 욕망이기에 문명을 위협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특히 프로이트에게 종교는 두 욕동의 발현과 실천을 죄로 규정하고 개인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며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기제다. 이러한 종교 이해는 제사장이 의미를 부여해 인간의 파멸을 막았다는 정진수의 대사, 그리고 그가 성과 관련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암시되거나 가장 파괴적인 욕동인 살인을 저지른 이들을 자신의 설명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희생자로 선택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프로이트의 관점에서 볼 때, 곧 정진수에게 신의 존재와 시연의 대상이 죄인인지 아닌지는 이미 중요한 논점이 아니다. 종교는 단지 사람들에게 죄와 죄책감이라는 삶의 의미를 부여해서 사회를 유지하면 그것으로 역할을 다할 뿐이다.
이 대목은 사실 <지옥>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프로이트가 인간을 억압한다고 비판한 종교의 모델이 기독교인데다가 작중 정진수의 모습에서는 예수의 알레고리로 느껴지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진수가 성인이 되길 기다렸다가 향한 티베트 고원에서 시연을 목격하고 깨달음은 얻은 후 새진리회를 만든 것은 예수가 광야로 나가 신의 가르침을 깨달은 후 신의 말씀을 전하는 공생활을 시작한 것과 다르지 않다. 정진수가 사이비로 취급받는 것, 그가 꾸준히 선행을 베풀어 온 것, 심지어 그가 일찍이 자신의 운명과 최후를 알고 있던 것 모두 예수의 공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모티브다. 그러다 보니 종교는 그저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기제이고, 더 나아가 인간이 만들어 낸 종교가 인간을 죄책감으로 억누를 뿐이라고 이야기하는 드라마는 다분히 도발적인 인상을 남길 수밖에 없다.
반면에 후반부에서 <지옥>은 사회의 유일한 질서로 거듭난 종교와 그로 인해 강림한 지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진리회가 만든 질서와 진리에 순응한다. 또한 종교가 지나치게 효과적으로 인간의 욕동을 통제한 나머지 심리적으로나 내면적으로 사람들이 깊은 상처를 입는다는 프로이트의 주장처럼 엄청난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린다. 고지를 받은 이는 곧장 범죄자로 몰리고, 자신의 가족까지 낙인찍히는 것을 두려워하며, 아이들이 부모의 죄를 대신 자백하며 용서를 빌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처럼 카메라는 인간을 자멸로부터 구한다는 종교가 역으로 만든 지옥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춘다.
하지만 드라마는 작중 묘사되는 모습이 프로이트가 제시한 인간상과 유사한 배영재를 등장시키면서 지옥을 비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보여준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이성을 활용할 때 신경증에 시달리게 하는 종교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보았다. 당대의 확신이나 진리, 믿음을 있는 그대로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대신 근본적인 의심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PD인 배영재는 새진리회 다큐멘터리 제작을 두고 새진리회 덕분에 범죄율이 줄어들었다는 사제의 주장을 화살촉 범죄를 포함하면 그럴 리가 없다면서 반박하기도 한다. 새진리회에 저항하는 조직 '소도'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애쓰고, 더 나아가 소도의 도움을 받아 시연이 인간의 죄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현상임을 간파하는 등 '의심하는 자'가 되어야 하는 언론인의 책무에 충실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성적이고 의심으로 가득한 배영재라는 인물의 존재는 획일화된 정의와 진리로서 종교의 구조를 만드는 정진수와 대립항을 이루고, 전혀 다른 전후반부의 이야기를 연결해준다. 작중 죄와 죄책감 못지않게 중요한 키워드가 자율성인데, 배영재는 인간에게 주어진 자율성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주면서 정진수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극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이에 더해 드라마는 다른 인물들을 통해서도 배영재라는 캐릭터가 상징하는 바에 힘을 실어준다. 새진리회의 폭거에 온몸을 던져 싸운 민혜진에게 한 택시기사가 "제가 확실히 아는 건 여긴 인간들의 세상이라는 겁니다. 인간들의 세상은 인간들이 알아서 해야죠"라고 말하며 격려와 위로를 건네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중요한 것은 <지옥>의 주제의식이 단지 종교적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언제나 한국 사회의 병폐와 구조적 문제, 어두운 면을 비판하고 했던 연상호 감독답게 <지옥> 역시 한국의 현실에서 크게 떨어져 있지 않다. 하나의 믿음과 진리, 확신만을 강요하는 사회를 비관하고 언제나 의심할 줄 알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한국 사회의 여러 측면에 적용될 수 있는 교훈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는 특정 정치인을 무비판적으로 지지하는 팬덤 정치 현상이나 특정 담론의 논리에만 의지하는 정치 활동에 대한 비판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작품 내에서는 언론의 역할이 두드러지게 강조된다. 작중 언론은 그저 받아쓸 것인지 아니면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진실을 추구할 것인지 이지선다를 강요받으며, 전자를 선택하며 스스로의 책무를 저버린다. 정진수가 박정자의 시연이 중계된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카메라 구도로 등장해 자신의 교리를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것, 그리고 그런 그에게 뉴스 앵커가 압도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새진리회의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에서 새진리회 측의 요구를 방송국이 그저 수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에 더해 허위정보와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인터넷 방송으로 인한 혼란을 통해 현재 한국에서 언론이 마주하는 병폐와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측면을 지적한다.
