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Choice Movie2022-09-05 10:40:09
넷플릭스 9월 신작
넷플릭스 9월 신작
넷플릭스 2022년 9월 신작
한국드라마 추천5편
모범형사2
내가 직접 잡아넣는 사형수가 무죄라면?
그 억울한 누명 뒤에 사실을 은폐하려는 막강한 권련이 있다면?
그냥 조용히 묻어가는 게 상책일것이다
하지만 모범 형사는 달랐다
어떤 결과가 기다리든, 정의는 바로 세워야 하기에...
크리에이터: 조남국, 최진원
출연: 손현주, 장승조, 이엘리야, 오정세, 지승현, 손병호 등
장르: 범죄, 스릴러
공개: 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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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14년을 사살해 온 부부
그런데 남편이 사실, 연쇄 살인마라면?
강려계 형사 아내 앞에서 완벽한 남편의 모습을 연기해 낸 남자
아내가 연쇄 살인 수사를 시작하자, 그의 진짜 모습도 드러날 위기에 처하는데...
크리에이터: 김철규, 유정희
출연: 이준기, 문채원, 장희진, 서현우, 김지훈 등
장르: 범죄, 스릴러
공개: 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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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씨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우애가 두터운 세 자매
어느날, 이들이 부와 권력을 거머쥔 사람들의 음오에 휘말리게 되는데...
크리에이터: 김희원, 정서경
출연: 김고은, 남지현, 박지후, 위하준, 엄지원, 엄기준, 김미숙 등
장르: 미스터리
공개: 9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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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
남미에서 마약 조직을 운영하는 한국인 마약왕
그를 체포하려는 정부의 비밀 작전에 한 평범한 사업가가 합류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시리즈
크리에이터: 윤종빈, 권성휘
출연: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장첸
장르: 스릴러, 액션
공개: 9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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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전원일기
원치 않게 대도시에서 시골 마을로 이사한 수의사,
그리고 그 마을의 최고 인기녀이자 귀여운 비밀을 간직한 파출소 순경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남녀가 만나 따듯한 전원 로맨스를 선보이는데...
크리에이터: 권석장, 백은경
출연: 박수영, 추영우, 백성철, 정석용, 백지원 등
장르: 로맨틱, 웹드라마
공개: 9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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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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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하고, 더럽고, 수치스럽고, 아름다운 사랑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초청받은 시사회에서 감상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내게 일은 이미 일어났다, 그것은 금지된 무엇이었다. 특별하고, 더럽고, 수치스럽고, 아름다운.”
헤르타 뮐러의 소설 <숨그네>에서 본 이 구절에 오랫동안 매료되었다. 특별하고 아름답다는 말이 더럽고 수치스럽다는 말과 만나 빚어진 독특한 매력이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지만 너무 좋았다는 감정은 확실했다. 소설에서 저 말은 레오폴트라는 소년이 동네의 남자들과 몰래 한 ‘랑데부’를 가리키는 말이다. 세계대전이 뒤덮은 끔찍한 세상에서 소년에게 중요한 건 동성애라는 비밀이었다. 끔찍할 정도로 죄책감이 드는데도 ‘금지된 무엇’에 이끌릴 수밖에 없는 소년의 마음이 저 한 문장에 완벽하게 담겨있다.
좋아하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저 문장을 좋아하기만 했지, ‘특별하고, 더럽고, 수치스럽고, 아름다운’ 게 어떤 건지 제대로 이해한 적은 없었다. 어쩌면 나는 오히려 그 이해 불가능성 때문에 저 문장을 여태 좋아했을 것이다. 그렇게 몇 년 동안 내 마음에 간직되던 문장은 최근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 <퀴어>를 보고 갑자기 막연하게 예쁜 문장에서 처절한 문장으로 달라졌다. <퀴어>를 보고 생각했다. 원래 사랑은 특별하고, 더럽고, 수치스럽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내가 빠져든 건 네 찬란함일까, 젊음일까” 1950년대 멕시코시티. 미국에서 도망친 뒤 마약과 알코올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작가 리.
함께할 수 있는 상대라면 누구든 상관없었던 리는 태양이 마지막 열기를 태워내며 타오르는 오후에 아름다운 청년 유진을 만나 첫눈에 빠져든다.
노골적인 관심과 구애 끝에 유진과 특별한 밤을 보낸 리. 하지만 마음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유진의 태도에 리는 점점 더 그를 갈망하며 집착하게 되는데…
루카 구아다니노가 빚어내는 사랑
<퀴어>의 줄거리 정보와 예고편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역시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대표작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일 것이다. 똑같이 두 남자의 사랑을 다뤘고, 뜨거운 여름을 배경으로 복고 감성의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인 점, 그리고 두 작품 모두 소설을 원작으로 다뤘다는 점이 그러하다. 나 역시 영화를 보기 전까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기대하고 있었다. 초반부는 예고편에서 느낀 감상과 비슷했지만, 비슷한 건 겉으로 드러나는 연출 분위기일 뿐 오히려 정반대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인상을 받았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여름 한 철에 피어오른 불꽃 같은 사랑 이야기다. 아빠의 연구 작업에 따라간 엘리오와 엘리오의 아빠와 연구를 함께하는 올리버. 두 사람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사랑을 찾았고, 열병을 채 끝내기도 전에 이별을 맞이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만이 기록된 사진과 같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이 영화의 여운을 즐기는 것도 찬란함만 남은 미완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퀴어>는 시작부터 다르다, 미국에서 도망쳐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주인공 '리'는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남자를 찾느라 바쁘다. ‘예상치 못한 운명적 사랑’은 이 영화에서 처음부터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리는 사춘기 소년 엘리오처럼 젊고 아름답지도 않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앤드루 숀 그리어의 소설 <레스>가 떠올랐는데, 두 작품 모두 중년 게이의 자기연민을 다루기 때문이었다(직업도 모두 작가다). <레스>에서는 그 이유가 명확하게 나온다. 자신보다 먼저 태어난 선배 게이들은 모두 일찍이 에이즈에 걸려 죽었기 때문에 앞으로 이어질 삶의 레퍼런스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리에게도 똑같은 불안을 느꼈다. 1950년대에 리의 롤모델이 되어줄 선배 게이가 나타날 리가 없다(아예 없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위험천만한 삶을 지탱한 건 젊음이었는데, 이를 잃어버린 삶은 끔찍할 정도로 불안하고 지루했을 것이다.
