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서2023-04-28 19:57:19
<클로즈/Close, 2023>
루카스 돈트 감독의 신작인 <클로즈>를 시사회로 먼저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관람하고 왔습니다. 루카스 돈트의 전작인 <걸>도 인상적으로 봤는데, <클로즈>도 좋은 영화였습니다.
전작인 <걸>에서도 느껴졌지만, 루카스 돈트는 주인공의 심리와 감정을 굉장히 섬세하게 담아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이렇게 섬세한 터치는 극의 상황에 쉽게 몰입하고 주인공의 감정에 강력하게 이입할 수 있게 만듭니다. <클로즈>에서도 마찬가지로 끈끈했던 우정 사이에 생긴 거대한 벽을 마주한 주인공 레오의 감정선을 찬찬히 짚어내는데 성공하면서 상실의 고통을 딛고 한층 성장하는 성장 영화로서의 면모도 훌륭합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저지른 잘못을 자신이 스스로 고백하는 장면에 도달하는 순간, 착실히 쌓아 올린 감정이 마음을 흔듭니다.
촬영이 훌륭한 영화입니다. 시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 시골이 굉장히 유려하면서도 아련하고 쓸쓸하게 다가옵니다. 마치 어떠한 사랑이나 우정이 타인에 의해 정의되지 않은 세계를 담아내는 것 같은데, 그 세계에 타인의 시선이 침범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과정을 잘 그려냅니다. 그리고 클로즈업을 굉장히 영리하게 사용하는데, 감정의 변화를 잘 담아내는 카메라가 인상적입니다.
두 소년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가 실로 대단합니다. 에덴 담브린과 구스타브 드 와엘이 보여주는 연기의 합이 단단합니다. <로제타>의 에밀리 드켄도 오랜만에 얼굴을 비추는데, 좋은 연기를 선보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레오 홀로 감정을 표출하는 장면이 많은데,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이용한다면 조금 더 흥미로워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 지점에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달까요. 그리고 담백한 연출이 인상적이긴 하나 이야기 자체가 독특하지 않고 다소 예상이 가능한 전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쉽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영화인만큼 좋은 영화고, 전작인 <걸>만큼 주인공의 감정에 쉽게 이입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어린 날의 상실과 성장을 꼿꼿하게 응시해 내는 영화였네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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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본 적은 있는데 본 적은 없는 영화 #4
환몽(幻夢) CINE 리뷰 4화_ 영화 '원스'!
** 영상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아름다운 음악들로 유명한 영화 원스!
Falling Slowly도 알고, 들어본 적도 많지만
혹시... 보셨나요..?- 한국에서 영화 '원스'가 갖는 중요한 의미!
- 30초 영화상식 : ‘슬리퍼히트’가 무엇인가요?
- 이거 실화냐? 주연 배우끼리 실제로 사랑에 빠진 사랑영화
- 음악과 사랑 사이
- 우리가 꼽은 명장면
- 몽's 한줄평
영화 '원스'를 보고나서 마구 생각하고, 마구 떠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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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플래시> 메인 예고편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스피드! 빛보다 빠른 슈퍼 히어로가 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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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문자> 예고편
27살의 일리야 고류노프는 감옥에 수감된 동안 줄곧 자신을 수감시킨 러시아 연방 마약통제반의 젊은 장교 표트르 하진과 대면하길 꿈꿔왔다.
일리야는 어머니, 여자친구, 그리고 절친한 친구가 그를 집에서 맞이하기를 기대했지만,
그가 자유를 되찾았을 때 그가 원하던 삶은 파괴되었고 일상생활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표트르와의 만남에서 일리야는 성급한 행동을 취하고,
그의 스마트폰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
핸드폰에는 표트르의 사진과 동영상, 부모님과 여자친구 니나와의 문자, 위협과 암시로 가득찬 동료들과의 이상한 문자가 가득하다.
잠시 동안 모든 사람들은 핸드폰 문자를 통해 일리야가 표트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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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이정재 배우의 첫 연출작 <헌트>의 개봉부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최강 귀요미 그루트의 이야기가 담긴 <나느 그루트다>의 개봉까지!
그럼 8월 둘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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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헌트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25분
감독: 이정재
출연: 이정재, 정우성 등
개봉: 2022.08.10
줄거리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와 '김정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
관전 포인트
국내 개봉에 앞서 제75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되었으며 7분간 기립박수를 받은 작품이다.
23년만에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을 한 스크린 안에서 볼 수 있어 화제를 모았으며,
이정재 배우의 첫 연출작이기에 더욱 더 기대를 모으고 있다.
DC 리그 오브 슈퍼-펫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105분
감독: 자레드 스턴, 샘 J.레빈
출연: 드웨인 존슨, 케빈 하트, 키아누 리브스 등
개봉: 2022.08.10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줄거리
악당 렉스 루터와 기니피그 룰루의 계략으로 위험에 빠진 슈퍼맨을 비롯한 저스티스 리그의 슈퍼 히어로들을 구하기 위해
슈퍼독 크립토와 슈퍼펫 친구들이 벌이는 파워 댕댕 모험을 그린 이야기.
관전 포인트
처음으로 영화로 만들어진 슈퍼맨의 반려견과 배트맨의 반려견 이야기라는 신선한 소재로 극을 이끌어간다.
유명 뮤지션 퀸, 테일러 스위프트, R.E.M의 음악을 삽입해 귀를 사로잡았으며,
DC 코믹스의 팬이라면 마음이 두근거릴 요소 요소가 녹아있다.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영국 | 97분
감독: 소피 하이드
출연: 엠마 톰슨, 다릴 맥코맥 등
개봉: 2022.08.11
배급: (주) 무비다이브
줄거리
단 한 번도 섹스에 만족해 본 적 없던 은퇴교사 ‘낸시’가
‘리오 그랜드’의 퍼스널 서비스를 경험하며 인생 최고의 해방을 시도하는 굿 럭 무비
관전 포인트
제38회 선댄스영화제와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으며,
유수의 매체에서 호평을 받으며, 기대를 모은 화제작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OTT 공개 예정작
나는 그루트다
ⓒ IMDB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5부작
감독: 커스틴 레포레
출연: 반 디젤 등
공개: 2022.08.10
스트리밍: 디즈니+
줄거리
그루트 주연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이자 <왓 이프...?>를 이어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
관전 포인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 '그루트'의 이야기를 담아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
이미 시즌 2의 제작이 확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모범가족
ⓒ 넷플릭스
개요: 범죄 | 한국 | 10부작
감독: 김진우
출연: 정우, 박희순, 윤진서 등
공개: 2022.08.12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파산과 이혼 위기에 놓인 평범한 가장이 우연히 거금이 든 차량을 발견하고, 마약조직의 2인자와 얽히면서 벌어지게 되는 이야기
관전 포인트
<모범가족>은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 2, <굿 닥터>, <힐러> 등을 연출한 김진우 감독이 맡았으며,
예측 불가한 이야기로 높은 몰입감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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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들어는 봤나, 인간을 창조한 코요테의 이야기
Summary
송유관 공사로 조상의 땅을 잃을 위기에 처한 아메리카 대륙의 아이들. 아름다운 대지에 얽힌 코요테와 인간의 창조와 욕망, 파괴와 조화의 이야기를 되살려낸다. (출처: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Cast
감독: 아론 가우더
한국인에게는 가수 이름으로 더 익숙한 동물 코요테(Coyote)는 늑대와 개를 조금씩 닮은 육식 동물입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코요틀(Coyotl)이라고 부르던 것이 오늘날 코요테가 되었다고 하죠. 그래서인지 아메리카 원주민의 구전설화 속에는 코요테가 자주 등장합니다.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 <코요테는 네 개의 영혼을 가졌다>도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코요테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말하기를, 최초의 인간을 만든 창조주가 글쎄... 바로 이 코요테랍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땅이 품고 있는 신비한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만난 이 작품, 어린이들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의 세계를 펼쳐주고, 어른들에겐 깊은 울림과 생각거리를 전하는 <코요테는 네 개의 영혼을 가졌다>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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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는 네 개의 영혼을 가졌다>는 조상의 땅을 지키려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외화로, 아메리카 원주민의 신비로운 창조 설화를 내화로 하는 액자식 구성의 영화입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창조 설화는 실로 신비롭습니다. 태초의 세계에는 진흙으로 피조물을 만드는 노인, 일명 '창조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땅, 나무, 강, 동물 등 이 세계를 구성하는 물질들을 만들어 나갔죠. '창조자'가 꿈꾸는 세상은 아름답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역시 아름다워야 마땅한 그의 꿈속에 영악한 '코요테'가 나타납니다. ‘코요테’의 네 개의 영혼이 꿈속의 평화를 깨자 '창조주'는 그를 꿈 밖의 현실 세계로 쫓아내 버립니다.
