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징2022-12-07 11:18:55
어이없어서 재미있었던 '지옥의 화원' 리뷰
(쿠키 없음)
*본 본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지옥의 화원
(2022.12.15 개봉)
감독: 세키 카즈아키
출연: 나가노 메이, 히로세 아리스 등
안녕하세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선정된 에깸입니다 ♥
이번에 지옥의 화원 시사회에 초청받아서 개봉 일주일 전 미리 보고 왔는데요
사실 기대 안 했던 작품인데 ㅋㅋㅋㅋ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지옥의 화원은 오피스 코믹 무비인데요
힘이 세다면 '최강 여직원' 타이틀을 달 수 있는 대양아치 세계관(??)을 배경으로 했고요
왕년의 양아치, 폭주족들이 사내 파벌을 형성하여 싸우는 와중
신입으로 들어온 란으로 인해 계급도가 바뀌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지극히 평범한 여직원인 나오코...
아주 강력한 스포일러죠? ㅋㅋ
하지만 이 말만 듣고 멋대로 추측하며 영화를 보셨다가는 큰코 다칠 수도 있는 게 지옥의 화원인 거 같아요
네??! 쟤가 저런 애였다고요!!?? 의 연속인 영화랄까...
ㅋㅋㅋㅋ 그게 지옥의 화원 매력 아닐까 싶어요
지옥의 화원이 좋았던 이유는 또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젠더의 이미지를 뒤바꿨다는 거예요
사실 이런 양아치,, 폭주족,, 의 싸움은 흔히 남성들 사이에서 일어나잖아요?
우리나라만 해도 여자끼리 이렇게 피 흘리며 싸우는 영화 많지 않고요. 남성과 여성의 이미지를 완전히 체인지 해 놨더라고요
보통의 영화가 지나가는 여자에게 시비 거는 남자 폭주족, 그런 폭주족을 한 방에 무찌르는 남자 주인공 이었다면!
지옥의 화원의 경우 지나가는 남자에게 시비 거는 여자 폭주족, 그런 폭주족을 한 방에 무찌르는 여자 주인공 이 되었습니다 ㅋㅋ
끝까지 로맨스가 나오지 않는 것도 한몫 한 거 같아요. 사알짝의 로맨스가 첨가되어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코믹 요소로 사용되니까 끝까지 지켜봐 주세요. 엔딩이 완전 대반전이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옥의 화원은 100 퍼센트 코믹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예요. 조금의 신파, 조금의 스릴 전! 혀! 없고요
싸우면서 피가 철철 흐를 텐데 무섭지 않냐고요? 피도... 웃기게 나더라고요(??) 중간중간 일본 만화틱한 요소들이 등장하는데 그게 젤 웃겼어요. 주인공끼리 싸우는데 염력 뿜으며 여기저기 날아댕기고, 나레이션으로 '만화에선 이럴 때 혼자 등장하지, 그렇지!' 하기도 하고요 ㅋㅋㅋ 걍 진짜 무협만화 세계관,,,
포스터를 왜 저렇게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보고 나면 생각보다 괜찮은 영화였거든요
사실 포스터 보고 이건 재미없을 거야 했던 편견도 있는 거 같구요. 미리 말하자면 대단한 스토리 라인은... 없습니다
줄거리가 이렇고 연출이 이렇고 말하기에도 어이없달까요. 그래도 기승전결 하나 만큼은 완벽한 거 같기도요 ㅎㅎ
지옥의 화원!
2022 보내야 하는 이 연말에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영화니까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 찾고 계시다면
12월 15일 개봉 예정인
지옥의 화원 추천합니다~
*스토리: ★★★
*연출: ★★★★
*영상미: ★
*연기: ★★★★
*OST: ★
*재관람 의사: O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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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행선인 줄 알았던 교차선
평행선인 줄 알았던 교차선, <해피엔드> 리뷰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했습니다.
네오 소라 감독의 해피엔드,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반응 좋았기에 기대감이 컸다. 그래서 시놉시스 외에 어떤 것도 알아보지 않고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 시작, 영화 끝. 시작부터 심장은 뛰었고,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함께 간 친구와 영화관을 나오며 한 말은 "미쳤다."뿐이었다. 그 정도로 취향인 영화였고, 조금 더 심층적으로 보고 싶었기에 시사회 감상 후 개봉일인 4월 30일 영화를 한차례 또 보았다.
훌륭한 음향과 연출이 기억에 남지만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이야기였다. 해피엔드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AI로 사람을 인식하고, 감시하는 시대. 주인공들의 장난을 '테러'로 규정한 교장은 학교에 AI 감시 체제를 학교에 도입한다. 대지진 예고로 혼란스러운 사회와 AI 감시 체제로 억압된 학교에서 코우와 유타, 아타, 밍, 톰 그리고 학생들은 어떤 변화를 맞이한다. 해피엔드는 청춘을 이야기한다. 청춘 속 한번은 겪을 만한, 뗄 수 없는 정치와 우정의 이야기이다.
영화를 더 재밌게 보고 싶다면 주목할 포인트
1. 지진의 타이밍
2. 반복되는 대사
3. 유사한 인물
본 리뷰는 다음 글부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주 정치적인 설정,
현실과 영화, 사회와 학교의 거울 구조
거울 1. 현실과 영화
SF와 청춘이라는 장르로 무엇을 보여줄까 기대했다. 흔한 청춘물이면 어찌할지 생각하면서도 SF와 함께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모르기에 궁금했다. SF라는 장르는 화려하고, 거대한 스케일의 장면을 연출한다. 또 다른 부분으로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점을 가진 장르이기도 하다. 기술이 발전해도 현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은 것 같다. 욕심으로 인한 독점, 본인의 안정을 위한 공격 등, 사회에 근본적 문제를 짚어내기 위해 SF 배경이 쓰인다. 해피엔드는 듄과 같은 화려한 스케일보다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SF를 활용했다. 해피엔드 속 일본 사회는 일본에서 벌어진 상황과 비슷하며, 전 세계적인 흐름과도 유사하다.
