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예슬2021-11-28 22:33:23
1996년과 2021년 사이의 간극
<세 친구> 영화 리뷰
영화 세 친구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그리고 각자의 이유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세 명의 이야기를 다룬다. 각자 갖고 있는 취미도 가정환경도 다르기에 나는 이들에게서 당시의 어떤 사회 이미지를 볼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이 셋은 영화 내내 서로의 이름을 잘 부르지 않는다. 분명 각자 이름이 있을텐데도 많이 언급하지도 않을 뿐더러 엔딩크레딧에서도 이름이 아닌 별명으로 기재됐기 때문이다.
무소속인 친구는 그림을, 삼겹은 먹는 것과 비디오 감상을, 섬세는 미용 기술을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들이 각자 갖고 있는 모습이 당장 생산적인 결과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집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사회에서 소외되고 그렇게 점차 정상성에서 벗어나 변방으로 내몰린다.
96년 작품인 이 영화는 당시 여성이 남성에게 성적인 대상으로 소비되고 가정폭력과 데이트 폭력, 성희롱에 노출되는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 그러나 이 명칭은 당시 제대로 된 이름으로 명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시 사회가 얼마나 약자들의 존재와 현실에 대해 무지했는지를 보여준다. 25년이 지난 지금은 그 문제와 심각성을 어느정도 인지했으나 아직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인식과 해결과정이 얼마나 더디게 성장하는지를 꼬집어볼 수 있었다.
90년대 후반 평범한 세 남성을 통해 당시 사회의 부조리와 병폐를 봄으로써 2021년인 오늘날 우리 사회가 여전히 안고 있는 문제들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그 화두를 던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ive contents
-
- [SICFF 데일리] 제12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개막식 방문기
<제12회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방문기>
개막작 '라스는 웃음버튼' 감상까지
씨네랩 관계자분들 덕분에 이번에는 12회를 맞이한 ‘서울 국제 어린이 영화제(이하 SICFF)’ 개막식에 참석했습니다. 개막식은 지난 5일(목) 롯데시네마 은평구에서 진행됐습니다. 이번 SICFF는 전 세계 124개국, 3338편의 영화를 출품받을 정도로 높은 주목을 받으며 다양한 어린이, 유아, 아동 관련 영화를 모았습니다. 그 많은 출품작 중에서 특히 상상력과 어린이에 대한 시각을 담는 다양한 관점의 영화 128편을 온-오프라인에서 9일까지 선보입니다. 온라인 상영의 경우, 씨네랩 공식 홈페이지 ‘온라인 스크리닝’에서 10일(화)까지 관람 가능합니다.
개막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이미 상영관 안팎으로 영화제 관계자, 은평구청 관계자, 부모님과 아이들 등 많은 분이 환한 미소로 영화제의 시작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린이다!’라는 태그 구호와 알록달록한 색감과 귀여운 그림체로 가득한 포토존은 아이들을 사진 찍는 부모님으로 대기 줄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식이 시작하기 30분 앞서 상영관으로 들어가 얼마나 많은 가족이 들어오는지 지켜봤습니다. 예상대로 상영관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해졌습니다. 이제 막 옹알이, 걸음마를 시작했을 꼬마 아이부터 어딘가 듬직한 초등학생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전 연령대의 관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관객석에 자리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나 부산국제영화제처럼 개막식과 함께 배우나 감독님의 레드카펫 행사는 없었지만, 영화관을 가득 채운 아이들의 청량한 목소리가 더욱 밝게 느껴졌습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님의 개회식 연사와 김한기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집행위원장님의 말씀이 이어지고, 이번 제12회 SICFF 작품의 수상을 위해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의 김다민 감독님,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박재범 감독님 외 4인의 심사단이 인사를 전했습니다. 다시, 김미경 은평구청장님께서 큰 목소리로 영화제 개최를 선언하며 식장은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여느 개막식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놀란 부분은 개막식 이후 개막작 관람 시간이었습니다. 보통 구청장님, 위원장님의 경우, 개막식이 끝나면 악수를 하시며 다들 자리에서 물러나셨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님은 물론, 개막식에 참석한 모든 관계자분들이 관객석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계셨습니다. 심지어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 불이 켜지자 영화가 재밌지 않았냐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영화제 고위 관계자분들이 단순한 지역 영화제가 아닌, 더 진정한 가치에 관심을 두고 어린이를 주제로 한 영화를 통해 무언가를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다들 어떤 장난이나 정치적인 모습이 아니라 영화에 진심이라고 생각하며 감동했습니다.
개막식 이후 10분의 휴게 시간을 갖고, 이후 개막작 <라스는 웃음버튼>을 감상했습니다. 노르웨이 작품이라는 점에서 대중 영화로는 만나기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이국적인 나라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또 영화제의 묘미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영화는 노르웨이 영화감독, 각본가 ‘에이릭 새터 스토르달’이 감독한 작품입니다. 개막작 <라스는 웃음버튼>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하며, 2024년 유럽 어린이 영화 연합(Europe Children's Film Asociation)에서 대상을, 제41회 뮌헨 국제영화제에서 ‘시네킨들상’을, 지포니국제영화제에서 수상 받는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입니다. 영화 <라스는 웃음버튼>은 주인공 아만다를 중심으로 다운증후군 전학생 ‘라스’와 주변 친구들의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시놉시스 : 11살 아만다는 새로 전학 온 다운증후군이 있는 라스를 특별히 돌봐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놀랍게도 아만다는 라스와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지만, 친구들 사이에 속하기 위해 라스를 배신하게 된다. 이로 인해 아만다는 라스와 다른 친구들까지 모두 잃게 되는데…
영화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확실히 영화제 개막작에 어울리는 감동과 교훈, 여기에 흥미를 가미하는 재미까지 갖고 있는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여자 아이 ‘아만다’의 행동이나 심리가 여느 또래 아이들이 충분히 갖고 있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많이 했습니다. 어른의 입장에서 별일 아닐 일도, 11살 아이 입장에서 세상이 무너지는 사건일 수도 있으니까요. 특히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라스’가 전학을 오면서 묘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선생님의 권유로 아만다는 라스의 단짝으로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라스에 대한 다른 친구들의 좋지 않은 시선이었습니다.
종이에 낙서만 해도 시간이 너무 빨리 가버리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 친구들까지 함께 낙서를 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상상의 세계를 탐험하는 멋진 용사, 공주였죠. 영화를 관람하며 즐거운 학창시절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친구와 함께 귀가하며 실내화 가방을 둔기 휘두르듯 날리며 걸었죠. 그런 와중에 우리는 우리끼리 별명을 지어주고 놀곤 했습니다. 울음이 많은 아니는 울보, 말괄량이 소녀에겐 조폭마누라 같은 괴팍한 별명까지 지어주었죠. 영화 속 라스는 남들에게 가릴 수 없는 ‘다운증후군’에 대해 주목받으며 악몽 같은 별명과 따돌림을 당합니다. 짝꿍인 아만다는 ‘해리포터’라는 공통점과 호기심에 이끌려 라스의 진면목을 알아봅니다.