마음에 드는 남자만 보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진’은 특별한 이끌림을 준다. 동성애자가 아닐 수도 있는 유진에게 시간을 할애하는 것부터 리가 그를 한순간의 쾌락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럼 유진과 비로소 아름다운 사랑을 펼치나? 아니다. 오히려 리는 유진과 가까워질수록 자신과 달리 젊고 찬란한 그를 보며 불안하고 조급해진다. 가닿았다고 느끼면 발을 빼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유진은 존재 자체로 리를 초라하게 만든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물론이고 아들의 친구를 사랑한 <아이 엠 러브>, 식인종의 사랑을 다룬 <본즈 앤 올>, 테니스를 소재로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한 두 친구의 팽팽한 긴장 관계를 보여준 <챌린저스>까지 그동안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빚어낸 사랑은 형태는 다양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진심이라는 것만은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퀴어>는 아니다. <퀴어>에서 유진은 철저히 타자화되고, 리의 감정만이 선명하게 전달된다.
유진을 사랑하고 난 뒤로 ‘방탕한 소설가’에 지나지 않았던 리는 한없이 찌질해지기도 하고 비굴해지기도 하고 불안해지기도 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이며 그에게 집착한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두 사람이 어떤 사랑을 했느냐’가 아니라 ‘사랑에 빠진 리가 어떻게 변하느냐’이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앞선 영화들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감각적으로 묘사했다면, <퀴어>는 더 깊이 들어가 사랑이라는 게 뭔지, 사랑에 빠진 인간의 내면이 얼마나 추잡해질 수 있는지, 우리는 왜 사랑에 빠지는지 질문한다.
리와 함께 이 질문을 파고들던 나는 영화를 다 보고 느꼈다. 사랑은 원래 추잡하구나. 사랑은, 특별하고, 더럽고, 아름답고, 수치스러운 것이구나.
내가 사랑하지 않는 이유
<퀴어>는 제목 그대로 정말 기묘한 작품이다. 사랑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괴로운 것도 처음이었다. 영화를 볼 때 주인공에게 공감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인데, 리는 매번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과 행동만 골라서 했다. 그가 중년 게이라서가 아니다. 사랑에 대한 태도가 나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난 사랑 앞에서 저렇게 처절해지고 싶지 않다.
멜로 영화는 대부분 사랑의 아름다운 점을 보여주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는 내가 사랑을 기피하는 포인트를 알게 되었다. 나는 리가 마음을 알 수 없는 유진에게 집착할 때, 유진의 곁에서 약물 부작용으로 추한 모습을 보일 때 제발 그만하라고 마음속으로 절규했다.
사람은 무언가를 좋아할 때보다 싫어할 때 진심이 드러난다. 리의 특정 행동이 괴로울 때마다 영화가 나를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그렇다. 나는 확신할 수 없는 상대에게 애정을 쏟아붓는 게, 타인에게 내 밑바닥을 보이는 게 너무 괴로워서 사랑이 두려웠다. 나는 사랑 때문에 그 무엇도 감수하고 싶지 않다. 영화를 보는 내내 리에게 묻고 싶었다. 정말로 사람은 외로운 것보다 괴로운 게 나은 걸까?
나의 지나간 사랑을 생각하면 방어적으로 군 기억밖에 없다. 나 자신이 너무 싫으니까 상대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며 함부로 그 마음을 과소평가하고, 나의 결핍은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숨기기에 급급했다. 괴로운 것보다 외로운 게 나은 나는 상대가 누가 되었든 내 결핍을 모를 수 있는, 안다고 해도 내가 개의치 않을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해야만 마음이 편했다. 그래서 유진과 함께할수록 오히려 더 처절해지고 외로워지는 리에게 그만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실 마음 한편으로는 그렇게까지 사랑에 자신을 내던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영화를 보고 반성했다거나 앞으로 열렬하게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하진 않았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고, 난 지금 내 삶의 방식이 마음에 든다. 다만, <퀴어>를 통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사랑의 심연을 확인하고, 저런 형태의 사랑도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루카 구아다니노 필모그래피 중에서 <퀴어>는 지난 작품에서의 사랑을 모두 종합해서 결론을 낸 느낌이 든다(물론 그는 이후로도 왕성하게 활동할 것이다. 그러기를 바란다). <아이 엠 러브>의 위태로운 금기의 사랑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여름 한 철의 낭만적인 사랑, <본즈 앤 올>의 끔찍하고 절절한 사랑과 <챌린저스>의 자극적인 사랑을 지나 당도한 <퀴어>의 사랑이 내게 말한다.
사랑은 원래 특별하고, 더럽고, 수치스럽고, 아름답다고. 그건 너라는 존재도 마찬가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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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에게 ‘식구’가 되어 살기로 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개봉을 앞두고, 모든 것을 꽁꽁 숨겨둔 마케팅을 하고 있는 지브리 스튜디오. 나는 이 와중에 이번엔 어떤 음식이 나올까 기대를 하고 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영화는 애니메이션이라는 형태를 빌어 가족, 다양성, 전쟁, 환경문제등 여러 주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코 ‘먹방’이 아닐까. 일본의 어느 가게에선 지브리 음식을 실제로 재현하고 있다고 마케팅을 하고, 애니메이션 이름을 딴 정식까지 출시 될 정도이니, 이쯤 되면 지브리와 음식은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가 틀림없다.
지브리 영화에서 음식은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엄마, 아빠가 지나치지 못하고 먹던 음식은 ‘유혹’이며, 가오나시가 받던 음식은 ‘권력’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브리 스튜디오 영화 속 음식 중에 유난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으리으리하게 멋지고 화려한 요리들이 펼쳐진 장면이 아니라,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소박한 한끼를 표현한 장면들이다.
엄마 아빠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치히로는 하쿠가 만들어 온 주먹밥을 건네 받고 먹으며 안심하고 서러운 감정을 드러 낼 수 있었다. “많이 힘들었지? 어서 먹어.”하고 남은 주먹밥을 건네는 하쿠의 대사에서, 누군가의 편이 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님을 생각한다. 포뇨가 배가 고플까봐 샌드위치 속 햄을 나눠 주는 소스케, 인간이 된 포뇨와 함께 인스턴트 라면을 만들어 먹으며 포뇨가 좋아하는 햄을 잊지 않은 마음.