거울 2. 사회와 학교
영화는 현실을 비추고, 해피엔드 속 학교는 영화 속 사회를 비춘다. 코우와 유타가 세워둔 교장의 스포츠카. 교장은 그것을 보고는 "테러인가"라고 말한다. 부하 교사는 "네?"라고 답하며 관객의 반응을 대신한다. 과연 스포츠카를 세워둔 것이 학교를 향한 테러일까? 아니다. 그저 교장을 향한 공격일 뿐 학교를 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장은 이것을 테러로 규정하고, AI 체제를 도입하는 이유로 말한다. 아이들은 AI 감시 체제로 시도 때도 없이 감시당한다. 웃긴 점은 이 AI 감시가 아주 허술하다는 것이다. 유타가 당당히 교무실에서 열쇠를 가져가는 것은 벌점이 없다. 야구부 주장이 길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집으면 흡연으로 벌점을 부여한다. 외에도 영화 속에서 허술한 점들이 많다. 그와 동시에 학교엔 혐오가 심해진다. 귀화하지 않은 학생들을 분류하고, 그들이 규정한 일본인만을 위한 수업이 진행된다. 교장은 코우의 국적을 이야기하며 그런 출신이지 않는냐며 혐오가 가득한 말을 학생들 앞에서 내뱉고, 자기 잘못은 변명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까지도 '일본식' 예절을 말하며 같은 학생이 차별 발언을 하는 걸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은 영화 속 사회와 같다. 대지진이라는 것을 명분으로 불안을 조장하고, 권력을 잡는 총리의 소식은 뉴스로 알 수 있다.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권력을 강화하겠다는 말은 익숙함에 움찔하게 만든다. 총리는 지진이 일어나면 외국인 범죄가 늘어난다는 말도 안 되는 파시즘적 발언을 내뱉다가 도시락을 맞기도 한다. 학교의 AI 감시는 사회 속 경찰과 같다. 코우는 여러 번 검문당한다. 얼굴을 인식하고, 소지 의무가 없는 서류를 요구받는다. 클럽에 들어간 것은 코우의 잘못이라 해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붙잡힐 이유는 없다. 두 번째 검문에서 우퍼를 튼 것은 유타였음에도 코우가 서류를 요구받는다. 경찰은 딱히 중요치 않다. 마치 AI 감시체계가 허술하고, 멍청한 것처럼 경찰도 똑같다. 지진 경보 타이밍에 맞춰 시위를 탄압하기도 한다.
거울 3. 총리와 교장
거울 2가 거울 구조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연출은 총리와 교장의 관계이다. 둘은 의도적으로 닮아있다. 특히 도시락 피습 사건과 교장실 점거 농성 장면은 완벽한 거울이다. 총리는 도시락 피습사건에서 도시락을 맞고 볼에 음식을 떼어내며 "아깝게시리"라고 말한다. 교장은 점거 농성에서 버려진 스시를 주우며 똑같이 말한다. "아깝게시리"라고. 그 외에도 불안을 조장해 권력을 잡는 점도, 혐오 발언을 내뱉는 것도 닮았다. 이 둘은 현실의 권력자와도 닮았다. 모든 나쁜 권력자들은 같은 모습을 한다.
또 하나 닮은 점은 이익을 좇는 것이다. 교장은 본인 차 테러 이전에 AI 감시 체제 도입을 고려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점거 농성 전 기사 인터뷰 내용을 보면 AI 감시 체제를 쓰고 교장의 지인(초반부 도지사 선물을 챙겨주던 사람)을 자주 봐야 해서 힘들다는 농담을 한다. 차가 세워지기 전에도 감시 체제와 관련된 인물과 함께했다는 점에서 차 사건이 명분으로 이용됐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아마도 본인의 이익을 위해 AI 감시를 가져온 게 아닐지 조심스레 생각한다. 총리도 결국 대지진의 불안을 이용해 많은 이익을 보았을 것이다. 권력뿐 아니라 내진설계 건축과 같이 분명 돈과 연결된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교장도 학교 내진 설계를 위해 도지사에게 로비했고, 제2의 아지트가 될 뻔한 클럽도 내진설계 빌딩 공사를 위해 없어졌다. 코우네 식당에서 건축회사 아저씨가 지진이 오면 건축회사가 잘 된다고 말한다.
아주 정치적인 설정,
각자의 방식으로
잘못된 권력은 비슷한 모습을 보이지만 대응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상상력이 필요해”라고 한탄하며 말한 후미의 말에 대답하듯 영화는 각자의 방식으로 권력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석적인 모습은 후미다. 시위에 참여하고, 확실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한다. 저돌적으로 맞선다. 그리고 고민하는 코우, 코우는 후미처럼 맞서고 싶은 사람이다. 그러나 재일 한국인으로 겪었던 차별과 대학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고민한다. 중요한 순간에도 그 고민으로 나서지 못하고, 결국 유타에게 마음의 빚을 진다. 그럼에도 코우는 시위에 참여하고, 화를 내고, 점거 농성을 서포트한다. 유타는 코우를 보며, 코우를 위해 저항한다. 코우의 벌까지 자신이 맡아 결국 권력이 무너질 가능성을 만든다. 이유 없이 검문당하던 코우를 보며, 혼자서 우퍼를 옮기며, 쫓겨나는 친구들을 보며 우타도 조금씩 변화했다. AI 감시에 반항하던 아타는 벌점으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어쩔 수 없다며 청소한다. 순응하는 것처럼 보인 아타는 졸업식 날 자신만의 방식으로 교장에게 한 방 먹인다. 그 외에도 우리에게 보이지 않았을 학생들의 저항이 있었을 것이다. 각자의 상황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저항할 수 있다. 모두가 같은 방식이 아니더라도 조금씩 움직인다.