영화를 관람하며 여전히 아이들의 세계는 연약하다고 느꼈습니다. 아이들 자체가 작고 소중하며 지킴 받을만한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스스로 그것을 모른다는 점이요. 어른의 입장에서 쉽게 해결할 것 같은 일도, 아이에겐 일생의 문제일 수 있죠. 또 자신의 연약함을 숨기기 위해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짓누르거나 다수가 소수를 사냥하는 모습도 충분히 영화에 담겨 있었습니다. 결국 사건은 또 다른 사건을 일으키며, 아만다와 라스의 관계는 급격하게 무너집니다. 심지어 라스의 다운증후군에 대한 ‘사이버 불링’도 영화는 다룹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너무 무겁거나 너무 어두운 분위기가 짙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특히 주인공 ‘아만다’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않는 깔끔한 기승전결을 보여줘서 흐름적으로도 완벽했습니다. 과연, 아만다와 라스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추후 국내 상영이 결정되면! 영화관에서 관람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
- 청춘스타의 향긋함만이 머무른 자리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의 흐름에 따라 두근거리는 마음을 되새겨줄 한일 로맨스들이 차례로 개봉하고 있는 이번 달, 그중 바로 어제 극장가를 찾아온 영화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입니다. 자신감 제로로 연애도, 일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는 한 남자가 우연히 얻은 신비의 향수로 인해 삶이 바뀐다는 판타지를 다루고 있죠. 오래간만에 만나는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기대를 했었고, 시사회 초대를 받아서 하루 전날인 7일에 함께 초대받은 관객들과 감상했습니다. 포스터나 예고편에서 분위기가 좋았는데, 실관람은 어땠는지 나열해 보겠습니다. :)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인생에서 한 번쯤은 마법 같은 기회를 잡고 싶어”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직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창수, 그런 그에게도 하루에 한 번 행복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지각을 하더라도 같은 시간의 버스를 타며 스쳐지나는 이름도 알지 못하는 짝사랑하는 그녀를 만나는 일이었죠. 용기도, 자신감도 없던 그는 매일 마주쳐도 말 한번 건네지 못하지만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죠.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앞에 이상한 일당들이 나타나고 그에게 의문의 향수를 하나 줍니다. 그리고 의심하면서도 짝사랑 그녀를 만나러 향수를 뿌리고 똑같이 출근하는 그의 앞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지는데...
예고편│ Trailer
영제: Love My Scent│감독: 임성용│각본: 윤정희
출연진: 윤시윤, 설인아, 노상현, 문지인, 이규복, 김영웅 외 多
장르: 멜로/로맨스, 코미디, 드라마│상영 시간: 108분
국가: 대한민국│등급: 15세 관람가
제작: (주)도깨비미디어 , (주)콘텐츠존│배급: (주)콘텐츠존, (주)다자인소프트
평점: 관람객 7.33, 네티즌 7.87, 평론가 4.0, 왓챠피디아 1.6
개봉일 2023년 2월 8일
“두 청춘스타의 상큼함”
윤시윤은 유 레이즈 미 업 에 이어 직장에서도, 짝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자신감이라곤 1도 찾아볼 수 없는 창수를 맡아 찌질남의 정석을 보여줍니다. 버섯이 떠오르는 파마머리부터 무릎이 헤진 정장 바지로 무장한 그는 초식남 그 자체의 모습이죠. 이런 순진하고 어설픈 설정은 전체적인 연출 분위기와 연결되어 과거 유사한 연기를 많이 했던 차태현 배우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아름다워를 떠올려보면 그런 순정남 계보를 이어가는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
설인아도 선택적 차도녀 스타일의 조아라를 맡아 드라마에 이어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케미를 완성시킵니다. 향수가 매개체였긴했지만 과감하게 직진하는 당돌함과 뒤늦게 이불킥하는 소심한 솔직함까지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죠. 캐릭터면에서 창수와 아라라는 청춘스타의 이미지가 잘 부합하면서 극의 풋풋함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특별출연한 김수미, 윤정수, 윤다훈, 절친과 직장 동료로 나온 문지인, 이규복, 김영웅이 지지부진해지는 전개에 웃음 포인트를 남겨주었죠. 배역은 작지만 보이는 장면에서 톡톡히 제 역할을 해주는 배우들 덕분에 두 사람이 더욱 돋보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재밌는 게 없으니까 재미가 없는 거야”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연출적인 요소들이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쯤에 머무른 듯한 투박하고 올드 한 느낌이 물씬 납니다. 향수라는 매개체를 아예 코믹적인 요소로 카툰 형식을 빌려 과장시키거나 오버스러운 상황을 더욱 도드라지게 했다면 선명하게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약간의 스토킹적 인물을 배치해 실험에 무게를 두면서 향긋한 설렘이 있던 로맨스가 나아가지도 머물지도 못하는 지진부진한 상황으로 끝맺게 되죠. 그래서인지 소소한 웃음도 있고, 청량한 청춘스타들의 케미도 좋았지만 그저 그런 로맨스로 기억될 것 같아 개인적으로 좀 많이 아쉬웠습니다. 아라의 대사처럼 말이죠. ;ㅅ;
한 줄 평 : 기화되는 향기처럼 사로잡지 못한 설렘
-
- '제22회 한국퀴어영화제' 톺아보기
제 22회 한국퀴어영화제에서 2편의 장편과 3편의 단편을 봤다. 자막의 질, 작품성이 아쉬운 영화도 있었지만 감각적이며 섬세한 작품도 있었다. 아래는 그에 대한 간략한 리뷰.
날 유명하게 해!┃Make me famous┃장편
에드워드 브레진스키. 퀴어, 노숙자 등의 이질적이면서도 친연적인 집단이 함께 거주한 로워 이스트 사이드 출신의 게이 예술가. 비슷한 환경에서 작업했으나 키스 헤링, 바스키아 등과 달리 부각을 나타내지 못한 예술가. 에이즈, 마약 등 죽음의 소용돌이 속에서 예술 작업을 진행했던 예술가. 폐결핵으로 유럽의 한 호텔에서 사망했다고 알려졌으나 사망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아 생존설이 돌았던 예술가. 명성을 갈구했으나 '고작' 부유한 웨이터가 자신의 주요 후원자였던 데 분노했던 예술가. 설치 미술의 일환으로 전시된 도넛을 먹어버린 일화로 남다른/확고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선보였던 예술가. 죽은 지 한참 후인 2007년에야 뉴욕 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전시된 예술가. 생전에 마땅히 받았어야 할 관심을 받지 못한 예술가. 술을 마시면 괴팍하게 변해 변덕을 부리며 주변인을 위협하기도 했던 예술가. 동료, 주변인들의 인터뷰와 당시 자료로 복원되어 1970년대 후반과 80년대 뉴욕 예술의 중요한 일원이었음을 뒤늦게 인정받은 예술가. 지끈거리면서도 매력적인, 매혹을 잃지 않는 예술가를 기리는 다큐멘터리.