하지만 후반부의 주인공인 배영재의 직업이 PD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옥>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새진리회가 강조해온 죄와 죄책감, 처벌의 교리가 부정되는 현상은 개개인, 평범한 시민의 핸드폰과 sns를 통해서 중계된다. 한 명 한 명의 시민이 정보를 만들고 공급할 수 있는 힘을 가지면서 어젠다를 세팅할 힘이 개인에게 넘어간 현상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며 밝은 미래를 그려낸다. 아무리 강력한 프레임이 사회를 지배하더라도 이성적으로 또 논리적으로 의심할 때 그 프레임을 깰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연상호 감독의 <지옥>은 그 원인도, 그 해결책도 인간의 손에 달려 있는 지옥이다.
사실 완성도의 측면에서는 <지옥>이 마냥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다. 사자를 묘사하고 시연의 모습을 그려내는 CG의 퀄리티는 부족함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연기력 역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배우 개개인의 연기력은 분명 뛰어나지만 하나의 앙상블을 이룬다는 인상은 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상호 감독의 필모그래피라는 연장선상에서 보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대목도 찾을 수 있는데, 신파의 활용이 대표적이다.
전작인 <부산행>이나 <반도>에서 그러했듯이 이번 작품에서도 눈물겨운 모성애와 부성애, 곧 사랑의 힘이 한 생명을 구하는 내용이 결말을 이룬다. 하지만 전작과 달리 해당 장면이 상당히 담백하게 연출된 결과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염세적이고 어둡고, 잔인한 작품 분위기를 뚝심 있게 유지하는 데 성공한다. 이에 더해 프로이트가 <문명 속의 불만>을 "에로스가 자신처럼 불멸하는 맞수와의 투쟁에서 자기를 당당하게 드러내기를 기대한다"는 구절로 마무리하는 것을 고려하면, 억압적 기제로서의 종교에 균열을 불러일으키는 사랑과 눈물은 서사와 메시지 측면에서도 일관성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신과 종교를 빌려 인간이 스스로 만든 비극과 일말의 희망을 속삭이는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은 인상적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신과 종교라는 거울에 비춰 보는 한국 사회의 절망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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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3주차 신작 개봉 영화
2022년 5월 3주 개봉영화!
범죄도시2 the roundup , 2022
범죄영화의 레전드! 범죄도시의 컴백!
범죄 액션 영화의 레전드 흥행 신화의 주역인 범죄도시가 후속작으로 돌아옵니다.
대한민국 대표 범죄 액션 시리즈 "범죄도시2"는
괴물형사 ‘마석도’와 금천서 강력반이 베트남 일대를 장악한 최강 빌런 ‘강해상’을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인데요
"범죄도시2"는 전편의 가리봉동 소탕작전 4년 뒤를 배경으로 베트남까지 세계관을 확장했습니다
화끈하고 살벌해진 금천서 강력반이 선보일 압도적 스케일의 범죄 소탕 작전은 전편과는 색다른 재미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특히 마석도 형사를 비롯한 금천서 강력반은 물론, 장첸을 이을 새로운 인물이자 최강의 빌런 ‘강해상’의 등장까지 예고해
전편을 뛰어넘는 강렬한 조합을 완성시켰습니다.
북미, 베트남, 대만, 싱가폴 등 전세계 132개국 극장 개봉확정한
첫번째 추천영화 "범죄도시2"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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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바 2021
유쾌한 웃음과 찡한 눈물을 책임질 코미디영화가 온다!
