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M2022-11-03 02:47:03
알카라스의 여름 / Alcarras
REVIEW
알카라스의 여름 / Alcarras
씨네랩의 시사회 초청으로 개봉 전 미리 보고왔습니다.
/ 줄거리 /
해가 내리쬐는 작은 마을, 알카라스 매 여름마다 복숭아를 수확하기 위해 3대째 모이는 솔레 가족은 찬란한 계절을 누린다 탐스러운 복숭아처럼 영글어가는 가족의 이야기 그 해 여름의 복숭아는 저마다의 기억으로 자란다
- 네이버 영화 -
/ 감상 /
평화롭게 복숭아 농사를 하며 지내온 그들에게 갑자기 떨어진 퇴거명령.
그들의 농장의 실 소유주가 자기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등장하고, 농장부지를 개발해야하니 이번 여름까지 정리하라는 통보를 받는다.
한 평생 복숭아 재배만 해온 그들에게 갑자기 나가라니..
복숭아로 생계를 유지해온 그들은 통보를 받고 무너지기 시작한다.
영화를 보며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생각났다.
결국, 가진 자들의 승리로 끝나는 이야기.
이 가족들도 안다.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는 사실을.
가장 인상깊은 것은, 뭘하든 달라지는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아들이 여름의 끝까지 복숭아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 '위기'를 중심으로 가족들이 흩어졌다, 뭉쳤다 하는 모습이다.
그들에게 복숭아는 단순한 경제활동의 수단이 아닌, 그들의 인생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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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나 사는 것은 똑같다.
결국 힘있는 자들이 승리하고,
소시민들은 모든 결과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족의 힘 또한 마찬가지다.
어느 나라의 어느 가족이든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족이 인생의 버팀목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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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분명 허구의 일인데, 영화를 보며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다.
대단한 에피소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기 떄문일까.
진짜 스페인 카탈루냐의 한 가정의 모습을 들여다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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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깊은 씬은 마지막 씬이다.
다 같이 모여 마지막 복숭아를 즐기며 쓰러져가는 복숭아 나무들을 바라보는..
이 한 장면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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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7점 / 10점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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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들의 추억을 끊임없이 두드리는 ‘그리움’이란 감정
<로봇 드림>은 1980년대, 동물들만 사는 뉴욕을 배경으로 ‘도그’와 ‘로봇’의 우정을 다룬 영화이다. 원작에서부터 이어진 단순한 그림체와 동화 같은 분위기로 아동용 애니메이션으로 오해받기 쉽지만, 영화는 이별과 그리움에 대한 마냥 가볍지는 않은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그 중 ‘그리움’이란 감정으로 관객들의 추억을 끊임없이 두드린다. 도그가 살고 있는 80년대가 단순한 설정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냉전이 완화되고 경제 호황이 시작된 희망과 격동의 시기. 엠파이어 스테이트에서 우뚝 솟은 쌍둥이 빌딩이 보이던 80년대는 많은 미국인에게 황금기로 기억된다. 걱정 없이 센트럴파크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코니아일랜드에서 하루 종일 해수욕하는 도그와 로봇의 모습은 그 당시를 살아간 미국인들의 노스텔지어를 자극한다.
영화는 시대와 더불어 영화산업 자체를 추억한다. 인터뷰에서 파블로 베르헤르 감독이 ‘이야기로 이야기하는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로 돌아가고 싶다’고 언급한 것처럼, 이제는 과거의 전유물이 된 무성영화를 <로봇 드림>을 통해 재현한다(정확히 따지자면 이 영화는 무성영화가 아니다). 특유의 과장된 몸짓의 유머 코드와 무성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슴슴한 감칠맛은 과거의 무성영화들을 추억하게 한다. 특히 꿈에서 도그의 집이 판낼처럼 쓰러져 로봇을 덮치는 장면은 버스터 키튼의 무성영화 <스팀보트 빌 주니어>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었을 것이다. 그 외에도 공식 포스터의 <원스> 오마주부터 <오즈의 마법사>, <맨하탄> 등 <로봇 드림>에는 많은 영화의 흔적이 숨어있다.
영화의 주제가 ‘September’도 빠뜨릴 수 없다. 앞서 말한 내용들은 관객들에게 전하는 것이었다면, 이 노래는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전하는 것에 더 가깝다. 감독의 의도처럼 둘의 관계에 딱 맞는 노래이기도 하면서, 특정 냄새나 소리로 과거 현상을 기억하게 하는 ‘프루스트 효과’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September’를 듣는 순간 도그와 로봇은 주변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신나게 춤을 추며 추억 속으로 들어가고, 둘의 행복했던 기억들은 노래 속에 남게 된다.