'코요테'는 '창조자'의 손끝에서 탄생한 다른 피조물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냥과 육식의 욕망을 추구하고, 그 결과로 최초의 살상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내죠. 육식의 대상이 필요했던 그는 '창조주'의 진흙을 훔쳐다가 생명체까지 만들어 냅니다. '창조자'가 만든 피조물과 달리, '코요테'의 것은 어쩐지 미숙하고 어설픈 형상입니다. 다른 동물들처럼 털도 없고, 발톱도 없죠. 맘대로 생명체를 창조한 사고뭉치 ‘코요테’에게 진노한 '창조주'는 어떻게든 그들을 책임지라고 명합니다. 털과 발톱 없이 미숙하게 태어나는 생명체. 그렇습니다, '코요테'가 창조한 것은 바로 최초의 인간이었습니다.
인간을 만드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도 '코요테'는 '창조주'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계속해서 세상에 없던 개념과 감정들을 만듭니다. 네 개의 목숨으로 대가를 치러가면서 말이죠. 그렇게 세상에는 사냥, 육식, 살상, 도난, 유혈, 죽음, 파괴, 한기 등의 개념이 생겨납니다. 안전하게 살아가던 생명체들은 이러한 개념들을 피해 자신을 스스로 돌보는 형태로 진화하게 되죠. 그렇게 이 세상을 이루는 대자연과 생명체가 만들어졌다고 영화는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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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가 신비로운 이유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창조 설화와 그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인간은 아담이고, 아담의 갈비뼈에서 이브가 탄생하는 창세기의 설화 말입니다. <코요테는 네 개의 영혼을 가졌다>에서도 창세기의 창조 설화에 해당하는 인류가 나오기는 합니다. 다만, ‘코요테'가 최초의 인간을 만들기 전에 얼기설기 만들어 생명력을 채 갖지 못한 채 바다에 버려진 진흙 덩어리가 다른 대륙으로 떠밀려 가 아담이 되었다고 설명하죠.
아아, 정말 흥미롭고 색다른 관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곰이 사람이 된 단군신화가 있듯이 서양에는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가 있는 거라고, 그것을 유일한 진실처럼 여겨왔습니다. 창조 설화에 권력의 주도권을 잡은 지배자의 논리가 스며들 수 있다는 사실을 그만 놓치고 있었죠. 만물의 근원인 하나님을 백인으로 형상화하는 것에도 그저 막연한 의문만 품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진실은 다층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직 이것만이 진실이라고 단언한다면, 그것은 절대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죠. 대중문화, 특히 어린이들이 많이 보는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은 이러한 진실의 다층성을 염두에 두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코요테는 네 개의 영혼을 가졌다>를 만든 아론 가우더 감독도 아메리카 원주민의 창조 설화를 다룬 애니메이션 작품이 전무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혔죠. (그는 <포카혼타스>를 아메리카 원주민을 제대로 다룬 애니메이션이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습니다. 많은 작품이 창세기를 모티브 삼아 이야기를 만드는데, 아메리카 원주민의 창조 설화를 모티브 삼아 이야기를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 작품은 그러한 면에서 영화사의 대단하고 훌륭한 발자취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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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는 네 개의 영혼을 가졌다>는 관객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를 도처에 숨김없이 내걸고 있습니다. '창조주'와 '코요테'가 만든 세계는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곳입니다. 생명체들은 하나의 원을 이루고, 그들의 근본은 대초원에 있습니다. 말썽꾸러기 '코요테'의 횡포로 인해 사냥, 육식, 살상, 도난, 유혈, 죽음, 파괴, 한기 등의 개념이 생겨났지만, 작용-반작용이라는 우주의 법칙에 따라 순환, 탄생, 온기, 책임감, 규칙, 동반자 등의 개념도 같이 생겨났죠. 영화는 이처럼 대자연과 생명체가 공존하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삶의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세상에는 원주민을 미개하다고 여기고, 시혜적 태도로 바라보는 경향성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도 과연 그들을 미개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운 좋게 공유하고 있는 세상에서, 거대한 그물의 한 가닥으로 살아갈 뿐이라는 인식은 오늘날의 진보적인 환경운동가들의 외침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어쩌면 시혜를 받아야 할 쪽은 황폐한 공사장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선글라스를 끼고 에어팟으로 통화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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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는 네 개의 영혼을 가졌다>는 이야기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작화와 애니메이션의 평면적 특징을 활용한 연출도 감각적이라 보는 맛까지 출중한 영화입니다. 어른과 어린이 모두 충분히 즐기며 볼 작품이죠.
영화관에도 자리를 채운 몇몇 어린이들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 이런 이야기를 접한다면, 영원하지 않은 지구의 수명을 조금이나마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어른으로 자라지 않을까요? 거대한 자연 속에서 겸손하게 살아가는 어른으로 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살아갈 이 땅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른인 우리가 먼저 그런 마음을 가져야만 하겠습니다.
Schedule in SICFF
2023.09.17(일) 롯데시네마 은평 4관 17:30
2023.09.18(월) 롯데시네마 은평 7관 19:00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기간: 09월 13일 - 0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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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깨달아가는 그 작은 순간들
1990년대 중반 뉴욕의 따뜻한 정취와 시대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의상과 메이크업으로 레트로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리뷰입니다. 미국 작가 조안나 래코프가 2014년 출간한 자서전 ‘My Salinger Year’을 원작으로, 2013년 〈라자르 선생님〉으로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고 제36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최우수캐나다작품을 수상한 필리프 팔라도 감독이 각색을 맡아 2020년 열린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작이지요. 20대의 주인공이 꿈을 찾아 성장하는, 어떻게 보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로 지난주 배급사 시사회를 통해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마이 뉴욕 다이어리〉 출연진, 줄거리 정보
수잔나, 당신은 작가입니까?
미국 버클리에 살던 20대 작가 지망생 조안나, 방학을 맞아 잠시 뉴욕에 사는 친구 제니의 집에 머물다 그곳의 분위기에 심취해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결심합니다.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선 일자리가 필요했고, 마침 인력사무소를 통해 작가 에이전시에 취직, 지적이고 똑 부러지는 상사 마가렛의 업무 보조일로 그녀가 담당하는 작가들과의 일정 조율과 그중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에게 온 팬 레터를 파쇄하고 팬들에게 편지를 받지 않는다고 답장하는 일을 주로 하게 됩니다. 그렇게 매일 똑같은 답장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답답해하던 어느 날, 샐린저가 30년 만에 출간하는 책과 관련된 일을 맡게 되면서 단지 유선으로의 대화이지만, 작가임을 깨닫게 해주며 글쓰기를 독려하는 그의 말에 용기를 얻게 되는데...