함께 먹으며, 우리는 가족이 되어 가는 지도 모른다. 외로운 상황에 따뜻한 온기를 더하며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는 장면에서 유독 더 맛있게 느끼지는 음식들, 그 것을 나누어 먹으며, ‘식(食)구(口)’가 되는 장면은 다시 봐도 또 보고 싶다.<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삼각주먹밥
<하울의 움직이는 성> 하울정식
<벼랑위의 포뇨> 라면
<이웃집 토토로> 도시락
<귀를 기울이면> 나베우동
<마녀배달부 키키> 프렌치토스트
<마녀배달부 키키> 청어파이
<마루밑 아리에티> 수프
<바다가 들린다> 도시락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팥찐빵
<하울의 움직이는 성> 티타임
영화 속의 좋았던 장면의 음식들은 특별할 게 없다. 빵, 샌드위치, 스프 어떨땐 그저 따뜻하게 끓인 물에 꿀을 듬뿍 한 스푼 넣은 꿀물일 때도 있고, 간단한 인스턴트 라면일때도 있지만, 온기를 나누는 데는 서로 마주 볼 작은 테이블과 함께 하는 마음만 있다면 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영화가 개봉할 때 마다 영화 속 음식이 화제가 되었던 만큼,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이번 영화에선 어떤 음식으로 우리를 따듯하게 만들어 줄지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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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씩 네 거 만들면 돼
씨름. 이 얼마나 낯선 운동인가. 영화 관람 전, 그런 생각을 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종목인데 다큐멘터리로 보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런 의문을 알고 계시는지 영화 상영 전, 감독님이 짤막한 코멘트를 덧붙이셨다. 운동 종목으로 보면 낯선 스포츠일지언정 그 단어는 우리 일상 깊은 곳에 뿌리내렸다며.
힘들고 어려운 일이나 사건을 마주할 때 '문제와 씨름한다'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힘이 아주 센 사람에게 '천하장사' 수식어를 붙인다. 우습게도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은 이토록 작고 사소한 지점이다. 우리네 삶이 어찌나 평탄치 못한가. 몇 번이고 머릿속이나 입 밖으로 튀어나왔던 단어의 뿌리를 아주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무척 반가웠다.
그렇게 씨름, 특히나 여자씨름을 했었고, 하고, 앞으로도 할 사람들의 이야기에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소재 특성상 특별한 스포일러는 없다지만, 영화 내용 상당 부분을 담았다.
영화의 첫 장면을 명확히 기억하긴 어렵지만, 도입부는 떠오른다. '씨름'을 보여주는 몇 가지 이미지들. 그리고 씨름하는 사람들이 나왔다. 인터뷰 형식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나같이 한 선수의 실력에 저마다의 방식으로 감탄하고 존경하는 모습이었다. 여자천하장사 타이틀을 최초로 걸고, 2대, 5대, 6대, 7대, 13대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진 선수, 임수정. 일반인이 보기에도 대단한 횟수인데 같은 선수가 보기엔 또 얼마나 대단할까.
그의 초대 수상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화면이 무척 조악한 화질을 갖고 있어서, 눈으로도 체감했다. 모자이크 처리한 것처럼 무척 깨지던 화질부터 기술의 발전으로 해상도가 훨씬 큰 화면에 닿을 때까지 같은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을. 무언가 한 가지 일을 오래도록 해온 사람도 신기하지만, 최정상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건 더욱이 놀라울 일이다.
임수정 선수의 일대기만 해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쌓이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영화의 재미나 가치는 훨씬 덜했을 것 같다. 씨름은 본디 상대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스포츠 아닌가. 씨름판에서 서로를 마주 보며 무릎을 꿇고, 샅바를 붙든 채 한 사람이 먼저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반대편 사람도 뒤따라 몸을 일으킨다. 상대를 자신의 품에 들이는 자세이니만큼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만치 가깝다.
나의 숨소리가 상대의 귓가를 울리고, 상대가 내 귓가에 숨을 쉬고 뱉는다. 숨과 땀, 그리고 힘을 서로의 귓가에서 나누는 스포츠는 처음 보았기에 퍽 다정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선수들의 관계도 자매처럼 비친 것 같다. 투닥대는 말투나 장난기 넘치는 표정은 2000년대의 생활형 예능처럼 소박하고도 자연스러웠다.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만큼 인물이 중요한 장르는 없다고 본다. 사람들을 들여다보며 기록하는 것 자체로 의미가 만들어지기에 진솔한 모습을 속속들이 담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물이 자신의 자취를 좇는 카메라를 어려워하거나 숨기려 드는 순간, 그가 풍기는 거부감이 일순 화면 너머로도 전해진다. 그 흔적이 보일수록 몰입은 어려워지고 만다.
<모래바람>을 유쾌하게 즐길 수 있었던 건 이 영화에 담긴 사람들이 유쾌해서다. 그들 각자가 그러하고, 그들이 서로 주고받는 것이 그러하다. 쉽게 말해 케미가 있다. 어찌 보면 물 흐르듯 넘치는 자연스러움을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아침에 눈 뜨고 밤에 잠들기 전까지 하루종일 시간을 함께 하고, 쉬는 날에도 함께 놀러 다니다 보면 눈빛만 봐도 척척 알아듣는 사이가 될 수밖에 없다.
하물며 우리가 가족과 척하면 척하고 서로의 선을 지킬 수 있게 되는 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쌓인 관계에서 나오는 일종의 노하우다. 하물며 훨씬 머리가 커진 때에 이토록 친밀한 관계가 된다는 건 그만큼의 시간을 함께한 것이고, 다른 말로 하면 그만큼 오래 씨름을 해왔단 의미이다.
운동하고, 시합 준비하고, 시합하고, 피드백을 주고받고, 다시 운동하고. 매일을 켜켜이 쌓는 작업을 고작 몇 시간 혹은 몇 분 안에 담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인물들의 말과 행동에서 묻어 나오는 그 자연스러움을 통해 착실히 쌓아온 매일을 얼핏 예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엇비슷한 방향을 똑같이 걷는 듯해도 종래엔 자신의 길을 개척하러 가는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았다. 여자씨름팀 '콜핑'을 주축으로 선수들이 자라나다가 또 다른 도전을 할 곳을 찾아 떠나는 게 정해진 수순으로 보일 정도로.
그들이 그려간 궤적은 우리네 삶을 엿보는 듯했다. 인생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라서, 내가 걷는 길을 함께할 사람이 주변에 모여들고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그들 각자만의 길로 갈라진다. 앞서 말했듯 삶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므로.
이게 맞는 길인지, 내가 잘하고 있는지 아리송한 순간은 언제든 한 번씩 찾아온다. 순간이 길어지면 시기가 된다. 그 시기엔 몇 가지 이름표가 있고 말이다. 슬럼프 혹은 번아웃. 어딘가 구렁텅이에 빠졌거나 홀로 걸음을 멈춘 상태라는 예감이 들 테지만, 그런 이에게 주저 없이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길이 맞다. 당신이 선택해서 걷고 있으므로. 과정에서 확신은 없어도 좋다. 흔들리면 흔들리는 채로 그저 자신의 것을 만들어 가면 된다. 결코 외롭진 않을 거다. 함께, 각자, 때로는 같이할 사람들이 언제든 있기 마련이니까. 물리적으로든 심적으로든.
종목에 상관없이 스포츠 경기를 볼 때면 종종 이런 맥락의 이야기를 응원으로서 건넨다.