<로봇 드림>의 다양한 감각을 가지고 와 관객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모습은, 마치 관객의 추억을 넣어 미완성인 영화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으로 보인다. 대사가 없는 영화에 자신의 추억 속 목소리를 집어넣고, 단순한 그림체로 그려진 둘의 얼굴에 자신의 추억 속 얼굴을 그리면서 말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이름이 ‘개’와 ‘로봇’이라는 명칭에 가까운 이유도 같은 이유이지 않을까. 각자의 추억을 담아 완성한 두 번째 이야기는 도그와 로봇의 이야기처럼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아름다웠던 그 순간을 그저 추억하길 바라며 영화의 엔딩크래딧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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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데렐라가 되고 싶었던 한 성 노동자의 꿈
션 베이커는 한 우물을 파는 감독이다. <스타렛> <텐저린>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 전작의 주요 인물들은 성 노동자들이다. 포장이 거의 없는 그들의 사실적인 삶을 통해 감독은 직업인으로서의 그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편협한 시선, 그리고 나아질 수 없는 현실의 무게다. <아노라> 또한 그동안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주제를 심도 있게 펼친다. 그리고 이전 보다 더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뉴욕의 한 클럽에서 스트리퍼로 일하는 애니(미키 매디슨)는 러시아 재벌 2세 이반(마크 아이델슈테인)을 손님으로 맞이한다. 이유는 그녀가 러시아어를 조금 할 줄 알기 때문.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반은 애니에게 빠져 비용을 지불하겠으니 일주일 동안 함께 지내자고 말한다. 달콤하고 화려한 일주일의 시간을 보낸 그녀는 이반을 통해 신분 상승을 꾀하려 하고, 이반은 부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그녀에게 청혼한다. 처음에 거절했지만,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 여긴 그녀는 이반과 함께 라스베이거스에서 식을 올린다. 하지만 이 결혼은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걸 이 둘만 몰랐던 것 같다. 아들의 결혼 소식을 들은 이반의 부모는 그 즉시 자신들의 하수인 3인방에게 연락하고, 이들은 이반의 집에 쳐들어간다. 갑작스러운 혼란과 더불어 러시아에서 부모가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이반은 그 즉시 줄행랑을 치고, 애니는 홀로 남겨진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와 3인방은 이반을 찾기 위해 함께 여정을 떠난다.
<아노라>는 한 성 노동자가 신분 상승을 꾀하려다 일장춘몽으로 끝나는 이야기다. 앞서 말했듯이 관객은 애니의 결혼생활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애니와 이반이 만난 일자가 짧거나, 순간 달콤한 감정에 빠져 그릇된 선택을 했다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녀의 이름 자체가 거짓이기 때문이다.
제목이기도 한 아노라는 애니의 진짜 이름이다. 미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애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그녀는 자신의 이름처럼 클럽에 오는 남자들에게 거짓된 환상을 선물한다. 자신의 본 모습을 잊은 채 판타지를 선물하는 그녀는 애초에 사람들과 진득한 관계를 이어 나갈 수 없다. 피상적으로 이반과의 관계를 지속하며 그를 통해 신분 상승이란 욕망을 투영한 그녀는 사랑을 통한 관계보단 제도를 통한 관계에 집중한다. 초반부 애니의 모습과 눈빛을 보면 그 욕망이 그득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영화는 애니가 잠시 잊고 지냈던 자신의 이름을 찾고 관계성을 회복하는 여정처럼 보인다. 솜사탕 같은 초반부를 지나 진흙탕 싸움이 나는 후반부로 갈수록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하는 이반과의 공허한 관계를 돌아보는 그녀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회적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된 삶을 살아갔던 자신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과 ‘빛’이라는 의미까지 되새긴다.<아노라>가 특별한 건 이민자의 삶, 디아스포라 관점에서 이민자 3세인 애니와 하수인 3인방의 삶을 비춘다는 점이다. 이들은 고향이 아닌 타국에서 살면서 온갖 일들을 겪는다. 몸은 미국에 있고, 미국인처럼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노력하지만, 정작 현실은 러시아에 묶여 있다. 특히 하수인 3인방 중 형제인 토로스(카렌 카라굴리안)와 가닉(바체 토브마시얀)은 이반의 부모라는 족쇄에 묶이며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다. 아무리 미국인처럼 행동하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걸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다. 오로지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먼 발취에서 이들의 우스꽝스러운 부조리함을 보는 이민자 3세 이고르(유리 보리소프)만이 정상적으로 보이고, 애니를 진심으로 대하는 유일한 인물로 그려진다.
감독은 성 노동자로서 받는 불합리함을 꼬집는 것도 잊지 않는다. 후반부 신분과 직업 때문에 애니는 자신의 목소리를 점점 잃어간다. 러시아 부호인 이반의 부모, 하수인 토로스와 가닉은 애니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무시해 버린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 상위 계층의 행태와 어떻게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발악하는 하위 계층 간의 첨예한 대립은 영화의 뷰 포인트. 후반부 이 영화가 시끄럽고 번잡스러운 블랙 코미디 양상을 띠는 것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미키 매디슨의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자체가 다큐와 흡사할 정도로 사실적이고, 객관화되어 있어 각 인물에 감정 이입을 하기가 쉽지는 않은데, 이 장벽을 허물고 끝내 관객의 마음을 동하게 만드는 건 그녀의 연기 덕분이다. 미키 매디슨은 애니와 아노라의 모습으로 판타지와 현실을 오가며, 극의 중심을 잡고 관객의 손을 계속 잡고 다닌다. 한 번 잡은 손을 뿌리치지 못하도록 달콤한 미소와 공허한 눈빛, 때로는 생떼를 부리며 관객을 이리저리 데리고 다닌 후, 마지막 눈물로 방점을 찍는다. 이고르 역을 맡은 유리 보리소프 역시 애니의 본모습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그녀를 변화시키는 중책을 잘 소화한다. <6번칸>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의 연기가 우연이 아님을 증명한다.
