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08-22 12:11:44
위만 바라보다가 중요한 것을 놓쳐버린 사람들과 이 영화.
영화 <놉>리뷰
미지의 물체도 길들일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은 각기 다른 형태로 일어난다. 하지만 인간의 오만은 목숨을 기반으로 하여 이루어지게 되고 그것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빨려들어 가는 상황을 보여준다. 어떤 것은 살아있음에도 죽어있는 것과 다름없는 느낌으로 나아가며 공포에 갇혔던 순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망가뜨려야만 포착할 수 있는 것으로 인해 앞에서 보여주는 것들이 가려지며 우리가 어떤 것에 주목하고 있었는지 망각하게 만든다. 나쁜 기적의 경계에서 조차 자극적인 것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 속, 내가 보인다.
카메라에 의해 벌어지는 ‘관심’에 대한 시선은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보여 진다. 벗어날 수 없는 시선은 어떤 이에게는 폭력의 수단이 되어버렸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어 각자 다른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에서 멈추지 않는 욕망은 인간을 압도하는 것을 카메라에 담으려 하면서 문제가 생기고 만다. 심지어 그 공포를 눈앞에 두고 있는 관객조차도 OJ의 생사여부보다 미지의 물체가 사진에 담겼는지에 대한 생기게 하며 바뀌지 않는 현실이 영화를 넘어 현실로 밀려들어온다. 소외된 이에서 소외된 이들을 주목하는 이질적인 요소들도. 해석해야 하는 영화는 좋아하지만 난해하고 무언가에 갇힌 세상을 해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의미 부여를 해야 이해를 할 수 있어서 이미 지루해져버린 서사를 살리기에는 모든 것이 희미하게 보여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게 했다. 특히 공포 영화로서 기대했던 부분들보다 ‘놉’에서 돋보이는 여러 설정들은 전작에서 보여준 것보다 덜 무서워서 아쉽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다양한 시도를 통해 영화를 만들어오고 있는 조던 필 감독의 ‘놉’은 나에게 하늘을 올려다볼 수 없게 만든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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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함으로부터의 구원
*본 영화의 내용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느끼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10대 딸 ‘엘리’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더 웨일> 줄거리
처음 시작부터 강렬하다. 우연히 들른 집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찰리의 모습을 본 토마스에게 찰리는 종이에 적힌 글을 읽어달라고 한다. 그 글이 도대체 뭐길래 곧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응급조치가 아닌 읽어달라는 부탁을 한 것일까?
자신의 친구이자 간호사인 리즈가 도착하고 나서야 진정된 찰리에게 토마스가 왜 이 글을 읽어달라고 했는지 물었을 때 그 의문이 해결된다.
'이것을 들으며 죽고 싶었다.' 찰리는 이렇게 말한다.
그럼 여기서 죽음을 목도에 둔 찰리를 발견한 토마스를 살펴보자. 토마스는 왜 연고도 없는 찰리의 집 문을 두드린 걸까?
그는 새생명 교단의 선교사이다. 집들을 방문하며 자신들의 교리를 전파하려는 다르게 말하면 타인을 '구원'시키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찰리라는 인물이 눈에 띄었다.
곧 죽을 것 같은 모습을 하면서도 자신을 살려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 에세이 하나를 읽어달라고 하는 인물이 말이다. 그래서 찰리는 그를 '구원'해주기로 한다.
하지만 구원에 회의적인 찰리의 태도뿐만 아니라 찰리의 친구인 리즈는 새생명 교단에 적대적이까지 해 그의 구원은 순탄치 않다.
그들의 태도는 언뜻 보면 평범한 사람들의 반응 같지만 자세히 들여보면 사연이 있다.
리즈의 오빠이자 찰리의 연인이었던 이는 새생명 교단에 속해 있었지만 내쳐졌고 결국 끝은 죽음이었다. 이런 상황을 봤을 때 오히려 토마스를 반기는 찰리가 이상할 정도이다.
하지만 리즈의 적대적인 태도에도 토마스는 계속해서 찰리를 찾아오고, 찰리는 친절하지만 선을 긋는 듯한 태도를 유지한다.
이런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지며 토마스의 '구원'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찰리의 딸, 엘리이다. 찰리에게 소중한 존재 중 하나인 엘리의 등장은 곧 그에게 ‘구원’이 내려올 것이라는 생각을 자아내게 만든다.
엘리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찰리를 증오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인물이다. 어떻게 보면 엘리가 가장 솔직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찰리는 에세이를 쓸 때 솔직함을 강조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절대로 드러내지 않고, 리즈는 찰리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의 의지와는 반대로 그가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토마스는 사실 교단의 돈을 훔치고 도망친 자신의 의견대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게 모순 투성이인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솔직함을 가지고 있는 엘리는 파란을 가져온다.
엘리는 끊임없이 찰리의 가장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는 부분을 건드렸고, 종국에는 찰리를 비롯한 리즈, 메리(리즈의 엄마), 토마스까지 파멸로 이끈다. 아니, 이끄는 듯하다.
엘리에 의해 찰리와 다시 만난 메리는 찰리에게 숨기던 엘리의 탈선을 들켜버린다. 또한 리즈는 자신을 속이고 엘리를 위한 돈을 모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엘리는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토마스의 말을 녹음해 토마스의 부모님과 교단에 보낸다. 이런 행동은 이들을 파멸로 이끄는 듯 보이지만 메리는 찰리와의 대면을 통해, 리즈는 실망하여 떠나지만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면, 또 토마스가 흥분한 듯 찰리에게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도리어 엘리의 솔직한 행동이 그들을 구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찰리의 모습을 자신의 SNS에 올리는 엘리의 행동을 시작으로 찰리는 각종 외부에서 오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온몸으로 받게 된다. 자신이 자주 시키던 피자집의 배달원의 놀라 달아나는 모습을 보며, 토마스가 자신에게 구원을 내리기 위해 찰리의 사랑을 부정하다 끝내 숨겨놨던 찰리에 대한 혐오감을 내비치는 모습을 보며 결국 자기혐오를 터뜨려 버린다. 자신의 강의를 듣던 학생들에게 카메라를 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지나가는 새들에게도 먹을 것을 나눠주던 심성을 가진 이었다. 즉, 찰리는 다들 악마라고 하는 엘리의 행동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엘리의 솔직함이 다른 이들에게 구원이 됐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자신 역시 남에게 가감 없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도리어 솔직함을 드러냈다는 것을 깨닫는다.
깨달은 찰리는 엘리에게 계속해서 그가 완벽하다 말해주고, 끝끝내 엘리가 읽어주는 엘리 자신이 쓴 '모비딕'에 대한 에세이를 들으며 자기혐오를 버리고 엘리에게 직접 걸어감으로써 스스로를 구원한다.
이 영화 속 찰리는 '모비딕' 속 에이허브 선장이 되기도 하고 모비딕이 되기도 한다. 에이허브 선장이 복수심에 불타는 것처럼 자신(모비딕)에 대한 혐오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결국 엘리가 지신의 에세이 속에서 불쌍하다 평했던 에이허브 선장(찰리)은 결국 솔직하게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모비딕(찰리)에 대한 혐오를 버리며 스스로를 구원하게 된다. <더 웨일>은 결국 구원은 누구에게서 내려오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솔직함에서 나오게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본 영화의 내용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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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AN 데일리] 아들의 두려움과 엄마의 조롱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감독] 아리 에스터 Ari ASTER
출연] 호아킨 피닉스 Joaquin PHOENIX, 네이단 레인 Nathan LANE, 에이미 라이언 Amy RYAN
시놉시스
'보 와서먼'(호아킨 피닉스)은 거의 모든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철없는 남자다. 그는 아파트를 떠나 어머니 '모나'(패티 루폰)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려 하는데, 이때 모든 상황이 엉망이 된다. 고립되고 부상을 입는 등 갈수록 기이해지는 충격적인 그의 여정이 시작되고, 어린 시절을 보낸 옛날 집에 도착하게 된 보는 끔찍한 기억들과 추악한 비밀을 마주한다.
'아리 에스터'다운 난해함
자기만의 개성과 세계관을 고스란히 품은 <유전>과 <미드소마>로 이름을 알린 아리 에스터 감독. 그의 작품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연출 면에서는 점프 스케어를 지양한다. 기괴한 영상미와 음악을 통해 분위기를 고조하고, 이를 통해 관객을 심리적으로 압박한다. 가족이라는 관계 안에 내재된 집착을 공포와 미스터리의 소재로 사용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수많은 상징 덕분에 곱씹어 보는 재미도 있다. 종합하면, 난해하다.