영화 "어부바"는 가족과 어부바호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부바호 선장 종범의 이야기를 담았는데요
어부바호 선장 종범 역에 코미디 연기의 대가 정준호, 철없는 동생 종훈 역에는 생활 연기의 달인 최대철,
종범의 늦둥이 아들 노마 역에는 천재 아역 배우 이엘빈이 맡아 관객들을 웃고 울릴 황금 라인업을 완성했습니다.
최종학 감독은 “지극히 보편적이고 소소한 내용의 즐겁고 행복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젊은 세대만 보는 자극적이고 센 장르 영화가 아닌 전 세대가 볼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며 "어바부"의 기획 의도를 밝혔는데요
'가문의 영광', '두사부일체'등 코미디로 스크린을 점령한 대한민국 대표 믿고 보는 배우 정준호가 주연을 맡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찡하고 유쾌한혈육 코미디!
두번째 추천영화 "어부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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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 Le discours , THE SPEECH , 2020
유쾌한 웃음과 찡한 눈물을 책임질 코미디영화가 온다!
영화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은 낭만적인 연애를 원하지만 인간관계에는 서툴어 실수가 많은 INFP 소심남 '아드리앵'이
피곤한 연애에 지친 자유로운 영혼의 ESTP 여자친구부터
눈치 빠르고 관찰력이 좋은 ISFP, ISTP 부모님과 타인에게 무신경한 INTJ 친누나, 그리고 토론과 잘난 척을 좋아하는 ENTP 예비 매형까지
다양한 MBTI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를 담아내고 있는데요
'꼬마 니콜라'부터, '업 포 러브'까지 사랑스러운 프랑스 수작을 탄생시킨 감독 로랑 티라르가 연출과 각본을 맡은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원작을 각색하는 작업부터 연출까지 모든 제작 과정에 자신의 내공을 쏟아부은 감독 로랑 티라르는
가족, 연인 사이에서 시트콤 같은 인생을 살았던 자신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라고 밝혔습니다.
혈액형과 별자리에 이어 MBTI 성향으로 연애 궁합을 맞춰보는 트렌드에 아주 딱맞는
세번째 추천영화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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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 MASS , 2021
로튼토마토 신선도 95%! 메타스코어 MUST SEE! 베니티페어 올해의 TOP10!
영화 "매스"는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두 부부의 슬픔, 분노, 절망, 후회가 폭발하는 111분의 명작인데요.
일찌감치 로튼토마토 신선도 95%, 메타스코어 MUST SEE, 2021년 베니티 페어 선정 최고의 영화 TOP10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화제작입니다.
프란 크랜즈 감독은 2018년 17명의 사망자를 낳은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고교 총기 사건 뉴스를 보고 난 후 운명적으로 영화를 구상하기 시작했는데요
아이를 잃은 부모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결코 섞일 수 없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부모로 마주한 2쌍의 부부가
그 날 이후로 6년의 시간이 지난 어느 오후, 1개의 테이블에 마주 앉습니다.
용기를 내어 돌이킬 수 없는 시간과 마주한 이들이지만 결국 마음에 품고 살던 감정들이 터지며
슬픔, 분노, 절망, 후회 등 격렬한 감정들이 폭발하게 되죠
슬픔, 분노, 절망, 후회에서 나아가 용서, 화해까지! 인생을 꿰뚫는 영화
네번째 추천영화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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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의 노래, 정태춘 Song of the Poet , 2021
한국 포크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뮤지션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은 서정성과 사회성을 모두 아우르는 음악으로 한국적 포크의 전설이 된 정태춘의 데뷔 4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음악 다큐멘터리입니다.
