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8-14 11:36:08
공드리 감독의 세상만사 솔루션 4
<공드리의 솔루션북> 개봉!
공드리 감독이 제시하는 세상만사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세계가 인정한 천재 감독과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감독을 동시에 해내는 주인공 ‘마크’를 통해
미셸 공드리의 창작 노트를 엿볼 수 있는 작품
<공드리의 솔루션북>이 오늘 개봉했습니다
극장에서 만나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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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책 속의 등장인물이 현실에 나타났다
- 6명의 등장인물Six CharactersCast감독: M.L. 뿐드헤바놉 데와쿤출연: 마리오 마우러, 탁손 팍숙차레른, 케마닛 짜미콘, 나타폰 떼미락, 챠이야폴 줄리언 포우파르트, 빠껀 찻버리락Synopsis긴장감이 감도는 영화 세트. 호러영화를 촬영하려는 감독은 무척이나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제멋대로인 배우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와중에 갑작스럽게 정체불명의 여섯 명이 등장한다. 그리고 자신들은 죽은 작가가 남긴 작품의 등장인물들이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감독은 낯선 이방인들을 비웃지만 결국 그들이 말하는 치명적인 가족의 이야기에 도취되기 시작한다. (출처: 부산국제영화제)Review부산국제영화제에 태국 영화의 등장이라, 재밌어지겠네.드라마 <상속자들>의 대사 ‘사학루등’을 아시나요? “사탄들의 학교에 루시퍼의 등장이라, 재밌어지겠네.” 드라마가 종영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큼 센세이셔널한 대사인데요. 감히 이 대사를 패러디할 정도라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대된 태국 영화를 향한 제 기대감이 얼마나 컸는지 충분히 느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태국의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탓인지, 좌석이 매진되어 하마터면 영화를 보지 못할 뻔했습니다. 상영 직전에야 겨우 표를 구할 수 있었죠. 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설레는 마음을 안고 부산 영화의전당 소극장에 들어섰습니다. 낯선 태국어만큼이나 생경하고 신선한 영화 <6명의 등장인물>을 소개합니다.⊙ ⊙ ⊙감독, 배우, 그리고 인물(Character)의 이야기<6명의 등장인물>은 이탈리아의 극작가 루이지 피란델로의 희곡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 작품을 ‘영화에 관한 영화’라는 키워드로 소개하는데요. 정말 그렇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인 감독과 배우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이 사람들도 빼놓을 수 없죠. 우리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을 떠올릴 때 흔히 생각하지 못하는 존재, 바로 이야기 속 인물들입니다.이 영화의 골자는 원작과 유사합니다. 죽은 작가의 등장인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작품을 준비 중인 연출진과 배우들 앞에 나타나 자신들의 삶을 설명하고 호소하죠. 극을 이끄는 건 감독과 배우여야 마땅하나, <6명의 등장인물>의 흐름을 쥐고 흔드는 건 책 속에만 존재해왔던 인물들입니다. 연출진과 배우들은 어느 순간 관객이 되어, 배우보다 더 배우처럼 격렬하게 무대를 장악하는 인물들을 그저 지켜봅니다. 누군가에 의해 표현되어야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던 그들은 고삐 풀린 듯 자신들의 이야기를 토해냅니다. 독자 또는 관객의 흥미에 따라 외면되곤 했던 인물들의 숨은 사정을 조명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 ⊙원작의 철학을 녹여내는 이 영화만의 방법영화 촬영장이라는 한정된 공간, 6명의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스토리텔링되는 사건,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 관객을 향한 독백 같은 대사, 지나치게 화려한 의상들과 짐짓 꾸며낸 듯한 과장된 제스처와 말투까지. <6명의 등장인물>은 어찌 보면 조악한 연극 같아 보입니다. 극의 전개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합리적인 데가 하나 없습니다. 영화를 찍으려고 모인 사람들이 영화를 찍기는커녕, 어디선가 난데없이 나타난 인물들의 이야기에 속절없이 빠져버리는 것만 해도 그렇습니다.원작자 루이지 피란델로가 자신의 예술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철학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영화의 접근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실은 헛되고 실체가 없다”고 말한 피란델로는 인간의 부조리를 내용으로 하는 작품을 많이 썼거든요. 작가가 정해놓은 대로 살아가는 인물들마저도 진실의 일면만을 설파하며 새로운 현실을 창조해내려 한다는 ‘의붓딸(6명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의 고백에서 피란델로의 철학이 직접적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무의미하고 불합리함으로 점철되어 어느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어느 것이 현실이고, 이야기인지, 누가 배우이고, 인물인지 끊임없이 모호하게 하는 <6명의 등장인물>. 아마도 이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과한 연극적 요소와 조악함, 불합리함 등은 루이지 피란델로의 작품을 영화적 방법으로 표현해내기 위한 선택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누구나 한 번쯤 해볼 만한 상상에 인간의 부조리에 관한 깊이 있는 탐구를 더한 작품, <6명의 등장인물>. 이야기 속 인물이 현실에 존재한다는 상상은 뻔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도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놀라웠습니다.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태국어 원제 <มายาพิศวง>를 안 살펴볼 수 없죠. มายา는 기만이나 속임, พิศวง는 기이하게 느끼거나 의혹을 품는 것을 뜻합니다. 결국 기이한 속임, 의심스러운 기만으로 풀어볼 수 있는데요. 이 영화에 대한 한 줄 평을 해야 한다면 딱 저 제목을 빌리고 싶습니다. “기이한 속임과 의심스러운 기만.” 6명의 등장인물의 터무니 없는 이야기가 혹시 기만은 아닌지 의심하다 보면, 진실과 거짓, 현실과 이야기를 오가는 기이한 속임을 경험하는 작품. 제목처럼 묘하고 매력적인 영화였습니다.Schedule in BIFF2022.10.06(목)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16:302022.10.07(금) 영화의전당 소극장 12:302022.10.09(일)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13:30부산국제영화제 기간: 10월 04일 -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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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남일같지 않은 인도판 쿠팡맨들의 비애
