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12-29 15:45:12
잔잔한 힐링 영화 추천해주세요!
<어디갔어, 버나뎃> <알로, 슈티> <어린왕자>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오늘의 큐레이션 주제는 바로 '잔잔한 힐링' 영화입니다.
이 게시물 혹은 씨네픽 인스타그램에 올라간 동일 내용의 콘텐츠 게시물에
자신이 보고싶은 영화에 대해 적어주신다면 다음 콘텐츠를 올릴 때 여러분들의 댓글을 바탕으로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작해볼까요?٩( ᐛ )و
어디갔어, 버나뎃
ⓒ 네이버 영화
synopsis
최연소 맥아더상을 수상한 천재 건축가 버나뎃. 조용히 살고 싶지만 소란스러운 환경 때문에
까칠한 이웃이 된 버나뎃은 가족여행을 준비하던 중 자신이 국제 범죄에 휘말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cine pick!
뉴욕타임즈 84주 베스트셀러에 오른 동명 소설 『어디 갔어, 버나뎃』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어디갔어, 버나뎃>은 로맨스 대표작 '비포' 시리즈를 제작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연출하여 인물의 내면을 다채롭고 밀도 있게 그려냈다.
알로, 슈티
ⓒ 네이버 영화
synopsis
매일 바쁜 도시, 지긋지긋한 직장생활, 우울증에 걸린 아내…
우체국장 ‘필립’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따뜻하고 여유로운 남부 프랑스로 전근을 계획한다.
cine pick!
소박하고 소소한 이야기로 스크린 너머 관객에게 온기를 전해주는 영화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행복 목욕탕
ⓒ 네이버 영화
synopsis
강하고 멋진 엄마 후타바, 서툴고 철없는 아빠 가즈히로, 사춘기 딸 아즈미, 이복동생
아유코까지 후타바가 이끄는 네 명의 가족은 행복 목욕탕을 운영한다.
cine pick!
제40회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6개 부문 수상하였으며, 그 외에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갓 헬프 더 걸
ⓒ 네이버 영화
synopsis
위태로운 방황의 시기를 겪던 이브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우정과 사랑을 나눈다.
그 시간들을 통해 자신이 정말로 원하고 잘하는 것을 깨달은 이브에게 뜻밖의 위기가 찾아온다.
cine pick!
빈티지한 패션과 색감 그리고 음악이 만나 감성적인 연출로 눈과 귀 모두 즐겁게 만드는
영화이다. 잔잔한 영화이지만, 마음에 파동을 일으키는 영화이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
ⓒ 네이버 영화
synopsis
매사추세츠 퀸시에서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며 혼자 사는 리. 잔뜩 쌓인 눈을 치우던 어느 날,
형 조가 심부전으로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 맨체스터 바이 더 씨로 향한다.
cine pick!
버라이어티, 워싱턴 포스트, 데드라인 등 주요 매체에서 2016년 최고의 영화 TOP 10에 선정된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맷 데이먼이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화제를 모았다.
어린왕자
ⓒ 네이버 영화
synopsis
친구 하나 없이 엄마가 짜놓은 인생 계획대로만 살던 소녀는 옆집의 괴짜 조종사 할아버지를
통해 다른 행성에서 온 어린왕자의 존재를 알게 된다.
cine pick!
1억 4,500만부 이상 발매된 생텍쥐페리 원작 '어린왕자'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영화
<어린왕자>는 CG 그래픽과 스톱모션을 조합하여 다양한 매력을 선사한다.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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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아는 이방인의 도시, <군산전기>
군산전기 City of Outlanders, 2020
한국 / 다큐멘터리 / 61분
감독: 문승욱, 유예진
우리가 아는 이방인의 도시,<군산전기>
출처: 영화 <군산전기> 스틸컷(다음)
대형 LED 위에 무용가 안나가 누워서 춤을 춘다. 그녀의 고요하게 뻗어가는 팔과 애절하게 꺾이는 다리가 피아노와 첼로의 선율과 만나면서, 역사가 기억이 되고 기록이 추억이 된 군산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함께 등장한다. 장소와 사람, 안나가 소개하는 군산은 장소가 아니라 사람으로 풀이되고,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을 일관적으로 '이방인'이라 소개한다. <군산전기>는 이방인, 군산을 이방인의 입을 통해 설명하는 장편 다큐다.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 이방인. 있는 그대로 읽으면, 꽤나 차갑고 낯설게 느껴진다. 나와 마주 보고 있지만, 심리적인 거리는 두 배 이상 멀어,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섞일 마음이 전혀 없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군산전기>의 이방인은 다르다. 영화가 조명하는 이방인엔 거부하지 못할 따뜻함이 묻어있다. 처음부터 눈과 귀로 파고드는 무용과 음악의 이끌림보다도 더 집중되는 무언가가 있다. 호기심이다.
호기심은 '이방인'을 거부할 수 없는 이유를 찾기 위한 발판으로, <군산전기>의 긴 궤도를 끝까지 지탱한다.
출처: 영화 <군산전기> 스틸컷(다음)
군산은 주민 몇백 병이 살던 작은 어촌 마을이었다. 영화는 그런 군산이 이방인들의 도시가 된 연유를 간단한 자막과 그때의 사건이 담긴 사진 자료로 대체한다. 일제 강점기, 일제의 쌀 수탈, 노동자들의 유입, 이후 군산을 둘러싼 희망과 좌절의 반복, 그 과거 위에 여전히 현재를 덧씌워 사는 지금의 군산. <군산전기>는 군산에 정착한 이들과 떠나는 이들을 인터뷰하며 중간중간 반짝였던 역사를 끼워 넣는다. 그리고 여전히 처음과 같은 분위기와 시선을 유지한다. 군산이란 환경은 군산에 소속되어 사는 이방인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 등으로 표출된다. 따라서 군산은 한결같이 정적이고 고요하며 동시에 인간적인 따스함으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일제의 잔재로 남은 건축물(벽돌식 콘크리트 건물 같은)에서도 그 기운은 계속된다. 멀리서 보고 가까이서 봐도 삭막하고 답답한데, 아이러니하게도 보면 볼수록 정반대의 감정을 갖게 하는 것이다. 역사적인 특성상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노출되는 애절함과 애환, 나아가 고통은 이방인으로서의 군산에겐 이미 지나간 정류장일 뿐이다. 비극을 인식하는 것만으로 휘몰아치는 고통의 파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의 강인함은 단순히 시간이 흐른다고 길러지는 능력이 아니다.
출처: 영화 <군산전기> 스틸컷(다음)
호기심의 답은 당연하게도 군산의 이방인들이다. 그들은 자신을, 고향을 떠나 군산에 정착한 외부인, 이방인이라 부른다. 이미 50년 넘게 살고 있지만, 쉽사리 군산을 자기 고향이라 말하지 않는다. 제2의 고향이란 말도 없다. 이웃도 이방인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방인처럼 살지 않는다. 이방인이면서 이방인이 아닌 삶. 이들에게 '이방인'은 복잡하지 않은 동시에 단순하지 않다. 단어란 껍데기만 남기고 그 안을 자신들의 언어로 가득 채워 새로 만든 듯하다. 이러한 태도는 군산에 새로 유입되는 젊은 이방인에게도 빠르고 쉽게 전이된다. 기존의 이방인이 새로운 이방인에게, 또 떠나려는 이방인에게 마음의 편차 없이 다가가는 방식은 그들이 처음 군산에 뿌리내린 방식과 맞닿아 있다.
