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3-14 12:43:29
3월 3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이번 주 개봉, 또는 공개 예정인 작품들을 소개해 드리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올봄, 잠들어 있던 감성을 깨울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소울메이트>부터
DC코믹스의 유쾌 발랄 히어로 영화 <샤잠! 신들의 분노>까지.
개성 넘치는 이번주 개봉작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소울메이트
Soulmate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24분
감독: 민용근
출연: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 등
개봉: 2023.03.15.
배급: (주)NEW
시놉시스
1998년, 처음 만났다. 2004년, 첫사랑이 생겼다. 2010년, 각자 어른이 되어간다. 2014년, 흔적을 따라간다. 지금, 그리움을 그린다. 2023년 3월 15일, 당신의 소울메이트가 찾아옵니다.
CINE PICK!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소울메이트>는 중국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제주도를 배경으로 유년 시절을 함께한 88년생 '미소'와 '하은'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관계의 굴곡을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 <혜화, 동>으로 일찌감치 평단으로부터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민용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대를 모았는데요, 인물의 시간을 따라가는 묵직한 연출이 인물 간의 우정뿐만 아니라 개인의 인생까지 조명해 몰입감을 더했으며 원작과 달리 그림을 중요한 소재로 다룬 점 또한 돋보입니다. 이와 더불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소품과 설정들은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큰 재미요소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샤잠! 신들의 분노
Shazam! Fury of the Gods

개요: 액션, 모험 | 미국 | 130분
감독: 데이비드 F. 샌드버그
출연: 제커리 레비, 애셔 앤젤, 아담 브로디 등
개봉: 2023.03.15.
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시놉시스
신들의 힘을 갖게 된 빌리(애셔 앤젤)와 친구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슈퍼히어로의 삶을 즐기게 된다. 그러던 그들 앞에 잃어버린 힘을 되찾고자 그리스 여신 헤스페라(헬렌 미렌)와 칼립소(루시 리우)가 나타나게 되고, 세상은 혼돈에 빠지게 되는데…
CINE PICK!
<샤잠! 신들의 분노>는 DC코믹스의 신작으로, 신의 능력을 가진 문제아 슈퍼히어로들과 빼앗긴 힘을 되찾으려는 신들의 대결을 그린 액션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애나벨: 인형의 주인>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이 전편에 이어 이번 작품도 연출을 맡았으며,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았던 폴 커비가 참여해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또한, '샤잠' 역의 제커리 레비부터 '빌리 뱃슨' 역의 애셔 앤젤, '프레디 프리먼' 역의 잭 딜런 그레이저 등이 전편보다 한층 더 성장한 슈퍼히어로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한편 2022년 미국배우조합상 평생 공로상에 빛나는 헬렌 미렌과 루시 리우가 맡은 새로운 빌런들의 활약상이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플레인
Plane

개요: 액션, 스릴러 | 미국, 영국 | 107분
감독: 장-프랑소와 리셰
출연: 제라드 버틀러, 마이크 콜터 등
개봉: 2023.03.15.
배급: (주)누리픽쳐스
시놉시스
파일럿 ‘브로디’는 운항을 하던 중 폭풍을 만나게 되고, 필리핀의 한 섬에 비상착륙 한다. 상공에서 마주한 폭풍의 영향으로 관제탑과의 통신이 끊기고 비행기에 이상까지 생겨버린 상황. 브로디는 섬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 FBI에게 연행되던 살인범 ‘가스파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 사이, 섬에 있던 무장 세력들이 나타나 남겨져 있던 동료들과 승객들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이며 모두의 목숨을 위협하고, 브로디는 무장 세력으로부터 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가스파레와 힘을 합쳐 탈출을 향한 아찔한 사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CINE PICK!
영화는 비상착륙한 섬에서 마주한 무장세력으로부터 납치된 승객들을 구하고, 함께 살아남기 위해 살인마와 손을 잡는 한 파일럿의 긴박한 모습을 그린 액션 스릴러로, <비독: 파리의 황제>, <블러드 파더>, <원 와일드 모먼트>, <퍼블릭 에너미 넘버원>, <어썰트 13> 등 다수의 영화의 감독과 연출을 맡으며 2019년 제73회 에든버러 국제영화제에서 베스트 오브 더 페스트상을, 2009년에 제34회 세자르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던 장 프랑소와 리셰 감독이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또한, 국내 번역의 경우 <미드웨이>, <나이브스 아웃>, <존 윅 3: 파라벨룸>, <데드풀> 시리즈, <보헤미안 랩소디>, <스파이더맨: 홈커밍>, <웜바디스> 등 수많은 영화의 번역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번역가 황석희가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니셰린의 밴시
The Banshees of Inisherin

개요: 코미디, 드라마 | 아일랜드, 미국, 영국 | 114분
감독: 마틴 맥도나
출연: 콜린 파렐, 브렌단 글리슨, 케리 콘돈, 배리 케오간 등
개봉: 2023.03.15.
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놉시스
아일랜드의 외딴 섬마을 ‘이니셰린’. 주민 모두가 인정하는 절친 ‘파우릭’(콜린 파렐)과 ‘콜름’(브렌단 글리슨)은 하루도 빠짐없이 함께 술을 마시며 수다를 떨 정도로 다정하고 돈독한 사이다. 어느 날, 돌연 ‘파우릭’에게 절교를 선언하는 ‘콜름’. 절교를 받아들일 수 없는 ‘파우릭’은 그를 찾아가 이유를 묻지만 돌아오는 건 변심한 친구의 차가운 한마디 - “그냥 이제 자네가 싫어졌어”. 관계를 회복해 보려 할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가기만 하고 평온했던 그들의 일상과 마을은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데… 예고 없이 찾아온 절교 선언, 평온했던 삶이 뜨겁게 타오른다!
CINE PICK!
<이니셰린의 밴시>는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천재 극작가이자 노련한 영화감독인 마틴 맥도나가 2017년 영화 <쓰리 빌보드> 이후로 내놓은 신작입니다. 맥도나 본인이 과거에 집필한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했으며, 여러 작품에서 함께해 감독의 페르소나로 자리 잡은 콜린 파렐과 브렌단 글리슨이 주연 배우로 출연했습니다. 영화는 아일랜드의 외딴 섬마을 이니셰린에서 가장 절친한 친구였던 두 사람의 관계가 한쪽의 일방적인 절교 선언으로 어긋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는데요, 제79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아 엄청난 호평 속에 각본상, 볼피컵 남우주연상을 수상, 제8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영화 부문 작품상, 남우주연상,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편집상에 모두 이름을 올렸으나 아쉽게도 수상에는 실패하였습니다. 1920년대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아일랜드 내전을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하는 이 영화는 "두 친구의 절교는 아일랜드 내전의 분열과 같이 우화적인 측면이 있다"라고 말한 감독의 설명과 같이, 두 인물 간의 갈등을 통해 작은 섬을 넘어서 전 세계에서 거듭되는 분열과 재앙,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조명하고 있습니다.
