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Choice Movie2022-06-28 17:39:02
6월 5주 최신 개봉영화
6월 5주 최신 개봉영화 5편
2022년 6월 5주 개봉영화!
헤어질 결심 Decision To Leave , 2021
박찬욱 감독의 세 번째 칸 영화제 본상 수상
영화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인데요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수사 과정의 팽팽한 긴장 가운데 서로에게 특별한 호기심과 의외의 동질감을 느끼는 두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
서스펜스와 멜로를 넘나드는 신선한 재미를 느끼게 합니다.
"헤어질 결심"은 각본 단계부터 탕웨이와 박해일로 결정을 하고 제작했는데요
오로지 탕웨이이기에 가능한 캐릭터와 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것입니다.
'올드보이', '박쥐',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수사멜로극!
첫번째 추천영화 "헤어질 결심" 입니다.
-------------------------------------------------------------------------------------------------------------------------------------
미친 능력 The Unbearable Weight of Massive Talent , 2022
올여름 극장가 완벽 접수할 초대형 코믹 액션
영화 "참을 수 없는 무게의 미친능력"은 '데드풀' 제작진과 할리우드 원조 레전드 스타 니콜라스 케이지의 기상천외한 만남으로 일찍이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입니다.
"미친 능력"은 잘나가던 슈퍼스타 시절과 달리 재정난에 시달리는 '닉 케이지'가 그의 억만장자 슈퍼팬 '하비'의 생일 파티에 참석한 후
예기치 못한 일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초대형 코믹 액션인데요
니콜라스 케이지와 페드로 파스칼이 2022년 최고의 브로맨스 케미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재치 넘치는 스토리와 멈출 줄 모르는 빅 스케일 액션까지 모두 갖춘 버라이어티한 매력!
두번째 추천영화 "미친능력" 입니다.
-------------------------------------------------------------------------------------------------------------------------------------

고스트랜드 PRISONERS OF THE GHOSTLAND , 2018
올여름 극장가 완벽 접수할 초대형 코믹 액션
영화 "고스트랜드"는 사무라이 마을 총독의 지시로 손녀 버니스를 찾아 떠난 히어로가 시간이 멈춘 채 버려진 지옥의 도시 고스트랜드에 도착하고,
도시의 기이한 진실을 마주하며 생존을 위해 최후의 결투를 펼치는 액션 스릴러입니다.
히어로 역의 니콜라스 케이지와 총독 역의 빌 모슬리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조성하며 스릴 감을 선사하는데요
니콜라스 케이지의 파격 변신으로 또 하나의 안티 히어로가 탄생할 예정입니다.
동양과 서양의 한정된 세계를 넘어 환상 속에 존재하는 미지의 도시를 독보적인 분위기로 표현한 영화!
세번째 추천영화 "고스트랜드" 입니다.
-------------------------------------------------------------------------------------------------------------------------------------
컴온 컴온 C'mon C'mon , 2021
'조커' 호아킨 피닉스의 변신
영화 "컴온 컴온"은 조카와의 서툰 동행을 통해 떠나보내고 받아들이며 서로의 색으로 하나의 세상을 칠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힐링 로드무비입니다
영화 '조커'로 아카데미를 비롯한 각종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쓴 호아킨 피닉스가 조카를 돌보게 된 삼촌 역을 맡아
2009년생 아역배우 우디 노먼과 케미스트리를 선보이는데요
삼촌과 조카의 관계가 가장 큰 줄기를 이루지만,
그 안에 모자와 모녀 관계, 남매 관계, 부부 관계까지 아우르면서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삼촌과 조카 관계를 통해 인생을 배우는 한 언른의 이야기!
네번째 추천영화 "컴온컨온" 입니다.
-------------------------------------------------------------------------------------------------------------------------------------
Relative contents
-
- SF의 탈을 쓰고 윤리적 딜레마를 다루는 블랙 코미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섬 한 가운데에 자리잡은 최첨단 교도소에서 자타가 공인한 천재 과학자 '스티브(크리스 헴스워스)'는 실험에 자원한 재소자들에게 행복, 번뇌, 성욕, 복종 등의 여러 감정을 조절하는 여러 신약을 테스트한다. 자칫 비인간적일 수도 있는 이 실험은 죄수들이 주립 교도소에 갇히는 대신 자원해서 참여했다는 점, 그리고 상대적으로 많은 자유가 그들에게 주어진 다는 사실에 의해 정당화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음주 운전으로 아내와 친구를 사망에 이르게 한 죗값을 갚기 위해 실험에 자원한 '제프(마일즈 텔러)'는 프로젝트의 목적과 주체에 의문을 품는다.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약물을 주입하도록 시키는 스티브를 보면서 의구심이 피어난 것이다. 해당 실험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자 제프의 의심은 더욱 커지고, 사랑을 싹 틔워가던 '리지(저니 스몰렛)'에게 약물을 주입하라는 스티브의 명령에 그는 마침내 반발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스파이더헤드>는 조지 선더스의 단편 소설 <Escape from Spdierhead>를 영상화한 작품으로, <트로: 새로운 시작>, <오블리비언>, <온리 더 브레이브>에 이어 올해 <탑건: 매버릭>까지 연출한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작품이다. 줄거리나 예고편만 봐도 느껴지듯이 <스파이더헤드>는 과학 기술 발전의 명암 중 암을 집중적으로 묘사하는 영화다. 비인간적 실험을 진행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해당 실험이 인류의 발전을 위한 필요악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자유 의지 박탈당한 이들이 저항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이 영화를 SF 작품으로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블랙 미러>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SF 스릴러의 분위기를 풍기던 초반부가 지나가면 <스파이더헤드>는 과학 연구 윤리를 매개로 '무엇이 옳은 행위인가'에 대해 보다 일반적인 윤리적 논쟁이 벌어지는 블랙 코미디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각기 다른 삶의 가치를 지닌 두 인물이 있다. 우선 제약사 주인이자 실험의 기획자인 스티브는 철저한 공리주의자다. 공리주의자는 효용의 극대화를 옳은 행위라고 본다. 개개인의 행위에 깃든 본래 가치와 무관하게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 행위는 많이 이루어질수록 좋다는 것이다.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한 개인의 행동이 직접 초래한 결과와 그의 간접적인 개입이 유발한 사건의 결과가 구분되지 않는다.