한 번쯤 겪는 우정의 변화,갈림길에 서 있는 코우와 유타자랄수록 인간관계는 점점 넓어지고, 변화한다. 청소년기에 우정은 삶에서 어느 정도 크기를 차지할까? 특히, 어린 시절부터 이어온 우정은 변치 않을 것이라 여길 것이다. 그러다 소울메이트라 여기던 친구와 메울 수 없는 차이를 느낀다면 삶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 영화에서 지진은 코우와 유타의 관계가 흔들릴 때 함께 발생한다. 가장 큰 흔들림이던 첫 번째 흔들림, 코우는 차별당한 순간과 불안감에 빠진다. 그러다 맞서 싸우는 후미를 발견하고 시선을 돌린다. 유타는 코우의 변화에 어색함을 느낀다. 두 번째 흔들림, 유타는 알바 면접을 보고 유타는 폭력 탄압이 발생한 시위 현장에 있었다. 유타는 시위에 나가며 싸우고, 억울함을 토해내는 코우를 보고는 옆자리에 앉지 않는다. 코우는 유타를 이해할 수 없고, 유타는 코우를 이해할 수 없다. 마지막 흔들림, 대학 장학금을 받은 코우와 퇴학당한 유타. 코우와 유타는 이전과는 또 다른 감정을 느끼고, 다른 관계가 되었다.코우와 유타는 소꿉친구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오던 친구이다. 유타는 우퍼를 옮기며 서로가 영원할 친구 관계임을 이야기한다. 싸우더라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 코우는 톰에게 우리가 유타를 대학교에서 만났더라면 친구가 될 수 있을지 물어본다. 코우는 유타가 변해서 자기와 앞으로도 함께했으면 하는 만큼 유타를 좋아한다. 그럼에도 안 맞는 부분을, 참을 수 없다. 우정이란 무엇일까?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는 것이 친구일까? 완전 똑같은 사람끼리만 친구가 되는 걸까? 멀어지지 않아야 하는 걸까? 영화를 보며 수많은 질문이 생각났다. 영화와 함께 개인적인 답을 해보자면, 우정은 복잡하다. 사람은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고, 아주 극히 일부 겹치는 때가 생긴다. 대부분 그 겹치는 때에 친해진다. 모든 부분이 같을 수 없다. 안 맞는 부분이 없을 수 없다. 그렇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겹치는 순간을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친구이다. 또 우정은 가깝지 않더라도 이어지고, 끊기더라도 이어진다. 서로 다른 길을 가더라도 우정은 이어질 수 있다.코우와 유타의 흔들림은 사실 너무 친하고, 좋아했기에 생겼다. 같은 사람이었으면 한 것이다. 갈림길에서 누군가의 집에 따라가고 싶었던 마음처럼, 이 삶의 갈림길에서 같은 방향을 향했으면 했다. 둘은 싸우면서도 서로를 본다. 유타와 싸웠지만 가능한 곳까지 우퍼를 옮겨주는 코우, 코우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코우를 보호하고, 코우가 원하는 대로 될 수 있게 자신을 희생한 유타. 마지막 장면 둘은 결국 갈림길에서 다른 방향을 향한다. 이전과 다른 관계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둘은 앞으로도 서로 다른 길에서 우정을 이어갈 것으로 생각한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고, 변화하고, 이해하고자 시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는 교차 선에서 어린 시절처럼 장난치며 웃을 것이다.한 번쯤 겪는 우정의 변화,너랑 나는 정말 다른 것 같아초반부 함께 음악을 즐기고, 몇 번의 가위바위보도 겹치는 소울메이트 코우와 유타는 이야기가 진행될 수도 서로의 다름을 느낀다. 소꿉친구, 초중고 친구들과 겪는 큰 변화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결국 좀 다른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것. 자라면서 변화가 생긴다. 분명 어린 시절에는 잘 맞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변하는 취향, 성향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친구와 차이가 생긴다. 코우와 유타도 이런 타이밍이었다. 너무나 잘 맞는 둘이었기에 오히려 다름이 큰 흔들림이었다. 그래도 이 사건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기회가 만들어졌다. 코우는 유타를, 현실을 모르는 무개념이라 말했지만, 결국 자신을 구한 것이 유타였다. 코우가 생각한 것처럼 유타는 현실을 모르는 어린애도 아니고, 무력한 바보도 아니었다. 유타는 코우가 이해되지 않았다. 왜 말대답을 해서 싸우는지, 길에서 시위하는지 즐기지 못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싸우지 않고 있던 유타는 동아리방을 빼앗기고, 클럽도 없어졌다. 우퍼를 옮겨주었던 친구도 빼앗겼다. 이런 상황들을 겪으며 아마도 유타와 코우는 다른 길을 가더라도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을 것이다.영화를 보고청소년 주인공을 다루는 청춘물은 가끔 많은 것들이 제외된다. 특히 정치적인 요소가 우정의 흔들림의 원인으로 나온 영화가 얼마나 있을까 싶다. 마치 학생이라고 정치적 의견이 없다고 여겨지는 것처럼 어리기에, 보호받는 존재기에 오히려 소외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해피엔드는 확실히 학생이, 청춘이 겪는 것을 색안경을 벗고 그려냈다는 점에서 좋다. 그래서 꼭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모든 세대가 겪었을 일을, 현재의 일을 말하고 있다고 느껴졌다.기억력이 뛰어나지 않아서 영화를 한 번, 두 번 보고 심층 리뷰를 쓸 수 없는 타입이다. 언젠가 OTT에 들어온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분석하고 싶은 영화이다. 아직도 궁금한 점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조금 더 준비해서 이야기해 보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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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럭키,한 세상이 오기를 바라며
매일 먹고 자는 아파트에 무슨 럭키, 한 일이 생겼을까? 내용을 유추하기가 쉽지 않은 <럭키, 아파트>라는 제목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이런저런 상상을 했었다. 막상 영화가 시작하면 럭키, 한 일은커녕 힘든 일만 잔뜩 일어난다. 깁스를 한 다리, 산더미처럼 쌓인 대출 이자, 피곤하기만 한 영업직, 그리고 9년을 쌓아 올려 약간 미지근해진 연인 관계. 설상가상으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집의 환풍구를 타고 악취가 풍기기 시작한다. 강유가람 감독의 스릴러는 이렇게 열린다. 오래 연애하고 함께 보금자리를 마련한 커플에게 생길 수 있는 일, 한국의 젊은이들이 겪을 수 있는 일.