감독: 난디타 다스(인도)
출연: 카필 샤르마, 샤하나 고스와미, 투샤르 아차와르
시놉시스 : 오늘도 가정을 위해 일하는 한 배달 기사가 있다. 그는 한때 공장 관리자 였지만 해고당하고 8개월을 백수로 살다 배달앱 '지가토'의 기사가 된다. 하루의 열 건 이상의 배달을 목표로 뛰어들지만 그는 고객들의 평점 노예가 되어 하루하루 지쳐간다. 와이프에게 사회 생활의 힘듦을 강조하며 그녀의 취직도 은근슬쩍 막는 사이에 그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은 점점 돌덩이 같이 무거워진다.
가난이란 굴레 마나는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오늘도 돈을 벌러 간다. 하지만 와이프가 일하는 것에 불만이 많다. '남자는 바깥에서 일하는 사람', '여자는 집안일에 내조를 잘해야 하는 사람'이란 전통적인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답답한 사람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의 책임감이 참 갑갑했다. 가족을 살려야 한다는 선한 의지를 갖고 살지만 전통적인 관념에 갇혀 마땅히 다른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 영화를 보는 동안 웃픔을 넘어 점점 그가 안타까웠다. '가난의 슬픈 점은 마음이 각박해진다는 데 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들에게는 취향이 사치이기에 다양해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나를 보면서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은 살아오면서 다른 선택지를 제공받은 적이 없어 변화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계층일 수 밖에 없겠구나 생각했다. 영어를 몰라 취업 계획에 대해 검색조차 할 수 없는 그를 성실이라는 단어 말고는 다른 키워드를 떠올릴 수 없도록 프로그래밍한 것은 결국 가난이 아닐까.
2. 카스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도는 아직도 카스트 제도가 실질적으로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카스트 제도가 없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공감 포인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눈에 띄는 신분은 없어졌지만 돈으로 급이 정해지는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허덕이는 사람은 세계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일자리 문제가 없는 나라는 없기에 이 영화는 인도의 특수한 문제라고만 볼 수 없다. 선진화된 기업 문화처럼 보이는 수많은 어플리케이션 기업들의 고용 보장이 명확하지 않은 점,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놔도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현상 등 생각보다 현실은 잘 꼬집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그랬듯이 가난한 사람들을 소재로 했을 때 파급력이 강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이만큼 보편적인 소재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편적인 만큼 담백하게 담아내야 하는 소재라고도 생각한다. 근데 이 영화는 유머러스함과 짠함과 동시에 그리고 직접적으로 사회를 향해 표현하는 메시지가 특징적이다. 하지만 그 메시지가 마냥 불편하지만은 않다.
3. 노골적이지만 신파는 아닌 직접적인 메시지가 불편하지 않았던 것은 왜일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노골적으로 노동자의 비애를 보여주고 기업을 비판하는 입장을 표현하는 영화인데도 이 영화 속 인물들이 신파로는 보이지 않았다.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감정에 호소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희망은 있다'라는 메시지를 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영화의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유머러스하게 배달 기사들의 아픔을 풀어내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가볍게 볼 만하지만 킬링타임용이라고 하기엔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 중간을 잘 줄다리기한 영화라고 본다. 총평 우리나라의 70년대를 겪으신 분들과 80년대를 겪으신 분들 그리고 90년대를 겪으신 분들의 사고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빗대어 체감할 수 있는 영화였다. 더 가난했던 시절을 겪었던 사람일수록 지금이 가난하지 않는데도 마음이 계속 가난하신 분들 꾸준히 봐왔던 경험이 단박에 이해가 되는 영화였다고나 할까.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큰 감동과 울림이 있어 기분 좋게 보고 나온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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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썬더볼츠*>: 공허한 우울의 미로에서 널 구할 결심
어벤저스는 아이언맨으로부터 시작해 아이언맨으로 끝났다. 남아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시점이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어벤저스와 타노스의 핑거 스냅으로 인한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 누구든 어벤저스와 타노스의 핑거 스냅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CIA 국장으로 있는 발렌티나 알레그라 드 폰테인의 한마디가 인상적이다.