예고편 │Trailer
https://tv.naver.com/v/23976657
원제 : My Salinger Year│감독·각본 : 필리프 팔라도│원작 : 2014년 조안나 래코프의 동명 소설│출연진 : 마가렛 퀄리, 시고니 위버, 팀 포스트, 더글러스 부스 외 多│장르 : 드라마│상영 시간 : 101분│개봉일 : 2021년 12월 9일│국가 : 캐나다, 아일랜드│등급 : 12세 관람가│평점 : 로톤 토마토 신선도 71% 팝콘 65%, IMDB 6.4, 메타 스코어 50점│시청 가능 서비스 : 현재 극장 상영 중(9일부터)
신입과 대표,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
트렌디하고 책임감이 넘치는 에이전시 대표 마가렛에는 오랜만에 찾아온 시고니 위버가 역시 관록을 보여주며 탄탄한 연기력으로 부드럽지만 단호한 카리스마를 가진 캐릭터를 선보입니다. 여기에 주인공 조안나에는 넷플릭스 〈조용한 희망〉, 근래 〈세버그〉 등에서 조금씩 입지를 다지고 있는 마가렛 퀄리가 맡아 대선배 앞에서도 크게 위축되지 않은 매력을 발산하며 신입사원의 풋풋함과 패기를 드러내주죠. 더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어주지만 실루엣과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제3의 주인공 J.D. 샐린저(팀 포스트)의 매력은 관람한 후 자연스럽게 그의 책을 읽고 싶게 만들고 이들이 함께하는 90년대 뉴욕 문학계의 향수와 거리를 재현한 풍경 또한 이야기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려 줍니다.
조안나, 하루에 15분이라도 글을 쓰세요
젊은 시절을 지나온 관객이라면 누구나 그려봤을법한 자신만의 이상향이 있을 것이고, 5개 국어를 구사하며 전 세계를 여행하는 작가를 꿈꾸는 주인공의 모습에 금방 빠져들어 꿈을 위해 뉴욕 생활을 단박에 결정하는 단호함에 박수를 쳐줄 수 있을 듯합니다. 물론 사회 초년생의 패기로 치부될 용기이지만, 원작자 본인이 오래된 작가 에이전시 ‘해럴드 오버’에서 1년여간 일했던 경험을 엮은 회고록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당시 자신의 느꼈던 현실적 감정들이 잘 녹아들어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찬란하게 빛났던 그 시기를 잘 묘사해 주죠.
일정 부분에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떠올리실 듯한데, 개인적으로는 적은 분량에도 주인공에게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은 얼굴 없는 작가 제리 때문에 〈인턴〉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벤이 생각났습니다. 그만큼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인물들의 관계, 분위기 등은 추워진 날씨를 녹여줄 만큼 따뜻했고, 결말에 이르러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각성하는 장면에서 무한한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되죠. 아마도 인터넷에 글을 쓰거나 출간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대목에서 많은 공감을 하실 듯하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흘러가는 과정에서 눈에 띄는 시련이나 고난이 없이 무난히 흘러가는 것에 너무 잔잔하다라 볼 수 있지만, 그마저도 90년대 배경의 뉴욕에 기분 좋게 보실 수 있을 듯합니다. 저야말로 슬럼프 아닌 슬럼프였는데 이걸 보고 다시 한번 파이팅을 외쳐보는 계기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네요. 즐거운 밤 되시고요, 이상 글쓰는 식팔이 모모파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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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자리는 어디인가
PROGRAM NOTE.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뭄타즈는 섬세한 남편 하이더르, 가족 내에서 절대자로 군림하는 시아버지 아만, 큰형 내외 및 그들의 네 딸과 함께 산다. 몇 년째 전업주부로 살던 하이더르는 카리스마 있는 트랜스젠더 뮤지션 비바의 백댄서로 취직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뭄타즈는 전업주부가 될 것을 강요받는다. 하이더르는 첫 만남부터 강렬했던 비바에게 이끌리고, 뭄타즈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답답함을 느낀다. 자아가 확고한 뭄타즈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비바 뿐 아니라 흔들리는 성적 정체성을 가진 하이더르와 시아버지 아만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종교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억압되고 착취되는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문제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사임 사디크 감독의 데뷔작 <조이랜드>는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박선영/2022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POINT.
✔️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비롯, 각종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들이 눈여겨본 영화
✔️ 파키스탄이라는 (한국 관객들에게는) 낯선 나라 영화인데, 어디서 <헤어질 결심> 냄새가 나요 킁킁
✔️ 파키스탄 출신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프로듀서로 참여. 말랄라는 여성 교육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 낸 인물이니만큼, 여성을 보는 시각에 대한 우려를 접어도 좋아요
✔️ 보고 난 직후는 물론, 보고 난 이후에도 며칠씩 여운이 계속되는 영화
✔️ 믿고 보는 '슈아픽쳐스' PICK! <행복한 라짜로>, <말없는 소녀> 같은 수작을 우리와 연결해준 곳이에요
✔️ 12월 13일 개봉!
영화 <조이랜드>는 거대한 하나의 일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연로하여 휠체어를 탄 아버지, 큰아들 '살림'과 아내 '누치', 둘째 아들 '하이더르'와 아내 '뭄타즈'. 그리고 살림과 누치 사이 아이들까지. 한 마당을 공유하며 사는 모습이 마치 우리네 옛날 마당 깊은 집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 보면 이내 일가족보다 훨씬 거대한 무언가가 그 마당에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인도-파키스탄 분리 독립 시기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곳에 살았다고 아버지가 자랑스럽게 말하는, 이들의 땅 '라호르'는 파키스탄에서 둘째 가라면 아쉬울 만큼 유서 깊은 도시다. 다양한 왕조의 수도였던 곳, 한때 세계에서 손꼽히는 주요 도시이기도 했던 곳, 그러나 1940년대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 독립되던 시절 무수한 피가 흘렀던 곳. 차이가 차별이 되어 사람을 죽였던 곳. 그 모든 이야기는 역사의 뒤안길로 흘러갔을 텐데, 이제 더 이상 차이가 차별이 되는 일은 없을까?
#"단일한" 파키스탄 사람이에요
일가족의 고요한 마당에서도 차별은 넘쳐 흐른다. 딸 넷을 낳았지만 아들이 아니라서 실망하는 것도, "아들"이니 응당 염소 하나쯤은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아들에게 일자리가 생겼으니 자신의 커리어를 착착 쌓아 가던 며느리는 이제 전업 주부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도, 그러나 그 아들의 일자리가 "에로틱한 공연"을 하는 극장이라는 사실은 이웃들에게 좀 비밀로 해두는 것도.
게다가 이런 차별은 절대 "단일한" 기준을 가질 수 없다. 차별은 양날의 칼이므로, 힘을 쥔 쪽에도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성차별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약자지만, 힘을 쥔 남성들이 만든 차별의 굴레가 어떤 남성들에게는 '맨박스'가 되듯이. 다만 힘을 쥔 쪽은 규칙을 이리저리 변용하면서 상처를 피할 길을 도모해 볼 수 있다. 그렇게 차별은 이중 삼중의 잣대를 번복하여 만들어내고, 하나 둘 잣대가 늘어나다 보면 어느새 삐죽삐죽한 창살처럼 우리를 가둔다. 그 창살 안에서 버틸 재간이 없는 사람들이 튀어나올 때, "공동체를 지킨다"는 명목의 제재가 가해진다.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잣대들은 사실 공동체의 모두를 찌르고 있다. 힘을 쥔 쪽이라는 것도 결국 상대적 개념일 뿐이니까.
이 영화의 주요 인물들은 사실 모두 그 창살 바깥에 더 잘 어울리는 인물들이다. "전통적인 남성성"과 잘 어울리지 않는 하이더르, 트랜스젠더 비바, 전업주부의 삶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뭄타즈, 받아들였지만 그런 뭄타즈를 이해하는 누치, 심지어 전통의 적극적인 수호자처럼 보였던 아버지나 이웃집 파야즈 부인조차도...
단일하지 않은 차별의 기준들은 각자의 비밀들을 만들어내고, 그 비밀은 거울이 깨지듯 방사형으로 퍼진다. 그 자리의 어느 누가 과연 행복했을까?