눈동자 너머┃Two eyes┃장편
세 시대의 퀴어 사랑을 계보화하는 영화. 첫 번째는 개척시대가 배경으로 선주민 마을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는 화가와 그를 가이드해준 선주민 남자 사이의 사랑이다. 아메리카 선주민들의 다양한 젠더 스펙트럼을 보여주기도 한다. 두 번째는 긴장하면 말을 더듬는 수줍음 많은 백인 소년이 솔직하고 당당한 흑인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자기 내면의 퀴어성을 발굴한다는 이야기다. 세 번째는 자살 충동을 겪는 퀴어 소년과 그를 위로해주는 선배 퀴어가 서로를 보듬고 이해하는 과정을 다룬다. 영화의 원제는 두 개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퀴어라는 의미를 담은 표현이다. 세 시대의 사랑을 엮어내는 영화의 다소 작위적인 시도, 이젠 익숙해져버린 퀴어 재현을 짜깁기한 듯한 느낌 등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날의 허무┃Thing among day┃단편
클럽 바텐더로 일하는 평범한 몸매와 얼굴의 게이 남성. 아버지는 타투한 그의 몸을, 학교 공부를 하고서도 웨이터로 일하는 그를, 독립을 선언하고도 방값을 빌려달라는 그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데이팅 앱으로 만난 원나잇 파트너와 랏슈를 사용하며 쓰리섬을 즐기는 주인공. 그러나 이런 만남마저 그에겐 위안이 되어주지 못한다. 그들이 자꾸 원치 않는 촬영을 강요하기 때문. 게이가 느끼는 일상적 공허함의 단편을 포착한 영화.
고양이 밥시간┃I should feed my cat┃단편
중년의 게이 남성인 주인공은 데이팅 앱으로 원나잇 상대를 모색한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만나러 간 남자는 언젠가 그룹 섹스 모임에서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영 마음에 들지가 않는다. 약물을 사용하는 켐섹스를 즐기는 그는 남자의 애정을 갈구하고, 남자는 마지못해 응한다. 그러고는 그의 집을 나오자마자 앱에서 상대를 차단한다. 공허한 상태로 도착한 도시의 어딘가. 사실 그곳은 주인공이 일부러 전 애인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 찾아간 곳이었다. 초라한 자신과 달리 잘 나가는 그를 보며 그의 공허함의 깊이는 더해진다. 결국 집에 도착해 밥을 많이 했다는 핑계로 친구를 초대하는 남자. 그리고 그의 어깨 위의 고양이. 고양이는 오늘 하루 남자가 곤란한 상황에 있을 때마다 적당한 핑계가 되어주었다. 더 있어 달라는 원나잇 파트너, 함께 시간을 보내자는 전 애인의 마뜩잖은 요구를 들을 때마다 ‘고양이에게 밥을 줘야 한다’는 핑계를 댔던 것. 그러나 사실 이는 핑계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고양이만이 그를 진정으로 위로해주었기에.
무명의 남자┃L’homme Inconnu┃단편
한적한 바닷가로 휴양을 떠난 중년의 남성 소설가.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젊은 이성애 커플. 소설가는 젊은 남자를 관음하며 소설의 영감을 얻고 활기를 되찾는다. 젊은 여자를 살해하고 젊은 남자를 독점하기도 한다. 사랑과 일 두 영역에서 모두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환상이었을까? 학교로 돌아온 남자는 과거의 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린다.
-
- 슈퍼 탐정으로 돌아온 배트맨, 브루스 웨인
나의 최애 슈퍼히어로는 퍼니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마블 히어로들에 비해선 인지도가 떨어지는 영웅이라 많이들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퍼니셔는 중간이란 없는 사람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었다는 트라우마 때문에 그에 대한 분노를 범죄자들에게 푸는 인물이다. 여러모로 슈퍼히어로라고 보긴 어렵다. 원래 같으면 스파이더맨과 같이 사람을 살리는 쪽으로 개화시키는 게 다방면으로 선한 방식인데 퍼니셔에게 그런 건 없으니 말이다. 아무튼 이런 내면의 폭력성을 후회와 트라우마로 분출시키는 내면의 에너지가 난 너무 멋있다. 데어데블과 킹핀이 MCU로 리턴함에 따라 퍼니셔 역시 합류가 유력하다는 링크가 뜨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나는 그의 복귀를 아~주 기다리고 있다. 그것도 존 번탈의 퍼니셔로.
최애도 마블. 제일 인상 깊었던 영화도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으로 마블이었다. 난 DC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슈퍼맨이나 아쿠아맨 같은 히어로들은 신이라서 감정이입이 안 된다. 퍼니셔같이 사람이어야지 공감이 돼서 보는 재미가 생기는 것이다. 이 근거로 남들 재밌다고 했던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도 그냥 그랬다. 그냥 취향에 안 맞았던 듯싶다. 그래서 그나마 좋아했던 작품이 <다크 나이트>와 <조커> 정도였다. 전자는 워낙 슈퍼히어로물의 교과서로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작품 아닌가. 후자는 스릴러 향을 첨가한 사회비판 영화로 극에서 표현하는 음울함에 사실 좀 공감하기도 했다. 두 작품 다 인물의 현실감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브루스 웨인이 그냥 돈 많은 잘생긴 부자 1로만 묘사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이 전부 다 떠나가 마음에 구멍이 난 인물이었고(<다크 나이트>) 온 사회가 만든 상처에 빠져 괴물이 된(<조커>) 내면묘사는 우리 생활에서 볼 수 있어서 인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냥 단순히 마블의 히어로들처럼 때려 부수는 것과는 다른 재미를 무의식 중에 바랬던 것이다. 이런 나는 2022년 3월 1일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관심조차 가지 않는 밴 애플렉의 배트맨과는 다른 히어로가 탄생할 것 같다는 생각에 두근두근 설렜다. 브루스 웨인이 10년 만의 솔로 무비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무력이 강해 기대고 싶은 배트맨은 아닌 것 같다. 이 <더 배트맨>은 우리 곁에 있을법한, 뇌가 섹시한 슈퍼히어로다.1. 어떤 것에 대한 영화인가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배트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박쥐 가면 쓴 싸움 잘하는 남자. 뭐 그렇게들 많이 알 것 같다. 맞다. 이 영화는 박쥐 가면 쓴 슈퍼히어로가 주인공이다. 이 박쥐 가면 쓴 유사 자경단은 고담시의 부조리가 벌어지면 쨘하고 나타나서 불한당을 두드려 패 버린다.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아니다. 