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2-02-12 22:16:32
명탐정 포와로의 심리 추리극
-<나일 강의 죽음>(2022)
돈은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 직장이나 사업을 해서 돈을 번다. 어느정도 기본 생활이 해결될 정도로 돈을 벌면 거기서 조금 더나아가 부를 축적하는 단계를 지향한다. 그렇게 축적된 부에 따라 각자의 생활 수준이 달라지고 결국에는 빈부격차라는 아주 작은 틈이 점점 커지게 만든다. 그래서 그렇게 달라진 격차는 점점 더 돈을 지향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돈에 얽매이고 그것 때문에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삶의 목적이 돈을 벌고 부를 축적하는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다르게 말하면 돈에 종속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면 그 상황이 정말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돈이 많으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생기고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사업의 기회도 생긴다. 처음에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사람들은 돈이 많은 곳에 자연히 몰릴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가 사람보다 돈을 중시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엄청난 부 주변에 몰린 돈에 종속된 사람들은 사람 때문이 아니라 단지 돈 때문에 몰려든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자들은 그 주변에서 진심으로 자신을 위하는 사람을 찾으려 애쓴다. 하지만 그 지난한 과정에서 진심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큰 부를 상속받은 여성과 그 주변인물 사이의 살인사건을 그리는 영화
영화 <나일 강의 죽음>은 엄청난 부를 상속받은 여성인 리넷(갤 가돗)과 그 주변 인물들을 담은 영화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추리 스릴러지만 부자인 리넷 주변에 모이는 사람들의 얼굴을 담는 영화이기도 하다. 다양한 인물들이 리넷 주변에 있는데, 가장 가까운 인물은 약혼자인 사이먼(아미 해머)이다. 직전에 리넷의 친구인 재클린(에마 매키)과 연인관계였던 그는 리넷의 옆에서 정열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그는 돈에 대한 관심보다는 리넷의 마음에 더 신경쓰면서 리넷이 가진 부담감을 지워주려 애쓰는 인물이다. 반면에 재클린은 리넷의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사이먼이 리넷과 교제하게 되면서 질투와 배신의 감정을 가지게 되는 인물이다. 그가 영화 속에서 리넷의 옆에 등장할 때마다 영화의 긴장감은 높아진다.
그 외에도 부크(톰 베이트먼)과 그의 엄마 유페미아(아네트 베닝), 리넷의 옆에서 재정 관리를 하는 친척 앤드류(알리 파잘), 루이즈(로즈 레슬리), 살로메(소피 오코네도)와 그의 딸 로잘리(레티티아 라이트), 베스너 박사(러셀 브랜드), 마리(제니퍼 샌더스), 바워즈 부인(돈 프렌치) 등이 리넷과 사이먼의 약혼 파티에 초대되어 호화 유람선에 탑승하게 된다. 영화 초반 이들의 모습과 행동을 찬찬히 보여주게 되는데, 각자가 가진 사연이 조금씩 소개되면서 각 인물들이 가진 서사와 이해관계를 알 수 있게 된다.
모든 인물이 리넷을 중심으로 모인 인물인데, 전혀 관계 없는 인물인 포와로(케네스 브래너)가 그 배에 탑승하게 되면서 영화는 포와로의 시선을 그대로 따라간다. 그가 주변을 살피고 인물들을 세심히 살피게 되는데, 영화의 시선도 그대로 포와로와 같이 움직인다. 등장인물 대부분은 작은 비밀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포와로는 이런 인물들의 특성이나 비밀을 파악하게 되는데 그 과정자체가 추리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등장인물의 서사를 긴장감있게 보여주는 심리 추리극
실제로 영화에서 살인 사건은 중반부에서야 등장하게 되는데 그 전까지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부자인 리넷 주변의 인물들이다. 초반에 그렇게 세심하게 이들 각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건, 모두를 의심할 수 있게 하는 동기를 숨겨두었기 때문이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쓴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마치 추리소설을 영상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물들의 서사를 접하고 나서 사건이 벌어지게 되는데, 누가 살인자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포와로와 함께 머리를 굴리게 된다.
영화 속 리넷은 불행하고 불안해 보인다. 그는 결국 살해당하게 되는데, 그 주변 인물들 모두 리넷을 죽일 수 있는 살인 동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리넷이 죽은 이후에 먼저 보이는 건, 리넷의 안타까운 죽음보다 그가 가지고 있던 거대한 목걸이의 행방과 리넷이 가진 돈이 어디로 갈 것인지다. 그러니까 리넷의 죽음의 안타까움보다 돈이 먼저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주변에 모인 인물들에 정을 붙일 수 없다. 다들 안타까운 개인 사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없게 만드는 건, 영화의 훌륭한 각색대로 이야기가 구성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리넷 옆에 누군가는 돈에 종속된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영화는 그것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할수도 있을 것이다. 리넷을 죽인 범인, 그리고 그 이후 누군가를 계속 살해해나가는 범인이 누군지, 그 동기가 과연 돈이었는지는 영화에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다. 감독인 캐네스 브래너는 직접 포와로를 연기하면서 훌륭하게 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연출했다. 이 이야기 안에서 유일하게 이해관계가 없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추리해가는 탐정 포와로는 이번 영화에서 그가 가진 과거 트라우마도 드러낸다. 그렇게 원작에는 없는 포와로의 새로운 개인사를 추가하면서 조금 더 할 이야기가 많은 풍부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워낙 등장인물이 많은데 특히 인상적인건 재클린을 연기한 에마 매키다.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에 출연한 그는 이 영화에서 등장할 때마다 영화의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맡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생동감있게 영화를 극적으로 만드는 인물을 꼽으라면 바로 재클린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아네트 베닝이 연기한 유페미아도 인상적인 캐릭터다. 아들 부크의 결혼에 반대하는 엄마 역할인 그는 자유분방한 예술가처럼 보이지만 아들의 여자친구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며 고집을 피우는 연기로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영화 중반 이후에 그로 인해 만들어진 영화적 긴장감은 살인사건과 함께 극을 더욱 고조 시킨다.