<아노라>의 백미는 마지막 장면이다. 이고르의 낡은 자동차 안에서 벌어지는 애니의 모습, 진정 가슴을 울리는 감정을 토로하면서 자신도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럼에도 자신을 인정하고 품어주는 사람과 비좁지만 안정된 공간 안에서 누리는 온기를 마다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오랜 여운을 남긴다. 그녀의 진심 어린 눈물이 빛나는 순간, 우리는 그제야 애니가 아닌 제목 그대로 아노라를 만난다. 그리고 이고르처럼 그녀를 끌어안아 줄 것이다. 희망에 찬 온기를 전하기 위해서~
사진 제공: 유니버셜 픽쳐스
평점: 4.0 / 5.0
한줄평: ‘귀여운 여인’이 아니라 ‘빛나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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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만에 나타난 촌놈 형사의 찐한 향수!
액셀 폴리가 돌아왔다. 그것도 30년 만에. 디트로이트 촌놈 형사가 LA에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설정으로 1980년대 최고의 히트작으로 불린 <비버리 힐스 캅> 시리즈의 4번째 작품인 <비버리 힐스 캅: 액셀 F>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시리즈의 장점을 오롯이 가져오면서 그때의 향수를 찐하게 전한다. 시리즈의 기존 팬들에게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가운 작품. 하지만 그 향수가 너무 진해 액셀의 사건 해결에 종종 브레이크를 건다.
세월은 흘렀지만 액셀 폴리(에디 머피)는 여전하다. 디트로이트 대표 오지라퍼 아니랄까 봐 만나는 사람마다 말 걸고 사건 해결을 위해서라면 물 불 안가리는 것도 예전과 똑같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 LA에서 함께 범인을 잡았던 빌리(저지 라인홀드)에게 연락이 온다. 어떤 범죄자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변호를 맡고 있는 액셀의 딸 제인(테일러 페이지)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소식이었다. 이혼 후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던 딸을 구하기 위해 LA 비버리 힐스로 향한 액셀. 하지만 만나기로 한 빌리가 행방불명되고, 그가 운영하는 사설탐정 사무실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범죄자들과 맞닥뜨린다.
<비버리 힐스 캅: 액셀 F>은 1980년대 형사 액션물의 원형이었던 시리즈의 장점을 최대한 가져온다. 정의와 불의가 명확한 세계에서 적과 대결하는 심플한 구도를 가져오고, 그 안에서 액셀과 친구들이 사건을 해결하게 만든다. 30년 만에 나온 속편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수혈은 필요했는데, 그 역할을 딸 제인과 애봇(조셉 고든 레빗) 형사가 맡는다. 과거 빌리, 태거트(존 애쉬턴)와 함께 수사를 펼쳤던 파트너가 자연스럽게 바통 터치를 한 것. 물론 분량은 적지만 빌리와 태거트 형사도 등장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과거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총격 액션 장면도 보여주며 건재함을 과시한다.
<비버리 힐스 캅> 시리즈는 동시대 나왔던 할리우드 형사 액션 영화였던 <리쎌웨폰> <다이하드>는 물론, 이 영화들의 아우 격인 <나쁜 녀석들> 보다 액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 물론, 이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인 트럭 액션이나 이번 영화에 나오는 헬기 액션 등도 나오지만, 결국 우리가 기억하는 건 에디 머피의 구강 액션이다.
시리즈를 제작한 제리 브룩하이머는 그 점을 강조한다. 환갑이 넘은 원년 배우들에게 과한 액션을 맡기기보다 구강 액션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적과의 기싸움을 벌이는 등 대부분 말빨로 해결한다. SNL 출신으로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에디 머피에게 구강 액션은 찰떡인데,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의 입담, 능구렁이처럼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은 영화의 최대 장점이다. 더불어 저지 라인홀드, 존 애쉬턴, 브론슨 핀초트, 폴 라이저 등 분량에 상관없이 에디 머피와의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이들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원년 팬들에게는 크나큰 선물일 것.
아이러니하게도 이 점이 <비버리 힐스 캅: 액셀 F>의 아쉬운 부분이다. 자기 복제까지는 아닐지언정 기존 시리즈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에만 그친다. 지난 2020년에 개봉한 <나쁜 녀석들: 포에버> 경우, 팬 서비스와 더불어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에 의존한 수사 흐름 속에서 특유의 감과 깡으로 수사를 해결하는 베테랑 형사들의 건재함을 보여줬다. 마치 원래 범인은 이렇게 잡는 거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이가 든 액셀과 친구들은 노익장을 과시하지만, 다음 스텝까지 가지는 못한다.
여기에 액셀의 낙천적인 성격과 유머, 그리고 사건을 위해서라면 집, 자동차, 헬기 등 다 부숴버리는 그의 막무가내 액션을 박수치며 즐기기엔 세월이 너무 흘렀다. 1편 개봉 이후 40년이 흐른 지금 액셀의 액션을 보면 윤리적인 부분을 생각 안 할 수 없고, 그 자체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명료하지만 단선적인 스토리라인과 예측 가능한 결말도 힘이 빠진다. 그나마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는 말처럼 액셀과 공조수사를 펼치는 딸 제인의 이야기가 새로움을 안긴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 마음이 가는 건 제작 자체의 반가움과 영화가 지닌 호쾌함이다. 디트로이트에 가면 도시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입고 돌아다닐 것 같은 액셀 형사, 그리고 오랜만에 이 캐릭터를 연기한 에디 머피의 모습은 기쁨 그 자체. 그 유명한 'Axel F' 사운드트렉을 만든 해롤드 팔터마이어의 스코어를 멋지게 변주한 론 발프의 음악도 가슴을 뛰게 만든다. 많이 바라지 않는다. 형님들의 멋진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평점: 3.0 /5.0
한줄평: 향수만 자극하는 액셀 활용 방법. 그래도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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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주 차 개봉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수요일이 공휴일이라 그런 걸까요, 어쩐지 이번 주는 조금 쉬어 가는 한 주처럼 느껴집니다.
