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0932023-09-16 12:55:46
영화 잠 결말/줄거리/쿠키
결말이 아리송하네...
요즘 극장가에 볼 영화들이 넘쳐나고 있는데요,
저는 다양한 영화 중에서 영화 잠을 보고 왔어요
이유는 예고편을 보는 순간?
아?! 이거 재미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말에 후다닥 보고 왔어요!
(영화 잠 쿠키영상은 없습니다)
그럼 영화 잠 리뷰 시작해 볼게요!
기본 정보
장르 :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서스펜스, 느와르
감독 / 각본 : 유재선
출연진 : 정유미, 이선균
개봉일 : 2023년 09월 06일
평점 : 7.78
기획 의도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
어느 날, 옆에 잠든 남편 '현수'가 이상한
말을 중얼거린다.
"누가 들어왔어"
그날 이후, 잠들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현수'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현수'는 잠들면 가족들을 해칠까 두려움을 느끼고 '수진'은 매일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 때문에 잠들지 못한다.
치료도 받아보지만 '현수'의 수면 중 이상 행동은 점점 더 위험해져가고 '수진'은 곧 태어날 아이까지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갖은 노력을 다해보는데...
등장인물
수진 | 정유미
잠들지 못하는 자, 아내 수진
"원하는 게 뭐예요. 나한테?"
현수 | 이선균
잠들기 두려운 자, 남편 수현
"누가 들어왔어"
여담
영화 잠은 제76회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되었다고 한다.
봉준호 감독은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라는 소감을 남기면서 더욱더
영화 잠에 대해 호기심을 유발했다.
영화 잠에 대한 결말은 호불호와 아리송한 결말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갸우뚱 지게 하였다.
최신 영화인 만큼, 결말을 원치 않으신 분들은
밑으로 내리지 마세요!
후기 및 결말
영화 잠 결말
잠 때문에 고민하던 현수(이선균)는
한 달 동안 수면 클리닉에 다니면서
강력한 약의 도움으로 완치 판정을 받게 되며
퇴원을 하게 된다
수진(정유미) 또한, 정신병원에 치료를 받게 되지만, 수진은 치료는커녕 악화가 되는데,
집안은 온통 부적투성이로 수진은
이 모든 일이 아랫집 할아버지 귀신이
현수에게 달라붙어 생긴 일이라며 설득하게 된다.
결국 수진은 아래층 할아버지 딸인 민정을 감금과
고통을 주어 빙의되어 있던할어버지를 현수에 몸에서 빼내는데 성공하며 영화 잠은 끝이 난다.
영화를 보면서 직접적인 귀신이 나오는 것이 없음에도 우리에게 공포와 서스펜스를 선사해 줬다.
또한, 결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진짜 귀신일까?
혹은 단순히 몽유병에 걸린 것일까?
혹은, 현수가 이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연기를 한 것일까?
다양한 영화 결말에 대한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에 본 영화 중에
가장 신선하며 재미있던 작품 영화 잠이다.
정유미의 후반부로 갈수록 피폐해지며 한 가락 한 것 같은 연기력과 이선균의 억울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는 믿고 보는 연기력으로 이 영화를 더욱더 재미있게 살린 작품이라고 생각이 된다.
한줄평 : "문제가 생기면 함께 극복하는 게 부부라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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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AI 시대에서 귀신들이란 누구일까?
귀신들이라는 영화는 이름 그대로 귀신들이 나오는 영화가 아니라 미래에 우리의 실생활에 함께할 인공지능이 머문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이 영화는 다섯 챕터별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 번째는 보이스피싱의 진화 수법인 AI 피싱을 담은 이야기인 보이스피싱과 두 번째는 AI가 미래에도 내 집을 구하려고 발버둥 치는 모기지와 세 번째는 버려진 고아 로봇을 찾아 돌아다니는 어느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음성인식, 네 번째는 미래에도 사후세계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하는 페어링 마지막으로 작가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AI 로봇을 만나본다는 업데이트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 공포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간담이 서늘하다.
현실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인 심각한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 문제와 돈이 많지만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는 독거노인의 실상과 내 집 마련의 꿈이 어려워진 대한민국의 현시점에서 황승재 감독은 시사회에서 현재 시대의 세태를 반영하여 이 영화를 연출했다고 말했다. 미래에는 이런 문제점들이 점점 진화되어 날로 갈수록 심각해진 사회적 문제들로 더욱 날카롭게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돈 많은 독거노인들에게 거액을 뜯어내는 AI 피싱과 정부에서도 함부로 목숨을 끊지 못하도록 자살 방지법을 만들어 오히려 더 노예로 살아야 되는 세상이 올 수가 있다. 그야말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이다.
인공지능 로봇들에게는 인간처럼 노동도 힘들다고 느낄까? 영화 <귀신들>에서는 죽은 집주인의 대출을 껴안고 자신도 열심히 살아가는 로봇이 있는데 자신도 4대 보험을 들었으나 노동을 했음에도 다치고 힘이 들기만 하다. 그런데 집을 구하기는 너무나도 힘들다. 인공지능도 사람처럼 감정이 생긴다면 그것을 과연 로봇이라고 불릴 수 있을까란 주제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로봇들의 거주 환경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고 로봇들도 사랑을 원한다는 점과 로봇들도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길 원한다는 것도 알아야 할 요소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
고아가 된다는 건 얼마나 무서운 일인 걸까? 미래에도 캣맘처럼 그런 버려진 고아 로봇들을 도와주기 위해 먹을 것을 주고 집에도 데려다주는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 더군다나 고아 로봇들은 필요가 없어져서 길거리의 고양이들처럼 떠돌다가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미래 정부에서는 비활성화를 시키기 위해 갖은 인력을 투입시킨다.
우리가 고양이들을 중성화 수술을 시켜 더 이상 번식시키지 못하도록 막고 생태계를 안정시키듯이 고아 로봇들이 더 이상 미래의 버려진 고철 더미 같은 곳에서 활동하지 못하게 비활성화로 막는 그런 법을 만들게 된다. 그렇지만 캣맘이라고 해서 다 좋게 바라보지 않듯이 미래에도 이와 똑같은 시선이 존재하지 않을까 싶은 챕터였다.