어떤 영웅
A Hero

개요: 드라마 | 이란, 프랑스 | 128분
감독: 마틴 맥도나
출연: 아쉬가르 파라디, 아미르 자디디, 모센 타나반데 등
개봉: 2023.03.15.
배급: 영화사 진진
시놉시스
"사람들이 날 존경해요" 빚을 갚지 않아 수감 중인 라힘은 주운 가방 속 금화를 팔아 보석금을 내려다 주인에게 돌려준 후 영웅 대접을 받는다. 그의 평판이 높아질수록 주변의 의심은 깊어지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라힘의 사소한 거짓말은 점차 커다란 파국을 몰고 오는데… 가장 길었던 이틀 간의 귀휴가 시작된다.
CINE PICK!
제74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 제93회 전미비평가위원회 2관왕, 제33회 팜스프링스 국제영화제 3관왕 등 전 세계 영화제 13개 부문 수상 및 38개 부문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어떤 영웅>은 일상 속 딜레마를 그린 영화를 통해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거장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신작으로, 한순간에 영웅이 되었다가 한순간에 파국을 맞이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모럴 서스펜스 영화입니다. 파라디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이 세상에 진정한 영웅이란 게 존재하는지, 진실을 전부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것이 죄가 되는지 등의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 주며 새로운 영화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보스턴 교살자
Boston Strangler

개요: 스릴러 | 미국 | 112분
감독: 맷 러스킨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캐리 쿤, 크리스 쿠퍼 등
공개: 2023.03.17.
채널: 디즈니+
시놉시스
보스턴 일대에서 세 명의 여성이 목 졸려 살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레코드 아메리칸’ 신문의 저널리스트 ‘로레타’는 유일하게 세 건의 살인사건의 연결고리를 발견한다. 하지만 생활부 소속이란 이유로 사건에 대한 기사를 쓰지 못하게 되고, 그 사이 네 번째 살인사건이 또다시 발생한다. 도시를 최악의 공포로 몰아넣은 정체불명의 교살자. ‘로레타’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동료 ‘진’과 함께 목숨을 걸고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결정적 용의자에 닿은 순간, 사건의 진실을 가로막았던 편견을 뒤로하고 모든 걸 내던진 취재를 시작하는데…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충격 실화 최악의 연쇄살인사건, 목숨을 건 최초 보도가 시작된다!
CINE PICK!
디즈니+ 오리지널 영화인 <보스턴 교살자>는 전미 역사상 가장 악명 높았던 범죄를 일으킨 '보스턴 교살자'를 최초 보도한 두 여성 저널리스트 '로레타'와 '진'이 더 이상의 희생자를 막기 위해 사건을 집요하게 쫓는 내용의 범죄 실화 추적극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살인의 추억> 연출 당시 찾아본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 잔혹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요, 할리우드의 거장 감독 리들리 스콧이 제작에 참여했으며 영화 <크라운 하이츠>로 제33회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맷 러스킨 감독이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되었습니다. 주연 배우로는 <비긴 어게인>과 <이미테이션 게임> 등의 다양한 영화에서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 할리우드 스타 키이라 나이틀리가 출연했으며, 무엇보다도 사건 당시의 보스턴의 모습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실제 사진 기록 자료를 참고해 놀랍도록 디테일한 뉴스룸 세트, 의상 디자인을 선보인 것으로 알려져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OTT 신작 등 총 여섯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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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락을 잃고 난기류에 휘청거리는 '파일럿'
엄마 나 유퀴즈 나왔어
이 영화의 주인공은 미남 조종사 한정우(조정석)다. 첫 장면은 인기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록'이다. 이 프로그램에 나오면 곧 성공한 인물이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성공한 파일럿 한정우. 학생 시절부터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안정적인 비행을 보여준 한정우. 극적인 개인 서사와 잘생긴 외모로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인물이 되었다. 어디 가면 후배들이 잘생겼고 멋있다며 칭찬한다. 자기애가 흘러넘치는 한정우. 하지만 한정우에게 세상은 나 혼자만 사랑하기에 바쁘다. 자기 인생 사는 것에 바빠 아내와 아들이 원하는 게 뭔지는 무관심하다. 아내가 6개월 전에 그만둔 필라테스 이야기를 꺼내는 한정우. 한정우는 겉으로만 화려하지 타인에게 무관심한 인물이었다. 이 무관심이 화근이 되었다. 어떤 술자리에서 술에 취한 상사에 호응하기 위해 이상한 소리를 입 밖에 내는 한정우. 이 일은 녹취록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백수가 된 한정우. 먹고는 살아야 한다. 여러 항공사들에게 탈락의 고배를 마시다 묘수를 떠올린다. 여자만 뽑는 항공사에 부기장으로 지원하는 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다. 때마침 자기 회사가 여자 부기장을 뽑는다는 후배 현석(신승호)의 말에 뷰티 크리에이터 한정미(한선화)에게 여장하는 법을 묻는다. 먹고살기만 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여장이, 일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한정우에게 들이닥친다.