괜찮아, 네 거 해.
하나씩 네 거 만들면 돼.어느 판에, 어느 길에 들어섰듯 내가 가진 걸 믿고 하나씩 해나가기. 과정으로서 완성하기. 씨름하는 우리 모두의 한판 승부를 응원하며, 글을 마쳐본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 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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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에서 본] 액션의 바이블, 존멘(John-men)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매트릭스, 1999-2003>시리즈 이후 이렇다 할 대표작 없이 표류하고 잊히는 배우가 되어가던 "키아누 리브스"의 <존 윅>은 "하나의 조직을 쓸어버리는 전직 킬러"의 내용을 담은 여느 영화와 다를 게 없었다.
다만, 그 이유에 "애완견(정확하게 사별한 아내가 남긴!)"이었지만 귀여운(?) 동기와 다르게 담아낸 액션은 2010년대를 대표할 만큼 큰 파급력을 남겼다!
그리고, 할리우드를 떠나 모든 속편들이 그렇듯이 <존 윅>도 숫자를 더할수록 몸집이 커졌지만 평가와 반응은 날로 갈수록 뜨겁기만 하다!전작에서 "최고 회의"와 싸우기로 한 "존 윅"은 최고 회의가 앞세운 "그라몽 후작"과의 대결을 결정한다.
이에 "그라몽 후작"은 "존 윅"의 오랜 동료였던 "케인"을 앞세운다.
고민도 잠시,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협에 "존"은 거침없이 총을 드는데...1. 나도 움직이고 있네?
앞서 말했듯이 (사별한 아내가 남긴) 애완견과 자동차를 시작으로 <존 윅>은 간단한 시놉과 어마어마한 액션을 주 볼거리로 내세운 영화다.
108분이라는 분량에서도 보듯이 머리를 비우는 목적을 둔 작품이나 2편을 시작으로 등장한 "최고 회의"의 존재로 세계관이 넓혀지기 시작한다.
2편의 분량이 122분, 3편이 131분, 그리고 이번 <존 윅 4>가 169분이니 점점 높아만 가는 숫자는 기획부터 정교한 게 아님을 자백한다.
그럼에도, 갈수록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엔 <존 윅>은 이야기를 허투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결국, 사람들이 <존 윅>의 관람을 택하는 이유는 "액션"에 있다.
<존 윅>이 나오기 전의 모든 액션 영화들의 패턴을 기억하자면, 카메라를 전부 보여주기보단 부분만을 보여줘 "핸드헬드"와 초점을 흘려낸다.
나름 1인칭 시점으로 보여줘 액션의 박진감을 낸다고는 하나 이는 관객들의 멀미(?) 혹은 어지러움을 만들어낼 뿐이다.
그래서, 1인칭이 아닌 3인칭으로 시점을 둬 모든 행동을 보여주는 <존 윅>에겐 "멀미"는 없겠지만 문제는 멋이 없어지고 만다!영화와 드라마 혹은 이야기가 있는 작품에 있어 "감정 이입"은 "몰입"을 의미하고, 액션이 주된 작품에서 "몰입"을 어떻게 나타날까?
그건, 나도 모르게 그 장면을 따라 하고 있는 손과 발을 두 눈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존 윅>의 액션이 바로 이에 속한다!
권총의 파지법부터 "연필"까지 <존 윅>의 모든 액션들은 따라 하고픈 마음보다 행동에 앞서고 만다.
이번 4편의 액션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2. 몸에 비해, 마이크 웍은 여전히...
이제는 온전히, 그를 좋아할 수는 없지만 "성룡"의 <취권>은 아파하는 리액션으로 신기원을 만들었다.
이처럼 <존 윅>에서 보여주는 그의 액션은 멋지기도 하면서, 바닥을 기어 다니거나 총알을 다 떨어진 총을 상대에게 집어던지는 현실적인 모습에 묘한 친근감을 느끼게 만든다.
여기,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케인"의 설정부터 "자토이치(맹인검객)"을 연상시켜 어설퍼 보이는 행동과 달리 살벌한 행동들은 묘한 "갭모에"를 일으켜 깊은 인상을 남긴다.이외에도 "파리 개선문"을 비롯해 "222 계단"까지 시퀀스로 펼치는 액션들은 이번 4편의 기나긴 러닝타임을 깜빡하게 만들 만큼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다.
다만, 아쉬운 점은 캐릭터들 간의 이야기가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결말이 정해졌다 한들 "존 윅"이라는 캐릭터와 싸워야 하는 동기가 있어야 그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하나 이번 4편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몸짓에 비해 입씨름은 영 약하기만 하다.이번 영화에서 상대역과 메인 빌런으로 등장하는 "케인"과 "그라몽 후작"만 하더라도, 인질로 "딸"이 잡혔거나 위협하는 단조로운 모습만을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트위너"로 나오는 "노바디"만 하더라도 "존 윅"의 정체성과 같은 애완견에 대한 사고 관념을 재확인할 뿐이다. - 어찌 보면, 세대교체를 염두에 둔 캐스팅일까?
결국, 엔딩에서 보여준 장면 또한 쾌감보다는 쿠키와 함께 넓혀지는 세계관만을 확인하는 것 말고는 없었다.· tmi. 1 - 쿠키 영상 1개가 있다!
· tmi. 2 - 당초 4편은 5편과 함께 제작되었으나 현재, 5편에 대한 제작은 보류 중이다.
· tmi. 3 - 공개 예정 중인 <발레리나>는 본편 3편과 4편 사이의 "인터퀄"이며, 드라마 <콘티넨탈>은 "윈스턴"의 젊었을 적 시절을 담아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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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과의 안녕이 정말 이별은 아니겠지요
갑자기 분위기 아담 워록
어느 날의 노웨어. 가오갤 멤버들은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딱 한 명은 다르다. 가모라를 떠나보낸 스타로드. 타노스와의 일전 도중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이다. 사실 가모라는 살아있다. 다른 평행우주선의 가모라일뿐. 스타로드와 사랑에 빠졌던 적이 없던 세계의 가모라. 스타로드를 보더라도 모르쇠 한다. 마음에 구멍이 난 스타로드. 수많은 은하수들 속에서 별이 되어 반짝였던 가모라는 이제 추억이 되어버렸다. 술로 하루를 지내는 스타로드. 그 어떤 일로도 상실감을 채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시 노웨어. 로켓은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 트라우마처럼 피어오르는 기억들. 로켓은 애써 머릿속을 지우기로 한다. 무작정 스타로드의 zune에 이어폰을 연결한다. 들리는 노래는 라디오헤드의 ‘Creep’이었다.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들. 로켓의 시선에 맨티스와 드랙스가 보이고, 네뷸라와 그루트도 보인다. 그래. 현재에 집중하는 거야. 스타로드와 mp3인 zune을 건드리지 말라고 티격태격 말다툼을 벌이는 로켓. 시간이 지나 로켓도 일과를 마치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노웨어에 쳐들어온다. 빠른 속도로 달려온 아담 워록. 느닷없이 로켓을 공격한다. 당황하는 노웨어 사람들. 네뷸라가 대응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드랙스 역시 마찬가지다. 겨우 상황을 정리했지만 로켓이 치명상을 입은 건 어쩔 수 없었다. 다시 한번 뭉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스타로드는 가오갤의 리더로서 로켓을 구하기 위한 모험을 떠나자고 독려한다.