평이하지 않은 기록을, 평범하지 않았던 일들을 그대로 안고 사는 법을 터득했기에 이방인들은 행복과 불행을 쉽게 나누지 않고, 온갖 사건과 상념을 잔잔한 물결로 받아들이며 지금도 ‘군산’에 산다. 무탈하게 소소하게 또 따뜻하게. <군산전기>는 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관객까지 이방인으로 만들었다. 첫 장면에 등장한 군산을 비추던 대형 LED 화면은 관객이 직접 넘나든 거대한 문이자 창이었다.
출처: 영화 <군산전기> 스틸컷(다음)
군산은 일본에 의해 만들어진 계획도시로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만 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군산이란 뼈대를 과거와 현재가 그대로 공유하고 있으나 지금의 군산은 예전의 군산과 다르다,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방인의 도시란 어감이 묘하게 공동체적으로 인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안엔 관객도 포함되어 있다.
'마음을 열어요, 그리고 마주 보아요.'
우린 다 함께 산다, 계속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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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라는 구원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루카 구아다니노 x 티모시 샬라메의 재결합“보통의 삶, 보통의 가족, 보통의 존재. 보통의 것이 불가능한 누군가에게. 당신과 비슷한 타인이 존재한다고, 그래서 서로가 이어져있을거라고. 그렇게 상처를 보듬고 사랑할 수 있을거라고, 영화는 말한다.
‘카니발리즘(식인)’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결코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들을 보여주기 위한 호러영화가 아니다. 사회 밖으로 내몰려 그 주변을 맴돌아야만 하는 사람들에 대한 메타포일 뿐. 그렇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인물들이 가진 아픔의 한 구석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애썼다. 어디에 상처가 났는지, 그 상처는 얼마나 깊은지. 어떻게 해야 아물 수 있는지. 결국,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하나가 되어 서로를 구원하는 수밖에 없다고.
(좌)테일러 러셀_매런과 (우)티모시 샬라메_리
삶의 경계선에 서있는 이들, 사회 속에서 이방인의 위치에 서있는 이들의 삶이란. 그것은 때로는 고독하며, 때로는 온전하지 못하다. 소중한 감정들을 짓눌러야 하고, 아픈 마음을 타인에게 쉬이 내비칠 수 없다.
영화는 식인을 하는 18세 소녀 매런(테일러 러셀)의 성장을 그린다. 엄마는 매런을 떠난 지 오래고, 언제나 그녀 곁을 지켜줄 것이라 생각했던 아버지마저 그녀를 떠나 결국 매런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렇게 떠돌이 생활을 하던 중 매런은 자신과 같은 식인 성향을 가진 리(티모시 샬라메)를 만난다. 왜 나랑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냐는 매런의 말에, 네가 착한 사람 같아서,라며 화답한 리. 그렇게 리는 매런의 인생길에 동승하게 된다.
힘든 삶을 살아온 매런과 리가 마침내 서로를 알아보고 사랑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이마를 마주댄 채 주고받던 말들이 참 애틋했다.
"You don't think I'm a bad person?" - 리
넌 내가 나쁘다고 생각 안 해?
"All I think is that I love you." - 매런
널 사랑한다는 생각뿐이야.나의 결핍이 타인의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다. 매런이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고 난 뒤에 리를 떠나려 했던 것처럼, 리가 사랑하는 동생 케일라 옆에 언제나 함께 있어줄 수 없었던 것처럼. 결국엔 각기 다른 모양의 결핍들이 연결되어 의도치 않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자신 역시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여동생 케일라를 끔찍이도 아꼈던 리. 너무나도 소중한 그녀에게, 리는 보통의 사랑을 내어줄 수 없다. 자신의 아픔이, 자신의 이야기가, 케일라에게 큰 상처가 될까봐 두려워서. 짓궂은 말들만 내뱉고, 전부를 터놓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울음을 삼킬 수밖에 없다. 공중전화부스에서 케일라의 목소리를 들으며 울먹이던 리의 마음이 너무나 연약해보였다.
저기 저 멀리, 언덕 위에 앉아있는 매런과 리를 보며 둘의 행복을 빌었다. 오직 둘만이 존재하는 그곳이 참 평화로워보였다.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는 곳. 나와 닮은 상처와 결핍을 가진 너를 껴안은 채 위로받을 수 있는 곳. 아픔을 묻어두며 살아온 리는 매런에게 자신의 삶을 고백한다. ‘나’라는 존재가 거부당하는 가혹한 세상 속에서, 그렇게 각자가 가지고 있던 빈자리는 서로의 존재 덕에 사랑으로 가득 채워진다.
강렬하고 아름다웠던 마지막 장면이 아직까지도 오랜 여운으로 남아있다.
Eat me please, bones and all. -리
영화의 제목은, 종반부에서 리의 말로 귀결된다. 뼈까지 전부 먹어달라는 리.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너 안에 영원히 존재하고 싶다고.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사랑하자고. 너에게 내 전부를 주고 싶다고. 그의 애원은 이렇게나 사랑으로 가득하다. 매런을 향한 리의 마음이 느껴져 눈물이 났다. 갖고 있는 마음의 크기만큼 줄 수 없는 사랑은 서럽고 또 서럽다.
2022 부산국제영화제_ 본즈 앤 올
정식 개봉 전, 2022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만난 영화. 상영관을 나오면서부터 개봉일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것 같다. 영화라는 예술의 힘을 빌려, 사회 속 한 개인의 삶과 아픔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들의, 그 둘의 사랑이 더 이상은 아프지 않길.