요즘 10대들은 이거 알까
성별을 바꾼다는 소재가 한국의 영화/드라마가 그렇게 많았던 편은 아니었다. 글쓴이 같은 90년대 후반대생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커피프린스 1호점>이었다. 이 드라마가 상업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기획의도는 간단했다. 1) 남자 주인공이 재벌가 3세 2)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만난 운명 같은 사랑 3) 남장여자라는 사실이 들킬까 말까 하는 서스펜스다. 이 기획은 당시 시대상을 생각해 보면 신선할 수밖에 없다. 성 정체성을 중심으로 이게 사랑일까/아닐까 긴장감을 주는 경우는 드물었다. 일단 사회적으로 트랜스젠더나 성소수자에 대한 담론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못했다. 은근히 금기를 건드리는 것이 이 남장여자의 등장이었다. 드라마 내적으로도 좋은 선택이었다. <궁>이나 <꽃보다 남자> 같은 것을 생각해 보면 일반적으로 만날 수 없는 사람들 왕궁과 재벌가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이 두 드라마처럼 서브 남/여주가 사랑에 훼방을 놓는 경우가 있었던 적은 있었어도 자기 내면에서 충돌하는 로맨스라니 획기적이지 않아? 사회적인 맥락으로나 드라마를 연출하는 방식으로나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은 것이 이 드라마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파일럿>은 <커피프린스 1호점>과 비슷하면서도 전적으로 다른 기획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 파악하기 쉬운 특징이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를 이루고 있는 두 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 여장남자가 등장한다는 점 그 자체다. 여장남자는 곧 성별이 바뀐다는 의미다. 왜 남자로 바뀔까? 뭔가 욕망이 있다는 의미다. 주인공 한정우(조정석)는 사고 치고 야인이 된다. 야인도 돈을 벌어야 한다. 먹고살아야 하는 한정우. 파일럿 출신이라는 직업적 특성을 살려 재취업을 노린다. 하지만 한정우는 사고도 사고지만 쉽지 않다. 왜? 여성이어야 취업이 쉬우니까. 이 한정우의 욕망이 여성할당제라는 시대적인 맥락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 영화를 이루는 기본 대전제가 시간적 배경에 근거하고 있으니 감독이 이 작품에 현대 한국사회를 담고자 했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 영화는 이런 맥락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대사가 흥미롭다. 한정우가 처음 여장에 성공하고 난 다음 듣는 대사가 있다. “진짜 싸움 잘하게 생기셨네요”라는 점이다. 이 대사는 코미디로서의 역할도 하지만 시대적인 맥락도 포함하고 있는 문장이기도 하다. 왜? 이 영화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무관심이다. 주인공 한정우가 자아에만 도취되어 주변 사람들과 세상들에게 무관심했다는 것이 영화에서 제일 중요하다. 이 대사 ‘정말 싸움 잘하게 생기셨네요’는 타인에 대한 폭력적인 관심을 드러내는 문장이다. 무관심으로 위기에 처한 인물에게 어떤 관심은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중요한 인물 노문영(서재희) 역시 사회적인 맥락 한 축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영화의 강력한 스포일러와 관련이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이 부분은 작품의 기획의도를 살리는 좋은 선택이었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구조적인 폭력이 1차원적으로 원인이 하나다라고 규정하면 영화의 허점이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원인을 그렇게 규정하면 그 논리에 따라 캐릭터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단순함에서 벗어나 사회구조의 속성을 캐릭터를 통해 보여준다. 어떻게? 이 인물이 추구하는 방향이 영화가 지적하는 것에 큰 괴리가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여장 남자?
하지만 영화가 이런 주제의식을 살리는 대신 패착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이 영화를 이루고 있는 다른 축 하나. 코미디다. 어떤 장면은 영화의 코미디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이상한 부분이었다. 어떤 점에서? 영화가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사회가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에 있어 정말 그 자체를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인물들 간의 진정성이다. 특히 후반부를 보면 더 그렇다. 어떤 캐릭터 간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 두 인물 간의 연대를 조롱한다. 내지는 한 캐릭터의 특성을 이상하게 조롱하기까지 한다. 화학적인 현상(?)이라 꼬르륵 허기지는 소리와 비슷하다는 점을 염두한다고 하더라도 굳이 여기까지 이상한 디테일을 표현할 이유는 없었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 개인/구조적인 폭력을 구현한다고 표방하지만 정작 인물들의 연대는 우스꽝스럽게 조롱하니 영화 후반부가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 어떤 인물이 특정한 선택을 보여주는데 여기까지 가는 데 있어 영화의 태도가 잘 어울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이 <파일럿>의 인물들 중 사실상 제일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윤슬기(이주명)도 핵심을 잘 살렸는가? 의 측면에서 의문이 든다. 위에서 언급한 <커피프린스 1호점> 같은 영화/드라마들이 성별 전환에 대해 다룰 때 가져오는 것은 '들킬지도 모른다'라는 서스펜스다. 이 슬기라는 캐릭터는 이 서스펜스에 심각하게 둔감하다. 가령 영화에서 한정미가 된 한정우와 윤슬기가 어디론가 향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에서 한정우는 약점을 쉽게 노출한다. 이렇게 쉽게 약점을 노출하는 한정우인데, 윤슬기는 이상할 정도로 아무 눈치도 채지 못한다. 하루종일 붙어 사는데 말이다. 차라리 이 장면(특정 장소에 가서 약점을 노출하는 신)이 없다면 한정우의 여장이 실제로 만나면 감쪽같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막상 또 그런 것도 아니라, 다른 인물들은 '몸 되게 좋으시네요'같은 대사들을 치는데 윤슬기만 유독 눈치를 못 챈다. 그리고 글쓴이는 이 윤슬기라는 캐릭터가 지나치게 전형적이고 납작한 점이 가장 큰 단점으로 느껴졌다. 이 인물이 입 밖으로 내는 대사들이 납득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글쓴이가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보거나 들은 수많은 이야기들에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고 그들의 맥락도 충분히 내가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인물은 글쓴이가 보고 들은 사람들과 다르게 논지들은 매력이 없다. 왜? 사람으로서 입체적이지 않다. 별로 성장하지 않는 캐릭터다. 매력이 없다. 이 단점은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과 대치된다. 거시적인 것만 추구하는, 영화가 배격하는 태도와 전적으로 등치 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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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젠더갈등을 풍자하기 위한 중요한 토대 중 하나인 설정 중 하나는 취업이다. 남자면 안되는데 여자니까 된다는 설정이 이 영화의 모든 해프닝의 시작이다. 그럼 그 취업 과정을 사실적으로 구현해야 이 영화가 조명하고 싶었던 한국사회의 병폐를 더 사실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영화가 강약조절을 실패한 단면이라고 생각했다. 기업이 보통 이런 식으로 사람을 뽑나? 코미디로 소화할 장면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 가령 <육사오> 같은 영화는 남북 분단이라는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계급에 관한 부분은 코미디로 활용하지 않았다. 이 <파일럿>은 이야기의 선을 넘어 생동감을 포기한다. 경영권 분쟁이라는 소재를 가져와서 현실감을 높이려고 둔 선택과는 전적으로 모순된다.
주인공 한정우의 행보도 영화가 챙기지 못한 부분이 많다. 글쓴이는 이 영화가 좀 더 유치해진다고 하더라도 더 직접적인 묘사가 들어갔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내면을 더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내면 묘사가 들어가야 할 장면 대신 여장한 한정우가 겪는 안 좋은 일들로 코미디를 보여준다. '영화'로서의 매력을 떨어트리는 선택을 고의적으로 골랐다. 심지어 더 나아가 이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과정을 보면 이 여성혐오라는 모티브랑 크게 관련이 없다. 그래서 영화가 여성혐오라는 모티브를 전시만 하고 끝난 듯하다. 앞서 언급한 <육사오>처럼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보여주지 않고 코미디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파일럿>은 아니잖아? 이 영화는 코미디면서 한국사회의 모순을 보여줘야 한다. 그걸 영화 내내 보여주는데 그렇기만 했지 실속은 챙기지 못했다.
쾌남/녀 재질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조정석 배우는 극을 훌륭하게 이끌어나간다. 기괴하다고 느껴지기 쉬운 캐릭터의 비주얼도 특유의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로 소화한다. 또 연기도 '여자인 척하는 남자'의 디테일을 잘 살렸다. 대표적으로 목소리 톤으로 변화구를 두는 섬세한 연기는 정말 대단했다. 그리고 캐릭터가 기쁨을 느끼는 장면이 이 인물에게 가장 중요한데 이 리액션도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두근대는 긴장감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다른 주인공인 한선화 배우도 전형적이긴 하지만 코미디를 연기를 뻔뻔하게 소화했다. 조정석 배우의 한정우보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가 여동생 한정미일 거라고 생각한다.