1978년 ‘시인의 마을’, ‘촛불’로 데뷔한 정태춘은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시적인 노랫말과 서정적인 음율로 ‘MBC 10대 가수상 신인상’을 받는 등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촉망받는 싱어송라이터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표현의 자유를 위해 가요 사전심의 철폐운동에 앞장서며 불의에 저항하는 등,
8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길목마다 시대정신이 깃든 노래들로 시대와 호흡했죠
서정성과 토속성으로 대표되는 특성으로 한국적 포크음악을 완성의 경지로 끌어올린
디스코그래피와 독보적 음색의 보컬리스트 박은옥과의 음악적 하모니가 입체적으로 담겨 있어
음악 팬들과 영화 팬들 모두에게 필람영화로서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1978년 데뷔부터 지금까지 생생하게 전해지는 시대의 공기,
정태춘이 치열하게 통과했던 시대와 음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다섯번째 추천영화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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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민족과 부족, 국가와 가족 사이에서
파더 앤 솔저|Father and Solider
마티유 바드피에|Mathieu VADEPIED
France, Senegal|2022|101 min|DCP|Color|Fiction|12|Asian Premiere
시놉시스
1917년, 바카리 디알로는 강제 징집된 17세 아들 티에르노의 곁을 지키기 위해 프랑스군에 입대한다. 두 사람은 함께 전선에 투입되고, 전쟁에 직면한다. 티에르노가 남자가 되는 법을 배우는 동안 바카리는 그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프로그램 노트
1차 대전 당시 프랑스령 세네갈. 프랑스인들은 세네갈인들을 징집하여 유럽의 끔찍한 전쟁터로 보낸다. 척박한 땅에서 아들 티에르노와 가축을 치며 가족을 먹여 살리는 아버지 바카리는 프랑스 군인이 나타난다는 소문만 들리면 징집 대상인 아들을 은신처로 보내 숨어 있도록 하지만 아들은 결국 세네갈에 있는 신병교육대로 끌려간다.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탈출하기 위해 자원입대를 하고, 탈출을 시도하지만 실패하여 부자는 유럽 전선으로 끌려간다. 한 전투에서 100만 명이 넘는 전사자가 발생할 정도로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보다 못한 곳, 같은 아프리카인들끼리도 서로를 속이고, 강도 행각을 벌이는 전선에서 어떻게든 아들을 찾아 탈출하려는 아버지와 프랑스어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지휘관의 눈에 들어 영웅이 되려는 아들은 서로 다른 전쟁을 겪게 된다. 2022년 칸영화제 Un Certain Regard 섹션의 개막작이었던 이 작품은 아버지의 애틋한 정과 덧없는 전쟁이 남긴 상처를 보여주는 휴먼 드라마다. (전진수)
평범한 부자 이야기가 아니다
어디서나 익숙하게 쓰이지만 의외로 오래되지 않은 말이 있다. 일본 메이지 유신 시대에 만들어진 단어, 민족이다. 민족은 'Nation'을 한자로 번역한 말이다. 언어나 문화, 국기나 국가(國歌) 같은 상징을 공유한다고 여겨지는 공동체를 의미한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혁명을 기점으로 민족 개념이 퍼졌다. 한 민족이 한 나라를 세워야 한다는 생각도 널리 퍼졌다. 실제로 새롭게 생겨난 나라도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가 대표적이다. 즉, 민족은 혈통과 관련된 말이 아니다. 자연적으로 존재한 개념도 아니다. 근대 국가가 만들어질 때 생성된 새로운 관념이다.
그런데 민족을 만드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프랑스의 경우 월드컵 성적이 좋지 않거나 대표팀에 내분이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정부가 청문회를 연다. 축구에 미쳤기 때문이 아니다. 아프리카 출신 선수가 많은 축구 대표팀은 그 자체로 프랑스의 통합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드피에 감독의 <파더 앤 솔저>는 특별하다. <파더 앤 솔저>는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한 부자의 이야기를 통해 민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그 과정에서 땅에 뿌려진 피와 땀의 의미도 들려준다.
눈물겨운 부성애
얼핏 보면 <파더 앤 솔저>는 평범하다. 아들을 보호하려는 부성애 이야기는 익숙하다. 물론 그만큼 호소력이 짙다.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프랑스군은 병력이 부족해지자 세네갈 땅에 사는 부족민을 강제로 징집한다. 티에르노도 예외는 아니었다. 바카리는 아들을 빼돌리려고 노력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그러자 그는 자원입대한다. 아들을 보호하고, 집으로 보내기 위해서. 방법도 여러 가지다. 티에르노를 후방에 남기기 위해 취사병 보직으로 보내려 로비하고, 은신처를 찾거나 탈영 계획을 짜기도 한다.
모든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자 자기 한 몸을 희생한다. 전투 중 독일군 포로가 된 아들을 구하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독일군 진지에 침투한다. 아들을 구출해서 프랑스군 참호로 돌려보내는데도 성공한다. 비록 자기는 총 맞아 쓰러지지만.