마치 "애빌린의 역설" 같다. 집단의 구성원 누구도 원하지 않는 방향의 결정임에도, 모두가 자신의 의사와 상반되는 결정을 하게 되는. 전통이라는 미명을 덮고 있는 것 중 이런 애빌린의 역설이 얼마나 많을까.
#지혜로운 사람은 바다를 좋아하고
영화에는 많은 공간이 등장하지 않지만, 하나하나 매우 인상 깊다. 어느 장소 하나 일면적이기만 한 곳이 없다. 마당과 집안 깊은 곳이 분명하게 분리되어 있는, 이 영화에 뭄타즈가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장면에서 유독 그 대비를 극명히 보여주었던 집. 사회에서 요구하는 엄격한 성별 역할을 내려놓는 공간이었던 극장. 모든 남성 관객들이 스스로에게만 유하게 적용되는 잣대의 틈으로"에로틱한 공연"을 보는 곳인 동시에, 비바에게는 반대로 그 모든 잣대의 창살을 내던지고 나와서 춤을 춘 장소였던 극장. 이름부터 기쁨을 품고 있는, '꿈과 희망의 공간'으로 상징되는 놀이공원 조이랜드. 누치와 뭄타즈가 잠시 일상의 고통을 잊고 소소한 일탈을 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정도의 일탈밖에 할 수 없는 삶의 무게와 거기서조차 존재하는 차별의 비릿한 시선을 느끼게도 하는 공간.
가장 역설적인 공간은 바다일 것이다. 비록 지금은 조악한 조명밖에 없는 방에서 바다의 흔적으로 들고 온 조개 껍데기 하나 덜렁 들고 있지만, 비바는 바다를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평생 라호르에서만 살아온 하이더르 또한, 가보지 못했지만 사실 언제든 마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 반면 카라치에 친척 집이 있어 언제든 해변에 가볼 수 있었음에도 옷이 젖는다는 이유로 발목밖에는 담가보지 못한 뭄타즈.
비바와 하이더르, 뭄타즈. 바다에 대한 이 세 사람의 기억과 접근성은 모두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만은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바다를 좋아하고,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마치 <헤어질 결심>에서 "난 인자한 사람이 아닙니다. 난 바다가 좋아요." 말했던 서래처럼, 이들 또한 인자한 사람의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는 것.
이 영화가 "트랜스젠더와의 불륜 이야기"로 뭉뚱그리는 시각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영화는 트랜스젠더 비바가 '팜므 파탈'적인 매력으로 일가족을 무너뜨리는 이야기도 아니며 (진짜 아니다), 한 기혼 남성과 결혼 외부자 두 사람이 히히덕거리며 기혼 여성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진짜 아니다). 어쩐지 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 생각났던 <헤어질 결심>이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듯이.
이 영화는 단지 그 세 사람 모두가 눌려 있던 구조를 보여준다. 그 거대한 구조 아래 세 사람이 어떤 존재였는지 보여주고, 이들이 각각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두껍게 덮인 애빌린의 역설을 걷어내고 끝내 규칙에서 이탈하는 인간들의 자리가 어디인지 묻는다. 아름다운 인물들의 설렜던 마음을 손가락처럼 들어, 그 지점을 슬프게 가리킨다.
#뭄타즈의 이름
이 영화의 인물들이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설레지만 슬픈" 인물이었지만, 내 눈에 가장 밟힌 인물은 뭄타즈이다. 나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여성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을 모르므로. 파키스탄에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나로서는, '뭄타즈'라는 이름을 살면서 딱 두 번째 들었다.
처음으로 들은 이름 또한 현실에서 마주한 인물은 아닌데, 무굴 제국 황제 샤 자한의 아내였던 뭄타즈 마할이다. 샤 자한이 태어날 때만 해도 무굴 제국의 수도가 라호르였으니, 아주 인연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비록 그가 사망한 곳이자, 죽은 아내를 기리기 위해 어마어마한 건축 사업을 벌인 곳은 라호르가 아닌 아그라였지만. 그 미친 사랑의 결과물이 타지마할이다. 뭄타즈 마할의 무덤.
샤 자한은 뭄타즈를 몹시 "총애"하여, 전쟁터에도 데리고 다녔다 한다. 14번째 아이를 낳다가 사망한 후,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샤 자한은 타지마할을 짓기 위해 어마어마한 공력을 쏟아붓는다. 벽면에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일일이 대리석을 파고 돌을 박아 넣었으며, 이탈리아처럼 먼 곳에서 수입해온 자재도 있었다. 똑같은 모양의 검은색 건물을 하나 더 지어 두 건물의 그림자가 포개지게 만들고 싶었다는데, 나라가 휘청일 정도의 건축을 보다 못한 아들 손에 끌어내려지며 이 미친 사랑의 공작이 불발되고 만다.
듣다 보면 늘 양가 감정이 드는 이야기이다. 그 나라 백성이었다면 그따위 무덤 보기도 싫었을 것 같고, 그 모든 이야기가 옛 전설처럼 고여 버린 지금으로서는 아무튼 그 도시를 먹고살게 해 주는 랜드마크가 되었으니. 그러나 그 뭄타즈 마할의 이름과 포개지는, <조이랜드> 속 뭄타즈를 생각하면 서글퍼진다. 샤 자한이 뭄타즈를 무척 사랑했다는 것만은 의심할 수 없지만 (누차 강조하지만 "미친" 사랑이다.) 그 사랑이 뭄타즈를 행복하게 했을지는 잘 모르겠기에. 말랄라 같은 프로듀서가 있었다면, 14명의 아이를 낳으며 전쟁터를 따라다니지 않아도 되는 삶이었다면. 시대 정신조차 달랐던 때이니 뭄타즈가 무엇을 원했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지만, 뭄타즈가 어떤 삶이든 선택할 수 있었다면, 다른 이야기의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임은 분명하다.
수백 년 전에 무덤에 갇힌 뭄타즈 마할도, 뭄타즈를 비롯해 각자의 창살에 갇혀 있던 이 영화 속 인물들도, 이 인물들이 표사하는 파키스탄 사회도, 그런 자유로운 선택지의 세상에 갑자기 짠 놓일 수는 없다. 그런 "조이랜드"는 우리에게 없다. 너무 아름답지만 멀고 아득한, 우리의 조이랜드.
그래서 이 영화가 마지막까지 쟁쟁 외친 소리가 며칠씩 여운으로 남아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보지 못한, 가보지 못할 조이랜드가 아득하게 슬퍼서. 말랄라가 어떤 마음으로 프로듀싱에 참여했는지, 어쩐지 조금 알 것도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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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 영화가 보고 싶다면 | 영화 자백
오랜만에 주말에 한가로이 있다가,
넷플릭스에 올라 와 있던 영화 자백.
정말 한가로이 휴식할때 보고 왔는데?
아니 이게 무슨일이야?! 재미있네?!
사실,, 포스터만 봤을때 음침하고 뻔한 내용과 뻔한 결말 인줄 알았는데
평점 8점인걸 보고,, 아리송 하면서 틀어봤는데
2시간이 순삭당하며 반전미 한가득 정말 있는 그대로 느끼고 왔어요~
역시!! 이런 반전미 가득한 영화는!! 아무런 기본 정보 없이 봐야
더욱더 알차게 보고 오는것같아요!
기본 정보
장르 : 범죄, 스릴러, 미스터리, 서스펜서
감독 / 각본 : 윤종석
출연진 : 소지섭, 김윤진, 나나, 최광일
개봉일 : 2022년 10월 26일
평점 : 8.12
스트리밍 : 티빙, 넷플릭스, 웨이브, 쿠팡플레이, 왓챠
기획 의도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향한 호텔에서 의문의 습격을 당한 유민호(소지섭)
정신을 차려보니 함께 있던 김세희(나나)는 죽어있고, 범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루아침에 성공한 사업가에서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누명을 쓴 유민호는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승률 100%의 변호사 양신애(김윤진)를 찾는다
눈 내리는 깊은 산속의 별장에서 마주한 두 사람,
양신애는 완벽한 진술을 위해 처음부터 사건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사건의 조각들이 맞추어지며 유민호가 감추고 있던 또 다른 사건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두 개의 사건, 두 개의 시신
숨겨진 진실이 밝혀진다.