사후세계는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크라우드 팜이라는 다른 우주에 죽은 사람들을 연결시켜 그쪽에서 살아가도록 만들게 할 것인가? 이번 챕터는 신선한 주제였다. 다중 우주에 관한 이야기였기도 하고 죽음이 끝이 아니라 다른 우주에서도 죽은 사람들을 고이 모실 수 있게 동양적인 의미인 종잣돈이나 영적인 의미를 둔 고양이 무리와 부적들을 붙인 영매 나무 등등
다시는 이전의 세계를 볼 수는 없지만 다른 우주에서라도 편히 살아가며 그곳에서도 새 시작을 한다는 그런 내용을 담은 챕터는 눈물 나기도 하고 많은 후회를 해봤던 필자에게도 뜻깊은 챕터였다.
완전히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닮은 로봇을 만나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그것도 나를 더 잘 알고 나에 대해 지적을 끊임없이 한다면? 천재 작가 위기찬에게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일들은 100년을 반복했고 똑같이 업데이트되며 작가는 외롭게 사람이 없는 산장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소설을 쓰며 불멸된 삶을 이어왔다.
인간은 자손을 남기고 싶어 한다. 허나 자손을 남기지 않으면 대를 이어갈 수 없지만 여기 자신과 똑같이 생긴 로봇을 업데이트하면 자신도 불멸이 되어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철학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이와 같이 영화 <귀신들>은 암울하며 놀랍기도 하고 감동적이며 불멸을 이어가는 인공지능에 대해 다룬 독립영화이다. 아마도 인류가 귀신이라는 주제로 과거에 공포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냈다면 이제부터는 인공지능이 그 자리를 대체하지 않을까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기도 하다.
고전 설화에 귀신들이 있다면 미래 설화는 인공지능이 있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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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에서 나풀거리며 날아온 무근본 코미디
새삼 신기한 이야기지만 300여 일 남았다. 시간 겁나 안 간다고 한탄할 때가 엊그제 같았다. 근데 사실 그건 엊그제 일이 맞다. 시간 정말 안 간다. 무려 336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안 가는 건 매한가지다. 신기한 일이다. 아마 반강제적으로 경제난을 겪고 있으니 그런 것 같다. 또 막상 이렇게 시간 안 간다고 하다가 정신 차려보면 100일이 지나 있겠지. 뭐 그런 행복회로가 없으면 정말 정말 지루해서 못 견디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막연하게 지루한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소집해제 하면 뭘 할까? 적금을 깨는 거야. 적금으로 여행을 가는 거지. 그리고 남은 돈 얼마 남겨서 노트북을 바꾸면 되겠어. 10개월이나 남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꿈 정도는 꿀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자문한다. 만약 로또에 당첨된다면? 그럼 건물 한 두 채 사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잉여롭게 누워있어도 될 것 같다. 엄마, 아빠한테 효도도 하고 말이지. 없는 지갑 털어서 복권을 살 까 싶지만 5천 원은 소중하기에 참기로 한다. 최전방의 어느 군부대. 여기에 나와 비슷한 꿈을 꿨던 말년 병장이 있다. 갑자기 날아온 복권 한 장과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아보자. 장소는 극장이다!
길 가다가 만원 주운 것과는 달라
이게 뭐야? 갑자기 웬 복권? 군생활 끝자락을 보내고 있는 말년 병장 천우는 종이 한 장을 주웠다. 복권? 갑자기? 사실 군대와 복권이란 단어는 꽤나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천우도 아무 생각 없이 복권을 주웠다. 이거 발표는 언제 하는 거지? 뭐 돈 주고 산 것도 아니고 결과를 확인한다고 해서 손해 볼 것은 없다. 방송을 보는 천우. 숫자 하나가 맞았다. 맞았네. 무덤덤한 천우. 두 번째 숫자도 맞았다. 어. 맞았네. 오늘 운이 좋은가보다. 세 번째 숫자도 맞았다. 어? 뭐지? 뭔가 이상한 것 같다. 그런데 말년병장이라고 하는 것은 놀라운 일도 재미가 없어지는 마력이 있는 시기다. 금세 평정심으로 돌아온 천우. 근데 맞는 숫자가 네 개가 되고 다섯 개가 된다. 응? 여섯 번째 숫자 하나 남았다. 이것까지 맞았다. 엥? 이게 뭐지? 실화인가? 눈앞에 보이는 건 꿈이 아니다. 말년병장 천우는 여섯 개의 복권 전부를 맞춘 당첨자가 됐다.
헐. 헐. 헐. 말도 안 돼.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조회해봤다. 57억이라는 숫자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57억이면 집 한 두 채를 사도 남는 돈 아닌가. 집만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꿈이었던 농장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전역까지는 3개월이 남았다. 안 그래도 안 가는 시간이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아니. 57억이라니. 밥을 먹으면서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웃음이 나오다 못해 저절로 눈물이 난다. 그동안의 고생이 왠지 모르게 생각나는 것 같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내무반. 천우는 복권 용지를 가지고 밖에서 후임과 대화하고 있었다. 바람이 서늘하게 부는 근무지도 왠지 다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다. 안 읽던 책을 읽기 시작하던 천우. 책을 읽으며 근무를 하고 있는데 후임 한 명이 말을 건다. "병장님. 저 화장실 가고 싶지 말입니다." "갔다 와~" 배가 아픈 후임은 천우의 앞을 스윽 지나가며 아픈 배를 움켜잡았다. 그때, 후임이 지나가던 찰나에 복권 용지가 사르륵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 복권 용지가 북으로 넘어갔다. 자. 57억이 눈앞에서 증발되게 생긴 천우. 천우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일단 웃겼어
일단 장르는 코미디다. 이 장르의 가장 첫 번째 본분은 무엇? 웃겨야 한다. 별생각 없이 상영관에 들어가서인진 모르겠지만 난 꽤나 웃다 나왔다. 가장 최근에 봤던 코미디 향 첨가 영화는 두 편이었다. <외계+인> 1부와 <불릿 트레인>이다. 전자에선 그냥 내내 정색하고 봤고 후반부에는 정확히 두 번 웃었으므로 코미디 타점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영관에 들어가기 전에 '티켓 값이 4천 원이니까 봤지 아니었으면 중간에 나올지도 모르겠다' 생각하고 들어갔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선회하는 재미를 느꼈으니 내 기준에서 코미디의 기능을 충분히 한 셈이다.