'웃을 수는 있'는 영화
글쓴이의 총평은 '난 안 웃었지만 사람들은 좋아할 것 같다'라는 영화다. 웃을만한 장면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 웃지 않은 이유가 뭔지 영화를 보면서 하나하나 다 알 것 같았다. 입체적이지 않은 이야기와 인물들이 영화의 매력을 급감시킨 예라고 생각한다. 근데 글쓴이는 영화 오타쿠로서 이런저런 코미디에 익숙하다. 그래서 원초적으로 빡 웃기는 것에 무덤덤하다. 반대로 능청스럽게 웃기는 걸 좋아하다면 충분히 좋아할만한 영화가 <파일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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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까고 쏘고 쑤시는 마블 지저스의 MCU 입성기!
(이 글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단 까고, 쏘고, 쑤신다. 연신 쉬지 않는 구강 액션으로 촌철살인을 날린다. 대상은 바로 마블! 나락 끝까지 곤두박질치고 있는 마블의 현 상황을 이렇게 깔 수 있는 이는 단 한 명, 데드풀은 마블 저격수로 등장해 그 임무를 다한다. 자칭 마블의 메시아이자 마블 지저스라 말하며 이곳을 구원하러 왔다고 하는 그의 모습은 연신 자조적 웃음을 짓게 한다. 하지만 그의 임무는 이게 다가 아니다. 울버린도 데려와야 하고, 폭스 영웅들과 곳곳에 숨겨진 이스터에그도 소개해야 한다. 가끔 관객들과 대화도 하고, 재도약을 준비하는 마블의 빅픽처를 그려야 한다. 그래서 <데드풀과 울버린>은 보는 재미가 있지만, 때로는 그 재미가 반감되기도 한다.
데드풀은 이제 데드풀이 아니다. 어벤져스 면접 낙방 이후 상심이 커진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슈트를 벗고 중고차 딜러로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을 산다. 여자 친구도 떠나고, 삶의 의욕이 없어진 그에게 남은 건 소중한 친구들. 이들과 생일파티를 즐기던 그는 시간 변동 관리국(TVA)에 끌려간다. 그곳에서 만난 미스터 패러독스(매튜 맥퍼딘)는 울버린(휴 잭맨)이 죽고 난 뒤 신성한 타임라인을 누군가는 구해야 한다며, 웨이드에게 의미 있는 임무를 맡기려 한다. 단, 친구들이 있는 세계는 완전히 파괴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고민에 빠진 데드풀은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타임러퍼를 빼앗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는 살아있는 울버린을 데려오기 위해 타임라인 여행을 하고, 끝내 한 명을 찾는 데 성공한다. 근데 하필, 동료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술만 퍼마시는 최악의 울버린을 데려온 것. 자신의 계획을 바꿀 생각이 없던 패러독스는 TVA로 온 이 둘을 변종들의 쓰레기장이라 불리는 보이드로 보내버린다. 그리고 이들은 프로페서 엑스의 쌍둥이 동생 카산드라 노바(엠마 코린)를 만난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이전 시리즈보다 한층 더 복잡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많다. 이전 <로키> 시리즈를 통해 등장한 TVA와 마블이 지향하는 멀티버스 세계관을 통해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영역은 확장되고, 그로 인해 다뤄야 하는 것들도 많아졌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이야기와 세계관이 더 커지는 건 당연지사지만, 마블에서도 아웃사이더 히어로였던 그에게 이번 확장은 그 자체로 새로움이자 큰 도전이다. 이는 인사이더, 즉 어벤져스의 일원으로서 활약할 수 있는 데드풀의 MCU 입성을 위한 통과의례로도 보인다. 초반에 어벤져스 면접 장면은 이를 증명한다.
이번 여정은 데드풀만 등장하는 게 아니다. 울버린도 동참한다. 울버린의 10번째 스크린 나들이라는 점에서 반가움은 크지만, 한편으로는 <로건>을 통해 장대하고도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한 캐릭터의 재등장은 우려 요소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숀 레비 감독은 과감히 울버린을 합류시킨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 캐릭터가 곧 20세기 폭스의 마블 히어로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영화는 울버린을 통해 디즈니에 흡수된 20세기 폭스에서 선보였던 히어로를 소환하고 이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향수와 자극한다. 극 중 울버린은 쟈니(판타스틱 4), 엘렉트라, 블레이드, 갬블, X-23, 퍼니셔, 데어데블 (퍼니셔와 데어데블은 입으로만 전해진다.) 등 <인사이드 아웃>의 ‘기억의 뒤편’과 비슷해 보이는 보이드에서 이들을 마주하며, 데드풀과 함께 안내자 역할을 담당한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카산드라와 최후의 대결을 펼치려는 이들을 도와주며 과거 동료들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죄책감을 일부 씻어낸다. 더 나아가 과거 자신이 해내지 못했던 세상의 위기를 몸 바쳐 막아낸다.
울버린과 20세기 폭스의 히어로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영화가 히어로를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 <리얼 스틸> <프리 가이> 등 중요하고 인기 있는 이들이 아닌 주인공을 내세워 자신만의 영웅담을 만들었던 숀 레비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 궤를 같이한다. 모든 이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우리의 기억 속에 묻어뒀던 영웅들 또한 어벤져스 못지 않은 이들이었다는 걸 보여준다. 안티히어로 데드풀, 다크히어로이자 뮤턴트인 울버린은 어벤져스가 아니지만,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나름의 최대치 능력을 발휘해 세상을 구하는 이들의 모습은 어벤져스 못지않은 영웅으로 보인다.
데드풀과 울버린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을 통해 이들은 함께 나온 적이 있는 탄생부터 함께할 운명이었다고 볼 수 있다.(휴 잭맨과 라이언 레이놀즈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겉모습은 물론, 성격도 판이하게 다른 데드풀과 울버린은 최적의 파트너다. 아웃사이더이자, 이기적 행동, 힐링 팩터(재생능력), 말 못 할 고통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 아래, 서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연합해 자신들에게 닥친 난관을 헤쳐 나가는 것 자체가 큰 재미로 다가온다.