세 번째 장편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도 마찬가지다. 장르는 달라졌다. 호러가 아니라 판타지나 심리극에 더 가깝다. 그러나 난해함은 여전하다. 성기 괴물과 같은 비현실적 이미지가 가득해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영화를 구성한 5개 챕터 사이의 연관성은 눈에 띄지 않는다. 코미디, 연극, 로드무비, 심지어 좀비 영화(?)까지 섞여 있다. 그런데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마지막까지 숨통을 조여 오는 이야기의 힘이 그만큼 강렬하다.
의외로 단순한 얼개
하지만 첫 두 장면에 집중하면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얼개는 의외로 단순하다. "제 입장에서는 단순하다고 생각한다"는 아리 에스터 감독 말대로다. 영화는 엄마 뱃속에 태아인 보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보. 그런데 이때 분만실 상황이 심상치 않다. 엄마는 아들이 울지 않는다고, 아들을 받을 때 간호사가 실수한 거 아니냐고 화낸다. 보를 울리려는 간호사에게 아들을 폭행한다고 소리 지른다.
영화는 곧장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보는 정신과 상담을 받는 중이다. 의사와 상담을 할 때 그와 그의 어머니 관계가 썩 좋지 않다는 게 드러난다. 아버지는 이미 죽었고, 어머니 집에 찾아가는 걸 꺼리는 보. 가끔은 어머니가 죽기를 바란다는 심정도 들켜 버린다. 여기까지만 봐도 이 이야기의 주제를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억압적인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아들에 대한 영화라고.
안 그래도 영화는 주제를 알려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다. 상담을 마친 보가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도 힌트를 준다. 한 남자아이가 광장 분수에서 놀고 있다. 보가 그 옆을 지나갈 때 아이의 어머니는 화를 내며 아들을 낚아챈다. 아이의 장난감은 그대로 분수에 버려진다. 보가 집 앞에 도착했을 때도 똑같다. 엄마에게 혼나며 쫓기는 아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관건은 집착하는 어머니를 아들이 떨쳐낼 수 있느냐다.
뒤틀린 모정의 파노라마
이런 관점에서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일종의 정신 치료기처럼 보인다. 특히 영화의 각 챕터는 보의 정신 상태를 각각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누군가가 죽거나 자기가 죽음에 가까운 충격을 받으면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보. 그때마다 그는 자기도 미처 몰랐던 현실과 욕망, 상상을 생생하게 경험하며 성장한다.
첫 번째 챕터는 보의 현 상황을 보여준다. 그는 어머니의 치마폭을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엄마 회사가 만든 냉동식품을 먹으며 엄마 회사가 지은 건물에서 산다. 또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지도 못한다. 엄마 생일에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 그는 성인답지 못하게 우유부단하다. 이는 그의 눈에 마약 중독자와 강도가 가득한 세상은 항상 위험하고, 보호막이었던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에 그가 정신을 못 차리는 이유다.
두 번째 챕터에서 보는 모성애의 실체를 마주한다.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본가로 향하는 보. 도중에 그는 '로저(네이단 레인)'와 '그레이스(에이미 라이언)' 부부 집에 잠시 머문다. 겉보기에는 완벽한 이 가족. 그러나 속은 썩었다. 뒤틀린 모성애 때문이다. 그레이스는 파병 나간 아들이 죽은 이후로 그에게만 집착한다. 잘못된 모정은 둘째 딸 '토니'(카일리 로저스)의 죽음을 초래한다. 엄마의 사랑을 잃은 그녀는 오빠를 미워한다. 오빠 방을 칠한 하늘색 페인트를 마시고 죽을 정도로.
세 번째 챕터는 연극이다. 이 연극은 보 자신의 이야기다. 정확히는 자기가 누릴 수도 있었던 이야기다. 엄마의 죽음을 해방으로 받아들였을 때 펼칠 수 있는 이야기다. 뒤틀린 모성애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남자.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시련을 겪어 가족을 모두 잃지만, 끝내 다시 재회하는 해피엔딩. 보는 자기가 자기 삶의 운전자가 되는 삶을 꿈꾼다.
마지막으로 그는 장례식이 열린 엄마의 집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그는 마침내 온전히 주체적인 성인이 되는 듯 보인다. 그는 첫사랑인 '일레인'(파커 포시)을 만난다. 엄마 회사 직원이었기에 늦게나마 장례식에 온 일레인. 보에게 그녀는 언제나 소중한 존재였다. 그녀가 준 사진을 항상 간직하며 잊지 않았다. 죽은 엄마의 침실에서 그녀와 섹스하면서 그는 엄마에게서 벗어나 자기가 본 연극처럼 멋진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원형에 가까운 정신과 치료기
아리 에스터는 이러한 보의 모험을 프로이트적의 관점에서 풀어나간다. 원형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발달 과정을 '리비도(성욕)'라는 개념으로 이야기한다. 프로이트에게 리비도는 단순한 성욕 이상이다. 성적 에너지이자 동시에 정신 활동의 에너지다. 따라서 리비도를 제대로 다루는 것은 성욕 통제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 인간이 정상적으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특히 프로이트는 부모 자식 관계와 이성과의 관계에 주목한다. 유아기가 되면 아이는 자기 성기를 쾌락의 원천으로 삼는다. 이때 아이는 어머니에 대한 애정과 아버지에 대한 적의를 품지만, 그 욕망을 억압한다. 그 과정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생긴다. 참았던 욕망은 사춘기를 맞이해 이성에 대한 성욕에 눈을 뜨면서 풀려난다. 이렇게 성적인 충동을 적절히 통제하고 해소하는 법을 배워야 정신적으로 성숙한 인격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리비도가 정상적인 과정으로 발달하지 못하면 고착하거나 퇴행하며 정신적인 문제를 낳는다. 바로 보가 겪는 문제다. 보의 어머니는 아들에게서 두 가지를 제거했다. 아버지와 애인이다. 그녀는 보의 아버지가 섹스 중에 죽었다고 이야기한다. 유전병인 심장병이 도져서 죽었다고. 또 보가 크루즈 여행 중 일레인에게 반해 사랑에 빠진 걸 싫어한다. 실제로 자기 회사에 일레인이 취직했는데도 보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 결과 보에게는 온갖 문제가 생긴다. 작중 등장하는 대부분의 초자연적인 이미지가 그의 성욕과 관련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이웃과의 소음 문제가 있다. 조용히 잠자던 보에게 옆집 이웃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소음을 줄이라고 윽박지르고 보복까지 한다. 보가 일레인과 마침내 섹스할 때 큰 음악을 틀고 하는 걸 고려하면, 소음은 정상적으로 승화되지 않는 성욕으로 인한 문제라 해도 무리가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연극을 보며 자기도 주도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거라는 상상에 빠진 보. 하지만 이내 그의 상상은 물거품이 된다. 가정을 이루려면 섹스를 해야 하는데, 아버지처럼 심장마비로 죽을 거라는 두려움이 그를 덮치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엄마가 진실을 숨겨둔 다락방에서 성기 괴물을 본다. 이 괴물 역시 어머니가 만든 존재나 다름없다. 자기 성욕에 대한 두려움이 투영된 존재가 그 괴물이기 때문. 길거리에서 벌거벗은 채 칼로 보를 찌르는 남성의 존재도 마찬가지다.
두려운 아들과 비웃는 엄마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프로이트적 관점에서 보의 정신 이상을 치료하는 이야기다. 일레인과의 섹스를 통해 그는 자기 트라우마를 극복한다. 지극히 원형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아리 에스터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반전을 주며 영화 장르를 하나의 블랙 코미디로 전환한다.
죽은 줄 알았던 엄마가 살아 돌아오자 보는 모든 상황이 각본이라는 걸 깨닫는다. 엄마가 그를 집으로 부른 것부터 엄마가 죽었다는 뉴스, 장례식과 일레인이 늦은 밤에 찾아온 것까지. 그를 집으로 이끈 죄책감도 모두 다 모나의 계획이었다. 동시에 이는 엄마의 복수나 다름없다. 아들의 정신과 상담 내용까지도 입수한 그녀는 자기가 준 사랑을 회수하지 못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챕터인 재판장에서 모나의 의도는 더 분명해진다. 이 재판은 정당하지 않다. 철저히 보를 공격하고 굴복시키기 위한 장이다. 재판 증거는 철저히 보의 잘못된 행동, 어머니를 실망시킨 일로 가득하다. 보의 목소리는 어머니의 변호사 앞에서 묵살된다. 그의 변호사는 입을 간신히 열었다가 떨어져 죽는다. 결국 보는 타고 있던 보트의 모터가 폭발해 죽는다. 사인은 폭사가 아니다. 익사다.
그런 보를 보면서 모나는 눈물을 흘린다. 단지 슬픔 때문은 아니다. 이 모자 관계는 집착, 가스라이팅, 속박, 폭력으로 점철됐다. 어머니는 아들이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려고 하면 구속했고, 아들은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자라지 못했다. 결국 이 재판은 어머니의 조롱이다. 아무리 아들이 자유로워지고 싶어도 절대 자기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조롱.
