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2-07-10 15:27:49
잔인한 인력과 다정한 척력
영화 <로스트 도터> 리뷰 (매기 질렌할 감독)
어렸을 때는 엄마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엄마의 희생, 헌신, 모성애... 같은 단어들은 문자 그대로 단어로만 존재했다. 수업 시간에 문학
작품의 주제 의식과 소재가 무엇이라도 딱 못박아 배우듯, 그런 단어들을 나는 교과서적으로 배웠다. 이유는 단 하나다. 내게는 너무 당연했기 때문이다. 산소를 의식하면서 숨 쉬는 사람은 없듯이, 엄마가 주는 사랑에 둘러싸인
세상에서만 살아본 내게 '모성애'라는 말은 마치 산소의 원소
기호 같았다.
엄마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엄마였던 건 아니라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엄마는 엄마였으니까. 엄마, 하고 부를 때 언제나 손 닿는 거리에 있는 존재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엄마는 늘 응, 하고 다정하게 대답했으니까.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니 막연하게 그려본 것들은 있다. 그러나 출산과 육아가 준다고 하는
기쁨도 고통도 내겐 상상 너머의 영역에만 존재한다. 어림잡아 보는 걸로는 근처에도 다다를 수 없는 깊은
감정일 거라 생각한다. 기쁨 쪽이든, 고통 쪽이든. 다만 기쁨 쪽이 더 깊고 거대하게 사람을 채운다면, 고통 쪽은 너무
사소해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운 것들이 바늘처럼 콕콕 찌를 거라, 빈도와 방식의 차이는 있을 거라고
상상해볼 따름이다.
<로스트 도터>는 '엄마가 된다는 것'을 상상만 해본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가장 먼
데까지, 실제의 언저리까지 사람을 데려간다. 성녀 같은 어머니도, 폭군 같은 어머니도 아닌, 다면적이고 보편적인 감정을 가진 인간들이
어머니가 된다는 사실을, 사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자명한 사실을 깨닫게 한다.

<로스트 도터>는 <잃어버린 사랑>이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원작 소설과 이야기의 얼개는 거의 비슷하나, 얼핏 작고 사소해 보이는
몇 가지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 차이들이, 원작 소설과는
다른 방향성으로 이 영화를 데려간다.
이야기의 주축은 40대 여성인 레다.
문학을 가르치는 대학 교수이자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해변가에는 휴가 차 왔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휴가 차 왔지만, 제법 지역 유지에 속하는 가족 전체가 우르르 몰려와서 레다와는 다소 다른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 사이, 이야기의 다른 주축 '니나'가 있다. 니나는 여섯 살쯤 된 작은 딸 엘레나와, 엘레나가 목숨처럼 끼고 다니는 인형까지 함께, 부산스럽고 자못 당당한
가족들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조용하게 있다. 마치 딸과 자신만이 이 세계에 존재하는 듯이 정성스럽게
딸을 돌보면서. 두 사람은 이따금 눈이 마주친다.


그러면서 레다는 이따금 자신의 기억을 돌아보게 된다. 두 딸을 기르면서
육아에 지쳤던 시간을. 끊임없이 약해지기도 하고, 작은 아이에게
미친 듯이 분노하기도 하고, 옳지 않음을 알면서도 감정이 폭발하기도 하고, 정말 괜찮은 걸까 의구심을 품기도 하고.
그런 레다를 니나도 바라본다. 이미 아이들을 다 키우고, 자기 일에서도 뚜렷한 성취를 했고, 지적이고 우아한 모습으로 해변에서
혼자만의 휴가를 즐기고 있는 레다를 보며, 니나는 애쓰고 버티다가 흘러나온 진심을 레다 앞에서는 털어놓는다. 지금 무어라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운 이 마음이, 지나가기는 하는
것인지 궁금해 하며.

얼핏 보면 이미 육아를 마친 여성과, 육아의 한복판에 놓인 여성의 다정한 대화 같지만. 육아에 지친 얼굴, 도망칠 곳을 찾는 마음, 그런 것들이 젊은 시절의 레다와 니나 사이의 공통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두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훈훈하게 풀어놓는 대화가 아닌, 자신이 잃어버린lost 것에 대한 대화가 된다. 레다는 어느 날 갑자기 아이들을 두고 떠났던 날의 이야기를, 그래서 자신을 찾은 듯한 느낌에 행복했던 이야기를, 그러나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게 된 이야기를 한다.
니나는 레다가 아이들 곁으로 돌아갔다는 결론에서 안심할 지푸라기를 계속 잡으려 하지만, 죽고 못 사는 아름다운 사랑만이 모성의 얼굴이 아니라는 것을, 레다는
이미 알고 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그 모성의 다양한 얼굴을 너무나도 예리하게 구현해 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제시 버클리가 연기하는 젊은 레다가 너무 지쳐서 영혼마저 없는 상태의 엄마를 연기하는 힘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끊임없이 종알거리면서 말하고 놀고 움직이는 아이들의 존재는 육아 경험이 없는 사람들까지 그 공기를 맡을 수 있을 만큼 선명하게 전달된다. 아이들은 단순하게 "엄마의 손길을 기다리는 천사"가 아니라는 것. 육아는 단순히 아이들과 "노는" 게 아니라는 걸. 육아 속에서 왜 사람의 에너지가 그토록 빠져나가는지 누구라도 느낄 수 있을 만큼 명확하게 펼쳐낸다.
그 안에는 아이를 사랑하면서, 아이와 자신만의 언어를 구현하면서,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따뜻한 눈빛을 주고받는 엄마의 모습도 있지만. 갑자기
아이가 머리카락을 삐죽 당길 때 자기도 모르게 비명이 나와 버리는 순간도 있다. 아꼈던 인형을 아이에게
주었는데 아이가 조금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서 자기 거라고는 주장할 때, 그 작은 아이가 너무나 못됐다는
생각이 솟아오르고 순간적인 분노가 폭발해 인형을 집어던지게 되는 모습도 있다.
이 영화에서 드러내는 날것의 모성은, 호수처럼 잔잔하게 반짝이는 물보다
파도에 가깝다. 다정하기엔 너무 잔인한 인력과, 잔인하기엔
너무 다정한 척력이 동시에 작용하는 공간. 모순적인 감정들이 수도 없이 오가는 해변가의 파도 같은 것. 그 파도에 몸을 담그다 이따금 서로를 바라보는 레다와 니나 같은 존재들이 엄마라는 이름으로 세상 곳곳에 존재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모성은 모 아니면 도 식의 거친 프레임에 갇힌다. 피붙이에
대해 한없이 끌리는 인력 혹은 '모체를 뜯어먹는 악마'에
대한 척력. 그 안에서 여성은 숭배의 대상 혹은 혐오의 대상 자리에 쉽사리 내쳐진다. 사실 파도의 같은 감정들이, 다양한 인력과 척력에 이리저리 밀리고
있는데. 일방향의 말로 정리할 수 없는 감정들인데. 한없이
사랑하지만, 함께 있을 때 더없이 행복하지만, 이따금 모든
걸 벗어던지고 도망치고 싶다는 말도 거짓은 아닌데.
수많은 이들이 느끼는 감정임에도, 거친 프레임에 갇혀 있는 세밀한
감정들을 터놓고 이야기할 광장 하나가 없다. 니나는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도망치고 싶다는 말을 풀어놓는
것조차 어렵사리 해내고, 레다는 도망쳤지만 아주 도망치지 못해 그 감정의 편린을 여전히 안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광장을 찾지 못하고, 인력과 척력에 이리저리 휘몰린다.

그러나 영화는 광장으로 가는 문을 열어둔다. 영화의 첫 장면으로 다시
이어지는 마지막 장면은, 마지막 대사는, 원작 소설에서 가장
크게 각색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올리비아 콜먼의 놀라운 표정과 파도 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한 마디
말을 통해, 이 영화는 규정에 갇히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향한다.
그곳에서 파도 소리가 편안하게 들려온다. 이 잔인한 인력과 다정한 척력 속에서, 새로운 소통의 소리가 들려온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초대받아 감상한 후 작성하였습니다.
*<로스트 도터>는 7월 12일부터 극장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다소 뒤쪽에서 감상하시길
추천 드려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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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돌구름 #완다비전 #마블예고편 #이스터에그
"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영상 타임라인*
00:00 인트로
00:45 신문 속 이름, 존
01:14 half sitcom, half MCU spectacu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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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0 쌍둥이, 위칸과 스피드
04:09 할로윈 코스튬
04:40 애거사 하크니스
06:18 멀티버스와 완다
08:02 아웃트로2020. 09. 23 영상입니다.
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마블쟁이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arveleroffi...*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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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글을 쓸 때 힘이 들어간다. 그러니까 어떤 주제로 쓸 때 이건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여야만 한다. 정성일 씨가 와도 절대 쓸 수 없는 그런 것을 추구한다. 근데 막상 까 보면 타인의 것들과 별 다를 것 없다. 예를 들어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리뷰한 글을 보자. 나는 이 영화를 '아무것도 없는 영화'라고 썼다. 정말 솔직히 말해보자면 나는 이 문장을 쓰고 '와 진짜 전다. 내가 천재긴 해. 이거 아무도 생각 못할 듯.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사실 확인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이 쓴 거 읽고 싶었는데 무서워서 안 했다. 이미 알고 있거든. 영화 보고 느끼는 감정이야 사람들 간에 별 다를 바 없고, 홍상수 감독도 이걸 의도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내 글은 별로 특별한 것 없을 거라는 그런 불안감 때문에 타인의 리뷰들을 읽지 않았다. 내 글이 특별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오로지 내 욕심 때문이었다. 이렇게 실제로는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 스스로가 특별해지고 싶은 순간을 나는 찌질함이라 부른다. 이 감정은 멀지 않은 곳에서 또 찾을 수 있다.
난 어디에서 자기 계발서를 대차게 깐 적 있다. 근데 사실 내가 영화를 보고 쓰는 글은 크게 보면 자기 계발서와 다를 바가 없다. 사람이라 느끼는 외로움이나 자아 찾기 뭐 그런 것들을 주제로 삼기 때문이다. 이런 장르의 책들 중 몇몇 권은 이런 것들을 토픽으로 삼지 않는가? 또 나는 1달 전에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읽었다. 일상 속 대화에서 소통능력이 구린 나는 이 책을 읽고 새로운 사람이 된 것처럼 굴었다. 인스타그램에 스토리를 올리면서 양심에 심각하게 찔린 나다. 그래도 나는 이 책이 좋다고 주변인에게 칭찬했다. 이렇게 나에게 합리화의 이유를 붙인다는 걸 뻔히 아는 것 역시 찌질함이라 부른다. 가끔 내 머릿속에서 내가 해온 허튼짓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럼 머릿속에 딱 들어오는 생각이 있다. 나에게서 이 두 가지의 찌질함을 빼놓으면 시체라는 것이다.