퇴사 5분 전
6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동안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와 <어벤저스 : 엔드게임>으로 나름대로의 서사를 이어갔던 가오갤 멤버들. 최근 마블이 새로운 히어로들을 출시함에 따라 이들의 행보를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 제임스 건이 메가폰을 잡는 게 확정이 됐고 이내 이 작품이 시리즈를 끝내는 작품이 되는 것이 확정됐다. 이 말은 즉슨 제임스 건이 이 영화를 마무리하고 MCU에서 하차한다는 말이 된다.
영화는 감독의 이 입지를 잘 활용하듯 기존 마블영화에서 약간 벗어난 것 같이 보인다. 우선 첫 번째. 영화에서 액션 비중이 덜 중요하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다른 시리즈물들에 비해서는 살짝 약하긴 하다. 이는 여태까지 만들어진 페이즈 4,5의 영화들이 갖고 있던 패턴을 깨려고 했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 그 액션 쾌감을 어디서 채웠나? 로켓의 과거회상과 SF적 상상력이다. 전자 로켓의 과거회상은 영화가 갖고 있는 윤리적인 문제를 표현한다. 이 전자도 중요하지만 후자 'sf적 상상력'은 특히 더 중요하다. 사실 4 페이즈 이후 마블 영화들이 시각적 상상력이 약했다는 것은 아니다.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의 탈로칸, <샹치 : 텐 링즈의 전설>에서 만다린이 이끄는 마을,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에서 양자역학 월드 등 나름대로 성의 있는 묘사가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들이 갖고 있는 시각화의 단점은 뭔가 어디서 본 것 같다는 느낌이다. 탈로칸은 <아바타> 시리즈에서, <샹치 : 텐 링즈의 전설>은 할리우드가 바라본 동양문화에 대한 동경을 어느 정도 따라왔다는 점이,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는 <스타워즈>에서 봤다는 기시감이 느껴진다. 글쓴이는 이 작품이 이 영화들과 다른 차이점을 갖는다는 것이 예상이 안 됐다는 점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뭐 일부 크리처는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 <제5 원소>에서 본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어떤 소재를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개성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우주선에서 어떤 파일을 가져가기 위해 도착한 한 장소가 그렇다. 여기서 전개되는 거의 모든 이야기는 클리셰를 뒤집는다. 이렇게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시각화가 영화의 중심이고 가장 큰 장점이 된다고 해서 액션이 약하나? 그건 또 아니다. 아담 워록이 갖고 있는 액션은 생각해 보면 좀 익숙하다. 멀리 안 가도 '이터널스'의 이카리스나 '캡틴 마블'이 갖고 있는 특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빨리 달리기형 빌런중에서는 이 아담 워록이 가장 매력적이었을 정도로 영화는 상상력을 충분히 가진 채로 질주한다.
또 히어로 무비의 기본문법을 살짝 벗어났다는 느낌이 든다. 이 부분은 영화에서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동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선 빌런의 활용법이다. 본작의 빌런은 아버지와 아들이다. 원래 슈퍼히어로 영화 하면 빌런이 선량한 인물들을 공격하거나 이야기의 전개를 뒤엎는 경우가 많다. 가령 같은 mcU에서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아이언맨이 캡틴아메리카에 대응했던 방식은 빌런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아이언맨이 얼마나 정의로운 인간인과는 별개로). 또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저>에서도 버키가 스티브의 오랜 친구인 것과는 별개로 작중에서 빌런 롤을 맡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아이언맨이나 버키처럼 무력이 강한 인물도 빌런이 될 수 있지만 반대의 측면도 있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어벤저스 간의 분쟁을 조장하는 인물 제모 남작은 무력이 그렇게까지 뛰어난 인물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세치 혀 놀리는 능력과 뛰어난 기획력으로 어벤저스 간의 갈등을 유도한다. 이런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서 빌런 활용법은 연작들이 첩보/스릴러 영화같이 느껴지게 만드는 연출방식 중 하나가 되었다. 이렇게 변박을 주는 빌런 연출법은 이 영화에도 쓰인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함의하고 있는 후반부의 한 대사가 있다. 또 어떤 장면이 반복됨으로써 주는 감동이 있다. 이 두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서 빌런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봤는지를 주목해서 관람한다면 영화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반대측면에서 이 지점은 영화의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가오갤 멤버들의 서사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슈퍼히어로 장르의 특성을 어느 정도는 취한 듯 보이지만 빌런의 존재감이 약하게 느껴진다는 건 기대에 못 미치는 지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 같이 함께
우리들 중 많은 사람이 '어벤저스'시리즈들을 좋아했다. 글쓴이가 좋아했던 이유는 '액션을 잘 뽑아서'였다. 그러나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 깊던 장면들은 '연대'라는 가치에서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뭐 대표적으로 <어벤저스 : 엔드게임>의 일부 장면이 생각난다. "어벤저스! 어셈블" 장면은 타노스와의 전투를 앞두고 슈퍼히어로들이 하나 결집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면이다. 바로 전작이었던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의 핑거스냅으로 슈퍼히어로들이 사라지는 장면은 히어로들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관객들 역시 봐왔기 때문에 느껴지는 감정선이었다. 이 작품은 어느 부분에서는 슈퍼히어로물의 클리셰를 부쉈지만 한 편으로는 그 어떤 영화보다 강하게 특색을 유지했다. 무슨 말이냐. 영화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 그리고 내지는 모든 등장인물들이 강박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이 있다. 당연히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인데, 이 장면은 온갖 판이한 세상이 판치는 영화의 세계관에서 유일하게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행위라는 점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가진다.
