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예슬2021-11-29 21:43:33
점멸당하지 않고 나로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
<가스등> 영화리뷰
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서 그 사람이 스스로 자기 사신을 의심하게 만드는 현상을 말한다.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는 영화 '가스등'에서 유래한 말인데 주인공인 폴라는 안톤과 사랑에 빠져 자신의 전공인 성악마저 포기하며 안톤과 결혼한 이후 고향에 돌아와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영화를 보면서 폴라가 사랑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했다는 점이 가장 먼저 눈길이 갔는데 이후 이어지는 안톤의 가스라이팅은 물론이고 사사건건 폴라를 간섭하며 외출조차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갑갑함을 느끼기도 했고 평등해야 하는 부부관계 특히,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결혼생활이 온전히 건강하지 않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안톤이 폴라를 가스라이팅 하는 과정에서 폴라를 자꾸만 물건을 잃어버리는 사람, 건망증이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게끔 만들어 영화 후반부에 가서는 폴라가 직접 경험한 사실 조차 상상이라고 의심하게 만든다. 안톤의 끊임없는 가스라이팅은 결국 폴라를 괴롭게 만들었고 특히 이런 과정이 세뇌라고 느껴질만큼 불쾌감이 들었다.
가스라이팅은 피해자가 자각하기 어렵다는 점과 신뢰를 기반으로 이어진 관계에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조종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상대방이 나를 배려하거나 걱정한다는 이유에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그 상황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도 특징이라고 특징이라고 할 수 있던 것 같았다. 안톤은 사랑과 걱정이라는 명목 하에 폴라를 사람 자체로 인정하지 않는데 우리의 많은 일상을 보면 쉽게 가스라이팅에 노출 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닐까? 반문하게 되었다.
과거에 나는 가정폭력이라는 것이 폭력, 감금, 구타, 밥을 굶기는 행위 등 그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고 노출시키는 행위만 해당되는 줄 알았는데 해당 영화를 통해 또 가스라이팅이라는 개념을 통해 말 한마디가 사람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만드는지 알게 되었고 이것은 곧 폭언이며 가정폭력의 범주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유년시절은 주변의 환경에 물들기 쉽고 이는 곧 미래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말 하나, 단어 하나 신중하게 선택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통해 사랑이라는 명분아래에 이루어지는 폭력 또한 용납될 수 없으며 이것을 사랑이라고 불러서도 안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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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의 욕망과 불화하는 가부장제
8★/10★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하이더르의 형수는 아들을 낳기 위해 네 번의 임신을 했으나 막 태어난 넷째 역시 딸이다. 아버지는 하이더르가 남자라는 이유로 그에게 염소 도축을 지시하지만 하이더르는 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메이크업 일을 하는 아내 뭄타즈와 달리 하이더르는 몇 년째 백수 상태여서 아버지와 형은 그를 은근히 무시한다. 가부장제가 살아 숨쉬는 그의 가족에서 가사노동을 돕고 조카들을 돌보는 하이더르는 번듯하지 못한 존재다.
그런 그에게 친구가 취업 자리를 제안한다. MTF 트랜스젠더 댄서 비바의 백댄서 일이다. 안 그래도 남성성을 의심받고 조롱당하는 하이더르는 춤을, 심지어 트랜스젠더 뒤에서 출 수는 없다고 거절하지만 그러기에는 보수가 너무 크다. 가족 내 낮은 지위를 단번에 보상해줄 만큼 큰돈 앞에서 하이더르는 결국 댄서 일을 수락한다. 하이더르가 일자리를 얻자마자 아버지와 형은 뭄타즈의 경제 활동을 금지한다. 얼마 후 뭄타즈는 남자아이를 임신한다. 남자는 밖에서 돈을 벌고, 여자는 집에서 아이를 낳고 가사노동을 하는 가부장제의 질서가 복원된다.
그러나 모두가 ‘행복’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부장제가 재확립되었음에도 아무도 행복하지 못한 역설이 생긴다. 하이더르는 열정적이면서도 매혹적인 댄서 비바에게 매혹되고, 그가 댄서로서 큰 인기를 얻는 데 공헌하자 비바 역시 하이더르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집에만 머물며 답답함을 느끼는 뭄타즈 역시 새로운 욕망에 눈을 뜬다. 밤마다 길거리에서 누군가와 통화하며 자위하는 남자를 몰래 훔쳐보며, 그 역시 자위를 시작한다. 하이더르와 비바의 일상과 친밀성은 아버지와 형이 구획한 질서와 조화하지 못하고 은밀한 곳에서 조금씩 그 궤적을 넓혀나간다.
그렇다면 집안에서 가부장적 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아버지는 행복할까? 아버지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배우자가 죽은 옆집 여자와 서로에게 이끌린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고, 심지어 같이 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옆집 여자의 아들은 그런 짓은 집안의 수치라며 극렬히 반대하고, 조심스레 그의 눈치를 살피던 아버지도 자못 근엄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옆집 여자에게 더는 자신을 방문하지 말라고 선언한다. 당연히 진심이 아니다. 아버지에게 자신의 진심보다 체면과 규범이 더 중요할 뿐이다.
도대체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가부장제의 덕을 보는 자는 누구일까? 하이더르의 형 정도인 듯 보인다. 직장이 있고, 자식이 있으며, 육체적 힘도 아직 상실하지 않은 나이의 장남. 그렇다고 그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는 딸만 넷이기에, 하이더르와 뭄타즈 부부가 아들을 낳는다면 가문의 대를 잇는다는 대의를 상실할 것이다. 즉, 가부장제가 공고한 이 가족에서는 아직 천진한 아이들을 빼고는 그 누구도 완전히 행복할 수 없다.