영화는 포와로가 처음부터 각 인물을 하나씩 만나고, 한자리에 모이면서 벌어지게 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포와로는 많은 인물들 사이에서 관계를 조율하고 관찰하면서 리넷의 배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정확하게 캐치해낸다. 결국 그는 '돈'에 종속된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면서 '사랑'때문에 벌어지는 인물들의 행동들도 들춰낸다. 그러니까 그는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자,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치유하는 계기를 만드는 심리 분석가이기도 하다. 이런 포와로의 활약이 담긴 영화는 아름답고 웅장한 영상과 함께 훌륭하게 촬영되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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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 이별을 알아가는 8살 과거의 나에게
반려견 루와 헤어진 8살 소녀 사야카의 가슴 뭉클한 이별 여정을 담은 성장 이야기로
아쿠타가와상과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꼽히는 나오키상을 수상한
재일 교포 2세 작가 이주인 시즈카의 동명 단편 소설을
각색한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리뷰이자, 시사회 후기입니다.
40여 년간 꾸준히 작품을 출간하며 나오키상과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몇 차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일본 대표 문학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해서
그런지 아이의 순수한 시선을 따라 전개되는 차분함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고
주연을 맡은 니이츠 치세의 연기 또한 이를 확실히 강점으로 만들 만큼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근래 자극적인 영상에 지친 마음을 다독여주기에는 더없이 좋았던 시간으로
이런 은은한 느낌을 좋아하시는 관객분들이시라면 나쁘지 않게 보실 것 같네요.
첨부터 끝까지 이런 분위기예욤
왠지 나랑 똑같다고 느꼈던 것 같다
8살 사야카는 등에 큰 점이 있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지만
용감하고 당찬 성격에 씩씩하게 다니는 밝은 아이입니다.
그렇게 긍정적인 생각으로 집으로 가던 중 거위 소리에 발길을 옮긴 펫샵에서 천덕꾸러기 루를 만납니다.
입양을 가기엔 너무 커버려서 아무도 데리고 가려고 하지 않아 샵 밖에 있었지만
소녀는 루를 보자마자 동질감을 느끼며 운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매일 루를 보러 가던 중 데려가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내다 버려지게 될 거라는 직원의 말에
부모님을 설득하게 되는데, 아빠에게서 개는 사람보다 빨리 죽는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죠.
그리고 엄마에게서도 어렸을 때 키웠던 개가 죽었을 때 슬펐다면서, 지금도 떠올리면 슬프다는 말을 듣지만,
루에게 빠진 마음이 컸기에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며 루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냅니다.
서로 친구가 된 루와 사야카는 아침, 저녁으로 동네 곳곳을 누비며 우정을 쌓아가던 어느 날,
몸집이 작은 그들만 들어갈 수 있는 바닷가 근처 벽의 조그마한 틈 너머 넓은 들판을 발견하고
둘만의 공간으로 여기고 매일 찾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용도를 알 수 없는 철로를 발견하게 되는데...
예고편│ Trailer
원제 : 駅までの道をおしえて, 영제 : Show Me the Way to the Station│감독·각본(각색) : 하시모토 나오키
│원작 : 이주인 시즈카의 동명의 단편 소설│출연진 : 닛츠 치세, 오이다 요시 외 多│장르 : 드라마│상영 시간 : 126분
│개봉일 : 2022년 2월 17일│국가 : 일본│등급 : 전체 관람가│평점 : IMDB 6.6, 야후 재팬 3.4점│시청 가능 서비스 : 17일부터 극장 상영
소중한 친구가 사라진다는 건 상심이 크겠죠.
이별을 받아들이는 8살 소녀의 마음
영화는 반려견 루가 세상을 떠나 그리워하는 사야카를 보여주며,
성인 역의 아리무라 카스미의 내레이션으로 과거를 회상하며 시작합니다.
만난 지 그리 반년쯤 지나 병으로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아직 어린 소녀에게 죽음이라는 것이 낯선 의미였고 볼 수 없다는 걸 인지하면서도
죽음을 받아들이지 준비가 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보여주죠.
그리고 루를 만나 온 동네를 누비며 둘만의 추억을 쌓았던 시간들을 이야기하며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만 소중한 친구의 모습을 그립니다.
극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 잔잔하게 깔리는 카스미의 목소리는 그 당시의 순수했던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며
어른이 되고 나서 되돌아보는 기억의 행복과 이제는 완전히 받아들이는 이별에 대한, 죽음에 대한 단상을 보여줘
아마도 반려동물을 키워본 분들이라면 공감 가는 부분이 분명 존재할 겁니다.
죽음은 늘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나이가 들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면 조금은 덜 힘든 것도 사실이니까요.
둘의 케미가 참 좋아요
이어서 둘만의 공간에서 추억에 빠져있던 소녀는 우연히 갈색 개 루스를 만나 이를 통해
학교 앞 재즈 카페의 주인 후세 할아버지를 알게 되면서 죽음을 맞이하고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이어갑니다.
처음엔 혼나기도 하지만, 후세 할아버지에게 어릴 적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이치로라는 아들을 잃은 슬픔,
어렸을 때 루와 똑같이 생긴 강아지가 있었다는 사실로 동질감을 느끼며 나이를 뛰어넘는 친구 사이가 되죠.