이 영화 역시 오랫동안 보내주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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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업데이트가 덜 끝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한글 패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종전이 선언된 한반도. 분단의 상징이었던 공동경비구역 JSA는 공동경제구역 JEA로 전환되고, 남북의 공동 화폐 생산을 위한 조폐국이 설립된다. 그러나 남북의 경제협력이 예상과 달리 더욱 극심한 빈부격차와 사회적 혼란을 유발하자, 평양에서 서울로 왔지만 꿈과 달랐던 현실에 분노한 '도쿄(전종서)'는 무장 강도가 되어 경찰의 추적에 시달리는 신세가 된다. 그런 그녀에게 불공정한 사회에 반격을 가하자고 제안한 '교수(유지태)'. 그의 설득에 넘어간 도쿄는 북한 출신 수배범 '베를린(박해수)', 땅굴 은행털이범 '모스크바(이원종)'와 '싸움꾼 덴버(김지훈)', 해커 '리우(이현우)' 등과 한 팀이 되어 조폐국을 점거하고, 인질극을 벌이며 4조 원 규모의 지폐를 찍어낸다. 한편, 조폐국 밖에서는 남한 협상 전문가 '선우진(김윤진)' 경감과 북한 특수작전부대 '차무혁(김성오)'대위로 구성된 공동 대응팀이 갖가지 방안을 동원하며 강도들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하이스트 장르의 핵심
당연한 말이겠지만, 하이스트 장르의 핵심은 '강도'라는 행위에 달려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강도라는 행위를 어떻게 부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강도짓을 하는 사람에게 주목할 수 있다. 은행을 턴다면, 그들이 은행을 터는 동기와 목적, 그 강도 행위에 담긴 상징성이 다른 결의 서스펜스를 이야기에 불어넣을 수 있다. 또한 강도 행위 자체를 강조할 수도 있다. 은행을 털고 도주하는 일련의 과정이 낳는 긴박함과 쾌감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 두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하이스트 장르물은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가 대표적이다. 이 영화는 공개 당시 좀비 영화로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지만, 하이스트 영화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아쉬움이 크다. 영화는 좀비가 점령한 라스베이거스에 침투해 은행 금고를 강탈한다는 이야기를 잘 살려내지 못했다. 감독의 개인사에서 비롯된 아픔과 깨달음이 투영된 드라마는 인상적이었지만, 하이스트 영화로서 갖추어야 할 액션과 장르적 쾌감은 부재했었기 때문이다. 역대 넷플릭스 전체 2위를 차지한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의 한국판 리메이크,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1도 같은 맥락에서 문제를 노출한다.
<종이의 집> 한국어판 각색의 핵심
리메이크 작품으로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1>가 갖는 가장 큰 차별점은 통일 직전 한반도라는 배경 설정이다. 사실 김지운 감독의 <인랑>에서도 볼 수 있었던, 통일을 앞두고 혼란에 빠진 한반도라는 설정은 그리 낯설지 않다. 그런데도 이 설정을 굳이 활용한 것은 해당 내용이 리메이크로서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의 반영이라 볼 수 있다. 단지 하회탈이나 한국 전통 악기인 꽹과리, 징 등의 전통적인 사운드가 더해진 배경음악 같은 외적인 요소 외에도 한국적 특성을 녹여내려 한 시도인 것이다.
실제로 이는 강도 행위의 이유, 목적, 상징성과 캐릭터의 성격을 완전히 뒤바꾼다. 즉, 드라마는 강도 행위 자체가 아닌 행위자에게 주목한다. 교수가 조폐국 강도를 계획한 이유만 봐도 알 수 있다. 원작에서 교수는 자신의 병원비를 위해 은행 강도를 시도하다가 죽은 아버지의 계획을 물려받는다. 반면에 한국판에서 교수는 디스토피아로 변해가는 통일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목적으로 조폐국에 침입한다. 이는 교수의 과거사가 드러나는 6화부터 올해 하반기에 나올 파트 2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남북 경제협력계획에 참여했던 교수는 자신의 비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잘 살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그의 과거는 현재 그의 범죄 행각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자신이 주장한 욕망에 의거한 경제 부흥이 자본주의의 병폐를 극대화하자 본인이 직접 이 문제를 충격적인 방식으로 공론화하는 모습에는 명암이 한 데 존재한다. 덕분에 인질극의 기획자이자 자신의 여자에게 따뜻한 카페 주인이라는 그의 이중성도 더욱 돋보인다.
또한 강도짓이 이처럼 단순히 돈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거시적 안목에서 이루어진다는 서사는 도쿄의 캐릭터성도 바꿔 놓는다. 원작 속 도쿄는 어디로 튈지 모를 감정적인 면모가 두드러지는 캐릭터였지만, 한국판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교수의 계획과 신념에 진심이다. 작중 과거사가 드러난 이들 중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한국의 자본주의 사회에 크게 다치고 또 실망했기 때문에, 교수의 계획대로 한국 사회에 멋지게 복수하고 싶은 욕망은 그 누구보다도 강렬하다. 이에 더해 생존과 욕구에 충실한 베를린의 역할도 빛난다. 교수와 도쿄가 개인적 욕망을 거시적 안목에서의 욕망과 일치시키는 반면, 북한 수용소에서 폭동 후 탈출한 수배자인 베를린은 개인적 이익에만 충실하다. 그는 사익과 일치될 때에만 교수의 계획을 따르며, 박해수의 연기력이 더해져 그의 악랄함은 더욱 배가된다. 인질들을 남북으로 갈라 치거나 공포심으로 인질을 통제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베를린은 교수와 도쿄의 대척점으로서 모든 에피소드에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변화가 와닿지 않는 이유
이처럼 <종이의 집> 리메이크는 새로운 배경 설정을 통해 첫 화부터 하이스트 장르와 거시적 서사를 결합하는 각색을 시도한다. 문제는 강도 사건의 행위자에 주목한 변화, 그 중심에 위치한 통일 직전의 한반도라는 배경 설정을 세련되게 묘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전반적인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한 1화에 어설픈 연출이 집중되다 보니 남은 다섯 에피소드 역시 덩달아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다. 먼저 한국 영화의 여러 클리셰가 눈에 띈다. '선수 입장'이라는 워딩만 없을 뿐, 그에 버금가는 "대기들 타시고" 혹은 "오빠, 쓸데없는 짓 하다가 대가리에 빵꾸 나"와 같은 대사는 긴박해야 할 강도 작전의 김을 빼버리는데 일조한다. BTS를 굳이 강조하는 연출은 그들의 인기에 탑승하려는 얕은 술책처럼 보인다. 빈곤을 겪는 여성을 다시 한번 성매매 현장에 빠뜨리는 전개 또한 넷플릭스 작품에게서 기대할 법한 신선한 매력을 느끼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작중 북한에 대한 묘사가 낡은 화법에 의존한다는 점이 아쉽다. 1화는 북한 사람들이 무조건적으로 남한을 선망하고 남한의 발전된 사회상에 무지할 것처럼 묘사한다. 북한 사람들이 모두 문명과 거리가 멀 것이라는 편견을 담아내며 한국 영화나 드라마 속 북한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는 작품의 화자이면서 동시에 교수의 계획과 신념을 보충해주는 인물인 도쿄라는 캐릭터의 완성도를 저해한다. 단지 서울말을 쓰기 때문이 아니다. 평생을 지방에서 살았어도 서울에 올라온 후 사투리를 전혀 쓰지 않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도쿄의 서울말은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그녀가 북한 사람으로서 무시당하지 않고 남한에서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무장한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다만 북한 자체를 평면적으로 묘사한 결과 도쿄라는 캐릭터가 교수에게 설득되고, 그를 신뢰하며, 그의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이 입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그녀는 단순히 한국 문화가 좋아서 남한으로 향했다가 배신당한 후 적개심을 갖게 되었다는 작위적인 서사 안에 갇혀 버린다. 특히 그녀가 교수와 함께 작품의 주제 의식을 책임지는 캐릭터이다 보니 결국 이 문제는 드라마 전반의 완성도까지 하락시킨다. 드라마의 메시지 자체도 덩달아 얕아지기 때문이다.