영화는 세계관 확장과 울버린이라는 캐릭터의 합류도 몸집이 커졌지만 기존 시리즈의 맛을 살리는 데 주력한다. 핏빛 액션과 병맛 코미디, 19금 농담과 욕이 난무하는 콘셉트는 시리즈의 정체성이 되었는데, 감독은 데드풀과 TVA와의 초반 대결 오프닝 장면을 통해 이를 잘 보여준다. 엔싱크의 ‘Bye Bye Bye’에 맞춰 보여주는 버린의 멋진 살육(?) 율동 션은 디즈니에 인수되었어도 그 수위는 예전과 같다고 처음부터 못 박는 것 같다. 이후 보이드에서 설전을 벌이는 데드풀과 울버린의 대결, 카산드라와 한 판 대결을 펼치는 이들의 모습에서도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시리즈의 그 맛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전 시리즈의 쾌감이 이어졌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울버린의 가세와 멀티버스로 인한 세계관 확장에 따라 정작 데드풀다운 맛은 다소 떨어졌다. 특히 해야 하는 이야기가 많은지라 이번 영화에서 데드풀은 호스트 역할에 충실한 느낌이 강하다. 물론 그의 심리적 고통과 이를 이겨내기 위한 그만의 과정과 노력이 등장하지만, 전편과 비교했을 때 느껴지는 부족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여기에 20세기 폭스 히어로들의 등장도 향수를 자극하지만 <스피어더맨: 노 웨이 홈>에서 느꼈던 감흥까지는 보여주지 못한다. 멀티버스 활용 면에서도 다각도로 머리를 썼지만, 기시감과 피로감은 여전하다. 더불어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는 이스터에그의 높은 진입장벽, 임팩트가 약한 빌런 활용도 등 마블 영화에서 지적되었던 부분이 반복되는 건 아쉬움을 남긴다.
공교롭게도 영화를 본 당일 美 ‘2024 코믹콘’을 통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빌런 닥터 둠 역을 복귀, 루소 형제가 메가폰을 잡고 공개될 <어벤져스>의 새 시리즈가 발표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울버린(20세기 폭스 히어로 포함) 복귀는 단순한 이벤트성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되었다. 기존 어벤져스에 데드풀, 울버린 등 뮤턴트들의 합세는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지켜봐야 할 듯. 그러고 보면 일명 마블 심폐소생술 프로젝트의 신호탄을 <데드풀과 울버린>이 한 셈인데, 그럼 별 수 있나! 봐야지! 참고로 쿠키는 두 개다. 하나는 감동 그 자체, 하나는 폭소를 자아낸다. 살신성인의 자세로 참여한 크리스 에반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사진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평점: 3.0 / 5.0
한줄평: 마블 지저스가 되기 위한 데드풀의 일보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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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없는 포장지 속에 담긴 깊은 사랑
정신없는 포장지 속에 담긴 깊은 사랑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엣 원스>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출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시놉시스] 미국에 이민 와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은 세무당국의 조사에 시달리던 어느 날 남편의 이혼 요구와 삐딱하게 구는 딸로 인해 대혼란에 빠진다. 그 순간 에블린은 멀티버스 안에서 수천, 수만의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모든 능력을 빌려와 위기의 세상과 가족을 구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시사회 초청을 받았지만 시간이 도저히 나지 않아서 보러가지 못했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엣 원스>. 시간이 지나도 입소문을 타면서 꽤 오랜 시간동안 영화가 내려가지 않기에 이건 봐야하는 작품이구나 하고 영화관으로 향하게 만들었던 영화였다.
불친절한 설명 속 빠져드는 영화의 이해
지금까지 경험한 멀티버스 중 가장 정산만한 작품이었지만 이렇게나 이해가 잘됐던 작품은 드물었다. 멀티버스라는 소재가 사실 다른 차원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기에 이를 설명하고 풀어내는 것이 조금은 어렵게 진행될 수도 있고, 기존의 마블에서는 마블이라는 세계관 자체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멀티버스라는 세계를 이해하기엔 진입장벽이 있는 소재였다. 그러나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엣 원스>는 기존의 다 멀티버스 작품과는 다르게 가벼우면서도 그 멀티버스만의 매력을 굉장히 잘 풀어낸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역할이 바로 에블린 양자경에게 멀티버스의 존재를 알려준 남편 웨이몬드 키 호이 콴이 아닐었을까 싶다. 웨이몬드는 에블린에게 다른 세계가 존재함을 굉장히 압축적인 시간 내에 랩을 하듯이 빠르게 전달한다. 그 세계의 기술 상 천천히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설명을 해줄 수 있는 시간적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관객 역시 에블린과 마찬가지로 당황스러움 속에서 이 영화의 세계관을 받아들여야 했고, 이 영화에 더욱 집중하면서 간간히 전달되는 정보를 조합해서 양자경과 함께 이 난해하고도 정신없는 멀티버스를 점차 이해해나간다. 어쩌면 이렇게도 불친절한 멀티버스라는 배경 설명 덕분에 관객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영화를 이해하려 집중을 하고, 빠져들면서 멀티버스를 경험할 수 있었던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 아닐까 싶다.
모든 순간 나는 널 구할꺼야
정신없이 영화가 진행되며 B급 감성의 스토리가 전개되는 순간 속에서도 이 작품에 대해 환호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주제를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에웡 올 앳 원스>는 엄마가 자녀를 이해하고 구하는 엄마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굉장히 뻔하고도 교훈적인 이야기여서 영화 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이 작품이 왜 이렇게 명작이라고 평가받는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러한 뻔한 이야기를 B급 감성으로 풀어내면서 완력 조절을 제대로한 S급 영화다.
그저 평범하면서도 바르게 자라기만을 바라는 엄마와 엄마의 평범과는 다른 길을 가고 싶은 딸 이라는 현 시대의 캐릭터를 다른 멀티버스에서는 모든 세계를 없애버리려는 거대악과 이를 막으려는 사람으로 등장시키면서 딸과 엄마와의 갈등을 조금 더 고차원적으로 연결시킨다. 그저 개인적인 한 가정의 이야길 풀어내지 않는다. 엄마는 이런 거대악이 된 다른 차원의 딸과 싸우면서 자신이 어떤 편견에 쌓여 있었고, 자신이 결국 원하는 것은 딸 행복과 같이 함께 하는 것을 깨닫고, 거대악와 딸을 향해 외친다. "모든 순간 나는 널 구할거야." 이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이가 어디 있을까. 정말 이러한 코미디와 B급 정서의 작품에서 눈물을 흘릴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멀티버스를 통해 탄탄하게 쌓아올린 엄마의 사랑이 가슴이 와닿아 감정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정신없고 혼란한 포장지 속에 엄마의 사랑이라는 선물이 담겨 있었던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새롭게 풀어낸 사랑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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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다니고 싶은 학교는?
다들 개학, 개강 잘 맞이하셨나요?
비대면 수업이 대면으로 전환되면서,
거리에 학생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를 봐서 반갑기도 하고,
또 새로운 친구를 사귀면서 설렘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계실 것 같아요.
그래서 개학, 개강을 맞이해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추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클래식
(The Classic, 2003)
synopsis
엄마의 젊은 시절 편지와 일기장을 발견했다.
