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12-12 16:41:31
12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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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교섭>, 1월 18일 개봉 확정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리틀 포레스트> 임순례 감독의 신작이자 황정민과 현빈의 첫 동반 주연 영화 <교섭>이
2023년 1월 18일 개봉을 확정했다. <교섭>은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과 현지 국정원 요원의 교섭
작전을 그린 영화이다.
전종서, <웨딩 임파서블> 긍정 검토 중
ⓒ 네이버 영화
<웨딩임파서블>은 동성애자인 재벌 후계자와 위장 결혼을 준비 중인 무명 여배우, 그리고 그 꼴을
두 눈 뜨고 볼 수 없는 야망덩어리 예비 시동생이 만나며 벌어지는 욕망 충돌 결혼 반대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이다. 전종서 배우는 극중 무명의 단역 배우 오다정을 연기한다.
<이두나!>, 수지·양세종 출연 확정
ⓒ 매니지먼트 숲, 블러썸 엔터테인먼트
넷플릭스에서 시리즈 <이두나!> 제작 더불어 배우 수지와 양세종의 출연을 공식화하였다. 넷플릭스
시리즈 <이두나!>는 평범한 대학생 원준이 셰어하우스에서 화려한 K-POP 아이돌 시절을 뒤로하고
은퇴한 두나를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드라마다. 동명의 원작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해외
<퀸카로 살아남는 법>, 뮤지컬 영화로 제작
ⓒ 네이버 영화
하이틴 영화의 대표작 <퀸카로 살아남는 법>이 뮤지컬 영화로 새롭게 제작된다고 한다. 영화에는
앵거리 라이스, 아울리이 크라발리오, 르네 랩, 자켈 스피베이를 비롯한 배우진들이 참여한다.
테일러 스위프트, 장편 영화 감독 데뷔 예정
ⓒ 네이버 영화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영화사 서치라이트픽처스와 함께 장편 영화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지난 11월, 자신의 노래 'All Too Well(10 Minute Version)'을 배경으로
단편 영화 <All Too Well: The Short Film>을 직접 집필 및 감독하며 인기를 끌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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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8] 살인자와 몸이 바뀌었다구? 내 몸으로 살인을 하고 있어!
해피데스데이 1편과 2편의 감독이 새로운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프리키 데스데이라는 영화로 지난 영화들과 비슷하게 코믹호러에 드라마적인 요소도 가미가 되어 있는 영화에요. 전작들과 코드가 맞았던 분들은 관람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적당히 따뜻하고, 적당히 잔인하고, 적당히 웃겨서 너무 타협한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들을만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적정 수준의 재미를 보장하고 있어요.
여주인공 릴리 역을 맡은 캐서린 뉴튼이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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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무조건 알아야 되는 6가지 사실들ㅣ수어사이드 스쿼드 예고편ㅣ수어사이드 스쿼드2ㅣ수어사이드 수쿼드 캐릭터 설명ㅣ영화리뷰ㅣ할리퀸
?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2021)' 예고편 분석 영상
- 수어사이드 스쿼드(제임스 건) 멤버 설명
- 상어인간(킹 샤크), 불가사리(스타로) 설명스태프
감독: 제임스 건
제작: 찰스 로븐, 피터 새프런, 월터 하마다 (기획), 잭 스나이더 (기획), 데보라 스나이더 (기획)
각본: 제임스 건
출연: 마고 로비, 이드리스 엘바, 존 시나, 조엘 킨나만 외
장르: 슈퍼히어로 영화, 액션
음악: 존 머피
촬영 기간: 2019년 9월 23일 ~ 2020년 2월 28일
제작사: DC Films logo, 사프란 컴퍼니, 아틀라스 엔터테인먼트, 트롤 코트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개봉일: 2021년 8월 6일영화정보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
각본: 데이비드 에이어
제작: 리처드 서클, 찰스 로븐, 콜린 윌슨 (기획), 잭 스나이더 (기획), 데보라 스나이더 (기획), 제프 존스 (기획)
출연: 윌 스미스, 마고 로비, 비올라 데이비스, 자레드 레토, 조엘 킨나만, 자이 코트니 등
촬영: 로만 바시야노프
장르: 슈퍼히어로 영화, 액션
음악: 스티븐 프라이스
촬영 기간: 2015년 4월 13일 ~ 2015년 8월 24일[1]
제작사: DC 엔터테인먼트, 랫팩-듄 엔터테인먼트, 애틀러스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개봉일: 2016년 8월 3일
상영 시간: 123분
제작비: 1억 7,500만 달러
마케팅비: 1억 5,6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325,100,054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746,846,894 (최종)
국내 총 관객수: 1,898,121명 (최종)등장인물/캐릭터
할린 퀸젤 / 할리 퀸 - 마고 로비
로버트 듀보이스 / 블러드스포트 - 이드리스 엘바
크리스토퍼 스미스 / 피스메이커 - 존 시나
릭 플래그 - 조엘 킨나만
조지 하크니스 / 캡틴 부메랑 - 자이 코트니
싱커 - 피터 카팔디
폴카도트맨 - 데이비드 더스트몰치언
랫캐처 - 다니엘라 멜키오르
사반트 - 마이클 루커
술 소리아 - 앨리스 브라가
블랙가드 - 피트 데이비슨
마테오 수아레스 - 호아킨 코시오
실비오 루나 - 후안 디에고 보토
틸라 - 스톰 리드
T.D.K. - 네이선 필리언
? - 타이카 와이티티
존 이코노모스 - 스티브 에이지
위즐 - 네이선 필리언
? - 타이카 와이티티
존 이코노모스 - 스티브 에이지
위즐 - 숀 건
자벨린- 플룰라 보르크
플로 크로울리 - 티나시 카제세볼덴
에밀리아 하코트 - 제니퍼 홀랜드
루이스 - 훌리오 세자르 루이즈
킹 샤크 - 실베스터 스탤론 (목소리)
아만다 월러 - 비올라 데이비스
스타로 - ?#더수어사이드스쿼드 #수어사이드스쿼드 #수어사이드스쿼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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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그리드> 2차 예고편
구독
그들이 찾고 있는 유령은 구원자인가?? 혹은 살인자인가? (지금 심장 부여잡고 220216번째 보는 중..) 그 실체가 궁금하다면 [그리드] 2월 16일 오직 디즈니+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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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별나도 괜찮아 시즌4> 공식 예고편
[2021년 7월 9일, 넷플릭스 공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10대 소년 샘은 어느 날 여친을 사귀겠노라 마음먹는다.
샘의 홀로서기로 인해 샘 바라기였던 가족들은 느닷없이 자아 찾기에 내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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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한부인 환자들과 죽지않는 불사조 밴드를 결성하다
- 줄거리
아이돌 가수 충의는 폭행사건에 휘말리게 되어, 사회봉사 명령을 받게 된다.
반성하는 척을 하며 시간을 때우다 사회 봉사를 끝낼생각이었지만 충의의 마음대로 병원 생활이 흘러가지 않는다.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은 담배를 피기도 하고, 업소에 가기도 하는 등 환자로 보이지 않는 탓에 충의는 의문을 가진다.
어느날, 돈이 없어서 호스피스 병동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호스피스 병동의 밴드부인 불사조의 멤버들은 충의를 설득해 락 밴드 오디션에 참가하려한다.
충의는 내키지 않았지만 봉사시간을 두배로 쳐주겠다는 조건에 넘어가 불사조 밴드를 도와주게 된다.