결말을 생각한다면 루와 과거의 비슷한 개, 그리고 현재의 루스가 두 사람을 이어주며
서로의 상처를 보다듬게 만들고 이별을 받아들이도록 이끄는 역할을 해준 느낌을 받습니다.
어른들을 위로하는 아이
어른이 되어서도 소중한 사람을 잃는 슬픔을 감내하고 받아들이는 건 매우 힘든 일임을 우리는 알고 있기에
아직 어린 소녀가 루를 잃은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그리워만 하는 것처럼
후세 할아버지가 아들을 잃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견디는 모습은 그들을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재미있는 점은 사야카가 할머니를 떠나보낸 할아버지의 마음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토닥여 준 것처럼
후세 할아버지에게도 적절한 위로를 해주는 모습으로,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는 아픈 진실보다는 착한 거짓이라도 배려가 더 좋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죠.
본인의 마음도 아플 텐데 다른 이들을 감싸주는 8살 소녀의 모습은 아마도 이 여정의 가장 큰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강아지 연기력 갑!
마지막에 접어들며 다시금 맞닥뜨린 이별의 순간, 장르가 살짝 판타지 분위기가 바뀌지만
이미 이전 장면들에서 환상을 통해 그런 느낌을 나타냈기에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다만, 잔잔하고 슬픈 드라마에서 조금은 많은 듯해 보이는 슬로 장면들은 감정선을
끝까지 이어가기에는 너무 늘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슬픈 이별에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사야카를 연기한 닛츠 치세,
소녀와의 우정으로 한층 성장하게 만드는 후세 할아버지의 오이다 요시는 이별을 기리는 특별한 이야기를 잘 마무리해줍니다.
여러 면에서 일본 영화 특유의 감성은 물론, 좋은 OST가 가득했고 전하고자 하는 의미도 확실했으며
이를 표현해 준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딸이자, 4살부터 연기 활동을 한 닛츠 치세와 루의 호흡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적절한 템포를 맞췄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런 잔잔함을 선호하신다면 나쁘지 않게 보실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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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 (The Call) (2020), 광기 어린 스릴러, 질주하는 사이코드라마
콜 (The Call) (2020)
광기 어린 스릴러, 질주하는 사이코 드라마
콜(The Call), 광기 어린 사이코 드라마의 탄생
2020년을 한 달 남겨두고, 발전 없는 전형적인 한국 영화들을 향해 강력한 펀치 한 방을 날리는 신선한 스릴러 한 편이 스크린에 등판했다. 언젠가부터 뻔해진 충무로의 흔한 남자 주연 캐스팅 하나 없고, 한 가지 장르에 정착하지 못하는 애매모호함, 지겨움의 끝을 연발하는 신파도 모두 한꺼번에 갖다 치웠다. 그 대신 두 명의 여성 캐릭터들을 앞세워 처음부터 끝까지 휘몰아치는 서스펜스로 단 한 순간도 긴장감을 놓지 못하는 스릴러를 탄생시켰다. 자질구리한 스토리도 인물도, 장르의 분위기를 해치는 뜬금없는 코미디도 모두 없다. 오로지 '전화'를 매개체로 벌어진 서스펜스 단 하나에만 집중한다. 스피디한 연출로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이충현' 감독의 힘과 배우들의 시너지가 만들어낸 훌륭한 합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운명 같은 전화벨 소리,
잔인한 폭주와 악연의 서막
1999년의 '영숙(전종서)'과 2019년의 '서연(박신혜)'은 같은 집에 있는 전화를 매개체로 20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채 연락이 닿게 된다. 말도 안 되는 판타지로 시작된 둘의 인연의 시작은 순조로웠다. '서연'은 '영숙'에게 99년 이후에 벌어진 사건들, '영숙'이 좋아하는 '서태지'의 음악들을 들려줬고, 무당인 '신엄마(이엘)'에게 억압 받는 '영숙'에겐 '서연'과의 통화가 자신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숨통이었다.
하지만, '서연'은 '영숙'이 살고 있는 99년도에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를 '서연'이 살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고, '영숙'은 몰래 집을 빠져나와 '서연'의 아버지의 죽음을 막는다. 하지만, 시간의 역학을 건드리기 시작한 이 사건이 두 사람의 인연을 파국으로 만드는 결정적인 시발점이었다. 두 사람이 바꾼 과거로 인해 '서연'은 현재 부모님과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부잣집 딸의 모습으로 변하게 되고, '서연' 역시 '영숙'에게 미래에 다가올 일을 알려줘 '영숙'의 죽음을 막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영숙'이 자신을 죽이려던 '엄마'를 살해하게 되고,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시공간을 초월한 두 사람의 우정에는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세상 밖으로 나온 사이코패스,
광기 어린 질투에서 시작된 파국
'엄마'를 죽이고 자유를 찾은 '영숙'은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그녀에게 내재되어 있는 사이코패스의 광기를 표출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어느새 가족과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느라 자신에게 소홀해져 버린 '서연'에게는 질투와 살의를 느끼기 시작한다. '영숙'의 살인 행위를 나중에서야 알게 된 '서연'은 처음으로 '영숙'에게 반기를 들며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고, 이는 '서연'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던 '영숙'의 분노를 터뜨리는 기폭제가 되어 '영숙'은 본격적으로 '서연'의 주변을 잔혹하게 망가뜨리기 시작한다. 과거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서연'과 자신의 끔찍한 미래를 막기 위해 폭주하는 '영숙'의 싸움. 어느 한 쪽이 죽어야만 끝날 것 같은 두 사람의 시간을 초월한 악연은 끝내 처절한 파국으로 이어진다.