하이더르와 뭄타즈는 끝내 자살한다. 누구도 행복할 수 없고, 늘 행복할 자격에 전전긍긍해야 하는 가부장제를 더 이상 온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뭄타즈는 아들을 품은 채 독약을 마시고 죽음을 맞는다. 억지로 직장을 그만두고, 집 안에서도 감시당하는 자신에게 미래는 없음을 감각한 뒤의 선택이다. 하이더르도 마찬가지다. 비바와 사랑에 빠졌으나 그것이 실은 남몰래 숨겨둔 자신의 게이 욕망의 어긋난 발현이었음을, 즉 비수술 트랜스젠더인 비바를 모욕하는 방식으로 자기 욕망을 표출한 것이었음을 깨달은 하이더르에게도 미래는 없다. 가부장제하에서 퀴어 정체성이 불우하게 교차하는 장면이다. 더불어, 서로를 아꼈던 하이더르와 뭄타즈가 결혼 전 나눴던 짤막한 대화, 즉 얼굴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집안 어른들끼리 결정한 결혼을 두고 두 사람이 가족 몰래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는 대화가 끝내 두 사람의 자살로 귀결된다는 것은 가부장제가 조그마한 숨구멍을 뚫어놓는 정도로는 견디기 어려운 체제임을 폭로하기도 한다. 누구도 온전히 행복할 수 없지만 누구나 그 권위를 인정하는 가부장제의 동시대적 곤경과 그로 인한 파국이 밀도 높은 드라마로 형상화된 〈조이랜드〉를 향한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유수 영화제의 호평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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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국내 박스오피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1위 유지, 북미 박스오피스 <프레디의 피자가게>가 2주만에 2억달러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국내 박스오피스]
개봉 2주 차에도 박스오피스 정상을 기록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12일째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삼례 나라 슈퍼 사건을 영화화한 배우 설경구 주연 <소년들>은 16만여 명을 모으면서 첫 주말
2위를 기록했습니다. <30>일은 다시 3위로 올라서며 1일 개봉한 공포영화 <톡 투미>는 4위에
올라섰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프레디의 피자가게>는 3~5일 1940만 달러를 벌어들여 박스오피스 정상을 유지했습니다. 제작비가
2000만 달러에 불과한 이 작품은 북미 누적 매출액만 1억1360만 달러를 기록 중입니다. 북미 외 나라
수익은 1억350만 달러로 전 세계 총 수익이 2억2000만 달러에 육박했고,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가 2위, <플라워 킬링 문>이 3위에 올라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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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 입장' 빼고 나머지 다 한 느낌
과제 같은 느낌. 글을 쓰는 건 임무 같은 느낌이 강하다. 물론 재밌어서 하는 것도 있다. 창작의 재미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이런 걸 꾸준히 하는 거겠지? 재미있으니까. 재미는 인생의 엄청 중요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잘 나가는 축구선수가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도 하는 거고. 누구는 매너리즘에 빠져 우울증도 하고 그런 거겠지. 실패 자체가 나만 기억하고 남들은 신경 안 쓴다는 속성을 일찍 깨달으면 좋은 게 많은 것 같다. 알아도 신경 쓰이긴 하지만 뭐라도 얻으면서 사는 게 최고인 것 같다.
물론 영화도 마찬가지다. 어떤 장르에서 뭐가 실패하면 한국영화는 분명 성장해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 <헤어질 결심>과 <소설가의 영화>가 나온 것이 아닐까? 질척이는 걸 빼고 누벨바그 향 첨가한 한국영화가 좋은 작품의 자양분이 된 건 참 뿌듯한 일이다. 그래서 극장에 자주 가는 것이기도 하고 그렇다. 내가 세상이랑 소통하는 재미도 얻고 함께 성장하는 것만큼 뿌듯한 건 얼마 없다. 그래서 이 뿌듯함을 얻는 연장선상에서, 어떤 글에는 정말 솔직하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고 생각한다. 다들 고생하셨겠지만 아닌 건 아니니까. 평생 연예인 얼굴 보고 살 팔자도 아니고 비판받아야 할 건 오로지 감독과 제작자뿐인 걸 아니 목표를 분명하게 정하기로 한다. 이번 주 금요일,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영화 하나를 발표했다. 엥? <베이비 드라이버> 아니야? 아니었다. 살짝 비튼 영화 하나가 공개됐다.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할 때 누구나 최악이 된다> 보고 싶다고 생각이 여러 번 들었던 <서울 대작전>이다.
혼란기 바로 직후
나라가 바뀌었다. 대통령이 바뀌었다. 신군부의 맨 위에서 군인들을 지휘했던 전두환이 물러났다. 어지러운 대한민국. 1988년이 되고 예정되어 있던 서울 올림픽이 개최될 예정에 있다. 그런데 어지럽던지 안 어지럽던지 우리의 주인공 동욱에겐 알 바 아니다. 해외에서 외국 돈 달달하게 벌고 있는 동욱. 이제 적당히 벌었는지 한국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귀국행 비행기를 탄 동욱. 집에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정장 입은 남자가 동욱을 불렀다. 어이! 동욱은 화들짝 놀란다. 고개를 두리번 휘젓는 동욱. 친구 복남의 차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한다.
아지트에 도착한 동욱. 그런데 몸을 피했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었다. 아지트에서 고기 굽고 있는데 난데없이 양복의 남자가 찾아왔다. 일당을 장악하는 남자. 남자는 자기를 소개한다. 안평욱 검사는 공항부터 동욱 일당을 쫓아오고 있었다. 금세 동욱 일당의 범죄사실을 지적하며 ‘지금 당장이라도 기소할 수 있어’라고 겁박한다. 그러고 미션을 전달하는 안 검사.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사채시장의 대모인 강인숙의 운전기사가 되라고 주문한다. 검사의 진짜 임무는 전 대통령이 어떻게 비자금을 쌓아왔는지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어려운 과제에 당면한 동욱. 동욱과 친구들은 임무를 해결하고 전 대통령을 감옥에 넣을 수 있을까?