이는 익사의 이유이기도 하다. 초반부에 상담사는 약을 먹을 때마다 항상 물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보는 물에 집착한다. 그런데 정작 그는 바다에 빠져 죽는다. 의미심장하다. 프로이트는 아이가 아직 어머니의 몸과 자신의 몸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를 '대양적 느낌'이라고 지칭했다. 이렇게 보면 물은 모성애다. 적어도 문제지만, 너무 많아도 문제다. 영화가 양수 속에 있는 보로 시작해 바다에 빠져 죽은 보로 끝나는 이유다.
이토록 불쾌한 블랙 코미디라니
그런데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장르 전환은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다. 관객은 모나가 아닌 보의 입장에서 결말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보의 시점에서 세상을 보여줬다. 그가 바라보는 왜곡된 세계부터, 그의 희망까지 전부 다. 그런데 정작 마지막 순간 그를 조롱한다.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으로 포장된 그의 희망과 상상은 다 부질없고, 그는 죽는 순간까지 어머니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라고.
그 순간 관객은 난 데 없이 함께 조롱의 대상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관객은 보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해 그의 모험을 3시간 동안 함께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가 두려움과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대신 그 안에서 익사하는 결말은 불쾌할 수밖에 없다. 블랙 코미디라기에는 차마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보가 자기 자신을 유머 대상을 삼으면 모를까, 피폐하고 나약한 보가 조롱의 대상이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이 지점은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독특한 이유이기도 하다. 애초에 아리 에스터는 보는 사람을 불쾌하고 찝찝하게 만드는 데 특별한 재주를 가졌으니까. 제목에 담긴 언어유희를 생각하면 철저히 계획된 블랙 유머이기도 하다. "소년은 두렵다(Boy Is Afraid)”라고도 읽을 수 있는 제목은 모든 남성이 품고 있는 두려움을 영화 시작 전부터 드러내고 있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못 만든 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다. 긴장감을 고조하는 연출. 자칫 평범할 수 있는 원형적 이야기를 아름다운 이미지로 색다르게 보여준 스토리텔링. 5개 챕터로 쪼개진 심리 서사극. 마지막 순간 모두의 예상을 엇나가는 반전까지. 아리 에스터에게 박수를 보내기 충분하다. 단지 블랙 코미디에 같이 웃느냐, 웃지 않느냐, 그것이 문제일 뿐이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물도 적당히 마셔야 살 수 있다
상영일정
6/29 13:00 - 15:59 한국만화박물관
6/29 19:00 - 23:19 부천시청 잔디광장 / 어울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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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 소개서] '팀 버튼'의 캐릭터 소개서
- “어떤 영화를 사랑하게 하는 데에는 스토리, 대사, 연출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그러나 그 중에서도 빼먹을 수 없는 것은 단연 캐릭터이다. 특히 매력적인 캐릭터 하나는 작품을 완전히 집어삼키기도 한다.좋은 감독과 좋은 배우가 만난다면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그 무엇보다 빛난다. 제대로 설정되기만 한다면,4개의 눈을 가지거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저 괴물들도 충분한 현실성과 설득력을 가진다. 그리고 이 캐릭터는 영원히 사랑받는다.[캐릭터 소개서]에서는 영화의 다양한 캐릭터들을 강한 애정을 담아 소개한다.뽀글거리는 머리와 아이 같은 눈을 가진 한 남자가 가방에서 오래된 갈색 노트를 꺼낸다. 노트를 펼치자 눈알 없는 해골들, 입에서 벌레를 내뿜는 유령과 같이 생전 처음보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남들이라면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노트를 얼른 덮어버리려고 하겠지만, 남자는 노트 속 그것들을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이렇게 괴기스러운 캐릭터들을 창조한 남자는 누구일까?그는 바로 할리우드의 대표 괴짜 감독 ‘팀 버튼’이다. 그의 작품은 누가 봐도 팀 버튼의 작품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를 배제하더라도 그의 캐릭터들은 정말 미친 듯이 아름다운 매력을 갖고 있다. 그럼 지금부터 팀 버튼의 노트를 펴고 그의 미(美)친 캐릭터들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보자.
‘첫 번째 캐릭터’<가위손/ 에드워드 시저헨드>팀 버튼 감독의 노트를 펼치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한 남자의 그림이다. 사람인지 유령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새하얀 피부와 초췌한 표정. 그의 이름은 ‘에드워드 시저헨즈’, 가위손이다.- 영화 : 가위손 (1991)
- 감독 : 팀 버튼
- 출연진 : 조니 뎁, 위고나 라이더, 다이앤 위스트, 안소니 마이클 홀가위손이라 불리는 그는 인간이 아니고, 창조된 기계였다. 외로운 발명가였던 ‘빈센트’는 자신의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심장을 가진 기계인 에드워드 즉, 가위손을 창조한다.그러나 빈센트는 에드워드에게 인간과 같은 손을 만들어주지 못한 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결국, 에드워드는 자신의 가위손 때문에 빈센트와 함께 살던 성에서 외롭게 살아가게 된다.그런 그를 화장품 판매원 ‘펙’이 만나게 되고, 그를 마을로 데려와 함께 살게 된다. 마을로 내려온 에드워드는 펙의 딸, ‘킴’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에드워드는 마을에서 정원을 가꾸고 이발을 해주며 점차 적응하게 된다.그러나 킴의 남자친구 짐이 금고털이에 에드워드를 이용하려 하고, 마을 사람들이 차 사고의 범인으로 에드워드를 의심하는가 하는 등 에드워드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던 중, 짐이 킴을 찾아와 폭행을 하자 결국, 에드워드는 킴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가위손으로 짐을 살해하게 된다. 살인을 저지른 에드워드는 결국 쓸쓸히 성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수십년이 지나 사랑했던 킴의 모습을 얼음에 조각하는 에드워드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나게 된다.영화 속 에드워드는 감독의 취향을 그대로 반영하기라도 하듯 기괴한 비주얼을 하고 있다. 새하얀 얼굴에는 상처가 가득하며, 손에는 길고 날카로운 가위가 달려있다. 날카로운 가위를 가졌지만 병약하고 소심해 보이는 그의 얼굴은 관객들로 하여금, 에드워드에 대해 완전히 몰입하게 한다. 성에 사는 미스터리하고도 외톨이 같은 존재, 겉모습과는 전혀 다른 마음을 가진 캐릭터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단연 동화 <미녀와 야수>일 것이다. 그러나 두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성을 가진다. 먼저 미녀와 야수에서의 야수는 처음에는 야만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미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시련을 이겨내면서, 점점 따뜻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였고 미녀와 결혼하게 되는 행복한 결말까지 맞이한다.반면 가위손 속 에드워드는 순수함과 기대에서 시작해, 시련을 겪었으나 야수와 다르게 결국 시련을 이겨내지 못하고 포기와 초월이라는 정서로 끝나게 된다. 에드워드는 함부로 다가가기 어려운 겉모습과는 정반대로 그는 마을의 누구보다도, 아니 그 어떤 누군가보다도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 에드워드가 가졌던 기대와 희망은 결말을 더욱 아프게 느껴지게 한다. 이는 동화와 다른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준 것이다.팀 버튼의 영원한 페르소나 ‘조니 뎁’이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 바로 영화 가위손이다. 록 가수 출신이었던 조니 뎁은 당시에 영화를 몇 편 찍지 않은 신인 중에 신인이었다. 그러나 ‘게리 올드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톰 크루즈’ 등 당대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누르고 그는 가위손 역할로 낙점받았다. 팀 버튼을 빠져들게 한 그의 매력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의 눈빛이 아마 그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의 광대나 피부 등 조니 뎁만의 특징은 많지만, 특히 그의 눈빛은 그 누구와도 다르다. 체념과 희망, 공허함과 가득함을 동시에 담은 눈빛은 가위손하면 그 어떤 배우도 생각나지 않게 하는 무언가이다.가위손은 팀 버튼 감독이 어린 시절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에서 시작되었다. 그림 속 남자는 길쭉한 체형에 날카로운 날들이 손에 달려있었다.