”어벤저스는 안 옵니다“
맞는 말이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이 영화는 어벤저스에 대한 영화가 결코 아니다. 어벤저스와 옷깃 한 번 스쳐봤을까 싶은 나머지 사람들의 이야기다. 엔드게임 이후 여러 시리즈와 영화를 개봉하며 빌드업을 쌓아온 마블의 첫 완성작이라고 볼 수 있는 썬더볼츠. 이들의 이야기는 무엇으로 시작될까.
공허함이라는 미로에 빠진 기니피그
IMDB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짙게 깔려있는 공허함이라는 감정에서 시작한다. 공허함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날 괴롭히고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 옐레나가 느끼는 공허함도 그러하다.
아이언 슈트와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와의 독특한 부자 관계를 가진 아이언맨, 페기 카터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가슴속 깊이 지켰던 캡틴 아메리카,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로키와 얽힌 사연을 가진 토르까지. 어쩌면 이들이 겪었던 것도 일종의 공허함의 범위에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어벤저스도 이러한 인간적인 문제들을 겪고 극복하며 진짜 히어로로 각성했다.옐레나를 포함해 이번 썬더볼츠의 등장인물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차이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게 이 영화의 포인트다. 어벤저스는 각자 지닌 문제를 스스로 극복했었다. 하지만, 썬더볼츠의 구성원들은 대단한 기술 능력을 얻거나 새로운 깨달음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인간적인 방식으로 상실과 결핍 그리고 공허함에 직면하며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각자의 감정과 이야기를 공유하고 함께 위로한다. 옐레나를 선두로 썬더볼츠 인원들은 밥의 깊은 내면에 들어가 그를 그의 우울의 방에서 꺼내고자 애쓴다. 힘을 내야 해 따위의 위로가 아니다. 그 사람의 내면 깊은 곳을 살핀다. 거기서 같이 싸우고 같이 상처 입으며 우울의 미로에서 다 같이 나오려고 한다.
IMDB초인적인 힘을 가진 영웅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각자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지니고 있고, 투덜거리면서 때로는 우울하다고 이야기하는 형 누나들이 두 팔 걷어 도와주는 모습이랄까. 나도 그랬었지, 너도 그랬었구나 하며 도와주는 모습에 가까워 보였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줬던 감동과는 달리 좀 더 와닿는 감동이 아닐까 확신한다. 특히, 썬더볼츠가 우울의 미로와 방을 도장 깨기 하는 장면은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인상적이다.
위는 영화 내적으로 바라봤을 때의 이야기다. 사실 공허함이라는 것을 주인공들만 느끼진 않을 터다. 그 주체를 마블과 마블 팬들로 바꿔서 이야기하는 것도 어색하진 않다. 마블은 아이언맨부터 시작해 어벤저스 엔드게임까지 다시없을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지금의 썬더볼츠 까지, 스파이더맨을 제외하면 마블은 매 작품에서 혹평을 받았다.
관객 기대치에 못 미치는 영화로 하향곡선을 5년 이상 타왔다. 얼마 전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역시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으니까. 마블 역시 과거의 영광과 비교되는 현재 위치에서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다양한 시도는 하는데, 팬들이 좋아하지 않으니 말이다.마블뿐만 아니라 마블 팬들도 나름 공허하지 않을까. 높아진 진입장벽은 늘 빠지지 않는 주제가 되었다. 이로 인해 일반 팬들에 대한 마블의 외연 확장은커녕 팬층 자체가 얇아졌다 과하게 해석하면, 지난 10여 년 동안 일 년에 한두 번은 마블 영화를 보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을 관객들이 현재는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니까.
오죽하면, 속는 셈 치고 또 본다는 말이 나올까. 더 이상 새로운 추억거리가 쌓이지 않으니 이건 이거대로 기분이 상하는 일이다. 이런 팬심을 아는지, 썬더볼츠의 엔딩 크레딧에선 셀프디스와도 같은 내용의 장면들을 넣어놨다.(물론, 극의 내용에 따른 극안에서의 반응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완성도와 평가를 제쳐두고 마블 팬들의 마음이 어떤지 감독은 공감하고 있다는 것 같기도 하다.IMDB
이런 측면에서, 썬더볼츠는 마블과 팬들에게 은유적인 영화다. 이를 드러내는 또 다른 장면이 있다. 옐레나와 기니피그 장면이다. 미로에 갇힌 기니피그는 등장인물들을 의미하기도 하면서 앞으로의 이야기에 대한 복선이자 마블과 마블 팬들까지 투영한 장치로 보였다.