이 웃긴 고경표 배우가 복권 당첨을 확인하고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이때 각본을 상상하면 좀 허무맹랑할 수도 있다. 근데 고경표 배우는 이를 굉장히 잘 소화한다. 좀 실없는 인물의 내면 묘사,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암시하고, 초중반부의 인물 구도를 설계하기 위해 나름 중요한 장면을 연출했는데 이 시퀀스는 좋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 좀 미친놈처럼 보일 수도 있는 연기를 진짜 미친놈같이 소화해서 '역시 이 배우는 좋은 배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요일에 공개됐던 <서울 대작전>, 배우의 전작 <헤어질 결심> 세 역할의 톤이 다 다른 건 이 배우가 얼마나 욕심이 있고 능력까지 받쳐주는지를 볼 수 있는 훌륭한 단면이었다. 이 장면 이후에도 좀 여러모로 입장이 난처한 인간의 마음이 표정에서 잘 드러났다. 전체적인 코미디 톤을 이끄는 좋은 연기였다.
다른 배우들의 호연 외적으로 이 영화의 코미디 요소에 대해 쓸 수 있다. 바로 '무근본'코미디라는 것. 이 코미디는 근본이 없다. 일단 이야기의 전개에 대해 써보자면, 솔직히 아쉽다(그리고 이 부분은 후술 할 것이다). 극을 전개할 때마다 '와 이러면 진짜 웃기겠는데?' 속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대로 이어진다. 이러면 따라오는 단점이 뭐냐. 일단 뻔하다는 전개와 이야기 간의 접착력이 딱 달라붙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뒤집어서 표현하면 상황상황마다 인물의 표정이나 구도 촬영을 잘해놨어서 웃기기에는 최적화됐다는 뜻이 될 것이다. 또한 이 코미디에는 웃음 강박이 없는 것 같다. 뭐 이 부분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글쓴이가 말하고자 했던 부분은 알던 웃음 패턴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일단 여러분이 이 글과 영화의 예고편을 읽으며 바로 눈에 들어오는 설정이 하나 있다. 바로 군대다. 우리나라 군대 하면 생각나는 것이 뭐가 있을까? 폐쇄된 공간, 억압된 자유, 남북한의 군사 긴장상태 등등이 있을 것이다. 이때 생각날 수 있는 소재를 경제적으로 박박 긁어모은다. 그 외에도 우리가 예능프로그램을 본다거나, 수많은 짤에서 볼 수 있던 유머 소재들도 적재적소에 잘 쓰였다. 뭔가 억지로 웃기려고 하는 것보다 익숙한 패턴을 잘 변용했다는 점에서 코미디 영화로서의 안전장치는 잘 구성한 것 같다.
얕게 쓰이진 않았던
이 영화가 <D.P>처럼 우리나라 군 상황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고 보기는 사실 어렵다. 뭐 그런 사회비판적인 코드가 주요하게 작동할만한 영화가 아닌 것도 맞다. 애초에 코미디 영화니까. 그 이유 때문에 사실 좀 불필요하게 들어간 부분이 없진 않다. 굳이 그 상황이 아니어도 인물이 그런 행동을 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이 마저도 코미디로 활용한 재기 발랄함은 강점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정말 단순히 웃기기 위해 모든 세포를 기울인 효과다.
또 반대 측면에서 북한 묘사도 코미디로 활용한 부분이 있다. 이렇게 남북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 때 어려운 부분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그럼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북한에 대한 묘사다. 일단 남북한 현실에 대한 묘사 중 어느 쪽에 힘을 더 줬냐고 묻는다면 북한 쪽에 힘을 더 줬다고 생각한다. 일단 북한은 실질적으로 기본적인 농축산업도 유지하기 어려운 국가로 묘사된다. 또 군 내부가 어떻게 평소에 운영되는지 모를 정도로 조직력에 문제가 있다. 또 북한 내부 시스템의 문제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쓰자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작동하는 ‘인재가 등장하기 어려운 현실’에 관한 내용이 코미디 요소로도 쓰이지만 소재의 활용에서도 적절하게 잘 쓰인 부분은 흥미롭다. 그리고 병사의 동기부여에 관한 부분, 나라를 위해 10년씩이나 꿈을 희생해야 하는 청년들의 현실까지 단순히 웃기려고만 이런 것들을 설정한 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가장 결정적으로 시각적으로 북한군을 묘사하는 방식이 있다. 앞에서 상기한 내용은 글쓴이 본인의 생각이 어느 정도 담겨있다. 그런데 몇몇 장면들은 이 감독이 북한이란 나라를 조롱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모두가 들 것이다. 이 외에도 인물 간의 처지를 의도적으로 대비시켜서 북한이란 나라를 더 깊게 비판하는 부분은 어렵지 않게 관객들이 알아차리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물들이 상대 나라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것을 어떻게 영화가 거리를 두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본다면 단순히 웃기기만 하는 각본은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단점 당연히 있지
뭐 이렇게 순수하게 웃기고 남북한 현실 묘사 깔끔하게 잘했다고 해서 모든 게 능사인 건 아니다. 이 영화 단점 당연히 있다. 일단 각본의 퀄리티다. 일단 영화 시작되고 한 10분까지 설정에서 크게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뭐 이런 소소한 것들이 말이 안 되는 건 그렇다 치자. 모든 영화에서 핍진성, 개연성을 따지는 건 피곤하니까. 그런데 이 가정법이 영화 끝까지 쭉 이어진다는 건 분명한 호불호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재밌겠는데!’를 때려 박은 이 영화. 그런 코미디 요소에 모든 걸 다 투자했기 때문에 이야기 몰입하는 데 있어 좀 깨는 부분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아예 이야기가 불협화음으로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내적 논리와 함께 진행되는 영화. 그냥 웃기기 때문에 이 정도는 그래, 싶어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살짝 위험한 부분이 있다. 후반부다. 남한에서 한 인물이 어떤 사건을 겪는다. 그리고 그 사건을 겪기 전에 배경으로 제시되는 부분은 나름 잘 설정했다. 이 나름대로 코미디가 되기도 하고, 허무맹랑하긴 해도 다음에 이어지는 일의 배경이 되는 점에서 꼼꼼함은 어느 정도 챙긴 셈이다. 그런데 이런 인물을 극 중 타인들이 지켜보거나 대응하는 방식은 의문부호가 들 수밖에 없다. 이 방식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가는 둘째 치고, 얼핏 보면 이 사람들을 혐오하는 수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역시 앞에서 쓴 바와 마찬가지로 그냥 이 상황에서 가장 재미있는 방식이라 이런 식으로 전개한 건 그럴 수 있다. 근데 이 지점은 살짝 다르게 변용해도 이야기 전개가 말이 된다. 그 부분까지 코미디로 소화시켜야만 하는 이유도 없고.