‘전종서’의 재발견, 미친 연기력 폭주
<콜>의 연출과 스토리, 출연 배우들의 호연 모두 훌륭하지만 이 작품을 이끄는 힘의 8할은 '전종서'에게 있다. 한국 영화사에 유례없는 여성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캐릭터를 연기하며 혼신을 다해 미친 연기력을 쏟아냈다. 각성하는 순간부터 보여주기 시작한 '영숙'이라는 캐릭터가 주는 공포와 긴장감, 그리고 후진 없이 질주만 하는 공격적인 모습이 주는 임팩트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콜>은 '전종서-박신혜'의 호흡보다는 오로지 '전종서'의 약이라도 빨은 듯한 광기 어린 연기력에 시선이 쏠린다. <버닝>에서의 신비로운 소녀는 온 데 간 데 없이 살아지고, 당장이라도 상대방의 목숨을 앗아갈 것 같은 맹수 같은 눈빛을 지닌 사이코패스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솔직히 중반부부터는 강강강강만 있는 캐릭터라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전종서'의 연기력이 그러한 우려들을 곧바로 불식시킨다. '써니'에서 '천우희'의 신들린 연기력을 접했을 때의 느낌을 9년만에서야 똑같이 느낄 수 있었다.
(+)
최고의 명장면은 20년 전의 '서연'과 '아빠'가 '영숙'의 집을 찾아왔을 때, '영숙'이 뒤돌아 살아 있지도 않은 '엄마-!'를 부르며 스산한 미소를 띠는 장면이다. 배우의 표정 변화만으로 공포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속도감 있는 전개, 긴장감 넘치는 연출
비현실적인 스토리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중간 중간 설정에 대한 구멍을 발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스피디한 전개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넘치는 연출이 영화의 허점들을 금세 메꿔준다. 극적인 장면에 사용하는 음악의 활용도 굉장히 신선했다. 대표적으로 '영숙'이 처음 집안에서 탈출했을 때, 슬로 모션과 함께 강렬한 록 음악을 삽입하며 고삐 풀린 연쇄살인범의 새로운 시작을 공격적으로 알리는 효과를 줄 수 있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아무래도 시공간의 변화가 많은 작품이다 보니 신비로움을 유발하는 형태로 CG 기법을 많이 사용했는데, 가진 기술과 자본력에 비해 욕심을 부린 게 느껴진 부분이었다. 판타지스러움을 유발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부자연스럽고 어색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극중 CG 장면은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일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판도라의 상자가 야기한 비극
'서연'과 '영숙'의 인연이 어긋나게 된 계기는 '서연'이 '영숙'으로 하여금 과거 사건의 결과를 바꾸게 한 것에서 출발했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두 사람의 통화는 단순히 과거의 미래의 사건들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였고, 이 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우정에 균열이 갈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과거와 현재를 바꾸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서로의 행동이 각자 다른 공간에 있는 자신에게 점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당연히 깨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서연'이 시공간의 역학이 주는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다가오는 비극의 그림자를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과거의 '영숙'에게 다가올 미래를 알려줄 수 있는 '서연'과 달리 '서연'은 과거의 '영숙'의 행위로 현재의 자신에게 생길 변화를 알 방법이 없다. 제 아무리 '서연'이 발버둥쳐 봤자 무조건적으로 '서연'이 불리한 입장인 것이다.
예상을 뒤엎는 스토리, 묵직한 펀치 한 방
어찌 보면 익숙한 스토리다. 전화를 매개체로 과거와 현재의 인물이 교신을 한다는 것은 드라마 <시그널>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익히 봐온 소재다. 그렇기 때문에 <콜> 역시 전개상 예상 가능한 스토리가 상당 부분 존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콜>은 익숙한 소재가 주는 예상을 뒤엎는 스토리를 부분 부분 첨가시켰다. 극 초반부에 '영숙'에 대한 학대를 일삼는 무당 '신엄마'는 누가 봐도 악역 같았지만, 따지고 보면 '영숙'의 사이코패스 기질을 알고 이를 억제시키기 위해 자신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주고, 악령에게 씌었다는 프레임을 '영숙'에게 걸어놓은 셈이었다. 중간 중간 복선들을 깔아 놓아 '영숙'이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암시하긴 했지만, '신엄마'의 행동들은 분명 처음부터 이해할 수 있는 장면들은 아니었다.
결말부 역시 예상을 뒤엎으며 한국 영화의 고질병과도 같은 신파 엔딩을 겨냥한 묵직한 펀치 한방을 날려준다. 1999년 '영숙'과 '서연의 엄마(김성령)'의 혈투, 그리고 2019년 '서연'과 '영숙'의 싸움에서 극적으로 '서연의 엄마'가 몸을 날려 '서연'을 구하고, '영숙'의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함께 죽은 줄만 알았던 '서연의 엄마'가 마지막 시퀀스에 등장하며 '역시 어머니의 힘은 강하다'와 같은 K-영화의 전통적인 메시지를 날리며 갑자기 용두사미로 끝나는 듯한 실망감을 던져준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내려가는 순간, 멀티 엔딩으로 마지막 반전을 선사하며 통쾌함을 느끼게 해준다. 어찌 보면 한국영화의 피날레가 지향해야 할 점을 알려줬다고도 볼 수 있는 엔딩이었다.