익숙한 맛
5공화국 직후의 대한민국이 영화의 소재다. 사실 이런 맛은 우리가 아주 잘 알고 있다. 대표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시작해서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뤘던 소재들이다. 또 한때 복고 열풍이 불었던 때도 있었던 만큼 나 같은 90년대 후반생들도 이 시절 한국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들국화부터 이선희, 송골매와 장국영까지 국내외 문화예술계가 꽃피웠던 당시의 대한민국. 이 영화는 다른 작품과 다를 바 없이 그때 고증에 철저하다. 일단 1988년 대한민국을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라는 소재가 가장 도입부에 등장하는 것은 박정희 정권이 퇴장하고 난 후에도 외국과 교류했던 한국의 세태를 묘사하는 좋은 수였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이 권력에서 바로 퇴진하지 않았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후에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던 두 분의 대통령이 집권하고 난 후에 두 범죄자의 법적 처벌이 이루어졌던 것이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집권이 곧바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설정의 치밀함 자체는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또 김성균 배우가 연기한 이현균 캐릭터는 군인이다. 군사정권이 퇴진한 이후 군인 출신 정치인이 권력자 곁에 있을 수 있을까? 싶지만 위에서 쓴 부분과 비슷한 맥락으로 현실성을 덧붙인 설정이 됐다. 정치현실에 대해서 허술해 보이지만 리얼리티를 남겨둔 설정을 유지한 셈이다. 또 이 외에도 1988년 당시의 나이키 조던 시리즈나 코디 스타일, 음악, '오우삼'으로 대표되는 홍콩 느와르 등등 시각적, 청각적 고증은 고생을 많이 한 티가 난다. 이 영화에서 보여줬던 감독의 역량보다 더 한 미술팀의 열일이 돋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현대사의 단면을 잘라 구현한 설정은 러닝타임의 중반부를 돌아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후술 할) 맹숭맹숭한 전반부가 끝나면 영화의 톤이 급변한다. 끔찍하게 묘사된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이 영화의 설정이 좀 더 내밀하게 제시된다. 그리고 톤이 바뀌고 난 후인 이 중반부의 한 시간이 아마 감독이 의도했던 영화의 주요 포인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는 시대극과 스릴러의 중간지점에서 나름의 균형감각을 가지며 후반부까지 질주한다. 예고편만 보면 <베이비 드라이버>를 교묘하게 본뜬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이 <서울 대작전>은 <베이비 드라이버>랑 다른 맛이다. 같은 것이라곤 운전 잘하는 주인공 빼곤 없다는 거? 오히려 <베이비 드라이버>보단 <택시운전사>의 2022년 버전에 좀 더 가깝다. 차량 액션부터 군부세력에 대한 쓴소리까지. 기본적인 틀은 나름 신선하게 설정을 잘 한 듯 보인다. 이에 힘입어 문소리라는 큰 배우의 캐스팅은 굉장히 주요하게 작동한다.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구는 헛스윙 스트라이크
첫 번째 시퀀스다. 유아인 배우가 내려서 어떤 제스처를 취한다. 이때 보여준 제스처만 봐도 느낌이 안 좋아진다. 바로 다음, 조력자 롤을 맡은 배우가 동욱에게 문서를 전해준다. 그리고 동욱이 문서를 볼 때 선글라스를 살짝 내린 채로 문서를 본다. 오케이. 이것도 살짝 올드한 느낌이 드는데 그럴 수 있어. 직후 동욱이 ‘오 마이 갓뜨’라고 말한다. 거의 3~4년 만에 ‘오 마이 갓뜨’라는 영화, 드라마 대사를 들어본 것 같다. 그리고 그 3~4년 전에도 2018, 2019년의 최근작 영화를 봐서 들은 게 아니다. <논스톱>같이 00년대 초반에 인기 있던 작품을 보다 그 멘트를 들은 기억이 있다. 뭐 영화 배경이 1988년이니까 예전에 쓰던 말을 넣는 건 별 일 아닐 수도 있다. 과거에 대한 고증이 다른 영화와 차이점이 될 정도로 강점으로 작동하는 영화니까. 근데 관객은 2022년에 이 영화를 본다. 굳이 이 대사가 아니어도 시대상에 대한 고증이 더 꼼꼼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올드한 연출이 제일 첫 시퀀스부터 들어가니 중반부까지의 모든 러닝타임이 헐거우며 조악하기까지 하다. 일단 유아인 배우 옆에 있는 준기 역이 “형이 여기 나가는 게 꿈이잖아요!”라며 차 엔진 소리 ‘우우웅~’을 입으로 낸다. 김무열 배우 닮은 남자다움에 가벼운 역을 하니 뭔가 안 어울리는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영화의 전체적으로 써져 있는 올드한 디렉팅에 대사 쓰는 방식까지 너무 과거를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닌 ‘그냥 과거 영화’ 느낌이 강하니 보기가 힘들어진다. 이런 고루한 느낌은 러닝타임 내내 반복된다. 중반부에 무게감이 생기긴 하는데 그 무게감 중간중간마다 끊임없이 제시되니 집중을 깬다.
두 번째도 헛스윙 스트라이크
바로 다음 시퀀스로 넘어간다. 동욱, 준기 형제가 한국으로 귀국했다. 옆에서 복남이 형제를 기다리고 있다. 가장 첫 번째 대사. “이게 누구여. 누구누구 아니여?”다. 그리고 카메라가 복남을 가까이서 찍는다. 음.. 뭐 이상한 대사는 아니다. 그런데 좀 많이 올드하다. 1988년에 나올 법한 인물 소개가 그대로 쓰였다. 다음 장면에서 윤희가 등장한다. 박주현 배우가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내며 등장한다. 윤희는 동욱의 동생이다. 그럼 준기의 누나가 되겠지? 윤희가 준기의 볼을 꼬집으며 “우리 준기, 잘 지냈어?”라고 묻는다. “누나 보고 싶었지?” 뭔가 이질감이 든다. 너무 익숙하게 많이 봐서 이질감이 드는 느낌이다. 이 부분까지 극초반부니 일단 참고 나머지 130분을 보기로 한다.
남매가 그렇게 오랜만에 조우한 후에 카메라는 어떤 인물에게로 옮겨간다. 모피 코트를 입은 남자가 마이크에다 준기, 동욱 형제를 환영하고 있다. 노래를 간단하게 부른다. 조명이 휘황찬란하다. 윤희 한 숨 쉰다. “저 또라이.” 남자가 대사를 말한다. “동욱, 준기 형제님. 어서들 오십시오.” 유아인 배우가 남자를 보고 어이없다는 듯이 슬쩍 웃는다. 남자는 자기를 소개한다. 보니까 이 인물 이름이 ‘우삼’이다. 설마 영화감독 오우삼을 오마주 한 건 아니겠지? 우삼의 바로 다음 대사를 보니 아마 맞는 것 같다. “아, 그럼 귀국 선물이 없다 이 말씀?” 어.. "이 말씀"이라고? 굉장히 오랜만에 듣는 것 같다. 음. 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시감이다. 이 기시감 때문에 인물들이 다 뻔하기도 하지만 오랜만이기도 해서 어색함까지 느껴진다.