철저한 불살 주의답게 총기나 칼 같은 둔기류를 쓰지는 않는다. 적당히 두드려 패버리는 선에서 약자를 도와주는 배트맨. 이 영화의 인트로는 배트맨의 히어로 활동으로 시작한다. 영화는 이 배트맨 액션 신과 함께 내레이션을 보여준다. 난 과연 잘하고 있는가, 식의 회의감으로 가득한 배트맨. 배트맨이 된 지 2년밖에 안된 초보 슈퍼히어로라 그런지 그는 마음속의 숭고한 대의만으로도 내면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당연하다. 그는 어렸을 때 부모님을 나쁜 놈들에게 잃었다. 그래서 그는 마음속에 복수로 가득 찼다. 이 때문에, 그는 잃었다는 화와 분노 때문에 악인을 보면 죄다 두드려 패버리는, 뒤틀린 슈퍼히어로가 돼버렸다. 당연히 그가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다. 원래 무언가를 잃고 나서 하는 모든 행동은 공허하다. 당연하지. 그 잃은 대상이 돌아오지 않는데. 근데 그는 그렇게라도 해야 내면의 분노가 해소된다고 생각하나 보다. 이런 그에게,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고담 시장이 암살당한 것이다. 의문의 수수께끼와 함께 살해당했다. 시체 근처에는 'To batman'이라는 편지가 있다. 살인범은 자기를 리들러 라 칭하며 배트맨에게 메시지를 건넨다. 이 메시지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수수께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사람이 죽은 이면에는 어떤 사건이 관련되어 있고, 이 <더 배트맨>은 배트맨이 경찰 고든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배트맨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내적 성장을 이루는 것 역시 핵심 소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보통 배트맨 시리즈 영화를 장르적으로 표현하자면 '슈퍼히어로 영화'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하다. 배트맨은 슈퍼히어로니까. 근데 이 영화는 사실 드라마적인 요소가 더 강한 쪽이라 생각한다. 무슨 말이냐면. 팀 버튼의 배트맨은 감독의 주 장기인 '시각화'가 십분 발휘된 시리즈였다고 생각한다. 펭귄에 대한 비주얼만 생각해도 감독의 인장이 쾅쾅 박혀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명품 트릴로지로 자주 회자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는 히어로의 탄생과 천재성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놀란은 <배트맨 비긴즈>에서도 라스 알 굴에게 싸움 배우며 내면의 분노를 어떻게 표출할 것인가에 대해 다뤘다. 이 뿐만 아니라 브루스 웨인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에 대해 직접적으로 조명한 것도 다른 배트맨과는 다른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또 약간 강박증(?)이 있는 놀란 답게 폭발이나 고딕 양식을 따온 듯한 건축물 디테일도 구현이 잘 됐다.
그런데 이 맷 리브스 표 <더 배트맨>은 다르다. 일단 배트맨의 기원 그런 것 없다. 레이철? 그런 거 없다. 캣우먼도 '캣우먼'이라는 이름으로는 언급되지 않는다. 유년시절에 대한 언급이 단 1도 없고 신참 배트맨의 모습 그대로를 먼저 제시한다. 실제로 영화는 처음부터 악인들 때려잡는 모습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 영화는 초반부터 기존의 배트맨들과는 다른 지점을 보여준다. 이런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은 후반부에 이르러서도 느껴진다. 이렇게 다르게 시작했던 <더 배트맨>은 주인공 내지는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게 만든다. '악인이 나온다 - 무력으로 두들겨 팬다 - 나쁜 놈이 착해진다'의 기존 문법에서 벗어나 꼼꼼하게 증거를 수집하고 이에 따라 '이 사람이 피해자가 될 것이다'라는 식의 추리물로 변한 것이다. 이는 원작 묘사에 철저했다는 뜻도 된다고 생각한다. 원래 DC의 뜻이 'Detective Comics'라고 한다. 이에 걸맞은 히어로 묘사가 된 것이다. 또 누아르 영화 느낌도 난다. 주요 정치인들이 살해되며 사건의 진상이 서서히 드러나는데, 이게 우리가 <세븐>이나 <조디악>에서 보던 느낌이다. 약간 슈퍼히어로 30% 첨가에 범죄 수사물 50%에 성장기 20%가 첨가된 느낌?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3. 또 어떤 부분에서 기존의 시리즈들과 다른 영화인가요?
내가 이 영화가 진정한 배트맨스러웠다고 생각한 지점은 이 부분이다. 이 근거로 영화의 색감이 어둡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얼마 전 <나이트메어 앨리>를 봤었는데 그 작품보다 더 어두웠던 것 같다. 배트맨의 내면이 깊고 어둡지 않나. 고담시의 묘사 역시 개판 오 분 전이다. 온갖 범죄가 판치고 마피아가 쌈 싸 먹은 게 고담시다. 이에 맞게 색감을 전체적으로 어둡게 뺐다. 난 이게 배트맨 시리즈다운 묘사라고 생각한다. 기존 시리즈들과 비교해봐도 큰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낮에 벌이는 일이 거의 없는 느낌? 사건이 대부분 밤에서만 일어난다. 일부러 사건의 시각 설정도 그런 부분을 염두해서 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낮이라는 소재가 들어가면 확실한 특징으로 꼽을 수 없어 팀 버튼과 놀란에게 비교당하기 쉬울 테니까.
또 슈퍼 히어로서의 비범함이 물리력이 센 쪽으로만 묘사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면 싸움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다는 뜻이다. 실상 액션신을 까 보면 많이 맞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트맨은 고담시의 악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이에 대한 연출이 사운드에서 나타나는데, 나만 그렇게 느낀 건지 모르겠는데 배트맨이 차를 쓸 때 부르릉하는 배기음이 난다. 내가 악당 입장이라면 배기음 이거 좀 무서울 것 같다. 소리가 무서운 사운드다. 또 배트맨이 악인들에게 나타날 때 빠르게 다다다 뛰지 않는다. 천천히 걷는다. 이게 무슨 의미겠어? 빠르게 고통스러운 거면 '순식간에 끝나니까' 그렇게 안 무서울 수도 있다. 그런데 배트맨이 천천히 걸어온다고 해보자. 악당들은 그가 걸어오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 하게 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배트맨은 공포를 도구로서 활용한다. 이렇게 섬세한 연출 지점이 타 배트맨 시리즈와는 차이점을 갖게 한다.
4. 그래도 슈퍼히어로물에 액션이 빠지면 시체죠! 액션 연출에 대해 써보자면?