극장 개봉 실패에 대한 아쉬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극장개봉에 실패한 작품들이 넷플릭스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콜>은 <사냥의 시간>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넷플릭스 단독 공개를 택한 국내 영화였다. 혹평 일색이었던 <사냥의 시간>과 달리 <콜>은 오히려 이 작품을 극장에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크나큰 아쉬움을 남긴다. TV 스크린으로 봤을 뿐인데도, <콜>이 가져다 준 전율은 대단했고, 수작을 만났다는 흥분이 아직까지도 가시지 않는다. 이 작품이 '이충현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라는 것 자체도 매우 충격을 준 사실이었다. 극장 개봉 실패는 아쉽지만, <콜>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보여줄 앞으로의 모습에 상당한 기대를 걸 수 있을 것 같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겔겔겔스타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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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 그 자체인 남자와 멋을 아는 영화의 역대급 질주
어린 시절 또래 친구들과 달리 차에 큰 관심이 없던 아이는 자라 운전까지도 관심이 없더니 면허까지 등을 돌린다. 그런 소년이 유달리 관심있던 것이 바로 F1 레이싱 경기였다. 경기를 꾸준히 챙겨본 적도, 응원하는 팀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TV를 돌리다 F1 중계방송이 있으면 뉘어있던 자세를 고쳐 앉아 집중했다. 규칙을 몰라도 스피커 너머로 터질 듯한 굉음 소리가 이목을 사로잡았고, 팍팍 터져가는 아스팔트 조각들 뒤로 레이서들의 가쁜 숨소리와 땀방울이 경이로웠다. 운전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가냘픈 생각은 중고교 시절 원심력과 중력이라는 간단한 과학상식만으로도 부숴져 그들은 우상이 됐다.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오만한 생각은 작은 충격에도 날라가버리는 차량과 그 잔해들을 보며 치유됐다. 처음 F1 레이싱 카의 소름과 흥분을 체감하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해 나에겐 F1과 관련된 구설수나 스캔들, 사건들 등에도 아직까지 그 스포츠에 대한 마음이 남아있고, 이를 영화로 접했을 때의 기대감은 이미 상상 초월이다. 지금껏 영화 <포드 v 페라리>, 영화 <카> 시리즈, 영화 <스피드 레이서> 등 수 많은 레이싱 영화들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레이싱의 감흥을 모두 채우기란 역부족이었다. 이번 영화 <F1: 더 무비>가 개봉하기 전까지 말이다.
영화 <F1: 더 무비>는 할리우드 산업이 쓸 수 있는 자본의 총량을 모두 모아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인 상업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 만들어낸 올 상반기 최고의 상업영화가 아니었을지 감히 추측한다. 그만큼 엄청난 촬영 방식과 볼거리들 그리고 편집, 또한 다소 무난하고 빈번한 감이 없지 않은 스토리라인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엄청난 배우 라인업 등이 영화를 풍성하게 했다. 멋, 차림새, 행동, 됨됨이 따위가 세련되고 아름다움이라는 뜻의 본 단어는 어쩌면 영화 <F1: 더 무비>와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영화는 영화 <탑건: 더 매버릭>을 촬영한 조셉 코신스키가 감독을 그리고 해당 작품을 촬영한 모든 스태프들이 함께 작품을 만들었다. 이전 작에서도 영화적으로 가장 찬사를 많이 받은 부분은 전투기의 움직임을 촬영한 롱 쇼트 그리고 전투기에 직접 올라타 연기하는 배우들의 표정을 클로즈업으로 다루며 극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였다는 점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 실제 F1 레이서들은 훈련하는 과정에서 속도와 중력을 버티기 위해 목 단련을 많이 하는 만큼 경기를 치르며 겪는 긴장과 압박 그리고 하중되는 피로도 등을 목과 몸으로 느낀다고 한다. 이러한 점들을 영화는 전작에서 촬영한 방식과 마찬가지로 다루어 관객을 이입시켰다. 또한 F1 경기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인 5번의 빨간불이 들어오고 모두 꺼지며 시작을 알리는 출발신호를 영화가 다룬 방식이 흥미롭다. 영화의 중반부 사고 이후 복귀한 '조슈아'와 주인공 '소니'가 출발선에 서 신호를 기다릴 때 영화는 마치 차량의 좌측을 중심으로 오버 더 숄더로 촬영했는데, 재밌는 점은 화면을 분할해 각 인물들이 탄 두 차량 모두를 프레임 속에 비춘다는 것이다. 본 장면을 통해 출발 신호와 함께 달려나가는 것은 차량만이 아니라 함께 긴장 중이던 관객도 포함됐다. 나아가 이전 장면들부터 영화는 계속해서 같은 팀이면서 동시에 치열한 라이벌 관계 속의 두 인물을 경쟁구도로 비췄는데, 이를 비슷한 모양의 차량과 비슷한 구도 속 다른 인물과 다른 상황이라는 식의 구도로 표현한 점은 본 작품이 뛰어난 점 중 하나이다.