어린 시절 외톨이었던 팀 버튼 감독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갔다."난 어떤 이유로 사람들이 날 그냥 혼자 두길 바라는 욕망 같은 것이 있었다. 정확히 왜 그랬는지는 알지 못한다."감독은 에드워드에게 날카로운 날을 달아주었다. 그러나 어린시절 타인과 멀리 떨어지면서도, 그 타인을 힐끔힐끔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에드워드에게서 겹쳐 보인다. 에드워드라는 캐릭터는 끊임없이 상실을 겪는다. 아버지 같던 빈센트를 잃는 데에서 시작해 마지막에는 킴을 포함한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를 잃게 된다.겉으로 보이는 것에 집중해 판단하고, 자신의 내집단과 외집단으로 나누는데 너무나 익숙한 우리. 동화처럼 아름다운 결말이 아니었음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영화관을 나가면 우리는 금세 감각기관이 판단하는 것을 제외한 것들은 외면할 것이다. 가위에 스쳐 조그만 생채기가 날까 한걸음 떨어지기 이전에, 나의 한걸음이 누군가에게 느껴질 수 있는 의미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두 번째 캐릭터’<잭 스켈링턴>다음으로 노트의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또 다른 그림이 보인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공허한 구멍만 있고, 길쭉한 팔다리를 가진 이것. 하얀 뼈와 검정 줄무늬 정장은 마치 한몸인 것처럼 붙어있다. 이 캐릭터의 이름은 ‘잭 스켈링턴’이다.- 영화 :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1993)
- 감독 : 헨리 셀릭
- 원안: 팀 버튼
- 출연진 : 크리스 서랜던(노래: 대니 엘프먼), 캐서린 오하라, 켄 페이지, 패트릭 스튜어트잭 스켈링턴은 할로윈 마을에 사는 인기스타이다. 그러나 그는 매번 같은 할로윈 준비를 하면서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방황을 하던 그는 우연히 크리스마스 마을에 가게 된다. 그는 크리스마스 마을을 보며 사라졌던 열정을 되찾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게 된다. 잭은 자신이 산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 ‘락’, ‘쇼크’, ‘배럴’ 세 악동에게 원래의 산타를 조심히 데려오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악동들은 악명 높은 악당, ‘우기 부기’에게 말하지 말고 정중히 모시라는 잭의 말을 잘못 알아듣고 산타를 우기 부기에 넘기게 된다. 잭을 사랑하는 ‘샐리’는 크리스마스에 완전히 빠져 이성을 잃은 그을 막기 위해 안개를 만들면서까지 방해하지만, 잭은 뼈돌프(?) 애완견 제로의 도움으로 무사히 출발한다.그러나 자신의 입장에서만 크리스마스를 상상한 잭의 선물들은 공포 그 자체였다. 인형 대신 괴물이, 강아지 대신 구렁이가 들어있는 등 그는 크리스마스를 망쳐버렸다. 그 와중에 샐리는 산타를 구출하려다 오히려 우기 부기에게 잡히고 만다. 잭 역시, 잭의 행동을 크리스마스 테러로 느낀 사람들에 의해 대공포 공격을 당하고 격추당하게 된다. 잭은 떨어진 망가져버린 자신을 보며, 실수를 깨닫고 호박의 왕인 자신의 원래 모습을 다시 한번 느낀다. 잭은 마을로 돌아가 우기 부기와의 치열한 결투를 통해 샐리와 산타를 구출한다. 잭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받은 산타는 크리스마스를 우리가 기억하는 아름다운 날로 되돌린다. 산타는 할로윈 마을에 눈을 내려주고, 잭은 샐리와 함께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해골의 왕이라는 별칭처럼 잭 스켈링턴은 할로윈 마을 내 사교적이고 인기 많은 리더이다. 할로윈의 준비와 결정을 잭에게 검토받을 정도이다. 그렇게 잭과 작중에서 표면적인 갈등을 보이는 인물은 사실상 우기부기밖에 없을 정도로 그는 충분히 매력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오히려 완벽한 삶 때문일까? 잭은 내면의 공허함을 겪고 있는데, 우연한 계기로 크리스마스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공허함을 이겨내기 위해 충동적이지만, 추진력을 가지고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인다.잭의 크리스마스 계획은 결국 실패하지만, 잭은 거기서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본래 자신의 역할인 할로윈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된다. 즉, 크리스마스를 만드는 잭의 계획은 실패했지만, 이것이 트리거가 되어 잭을 성찰하게 하고, 성장시킨 것이다. 잭은 자신이 망친 크리스마스에 대한 책임감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로 잡으려는 모습도 보인다. 이처럼 잭은 팀 버튼의 영화에서 보기 힘든 이상적이고 능력 있는 리더 캐릭터이다. 특히, 모난 점 없이 모두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이 해당 영화 전후의 팀 버튼의 영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캐릭터성이라고 할 수 있다.즉흥적이지만, 훌륭히 조직을 이끈다는 점에서 누군가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윌리 웡카’를 떠올릴 수는 있다. 그러나 잭은 가족과 관련된 내면의 아픔을 갖고 있으며 특정 순간마다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웡카와는 다르다. 잭의 구구절절한 과거 이야기나 상처 받고 괴로워하는 모습들을 영화에서 크게 다루지 않으면서, 시원하고 적극적인 캐릭터의 매력만이 훌륭하게 보여준다. 작중에서 관객은 잭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게 되는데, 잭의 기다란 팔다리가 만들어가는 춤과 쾌활하고 능동적 성격은 우리에게 한편의 즐거운 뮤지컬을 보는듯한 느낌을 선사한다.잭의 비주얼로 돌아가 더 알아보자면 먼저 하얀 해골 모양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둥글고 큰 머리에는 코가 없고, 검은 구멍처럼 보이는 눈을 가지고 있다. 입은 길고 가로로 넓게 벌어져 있으며, 선처럼 가늘게 그어진 이빨이 보인다. 마치 이모티콘처럼 미니멀한 잭의 디자인은 그의 표정이 다양하고 생동감 있게 보여지도록 한다. 이 때문에 잭은 무서운 존재와 친근한 존재를 넘나들게 된다. 할로윈 마을의 인물들이 가진 작은 키와 대비되는 잭의 큰 키는 잭을 돋보이게 하며 그를 자연스럽게 리더로 여겨지게 한다. 또한, 앞서 언급한 그의 가늘고 긴 팔다리가 만든 몸짓 하나하나는 동작을 경쾌하게 보이게 하며, 그를 우아하고 고딕적으로 느껴지게 한다.해당 작품은 팀 버튼이 원안을 제공했을 뿐, 감독까지 맡지는 않은 작품이다. 그러나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성격이나 비주얼 등 인물의 캐릭터성을 만드는 데에는 팀 버튼의 아이디어가 강하게 반영되었다. 세심한 캐릭터 설정이 특징인 팀 버튼의 캐릭터답게, 잭이 고민을 통해 내면을 돌아보고 진정한 가치를 찾는 모습도 적절히 등장한다. 당신이 뛰어난 미장센에 주제의식이 숨겨지듯이 담긴 영화가 보고 싶다면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을 추천한다.