또 이 외에는 극후 반부가 살짝 아쉽긴 하다. 일단 CG가 엔딩부에서 중요하게 쓰인다. 안 그래도 결말 부분의 이야기 전개가 아쉬운데 이 부분까지 있으니 더욱 도드라지는 느낌이 강하다. 또 앞 문장에도 썼듯 이야기를 쓰다 만 것은 좀 아쉽다. 엔딩부에서 보여주는 떡밥 하나는 아예 불필요했고, 물렁했던 극 전개가 빈약해지기까지 한다. 뒷심이 강했으면 조금 더 완벽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기다려 왔던 영화
뭐 이런저런 이유로 아쉬운 부분도 있는 영화지만 사실 많은 분들이 이런 작품들을 기다려 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해 개봉했던 이른바 '빅 4'들은 스케일이 큰 영화들이었다. 반면에 이 영화는 규모가 작다. 그러다 보니 큰 스케일의 영화에 익숙했던 글쓴이 같은 분들에겐 눈이 편한 느낌이 든다. SNL이나 여타 시트콤에서는 보기는 좀 크지만 규모가 크지도 않아 왠지 잊고 있었던 정통파 코미디를 그리워했던 분이라면 안성맞춤이다.
또한 한국영화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신선하다. 주인공인 천우 역의 고경표 배우는 드라마에 많이 나왔다. <응답하라 1988>로 유명세를 얻었던 고경표 배우는 영화판에서는 그렇게 많이 볼 수 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나왔다 하더라도 영 시원찮은 역할을 맡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고경표 배우가 표현력이 굉장히 뛰어난 연기자라는 걸 알게 된다. 난감하면 난감핟대로, 맘먹고 웃기려면 웃긴대로 표정연기가 뚜렷하니 이 배우는 유아인 배우처럼 큰 존재감을 뽐낼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헤어질 결심>에 이어 이 <육사오>에서 커리어의 전환점을 맞이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음은 음문석 배우다. 아마 올해 1200만 명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 2>에서 봤던 얼굴로 많이 기억하실 것 같다. 이 배우 연기 잘했다. <범죄도시 2>에서도 연기 잘했는데 이 영화에선 특히 더 잘했다. 감정조절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뻔뻔함,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 대위 역이기 때문에 장병들을 이끌어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위치까지 이 작품의 최전선에서 극을 이끈다. 래퍼 겸 댄서 겸 배우신 것 같은데 이 쪽에 굉장한 포텐이 있는 것 같다. 얼굴도 잘생겼다. 39세 안 같다. 또한 박세완 배우는 이름만 알고 있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반짝반짝하는 존재감은 많은 분들의 머릿속에 남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일단 겁나 예쁘시다.
또 윤병희 배우와 이이경 배우도 기억에 남는다. 윤병희 배우는 얼굴이 굉장히 익숙하다. <범죄도시 2>에서 휘발유 역을 맡았을 때도 뭔가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이 영화에서 이 배우는 휘발유 캐릭터와는 다른 인물을 보여준다. 개성이 센 마스크라 이 배우 하면 휘발유가 먼저 생각나겠지만 후반부까지 극을 끌고 가는 힘은 굉장한 박력이 있었다. 또 이이경 배우는 얼마 전에 본 <공조>에서 봤었다. 그런데 이 배우는 확실히 여기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우리나라 그 좁은 면적에서 이렇게 예술 잘하는 사람들이 튀어나오는지 모르겠다. 유치할 수도 있고 질척댈 수도 있는 유머를 생기 있게 잘 소화한 건 이 배우들의 뛰어난 역량 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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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AN 데일리] 유예된 항해의 빛
감독] 담가명Patrick TAM
출연] 장국영Leslie CHEUNG, 하문석Pat HA, 엽동Cecilia YIP, 탕진업Kent TONG
프로그램 노트] 홍콩의 영화평론가 스티븐 테오는 <명검>(1980)으로 데뷔한 담가명의 작품들을 두고 “홍콩 뉴웨이브 작가들 중 가장 덜 언급된 인물이지만, 서극이나 허안화 등과 비교해 가장 ‘성숙한’ 영화를 만든 감독”이라 말했다. 더불어 “그는 동료 감독들에 비해 가장 세련되고 모던한 영화를 만든 감독”이라고도 덧붙였다. 담가명의 색깔이 가장 짙게 담겼다고 할 수 있는 <열화청춘>(1982)은 ‘왕가위의 <아비정전>의 전편’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 우리가 기억하는 장국영의 상처받은 청춘의 이미지를 앞서 보여준 영화다. ‘장국영 비긴즈’라고 불러도 될 이 영화에서 그는 ‘노마드’라는 요트를 타고 언제나 먼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는, 흔들리는 청춘의 모습을 섬세하게 연기하고 있다. 또 하나, 당시 담가명 감독의 영화가 동료 뉴웨이브 감독들의 영화와 비교해 가장 남다른 점이 바로 탁월한 프로덕션 디자인이었는데, <열화청춘> 등 여러 작품을 함께한 장숙평 미술감독은 그가 직접 발굴한 인재나 다름없다. 1980년대 모던 홍콩 영화의 진면목이 <열화청춘>에 담겼다. (주성철)
*영화 <열화청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홍콩의 여름은 덥고 습하다
영화는 덥고 습한 홍콩의 한 대금업자 집에서 시작한다. 대금업자를 찾아와 통 사정을 하는 빚쟁이에게 밉지 않게 퉁을 놓으면서도, 대금업자는 정작 ‘실무자’에게 모두 중국인이니 살살 하라고 하지 않았냐며 꾸짖는다. 우리 모두 중국인, 하다 못해 이 물건도 중국 물건… 이런 대사들은 홍콩 영화라서 의미심장하다.
같은 홍콩에,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저택도 있다. 호젓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 피아노를 치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이 있는 집. 그가 결혼을 통해 이 집에 들어오기 전의 집 주인이었을 여성, 그러니까 앳된 얼굴의 장국영이 연기하는 루이의 어머니는 라디오 DJ였다. 루이는 그 시절의 소리를 녹음해 자꾸만 듣고 있다. 소리를 죽여 놓은 텔레비전 위로, 라디오에서 베토벤 교향곡이 흘러나온다. 더없이 동양적인 풍경 위로.