여담
영화 자백은 당초 2020년 11월에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19 와 겹치면서 2년 가까이 개봉이 미뤄졌다.
이 영화는 원작 '인비저블 게스트'의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실제로 원작 줄거리가 다르지만, 진범과 사건의 진실은 같다.
영화 '인바저블 게스트'라는 영화도 어디선가 돌아다니는 걸 본 것 같았는데
포스터가 음침하고 재미없을 것 같아서 넘겼는데... 봐야겠어요!!+.+!!
후기 및 결말
영화 결말을 살펴보자면...
영화는 끊임없이 범인이 누구일까를 물어보며
꼬리에 꼬리를 잡으며 하염없이 범인 찾기를 하는 영화였습니다.
범인은 무조건 소지섭이라고 생각하며 봤지만,
마지막 김윤진이 진짜 엄마였다니... 저는 여기소 솔직히 깜짝 놀랐어요
설마... 설마?! 설마!!!!!! 하면서 진짜였다니...
솔직히 크게 기대 안 해서 더 재미있게 봤어요!
무엇보다 김윤진의 영화 속 딕션이 계속 남으며 재미있게 봤던
반전이 한가득한 영화 자백이었습니다.
한줄평 : 뻔한 결말 속에 반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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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어공주>,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에서 촬영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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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앤비 가수 할리 베일리가 ‘에리얼’ 역으로 출연하는 디즈니의 실사 영화 <인어공주>의 촬영이 수정처럼 맑은 에메랄드빛 바다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섬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출을 맡은 롭 마샬 감독을 포함한 <인어공주>의 제작진들이 몇 주 안에 사르데냐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촬영은 런던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사르데냐 섬의 북쪽 해안에 있는 산타 테레사 디 갈루라의 작은 해변 마을로 옮겨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지역은 매우 깨끗하고, 바위로 가득한 해안가뿐만 아니라 청동기 시대의 유물로 유명한 곳이라고 알렸다.
사르데냐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어공주>의 촬영은 올해 초여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또한, <인어공주> 촬영을 위해 300여 명의 제작진이 총 3개월 동안 이 섬에서 거주할 것이라고 전했다.깨끗한 자연과 ‘누라게’라고 불리우는 신비한 고대 돌탑이 어우러진 이 섬의 꿈같은 풍경을 지닌 사르데냐 섬은 이미 고전 영화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1977)와 조지 클루니 감독의 TV 시리즈 <캐치-22>(2019)의 촬영이 이루어진 곳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스트리밍 되고 있는 2020년 멜로 영화 <가질 수 없는>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갤 가돗, 드웨인 존슨 그리고 라이언 레이놀즈 등이 출연하는 넷플릭스의 <레드 노티스>에도 나오는, 세계적인 작품들의 눈길을 끄는 매력적인 로케이션인 셈이다. 자연 친화적인 정신에 따라, 사르데냐 섬에서 촬영된 작품들은 소위 ‘그린 세트 프로토콜(Green Set protocols)’을 존중하도록 만들어진다고 한다.
<인어공주>는 2020년 제작에 들어갔지만,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인해 촬영지 지연되었다. 인간을 꿈꾸는 인어공주 ‘에리얼’ 역을 맡은 할리 베일리를 제외하고, 멜리사 매카시가 ‘우르슬라’ 역으로, 하비에르 바르뎀이 ‘트리톤 왕’ 역으로, 조나 하우어-킹이 ‘에릭 왕자’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영화에는 아카데미 4회 수상에 빛나는 작곡가 앨런맨킨과 <해밀턴>으로 유명한 린-마누엘 미란다가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씨네랩 에디터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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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본 적은 있는데 본 적은 없는 영화 #4
환몽(幻夢) CINE 리뷰 4화_ 영화 '원스'!
** 영상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아름다운 음악들로 유명한 영화 원스!
Falling Slowly도 알고, 들어본 적도 많지만
혹시... 보셨나요..?- 한국에서 영화 '원스'가 갖는 중요한 의미!
- 30초 영화상식 : ‘슬리퍼히트’가 무엇인가요?
- 이거 실화냐? 주연 배우끼리 실제로 사랑에 빠진 사랑영화
- 음악과 사랑 사이
- 우리가 꼽은 명장면
- 몽's 한줄평
영화 '원스'를 보고나서 마구 생각하고, 마구 떠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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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플래시> 메인 예고편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스피드! 빛보다 빠른 슈퍼 히어로가 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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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문자> 예고편
27살의 일리야 고류노프는 감옥에 수감된 동안 줄곧 자신을 수감시킨 러시아 연방 마약통제반의 젊은 장교 표트르 하진과 대면하길 꿈꿔왔다.
일리야는 어머니, 여자친구, 그리고 절친한 친구가 그를 집에서 맞이하기를 기대했지만,
그가 자유를 되찾았을 때 그가 원하던 삶은 파괴되었고 일상생활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표트르와의 만남에서 일리야는 성급한 행동을 취하고,
그의 스마트폰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
핸드폰에는 표트르의 사진과 동영상, 부모님과 여자친구 니나와의 문자, 위협과 암시로 가득찬 동료들과의 이상한 문자가 가득하다.
잠시 동안 모든 사람들은 핸드폰 문자를 통해 일리야가 표트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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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이정재 배우의 첫 연출작 <헌트>의 개봉부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최강 귀요미 그루트의 이야기가 담긴 <나느 그루트다>의 개봉까지!
그럼 8월 둘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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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헌트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25분
감독: 이정재
출연: 이정재, 정우성 등
개봉: 2022.08.10
줄거리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와 '김정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
관전 포인트
국내 개봉에 앞서 제75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되었으며 7분간 기립박수를 받은 작품이다.
23년만에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을 한 스크린 안에서 볼 수 있어 화제를 모았으며,
이정재 배우의 첫 연출작이기에 더욱 더 기대를 모으고 있다.
DC 리그 오브 슈퍼-펫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105분
감독: 자레드 스턴, 샘 J.레빈
출연: 드웨인 존슨, 케빈 하트, 키아누 리브스 등
개봉: 2022.08.10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줄거리
악당 렉스 루터와 기니피그 룰루의 계략으로 위험에 빠진 슈퍼맨을 비롯한 저스티스 리그의 슈퍼 히어로들을 구하기 위해
슈퍼독 크립토와 슈퍼펫 친구들이 벌이는 파워 댕댕 모험을 그린 이야기.
관전 포인트
처음으로 영화로 만들어진 슈퍼맨의 반려견과 배트맨의 반려견 이야기라는 신선한 소재로 극을 이끌어간다.