이 공감대는 제임스 건이 얼마나 변태적인 인간(?)인가를 느끼게 한다. 첫째. 영화의 등장인물들을 '사람으로 국한 짓지 않았다는 점'이 그렇다. 아니 뭐 sf영화에 등장인물이 사람이 아닌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이것이 강점처럼 느껴진다. 왜냐. 이 낯선 세상을 몰입시킬 공감대는 전적으로 인간적인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영화의 이해가 쉽다는 이점이 되고, 또 간단한 이미지인 원형(O)의 형태가 인물들끼리 반복되기 때문에 주제적인 측면에서도 관객이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게끔 한다. 이 연대의 이미지는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소재인 동물 실험과도 관련이 있다. 인간과 동물이 큰 차이가 없어서 이런 일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역시 윤리적인 문제에 부딪힌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따뜻한 가족 영화
뭐 다른 마블의 시리즈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작품 역시 가족영화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마니아>에서의 찐 부녀관계나 <블랙 위도우>에서의 대안가족적인 특성이 그 예시다. 당연히 온 가족이 가서 보기 좋은 영화를 목표로 이런 작품들을 만들어 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모름지기 칭찬도 1절만 해야 한다. 사실 마블이 페이즈 4에 돌입하고 나서 이런 가족영화적인 특성을 사골국 우려먹듯이 반복했던 것도 사실인 듯하다(그래서 가족의 해체를 다뤘다는 점에서 <문나이트>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렇게 매번 반복되는 지루한 루틴을 제임스 건은 어떻게 주파했을까? 이 아저씨는 동물과 인간의 연대, 그리고 캐릭터 간의 떡밥수거로 해소했다.
우선 로켓이 개조실험을 받기 전후에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 이 동물 친구들은 종류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가족이라 보기 어렵다. 그러나 영화에서 이 네 캐릭터가 쌓아 올린 서사는 <블랙 위도우>의 대안가족을 연상케 한다. 사실 이 네 등장인물들이 갖고 있는 이야기는 우리가 알던 인물 서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물들이 왜 이런 상황에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익숙한 이야기임에도 변주를 줬다는 걸 알게 한다. 단순히 동물보호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것? 그런데 이게 슈퍼히어로 장르에서, 특히 마블 영화가 이런 플롯을 갖고 있었다는 점은 가족영화로서의 틈새시장을 잘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 송태섭 서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짠 것과 궤를 비슷하게 하는 셈이다.
이 부분은 대조적인 측면에서도 이어진다. 가오갤 멤버 중에 유일한 사람이 누굴까? 스타로드다. 스타로드는 사실 비극적인 가족사를 갖고 있다. 이기적이었던 친부와 실질적 아버지 역할을 했던 욘두와의 서사는 우리가 1,2편을 보고 난 다음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 아버지 같지도 않은 아버지와 아들 간의 서사는 영화에서 반복되는 지점이 있다. 이 부자관계 모티브는 위에서 서술했던 영화의 원형 이미지와 시너지가 있다. 인물들 간의 대비를 더 강조시키는 느낌? 이 대조를 활용한 함께의 이미지는 영화의 쿠키영상까지 이어지는 따뜻함과 이어진다. 이렇게 정석적인 가족영화 클리셰의 반대지점을 정확하게 찔러서 이야기를 펼쳤다는 것이 이 영화의 메시지나 가오갤 멤버들의 개성과도 어울린다는 점은 제임스 건이 얼마나 똑똑한 사람인지 알게 한다.
그나마 뽑자면
오랜만에 마블 영화의 정수가 나왔다고 생각하지만 아쉽게 느껴지는 지점은 있다. 바로 빌런인 하이 에볼루셔너리다. 이 사람의 내면묘사가 조금 더 들어가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 이 인물이 이런 능력과 성격을 가져야만 한다는 건 대안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인물이 몇 없는 패턴으로 후반부까지 끌고 간다는 점은 이게 최선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 철학적인 소재들이 더 들어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인물들이 살짝 연극적인 느낌이 있다. 특히 스타로드 쪽이 그렇다. 영화를 보면서 살짝 끊긴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어떤 대사들은 마음을 알린다. 후반부 그루트와 워록의 대사가 그렇다. 그러나 워록과 하이 에볼루셔너리 이야기나 트랙스 쪽의 연기나 서사는 살짝 작위적인 느낌? 그러나 앞서 두 가지가 영화 관람에 있어 발목을 잡지는 않는다.
‘제임스 건’ 해버렸다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하이라이트는 음악이다. 이 부분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처팝송의 p도 모르는 글쓴이마저도 알고 있는 제일 첫 번째 삽입곡부터, 극후반부까지 영화를 더 따뜻하게 만드는 연출 지점이 된다. 글쓴이는 이런 음악의 활용을 보면서 제임스 건이 영화라는 매체를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마블이 다시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까? 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제임스 건 같은 인재가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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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냥감이 되거나 사냥꾼이거나 둘 다 아니거나
굉장히 오래전 일이다. KBS의 <해피 투게더>에 나와서 모 래퍼가 어떤 분에게 랩을 한다. "인생의 진리지!" 이 한 줄은 많은 커뮤니티를 오고 가며 밈이 된다. 약간 모든 게 완벽한 너. 너는 인생의 진리지!라는 식의 가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랩을 했던 사람이 자기 계발에 진심인 분이었어서 그 분 특유의 오그라드는 감성과 잘 맞았다.이 깔끔한 캐릭터성은 지금 봐도 웃긴 코미디 소스다. 그런데 코미디는 코미디고 완벽한 건 참 부러운 일이다. 비단 나만 해도 머리가 안 좋고 키가 작다. 그리고 소심하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과는 머리가 먼 느낌이다. 나도 다 잘하는 사람이고 싶다. 노력은 하는데 이상과 현실이 괴리가 있는 느낌.. 하하..
이정재 배우 역시 찾아보면 단점이 있을 것이다. 그의 인생사가 편하게만 전개되지는 않은 것 같긴 하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았던 적도 있으니 지금까지도 유효한 비판일 거라 생각한다. 근데 이 이정재 배우는 작년 <오징어 게임>을 필두로 중년 운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관상>으로 재기의 시발탄을 쏘아 올리면서 그의 커리어가 다시 시작됐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포스 있는 액션 연기로 무비스타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 그다음 작은 <오징어 게임>이었다. 국제적으로 가장 흥한 드라마인 이 작품. 미국의 어느 에이전시와 계약했고 마블과의 링크도 뜨고 있는 건 정말 신기하다. 엥? 더 잘 될 수가 있나? 우리나라에선 이미 탑스타가 된 이정재 배우. 이 이정재 배우가 연출에 도전한다. 그리고 엄청 성공적인 것 같다. 웰메이드 스릴러 한 편이 등장했다. <헤어질 결심>과 <소설가의 영화>에 이은 올해 한국영화의 발견이 되지 않을까 싶다. <헌트>다.
