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ong2022-02-06 20:50:43
더욱 강력한 귀여움으로 무장한 이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스포일러 없이 추천합니다!
어젯밤의 나로 시간을 돌린다. 김승옥의 <생명연습>을 읽다 책장을 닫았다. 10시에 약속이 있었다. 정확히 2시에 잤다. 새롭게 글을 쓰려고 했는데 뭔가가 생각나지 않아 노트북의 키보드를 치는 게 어려웠다. 화면을 켜놓고 정신 말짱한 채로 두 시간쯤 누워있었다. 웃긴 유투버의 영상을 보며 또 의미 없는 시간을 보냈다. 근데 생산적인 뭔가를 또 한다기엔 한국사 공부가 머리 안으로 안 들어왔으니 그럴 법도 했다. 아무튼 늦게 잤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내일(그러니까 오늘) 약속이 있으니 일찍 일어나야 했다. 6시간 넘게 좀 자서 8시 30분에 일어났다. 아침에 힘겹게 일어나 머리를 감아서 버스에 탔다. 식사는 어제 사놓은 빵으로 대체했다.
10시 약속인데 10시 10분가량에 도착했다. 일행 둘에게 미안하단 말을 해야 한다. 2주 전에는 글을 안 쓰고 왔는데 이번엔 지각까지 했다. 발바닥이 다쳐서 후다닥 뛰지를 못해 답답했다. 이 덕에 최대한 종종걸음으로 걸었다. 그렇게 느린 듯 빠른 속도로 스타벅스에 들어가니 아무도 없었다. 단톡방을 확인했다. 아무 말도 없다. 어? 일단 자리에 앉아서 부랴부랴 노트북을 켰다. 10시 20분이 됐다. 이상했다. 왜 아무말도 없고 아무도 없지? 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이거 오늘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로. 친구들에게 답장이 왔다. '바보야 다음 주 12일이잖아'라고 한다. 하. 나의 정신머리에 통탄을 금치 못했다. 오랜만에 없는 이런 정신 빠짐은 늘 느껴도 새롭다. 그렇게 뭐하지 싶다가, 어제 밤에 읽던 김승옥의 소설집을 꺼내 <건>을 읽던 도중에 갑자기 생각났다. 김형은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시오? 나의 일상도 그런 꿈틀거림의 연속이었다. 이런 바보 같은 일상도 어떤 관점에선 꿈틀거린 것 중 하나겠지. 집에서 잉여롭게 과자나 먹으면서 시간 보내는 게 싫어서 이 아침에 밖에 나온 것 아닌가? 그렇게 머릿속을 둥둥 떠나는 생각을 흘려보내니 습관이 된 글쓰기에 이 영화를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찌 보면 심심하고 외로운 나의 단면이겠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지극히 나스러운 시트콤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감독 웨스 앤더슨이 더욱 업그레이드된 덕후력(?)으로 작년에 신작을 발표했다. 자기만의 시각을 오롯이 다룬 채로 말이다. 제주는 상영관이 없어 디즈니 플러스로밖에 볼 수 없어 씁쓸했다. 그래도 ott에 풀리는 기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었다. 비행기로 13시간 걸리는 프랑스로 날아가자. 이번엔 가상의 도시 앙뉘다.

1. 어떤 것에 관한 영화인가요?
영화는 한 기자의 부고로 시작한다. 그 기자는 미국인 기자 아서였다. 미국에 살던 기사 아서는 프랑스의 도시 앙뉘에서 50년 전에 회사를 설립했는데, 그 잡지사의 이름은 '프렌치 디스패치'다. 좋은 필진들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아서. 50년 동안 열심히 잡지를 운영해왔지만 당연한 끝을 마주하게 된다.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서. 아서는 유언으로 신문사를 폐업하라는 말을 남겨놓는다. 이에 대한 결과로 마지막 최종본 인쇄본 발간만을 남겨놓고 있는 <프렌치 디스패치>. 이를 위해 에디터들이 모여 자기가 잡은 소재거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것이 영화의 내용이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면 자기가 어떻게 세상에 대해 조사해온 바를 어떻게 창작자들이 자기만의 코드로 소화해냈는지에 대한 영화라는 뜻이다. 더 쉽게 이야기해보자면 영화의 명대사 같은 영화다. 당연히 명대사가 시네마의 속성 전부인 건 아니다. 뭐 연출력도 있고 개연성도 있고 이런저런 부분에서 좋은 작품을 각자가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할 것이다. 근데 대사를 잘 못쓰면 각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들을 예술가가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잘 못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그렇게 대사와 같이 인물과 감독이 어떻게 세상을 극화시키는지를 소재로 삼는다.