정확히 다섯 명의 인물 등장 신을 쭉 썼다. 이 어색한 인물 연출은 러닝타임 내내 쭉 이어진다. 이 다섯 명이 영화에 사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인물들 모두가 올드해서 첫 시작을 굉장히 이상하게 끊은 셈이다. 그리고 이렇게 제시한 인물의 내면이 중후반부까지 주요하게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의 메인 주인공은 유아인 배우가 맡은 동욱 역이다. 동욱 역에게 어떤 특성이 있어서 중반부에 이어지는 '인물을 관통하는 질문'에 그렇게 대답할 근거가 생긴다. 그런데 이 동욱이라는 캐릭터에게 이런 설명이 없다. 그냥 단지 좋게는 밝게 나쁘게는 유치하게만 묘사해서 이런 이중적인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건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다. 단순히 이 사람들이 구면이고 예전에 인연이 있다는 것만 알기 때문에 사채업의 큰 손의 뒤를 캐는 예리함과 주도면밀함이 느껴지지도 않다. 금세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들이 생각난다. <오징어 게임>에서 성기훈 캐릭터가 도망가고, 어머니에게도 궁색 맞은 캐릭터를 설정해 관객에게 ‘이 사람은 이렇게 무책임한 인간’이라는 묘사를 했던 것을 기억하는 관객이 많을 텐데, 이런 방식은 좀 고리타분하다고 느꼈다. 또 <베이비 드라이버>에서 음악과 운전을 결합해서 베이비의 운전 실력을 묘사했던 방식과 멀리 떨어졌다는 점에서 이 작품과 괜히 비교하게 된다.
이렇게 주인공 5인방이 다 조악한 방식으로 소개되기 때문에 첫인상이 안 좋다. 캐릭터성을 강조한 액션 영화에서 인물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초장부터 어색하니 균열이 어긋나는 것이다. 이런 불안정한 인상은 영화 러닝타임 중반까지 내내 지속된다. 이 어색하고 따로 노는 톤은 유아인, 고경표 같은 베테랑들도 피하지 못했다. <지옥>에서 내면에 분노를 가진 채로 운명론적인 삶을 살아가던 사이비 교주, <헤어질 결심>에서 일에 진심이지만 살짝 유머러스한 경찰을 보기엔 좀 많이 낯설다. 아. 대신 오정세 배우가 연기한 안 검사 역은 초장부터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이 인물은 극의 톤을 바꾸는 굉장히 중요한 반환점이 된다. 이때 처음 등장부터 발성과 억양으로 인물들을 휘어잡기에 극의 강약 조절을 부여하는 역할이 된다. 이 사람이 등장하면 뭔가 모르게 긴장이 되는 것이다. 또 문소리 배우가 맡은 역할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읽힐 수 있다. 이 강 회장 역은 전 대통령 부역자로서 비겁하고 저열한 인간이다. 그런데 이중적인 측면에서 인간적인 면모도 있다. 이 인간적인 면모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 혹은 아닌가? 가 극에서 긴장감을 부여하는 두 번째 방식이 될 것이다. 살짝 뻔한 것 같지만 당연히 어렵다. 문소리라는 큰 배우가 맡을 수 있는 중압감 있는 역할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인물 연출이 이 베테랑도 비켜나가지는 못했다. 조명을 쓰는 방식이 왠지 모르게 어색하다. 인물에게 집중이 안 되는 느낌이 강하다. 이렇게 인물에게 불협화음이 느껴지는데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이 부분이 평범하게 쉭 지나간다. 특히 이 인물이 극후반부에 감정연기를 하는 걸 보면 이렇게 소박하게 안 해도 될 대사들이라고 생각했다. 더 터트려도 되는 연기를 해야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텐데 인물이 느낄 감정에 비해 대사들이 죄다 간단하다. 배우가 들끓어 오르는 연기로 소화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오정세 배우 역시 다른 역할이 뽐내는 이질감 때문에 이 배우의 호연에 집중이 안 된다. 연기는 분명 잘했는데 뭔가 깔끔하지 못한 것이다.