영화는 가히 역대 레이싱 영화 중 가장 시원하고 멋있는 레이싱 장면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굉장한 연출과 촬영을 통해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영화의 초반부부터 본인들이 앞으로 다룰 레이싱 씬들에 대해 관객에게 으름장 놓듯 영화는 시작부터 터질 듯한 영화적 에너지와 음향으로 관객을 집중시킨다. 특히 놀라운 점은 F1 차량에 대한 이해도와 F1 경기 자체에 대한 이해도라고 생각된다. F1 차량은 기본적으로 최대한 빠른 속도를 구사하기 위해 바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차량이 바람에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바람을 타면서 더 잘 나아가게끔 설계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차량 전면부와 후면부의 윙들 양쪽 하단의 장치들, 타이어의 상태나 각 타이어별 상황에 맞는 기능 등이 경기에서 중요해지는데, 영화는 단순히 달리는 차량이나 레이서만 비추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차량의 여러 장치들과 기능들이 작동하는 순간을 담아내 영화를 더욱 풍부하게 했다. 더불어 레이서뿐만 아니라 엔지니어, 수석 코치와 같이 피트 내에서의 인원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면서 F1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관객 또한 이번 작품을 통해 모터스포츠 세계에 입문하고 싶게 했다. 물론 영화의 이러한 점 때문에 차량의 기술 내지는 전략과 관련해 전문 용어들이 빈번히 등장하고, 몇몇 씬들에서는 'DRS(드래그 감소장치(Drag Reduction System). 전자 제어 부품에 의해 공력 파트를 실행시켜 강제로 공기 저항을 감소시키는 장치)'와 같은 장치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용어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하여 영화의 흐름에 방해되는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이에 반해 스토리라인은 다소 밋밋한 편이었다. 감독의 이전 작품을 떠올려본다면 굉장히 비슷한 부분이 많으며, 전작이 아니더라도 불의의 사고로 비주류였던 주인공이 기회를 얻고 여러 갈등과 고난 끝에 결국 승리 내지는 우승을 챙긴다는 다소 '클리셰'스러운 구조를 가진다. 물론 클리셰가 있다고 하여 옳지 못하다는 점은 아니지만 영화의 흐름과 결말이 어느 정도 예상되고 그렇기에 후반으로 갈 수록 갈등이 깊어짐에도 진부해지거나 지루해진다. 영화의 플롯은 지나치게 소니라는 인물에게 의존적이다. 소니라는 인물이 다시금 주류 인물이 되는 이야기, 같은 팀의 어린 유망주 선수를 지도하는 이야기, 팀 전체에 놓인 위기를 풀어내는 이야기 모두를 소니를 중심으로 풀어낸다. 생각해볼 점은 그 방식 모두 그다지 창의적이거나 이 영화만의 개성이 엿보이지 않다는 점이다. 장르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선수의 트라우마와 각종 사고를 대동하고, 트럼프 카드와 얼음물과 같은 선수의 루틴을 사용해 관객을 설득시키고자 했으나 설득보다는 이해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F1 선수들의 훈련 모습이나 시설, 차량 설계 내지는 전략 등을 최대한 멋스럽게 살려내 관객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하고, 앞서 언급한 레이싱 씬들을 통해 어쩌면 창의적이면서도 위험한 스토리라인을 사용하기보다 다소 진부하지만 안정감있는 플롯을 바탕으로 삼고, 그 위를 화려한 연출로 덮으면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치밀한 계산이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영화 <F1: 더 무비>를 촬영하는데 최소 3억 달러, 6월 26일 기준 한화로 4063억 8800만원이 투자됐다. 우리나라 1년 총 예산을 어림잡아 600조라 한다면 총 예산의 0.06%를 이 영화를 위해 사용했다는 뜻으로 엄청난 양임을 가늠할 수 있다. 혹자는 이에 대해 이 정도 투자금이라면 당연히 잘 만드는 것이 맞고, 당연히 영화가 재밌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고 할 수 있다. 물론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꽤 있어왔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영화 <F1: 더 무비>는 말 그대로 '돈 값하는' 영화였다. 모터스포츠를 잘 모르는 관객도 즐길 수있는 멋 그 자체인 배우 브레트 피트부터 모터스포츠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막스 베르스타펜부터 샤를 르레르와 같은 현역 F1 선수들까지도 출연했으며, 실제 피트월을 촬영해 극의 분위기와 몰입감을 더했다.
어떨 때에는 카메라의 촬영법이나 편집법, 앵글의 위치와 대사의 의미 분석 등에 집중하다 보니 영화를 오로지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 스스로 의심된다. 영화를 사랑하고,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는 것이겠고, 분석할 수 있기에 더 즐길 수 있는 것도 맞지만 그만큼 영화에 몰입하는 게 아니라 화면 속 비춰지는 세상은 허구라는 것을 인식하고 관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본 작품은 오랜만에 어깨 위의 모든 짐을 다 내려놓게 만들면서 나 또한 한 명의 레이서로서 함께 달리는 것만 같은 기분을 들게 한 작품이었다. 더불어 어떨 때에는 충분한 기대감을 갖고 영화관에 방문하면, 그 영화관 속 스크린에는 정말 내가 기대한 그게 틀어졌으면 하는 소망과 우려가 생긴다. 이번 영화 <F1: 더 무비>는 정확히 그 지점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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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맨 앞에 있었으나 조명되지 않았던 예술가들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 올데이시네마 상영작
*시놉시스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폴 매카트니, 피터 가브리엘 등 세계 최고 뮤지션들의 앨범 커버를 만든 디자인 스튜디오 ‘힙노시스’. 영감에 한계가 없던 두 천재 디자이너의 무모한 작업 스토리, 그리고 시대의 아이콘이 된 명반들의 탄생 뒷이야기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은 음악이 상품이 아닌 예술이던 시대, MTV가 도래하기 이전 음악이 메시지를 던질 수 있던 시대, 록 음악이 가장 대중적이던 시대를 살아간 예술가 이야기다. 그러나 뮤지션의 이야기는 아니다. 핑크 플로이드와 레드 제플린, 폴 매카트니가 협업하고 싶어 한 LP 커버 예술가 ‘힙노시스’의 이야기다.