다른 지점은 감독의 전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공통점을 갖는다. 이는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이다. 기사를 쓴다는 것은 전적으로 과거의 어떤 것을 바탕으로 하지 않나. 이 잡지사에서 어떤 것에 대해 기사를 쓰는 것은 과거의 사건을 기자가 쓰고 싶은 방식으로 내용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근데 그 기사를 쓰는 소재는 전적으로 저널리스트들에 따라 달려있다. 이 뿐인가? 어떻게 전달하는지도 창작자에 따라 달라진다. 기삿거리로 삼을 수 있는 몇몇 에피소드는 가슴이 아플 수도 있다. 가령 첫 번째 일화에서 화가는 자살하기 싫어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다. 그런데 만약 기사를 '이 화가는 매일 어두운 생각만 하는 범죄자'라는 기사가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딱히 틀린 말은 없다. 그게 사실이니까. 근데 이 영화의 첫 번째 에피소드처럼 말을 전달한다면 약간 다른 뉘앙스로 접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창작자, 예술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나름대로의 세상을 보여준다. 때에 따라서는 그게 사랑스럽고 귀여울 수도 있다. 감독은 이 부분을 노렸다. 세 에피소드의 변용에 자기의 최대 장점을 활용하며 아름답게 이야기를 극화시킨 것이다. 그러면 알게 된다. 웨스 앤더슨이 지나간 것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정말 지나간 시간들이 아름답기 때문에 그게 멋진 걸까?라는 의문을 던진다는 걸.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이야기하는 사람에 대한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예시로 영화의 연출 방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스포일러가 아니라서 말할 수 있지만- 영화는 컬러와 흑백 연출을 통해 말하는 이와 극의 주인공들을 별개로 구분해놨다. 이때 컬러로 처리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면 웨스 앤더슨이 어느 쪽에 중점을 더 두고 있는지, 또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 다음 두 번째는 창작자의 결과물이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어떤 효과를 줄 수 있는가?를 다룬다고 생각한다. <프렌치 디스패치>는 잡지사 아닌가? 이 잡지사의 직원들이 취재한 걸 기사 쓰는 것 역시 창작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아는 이야기를 사실에 근거해서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한다. 또 나머지 두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화가/요리사다. 이 둘도 창작을 업으로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화가는 재료로 그림을 만들고 누구는 음식으로 행복을 준다. 기자와 같이 이 세 직업군은 어떤 것을 만드는 일을 한다. 근데 이게 나는 ~~ 다라고 말하면 독자들이, 소비자들이 그렇게 곧이곧대로 해석하나? 당연히 아니지. '그 어떻게 세상과 다른 해석을 보여주는가?' 역시도 보여준다는 것이다.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미장센. 끝. 이 글을 읽는 몇몇 독자분들 중에 그라운드 시소라는 곳에서 열렸던 <우연히 웨스 앤더슨>이란 전시관에 가본 적이 있는 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제주에 살아서 이 전시관에 가지 못했다. 검색해보니 <그란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나 <문라이즈 킹덤>에서 나올법한 영감을 전시관에 전시했다고 나와있다. 이렇게 관련한 전시관도 열릴 정도로 웨스 앤더슨은 현대미술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 같다. 물론 나도 그에게 따라오는 이런 칭찬을 동의하는 바다. <문라이즈 킹덤>에서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연출했어서 웃음이 나왔지만 이 <프렌치 디스패치>는 아름다운 색감과 귀여운 유머가 재밌다. 어떤 느낌이냐면. 극에서 등장하는 도시 앙뉘는 그렇게 살기 좋은 곳은 아닌 것 같다. 일주일에 사체가 8.25구나 발견되고 지하철은 쥐가 많으며 아이들에게 노인공경 같은 건 없다고 초입부에 나온다. 딱히 영화로 삼을만한 곳이 아닐 수도 있다. 일단 나라면 거기서 안 산다. 근데 영화의 미장센과 장면 하나하나마다 있는 소소한 유머로 마을이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신경 쓴 비율에 색감 덕에 영화를 보는 게 지루하지 않다.
4.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막 엄청난 비유를 쓴다거나 그런 것은 없다. 근데 어렵긴 하다. 후술할 6번에서 알 수 있다.
5.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티모시 샬라메. 프랜시스 맥도먼드. 레아 세이두, 에드리언 브로디, 빌 머레이 등등..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처럼 호화 출연진이 총 줄 동했다. 유명한 배우가 나온다고 해서 극의 연기 퀄리티가 확 올라가는 건 당연히 아니다. 그런데 이 배우들이 좋은 배우라는 것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특유의 웨스 앤더슨의 귀여운 세계관을 배우들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녹여낸다. 분명 <듄>과 <노매드랜드>, <007 : 노타임 투 다이>에서 본 사람들인데 그냥 어딘가에서 데리고 온 다큐멘터리 같다. 난 영화언어에 놀랐다.
6.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네. 있다. 이거 이 부분 모르고 가면 보는데 지장 있을 수도 있다. 대사량이 엄청 많다. 그래서 난 극장보다 디즈니+로 보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
7. 어떤 사람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나요?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들 있지 않나? 소소하게 귀여운거 좋아하는 사람. 지치는 경쟁에서 벗어나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받고 싶은 사람들은 이 영화가 좋을 것이다. 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위시한 웨스 앤더슨의 팬이라면 무. 조. 건. 필견이다. 나는 이 작품이 이 감독의 최고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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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기완 | 사랑하기에는 둘의 고통이 너무 달랐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머니 '옥희'(김성령)의 죽음과 함께 중국에서의 터전마저 잃어버린 탈북자 '로기완'(송중기). 그는 마지막 재산과 희망을 쥐어짜서 벨기에 브뤼셀로 향한다. 난민으로 인정받은 후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하지만 그의 세상은 여전히 혹독하다. 벨기에 정부의 난민 심사는 거북이처럼 느리게 진행되고, 잠잘 곳도 직업도 없는 기완은 브뤼셀의 길거리에서 간신히 살아남는다.