<옥희의 영화>는 찌질함에 관한 영화다. 영화는 네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문을 외울 날>, <키스왕>, <폭설 후>, <옥희의 영화>다. 이 네 편에 세명의 주연인 정유미, 이선균, 문성근 배우가 나온다. 지금이야 정유미-이선균 배우가 인기도 제법 있고 우리에게 친근하지만 이때의 이들은 풋풋한 모습이다. 풋풋함. 감독 홍상수는 이 풋풋함이라는 감정 머리 위에서 관객을 갖고 논다. 네 편의 단편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20대거나 대학 교수같이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지만 행동하는 건 초등학생의 풋풋함이 느껴진다. <주문을 외울 날>을 보자. 주인공 영화감독 진구는 송 교수에게 '당신 소문이 안 좋은 걸 아느냐?'라고 묻는다. 근데 곧이어 있을 GV에 누가 나타나서 '당신이 내 친구의 인생을 망쳤다. 어떻게 생각하냐'라고 질문을 듣는다. 전자 상황에서 진구는 '혹시나 해서 여쭤본 겁니다'라고 합리화를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선 '이 상황에서 이 질문이 맞냐?'라고 역정을 낸다. 자기 자신을 위해 합리화를 한 것이다. 두 번째. 키스왕이다. 친구 옥희를 좋아하는 진구. 진구는 연애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숙맥이지만 아무튼 옥희가 좋다. 옥희는 이런 진구의 마음을 전해 듣는다. 송 교수와 진구 사이에서 고민하는 옥희. 친구에게 송 교수와 함께 있을 때 즐겁다고 말해 이쪽을 택할 것으로 보였지만 결국 진구와 함께한다. 엔딩부에 둘이 함께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 옥희가 진구에게 말하는 대사가 압권이다. '나는 네가 착해서 좋아'라는 말에 '착할게'라고 답한다. 아무튼 나는 너를 위해 착해질 것이라고 답하는 것이다. 이 쪽도 자기 스스로를 위해 합리화를 했다. 세 번째. 폭설 후는 굉장히 짧다. 송 교수는 누구보다 수업에 진심인 것으로 보이지만 막상 학생이 안 오니 우웨엑 토와 함께 애정을 뱉어낸다. 이 단편에도 스스로를 위한 합리화가 이뤄진다. 네 번째. 이 영화의 제목이 된 <옥희의 영화>다. 주인공 옥희는 젊은 남자와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나이 든 남자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하지만 옥희는 나이 든 남자를 고르지 않았다. 산을 왔다 갔다 하는 거 빼곤 별거 없었던 추억이지만 옥희는 함께 했던 시간을 굉장히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 관객이 보기엔 그냥 진구와 송 교수 이상도 이하도 아닌걸. 떠나가는 추억을 회상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옥희는 스스로에게 특별했으면 하는 순간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영화는 4편의 이야기를 연달아 붙이며 인간이라면 있을법한 찌질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도 타 감독들이 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말이다.
나는 이 찌질함과 합리화는 베스트 프렌드라고 생각한다. 남은 이해하지 못해도 나 자신은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내로남불'이 찌질함이라는 것의 본원이겠지. 첫 번째 <주문을 외울 날>은 이 자기모순에 대한 이야기다. 소문은 근본적으로 내가 보지 않은 것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나 자기의 소문에 관해 들을땐 이게 뭔 소린가? 싶다. 자기는 자기가 제일 잘 알거든. 근데 또 막상 믿기는 쉬워서 타인을 어렵지 않게 의심한다. 나는 사람이 이런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 때 특정한 가치관 아래에 모든 것을 결정하며 사나? 아닐 것이다. 내가 직관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살고 거기에 우리 스스로는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면서 산다. 나이가 든다는 건 이런 자기모순에 익숙해지는 것이겠지. 이런 모순은 <키스왕>에서도 나타난다. 어쩔 줄 몰라 옥희의 집 앞에서 소주를 마시는 진구. 이 앞에서 했던 말이 재밌다. '나는 너랑 대화가 잘 통해서 좋아'와 '착할게' 이 두 마디다. 이 말과 진구의 행동은 본질적으로 모순적이라고 생각한다. 대화가 잘 통하는 거면 성격이 잘 맞는 거고. 착할 게는 안 맞는 부분이 있어도 맞춰주겠다는 것 아닌가? 이 말을 들으면 진구는 옥희를 배려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근데 진구는 타인을 존중하고 그런 거 없다. 숨기고 그럴 것도 없이 옥희와 입을 맞춘다. 연애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진구의 이런 화법과 행동은 개연성을 갖긴 하지만 그냥 주인공은 무작정 옥희랑 사귀고 싶은 거다. 그래서 앞 뒤가 다른 행동을 일단 저지르고 본다. '내가 이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지'같은 체계가 아니라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렇게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야기는 확실히 대비가 된다. 그러니까 소문의 속성과 짝사랑-연애로 이뤄지는 과정을 대치시킨 셈이다. 난 이 지점이 분명한 의도라고 생각한다. 모순을 느끼기 쉬운 소재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원래 앞 뒤 다르다. 신나게 전 애인 험담하다 그들의 전화에 혹하는 게 우리 똑은 우리 친구들의 이야기 아닌가? 또 남을 욕할 때의 우리는 스스로에게 관대하다. 남 험담하는 사람이라고 욕먹는 주위의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우리가 타인과 갈등하거나 자기혐오의 빠질 때 주요 소재가 되기도 한다. 또 우리가 살다 보면 이 경험들 한 번씩은 해봤다. 영화는 이렇게 우리 인생에서 절대 별개가 아닌 이기심이란 감정을 일상의 에피소드로 표현해 공감을 얻는다. 즉 구로사와 기요시는 인간 내면에 대한 이야기로 <큐어>를 썼고 봉준호 감독은 어머니의 모성에 관한 작품으로 <마더>를 만들어 관객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면 홍상수는 인간의 이기심을 통한 코미디를 그냥 배우 세명에 4천만 원 제작비가 든 4편의 단편영화로 끝내버린 것이다. 일상 속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영화로 다가올 때 어떤 느낌인지를 500% 이해하지 않고서는 이럴 수 없다. 완전히 미쳐버린 천재성인 셈이다.
이 천재성은 세 번째, 네 번째 이야기에서 더 뒷받침된다. 진구가 묻는다. '무얼 원하고 사세요?' 송 교수가 답한다. '오늘의 내가 원하는 것과 내일의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것은 앞에서 내가 썼던 이야기와 공통점이 있다. (그러고 바로 다음 장면에 '학교 때려치우기 잘했다'라고 말하는 송 교수의 대사가 웃겼다.) 네 번째 이야기는 젊은 남자와 나이 든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그냥 산 타고 왔다 갔다 하는 이야기가 끝이다. 근데 이 등산과 하산만으로도 영화라는 예술의 전부를 보여준다. 남이 보기엔 그냥 에피소드인 이야기를 우리는 끊임없이 과거의 무언가와 비교한다. 그리고 항상 무언가를 골라 다른 것과 작별한다. 이걸 겉으로 드러내 '나는 특별한 사람이야!'라고 티를 내면 찌질함이 될 수도 있다. 또, 어떤 것을 보며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지'라며 자위한다. 심지어 이 영화를 보고 공감을 얻는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주인공의 행동이 나와 닮았기 때문에 나답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영화에서 그 인물이 그렇게 행동하는 건 그 상황이니까 하는 것이다. 즉 다른 외적 요인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우리라고 해서 꼭 그렇게 행동하리라는 법은 없다. 그런데 우리는 찌질해서인지 그 영화의 장면과 과거의 에피소드 하나를 같다고 여기거나 '내가 저거보다 낫지'라며 조소하기도 한다. 나 자신을 위한 합리화를 해 버리는 것이다. 또 내 어떤 것과 현재의 어떤 것을 비교해서 우선순위를 정한다. 비교는 아무 의미가 없고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는 네 번째 영화의 등산과 하산을 관통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왜 홍상수의 영화 내지는 영화라는 장르를 보며 공감하는가?라는 질문과도 닿아있다. 제목이 <옥희의 '영화'>인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세 가지 질문의 답은 굉장히 쉽다. 우리는 대체로 못나고 찌질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인간은 없고 모두에게 소심한 구석 하나쯤은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우리의 모습을 숨기고 싶어 하거나 남들과 다른 특별함이라고 여긴다. 잠깐, 이거 우리 모르나? 그럼에도 우리는 타인에게 엄격하고 상처를 호소하며 나는 착한 사람이라고 최면을 건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공감을 얻는다. 그래.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지. 그렇게 스스로와 합리화를 한 채로 무언가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또 영화를 본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기 시작한다. 예전의 것들을 떠나보낸다. 무한 반복이다. 우리는 이 지루하고 귀찮은 일상 속에 산다. 내가 찌질하지 않다는 변명과 함께 말이다. 감독 홍상수는 이렇게 모순적인 우리의 모습을 포착해 또 네 개의 단편영화로 접근한다. '너 이런 거 내가 다 알아!'라는 말과 함께 관객의 마음을 얻는다. 하나의 장편이 아닌 네 가지의 단편을 통해 전체로서의 의미는 버리고 순간순간 느껴지는 공감을 영화로 만들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이 영화는 개수작 같은 영화다. 사실 까고 보면 되게 별거 없는데 그저 이성을 꼬시기 위해 사용하는 개수작 화법인 셈이다. 영화 전면에 주제의식은 사실 별거 없고 느끼는 감정만을 따르라는 대사가 나온다. 난 그것마저도 개수작이라고 생각한다. '나 너희들 마음 다 알아. 왜 영화를 좋아하는지도 안다고. 그러니까 내 영화에 의미 같은 거 찾지 마. 이건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영화가 아니니까. 그냥 니들 이야긴 거 아니까 너희들 마음은 이미 내 거야.' 뭐 이런 식의 개수작인 셈이다. 우리 대부분의 영화 아니 문학작품은 메시지란 게 있지 않은가? 근데 홍상수는 감독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있어 보이는 말로 주류와는 다른 본인의 세계를 확고히 한다. 내가 만든 세계를 관객에게 주입시켜 '와 이 사람 전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우리는 이 논리에 설득당하는 바보들이다. 조명도 별로고 화장도 안되어있고 관통하는 서사도 심심하며 예산도 작은 그의 영화를 보는 우리는 그에게 꼬인 물고기들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 영화를 볼 필요가 없다. 이기적인 우리는 현재의 나와 과거의 무엇을 비교하지 않으면 온 몸이 쑤신다. 홍상수는 우리에게 좋은 솔루션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 진짜 인정하기 싫은데 나도 그에게 설득당했다. 아마 신작을 우리 지역에서 볼 수 있다면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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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4주차 신작 개봉 영화
2022년 5월 4주 개봉영화!