그러나 주인공들은 일상에서 순항을 방해하는 요소들에 자꾸만 부딪힌다. <럭키, 아파트>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거나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드라마를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선우와 희서의 관계와 감정 속에 깊이 들어가고 그 존재를 온전히 느끼고 있을 때, 사람들이 주인공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을 제시한다. 우리가 당연히 생각하는 관계들, 제도에 두 사람이 진입하지 못하는 순간 우리는 좌절한다.
악취의 원인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 원인이 아니라 주인공인 선우가 그것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이유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우리는 알게 된다. 악취는 잠깐 참으면 끝나는 불쾌함이 아니라 불안과 공포이다. 사람들이 우리 둘을 못 본 체 한다면, 제도가 우리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다. 그래서 선우는 깁스를 한 다리를 끌고 아래 층의 문제, 즉 다가올지도 모르는 미래를 돌보기 위해 애쓴다. 관객에게 분명히 전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 연출이 흔들릴 때조차, 그런 불안과 어려운 현실에 맞서고 있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관객은 동요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결국에는 모든 선우와 희서들에게 럭키,한 세상과 보금자리가 오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온라인 영화 매거진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참석 후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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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주 차, 위클리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지난 한 주, 국내외 영화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정리해 보는 '위클리 뉴스' 차례가 왔습니다!그럼, 지난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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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전세계 최초 국내 개봉
ⓒ 네이버 영화
쥬라기 시리즈의 6번째 작품이자 마지막 편인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 전세계 최초로
내달 1일(수) 국내 개봉 확정 소식을 전했다. 영화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이하고, 인간과 공룡이 최후의 사투를 담았다.
팝콘 허용하자, 영화관 관객수 37.5% ↑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팝콘 취식이 가능해진 4월 25일~5월 1일까지 총 관객 수가 96만 8722명이었다. 취식 허용 이전과 비교했을 때 약 53% 증가했다.
파라마운트+, 6월 중 국내 서비스 시작
ⓒ 파라마운트 공식 홈페이지 캡쳐
파라마운트+가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서비스하게 됐다. 정확한 론칭 일자는 알려지지 않았고,
6월 중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정도만 밝혔다. 다만, 단독 론칭이 아닌 티빙 내에서 번들로 서비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녕하세요>, 25일 개봉 확정
ⓒ 네이버 영화
김환희, 유선, 이순재 배우 주연의 휴먼 영화 <안녕하세요>가 25일 개봉을 확정하였다.
영화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반창꼬> 연출부에 있었던 차봉주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애프터 양>, 6월 1일 개봉 확정
ⓒ 네이버 영화
'파친코'의 코고나다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애프터 양>이 6월 1일 개봉을 확정 지었다.
영화의 원작은 알렉산더 와인스틴 작가의 '양과의 안녕'이다. 또한,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애프터 양>은 예매 오픈 3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한 바가 있다.
무주산골영화제, 10주년 기념 '토킹 시네마' 신설
ⓒ 무주산골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는 올해 10주년을 맞아 '토킹 시네마'를 신설했다. '토킹 시네마'는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전문가와 함께 해당 영화를 전문적이고 또 색다른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토크 프로그램이다.
장건재 감독, 정성일 영화 평론가, 황석희 영화번역가, 박태훈 왓챠 대표 등
총 25명의 국내 영화 전문가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해외
<탑건:매버릭>, 개봉일 변경
ⓒ 네이버 영화
<탑건: 매버릭>은 원래 5월 25일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할 계획이었지만, 개봉 시기를 조율하다
결국 6월 22일 개봉으로 확정지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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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이드 아웃2] 감정도 처음이다
[인사이드 아웃2]
이야기에 앞서
금일 검색 기준, 국내 관객 수 352만 명을 동원했다. 아무래도 500만 명을 동원한 전작을 넘어서는 후속작이 탄생할 것 같다. 인사이드 아웃2 흥행은 비견 국내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마블 영화는 물론이고, 위시까지 흥행 실패를 겪은 디즈니는 이번에도 살아남았다. 내년 봄에 디즈니플러스를 통해서 라일리의 꿈을 만드는 ‘드림 프로덕션’에 대한 스핀 오프도 나온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의 흥행은 곧 감정에 대한 공감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라일리가 겪는 작은 행동에도 여러 가지 감정이 함께 자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특히 이번 속편에서 ‘억눌린 감정들’과 등장만으로도 압도적인 ‘나만의 비밀’은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달라는 욕망을 해소한다. 영화관에 두 번 방문했는데, 처음과 두번째 모두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나이 든 어르신까지 자리하고 계셨다. 전 세대와 인종을 신경 쓰지 않고 공감할 수 있는 소재는 언제나 경이롭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시절부터 이미 인간의 감정은 중요한 소재였다. 여전히 우리는 감정을 알아가는 중이다.
상상력
불안은 막연한 상상에서 시작한다. 극 중 ‘라일리’가 고등학교 하키 캠프에 방문해 자신의 우상 같은 선배를 만나는 장면에서 처음으로 ‘불안’이가 다른 감정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사실 상상력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정신력이다. 그것은 어린 시절부터 천천히 발생하거나 길러진다. 우리는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서 나의 미래를 상상하며 그림을 그리거나 수기를 작성한다. 상상력의 놀라운 점은 정말 터무니없는 내용이라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문자 그대로, 내 마음대로 만들어도 괜찮다. 그러나 상상력은 이따금 우리를 너무나 불행하게 만든다. 영화에서도 잠깐 지나가는 대사로 처리되는 말이 있다. 불안이가 다른 다섯 감정을 억압하려고 보내는 순간, ‘졸업하고? 아니면 평생? 나도 모르겠어! 그럼 안녕!’이라고 말한다. 정작 불안조차도 얼마나 자신이 오랜 시간 불안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이윽고 상상력을 통해 주인공 ‘라일리’가 실패하거나 다치거나 절망하는 장면을 만든다. 상상력 덕분에 우리는 위험이나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지만 상상력 때문에 우리는 일어나지 않은 위험이나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노력한다. 멈출 수 없는 불안함은 이윽고 감정의 폭풍으로 자라난다.