실제로 공리주의자는 모든 사람에게 결과의 책임을 부여한다. 본인의 행동에 대한 책임은 물론, 다른 개인이 초래한 부정적 결과를 막지 못한 책임까지도 요구한다. 이는 개인에게 지나치게 과한 도덕적 부담을 주고, 개인을 의도와 계획을 지닌 주체로 고려하지 않으며, 그들의 정체성을 추상화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 결과 공리주의자 개개인은 자신의 신념이나 판단력에 근거하여 행동하는 대신, 효용의 극대화라는 기준을 충실히 따르며 자기 자신을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시킨다. 그래서 공리주의를 따르는 개인은 효용 극대화의 통로이자 수단에 불과해진다.
실제로 스티브는 실험에 자원한 모든 죄수들을 동등하게 대한다. 그들의 죄가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졌든 간에 그들은 사회적 이익을 감소시키는 범죄를 저질렀고, 따라서 의도적인 범죄와 실수의 차이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자신들의 죗값을 씻겠다는 도덕적인 이유로 실험에 자원했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이러한 그의 관점에서 보면 범죄자의 인권은 말살해도 마땅하며, 처벌 대신 승인한 인권침해 실험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래서 그는 모든 사람이 통제를 따를 수 있게 되면 더 큰 선의와 대의를 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며, 평화와 화합이라는 가치를 전파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가 모든 사람들을 복종시킬 수 있는, 심지어 사랑하는 이를 해치는 일까지 하게 만드는 약물인 B-6을 개발하는 데 총력을 다하는 이유다. 그 과정에서 제프의 죄책감을 자극해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으며, 자기 자신에게도 약물을 주입한다. 그렇게 죄수들과 제프, 그리고 본인까지도 수단으로 이용한다.
반면에 제프는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지극히 칸트적인 이유로 스티브의 실험에 반대한다. 인간은 이성을 지닌 존재이며, 타인들이 수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윤리 법칙을 만들고 이를 지킬 자유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존엄한 존재이고, 따라서 인간은 수단으로 사용되면 안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제프에게 약물은 존재해서는 안 되는 대상이다. 사회적 맥락에서 다수의 효용을 극대화할 목적을 위해 인간을 도구로 활용하는 기제이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자유의지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때 흥미로운 것은 스티브의 신념에 비해 더 직관적으로 동의하기 쉬운 제프의 서사에 영화가 의도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야기를 덧붙인다는 점이다. 영화는 제프와 리지가 범죄자들이지만 결코 나쁜 인물은 아니라고 묘사한다. 제프의 교통사고는 한순간의 치기 혹은 실수였을 뿐이고, 리지가 딸을 살해한 것 역시 의도적인 살인이 아니라 과실치사였다면서 그들의 선함에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한다. 이 경우 본래 선한 인물인 이들의 자유의지를 핍박하는 스티브와 그의 신념을 악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제프와 리지의 과거사는 그 자체로 그들의 항변과 비판의 반례가 된다. 어찌 되었건 술에 취한 채 운전을 하기로 결정한 제프의 자유의지, 한여름에 아이를 차에 태운 채 출근하기로 한 리지의 자유의지가 그들의 비극과 범죄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프의 서사에 윤리적 정당성이 깃들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하며, 이는 작중 선인과 악인을 명확히 구분하고 옹호하거나 비난할 수 없는 아이러니를 낳는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블랙 코미디로서 <스파이더헤드> 특유의 기괴하고 암울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곧 제프의 입장은 직관적으로 옳다고 느껴진다. 사람을 도구로 쓰지 말라는 주장에 반대하기란 쉽지 않다. 과학 기술의 급격한 발달에 대한 경계심이 나날이 높아지는 형국에서는 시의적절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메신저 때문에 메시지에 잡음이 생기다 보니, 역으로 극단적인 공리주의자인 크리스의 괴변은 더 인상적이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에 의해 보육원에 버려졌고 이후 단 한 번도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는 스티브의 개인사가 간결하게 제시되면서 오히려 그의 광기에 설득력이 더해준다. 피실험자들 중 사망자가 나와도 그저 웃으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크리스 햄스워스의 소름 끼칠 정도 생생한 연기도 큰 몫을 해낸다. 이러한 제프와 스티브 사이의 불균형은 영화의 분위기를 살려내기 위해 의도된 측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원작자인 조지 선더스가 자본주의 세상에서 기존의 도덕적 가치관을 포함한 여러 기준점이 뒤틀려버린 미래의 기묘함을 글로 표현하는 데 탁월했기 때문이다. 약물에 취한 스티브가 마주하는 최후도 이러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이는 스티브의 조수인 마크의 역할이 중요성에 비해 제한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작중 스티브의 악행, 도를 넘은 광기, 극단성은 그의 논리에 내포된 자유의지의 침해라는 취약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때 스티브의 악행을 외부에 고발한 마크는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미 논변의 정당성을 잃은 제프보다도 스티브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캐릭터다. 스티브의 연구에 자발적으로 합류했기 때문에 자신의 신념에 따라 연구를 포기하고 스스로 연구 윤리를 어긴 책임을 다하는 그는 스티브의 진정한 안티테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마크의 역할이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직관적으로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쉽사리 반박하기 어려운 스티브의 신념에서 비롯된 딜레마와 그로 인한 불쾌함이 덜 부각되고, 이는 블랙코미디로서의 매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그래서 <스파이더헤드>는 적은 인물에게만 초점을 맞춘 채 그들의 심리적인 갈등을 부각하는 데 집중한다.
문제는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전작에서 보여줬던 단점들을 반복한 나머지 영화가 전반적으로 지루하다는 점이다. 특히 <오블리비언>과 유사한 문제점을 답습한 것이 눈에 띈다. <오블리비언>에서 코신스키 감독은 여러 가지 복선을 던지면서 초반부를 다소 길게 끌다가, 특정 사건을 분기점으로 후반부에 급전개를 선보인 바 있다. <스파이더헤드>도 마찬가지다. 실험 과정과 제프의 생활상을 오가면서 서서히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제프와 스티브의 갈등이 외면적으로 분출되는 순간 절정에 도달한다.
그런데 <스파이더헤드>의 원작이 애초에 단편이었던 관계로, 긴장감을 끌어올려야 할 초반부의 에피소드들은 필요 이상으로 늘어지면서 공허하다. 한정된 공간에서 몇 안 되는 등장인물만으로 전개되고, 화면 전환의 속도도 빠르지 않아서 매 장면마다 분량에 비해 정보량이 적은 느낌이 들다 보니 더욱 그렇다. 또한 후반부는 과하게 압축되어 주인공들의 심리적 흐름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한다. 위 문제들이 한데 모인 결과 윤리적 딜레마를 지적하는 영화의 통찰은 결코 깊이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블랙 코미디로서 목표 달성에 실패한 셈이다.