‘세 번째 캐릭터’
<빅터 프랑켄슈타인>
노트의 왼쪽 아래에는 한 소년이 그려져 있다. 커다란 눈과 언밸런스한 체형은 해당 인물 역시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임을 암시한다. 그러나 앞서 본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의 잭과의 파격적인 비주얼과는 다르게, 해당 캐릭터는 비교적 깔끔하고 얌전해 보이기도 한다. 소년의 이름은 ‘빅터 프랑켄슈타인’. 지금부터 그가 어떤 캐릭터인지 알아보자.- 영화: 프랑켄위니 (2012)
- 감독: 팀 버튼
- 출연진: 캐서린 오하라, 마틴 쇼트, 마틴 란도우, 찰리 타핸‘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에 관심이 많은 내성적인 소년이다. 그런 그에게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친한 친구는 애완견 ‘스파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스파키가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 엄청난 슬픔에 잠긴 빅터는 과학의 힘으로 스파키를 살려내겠다는 결심을 한다. 빅터는 학교에서 배운 과학 지식과 그의 재능으로 번개 실험을 하게 되고 스파키를 되살린다. 그러나 스파키가 다시 살아났다는 사실을 빅터의 친구들, 이웃들이 알게 된다. 다른 아이들도 빅터의 실험을 흉내 내면서 다양한 동물들이 괴물처럼 변하게 되자 결국, 마을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자신의 실험이 가져온 결과에 빅터는 책임을 지고 스파키와 함께 마을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역시 실험으로 탄생한 고양이와 박쥐의 충격적인 결합체, ‘미스터 위스커스’는 마을을 혼란에 빠트리고 빅터의 소꿉친구, ‘엘사 반 헬싱’과 스파키의 여자친구, ‘페르사포네’를 풍차로 납치한다. 빅터와 스파키는 엘사와 페스사포네를 구하는 데 성공하지만 빅터는 탈출에 실패한다. 빅터를 구하고자 스파키는 ‘미스터 위스커스’와 다시 한번 대결을 펼치게 된다. 스파키는 대결에서 승리하지만, 풍차에 깔려 다시 한번 죽는다. 그러나 빅터가, 다시 한번 스파키를 살리고 빅터와 스파키가 다시 재회하며 영화는 끝나게 된다.<프랑켄위니>의 원작은 팀 버튼이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일하던 1984년 만든 동명의 실사 단편 영화이다. 1984년 단편 영화 <프랑켄위니>는 장편 애니메이션과 유사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사랑하는 애완견 스파키를 잃은 빅터가 번개의 힘을 통해, 스파키를 살린다는 설정은 동일하다. 그러나 박쥐 고양이가 아닌 이웃들이 스파키를 괴물로 오해하며 혼란과 갈등이 생긴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팀 버튼 감독은 자신이 어렸을 적에 애완견과 이별한 아픔과, 흑백의 화면처럼 고전 공포 영화 시대의 느낌을 결합해 작품을 만들었다. 특히, 작품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품은 1930년대 고전 공포 영화 프랑켄슈타인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 해당 작품을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기획했으나 좋지 못한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팀 버튼은 세월이 지나 작품의 스토리를 확장하고 자신의 경험과 개성을 더해 2012년, 장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작품을 만들게 된다.팀 버튼의 특징인 자전적인 이야기 구성은 해당 작품에서도 잘 나타난다. 빅터에게는 과학이, 팀 버튼에게는 그림이라는 평생을 바칠만한 취미가 있었다. 또한, 그들에게는 자신만을 전적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이 아닌 친구가 있었다. 우리가 강아지를 사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아마 주인만을 전적으로 사랑하는 특성 때문은 아닐까 싶다. 밖에서 어떤 상처를 받고 어떤 일이 있었든지, 나라는 이유로 조건 없는 사랑을 하는 존재를 찾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작품을 보다 보면, 팀 버튼의 B급 유머를 통한 클리셰 비틀기가 적절히 드러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과 자연, 작게 본다면 인간과 인간이 아닌 생명체의 대결구도는 우리에게 흔한 구도이다. 물론 <에이리언 시리즈>, <아바타 시리즈>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등의 작품에서도 보이듯이 인간을 욕심 많고 악한 존재로 묘사할 것인지, 아니면 재앙의 피해자로 묘사할 것인지의 차이는 존재하긴 하지만 말이다.그러나 감독은 작품의 빅터와 미스터 위스커스의 대결에서 빅터를 먼저 리타이어시키고 스파키와 미스터 위스커스를 대립시키면서 인간이 아닌 생명체끼리의 대결을 성사시킨다. 이러한 구도는 클리셰의 전환을 보여줬으며, 특히 뜨거운 논쟁의 대상인 강아지 vs 고양이의 대결이라는 점 역시 웃음을 유발한다. 작품의 결말 역시 진정한 죽음이니 뭐니 하면서, 스파키를 떠나보내며 작품을 끝내는 게 아니라 자동차 배터리로 살린다는 점 역시 팀 버튼답다는 느낌을 준다.
작중의 빅터의 캐릭터를 살펴보면, 감독의 작품의 많은 인물이 보여주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와 아웃사이더의 성격을 전부 가지고 있다. 죽은 동물을 번개로 되살린다는 점 외에는, 감독의 다른 작품에 비해서는 비교적 현실성 있는 설정을 가진 만큼 빅터에 공감하기는 비교적 쉽다. ‘사랑하기 때문에 되살린다’라는 간단한 논리구조는 원작인 프랑켄슈타인의 창조와는 다른 숭고한 목적이다. 팀 버튼 감독의 많은 캐릭터는 대부분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앞서 본 ‘에드워드 시저헨드’와 ‘잭 스켈링턴’도 마찬가지이다. 빅터 역시 순수함을 가지고 있으며, 스파키에 대한 강한 연대를 보여준다. 특히,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은 에드워드 시저헨드와 잭 스켈링턴, 그리고 뒤에 나올 비틀쥬스와는 완전히 다르다. 어쩌면 팀 버튼의 무수한 캐틱터들 중 그의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하는 캐릭터는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이다.가족과 친구, 마을 사람들과도 교류가 적은 편이지만, 오직 한 존재 스파키와의 우정과강한 연대는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이끈다. 빅터는 스파키에 대한 강한 사랑과 애정으로 다른 것들을 애써 외면한다. 눈이 멀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칠 정도로 사랑해 본 적이 있던가. 순수함이 보여주는 투명한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프랑켄위니>를 통해 한번 느껴보자.
‘네 번째 캐릭터’
<비틀쥬스>어느덧 노트의 마지막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얼핏 보면 두 인물처럼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 세월이 지나 옷이 달라지고 주름만 생겼지, 똑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까맣게 칠해져있는 눈두덩이와 산발이 된 머리. 숨겨지지 않은 가벼움과 광기는 결코 감출 수가 없다. 마지막 그림의 캐릭터는 ‘비틀쥬스’이다.- 영화 : 비틀쥬스 (1988) / 비틀쥬스 비틀쥬스 (2024)
- 감독 : 팀 버튼
- 출연진 : [공동] 마이클 키튼, 위고나 라이더, 캐서린 오하라 [단독] 비틀쥬스: 알렉 볼드윈, 지나 데이비스/ 비틀쥬스, 비틀쥬스: 제나 오르테가, 저스틴 서로‘비틀쥬스’는 36년의 세월을 거쳐, 두 영화나 출연한 귀한 몸이다.먼저 1988년에 개봉한 <비틀쥬스>이다. 영화는 ‘아담’과 ‘바바라 메이틀랜드’ 부부가 차 사고로 사망하면서 시작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결국 알게 되고 유령들의 법에 따라, 자신들의 집에 머무는 유령이 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집에 뉴욕 출신의 디츠 가족이 이사 오게 되고,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집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게 된다. 자신들의 집을 망치는 것을 볼 수 없었던 아담과 바바라는 자신들의 집을 지키기 위해 디츠 가족을 쫓아내려 하지만, 그들은 겁을 주는데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디츠 가족도 그를 보지 못한다.결국, 메이틀랜드 부부는 최후의 방법으로 바이오 엑소시스트 전문가(인간 퇴치사)인 ‘비틀쥬스’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비틀쥬스는 난폭하고 미치광이 같은 성격의 유령으로 이름을 세 번 부르면 나타나서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비틀쥬스는 디츠 가족 중에 유일하게 유령을 볼 수 있는 딸 ‘리디아’와 결혼해 세상으로 나가려는 다른 목적이 있던 유령이었다. 결국 비틀쥬스가 디츠 가족을 더욱 위험에 빠뜨리자, 메이틀랜드 부부와 리디아는 그를 막기 위해 힘을 합치게 된다. 결국, 리디아와 메이틀랜드 부부는 비틀쥬스를 물리친다. 메이틀랜드 부부는 자신들의 집에서 평화롭게 살게 되며, 디츠 가족도 그들과 조화롭게 공존하며 살게 된다.다음은 2024년 개봉한 <비틀쥬스 비틀쥬스>이다. 해당 작품은 어머니가 된 ‘리디아’를 중심으로 영화가 흘러간다. 리디아는 여행가였던 남편을 잃고, 1편에도 나왔던 새어머니 ‘딜리아’와 딸 ‘아스트리드’와 살고 있다. 전작에 등장한 메이틀랜드 부부는 떠났다는 설정이다. 그러던 중 새 사진을 찍으러 간 리디아의 아빠이자 딜리아의 남편인 찰스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가족들은 찰스의 장례식을 위해 그들이 살던 윈터 리버로 돌아간다. 그렇게 찰스의 장례식을 마치고, 리디아와 남자친구 로리의 갑작스러운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가족들은 윈터리버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혼자 자전거를 타던 아스트리드는 나무에 부딪히고, 나무 위에서 한 소년을 만나게 된다. 그 소년과 시간을 보내던 와중 소년은 자신이 유령이며, 아스트리드에게 아빠를 만날 수 있으니 함께 저승으로 가자고 제안한다. 소년을 믿는 아스트리드는 저승에 가지만, 사실 그 소년은 연쇄살인마 출신 유령으로 아스트리드를 제물로 바치고 자신이 다시 이승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러한 계획을 알게 된 리디아는 딸을 위해 비틀쥬스를 소환하게 된다. 비틀쥬스의 도움으로 리디아는 아스트리드를 구하지만 이번에도 비틀쥬스는 리디아에게 결혼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아스트리드는 기지를 발휘해 계약이 무효임을 증명하고 또다시 뒤통수를 맞은 비틀쥬스가 저승으로 돌아가며 영화는 끝이 난다.