따분, 당황 그리고 분노
영화를 보며 재밌던 부분이 참 많았다. ‘라일리’ 스스로 당황스럽거나 부끄러운 상황으로 몰리면 ‘따분이’가 등장해 자학개그를 하며 상황을 타개한다. 문제는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대화는 내면의 상처(계곡)를 만든다는 점이다. 다시 처음부터 상황을 짚고 넘어가자면, ‘따분이’가 ‘라일리’의 감정을 대변하는 장면 대부분이 ‘라일리’ 스스로 진실한 감정이나 솔직한 이야기를 기피하는 순간이다. 나에게 솔직하지 않은 행동은 곧 상대에게 거짓을 고하는 것이고, 그것이 얼마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재치 있고 유쾌하던 자신에게 상처를 남긴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영어 표현으로 장난치는 단순한 해석을 떠나서 따분함과 자신을 속이는 건 다르니까 말이다.
팟캐스트에서도 언급했만, 재미를 떠나서 나에게 감동을 선사한 장면도 존재한다. ‘슬픔이’가 본부로 몰래 잠입했으나 ‘당황이’가 그것을 발견하고 갈등 끝에 오히려 ‘슬픔이’를 도와주는 장면이다. 어딘지 모르게 내 마음속 ‘당황이’가 이 장면에서 울컥하고 뜨거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아이들 영화니까 ‘당황’이라고 표현하지, 영어를 해석하면 ‘부끄러움’이라고 읽을 수 있다. 사람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낄 때, 비로소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따지면 얼굴 빨개지고, 말도 못 하고, 어딘가로 숨고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생기는 ‘당황스러운’ 상황도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언행 자체가 실수도 잦고, 특정한 순간에 눈치도 없는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스스로가 부끄러워 쥐구멍에 숨고 싶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치심을 겪었기에 다음 행동을 조심했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생각할 수 있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보다 당황해서 진땀 흘리고 동공이 흔들릴 줄 아는 바보이고 싶기도 하다.
사춘기를 맞이한 ‘라일리’를 영화 전체가 비유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이번 작품에서 ‘분노, 버럭이’가 눈에 보이는 장면이 많았다. 작은 생각이나 적은 외부의 자극에도 쉽게 화를 내는 사춘기를 표현했다 생각한다. 모험을 떠나는 중에도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짜증을 부리는 모습은 어딘가 귀여웠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분노’는 억압된 감정 일행이 거대한 장벽에 막히거나 문제를 맞닥뜨릴 때 진가를 발휘한다. 먼저,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한 ‘기쁨이’가 어쩔 줄 몰라 할 때, ‘기쁨이’의 억압을 터트려주는 결정타를 날린다. 다음으로 본부로 복귀할 수 없는, 희망이 없어진 상황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존재도 ‘분노’였다. 영화는 ‘분노’가 누군가를 해할 때 생성하는 감정이 아니라 일의 추진력을 얻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감정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잘못된 일을 맞이할 때, 스트레스를 받고 곧 짜증이 몰아친다. 곧 문제가 해결하면 짜증은 사라지고 맑은 경쾌함을 느낀다. 해결의 열쇠는 언제나 올바른 분노에서 나왔다.
전부 다 라일리
영화를 관람한 모두가 잊던 사실이 존재한다. 이미 많은 분이 눈치채신 사실이기도 하다. 영화에 등장한 ‘당황, 분노, 불안, 기쁨, 까칠함, 부럽, 슬픔, 따분함, 두려움’ 아홉 가지 감정은 모두 ‘라일리’ 그 자체라는 사실이다. 제각각이 라일리의 기쁨이자 라일리의 슬픔이다. 아홉 명의 라일리가 서로 대화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좋겠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어느 감정이 없어져도 ‘라일리’ 본체는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무서운 사실이다. 전쟁터에서 자란 아이는 기쁨 대신 불안과 슬픔을 먼저 만났을 것이다. 사람과 상호 관계를 경험하지 못한 아이에게 당황스러움이나 부끄러움을 설명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당신은 인류가 느껴온 감정을 모두 경험하고 살고 있는가? 만약, ‘라일리’가 불안을 느끼지 않았다면 더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는 감정이 사라진다는 것을 억압한다고 설명한다. 본편과 반대로 ‘불안이나 부러움’을 억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마음속 깊숙한 곳에 숨겨둔 기억들이 한꺼번에 몰아쳐 자아에 영향을 준 것 같이, 억압한 불안은 곧 다시 거대한 폭풍으로 돌아올 것이다. 나아가 흥미로운 점은 각 감정 모두 ‘라일리’이기에 서로 닮은 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캐릭터를 구성하는 색을 서로 갖고 있는 것 자체가 증거다. 기쁨이 가는 곳에 슬픔이 존재하듯, 기쁨이의 머리는 슬픔이의 색깔이다. 까칠함 속에는 외부에 대한 두려움이 숨어져 있음을 색감으로 알 수 있다. 감정들이 서로 의논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라일리’ 스스로 고민하며 미래를 나아가는 것과 동일하다는 의미다.
감정의 지배에서 벗어나다
영화 연출적으로 감탄한 순간은 모든 사건이 해결되는 장면이다. 불안함에 친구들을 멀리하고, 부러움에 눈이 멀어 뛰어난 선수로 보이기 위해 발악하던 ‘라일리’가 스스로를 의심하는 순간까지 무너진 이후다. 그동안 억압했던 ‘감정들’이 다시 본부로 복귀하며 불안하기에 만들어버린 또 다른 자아가 무너진 순간이다. 그것은 어린아이가 소녀로 자라는 굉장한 인생의 시점이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던 자아가 어쩌면 ‘나는 완벽하지 않다’는 의심을 했고, 불안함에 밤새 잠을 못 자는 경험을 한다. 영화는 ‘라일리’가 고안한 자학적인 요소를 이렇게 해결한다. 친구들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 이 장면에서 영화는 ‘라일리의 감정’이 아니라 ‘라일리’ 그 자체를 화면에 담는다. 그 어떤 감정이 라일리를 조종하거나 대변한다고 설명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하며 여러 감정을 목격한다. 우리는 일련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상황에 따라 어떤 감정을 선택할지 결정한다. 그러나 매번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격정적인 황소는 아니다. ‘라일리’가 스스로 차에서 내리기까지 슬픔을 참았던 것처럼, 우리도 감정을 절제하며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 ‘라일리’가 감정에서 울어 나오는 못난 고백이 아닌, 마음 속 깊숙이 감춰둔 진심을 드리우는 장면인 것이다. 놀랍게도 이 장면 이후, 라일리는 스스로 ‘기쁨이’를 부른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지금 기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감정에게 돌봄 받던 아이가 이제는 스스로 감정을 제안하는 어른으로 성장한 것이다.