읽어갈수록 엄마의 옛사랑과 나의 지금 사랑이 닮았다고 느끼는 건 착각일까.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 속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cine pick!
제목처럼 한국 로맨스의 '클래식'인 영화.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와 너무 예쁜 주인공,
그리고 듣기만 해도 설레고 아련한 OST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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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카로 살아남는 법
(Mean Girls, 2004)
synopsis
케이디는 전학 간 고등학교에서 퀸카 집단에 들어가지만,
퀸카들의 리더의 전 남자친구가 케이디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전쟁이 시작된다.
cine pick!
하이틴의 정석 영화이자 가볍게 볼 수 있는 팝콘 무비입니다.
린제이 로한, 레이첼 맥아담스, 아만다 사이프리드
세 배우의 리즈 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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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비밀
(Secret, 2007)
synopsis
예고로 전학 온 첫날, 교정에서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들린다.
소리에 이끌려 문을 연 음악실. 거기 한 여학생이 있다.
첫눈에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는 홀연히 사라진다.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그녀. 그녀에게 더 다가가고 싶다.
cine pick!
영화를 안 본 사람도 알 정도로 유명한 피아노 배틀 장면.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 주연 배우, OST에 빠질 수밖에 없다.
몇 번을 봐도 똑같이 감동을 주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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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Architecture 101, 2012)
synopsis
서연과 승민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었다.
서연이 승민을 찾아와 꿈에 그리던 집을 지어 달라 하고
둘 사이엔 다시 사랑이 싹튼다.
cine pick!
아련하고 풋풋했던 첫사랑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영화.
조정석 배우의 인생 캐릭터 '납득이'가 탄생하고,
수지 배우에게 '국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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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녀시대
(Our Times, 2015)
synopsis
1994년 대책 없이 용감했던 고등학생 시절, 유덕화 마누라가 꿈인 평범한 소녀 ‘린전신’과
학교를 주름잡는 비범한 소년 ‘쉬타이위’의 첫사랑 밀어주기 작전
cine pick!
사랑할 수밖에 없는 대만 청춘 영화.
유치하면서도 순수한, 그리고 사랑스러운 주인공의
매력의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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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실격
(Heroine Disqualified, 2015)
synopsis
하토리는 자신과 소꿉친구 리타를 사랑의 '히로인’과 '히어로'라 여기며
언젠가는 연인이 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리타에게 여자친구가 생긴다.
cine pick!
코다 모모코의 만화 '헤로인 실격'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유쾌하고, 통통 튀고, 사랑스러움으로 가득한 영화입니다.
많은 이들의 사카구치 켄타로 입덕작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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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 스트리트
(Sing Street, 2016)
synopsis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라피나에게 첫눈에 반한 코너. 잘
보이고 싶어서 밴드를 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한 코너는 덜컥 라피나를 뮤직비디오에 섭외하고,
그날부터 코너는 급하게 밴드 멤버를 모으기 시작한다.
cine pick!
영화를 다 보면, 영화 OST를 찾아
플레이리스트에 담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OST도, 배우도, 메시지도 너무 좋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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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여름날 우리
(My love, 2021)
synopsis
너에게 풍덩 빠져버렸던 17살의 여름.
너를 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21살의 여름.
그리고 몇 번의 여름이 지나고 다시 만난 너, 이젠 놓치지 않을 거야.
cine pick!
싱그러운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두 배우의 감정선이 돋보이고, 케미가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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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티빙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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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스와 보낸 여름> - ‘마지막으로 남은 공룡은 외로웠을까?’
테스와 보낸 여름
(My Extraordinary Summer with Tess)
개봉일 : 2020.09.10. (한국 기준)
감독 : 스티븐 바우터루드
출연 : 소니 코프스 판 우테렌, 조세핀 아렌센, 트에보 게리츠마, 제니퍼 호프만
‘마지막으로 남은 공룡은 외로웠을까?’
“혼자 남겨지면 어떤 기분이 들까?” 여느 때처럼 찾아온 뜨거운 여름이 끝나갈 때쯤, 소년은 한가지 걱정이 생겼다. 모든 동물과 인간은 언젠간 죽는다. 강아지도, 저기 바닷물 안에서 펄떡이고 있는 물고기도, 나도, 사랑하는 가족들도 결국 언젠간 죽을 것이다. 소년은 해변가에 구덩이를 파고 누워 언젠가 닥쳐올 이별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소년은 몇 가지 고민을 거쳐 언젠가 다가올 외로움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기로 결심한다. 외로움에 익숙해지면 혼자 남겨졌을 때 보다 잘 적응할 수 있을 테니까.
<테스와 보낸 여름>의 주인공인 소년 샘은 자신이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공룡’과 같은 운명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다른 사람에게 너무 마음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가족들과 함께 온 여름휴가지만 샘은 외로움에 적응하겠다며 매일같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가족들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별 후에 닥쳐올 상실감을 예방하기 위해서 말이다. 필요 이상의 마음을 주지 말자고 다짐한 소년의 마음을 단박에 이끈 건 섬에 살고 있는 소녀 ‘테스’였다.
처음 만난 소년 샘에게 다짜고짜 살사를 함께 배우자며 울타리를 열어주던 소녀는 엄마 몰래 비밀스러운 계획을 실행한다. 서로를 엉뚱하다고 말하는 샘과 테스는 의외로 쿵짝이 잘 맞는다. 둘은 어른들은 모르는 비밀을 나누며 샘의 여름휴가가 끝나기 전, 비밀의 주인공에게 모든 걸 고백하기로 한다.
샘이 테스를 만난 그 해 여름은 유난히 이상했고, 행복했고, 새로웠다. 매해 찾아오는 여름이지만 테스를 처음 만난 그 해는 샘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다른 향을 가진 다음 여름이, 또 다른 색을 가진 또 다음 여름이 샘과 테스에게 찾아올 것이다. 둘에게, 우리 모두에게 앞으로 더 행복한 여름만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외로움에 대해 고민할 틈조차 없는 그런 행복한 여름말이다.
테스와 보낸 여름 시놉시스
엉뚱한 소년 ‘샘’은 가족과 함께 떠난 바닷가 휴양지에서도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다. 지구에 남은 마지막 공룡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상상하던 ‘샘’은 언젠가 혼자 남겨질 경우를 대비해 ‘외로움 적응 훈련’에 돌입한다.
그런데 섬에서 만난 소녀 ‘테스’로 인해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한다. 첫 만남에 다짜고짜 살사 춤을 추자고 하는 더 엉뚱한 소녀 ‘테스’는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행동으로 ‘샘’을 놀라게 한다. 그러던 중 어른들은 모르는 ‘테스’의 비밀스러운 계획을 알게 된 ‘샘’은 이에 동참하게 되는데…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의 끝, 그전에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너 살사 출 줄 알아?”