따라서 <스파이더헤드>는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조합에 비해 알맹이가 부족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참신한 소재로 눈을 사로잡지만, 그 시선을 2시간 동안 고정시키지 못하는 수많은 넷플릭스 영화들의 전철을 그대로 따른다. 결국 <스파이더헤드>는 팝콘 무비로서, 또 조셉 코신스키 감독과 마일즈 텔러의 <탑건: 매버릭>과 크리스 햄스워스의 <토르: 러브 앤 썬더> 사이를 잇는 가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데 그치고 만다.
P(Poor, 형편없음)
소재만 그럴싸한 수많은 넷플릭스 영화의 전철을 착실히 따르는 범작
-
- 인간이 인간 되는 힘, 상상력
SYNOPSIS.
“당신은 몇 번째 미키입니까?”
친구 ‘티모’와 함께 차린 마카롱 가게가 쫄딱 망해 거액의 빚을 지고 못 갚으면 죽이겠다는 사채업자를 피해 지구를 떠나야 하는 ‘미키’. 기술이 없는 그는, 정치인 ‘마셜’의 얼음행성 개척단에서 위험한 일을 도맡고,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익스펜더블로 지원한다. 4년의 항해와 얼음행성 니플하임에 도착한 뒤에도 늘 ‘미키’를 지켜준 여자친구 ‘나샤’. 그와 함께, ‘미키’는 반복되는 죽음과 출력의 사이클에도 익숙해진다. 그러나 ‘미키 17’이 얼음행성의 생명체인 ‘크리퍼’와 만난 후 죽을 위기에서 돌아와 보니 이미 ‘미키 18’이 프린트되어 있다. 행성 당 1명만 허용된 익스펜더블이 둘이 된 ‘멀티플’ 상황.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현실 속에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자알 죽고, 내일 만나”
POINT.
✔️ 봉준호 감독의 신작. 다른 말이 필요할까요?
✔️ 시작은 하이틴 스타였지만 어느새 모두가 믿고 보는 배우가 되어 있는 로버트 패틴슨. 그뿐 아니라 토니 콜레트, 마크 러팔로, 나오미 애키와 스티븐 연까지... 매력 있는 배우들이 가득 등장합니다.
✔️ 감독의 전작 중 <마더>나 <살인의 추억>보다는 <옥자>와 <설국열차>를 생각나게 하는 작품
✔️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수많은 노동자 특히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청년들을 언급했는데요. 막상 뚜껑을 열어본 사람들은 노동자보다 독재자 쪽을 실재와 많이 연결하는 분위기...�
*<미키17>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신 후에 읽어주셔요.
봉준호가 '명징하게 직조'하는 세계
<미키17>을 본 사람들은 누구나 쉽게 감독의 (영어 영화) 전작인 <옥자>와 <설국열차>를 떠올린다. 비록 입 안은 한강 <괴물> 쪽을 더 닮아 있긴 하지만 아무튼 옥자를 연상케 하는 친근한 외계 괴수가 등장하고, 망해가는 지구를 떠나 얼음으로 뒤덮인 행성을 '개척'하러 떠난 우주선 내부는 어쩐지 얼음으로 뒤덮인 지구의 어떤 기차를 떠오르게 하니까. 한국 사회의 어떤 지점을 송곳처럼 좁고 집요한 시각으로 후비는 대신, 가상의 세계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범세계적인 주제를 두루두루 두드리는 작품들이다. 봉준호 감독의 세계에서 <살인의 추억>이나 <마더> 계열의 영화들을 선호한다면, <미키17>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있다. 한결 독기가 빠진 느낌, 한결 초점이 여러 군데로 분산된 느낌에서 확실히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이다.
그러나 나는 이 지점이 마음에 들었다. 한국 사회에 사는 사람으로서 그가 후벼파는 세계는 너무 정확하고 그래서 너무 보기 괴로웠으므로 (이는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 마음에 공감성 수치 비슷한 마음을 뒤섞은 것이다) 한결 넓게 두드리는 세계를 보는 것이 더 좋다. 그리고 그가 '명징하게 직조'해낸 세계에서 다루는 주제 의식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미키17>은 봉준호 감독 작품으로는 놀랍게도 사랑 영화다. 놀리는 거 아니고 진짜로 사랑 영화.
미키는 종이처럼 계속해서 재출력되는 '인간'이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구의역) 스크린도어에서, (SPC 계열사) 제빵 기계에" 사고를 당한 이들을 말하며 "나열한 사건의 그 자리에 또 다른 분들이 일하고 있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미키가 복제되는 것이 판타지 같지만 김군 뒤에 박군이, 그 뒤에 윤양이... 일자리는 유지되고 인간이 계속 교체되"는 현실을 이야기한 바 있다.
친구와 마카롱 가게를 냈다가 쫄딱 망한 미키의 이야기는, 숱하게 유행 따라 깔렸다가 사라지는 가게 종목들 (<기생충>의 대만 카스테라는 물론, 그 이전에는 커피 번이나 슈니발렌 과자, 그 이후에는 탕후루가 있다.)을 생각나게 하는 동시에, 4대 보험도 되지 않는 다양한 일자리들을 떠오르게 한다. 그는 망한 자영업자이며, 플랫폼 노동자이고... 무엇보다 자신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고용주가 그 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놓은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다.
미키1에서 미키15까지의 시간은 영화에서 매우 빠르게 처리되지만, 그래서 마치 우주선의 탐험 목적과 우주선이 부여받은 임무를 스케치하는 장면처럼 느껴질 정도지만, 그 과정에서 미키가 인간이라는 감각은 점점 희석된다. 망한 자영업자이자 4대 보험 안되는 노동자였던 그에게, 생체 실험 피해자라는 타이틀이 추가된다. 이쯤 되면 그의 일은 더 이상 노동법상 분류하는 노동에 속하지 않는다. 지구를 빠져나간 우주선에게 법을 들이대는 것도 우습지만, 어쩔 수 없이 생각하게 되는... 근로기준법상 그렇다. 근로기준법 제2조 1항에서 "근로"는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으나, 죽음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의 존재와 그의 노동 모두, 법 바깥의 무엇이 된다.