그럼 모두들 활기찬 휴일 보내며 지금의 우리나라를 있게 해 주신 독립투사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기로 해요 :) 3·1절에 맞춰 이번 주에 개봉하는 영화들이 꽤 있는데요.
3월 1주 차! 어떤 작품들이 영화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대표 연기파 배우 조진웅, 이성민, 김무열 주연의 범죄 드라마 영화 <대외비>부터
이번 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로 낙점된 브렌든 프레이저의 복귀작 <더 웨일>까지!
그럼 시작해 볼까요?
대외비
The Devil's Deal
ⓒ 네이버 영화
개요: 범죄, 드라마 | 대한민국 | 116분
감독: 이원태
출연: 조진웅, 이성민, 김무열 등
개봉: 2023.03.01.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1992년 부산,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과 정치판의 숨은 실세 순태, 행동파 조폭 필도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비밀문서를 손에 쥐고 판을 뒤집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범죄드라마.
CINE PICK!
<대외비>는 전작 <악인전>으로 제72회 칸 국제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던 이원태 감독의 신작으로, '대외비문서'를 중심으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세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는 범죄 드라마 영화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인 조진웅, 이성민, 김무열의 출연으로 공개되었을 때부터 큰 주목을 받았고, 충무로 베테랑 제작진들의 대거 참여로 작품의 완성도 또한 높을 것으로 예상되어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완벽한 타인>, <미씽: 사라진 여자> 등에서 탄탄한 촬영 내공을 선보인 김성안 촬영 감독과 <강철비>, <협사>, <꾼> 등에서 장르적 재미와 리얼리티를 공간에 담아낸 양홍삼 미술 감독 등이 합류해 90년대 시대적 풍경을 완벽 재현, 부둣가와 폐공장 등 여러 로케이션을 오가며 대외비 문서를 뺏고 빼앗기며 날카로운 심리전을 펼치는 세 인물의 다양한 감정을 밀도 있게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무척이나 친숙한 얼굴의 주연 배우들이 이번에는 어떠한 방식으로 각각의 욕망을 표현하며 관객들을 찾아왔을지, 세 배우의 연기 격돌이 무척 기대되는 영화입니다.
더 웨일
The Whale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17분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브렌든 프레이저, 세이디 싱크, 홍 차우 등
개봉: 2023.03.01.
배급: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시놉시스
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느끼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10대 딸 ‘엘리’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CINE PICK!
<더 웨일>은 사무엘 D. 헌터의 동명의 연극을 영화화한 영화로 많은 영화팬들이 국내 개봉을 손꼽아 기다렸던 작품이기도 한데요, 동성 연인 때문에 가족을 버렸던 272kg 거구의 대학 강사가 연인이 죽은 뒤 9년 만에 만난 17살의 딸과 마지막 에세이를 쓰며 화해를 시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블랙 스완>, <마더!> 등으로 유명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신작이며, <문라이트>, <플로리다 프로젝트>, <미나리>와 같은 웰메이드 다양성 영화를 연달아 배급하며 미국 독립영화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A24가 제작 및 배급을 맡은 작품입니다.
<미이라> 시리즈로 90년대에 전설적인 스타로 자리매김했지만 긴 공백기로 팬들의 아쉬움을 샀던 브렌든 프레이저가 이번 작품을 통해 놀라운 연기 변신과 함께 주연 배우로 돌아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큰 화제가 되었으며, 얼마 전 아카데미 연기상에 가장 중요한 지표로 여겨지는 미국배우조합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유력한 남우주연상 후보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의 '맥스' 역으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세이디 싱크가 극 중 '찰리'의 딸 '엘리' 역으로 등장해 호흡을 맞췄으며, 272kg의 거구를 표현하기 위한 특수 분장 작업은 영화계 최초로 모든 보철물을 디지털로 작업, 3D 프린팅을 통해 모공과 주름의 크기까지 섬세하게 표현해 아카데미 시상식 분장상 후보에 오르는 등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더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멍뭉이
My Heart Puppy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13분
감독: 김주환
출연: 유연석, 차태현, 박진주, 류수영, 김유정, 정인선 등
개봉: 2023.03.01.
배급: (주)키다리스튜디오
시놉시스
동생 같은 반려견 ‘루니’를 위해 정시 퇴근에 진심인 ‘민수’. 결혼을 앞둔 그에게 닥친 집사 인생 조기 로그아웃 위기! 야심 차게 오픈한 카페는 말아먹고 인생 자체가 위기인 사촌형 '진국', '민수'의 다급한 SOS에 고심하다 새 집사 면접을 제안하게 되고. 완벽한 집사를 찾기 위해 제주도로 향하는 두 형제의 여정에 느닷없는 멍뭉이들의 등장이 이어지는데! 뜻밖의 ‘견’명적인 만남. 함께 하면 개신나고! 개따뜻한! 개귀엽 버라이어티 무비!
CINE PICK!