3구도 역시 헛스윙
이런 식으로 인물 연출이 거의 없다시피 하는 쪽이기 때문에 긴장감이 별로 안 느껴진다. 사실 중후반부도 그렇게까지 서스펜스가 엄청나지는 않았다. 군사정권의 잔혹함이 어느 정도 사려있다 뿐이지 전체적으로 유치한 톤이 끝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배우의 개인기에 의존한 러닝타임의 강약 조절 실패 때문에 솔직히 많이 지루하다. 박주현 배우의 사랑스러움과 유아인-문소리-오정세 배우의 카리스마로도 덮어지지 못한 것이다. 극후반부에 인물 두 명이 감정을 드러내는 신에서는 두 배우의 테크닉이 느껴지기는 한다. 그런데 대사 중에 '엥' 싶었던 부분이 있다. 구체적으로 쓰면 스포일러가 될 것이니 여기다 쓸 수는 없다. 예를 들자면 <명량>에서 "미래 후손들이 우릴 잊어버리면 후레자식들이지"를 2022년 버전으로 듣는 느낌이었다. 또 초중반부에 안 검사와 주인공 일행이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장면이 있다. 이거 좀 모순적이다. '내가 소맥이란 걸 개발했다'라는 말로 퉁 치는데, 그냥 어디서 주워 들었다고 하는 게 차라리 더 나을 뻔했다. 또 하이라이트 신에 '알잖아. 내가 운전은 이찌방인 거'라는 말이 나오는데 감정 몰입이 확 깬다. 배우들의 연륜이 감정선을 끓어 올리다가 대사 때문에 중간에 끊겼다. 이런 식으로 인물과 갈등관계를 어디서 본 것처럼 설정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산만한 톤이 유지되는 건 치명적이다. 영화를 본 후세대를 지나치게 의식한 느낌? 오히려 이 느낌이 <응답하라> 시리즈와의 차별점을 크게는 꼽지 못하는 이유가 됐다. 그러니까 배우들이 분명 연기를 잘하는데 영화는 딱히 연기를 잘하지 못한 것이다. 사실 중반부를 넘어가서 군부의 위협이 들어가는 부분부터는 보는 재미는 있는 케이퍼 무비임에도 좋은 평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아마 거의 대부분의 관객들은 중반부까지 안 보고 그냥 껐을 것 같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작전
물론 이 영화에는 진심이 담겨 있을 것이다.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유아인 배우는 그중에서도 상대 배우와 감정을 집중시키는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다. 전체적으로 들쭉날쭉 종잡을 수 없는 영화의 톤 중에서 이 정도의 재미도 찾을 수 있었던 건 이 배우의 경험치 덕이다. 그런데 유아인 배우의 열정으로도 숨길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바로 준기 역의 모든 것이 이상하다. 다들 들쭉날쭉 다른 영화를 연기하는 와중에서도 유독 튀었다. 지나치게 오버하는 느낌이 강하다. 안 그래도 오그라드는 영화의 톤에 오버하는 연기가 주인공 옆에 있으니 보기 어려운 영화의 난이도를 더 높인 셈이다. 그리고 배우 이미지랑도 안 맞았다. 이 배우의 다른 사진들을 찾아보면 엄청 잘생겼다. 아이돌 출신 중에서도 깊이 있게 잘생긴 미남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메이크업 방식 자체가 박주현 배우의 동생이라는 설정에 어긋나 보인다. 시각적인걸 중요하게 생각해서 고증에 진심이었던 영화가 배우 코디부터 실패하면 몰입이 안 된다는 걸 몰랐던 걸까? 잘생긴 미남 아이돌을 어깨가 좁아 보이게 코디한 건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물론 이런 불균형이 배우 본인의 책임은 아니다. 박주현 배우 같은 경우도 이 영화에서 좀 따로 논다. 몸을 쓰는 게 어색한 느낌? 근데 이런 단점을 상쇄할 만큼 캐릭터가 사랑스러웠나? 그건 아니다. 아예 납작했던 인물의 개성을 박주현 배우의 그나마의 매력으로 이끌었다 뿐이지 캐릭터의 특성이 기억나지는 않는다. 윤희 역이 아니라 그냥 박주현 역 같다. 박주현 배우의 드라마 <인간실격> 잠깐 본 게 전부지만 이 분은 이런 식으로 연기했을 것 같다. 이는 신선한 얼굴이었던 박주현 배우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 뿐만 아니라 김성균 배우도 좀 연극 톤 느낌이 강하다. 이 배우가 군인 역을 맡으면 할 것 같은 연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연기 잘했다. 근데 이런 연기 보려고 이 영화 보는 거 아니다. 어차피 김성균 배우 좋은 연기자인 거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다. 그럼 뭔가 새로운 게 있어야 하는데 <범죄와의 전쟁>에서 봤던 모습에서 목소리 톤만 높은 방식이라 첫 대사부터 식상하다. 이 캐릭터에서 기억에 남는 건 강 회장과의 독대 신이다. 이 외에는 그냥 '김성균 배우가 군인 역할을 맡은' 연기를 보여준다. 이런 식으로 이 작품이 거의 대부분의 캐릭터를 희생시킨 영화인 것은 굉장히 아쉽다. 케이퍼 무비에 캐릭터 개성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볼까? 감독의 영화 해석이 중심인 게 아니라 배우의 인기나 매력으로 극을 주파하니 이런 아쉬운 단점이 생기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따로 놀게 영화가 느껴지는 것 때문에 뻔한 답을 골랐던 각본이 더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긴장감을 넣는 연출은 했는데 서스펜스는 안 느껴지고. 어쩐지 예상대로 딱딱 이어지고. 심지어 다른 장면에서 이 배우가 이 대사를 치고 어떤 역을 할 거야!라고 생각하면 바로 그대로 이어진다. 연기도 어디서 본 것 같다. 이야기 흐름? 카메라 워킹? 좀 예전에 보던 방식이다. 카체이싱을 껍데기로 군사정권의 위선과 모순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그렇게 단순히 착한 영화를 만드는 게 그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금은 2022년이다. 마석도 형사가 악당들 두드려 패고 톰 크루즈가 저세상 액션으로 관객을 800만 관객 동원하는 게 요즘 세상이다. 단순히 인기 있는 래퍼 섭외해서 카메오로 넣고. 연기 잘하는 남자 배우 섭외해서 원톱 주연 놓고. 역사의 흑막을 묘사해서 보편적으로 나쁜 놈 만들고. 매력 있는 배우 섭외해서 히로인 포지션에 놓고. 이런 어디서 본 것 같은 기획은 많은 비판을 받기 충분하다. 한국영화의 팬으로서 아쉽다.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 <마이 네임>같이 작가주의적인 성향을 유지하며 개성 있는 영상물을 만드는 것 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그게 과연 전부일까, 하는 생각은 든다. 의도고 뭐고, 관객들은 재미있는 걸 보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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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도를 위한 애도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담겨 있습니다.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Show Me the Way to the Station, 2019
일본 | 드라마 | 126분
감독: 하시모토 나오키
애도를 위한 애도,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다분히 감정적이다. 관객에게 집요하게 잊고 있던 이별을 떠올리게 하고 상실에 허우적대던 과거를 다시 경험하게 한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겪어왔던 슬픔과 아픔을 꺼내게 한다. 그리고 스스로 원했던 것처럼 묻게 한다. 이미 알고 있지만, 어렴풋이 다들 짐작하고 그러려니 하던 '역'의 존재를 아이와 같은 입장에서 되묻는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대체 그 역은 어디 있는 걸까? 또 어디로 가는 걸까?"
여기서 우린 사야카가 말하는 '역'의 존재를 이미 잘 알고 있다. 가고 싶은 마음만으로는 절대 갈 수 없고 찾을 수도 없는 장소, 산 사람들은 결코 밟을 수 없는 영역.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야카의 옆에 서서 묻는 거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은 그럴 수 없는 아이러니함,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당연한 명제 때문이다.