스톰과 포 두 사람이 힙하고, 쿨하고, 지혜롭고, 현명하다는 단어의 글자 일부를 따서 설립한 힙노시스는 LP 커버 이미지를 전문으로 제작한 회사다. 더불어 당시 사람들이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던 LP 커버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회사다. 골방에 모여 수다를 떨고 술을 마시고 마약을 하던 이들이 예술가가 되던 시대, 스톰과 포 역시 이들과 같은 궤적을 따라 LP 커버의 세계로 진입했다. 영화는 힙노시스가 걸어온 파격적 예술의 궤적을 당사자, 그들과 협업한 뮤지션의 회고를 통해 복기한다. 앨범과 커버의 ‘의미’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 지금, 음악과 커버로 메시지를 던지며 매 순간 혁신을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매력적인 흡인력을 뿜는다. 커버 방향성을 놓고 비틀즈와 자존심을 건 신경전을 벌이는 대목은 스톰과 포가 어떤 태도로 커버 작업에 임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1968년부터 록의 시대가 저문 80년대까지 전성기를 구가한 힙노시스는 록의 쇠락과 함께 커리어의 절정에서 수직 낙하했다. 그리고 다시는 이전과 같은 명성을 누리지 못했고 록 음악 팬들의 기억 속에서만 예술적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시대의 변화에 더는 힙하고, 쿨하고, 지혜롭고, 현명할 수 없었던 이들은 되돌릴 수 없는 실패로 예술의 역사에서 퇴장했다. 고급 예술품을 소장할 수 없는 ‘가난한 이의 미술 소장품’이자 앨범 정체성의 표현으로서의 LP/커버의 시대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누군가에게는 향수를, 누군가에게는 ‘이야기’가 된 지난 시절의 매력에 몰입시켜줄 영화다. 표지가 갖는 중요성이 점차 중요해지는 도서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음악과 LP 커버를 동등한 예술로서 존중하는 영화의 태도가 인상깊기도 했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 비프의 올데이시네마에서 이 영화가 상영된 후, 호밀밭 출판사 장현정 대표의 사회로 장정일 작가와의 대담이 진행되었다. 대담에서 장정일 작가는 자신이 록과 팝을 거쳐 재즈에 입문하게 된 과정을 영화와 연계해 들려주었다. 그는 80년대가 민중 문화의 시대라는 것은 이데올로기적으로 가공된 현실일 뿐이라 일갈했다. 대학 운동권은 ‘탈춤’과 ‘김민기’를 시대의 문화로 제시했지만, 정작 ‘민중’들은 고고장에서 춤을 추었고 나훈아와 이미자를 들었다. 록과 팝은 대학에서 드러낼 수 없는 ‘죄스러운’ 취향이었다. ‘의식’이 부재하다는 가혹한 비판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때문에 장정일 작가는 자신이 대학을 경유해 팝과 록을 듣지 않은 것은 커다란 축복이었다고 회고한다. 대학에 진학했다면 ‘민족 문화’의 세례에 굴절된 상태로 팝과 록을 뒤에서만 몰래 즐길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후 영국의 풍요와 반항을 대변하는 음악이 한국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감상되었나에 관한 장정일의 설명은 그 문화를 향유했거나 사후적으로 회고하는 모두에게 문화의 수용에 둘러싼 물음을 촉발한다. 장정일의 해설은 낭만적 흡인력의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에 ‘제3세계’를 둘러싼 권력관계를 더해 낭만 이면의 다층적 맥락에 주목하게 한다.
*영화 매체 〈씨네랩〉 초청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후 작성한 글입니다.
*커뮤니티 비프 관련 정보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biff.kr/kor/addon/10000001/page.asp?page_num=8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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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랩이 가져왔습니다. 넷플릭스 4월 공개 예정 기대작 5
씨네랩이 가져왔습니다. 넷플릭스 4월 공개 예정 기대작 5
꽃도 피고, 날씨도 좋아 밖으로 나가고만 싶어지는 4월. 넷플릭스가 그 맘을 아는지, 선물 같은 영화들을 가져왔습니다. 미리 알고 보면 더 재밌는 넷플릭스 4월 개봉 영화. 씨네랩이 여러분들께 미리!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취향껏 골라보는 넷플릭스 4월 공개 예정 영화! 같이 보러 가실까요 ?
1. 콘크리트 카우보이 Concrete Cowboy (2020) - 리키 스타우브
2021.04.02 공개 예정
" 반항만 일삼던 10대 소년. 그 벌로 그는 서먹한 아버지와 여름을 보내야 한다. 하지만 거기에 집이 있을 줄이야. 필라델피아의 흑인 카우보이들이 서서히 그를 받아들인다."
<콘크리트 카우보이> synopsis
<콘크리트 카우보이>는 리키 스타우브가 연출한 영화로, G.네리의 소설 <게토 카우보이>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눈에 띄는 배우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묘한 이야기>에서 루카스로 얼굴을 알린 케일럽 맥러플린 배우가 아들 ‘콜’역을 맡아 연기를 펼쳤다고 합니다. <콘크리트 카우보이>는 오는 4월 2일 넷플릭스 공개 예정입니다.
2. 마담 클로드 Madame Claude (2021) - 실비 베레드
2021.04.02 공개 예정
" 60년대 파리. 유명 인사들을 상대로 고급 매춘조직을 운영하는 마담 클로드. 우아한 이미지로 포장된 그녀의 제국은 상류층뿐 아니라 지하 세계까지 뻗어있다. 영원히 번성할 것 같았던 제국은 그러나 한 여성의 등장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마담 클로드> synopsis
<마담 클로드> 의 감독 실비 베레드는 직업여성으로 일했었던 할머니와 사촌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이 사회의 주류가 될 수 없었던 시절, 남성들을 자신의 발아래 두고자 했던 한 여성 갱스터의 이야기라고 영화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포스터부터 강렬함이 느껴지는 <마담 클로드>는 오는 4월 2일 넷플릭스 공개 예정입니다.
3. 썬더 포스 Thunder Force (2021) - 벤 팔콘
2021.04.09 공개 예정
" 슈퍼빌런이 흔하디흔한 세계. 어린 시절 단짝 중의 하나가 특별한 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다. 한때 멀어졌던 두 사람은 이제 도시를 지키기 위해 다시 손을 잡는다."