대한민국 견주들 모두 주목! (랜선이모, 이모부들도 모두 주목!) 제목부터, 포스터부터 귀여움이 흘러넘치는 개귀엽 버라이어티 무비 <멍뭉이>가 3월 1일 개봉합니다. <청년경찰>, <사자>의 연출을 맡았던 김주환 감독의 신작으로, 보는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멍뭉미 대표 배우 차태현과 유연석이 주연을 맡아 사랑하는 반려견 '루니'의 완벽한 집사를 찾기 위한 여정을 담은 작품입니다. 두 배우는 극 중 사촌형제 지간으로 등장해 청춘의 성장과 콤비 플레이가 담긴 유쾌한 버디 무비를 완성했으며, 특별출연으로는 정인선, 강신일, 박진주, 김지영, 류수영, 김유정, 우도환, 정지훈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의 여정 중 한 마리에서 여덟 마리로 늘어나는 다양한 강아지들과의 만남과 여러 집사 후보들의 등장이 관객들에게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한편, 그 과정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영화입니다. 여러분, 그거 아시죠? 귀여운 건 크게 보면 더 귀엽다는 거! 이번 주말엔 스크린을 꽉 채운 귀여운 강아지들과 함께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50분
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출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등
개봉: 2023.03.01.
배급: 워터홀컴퍼니(주)
시놉시스
미국에 이민 와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은 세무당국의 조사에 시달리던 어느 날 남편의 이혼 요구와 삐딱하게 구는 딸로 인해 대혼란에 빠진다. 그 순간 에블린은 멀티버스 안에서 수천, 수만의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모든 능력을 빌려와 위기의 세상과 가족을 구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CINE PICK!
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킨 올해의 화제작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라는 제목으로 재개봉합니다. 사전 예매량이 6천5백여 장에 임박해 재개봉으로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신작 개봉만큼의 화제성을 장식하고 있는데요, 많은 이들이 관람 후 인생 영화로 추천 행렬을 이어나간 데 따른 결과로 보입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하여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 포함 총 11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에 올라 화제가 되었으며, 최근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고도 불리는 제75회 미국감독조합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에 청신호를 띄웠습니다. 북미 최초 개봉 당시 10개 극장에서 시작한 영화가 3000여 객 극장으로 확대되었으며, 이번 재개봉은 무려 1400여 개 극장에서 개봉한 이력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전 세계적 인기를 반증하는 성공 신화인데요, 극장 관람을 놓치셨던 분들이나 극장에서의 N차 관람을 원하셨던 분들께 좋은 기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크리드 3
Creed III
ⓒ 네이버 영화
개요: 스포츠, 드라마 | 미국 | 116분
감독: 마이클 B. 조던
출연: 마이클 B. 조던, 테사 톰슨, 조나단 메이저스 등
개봉: 2023.03.01.
배급: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주)
시놉시스
‘록키’의 후계자인 ‘크리드’는 월드 챔피언으로 권투계를 장악한 후 완벽한 삶을 살던 중 과거 친형제 같았던 ‘데미안’과 재회한다. 오랜 시간 감옥 생활을 마치고 나온 ‘데미안’은 그가 꿈꾸던 인생을 사는 '크리드'와 충돌하며 그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하고, ‘크리드’는 이에 맞서 자신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일생일대의 대결을 준비하는데…
CINE PICK!
<크리드 3>는 <록키>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크리드> 시리즈 3번째 영화입니다. <크리드>는 록키 발보아(실베스터 스탤론)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친구인 아폴로 크리드의 아들 '아도니스 크리드(마이클 B. 조던)'의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이번 작품은 주연을 맡은 마이클 B. 조던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하며 실베스터 스탤론, 즉 록키가 출연하지 않는 첫 시리즈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 두 편의 영화가 모두 아버지 세대의 인연들을 이야기의 주제로 삼은 반면, 본 작품부터는 주인공인 아도니스 크리드 개인의 인연과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하네요.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모두 MCU 영화에 출연했던 이력이 있어서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얼굴이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인공 역의 마이클 B. 조던은 <블랙 팬서>에서 '에릭 킬몽거' 역을 맡았었고, 테사 톰슨은 <토르> 시리즈에서 '발키리' 역을, 조나단 메이저스는 드라마 <로키>와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에서 '계속 존재하는 자'와 '정복자 캉'을 맡았었네요.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
I'm Hero The Final
ⓒ 네이버 영화
개요: 다큐멘터리, 공연실황 | 대한민국 | 102분
감독: 오윤동
출연: 임영웅 등
개봉: 2023.03.01.
배급: CJ 4DPLEX, CJ CGV ICECON
시놉시스
2022년 겨울 고척스카이돔을 뜨겁게 달궜던 ‘아임 히어로(IM HERO)’ 임영웅의 앵콜 콘서트, 그 대단원의 감동을 재현할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이 스크린X로 2023년 관객들을 찾아온다. “제가 마치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요” 자신이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고 말하지만, 그러면서도 팬덤 ‘영웅시대’를 위해 매 순간 혼신의 힘을 다하는 ‘현실 임영웅’의 모습과 진심 어린 인터뷰, 영화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전국 투어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CINE PICK!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가수 임영웅의 공연 실황과 전국 투어 비하인드 스토리, 미공개 단독 인터뷰 영상 등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임영웅의 다양한 모습들이 담길 것으로 예고되어 많은 팬들의 기대를 모아 왔습니다. 3월 1일 CGV에서 단독 개봉하는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지난해 12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서울 공연을 14대의 시네마틱 카메라로 촬영해 앞쪽과 왼쪽, 오른쪽 벽 3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특수상영포맷인 스크린X로도 상영되며, 임영웅의 공연을 생동감 넘치게 보기 위해 CGV용산아이파크몰점 등 주요 극장의 스크린X 상영 회차는 일찌감치 매진됐다고 합니다. 외화 작품들의 강세로 한국 영화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현재 벌써 11만 명이 넘는 예매 관객을 확보하며 역대 콘서트 실황 다큐멘터리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쓴 방탄소년단의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의 누적관객 13만 1693명이라는 기록을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
Demon Slayer: Kimetsu no Yaiba -To the Swordsmith Village-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10분
감독: 소토자키 하루오
출연: 하나에 나츠키, 키토 아카리, 시모노 히로 등
개봉: 2023.03.02.