그를 영영 잊어버릴까 봐 절절한 그리움과 괴로움조차 함부로 놓을 수 없는 그 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우린 그 행위와 시선, 모든 마음의 조각들을 엮어 시간의 길을 만들고 이를 '애도'라 부른다.
출처: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스틸컷(다음)
주인공의 내레이션이 장면 곳곳에 감정의 활력을 불어넣지만,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사실 언어(음성)가 제거된 무성영화라 해도 무방하다. 대사보다 인물의 행동으로 사건을 강렬하게 그리는 방식이 이 작품만의 남다른 표현 방식이다. 감독은 사건의 인과관계를 음성언어보단 인물들의 손짓과 눈빛으로 차근차근 전개하면서, 상실과 그리움을 화면 가득 채워 넣는다. 섬세한 몸의 언어와 절제되어있지만 풍부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연출 방식으로 관객의 공감과 감동 포인트를 쉽게 점령한다. 이 지점엔 반드시 영화의 스토리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모두 명확하게 이해했다는 전제조건이 필수인데, 이는 영화의 첫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철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던 사야카가 전철이 지나간 뒤 철로에 난 길을 건너는 장면까지 단 3분.
이 짧은 장면엔 길을 걷는 내내 허공에 팔을 뻗은 사야카의 모습이 전부다. 그러나 우린 아이를 통해 영화의 방향을 자연스럽게 눈치챈다. 아이는 아직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이며, 이별로 인해 극심한 슬픔을 겪고 있다. 결국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누군가를 잃은 이별'을 겪어내는, 인물의 애도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출처: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스틸컷(다음)
루는 사야카에게 언제나 멋진 선물을 해준 존재다. 자신과 같은 외로움을 가진 반려견이었고, 하나뿐인 친구였으며 늘 곁에 있는 가족이었다. 말 그대로 루는 사야카에게 전부였다. 그렇기에 사야카는 단호하게 말한다.
"루는 절대 죽지 않았어!"라고. 심장병으로 죽은 반려견을 잊지 못해 현실을 강하게 부정하는 사야카의 현재는, 루와 함께 했던 과거의 추억과 끊임없이 교차된다. 계속 반복되는 과거 회상으로 우린 루가 사야카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확실하게 인지하고, 점점 더 사야카가 느끼는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사야카는 다시 혼자가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이는 이미 부모에게 강아지가 최대 10년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들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준비된 이별과 그렇지 못한 이별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보이는 행위의 준비가 아니라 남들은 결코 볼 수도, 알 수도 없는 마음의 준비. 사야카는 루가 자신이 체험학습을 갔을 때 갑작스럽게 떠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루의 죽음은 사야카에겐 정말 먼 미래였으니까. 결국 환경적, 시간적 요인에 의한 죽음이란 불길하지만 예정된 조짐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던 아이는 결코 루를 떠나보낼 마음이 없다. 인간으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자연재해와 다를 바 없는 상황에 놓인 사야카에게 애도란 그저 '어른들의 거짓말', '부정' 그 자체였다.
출처: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스틸컷(다음)
오래 살면 살수록 인간은 타인의 죽음에 익숙해지고 무뎌진다는 말을 나무라듯,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어린아이의 상실과 노인의 상실을 구분 짓지 않는다. 후세는 오래전 사야카 또래, 어린 아들(고이치로)을 사고로 잃었고, 사야카의 할아버지는 아내를 떠나보냈다. 두 사람 모두 사야카와 같은 준비된 이별이 아니었다. 사야카는 자신의 마음을 찌르는 고통이 후세와 할아버지가 느끼는 고통과 다르지 않음을 발견한다. 그들 역시 강하게 현실을 부정하면서도, 돌연 현실을 받아들이고, 또 갑자기 돌변하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슬픔과 그리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사야카는 그들을 보며 조금씩 자신을 둘러싼 상실을 풀어낸다.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것처럼 후세에게 루와 함께 한 이야기를 하며 과거를 추억하고, 반대로 자연스럽게 후세에게 그의 죽은 아들에 대해 듣는다. 아내가 마지막으로 마당에서 박꽃을 심었던 때를 회상하는 할아버지의 옆에 앉아 조용히 그의 손등에 손을 포개며 그를 위로하고, 또 할아버지에게 위로받는다.
서글프기만 했던 어린아이가 위로받고, 반대로 타인을 위로하는 장면은 인간과 인간이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고통을 이겨내는 가슴 벅찬 장면으로 연결된다. 영화는 이 따뜻하고 감동적인 장면들을 한 스푼의 환상과 버무리며 이야기의 몰입감을 높이고, 주제를 더 빛나게 한다. 길고 은은하게 퍼지던 루를 향한 사야카의 진심은, 고이치로와 캐치볼을 하는 후세의 기다렸던 웃음으로 인해 묵직한 파동을 만든다. 그리하여, 사야카가 후세를 보며 "무언가 굉장히 소중한 걸 본 것 같았다."라고 말한 대사는 모든 이의 마음에 돌고 돌아 끝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만다.
출처: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스틸컷(다음)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애도를 위한 방식으로 '함께'하는 애도를 선택했다.
사야카는 후세와 함께 루가 떠나고 남은 빈자리를 그대로 '공석'으로 둘 줄 아는 방법을 터득한다. 둘은 슬픔과 두려움은 나누고 따뜻한 온기로 마음을 채우며, 알 수 없는 곳으로 영영 떠밀려가지 않도록 서로를 붙잡는다. 홀로 남겨진다는 불안과 다가올 외로움에 맞서 서로의 손을 맞잡고 떠나는 이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일, 그리하여 남겨진 자에게 주어진 삶을 씩씩하고 담담히 살아가는 일.. 사야카는 사라지는 것이 결코 떠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면서, 다시 미소를 되찾는다. 아이는 기억하기 시작하면서, 영원의 의미를 깨닫는다. 루는 언제나 자신의 곁에 있다는 사실, 영원을 말이다.