안녕하세요 Good morning , 2021
국민 배우 이순재와 신들린 아역배우 김환희의 만남
영화 "안녕하세요"는 세상에 혼자 남겨져 의지할 곳 없는 열아홉 수미가 죽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호스피스 병동 수간호사 서진을 만나
세상의 온기를 배워가는 애틋한 성장통을 휴먼 드라마 입니다.
사는 게 죽는 것보다 힘든 서진에게 죽음을 앞두고도 누구보다 활기차고 열심히 사는 호스피스 병원 사람들과 생활하며 마음이 점차 바뀌는 내용인데요
성년이 된 ‘천재 아역’ 출신 김환희와 ‘국민 배우’ 이순재가 만났습니다
'곡성'에서 '뭣이 중헌디'라고 악을 쓰며 신들린 연기를 선보인 김환희의 성인연기자 모습을 볼수 있는 첫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행복에 대해 말하기 위해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같이 풀었다는 차봉주 감독의 신작!
이번주 추천영화 "안녕하세요" 입니다.
첫번째 추천영화 "안녕하세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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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물보다 진하다 The Goblin , 2022
K-하드보일드 느와르 액션!
영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조직의 전설적인 해결사, 일명 도깨비였던 두현과 그런 두현을 동경했던 후배 영민의 지독한 악연을 담은 하드보일드 느와르 액션영화 입니다.
제1회 아산충무공 국제액션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김희성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드라마 '나쁜 녀석들' 제작진들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조동현, 이완 그리고 임정은, 윤철형, 이천은, 최기섭, 최왕순 등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출동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더했습니다.
거친 액션과 섬세한 감정으로 철저히 무장한 하드보일드 느와르 액션!
두번째 추천영화 "피는 물보다 진하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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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 Hommage , 2021
1962~2022 시네마 시간여행
영화 "오마주"는 한국 1세대 여성영화감독의 작품 필름을 복원하게 된 중년 여성감독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시네마 여행을 그리는데요
1962년과 2022년을 잇는 아트판타지버스터로 일상과 환상을 오가는 위트 있고 판타스틱한 여정을 담았습니다.
신뢰의 연기자인 이정은 배우가 첫 단독 주연을 맡아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의 색다른 연기로,
과거에도 현재에도 삶과 예술을 사랑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는 열연으로 보여주는데요
도쿄국제영화제, 트라이베카영화제, 호주시드니영화제, 영국글래스고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워싱턴한국영화제 초청과 함께 피렌체한국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습니다.
중년의 여성감독이 '여판사'를 복원하는 액자식 구성과 시간여행이 흥미를 자아내는 ‘오마주’는
한국영화 역사상 두 번째 여성감독인 홍은원에 관한 이야기이며 한국의 모든 여성 영화감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신수원감독은 우리가 모르는 여성감독들이 존재했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그렇게 모험적으로 살아온 분들의 기운을 ‘오마주’에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는데요
여성영화인뿐만 아니라 영화인과 예술인, 그리고 세상의 모든 꿈꾸는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격려가 될
세번째 추천영화 "오마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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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조국 The Red Herring , 2022
내 주변의 누군가가 조국이 될수있다
영화 "그대가 조국"은 조국이 법무부장관에 지명된 2019년 8월 9일부터 장관직을 사퇴한 10월 14일까지 67일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정의를 잃어버린 검찰이 무참한 사냥을 벌이던 그때, 우리는 무엇을 보았는지를 다루는데요
그대가 조국은 언젠가는 ‘내’가 ‘내 주변의 누군가’가 ‘조국’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달팽이의 별’로 아시아 최초이자 한국 최초로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장편경쟁부문 대상 수상과
‘부재의 기억’으로 한국 최초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다큐멘터리상 노미네이트와 뉴욕국제다큐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이승준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조국사태의 비밀!
네번째 추천영화 "그대가 조국"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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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그라운드 UN MONDE , PLAYGROUND , 2021
전 세계 영화제 30개 트로피 휩쓴, 올해의 무비
영화 "플레이그라운드"는 일곱 살 ‘노라’와 오빠 ‘아벨’이 맞닥뜨리게 된 ‘학교’라는 세상을
아이의 눈높이와 심리 상태에 초밀착해 놀랍도록 사실적으로 담은 영화입니다.
2021년 제74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어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을 수상한 이래
현재까지 전 세계 영화제 30개의 트로피를 휩쓸었고, 지난 3월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벨기에 출품작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았습니다.
국가와 시대를 막론하고 ‘학교’라는 집단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근원적이고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데요
플레이그라운드는 오빠가 당하는 괴롭힘을 통해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동생 ‘노라’의 시선과 감정을 통해 폭력의 내밀한 전이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다섯번째 추천영화 "플레이그라운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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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을 왜곡되어 보게 만드는 내면
누구나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때론 대화하며 살아간다. 나의 심리 상태는 외부의 시선을 형성하는 데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기분이 좋을 때 바라보는 세상과, 기분이 나쁠 때 바라보는 세상은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실제 모습과는 다르게 외부의 모습을 왜곡시키는 경우가 많다. 좋은 기분일 때는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지만, 나쁜 기분일 때는 모든 것이 괴상하고 기이하게 보인다. 이건 개인이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조정하고 노력한다고 해서 조절되는 건 아니다. 특히나 우울증 증상이 심각해졌을 때는 자신은 잘 한다고 생각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영화 <스마일> 1편은 개인의 심리가 외부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공포 스릴러 형식을 통해 잘 보여주었다. 등장인물들은 괴상한 스마일 전염병에 걸리며 웃음을 지은 채 자살하고, 이를 목격한 사람이 다시 감염된다. 마치 우울한 사람과 자주 접할수록 그 감정이 전염되듯이, 영화는 감정의 전염을 무척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공포 장르의 틀 속에 있으면서도 심리 스릴러적인 요소가 강하게 느껴졌다. 이번에 개봉한 <스마일2>는 음주운전과 남자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몰락의 길을 가다가, 다시 재기하려는 스타 가수 스카이(나오미 스콧)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첫 번째 감정] 스카이의 아픔
스카이는 음주 운전 사고로 남자친구가 죽는 것을 옆에서 목격했다. 한때 엄청난 인기를 누리던 스타 가수였지만, 그 사고로 인해 심리적 충격을 받았고, 대중의 비난도 받아왔다. 스카이는 사고 이후 육체적인 후유증과 더불어 심리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그 고통은 점점 심해져 마약 성분의 진통제를 찾게 된다. 그녀의 아픔은 단순히 육체적 고통을 넘어 심리적인 문제와 깊이 얽혀 있어 견딜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영화 속에서 스카이는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상태로, 소속사와 어머니의 압박 속에 무리하게 복귀를 준비한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외면하며 성공과 재기를 강요한다. 심지어 어머니조차도 스카이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끊임없이 그녀를 밀어붙인다. 스카이는 심리적으로 안식할 공간을 찾지 못한 채, 점점 더 깊은 고통 속으로 빠져든다. 그녀의 아픔은 외면받고, 고통은 해결되지 않은 채 누적되어간다.
스카이의 아픔은 단순히 개인적인 고통을 넘어선다. 그녀는 과거의 실수로 인해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주변의 기대와 압박은 그녀의 고통을 더욱 심화시킨다. 그녀는 무대 위에서 화려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자신의 상처를 감추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 고통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점점 더 깊은 상처로 변해간다. 스카이는 자신의 아픔을 외면하려 하지만, 그 고통은 계속해서 그녀를 따라다니며 그녀의 삶을 갉아먹는다. 영화는 이러한 스카이의 심리적 고통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들로 하여금 그녀의 고통을 공감하게 만든다.
[두 번째 감정] 스카이의 우울
스카이는 영화 내내 불안정하고 불안해 보인다. 죄책감, 압박감, 자기 자책 등 다양한 부정적 감정을 혼자 떠안고 있으며, 이러한 감정들은 그녀를 점점 더 불안하게 만든다. 스카이는 자신의 심리적 고통을 통제하지 못하고, 그 결과로 점점 더 많은 환상과 환각에 시달리게 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러한 환상의 순간들은 점점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그녀가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스카이가 자신의 심리를 통제하지 못하는 과정을 기괴한 이미지로 표현하며, 그녀가 점점 더 깊은 우울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스카이는 여러 번 마음을 다잡으려 하지만, 그녀의 우울은 정상적인 시도를 무력화시키며 계속해서 그녀를 어둠 속으로 끌어내린다. 결국 스카이의 심리 상태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망가뜨리고, 그녀 자신마저 파괴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스카이는 자신의 우울을 떨쳐내기 위해 여러 번 노력하지만, 주변의 환경과 내면의 고통이 그녀의 노력을 무력화시킨다. 그녀는 다시 노래를 부르고, 팬들 앞에 서며 정상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그 모든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난다. 그녀의 우울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그녀의 내면은 점점 더 혼란에 빠진다. 영화는 이러한 스카이의 우울한 감정을 다양한 시각적 표현을 통해 강조한다. 무대 위의 화려한 조명과 그녀의 흐릿한 눈빛, 환각 속에서 보이는 기괴한 이미지들은 스카이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녀의 고통을 더욱 깊이 느끼게 만든다.
[세 번째 감정] 스카이의 감정전파
스카이는 몰락한 상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단한 팬층을 보유한 스타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스타들이 많다. 십대들은 그들을 보며 꿈을 키우고, 그들의 행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 <스마일2>는 한 스타의 몰락이 수많은 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경고하고 있다.
스카이의 모든 행위는 미디어를 통해 팬들에게 전해진다. 그녀가 콘서트장에서 보여주는 행동들은 팬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그녀의 우울은 무의식중에 팬들에게도 전염된다. 스카이는 개인적인 공간에서 자신의 우울을 추스르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더 큰 절망과 불안을 드러내게 된다. 이 과정이 무척 기괴하고 공포스럽게 표현되며, 팬들에게도 충격을 준다.
스카이의 감정전파는 단순히 무대 위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녀의 개인적인 행동과 그녀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팬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영화는 이러한 과정을 매우 현실감 있게 묘사하며, 스타의 감정이 팬들에게 어떻게 전염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팬들은 스카이의 몰락을 보며 그녀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그녀의 우울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간다. 스카이가 느끼는 절망과 공포는 팬들에게도 동일하게 전해지며, 영화는 이러한 감정 전염의 과정을 공포스럽고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스카이의 몰락은 단지 한 사람의 추락이 아니라, 그녀를 따르는 수많은 팬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커다란 사건임을 영화는 강조하고 있다.
우울증 환자의 심리 속에 들어간 듯한 기괴함
<스마일2>는 공포 장르를 통해 우울하고 불안정한 사람의 심리를 매우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마치 심리학 소설을 읽는 것처럼 불안정한 사람이 어떤 모습을 보고 망상을 겪게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이러한 감정이 전염된다는 설정은 1편에 이어 계속되며 무척 신선하고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현대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우울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러한 우울한 감정은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전염된다. 영화는 이러한 현대인의 우울과 불안을 스타라는 매개체를 통해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스카이는 개인의 불안과 우울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녀의 몰락은 단순히 한 사람의 추락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장된다.