픽사는 매번 잊고 지내던 삶의 진실을 우화로 아름답고 유쾌하고 풀어간다. 우리가 어른으로 자라나며 쉽게 잃어버린 장난감과 상상 속 친구를 기억나게 만든다. 실화가 아님이 분명하지만, 어느새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캐릭터를 창조해 그들의 삶을 관찰한다. 이윽고 충분히 서사가 쌓이면 경이로운 장면으로 캐릭터에게 안녕을 고하며 ‘이것이 삶이다. 그럼에도 나아가라.’는 한겨울의 난로 같은 조언을 남긴다. 설령 소중한 이를 잃거나 놓쳐버린 괴로움에 갇혀 버린다고 하더라도, 희망은 늘 존재하며 세 잎 클로버가 늘 곁에 머문다고 말한다. 이번 인사이드 아웃2를 관람하며 처음에는 상영관에서 뛰놀던 아이들이 조용해지는 것을 목격했다. 어딘가 쓸쓸함이 묻어 있는 어른들도 남몰래 훌쩍이는 것을 들었다. 동화를 어설프게 각색하며 공감을 바라는 것보다, 모두가 알고 있으나 잊어버린 동심을 관통하는 이야기는 강한 힘을 갖고 있다고 다시금 느꼈다. 우리는 여전히 성장 중이고, 우리 안에 감정은 무수히 많은 폭풍과 변화 그리고 억압을 당하며 살고 있다. 이 영화를 관람하며 조용히 내 안의 감정에게 손을 내밀어 보면 어떨까? 누구나 언제고 나 스스로와 마주하는 시간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다. 아직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아이들은 본 작품을 관람하고 영향을 받을 것이다. 우리가 그래왔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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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륭한 첩보 액션 그리고 캐릭터로 담은 변혁의 과정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암울한 시기에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 애쓴다. 어떤 사람들은 그 상황에 맞추어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암울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의 힘을 저금이나마 보탠다. 그 방식은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이다. 그 힘의 크고 작음은 중요하지 않다.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 사회를 바꿀 행동을 시작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반전의 에너지는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기 시작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사회를 바꾸려 애쓴다. 학생, 직장인, 주부 같은 평범한 우리 주변의 사람의 각기 다른 목적이 하나로 모이면서 사회 변혁이라는 큰 흐름을 만들어낸다.
한국사회가 정치적인 혼란기에 있었던 1980년대는 전두환이라는 인물의 군부독재가 계속 이어지던 시기였다. 그런 암울한 시기는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을 계기로 힘이 빠져간다. 완전한 해결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독재라는 껍질을 조금씩 벗을 수 있었다. 그 결과까지 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 다른 경험을 했고 일상 속에서 변화의 기회를 만났다. 그 변화의 기회는 사람들에게 각자의 목적을 만들어주었지만 그 목적에 도달하는 방법은 모두 달랐다. 각자의 목적이 같다는 걸 깨닫기까지에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 속 가상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영화 <헌트>에는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의 안기부 안으로 카메라를 비춘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과 사건들은 그 당시의 시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지만 대체적으로 허구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의 중심인물인 해외팀 박평호 차장(이정재)과 국내팀 김정도 차장(정우성)도 허구의 인물들이다. 이 두 인물을 중심으로 각자가 가지고 있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두 인물이 영화 초반 가지고 있는 공통의 목표는 대통령 암살을 막는 것이다. 아주 단순한 그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부터 두 인물은 껄끄러운 관계를 드러낸다.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를 완전히 믿지 못한다.
처음엔 두 인물 모두 대통령을 보호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안기부라는 조직이 원하는 것이고, 두 사람 모두 그것을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안기부 내부에 ‘동림’이라는 첩자가 있는 것을 알게 되고 동림을 찾기 위한 두 사람이 갈등을 겪는 과정이 이어진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동림이라고 의심하고 총구까지 겨누게 된다. 궁극적으로 이건 조직인 안기부의 목적에 더 가깝다. 두 인물은 그 조직의 목적인 ‘첩자 색출’ 임무에 부합하기 위해 서로 감찰을 피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렇게 서로를 견제하게 된 상황 자체는 안기부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팀장 중 누가 하나가 죽거나 조직을 떠나더라도 첩자를 찾아내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두 사람은 대체적으로 안기부의 목적에 충실한 인물들처럼 보인다. 필사적으로 첩자 동림을 찾아내기 위해 매달리기 때문이다. 영화는 두 사람이 의심을 시작하고 파국 직전까지 가는 과정을 무척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첩자 동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고 각 인물들이 상대방을 추적할 때 전달되는 서스펜스가 끝까지 시선을 잡는다. 여기에 대규모 자동차 추격 장면과 총기 액션 장면을 넣으면서 더욱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여준다. 박차장과 김차장이 서로 의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영화가 하는 이야기에서 시선을 돌릴 수 없게 만든다.