진심으로 밴드를 대하는 불사조 멤버들을 보고 충의도 진심으로 멤버들을 대하고 도와주고 싶어한다.
오디션 당일날, 드럼인 무성이 쓰러지며 오디션을 끝마치지 못하게 된다.
충의는 오디션 당일날 사회봉사 시간이 끝이 났고, 그 다음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게 된다.
미국으로 진출하기로 했던 원래 계획과는 달리 충의는 호스피스 병동에 남아 불사조의 멤버로 남아있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 기억에 남는 부분
이 영화에는 많은 죽음이 나온다.
아무래도 배경이 호스피스 병동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어떤 죽음들이 나오는 지는 설명하지 않겠지만, 이 영화에서 나온 죽음의 순간들은 잔잔했다.
잔잔했던 죽음들이지만 그들이 죽음을 맞이하고, 준비하는 방식들로 인해서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충의는 아이돌 가수로서의 삶이 아닌, 호스피스 병동 불사조 밴드의 멤버의 삶을 선택한다.
이 영화의 이야기가 되었던 불사조 밴드 1기의 사진이 나오고, 그 옆으로 2기, 3기, 4기 등 계속 되는 불사조 멤버들의 사진이 이어진다.
충의를 제외하고는 모든 멤버들이 바뀌어 가는 모습이 슬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충의의 초반 모습과 성장한 듯한 모습에 충의가 대견하고 기특하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 명대사
"자기 자신이 진정 원하는게 뭔지 아는게 중요하다."
파노라마_테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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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에 있는가, 어디로 가는가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몇 번 보고 나면 어렵지 않게 회스네 집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영화는 회스네 집의 내부를 영화 전체에 걸쳐 거의 강박적으로 속속들이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초반부 집에 군인 손님들이 찾아오는 장면을 떠올릴 수 있을 텐데, 이 장면에서 특이한 점은 샴페인을 테라스로 갖다놓고 문 밖의 신발을 집 안으로 들여놓는 하녀의 동선을 하나도 빠짐없이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 장면은 하녀의 동선을 따라갈 이유가 없는 장면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회스 부부이고, 두 주인공인 헤트비히와 루돌프의 대화는 각각 부엌과 루돌프의 방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대화들을 배경 삼아 이 집에서 가장 중요하지 않은 인물인 하녀의 움직임만을 따라 이 장면을 찍은 목적은 (물론 그 자체로 정치적 함의를 지닐 수도 있겠으나,) 이 집 1층의 구조를 낱낱이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 장면 외에도 루돌프가 밤에 모든 방의 불을 끄며 집안을 활보하는 장면, 헤트비히가 친정어머니와 뒤뜰을 산책하는 장면 등 1층과 2층, 안과 밖까지 이 집 전체의 공간적 구조를 관객에게 정확하게 인지시키기 위한 장면들은 많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카메라워크나 편집의 리듬 그 자체보다 그 목적이 더 중요하다. 이 영화에는 짧고 빈번한 컷 편집으로 이루어진 장면과 긴 공간을 끊지 않고 트래킹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언뜻 보면 이 둘은 대비를 이루는 듯하지만, 그 공간 전체를 빠짐없이 보여주는 것이라는 동일한 목적 하에 기능한다는 점에서 대조적이지 않다. 그저 단순한 공간이기 때문에 트래킹했고, 복잡한 공간이기 때문에 숏을 나눈 것뿐이다.
정성일 평론가는 왕가위가 <화양연화>의 배경이 되는 집을 공간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미로와 같이 찍은 것이 영화 속 홍콩의 화양연화를 추억 속에 가둬두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같은 논리를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 적용해본다면 흥미로워진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화양연화>와는 정반대로 공간의 모든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관객을 홀로코스트의 그 시간으로 적극적으로 초대하고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조나단 글레이저는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과격한 점프컷까지 동원하여 우리들을 그 공간, 그 시간으로 부르기도 한다(다만 마지막 장면의 경우에는 반대로 루돌프가 우리의 시간으로 끌려온 양상이기는 하다).
이 관점에서 봤을 때 이상한 장면은 또 있다. 집의 모든 공간을 관객에게 오픈한 글레이저는 한 공간만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게 찍었다. 회스네 집에는 지하실이 있다. 영화 중반, 루돌프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젊은 하녀와 심상치 않은 눈빛을 주고받더니 지하의 길고 복잡한 복도를 지나 의문의 공간에서 자신의 성기를 씻는다. 그리고는 집의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 옆에 달린 문에서 나온다. 주어진 장면들로 짐작해보자면 루돌프의 집무실은 수용소 내부에 있는 듯하고, 지하의 복도는 수용소와 집을 잇고 있으며 그 지하 안에 또 하나의 의문의 공간이 존재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영화 전체의 맥락을 봐도 불필요한 이 장면은 왜 등장한 것일까? 초반부 하녀의 동선을 낱낱이 찍은 장면이 집의 구조를 자세하게 보여주어 관객을 영화 속으로 초대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 장면은 그 반대의 의도, 즉 <화양연화>의 경우와 비슷한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조나단 글레이저는 이 장면을 통해 그 미로같은 지하 복도를 헤매는 루돌프를 어디 있는지도 모를 바로 그 지하실에 가둬둔 것이다.
이 영화에서 하강운동은 이질적이다. 영화 속 대부분의 인물들은 대부분 수평적으로만 운동한다. 집 안을 활보할 때도, 집 밖을 나설 때도, 그리고 특히 시냇물에서도 인물들은 위아래로 움직이지 않는다. 수평운동은 이 영화에서 디폴트이다. 그래서 지하 복도와 지하실로의 하강운동은 영화 속에서 이질적이다. 하강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또다른 흥미로운 숏은 부감 숏이다.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부감 숏은 두 번 정도 있다. 하나는 루돌프의 방에서 군인 손님들이 회의하는 장면의 수용소 설계도를 부감으로 보여주는 숏이고, 다른 하나는 루돌프가 무도회장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숏이다. 수용소 설계도 숏에서 군인들은 연기를 효율적으로 내보낼 수 있는 굴뚝에 대해 이야기하고, 무도회 숏에서 루돌프는 가스실을 떠올렸다고 이야기한다. 두 부감 숏은 각각에서 연상되는 연기의 섬뜩함으로 분명 이어져있다. 완전한 직부감은 아니지만, 장교들의 타원형 탁상에서의 회의 장면도 하이앵글로 찍혔다. 이 장면의 타원형 탁상에 장교들이 둘러앉은 숏은 수용소 설계도면와 매우 비슷하다. 다시 말해 직부감 혹은 하이앵글로 찍힌 이 세 숏은 모두 연결된 숏들이다. 이 영화 속 하강운동과 하이앵글/부감의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보자. 복도의 저쪽 끝을 뒤로한 채 이쪽 끝을 응시하던 루돌프는 잠시 우리의 시간으로 끌려왔다가 계단 아래로 내려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루돌프의 계단 하강은 영화 속 몇 안 되는 하강운동 중 하나이다. 지하복도와 지하실로, 파티장의 계단 아래로 끝없이 하강하는 루돌프는 그렇게 심연에 갇힌다. 파티장에서처럼 수용소에서도 아마 유대인들을 내려다봤을 루돌프의 그 폭력적인 부감은 서늘한 하강운동으로 응징받는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지상 공간을 열어 우리를 초대하고 지하 공간을 닫아 루돌프를 가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후자만이 응징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위에서 컷 편집과 트래킹 숏이 같은 목적을 두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이 둘도 동일한 목적 하에 있다. 단지 방법이 다를 뿐이다. 조나단 글레이저는 우리에게도 경고하는 중이다. 이것 때문에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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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할 수 있는 기만, 대체할 수 없는 마음.