<스마일2>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의 고통과 우울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들의 감정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이 영화는 공포라는 장르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감정적 연결과 그 파급 효과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현대 사회의 우울함을 직시하고, 그로 인해 왜곡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우리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은 때로는 우리의 내면을 왜곡시킬 만큼 강력하다. <스마일2>는 이러한 감정의 힘과 그 전염성을 무섭도록 현실감 있게 그려낸 영화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영화의 기괴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과 주변의 감정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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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만나러 갑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소중함에 대한 시간의 역설이 멜로와 가족애를 모두 잡았다.
<러브레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돌아보면 꽤 많은 일본 영화를 봤었는데, 그중 단연 많이 보는 장르라면 멜로나 가족 장르가 되겠다. 특히 국적을 불문하고 2010년 이후 작품들보다 2000년대 초중반에 나온 작품들이 유난히 마음에 드는데, 특유의 투박한 감성과 어딘지 낡아 보이는 장면들이 가장 마음에 드는 매력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포인트가 많다. 국내에서 리메이크된 작품이기도 하고, 포스터 자체가 워낙 눈에 익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에 왠진 한 번 봤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동안 꽤 많은 영화를 봤지만, 리뷰를 쓸 만큼 마음에 드는 작품은 찾질 못했다. 와중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만나게 됐고, 새벽녘에 맥주 한 캔과 함께 조용히 빠져들었다. 몇 번이나 울었는지 모르겠지만, 마음속에 꽤 깊은 공허함과 동시에 따뜻함이 남는 매력 있는 영화였다.
일본 영화가 가진 청록색의 청량함은 유난히 푸르게 느껴진다. 주위 배경과 이질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게 신기할 다름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오프닝은 영화의 배경을 알리듯 가볍게 끊는다. 청량한 배경과 긴 여백으로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의미심장한 장면을 던짐으로써 관객에게 호기심을 끌어낸다. 대부분의 일본 영화들이 그러던데, 특유의 클리셰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시놉시스와 다르게 꽤나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분위기는 산뜻하게 이끌어간다. 마치 '불행한 일 같은 건 있지만, 괜찮아!'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진중한 현실의 사건을 가볍게 풀어낸다는 점에서부터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게만 생각하지는 않는 편이다.
'남편과 아들을 두고 세상을 떠난 아이오 미오(다케우치 유코 분), 어느 날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잃고 돌아오게 된다' 소재 자체만 두고 보았을 때는 사실 치트키에 가까운 수준이다.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는 주제임과 동시에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조금 보태 이런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재미없게 만들 수나 있을까 싶은 생각이다. 앞서 말했듯 꽤나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 가벼운 도입부를 가지고 있는데 누군가 죽었다는 사실, 이별했다는 사실을 전제로 두고 시작하기 때문에 알게 모를 밀당이 영화 전반적으로 흐른다. 관객에 마음을 아릿하게 만드는 장면을 연출하다가도 동시에 허탈하게 웃을 수 있도록 놓아주기도 한다. 동시에 비의 계절이 되면 돌아오는 엄마라는 사실 자체가 연출적으로 낭만적이다. 비의 계절, 그러니까 계절 상 장마가 끝나버리면 떠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관객에게 인지시킨다. 때문에, 관객은 결말로 달려가면서 끝까지 오묘한 긴장감을 놓칠 수가 없다.
새까맣게 태운 빵과 풋내기 부자, 귀여운 음악, 배우 특유의 말투, 쉬어가는 듯 보여주는 여백의 장면들까지 이러한 조합들이 의외의 밸런스를 유지한다. 지나치게 무겁게 만들지 않고 영화 내내 적당한 균형감을 유지해준다. 영화 전체적인 소재를 잊게 만들 만큼 연출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꽤나 쓸쓸해 보일 법한 연출도 여러 번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때문에 관객은 슬쩍 웃음 짓다가도 눈밑이 천천히 시큰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마, 누군가의 빈자리라는 점을 현실에 빗대어 연출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도 빈자리가 영원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상기해주고 싶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짧은 시간 내에 연출가의 밀당이 돋보이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영화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연출이나 대사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장면들이 많았다. 특히, 초반에 비의 계절을 바라보는 부자와 동시에 우연히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비디오 테이프의 미오의 장면은 연출가의 섬세함이 극대화되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함께하는 것 같지만, 함께 있는 것이 아닌 묵직하면서도 서글픈 연출이 마음을 여러 번 울린다. 이처럼, 관객의 감정을 끌어당기기 위해 여러 도구들을 동시에 사용하는데 방금처럼 장면 연출 외에도 대사, 주인공의 모습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을 영화로 불러일으킨다. 관객은 여러 번 영화 속으로 들어가 여러 주인공들을 교차해가며 동기화되어가는 감정을 느낀다. 다른 영화들보다, 이 영화에 유난히 눈물을 많이 흘렸던 이유가 아마 여기에 있을 것 같다. 너무 동요하지도 않는 적당한 감정선이 우리에겐 더 애틋하게 느껴져서가 아닐까.
모든 것이 우연으로 일어난다는 점에서 개연성이나 접점을 찾아보기에는 어려운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뻔할지도 모르는 결말을 향해서 달려간다는 점에서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헌신과 순수한 사랑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이해가지 않을 수도 있으며, 개성 없는 캐릭터성과 상투적인 흐름에 흥미를 잃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나, 이 모든 것을 뒤집을 만큼 감성적인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신파극 감싸주기'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영화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메시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이 영화가 다르게 보이지도 않을까 싶다. 영화는 무작정 관객을 붙잡고 '어서 울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영화는 생각보다 관객에게 사건의 흐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기승전결의 과정을 천천히 보여준다. 지루할 수 있겠지만 영화의 스토리가 되어줘야 하는 일련의 과정조차 지루하다고 느낀다면, 볼만한 영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일련의 과정들을 따라가면서 재미있다고 느꼈던 점은 스토리의 순서가 생각보다 이래저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교차적이라는 점이었다. 현재에서 과거를 떠올려, 다시 과거로 회상되어가는 연출은 뭐랄까 남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는 기분이랄까. 둘의 첫 만남부터, 연애를 하게 된 시점과 행복했던 기억까지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스토리 자체가 너무 아름다워서 푹 빠져들게 된다. 문득, 첫사랑이 떠오르게 만드는 그런 지점들이 많았었다. 이러한 연출의 허점은 스토리에만 너무 집중하다 보니 교차점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려 관객에게 혼란의 불편함을 심어주는 실수들이 있는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이런 불편함을 겪어보지 못했다. 아마, 인물이 인물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3자의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친숙하게 느껴져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 '당신 물건이 그대로 있어'라는 대사가 나온다. 대사를 통해 영화는 이별에 대해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물건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은, 아직 사람을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된다. 이별이 되었든 사별이 되었든 흔적을 정리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과거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문에 마지막 장면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을지도 모른다. 떠나야 하는 때를 알고, 슬픔에 잠기기보다 떠난 후의 삶을 대비하기 위해 애쓰는 미오의 모습은 모든 것을 그대로 남겨둔 아이오 타쿠미(나카무라 시도)와의 모습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하나, 마지막에 서로의 각별한 추억을 떠올려 똑같은 행동으로 마지막을 보내는 모습에서 이별에 대하는 방식은 반대였지만 그 마음만큼은 같다는 걸 볼 수 있었다.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돌아온 아내와 유난 떨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억을 잃었다는 설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유난 떨지 않아서 더욱 진정성이 느껴지는 연출이었다. 돌아온 아내와 밥을 해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행복해 보였지만 동시에, 그만큼 이별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걸 느끼게 만드는 슬픈 장면이기도 했다.
영화 전체적으로 메시지가 굉장히 잘 드러나는 편인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영화는 '지금'에 대해서 수없이 강조한다. 지나간 시간에 후회되고, 다가올 미래가 두렵더라도 지금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행하기를 이야기한다. 스토리에서도 알 수 있듯 영화는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을 통해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로 현재 소중한 것들에 대한 것들을 강조하는 셈이다. 기억을 잃은 아내를 설정함으로써 다시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가는 것으로 과거를 그리워하기만 하는 주인공과는 정반대인 면도 메시지 그 자체와 닮아있다. 영화에서야 이별의 기한을 재설정함으로써 주인공의 삶을 대입해 볼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 이런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거리가 있지 않으니까 지금을 온 마음을 다하길. 인형을 거꾸로 매달아놓음으로써 지금의 시간을 조금 더 늦추고 싶은 아이 아이오 유우지(다케이 아카시 분)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현실에서 흘러가는 삶도 중요한 남편 아이오 타쿠미의 삶을 모두 가지고 있는 당신, 당신에게 주어진 지금을 살고 흘러간 시간에 대해 후회하기보다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새벽녘에 맥주와 함께 봤던 걸 후회할 정도로 먹먹한 영화였다. 꽤나 당황스러운 전개, 아이러니한 결말을 가지고 있지만 나름 해피엔딩이라고 멋대로 단정 짓고 싶다. 소재에 관련해서 소위 말하는 치트키에 가깝지만, 영화가 2005년작임을 생각해본다면 치트키의 시초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결말을 기대하는 분들에게 할 얘기는 아니지만, 해피엔딩은 아닌데 개인적으로는 해피엔딩으로 해석하고 싶다. 그 정도로 괜찮았고, 마음이 크게 가는 영화였다. 일본 영화들은 본 이후로도 마음속에 꽤 오래 남기 때문에 한 번 보고 나면 다음 영화까지 보는데 꽤 긴 기한이 필요한 편이다. 그럼에도 보고 싶어 지는 이유는 이런 작품들을 꾸준히 만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가슴 먹먹한, 너무나 아름다운, 그냥 괜히 따듯해지는 기분이 드는, 첫사랑이 문득 떠오르는 ... 많은 수식어가 떠오르는 영화였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행복을 주었던 故다케우치 유코 배우의 명복을 빕니다.
사진 출처 : <いま、会いにゆきます> In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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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4주 차 개봉작 추천,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해외 영화를 리메이크한 두 편의 <리멤버>와 <자백>의 개봉부터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단편영화 '몸값'을 새롭게 재탄생 시킨 티빙 시리즈 <몸값>의 공개까지!
그럼 10월 넷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극장 개봉 영화
리멤버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28분
감독: 이일형
출연: 이성민, 남주혁 등
개봉: 2022.10.26
배급: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줄거리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친일파를 찾아 60년간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는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와
의도치 않게 그의 복수에 휘말리게 된 20대 절친 인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관전 포인트
버디 무비 <검사외전>에 이어 신선한 스토리로 또 다른 버디 무비를 선보일 이일형 감독의 <리멤버>.