썬더볼츠 주인공 각자가 결핍과 공허라는 미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마블 역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발버둥 치고 있지만 여전히 같은 자리를 멤돌 뿐이며. 새로운 마블을 관람한 팬들의 마음이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들을 의미하는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옐레나에 의해 실험실 미로에 갇힌 기니피그가 구출되는 장면에서는 소박한 희망도 엿볼 수 있었다. 옐레나를 선두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 썬더볼츠가 결성되는 모습을 통해 이 영화, 썬더볼츠가 어벤저스라는 과거의 영광이라는 미로에서 마블과 마블 팬들을 꺼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감독의 소박한 희망 말이다.
마블이 지금까지 실험해온 엔드게임 이후의 여러 영화들처럼 그저 실험적인 시리즈로만은 남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물론, 미로에서 성공적으로 탈출했는지 아닌지는 온전히 관객들이 평가하겠지만.마블, 부활했나?
아무리 좋은 영화라고 해도. 보는 사람에 따라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썬더볼츠도 마찬가지다. 지속적으로 이야기가 나오지만, 높아진 진입장벽은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계속 심해질 거다. 이제 마블 영화는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몇몇 캐릭터의 쓰임이 아쉽다. 태스크마스터의 죽음이 대표적이다. <블랙 위도우>편에 처음 등장하며 나타샤 로마노프와 대등한 수준으로 그려졌었는데, 극 초반에 너무 쉽게 사망한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 캐릭터를 등장시킨 이유를 잘 모르겠다.IMDB다음은 레드 가디언이다. 시종일관 영화의 분위기 메이커로 그려진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따지면 드렉스와 비슷한 인물이다. 힘도 세고, 나름대로 개그를 시전하는 모습까지. 하지만, 썬더볼츠에서 계속 ”위 아 썬더볼츠“ 라고 힘주어 말하는 역할과 일부 코믹한 내용을 빼면 역시 어떤 맥락에서 이 캐릭터를 이해해야 할지 갸우뚱하게 된다. 그저 재미만 있으면 되는 건가? 아니면, <블랙 위도우>에 등장했고 거기서 옐레나와의 관계는 다 설명했으니까 이 캐릭터는 이 정도로 사용해도 된다는 건가 싶었다.
IMDB
고스트도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태스크마스터 말고 고스트가 극 초반부에 사망했다고 한들, 영화의 큰 흐름이 달라지지 않았을 것 같다. 태스크마스터 만큼 고스트의 역할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는 답변을 내놓기가 어려운 애매한 캐릭터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센트리. 밥이 센트리로 잘못 각성하는 부분에서 센트리 능력에 대한 설명이 부실했다.
검은색과 어둠을 특징으로 하는 센트리라서 그런 능력이 나온 것이라는 추론 정도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정도로 퉁치려고 한 거라면 감독의 섬세함이 아쉬워지는 부분이다. 그리고 밥의 가정불화 문제가 타노스 이상의 힘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센트리로 각성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된다는 것도 생각해 보면 이게 맞나 싶다.
이런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소소하게 재미있는 장면들도 많았다.
특히, 여러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잘 활용했다고 생각한다.극 초반 옐레나의 실험실 액션 장면은 누구나 알 수 있듯 올드보이의 장도리씬을 오마주 한 것으로 보인다. 마블에서 올드보이를 오마주 했다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버키가 오토바이를 타고 유도탄득 한 손에 들고 질주하는 장면은 터미네이터를 떠올리게도 했다.
IMDB
모처럼 버키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흡족했다. 그리고 스타크 타워를 향해 운전하는 버키에게 레드 가디언이 계획이 있냐고 묻는 순간에 타고 있는 차량을 냅다 건물 입구로 박아버리는 장면은 다크나이트 조커의 스쿨버스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짭-캡틴 아메리카 존 워커 전투씬의 한 장면은 스티브 로저스와 윈터 솔저가 도심에서 싸우는 장면을 오마주 했고. 센트리가 총알을 막는 장면에서는 매트릭스가 떠오르기도 했다. 총알 멈추는 장면이야 많이 재생산된 거라서 이제는 오마주라고 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스타크 타워에서 엘리에베이터로 움직이는 장면은 어벤저스 모습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이상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번 작품만으로는 과거의 추억과 영광을 원하는 마블을 구하기엔 힘에 부쳐 보인다. 그리고 마블 팬들을 새로운 챕터로 확실하게 이끌어 갈지도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블이 조금은 정신 차린 건 아닐까 하는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썬더볼츠이자 새로운 어벤저스가 어떤 이야기를 그려 나갈지 기대되는 작품이긴 하다.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기존 히어로 영화답지 않은 서사와 연출이 돋보인 영화였다. 속 시원한 재미는 없을지는 몰라도 깨알 재미는 충분하니 극장에서 보기에는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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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임의 예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Cinelab Curation]❣️
여러분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좋아하시나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영상 촬영 기법 중 하나인데요.