아우슈비츠에서 살아 돌아온 넬리는 친구 레네와 함께 고향으로 향한다. 그렇게 가고 싶던 고향은 멀고도 험한 길이었고 그곳을 가기 위해서는 검문소를 거쳐야만 했다. 고통으로 점철된 상처를 보여주지 않으면 지나갈 수 없는 시대의 참혹함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돌아온 고향은 모든 것이 파괴된 모습이었고 고통스러운 사실이 넬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사실에도 유일하게 자신의 추억이 남아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얼굴에 붕대를 감고 피투성이였던 넬리는 얼굴 재건을 위해 성형수술을 해야 했고 이전과는 같은 상태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런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것일까. 그렇게 달라진 얼굴로 유일하게 살아남은 가족, 남편 조니를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고 ‘피닉스’에서 만난 조니는 넬리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런 슬픈 사실에도 쉽게 슬픔을 드러낼 수 없는 넬리에게 조니는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와이프 넬리를 연기해달라고 부탁하고 넬리는 그를 수락한다. 넬리에게 소중하게 여겨지던 추억은 조니 에게 있어서 바래진 추억일 뿐이었을까. 웃지 못할 연극이 계속되면서 애써 외면해왔던 현재의 모습에 파고들면서 끝을 보이고 있었다.
끝없이 바닥 치는 내면의 마음이 과거의 따뜻한 사랑을 되찾기엔 왜곡된 진실이 그를 가로막고 있었다. 의술로도 원상태로 돌릴 수 없었던 겉모습과 마음이 남기는 흔적이 곳곳에 자리 잡으면서 고통과 사랑을 동시에 느낀다. 그와 함께하면서 시작된 기만을 비롯한 연극이 비극의 끝을 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제 자리로 자신을 옮겨 온다. 복수보다 무서운 용서가 마지막을 맴돌며 온몸에 전율이 피어오른다. 당연하게 여겨진 것을 잃어가며 소중한 것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은 당연하게 여겨 어쩌면 외면했던 것들의 다른 말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하는 역사의 왜곡은 개인의 왜곡으로 이어져 예견된 비극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고개를 돌리고, 모습을 감추고, 눈을 감을 텐가. 이제는 대답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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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도유망한 그녀의 복수극 <프라미싱 영 우먼>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포스터
프라미싱 영 우먼 (Promising Young Woman, 2020)
장르 : 미국, 범죄·스릴러 │ 감독 : 에머랄드 펜넬 │ 각본 : 에머랄드 펜넬
출연 : 캐리 멀리건(캐시), 보 번햄(라이언), 레버른 콕스(게일) 외
등급 : 15세 관람가 │ 러닝타임 : 114분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스틸컷
그녀는 왜 복수의 화신이 되었나
‘캐시’는 한 때 의대를 다니던 촉망받는 여성이었으나, 현재는 부모님의 집에 얹혀살며 친구의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을 딸이 대학을 중퇴하고 서른이 넘어가도록 방황만 하니, 부모는 늘 혀를 차기 바쁘다. 하지만 캐시가 성공가도가 보장될 대학을 포기하고 부모님의 눈치나 받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조용히 치러야만 하는 자신만의 과업이 있기 때문. 그건, 남자들에 대한 응징이다. 정확히는 술 취해 몸을 못 가누는 여성을 강간하려는 남자들을 향한 응징.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스틸컷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캐시는 매일 밤 클럽에 나가 술에 떡이 된 연기를 펼치며, 불특정 다수의 남성들이 자신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백이면 백, 남성들은 캐시를 데려다주겠다며 나서고 결국엔 “우리 집 가서 술 한 잔 더 할래?”를 핑계로 손쉬운 성관계를 꿈꾼다. 여자는 취했겠다, 자신의 집에 자발적으로 따라왔겠다, 남성들은 온갖 아부를 떨어가며 캐시를 침대에 눕히는 데에 성공한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성관계를 시도하려는 순간, 캐시는 벌떡 일어나 술기운 하나 없는 얼굴로 묻는다.
“너 뭐 하는 거야?”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스틸컷
쉽게 용서받은 너희들을 위해
대체 왜 이런 일을 하는 걸까 궁금해질 때 즈음, 캐시의 사연이 밝혀진다. 의대를 다니던 시절, 캐시에게는 ‘니나’라는 둘도 없는 절친이 있었다. 니나는 대학 파티가 있던 날, 만취상태가 되어 남학생들에게 집단 강간을 당했는데 심지어는 그 영상이 찍혀 돌아다니자 결국 자살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난 곳은 무려 의대가 아닌가. 대학 당국은 훗날 사회에 큰 이바지를 하게 될 안타까운 청년들의 삶을 지켜주고자 사건을 덮어버렸고, 결국 가해자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채 사회의 재목이 되었다.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스틸컷
사회가 못하면 내가 너희를 벌하겠어
캐시에게는 이런 니나의 죽음이 트라우마이자 커다란 죄의식이었다. 때문에 대학도, 자신의 전도유망한 미래도 포기한 채, ‘술 취한 여성은 강간해도 된다’는 은근한 합의 속에 살아가는 남성들을 직접 벌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러던 중 자신에게 투명한 진심을 보이는 남자 ‘라이언’을 만나 잠시 주춤하기도 하지만, 나쁜 놈들과는 다르다고 여겼던 라이언 조차도 실은 니나의 죽음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캐시는 그 일을 계기로 더욱 열이 올라, 니나 사건의 결정적 가해자를 찾아 처단하기로 결심하는데. 의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앞날이 창창하다는 이유로 사회의 용서를 받았던 가해자 ‘알’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는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일로 누군가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잘 살고 있었다. 심지어는 모델 출신 여자 친구와 결혼까지 앞둔 상태였는데. 어처구니가 없어진 캐시는 알의 결혼전야 총각파티에 스트리퍼로 잠입한다.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스틸컷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했지?
그러나 그 개자식을 제대로 밟아주길 바랐던 관객의 기대와는 달리, 힘에서 밀린 캐시는 역으로 알의 손에 죽음을 당하고 만다. 자신의 인생 전체를 걸었던 과업을 미처 끝내지 못한 채로. 캐시의 복수에서 간신히 살아 나왔지만 살인자가 되고 만 알은 결국 캐시의 시신을 유기하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결혼식을 치른다. 자신의 숭고한 모델 여자 친구 ‘아나스탸사’와 함께. 그러나 결혼식이 끝날 무렵 경찰차가 결혼식장을 향해 사이렌을 울리며 다가온다. 자신이 죽게 될 상황까지 고려해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캐시의 복수극이 끝내, 빛을 발한 것이다. 니나를 강간했으며 죽음으로 몰게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창한 자신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용서받은 강간범 알은 그렇게 7년이 지나서야 죗값을 치르게 된다. 살인 혐의까지 덧붙여서 말이다.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스틸컷
이 제목은 어디에서 왔는가
이 영화의 제목은 <프라미싱 영 우먼>, ‘전도가 유망한 젊은 여성’이라는 뜻이다. 이는 2016년에 있었던 스탠퍼드 대학의 유명한 성추문 사건에서 기인한 제목이다. 사건의 내용인즉슨, 스탠퍼드에 재학 중이던 ‘브록 터너’라는 남학생이 술에 취한 여학생을 쓰레기통 뒤로 끌고 가 세 번에 걸쳐 성폭행한 일이 있었는데, 당시 이 사건을 담당한 판사는 “초범인 데다 전도가 유망한 젊은 청년”이라는 말로 브록 터너를 두둔했다고 한다. 명문대를 졸업해 사회의 빛이 될 청년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라는 거였다. 이 사건은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이런 망언을 남긴 판사는 결국 주민투표로 해임되었다.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스틸컷
갈 길은 멀고, 본질은 간단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미투 운동을 거쳐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의 목소리가 존중받는 시대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고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피해 여성이 ‘만취 상태’였을 때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네가 취하질 말았어야지. 네 발로 따라갔으니 너도 반은 책임이 있지. 그런데 정말 그럴까.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은 그런 모순을 찌르는 영화다. 강간범이 제 아무리 의대를 나왔든 장학생이든 그것은 면죄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여성을 강간해도 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설파한다.