하나의 사건으로 연결되지만, 세대 차이에 중점을 두고 버디 영화의 관점으로 연출했다고 한다.
자백
ⓒ 네이버 영화
개요: 범죄 | 한국 | 105분
감독: 윤종석
출연: 소지섭, 김윤진, 나나 등
개봉: 2022.10.26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줄거리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망한 사업가 '유민호'와 그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가 숨겨진 사건의 조각을 맞춰나가며 벌어지는 이야기
관전 포인트
치밀한 서사와 예측불허 반전의 스토리로 서스펜스의 밀도가 높은 영화가 탄생했다.
개봉 전 진행했던 시사회에서 많은 관객에게 호평을 받았으며, 유수의 매체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카사블랑카
ⓒ 네이버 영화
개요: 멜로 | 미국 | 102분
감독: 마이클 커티즈배우: 험프리 보가트, 잉그리드 버그만 등
개봉: 2022.10.26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줄거리
2차 대전으로 어수선한 프랑스령 모로코, 미국인인 릭은 암시장과 도박이 판치는 카사블랑카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어느 날 미국으로 가기 위해 비자를 기다리는 피난민들 틈에 섞여 레지스탕스 리더인 라즐로와 아내 일리자 릭의 카페를 찾는다.
라즐로는 릭에게 미국으로 갈 수 있는 통행증을 부탁하지만 아직도 일리자를 잊지 못하는 릭은 선뜻 라즐로의 청을 들어주지 못한다.
경찰서장 르노와 독일군 소령 스트라세는 라즐로를 쫓아 릭의 카페를 찾고, 결국 릭은 라즐로와 함께 일리자를 떠나보내는데...
관전 포인트
1943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은 작품이다.
1999년에 재개봉 한 이후 23년만에 재개봉을 하는 작품이다.
도그
ⓒ 네이버 영화
개요: 코미디 | 미국 | 101분
감독: 레이드 캐롤린, 채닝 테이텀배우: 채닝 테이텀
개봉: 2022.10.26
배급: CJ CGV줄거리
이라크 파병으로 후유증으로 부대복귀가 불가능한 특수부대 출신 미군 ‘잭슨’.
어느 날, 그의 동료의 사망소식을 듣고, 그의 군견 ‘룰루’ 를 2400km나 떨어진 그의 장례식장에
데려가면 복직을 추천해주겠다는 상관의 제안을 받는다. 잭슨은 이를 수락하지만,
룰루 또한 이미 전투후유증으로 사나운 사고뭉치가 되어있었다.
잭슨과 룰루는 서로에 대한 마음도 열지 못한 채 둘 만의 여정을 떠나게 되는데…
관전 포인트
코믹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며 다채로운 매력을 뽐낸 채닝 테이텀의 신작이자 감독 데뷔작으로,
<로건 럭키>를 공동 제작한 '리드 캐롤린'과 다시 한번 합을 이룬다.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77%, 팝콘 지수 89%를 기록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스타게이저: 아스트로스코프
ⓒ 네이버 영화
개요: 공연실황 | 한국 | 119분
감독: 도하배우: 엠제이, 진진, 차은우 등
개봉: 2022.10.27
배급: CGV ICECON줄거리
2022년 5월, 아스트로의 세 번째 콘서트 가 열렸다.
아스트로만의 다채로운 매력으로 가득 채운 무대들과
수많은 땀방울과 치열한 고민이 녹아 있는 콘서트 준비 과정,
어디에서도 공개된 적 없는 멤버들의 진심 가득한 인터뷰까지.
아스트로와 아로하가 함께 달려온 길, 그리고 함께 나아갈 빛나는 여정의 기록
관전 포인트
3년 5개월 만에 열린 아스트로의 세 번째 단독 콘서트 'STARGAZER'를 준비하는 멤버들의 모습과 비하인드,
생생한 실황 무대, 그리고 멤버 6인의 진솔한 인터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OTT 공개 영화
몸값
ⓒ YVING
개요: 스릴러 | 한국 | 6부작
연출: 전우성
출연: 진선규, 전종서, 장률 등
공개: 2022.10.28
스트리밍: 티빙줄거리
서로의 ‘몸값’을 두고 흥정하던 세 사람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힌 후, 각자 마지막 기회를
붙잡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시작하며 광기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관전 포인트
원작의 설정에서 지진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면서, 바깥세상과 완전한 단절된
공간에서 어떻게 스토리가 전개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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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휘의 본질, 음악의 본질
자히아는 일상생활 속에서의 소음까지 전부 악기의 선율로 느낄 정도로 음악을 사랑한다.
교외의 작은 마을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파리의 명문 음악원 졸업반에 입성한 자히아. 그런 그녀의 꿈은 지휘자가 되는 것. 여자인데다 이민자이기까지 한 그녀에게는 결코 만만한 꿈이 아니다. 함께 수업하는 학생들은 그녀를 무시하고 깔보며, 자히아가 지휘자가 되자 연습을 이탈해버리기까지 한다.
어쩌면 그렇기에 자히아는 훨씬 더 '완벽'이라는 것에 집착하지 않았을까.
영화 내내 자히아는 '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지휘를 이어간다. 그녀는 작곡가의 의도를 완전히 파악해 내서 한 음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연주해 내고자 한다. 카메라는 계속해서 자히아의 표정과 손끝을 확대하여 보여준다. 스승이자 세계적인 지휘자인 세르지우는 계속해서 그녀에게 모든 단원들과 눈을 맞추고 연주하라 지시한다. 하지만 자히아는 함께 있는데도 외롭다며 자신의 고충을 토로한다.
아직 그들과 함께하지 않는구나. 언젠가 너도 알게 될 거다. 그들과 하나가 되는 순간을.
지휘 대회에서 떨어져 의기소침한 자히아는 자신을 이끄는 소리에 밖으로 나오게 된다. 자신이 한 명, 두 명 모집해 구성한 오케스트라 '디베르티멘토'가 거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간 꽉 묶은 머리와 정돈된 복장으로만 단원 앞에 섰던 자히아는 머리카락을 풀어헤치고 가벼운 재킷만 입은 상태이다. 그러나 자히아는 그 순간에야 비로소 단원들과 함께 연주하는 법을 알게 된다.
그동안 자히아만을 비추던 카메라는 여러 방면으로 움직이며 단원들을 담아낸다. 보면대도, 악보도, 의자도, 격식이라곤 갖춰지지 않은 이 무대에서 지치거나 슬픈 표정의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생동감 넘치는 연주자들의 손끝과 자히아의 손끝은 닮아있다. 낙후된 지역이지만 사람들은 한 편의 즐거운 음악을 듣고 박수를 보낸다. 자히아는 마지막에서야 '본질'을 찾은 듯하다.
"난 악보에 있는 것만 연주해."
"악보에는 모든 것이 있으니까. 본질만 빼고."
아마 자히아가 더 강인한 사람이었어도 동생인 파투마가 없었다면 결코 지휘자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만의 오케스트라를 가지라는 조언과, 누구나 음악을 즐길 자유가 있다는 것을 몸소 알려준 것은 전부 파투마였으니까. 때론 훌륭한 스승의 한 마디보다 분신 같은 친구의 별것 아닌 행동이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영화 [디베르티멘토]를 통해 지휘자의 세계에서도 여성은 외면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김은선 지휘자도 세상에 자신을 널리 알리고 있듯이 그 성역은 결국 무너지고 깨어질 것이다. '함께'의 가치를 모르는 자들은 결국 스스로 예술을 파멸시키기 마련이니까.
*이 영화는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관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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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다비전 예고편으로 놓치면 안되는 마블의 미래
#산돌구름 #완다비전 #마블예고편 #이스터에그
"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영상 타임라인*
00:00 인트로
00:45 신문 속 이름, 존
01:14 half sitcom, half MCU spectacular
02:18 하우스오브엠
03:20 쌍둥이, 위칸과 스피드
04:09 할로윈 코스튬
04:40 애거사 하크니스
06:18 멀티버스와 완다
08:02 아웃트로2020. 09. 23 영상입니다.
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마블쟁이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arveleroffi...*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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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좀비 리뷰 - 올드한 연출, 유치한 대사, 처참한 연기력, 쓸데없는 메세지의 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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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강남이 좀비에 점령 당했다!
평소와 같던 어느 날,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가 강남에 등장하고
기이한 행동들을 보이며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던 좀비의 정체가 사람들에게 알려진다.
한편, 대한민국 태권도 前국가 상비군 ‘현석’(지일주)은
강남의 직장으로 출근하던 중 우연히 ‘민정’(박지연)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회사에서 다시 ‘민정’을 마주한 ‘현석’이 호감을 표하는 순간
좀비가 건물에 들이닥치면서 순식간에 건물 전체의 사람들이 감염되기 시작한다.
바깥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모든 문이 폐쇄되어버린 건물,
그 속에서 ‘현석’과 ‘민정’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사투를 시작하는데…
이렇게 된 이상 절대 물러날 수 없다!
갇혀버린 강남, 무조건 살아 남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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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 무한한 모험 예고편
디즈니·픽사가 선사하는 우주적 상상력? 우주 저 너머 운명을 건 미션이 시작된다 [버즈 라이트이어] 무한한 모험 예고편 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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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모아나 2> 티저 예고편
우리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웅장한 소리🐚🥁 바다를 누비며 펼쳐질 눈부신 여정🌊 [모아나 2] 티저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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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로 개수작을 부리는 감독이 있다?
나는 가끔 글을 쓸 때 힘이 들어간다. 그러니까 어떤 주제로 쓸 때 이건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여야만 한다. 정성일 씨가 와도 절대 쓸 수 없는 그런 것을 추구한다. 근데 막상 까 보면 타인의 것들과 별 다를 것 없다. 예를 들어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리뷰한 글을 보자. 나는 이 영화를 '아무것도 없는 영화'라고 썼다. 정말 솔직히 말해보자면 나는 이 문장을 쓰고 '와 진짜 전다. 내가 천재긴 해. 이거 아무도 생각 못할 듯.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사실 확인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이 쓴 거 읽고 싶었는데 무서워서 안 했다. 이미 알고 있거든. 영화 보고 느끼는 감정이야 사람들 간에 별 다를 바 없고, 홍상수 감독도 이걸 의도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내 글은 별로 특별한 것 없을 거라는 그런 불안감 때문에 타인의 리뷰들을 읽지 않았다. 내 글이 특별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오로지 내 욕심 때문이었다. 이렇게 실제로는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 스스로가 특별해지고 싶은 순간을 나는 찌질함이라 부른다. 이 감정은 멀지 않은 곳에서 또 찾을 수 있다.