배급: (주)디스테이션
시놉시스
혈귀가 숨어있는 거리에 잠입한 탄지로 일행. 강력한 상현 6 혈귀 남매 규타로 & 다키와의 전투 끝에 탄지로 일행은 궁지에 몰린다.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곧은 의지로 규타로에 맞서는 탄지로, 젠이츠, 이노스케 그리고 음주 우즈이 텐겐. 환락의 거리 속 혈귀를 쓰러트리기 위한 그들의 치열한 전투가 시작된다. 한편, 키부츠지 무잔은 무한성에 상현 혈귀들을 소집시키고 탄지로는 새로운 칼을 찾아 도공 마을로 향하는데...
CINE PICK!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는 국내 개봉 소식으로 '귀멸의 칼날' 시리즈 팬들의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환락의 거리편' 10화, 11화의 명장면인 상현 6 다키, 슈타로를 상대로 탄지로와 음주 우즈이 텐겐, 그리고 그들의 동료들이 벌이는 치열한 전투와 '도공 마을편' 1화의 '상현집결' 장면을 담아 IMAX와 4DX 특별관 상영을 통해 새로운 체험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극장 감상 최적화를 위해 본편 영상을 전편 4K 해상도로 변환하였으며, 전편의 음악을 극장 환경에 맞춰 재차 리믹스한 것으로 알려져 관객들의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중입니다. 오는 3월 2일 CGV에서 단독 개봉 예정입니다.
이번 주는 오랫동안 기다렸던 작품이 여럿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 설레는 기분이 드는 것 같아요.
새롭게 찾아오는 신작 영화들과 함께 즐거운 휴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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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하기만 하면 그게 사랑인가요
스포가 있습니다.*
어릴 때 두리안이라는 가수가 부른 <i'm still loving you>라는 노래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드라마 ost였고 어렵지 않은 노래여서 초등학생들도 많이 따라 부르곤 했다.
그 노래가 영화 <첨밀밀>에 수록된 노래의 번안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첨밀밀, 달 첨(甛)자에 꿀이라는 뜻을 가진 밀(蜜)이 두 개나 붙은, 그야말로 달고 달고 달다는 뜻을 가진 이 영화는 결코 달콤하지만은 않다.
지하철에서 깜빡 졸다, 뒤에 앉은 사람이 내리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 내려야 할 역에 제대로 내린 소군.
소군은 돈을 벌기 위해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왔다.
중국 본토에는 소정이라는 약혼자가 있고, 돈을 벌어서 소정과 결혼을 하려고 한다.
본토 사람인 탓에 광둥어도, 영어도 하지 못하는 소군은 겨우 고모네 집 쪽방에 머문다.
우리나라 고시원보다도 좁은 방이지만 공용공간이 있으니 아주 불편해 보이지는 않는다.
소군은 자전거를 정말 잘탄다. 자전거를 타고 닭을 배달하고 자전거를 타고 홍콩 이곳저곳을 다닌다.
중국에는 없는 맥도날드도 간다. 그러나 광둥어를 못하는 소군은 계산대 앞에서 우물쭈물할 수밖에.
알바생 이요는 소군의 주문을 받아주면서 홍콩에 살려면 광둥어와 영어를 배워야 한다고 귀띔한다.
솔깃한 소군은 이요를 따라 영어학원에 등록한다. 물론 이요가 수수료를 떼먹는다. 이요는 영어학원에서도 알바를 하니까.
본토 사람이면 테레사 탱(등려군)에 환장한다는 생각을 한 이요는 소군과 함께 테레사 탱 카세트 테이프를 파는데, 대실패다.
대실패여도 그 둘은 여전히 테레사 탱을 좋아한다.
이요와 소군의 공통점은 돈을 벌기 위해 홍콩에 왔다는 것과 테레사 탱을 좋아한다는 것뿐이다.
영화에서 테레사 텡의 <월량대표아적심>이 나올 때마다 괜히 보는 사람 마음이 간질간질해진다.
영어를 못 알아듣는 홍콩인들에게 욕을 가르치는 서양인 선생은 소군의 집에 사는 젊은 여자와 연애하고, 소군은 소정에게 자주 편지를 쓴다.
이요는 돈을 벌 생각밖에 없지만 타향살이의 외로움 때문인지 금방 소군과 가까워진다.
소군의 집에 놀러가서 같이 국수도 먹는다.
소군은 이요가 남긴 국수를 마저 먹는데, 의외로 그런 사람이 있다. 나도 그렇다.
내가 남긴 걸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걸 보면 뭔가 묘한 기분이 든다. 이요도 그랬는지 모르겠다.