어느 날, 기완은 무인 세탁실에서 눈을 붙이던 중 어머니와의 추억을 간직한 지갑을 도난당한다. 그는 경찰서에서 범인 '이마리'(최성은)를 만나고, 마리는 황당한 부탁을 한다. 자기가 전과가 있으니 잃어버린 금액을 줄여서 진술해 달라는 것. 기완은 지갑이 있는 곳에 바로 데려가 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 그녀의 부탁을 들어준다. 그렇게 그는 미처 예상 못한, 마리와 함께 하는 삶에 첫 발을 내딛는다.
<로기완>에게 건 기대
근래 넷플릭스에서 한국 영화를 보면 실망스러운 작품이 많다. 그러다 보니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작품에 대한 선입견도 생겨난다. 이번에도 기대보다 못할 것이고, 단순한 킬링타임 영화일 거라고 지레짐작하는 것. 배우나 제작진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는 완성도로 인한 나비효과다.
<로기완>은 조심스럽게 다른 기대를 걸어볼 만한 작품이었다. 소재를 다루는 관점이 독특했기 때문. 물론 탈북자들의 어려움 자체는 새롭지 않다. 차인표 주연의 <크로싱>(2008)이 대표적이다. <로기완>은 달랐다. 한국에 입국하려는 탈북자가 아니라 유럽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탈북자를 다룬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기대는 일부 충족된다. <로기완>은 통상적으로 고려하지 못했거나 조명받지 못한 현실을 드러낸다. 인간답게 살려고 북한을 탈출했지만, 또다시 '거주할 권리'와 '떠날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하는 아이러니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탈북자의 절박함과 억울함을 연기한 송중기의 연기력도 시청자의 시선을 붙들기에 충분하다.
대신 한계도 명확하다. <로기완>은 한 탈북자의 사연을 보다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하기 위해 장르를 전환한다. 그러나 탈북자의 난민 신청기가 멜로로 전환되는 분기점을 보여줄 방식을 잘못 선택했다. 그 결과 <로기완>은 시청자를 설득할 힘까지는 보여주지 못했고, 끝내 기대를 저버린다.
생존의 의미를 묻다
<로기완>은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생존'이다. 구체적으로는 '생존의 의미'를 묻는다. 시작부터 카메라는 로기완의 생존기를 화면에 담는다. 벨기에 정부가 난민 신청을 받아주기 전까지는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완. 그는 공중화장실을 숙소로 삼고, 쓰레기통을 뒤져서 밥을 먹고, 공병을 모아 번 푼돈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이 시퀀스는 담담하기에 강렬하다. 일련의 사건이 픽션보다 팩트에 가까울 것이기에 울림이 더 크다.
중반부터는 그의 생존기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묻는다. 자기 때문에 어머니가 죽었다고 자책하는 기완. 그는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어머니의 유언을 가슴 깊숙이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마리의 아버지 '이윤성'(조한철)은 정반대의 조언을 한다. 사람답게 사는 것은 지금 처지에서 사치가 아니냐고. 일단 살아남는 것에 집중해야 하지 않겠냐고.
그래서 기완의 이야기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난민 심사 과정이나 고기 공장에 불법으로 취업하는 장면은 문자 그대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보여준다. 반면에 쓰레기를 찾아 먹던 기완이 멀끔하게 고기를 구워 먹고, 마리와의 사랑을 싹 틔우고,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대목은 그가 어머니의 유언을 따르려는 노력을 상징한다. 즉, <로기완>은 그가 어떤 생존을 선택하는지를 뒤쫓는 영화인 셈이다.
멜로가 등장하는 이유
이에 더해 영화는 기완의 선택에 담긴 의미를 확장하려 한다. 그 일환으로 인간다운 삶을 기완의 마지막 말마따나 "떠날 권리"로 재정의한다. 이는 이중적인 말이다. 일단 물리적인 의미가 있다. 당장 탈북은 그 자체로 '떠날 권리'를 되찾기 위한 사투다. 또 이 싸움은 탈북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난민 심사에서 탈락하면 중국으로 강제 송환되고, 심사가 끝날 때까지는 벨기에를 떠날 수 없으니까.
동시에 심리적인 의미도 엿볼 수 있다. 기완은 어머니가 남긴 지갑과 돈을 자기 목숨만큼이나 소중히 여긴다. 도난당한 지갑을 되찾기 위해서라면 벨기에 마피아들에게 대책 없이 달려들 정도다. 그의 몸에 남은 흉터는 그의 치기 어린 행동으로 인해 어머니를 잃은 고통과 죄책감을 항상 상기한다. 이렇게 보면 그의 "떠날 권리"는 마음의 상처를 딛고, 자기 과거로부터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삶을 말한다.