한 프레임마다 촬영하여 이어 붙여 영상을 만든다는 특성 때문에 애니메이션이라고 불린다고 해요.
오랜 시간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지며 특유의 감성을 지닌 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는 기법인데요!
얀 슈반크마예르 감독처럼 실사에 스톱모션 기법을 더하여 인상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지만,
오늘은 대부분의 분들이 익숙해하실 클레이 또는 퍼펫으로 만들어진 스톱모션 작품들을 가져와 봤어요!
오늘 큐레이션을 통해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살펴보시고 안 보신 작품이 있다면 한번 도전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스톱모션 자체가 무척 힘든 제작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작품 비하인드를 찾아보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방식이 될 것 같죠?🤭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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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볼모 삼지 말지어다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동반자, 반려 등의 뜻으로 사용되는 단어 ‘Companion’ 은 그 어원을 살핀다면 같이 밥을 먹는 사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한 식탁에서 빵을 나눠 먹으며 인생을 함께 살아나가는 동반자 말이다. 요즘 사회는 그런 동반자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을까.
영화는 오프닝 타이틀이 뜨기도 전에 앞으로 펼쳐질 전개를 예고한다. 주인공 ‘아이리스(소피 대처)’는 머릿속 안개가 사라진 것만 같은 개운함을 느끼며 자신의 단 하나뿐인 사랑 '조쉬(잭 퀘이드)'를 만난 것과 그리고 그런 조쉬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게 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본격적으로 영화의 무늘 연다. 그리고 그런 아이리스와 조쉬가 자동주행 차에 올라 그의 친구들과 외딴 별장에서 조우한 뒤 아이리스가 첫 살인을 저지르기까지 영화는 채 30분을 보내지 않는다. 그렇다 아이리스는 사실 반려로봇 즉, 보급형 섹스봇이며 영화 속 세상은 자연스럽게 자동주행을 이용할 정도로 기술이 보편화 되어있는 세계관이다. 이러한 세계관 아래 영화는 로봇이라는 소재로 아주 영리하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의제들을 불러온다. 하나는 AI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형 로봇이 추후 가져오게 될 미래이고 또 다른 하나는 데이트 폭력이다. 자칫 엮이지 않을 것 같은 두 개의 소재는 아이리스라는 캐릭터를 통해 융화된다.
사실 첫 번째의 경우 해당 영화에서 역시 오마주 한 바 있는 <터미네이터> 때 부터 논의되어왔기에 그렇게 신선할 구석이 있지는 않다. 우리와 닮았으나 결국은 다른 개체에 대한 공포는 늘 있어왔으며 AI의 발전과 함께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왔을 뿐 영화 소재로써는 단골 소재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영화는 으레 공포 장르에서 그러했듯이 공포의 대상이였어야만 했던 아이리스를 다르게 묘사하는데 그렇게 차이점이 빚어지게 된다. 인간형 로봇은 결코 인간과 동일한 취급을 받지 못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수단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있어서는 물체화 되거나 만일 감정을 갖게 된 순간 엘리와 패트릭처럼 이는 어떠한 사회적 결심이 수반 되어야 한다. 하지만 역시 자신의 입맛대로 작동 개시와 중지를 명할 수 있는 것은 결코 평등한 관계라 할 수 없다. 반려로봇이 소유자에게 사랑 외에 다른 감정을 가질 수 없는 것 역시 일방적이며 폭력적이다. 그렇게 <컴패니언> 속 아이리스와 패트릭은 계속 하나의 물건처럼 대해진다. 소유주가 바뀌면 맹목적인 사랑의 대상 역시 바뀌며 반항 할 경우 폐기처분의 대상이 된다. 또한 어쩐지 아이리스에게 소극적이던 조쉬의 행동은 아이리스가 로봇임이 밝혀짐과 동시에 정당화 되는데 그렇게 정당성이 확보된 순간 인간은 결코 프로그래밍 된 AI를 수단 그 이상으로는 생각 하지 않는다는 현실이 여실히 드러나게 된다. '넌 그러라고 있는 거잖아', '허락 받았어' 와 같은 명백한 소유주와 같은 인물의 허가만 있으면 멋대로 다룰 수 있다는 세르게이의 대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아이리스는 날씨알림이, 모닝콜 등에 지나지 않는 존재로 묘사된다. 하지만 영화는 비록 의도된 상황이나 편리에 의해 설계된 아이리스에게 저항이라는 일종의 경험의 계기를 선사함으로 메세지를 전달한다.
