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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2025-06-08 20:27:11

아킬레스건에 발목 잡힌 무색무취 지옥도

<광장> 리뷰

 

 

과거 조직 2인자였던 한 남자가 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다시 조직의 중심부까지 들어간다는 먼치킨 액션. 동명 웹툰을 시리즈화한 <광장>은 이 한 줄만으로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소지섭이 주인공 기준 역을 맡았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는데, <영화는 영화다> <회사원>에서 보여준 그의 액션과 카리스마가 극 중 캐릭터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지섭 홀로 멱살 잡고 끌고가기엔 이 시리즈는 그 자체로 무겁고 버겁다.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조직을 떠났던 기준(소지섭)은 동생 기석(이준혁)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누가 죽였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준은 다시 조직 세계를 파헤치며 그 진실을 찾아 나선다. 한편, 이 소식을 들은 두 조직 보스 주은(허준호)과 봉산(안길강)은 기석의 죽음과 기준의 등장으로 혼란에 빠지고, 이 사건에 연관된 이들 또한 점점 조여오는 기준의 공포를 두려워하면서 어떻게든 벗어나려 한다. 

 

<광장>은 사람들을 작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두 가지를 준비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액션이다.  (원작을 보지 않았다는 걸 먼저 알린다.) 아마 원작의 팬들도 이 작품에서 보고 싶어했던 건 묵직한 액션이었을 것이다. 이에 화답하듯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자른 기석은 오로지 파워 주먹으로 승부를 본다. 스피드 보다 무게감에 방점을 둔 작품의 액션은 역시나 파워다. 극 중 기준의 주먹 한 방으로 나가떨어지는 범죄자들을 보면 판타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기준이 이 세계에서 절대자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회를 거듭할수록 그와 목숨을 건 대결을 벌이는 빌런들은 기준 보다 더 힘이 세거나 스피드가 빠르거나 발차기를 날리거나 칼을 휘두르는 이들로 구성된다. 물론, 그래봤자 기준의 주먹에 무릎을 꿇지만 말이다. 시리즈는 대비되는 상대와의 액션은 물론, 화려한 카메라 워킹과 테크닉으로 다변화를 꾀하면서 변주를 준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액션의 쾌감은 무뎌진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좀처럼 기준에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동생의 복수라는 큰 동력은 있지만, 그 이후 직진하는 액션과 분노를 느끼게 하는 접점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감정을 표출하기 보다는 꾹꾹 누르는 캐릭터 성향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물론, 약간의 플래시백이나 대사로서 이를 전달하기는 하지만 미미하다. 

 

 

 

 

 

 

 

어쩌면 이런 부분은 먼치킨 복수가 영화를 이끄는 동력이 아니기 때문으로도 읽힌다. 기석의 죽음은 휴전이란 균형을 맞췄던 광장이란 세계의 균열점일뿐이다. 정작 이 시리즈가 보여주고 싶은 건 ‘아킬레스건’이다. 원작에서 대대적인 각색을 가한 이 시리즈는 기석은 물론, 주운, 봉산 등 주요 인물들이 가진 아킬레스건을 부각한다. 기석은 동생 기준이었고, 주운과 봉산은 각각 아들 금손(추영우), 준모(공명)다. 이들은 각자의 아킬레스건을 지키고자 피를 부르는 행동을 벌이는데, 이는 이 광장 세계를 조율하는 김선생(차승원)의 등장으로 확장된다. 

 

광장이란 세계에서 유일하게 없는 건 ‘자유’다. 자유로운 삶을 꿈꾸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건 서로가 각자의 아킬레스건이자 약점, 흠집을 알고 있기 때문인데, 극 중 김선생은 이를 무기로 이 세계를 뒤에서 쥐락펴락한다. 기준은 일찍이 이 세계의 민낯을 알고 벗어나고 싶었기에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탈출했다는 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한 번 담근 이 세계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그의 인생을 애처로워 보이기도 한다.  

 

 

 

 

 

 

시리즈 특성상 긴 이야기를 구축할 든든한 소재가 필요했을 터. 감독은 각색을 통해 아킬레스건을 부각시키고, 이에 관련된 이들의 지옥도를 보여준다. 감독은 기준을 통해 이 지옥 안에서의 권력 또한 부질없고 허망하다는 것도 소개한다. 하지만 너무 이 소재에 집중한 나머지 작품 본연의 재미, 즉, 먼치킨 액션 스타일의 매력이 떨어진다. 마치 아킬레스건에 발목 잡혀 무색무취 지옥도를 보는 듯한 재미랄까. 벌써부터 원작팬들의 냉대를 받고 있는 상황은 아쉬움을 남긴다. 

 

극 강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소지섭의 노력은 화면 밖으로 튀어 나올 정도다. 다양한 공간 안에서 펼치는 액션의 매력은 덜하지만, 이를 멱살잡고 끌고 간 그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그 외 스테레오타입의 주요 인물들의 활용성은 아쉽다. 그나마 금손 역을 맡은 추영우의 연기가 새로웠는데, 왜 그가 최근 감독들의 러브콜을 받는지 몸소 보여준다. 

 

 

 

덧붙이는말: 총 7부작인 <광장>은 빨리감기 유혹에 쉽게 빠질 시리즈다. 그럼에도 1부, 4부, 7부는 되도록 정속으로 보길 바란다. 뭐 선택은 자유지만. 

 

사진 출처: 넷플릭스

 

평점: 2.5 / 5.0 
관람평: 아킬레스건에 발목 잡힌 무색무취 지옥도

작성자 . 또또비됴

출처 . https://brunch.co.kr/@zzack0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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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 쿠니
    2020.10.13. 19:14

    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쿠니
    2020.10.13. 19:14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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