집에 가려고 옷을 입는데 단추가 잘 잠기지 않는다. 그걸 도와주는 소군.
단추를 끼우려면 가까이 가야 하고, 가까이 가다 보니 뭐, 쌔빠지게 잠가놓은 단추를 다시 다 푼다.
소군은 참 눈치도 없다.
약혼녀에게 줄 팔찌를 이요에게 골라 달라고 하면서, 이요에게도 똑같은 팔찌를 선물한다.
세상 어떤 바보가 약혼녀와 애인(까지는 아니지만)에게 같은 팔찌를 선물하겠나.
그런데도 소군은 왜 이요가 상처받았는지 알지도 못하는 눈치다.
돈밖에 모르는 이요는 주식도 꼴아박고(남 얘기 같지 않다), 어쩔 수 없이 마사지숍에서 일하게 된다.
소군은 이요를 돕고 싶지만 이요는 순진한 바보 소군이 부담스럽다.
한날, 마사지숍에 온 손님이 무서운 게 없어 보인다고 하자, 이요는 쥐 빼고는 무섭지 않다고 한다.
그 손님은 다음번에 친구를 데려 왔다고 하며, 험악한 문신 사이에 작게 새겨진 미키마우스를 보여준다.
이요와 함께 하게 된 파오다. 암흑가 보스. 돈도 많다.
이요와 소군은 헤어지고 3년만에 지인의 결혼식에서 재회한다.
소군은 소정과 결혼했고, 이요도 파오와 함께다.
아주 좁은 복도에서 튀김인지 뭔지를 먹는 이요와 이요를 바라보는 소군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더니, 기어이 그 둘은 예전에 함께 보내던 방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함께 새로운 곳으로 가서 다시 시작하려 한다.
소군은 소정에게 진실을 말했지만 이요는 파오에게 말하지 못한다.
파오가 대만으로 도주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요는 돌아오지 않고, 소군은 부두에서 하염없이 이요를 기다린다.
세월이 흘러 소군은 미국으로 건너가 식당 주방에서 일하고, 때마침 이요와 파오도 미국에서 도피생활 중이다.
이요는 소군이 만든 닭요리를 맛있게 먹으면서도 소군이 만든 줄도 모른다.
인연이라는 게 참 묘하다. 그렇게 가까이에 있어도 한 번도 못 만난다.
이요와 파오의 미국 생활은 얼마 가지 못한다. 흑인 아이들에게 공격받은 파오가 총살을 당했기 때문이다.
죽은 파오의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 간 이요는 등 쪽으로 몸을 돌려 달라고 한다.
그리고 그의 등에 새겨진 미키마우스를 본다.
피식 웃는 이요의 웃음이 눈물을 흘리는 것보다 더 슬프다.
파오의 죽음으로 미국에서 강제추방될 상황에 놓인 이요는 경찰차 안에서 우연히 소군을 본다.
예의 그 멋진 자전거 타는 모습은 미국에서도 그대로다.
경찰들은 이요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줄 알고 차별적 언행을 이어간다.
이요는 경찰차에서 탈출하여 소군을 쫓아가지만 실패하고, 그 이후 이요는 본토로 돌아가고자 여행가이드로 일한다.
그리고 이제 돌아갈 일만 남았다.
우연히 TV에서 테레사 탱이 죽었다는 뉴스를 본다.
그리고 옆에 누군가 다가온다.
소군이다.
영화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소군의 뒷자리에 앉아있었던 사람을 비춘다.
그는 이요였다.
*이 영화를 홍콩의 중국 반환에 대한 우화로 보는 사람도 있으나, 나는 그냥 로맨스 영화로 알고 싶다.
사랑이 사랑인 줄도 모르고 지나가버렸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만약 우연히라도 만나게 된다면...' 하는 상상도 해본다.
인연이란 무엇일까. 만날 사람은 반드시 만나게 되고, 아닌 사람은 어떻게든 헤어지게 된다는데,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는 것 같다.
멀어진 인연은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한용운, <님의 침묵>)지만, 다시 만날 가능성은 너무도 희박하다.
그래서 인연이라는 말을 자꾸만 의심하게 된다.
돌고 돌고 돌아서 다시 만나게 되는 인연은 너무 고통스럽다.
너무 고통스러운데 멈출 수가 없는 게 사랑이다.
모르겠다. 그냥 사랑할 수 있을 때 충분히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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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틴 스튜어트 버젼의 다이애나는? 영화 <스펜서>
- 스펜서 (SPENCER, 2021)
장르 : 영국·미국, 드라마 │ 감독 : 파블로 라라인
출연 : 크리스틴 스튜어트(다이애나), 잭 파딩(찰스왕세자), 샐리 호킨스(매기) 외
등급 12세 관람가 │ 러닝타임 : 116분
이 영화의 제목은 왜 스펜서인가
금발에 파란 눈, 훤칠한 키에 감각적인 패션, 수많은 파파라치. 엄숙함이 지배하는 영국 왕실에서 헐리웃 스타처럼 반짝이던 인물이 있었다. 바로 비운의 왕세자비, 다이애나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훌쩍 지났지만, 사람들의 입에는 지금도 다이애나가 오르내린다. 패션의 아이콘으로, 영국 왕실의 이단아로, 그리고 만인이 사랑해마지않을 친숙하고 소탈한 성격의 한 여인으로. 그런 다이애나를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연기했다기에, 한 걸음에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다이애나의 일대기를 다룰 줄 알았던 영화는, 뜬금없이 크리스마스이브에서 시작한다. 이미 두 아들을 낳아 길렀고, 남편의 오랜 외도를 알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하는 시댁 식구들을 견디며 행복을 연기해야 하는 시점의 다이애나다. 동화 같았던 세기의 결혼식으로부터 너무나 멀찌감치 떨어진 시점을 다루고 있는 것에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몰입할 수 있었다. 이 영화의 제목은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아니라 ‘스펜서’니까. 왕실의 며느리이기 이전에 고유한 인간이었을 다이애나 스펜서를 우선적으로 조명해준 덕에, 그녀가 겪었을 고통을 더 깊이 헤아릴 수 있었다.