난 어디에서 자기 계발서를 대차게 깐 적 있다. 근데 사실 내가 영화를 보고 쓰는 글은 크게 보면 자기 계발서와 다를 바가 없다. 사람이라 느끼는 외로움이나 자아 찾기 뭐 그런 것들을 주제로 삼기 때문이다. 이런 장르의 책들 중 몇몇 권은 이런 것들을 토픽으로 삼지 않는가? 또 나는 1달 전에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읽었다. 일상 속 대화에서 소통능력이 구린 나는 이 책을 읽고 새로운 사람이 된 것처럼 굴었다. 인스타그램에 스토리를 올리면서 양심에 심각하게 찔린 나다. 그래도 나는 이 책이 좋다고 주변인에게 칭찬했다. 이렇게 나에게 합리화의 이유를 붙인다는 걸 뻔히 아는 것 역시 찌질함이라 부른다. 가끔 내 머릿속에서 내가 해온 허튼짓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럼 머릿속에 딱 들어오는 생각이 있다. 나에게서 이 두 가지의 찌질함을 빼놓으면 시체라는 것이다.
<옥희의 영화>는 찌질함에 관한 영화다. 영화는 네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문을 외울 날>, <키스왕>, <폭설 후>, <옥희의 영화>다. 이 네 편에 세명의 주연인 정유미, 이선균, 문성근 배우가 나온다. 지금이야 정유미-이선균 배우가 인기도 제법 있고 우리에게 친근하지만 이때의 이들은 풋풋한 모습이다. 풋풋함. 감독 홍상수는 이 풋풋함이라는 감정 머리 위에서 관객을 갖고 논다. 네 편의 단편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20대거나 대학 교수같이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지만 행동하는 건 초등학생의 풋풋함이 느껴진다. <주문을 외울 날>을 보자. 주인공 영화감독 진구는 송 교수에게 '당신 소문이 안 좋은 걸 아느냐?'라고 묻는다. 근데 곧이어 있을 GV에 누가 나타나서 '당신이 내 친구의 인생을 망쳤다. 어떻게 생각하냐'라고 질문을 듣는다. 전자 상황에서 진구는 '혹시나 해서 여쭤본 겁니다'라고 합리화를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선 '이 상황에서 이 질문이 맞냐?'라고 역정을 낸다. 자기 자신을 위해 합리화를 한 것이다. 두 번째. 키스왕이다. 친구 옥희를 좋아하는 진구. 진구는 연애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숙맥이지만 아무튼 옥희가 좋다. 옥희는 이런 진구의 마음을 전해 듣는다. 송 교수와 진구 사이에서 고민하는 옥희. 친구에게 송 교수와 함께 있을 때 즐겁다고 말해 이쪽을 택할 것으로 보였지만 결국 진구와 함께한다. 엔딩부에 둘이 함께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 옥희가 진구에게 말하는 대사가 압권이다. '나는 네가 착해서 좋아'라는 말에 '착할게'라고 답한다. 아무튼 나는 너를 위해 착해질 것이라고 답하는 것이다. 이 쪽도 자기 스스로를 위해 합리화를 했다. 세 번째. 폭설 후는 굉장히 짧다. 송 교수는 누구보다 수업에 진심인 것으로 보이지만 막상 학생이 안 오니 우웨엑 토와 함께 애정을 뱉어낸다. 이 단편에도 스스로를 위한 합리화가 이뤄진다. 네 번째. 이 영화의 제목이 된 <옥희의 영화>다. 주인공 옥희는 젊은 남자와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나이 든 남자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하지만 옥희는 나이 든 남자를 고르지 않았다. 산을 왔다 갔다 하는 거 빼곤 별거 없었던 추억이지만 옥희는 함께 했던 시간을 굉장히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 관객이 보기엔 그냥 진구와 송 교수 이상도 이하도 아닌걸. 떠나가는 추억을 회상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옥희는 스스로에게 특별했으면 하는 순간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영화는 4편의 이야기를 연달아 붙이며 인간이라면 있을법한 찌질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도 타 감독들이 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말이다.
나는 이 찌질함과 합리화는 베스트 프렌드라고 생각한다. 남은 이해하지 못해도 나 자신은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내로남불'이 찌질함이라는 것의 본원이겠지. 첫 번째 <주문을 외울 날>은 이 자기모순에 대한 이야기다. 소문은 근본적으로 내가 보지 않은 것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나 자기의 소문에 관해 들을땐 이게 뭔 소린가? 싶다. 자기는 자기가 제일 잘 알거든. 근데 또 막상 믿기는 쉬워서 타인을 어렵지 않게 의심한다. 나는 사람이 이런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 때 특정한 가치관 아래에 모든 것을 결정하며 사나? 아닐 것이다. 내가 직관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살고 거기에 우리 스스로는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면서 산다. 나이가 든다는 건 이런 자기모순에 익숙해지는 것이겠지. 이런 모순은 <키스왕>에서도 나타난다. 어쩔 줄 몰라 옥희의 집 앞에서 소주를 마시는 진구. 이 앞에서 했던 말이 재밌다. '나는 너랑 대화가 잘 통해서 좋아'와 '착할게' 이 두 마디다. 이 말과 진구의 행동은 본질적으로 모순적이라고 생각한다. 대화가 잘 통하는 거면 성격이 잘 맞는 거고. 착할 게는 안 맞는 부분이 있어도 맞춰주겠다는 것 아닌가? 이 말을 들으면 진구는 옥희를 배려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근데 진구는 타인을 존중하고 그런 거 없다. 숨기고 그럴 것도 없이 옥희와 입을 맞춘다. 연애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진구의 이런 화법과 행동은 개연성을 갖긴 하지만 그냥 주인공은 무작정 옥희랑 사귀고 싶은 거다. 그래서 앞 뒤가 다른 행동을 일단 저지르고 본다. '내가 이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지'같은 체계가 아니라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렇게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야기는 확실히 대비가 된다. 그러니까 소문의 속성과 짝사랑-연애로 이뤄지는 과정을 대치시킨 셈이다. 난 이 지점이 분명한 의도라고 생각한다. 모순을 느끼기 쉬운 소재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원래 앞 뒤 다르다. 신나게 전 애인 험담하다 그들의 전화에 혹하는 게 우리 똑은 우리 친구들의 이야기 아닌가? 또 남을 욕할 때의 우리는 스스로에게 관대하다. 남 험담하는 사람이라고 욕먹는 주위의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우리가 타인과 갈등하거나 자기혐오의 빠질 때 주요 소재가 되기도 한다. 또 우리가 살다 보면 이 경험들 한 번씩은 해봤다. 영화는 이렇게 우리 인생에서 절대 별개가 아닌 이기심이란 감정을 일상의 에피소드로 표현해 공감을 얻는다. 즉 구로사와 기요시는 인간 내면에 대한 이야기로 <큐어>를 썼고 봉준호 감독은 어머니의 모성에 관한 작품으로 <마더>를 만들어 관객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면 홍상수는 인간의 이기심을 통한 코미디를 그냥 배우 세명에 4천만 원 제작비가 든 4편의 단편영화로 끝내버린 것이다. 일상 속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영화로 다가올 때 어떤 느낌인지를 500% 이해하지 않고서는 이럴 수 없다. 완전히 미쳐버린 천재성인 셈이다.
이 천재성은 세 번째, 네 번째 이야기에서 더 뒷받침된다. 진구가 묻는다. '무얼 원하고 사세요?' 송 교수가 답한다. '오늘의 내가 원하는 것과 내일의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것은 앞에서 내가 썼던 이야기와 공통점이 있다. (그러고 바로 다음 장면에 '학교 때려치우기 잘했다'라고 말하는 송 교수의 대사가 웃겼다.) 네 번째 이야기는 젊은 남자와 나이 든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그냥 산 타고 왔다 갔다 하는 이야기가 끝이다. 근데 이 등산과 하산만으로도 영화라는 예술의 전부를 보여준다. 남이 보기엔 그냥 에피소드인 이야기를 우리는 끊임없이 과거의 무언가와 비교한다. 그리고 항상 무언가를 골라 다른 것과 작별한다. 이걸 겉으로 드러내 '나는 특별한 사람이야!'라고 티를 내면 찌질함이 될 수도 있다. 또, 어떤 것을 보며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지'라며 자위한다. 심지어 이 영화를 보고 공감을 얻는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주인공의 행동이 나와 닮았기 때문에 나답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영화에서 그 인물이 그렇게 행동하는 건 그 상황이니까 하는 것이다. 즉 다른 외적 요인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우리라고 해서 꼭 그렇게 행동하리라는 법은 없다. 그런데 우리는 찌질해서인지 그 영화의 장면과 과거의 에피소드 하나를 같다고 여기거나 '내가 저거보다 낫지'라며 조소하기도 한다. 나 자신을 위한 합리화를 해 버리는 것이다. 또 내 어떤 것과 현재의 어떤 것을 비교해서 우선순위를 정한다. 비교는 아무 의미가 없고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는 네 번째 영화의 등산과 하산을 관통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왜 홍상수의 영화 내지는 영화라는 장르를 보며 공감하는가?라는 질문과도 닿아있다. 제목이 <옥희의 '영화'>인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세 가지 질문의 답은 굉장히 쉽다. 우리는 대체로 못나고 찌질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인간은 없고 모두에게 소심한 구석 하나쯤은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우리의 모습을 숨기고 싶어 하거나 남들과 다른 특별함이라고 여긴다. 잠깐, 이거 우리 모르나? 그럼에도 우리는 타인에게 엄격하고 상처를 호소하며 나는 착한 사람이라고 최면을 건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공감을 얻는다. 그래.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지. 그렇게 스스로와 합리화를 한 채로 무언가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또 영화를 본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기 시작한다. 예전의 것들을 떠나보낸다. 무한 반복이다. 우리는 이 지루하고 귀찮은 일상 속에 산다. 내가 찌질하지 않다는 변명과 함께 말이다. 감독 홍상수는 이렇게 모순적인 우리의 모습을 포착해 또 네 개의 단편영화로 접근한다. '너 이런 거 내가 다 알아!'라는 말과 함께 관객의 마음을 얻는다. 하나의 장편이 아닌 네 가지의 단편을 통해 전체로서의 의미는 버리고 순간순간 느껴지는 공감을 영화로 만들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이 영화는 개수작 같은 영화다. 사실 까고 보면 되게 별거 없는데 그저 이성을 꼬시기 위해 사용하는 개수작 화법인 셈이다. 영화 전면에 주제의식은 사실 별거 없고 느끼는 감정만을 따르라는 대사가 나온다. 난 그것마저도 개수작이라고 생각한다. '나 너희들 마음 다 알아. 왜 영화를 좋아하는지도 안다고. 그러니까 내 영화에 의미 같은 거 찾지 마. 이건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영화가 아니니까. 그냥 니들 이야긴 거 아니까 너희들 마음은 이미 내 거야.' 뭐 이런 식의 개수작인 셈이다. 우리 대부분의 영화 아니 문학작품은 메시지란 게 있지 않은가? 근데 홍상수는 감독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있어 보이는 말로 주류와는 다른 본인의 세계를 확고히 한다. 내가 만든 세계를 관객에게 주입시켜 '와 이 사람 전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우리는 이 논리에 설득당하는 바보들이다. 조명도 별로고 화장도 안되어있고 관통하는 서사도 심심하며 예산도 작은 그의 영화를 보는 우리는 그에게 꼬인 물고기들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 영화를 볼 필요가 없다. 이기적인 우리는 현재의 나와 과거의 무엇을 비교하지 않으면 온 몸이 쑤신다. 홍상수는 우리에게 좋은 솔루션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 진짜 인정하기 싫은데 나도 그에게 설득당했다. 아마 신작을 우리 지역에서 볼 수 있다면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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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4주차 신작 개봉 영화
2022년 5월 4주 개봉영화!