“동서양이 뒤섞인” 매력은 홍콩에 대한 교과서적인 표현이지만, 그 덥고 습한 여름은 단순히 동서양의 조화 뭐 그런 말로만 두루뭉술 담기지 않는다. 이 여름은 동양도 서양도 아닌, 그냥 홍콩만의 무드다. 비록 이 영화 속 청춘들은 쇼핑과 보석에 대한 구문을 익히며 일본어 회화를 열심히 배우고, 가부키 춤이나 액자 속 일본 가면 같은 문화를 즐기지만, 이들이 다른 장면에서 보여주는 홍콩 무드에 비하면 그 어설픈 흉내들은 어쩐지 조금 우스워 보인다. 홍콩만의 무드는 지켜져야 한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신스케를 대하는 아퐁의 입을 빌려 왜색에 일갈을 던지기도 한다.
이렇게 일본 문화에 매력을 느끼는 순간과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 뒤섞이는 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하지만 홍콩 무드가 지켜져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꼭 그래서만은 아니다. 진짜로 홍콩 무드가 더 좋아서 그렇다. 일본의 여름도 덥고 습하지만, 일본 영화나 만화 속 모습은 언제나 맑고 청량한 연둣빛이라 좀 거짓말 같은 데 비해 홍콩의 여름은 벽면의 곰팡이까지 사실적이다. 강렬한 색감, 거기 놓인 물건들, 홍콩을 담은 여름 장면들이야말로 진짜 여름 같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면면들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왜 그 시절의 홍콩 영화는 이토록 매혹적인가?
#떠나기 전에 가장 빛난다
이 영화는 감각적이다. 당연하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홍콩 영화 대다수를 맡은 미술감독 장숙평의 손이 닿았다. 왕가위에 비해 덜 알려진 이름이지만, 담가명은 홍콩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이름이다. 왕가위도 그의 영향을 받았으므로, 왕가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담가명 영화는 아주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장국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장국영인데. 아직도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얼굴의 앳되고 싱그러운 시절에, 그에게 유독 잘 받는 '유약하고 고독한 부자 청년' 역할이다. 소품과 옷의 색감들도 하나 같이 예뻐서 보는 즐거움이 있다.
음악과 여름, 젊음과 색깔이 사방천지에서 튀어나온다. 팍팍한 오늘날의 세상에서 보면 그것은 얼핏 여유로 비친다. 오늘날의 우리가 옛 홍콩 영화를 사랑하는 데에는 그 감각도 한 몫 할 것이다. 세상이 당장 끝난다 해도 오늘은 여름을 즐기겠다는 듯이, 마치 이 여름이 영원할 것처럼 향유하는 감각. 현실감은 조금 없어도 좋다. 실제로 토마토의 낡은 여행가방에는 화려하고 나풀나풀한 옷가지 몇과 조악한 봉제인형 정도만 들어있지만, 고작 그 정도 물건만 끌어안고도 토마토는 딱히 살아갈 걱정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생각해 본다. 왜 여름과 청춘이 유독 옛 홍콩에서 빛날까? 그 세 단어 모두 시한부의 감각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얼핏 <열화청춘>의 ‘청춘’들은 흘러 넘치는 정염을 어쩌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버스 안에서도 참지 못할 만큼 서로를 향한 사랑에 목이 마르지만, 부나방처럼 서로를 향해 자신을 온전히 던지지만, 그럴수록 스크린 밖에서는 유한을 실감할 뿐이다. 사실 그들의 사랑은 이미 가족과 이웃의 방문으로 계속 호흡이 끊기고 있었다. 그럼에도 쥐어 보려는 노력.
1994년작 <중경삼림>을 필두로 한 왕가위의 영화들이 1997년의 홍콩 반환을 목전에 둔 시점의 스산하고 각자 외로우며 알 수 없는 감각들로 붕 뜬 마음을 보이고 있다면, 1982년작 <열화청춘>은 그와 다른 결의 묘한 불안, 유한하기에 더욱 빛나는 순간의 감각들을 담고 있다.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 그러니까 1970년대의 홍콩이 그랬으니까. 1990년대와는 다른 결의 묘한 불안이 깔려 있던 시기였다. 1971년, 중국의 UN 가입은 중국이 ‘중국’임을 인정받는 순간, 그러니까 대만의 ‘주권’을 밀어내는 순간이기도 했다. 99년의 할양 기간을 마치면 홍콩은 반드시 중국에게 반환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1970년대 홍콩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다시 요동쳤다.
1970년대가 가고 이 영화가 개봉하는 1982년은 마거릿 대처가 중국을 찾아 홍콩을 테이블에 올린, 그러나 아무 성과가 없이 결렬된 회담이 있던 해이기도 하다. 끝이라는 감각은 서서히 가까워 오는데, 아직 그 감각이 목을 턱 조이기까지는 한참 남아있을 때. 그렇다고 존재가 소진되지 않겠지만, '끝'의 이후에는 결코 지금 같지 않을 거란 예감을 목도할 때. 오후 4시 쯤의 햇살을 움켜쥐어 밤을 막아 보고 싶은 마음 같은, 그런 정염이 이 영화에 있다.
#항해는 유예된다, 그러나
루이의 방은 어쩐지 바다 같고 배 같다. 벽도, 이불도, 침대 옆의 등과 그 옆의 연필까지도 모두 짙은 푸른색이다. 심지어 루이가 잠시 냄새를 탐닉하겠다고 가져온 기름 통마저도. 텔레비전 위에는 배 모형이 놓여 있다. 금방이라도 어디론가 떠나갈 것만 같은 무드의 방이다. 급기야 루이가 보트를 푸른색 페인트로 칠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정작 영화에 나오는 배 ‘노마드’ 호에는 어쩐지 ‘배’의 감각, 그 운동성과 생기가 없다. 분명 바다에 나가 있고, 정박하고 있던 배를 바다에 풀어놓은 것이건만, 루이의 방만큼도 운동성이 없다. 루이는 이 배를 타고 아라비아에 가고 싶다고 하지만, 여기서 아라비아라는 말은 과연 유토피아, 발할라, 샹그릴라와 얼마나 다른 이름일까 싶다. 이상향은 이상향일 뿐, 항해는 유예된 채였다. 유예된 항해는 성공할 수 없다. 배의 여정은 목적지에 다다를 때야 완성되므로.