<로기완>은 그 연장선상에서 마리를 등장시킨다. 사격 선수였던 마리는 전지훈련을 간 사이에 투병 중이던 어머니가 안락사로 사망하자, 그 책임을 안락사에 동의한 윤성에게 돌리며 그를 비난한다. 가족을 한 순간 잃은 트라우마로 인해 그녀는 선수 생활을 그만둔 후 마피아의 도박장에서 이용당한다. 그녀 몸에 있는 문신은 기완의 흉터럼 어머니를 뜻하고, 문신이 있는 한 그녀 역시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 공통점 덕분에 <로기완>의 장르는 멜로로 바뀔 수 있다. 심리적으로 '떠날 권리'가 없는 남녀. 그 둘은 악연 또는 운명으로 만나 서로의 버팀목이 된다. 기완에게 마리는 취직하고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 마리 역시 기완 덕분에 약물을 끊고 마피아로부터 벗어난다. 그들의 사랑을 탈북자, 난민뿐만 아니라 자기 과거를 떠나고 싶은 모든 이들의 발악 혹은 절박함의 표출로 읽을 수 있는 이유다.
공통점을 찾기에는 너무 먼 남녀
그런데 <로기완>의 장르 전환은 매끄럽지 않다. 기완과 마리의 이야기를 하나로 이어주는 과정이 부족하기 때문. 물론 따로 놓고 보면 둘의 이야기는 분명 인상적이다. 탈북자로서 고통받는 기완의 삶도, 마피아에게 협박당하고 마약을 끊지 못하는 마리의 삶도 비참한 것은 사실이니까.
그러나 <로기완>은 둘의 아픔이 같은 층위에 있지 않다는 점을 간과했다. 기완의 아픔은 직관적이고, 현실적이다. 일단 한국 시청자는 탈북자라는 신분 때문에 그의 고난에 쉽게 이입할 수 있다. 또 미처 몰랐던 현실은 그의 난민 신청 심사 과정을 더 험난하게 만든다. 일례로 일부 조선족이 탈북자로 위장해 유럽 국가에서 난민 지위를 얻으려 했던 실제 시도 때문에 벨기에 정부는 준비할 수 없을 정도로 과한 서류와 증거를 요구한다.
반면에 마리의 사연은 기완에 비해 추상적이고, 거리감이 느껴진다. 마피아와 얽힌 전직 사격 선수라는 설정과 안락사 문제로 아버지와 빚는 갈등. 이 이야기는 피부에 그리 와닿지 않는다. 탈북자가 겪는 고난에 비하면 현실 감각과 무게감이 필연적으로 부족한 이야기이기 때문. 그러다 보니 기완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따라갈 경우, 마리의 이야기는 더욱 동떨어진 세계처럼 느껴진다.
둘 사이의 간극을 줄이려는 시도도 눈에 띄지 않는다. 기완의 사투를 긴 호흡으로 따라가는 동안, 그녀의 사연은 짧은 플래시백으로만 암시된다. 복선은 후반부에 가서야 회수되고, 그녀가 마피아와 손잡게 된 전사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처럼 두 주인공 중 한쪽이 비중도, 분량도 없으니 <로기완>의 멜로는 전체 분위기에 끝내 녹아들지 못한다.
긴장감도 부족하다
멜로 자체도 특색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부모의 반대로 난관에 빠지는 전개는 식상하다. 위기를 고조하는 과정은 다소 급작스럽고 작위적이다. 결국 기완과 마리가 사랑을 키우고 재확인하는 순간순간의 긴장감도, 설득력도 약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 난민 심사가 진행되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마리로 인해 브뤼셀과 베를린 마피아 간의 알력 싸움이 커지고, 그로 인해 마리와 기완은 목숨까지 위험해진다. 그런데 마리의 서사가 애초에 빈약하다 보니, 브뤼셀 마피아의 대장인 '씨릴'(와엘 세르숩)의 동기나 목적에 대한 설명 역시 충분치 않다. 그러다 보니 최후반부에는 기완도, 마리도, 씨릴도 무리수를 남발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로기완>은 분명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탈북이라는 행위에 새로운 의미를 덧대 이야기를 확장하려는 시도 자체는 남달랐다. 단지 메시지에 힘을 주려는 의도가 과했고, 그 대가로 지향점이 불분명해졌을 따름이다. 특히 영화의 시작과 끝을 비교하면 괴리감이 크다. 지극히 영화적인 결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중간 과정을 납득시키지 못했으니 그 또한 변명처럼 들릴 뿐이다.
만약 로기완의 난민 심사 과정에 온전히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 로맨스를 양념으로 활용하고, 마리도 조연 중 하나였다면? 유럽 내에서 살아가는 탈북자 사회, 조선족과의 갈등 관계를 더 부각했더라면? 그러면 소재의 신선함을 온전히 살려낸, 더 특색 있는 영화가 아니었을까? 수많은 멀티버스를 상상할 수 있기에 <로기완>의 결과물은 더욱 아쉽다.
Poor 형편없음
시작과 의도는 좋았던 탈북자의 멜로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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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놓아주다의 의미가 뭔가요?