공주는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그 고통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날이 크리스마스였던 걸까. 영화는, 모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 날조차 살얼음 같은 불행을 걷고 있는 다이애나를 비춘다. 남편과 싸우고, 자해를 하고, 변기에 몸을 구부려 음식물을 토해낸다. 그리고는 온 가족이 모여 행복해 ‘보이는’ 사진을 찍는다. 국민들에게 따뜻한 왕실의 크리스마스를 보여줘야 하니 그에 걸맞게 몸무게도 1.4kg 찌워야 한단다. 왕세자비의 삶은 그런 것이었다. ‘왕자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반복의 일상. 정해진 옷을 입고, 몸무게를 통제받고, 마음대로 궁전 밖을 나가거나 개인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 삶. 그 억압에 짓눌린 다이애나의 크리스마스는 당연히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녀는 ‘앤 불린’의 귀신과도 마주한다. 오명을 뒤집어쓰고 목이 잘려 처형당한 헨리 8세의 두 번째 왕비, 그 앤 불린 말이다. 그녀는 왕실의 일부이면서도 영원히 왕실의 사람이 될 수 없는 자신과, 왕과 결혼했지만 결국 왕에 의해 처형된 앤 불린을 동일시했던 모양이다. 앤 불린의 환영을 보기도, 자기 자신이 앤 불린이 되기도 하면서 영화는 그야말로 미치기 일보 직전의 다이애나를 보여준다. 불안이 극에 달했던 고작 3일간의 시간을 비추고 있기 때문에 마땅히 촘촘한 줄거리가 있지도 않다. 하지만 이 두서없고 심란한 내면 상태를 편집증적으로 나열하는 방식 덕분에, 관객은 다이애나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었다.
진정한 자유와 행복은 궁전 밖에 있음을
많은 이들이 생각한다. 왕자랑 결혼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재벌가에 시집가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누릴까. 하지만 매일매일 값비싼 의상에 둘러싸여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그야말로 단편적인 이미지에 불과할 것이다. 영화 말미, 다이애나는 자신을 옥죄던 비싸고 아름다운 옷 대신 야구모자를 뒤집어쓰고 아이들을 차에 태워 KFC로 향했다. 궁전에는 일반 서민들은 맛보지도 못할 오케스트라와 최고급 요리가 즐비하지만, 굳이 다이애나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건 귀가 터지도록 떼창하는 대중가요나 KFC 치킨 같은 것들이었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는 것. 언제든 원하는 복장으로 원하는 음식을 먹으며 마음껏 넷플릭스를 봐도 되는 우리들의 이 삶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이고 행복이라는 것 아닐까.
우리가 사랑했던 건 스펜서
왕족들은, 언제나 왕실의 위엄을 드높이며 그 성벽을 굳건히 유지해왔다. 다이애나를 며느리로 들였던 영국의 윈저 가문 역시 자신들의 이미지를 엄격히 통제하며 그 위엄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그건 더는 왕이 필요치 않은 이 자유평등의 시대에 걸맞는 방식이 아니었다. 다이애나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사랑받는 이유는, 단연 다이애나가 그 틀을 깨고 불행한 왕세자비에서 걸어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럼없이 국민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고, 에이즈 환자들의 손을 잡거나 노숙인을 찾는 등 친근하고 자주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일 테다.
<실제 다이애나와 두 왕자들>
그리고 이는 다이애나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두 왕자를 통해 묻어나는 중이다. 어머니의 발취를 따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운동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는 왕자들의 발자취를 보노라면, 다이애나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두 왕자에게도 아마, 경호원도 대동하지 않고 켄터키 치킨을 먹던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한 기억이 아니었을지.
스펜서의, 스펜서에 의한, 스펜서를 위한
그녀가 원하던 방식대로 기억해주고 싶은 바람을 담아서인지, 영화는 샤넬백에 펌프스를 신고 있던 불안한 다이애나에서 시작해, 야구모자에 점퍼를 입은 채 웃는 다이애나로 마무리된다. 그녀는 너무나 고고해서 깨질 것 같은 존재가 아니라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친숙한 존재였다. 또, 행복해 보이고 수동적인 동화 속 여성상을 벗어나 자유를 향해 소신 있게 살아간 한 여성이기도 했다. 우리가 사랑했던 건 왕세자비 타이틀과는 무관한 그녀의 인품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바람대로 그녀를 영원히 ‘스펜서’로 기억해주고 싶다.
글쓰는 우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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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웨인> 공식 예고편
질풍노도의 시기지만 마음은 따뜻한 열여섯 웨인.
방금 사귄 애인델을 오프로드 바이크에 태우고 도난당한 아버지의 유산인 1979년식 슈퍼카를 되찾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