현재 미국의 대통령이자 당시 미국의 상원의장이었던 ‘조 바이든’은 스탠퍼드 성추문 사건을 통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동의 없는 섹스는 강간이다”라고. 그의 말처럼 문제의 본질은 사실 간단하고 명료한 것 아닐까. 뭐가 어떻든 간에 강간범은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잘못을 했으니까.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스틸컷
언제 어디서나 좋은 사람이길 바라
몸을 가누지 못하는 캐시를 슬슬 구슬려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성관계를 시도하려던 수많은 남성들을 떠올려본다. 그들은 캐시가 겁박하자 이렇게 말한다. “나 좋은 사람이야” 그러나 상대가 취약하지 않을 때만 골라서 좋은 사람이면 뭐할까.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니나는 강간해도 되는 여자고, 결혼상대인 아나스타샤는 존중해야 하는 여자일까. 그래도 되는 여성과 그러면 안 되는 여성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님을 모든 남성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언제 어디서나 좋은 사람이기를 바란다. 자신의 전도유망한 미래가 안전하길 바라는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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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이 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여행. 나그네 려(旅), 다닐 행(行).
나그네처럼 다닌다는 뜻의 이 짧은 한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힘은 엄청나다.
이 단어는 우리에게, 여행을 가기 전에는 앞으로 다가올 여행을 기다리면서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해 주고 여행을 다녀와서는 즐거운 추억을 돌아보며 또 다른 시간을 살아갈 수 있게 해 준다. 나 포함 수많은 직장인들이 1년에 한 번 떠나는 해외여행을 위안삼아 또다시 출근해내는 것을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않다. 2020년 한 해가 참 힘들었기에 다들 더욱더 어디로든, 잠시일지라도 떠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요즘엔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로 누구나 헤매지 않고 여행을 잘 다녀올 수 있다. 어느 도시에 가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위치에서 어떤 포즈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어야 하며, 어느 식당에 가서 현지 음식을 맛봐야 하는지. 그런데 그런 것들이 정말 여행을 ‘잘’ 다녀오는 게 맞을까? 그런 것들에 집착하는 순간, 우리의 여행은 ‘내가 하고 싶은 여행’이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여행’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는지. 여행이 무조건 교육적이며 의미가 있어야 하고 배울 점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곳을 가서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는 그런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여행은 한 개인에게 어떤 일말의 영향도 미치기 어려워 보인다. 여행지에서 생긴 좋은 기억들을 남기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 것인지, 사진을 찍기 위해서 여행을 가는지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많이 목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여행이 개인에게 그의 인생을 바꿀만한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여기에 아주 좋은 사례가 있다. 누군가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한 여행기를 따라가 보자.
아르헨티나의 평범한 의대생 청년 두 명은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남미를 일주하는 여행을 시작한다. 이 낡은 오토바이는 고된 여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망가져 버리고 만다. 그들이 오토바이를 버리고 걸어서 여행을 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둘의 여행은 180도 바뀌어버린다. 단순한 유람이 아니라 피폐해진 남미인들의 애환을 듣는 다큐멘터리가 되었다. 대대로 농사짓던 땅을 빼앗겨 광산으로 일하러 가는 부부를 만나고, 나환자촌에서 진심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등 우리가 생각하는 여느 여행과는 달랐던 그들의 여행은 23세 순수한 의대생 청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20대 초에 다녀왔던 80일간의 중남미 배낭여행은 나의 인생에도 정말 많은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그에게 미친 영향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아 보인다. 바로 영원한 혁명의 상징, 체 게바라의 인생을 바꾼 여행에 관한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이 이야기이다.
처음부터 에르네스토(체 게바라의 본명)와 그의 친구 알베르토는 무슨 혁명의 선봉장이 되기 위해서 이 여정을 떠난 게 아니다. 단지 알베르토의 30살을 기념하는 동시에, 중간에 의대생으로서 나환자촌에서 봉사를 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났었다. 그런데 빈부격차와 각종 억압으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을 만나 그들의 아픔에 깊게 공감하게 되었고 결국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누군가가 되기에 이른다. 피폐한 남미의 현실을 똑바로 마주하면서 그들의 가치관과 신념이 바뀌게 된 것이다. 여행이 한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출처: 넷플릭스, 여행이 끝날 때 친구에게 이전의 내가 아니라며 뭔가 변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체
탄성을 자아내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칠레의 사막, 페루의 마추픽추 등 남미 곳곳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목적은 충분했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숨겨진 부조리들을 깨닫고 이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한 체. 여행은 체의 인생을 바꾸었고 체는 또다시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쳐 그들의 인생을 바꾸었다.
출처: 넷플릭스, 쿠스코의 원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체와 알베르토
출처: 넷플릭스, 마추픽추를 배경으로 편지를 쓰는 체
체가 활동하기 약 150년 전 중남미의 독립과 통일을 위해 헌신했던 라틴아메리카의 해방자 시몬 볼리바르(Simon Bolivar, 1783~1830)와 같은 혁명가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 그 자신이 평생 천식을 앓은 환자로, 환자들을 위해 헌신하려던 순수한 청년 에르네스토는 본인이 마주한 현실을 빠르게 바꾸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사회의 투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하여 혁명에 뛰어든 체는 라틴아메리카에서 특정 한 국가에만 머무르지 않으며 어느 한 국가 국민이 아니라 중남미 전체의 Latin American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다가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는다. 젊은 나이에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어 살아남은 혁명 동지들과 비교가 되기 때문에 그가 다른 혁명가들보다 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체 게바라의 활동과 삶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끊기지 않고 있다. 그의 능력이 부족했다거나, 작전이 효과적이지 못했다거나 하는 비판점도 있겠지만 그가 남들을 모른 척하며 편하게 살 수 있는 엘리트의 삶을 버리고 라틴아메리카의 자유를 위해 본인의 삶을 바친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의 희생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한 번의 여행의 한 개인의 인생을 바꾸고, 또 그 개인의 삶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꾸었다면 이 여행이 가진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한가 생각해보게 된다. 앞으로의 여행은 짜인 코스를 가거나 인스타그램에 자랑할 사진을 찍는 것 말고도 다른 의미를 가지는 여행을 해보면 어떨까. 물론 나부터. 그런 의미에서 해외로 여행을 떠나기 전,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조금씩 알아볼 때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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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상수의 고루한 예술론
5★/10★
한국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이리스의 교수법은 독특하다. 단어장도, 문법책도 없다. 수업은 이런 식이다. 수강생이 피아노를 치고 나면 이리스가 무엇을 느꼈는지 묻는다. 처음에는 행복을 느낀다고 답한 수강생은 이리스가 또 무얼 느꼈느냐고 캐묻자 멜로디를 느꼈다고 말하고, 그다음에는 짜증이 났다고 말한다. 자기 생각만큼 연주가 되지 않았다는 데에 대한 짜증 말이다. 산책을 하다가 아버지의 이름이 새겨진 빌라 근처 석비 앞에서도, 또 다른 수강생이 기타를 연주한 다음에도 마찬가지다. 이리스는 계속 수강생에게 진짜로 무엇을 느꼈는지를 묻고 또 묻는다. 그러고는 그 내용을 카드에 적고 상대에게 건네주며 지금의 감정을 말하는 법을 연습해오라 한다. 이렇게 해서 언어가 늘겠느냐는, 제대로 된 교수법이 맞느냐는 수강생의 질문에는 외국어로도 마음속 깊은 곳의 진심을 표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최근 고안한 방법이라고 답한다. 검증된 적이 없는 교수법이라는 소리다. 자연스레 질문이 생긴다. 도대체 이리스는 누구이고, 무엇을 대변하는가?