유명 뮤지션 퀸, 테일러 스위프트, R.E.M의 음악을 삽입해 귀를 사로잡았으며,
DC 코믹스의 팬이라면 마음이 두근거릴 요소 요소가 녹아있다.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영국 | 97분
감독: 소피 하이드
출연: 엠마 톰슨, 다릴 맥코맥 등
개봉: 2022.08.11
배급: (주) 무비다이브
줄거리
단 한 번도 섹스에 만족해 본 적 없던 은퇴교사 ‘낸시’가
‘리오 그랜드’의 퍼스널 서비스를 경험하며 인생 최고의 해방을 시도하는 굿 럭 무비
관전 포인트
제38회 선댄스영화제와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으며,
유수의 매체에서 호평을 받으며, 기대를 모은 화제작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OTT 공개 예정작
나는 그루트다
ⓒ IMDB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5부작
감독: 커스틴 레포레
출연: 반 디젤 등
공개: 2022.08.10
스트리밍: 디즈니+
줄거리
그루트 주연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이자 <왓 이프...?>를 이어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
관전 포인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 '그루트'의 이야기를 담아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
이미 시즌 2의 제작이 확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모범가족
ⓒ 넷플릭스
개요: 범죄 | 한국 | 10부작
감독: 김진우
출연: 정우, 박희순, 윤진서 등
공개: 2022.08.12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파산과 이혼 위기에 놓인 평범한 가장이 우연히 거금이 든 차량을 발견하고, 마약조직의 2인자와 얽히면서 벌어지게 되는 이야기
관전 포인트
<모범가족>은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 2, <굿 닥터>, <힐러> 등을 연출한 김진우 감독이 맡았으며,
예측 불가한 이야기로 높은 몰입감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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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들어는 봤나, 인간을 창조한 코요테의 이야기
Summary
송유관 공사로 조상의 땅을 잃을 위기에 처한 아메리카 대륙의 아이들. 아름다운 대지에 얽힌 코요테와 인간의 창조와 욕망, 파괴와 조화의 이야기를 되살려낸다. (출처: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Cast
감독: 아론 가우더
한국인에게는 가수 이름으로 더 익숙한 동물 코요테(Coyote)는 늑대와 개를 조금씩 닮은 육식 동물입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코요틀(Coyotl)이라고 부르던 것이 오늘날 코요테가 되었다고 하죠. 그래서인지 아메리카 원주민의 구전설화 속에는 코요테가 자주 등장합니다.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 <코요테는 네 개의 영혼을 가졌다>도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코요테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말하기를, 최초의 인간을 만든 창조주가 글쎄... 바로 이 코요테랍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땅이 품고 있는 신비한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만난 이 작품, 어린이들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의 세계를 펼쳐주고, 어른들에겐 깊은 울림과 생각거리를 전하는 <코요테는 네 개의 영혼을 가졌다>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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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는 네 개의 영혼을 가졌다>는 조상의 땅을 지키려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외화로, 아메리카 원주민의 신비로운 창조 설화를 내화로 하는 액자식 구성의 영화입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창조 설화는 실로 신비롭습니다. 태초의 세계에는 진흙으로 피조물을 만드는 노인, 일명 '창조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땅, 나무, 강, 동물 등 이 세계를 구성하는 물질들을 만들어 나갔죠. '창조자'가 꿈꾸는 세상은 아름답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역시 아름다워야 마땅한 그의 꿈속에 영악한 '코요테'가 나타납니다. ‘코요테’의 네 개의 영혼이 꿈속의 평화를 깨자 '창조주'는 그를 꿈 밖의 현실 세계로 쫓아내 버립니다.
'코요테'는 '창조자'의 손끝에서 탄생한 다른 피조물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냥과 육식의 욕망을 추구하고, 그 결과로 최초의 살상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내죠. 육식의 대상이 필요했던 그는 '창조주'의 진흙을 훔쳐다가 생명체까지 만들어 냅니다. '창조자'가 만든 피조물과 달리, '코요테'의 것은 어쩐지 미숙하고 어설픈 형상입니다. 다른 동물들처럼 털도 없고, 발톱도 없죠. 맘대로 생명체를 창조한 사고뭉치 ‘코요테’에게 진노한 '창조주'는 어떻게든 그들을 책임지라고 명합니다. 털과 발톱 없이 미숙하게 태어나는 생명체. 그렇습니다, '코요테'가 창조한 것은 바로 최초의 인간이었습니다.
인간을 만드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도 '코요테'는 '창조주'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계속해서 세상에 없던 개념과 감정들을 만듭니다. 네 개의 목숨으로 대가를 치러가면서 말이죠. 그렇게 세상에는 사냥, 육식, 살상, 도난, 유혈, 죽음, 파괴, 한기 등의 개념이 생겨납니다. 안전하게 살아가던 생명체들은 이러한 개념들을 피해 자신을 스스로 돌보는 형태로 진화하게 되죠. 그렇게 이 세상을 이루는 대자연과 생명체가 만들어졌다고 영화는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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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가 신비로운 이유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창조 설화와 그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인간은 아담이고, 아담의 갈비뼈에서 이브가 탄생하는 창세기의 설화 말입니다. <코요테는 네 개의 영혼을 가졌다>에서도 창세기의 창조 설화에 해당하는 인류가 나오기는 합니다. 다만, ‘코요테'가 최초의 인간을 만들기 전에 얼기설기 만들어 생명력을 채 갖지 못한 채 바다에 버려진 진흙 덩어리가 다른 대륙으로 떠밀려 가 아담이 되었다고 설명하죠.
아아, 정말 흥미롭고 색다른 관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곰이 사람이 된 단군신화가 있듯이 서양에는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가 있는 거라고, 그것을 유일한 진실처럼 여겨왔습니다. 창조 설화에 권력의 주도권을 잡은 지배자의 논리가 스며들 수 있다는 사실을 그만 놓치고 있었죠. 만물의 근원인 하나님을 백인으로 형상화하는 것에도 그저 막연한 의문만 품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진실은 다층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직 이것만이 진실이라고 단언한다면, 그것은 절대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죠. 대중문화, 특히 어린이들이 많이 보는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은 이러한 진실의 다층성을 염두에 두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코요테는 네 개의 영혼을 가졌다>를 만든 아론 가우더 감독도 아메리카 원주민의 창조 설화를 다룬 애니메이션 작품이 전무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혔죠. (그는 <포카혼타스>를 아메리카 원주민을 제대로 다룬 애니메이션이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습니다. 많은 작품이 창세기를 모티브 삼아 이야기를 만드는데, 아메리카 원주민의 창조 설화를 모티브 삼아 이야기를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 작품은 그러한 면에서 영화사의 대단하고 훌륭한 발자취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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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는 네 개의 영혼을 가졌다>는 관객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를 도처에 숨김없이 내걸고 있습니다. '창조주'와 '코요테'가 만든 세계는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곳입니다. 생명체들은 하나의 원을 이루고, 그들의 근본은 대초원에 있습니다. 말썽꾸러기 '코요테'의 횡포로 인해 사냥, 육식, 살상, 도난, 유혈, 죽음, 파괴, 한기 등의 개념이 생겨났지만, 작용-반작용이라는 우주의 법칙에 따라 순환, 탄생, 온기, 책임감, 규칙, 동반자 등의 개념도 같이 생겨났죠. 영화는 이처럼 대자연과 생명체가 공존하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삶의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세상에는 원주민을 미개하다고 여기고, 시혜적 태도로 바라보는 경향성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도 과연 그들을 미개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운 좋게 공유하고 있는 세상에서, 거대한 그물의 한 가닥으로 살아갈 뿐이라는 인식은 오늘날의 진보적인 환경운동가들의 외침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어쩌면 시혜를 받아야 할 쪽은 황폐한 공사장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선글라스를 끼고 에어팟으로 통화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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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는 네 개의 영혼을 가졌다>는 이야기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작화와 애니메이션의 평면적 특징을 활용한 연출도 감각적이라 보는 맛까지 출중한 영화입니다. 어른과 어린이 모두 충분히 즐기며 볼 작품이죠.
영화관에도 자리를 채운 몇몇 어린이들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 이런 이야기를 접한다면, 영원하지 않은 지구의 수명을 조금이나마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어른으로 자라지 않을까요? 거대한 자연 속에서 겸손하게 살아가는 어른으로 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살아갈 이 땅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른인 우리가 먼저 그런 마음을 가져야만 하겠습니다.
Schedule in SICFF
2023.09.17(일) 롯데시네마 은평 4관 17:30
2023.09.18(월) 롯데시네마 은평 7관 19:00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기간: 09월 13일 - 0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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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깨달아가는 그 작은 순간들
1990년대 중반 뉴욕의 따뜻한 정취와 시대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의상과 메이크업으로 레트로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리뷰입니다. 미국 작가 조안나 래코프가 2014년 출간한 자서전 ‘My Salinger Year’을 원작으로, 2013년 〈라자르 선생님〉으로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고 제36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최우수캐나다작품을 수상한 필리프 팔라도 감독이 각색을 맡아 2020년 열린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작이지요. 20대의 주인공이 꿈을 찾아 성장하는, 어떻게 보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로 지난주 배급사 시사회를 통해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마이 뉴욕 다이어리〉 출연진, 줄거리 정보
수잔나, 당신은 작가입니까?