‘마이클 키튼’의 미친 연기로 팀 버튼의 이름을 알리는데도 일조한 비틀쥬스는 정말 광인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1편과 달리 2편에서는 비틀쥬스의 캐릭터성이 악당에서 조력자로 전환되긴 했지만, 그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아기 비틀쥬스 출산 공격, 내장 내뿜기, 괴물 선물 등 온갖 방법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괴롭히는 비틀쥬스의 스킬은 정말 경이로울 지경이다. 비틀쥬스가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성격을 백분 활용할 수 있는 인간퇴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은 정말 신의 한 수인 것 같다. 비틀쥬스가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이유나 비틀쥬스의 시시콜콜한 과거 이야기는 1편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36년이 지나, 2편이 되어서야 ‘델로레스’라는 새로운 캐릭터와 함께 그의 과거 이야기가 짧게나마 나온다. 비틀쥬스는 수백년 전, 흑사병이 창궐하던 중세시기, 델로라스라는 이름의 여성과 결혼하기로 했었다.그러나 사이비 종교의 교주였던 델로레스가 자신을 포도주로 독살하려는 것을 알게 되자, 델로레스의 머리를 토막내어 함께 저승에 간다. 하지만 2편에서 부활환 델로레스는 어쩐 일인가 비틀쥬스를 아직도 너무나도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를 끊임없이 스토킹한다. 이러한 모습은 비틀쥬스에게 숨겨진 마초적인 매력이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이런 일방적인 사랑이 부담스러웠을까. 비틀쥬스는 델로레스에게 도망을 다니며 여전히 리디아에게만 결혼을 요구한다. 이처럼 마초적이면서도 순애보적인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비틀쥬스의 이중적인 캐릭터성은 “그게 비틀쥬스니까.”라는 말 한마디로 관객을 수긍하게 한다. 비틀쥬스는 한번 할 때는 제대로 하는 쿨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오래전, 자신을 뒤통수친 리디아가 다시 한번 자신을 소환하자 과거를 잊은 듯한 모습을 보이며, 연쇄살인마 유령을 정의구현하는데 물심양면 돕는다. 물론 그의 도움과 상관없이 이번에도 얼얼한 뒤통수를 맞긴 했지만 말이다.저승에서 보내는 수백 년이 넘는 세월 속에서도, 유연하고 성공적으로 적응했다는것도 비틀쥬스가 굉장히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1편에서 그는 변변치 않아보이던 인간퇴치사 즉, 개인사업자 신분이었다. 그러나 36년의 세월이 지나자, 밥을 포함해 많은 직원을 둔 어엿한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는 점도 그가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극 중에서 비틀쥬스는 야심을 갖고,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누군가는 그런 모습이 교활하다고 말하겠지만, 체계적인 계획으로 타인을 조종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도 사실 능력이다. 거의 썩은 듯한 푸석푸석한 피부, 녹색의 헝클어진 머리카락, 기괴한 메이크업 그리고 과장된 리액션과 표정까지 비틀쥬스하면 생각나는 비주얼은 이와 같다. 그의 비주얼은 처음 봤을 때부터 그가 막무가내이고 충동적인 행동으로 작품에 큰 혼란을 유발할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비틀쥬스의 다양한 캐릭터성은 그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비틀쥬스>와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사실 모두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큰 틀 안에 상실과 기억, 그리고 사랑을 담았다는 것이 <비틀쥬스 시리즈>가 공통으로 가진 주제의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제가 다소 오글거리고 썩 내키지 않는다면, 비틀쥬스에만 집중해보는 것은 어떨까? 주제와 가치를 오염시키지 않는 선까지만 엇나가 자신만의 매력을 뽐내는 비틀쥬스. 그 존재만으로도 영화를 볼 이유가 충분하다.
지금까지 순수와 공포가 공존하는 팀 버튼 영화 속 캐릭터들에 대해 알아봤다. 부디 그의 캐릭터들과 함께 기괴하지만 아름다운 세계에 마음껏 빠져들고 싶어졌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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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4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8월 4주 개봉영화!
불릿트레인 Bullet Train , 2022
브래드 피트가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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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영화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초고속 열차에서 벌어지는 고스펙 킬러들의 피 튀기는 전쟁!
추천영화 "불릿트레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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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VERDENS VERSTE MENNESKE ,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 2021
작품성과 흥행 모두 잡은 역대급 신드롬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입증한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내 삶의 조연은 그만하고 싶은 스물아홉 '율리에'가 인생의 다음 챕터로 달려나가기까지, 그 아프지만 반짝이는 여정을 그린 영화로,
'라우더 댄 밤즈', '델마' 등으로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익숙한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신작입니다.
"고전적인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며,
한계에 직면하면서도 스스로 자아를 찾아가는 여성을 통해 그곳에서 나오는 모든 코미디와 혼돈을 포착하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해 더욱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또한 자신이 애정하는 2021년 영화 리스트에 등록된
추천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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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오 2022
올여름 스트레스를 날려줄 유일무이 코미디!
영화 "육사오"는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버린 57억 1등 로또를 둘러싼 남북 군인들간의 코믹 접선극입니다.
운명처럼 말년 병장의 발 밑에 날아온 로또 한장이 57억 1등 당첨 로또였다는 기상천외한 상상에,
심지어는 그 로또가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으로 안착한다는 기절초풍할 설정을 더했는데요
고경표, 이이경, 음문석, 박세완, 곽동연, 이순원, 김민호 자타공인 코미디 강자부터 은둔 고수까지!
긍정 에너지 넘치는 배우들의 빵빵 터지는 코믹 케미스트가 기대가 되는 영화 입니다.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남과 북 청춘들의 이야기'라고 말한 박규태 감독은 "육사오"에는 현재 충무로의 '영 블러드'들이 한 데 모여 막강의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냈습니다.
'날아라 허동구' 연출, '달마야 놀자', '박수건달' 각본 등 유쾌한 상상력에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를 더해
언제나 기분 좋은 웃음을 선물하는 박규태 감독!
57억 1등 당첨 로또를 둘러싼 남북 군인들간의 코믹 접선극!
추천영화 "육사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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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CUBE 一度入ったら , CUBE , 2022
25년 만에 허락된 '큐브' 첫 공식 리메이크
영화 "큐브"는 살인 함정이 가득한 정육면체 공간에서 벗어나려는 생존자 6명의 사투를 그린 밀실 탈출 호러로, 올여름 호러 기대작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1997년 원작 '큐브'가 공개되고 간단한 설정이지만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이 영화에 영화 팬들의 뜨거운 지지가 이어졌었죠
그동안 수많은 '큐브'의 후속편이 공개되어 왔지만 새로운 "큐브"는 빈센조 나탈리 감독이 직접 크리에이티브에 참여한 작품이라 더욱더 기대가 큽니다.
엔지니어, 편의점 아르바이트, 학생, 정비공, 기업 임원!
어떤 접점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큐브에서 펼쳐지는 살인 게임!
원작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큐브를 만들어 낸
추천영화 "큐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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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순이 KOKO SunYi , 2022
OWI 49번 심문보고서 거짓 실체 전 세계 최초 공개
영화 "코코순이"는 강제 동원된 '위안부' 피해자 중 미얀마에서 발견된 조선인 포로 20명을 심문한 보고서에 남겨진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왜곡된 기록과 감춰진 진실을 밝히는 추적 르포무비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매도하는 일본 우익단체와 관련인들의 근거가 되고 있는 미 전시정보국 49번 심문보고서의 거짓 실체를 전 세계 최초로 밝힌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죠.
영화 '코코순이'는 다양한 사회 문제와 진실을 심도 깊게 파헤쳐온 KBS 탐사 프로그램 '시사기획 창'의 촬영팀과 제작팀이 참여하고
이석재 기자가 연출을 맡아 완성도 높은 르포무비를 탄생시켰습니다.