홍상수 감독은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가를 이리스 캐릭터에 구현한 듯하다. 이 점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은 영화 후반부다. 중년의 프랑스 여자 이리스는 젊은 남성 시인인 인국의 집에서 살고 있다. 인국은 어느 날 공원 벤치에 앉아 피리를 부는 이리스의 모습에 이끌려 그녀와 대화했고, 그녀에게 거처를 제공했다. 그러던 중 인국의 어머니가 급작스레 집을 방문하고 아들이 낯선 외국 여성과 동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머니의 장광설이 시작된다. 어떻게 살아온 사람인지는 아느냐, 네가 그 사람을 제대로 안다고 생각하느냐 등등. 어머니의 말은 구구절절 합리적이다. 하지만 시인인 인국의 관점은 어머니와 다르다. 그는 벤치에 앉아 피리를 부는 모습만으로 이리스를 ‘안다’. 인국은 어머니에게 이리스가 삶을 진지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분명한 어조로 말한다. 그러자 어머니는 내 삶은 진지하지 않느냐고 따져 묻는다. 인국은 곤란해하며 머뭇거리지만 하고 싶은 말을 감추지는 않는다. ‘엄마는 열심히 사는 것이고, 이리스는 진지하게 산다.’ 이것이 인국의 답이다.
이리스와 어머니는 각각 예술가와 예술가가 아닌 시민을 대변한다. 이리스의 프랑스어 교수법에서도 알 수 있듯, 그녀는 표층이 아닌 심층의 진실이 궁금하다. 그래서 연주 후 ‘행복’했다는 수강생 마음속에 실은 ‘짜증’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끌어낸다. 즉 이리스는 자신조차 몰랐던 내면의 진실을 발굴하고 일깨워주는 사람, 사실에 근거하여 진실에 접근하는 사람이다. 이리스의 교수법이 검증된 적 없는, 최근에 직접 고안한 방법이라는 점도 그녀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직감에 따라 행동하는 유형의 사람, 즉 예술가임을 알려준다.
이리스의 진실은 ‘열심히’ 삶을 사는 인국의 어머니와 같은 사람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어머니가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인국을 거듭 다그치는 데서 알 수 있듯 이리스와 인국의 어머니 사이의 거리는 멀고도 멀다. 즉, 예술가와 예술가가 아닌 시민의 거리는 서로 조금도 맞닿지 않을 만큼 멀다. 자기 어머니의 아들임에도 이리스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인국이 ‘시인’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진지한 태도로 삶을 사는 예술가의 유대는 핏줄을 넘어선다.
홍상수 감독은 두 세계 사이를 균형 있게 다루는 데 별 관심이 없다. 노골적, 편파적으로 예술가와 그의 세계를 옹호한다. 인국의 어머니는 이리스와 살며 ‘빵과 샐러드’를 주로 먹고 그 생활에 만족하는 인국에게 끝내 ‘김치찌개’를 끓여 먹인다. 그러고는 네가 어릴 때 매운 음식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상기시키고, ‘빵과 샐러드’만 먹고서는 도저히 살기가 어렵다고 또 한 번 강조한다. 감독은 예술가가 끊임없이 자기 세계를 위협당하고 회유당한다고 말하고 싶은 듯하다. 인국은 고뇌에 빠진다. 계속 이리스가 집에 머물도록 할 것인가(즉 예술가에게 자리를 내어줄 것인가), 아니면 어머니의 뜻에 따라 이리스의 삶 궤적을 캐묻고 심문할 것인가(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스포일러라 할 것도 없다).
그러나 홍상수 감독이 그려낸 예술가와 시민의 불화라는 구도가 과연 얼마나 적확한지는 따져볼 일이다. 동시대의 명망 있는 창작자 대부분은 영화가 그려내는 예술가와 같이 창작하지 않는다. 예술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산업 기반 자체가 이전과는 달라졌기 때문이다. 즉, 예술가/시민의 구도로 단순화할 수 있을 만큼 예술가가 예술을 생산하는 조건이 단조롭지 않기 때문이다. 감독 자신이 집요하게 이리스의 길을 걸어와 예술적 성취를 인정받았다고 해도 그것이 예술/가 일반에 적용할 구도일 수는 없다는 의미다. 그가 이 영화를 통해 자신과 비슷한 방식으로 창작하는 특정 예술가 부류만을 옹호하고자 했다고 변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영화가 이리스와 그녀가 놓인 상황을 재현하는 방식이 시종일관 단호하다. 즉, 우리는 이리스를 통해서 다른 예술/가 유형을 상상할 수 없다. 영화가 전개될수록 이리스와 인국 어머니가 각각 대변하는 세계의 경계선이 더욱 깊고 짙어질 뿐이다. 이런 양자택일의 세계에서 관객은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이번에도 영화가 제시하는 정답은 정해져 있다).
과연 이런 주제 의식이 거장이 던질 만한 화두일까? 나는 부정적이다. 이 영화에는 동시대 예술 지형에 대한 통찰이나 물음이 담겨 있지 않다. 심지어는 그저 자기변호를 위한 영화라고도 보인다. 어느 모로 봐도 홍상수 감독이 ‘머물 집이 없는 예술가’는 아니다. 그런데 수십 년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감독이 이와 같은 예술가 자아상을 내비친다니 조금은 당혹스럽다. 준국과 이리스의 나이와 성별이 감독 개인사를 교묘히 뒤집은 듯 보이는 것도 이 영화가 자기변호의 수단이라는 의혹을 증폭시킨다. 어쩌다 보니 홍상수의 영화를 보지 못하다가/않다가 최근에야 〈물안에서〉(2023)를 보고 윤리적‧영화적으로 커다란(그리고 생산적인) 충격을 받아서 그런지 실망감은 더욱 크다.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 천착한 주제를 조망하려면 토마스 만의 소설 《토니오 크뢰거‧트리스탄‧베니스에서의 죽음》을 찬찬히 읽어보는 게 훨씬 낫다. 100년도 더 전에 쓰인 이 책이 같은 주제를 훨씬 더 입체적이고 섬세하게 다룬다. 물론, 이미 수십 년의 세월을 거쳐 생존한 이 고전에서도 예술가와 시민의 불화라는 구도가 단조롭다는 느낌은 떨칠 수 없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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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8] 살인자와 몸이 바뀌었다구? 내 몸으로 살인을 하고 있어!