영화 자체가 강인함이나 무력을 소재로 삼지 않았다고 해서 액션이 부실한 것은 아니다. 이것도 나름 탁월하다. 배트맨은 불살 주의 히어로다. 실제로 사람을 죽이는 묘사는 안 나온다. 그런데 이게 실제 싸움으로 적용한다면 무슨 사고가 날 것 같다. 예를 들어, 격투 신에서도 퍽 퍽 하는 소리가 타격감이 있다. 때리는 것도 한번 퍽 치고 나는 게 아니라 행동불능이 돼도 몇 대 더 때리는 묘사가 나온다. 물론 3번에서 쓴 내용도 맞다. 자주 맞기도 하고 사실적으로 때리는 사람이다. 근데 이렇게 공-방이 자주 반복된다는 것이 액션신의 합을 잘 짰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5. <조디악>과 <세븐>, 둘 다 범인을 찾아가는 영화였습니다. 또 빌런 리들러는 수수께끼를 내는 빌런이지요. 이거, 우리가 꼭 수수께끼를 맞춰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니오. 영화가 수수께끼를 해결하는데 시간을 쓰지도 않고, 일단 내가 그것들을 죄다 틀리기도 했다.(ㅋㅋ) 그래서 뭐 문제 못 맞혀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6. 러닝타임 176분, 거의 세 시간입니다! 지루하진 않나요?
난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러닝타임 세시 간인 거 1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액션으로서의 슈퍼히어로를 기대하고 가시는 분들에겐 좀 루주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세븐> 같은 영화 좋아하셨던 분들에겐 취향저격일 듯.
7. 다른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펭귄을 맡은 콜린 파렐, 셀레나 카일을 맡은 조이 크래비츠 둘의 퍼포먼스도 좋았다. 또 제일 중요한 주인공 로버트 패틴슨은 사람의 내면과 어울리는 비주얼을 갖고 있지 않나. 완전 잘 맞는 캐스팅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사람에 대해 힘주어 이야기하고 싶다. 리들러 역의 폴 다노다. 초반부-중반부-중후반부 직전까지 극을 이어가는 카리스마에서는 이 인물에게 나왔다. 다른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히스 레저)는 개연성이 없는 사이코패스였다. 근데 그게 말이 돼야 한다.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광기가 보여야 이 사람의 개연성이 드러난다. 밑도 끝도 없이 은행 털고 강도들 죄다 총으로 쏴 죽여야 조커스러운 광기가 드러난다. 단순히 행동으로만 하면 그 사람의 광기가 느껴지나? 아니다. 히스 레저는 디테일한 감정 묘사로 진정한 광기를 보여줬다. 그리고 그 광기는 배트맨이 해결해야 할 사건으로 이어진다. 그러니까 조커는 이 영화의 베이스라고 볼 수 있을 것인데, 히스 레저는 이렇게 어려운 캐릭터 설정을 소화해내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난 영화를 보고 나서 리들러가 이 조커와 비슷한 존재감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의 리들러는 비대면으로 악행을 중계하는 빌런이다. 무슨 말이냐? 우리가 볼 때 리들러 슈트와 가면만 볼 수 있어서 직접적으로 감정 전달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폴 다노는 목소리 톤과 눈빛만으로도 악성을 드러내야 한다. 역시 까다로운 조건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의 리들러는 살짝 보이는 광기만으로도 내면의 분노를 폭발시켜 관객을 내내 압도한다. 소리 지르는 연기. 셀프 카메라로 자기 자신을 찍는 연기. 후반부의 특정 신에서의 대사 하는 방식. 이게 세상 착하게 생긴 폴 다노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이 모든 게 말이 되게 하는 배우의 퍼포먼스였다. 더 이상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구체적으로 쓸 수 없지만, 나는 폴 다노의 연기 하나만으로도 영화의 값 충분히 한다고 생각한다. 압도적인 악역이었다. 여태까지 본 적 없는.
8. 왜 추천하고 싶나요?
단순하다. 재밌으니까! 배트맨 멋있으니까! 리들러 멋있으니까! 좋은 영화 보면서 행복하고 싶으니까!
나는 이 영화가 되게 영화의 속성 한 가지를 잘 보여줬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안 본 분들 부럽다. 얼른 달려가서 보시길 바란다.
아. 꼭 영화 끝까지 집중해서 보셔라. 굉장히 중요한 장면 하나 있다. 쿠키는 안 봐도 된다. 번역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
- 흑화한 강형욱
"개의 가장 큰 단점은 인간을 믿는다는 거죠"
개는 늑대와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하지만, 유전적으로 가장 중요한 특징이 하나 있다. 개는 태어날 때부터 인간을 사랑하는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다. 야생동물을 가축화하는 과정에서 그런 방식으로 인간을 잘 따르는 개체를 선별하고 키우고, 인간과 동일한 탄수화물 식단을 먹게 되면서 그렇게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절대 길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던 여우도 그런 방식으로 개처럼 사람을 잘 따르게 만든 사례가 방송에 나온 적도 있다.
뤽 베송의 영화 <도그맨>은 인간에게서 철저히 외면받고 개에게서 위로를 받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뤽 베송의 귀환이라고 해서 <존 윅>같이 개와 함께하는 엄청난 액션을 기대한다거나, 영화 초반의 모습으로 인해 <크루엘라> 혹은 <조커>와 비교하게 되기도 하는데, 사실 이 영화는 예상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어떤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받는 한 백인 남성이 경찰에게 잡힌다. 그런데 그는 백여 마리의 개를 트럭에 싣고서, 피를 흘리며 여장을 하고 있는 기괴한 모습이다. 무언가 섬뜩한 느낌을 감지한 경찰은 총을 겨누며 내리라 하지만, 그는 태연하게 담배를 꺼내 피운다. 여장을 한 더글라스(케이럽 랜드리 존스)는 그렇게 유치장에 갇혀, 흑인 여성 의사인 에블린(조조 T. 깁스)과 심리 면담을 시작한다.
범죄자와의 면담을 통해 이야기 속의 이야기로 구성된 이 영화는 <데드맨 워킹>이나 <양들의 침묵>을 떠올리게 한다. 이 사람이 범죄자라면, 그 범죄에 서사를 씌우게 되는 영화인가? 범죄자가 미화되는 영화인가? 혹은 광기의 탄생을 그린 영화인가? 하고 관객은 미심쩍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글라스는 꽤나 흥미로운 사람이다. 아주 신사적이고 당당하다. 그가 두 다리에 보호대를 차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인데도 불구하고, 그가 대체 어떤 범죄를 저질렀으며 왜 이렇게나 자신만만한 모습인지 궁금해진다. 에블린은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폭력과 혐오의 신과 사도
더글라스는 투견을 하기 위해 개를 기르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따르는 형, 아버지에게 맞고 사는 어머니에게서 자랐다. 아버지의 폭력이 지배하는 가정 분위기는 말할 수 없는 긴장감이 돈다. 특히 아버지는 투견에게 먹이나 정을 주는 걸 극도로 꺼린다. 아버지는 개에게 먹이를 주고 정을 주는 더글라스를 개 우리에 가둔다. 형이 일러바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폭력을 이기지 못한 어느 날 어머니는 도망간다.