이처럼 <파더 앤 솔저>는 다른 길로 새지 않고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시점에서 묵직하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러니 설사 흔한 스토리라 해도 심금을 울리기에는 충분하다.
세네갈 부족민, 프랑스 군인이 되다
반면에 아들의 시점에서 보면 <파더 앤 솔저>는 전혀 다른 영화다. 원치 않게 프랑스군에 입대한 티에르노. 그도 처음에는 집을 그리워한다. 전선에서 친구가 총에 맞아 죽고, 자기도 죽을 위기를 여럿 넘기면서 귀향을 꿈꾸는 마음은 더 커진다.
그는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달라진다. 프랑스군과 독일군 참호 사이에 방치된 친구 시신을 수습해 오는 등 무공을 보여준 결과 상병으로 진급한다. 다른 병사에게 명령을 내리고 프랑스 지휘관들과 교류하면서 아버지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보호 때문인 걸 알면서도 아버지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자기를 증명하려는 만용을 부린다.
여기까지만 보면 흔한 사춘기 아들의 반항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 가지 특별한 요소가 끼어든다. 바로 프랑스다. 이등병 티에르노가 상병을 거쳐 하사까지 진급할 수 있었던 데에는 무공 외의 무기가 있었다. 의사소통 능력이다. 티에르노는 아버지와 달리 프랑스어를 구사할 줄 안다. 그는 프랑스군 장교와 아프리카 출신 병사들 간의 가교였다. 그 결과 티에르노의 변화에는 전혀 다른 의미가 깃든다. 그는 단지 아버지에게서 벗어나려고 반항하는 게 아니다. 그는 프랑스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따라서 제1차 세계 대전을 두고도 아버지와 아들은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바카리는 부족의 일원이라는 정체성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 독일과의 전쟁도 무의미한 살육일 뿐이다.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한 탈영도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티에르노는 다르다. 그에게 이 전쟁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탈영은 하나의 공동체인 프랑스를 배신하는 선택이다. 그가 아버지와 달리 전선으로 복귀하고 프랑스를 위해 싸운 이유다.
민족과 부족, 국가와 가족 사이에서
아들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면 바카리의 부성애도 달리 보인다. 그의 죽음은 이제 단순한 희생이 아니다. 마냥 가슴 아픈 감동도 아니다. 질문이다. 한 민족이라는 자각도 없이 참호에서 죽어간 이들에게 국가와 민족을 위한 전쟁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가족을 잃고, 가족이 찢어진 채로 그들이 지켜낸 국가와 민족은 또 무슨 의미인지. 식민지에서 끌려와 파리 개선문 밑에 묻힌 이름 모를 군인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다른 부자 관계도 바카리가 던지는 질문에 힘을 실어준다. 영화에는 프랑스군 장성 아버지와 중위 아들이 등장한다. 이 아들은 아버지가 자기 능력이나 재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푸념한다. 실제로 아버지는 병사들을 독려하기 위해 아들 부대를 방문했을 때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그러나 아들이 작전 중 전사하니 아버지는 마침내 그를 인정한다. 성대한 장례식을 열고 아들에게 훈장을 수여한다. 가족 대신 민족과 국가를 선택했다고 칭찬한다. 과연 이 아들은 아버지의 칭찬에 기뻐할까? 의문이 남지 않을 수 없다.
<파더 앤 솔저>는 얕은 영화일 뻔했다. 이야기는 전형적으로 흐른다. 내용을 예상할 수 있는 제목도 한몫한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였다. 결말의 맥락은 복잡하다. 그만큼 여운은 길다. 2022년 칸영화제 Un Certain Regard 섹션의 개막작답다. 익숙함을 뒤집어 고뇌의 시간을 선사한 바드피에 감독의 재능도 빛난다.
영화 <파더 앤 솔저> 상영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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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재개봉 예고편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넌
영원히 내 눈 속에 사과야학교 대표 얼간이 커징텅과 친구들은
최고의 모범생 션자이를 좋아한다.
수업 도중 사고를 친 커징텅은
션자이의 특별 감시를 받게 되고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션자이에 대한 마음이 커진 커징텅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백을 하지만
션자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렇게 15년이 지나고,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되는데…
그 때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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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복지식당> 메인 예고편
“나는 반드시 중증 장애인이 되어야 합니다” 2022년 올해의 질문이 될 영화! [복지식당] 메인 예고편 대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