해피데스데이 1편과 2편의 감독이 새로운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프리키 데스데이라는 영화로 지난 영화들과 비슷하게 코믹호러에 드라마적인 요소도 가미가 되어 있는 영화에요. 전작들과 코드가 맞았던 분들은 관람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적당히 따뜻하고, 적당히 잔인하고, 적당히 웃겨서 너무 타협한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들을만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적정 수준의 재미를 보장하고 있어요.
여주인공 릴리 역을 맡은 캐서린 뉴튼이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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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무조건 알아야 되는 6가지 사실들ㅣ수어사이드 스쿼드 예고편ㅣ수어사이드 스쿼드2ㅣ수어사이드 수쿼드 캐릭터 설명ㅣ영화리뷰ㅣ할리퀸
?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2021)' 예고편 분석 영상
- 수어사이드 스쿼드(제임스 건) 멤버 설명
- 상어인간(킹 샤크), 불가사리(스타로) 설명스태프
감독: 제임스 건
제작: 찰스 로븐, 피터 새프런, 월터 하마다 (기획), 잭 스나이더 (기획), 데보라 스나이더 (기획)
각본: 제임스 건
출연: 마고 로비, 이드리스 엘바, 존 시나, 조엘 킨나만 외
장르: 슈퍼히어로 영화, 액션
음악: 존 머피
촬영 기간: 2019년 9월 23일 ~ 2020년 2월 28일
제작사: DC Films logo, 사프란 컴퍼니, 아틀라스 엔터테인먼트, 트롤 코트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개봉일: 2021년 8월 6일영화정보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
각본: 데이비드 에이어
제작: 리처드 서클, 찰스 로븐, 콜린 윌슨 (기획), 잭 스나이더 (기획), 데보라 스나이더 (기획), 제프 존스 (기획)
출연: 윌 스미스, 마고 로비, 비올라 데이비스, 자레드 레토, 조엘 킨나만, 자이 코트니 등
촬영: 로만 바시야노프
장르: 슈퍼히어로 영화, 액션
음악: 스티븐 프라이스
촬영 기간: 2015년 4월 13일 ~ 2015년 8월 24일[1]
제작사: DC 엔터테인먼트, 랫팩-듄 엔터테인먼트, 애틀러스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개봉일: 2016년 8월 3일
상영 시간: 123분
제작비: 1억 7,500만 달러
마케팅비: 1억 5,6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325,100,054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746,846,894 (최종)
국내 총 관객수: 1,898,121명 (최종)등장인물/캐릭터
할린 퀸젤 / 할리 퀸 - 마고 로비
로버트 듀보이스 / 블러드스포트 - 이드리스 엘바
크리스토퍼 스미스 / 피스메이커 - 존 시나
릭 플래그 - 조엘 킨나만
조지 하크니스 / 캡틴 부메랑 - 자이 코트니
싱커 - 피터 카팔디
폴카도트맨 - 데이비드 더스트몰치언
랫캐처 - 다니엘라 멜키오르
사반트 - 마이클 루커
술 소리아 - 앨리스 브라가
블랙가드 - 피트 데이비슨
마테오 수아레스 - 호아킨 코시오
실비오 루나 - 후안 디에고 보토
틸라 - 스톰 리드
T.D.K. - 네이선 필리언
? - 타이카 와이티티
존 이코노모스 - 스티브 에이지
위즐 - 네이선 필리언
? - 타이카 와이티티
존 이코노모스 - 스티브 에이지
위즐 - 숀 건
자벨린- 플룰라 보르크
플로 크로울리 - 티나시 카제세볼덴
에밀리아 하코트 - 제니퍼 홀랜드
루이스 - 훌리오 세자르 루이즈
킹 샤크 - 실베스터 스탤론 (목소리)
아만다 월러 - 비올라 데이비스
스타로 - ?#더수어사이드스쿼드 #수어사이드스쿼드 #수어사이드스쿼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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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그리드> 2차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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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찾고 있는 유령은 구원자인가?? 혹은 살인자인가? (지금 심장 부여잡고 220216번째 보는 중..) 그 실체가 궁금하다면 [그리드] 2월 16일 오직 디즈니+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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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별나도 괜찮아 시즌4> 공식 예고편
[2021년 7월 9일, 넷플릭스 공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10대 소년 샘은 어느 날 여친을 사귀겠노라 마음먹는다.
샘의 홀로서기로 인해 샘 바라기였던 가족들은 느닷없이 자아 찾기에 내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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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한부인 환자들과 죽지않는 불사조 밴드를 결성하다
- 줄거리
아이돌 가수 충의는 폭행사건에 휘말리게 되어, 사회봉사 명령을 받게 된다.
반성하는 척을 하며 시간을 때우다 사회 봉사를 끝낼생각이었지만 충의의 마음대로 병원 생활이 흘러가지 않는다.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은 담배를 피기도 하고, 업소에 가기도 하는 등 환자로 보이지 않는 탓에 충의는 의문을 가진다.
어느날, 돈이 없어서 호스피스 병동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호스피스 병동의 밴드부인 불사조의 멤버들은 충의를 설득해 락 밴드 오디션에 참가하려한다.
충의는 내키지 않았지만 봉사시간을 두배로 쳐주겠다는 조건에 넘어가 불사조 밴드를 도와주게 된다.
진심으로 밴드를 대하는 불사조 멤버들을 보고 충의도 진심으로 멤버들을 대하고 도와주고 싶어한다.
오디션 당일날, 드럼인 무성이 쓰러지며 오디션을 끝마치지 못하게 된다.
충의는 오디션 당일날 사회봉사 시간이 끝이 났고, 그 다음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게 된다.
미국으로 진출하기로 했던 원래 계획과는 달리 충의는 호스피스 병동에 남아 불사조의 멤버로 남아있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 기억에 남는 부분
이 영화에는 많은 죽음이 나온다.
아무래도 배경이 호스피스 병동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어떤 죽음들이 나오는 지는 설명하지 않겠지만, 이 영화에서 나온 죽음의 순간들은 잔잔했다.
잔잔했던 죽음들이지만 그들이 죽음을 맞이하고, 준비하는 방식들로 인해서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충의는 아이돌 가수로서의 삶이 아닌, 호스피스 병동 불사조 밴드의 멤버의 삶을 선택한다.
이 영화의 이야기가 되었던 불사조 밴드 1기의 사진이 나오고, 그 옆으로 2기, 3기, 4기 등 계속 되는 불사조 멤버들의 사진이 이어진다.
충의를 제외하고는 모든 멤버들이 바뀌어 가는 모습이 슬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충의의 초반 모습과 성장한 듯한 모습에 충의가 대견하고 기특하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 명대사
"자기 자신이 진정 원하는게 뭔지 아는게 중요하다."