미국 버클리에 살던 20대 작가 지망생 조안나, 방학을 맞아 잠시 뉴욕에 사는 친구 제니의 집에 머물다 그곳의 분위기에 심취해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결심합니다.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선 일자리가 필요했고, 마침 인력사무소를 통해 작가 에이전시에 취직, 지적이고 똑 부러지는 상사 마가렛의 업무 보조일로 그녀가 담당하는 작가들과의 일정 조율과 그중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에게 온 팬 레터를 파쇄하고 팬들에게 편지를 받지 않는다고 답장하는 일을 주로 하게 됩니다. 그렇게 매일 똑같은 답장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답답해하던 어느 날, 샐린저가 30년 만에 출간하는 책과 관련된 일을 맡게 되면서 단지 유선으로의 대화이지만, 작가임을 깨닫게 해주며 글쓰기를 독려하는 그의 말에 용기를 얻게 되는데...
예고편 │Trailer
https://tv.naver.com/v/23976657
원제 : My Salinger Year│감독·각본 : 필리프 팔라도│원작 : 2014년 조안나 래코프의 동명 소설│출연진 : 마가렛 퀄리, 시고니 위버, 팀 포스트, 더글러스 부스 외 多│장르 : 드라마│상영 시간 : 101분│개봉일 : 2021년 12월 9일│국가 : 캐나다, 아일랜드│등급 : 12세 관람가│평점 : 로톤 토마토 신선도 71% 팝콘 65%, IMDB 6.4, 메타 스코어 50점│시청 가능 서비스 : 현재 극장 상영 중(9일부터)
신입과 대표,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
트렌디하고 책임감이 넘치는 에이전시 대표 마가렛에는 오랜만에 찾아온 시고니 위버가 역시 관록을 보여주며 탄탄한 연기력으로 부드럽지만 단호한 카리스마를 가진 캐릭터를 선보입니다. 여기에 주인공 조안나에는 넷플릭스 〈조용한 희망〉, 근래 〈세버그〉 등에서 조금씩 입지를 다지고 있는 마가렛 퀄리가 맡아 대선배 앞에서도 크게 위축되지 않은 매력을 발산하며 신입사원의 풋풋함과 패기를 드러내주죠. 더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어주지만 실루엣과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제3의 주인공 J.D. 샐린저(팀 포스트)의 매력은 관람한 후 자연스럽게 그의 책을 읽고 싶게 만들고 이들이 함께하는 90년대 뉴욕 문학계의 향수와 거리를 재현한 풍경 또한 이야기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려 줍니다.
조안나, 하루에 15분이라도 글을 쓰세요
젊은 시절을 지나온 관객이라면 누구나 그려봤을법한 자신만의 이상향이 있을 것이고, 5개 국어를 구사하며 전 세계를 여행하는 작가를 꿈꾸는 주인공의 모습에 금방 빠져들어 꿈을 위해 뉴욕 생활을 단박에 결정하는 단호함에 박수를 쳐줄 수 있을 듯합니다. 물론 사회 초년생의 패기로 치부될 용기이지만, 원작자 본인이 오래된 작가 에이전시 ‘해럴드 오버’에서 1년여간 일했던 경험을 엮은 회고록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당시 자신의 느꼈던 현실적 감정들이 잘 녹아들어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찬란하게 빛났던 그 시기를 잘 묘사해 주죠.
일정 부분에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떠올리실 듯한데, 개인적으로는 적은 분량에도 주인공에게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은 얼굴 없는 작가 제리 때문에 〈인턴〉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벤이 생각났습니다. 그만큼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인물들의 관계, 분위기 등은 추워진 날씨를 녹여줄 만큼 따뜻했고, 결말에 이르러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각성하는 장면에서 무한한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되죠. 아마도 인터넷에 글을 쓰거나 출간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대목에서 많은 공감을 하실 듯하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흘러가는 과정에서 눈에 띄는 시련이나 고난이 없이 무난히 흘러가는 것에 너무 잔잔하다라 볼 수 있지만, 그마저도 90년대 배경의 뉴욕에 기분 좋게 보실 수 있을 듯합니다. 저야말로 슬럼프 아닌 슬럼프였는데 이걸 보고 다시 한번 파이팅을 외쳐보는 계기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네요. 즐거운 밤 되시고요, 이상 글쓰는 식팔이 모모파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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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자리는 어디인가
PROGRAM NOTE.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뭄타즈는 섬세한 남편 하이더르, 가족 내에서 절대자로 군림하는 시아버지 아만, 큰형 내외 및 그들의 네 딸과 함께 산다. 몇 년째 전업주부로 살던 하이더르는 카리스마 있는 트랜스젠더 뮤지션 비바의 백댄서로 취직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뭄타즈는 전업주부가 될 것을 강요받는다. 하이더르는 첫 만남부터 강렬했던 비바에게 이끌리고, 뭄타즈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답답함을 느낀다. 자아가 확고한 뭄타즈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비바 뿐 아니라 흔들리는 성적 정체성을 가진 하이더르와 시아버지 아만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종교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억압되고 착취되는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문제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사임 사디크 감독의 데뷔작 <조이랜드>는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박선영/2022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POINT.
✔️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비롯, 각종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들이 눈여겨본 영화
✔️ 파키스탄이라는 (한국 관객들에게는) 낯선 나라 영화인데, 어디서 <헤어질 결심> 냄새가 나요 킁킁
✔️ 파키스탄 출신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프로듀서로 참여. 말랄라는 여성 교육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 낸 인물이니만큼, 여성을 보는 시각에 대한 우려를 접어도 좋아요
✔️ 보고 난 직후는 물론, 보고 난 이후에도 며칠씩 여운이 계속되는 영화
✔️ 믿고 보는 '슈아픽쳐스' PICK! <행복한 라짜로>, <말없는 소녀> 같은 수작을 우리와 연결해준 곳이에요
✔️ 12월 13일 개봉!
영화 <조이랜드>는 거대한 하나의 일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연로하여 휠체어를 탄 아버지, 큰아들 '살림'과 아내 '누치', 둘째 아들 '하이더르'와 아내 '뭄타즈'. 그리고 살림과 누치 사이 아이들까지. 한 마당을 공유하며 사는 모습이 마치 우리네 옛날 마당 깊은 집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 보면 이내 일가족보다 훨씬 거대한 무언가가 그 마당에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인도-파키스탄 분리 독립 시기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곳에 살았다고 아버지가 자랑스럽게 말하는, 이들의 땅 '라호르'는 파키스탄에서 둘째 가라면 아쉬울 만큼 유서 깊은 도시다. 다양한 왕조의 수도였던 곳, 한때 세계에서 손꼽히는 주요 도시이기도 했던 곳, 그러나 1940년대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 독립되던 시절 무수한 피가 흘렀던 곳. 차이가 차별이 되어 사람을 죽였던 곳. 그 모든 이야기는 역사의 뒤안길로 흘러갔을 텐데, 이제 더 이상 차이가 차별이 되는 일은 없을까?
#"단일한" 파키스탄 사람이에요
일가족의 고요한 마당에서도 차별은 넘쳐 흐른다. 딸 넷을 낳았지만 아들이 아니라서 실망하는 것도, "아들"이니 응당 염소 하나쯤은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아들에게 일자리가 생겼으니 자신의 커리어를 착착 쌓아 가던 며느리는 이제 전업 주부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도, 그러나 그 아들의 일자리가 "에로틱한 공연"을 하는 극장이라는 사실은 이웃들에게 좀 비밀로 해두는 것도.