흥미진진한 첩자 동림을 찾는 과정
영화에서 더 훌륭한 건 후반부다. 후반부에는 첩자 동림이 누군지 드러나고 박차장과 김차장의 목적도 선명해진다. 결과적으로 두 차장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지만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영화는 그렇게 각 인물이 가지고 있는 목적이 영화 초반에서 후반으로 오면서 드러나는 과정을 세밀히 보여준다. 영화 안에서 두 인물이 가지고 있는 목적이 교차되는 순간이 있다. 어떤 때는 김차장의 목적과 박차장의 목적이 정반대인 것 같아 보여 특정 인물을 의심하게 되지만 결국에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그만큼 영화는 각 인물이 어떤 곳을 보는지에 따라서 섣불리 첩자가 누군지 추측할 수 없게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까 스파이 장르의 특성을 과거 한국 현대사의 한 지점에 적용하여 훌륭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두 인물은 국내팀과 해외팀을 맡고 있는 팀장이다. 완전히 다른 곳을 바라보고 다른 방법으로 활동했던 이들의 목적이 같은 곳으로 모이는 모습은 마치 그 당시 사회 변혁을 시도하던 사람들을 보여주는 것 같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 다른 방법으로 군부독재를 끝내려 했지만 그들의 다양한 시도는 오히려 하나의 방법으로 귀결된다. 그 결과는 여러 인물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다양한 시도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얻어진 것이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의 목적은 마지막 순간 갈라져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몇 년이 지난 이후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그것이 결국 이루어진다. 영화 속 박차장과 김차장이 서로를 바라보고 대립하며 만들어낸 것들을 결국 후대에서 완전히 다른 삶의 모습을 만들어낸다. 영화 <헌트>는 그 귀결적인 결과까지 보여주진 않지만 관객들이 충분히 그 이후의 일을 상상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두 인물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된다. 박진감 넘치게 구성된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면 꽤 오랜 시간 앉아서 두 인물이 지나온 길이 어땠을지, 그 이후엔 어떤 일들이 있었을지 생각하게 만든다.
현재의 거울처럼 느껴지는 박차장과 김차장 대립의 결과
영화에 등장하는 액션 장면들은 무척 박진감이 넘친다. 10,000발 이상의 총알과 520대의 차량을 이용해 만들어진 전투 장면은 마치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그리고 그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세심한 미장센과 로케이션을 통해 보다 사실성을 높였다. 그렇게 탄생한 카체이싱과 총기 액션은 무척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중반 중반 배치된 액션 장면들은 영화가 늘어질 때즘 한 번씩 등장해 관객이 끝까지 영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영화를 연출한 이정재 감독은 이번 영화가 첫 연출작이다. 오랜 배우 생활에서 터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카메라의 구도나 인물 배치 같은 사소한 것도 무척 완성도 높게 구성하였다. 촬영 전문 감독인 이모개 감독과 함께 만든 영화의 장면들은 무척 공들인 티가 난다. 또한 공동 주연인 정우성 배우를 몇 년 동안 설득한 끝에 캐스팅하였는데 김정도 차장 역할에 무척 잘 어울린다. 슈트가 잘 어울리는 이정재와 정우성이 한 화면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대결을 벌이는 모습은 눈을 즐겁게 한다.
영화 <헌트>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스파이 액션 장르를 제대로 보여준다. 여기에 군부 독재 하에서 사회 변혁을 위해 애썼던 다양한 인물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갈등을 무척 잘 담아냈다. 현재에도 정치적인 갈등 속에는 다양한 목적들이 섞여있다. 그것은 한 방향으로 모아질 수도 있고 아예 다른 길로 빠질 수도 있다. 군부독재를 하는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좀 더 나은 나라로 만들어내려는 일은 현재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현재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지만 영화 속 인물들의 갈등이 현재의 거울처럼 느껴지게 하는 부분도 있다.
여러모로 영화 <헌트>는 이정재 감독의 훌륭한 데뷔작이다. 액션도 이야기도, 캐릭터도 무척 생동감 있는 영화다. 그 당시의 시대상과 북한과의 관계 등도 효과적으로 포함시켜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고 있다. 올해 공개된 여름 기대작 중 가장 기대받지 못했던 영화였지만 가장 좋은 완성도와 재미를 가진 영화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정재 감독의 다음 연출작도 기대하게 만든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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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gumi의 영화이야기 유료 뉴스레터에도 영화 <헌트>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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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 속 빛을 담는 여성들의 두 눈,
내 안에서 영화의 개념화는 서양, 특히 유럽과 미국의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 시절 영화를 제대로 전공해보자고 결심한 이후 처음 수강한 강의가 프랑스, 미국, 영국 등의 영화들로 모든 역사적 자취를 설명하는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영화 발전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어떤 위치에 존재했는지, 하다 못해 아시아 영화의 세부적인 내용조차 알 수 없었다. 그 수업을 탓할 수는 없다. 영화가 설명되는 방식이 으레 그랬으며, 눈을 돌려 관심을 가지더라도 그 범위를 벗어나는 정보는 알기 어려웠다. 서양 국가를 주제로 한 발표와 그 외 국가들에 대한 발표는 분량부터 차이가 났다. 유수한 영화제라 불리우는 국제영화제들은 모두 일부 국가들에게 집중되어 있으니 그럴 만했다.
영화를 더욱 넓고 깊게 소비하게 되었다고 자부하는 지금의 나 또한 변함 없이 몇 국가의 작품들과 그 방식에만 익숙해져 있었고, 다양한 국가영화를 접하고 싶던 차에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을 만날 수 있었다. 여성감독이 여성 주연들과 함께 연출한 작품이었기에 더욱 눈이 갔다. 한 번도 가본 적 없으나 그들의 녹록치 않은 삶을 멀리서나마 접해왔기에 영화로 만나는 인도 여성들은 어떤 모습일지 하루 빨리 알고 싶었다.
“어둠 속에서는 빛을 상상하는 게 어려워요” 시간을 훔치는 대도시 뭄바이,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프라바, 아누, 파르바티에겐 해결되지 않는 사정들이 있다.
그러나 세 여자의 우정은 작은 빛을 만든다.
미리 말해두겠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여성영화는 아니다. '세 여자의 우정은 작은 빛을 만든다'라는 문장을 보고 당신은 무엇을 떠올릴 수 있는가? 여성들이 모여서 함께 주거공간을 꾸려 나가거나, 기혼/미혼/비혼 여성들의 각 가치관들이 모여 건강한 일상을 공유하는 모습을 상상했을 것이라 감히 예상해본다. 그렇다면 해당 작품을 관람하고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오히려 남성과의 연애와 결혼이 자연스럽게 스토리의 주축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도 내에 만연한 종교에 따른 가치관과 여성을 억압하는 뿌리 박힌 것들에 맞서는 요소들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의 관점에서 벗어나 '인도 여성'들에게 동일시되어야 조금 더 잘 보이는, 하지만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그럴 수 있는 섬세한 작품임은 명확하다.