안녕하세요 Good morning , 2021
국민 배우 이순재와 신들린 아역배우 김환희의 만남
영화 "안녕하세요"는 세상에 혼자 남겨져 의지할 곳 없는 열아홉 수미가 죽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호스피스 병동 수간호사 서진을 만나
세상의 온기를 배워가는 애틋한 성장통을 휴먼 드라마 입니다.
사는 게 죽는 것보다 힘든 서진에게 죽음을 앞두고도 누구보다 활기차고 열심히 사는 호스피스 병원 사람들과 생활하며 마음이 점차 바뀌는 내용인데요
성년이 된 ‘천재 아역’ 출신 김환희와 ‘국민 배우’ 이순재가 만났습니다
'곡성'에서 '뭣이 중헌디'라고 악을 쓰며 신들린 연기를 선보인 김환희의 성인연기자 모습을 볼수 있는 첫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행복에 대해 말하기 위해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같이 풀었다는 차봉주 감독의 신작!
이번주 추천영화 "안녕하세요" 입니다.
첫번째 추천영화 "안녕하세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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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물보다 진하다 The Goblin , 2022
K-하드보일드 느와르 액션!
영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조직의 전설적인 해결사, 일명 도깨비였던 두현과 그런 두현을 동경했던 후배 영민의 지독한 악연을 담은 하드보일드 느와르 액션영화 입니다.
제1회 아산충무공 국제액션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김희성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드라마 '나쁜 녀석들' 제작진들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조동현, 이완 그리고 임정은, 윤철형, 이천은, 최기섭, 최왕순 등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출동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더했습니다.
거친 액션과 섬세한 감정으로 철저히 무장한 하드보일드 느와르 액션!
두번째 추천영화 "피는 물보다 진하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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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 Hommage , 2021
1962~2022 시네마 시간여행
영화 "오마주"는 한국 1세대 여성영화감독의 작품 필름을 복원하게 된 중년 여성감독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시네마 여행을 그리는데요
1962년과 2022년을 잇는 아트판타지버스터로 일상과 환상을 오가는 위트 있고 판타스틱한 여정을 담았습니다.
신뢰의 연기자인 이정은 배우가 첫 단독 주연을 맡아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의 색다른 연기로,
과거에도 현재에도 삶과 예술을 사랑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는 열연으로 보여주는데요
도쿄국제영화제, 트라이베카영화제, 호주시드니영화제, 영국글래스고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워싱턴한국영화제 초청과 함께 피렌체한국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습니다.
중년의 여성감독이 '여판사'를 복원하는 액자식 구성과 시간여행이 흥미를 자아내는 ‘오마주’는
한국영화 역사상 두 번째 여성감독인 홍은원에 관한 이야기이며 한국의 모든 여성 영화감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신수원감독은 우리가 모르는 여성감독들이 존재했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그렇게 모험적으로 살아온 분들의 기운을 ‘오마주’에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는데요
여성영화인뿐만 아니라 영화인과 예술인, 그리고 세상의 모든 꿈꾸는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격려가 될
세번째 추천영화 "오마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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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조국 The Red Herring , 2022
내 주변의 누군가가 조국이 될수있다
영화 "그대가 조국"은 조국이 법무부장관에 지명된 2019년 8월 9일부터 장관직을 사퇴한 10월 14일까지 67일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정의를 잃어버린 검찰이 무참한 사냥을 벌이던 그때, 우리는 무엇을 보았는지를 다루는데요
그대가 조국은 언젠가는 ‘내’가 ‘내 주변의 누군가’가 ‘조국’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달팽이의 별’로 아시아 최초이자 한국 최초로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장편경쟁부문 대상 수상과
‘부재의 기억’으로 한국 최초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다큐멘터리상 노미네이트와 뉴욕국제다큐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이승준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조국사태의 비밀!
네번째 추천영화 "그대가 조국"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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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그라운드 UN MONDE , PLAYGROUND , 2021
전 세계 영화제 30개 트로피 휩쓴, 올해의 무비
영화 "플레이그라운드"는 일곱 살 ‘노라’와 오빠 ‘아벨’이 맞닥뜨리게 된 ‘학교’라는 세상을
아이의 눈높이와 심리 상태에 초밀착해 놀랍도록 사실적으로 담은 영화입니다.
2021년 제74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어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을 수상한 이래
현재까지 전 세계 영화제 30개의 트로피를 휩쓸었고, 지난 3월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벨기에 출품작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았습니다.
국가와 시대를 막론하고 ‘학교’라는 집단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근원적이고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데요
플레이그라운드는 오빠가 당하는 괴롭힘을 통해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동생 ‘노라’의 시선과 감정을 통해 폭력의 내밀한 전이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다섯번째 추천영화 "플레이그라운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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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을 왜곡되어 보게 만드는 내면
누구나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때론 대화하며 살아간다. 나의 심리 상태는 외부의 시선을 형성하는 데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기분이 좋을 때 바라보는 세상과, 기분이 나쁠 때 바라보는 세상은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실제 모습과는 다르게 외부의 모습을 왜곡시키는 경우가 많다. 좋은 기분일 때는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지만, 나쁜 기분일 때는 모든 것이 괴상하고 기이하게 보인다. 이건 개인이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조정하고 노력한다고 해서 조절되는 건 아니다. 특히나 우울증 증상이 심각해졌을 때는 자신은 잘 한다고 생각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영화 <스마일> 1편은 개인의 심리가 외부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공포 스릴러 형식을 통해 잘 보여주었다. 등장인물들은 괴상한 스마일 전염병에 걸리며 웃음을 지은 채 자살하고, 이를 목격한 사람이 다시 감염된다. 마치 우울한 사람과 자주 접할수록 그 감정이 전염되듯이, 영화는 감정의 전염을 무척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공포 장르의 틀 속에 있으면서도 심리 스릴러적인 요소가 강하게 느껴졌다. 이번에 개봉한 <스마일2>는 음주운전과 남자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몰락의 길을 가다가, 다시 재기하려는 스타 가수 스카이(나오미 스콧)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첫 번째 감정] 스카이의 아픔
스카이는 음주 운전 사고로 남자친구가 죽는 것을 옆에서 목격했다. 한때 엄청난 인기를 누리던 스타 가수였지만, 그 사고로 인해 심리적 충격을 받았고, 대중의 비난도 받아왔다. 스카이는 사고 이후 육체적인 후유증과 더불어 심리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그 고통은 점점 심해져 마약 성분의 진통제를 찾게 된다. 그녀의 아픔은 단순히 육체적 고통을 넘어 심리적인 문제와 깊이 얽혀 있어 견딜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영화 속에서 스카이는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상태로, 소속사와 어머니의 압박 속에 무리하게 복귀를 준비한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외면하며 성공과 재기를 강요한다. 심지어 어머니조차도 스카이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끊임없이 그녀를 밀어붙인다. 스카이는 심리적으로 안식할 공간을 찾지 못한 채, 점점 더 깊은 고통 속으로 빠져든다. 그녀의 아픔은 외면받고, 고통은 해결되지 않은 채 누적되어간다.
스카이의 아픔은 단순히 개인적인 고통을 넘어선다. 그녀는 과거의 실수로 인해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주변의 기대와 압박은 그녀의 고통을 더욱 심화시킨다. 그녀는 무대 위에서 화려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자신의 상처를 감추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 고통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점점 더 깊은 상처로 변해간다. 스카이는 자신의 아픔을 외면하려 하지만, 그 고통은 계속해서 그녀를 따라다니며 그녀의 삶을 갉아먹는다. 영화는 이러한 스카이의 심리적 고통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들로 하여금 그녀의 고통을 공감하게 만든다.
[두 번째 감정] 스카이의 우울
스카이는 영화 내내 불안정하고 불안해 보인다. 죄책감, 압박감, 자기 자책 등 다양한 부정적 감정을 혼자 떠안고 있으며, 이러한 감정들은 그녀를 점점 더 불안하게 만든다. 스카이는 자신의 심리적 고통을 통제하지 못하고, 그 결과로 점점 더 많은 환상과 환각에 시달리게 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러한 환상의 순간들은 점점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그녀가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스카이가 자신의 심리를 통제하지 못하는 과정을 기괴한 이미지로 표현하며, 그녀가 점점 더 깊은 우울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스카이는 여러 번 마음을 다잡으려 하지만, 그녀의 우울은 정상적인 시도를 무력화시키며 계속해서 그녀를 어둠 속으로 끌어내린다. 결국 스카이의 심리 상태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망가뜨리고, 그녀 자신마저 파괴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스카이는 자신의 우울을 떨쳐내기 위해 여러 번 노력하지만, 주변의 환경과 내면의 고통이 그녀의 노력을 무력화시킨다. 그녀는 다시 노래를 부르고, 팬들 앞에 서며 정상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그 모든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난다. 그녀의 우울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그녀의 내면은 점점 더 혼란에 빠진다. 영화는 이러한 스카이의 우울한 감정을 다양한 시각적 표현을 통해 강조한다. 무대 위의 화려한 조명과 그녀의 흐릿한 눈빛, 환각 속에서 보이는 기괴한 이미지들은 스카이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녀의 고통을 더욱 깊이 느끼게 만든다.
[세 번째 감정] 스카이의 감정전파
스카이는 몰락한 상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단한 팬층을 보유한 스타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스타들이 많다. 십대들은 그들을 보며 꿈을 키우고, 그들의 행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 <스마일2>는 한 스타의 몰락이 수많은 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경고하고 있다.
스카이의 모든 행위는 미디어를 통해 팬들에게 전해진다. 그녀가 콘서트장에서 보여주는 행동들은 팬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그녀의 우울은 무의식중에 팬들에게도 전염된다. 스카이는 개인적인 공간에서 자신의 우울을 추스르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더 큰 절망과 불안을 드러내게 된다. 이 과정이 무척 기괴하고 공포스럽게 표현되며, 팬들에게도 충격을 준다.