강도 행위도, 행위자도 잡지 못한 하이스트 장르물
이처럼 강도 사건의 행위자에 주목한 각색이 불완전한 가운데, 심지어 강도 행위 그 자체를 묘사한 장면들도 그리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조폐국 내외에서 벌어지는 인질극의 전개가 원작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이스트 장르물은 인물들의 드라마만큼이나 그들이 벌이는 강도 행각 자체를 예상치 못한 장면들로 채워 넣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반전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모든 위기 상황이 어떻게 귀결될지 알 수 있으니 8명의 강도가 벌이는 인질극도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1은 하이스트 장르물이 충족시켜야 할 두 요소를 모두 놓친 것이다.
물론 원작을 보지 않은 입장이라면 충분히 몰입하여 즐길 수 있는 대목이 존재한다. 특히 여론전을 펼치는 부분은 교수의 계획에 내포된 정치적 함의와 맞물려 꽤나 흥미롭다. 파트 1의 후반부에 등장하여 리메이크작이 진정으로 보여주고 싶은 듯 보이는 거시적 서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한 고립된 조폐국 내부에서 인질극의 긴장감을 극도로 높여주는 베를린과 조폐국장의 관계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조폐국장 조영민 역을 맡은 박명훈의 생생한 발암 연기 덕분에 악역인 베를린에게 공감하게 되는 아이러니함은 각자의 욕망에 충실해야 하는 작중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대목들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1을 구해내지는 못한다.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볼 수 있게 하는 응급처치는 될지언정, 이미 장르물로서 차포를 다 뗀 하이스트 드라마를 소생시킬 힘까지는 없다.
물론 이 작품이 엄연히 '파트 1'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6화는 파트 1과 2를 나눌 분기점에 불과하며, 작중 조폐국 강도 사건과 인질극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을 한 작품으로 본다면 파트 1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중 발단과 전개 혹은 발단과 전개 및 위기의 일부까지만 보여준 채로 끝난 것이다. 따라서 파트 1의 정확한 평가는 파트 2가 공개된 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장윤주의 '나이로비'가 대표적이다. 예고편에서부터 부자연스러운 스타일링과 대사를 지적받은 나이로비 캐릭터는 사실 캐릭터에 대한 설명 자체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매 에피소드마다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의 과거사가 부각되는 만큼, 이 문제는 충분히 파트 2에서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가기 위한 중간다리에 불과했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영화 자체의 완성도 덕분에 호평을 받은 것을 보면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1을 향한 비판은 충분히 일리 있다. 조폐국과 주변 경관의 CG가 상당히 부자연스럽다거나, 조폐국 내부도 세트장 티가 많이 나는 것,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일관성 있게 통일되어 있지 않다는 인상만으로도 드라마의 부족한 완성도는 감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파트 2까지 기다리지 않더라도 지적할 수 있는 확실한 문제다. 그렇기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1을 보고 나서 실망감은 쉬이 감춰지지 않는다. 단지 리메이크 작품으로서 시도된 각색의 방향성으로부터 파트 2가 보완하고 또 온전히 완성할 한 편의 드라마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P(Poor, 형편없음)
야심한 목표와 허술한 계획의 만남. 파트 2에서의 업데이트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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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져 내린 서울 드림(dream)과 영원한 이방인
이 글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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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오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있다. 문자 그대로 안락한 보금자리를 벗어나면 고생을 면치 못한다는 소리다. 잠깐의 외출도 그럴진대 평생을 지내오던 고향을 떠났을 때는 오죽할까. 고향을 떠나 새로운 터전에서 삶을 꾸려나가기 시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고향을 그리게 되는 것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타향살이는 본질적으로 사람을 고독하게 만든다. 새로운 환경에서 뿌리 내린다는 것은 단순히 어떤 개인이 물리적으로 그곳으로 이동한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이미 존재해 온 사람들과 그들이 꾸려나간 사회에 적응하고 받아들여지는 것을 뜻하는데, 그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주민은 숱한 '문화 충격'을 감내해야 하며, 대개 '박힌 돌들'은 '굴러들어온 돌'들에게 그리 살갑지 못한 경우가 많으므로 '굴러 들어온 돌'인 스스로를 어떻게든 '박힌 돌' 중 하나로 신분 상승 시키기 위해 수 없이 스스로에게 정을 내리쳐야만 한다. 그것이 이주민이 감내해야만하는 외롭고도 고된 통과의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과의례는 타향살이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뼈아픈 과정 중 하나일 것이다. 필자만 하더라도 20대 중후반에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해 '서울살이'를 해 왔는지라 이런 이야기가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국내에서의 이주도 이럴진대, 하물며 국경 너머로 이주한 사람들의 사정은 어떨까? 그것도 고향으로 돌아갈 기약조차 없는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자, 여기, 20대 탈북민 한영의 이야기가 있다.
1. 20대 탈북민 한영의 실패한 서울 드림
동생과 함께 북한을 떠나 온 한영은 어떻게든 서울에 안착해서 살아가고 싶은 20대 청년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국경 너머로 온 그는 가족과 함께 남한땅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싶다. 뼈 빠지게 공부해 관광 안내사 자격증도 따고, 어찌저찌 취직도 했다. 이제 꿈 같은 '서울라이프'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친구 왈, 한국은 '인맥빨'이라고 했던가. 이렇다 할 인맥 하나 없는 한영에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제 밥그릇을 빼앗을지도 모를' 낯선 이에게 살갑게 구는 이는 흔치 않으며 설령 그런 척을 한다고 한들 그를 온전히 '내 사람'으로 받아들일 사람은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영은 더욱 고군분투한다. 불합리와 부조리를 받아들이는 굴복과 순응, 포기의 과정을 숱하게 견뎌내면서.
한영의 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러 해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이방인이다. 말씨와 행동거지를 남한 사람처럼 바꾼다고 한들 그의 등 뒤에는 '탈북민'이라는 꼬리표가 언제나 뒤따른다. 국적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데 어쩐지 받는 취급은 이도저도 아니다. 면접처에서는 '탈북민을 함부러 믿기는 좀 그렇다'는 말이 되돌아오고, 혹시라도 문제라도 일으켰다치면 '이래서 탈북민들을 고용하면 안 된다'는 폭언이 쏟아진다. 이 삭막하고 박터지는 서울 땅에서 한영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은 영원한 2등 시민 자리를 면치 못한다.
그리하여 한영의 '서울살이'는 더욱 고달파진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떠나 온 남한 땅은 외롭고 고되다. 돈은 좀 벌지언정 그의 곁에는 함께해 줄 이가 드물다. 어머니는 휴전선 너머에 있고 비슷한 처지로 방황하던 동생은 연락두절, 아끼던 친구마저 멀리 떠나버린 그때, 한영은 온전히 고독해진다. 만리타향 서울 땅, 아는 이 하나 없어졌을 때 그는 더는 타향살이를 할 자신이 없어진다. 그곳에서 그는 없는 사람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는 사라진다. 익명의 사람들 사이로.