여름휴가 첫날, 샘은 해변에 구덩이를 파고 누워 언젠가 닥쳐올 가족들의 죽음과 남겨질 자신의 외로움에 대해 생각한다. 고민을 거듭하며 잡히지 않을 연을 향해 손을 뻗던 샘은 밝게 자신을 부르는 아빠의 목소리에 몸을 일으킨다. 좀 전까지 무거운 고민을 했지만 아이는 아이인 건지, 금방 아빠, 형과 어울려 해변을 뛰어다닌다. 한참 재밌어지려는 찰나, 형 요러가 샘이 누워있던 구덩이에 빠져 발목을 다친다.
요러는 샘 때문에 다쳤다고 짜증을 내고 샘은 구덩이를 못 본 형이 잘못이라며 티격태격한다. 병원에 도착한 세 부자는 진찰을 기다린다. 아빠는 툭하면 투닥이는 두 아들을 잠시 떼어놓기 위해 샘을 밖으로 내보낸다. 샘은 자신이 좋아하는 생선튀김을 사고 아빠와 형을 기다리며 목적지 없이 이리저리 걷고 있다.
마을을 구경하며 걷던 중 우연히 눈을 마주친 소녀 테스는 처음 본 샘에게 살사를 출 줄 아냐고 묻더니, 함께 배우자며 울타리를 열고 샘을 마당 안으로 이끈다. 뜬금없이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았던 공룡의 외로움’에 대해 고민하던 샘도 엉뚱하지만, 갑자기 함께 살사를 배우자며 처음 본 소년을 마당으로 끌고 들어오는 테스도 보통 엉뚱한 아이는 아닌듯하다.
“나중에 혼자 남겨지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샘은 테스를 만난 순간, 좀 전까지 고민했던 ‘마지막 공룡의 외로움’은 완전히 잊어버린다. 엉뚱하지만 밝은 소녀와 영상을 보며 살사를 추는 시간이 그저 즐겁다. 하지만 테스가 샘을 길가에 내려둔 채 홀로 쌩-가버린 저녁, 샘은 다시 외로움에 대해 생각한다. 저녁까지 함께 살사를 배워야 한다고 해놓고, 손님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쌩하니 가버리다니. 샘은 테스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 한순간에 혼자가 돼버린 저녁. 샘은 외롭지 않기 위해 외로움 적응 훈련을 시작한다.
여행객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조용한 해변, 파도에 쓸려온 물건들을 주워 만든 샘만의 훈련 장소가 만들어진다. 대화를 나눌 사람도 없고,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샘은 완전한 외로움을 느끼며 그것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눈앞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테스와 언젠가 사라질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2시간을 견딘다. 2시간, 4시간, 6시간, 8시간, 10시간. 샘은 이번 여름휴가가 끝날 때쯤 외로움에 익숙해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듯하다. 샘은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을 저-멀리 밀어놓고 조금씩 벽을 쌓아가고 있었다.
‘외로움에 익숙해지기!’라는 샘의 여름휴가 목표가 바뀌게 된 건 테스의 비밀 계획을 알고 나서부터였다. 테스가 피크닉을 준비한 날, 샘은 테스가 자신이 아닌 휘호와 피크닉을 가고 싶어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테스와 다른 방향의 길을 타고 숙소로 돌아온다. ‘나는 테스를 좋아하지만, 테스는 내가 아닌 휘호를 좋아하고 있다.’고 단단히 오해하고 있던 샘에게 테스가 먼저 다가온다. “휘호는 우리 아빠야.” 테스가 숨겨왔던 비밀을 고백하던 날, 샘의 아지트는 사라졌고, 여름휴가의 목표도 바뀌게 된다.
엄마의 여행수첩에 남은 이름을 단서 삼아 아빠 휘호를 찾아낸 테스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빠가 어떤 인물인지 알아내기 위해 휘호와 앨리서를 별장으로 초대한다. 샘과 테스는 휘호에 대해 알기 위해 퀴즈게임을 준비하고, 두 사람의 반응을 살핀다. 테스는 처음으로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고, 어깨동무를 해본다.
5752일(11년)의 시간. 테스는 아빠와 함께 만든 추억이 없었다. 그에 반해 샘은 네 가족이 함께 살았기에 자연스레 아빠, 엄마, 형과의 추억을 쌓아온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샘은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외로움’에 대해 걱정하고, 어쩌면 테스가 아빠를 모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아빠’라는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그 이후에 따라올 슬픔과 외로움을 한 번 더 견뎌야 하니까.
“아이가 없어서 다행이다”라는 휘호의 말에 충격을 받은 테스가 집으로 뛰어가고 여름휴가의 마지막 날이 온다. 샘은 엄마 아빠의 걱정과 꾸지람을 뒤로하고 다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갯벌에 발을 묻고 외로움에 대해 한참을 생각하던 샘은 자신의 발이 뻘에 깊이 묻혔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해 위험한 순간을 맞이한다.
“현재는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현재는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병원 벽에 걸려있던 그림에 적혀있던 문장이다. 마지막으로 남을 미래와 외로움을 걱정하던 샘은 가장 소중한 현재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를 소중히 여기며 미래를 준비하기보단, 언젠가 닥쳐올 외로움에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현재의 외로움을 택한 것이다.
현재를 소중히 여기지 못하고 있던 샘에게 새로운 가르침을 준 건 힐러 할아버지였다. 뻘에 발이 묻힌 샘을 구해준 할아버지는 샘에게 이별과 인생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심어준다. 이별 또한 우리들의 삶이며 인생이고, 혼자 남겨지는 것을 걱정하기보단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을 모으라는 할아버지의 말. 가장 사랑하는 존재인 아내와 이별을 겪은 그의 말엔 홀로 남겨진 슬픔과 추억을 되짚는 사람의 웃음이 함께 담겨있는 듯하다.
“최대한 많은 추억을 모으거라”
힐러 할아버지가 샘에게 건넨 한마디가 이 이야기의 중심을 한순간에 관통한다. 스티븐 바우터루드 감독은 힐러 할아버지를 통해 이 영화를 보고 있는 수많은 관객들에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는 현재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새로운 추억 만드는 건 어떠세요?”
휘호에게는 딸이, 테스에게는 아빠가 생겼다. 5752일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를 모르고 있었던 아빠와 딸은 이제 새로운 추억을 쌓기 시작한다. 샘은 홀로 살고 있는 힐러 할아버지를 파티에 초대해 함께 새로운 추억을 만든다. 샘의 그 해 여름휴가는 가장 이상한 최고의 일주일이었다.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의 소중함과 추억을 놓치고 있던 소년은 이제 걱정 없이 추억을 쌓기 시작한다.