애도는 반드시 애도로 작별해야 한다. 강제가 아니라 스스로 어두웠던 방문을 열고 나와야 한다. 그 방이 자신의 마음속에 늘 존재한다는 걸 깨닫고 언제든 들어가 울고 웃을 수 있음을 굳게 믿어야 한다. 후세가 말한 역은 누구나 찾을 수 있고,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영화는 그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사야카에게 직접 끊어진 기찻길을 발견하게 했다. 그리고 모르는 척 사야카와 루의 비밀 장소를 우리에게 노출했다. 나만의 비밀 장소를 선정하는 건 애도를 향한 첫 번째 걸음이 분명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사야카는 전철이 향하는 곳이 어딘지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다.
작별에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덧붙으면, 아름다운 작별이 된다.
고맙게도 후세도, 할아버지도, 사야카도 모두 아름다운 작별을 했다.
출처: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스틸컷(다음)
우린 기억하는 일을 지겨워하지 않기에 늘 자신이 정한 중심을 잃지 않는다.
영화가 시작한 뒤 내레이션으로 들려오던 사야카의 목소리가 한순간에 어른의 목소리로 변한 걸 눈치챈다면,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아이였던 사야카가 어른이 되어 '나의 중심, 루'를 추억하는 이야기였다.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과거로 내일을 말하는 법을 잘 아는, 능숙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론 듣는 것보다 보는 것에, 귀를 쫑긋거리기보다 눈을 더 크게 뜨고 사야카를 바라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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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AN 데일리] 자본으로써 얻어지는 인간의 자유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아드레날린 라이드 - <인피니티 풀>
감독: 브랜든 크로넨버그
출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미아 고스, 클레오파트라 콜먼 등
시놉시스: 제임스와 엠은 외딴섬 라톨카의 최고급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낸다. 자신의 팬이라는 개비와 그 배우자와 함께 밤을 즐기기 위해 외출하던 날, 제임스는 자동차 사고로 그 지역의 농부를 죽이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들은 라톨카는 폭력과 쾌락, 공포로 가득한 곳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첫 장편작 <항생제>부터 <포제서>, 그리고 신작 <인피니티 풀>까지 브랜든 크로넨버그의 영화 세계는 점차 확장되고 있다. 특히나 이번 <인피니티 풀>의 경우 <포제서>의 연장선 혹은 심화의 과정에 있는 영화로 보인다. 두 영화를 관통하는 건 '정체성'이라는 테마다. 전작이 타인 의식의 침투에 따른 두 의식의 뒤엉킴을 보여주며 인간 정체성에 대해 묻는 영화였다면, <인피니티 풀>은 한 인간이 뇌까지 모든 부분이 똑같은 복제 인간을 만나면서 겪는 수난을 보여주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정체성이 무엇인지 묻는 영화로 느껴진다. 커진 영화의 규모만큼이나 작품 간 3년의 공백 동안 이뤄진 기술의 진보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감독 스스로가 두 영화의 연관성을 인정하며 이번 영화를 <포제서>의 미적 진보라 칭하기도 했다.
아마도 <포제서>를 본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환각 시퀀스를 보면서 전작의 의식 교차 시퀀스를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작이 떠오른다는 것이 독이 되는 면이 없잖아 있겠지만, 이 영화의 경우 그래서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찍어 색다른 감각을 주기 때문이다. 브랜든 크로넨버그 감독은 이번에도 전작들에서 함께했던 카림 후세인 촬영감독과 작업했는데, 의도적으로 촬영 기술을 포함해 <포제서>에서 사용했던 모든 방식을 완전히 중복되게 사용하지 않았다. 환각 시퀀스는 디옵터와 렌즈 플레어, 다이크로익 필름을 젤 형태로 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직접 찍는 카메라의 한계 안에서 이미지를 변형시켜 구현했다. 여기에 더해 환각 장면에 한해 CGI를 사용하지 않았다. 모든 장면이 카메라 안에서 이루어졌고, 같은 숏을 다른 버전의 이미지 왜곡으로 여러 번 재촬영해 씬 바이 씬으로 이어 붙이는 식으로 편집했다. 오로지 촬영과 편집 만으로 환각 시퀀스의 비현실적 감각을 구현한 것은 엄청난 작업이자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달리 말하자면, 그만큼 이 영화는 직접적이고 폭력적이다. 오프닝 시퀀스에서부터 카메라를 비틀어가며 비현실적이고 웅장한 분위기를 조성하던 영화는 제임스가 농부를 차로 치는 장면을 기점으로 라톨카 안의 뒤틀린 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법 규율이 엄격하기로 알려진 라톨카에는 사람을 죽일 시 죽은 자의 장남에 의해 사형을 당해야 하는 법이 있다. 하지만 제임스와 같은 관광객에게는 예외가 있다. 거액의 돈을 낸다는 전제 하에 복제 인간을 통해 처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대신 조건이 있다. 처형당하는 자는 복제된 자신의 처형을 꼭 직접 봐야 한다. 첫 형 집행일에 13살의 죽은 농부 아들이 나타난다. 복제된 제임스의 복부를 수십 차례 찌르는 그를, 수십 차례 찔려 죽음을 맞는 복제된 자신을 보면서 제임스의 얼굴에 번지는 건 미소다. 자신과 똑같은 외형에 감정과 기억까지 같은 존재가 생긴 것에 혼란스러워하지만, 그 존재의 죽음을 보는 제임스는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는 것만 같다. 처형은 그 기점이 되고, 부자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책임으로부터의 자유를 맛본 그는 경험자들 무리에 껴 범죄행위를 반복한다. 수년간 글을 쓰지 못한 사실상 무명작가이지만 아내 엠의 재력으로 부유한 삶을 영위했던 그는 이때부터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건너고야 만다.