이 집안에서 아버지가 가장 나빠보일 수 있지만, 더글라스가 가장 안 좋게, 위협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그의 형이다. 아버지가 폭력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자식을 개 우리에 몇 년이나 가두고 학대하는 인간 같지 않은 아버지지만, 그래도 그것은 어떻게 보면 아버지 나름의 정당성은 있었다. 하지만 그의 형은 폭력을 즐기는 인간이었고, 동생과 어머니에 대한 일말의 애정도 없었으며 아버지의 폭력성을 존경했다. 아버지는 삐뚤어지긴 했어도 아들을 우리에 가두는 것을 나름 교육이라 여긴 반면 형은 그저 동생이 고통받는 것을 좋아했으니까. 거기에 어떤 이유에서든 아들을 총으로 쐈다는 생각에 멘탈이 붕괴된다. 그런 모습을 본 형은 아버지를 감싸고 또 동생에게 잘못을 돌린다. 이후 감옥에 가자마자 자살까지 한 아버지를 생각하며, 더글라스는 '그는 그냥 그런 사람이었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버지가 그 집에서 폭력의 신이라면 형은 폭력의 사도인 셈이다. 이 세상의 모든 종교는 신을 자처하는 숭배의 대상 그 자체가 자신을 신격화한 것이 아니라, 그의 제자들이 종교를 만들고 제자들이 해당 존재를 신격화시켜 자신들의 세력과 종교를 만든 경우가 많다. 소크라테스를 신격화하고 그의 철학을 정립한 것은 플라톤이었다. 예수를 신격화하고 행적이나 말을 기록한 것은 12사도였으며, 사실상 그리스도교를 정립한 것은 예수를 생전에 본 적이 없는 바울이다. 아버지라는 신은 폭력이라는 교리를 자신만의 합리성으로 행했지만, 형이라는 사도는 폭력이라는 힘에 취한 사도-추종자일 뿐이다. 더글라스가 갇힌 철창에 'In the name of God'이라는 문구를 붙인 것이 그가 폭력의 신인 아버지의 사도역할을 한다는 걸 여실히 드러낸다.
성경에서 개는 하등하거나 나쁜 것으로 종종 묘사된다. 'In the name of God'이라는 문구가, 개 철창 안에서 더글라스가 본 시선으로는 뒤집히고 가려져 'DOG MAN'으로 보인다. 아버지와 형에게 개와 친한 더글라스는 교화해야 할 대상이며 형에겐 단죄해야 할 대상으로까지 변하게 된 것이다. 아버지에게 총맞은 일로 경찰에게 구조되고, 형은 감옥에 갔다. 감옥에 간 형이 출소하면 아버지의 죽음까지 몰아 동생을 죽이려 할 것이 자명했다. 더글라스가 형을 죽인 것은 복수였을 뿐 아니라, 혐오와 폭력에 대항하는 정당방위처럼 그려진다. 이 세상은 폭력과 혐오의 세상이고, 아버지는 폭력의 신이며 형은 폭력의 사도다. 더글라스 역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자신을 신에게 대항하는 적그리스도인 도그맨으로 다시 태어난다.
차별에 대항하는 법
아버지가 자살하고 형도 감옥에 가 있는 가정폭력의 희생자인 더글라스는 이후 청소년 보호소에서 자라게 된다. 애매하게 하반신이 마비된 채, 그곳에서도 폭력과 혐오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 더글라스에게 교사인 샐마(그레이스 팔마)와 연극은 한줄기 빛이었다. 연극 속 세상은 자신을 무엇으로든 만들어줄 수 있었고, 그곳엔 폭력과 혐오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차별이 가득했다. 장애인이자 보호소 출신인 더글라스는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고, 개를 돌보는 것이 가장 적성에 맞는 듯했지만 이마저도 국가에 의해 쫓겨난다. 현실은 약자에게 가혹하다. 결국 샐마에게 가졌던 연정마저 짓밟히고 나자, 자신도 자신을 혐오하기에 이른다.
여기에서 더글라스가 자신을 차별하고 혐오했던 이들을 단죄하기 시작했다면 다른 영화 속 범죄자와 다름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차별하고 혐오하던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갖지 않는다. 그에겐 그를 위로하는 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라는 말은 더글라스에게 딱 맞는 말이다. 그는 백여 마리의 개들이 함께하고 있다.
그리고 더글라스가 불행에서 벗어나 자신을 긍정하게 된 계기는 드랙퀸으로서 무대에 서게 된 후다. 드랙퀸은 화려하게 여장을 하고, 립싱크로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며 무대를 만드는 크로스 드레서들을 말한다. 드랙퀸이 겉보기에는 트랜스젠더나 게이처럼 보일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하기도 하지만, 그냥 이성애자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하기도 한다. 드랙퀸으로 유명한 공연은 <헤드윅>이 있고, 유명한 사람은 인어공주의 우르술라의 모티브였던 '디바인'이 있다. 연극을 하면서 남녀역할을 바꾸는 것에 거부감이 없던 더글라스는 드랙퀸의 무대에 푹 빠지게 된다. 그리고 드랙퀸들도 사회에서 차별받는 존재라, 더글라스의 마음을 잘 이해해 줬다. 결국 그는 무대에 서며 불행에서 치유된다.
여기까지 오면, 더글라스 - 도그맨은 크루엘라나 조커와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크루엘라나 조커는 자신의 극악한 범죄를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범죄자의 서사가 들어가 있다. 물론 상처 입은 영혼이라는 점은 비슷하나, 도그맨은 자신의 상처를 너무도 훌륭한 방법으로 극복하고 있지 않은가? 이쯤 되면 도그맨은 대체 어떤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이길래, 기괴한 모습으로 피를 흘린 채 잡히고 정신감정을 받고 있는 걸까.
도그맨은 누구인가
누군가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개를 도그맨에게 데려온다. 도그맨은 그 유기견을 받아들이고, 그의 말을 듣는다. 이 지역의 악질적인 조직이 세탁소 아줌마를 못살게 군다는 것이었다. 도그맨은 마치 늘 이런 일이 있던 것처럼, 개들을 이용해 약자들을 보호해 준다. 그 모습이 꽤나 능숙하다. 그리고 부의 재분배라는 명목아래, 부잣집에서 개들을 이용해 몇 보석을 훔쳐낸다. 부의 재분배를 외치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보석을 빨리 팔아치운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도그맨 자신을 죽음으로 위협하는 사람들을 정당방위로 죽였다.