2. 서울을 살아가는 어느 소수자들의 삶
서울의 삶은 바쁘고 화려하다. 미국에서는 로스앤젤러스가 '라라랜드'였다면 한국에서는 서울이 그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잘만 하면 그럴싸한 성공을 거두고 그럴싸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들 하던데-... 글쎄, 정말로 그런 깔끔하고 보기 좋은 삶을 사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서울에 그런 사람들'만'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실상은, 극 중 한영이나 정미, 리샤오와 같은 이주/이민자, 혹은 실적에 따라 수입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관광안내사인 청아의 사례처럼 그렇지 않은 삶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체로 후자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눈부신 서울의 광채의 이면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느라 이렇다할 존재감을 뽐낼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혹은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조차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사유야 어찌되었든 간에, 분명한 것은 이러한 삶들은 좀처럼 조명되지 않고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20대 여성 탈북민인 한영은 이러한 소수자들의 삶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기존 사회에 어떻게든 발을 디디고자 하는 젊은 사회 초년생이자, 낯선 타지 생활에 적응해야만 하는 이주민이고, 그와 동시에 이 가부장적인 대한민국 땅에서 상대적 약자로 살아가는 여성이기도 하다. 그런 그의 '실패한 서울 적응기'는 어쩐지 남 일 같지 않다. 그는 어떤 면에서든지 간에 관객 중 누군가와 닮아있을 것이므로. 이것이 이 영화가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을 조명하는 방식이 아닐까 한다. 영화는 그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한국 사회가 미처 간과한 어느 삶의 존재성을 밝히고, 그러한 삶에 대한 건조한 위로를 건넨다. '이런 삶도 여기에 있다'는 것을 밝혀내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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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영화 5월 공개 예정 기대작 TOP 5
벚꽃이 만개하던 4월은 지나가고, 푸릇푸릇한 5월이 다가왔습니다. 4월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낙원의 밤>,<썬더 포스>,<러브 앤 몬스터스>는 많은 인기를 받아 넷플릭스 순위권에 안정적으로 진입하였는데요. 넷플릭스가 5월에도 선물 같은 영화들을 가져왔습니다.
많은 영화들 속에서 여러분의 선택이 힘들지 않게!! 넷플릭스 공개 예정작 중 , 씨네랩이 기대되는 영화 5편을 뽑아왔습니다. 함께 보실까요?
1. 몬스터 Monster (2018) - 앤서니 맨들러
2021.05.07 공개 예정
" 도에 이은 살인 사건에 연루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재능 있고 성실한 고등학생이 억울한 누명을 쓴다. 자신의 결백과 진실을 주장하는 소년. 하지만 법정은 이미 그에 대한 심판을 끝냈다. "
<몬스터> synopsis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몬스터>는 2018년도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되었으며, 이후로 3년간 개봉되지 못한 영화입니다. 그 후 넷플릭스가 판권을 인수하여 글로벌 공개 예정입니다. 또한 R&B 가수 '존 레전드'가 제작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이기도 합니다.
포스터만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영화 <몬스터>는 5월 7일 공개 예정입니다.
2. 댄스 오브 41 Dance of the 41 (2020) - 다비드 파블로스
2021.05.12 공개 예정
" 동성애가 금기시되었던 멕시코에서 멕시코 대통령 딸과 결혼한 게이 의원에 대한 이야기 "
<댄스 오브 41> synopsis
영화 <댄스 오브 41>은 LGBTQ 멕시코 영화입니다. 대통령의 달과 결혼한 의원이 비밀 클럽에서 젊은 남성과 은밀한 밤을 보낸. 아무도 몰라야 할 그날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포스터부터 엄청난 압도감으로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영화 <댄스 오브 41>은 오는 5월 12일 공개 예정입니다.
3. O2 Oxgen (2021) - 알렉산드르 아야
2021.05.12 공개 예정
"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냉면장치안에서 눈을 뜬다. 산소가 고갈되어 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고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기억을 되찾고자 애쓴다. "
<O2> synopsis
영화 O2는 <크롤>을 연출한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나우 유 씨미 : 마술 사기단>, <6언더그라운드>에 출연한 '멜라니 로랑'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공식 예고편을 본 관객들은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영화이다 보니 영화 <베리드>를 많이 떠올리는데요, 과연 <O2>는 긴장감과 재미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까요? 영화 <O2>는 오는 5월 12일 공개 예정입니다.
4. 우먼 인 윈도 The Woman In The Window (2020) - 조 라이트
2021.05.12 공개 예정
" 광장 공포증으로 집에서만 지내는 정신과 의사. 그녀는 건넛집에 이사한 가족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창문 넘어 잔혹한 범죄를 목격한다. 진실을 찾으려는 그녀의 집착. 그 끝은 어디일까"
<우먼 인 윈도> synopsis
공개되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친 영화 <우먼 인 윈도>는 2019년도 디즈니 개봉 예정 영화였으나, 결국 넷플릭스가 배급을 맡게 된 영화입니다. <우먼 인 윈도>는 '에이미 아담스','게리 올드만','줄리안 무어','안소니 마키'등 라인업이 엄청난 영화인데요. 광장 공포증을 가진 정신과 의사라는 신선한 소재를 다룬 영화 <우먼 인 윈도>는 오는 5월 14일 공개 예정입니다.
5. 내가 그 소녀들이다 I Am All Girls (2021) - 도노반 마시
2021.05.14 공개 예정
"어린 소녀들을 납치한 극악무도한 조직. 인신매매 단속반 형사가 그들을 쫓는다. 그러다 발견한 놀라운 사실. 누군가 범인들을 노리고 있다. 그들을 한 명씩 차례대로 처단하면서."
<내가 그 소녀들이다> synopsis
영화 <내가 그 소녀들이다>는 1980년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유력 정치인들이 연루된 인신매매의 조직 사건을 다룬 실화 기반 스릴러 영화입니다. 시놉시스부터 흥미진진한 내용임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평소 범죄/스릴러 영화를 즐겨보는 분이라면 <내가 그 소녀들이다>는 취향저격 작품일 것 같습니다. 영화 <내가 그 소녀들이다>는 오는 5월 14일 공개 예정입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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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 입장' 빼고 나머지 다 한 느낌
과제 같은 느낌. 글을 쓰는 건 임무 같은 느낌이 강하다. 물론 재밌어서 하는 것도 있다. 창작의 재미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이런 걸 꾸준히 하는 거겠지? 재미있으니까. 재미는 인생의 엄청 중요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잘 나가는 축구선수가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도 하는 거고. 누구는 매너리즘에 빠져 우울증도 하고 그런 거겠지. 실패 자체가 나만 기억하고 남들은 신경 안 쓴다는 속성을 일찍 깨달으면 좋은 게 많은 것 같다. 알아도 신경 쓰이긴 하지만 뭐라도 얻으면서 사는 게 최고인 것 같다.