미키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가
극중에서 많은 인물들이 미키에게 "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라고 묻는다. 제니퍼를 생각해서 머뭇거리면서도 어렵게 말을 꺼내는 카이 정도를 제외하면, 대다수는 딱히 대답을 듣고 싶어서 물어본 질문이 아니다. 존재와 노동이 모두 법망 안에 있는 그들에게, 그 질문은 미키와 자신 사이의 선을 확인하는 질문이다. 다시 말해, 미키의 존재를 한 번 더 밀어내는 질문이다. 똑같은 우주선을 타고 있지만, 너는 여기 속한 존재가 아니라는 선포, 미키의 이름을 지워내는 명명(命名)이다.
여기서 <사람, 장소, 환대>라는 책의 한 구절을 떠올리게 된다. "사람이라는 것은 사람으로 인정된다는 것, 다른 말로 하면 사회적 성원권을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상 (...) 타인의 환대 속에서만 자신의 사회적 성원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키17은 필연적으로 무력하다. 절대 다수가 그에게 성원권을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정체성 투쟁의 핵심에는 모욕에 대한 저항이 있"고, 모독은 ,"그들을 사물로, 사회적으로 죽은 사람으로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모독(mortification)의 어원에 죽음mort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죽는 건 어떤 느낌이냐는 모욕 앞에 미키는 저항할 수 없다. 그는 다만 짓눌려, 침묵으로 그 시간을 묵묵히 넘길 뿐이다. 이러한 폭력적 구조에 오랫동안 짓눌려온 미키는 크리퍼가 자신을 구해 주었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한다. 구조에 억눌린 사람이 으레 그렇듯, 문제를 자신에게서 찾는다. 매일 죽고 다시 태어나며, 사회적으로도 계속 밀어내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미키는 일종의 부관참시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 태도를 가장 잘 드러내는 인물은 말할 것도 없이 마셜과 일파 부부다. 사실 이들이 미키만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은 (어쩐지 현실 곳곳에서 많이 본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이름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잘 드러난다. 제니퍼의 사망 앞에서 그들이 보인 반응은 '제니퍼'라는 개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게 아니라 '자궁을 가진 가임기 여성'의 죽음을 아까워 하는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발견된 생명체에게는 '크리퍼'라는 집합명사를 붙인다. 그들에게는 자기들 두 사람 외 모든 인물들이 집합명사로 존재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유바바처럼, 이들은 우주선에서 타인의 이름을 들이마셔 때로는 지우고 때로는 악마화한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미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나샤 그리고 미키18이다. 미키1에서 미키17까지의 우주선의 탐험 역사와 과제를 타고 빠르게 지나가면서 관객이 이 모든 미키들을 한 사람으로 인지할 때, 한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는 미키18이 등장한다. 마치 <서브스턴스>에서처럼 힘주어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라고 말해 주어야만 할 것 같은 색깔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엘리자베스와 수가 한 사람이었던 것처럼, 미키17과 미키18 또한 한 사람이다. 체제에 순응해야 했고, 법 바깥의 존재인 자신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미키17과, 그런 미키17 안에 어딘가 쭈그러져 있었을 다른 마음이 전면에 나선 미키18이 있을 뿐.
그리고 그 모든 미키를 순정으로 끌어안은 나샤가 있다. 특히나 피에타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정말 아름다워 울컥했다. 나샤에게 있어 미키의 존재가 법 안에 포용되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그저 미키를 한 사람으로 바라보았다는 점이,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계속 마주하는 것이 괴롭지 않았을 리 없음에도 그를 혼자 두지 않았다는 점이 너무 아름다운 순정이어서.
인간성이 메마른 지옥도에서 우리를 구하는 건 결국 사랑이다. 그것이 독점적 연애 관계든, 무어라 정의 내리기 이전에 상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든, 내가 나를 위하는 마음이든. 오늘의 내가 하루를 살아가기 전에, 나를 끌어안고 내 아픔을 애정과 안타까움 어린 시선으로 지켜본 사랑이 있고. 오늘의 내가 되기까지 잘 먹고 애쓰며 살아낸 과거의 내가 있다. 그리고 이런 내가 다가오기를 미래에서 (조금을 나를 답답해 하면서도) 기다리고 있을, 미래의 나도 있다. 이 모든 존재들의 사랑으로, 우리는 오늘을 산다.
인간이 인간 되는 힘, 상상력
하지만 모든 사람과 자기애 같은 혹은 연인에 대한 사랑 같은 깊은 관계를 맺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인간성의 최소선을 우리는 도로시에게서 볼 수 있다. 나 자신과 연인. 가장 가까운 인물들을 제외하고 미키의 목소리, 더 나아가 크리퍼의 목소리까지 들으며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유일한 인물이자, 소통의 방식만 놓고 보면 마셜과 일파의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도로시는 크리퍼의 반응에서 그들이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을 상상하는 인물이자, 미키를 인간으로 대하는 유일한 과학자다. 미키의 손이 잘려 나가도 '와 대박' 이러고 있는 다른 과학자들과 달리 (그들에게 미키의 신체는 사물화되어 있다), 미키의 수명이 10분인지 15분인지까지 살뜰하게 신경 쓰고 있는 유일한 과학자다. 타인을 사물화하지 않는다는 건, 타인의 입장을 상상해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로시가 과학자로서 가진 가장 큰 힘은 아마도 바로 이 상상력이 아닐까. 가능성을 상상하고, 타인의 입장을 상상하며, 지금 없는 것들을 그려 볼 수 있는 능력. 돌아보면 영화에서 마셜과 일파가 만든 세계에 완전히 들어맞지 않는 인물들은 모두 그런 사람들이다. 철저하게 '소모품'으로 대우받고 죽어가는 미키와 함께하는 매일을 상상하는 나샤도, 독재자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미키18도.
결국 사랑도 소통도 그런 상상력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를 보다 보면 제일 끔찍한 것도 제일 애틋한 것도 인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일 끔찍한 인간의 상태, 그저 인간성이 메말라 온 세상을 지옥도로 인지하는 상태를 벗어나려면, 소통이라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도 어디선가 다양한 의미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어떤 사람에게 이런 상상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조코처럼 고함을 질러 본다.