복잡한 1983년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킨 지 4년이 지났다. 1983년 워싱턴. 두 안기부 차장이 대통령을 엄호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원래 대통령이 오기로 했던 건물 밖에는 성난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 어수선한 건물 밖 분위기. 건물 위층에는 CIA 인사와 안기부 부장 강 부장이 시민들을 바라보고 있다. 과열되는 시위. 하지만 대통령이 워싱턴에 도착하는 일정에 차질은 없다. 그런데 CIA에서 연락이 왔다. 대통령을 노리는 저격수가 있다는 소식이다. 어디에? 안기부 국내팀/국외팀 차장 박평호와 김정도는 무장하고 건물 내부로 들어간다. 건물 안에 모든 신경이 집중됐다. 긴박한 지금. CIA와 안기부는 테러범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런데 임무 도중 박평호가 인질로 잡히게 된다. 고민하는 안기부. 그렇게 전전긍긍하던 때 김정도는 테러 용의자를 사살한다.
뭔가 안 맞는 것 같은 둘. 사실 테러범을 생포해 배후에 누가 있는지 조사하고 싶었지만 김정도가 가차 없이 사살했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긴 어렵게 됐다. 김정도의 발령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호흡이 영 안 맞는 둘. 두 사람이 이끄는 안기부에 제보 하나가 들어왔다. 안기부 안에 북한과 내통하는 스파이가 있다는 소식이다. 이름은 동림. 이 스파이가 주요 정보들을 그동안 북측에 정보를 제공했던 것으로 보인다. 스파이를 놔둔다는 것은 한국의 안보에 거대한 구멍을 만드는 셈이 됐다.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동림. 안기부의 윗동네가 아니라면 유출이 안 될 정보들이 퍼지고 있다. 과연 동림의 정체는 누구일까? 두 남자는 처절하게 대립하며 스파이의 정체를 점점 알게 된다.
독보적인 느낌
우리가 아주 잘 아는 이정재 배우의 감독 데뷔작이다. 이정재 감독은 보통 배우로 유명하다. 작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 게임>이 그의 대표작이다. 드라마로 국제적인 인기를 끌기 이전에 사실 충무로에서 굵직하게 이름을 날리던 게 이정재 배우였다. <도둑들> <암살>로 천만배우 주조연도 해보고 <관상>의 수양대군이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레이, <신세계>의 이자성 역으로 개성 강한 역할을 많이 맡았다. 특히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레이 역이 아주 인상 깊었다. 그 처음 등장할 때 ‘그것이 나의 방식이야’하던 장면을 글쓴이는 아주 좋아한다. 그러나 정말 이정재 배우의 팬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닌 건 아닌 것이다. 뭔가 스타성이 강하지 예술가적 창의성이 뛰어나다고는 생각 안 해봤다. 맡는 역할도 왠지 제한된 느낌?
그러나 이 영화는 그동안의 영화를 봤던 분들에게 '이런 면도 있었구나' 놀라게 하기 충분하다. 이 신인 감독의 연출기법은 어디에서도 본 적 없었다. 일단 이 영화는 세 작품과 비슷하다. <원스 어픈 어 타임 할리우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공작>이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그 역사를 살짝 비틀었다는 것이 아마 세 작품과의 유사점이 될 것이다. 근데 유사점을 떠나 세 작품과 비슷하면서도 결이 살짝 다른 느낌이다. <원스 어픈 어 타임 할리우드>보단 어둡고 빠르게,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첩보물의 형태를 가져왔지만 주인공의 입장 처지가 완벽하게 다르다는 것, <공작>과도 비슷하지만 더 처절하고 끈적끈적하다는 지점이 세 영화와 같지만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액션신 연출 방식이 여태까지 나왔던 다른 장르물과 다르다. 이 <헌트>에서의 액션신은 분출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시퀀스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박평호와 김정도가 내면에 품고 있는 특정한 감정으로 영화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 짜여있다. 가령 첫 번째 도입부를 보면 그렇다. 김정도는 그냥 사살하는데 박평호는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인물 간의 입장 차이를 위해 장면 장면을 넣은 것이다. 또 하이라이트 신에서의 총격전은 어수선하고 난잡하면서도 장르적인 특성과 하고 싶었던 말을 분명하게 삽입했다. 불필요한 장면 삽입 없이 시퀀스를 경제적으로 활용한 이정재 감독의 뚝심이 돋보였다.
이렇게 이야기와 드라마 사이를 잘 조절해서 빠르게 전개하다 보니 보는데 이물감이 없다. 굉장히 빠른 이야기 전개에 변박을 부여해서 정서와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까지 한다. 또한 이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은 인물 간의 차이점을 부각하는 연출에도 유효한다. 극 중 김정도와 박평호는 비슷한 점이 많다. 같은 안기부 차장이라는 점, 부하 직원이 있다는 점, 또 뭔가 약점이 있다는 점 이런 것들에서 비슷하다. 이렇게 비슷한 게 두드러지도록 잘 짜여있기 때문에 엔딩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구멍이 없다.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하면 '아 이래서 그랬겠구나'이해가 쉬울 것이다. 일부러 두 사람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목표로 둔 게 아니라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로 만들었기 때문에 하이라이트 신의 쾌감이 잘 느껴진다. 이런 방식은 어디에서도 못 봤다. 신인 감독의 독창성이 그대로 묻어 나온 영화였다.
엄청난 퍼포먼스
이정재와 정우성은 충무로의 큰 이름들 중 하나다. 그만큼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했다는 뜻이다. 이에 호응하게 둘의 인맥은 넓은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정재 배우의 '방위 시절'에 만났던 유재석,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 이미 모델로 월드클래스였던 정호연 배우, 송강호 배우 등 충무로 마당발 중 하나가 이 영화의 감독이다. 마찬가지로 정우성 배우 역시 곽도원 배우나 주지훈, 전도연 배우 등등 청담동 부부는 덕을 잘 쌓았는지 인맥이 넓다. 이를 보여주듯 이 영화에선 씬스틸러들이 잘 나온다. 그리고 이 씬 스틸러 중 몇몇 배우는 물리적인 분량이 짧아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일단 어떤 카메오들은 잠깐 샤샥하고 스쳐 지나간다. 초중반부쯤 총격전 신에서 양 갈래로 나뉜 국정원 요원들의 얼굴을 잘 확인해보시면 누가 나왔는지 파악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상기했던 '엄청나게 중요한 카메오'에 대한 이야기다. 네 배우다. 일단 ~장 전문 배우 송영창 배우는 극에 보이는 대로 이해해도 뭐 큰 스포일러가 아니다. 중요하긴 하지만 이 배우의 출연 사실만으로도 반전이 있거나 이러지는 않다. 나머지 세 배우다. 이 세 배우중 두 사라는 주체적인 연기를 잘 소화했다. '주체적인 연기'라고 하는 것은 인물이 수동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인물의 처지를 결정짓는다는 이야기다. 회사 대표로 나왔거나 안기부 요원 중 한 사람으로 나온 두 사람은 자기 몫을 충분히 잘 해냈다. 극 중 인물들이 '이래서 이렇게 행동했다'를 설명하기 위해 굉장히 중요했던 두 사람은 눈빛과 표정으로도 그 개연성을 성립시킨다. 아. 세 신스틸러 중 나머지 한 배우가 있다. 이 배우에 대해서는 어떤 역을 맡았는지 서술하지 않겠다. 이 배우는 극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그리고 등장하자마자 천재성을 선보이며 극의 휘발유를 부었다. 이 인물이 이야기 전개에서 핵심이 되는 두 번째 발화점이라는 점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압도적인 긴장감을 조였다가 푸는 광기 어린 퍼포먼스를 소화해낸다. 금세 이 배우가 출연했던 다른 영화들이 떠오를 것이다.