어떤 이야기들은 쓰고 싶어서 쓰여진 것이 아니라 쓸 수밖에 없었기에 쓰여진 것 같다. 창작자와 창작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작품들을 마주하게 되면 정말 기쁜 마음으로 그 모든 이별에 함께하고 싶다.
<셔커스: 잃어버린 필름을 찾아서>는 영화평론가로 일하고 있는 샌디 탄이 감독한 다큐멘터리이다. 영화를 만들고, 평론가가 되었다가 영화 학교를 찾아간 그녀는 작품의 앞머리에 이런 내레이션을 넣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뒤로 가야했다.’
1990년대의 싱가폴에서 10대 소녀로 살아가는 영화광 샌디와 친구들은 로드 무비 <셔커스>를 만든다. 그들에겐 교사이자 셔커스의 감독이기도 한 어른 친구가 있었는데, 바로 조지이다. 이후 그는 패기와 열정이 반짝거렸을 셔커스의 필름을 들고 잠적하고, 샌디와 친구들은 필름뿐만 아니라 그 시절을 모두 잃은 듯한 허망함을 느낀다. 특히, 샌디는 셔커스를 잊으려 애썼다.
20년 후 조지가 죽고 셔커스의 필름이 다시 샌디에게 되돌아왔다. 하지만 이 말이 그 때의 셔커스가 돌아왔다는 의미는 아니다. 샌디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시절과 아픔을 마주한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보기 두렵다는 이유로 등에 지고 가는 게 아니라 직접 바라보고 끌어안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 우린 대상을 온전히 마주하는 순간에만 작별인사를 건넬 수 있다.
‘네가 할 일은 셔커스를 다시 살리는 게 아니라 셔커스에 내세를 주고 우리에게 돌아오게 하는 거야.’
이 글에서만큼은 조지가 왜 필름을 훔쳤을까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는 셔커스에서 떼어낼 수 없는 존재지만, 이 멋진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다. 셔커스가 정말 좋았던 건 감독이 상실과 이별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이야기이고, 비슷한 아픔을 겪는 이들이 함께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며, 더하여 영화는 무엇인지, 왜 우리가 영화를 사랑하는 지를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실존하지 않는 무언가를 사랑하는 건 어찌나 외롭고 환상적인지. 작품을 보며, 세상에 없는 ‘셔커스’를 그리워하는 샌디와 내 모습이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겹쳐 보였다. 결국 영화라는 이름의 허상을 사랑하는 사람들. 이 외로운 사람들이 허상의 존재에 마음을 기워 붙여 무게를 더하고, 부피를 키워온 걸까.
세 친구가 여전히 영화 일을 하고 있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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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부하다고 해야할지, 새롭다고 해야할지
올해 상반기의 영화계의 흥행을 캐리한 작품이 나타났다. 개봉과 동시에 반응이 폭발적이라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많이 보는 영화라도 내가 감당할 만한 수위가 아니라고 여겨지면 보진 않는데, 요새 오컬트에 관심이 생겨서였을까 이전보다 용기가 생겨서였을까 결국을 보러 갔다. 무서워하는 와중에도 오컬트는 밤에 봐야 한다면서 친구까지 대동해서 봤다. 보고 나서 무서웠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관람하는 동안에는 언제 어떤 상황이 들이닥칠지 모르니 오는 긴장감이 있었는데, 다보고 나니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서운 영화 못본다고 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이건 봐도 괜찮을 것 같다.
<눈을 사로잡는 초반부, 힘이 빠져버리는 후반부>
초반에는 쉴새없이 몰아치니 재미는 있다. 초반부의 메인 스토리라인인 파묘를 요청한 한 부잣집 이야기는 영화 시작 한 시간만에 그 비밀이 탄로난다. 그리고 그 부잣집의 비밀이라고 해서 그렇게 놀라운 것도 아니다. 이 모든 것은 phase2를 위한 연막일 뿐이다.
그 밑도 끝도 없는 부잣집에서 의뢰한 파묘 요청은 아주 작은 계획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그 부잣집은 한 때 친일파로 이름을 날리던 집안이었고, 더이상 일본의 손아귀에 있지 않은 한국에서 일본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는 것을 굳이 알려서 좋을 게 없었을 뿐이었다. 그저 그게 다였다.
이후 갑자기 파묘를 끝낸 묘에서 새로운 묘가 등장한다. 심지어 묘 속에서 새로이 찾아낸 관은 땅에 수직으로 꽂혀있는 모습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이게 숨겨진 진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갑자기 국면이 일본이 등장하면서 도깨비가 등장한다는 데 있다. 어떤 가족의 비밀 파헤치기에서 넘어서서 한국과 일본의 경쟁 구도가 수면에 올라온다. 그래서 일본 귀신인 정령과 한국의 귀신의 대결 구도까지 나오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약간 엥스럽다. 영화를 다 보고 나왔을 때에는 이 부분에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물론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에는 귀신 간의 대결 장면이 집중하게 만들긴 하지만 과연 이 장면을 두 번 보게 될까 싶었다. 아니, 또 보면 느낌이 달라지려나.