<썬더 포스> synopsis
넷플릭스 영화 썬더 포스는 여성 히어로 영화로, 액션과 코미디를 둘 다 사로잡은 영화입니다. <고스트 버스터즈> <스파이>등 액션 코미디로 활약해온 멜리사 맥카시, <헬프>, <히든 피겨스> 등 옥타비아 스펜서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
4. 낙원의 밤 Night in Paradise (2020) - 박훈정
2021.04.09 공개 예정
"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낙원의 밤> synopsis
<낙원의 밤>은 관객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제 77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 공식 초청되어 극찬을 받은 영화입니다. <밀정>,<안시성>을 통해 독보적인 연기를 펼치는 엄태구 배우와, 요즘 핫 한 배우 전여빈, 그리고 차승원 배우까지 연기파 배우들이 모여 펼치는 <낙원의 밤>. 오는 4월 9일 넷플릭스 공개 예정입니다.
5. 러브 앤 몬스터스 Love and Monsters (2020) - 마이클 매튜스
2021.04.14 공개 예정
" 괴물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
<러브 앤 몬스터스> synopsis
영화 <러브 앤 몬스터스>는 북미 소수 극장에서는 개봉했으며, 애플 TV 플러스를 비롯하여, 아마존 프라임 등 이미 공개된 작품입니다. <메이즈 러너>로 관객들에게 얼굴을 알린 딜런 오브라이언 배우를 비롯하여, <언더워터>의 제시카 헨 윅, 그리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욘두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은 마이클 루커까지 ! 배우들 라인업이 엄청난 <러브 앤 몬스터스>는 오는 4월 14일 넷플릭스 공개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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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 뛰게 만드는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
가슴 뛰게 만드는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
ⓒ 네이버 영화
정보
개요 멜로/로맨스, SF | 일본 | 98분
감독 마츠모토 소우시
출연 이토 마리카, 카네코 다이치, 카와이 유미 등
줄거리
시대극 찐팬으로 영화 감독을 꿈꾸는 고교생 ‘맨발’. 영화 동아리에서 자신이 기획한 <무사의 청춘>이 탈락되자
직접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절친 ‘킥보드’, ‘블루 하와이’와 드림팀을 결성한다.
우연히 극장에서 만난 미래에서 온 의문의 소년 ‘린타로’를 주인공으로 전격 캐스팅한 ‘맨발’은
꿈에 그리던 촬영을 시작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지는데…
누가 출연하나요?
맨발 | 이토 마리카
@ 네이버 영화
시대극의 엄청난 팬인 '맨발'은 영화 동아리에서 로맨스 영화만 제작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자신이 쓴 각본 <무사의 청춘>을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킥보드 | 카와이 유미
@ 네이버 영화
맨발의 절친이자 천문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킥보드'.
<무사의 청춘>을 만드는데 든든하게 지원하며 영화의 촬영을 담당한다.
블루 하와이 | 이노리 키라라
@ 네이버 영화
<무사의 청춘> 팀의 분위기 메이커이자 맨발의 절친인 '블루 하와이'.
영화의 스태프로 참여하였고, 배우들의 무술을 담당하였다.
린타로 | 카네코 다이치
@ 네이버 영화
미래에서 온 의문의 소년 '린타로' 영화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맨발'에게
<무사의 청춘>의 주인공으로 출연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주인공을 맡게 된다.
최대한 스포를 뺀 리뷰
ⓒ 네이버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는 마츠모토 소우시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한 영화인데, 감독의 자유로운 연출 스타일 돋보였던 영화였다.
이 작품은 일반적으로 일본 영화에서 주제로 삼는 '연애'가 아닌 주인공들의 '청춘'에 초점을 맞췄다.
요즘에 보기 힘든 소위 말하는 '착한 영화' 그리고 '청춘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외적인 부분인 색감부터 시작해서 내적인 부분인 영화에 담긴 메시지, 주인공들의 대화, 생각 등을 보면
청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캐릭터의 설정, 성격 모든 부분이 사랑스러웠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이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의 어린 시절이 보였기 때문에 영화의 메시지가 더욱더 와 닿았던 것 같고, 감동도 두 배가 되는 것 같다.
영화는 성인이 된 후 사그라들었던 열정을 다시 불태워주고, 불확실한 것에 대한 도전에 임할 용기도 불어 넣어줬다.
무기력함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다.
ⓒ 네이버 영화
이 영화는 어떤 나이의 사람이 보든,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 보든, 어떤 사람이 보든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다만, 이 영화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영화와 관련된 직업을 갖고 있다면 꼭 보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이 처음 영화를 제작했을 때의 감정, 분위기, 열정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줄 뿐만 아니라 영화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생각까지 하게 만들 것이다.
영화의 계절이 여름인만큼 꼭 이 시기에 극장에서 보길 추천하며,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던, 혹은 다니는 친구와 함께 봐도 너무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썸머 필름을 타고>의 간단한 정보를 살펴보고, 리뷰를 해봤는데
어떠셨나요?!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너무나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꼭 한번 보러 가세요!!!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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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밑바닥 '구암'의 건달들, 살아남기 위해선 끝을 봐야한다! #뜨거운피 느와르 감성 폭발하는 캐릭터 예고편 대공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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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마약을 흔적 없이 살 수 있다면?
역대급 재능낭비 충격 실화!개인이 마약을 하든 뭘 하든
국가의 통제는 억압이라 생각하는
상위 1% 비합법적 천재 ‘로스’.
뛰어난 두뇌와 치밀한 계획으로
비트코인을 이용해 흔적 없이
마약 쿨거래가 가능한
다크 웹사이트 ‘실크로드’를 만든다.
‘실크로드’로 돈맛을 알고
세상을 향한 X를 날렸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
정체불명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