물론 영화도 마찬가지다. 어떤 장르에서 뭐가 실패하면 한국영화는 분명 성장해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 <헤어질 결심>과 <소설가의 영화>가 나온 것이 아닐까? 질척이는 걸 빼고 누벨바그 향 첨가한 한국영화가 좋은 작품의 자양분이 된 건 참 뿌듯한 일이다. 그래서 극장에 자주 가는 것이기도 하고 그렇다. 내가 세상이랑 소통하는 재미도 얻고 함께 성장하는 것만큼 뿌듯한 건 얼마 없다. 그래서 이 뿌듯함을 얻는 연장선상에서, 어떤 글에는 정말 솔직하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고 생각한다. 다들 고생하셨겠지만 아닌 건 아니니까. 평생 연예인 얼굴 보고 살 팔자도 아니고 비판받아야 할 건 오로지 감독과 제작자뿐인 걸 아니 목표를 분명하게 정하기로 한다. 이번 주 금요일,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영화 하나를 발표했다. 엥? <베이비 드라이버> 아니야? 아니었다. 살짝 비튼 영화 하나가 공개됐다.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할 때 누구나 최악이 된다> 보고 싶다고 생각이 여러 번 들었던 <서울 대작전>이다.
혼란기 바로 직후
나라가 바뀌었다. 대통령이 바뀌었다. 신군부의 맨 위에서 군인들을 지휘했던 전두환이 물러났다. 어지러운 대한민국. 1988년이 되고 예정되어 있던 서울 올림픽이 개최될 예정에 있다. 그런데 어지럽던지 안 어지럽던지 우리의 주인공 동욱에겐 알 바 아니다. 해외에서 외국 돈 달달하게 벌고 있는 동욱. 이제 적당히 벌었는지 한국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귀국행 비행기를 탄 동욱. 집에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정장 입은 남자가 동욱을 불렀다. 어이! 동욱은 화들짝 놀란다. 고개를 두리번 휘젓는 동욱. 친구 복남의 차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한다.
아지트에 도착한 동욱. 그런데 몸을 피했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었다. 아지트에서 고기 굽고 있는데 난데없이 양복의 남자가 찾아왔다. 일당을 장악하는 남자. 남자는 자기를 소개한다. 안평욱 검사는 공항부터 동욱 일당을 쫓아오고 있었다. 금세 동욱 일당의 범죄사실을 지적하며 ‘지금 당장이라도 기소할 수 있어’라고 겁박한다. 그러고 미션을 전달하는 안 검사.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사채시장의 대모인 강인숙의 운전기사가 되라고 주문한다. 검사의 진짜 임무는 전 대통령이 어떻게 비자금을 쌓아왔는지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어려운 과제에 당면한 동욱. 동욱과 친구들은 임무를 해결하고 전 대통령을 감옥에 넣을 수 있을까?
익숙한 맛
5공화국 직후의 대한민국이 영화의 소재다. 사실 이런 맛은 우리가 아주 잘 알고 있다. 대표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시작해서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뤘던 소재들이다. 또 한때 복고 열풍이 불었던 때도 있었던 만큼 나 같은 90년대 후반생들도 이 시절 한국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들국화부터 이선희, 송골매와 장국영까지 국내외 문화예술계가 꽃피웠던 당시의 대한민국. 이 영화는 다른 작품과 다를 바 없이 그때 고증에 철저하다. 일단 1988년 대한민국을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라는 소재가 가장 도입부에 등장하는 것은 박정희 정권이 퇴장하고 난 후에도 외국과 교류했던 한국의 세태를 묘사하는 좋은 수였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이 권력에서 바로 퇴진하지 않았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후에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던 두 분의 대통령이 집권하고 난 후에 두 범죄자의 법적 처벌이 이루어졌던 것이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집권이 곧바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설정의 치밀함 자체는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또 김성균 배우가 연기한 이현균 캐릭터는 군인이다. 군사정권이 퇴진한 이후 군인 출신 정치인이 권력자 곁에 있을 수 있을까? 싶지만 위에서 쓴 부분과 비슷한 맥락으로 현실성을 덧붙인 설정이 됐다. 정치현실에 대해서 허술해 보이지만 리얼리티를 남겨둔 설정을 유지한 셈이다. 또 이 외에도 1988년 당시의 나이키 조던 시리즈나 코디 스타일, 음악, '오우삼'으로 대표되는 홍콩 느와르 등등 시각적, 청각적 고증은 고생을 많이 한 티가 난다. 이 영화에서 보여줬던 감독의 역량보다 더 한 미술팀의 열일이 돋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현대사의 단면을 잘라 구현한 설정은 러닝타임의 중반부를 돌아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후술 할) 맹숭맹숭한 전반부가 끝나면 영화의 톤이 급변한다. 끔찍하게 묘사된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이 영화의 설정이 좀 더 내밀하게 제시된다. 그리고 톤이 바뀌고 난 후인 이 중반부의 한 시간이 아마 감독이 의도했던 영화의 주요 포인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는 시대극과 스릴러의 중간지점에서 나름의 균형감각을 가지며 후반부까지 질주한다. 예고편만 보면 <베이비 드라이버>를 교묘하게 본뜬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이 <서울 대작전>은 <베이비 드라이버>랑 다른 맛이다. 같은 것이라곤 운전 잘하는 주인공 빼곤 없다는 거? 오히려 <베이비 드라이버>보단 <택시운전사>의 2022년 버전에 좀 더 가깝다. 차량 액션부터 군부세력에 대한 쓴소리까지. 기본적인 틀은 나름 신선하게 설정을 잘 한 듯 보인다. 이에 힘입어 문소리라는 큰 배우의 캐스팅은 굉장히 주요하게 작동한다.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구는 헛스윙 스트라이크
첫 번째 시퀀스다. 유아인 배우가 내려서 어떤 제스처를 취한다. 이때 보여준 제스처만 봐도 느낌이 안 좋아진다. 바로 다음, 조력자 롤을 맡은 배우가 동욱에게 문서를 전해준다. 그리고 동욱이 문서를 볼 때 선글라스를 살짝 내린 채로 문서를 본다. 오케이. 이것도 살짝 올드한 느낌이 드는데 그럴 수 있어. 직후 동욱이 ‘오 마이 갓뜨’라고 말한다. 거의 3~4년 만에 ‘오 마이 갓뜨’라는 영화, 드라마 대사를 들어본 것 같다. 그리고 그 3~4년 전에도 2018, 2019년의 최근작 영화를 봐서 들은 게 아니다. <논스톱>같이 00년대 초반에 인기 있던 작품을 보다 그 멘트를 들은 기억이 있다. 뭐 영화 배경이 1988년이니까 예전에 쓰던 말을 넣는 건 별 일 아닐 수도 있다. 과거에 대한 고증이 다른 영화와 차이점이 될 정도로 강점으로 작동하는 영화니까. 근데 관객은 2022년에 이 영화를 본다. 굳이 이 대사가 아니어도 시대상에 대한 고증이 더 꼼꼼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올드한 연출이 제일 첫 시퀀스부터 들어가니 중반부까지의 모든 러닝타임이 헐거우며 조악하기까지 하다. 일단 유아인 배우 옆에 있는 준기 역이 “형이 여기 나가는 게 꿈이잖아요!”라며 차 엔진 소리 ‘우우웅~’을 입으로 낸다. 김무열 배우 닮은 남자다움에 가벼운 역을 하니 뭔가 안 어울리는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영화의 전체적으로 써져 있는 올드한 디렉팅에 대사 쓰는 방식까지 너무 과거를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닌 ‘그냥 과거 영화’ 느낌이 강하니 보기가 힘들어진다. 이런 고루한 느낌은 러닝타임 내내 반복된다. 중반부에 무게감이 생기긴 하는데 그 무게감 중간중간마다 끊임없이 제시되니 집중을 깬다.