-
-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 우정이 재조명한 오명의 역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38년 가을,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체코슬로바키아 침공을 준비하면서 유럽은 또다시 전쟁의 문턱에 선다. 영국의 '네빌 체임벌린(제레미 아이언스)' 총리는 평화적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절박하게 움직이고, 각국 정상은 유럽의 평화를 유지할 합의안을 만들 회담을 뮌헨에서 열기로 결정한다. 이에 따라 영국 총리 보좌관인 '휴 레거트(조지 맥케이)'와 독일 외교관인 '폴 본 하트만(야니스 니에브외너)'도 뮌헨으로 향한다. 한때 옥스퍼드 대학에서 둘도 없는 친구였던 둘. 그러나 이제 두 옛 친구는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채 서로의 맞은편에 앉는다. 히틀러의 야욕을 깨달은 독일인은 히틀러를 저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뮌헨 협정'을 막기 위해서, 영국인은 그 친구로부터 나치 독일의 기밀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서.
'뮌헨 협정'은 1938년 9월 30일에 영국, 프랑스, 나치 독일, 이탈리아 4개국이 체결한 협정으로, 체코슬로바키아의 영토 중 독일인이 많았던 주데텐란트를 나치 독일에게 양도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당시 팽창주의적 행보를 보이던 나치 독일은 독일인 인구 비율이 높은 인접국 영토를 차지하려 했고 체코슬로바키아와의 전쟁은 그 일환이었다. 이때 나치 독일의 전력을 과대평가한 영국과 프랑스는 제1차 세계 대전과 같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뮌헨 협정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치 독일은 뮌헨 협정 체결 후 불과 1년 만에 폴란드를 침공해 제2차 세계 대전의 문을 열었다. 이렇게 '뮌헨 협정'은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의 "우리 시대를 위한 평화(peace for our time)"라는 선언과 함께 역사의 오점으로 남았다.
로버트 해리스의 원작 소설을 영상화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는 뮌헨 협정의 막전 막후를 생생히 포착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가 뮌헨 협정을 단순히 역사의 오점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영화는 영국인과 독일인의 우정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조명하고, 뮌헨 협정으로부터 개인적인 것이야말로 정치적인 것이라는 함의를 끄집어낸다.
사실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의 초반부는 역사적으로 알려진 유명인들이 아닌 두 청년의 시점에서 진행된다는 점만 빼면 그리 특별하지 않다. 영화는 런던과 베를린을 오가며 당시 전쟁의 위협이 고조되던 유럽의 국제정치적 상황을 좇는다. 다우닝 가 10번지에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탈리아를 끌어들여 나치 독일과의 중재를 부탁하려는 정치인과 외교관들의 진땀 흐르는 노력이 보인다. 반대로 베를린의 술집에서는 히틀러의 벼랑 끝 외교 전략에 불만을 품은 관료들과 전쟁을 두려워하는 군부 인사들이 쿠데타를 모의한다.
물론 이러한 전반부는 나름대로 몰입해서 볼 만하다. <1917> 속 윌리엄의 전력질주를 연상시키는 휴의 달리기는 실제 전투 못지않게 다급한 외교전의 실상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그런 그가 정작 아내와는 결혼기념일조차 함께 보낼 수 없는 상황은 안쓰러움을 자아내면서 그 급박함을 더욱 강조해준다. 쿠데타 모의를 주도하는 폴과 그의 동료들의 모습은 모든 혁명이 그렇듯이 생사의 갈림길에 선 서스펜스를 조성한다. 다만 굳이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가 아니어도 제2차 세계 대전이 배경인 대다수의 작품이 이 매력을 공유하기에 차별화되는 부분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런던과 베를린에서 각자 동분서주하는 두 주인공이 뮌헨으로 향하는 순간, 영화는 마침내 진정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펼칠 준비를 마친다.
왜냐하면 작중 뮌헨은 그저 역사적 사건이 벌어진 도시가 아니라, 휴와 폴이 헤어지고 또 재회하며 서로의 변화를 확인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과거 뮌헨의 한 술집에서 두 친구는 극명한 견해 차이를 확인한다. 그들이 늘 그랬듯 장난으로 말다툼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히틀러를 사이에 두고 진심으로 언쟁을 펼친다. 제1차 세계 대전의 패전국 국민인 폴을 사로잡은 열등감은 다른 자리에 앉아 있던 독일 국민들의 열등감을 만나 히틀러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로 이어진다. 그는 이미 비극의 씨앗이 보이는 히틀러의 인종차별과 잔인함에는 눈을 감는다. 언쟁 이후 두 친구는 그대로 연이 끊어지는데, 이 순간 뮌헨은 정치가 개인들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시켜주는 공간이다.
하지만 다시 찾은 뮌헨은 다르다. 두 친구는 여전히 히틀러에 대해 다른 의견을 지니고 있지만, 그 차이의 원인은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폴은 개인의 일상적 경험이 정치적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알지만, 휴는 그렇지 않다. 자신의 열광적 지지가 히틀러라는 괴물을 탄생시키는 데 일조했음을 깨달은 폴. 그는 스스로를 막지 못했고 다른 이들도 말리지 못했다는 자책에 시달리는 한 지식인으로서 회한한다. 이를 바탕으로 히틀러의 야욕을 알리고 나치 독일을 제어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뮌헨 협정을 막기 위한 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반면에 휴는 정치적 움직임과 결정에 순응하며 그 안에 갇혀 있다. 그에게 체코 사태와 전쟁 위협은 총리 보좌관으로서 바쁘게 일해야 하는 환경의 변화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견해나 주체성과는 무관하게 당장의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영국 정부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달성하는 데에만 몰두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평행선을 달리던 두 친구의 우정은 함께 옥스퍼드 대학을 다녔던 친구 레냐를 사이에 두고 마침내 한 점에서 만난다. 유대인으로서 히틀러의 위험성을 간파하고 반대 시위에 나섰다가 혹독한 고문을 당해 심신이 모두 피폐해진 그녀.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휴는 비로소 히틀러의 정치적 선택이 개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몫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는다. 그래서 그는 그녀와의 재회 이후 180도로 달라진다. 단지 MI6의 명령대로 폴이 갖고 있는 히틀러의 회의록을 입수하는 것이 아니라, 전 유럽을 전쟁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히틀러의 야욕을 막기 위해서 폴처럼 동분서주한다. 이처럼 순차적으로 묘사되는 폴과 휴의 변화는 왜 세 친구가 파티를 즐기는 장면이 영화의 오프닝인지 그 이유를 알려준다. 이 작품은 단지 역사의 거시적 흐름을 빌리고 있을 뿐, 실제로는 개인들의 일상 속 경험이 갖는 정치적 힘을 조명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제의식은 또 다른 주인공인 네빌 체임벌린의 이야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화는 총리 체임벌린 이전에 개인으로서의 네빌을 비춘다. 첫 세계대전의 공포를 온몸으로 느낀 기성세대의 일원으로서 그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트라우마라는 창을 통해 국제정치의 흐름을 살핀다. 그래서 그에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쟁을 피하는 것, 지금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폴이 넘겨준 기밀 정보를 애써 외면하는 것도, 폴과의 만남을 주선한 휴를 힐난하는 것도, 원래 구상대로 히틀러와 뮌헨 협정에 서명하는 것도 다 같은 맥락일이다. 사실 이는 앞서 살펴봤듯이 그가 잠시 동안의 평화를 위해 전쟁을 단지 연기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는 이와 관련해 체임벌린을 향한 관점을 살짝 비튼다. 그가 귀국 직전 급히 히틀러와 독대하는 것, 그 자리에 휴의 동행을 허락한 것, 그리고 "우리 시대의 평화"라는 말을 가능케 한 각서에 히틀러의 서명을 받아내는 일련의 과정을 속도감 있게 펼쳐 보인다. 이를 통해 체임벌린 역시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물결에 떠내려가는 대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그 물결의 흐름을 스스로 만드는 인물임을 보여준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라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방증하는 또 하나의 캐릭터인 것이다.