청춘들이 노마드 호로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한때 사랑했던 인연을 숨겨 보는 정도다. 이를 계기로 떠날 궁리도 해보지만, 항해가 유예된 동안 이미 가까워진 존재가 있다. 불시에 도적처럼 덮쳐온 자객의 존재. 극과 극은 통한다고, 난징 대학살을 벌인 일본 제국주의는 중국과 역사적으로 척을 지고 있음에도, 전체주의적이라는 점에서 중국과 아주 다른 모양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에는 아름다운 장면이 참 많았지만, 가장 꿈처럼 보였던 장면은 마지막으로 식탁을 같이 차리는 네 사람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들 같”다는 말에, “사회가 뭔데?” 거칠게 되물으며 우리가 사회라고 대답하고, 바로 이어 네 사람이 같이 식탁을 차린다. 그 모습은 정말 ‘사회’ 같다. 누가 누구에게 군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역할을 나누어 각각의 할 일을 하며 그 결과를 함께 누리는.
어쩌면 이들이 ‘아라비아’에서 차리고 싶었던 식탁, 거기서 이루고 싶은 사회도 이런 모습이었을지 모른다. 살아남은 루이와 토마토가 이런 식탁을 차릴 수 있을까. 요원해 보여 더 꿈처럼 느껴지는 이 장면을, 언젠가 미래의 다른 영화에서 기시감으로 느끼고 싶다.
2023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6/29-7/9) 상영시간표
7월 2일 11:00-12:33 메가박스 부천스타필드시티 5관 (상영코드 412)
7월 5일 20:00-21:33 부천시청 판타스틱큐브 (상영코드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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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8월 첫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정말 무더위로 힘든 한 주였던 것 같습니다.이번 주 역시 내내 비 소식이 있으니,우산 잘 챙기시고, 안전 유의하시길 바라겠습니다!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비상선언>의 개봉주 주말의 관객 수 예측'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한산: 용의 출현> (-)▶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한산: 용의 출현>이 7월 넷째 주와 동일하게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관객 수가 굉장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1000만을 살짝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천만 관객 작품인 <범죄도시 2>가 개봉 10일째 되던 날 5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주말 동안 (8월 5일~8월 7일) 관객 수 115만 6,89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459만 8,529명을 돌파하였습니다.
2. <비상선언> (NEW)▶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다수의 배우들을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비상선언>.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10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특히 작품의 특성상 4DX 포맷으로 관람한다면
극을 더욱더 몰입감 있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8월 5일~8월 7일) 관객 수 81만 7,09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39만 8,281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줄거리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재난 앞에 선 사람들 각각의 감정과 드라마를 담고 있다.
3. <탑건: 매버릭> (-)▶ 한 달이 넘도록 박스오피스를 지키고 있으며, 3주 넘게 3위를 유지하고 있는 <탑건: 매버릭>.
영화관에서 보면 좋은, 봐야만 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관객이 줄지 않는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8월 5일~8월 7일) 관객 수 19만 6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744만 8,90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12회 예측 이벤트는 8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유저분들이 예측해주신 영화 <비상선언> 의 8월 5일, 8월 6일, 8월 7일의 관객 수 스코어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외계+인 1부>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 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49%, 여성 51%로 다른 영화에 비해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거의 동일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30대가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20대, 40대, 50대, 10대 순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습니다.
▶한 주 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비상선언>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20대 초반 남성과(844,900명)과 30대 후반 남성(832,709명)이었습니다.
또한 <비상선언> 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0.3%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비상선언>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4. <미니언즈 2> (▼2)▶ 넷째 주에 2위를 차지했던 <미니언즈2>가 4위로 떨어졌습니다. 이전 시리즈에 비해 생각보다
적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번 주에는 <헌트>가 개봉하기 때문에 순위권에 들어서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말 동안 (8월 5일~8월 7일) 관객 수 17만 7,913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97만 2,796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뽀로로 극장판 드래곤캐슬 대모험> (-)▶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한 주 정도만 TOP5 안 순위권에 들어가는데 뽀로로 극장판은
현재 2주동안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기대작 헌트가 개봉하기에 이번 주에는 순위권 밖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주말 동안 (8월 5일~8월 7일) 관객 수 12만 9,401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7만 1,52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bullet Train>이 개봉과 동시에 1위를 차지하면서 7월 넷째 주 박스오피스 순위에 있던
영화 모두 한 단계씩 하락하게 되며, 5위를 차지한했던<Top Gun Maverick>이 순위권 밖으로 하락하였습니다.
주말 동안(8월 5일~8월 7일) <Bullet Train>의 매출액은 30,125,000 (한화 약 391억)의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 역시 동일합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8월 5일 ~ 2022년 8월 7일)1. <Bullet Train> 3,012만 달러 (누적 3,012만 달러)2. <DC 리그 오브 슈퍼-펫> 1,120만 달러 (누적 4,510만 달러)3. <놉> 849만 달러 (누적 9,796만 달러)4. <토르: 러브 앤 썬더> 760만 달러 (누적 3억 1,606만 달러)5. <미니언즈2> 711만 달러 (누적 3억 3,457만 달러)...씨네픽의 8월 첫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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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대하는 태도
죽음을 떠올리면 두려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 죽음을 잊고 삶을 살아간다. 죽음이 느껴지는 순간은 누군가 다른 사람의 장례식장에 가거나 큰 사고를 당하는 순간들일 것이다. 잊고 지내다가 그런 순간을 맞이하면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순식간에 두려움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죽음을 피하려 무척 조심하게 된다. 모두에게 결국 찾아오는 죽음은 두려운 존재이지만 그렇게 아주 가끔만 우리를 괴롭힌다.
만약 나의 목숨이 여러 개라면 죽음을 두려워하게 될까. 죽음은 나라는 존재의 소멸을 의미하기도 한다. 완전히 소멸해 버린다는 두려움은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게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죽었지만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조금은 더 용감하게 위험한 일에 도전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다른 도전을 하고 위험한 일들도 해나가다 보면, 어쩌면 하나의 생을 살아가는 것보다는 다른 것을 보고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목숨이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장화신은 고양이
영화 <장화신은 고양이:끝내주는 모험>의 주인공 장화신은 고양이(목소리:안토니오 반데라스)는 9개의 목숨을 가지고 있다. 영화 속 그가 모험을 하는 모습에서는 두려움의 태도를 볼 수 없다.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고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유쾌함은 그런 두려움 없는 삶에서 오는 것이다. 죽어도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확신은 그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못하게 한다. 실제로 그는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했고 그런 삶을 즐긴다.