2022년미 하원의 '일본군'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 통과 15주년과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 공식 제정 10회차로 의미가 특별한
추천영화 '코코순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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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전쟁 속 묻혀있던 개인을 만나다
[DMZ Docs] 전쟁 속 묻혀있던 개인을 만나다
영화 <고지 위의 소년들> 리뷰
감독] 이미진, 김세미
출연] Charles PRONAFEL, Rick WAUTERS, Tommy CLOUGH, Tommy TAHARA
시놉시스] 열 아홉 살에 고향을 떠나 이름도 모르는 미지의 나라에 온 청년들이 있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 한반도의 전쟁터로 향하는 배를 탄 UN군 청년들. 모험심으로 가득 찼던 그들은 한국전쟁에서 열 아홉 살에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목격한다. 아흔 살이 넘은 노병들이 인생의 마지막에 평생 잊을 수 없었던 한반도의 고지들을 떠올린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름다운 풍경이 지나가는 언덕 위에서 그들은 보았고 무엇을 잃었던 것일까. [출처 : 제1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스포일러 유의
이념이 아닌 개인의 역사에 집중하다
사실 한국전쟁에 대한 영화나 다큐멘터리는 많이 봐왔었다. 그래서 과연 고지 위의 소년들이라는 작품이 한국인에게 한국전쟁에 대해 얼마나 다른 정보를 줄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섞인 채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그런 나에게 영화는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말을 건넨다. 나레이션이 깔리면서 순간 고지 위의 소년들이라는 영화 소개글을 내가 잘못 읽고 들어온 것이 아닐까 싶었다. 분명 한국전쟁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왜 나레이션이 영어로 깔리는 것일까 하는 의문 속에서 노병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UN군으로서 한국전쟁에 참여해 수많은 전선을 지켜냈던 먼나라의 사람들. 그들은 벌써 90살이 되어 카메라 앞에 앉았다. 90살이 넘은 그들이었지만 카메라 속에 비춰진 그들은 아직까지도 한국전쟁이 바로 엊그제에 있었던 것처럼 생생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딱 UN군으로 참전한 노병들의 이야기만 담겼다면 이 작품에 대해 박수를 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제까지 많은 한국전쟁에 대한 다큐멘터리와 영화 속에서 개인의 역사를 담아낸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지 위의 소년들은 여기서 변주를 준다. 바로 중공군으로 참가한 중국 노병의 인터뷰가 바로 이어지면서 이제까지 한국전쟁을 다룬 작품에서는 들어볼 수 없었던 존재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물론 나는 반공세대에 태어나지도, 그런 교육을 받고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 역사시간에는 우리가 북한을 대해왔던 방식에 대해서는 상당히 이념적인 부분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세대이기도 하다. 이런 이념적인 갈등의 끝이었던 한국전쟁에 대해 다룬 영화, 서적, 논문들을 볼 때면 UN군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도움에 대한 부분은 굉장히 깊게 논의되고 있는 반면, 북한군과 중공군, 소련군에 대한 내용은 굉장히 미진했었다. 그리고 그들 개인의 역사에 대한 부분은 큰 관심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고지 위의 소년들은 중공군으로서 참전한 중국 노병의 개인의 이야기도 담아낸다. 그들이 중공군으로 참여했지만 그들 역시 같은 사람으로서 전쟁에 대한 두려움, UN군으로 인해, 국군으로 인해 자신의 친구가 죽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 등 인간으로서 똑같은 공포에 사로잡힌 그저 한 개인에 불과한 사람들이었다. 이처럼 이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저 한국전쟁에 참여한 개인으로서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엮어낸 점에 있어서 그동안의 한국전쟁에 대한 다큐멘터리 및 학계의 논의 범위를 확대시켜준 작품이 아닐까 싶다.
목소리로 담아낸 노병의 이야기
영화 고지 위의 소년들은 배우 유태오가 나레이션을 맡았다. 알고 본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갈 때 ‘유태오’ 이름을 발견하고 ‘아,,! 담담하면서도 처연한 느낌이 너무나도 잘 느껴진 이유가 여기 있었구나’하고 깨달았다. 고지 위의 소년들은 실제 한국전쟁에 참전한 노병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러면서 그들의 에피소드나 전쟁에 대한 묘사들이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되고, 그들이 실제 싸웠던 황량하고 공포스러운 고지가 이제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산맥으로 다시 바뀐 광활한 자연이 나올 때엔 어김없이 나레이션이 깔렸다.
나레이션은 담백했다. 하지만 감정이 폭발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현실에서의 노병들은 인터뷰를 하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감정을 쏟아낸다. 한국전쟁이 자신에게 드리운 트라우마를 말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하지만 그에 반해 그들과 같이 한국전쟁에 참여한 한 인물의 이야기를 1인칭의 시점으로 풀어내고 있는 나레이터는 뭐랄까 나의 이야기를 그저 기억해줬으면 하는 담담한 일기장을 구두로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젠 돌이킬 수 없기에 처연한 마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알려주고 있었다. 다양한 감정들이 오가는 인터뷰이들 사이에서 이 담담하고도 처연한 나레이터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묘한 이질감이 들면서도 계속해서 영화에 집중을 하게 되었다.
그 이질감이 드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이 비밀은 영화 후반 풀린다. 노병들은 살아서 각자의 조국으로 귀국한다. 하지만 나레이터가 읊은 이야기 속 ‘나’는 수많은 고지 어딘가에 묻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1953년 7월 27일 그들은 고지에 잠든 채 함께 온 친구들처럼 돌아가지 못했다. '우리는 여기에 묻혔다’라는 나레이션을 듣는 순간 이 묘한 이질감이 해소되었다. 살아있는 노병들의 이야기와 전사한 노병이 이야기를 인터뷰와 나레이션으로 교차하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생과 사라는 그 간극을 영화에서 내내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묘한 이질감을 유태오 배우의 나레이션을 통해 잘 구현되어서 다큐멘터리에서 나레이터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한국전쟁에 대한 개인의 역사를 잘 담아낸 영화 고지 위의 소년. 앞으로 남아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대하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상영시간표>
2024. 9. 29. (일) 14:30 롯데시네마 주엽 2관
2024. 9. 30. (월) 13:30 롯데시네마 주엽 5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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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부 애거사 짓이야 | 작품성도 세계관도 챙긴 스핀오프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완다에게 모든 마력을 빼앗긴 후, 기억마저 삭제되어 웨스트뷰에 남겨진 '애거사 하크니스'(캐서린 한). 스스로를 형사라고 착각하며 참견쟁이 이웃으로 살아가던 애거사 앞에 난데없이 소년 마법사 '틴'(조 로크)이 나타난다. 애거사를 감싸고 있던 봉인을 해제한 틴은 애거사에게 '마녀의 길'로 데려가 달라 애원하고, 원치 않던 애거사도 잃어버린 마력을 되찾기 위해 함께 '마녀의 길'을 걸을 다른 마녀들을 찾아 나선다.
애거사의 악명에도 불구하고 '릴리아'(패티 루폰)와 '제니퍼'(사쉬어 자마타), '앨리스'(알리 안)와 '샤론'(데브라 조 럽)까지 마녀들을 모으는 데 성공한 애거사와 틴. 하지만 '마녀의 길'에 들어서자마자 그들은 목숨을 건 장애물을 마주치며 위기에 빠진다. 심지어 애거사와 악연인 죽음의 여신 '데스'(오브리 플라자)가 나타나고, 미지의 마법사였던 '틴'이 완다의 아들 '빌리'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애거사의 집회는 자중지란에 휩싸인다.
마침내 주인공이 돋보이는 멀티버스 사가
개국공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멀티버스 사가의 최종 빌런인 '닥터 둠'으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메가폰을 잡았던 루소 형제를 <어벤져스: 둠즈데이>와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의 감독으로 복귀시킨 MCU. 팬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지만, 마냥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그간 멀티버스 사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방증이었기 때문. MCU에서 은퇴했던 영웅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멀티버스 사가의 영화 11편과 드라마 10개는 공통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새 캐릭터를 소개하느라 바쁜 나머지 본래 주인공이 잘 안 보인다는 것. <닥터 스트레인지: 광기의 멀티버스>만 보더라도 새로운 캐릭터인 아메리카 차베즈가 주동인물이었고, 닥터 스트레인지는 그녀의 성장을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에 그쳤다. 그 결과 멀티버스 사가에서는 인피니티 사가 속 아이언맨과 같이 관객들의 이입을 도와줄 길잡이를 찾을 수 없었다.
<완다비전>의 스핀오프 <전부 애거사 짓이야>도 겉보기에는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는 완다에게 마력을 봉인당한 마녀 애거사의 후일담을 보여준다. 완다의 쌍둥이 아들 중 하나인 '빌리', 죽음의 여신인 '데스' 같은 새로운 캐릭터와 함께. 하지만 <전부 애거사 짓이야>는 다행히도 멀티버스 사가의 문제를 피해 가는 데 성공했다. 본편의 메시지를 영리하게 확장하면서 스핀오프 역할에 충실한 결과 주인공이 가려지지 않았으니까.
보이는 것과 봐야 하는 것
<전부 애거사 짓이야>에서는 시나리오가 가장 눈에 띈다. 본편인 <완다비전>의 작법을 똑 닮았기 때문. 특히 반전을 활용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완다비전>보다 진일보한 듯 보인다. <완다비전>은 겉과 속이 다른 드라마였다. 겉으로는 완다와 비전의 일상을 다룬 시트콤이었다. 그들이 이웃들과 시간을 보내고, 두 쌍둥이 형제를 낳으며 겪는 여러 에피소드를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미국 시트콤 형식을 빌려 보여줬다.
하지만 <완다비전>의 진짜 이야기는 달랐다. 마녀와 로봇 부부의 시트콤은 완다가 마법 장벽 '헥스' 안에서 꾸며낸 환상에 불과했다. 마지막 가족이었던 비전을 잃은 슬픔과 절망을 외면하려는 그녀의 피난처였다. <완다비전>은 이 겉과 속의 괴리를 완다의 환상 속에 침투한 마녀 애거사의 음모를 비롯한 여러 복선을 통해 암시했다. 그렇기에 이 모든 복선을 회수하며 진상을 보여주는 반전의 충격도 그 어떤 MCU 작품보다 강렬했다.