작중 휴나 휴의 아내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당시 영국 국민들은 무조건적으로 전쟁을 반대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체임벌린이 히틀러로부터 평화 각서를 받아낸 덕분에, 영국인들은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기점을 갖게 되었다. 만약 히틀러가 뮌헨 협정을 파기할 경우, 자연히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제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그저 전쟁의 공포에 휘둘리며 유약하고 순진해 보이던 체임벌린도 사실 두려움과 트라우마라는 자신의 일상적 경험을 토대로 역사의 흐름에 대비할 줄 아는 노회한 정치가였던 것이다. 이는 영화가 뮌헨 협정이라는 거대한 이슈 못지않게 체임벌린과 휴의 관계, 체임벌린과 폴의 만남에 상당한 비중을 부여하며 그들의 변화와 선택을 관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가 이러한 개개인의 변화와 선택을 온전히 담아낸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당장 레냐처럼 그 활용법이 아쉬운 캐릭터가 있기 때문이다. 비극의 직접적 피해자이자 당사자인 그녀는 조금 더 전향적으로 활용될 수 있었을 텐데, 두 친구 사이에서 그저 가교로써 소비되어 버린 듯한 인상이 짙게 남는다.
또한 영화의 만듦새도 시선을 흐트러트린다. 상술했듯 당장 전반부 내용이 지나치게 정석적인 것은 무색무취할 뿐만 아니라 영화의 메시지도 다소 가리는 듯 보인다. 이에 더해 당시 나치 독일 정부 내의 혼란상이나 전쟁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던 영국의 속사정에 대한 배경 지식을 굳이 설명하지 않는 점도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그 결과 본격적인 드라마가 꽃피우는 중반부 전까지는 작품 안의 세계는 급박한데 정작 영화를 보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부조화가 초래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는 마치 신화와 같은 역할을 하며 자신의 의의를 증명해낸다. 아무도 믿지 않았던 트로이의 역사가 한 음유시인의 노래에 깃들어 있었던 것처럼, 신화는 지금은 잊힌 사건을 기억하게 만드는 저항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때 몇 줄의 서술과 흑백 사진 및 영상에 미처 담기지 못한 이면의 사건을 조명하고,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되살려내 오명으로 가득한 역사를 다시 쓴다는 점에서는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도 신화와 다르지 않아 보이는 것이다.
A(Acceptable 무난함)
역사의 뒤안길에 숨어 있던 패자의 이야기를 불러오다
-
- 4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4월의 반절이 벌써 지나갔네요.오늘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하니 유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또, 일교차가 매우 크다고 하니 감기도 조심하길 바라겠습니다!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개봉 주 주말의 관객 수'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NEW)▶ '신비한 동물' 시리즈 중 세 번째 시리즈인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호그와트'의 교장 선생님인 '덤블도어'의 젊은 시절을 다뤄 해리포터 팬들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5일~17일) 관객 수 33만 7371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47만 6218명을 돌파하였습니다.이번 주에도 많은 영화가 개봉 예정에 있지만,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이 1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줄거리1930년대, 제2차 세계대전에 마법사들이 개입하게 되면서 강력한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의 힘이 급속도로 커진다. 덤블도어는 뉴트 스캐맨더에게 위대한 마법사 가문 후손, 마법학교의 유능한 교사, 머글 등으로 이루어진 팀에게 임무를 맡긴다. 이에 뉴트와 친구들은 머글과의 전쟁을 선포한 그린델왈드와 추종자들, 그의 위험한 신비한 동물들에 맞서 세상을 구할 거대한 전쟁에 나선다. 한편 전쟁의 위기가 최고조로 달한 상황 속에서 덤블도어는 더 이상 방관자로 머물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하고, 서서히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는데…2. <수퍼 소닉2> (▼1)▶호평을 받았던 <수퍼 소닉2>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개봉으로 1위에서 2위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주말 관객 수는 4월 8일 ~10일과 비교했을 때 약 40%가 하락했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5일~17일) 관객 수 6만 7207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0만 9596명을 돌파하였습니다.3. <모비우스> (▼1)▶<모비우스>는 개봉 후 한 주마다 한 단계씩 하락하여, 이번 주말에는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하였습니다. 관객 수는 저번 주말보다 71%가 하락하였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5일~17일) 관객 수 1만 8116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46만 222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95회 예측 이벤트는 4월 2주 차 박스오피스(순위) 예측입니다. 한 주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요.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4월 2주 차 박스오피스 순위의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먼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실제 관람객 연령과 성별에 따른 관람 추이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아주 근소한 차이로 비율을 더 차지하고 있고, 20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주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건
20대 초반 남성(350,666명)과 30대 후반 남성(315,278명)이었습니다.
또한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18%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4. <스텔라> (-)
▶ 박스오피스 중 유일한 한국 영화이자, 유일하게 저번 주말과 순위가 동일한
영화 <스텔라>가 4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5일~17일) 관객 수 3만 927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만 878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앰뷸런스> (▼2)
▶ 배우들의 몰입감 높이는 연기력과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전개에 호평을 받은
영화 <앰뷸런스>가 5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5일~17일) 관객 수 1만 1462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0만 8246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Fantastic Beasts: The Secrets of Dumbledore>,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그리고 <Father Stu>가 주말 박스오피스에 새롭게 등극했습니다.