웬만한 영화는 기승전결이 있기에 끝으로 갈수록 메시지가 보이는데 너무 뻔한 메시지를 숨기기 위해서 여러 레이어로 감싸 미스터리처럼 보이게 포장한듯한 느낌이 있다. 그 레이어에 무속이 들어가니 더 신비해보이는 효과가 배가된다. 결론적으로 그게 이 영화의 흥행요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메시지에서 승부수를 둘 수 없다면 그 메시지를 어떻게 포장할 것인가 그것이 굉장히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긴다.
그리고 그 포장에 배우들의 열연이 큰몫을 했다. 역시 서사만으로 감동을 주는 영화는 잘 없기에 이래서 그 극본을 살려내는 배우의 역할이 그래서 큰 것 같다. 소위 '연출의 미학'을 보여주는 영화라는 매개체에서 점점 그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여러모로 신기하면서도 아쉬운 작품이었다. 보는 순간에는 재밌었는데 곱씹을수록 아쉬움이 느껴지는건 어쩔 수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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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내 죽음을 권유하는가!
‘당신의 죽음을 국가가 지원합니다’ 누구 마음대로! 신이 아니고서야 누가 내 죽음에 관여할 수 있는가.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이 말도 안되는 소리가 눈 앞에 나타날 수 있다. 어느 호러 영화보다 더 사실적인 공포를 담은 <플랜 75>는 국가가 75세가 넘은 국민에게 죽음을 권유한다는 설정을 통해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제기하고 존엄사 문제까지 확장한다. 단순히 현대판 고려장 이야기로 볼 수 없는 극 중 상황은 허구라 하기엔 너무나 현실적이다.
초고령 사회에 놓인 근 미래의 일본. 어느 날 한 노인요양원에서 충격적인 총격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범인은 노인들이 나라 재정을 축내고 그 피해를 청년들이 받는다는 메시지를 남긴 채 자살한다. 이후 노인 타깃 범죄사건이 잇따르고, 정부는 대안으로 75세 이상의 노인에게 안락사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플랜 75’를 내놓는다. 78세지만 그 누구보다 깔끔하고 열심히 호텔 룸메이드로 일하던 미치(바이쇼 치에코)는 갑작스럽게 명예퇴직을 하고, 일이 없어진 상황에서 플랜 75를 신청할지 고민한다.
| 초고령 사회 속 이들의 민낯
<플랜 75>는 근미래를 다루고 있지만, 결국 초고령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일본의 민낯을 반영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 일본 전체 인구의 10%가 80세 이상, 29%가 65세 이상 고령자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생산연령인구(15~64세)인데, 현재는 2명이 1명의 고령자를 부양하지만 50년 후에는 1.3명이 1명의 고령자를 부양, 이에 따른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계속되는 경제 침체로 인해 생산연령인구의 중심이 되는 젊은 세대들은 경제 활동을 등한시하고, 자신들보다 부를 축적한 노인들과의 세대 간 격차를 더 넓히고 있다. 일본보다 덜하지만, 이 문제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 하야카와 치에 감독이 <플랜 75>를 만들게 된 계기는 2016년 20대 남성이 장애인 시설에 침입, 19명을 살해하고 26명에게 중상을 입힌 ‘가나가와현 장애인 시설 집단 살인 사건’이다. 이 남성은 해당 시설 근무자였으며, ‘장애인은 차라리 죽는 편이 가족에게 편하다’라는 혐오발언을 일삼았다. 더 심한 건 ‘중증장애인들이 활동이 힘들면 보호자 동의를 얻어 안락사 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드는 게 목표’라는 내용의 자필 편지를 썼다는 것.
감독은 이 사건을 접하며,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런 차별적 발언과 생각을 했다는 것과 자신이 더 나은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위대한(?) 일을 저질렀다는 범죄자의 태도에 의구심을 풀었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범죄자의 말처럼 사회가 운영된다면 과연 어떤 세상이 펼쳐질 것인가를 그린다. 장애인에서 노인으로 변경되었지만,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 궤를 같이 하는데, 이는 일본 사회 내에서 장애인 혐오만큼이나 노인 혐오도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 경제력 없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플랜 75>의 분위기는 건조하다. 인간의 생과 사를 다루는데 있어서 감정의 동요가 일어나는 장면이 즐비할 것처럼 보이지만, 감독은 되려 감정에 휘둘려 이 문제가 흐릿하게 보이지 않도록 애쓴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의 영화의 초반부는 제도 시행 후, 고령층의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미치를 중심으로 이 정책을 따르는 이들과 그렇지 않겠다는 이들로 나뉜다. 전자를 택한 이들은 10만엔(한화 약 90만원)으로 여행을 떠난 후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며, 더 이상 젊은 세대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말한다. 후자는 반대로 자식들의 아이를 봐주는 등 가족과 함께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전자를 택한 경우의 대다수는 혼자 사는 독거 노인들이다. 심한 경우, 경제 활동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이들이 정책을 울며 겨자 먹기로 택하는 이유는 힘든 삶을 버틸 힘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 복지와 보상을 받아야 할 이들이지만, 정부는 사회적 안전망을 견고히 엮는 대신, 이들을 죽음으로 인도한다. 안타까운 건 주인공 미치나 정부의 지침에 따르는 시청 공무원 히로무(이소무라 하야토) 삼촌의 경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을 하며 구성원으로서 그 책임을 다한 노동자들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삼촌은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정기적으로 헌혈을 했다.) 사회가 힘들 때 직격탄을 맞는 노동자들에게 남은 건 죽음을 장려하는 정책뿐이라니 한 숨이 절로 나온다.