그는 배부른 왕이나 영주를 괴롭힌다. 엄청나게 축적된 곡물과 돈을 훔쳐 하층민들에게 돌려준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위험에 처하고 실제로 그에게는 엄청난 현상금이 걸려있기도 하다. 많은 사람에게 쫓기는 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여유가 넘친다. 그런 그는 모험 중에 여덟 번째 죽음을 맞는다. 잠시 후에 다시 깨어난 그는 크게 신경 안 쓰는 것 같았지만 이제 한 번만 더 죽으면 완전히 죽게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달라진다.
그때부터 늑대 모습을 한 죽음은 장화신은 고양이를 따라다닌다. 처음 늑대를 본 장화신은 고양이의 반응은 겁에 질린 모습 그대로다. 털이 곤두서고 몸이 떨린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겪어보지 못한 공포가 그에게 찾아온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특유의 긍정적인 태도도 사라져 버린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살던 그에게 죽는다는 공포는 일반 사람이 느끼는 것에 비해 훨씬 큰 것처럼 보인다.
사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죽음을 종종 겪는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마음을 아프게 하고 또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평소에는 죽음에 대해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을 살다가 어느 순간 죽음이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때가 있다. 모두의 목숨은 하나지만 매번 죽음의 공포 속에 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장화신은 고양이에게 죽음은 전혀 생각하거나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잠자는 것처럼 잠시 기절했다 깨어나는 과정이 죽음을 느낄 수 있는 전부였기에 8개의 목숨까지 그는 죽는다는 공포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죽음 앞에 두려워하는 장화신은 고양이의 극복기
영화가 보여주는 겁에 질린 장화신은 고양이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그는 겁에 질린 나머지 자신이 살아오던 삶의 모습을 포기해 버린다.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왔던 명성과 이미지를 모두 버리고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곳으로 숨어버린다. 그가 다른 고양이들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모습 속에는 삶의 활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장화신은 고양이가 공포로 인해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는 과정이 무척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영화에는 강아지 페로가 장화신은 고양이가 같이 모험을 하게 된다. 페로는 어린 시절부터 버림받았던 캐릭터이다. 그런데 그의 삶의 태도는 무척 긍정적이다. 자신은 늘 버림받았고 운이 안 좋았으며 죽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삶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친구들에게 버림받으면서도 친구들의 장점을 말하는, 다르게 보면 바보 같은 캐릭터다. 하지만 그런 점 때문인지 그에게는 두려움이나 공포가 적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해 친구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자신의 목숨은 하나뿐이지만 다시 아홉 개의 목숨을 가지고 싶어 하는 장화신은 고양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돕는 페로의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다.
장화신은 고양이가 자신의 삶에 처음 찾아온 죽음을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할지 모르는 캐릭터라면 페로는 그가 어떤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약간은 달관한 듯한 페로의 모습은 오랜 삶을 살았던 장화신은 고양이보다 더 성숙해 보인다. 그에게 중요한 건 지금의 삶이고 자신의 옆에 있는 친구들이다.
드림웍스사가 오랜만에 내놓은 영화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은 <슈렉>의 조연으로 등장했던 장화신을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두 번째 영화다. <슈렉>의 세계를 좀 더 확장하여 보여주는 이 영화는 장화신은 고양이와 강아지 페로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과 삶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고 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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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니까 떠난다는 개소리
사랑은 무엇일까. 사랑은...
사랑은 전칭명제로 규정할 수 없다. 그것은 언제나 개별적인 사례로(만) 존재한다. 그래서 '사랑은 무엇이다'라고 말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며, 다만 '무엇도 사랑이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신형철 - <정확한 사랑의 실험> 中절대적이지 않으며 항상 개별적으로 존재한다. 귀납적으로 증명할 수 밖에 없다. '이것도 진정 사랑일까?'라는 당신의 고뇌에 절절한 사랑을 했던 로미오와 줄리엣도, 시대의 사랑꾼으로 여겨지는 최수종 씨도 정답을 줄 수 없다. 자신의 감정이 사랑을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내가 사랑이라고 느끼면, 누가 뭐래도 그것은 사랑이 된다.) 천 만명이 사랑을 한다면, 천 만 가지의 사랑이 있다. 사랑을 노래하는 작품이 넘쳐나는 이유는 이러한 사랑의 귀납성과 맞닿아있을 것이다. 창작의 출발은 독창성이기에, 아무래도 사랑은 창작의 재료로써 제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정의하려는 시도는 늘 존재해왔다. 현대 통용되고 있는 사랑의 보편적 속성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타자(Otherness) - 사랑은 나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다. 타인을 목적 그 자체로 존중한다.
초월(Transcendence) - 사랑은 개인적 이익, 자기보존을 넘어선다.
배타(Exclusivity) - 사랑은 특정 대상을 향해 독점적으로 집중한다.
욕망(Desire) - 사랑은 갈망을 내포한다. 단순한 소유가 아닌, 존재 자체에 대한 갈망.
시간(Temporality) - 사랑은 순간적 열정(eros)일수도, 지속적 신뢰(agape)일 수도 있다.
윤리(Ethicality) - 사랑은 타인의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윤리적 긴장을 동반한다.
취약(Vulnerability) - 사랑은 스스로를 드러내고 다치기 쉬운 상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여러 속성 중에서도 다수가 이견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배타성일 것이다. 사랑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두 사람 사이에서 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다자 간의 사랑은 박애라고 칭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넌 내 꺼야.
배타성의 위반은 사랑에 중대한 위기를 초래한다. 배타성은 사랑의 속성 중 그 어떤 것보다 엄격하게 도덕적 판단을 받는 경향이 있다(불륜은 관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복잡한 개념 속에서, 유일하게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간통이라는 죄목의 법적제재가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 중요성이 더욱 명백해진다.