주말 동안(15일~17일) <Fantastic Beasts: The Secrets of Dumbledore> 북미 기준 주말 매출액 $43,000,000 (한화 약 528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누적 매출액은 동일합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4월 15일 ~ 2022년 4월 17일)1.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4300만 달러 (누적 4300만 달러)2. <수퍼 소닉2> 3000만 달러 (누적 1억 1961만 달러)3. <로스트 시티> 650만 달러 (누적 7857만 달러)4.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618만 달러 (누적 1769만 달러)5. <Father Stu> 570만 달러 (누적 802만 달러)...씨네픽의 4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
- <그린 나이트> ★★ 초속 5mm
<그린 나이트>
21세기 들어 서서히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영화계(특히 할리우드)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위기를 타개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널리 팔린 마블-DC 코믹스 기반의 히어로 영화를 만들고, 이미 나와있는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리메이크하기도 하며, 오랜 설화와 신화에서 소재를 잔뜩 가져다 쓰기도 하죠. 아무렴 잘 닦아놓은 길을 걸어가는 게 머리를 짜내 새로운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써서 황무지를 헤쳐나가는 거보다 평가+흥행적으로 훨씬 안정적일 테니까요.
▲ '원탁의 기사'를 소재로 하는 수많은 영화들
그런 의미에서 영국의 전설 '원탁의 기사'는 쉴 새 없이 우려먹어도 뽑아낼게 많은 매우 훌륭한 기출 답안이 되고 있습니다. 이 작품 소재로 한 영화만 1년에 최소 1-2편씩 극장에서 매년 개봉하고 있으니 사골도 이런 훌륭한 사골이 없죠.
대충 최근 개봉작 생각나는 것만 해도 <킹 아서: 제왕의 검>(2015),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2017), <왕이 될 아이>(2019), <레드 슈즈>(2019)... 등등 넘쳐나니까요.
▲ 이번엔 A24가 이 전설을 각색했습니다
이번에는 예술영화 전문 제작사 'A24'가 또 이 원탁의 기사 이야기로 <그린 나이트>를 만들어 왔습니다. 정확히는 원탁의 기사 중 '아서 왕'의 친척이자 오른팔인 기사 '가웨인'의 이야기를 들고 말이죠.
참고로 영화는 개봉 이전에 '씨네랩' 초청으로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참석하여 보고 왔습니다. 관계자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 아서왕의 오른팔 '가웨인'의 이야기 <그린 나이트>
<그린 나이트>의 시놉시스
중세 시대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 만찬을 즐기고 있는 원탁의 기사들 앞에 나타난 녹색 기사 '그린 나이트'(랄프 이네슨)가 나타나서 자신의 목을 내리치면 명예를 얻을 수 있지만, 1년 후 똑같이 목을 대야 한다는 게임을 제안합니다. 아무도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있을 때, 아서왕의 조카 '가웨인'(데브 파텔)이 이에 응하고 그는 손수 목을 칩니다.
그렇게 1년 후, 그는 연인 '에셀'(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소중한 사람을 등지고 명예를 위해 녹색 기사를 향한 아주 먼 길을 떠나게 되는데...
▲ 녹색 기사를 향한 여정을 담은 <그린 나이트>
★주의★
'영화의 주제와 특징'부분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스포 당하기 싫으신 분들은
'영화를 보고...'부분까지
쭉 넘어가 주시길...<그린 나이트>의 주제와 특징
'중세 기사문학'하면 영웅이 되려는 기사가 모험을 나서서 종국에 영광을 얻고 돌아오는 시나리오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보통은 여기서 괴물이랑 싸우는 처절한 액션+가는 동안 만나는 여자와의 스쳐 지나가는 사랑 등을 이야기하기 마련이죠.영화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린 나이트>는 사실상 이 구도를 그대로 따라가는 로드무비거든요.
▲ 로드무비 스타일을 따르는 <그린 나이트>
여기서 우리는 이 영화의 제작사 'A24'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A24가 과거에 만든 영화들
할리우드에서 '서치라이트 픽처스'와 함께 예술영화 제작사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A24는 <엑스 마키나>(2015), <플로리다 프로젝트>(2018), <레이디버드>(2018), <미드소마>(2019) 등등 개성 넘치는 수많은 작품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쯤 되면 슬슬 감이 오시겠지만 이 영화는 상업성과 거리가 매우 멀다는 걸 짐작하실 수 있겠죠?
▲ 영화는 상업성과 거리가 매우 매우 멉니다.
영화는 내용은 지극히 단순합니다. 원탁의 기사 중 'Sir Gawain and the Green Knight(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라는 1500년대 장편 시의 스토리를 차분히 따라가죠.
그런데 녹색 기사의 목을 내리치는 순간부터 가웨인의 목을 치는 순간까지의 로드무비 모험극은 흔히 우리가 봐왔던 <반지의 제왕>이나 <왕좌의 게임>시리즈와는 결이 많이 다릅니다... 아니다. 하나도 같은 점이 없다고 봐도 무리가 없죠.
▲ 우리가 주로 보는 판타지 영화와 결이 달라도 너무나 다른 <그린 나이트>
기껏 성수까지 뿌려준 방패는 10분 만에 써보지도 못하고 두 동강 나고, 모험을 나선 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가웨인은 칼이나 도끼를 단 한 번도 똑바로 휘두르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액션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도 없고, 당당함과 자신감이 넘쳐야 할 기사의 얼굴에는 근심과 서러움 만이 가득합니다.
계속 보다 보면 작중내내 가웨인 입가에 제대로 된 미소란 찾아볼 수 없는 데다, 날강도들에게 물건을 다 털리거나 독버섯 먹고 죽기 직전까지 가는 등... 이게 무슨 기사인가 싶은 생각까지 들게 됩니다.
처음엔 왜 이렇게 영화가 전개되는 건가 당황스러웠는데, 생각을 좀 해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더군요.
▲ 일부로 주인공 심리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수많은 장치들
서양권 교도소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Dead Man Walking"
감옥의 사형수가 전기의자로 걸어갈 때 하는 말이죠.
마찬가지로 작중 인형극으로 수없이 언급되듯이 가웨인은 영웅이 되러 가는 게 아니라 죽으러 가는 게 너무나 명확하니까 고의적으로 이런 심리 상황을 영화로 진득하게 표현한 게 아닐까 싶더군요.