그렇다면 왜 이 이야기는 살인 로봇의 대학살극처럼 전개되지 않을까. 공포 장르 특성상 그동안 보아온 것들에 비해 아이리스의 행보는 다소 소극적이다. 그녀의 끝내주는 살인기로 진행되지 않는 이유는 그녀를 단순 살인머신 즉 악인으로 남게 하지 않으려는 설계이기도 하다. 이제 막 사랑을 깨달은 엘리를 죽인 것 역시 쾌락 살인보단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방위의 살인처럼 묘사된다. 지능을 100으로 늘린 상태의 아이리스가 폭주하지 않게 ‘아이비리그 재학생’ 정도로 제한하는 묘사가 들어간 것도 그에 대한 연장선이다. 이 영화는 아이리스를 명백하게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 적어도 조쉬보다도, 이 영화에 등장하는 그 누구보다도 그녀를 사람이라 설득시키고 있는 것이다.
즉 이 ‘기계 여자친구’ 일명 섹스봇은 명확한 메타포를 갖고 있다. 애인을 애인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이들. 사랑을 자신의 이익 달성을 위해 수단으로 사용하던 이들은 기계 앞에서 더욱 가열차게 자신의 욕망을 드러낸다. ‘싫어’ 라는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의견만을 피력하거나 수치심을 주는데 거리낌이 없다. 그야 조쉬에게 아이리스는 감정을 느끼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리스에게 계속 감정을 느낀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비웃는 조쉬에 대사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어쩐지 그녀의 혼란스러운 표정에 동조하게 된다. 영화가 그렇게 프로그래밍 된 모습보다 배신 당한 연인의 모습을 더욱 조명하며 조쉬에 의해 작동 중지될 아이리스의 위기를 더욱 체감하게 하기 때문이다. 아이리스가 기계임에도 불구하고 조쉬에게 속절없이 당하며 도망다니는 모습이 더욱 부각되는 이유 역시 이와 상통한다. 아이리스의 위기를 체감할 수록 관객에게 아이리스는 더 이상 단순 기계가 아니다. 아이리스는 연인을 수단으로 다루는 이들에게 가스라이팅 당하는 여성인 것이다. 비록 아이리스의 대사를 통해 그녀가 조쉬를 죽일 미래가 예고되어있음이 보여도 아이리스가 당하는 수치와 고통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런 그녀의 반항을 시종일관 가로 막는 것은 다름 아닌 삽입된 기억, 사랑인 것 역시 이러한 부분의 연장선이다. 어쩌면 아이리스를 비롯한 반려로봇들에게 심어진 이 '첫 만남'의 기억은 사랑의 당위성이자 폭주 제어 장치로 설계될 것일지 모른다. 연인의 폭력 앞에서 피해자가 무력해지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그러한 사랑이다. 첫 만남과 같은 다정한 추억, 감정을 볼모 삼아 가장 마지막의 순간까지 조쉬는 결코 아이리스가 자신을 죽이지 못할 것이라 거들먹 댄다. 하지만 비로소 그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되찾고자 하는 아이리스의 의지는 강하다. 이는 다름 아닌 영화가 가장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인 것이다. 폭력으로 해방된 이는 특정 프레임이 강요된 다른 반려로봇에게 청사진이 되어준다.
이 기묘한 해방에 대한 영화는 현재도 끊임없이 업데이트 되고 있는 뉴스들과 아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데이트 폭력, AI의 남용과 지나친 수단화 같은 의제들은 앞으로 수그러들기는 커녕 더욱 가속화 될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공포 내지는 블랙 코메디의 장르성을 영리하게 살린 해당 작품이 이러한 의제들을 소재 삼아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사랑을 볼모 삼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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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은 두려움을 먹고 자란다.
이 글은 영화 [한산]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고생 좀 해 봐라.
선배 이순신이 후배 이순신에게 조언과 애정, 그리고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한 약간의 투정을 담아 건넨 단 한 마디였을 것이다. 그때 최민식 배우의 얼굴에 있는 주름이 그렇게 멋있게 보였을 수가 없었다고 박해일 배우는 말 했다. (씨네 21 1365호 참고)
전편인 [명량]은 전 국민에게 미움받기 힘든 이순신이라는 위인을 (어느 정도) 성공 적으로 다룸과 동시에. 한국 영화 흥행 1위라는 두 가지 과업을 단번에 이루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을 고뇌를 겪었을 배우 최민식에게 주연상을 안겨주었음도 빠질 수 없다.