이들이 범행을 반복할수록 분명해지는 건 제임스는 이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개비의 유혹에 넘어간 순간부터 제임스 자신은 범행의 짜릿함을 느끼며 상황을 즐긴다 여기지만, 결국 제임스는 개비를 포함한 이들 무리의 놀잇감에 불과하다. 부자에게 호의적인 라톨카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자본주의의 먹이사슬은 더욱 잔혹하게 작용한다. 자신의 위치를 늦게나마 깨달은 제임스는 개비 무리에게서 벗어나려고 시도하지만, 개비 무리는 제임스가 도망칠 때마다 그를 붙잡으러 나타나 우롱한다. 벗어날 수 없는 반복의 고리에 발을 들이고야 말았다는 걸 깨달은 제임스에게 남는 것은 결국 무력감뿐이다. 사회에서 허용되지 않는 자유를 만끽하던 인물이 밑바닥으로 추락하며 좌절하는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리는 걸 보고 있자면 이 영화는 자본주의를 극한으로 밀어붙인 환경에서 일종의 실험을 자처하는 영화로 다가오기도 하는데, 상황에서 최대의 자유를 즐기며 광대를 자처했던 그는 한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잃으며 부서지고야 만다. 그렇기에 그의 마지막 모습은 오히려 담담하다. 어차피 누군가의 개가 될 것이라면, 최상위에 서지 못한다면 보다 위에 있는 개가 되는 게 나을 테니까. 작가로서도, 자본주의의 세상 안 뭣도 없는 개인으로서도 제임스는 그렇게 라톨카 안에 자신을 스스로 가둘 수밖에 없다.
세 편의 장편을 아울러볼 때, 브랜든 크로넨버그의 영화 세계는 '인간의 정체성'이라는 테마에서 점차 커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감독으로서 그는 그것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를 탐구하며 필요하다면 그 환경을 가감 없이 보이려는 적나라한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나 이번 영화의 경우 인물을 내세워 그가 느끼는 비현실적 감각 자체를 관객이 체험하게 만드는 데 영화의 주목적을 둔 듯하다. 이런 방식이 무척 과하게 느껴져 호불호가 갈릴 것이 분명하고, 그것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겠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영화를 봤을 때 일관된 방향으로 진보하고 있는 그의 영화 세계는 그가 아버지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세계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갈 감독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만든다. <인피니티 풀>은 어떤 의미로든 브랜든 크로넨버그가 그려낼 그만의 세계에 대해 기대감을 갖게 만들기엔 충분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상영일정
6/30 24:00-05:46 부천시청 어울마당
7/2 19:30-21:29 한국만화박물관
7/9 19:30-21:29 부천시청 어울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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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잠 결말/줄거리/쿠키
요즘 극장가에 볼 영화들이 넘쳐나고 있는데요,
저는 다양한 영화 중에서 영화 잠을 보고 왔어요
이유는 예고편을 보는 순간?
아?! 이거 재미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말에 후다닥 보고 왔어요!
(영화 잠 쿠키영상은 없습니다)
그럼 영화 잠 리뷰 시작해 볼게요!
기본 정보
장르 :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서스펜스, 느와르
감독 / 각본 : 유재선
출연진 : 정유미, 이선균
개봉일 : 2023년 09월 06일
평점 : 7.78
기획 의도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
어느 날, 옆에 잠든 남편 '현수'가 이상한
말을 중얼거린다.
"누가 들어왔어"
그날 이후, 잠들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현수'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현수'는 잠들면 가족들을 해칠까 두려움을 느끼고 '수진'은 매일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 때문에 잠들지 못한다.
치료도 받아보지만 '현수'의 수면 중 이상 행동은 점점 더 위험해져가고 '수진'은 곧 태어날 아이까지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갖은 노력을 다해보는데...
등장인물
수진 | 정유미
잠들지 못하는 자, 아내 수진
"원하는 게 뭐예요. 나한테?"
현수 | 이선균
잠들기 두려운 자, 남편 수현
"누가 들어왔어"
여담
영화 잠은 제76회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되었다고 한다.
봉준호 감독은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라는 소감을 남기면서 더욱더
영화 잠에 대해 호기심을 유발했다.
영화 잠에 대한 결말은 호불호와 아리송한 결말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갸우뚱 지게 하였다.
최신 영화인 만큼, 결말을 원치 않으신 분들은
밑으로 내리지 마세요!
후기 및 결말
영화 잠 결말
잠 때문에 고민하던 현수(이선균)는
한 달 동안 수면 클리닉에 다니면서
강력한 약의 도움으로 완치 판정을 받게 되며
퇴원을 하게 된다
수진(정유미) 또한, 정신병원에 치료를 받게 되지만, 수진은 치료는커녕 악화가 되는데,
집안은 온통 부적투성이로 수진은
이 모든 일이 아랫집 할아버지 귀신이
현수에게 달라붙어 생긴 일이라며 설득하게 된다.
결국 수진은 아래층 할아버지 딸인 민정을 감금과
고통을 주어 빙의되어 있던할어버지를 현수에 몸에서 빼내는데 성공하며 영화 잠은 끝이 난다.
영화를 보면서 직접적인 귀신이 나오는 것이 없음에도 우리에게 공포와 서스펜스를 선사해 줬다.
또한, 결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진짜 귀신일까?
혹은 단순히 몽유병에 걸린 것일까?
혹은, 현수가 이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연기를 한 것일까?
다양한 영화 결말에 대한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에 본 영화 중에
가장 신선하며 재미있던 작품 영화 잠이다.
정유미의 후반부로 갈수록 피폐해지며 한 가락 한 것 같은 연기력과 이선균의 억울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는 믿고 보는 연기력으로 이 영화를 더욱더 재미있게 살린 작품이라고 생각이 된다.
한줄평 : "문제가 생기면 함께 극복하는 게 부부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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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리뷰] 인간 캡틴 아메리카의 나름 의미 있는 중2병
어벤져스의 가장 큰 두 축은 누가 뭐래도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다. 그러니 이 둘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심화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지독한 중2병을 앓은 이유를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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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언자] 끝장리뷰 | 경계인 | 예언, 사슴 상징 | 아버지 죽이기 | 성장 영화 해석
[예언자](2010)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성장 영화
Chapter 2 예언자
00:00 자크 오디아르
01:49 성장영화
03:28 아버지 죽이기
05:38 예언자
08:02 레예브와 리아드
09:21 별점 및 한 줄 평
09:39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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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유령> 2차 예고편
"성공하기 전까지 멈추지 않겠다!" 항일조직 스파이 '유령'의 작전이 드디어 시작된다? 미친 액션과 비주얼❤️ [#유령] 2차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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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코멘터리 예고편
1957년 뉴욕, 라이벌 갱단인 제트와 샤크 사이의 갈등과 그 안에서 이뤄지는 '토니'와 '마리아'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