▲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는 너무 느~립니다
사람은 죽기 직전에 주마등(파노라마)처럼 인생이 스쳐 지나간다고 합니다. 그만큼 시간이 왜곡돼서 흘러간다고 하죠. 이를 반영했듯이 영화의 흐름은 아~~~주~~~느~~~리~~~게 전개됩니다. 마치 작중에 수없이 보여진 녹색 식물이 자라듯, 초속 5mm 정도로 천천히 전개되죠.
영화는 대충 잔가지 다 치고 썰 풀면 5분 안에 설명할 내용을 러닝타임으로 130분으로 늘렸고, 덕분에 감독 '데이빗 로워리'가 이걸 의도했든 안 했든 엄청나게 영화는 길게 늘어집니다.
▲ 일반적인 대중의 시선으로는 좋은 평가 주기 어렵네요.
늘어진 수준이 얼마나 지나치면 최소한 원작인 원탁의 기사 내용을 아는 사람이나 이런 영화에 익숙한 평론가라면 가웨인에 감정을 이입하면서 꽤 좋게 볼 수 있겠으나, 그런 기본 배경이 없는 일반인들은 '이게 뭐야?'하면서 황당해 할 정도입니다.
저도 웬만하면 예술영화 특성상 긍정적으로 봐주려고 했는데 이건 정도가 심해도 좀 많이 심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졸린 영화 만들어 놓고 예술영화라고 주장하는 상황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 여러모로 기법이 훌륭하긴 한데...
그나마 중간중간 적절히 패닝(Panning)-롤링(Rolling) 등을 활용한 여러 가지 훌륭한 촬영기법과 끊임없이 현란한 색채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한껏 살린 건 정말 좋았습니다. 이 점 덕분에 데브 파텔의 연기력이 더 부각되는 면이 있는 건 덤이고요.
그러나 이런 장점까지 종합해도 일반적인 관객들에게 합격점 맞기는 쉽지 않을 거 같네요.
▲ 종합적으로 잘 만들었으나 재밌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린 나이트>를 보고..
<그린 나이트>는 분명 잘 만든 영화입니다. 중세 시대 전설인 가웨인의 심리 변화를 중심으로 아주 천천히 전개된 영화는 연기, 촬영, 연출의 의도성 면에선 충분히 박수받을만합니다.
하지만 '잘 만든 영화'랑 '재밌는 영화'는 완전히 별개죠. 이건 흔히 볼 수 있는 재밌는 판타지 영화를 생각하면 제대로 뒤통수 맞을 수준입니다.
▲ 평가 꽤나 심각하게 나뉠 거 같네요.
이거 호불호 좀 심각하게 갈릴 거 같은데, 전 불호에 더 가깝습니다. 아직 제 뇌 속 평가 기준은 비평가보단 관람객과 일반 대중들에 더 가까우니까요.
게다가 영화가 다 끝날 때쯤(여우가 갑자기 말하는 시점)에 앞쪽에서 고개를 옆으로 숙인 채 졸고 있던 아저씨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면, 개인적으로 <그린 나이트>를 섣불리 주위 사람에게 추천하기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당신은 기사가 아니에요"
<그린 나이트>
★★
초속 5mm
-
- [DMZ DOCS] 제일 조선인들에 대한 비극과 공포를 보여주는 작품
감독: 금선희
출연진: 제일 조선인들
시놉시스
일본에 살던 제일 조선인들이 고국으로 돌아갔지만 당시 한반도에서는 북한과 남한의 이념 대립으로 인해 북한에 있던 제일 조선인들은 일본으로 돌아오게 된다. 일본에서도 차별과 편견으로 인해 살기 힘들었으나 북한을 탈출한 이들에게는 제대로 머물 곳이 없다. 그 모습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여기 있다. 이 작품은 금선희 작가가 만든 작품으로 식민지 시대의 조선인들부터 지금의 제일 조선인들로 오기까지 여러 차례의 고난을 겪어왔단 것을 3중 스크린으로 통해 볼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혼란스럽지만 하나만 볼 수밖에 없는 인간의 시선을 고려했기에 3개로 된 장면들이 영상에 나타났다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과연 금선희 작가가 전해주는 메세지는 어떤 것일까?
제일 조선인들의 슬픔과 비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금선희 작가가 보여주는 작품들은 여러 개가 있다. 타국의 하늘(Foreign Sky)이라는 작품과 비스트 오브 미(Beast Of Me)가 대표적인 예시인데 제일 조선인들처럼 소외받는 소수자들이나 약자들을 영상으로 표현해낸다. 그들이 가진 역사적 아픔과 겪어왔던 고난들을 금선희 작가는 영상으로 재현해낸다. 일본에게 식민 지배를 받던 조선인들과 6.25 전쟁이 일어났던 일들을 영상으로 담아 파운드 푸티지라는 영상 기법으로 관객들의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이런 역사적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는 숨은 의도의 메세지를 공개한다. 북한으로 돌아간 제일 조선인들이 탈출을 결심할 정도로 북한이란 나라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조차 반역죄로 여길 만큼 자유가 없는 곳이다. 그래서 가족들과 함께 북한에서 도망쳐 갈 곳 잃은 이들을 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준비된 역사의식이 필요한 것 같다.
제일 조선인들에 대한 비극은
그들이 갈 곳 없는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2022.09.24 (토) 메가박스 백석 컴포트 4관
DMZ다큐멘터리영화제 기간: 09월 22일 - 09월 29일
-
-
- 다음 소희 한 사람의 죽음이 드러낸 현실
?Rabbitgumi 입니다!
영화 다음 소희가 개봉했어요.
과거 전주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요.
가슴아픈 현실을 볼 수 있는 영화에요.
많은 분들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콜센터 직원들의 노동 현실과 고등학교 현장 실습의 현실이 잘 표현되어 있어요.
누가 죽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지금의 현실이 무척 답답하게 느껴지는 영화에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저의 간단한 리뷰를 영상에서 말씀드릴게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뉴스레터에서는 일반적인 영화 리뷰 보다는 보면서 떠올렸던 감정이나 생각들을 정리하여 전달 드려요.
아래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링크를 통해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는 아래 링크에서! :)
브런치 구독은 아래 링크에서!!
-
- 영화 <블랙 백> 메인 예고편
"날 위해 누굴 죽일 수도 있어?" 서로를 속고 속이는 갓벽한 스파이 부부가 온다. [블랙 백] 메인 예고편 공개
-
- 웨이브 <페리 메이슨> 공식 예고편
사설탐정 페리 메이슨은 어린 아기 찰리 도드슨의 납치 및 살해 사건을 조사해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