미치는 계속 중립을 지키지만, 그 또한 호텔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 놓이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 집도 빼야 할 상황. 가족이 없어 도움을 요청할 곳 없는 독거 노인인 그는 결국 단돈 10만엔을 받고 죽음을 선택하기에 이른다. 마음에 걸리는 건 죽음을 선택하는 것도 자신의 결단이 아닌 타인이나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박에 의해 행해졌다는 부분. 존엄이 상실된 존엄사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이건 우리 모두의 이야기!
<플랜 75>는 미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고령층의 이야기만을 다루지 않는다. 공무원 히로무, 미치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콜센터 직원 요코(카와이 유미), 안락사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유품을 처리하는 이주노동자 마리아(스테파니 아리안) 등 직간접적으로 엮인 다양한 세대(또는 이주노동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는 이들의 시선을 통해 고령화 문제를 다각화하고, 이 사안이 결코 노인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강조한다.
정책 실현을 위해 친근한 미소로 일을 하는 히로무는 자기 가족이 이 상황에 놓이자 딜레마에 쌓이고, 미치와 매일 15분 동안 통화를 하다 정이 든 요코는 죄책감을 이기지 못한다. 필리핀 고향에 있는 아픈 딸을 위해 요양원에서 시급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이 곳으로 온 마리아도 안락사 된 이들의 물건을 정리하며 생과 사에 대한 아이러니함을 온몸으로 받아낸다. 특히 감독은 마리아를 통해 가장하기 힘들고 껄끄러운 일을 이주노동자가 행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노인을 포함해 사회적 약자에게 이 사회는 과연 무엇을 도와주고 있는 것인지 돌아보게 한다.
영화의 분위기에 맞게 배우들의 연기는 과하지 않으면서도 오랜 잔상을 남긴다. 미치 역의 바이쇼 치에코는 극 중 이 상황을 받아들이면서도 후반부 죽음 또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듯 ‘그럼에도 난 살아가리라!’라는 결기의 눈빛을 보여준다. 낮고 명료한 보이스 또한 역할의 매력을 더한다. (바이쇼 치에코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소피 역의 목소리 출연을 한 바 있다.) 히로무 역의 이소무라 하야토는 고려장 이야기의 아들처럼 뒤늦게 후회하는 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요코 역에 카와이 유미는 다소 분량이 적음에도 눈빛 하나로 확실한 인장을 찍는다. 영화적 약속을 어긴 채 카메라를 정확히 응시하며 관객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은 절대 잊을 수 없다.
<플랜 75>의 이야기는 일본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 진입 초읽기에 들어간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멀지 않아 다른 나라에서도 벌어질 이야기다. 감독은 영화 속 상황이 앞으로 직면할 문제이고, 심히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각종 수치와 효율성만으로 사회 문제는 해결할 수 없고, 도리어 악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인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인들의 진정한 사요나라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존재하는 것일까?
사진 제공: 찬란
평점: 3.5 / 5.0
한줄평: 현대판 고려장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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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남, 혈연, 죽음은 선택할 수 없다
유전을 다시 보게 되었다. 대낮에 졸린 상태인 다섯이서 좋지 않은 화질과 음질로 보긴 했지만, 두 시간 내내 긴장이 풀리지 않는 상태로 영화를 봤다.
역시 다시 봐도 이 영화는 깜짝 놀라게 하는 영화가 아니고 영화 내내 이어지는 불쾌감과 긴장을 후반에 극대화시키는 영화인 것 같다. (이후 스포일러)
출처: 넷플릭스
영화를 보면서 나홍진 감독의 곡성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등장인물들이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에 직면해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결국 파멸로 이어진다는 이야기의 흐름 때문이었다. 곡성에서는 '뭣이 중헌디'라는 대사로 대표되는 무지가 핵심이었다면 유전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 그 자체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같은 오컬트 공포 영화인 랑종과 비교하면 유전은 초자연적인 부분보다는 악마 숭배자 조직과 관련된 반전, 가족은 선택할 수 없다는 주제의식이 더 강조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출처: 넷플릭스
정말 복선이 많고 모든 복선을 다 회수하려는 의지가 느껴지는 영화이기 때문에 혼자서 처음 봤을 때보다 이번에 봤을 때 보이는 것들이 많았고 대화하면서 새로 이해되는 부분도 많았다. 영화를 보고 포스터를 보면 정말 묘한 느낌이 드는데, 주인공인 애니와 딸인 찰리의 눈 색이 똑같은 것과 목이 잘린 듯한 장난감이 절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 영화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와 마지막 장면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 같다.