스카이의 감정전파는 단순히 무대 위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녀의 개인적인 행동과 그녀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팬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영화는 이러한 과정을 매우 현실감 있게 묘사하며, 스타의 감정이 팬들에게 어떻게 전염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팬들은 스카이의 몰락을 보며 그녀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그녀의 우울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간다. 스카이가 느끼는 절망과 공포는 팬들에게도 동일하게 전해지며, 영화는 이러한 감정 전염의 과정을 공포스럽고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스카이의 몰락은 단지 한 사람의 추락이 아니라, 그녀를 따르는 수많은 팬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커다란 사건임을 영화는 강조하고 있다.
우울증 환자의 심리 속에 들어간 듯한 기괴함
<스마일2>는 공포 장르를 통해 우울하고 불안정한 사람의 심리를 매우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마치 심리학 소설을 읽는 것처럼 불안정한 사람이 어떤 모습을 보고 망상을 겪게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이러한 감정이 전염된다는 설정은 1편에 이어 계속되며 무척 신선하고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현대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우울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러한 우울한 감정은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전염된다. 영화는 이러한 현대인의 우울과 불안을 스타라는 매개체를 통해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스카이는 개인의 불안과 우울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녀의 몰락은 단순히 한 사람의 추락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장된다.
<스마일2>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의 고통과 우울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들의 감정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이 영화는 공포라는 장르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감정적 연결과 그 파급 효과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현대 사회의 우울함을 직시하고, 그로 인해 왜곡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우리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은 때로는 우리의 내면을 왜곡시킬 만큼 강력하다. <스마일2>는 이러한 감정의 힘과 그 전염성을 무섭도록 현실감 있게 그려낸 영화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영화의 기괴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과 주변의 감정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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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만나러 갑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소중함에 대한 시간의 역설이 멜로와 가족애를 모두 잡았다.
<러브레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돌아보면 꽤 많은 일본 영화를 봤었는데, 그중 단연 많이 보는 장르라면 멜로나 가족 장르가 되겠다. 특히 국적을 불문하고 2010년 이후 작품들보다 2000년대 초중반에 나온 작품들이 유난히 마음에 드는데, 특유의 투박한 감성과 어딘지 낡아 보이는 장면들이 가장 마음에 드는 매력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포인트가 많다. 국내에서 리메이크된 작품이기도 하고, 포스터 자체가 워낙 눈에 익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에 왠진 한 번 봤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동안 꽤 많은 영화를 봤지만, 리뷰를 쓸 만큼 마음에 드는 작품은 찾질 못했다. 와중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만나게 됐고, 새벽녘에 맥주 한 캔과 함께 조용히 빠져들었다. 몇 번이나 울었는지 모르겠지만, 마음속에 꽤 깊은 공허함과 동시에 따뜻함이 남는 매력 있는 영화였다.
일본 영화가 가진 청록색의 청량함은 유난히 푸르게 느껴진다. 주위 배경과 이질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게 신기할 다름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오프닝은 영화의 배경을 알리듯 가볍게 끊는다. 청량한 배경과 긴 여백으로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의미심장한 장면을 던짐으로써 관객에게 호기심을 끌어낸다. 대부분의 일본 영화들이 그러던데, 특유의 클리셰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시놉시스와 다르게 꽤나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분위기는 산뜻하게 이끌어간다. 마치 '불행한 일 같은 건 있지만, 괜찮아!'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진중한 현실의 사건을 가볍게 풀어낸다는 점에서부터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게만 생각하지는 않는 편이다.
'남편과 아들을 두고 세상을 떠난 아이오 미오(다케우치 유코 분), 어느 날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잃고 돌아오게 된다' 소재 자체만 두고 보았을 때는 사실 치트키에 가까운 수준이다.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는 주제임과 동시에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조금 보태 이런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재미없게 만들 수나 있을까 싶은 생각이다. 앞서 말했듯 꽤나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 가벼운 도입부를 가지고 있는데 누군가 죽었다는 사실, 이별했다는 사실을 전제로 두고 시작하기 때문에 알게 모를 밀당이 영화 전반적으로 흐른다. 관객에 마음을 아릿하게 만드는 장면을 연출하다가도 동시에 허탈하게 웃을 수 있도록 놓아주기도 한다. 동시에 비의 계절이 되면 돌아오는 엄마라는 사실 자체가 연출적으로 낭만적이다. 비의 계절, 그러니까 계절 상 장마가 끝나버리면 떠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관객에게 인지시킨다. 때문에, 관객은 결말로 달려가면서 끝까지 오묘한 긴장감을 놓칠 수가 없다.
새까맣게 태운 빵과 풋내기 부자, 귀여운 음악, 배우 특유의 말투, 쉬어가는 듯 보여주는 여백의 장면들까지 이러한 조합들이 의외의 밸런스를 유지한다. 지나치게 무겁게 만들지 않고 영화 내내 적당한 균형감을 유지해준다. 영화 전체적인 소재를 잊게 만들 만큼 연출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꽤나 쓸쓸해 보일 법한 연출도 여러 번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때문에 관객은 슬쩍 웃음 짓다가도 눈밑이 천천히 시큰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마, 누군가의 빈자리라는 점을 현실에 빗대어 연출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도 빈자리가 영원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상기해주고 싶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짧은 시간 내에 연출가의 밀당이 돋보이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영화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연출이나 대사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장면들이 많았다. 특히, 초반에 비의 계절을 바라보는 부자와 동시에 우연히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비디오 테이프의 미오의 장면은 연출가의 섬세함이 극대화되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함께하는 것 같지만, 함께 있는 것이 아닌 묵직하면서도 서글픈 연출이 마음을 여러 번 울린다. 이처럼, 관객의 감정을 끌어당기기 위해 여러 도구들을 동시에 사용하는데 방금처럼 장면 연출 외에도 대사, 주인공의 모습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을 영화로 불러일으킨다. 관객은 여러 번 영화 속으로 들어가 여러 주인공들을 교차해가며 동기화되어가는 감정을 느낀다. 다른 영화들보다, 이 영화에 유난히 눈물을 많이 흘렸던 이유가 아마 여기에 있을 것 같다. 너무 동요하지도 않는 적당한 감정선이 우리에겐 더 애틋하게 느껴져서가 아닐까.
모든 것이 우연으로 일어난다는 점에서 개연성이나 접점을 찾아보기에는 어려운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뻔할지도 모르는 결말을 향해서 달려간다는 점에서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헌신과 순수한 사랑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이해가지 않을 수도 있으며, 개성 없는 캐릭터성과 상투적인 흐름에 흥미를 잃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나, 이 모든 것을 뒤집을 만큼 감성적인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신파극 감싸주기'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영화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메시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이 영화가 다르게 보이지도 않을까 싶다. 영화는 무작정 관객을 붙잡고 '어서 울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영화는 생각보다 관객에게 사건의 흐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기승전결의 과정을 천천히 보여준다. 지루할 수 있겠지만 영화의 스토리가 되어줘야 하는 일련의 과정조차 지루하다고 느낀다면, 볼만한 영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일련의 과정들을 따라가면서 재미있다고 느꼈던 점은 스토리의 순서가 생각보다 이래저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교차적이라는 점이었다. 현재에서 과거를 떠올려, 다시 과거로 회상되어가는 연출은 뭐랄까 남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는 기분이랄까. 둘의 첫 만남부터, 연애를 하게 된 시점과 행복했던 기억까지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스토리 자체가 너무 아름다워서 푹 빠져들게 된다. 문득, 첫사랑이 떠오르게 만드는 그런 지점들이 많았었다. 이러한 연출의 허점은 스토리에만 너무 집중하다 보니 교차점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려 관객에게 혼란의 불편함을 심어주는 실수들이 있는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이런 불편함을 겪어보지 못했다. 아마, 인물이 인물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3자의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친숙하게 느껴져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 '당신 물건이 그대로 있어'라는 대사가 나온다. 대사를 통해 영화는 이별에 대해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물건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은, 아직 사람을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된다. 이별이 되었든 사별이 되었든 흔적을 정리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과거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문에 마지막 장면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을지도 모른다. 떠나야 하는 때를 알고, 슬픔에 잠기기보다 떠난 후의 삶을 대비하기 위해 애쓰는 미오의 모습은 모든 것을 그대로 남겨둔 아이오 타쿠미(나카무라 시도)와의 모습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하나, 마지막에 서로의 각별한 추억을 떠올려 똑같은 행동으로 마지막을 보내는 모습에서 이별에 대하는 방식은 반대였지만 그 마음만큼은 같다는 걸 볼 수 있었다.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돌아온 아내와 유난 떨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억을 잃었다는 설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유난 떨지 않아서 더욱 진정성이 느껴지는 연출이었다. 돌아온 아내와 밥을 해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행복해 보였지만 동시에, 그만큼 이별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걸 느끼게 만드는 슬픈 장면이기도 했다.
영화 전체적으로 메시지가 굉장히 잘 드러나는 편인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영화는 '지금'에 대해서 수없이 강조한다. 지나간 시간에 후회되고, 다가올 미래가 두렵더라도 지금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행하기를 이야기한다. 스토리에서도 알 수 있듯 영화는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을 통해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로 현재 소중한 것들에 대한 것들을 강조하는 셈이다. 기억을 잃은 아내를 설정함으로써 다시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가는 것으로 과거를 그리워하기만 하는 주인공과는 정반대인 면도 메시지 그 자체와 닮아있다. 영화에서야 이별의 기한을 재설정함으로써 주인공의 삶을 대입해 볼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 이런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거리가 있지 않으니까 지금을 온 마음을 다하길. 인형을 거꾸로 매달아놓음으로써 지금의 시간을 조금 더 늦추고 싶은 아이 아이오 유우지(다케이 아카시 분)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현실에서 흘러가는 삶도 중요한 남편 아이오 타쿠미의 삶을 모두 가지고 있는 당신, 당신에게 주어진 지금을 살고 흘러간 시간에 대해 후회하기보다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새벽녘에 맥주와 함께 봤던 걸 후회할 정도로 먹먹한 영화였다. 꽤나 당황스러운 전개, 아이러니한 결말을 가지고 있지만 나름 해피엔딩이라고 멋대로 단정 짓고 싶다. 소재에 관련해서 소위 말하는 치트키에 가깝지만, 영화가 2005년작임을 생각해본다면 치트키의 시초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결말을 기대하는 분들에게 할 얘기는 아니지만, 해피엔딩은 아닌데 개인적으로는 해피엔딩으로 해석하고 싶다. 그 정도로 괜찮았고, 마음이 크게 가는 영화였다. 일본 영화들은 본 이후로도 마음속에 꽤 오래 남기 때문에 한 번 보고 나면 다음 영화까지 보는데 꽤 긴 기한이 필요한 편이다. 그럼에도 보고 싶어 지는 이유는 이런 작품들을 꾸준히 만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가슴 먹먹한, 너무나 아름다운, 그냥 괜히 따듯해지는 기분이 드는, 첫사랑이 문득 떠오르는 ... 많은 수식어가 떠오르는 영화였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행복을 주었던 故다케우치 유코 배우의 명복을 빕니다.
사진 출처 : <いま、会いにゆきます> In Mo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