그리고 세탁소 아줌마를 보호하려고 폭력조직을 개로 위협한 일로, 조직이 도그맨을 죽이려고 찾아온다. 도그맨과 개들이 총을 든 조직과 상대하는 모습은 철저하게 준비되었다기 보단, 어설프고 처절하다. 도그맨은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세탁소아줌마를 위해 이런 위험한 짓을 했었단 말인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더글라스의 말을 빌리자면, 더글라스 - 도그맨은 빌런도 안티히어로도 아니다. 그저 차별의 사회에서 살려고 몸부림치는 한 장애인이었고, 자기를 따르는 개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도둑질을 좀 하거나 자신과 연결된 사람들을 개로 보호해 주는 일이 전부였다. 도그맨은 자신이 형과 보험조사원을 살해한 것을 담담하게 고백하고 인정한다. 비록 정당방위라고 할지라도. 도그맨의 트럭이 쫓기며 경찰에게 잡히게 된 그 사건도, 사실은 조직이 총을 들고 쳐들어와서 대항한 것뿐이었다. 도그맨은 빌런이라기엔 너무 착하고, 안티히어로라기엔 너무 소박하다. 그런데 우리는 왜 도그맨을 크루엘라나 조커와 같다고 생각했을까? 영화 첫 장면에서 보여준 그 무시무시한 기운, 경찰도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총을 겨누게 된 그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도그맨에게서 느껴지는 그 기괴함은, 사실 편견과 차별로 관객이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현실에서 우리가 가지는 편부 편모가정이나 가정폭력에 노출된 사람에 대한 편견, 장애인에 대한 편견, 성소수자나 크로스 드레서, 드랙퀸에 대한 편견 등 말이다. 특히 그가 잡힌 사건은 그가 무시무시한 가해자라서가 아니라, 사실 피해자에 가까웠다. 경찰도 그걸 알고 그에게 안쓰러운 마음으로 담배를 준다. 엄청나고 기괴한 무서운 범죄잔줄 알았지?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야! 라고 감독은 말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차별받는 소수자가 발버둥 치는 휴먼드라마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전반에 흐르는 신-개-더글라스로 연결되는 기묘한 연출로 인해, 이것이 무언가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개통령 혹은 개의 신
앞서 말했듯 개는 인간을 사랑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정을 주면 금방 사람을 따른다. 사람을 따르고 애정을 가진 개는 굶주린 야생개보다 살의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영화에 나오진 않았지만 더글라스의 아버지는 투견을 하기 위해 개들을 따로 훈련시키기도 했을 것이다. 방식은 달랐지만, 더글라스는 애정으로 개들과 소통했고 별다른 훈련이 없이도 원하는 행동을 개에게 부탁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 이런 일이 실제로 가능할까?
10년 전, 동물농장에서 <천재견 호야>의 사연이 나온 적이 있다. 주인 아저씨가 별다른 훈련을 하지 않았는데, 너무 사람처럼 부탁하는 것을 척척 잘 알아듣고 하는 것이다. 수도꼭지를 틀고 닫고, 냉장고에서 음료를 가져오고, 말하지 않아도 일 끝나면 수건과 물을 가져오는 등, 일일이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천재견 테스트도 최상위권 점수를 받았다. 영화 <도그맨>에서 더글라스가 설탕이나 밀가루를 가져오라고 할 때 개들이 알아서 잘 가져오거나, 눈빛만으로 명령을 내리는 모습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호야도 주인아저씨와의 교감과 사랑으로 그런 일이 가능했고, 더글라스도 개들을 사랑으로 대했기 때문에 그런 일들이 가능했을지 모른다.
아버지가 개들을 함부로 다루는 집에서 자라, 개들을 사랑으로 대하게 된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개통령, 훈련사 강형욱이다. 강형욱은 개공장을 하는 집에서 자랐고,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아버지와 싸우기도 했으며 결국 개를 제대로 행복하게 키우는 일을 하며 살게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더글라스는 흑화한 강형욱이며, 흑화한 천재견 호야의 주인이다. 더글라스가 흑화했다고는 해도 소소한 동네 로빈훗 느낌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도그맨>은 단순히 상냥한 훈련사, 혹은 애정 어린 개주인을 넘어선다. 이미 자신이 개 철창에 갇혔을 때, 형이 'In the name of God'이라는 문구를 달아주고 그것이 뒤집혀서 DOGMAN이 된 시점부터, 그는 적그리스도가 되기로 작정한 듯하다. 그가 개를 얼마나 사랑으로 대하는지는 사실 그렇게 많이 나오진 않는다. <도그맨>에서 의아한 지점은 이 부분이다. 영화에서 개들이 묘사된 모습이 철저하게 훈련받은 군대처럼 보인다. CG가 아니라 진짜 개들을 훈련시켜 그런 장면들을 찍었다곤 하지만, 교감보단 명령으로 느껴진다.
기독교에서는 신에게 의문을 가지면 안 된다. 신과 인간은 대등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관계가 아니라, 신에게 순종하고 신이 하는 행동은 그것이 인간을 위한 큰 그림이라는 것을 믿고 따라야 한다. 그래서 도그맨은 훈련사나 주인이 아니라, 개의 신인 것이다. 이렇게 신의 자유와 사랑을 순종으로 덧씌우는 것이 서양의 기독교서사에 자주 등장한다. 영화 중간중간, 더글라스는 스스로를 예수에 비유하는 행동을 하거나 행동을 하게 된다.
개 철창에서 손에 아버지가 쏜 총을 맞은 채 십자가 모양으로 쓰러진 더글라스는 그 일로 걷지 못하게 되었지만 아버지에게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신에게 버림받은 것인지 구원받은 것인지 혼란스럽다. 그가 세상의 차별로부터 구원받아 드랙퀸으로 구원받는 모습은 앉은뱅이가 일어서는 기적을 연상시킨다. 가난한 더글라스는 자신을 따르는 수많은 무리들을 위해 오병이어의 기적을 도둑질로 일으킨다. 또 조직이 기관총을 들고 쳐들어와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을 때, 그는 굳이 걸어가서 포도주를 마시며 최후의 만찬을 한다. 그저 동네 로빈훗에 불과한 사람이 이런 사건을 거치며, 더 스스로를 대단한 존재로 여기게 변해간다고 느끼는 것은 나의 기우일까?
그는 결국 개들을 이용해서 유치장을 탈출한다. 그러나 그는 멀리 도망가지 않고, 하나의 의식을 치르기 위해 걸어간다. 마치 십자가를 진 예수가 힘겹게 십자가에 못 박히기 위해 골고다 언덕을 오르듯, 바로 옆 성당의 십자가 그림자가 비치는 곳으로 간다. 그리고 그 십자가에 정확하게 자신을 맞추려고 발걸음을 조금씩 조절하며 신에게 외친다. 십자가의 그림자는 더글라스에게 드리운다.
기독교의 4대 복음서 중 하나인 <루가의 복음서>와 외경인 <야고보 복음서>에 따르면,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하는 장면을 '성령이 내려오셔서 너에게 그림자를 덮을 것이다(한국번역: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라고 천사가 말하는 장면이 있다. 한국 성경에는 잘못 번역되었지만, 원문에는 성령이 임한다는 것을 그림자가 드리운 것으로 표현했다. 이 장면은 '그림자 수태'라는 모티브가 되어, 마리아의 수태고지 장면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장면의 그림으로 많이 묘사된다.