<전부 애거사 짓이야>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이는 이야기와 실제로 진행시키는 이야기가 다르다. 전자는 애거사가 주인공이다. 완다에 의해 모든 마력을 봉인당했던 그녀는 기억을 되찾은 후 자신만 아는 '마녀의 길'을 통과해 힘을 되찾으려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완다의 아들 중 하나인 빌리가 사실 생존했고, 그가 애거사의 봉인을 풀어 이용했다는 것. 쌍둥이 형 토미를 찾기 위해서.
그러나 '마녀의 길'의 끝에서 토미를 되살리는 데 성공한 빌리는 놀라운 진실을 깨닫는다. '마녀의 길'은 원래 존재하지 않는 장소였고, 단지 본인이 마법으로 만든 가상의 공간이었다는 것을. 이처럼 빌리의 시점에서 모든 복선이 맞아떨어지는 전개는 <완다비전>의 반전을 연상시키에 충분하다. 아니, 그 이상처럼도 보인다. <완다비전>에 비해 <전부 애거사 짓이야>는 명확한 복선을 보여주지 않았으니까.
사랑과 마법
본편 <완다비전>처럼 가족애와 마법의 비틀린 관계를 강조하기에 반전은 더욱 인상적이다. 그 중심에는 애거사와 아들 니콜라스가 있다. 애거사는 니콜라스를 출산한 직후에 그들 앞에 나타난 데스를 만나고, 데스에게 사정해서 간신히 아들과의 시간을 추가로 얻어낸다. 이후 애거사와 니콜라스는 마녀들을 유인해 그들의 힘을 빼앗는 삶을 살았고, 니콜라스는 그들의 일상에 멜로디를 붙여서 '마녀의 길'이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하지만 '마녀의 길' 노래를 완성한 그날 새벽에 데스가 니콜라스를 데려가자, 애거사는 이별의 아픔이 담긴 아들의 마지막 선물을 악용하기 결심한다. 마녀의 길 끝에서 힘을 얻으려면 마녀의 집회를 모아야 한다는 헛소문을 퍼뜨린 뒤, 집회에 모인 마녀들의 마력을 강탈하면서 더 강한 마녀로 거듭난 것. 멀티버스를 엉망으로 만든 완다만큼이나 삐뚤어진 방식으로 가족을 잃은 슬픔에 대처한 셈이다.
사랑이 남긴 아픔을 잘못된 마법으로써 극복하는 이야기는 빌리의 서사에서도 반복된다. 완다가 헥스를 닫을 때 유대인 고등학생인 윌리엄의 몸에 깃들어서 홀로 생존한 빌리. 가족을 포기한 엄마에 대한 원망과 형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한 그는 자기도 모르게 현실 조작 능력을 활용해 토미를 되살려 낸다. 다만 그 과정에서 다른 마녀들을 희생한 만큼, 빌리의 여정도 사랑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한 결과물이나 다름없다.
흥미롭게도 그들은 서로를 마주 보면서 아픔을 극복한다. 죽을 위기에 처한 빌리와 아들을 겹쳐 본 애거사는 자신을 희생해 그를 구한다. 완다를 원망하던 빌리는 아들을 만나기가 두려워 죽어서도 유령이 된 애거사를 보면서 모성애의 힘을 배운다. 그렇게 아들을 잃은 마녀와 부모를 잃은 마법사는 둘만의 집회를 만들고 토미를 찾아 나선다. 이는 <완다비전>에서 끝내 혼자가 된 완다와 절묘한 대비를 이루기에 더욱 의미심장하다.
다양성이라는 잔을 반만 채우다
이처럼 <전부 애거사 짓이야>는 본편을 성공적으로 계승한, 착실한 스핀오프라 할 수 있다. 다만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완성도가 만점에 가깝지만, 만점이라고 할 수 없다. 인종, 문화, 성적 지향성 등과 같은 다양성 관련 코드를 다소 편의적으로, 또 도구적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MCU에서는 백인 남성이 아닌 히어로나 조력자들의 수가 늘어났다. 여성 히어로의 수도 늘었고, 중국이나 파키스탄 등 여러 문화적 배경을 활용하고 있으며, 동성애자나 장애인 히어로도 하나둘씩 조명받고 있다. <전부 애거사 짓이야>도 마찬가지다. 단적으로 '애거사의 집회' 구성원만 보더라도 백인, 흑인, 동양인 마녀가 모두 포함됐다. 애거사와 데스, 빌리와 그의 애인처럼 동성애자 커플도 전면에 등장한다.
문제는 <전부 애거사 짓이야>가 다양성이라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번 드라마는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신호는 보내고 있지만, 그 신호를 작품 속에 온전히 녹여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상적인 지점이 없지는 않다. 일례로 애거사와 데스를 레즈비언 커플로 설정한 선택은 효과적이었다.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극적 긴장감을 고조하고, 애거사와 아들의 서사를 비극적으로 만드는 역할과 기능이 분명했다.
그에 반해 빌리와 그의 애인을 등장시킨 의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빌리의 동성애 성향이 강조되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기 때문. 빌리가 애거사를 이용해 토미를 되살리고자 하는 전개에 빌리의 애인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도 빌리의 이야기와 애거사의 서사는 완성도의 깊이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전부 애거사 짓이야> 속의 다양성이 절반 가량은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세계관도 챙기는 일석이조
그렇지만 <전부 애거사 짓이야>는 여전히 멀티버스 사가에서 오랜만에 접한 성공작이다. 본편에서 등장했던 주인공의 과거사와 후일담, 새로운 캐릭터의 성장 서사를 한 묶음으로 유려하게 풀어냈으니 그 자격은 충분하다. 이에 더해 MCU의 미래를 기대케 하는 여러 암시도 효과적으로 보여줬기에 이번 성공은 더 뜻깊다.
우선 빌리의 본격적인 데뷔는 캐시 랭, 케이트 비숍, 미즈 마블 등이 모일 <영 어벤져스>로 나아가는 중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데스'의 등장도 인상적이다. 초월적 존재로 묘사된 그녀는 <어벤져스> 쿠키 영상에서는 대사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토르: 러브 앤 썬더> 등에서는 배경으로 등장한 바 있다. 그런 그녀가 전면에 나서면서 <이터널스>처럼 더 초월적인 존재가 엮이는 큰 스케일의 이야기의 발판도 마련된 듯 보인다.
마지막으로 MCU 작품이나 세계관 외적으로도 기대할 만한 변화도 흥미롭다. 사실 MCU는 <전부 애거사 짓이야>를 시작으로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모든 실사 드라마에 '마블 텔레비전'이라는 별도 레이블을 사용할 예정이다. 과연 이러한 변화가 수년간 만족감이 낮아진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지 지켜보는 새로운 재미가 생긴 셈이다. 확실한 것은 <전부 애거사 짓이야>가 그 초석을 단단히 다졌다는 사실이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닥터 스트레인지의 멀티버스보다 흥미롭고 애절한 마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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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가 애니를 잘 못만든다고?
#애니메이션 #한국 #리뷰
#떠돌이 까치
1987/KBS1#아기공룡 둘리
1987/KBS1#달려라 하니
1988/KBS2#2020 우주의 원더키디
1989/KBS2#옛날 옛적에1
1990/KBS2#영심이
1991/KBS2#옛날 옛적에2
1991/KBS2#날아라 슈퍼보드
1991/KBS2#마법사의 아들 코리
1993/KBS2#초롱이의 옛날 여행
1993/KBS2#리뷰문의
adonai0919@gmail.com#트위치
https://www.twitch.tv/sura_chtr#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writerTrack: Syn Cole - Gizmo [NCS Release]
Music provided by NoCopyrightSounds.
Watch: https://youtu.be/pZzSq8WfsKo
Free Download / Stream: http://ncs.io/GizmoBut he knows the way that I take;
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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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수의 모든 것을 걸은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 본 영상은 '타짜: 원 아이드 잭'(타짜3)의 스포일러를 담은 리뷰입니다. 영화를 보시고 감상해주세요!
타짜3가 개봉했습니다. 오늘은 타짜 원 아이드 잭 리뷰입니다.
광수 형님의 엉덩이는 나오지만, 순정파 곽철용 형님 같은 특급 조연은 없었습니다.
재밌게 감상해주세요!#타짜3 #타짜원아이드잭 #영화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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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당신은 학생인가> 메인 예고편
왜 우리가 하는 공부는 고통스러울까?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갓 수능을 마친 학생들이 뭉쳤다.
그렇게 시작된 학생주도 교육개혁 프로젝트. 5년간 그들의 움직임은 학교를 다니는 사람을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민해야할 시사점을 던져준다. 당신은 학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