파노라마_테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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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에 있는가, 어디로 가는가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몇 번 보고 나면 어렵지 않게 회스네 집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영화는 회스네 집의 내부를 영화 전체에 걸쳐 거의 강박적으로 속속들이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초반부 집에 군인 손님들이 찾아오는 장면을 떠올릴 수 있을 텐데, 이 장면에서 특이한 점은 샴페인을 테라스로 갖다놓고 문 밖의 신발을 집 안으로 들여놓는 하녀의 동선을 하나도 빠짐없이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 장면은 하녀의 동선을 따라갈 이유가 없는 장면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회스 부부이고, 두 주인공인 헤트비히와 루돌프의 대화는 각각 부엌과 루돌프의 방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대화들을 배경 삼아 이 집에서 가장 중요하지 않은 인물인 하녀의 움직임만을 따라 이 장면을 찍은 목적은 (물론 그 자체로 정치적 함의를 지닐 수도 있겠으나,) 이 집 1층의 구조를 낱낱이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 장면 외에도 루돌프가 밤에 모든 방의 불을 끄며 집안을 활보하는 장면, 헤트비히가 친정어머니와 뒤뜰을 산책하는 장면 등 1층과 2층, 안과 밖까지 이 집 전체의 공간적 구조를 관객에게 정확하게 인지시키기 위한 장면들은 많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카메라워크나 편집의 리듬 그 자체보다 그 목적이 더 중요하다. 이 영화에는 짧고 빈번한 컷 편집으로 이루어진 장면과 긴 공간을 끊지 않고 트래킹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언뜻 보면 이 둘은 대비를 이루는 듯하지만, 그 공간 전체를 빠짐없이 보여주는 것이라는 동일한 목적 하에 기능한다는 점에서 대조적이지 않다. 그저 단순한 공간이기 때문에 트래킹했고, 복잡한 공간이기 때문에 숏을 나눈 것뿐이다.
정성일 평론가는 왕가위가 <화양연화>의 배경이 되는 집을 공간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미로와 같이 찍은 것이 영화 속 홍콩의 화양연화를 추억 속에 가둬두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같은 논리를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 적용해본다면 흥미로워진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화양연화>와는 정반대로 공간의 모든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관객을 홀로코스트의 그 시간으로 적극적으로 초대하고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조나단 글레이저는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과격한 점프컷까지 동원하여 우리들을 그 공간, 그 시간으로 부르기도 한다(다만 마지막 장면의 경우에는 반대로 루돌프가 우리의 시간으로 끌려온 양상이기는 하다).
이 관점에서 봤을 때 이상한 장면은 또 있다. 집의 모든 공간을 관객에게 오픈한 글레이저는 한 공간만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게 찍었다. 회스네 집에는 지하실이 있다. 영화 중반, 루돌프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젊은 하녀와 심상치 않은 눈빛을 주고받더니 지하의 길고 복잡한 복도를 지나 의문의 공간에서 자신의 성기를 씻는다. 그리고는 집의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 옆에 달린 문에서 나온다. 주어진 장면들로 짐작해보자면 루돌프의 집무실은 수용소 내부에 있는 듯하고, 지하의 복도는 수용소와 집을 잇고 있으며 그 지하 안에 또 하나의 의문의 공간이 존재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영화 전체의 맥락을 봐도 불필요한 이 장면은 왜 등장한 것일까? 초반부 하녀의 동선을 낱낱이 찍은 장면이 집의 구조를 자세하게 보여주어 관객을 영화 속으로 초대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 장면은 그 반대의 의도, 즉 <화양연화>의 경우와 비슷한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조나단 글레이저는 이 장면을 통해 그 미로같은 지하 복도를 헤매는 루돌프를 어디 있는지도 모를 바로 그 지하실에 가둬둔 것이다.
이 영화에서 하강운동은 이질적이다. 영화 속 대부분의 인물들은 대부분 수평적으로만 운동한다. 집 안을 활보할 때도, 집 밖을 나설 때도, 그리고 특히 시냇물에서도 인물들은 위아래로 움직이지 않는다. 수평운동은 이 영화에서 디폴트이다. 그래서 지하 복도와 지하실로의 하강운동은 영화 속에서 이질적이다. 하강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또다른 흥미로운 숏은 부감 숏이다.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부감 숏은 두 번 정도 있다. 하나는 루돌프의 방에서 군인 손님들이 회의하는 장면의 수용소 설계도를 부감으로 보여주는 숏이고, 다른 하나는 루돌프가 무도회장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숏이다. 수용소 설계도 숏에서 군인들은 연기를 효율적으로 내보낼 수 있는 굴뚝에 대해 이야기하고, 무도회 숏에서 루돌프는 가스실을 떠올렸다고 이야기한다. 두 부감 숏은 각각에서 연상되는 연기의 섬뜩함으로 분명 이어져있다. 완전한 직부감은 아니지만, 장교들의 타원형 탁상에서의 회의 장면도 하이앵글로 찍혔다. 이 장면의 타원형 탁상에 장교들이 둘러앉은 숏은 수용소 설계도면와 매우 비슷하다. 다시 말해 직부감 혹은 하이앵글로 찍힌 이 세 숏은 모두 연결된 숏들이다. 이 영화 속 하강운동과 하이앵글/부감의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보자. 복도의 저쪽 끝을 뒤로한 채 이쪽 끝을 응시하던 루돌프는 잠시 우리의 시간으로 끌려왔다가 계단 아래로 내려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루돌프의 계단 하강은 영화 속 몇 안 되는 하강운동 중 하나이다. 지하복도와 지하실로, 파티장의 계단 아래로 끝없이 하강하는 루돌프는 그렇게 심연에 갇힌다. 파티장에서처럼 수용소에서도 아마 유대인들을 내려다봤을 루돌프의 그 폭력적인 부감은 서늘한 하강운동으로 응징받는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지상 공간을 열어 우리를 초대하고 지하 공간을 닫아 루돌프를 가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후자만이 응징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위에서 컷 편집과 트래킹 숏이 같은 목적을 두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이 둘도 동일한 목적 하에 있다. 단지 방법이 다를 뿐이다. 조나단 글레이저는 우리에게도 경고하는 중이다. 이것 때문에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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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할 수 있는 기만, 대체할 수 없는 마음.
아우슈비츠에서 살아 돌아온 넬리는 친구 레네와 함께 고향으로 향한다. 그렇게 가고 싶던 고향은 멀고도 험한 길이었고 그곳을 가기 위해서는 검문소를 거쳐야만 했다. 고통으로 점철된 상처를 보여주지 않으면 지나갈 수 없는 시대의 참혹함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돌아온 고향은 모든 것이 파괴된 모습이었고 고통스러운 사실이 넬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사실에도 유일하게 자신의 추억이 남아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얼굴에 붕대를 감고 피투성이였던 넬리는 얼굴 재건을 위해 성형수술을 해야 했고 이전과는 같은 상태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런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것일까. 그렇게 달라진 얼굴로 유일하게 살아남은 가족, 남편 조니를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고 ‘피닉스’에서 만난 조니는 넬리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런 슬픈 사실에도 쉽게 슬픔을 드러낼 수 없는 넬리에게 조니는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와이프 넬리를 연기해달라고 부탁하고 넬리는 그를 수락한다. 넬리에게 소중하게 여겨지던 추억은 조니 에게 있어서 바래진 추억일 뿐이었을까. 웃지 못할 연극이 계속되면서 애써 외면해왔던 현재의 모습에 파고들면서 끝을 보이고 있었다.