이제 막 서래의 바다에서 겨우 빠져나와. 몸의 물기가 채 마르지도 않은 박해일은. 숨 돌릴 틈 없이 이순신이 되어 또다시 저 말 없는 바다로 등 떠밀려 돌아가야만 했다. 왜구뿐만 아니라 전편의 그림자와도 싸워 이 지긋지긋한 망령들을 몽땅 바다에 빠뜨리고 돌아설 결심으로.
박해일 배우 개인에게도 2022년 올해 개봉할 세 작품 중 중간다리의 작품이면서. 2022년 여름을 장식할 4대 영화 중 가운뎃 토막의 시점에서 선보일 영화 [한산]은 작품 내외적으로 흥미로운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가 이미 스포일러인 이 영화가 한국 사람의 마음속에 각인된 승리를 어떤 방법으로 풀어냈을지, 그리고 전편과는 판이하게 다른 박해일의 이순신은 또 어떤 모습일지.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가져다줄 작품이다.
AS와 CS가 완벽한 후속작;칼을 갈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영화.
사진출처:다음 영화
좋은 영화이긴 하지만. 전작 [명량]에는 수정해야 할 점들이 존재했다. 과도한 (소위)국뽕, 쓸데없거나 아예 필요 없는 서사, 끝까지 버리지 못하는 신파 들은 늘 이 작품을 평가절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물어뜯기는 빌미를 제공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 영화 [한산]은 정말 철저하게 이 “단점”들에 대한 대대적인 AS를 시행했다. 결과적으로 첫 장면에서부터 전편과 비교했을 때 말도 안 되게 스케일이 커졌음을 알 수 있지만. 전편에서 건너와 이번 작품마저도 망칠까 두려웠던 점들은 거의 대부분 차단했다.
[명량]을 연상할 수 있는 장면이 분명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곁가지들도 튀거나, 자신들의 지분을 주장하기 위해 영화 속에서 발버둥 치지 않는다. 그저 마지막 해전을 향해 달려가는 데 있어 거슬리지 않는 변주에서 적당히 그치는 절제 미마저 갖추었다.
모든 것이 터지고 날아가는 전투 장면에서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후반부의 전투 장면에 자막을 달아놓은 것도 높게 사는 점이다. 이 배려 덕에 적군 아군 가릴 것 없이 오고 가는 전략 회의를 놓칠까 봐 마음의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덜어낸 그 수고는 영화에 몰입하는 힘 위에 얹어져 조금 더 영화 속의 장면들을 면밀히 살피며 끝까지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관객들이 아쉬워 한 점들을 모두 수렴해 완벽에 가깝게 수정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태도도, 전하는 메시지도 비굴하지 않음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면. 자신들의 결점을 인정하고 개선하기 위해 서슬 퍼렇게 칼을 갈아 온 소리가 귓가에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이토록 완벽에 가깝게 관객들을 위했던 영화를 본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에 [한산]에 대한 애정과 충성도가 조금 더 쌓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마음이 든다.
완벽한 밸런스;영화에서 적장에 대한 예의/예우를 갖추는 방법
사진출처:다음 영화
전쟁영화. 그것도 역사가 스포일러가 되어 결말이 이미 누군가의 머릿속에 “상식”으로 잡혀있는 경우에는. 승리를 강조하기 위해 모든 면에서 과잉이 되기 쉽다. 전쟁 속에서의 적이 필요 이상으로 잔인하게 그린다거나.(참고 1) 혹은 과장되게 그려 “드라마틱”함을 강조하기에 급급하다. 그게 가장 쉬운 방법이면서, 늘 반타작 이상은 “먹혀들어가는” 방법이므로.
그러나 [한산]은 와키자카(변요한)에게 이순신만큼의 품격과 시간을 할애했다. 덕분에 이순신의 숙적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큰 부담 없이 자신이 맡은 역할을 빛낸다. 상황을 급조하지도 않고, 아주 큰 무리수를 둬 극한의 긴장 상황까지 관객을 몰고 가 들들 볶지도 않는다. 그 덕에 배우의 연기는 흔들림이 없고. 목표 하나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장수 한 명을 그려내는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정성스레 썼다.(참고 2)
누군가와의 시합, 혹은 대결이 정정당당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봐준 거다.라는 뉘앙스는 자신조차 속이고 농락하는 기만행위에 불과하지만. 영화는 다행히 그것을 피한다.
그 결과 이순신의 빛나는 지략만이 최고인 것처럼 톡 튀어 보이지 않는다. 승승장구하지만 이순신에 대한 두려움을 숨길 수 없는 장수와. 해전에선 강하지만 전쟁의 흐름은 패전에 가까운 한 장수의 간절함이 부딪치는 순간들이 쌓인다. 쌓인 순간들 만큼 긴장감은 후반부로 갈수록 커지고, 아주 작은 균열에서 시작해 처참히 무너지는 적의 모습을 보는 재미는 극대화된다.