게다가 이런 차별은 절대 "단일한" 기준을 가질 수 없다. 차별은 양날의 칼이므로, 힘을 쥔 쪽에도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성차별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약자지만, 힘을 쥔 남성들이 만든 차별의 굴레가 어떤 남성들에게는 '맨박스'가 되듯이. 다만 힘을 쥔 쪽은 규칙을 이리저리 변용하면서 상처를 피할 길을 도모해 볼 수 있다. 그렇게 차별은 이중 삼중의 잣대를 번복하여 만들어내고, 하나 둘 잣대가 늘어나다 보면 어느새 삐죽삐죽한 창살처럼 우리를 가둔다. 그 창살 안에서 버틸 재간이 없는 사람들이 튀어나올 때, "공동체를 지킨다"는 명목의 제재가 가해진다.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잣대들은 사실 공동체의 모두를 찌르고 있다. 힘을 쥔 쪽이라는 것도 결국 상대적 개념일 뿐이니까.
이 영화의 주요 인물들은 사실 모두 그 창살 바깥에 더 잘 어울리는 인물들이다. "전통적인 남성성"과 잘 어울리지 않는 하이더르, 트랜스젠더 비바, 전업주부의 삶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뭄타즈, 받아들였지만 그런 뭄타즈를 이해하는 누치, 심지어 전통의 적극적인 수호자처럼 보였던 아버지나 이웃집 파야즈 부인조차도...
단일하지 않은 차별의 기준들은 각자의 비밀들을 만들어내고, 그 비밀은 거울이 깨지듯 방사형으로 퍼진다. 그 자리의 어느 누가 과연 행복했을까?
마치 "애빌린의 역설" 같다. 집단의 구성원 누구도 원하지 않는 방향의 결정임에도, 모두가 자신의 의사와 상반되는 결정을 하게 되는. 전통이라는 미명을 덮고 있는 것 중 이런 애빌린의 역설이 얼마나 많을까.
#지혜로운 사람은 바다를 좋아하고
영화에는 많은 공간이 등장하지 않지만, 하나하나 매우 인상 깊다. 어느 장소 하나 일면적이기만 한 곳이 없다. 마당과 집안 깊은 곳이 분명하게 분리되어 있는, 이 영화에 뭄타즈가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장면에서 유독 그 대비를 극명히 보여주었던 집. 사회에서 요구하는 엄격한 성별 역할을 내려놓는 공간이었던 극장. 모든 남성 관객들이 스스로에게만 유하게 적용되는 잣대의 틈으로"에로틱한 공연"을 보는 곳인 동시에, 비바에게는 반대로 그 모든 잣대의 창살을 내던지고 나와서 춤을 춘 장소였던 극장. 이름부터 기쁨을 품고 있는, '꿈과 희망의 공간'으로 상징되는 놀이공원 조이랜드. 누치와 뭄타즈가 잠시 일상의 고통을 잊고 소소한 일탈을 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정도의 일탈밖에 할 수 없는 삶의 무게와 거기서조차 존재하는 차별의 비릿한 시선을 느끼게도 하는 공간.
가장 역설적인 공간은 바다일 것이다. 비록 지금은 조악한 조명밖에 없는 방에서 바다의 흔적으로 들고 온 조개 껍데기 하나 덜렁 들고 있지만, 비바는 바다를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평생 라호르에서만 살아온 하이더르 또한, 가보지 못했지만 사실 언제든 마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 반면 카라치에 친척 집이 있어 언제든 해변에 가볼 수 있었음에도 옷이 젖는다는 이유로 발목밖에는 담가보지 못한 뭄타즈.
비바와 하이더르, 뭄타즈. 바다에 대한 이 세 사람의 기억과 접근성은 모두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만은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바다를 좋아하고,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마치 <헤어질 결심>에서 "난 인자한 사람이 아닙니다. 난 바다가 좋아요." 말했던 서래처럼, 이들 또한 인자한 사람의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는 것.
이 영화가 "트랜스젠더와의 불륜 이야기"로 뭉뚱그리는 시각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영화는 트랜스젠더 비바가 '팜므 파탈'적인 매력으로 일가족을 무너뜨리는 이야기도 아니며 (진짜 아니다), 한 기혼 남성과 결혼 외부자 두 사람이 히히덕거리며 기혼 여성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진짜 아니다). 어쩐지 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 생각났던 <헤어질 결심>이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듯이.
이 영화는 단지 그 세 사람 모두가 눌려 있던 구조를 보여준다. 그 거대한 구조 아래 세 사람이 어떤 존재였는지 보여주고, 이들이 각각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두껍게 덮인 애빌린의 역설을 걷어내고 끝내 규칙에서 이탈하는 인간들의 자리가 어디인지 묻는다. 아름다운 인물들의 설렜던 마음을 손가락처럼 들어, 그 지점을 슬프게 가리킨다.
#뭄타즈의 이름
이 영화의 인물들이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설레지만 슬픈" 인물이었지만, 내 눈에 가장 밟힌 인물은 뭄타즈이다. 나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여성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을 모르므로. 파키스탄에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나로서는, '뭄타즈'라는 이름을 살면서 딱 두 번째 들었다.
처음으로 들은 이름 또한 현실에서 마주한 인물은 아닌데, 무굴 제국 황제 샤 자한의 아내였던 뭄타즈 마할이다. 샤 자한이 태어날 때만 해도 무굴 제국의 수도가 라호르였으니, 아주 인연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비록 그가 사망한 곳이자, 죽은 아내를 기리기 위해 어마어마한 건축 사업을 벌인 곳은 라호르가 아닌 아그라였지만. 그 미친 사랑의 결과물이 타지마할이다. 뭄타즈 마할의 무덤.
샤 자한은 뭄타즈를 몹시 "총애"하여, 전쟁터에도 데리고 다녔다 한다. 14번째 아이를 낳다가 사망한 후,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샤 자한은 타지마할을 짓기 위해 어마어마한 공력을 쏟아붓는다. 벽면에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일일이 대리석을 파고 돌을 박아 넣었으며, 이탈리아처럼 먼 곳에서 수입해온 자재도 있었다. 똑같은 모양의 검은색 건물을 하나 더 지어 두 건물의 그림자가 포개지게 만들고 싶었다는데, 나라가 휘청일 정도의 건축을 보다 못한 아들 손에 끌어내려지며 이 미친 사랑의 공작이 불발되고 만다.
듣다 보면 늘 양가 감정이 드는 이야기이다. 그 나라 백성이었다면 그따위 무덤 보기도 싫었을 것 같고, 그 모든 이야기가 옛 전설처럼 고여 버린 지금으로서는 아무튼 그 도시를 먹고살게 해 주는 랜드마크가 되었으니. 그러나 그 뭄타즈 마할의 이름과 포개지는, <조이랜드> 속 뭄타즈를 생각하면 서글퍼진다. 샤 자한이 뭄타즈를 무척 사랑했다는 것만은 의심할 수 없지만 (누차 강조하지만 "미친" 사랑이다.) 그 사랑이 뭄타즈를 행복하게 했을지는 잘 모르겠기에. 말랄라 같은 프로듀서가 있었다면, 14명의 아이를 낳으며 전쟁터를 따라다니지 않아도 되는 삶이었다면. 시대 정신조차 달랐던 때이니 뭄타즈가 무엇을 원했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지만, 뭄타즈가 어떤 삶이든 선택할 수 있었다면, 다른 이야기의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임은 분명하다.
수백 년 전에 무덤에 갇힌 뭄타즈 마할도, 뭄타즈를 비롯해 각자의 창살에 갇혀 있던 이 영화 속 인물들도, 이 인물들이 표사하는 파키스탄 사회도, 그런 자유로운 선택지의 세상에 갑자기 짠 놓일 수는 없다. 그런 "조이랜드"는 우리에게 없다. 너무 아름답지만 멀고 아득한, 우리의 조이랜드.
그래서 이 영화가 마지막까지 쟁쟁 외친 소리가 며칠씩 여운으로 남아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보지 못한, 가보지 못할 조이랜드가 아득하게 슬퍼서. 말랄라가 어떤 마음으로 프로듀싱에 참여했는지, 어쩐지 조금 알 것도 같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