출처: 넷플릭스
이 영화는 첫 장면과 끝 장면이 수미상관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첫 장면은 마치 파이몬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처럼 주인공 가족의 집이 디오라마로 보이고, 파이몬 강림 의식인 마지막 장면 역시 같은 시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은 인간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는 노자의 말처럼 인간들의 증오, 숭배, 사랑 등의 발버둥을 아무런 감정 없이 그냥 그 자체로 보고 있는 초자연적인 존재의 시선처럼 느껴져 소름이 돋았다.
출처: 넷플릭스
영화 유전의 줄거리를 정말 간단하게만 적어 보자면 악마 숭배자인 앨런이 아들에게 파이몬을 넣으려다 남편과 아들이 죽고, 남자로 태어나길 원했던 손녀 찰리에게 빙의시키는 것에 성공한 후 숭배자들의 계략으로 인해 결국 손자인 피터에게 찰리의 영혼이 옮겨감으로써 결국 파이몬이 남자의 몸으로 강림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줄거리만 봤을 때는 그냥저냥 재밌게 볼 수 있는 오컬트 영화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성인부터 아역까지 모든 배우들의 미친 연기와 흔한 점프 스퀘어 없이 많은 장면을 롱테이크로 찍어 관객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것 때문에 줄거리를 아는 상태로 영화를 보더라도 정말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출처: 넷플릭스
항상 영화를 보고 함께 영화의 각 장면에 대해 떠들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유전은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공포영화인 것 같다. 당장 지금 생각나는 장면들만 적어도 몇 문단은 넘어갈 것 같아서 적지는 않지만, 이 영화를 아직 안 본 사람들이 있다면 미드소마까지 이어서 본 뒤 같이 떠들었으면 좋겠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면 이 영화에는 정말 너무 불쾌한 장면이 2~3개 나온다는 것 정도? 그래도 아직 보지 않았다면 당장 혼자서 보길 추천한다.
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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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제78회 칸영화제에 초청될 것으로 점쳐졌던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의 출품이 불발되었습니다.
‘문화일보’에 의하면, 투자배급사인 CJ ENM 측은 “하반기 공개 예정이며, 현재 후반 작업이 진행 중”이라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어쩔수가없다>와 더불어,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 역시 미완성으로 출품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전지적 독자 시점>, <경주기행> 두 편을 출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전지적 독자 시점>은 약 3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으로, 이민호, 블랙핑크 지수, 안효섭 등이 출연하였습니다.배우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이 주연을 맡은 <경주기행>은 막내딸 경주를 살해한 범인의 출소 날, 복수를 위해 경주로 떠난 네 모녀의 여행기입니다.
제61회 백상예술대상 개최일 및 수상 후보 공개
제61회 백상예술대상이 내달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됩니다.
개최일과 함께 방송/영화/연극 부문 수상 후보를 공개했습니다.심사는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방영되거나 공개/공연된 작품을 기준으로 합니다.
영화 부문 작품상 후보로는 <대도시의 사랑법>, <리볼버>, <장손>, <전,란>, <하얼빈>이,감독상 후보로는 <아침바다 갈매기는> 박이웅 감독, <리볼버> 오승욱 감독, <하얼빈> 우민호 감독, <대도시의 사랑법> 이언희 감독, <탈주> 이종필 감독이 올랐으며,
외에 최우수연기상, 조연상 등의 수상 후보가 공개되었습니다.
<트론: 아레스> 트레일러 첫 공개
‘트론’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 <트론: 아레스>의 첫 번째 트레일러가 공개되었습니다.
<트론: 아레스>는 <말레피센트 2>를 연출한 노르웨이 감독 요아킴 뢰닝이 맡았으며,2025년 10월 10일 IMAX를 포함한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작품은 고도로 발달한 프로그램 '아레스'가 디지털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보내져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게 되면서,인류가 AI 존재와 처음으로 조우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며, 자레드 레토, 제프 브리지스, 그레타 리, 에반 피터스, 하산 미나즈,
조디 터너-스미스, 아르투로 카스트로, 카메론 모나한, 질리언 앤더슨 등이 캐스팅되었습니다.
<데스 스트랜딩> 실사 영화, 감독 확정
A24에서 세계적으로 성공한 코지마 히데오의 게임 <데스 스트렌딩>을 2년 간의 개발 끝에 실사 영화 제작과 감독을 확정 지었습니다.
실사 영화 감독은 <피그>를 연출한 마이클 사노스키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임에는 노먼 리더스, 매즈 미켈슨, 레아 세이두, 기예르모 델 토로, 엘르 패닝, 마거릿 퀄리 등 걸출한 배우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으나,해당 캐스팅이 실사 영화에서도 그대로 이어질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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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보면 후회하는 몰입도 최강의 공포영화 입니다.[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 트렁크
이 영화는 원 저작권자(배급사)의 사용 허가를 받은 영상입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넷플릭스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수많은 영화와 시리즈를 즐기세요!
영화에취한다 채널에서 결말까지 볼 수 있는 영화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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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디아나 존스 : 운명의 다이얼> 메인 예고편
전 세계를 사로잡을 레전드 액션 어드벤처?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메인 예고편 대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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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마일> 압도적 공포 예고편
#스마일 의 압도적 공포를 보이기엔 30초면 충분. 10월 6일, 너도 곧 웃게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