끝없이 바닥 치는 내면의 마음이 과거의 따뜻한 사랑을 되찾기엔 왜곡된 진실이 그를 가로막고 있었다. 의술로도 원상태로 돌릴 수 없었던 겉모습과 마음이 남기는 흔적이 곳곳에 자리 잡으면서 고통과 사랑을 동시에 느낀다. 그와 함께하면서 시작된 기만을 비롯한 연극이 비극의 끝을 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제 자리로 자신을 옮겨 온다. 복수보다 무서운 용서가 마지막을 맴돌며 온몸에 전율이 피어오른다. 당연하게 여겨진 것을 잃어가며 소중한 것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은 당연하게 여겨 어쩌면 외면했던 것들의 다른 말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하는 역사의 왜곡은 개인의 왜곡으로 이어져 예견된 비극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고개를 돌리고, 모습을 감추고, 눈을 감을 텐가. 이제는 대답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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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도유망한 그녀의 복수극 <프라미싱 영 우먼>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포스터
프라미싱 영 우먼 (Promising Young Woman, 2020)
장르 : 미국, 범죄·스릴러 │ 감독 : 에머랄드 펜넬 │ 각본 : 에머랄드 펜넬
출연 : 캐리 멀리건(캐시), 보 번햄(라이언), 레버른 콕스(게일) 외
등급 : 15세 관람가 │ 러닝타임 : 114분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스틸컷
그녀는 왜 복수의 화신이 되었나
‘캐시’는 한 때 의대를 다니던 촉망받는 여성이었으나, 현재는 부모님의 집에 얹혀살며 친구의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을 딸이 대학을 중퇴하고 서른이 넘어가도록 방황만 하니, 부모는 늘 혀를 차기 바쁘다. 하지만 캐시가 성공가도가 보장될 대학을 포기하고 부모님의 눈치나 받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조용히 치러야만 하는 자신만의 과업이 있기 때문. 그건, 남자들에 대한 응징이다. 정확히는 술 취해 몸을 못 가누는 여성을 강간하려는 남자들을 향한 응징.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스틸컷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캐시는 매일 밤 클럽에 나가 술에 떡이 된 연기를 펼치며, 불특정 다수의 남성들이 자신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백이면 백, 남성들은 캐시를 데려다주겠다며 나서고 결국엔 “우리 집 가서 술 한 잔 더 할래?”를 핑계로 손쉬운 성관계를 꿈꾼다. 여자는 취했겠다, 자신의 집에 자발적으로 따라왔겠다, 남성들은 온갖 아부를 떨어가며 캐시를 침대에 눕히는 데에 성공한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성관계를 시도하려는 순간, 캐시는 벌떡 일어나 술기운 하나 없는 얼굴로 묻는다.
“너 뭐 하는 거야?”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스틸컷
쉽게 용서받은 너희들을 위해
대체 왜 이런 일을 하는 걸까 궁금해질 때 즈음, 캐시의 사연이 밝혀진다. 의대를 다니던 시절, 캐시에게는 ‘니나’라는 둘도 없는 절친이 있었다. 니나는 대학 파티가 있던 날, 만취상태가 되어 남학생들에게 집단 강간을 당했는데 심지어는 그 영상이 찍혀 돌아다니자 결국 자살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난 곳은 무려 의대가 아닌가. 대학 당국은 훗날 사회에 큰 이바지를 하게 될 안타까운 청년들의 삶을 지켜주고자 사건을 덮어버렸고, 결국 가해자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채 사회의 재목이 되었다.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스틸컷
사회가 못하면 내가 너희를 벌하겠어
캐시에게는 이런 니나의 죽음이 트라우마이자 커다란 죄의식이었다. 때문에 대학도, 자신의 전도유망한 미래도 포기한 채, ‘술 취한 여성은 강간해도 된다’는 은근한 합의 속에 살아가는 남성들을 직접 벌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러던 중 자신에게 투명한 진심을 보이는 남자 ‘라이언’을 만나 잠시 주춤하기도 하지만, 나쁜 놈들과는 다르다고 여겼던 라이언 조차도 실은 니나의 죽음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캐시는 그 일을 계기로 더욱 열이 올라, 니나 사건의 결정적 가해자를 찾아 처단하기로 결심하는데. 의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앞날이 창창하다는 이유로 사회의 용서를 받았던 가해자 ‘알’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는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일로 누군가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잘 살고 있었다. 심지어는 모델 출신 여자 친구와 결혼까지 앞둔 상태였는데. 어처구니가 없어진 캐시는 알의 결혼전야 총각파티에 스트리퍼로 잠입한다.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스틸컷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했지?
그러나 그 개자식을 제대로 밟아주길 바랐던 관객의 기대와는 달리, 힘에서 밀린 캐시는 역으로 알의 손에 죽음을 당하고 만다. 자신의 인생 전체를 걸었던 과업을 미처 끝내지 못한 채로. 캐시의 복수에서 간신히 살아 나왔지만 살인자가 되고 만 알은 결국 캐시의 시신을 유기하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결혼식을 치른다. 자신의 숭고한 모델 여자 친구 ‘아나스탸사’와 함께. 그러나 결혼식이 끝날 무렵 경찰차가 결혼식장을 향해 사이렌을 울리며 다가온다. 자신이 죽게 될 상황까지 고려해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캐시의 복수극이 끝내, 빛을 발한 것이다. 니나를 강간했으며 죽음으로 몰게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창한 자신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용서받은 강간범 알은 그렇게 7년이 지나서야 죗값을 치르게 된다. 살인 혐의까지 덧붙여서 말이다.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스틸컷
이 제목은 어디에서 왔는가
이 영화의 제목은 <프라미싱 영 우먼>, ‘전도가 유망한 젊은 여성’이라는 뜻이다. 이는 2016년에 있었던 스탠퍼드 대학의 유명한 성추문 사건에서 기인한 제목이다. 사건의 내용인즉슨, 스탠퍼드에 재학 중이던 ‘브록 터너’라는 남학생이 술에 취한 여학생을 쓰레기통 뒤로 끌고 가 세 번에 걸쳐 성폭행한 일이 있었는데, 당시 이 사건을 담당한 판사는 “초범인 데다 전도가 유망한 젊은 청년”이라는 말로 브록 터너를 두둔했다고 한다. 명문대를 졸업해 사회의 빛이 될 청년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라는 거였다. 이 사건은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이런 망언을 남긴 판사는 결국 주민투표로 해임되었다.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스틸컷
갈 길은 멀고, 본질은 간단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미투 운동을 거쳐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의 목소리가 존중받는 시대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고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피해 여성이 ‘만취 상태’였을 때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네가 취하질 말았어야지. 네 발로 따라갔으니 너도 반은 책임이 있지. 그런데 정말 그럴까.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은 그런 모순을 찌르는 영화다. 강간범이 제 아무리 의대를 나왔든 장학생이든 그것은 면죄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여성을 강간해도 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설파한다.
현재 미국의 대통령이자 당시 미국의 상원의장이었던 ‘조 바이든’은 스탠퍼드 성추문 사건을 통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동의 없는 섹스는 강간이다”라고. 그의 말처럼 문제의 본질은 사실 간단하고 명료한 것 아닐까. 뭐가 어떻든 간에 강간범은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잘못을 했으니까.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스틸컷
언제 어디서나 좋은 사람이길 바라
몸을 가누지 못하는 캐시를 슬슬 구슬려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성관계를 시도하려던 수많은 남성들을 떠올려본다. 그들은 캐시가 겁박하자 이렇게 말한다. “나 좋은 사람이야” 그러나 상대가 취약하지 않을 때만 골라서 좋은 사람이면 뭐할까.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니나는 강간해도 되는 여자고, 결혼상대인 아나스타샤는 존중해야 하는 여자일까. 그래도 되는 여성과 그러면 안 되는 여성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님을 모든 남성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언제 어디서나 좋은 사람이기를 바란다. 자신의 전도유망한 미래가 안전하길 바라는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