더글라스는 세상을 지배하는 폭력의 신에게 대항하는 적그리스도로써 더 완전히 새로 태어나려고 한다. 그가 그림자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하는 것처럼 보이려는 자기 연출은, 그림자로 드리워진 성령의 힘을 받아 더욱더 강한 도그맨이 되려는 의식이다. 단순히 오래 서있다가 쓰러졌다고 해서 더글라스가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더욱 강인하게, 동네 로빈 훗에서 진정한 개의 신 도그맨으로 태어났다. 그러기에 불행이 있는 곳, 자신을 상담해 준 에블린에게 개를 보내지 않았던가. 왜냐하면 바로 자신이 신이므로.
----------------------
영화 <도그맨>은 <크루엘라>나 <조커>, 혹은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같은 빌런 서사 혹은 안티히어로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잔인하고 섬뜩한 장면이나 액션도 없고, 그의 수족이 된 개들은 CG가 아닌 실제 훈련받은 개들이라 살기가 느껴지지 않아 전혀 무섭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귀엽기까지 하다. 개를 죽이는 장면은 나오지 않고, 귀여운 개들은 천하무적이다. 끔찍한 인물인 줄 알았던 더글라스는 사실 불쌍하고 착한 사람이다. 그런 것들이 영화의 좋은 메시지를 조금 흐린다고 생각한다. 과연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라면서. 오히려 마케팅에서 크루엘라나 조커 언급을 하지 않는 게 좋지 않았을까?
그렇더라도 날것으로 드러내는 뤽 베송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감각,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만들어낸 더글라스의 캐릭터는 살아있다. 별것 아닌 것들을 별것으로 만들어내는 힘, 그리고 그 별것은 사실 우리가 만들어 낸 차별과 혐오에서 나왔다고 귀에 대고 소리치는 힘 말이다.
*여담으로, 주인과 그렇게 사랑으로 교감했던 천재견 호야의 주인아저씨는 4년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작년 <단짝>이라는 방송에서 주인아저씨의 아들이 호야를 아직도 키우고 있는 모습, 아저씨의 생전 목소리를 듣고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이 나와 많이 안타까웠다.
-
- 6월 4주 차, OTT 종료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OTT를 구독해도 항상 어떤 영화를 볼 지 고르는 데만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시는 분들 있으신가요?
그럴 때 저는 종료예정작 중에 마음에 드는 영화를 보고 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이번 주에 꼭 봐야만 하는 종료 예정작을 추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6월 4주 차 종료예정작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내 이름은 아닌아
06.22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내 이름으로 놀리는 친구 때문에 싸움이 벌어졌다.
하필 교장 선생님이 나타나 우릴 데려갔고, 신비한 봉투를 나눠주며 절대 열어보지 말고
일주일 후에 그대로 가져오라는 벌을 주는데...
cine pick!
동화가 원작인 이 영화는 동화책 속 나올법한 캐릭터 디자인으로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나의 어머니
06.24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엄마와의 이별을 앞두고 가족도, 일도, 사랑도 마음처럼 쉽지 않은 영화감독 마르게리타와
그녀의 곁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겪는 이야기를 우아한 유머와 담담한 슬픔으로 담아낸 드라마
cine pick!
제 68회 칸영화제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수상 후 15분 간의 기립 박수를 받은 작품.
난니 모레티 감독의 어머니와의 추억에서 출발한 영화 <나의 어미니>는
어머니를 향한 애틋한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더 테이블
06.24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 하루 동안 머물다 간 네 개의 인연을 통해 동시대의
사랑과 관계의 다양한 모습을 비추는 작품
cine pick!
매력적인 연기를 펼치는 정유미, 한예리, 정은채, 임수정 배우와
감성 비주얼리스트 김종관 감독이 만나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전석 매진이 됐으며,
제 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5초만에 매진이 되었다.
몬스터 헌터
06.23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사라진 부대원을 찾기 위해 파견된 지상 최고의 군인 아르테미스 대위가 목숨을 위협하는
강력한 거대 몬스터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펼치는 사투를 그린 생존 액션
cine pick!
영화는 전 세계 6,000만 장 이상 판매된 게임 [몬스터 헌] 시리즈를 영화한 작품이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폴 앤더슨 감독 X 배우 밀라 요보비치 X MCU 참여 시각 효과팀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은 영화이다.
인비저블 사인
06.24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아빠가 삶의 의욕을 잃는 이름 모를 병에 걸리자 딸 모나도 그를 따라 삶의 의욕을 버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유일하게 수학만큼은 흥미를 버리지 못한 모나는 초등학교 수학 선생님이 된다.
cine pick!
LA 타임즈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보이지 않는 사인]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성장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따듯한 영화이며, 긍정적인 기운을 샘솟게 만든다.
다윈으로 가는 마지막 택시
06.24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친밀한 인간관계를 피하며 살아온 호주 시골 마을의 택시운전사 렉스는
어느 날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존엄사 허용법이 통과된 다윈까지
3,000km의 여정을 떠난다.
cine pick!
여운이 오래 남으며, 인생에 대한 고찰을 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영화를 보고 나며 유수의 영화제에서 왜 호평을 받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화장실의 피에타
06.25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화가에 대한 꿈을 포기한 히로시는 고층 건물의 창문을 닦으며 생계를 유지한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삶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인생의 마지막 여름에 고등학생 마이를 만난다.
cine pick!
제 39회 일본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함께 마츠나가 다이시 감독의 연출이 만나 시너지를 일으켰다.
마지막 엔딩곡까지 울림을 남기는 영화이다.
씨네랩 에디터 ria
-
- 난 두렵지 않아요 테레즈 / 캐롤 명대사 모음 ?????
- BGM Day 7 - Sweet Sorrow
Day 7:
https://soundcloud.com/day7official
https://twitter.com/Day7Chill
-
- 2년만에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다녀왔습니다 l 해물은 싫지만 이 짬뽕은 좋아요ㅣ선우정아님 최고...
-
오...오랜만에 제 이야기겸... 영화제 이야기겸....
무엇보다... 현생에 지친 모두를 위해 제가 힐링 받았던 순간들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영상을 보시고 다들 조금이라도 마음에 여유를 느끼셨으면 좋겠군요ㅜㅠ
-
- 영화 <마세티 킬즈> 메인 예고편
전 세계를 폭파시킬 미사일 테러를 계획하는
억만장자 무기상인 ‘루더 보즈’(멜 깁슨)
정보를 입수한 미국 대통령은 이를 막기 위해
마성의 살인 병기 ‘마세티’(대니 트레조)를 고용하고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멕시코로 건너간 그는
예상치 못한 적들과 마주하는데…
과연, 마세티는 전 세계의 평화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웃겨주게 죽여줄 Z급 킬링 액션이 온다!
-
- 영화 <고질라 VS 콩>
세상의 운명을 놓고, 지구상 가장 거대한 신화적 존재들의 스펙터클한 대격돌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