아. 카메오들이 아니더라도 전체적으로 디렉팅이 깔끔했다는 느낌이 든다. 전혜진 - 허성태 배우는 박평호 - 김정도의 곁에서 조수 같은 역할을 한다. 이 두 배우는 성격이 극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전혜진 배우가 맡은 방주경 역은 비교적 덜 감정적이면서 여유가 있다. 이 여유가 있는 일처리 방식은 주요하게 작동한다. 또 허성태 배우가 맡은 장철성 역은 들끓어 오르는 인물이다. 이 인물의 내면 역시 극에서 중요하게 작동되며 이야기에 영향을 끼친다. 두 배우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두 남자에게 신뢰관계를 형성하며 안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임무가 있었다. 두 배우가 워낙 경험이 많아서인지 이 두 과제를 잘 이해하고 수행한 듯 보인다. 둘 다 정말 좋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또 정우성 배우는 이 영화에서 경력의 최고점을 찍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난 이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를 보여주듯 불안에 떠는 내면과 많은 임무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드러냈다. 김정도와 박평호에게 중요했던 것은 거리감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두 사람 사이에도 그게 느껴져야 하고 관객들 입장에서도 멀리 떨어져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글쓴이는 두 인물이 어떤 사람인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정재 배우는 뭐 본인이 감독이니만큼 극의 배경이자 설정이 되는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또 고윤정 배우와 임성재 배우가 기억에 남는다. 임성재 배우가 어떤 역을 맡는지는 스포일러가 될 것이다. 그런데 난 이 배우가 좀 잘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어딜 갖다 놔도 어울리는 비주얼과 연기를 보여준다. <언프레임드>에서 찌질한 느낌도 잘 살리고 이런 역도 잘하는 거 보면 연극 판에 오래 있던 분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다. 뭐 지금 제일 인기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도 나온다고 하던데 잘 되셨으면 좋겠다. 또 고윤정 배우는 이름만 몇 번 들어보고 실제로는 처음 본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배우 역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정재 감독이 좋은 원석을 잘 섭외했다.
알고 가면 더 효과적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그리고 실제 인물에서 모티브를 따기도 했다. 일단 전두환 누군지 모르는 사람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10.26 사태로 박정희가 암살당하고 12.12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독재자다. 1980년 광주를 위시한 수많은 학생운동을 탄압하며 많은 분들을 희생시킨 인물이다.
다음 두, 세 번째는 '장영자 사기사건'과 '이웅평 대위 귀순 사건'이다. 일단 전자. 장영자 사기사건은 1980년대 초반 장영자라는 인물이 전직 안기부 요원이었던 이철희와 함께 도합 6천억 원가량의 어음사기를 벌인 일이다. 이 사건으로 관련된 5 공화국 인물이 많이 구속됐다. 이 사건이 극에서 어떤 사건으로 치환된다. 그리고 후자 이웅평 대위 귀순 사건 역시 극에서 나름 중요하다. 북한의 공군이었던 이웅평 대위가 자기가 소유하고 있던 제트기와 함께 남한으로 무작정 투항한 사건이 이 일이다. 1983년 이 일이 있고 나서 남북관계가 불안정했다고 전해진다. 다음은 고문기술자 이근안 씨다. 이근안은 5공화국 당시 유명했던 고문기술자다. 주로 심문하는 사람들에게 팔을 꺾거나 사람을 통닦처럼 묶어 고문을 하는 등 현재까지도 많은 영화에서 사용한 방식 몇 개를 이근안이 고안해냈다고도 한다. 이 이근안이 암시되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 다음은 조총련이다. 간단하다. 북한의 사회혁명 단체다.
또 가장 중요한 아웅 산 묘소 테러사건이다. 전두환 정권은 1983년 아시아를 순방 중이었다. 이때 미얀마를 방문해 이 나라의 민주투사들에게 참배하는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당시 북한군은 폭탄을 설치해 아웅 산 묘소에 있던 13명의 정부 관료를 사살했다. 전두환을 목표로 한 테러였지만 주요 행정부 관료가 사망했기 때문에 5공이 무너지진 않았지만 엄청난 치명타를 가한 셈이 됐다. 전두환은 묘소에 도착하기 이전에 차가 고장 나서 수리하는 바람에 도착이 지연됐다. 이 일은 전 대통령에게 행운으로 돌아왔다. 이 덕에 전두환 대통령은 생존해서 1987년까지 정권을 이끌게 된다.
여름 극장가의 승자가 될 듯
한 3주 지났다. <외계+인> 1부로 시작한 여름 빅 4 레이스가 <헌트>를 끝으로 마무리가 됐다. 개인적으로는 이 <헌트>가 최종 승리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2부를 위한 준비물이었던 <외계+인>, 깔끔하지는 않았던 <한산>,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비상선언>은 뭔가 아쉬운 지점이 있다. 그런데 이 <헌트>는 강강강의 템포가 강점으로 발휘돼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스릴러 장르영화로서 훌륭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뭔가 오그라드는 느낌도 없고 위험한 지점도 없으며 결과를 이미 알고 있지도 않는 좋은 영화다. 한국의 현대사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가장 티켓값을 할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현대사를 소재로 한 영화 중 높은 순위권에 안착할 작품이 나타났다.
총성으로 되묻다
우리나라는 참 상처가 많은 역사를 갖고 있다. 전쟁 이후 70여 년 동안 독재자 세 명이 등장한 탓에 많은 분의 희생을 감내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영화화될 소재가 많아졌다. 그리고 이 <헌트>도 이를 반영한 영화이기도 하다. 이 <헌트>는 사실 관객에게 질문하는 영화다. '동림'이 누구라고 생각해? 와한 문장이 더 있다. 후반부에 주요 등장인물의 입에서 나오기도 하고, 여러분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짜인 장르적 특색이 메시지와도 이어지는 수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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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불호는 있어도 실패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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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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