적장, 혹은 상대 배우에 대한 예우를 지켜준 만큼. 우리가 그토록 떠받들고 싶어 하는 이순신의 격도 함께 올라간 셈이다.
루머가 전설이 되는 과정;용은 두려움을 먹고 자란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영화 속 초기의 구선은(,그리고 이순신은 ) 분명 한계가 뚜렷했다.
당시의 전쟁 상황을 생각하면 일본인에게는 전설 속의 괴물 같은 두려움의 대상이긴 했지만. 그만큼 익히 노출된 상태임을 뜻하기도 했다. 왜구들은 두려움의 결정체였던 조선의 구선(거북선)과 이순신의 장단점을 파악하기 위해 첩자까지 동원해가며 전쟁에서의 우위를 잡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
같은 대의를 가지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순신을 시기했던 원균의 비난은, 이순신에게는 거북선의 설계도를 훔쳐 대책까지 마련한 왜구의 저주와 동일시되어 들렸음에 틀림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구선(거북선)은 그런 속마음마저 까뒤집어 본 듯 달라진 모습으로. 전장에서 보란 듯이 왜구의 진영을 휘젓고 다닌다. 그 어떤 한계도 없다는 듯 자신의 본분을 다 하고 있는 구선과. 치밀하게 들어맞는 이순신의 작전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그 모습이 이 말 많고 탈 많은 영웅을 다룬 시리즈와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점으로 인해 평가 절하된 모든 설움들을 안고 후속작인 [한산]을 만들어 대중들에 보여주기까지. 마치 영화 속 이순신이 그랬던 것처럼. 감독은 인내하며 속내를 감춰야 했을 것이다. 아직 개봉하지도 않은 영화를 향해 속절없이 쏟아지는 비난과 붕 뜬 예상들은 빨리 영화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부채질도 했으리라. 그러나 비로소 찾아온 마침맞은 때를. 이순신도, 그리고 감독도 놓치지 않았다.
작품의 말미는 왜구와 더불어 모든 편견들이 수장된 고요한 바다를 비춘다. 그와 함께 원균의 허망한 표정을 담은 장면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이순신이라는 작자의 계략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그 순간의 표정은. 아마도 의구심으로 날선 말을 아끼지 않고 던져댔던 관객이 짓기를 바라던 표정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그냥 내뱉었을 모든 악의를. 선의로 갚아 낸 이 감독의 멘탈이 대단할 지경이다. 용은 그렇게 두려움과 비난을 먹고 열심히 자랐다.
마치면서
포인트가 쑥쑥 쌓여가는구먼.
[명량]의 이순신이 가는 곳을 모두 불바다로 만들 것만 같은 카리스마를 뿜었다면. [한산]에서의 이순신은 서늘하고 또 유약했다. 공격을 당해 내려앉은 한 쪽 어깨를 보는 순간부터. 얼마나 이 역에 박해일 배우가 많은 부담감을 느꼈고, 또 그 부담감을 연기로 표현했는지 알 수 있었다.
누가 낫다.라는 말보다는 (어느 정도) 훌륭한 전작이 있었기에, 밥도 안 먹고 다닐 것만 같이 보이는 이순신이 어떤 계기를 통해 명량의 이순신으로 탈바꿈하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전장보다는 글을 읽고 생각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샌님에서. 용이 되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떠는 이순신이 되기까지의 변화를 그린 이 영화는 생각보다 꽤 괜찮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참고 1
실존 인물이 설령 잔인한 인물이었다 해도 간접적이거나 필요한 장면을 통해서 드러내지 않고 시종일관 화가 나 있는 상태로(혹은 잔인하게) 영화에 비치는 것을 의미함.
참고 2
이 말 또한 일본이 한국을 쳐들어 온 게 잘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님. “영화상에서” 보통 이런 인물을 다룰 때 포악하기 그지없고 경박하거나 자신의 의견에 과신하는 바람에 패가망신하는 존재로 비치는 것을 자제했다는 말임.
[이 글의 TMI]
개인적으로 손현주 배우님 너무 좋아하는데 나와주셔서 반가웠고, 그리고 하필이면 원균역을 연기해주셔서 감사했다. 후반부의 표정연기는 과연 이 배우가 아니었다면 가능했을까.하는 감탄이 나올 만큼 섬세하고도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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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 감독님 단편영화 이렇게 만드는거 맞죠..?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영화를 좋아해서 모인 사람들끼리 결국...!! 영화 제작까지 도전 합니다 ٩(๑• ₃ -๑)۶
많.관.부 ◟( ˘ 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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