두 번째도 헛스윙 스트라이크
바로 다음 시퀀스로 넘어간다. 동욱, 준기 형제가 한국으로 귀국했다. 옆에서 복남이 형제를 기다리고 있다. 가장 첫 번째 대사. “이게 누구여. 누구누구 아니여?”다. 그리고 카메라가 복남을 가까이서 찍는다. 음.. 뭐 이상한 대사는 아니다. 그런데 좀 많이 올드하다. 1988년에 나올 법한 인물 소개가 그대로 쓰였다. 다음 장면에서 윤희가 등장한다. 박주현 배우가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내며 등장한다. 윤희는 동욱의 동생이다. 그럼 준기의 누나가 되겠지? 윤희가 준기의 볼을 꼬집으며 “우리 준기, 잘 지냈어?”라고 묻는다. “누나 보고 싶었지?” 뭔가 이질감이 든다. 너무 익숙하게 많이 봐서 이질감이 드는 느낌이다. 이 부분까지 극초반부니 일단 참고 나머지 130분을 보기로 한다.
남매가 그렇게 오랜만에 조우한 후에 카메라는 어떤 인물에게로 옮겨간다. 모피 코트를 입은 남자가 마이크에다 준기, 동욱 형제를 환영하고 있다. 노래를 간단하게 부른다. 조명이 휘황찬란하다. 윤희 한 숨 쉰다. “저 또라이.” 남자가 대사를 말한다. “동욱, 준기 형제님. 어서들 오십시오.” 유아인 배우가 남자를 보고 어이없다는 듯이 슬쩍 웃는다. 남자는 자기를 소개한다. 보니까 이 인물 이름이 ‘우삼’이다. 설마 영화감독 오우삼을 오마주 한 건 아니겠지? 우삼의 바로 다음 대사를 보니 아마 맞는 것 같다. “아, 그럼 귀국 선물이 없다 이 말씀?” 어.. "이 말씀"이라고? 굉장히 오랜만에 듣는 것 같다. 음. 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시감이다. 이 기시감 때문에 인물들이 다 뻔하기도 하지만 오랜만이기도 해서 어색함까지 느껴진다.
정확히 다섯 명의 인물 등장 신을 쭉 썼다. 이 어색한 인물 연출은 러닝타임 내내 쭉 이어진다. 이 다섯 명이 영화에 사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인물들 모두가 올드해서 첫 시작을 굉장히 이상하게 끊은 셈이다. 그리고 이렇게 제시한 인물의 내면이 중후반부까지 주요하게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의 메인 주인공은 유아인 배우가 맡은 동욱 역이다. 동욱 역에게 어떤 특성이 있어서 중반부에 이어지는 '인물을 관통하는 질문'에 그렇게 대답할 근거가 생긴다. 그런데 이 동욱이라는 캐릭터에게 이런 설명이 없다. 그냥 단지 좋게는 밝게 나쁘게는 유치하게만 묘사해서 이런 이중적인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건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다. 단순히 이 사람들이 구면이고 예전에 인연이 있다는 것만 알기 때문에 사채업의 큰 손의 뒤를 캐는 예리함과 주도면밀함이 느껴지지도 않다. 금세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들이 생각난다. <오징어 게임>에서 성기훈 캐릭터가 도망가고, 어머니에게도 궁색 맞은 캐릭터를 설정해 관객에게 ‘이 사람은 이렇게 무책임한 인간’이라는 묘사를 했던 것을 기억하는 관객이 많을 텐데, 이런 방식은 좀 고리타분하다고 느꼈다. 또 <베이비 드라이버>에서 음악과 운전을 결합해서 베이비의 운전 실력을 묘사했던 방식과 멀리 떨어졌다는 점에서 이 작품과 괜히 비교하게 된다.
이렇게 주인공 5인방이 다 조악한 방식으로 소개되기 때문에 첫인상이 안 좋다. 캐릭터성을 강조한 액션 영화에서 인물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초장부터 어색하니 균열이 어긋나는 것이다. 이런 불안정한 인상은 영화 러닝타임 중반까지 내내 지속된다. 이 어색하고 따로 노는 톤은 유아인, 고경표 같은 베테랑들도 피하지 못했다. <지옥>에서 내면에 분노를 가진 채로 운명론적인 삶을 살아가던 사이비 교주, <헤어질 결심>에서 일에 진심이지만 살짝 유머러스한 경찰을 보기엔 좀 많이 낯설다. 아. 대신 오정세 배우가 연기한 안 검사 역은 초장부터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이 인물은 극의 톤을 바꾸는 굉장히 중요한 반환점이 된다. 이때 처음 등장부터 발성과 억양으로 인물들을 휘어잡기에 극의 강약 조절을 부여하는 역할이 된다. 이 사람이 등장하면 뭔가 모르게 긴장이 되는 것이다. 또 문소리 배우가 맡은 역할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읽힐 수 있다. 이 강 회장 역은 전 대통령 부역자로서 비겁하고 저열한 인간이다. 그런데 이중적인 측면에서 인간적인 면모도 있다. 이 인간적인 면모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 혹은 아닌가? 가 극에서 긴장감을 부여하는 두 번째 방식이 될 것이다. 살짝 뻔한 것 같지만 당연히 어렵다. 문소리라는 큰 배우가 맡을 수 있는 중압감 있는 역할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인물 연출이 이 베테랑도 비켜나가지는 못했다. 조명을 쓰는 방식이 왠지 모르게 어색하다. 인물에게 집중이 안 되는 느낌이 강하다. 이렇게 인물에게 불협화음이 느껴지는데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이 부분이 평범하게 쉭 지나간다. 특히 이 인물이 극후반부에 감정연기를 하는 걸 보면 이렇게 소박하게 안 해도 될 대사들이라고 생각했다. 더 터트려도 되는 연기를 해야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텐데 인물이 느낄 감정에 비해 대사들이 죄다 간단하다. 배우가 들끓어 오르는 연기로 소화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오정세 배우 역시 다른 역할이 뽐내는 이질감 때문에 이 배우의 호연에 집중이 안 된다. 연기는 분명 잘했는데 뭔가 깔끔하지 못한 것이다.