<헤어질 결심>은 배타성을 어긴 두 사람의 사랑을 다뤘다는 점에서 관객평이 극단으로 나뉘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불륜 vs 절제를 통한 품겨있는 사랑'
한국에서는 결혼했다고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
영화 속 해준과 서래는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서로에게 끌렸다. 배신자의 비겁함을 애틋하게 포장해 미화한다는 입장과 선을 지키면서 감정에 솔직한 인간적인 이야기라는 입장의 충돌이다. 무엇이 옳다고 말할 수 없다. 도덕적 판단과는 별개로 분명한 것은, 해준과 서래는 서로에게 사랑을 느꼈다는 점이다. 두 인물의 행태를 절대적으로 비난하거나 옹호하는 것은 사랑을 명제화하는 어리석은 일이다. 다만, '그것도 사랑이었겠거니' 라며 이해해볼 뿐이다.
서래는 위 대사를 통해 사랑의 배타성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지지만 논리적으로는 타당하게 들린다. 결혼은 사랑의 종착점으로 여겨진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평생을 함께한다는 숭고한 서약이다. 그렇다면 결혼한 사람의 삶에 더 이상 새로운 사랑은 없는 걸까? 설렘을 주는 새로운 사랑이 찾아올 수 있다. 사랑은 감정의 한 갈래이며, 감정은 늘 죽 끓듯 변덕스러운 속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혼 후에는 새로운 사랑이 '없어야 한다'는 당위에 더 가깝다고 말해야겠다. 마음이 피어나는 것을 사람의 의지로 막을 수는 없으므로. 그러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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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는 해준과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쓰레기같은 남자만 골라 결혼을 했다. 물리적으로라도 떼어내야 충동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 그게 더 우아한 방식이니까. 해준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일테니까. 해준은 깨끗한 사람이라서 늘 선을 지킨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잠복을 하고 창 너머로 살펴보고 중식 볶음밥을 해준다. 그것이 해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다.
살인과 피가 있어야 행복한 해준에게 서래는 영원히 피의자여야 한다. 그래야 깨끗하게 사랑할 수 있다. 해준은 서래를 끊임없이 의심해야한다. 그러면서도 붕괴되지 않기 위해 진실을 좇아야 한다. 서래는 끊임없이 무고를 증명해야한다. 감방에 들어가면 해준을 아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사건이 종결되지 않기 위해 고의적으로 해결을 지연시켜야 한다. 두 사람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사건이 해결되기를 바란다. 해준은 붕괴되지 않기 위해서, 서래는 감방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 두 사람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사건이 미결되기를 바란다. 깨끗하게 사랑하기 위해서.
기도수 살인사건이 해결되고 해준은 붕괴했다. 왜. 사건이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또, 사건이 잘못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사건이 해결되므로써 해준은 서래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서래가 사무쳐서 해준은 괴롭다. 사건이 잘못 해결되므로써 해준은 품위를 잃었다. 여자에 미쳐서 직업윤리를 잊었기 때문이다. 왜 그런 쓰레기 같은 남자를 만나서 고생했을까. 경찰에 신고를 하면 되었을 것을. 왜 경찰을 믿지 못해서 직접 사람을 죽이고 이 지경까지 왔는가. 해준은 여기서 멈춘다. 서래의 과오가 담긴 휴대전화를 바다 깊은 곳에 던지라고 말한다. 그래도 서래의 안녕을 바랐기 때문일까. 죄책감과 수치심에 몸부림치면서 지난날을 부정한다. 서래는 우리 일을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 서래는 아직 '우리'의 일을 바다에 봉인할 생각이 없다.
서래는 해준 앞에 다시 나타났다. 새로운 쓰레기 남자와 함께. 그리고 그 남자를 또 죽인다(죽게 만든다). 해준은 서래에게 다그친다. 이러려고 이포에 왔느냐고. 해준은 복잡해진다. 왜 또 쓰레기같은 남자를 만났을까. 그 쓰레기 남자는 왜 또 내 관할구역에서 죽었을까. 나를 또 무너뜨리려고 이러는 걸까. 내가 보고 싶어서 온 걸까. 서래는 비슷한 방식으로 무고를 증명한다. 해준은 더 엄격한 방식으로 서래를 의심한다. 이번에는 해준이 승리한다.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서래는 명백한 살인범이 됐다.
핸드폰 두 개가 해준에게 돌아온다. 하나는 서래의 과오가 담긴 것, 다른 하나는 해준의 사랑이 담긴 것. 해준은 서래를 지키기 위해 과오가 담긴 휴대전화를 바다 깊은 곳에 버리라고 했다. 서래는 해준을 지키기 위해 사랑이 담긴 휴대전화를 바다 깊은 곳에 버리라고 했다. 바다 깊은 곳에 빠져 아무도 찾지 못하면 우리 둘 만 아는, 영원한 사랑이 될 테니까. 그리고 서래는 제 자신을 바다 깊은 곳에 묻는다. 자신이 몰고 온 모든 사건을 미결로 남기기 위해서. 해준에게 영원한 피의자로 남기 위해서. 더 이상 헤어질 결심을 할 필요가 없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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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준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 사랑은 끝이 났고, 해준의 사랑이 끝났을 때 서래의 사랑이 시작됐다. 해준은 붕괴하면서 사랑을 남겼고, 서래는 그 붕괴를 단서삼아 사랑을 틔웠다. 다시 서래는 해준을 재건하고자 소멸을 택했고, 해준은 안개 속 영원한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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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랑은 영원하다. 어떤 사랑은 채 5분이 걸리지 않고, 어떤 사랑은 이어지지 않아서 아름답다.
사랑할 결심을 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지만, 사랑을 완결하는 것은 죄가 된다. 결심은 미완이다. 아직 행해지지 않았으므로. 마음을 먹었다고 해서 행동을 보장하지는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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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니가 어릴 적 만났던 괴물 [몬스터 콜과 BENEE의 Monsta] (가사/해석/lyrics)
매일 밤 우릴 찾아오던 괴물,
어쩌면 우리가 부른 게 아닐까?
A Monster Call X Monsta FMV
*source
Benee - Monsta
몬스터 콜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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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회찬6411> 메인 예고편
시커메진 한국 정치의 판을 바꾸고자 했던 사람
서민의 언어로 그들의 속을 시원하게 대변했던 사람
함께 비를 맞으며 약자와 공감하고자 했던 사람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길 희망했던 사람
누구나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룰 수 있는 사회를 꿈꿨던 사람
지금 더욱 그리운 이름
노회찬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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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탑건 : 매버릭> 그래비티 예고편
“중력을 거스르는 리얼 그래비티 액션” 모두의 한계를 시험할 엄청난 중력에 맞선 전투기와 팀탑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