* 뭄바이를 느낄 수 있는 오프닝 시퀀스
극의 첫 장면은 누군가가 인터뷰를 하는 듯한 나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뭄바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겪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다른 목소리들이 짧게 풀어낸다. 그리고 배경은 분주히 움직이는 도시의 밤을 그대로 담아낸 샷들이 나온다. 빠르게 이동하는 차량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 가운데 수많은 빛들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자동차 전조등, 조명, 기차 혹은 지하철이 뿜는 빛. 고스란히 빛을 받는 사람들은 어쩐지 지쳐보인다. 이렇다 할 주인공 없이 도시 그 자체를 담으며 꽤 긴 시간동안 이어지는 오프닝 시퀀스는 흡사 다큐멘터리 영화 같기도 하다.
그만큼 도시의 모습을 충실하게 담아냈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복잡한 도로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토바이의 행렬은 베트남 하노이가 떠오르기도 했다. 나는 하노이에서 잠깐 머물렀던 적이 있다. 언어를 공부하며 영상도 제작하고자 했던, 도시를 마음껏 즐기다 떠나면 되는 여행자의 입장에서도 문득 외로움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버거운 마음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을까. 이렇게 상상만 하던 현지인의 삶을 가까이에서 마주하게 된 느낌이었다. 눅눅한 공기와 도로의 소음, 즐비해 있는 길고 얇은 건물들 사이를 지나가는, 도시의 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샷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 여성들의 사소한 일상 또한 상세하게 묘사된 덕분에 그들이 주체가 되어 이끌어 가는 극을 경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 감각적인 이미지와 사운드
초반부가 다큐멘터리 같았다면, 중반부는 실험영화 같은 면모를 보인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프라바'와 '아누'의 일상이 리드미컬한 사운드와 함께 독특한 편집으로 표현된다. 하루종일 좁디 좁은 사무실에서 고객 응대를 하고 있는 '아누'가 종종 나누는 문자 텍스트가 자막으로 화면에 보이는 호흡은 여느 극영화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힙한'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직관적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장난기 서린 음악이 본능적인 호감을 자아냈다. '아누'가 단독으로 나오는 사무실 몽타주는 아주 귀엽고 익살스러운 연기가 매우 돋보인다.
시간을 훔치는 대도시는 주로 밤으로 표현되었지만 모든 걸 뒤로 하고 바닷가 마을로 모인 세 주인공의 시간들은 대부분 낮으로 구성된다. 어둠에 잡아먹힌 도시와 달리 한적한 바닷가는 눈부신 빛으로 가득 차 있다. 푸른 나무들 사이로 뻗어 나가는 빛줄기를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게 화면에 담아냈다. 그리고 마지막, 세 주인공이 모인 장면에서는 ㅡ 알게 모르게 쌓아 두었던 마음 속 응어리가 풀린 채 ㅡ 새까만 하늘과 밤바다 속에 별과 조명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비로소 그들의 주변 환경을 이루던 모든 빛이 한 데 만난 것이다.
다만, 극영화로서의 힘은 약하다. 각 등장인물의 서사는 미약하며, 접점은 모호하다. 현재진행형의 일상을 제시하는 방식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거 같다. 연락이 오지 않는 남편을 기억하는 '프라바'와 사랑하는 이가 있음에도 숨겨야 하는 '아누', 일평생 살아왔던 공간을 집이라고 인정 받지 못하는 '파르바티'. 각 사건들의 앞뒤상황이 제시되지 않는 만큼 그들의 감정선에 이입하기도 쉽지 않다. 심지어 플롯 자체는 느리고 차분하게 진행된다. 명확한 대사보다는 주어가 분명하지 않은 비유적 표현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스토리의 흐름에 탑승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다큐멘터리 영화였다면 수작이라고 판단했을 거 같다.
*** 어둠 속 빛을 담는 여성들의 두 눈
극중 '빅 클로즈업' 샷이 자주 사용되는 특징이 눈에 띄었다. 특히 얼굴, 그리고 얼굴 중에서도 눈 주위를 중심으로 샷을 잡는다. 눈은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사물의 상을 담는다. 그리고 그 눈은 항상 빛이 있다. 주인공 자체가 빛이기에 바라보는 모든 사물들에도 자연스럽게 빛이 옮기는 건지, 눈이 향하는 모든 곳에 빛이 있었고 그대로 담아냈을 뿐인지 알 수 없다. 정확한 건, 빛은 어둠이 있기에 인식될 수 있다. 어둠 속에서는 빛을 상상할 수 없다고 하지만, 사실 나자신 혹은 어둠 속에서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빛 그 자체였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감독이 바라보는 인도, 여성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드러낼 줄 알고 그들의 우정이 존재하는 한, 그곳은 애써 빛을 상상하려 하지 않아도 애초부터 희망이 함께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해당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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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배드 가이즈 2> 메인 예고편
배드 가이즈 2 - 7월 30일 극장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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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싱크홀> 2차 예고편
사.상.초.유! 도심 속 초대형 재난 발생!
서울 입성과 함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가장 ‘동원(김성균)’
이사 첫날부터 프로 참견러 ‘만수’(차승원)와 사사건건 부딪힌다.
‘동원’은 자가취득을 기념하며 직장 동료들을 집들이에 초대하지만
행복한 단꿈도 잠시, 순식간에 빌라 전체가 땅 속으로 떨어지고 만다.
마주치기만 하면 투닥거리는 빌라 주민 ‘만수’와 ‘동원’
‘동원’의 집들이에 왔던 ‘김대리’(이광수)와 인턴사원 ‘은주’(김혜준)까지!
지하 500m 싱크홀 속으로 떨어진 이들은 과연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
“한 500m 정도는 떨어진 것 같아”
“우리… 나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