3구도 역시 헛스윙
이런 식으로 인물 연출이 거의 없다시피 하는 쪽이기 때문에 긴장감이 별로 안 느껴진다. 사실 중후반부도 그렇게까지 서스펜스가 엄청나지는 않았다. 군사정권의 잔혹함이 어느 정도 사려있다 뿐이지 전체적으로 유치한 톤이 끝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배우의 개인기에 의존한 러닝타임의 강약 조절 실패 때문에 솔직히 많이 지루하다. 박주현 배우의 사랑스러움과 유아인-문소리-오정세 배우의 카리스마로도 덮어지지 못한 것이다. 극후반부에 인물 두 명이 감정을 드러내는 신에서는 두 배우의 테크닉이 느껴지기는 한다. 그런데 대사 중에 '엥' 싶었던 부분이 있다. 구체적으로 쓰면 스포일러가 될 것이니 여기다 쓸 수는 없다. 예를 들자면 <명량>에서 "미래 후손들이 우릴 잊어버리면 후레자식들이지"를 2022년 버전으로 듣는 느낌이었다. 또 초중반부에 안 검사와 주인공 일행이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장면이 있다. 이거 좀 모순적이다. '내가 소맥이란 걸 개발했다'라는 말로 퉁 치는데, 그냥 어디서 주워 들었다고 하는 게 차라리 더 나을 뻔했다. 또 하이라이트 신에 '알잖아. 내가 운전은 이찌방인 거'라는 말이 나오는데 감정 몰입이 확 깬다. 배우들의 연륜이 감정선을 끓어 올리다가 대사 때문에 중간에 끊겼다. 이런 식으로 인물과 갈등관계를 어디서 본 것처럼 설정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산만한 톤이 유지되는 건 치명적이다. 영화를 본 후세대를 지나치게 의식한 느낌? 오히려 이 느낌이 <응답하라> 시리즈와의 차별점을 크게는 꼽지 못하는 이유가 됐다. 그러니까 배우들이 분명 연기를 잘하는데 영화는 딱히 연기를 잘하지 못한 것이다. 사실 중반부를 넘어가서 군부의 위협이 들어가는 부분부터는 보는 재미는 있는 케이퍼 무비임에도 좋은 평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아마 거의 대부분의 관객들은 중반부까지 안 보고 그냥 껐을 것 같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작전
물론 이 영화에는 진심이 담겨 있을 것이다.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유아인 배우는 그중에서도 상대 배우와 감정을 집중시키는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다. 전체적으로 들쭉날쭉 종잡을 수 없는 영화의 톤 중에서 이 정도의 재미도 찾을 수 있었던 건 이 배우의 경험치 덕이다. 그런데 유아인 배우의 열정으로도 숨길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바로 준기 역의 모든 것이 이상하다. 다들 들쭉날쭉 다른 영화를 연기하는 와중에서도 유독 튀었다. 지나치게 오버하는 느낌이 강하다. 안 그래도 오그라드는 영화의 톤에 오버하는 연기가 주인공 옆에 있으니 보기 어려운 영화의 난이도를 더 높인 셈이다. 그리고 배우 이미지랑도 안 맞았다. 이 배우의 다른 사진들을 찾아보면 엄청 잘생겼다. 아이돌 출신 중에서도 깊이 있게 잘생긴 미남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메이크업 방식 자체가 박주현 배우의 동생이라는 설정에 어긋나 보인다. 시각적인걸 중요하게 생각해서 고증에 진심이었던 영화가 배우 코디부터 실패하면 몰입이 안 된다는 걸 몰랐던 걸까? 잘생긴 미남 아이돌을 어깨가 좁아 보이게 코디한 건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물론 이런 불균형이 배우 본인의 책임은 아니다. 박주현 배우 같은 경우도 이 영화에서 좀 따로 논다. 몸을 쓰는 게 어색한 느낌? 근데 이런 단점을 상쇄할 만큼 캐릭터가 사랑스러웠나? 그건 아니다. 아예 납작했던 인물의 개성을 박주현 배우의 그나마의 매력으로 이끌었다 뿐이지 캐릭터의 특성이 기억나지는 않는다. 윤희 역이 아니라 그냥 박주현 역 같다. 박주현 배우의 드라마 <인간실격> 잠깐 본 게 전부지만 이 분은 이런 식으로 연기했을 것 같다. 이는 신선한 얼굴이었던 박주현 배우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 뿐만 아니라 김성균 배우도 좀 연극 톤 느낌이 강하다. 이 배우가 군인 역을 맡으면 할 것 같은 연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연기 잘했다. 근데 이런 연기 보려고 이 영화 보는 거 아니다. 어차피 김성균 배우 좋은 연기자인 거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다. 그럼 뭔가 새로운 게 있어야 하는데 <범죄와의 전쟁>에서 봤던 모습에서 목소리 톤만 높은 방식이라 첫 대사부터 식상하다. 이 캐릭터에서 기억에 남는 건 강 회장과의 독대 신이다. 이 외에는 그냥 '김성균 배우가 군인 역할을 맡은' 연기를 보여준다. 이런 식으로 이 작품이 거의 대부분의 캐릭터를 희생시킨 영화인 것은 굉장히 아쉽다. 케이퍼 무비에 캐릭터 개성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볼까? 감독의 영화 해석이 중심인 게 아니라 배우의 인기나 매력으로 극을 주파하니 이런 아쉬운 단점이 생기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따로 놀게 영화가 느껴지는 것 때문에 뻔한 답을 골랐던 각본이 더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긴장감을 넣는 연출은 했는데 서스펜스는 안 느껴지고. 어쩐지 예상대로 딱딱 이어지고. 심지어 다른 장면에서 이 배우가 이 대사를 치고 어떤 역을 할 거야!라고 생각하면 바로 그대로 이어진다. 연기도 어디서 본 것 같다. 이야기 흐름? 카메라 워킹? 좀 예전에 보던 방식이다. 카체이싱을 껍데기로 군사정권의 위선과 모순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그렇게 단순히 착한 영화를 만드는 게 그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금은 2022년이다. 마석도 형사가 악당들 두드려 패고 톰 크루즈가 저세상 액션으로 관객을 800만 관객 동원하는 게 요즘 세상이다. 단순히 인기 있는 래퍼 섭외해서 카메오로 넣고. 연기 잘하는 남자 배우 섭외해서 원톱 주연 놓고. 역사의 흑막을 묘사해서 보편적으로 나쁜 놈 만들고. 매력 있는 배우 섭외해서 히로인 포지션에 놓고. 이런 어디서 본 것 같은 기획은 많은 비판을 받기 충분하다. 한국영화의 팬으로서 아쉽다.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 <마이 네임>같이 작가주의적인 성향을 유지하며 개성 있는 영상물을 만드는 것 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그게 과연 전부일까, 하는 생각은 든다. 의도고 뭐고, 관객들은 재미있는 걸 보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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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변신: 어느날 갑자기> 예고편
군의관 엘리자베스는 스스로 PTSD를 의심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가족과 함께 치료를 하던 중 무서운 환상이 점점 더 심해짐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웃에 살고 있는 퇴마사로부터 그녀와 가족들이 집 주변에 스며든 고대 악령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는 경고를 받는다. 이제 그녀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악령과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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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앰뷸런스> 메인 예고편
브뤼셀에 한 학교에 17살 두 소년이 자살 폭탄 테러를 하기 위해 뛰어든다.
한명은 현장에서 즉사하지만 다른 한명은 현장에서 사라진다.
한편, 1번 구급차의 응급요원들은
부상자를 응급차로 병원으로 실어 나르는데,
부상자 몸에 부착된 폭발물을 보고
이 부상자가 사라졌던 테러리스트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그 어린 테러리스트가 깨어나게 되면서
끝난 줄 알았던 숨막히는 테러가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