사랑스러운 빛깔로 물든 샘의 그 해 여름 위에 다음 여름의 추억이, 또 다른 계절이 쌓이고 그 추억들은 언젠가 다가올 외로움과 슬픔을 이길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순수하고 엉뚱한 소년 소녀의 상상과 계획으로 가득했던 여름의 끝자락 이야기 <테스와 보낸 여름>. 정말 한없이 사랑스럽고 무해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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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세대를 없애야 하는 선택
한 세대를 없애야 하는 선택
영화 <플랜 75> 리뷰
감독] 하야카와 치에
출연] 바이쇼 치에코, 소무라 하야토, 카와이 유미, 스테파니 아리안
시놉시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까운 미래의 일본. 청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75세 이상 국민의 죽음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 '플랜 75'를 발표한다. 명예퇴직 후 '플랜 75' 신청을 고민하는 78세 여성 '미치' 가족의 신청서를 받은 '플랜 75' 담당 시청 직원 '히로무'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랜 75' 콜센터 직원 '요코' '플랜 75' 이용자의 유품을 처리하는 이주노동자 '마리아' '플랜 75'의 세상,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스포일러 유의#
죽음을 선택한다는 것
필자는 사실 적당히 살다 죽고 싶다. 글로 써내려가니 이상해보이긴 하지만 100살까지 오래오래 살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적당히 한 7-80세에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고 좋게 죽고 싶은 것이 인생의 마지막 목표다.그래서 만약 노년에 아파서 인공호흡기를 써야 하는 날이 온다면 생명연장 및 유지 장치를 쓰지 않도록 하는 존엄사에 대해서도 항상 생각해왔었다. 그런데 영화 플랜 75를 보면서 존엄사에 대해서 생각을 해왔던 나지만 안락사에 가까운 플랜 75의 정책을 보며 안락사에 대해서는 내가 두려워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노년에 맞는 죽음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할텐데 존엄사를 선택하고 싶다는 나마저도 플랜 75의 안락사를 보면서 과연 내가 사리 분별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75세에 죽음을 선택할 때 어떤 두려움도 아쉬움도 없을까?하는 생각을 해보니 너무나도 많은 미련이 세상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도 남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 플랜 75를 선택한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지만 마지막을 향해 가는 길에서는 모두가 눈물을 흘리고, 죽음이라는 공포 때문에 멀미를 하고 토를 하는 등 몸 자체에서 이 선택에 대한 거부감을 게속해서 보여준다. 이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이 생에 대한 필사적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초고령사회를 대면하다
그렇다면 과연 초고령사회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노년의 강제적인 죽음밖에 없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직 젊은 청년층이기에 사실 국민연금을 강제적으로 내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노후에는 이 돈을 절대 받을 수 없음을 알고 있어서, 지금의 노년층은 내가 내는 돈으로 연금을 받지만 정작 난 받지 못한다는 것에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하며 화도 나지만 결국 나 역시 훗날에는 노인이 될 것이고, 지금보다 더 세대갈등이 심한 사회에서 살아가야 할텐데 단편적으로 30대의 나의 이익만은 생각해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던 작품이었다.
초고령사회는 저출산 시대가 찾아오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문제다. 노년층을 위한 복지는 계속해서 필요해지지만 이 복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드는 경제적 비용은 경제활동인구들이 감당을 해야하는데 저출산이 심해지면서 청장년층의 부담이 점차 커쳐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가 악순환이 되는 것이 현재 청장년층의 경우 본인이 겪은 이 불안과 부담 때문에 본인보다 더한 고통을 가져갈 후 세대를 낳지 않게 되면서 저출산과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면서 결국 세대갈등이 더욱 심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일 것이다.
이 세대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과연 한 세대를 없애는 것으로 해결이 될 수 있을까? 결과론적으로는 어찌보면 부양할 노년층이 줄어들이게 해결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세대 자체가 사라져버리면 문제 자체가 없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늙고 노인이 된다. 그런 점을 인식하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세대갈등을 제대로 해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시니어 채용이라고 해서 구청이나 시청에서 은퇴한 노년층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 부분이 지금은 간단한 사무 업무 및 미화 업무 위주로 이뤄져 있지만 이런 정책적인 부분을 정량적인 수치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으로 하나씩 실험해보고 발전시켜 나간다면 죽음이 아닌 상생으로 초고령화 사회에 대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플랜 75는 초고령사회에 직면하여 어쩌면 실제가 될 수 있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상황을 너무나도 담담하게 풀어낸 문제적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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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썸머 필름을 타고 -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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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엔 너희들의 청춘을 내가 좀 쓸게”
시대극 찐팬으로 영화 감독을 꿈꾸는 고교생 `맨발`.
영화 동아리에서 자신이 기획한 [무사의 청춘]이 탈락되자
직접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절친 `킥보드`, `블루 하와이`와 드림팀을 결성한다.
우연히 극장에서 만난 미래에서 온 의문의 소년 `린타로`를 주인공으로 전격 캐스팅한 `맨발`은
꿈에 그리던 촬영을 시작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지는데…
영화도, 꿈도, 사랑도 Ready Action!
올 여름 최고의 청춘+로맨스x시대극÷SF 걸작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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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룩 업」가짜 뉴스 때문에 빡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스포없음) | 돈룩업 리뷰 | 돈 룩 업 영화리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아리아나 그란데 | 빅쇼트 |
? "돈룩업(2021,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리뷰 (*스포없음)
- 돈룩업 영화정보
장르: 코미디, 드라마, SF
감독 | 각본: 애덤 맥케이
원안: 애덤 맥케이, 데이빗 시로타
제작: 제니퍼 매들로프, 애덤 맥케이, 케빈 J. 메식, 스테이시 로버츠 스틸, 스콧 스터버, 제프 G. 왁스먼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롭 모건, 조나 힐, 마크 라이런스, 타일러 페리, 티모시 샬라메, 론 펄먼, 아리아나 그란데, 키드 커디, 케이트 블란쳇, 메릴 스트립, 히메시 파텔 등
촬영: 라이너스 샌드그렌
음악: 니콜라스 브리텔
배급사: 넷플릭스
개봉일: 대한민국 2021년 12월 8일, 미국 2021년 12월 10일, 넷플릭스 아이콘 2021년 12월 24일
화면비: 2.39 : 1
상영 시간: 139분
제작비: 7,500만 달러
- 돈룩업 시놉시스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혜성의 존재를 발견한 두 천문학자
임박한 재앙을 전 인류에 경고하려 언론사를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하지만 다른 데 정신이 팔린 세상은 시큰둥한 반응뿐
"그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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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상> 30초 예고편
끊임없이 착취가 벌어진 성희와 수영의 '삶'과 '몸'.
자본이 숨기려고 했던 노동과 지우려고 했던 존재들.
그들을 품고 있는 ‘사상’.
자본이 할퀴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배인 사상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 풍경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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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코드 404 시즌2> 공식 예고편
최첨단 기술로 AI가 장착된 채 되살아난 반인 반로봇 형사 메이저와 파트너 카버의 코믹 수사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