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your bunny2021-05-08 23:55:37
<고령화가족>, 초라하고 찌질해도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
조금은 미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우리 가족, <고령화가족>
한 가족이어도 그 안의 사람들은 가지각색이다. 같은 피를 공유하고 있어도 천차만별인 게 가족이다.
아웅다웅하다가도 금세 돈독해지는 것이 가족이다. 세련되지도, 쿨하지도 않은 모습을 스스럼없이 보고, 보여주는 것도 가족이다.
당장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고, 어쩌면 우리 근처에 있을 것만 같은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고령화가족>이다.
'고령화가족'.
항상 무조건적인 사랑과 다정한 말을 건네는 가족은 아니다.
하지만 함께 지낸 시간이 꽤 되어 돌아서면 생각나고, 아파보이면 은근 거슬리고, 괜히 투박하게 표현하게 되는 가족은 맞다.
자살시도를 하려고 하는 순간 인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 전화의 주인공은 바로 '엄마'.
밥은 잘 먹고 사냐는 엄마의 걱정어린 질문에 당연히 밥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인모의 대답이 이어진다.
나도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다보니 엄마가 자주 전화로 아픈 덴 없냐, 밥은 삼시세끼 잘 챙겨먹고 있냐, 등의 질문을 하신다.
그럴 때마다 반사적으로 당연히 잘 먹고 다닌다, 몸 건강하다, 라는 대답이 나간다. 걱정 끼쳐드리기 싫은 마음에 이런 대답을 한다.
나 이외에도 아마 많은 아들, 딸들이 이런 경험이 있을 것 같다.
타지에서 지내는 자식들이 무탈하고 건강하게 지냈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을 그 누가 모를까.
우리 엄마는 종종 꽃 사진을 보내신다. 가끔은 엄마의 셀카도 함께.
이 장면 속 인모의 엄마처럼 담벼락에 꽃이 너무 예쁘게 폈다고, 엄마처럼 예쁘다고,
벌써 봄이 왔다고, 예쁜 꽃 보고나서 마저 할 일 하라고.
엄마의 시선을 통해 보는 꽃은 더 예쁜 것 같다.
이 장면은 대사 하나하나, 엄마의 말과 인모의 반응 하나하나가 나와 엄마 같아서 놀라면서 봤다.
- 사람은 잘 먹어야 힘을 써.
- 속이 든든하면 없던 힘도 생기고 그러는 법이야.
- 올 거지?
- 너, 닭죽 좋아하잖아.
그리고 조금은 무뚝뚝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인모의 "좋아하긴 하지."라는 대답.
내가 스쳐지나가듯이 '어떤 음식 먹고 싶다~'라는 말을 해도 엄마는 그걸 또 기억하셨다가 나중에 해주신다.
너가 좋아하는 음식 했다고, 저번에 먹고 싶었다고 했지 않냐고, 먹고서 힘내라고.
나는 또 매우 좋으면서 괜히 '그냥 한 말인데 뭐하러 또 했냐'고 툴툴거린다.
우리네 일상을 잘 표현한 영화같다.
TV를 보고 있는 조카에게 너가 미연이(인모의 여동생) 딸이냐며, 자기 엄마(미연)랑 똑 닮았다고 말을 건네는 삼촌 인모.
퉁명스럽게 "저기요, 아저씨"라고 대답하는 조카에게 "왜요, 아가씨?"라고 받아치는 삼촌 인모의 모습이다.
이 장면을 보자마자 어릴 때 낯 가리던 나에게 어떤 삼촌이 아가씨, 아가씨 하면서 장난쳤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때는 왠 아저씨가 누가봐도 어린이인 나한테 아가씨라고 부르면서 장난치는 게 괜히 싫었었다.
이 영화는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영화 장면을 보고, 이와 비슷한 내 기억을 마음껏 떠올릴 수 있다는 점.
영화의 어느 장면을 보면 내가 잠시 잊고 있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는 점.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서 옛 추억 회상에 빠질 수 있다는 점.
바쁘게 지내던 현실에서 잠깐 벗어나 은은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점.
투닥투닥 말싸움하는 우리의 '고령화가족'에게 즐겁게 마시자고 한 마디 한 다른 테이블의 손님에게 바로 신경 끄고 처먹던 거나 먹으라는 딸 미연,
쪽팔려서 이 자리에 못 있겠다는 미연의 딸 민경,
미연이와 다른 테이블 손님 사이에 싸움이 나자 어디서 남의 귀한 동생을 괴롭히냐고 말한 뒤 적진(?)에 뛰어드는 두 아들 한모와 인모,
이미 자주 겪은 익숙한 일인듯 조용히 술 마시는 엄마.
진짜 우당탕탕 엉망진창 대환장 파티이다.
그래도 이 모습이 밉지가 않다.
엄마도 웃는다.
무슨 일 생기면 그렇게 형제끼리 팔을 걷어붙이고 서로 도우라고, 단결력 하나만은 최고라고.
사실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형제랑 같이 있으면 계속 투닥거려도, 다른 사람들과 의견충돌이 일어날 것 같으면 바로 똘똘 뭉친다.
나는 내 형제에게 뭐라고 할 수 있어도, 다른 사람이 내 형제에게 뭐라고 하는 것은 용납 못한다.
자주 투닥거리면 뭐 어때, 위급상황에 힘을 모아 서로를 도와주면 되는거지.
내게 큰 울림을 준 대사이다.
한모가 전 부인의 자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미연은 엄마가 바람피워 낳은 자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세 번의 결혼 경험이 있는 미연이 새로운 남자를 데려와서 결혼하고, 한모는 가족들에게 쪽팔린 일을 겪고,
이 가족이 지긋지긋하다고 느낀 민경이는 가출도 하고, 전직 조폭인 한모가 위기에 처하자 그를 도우려다 인모도 다치고.
이렇게 다사다난하고 왁자지껄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마지막 즈음에 나오는 인모의 독백이다.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찌질하면 찌질한 대로, 자기한테 허용된 삶을 살면 그뿐이다.
아무도 기억하진 않겠지만 그것이 개인에게 주어진 삶이고, 역사이다."
'소탈하게' 살아가는 영화 속 '고령화가족'의 모습과 현실 속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해낸 대사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우리의 삶은 특별한 일들이 가득하진 않다.
우리의 삶은 대개 소박하거나 소탈하고, 가끔 혹은 자주 찌질하다. 쿨하지 못하다.
이 대사를 읽고 여러번 곱씹어보며 '남들에게 꼭 기억되고 싶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왔던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으면 뭐 어때,
현실에 충실해서 내 삶, 내 역사를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가족도 마찬가지다.
꼭 매일매일 화목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 애쓸 필요 없다.
우당탕탕 시행착오를 겪으며 차근차근 만들어가면 되는거지.
꼭 행복한 기록과 기억들만이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쁨, 아픔, 칭찬, 실수 등 이 모든 것들이 종합되어 만들어진 것이 역사이다.
우리는 '가족'을 마주하면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생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영화가 끝난 후에 내가 느낀 것은 감동, 씁쓸함, 행복함, 무거움 등의 복잡한 감정이었다.
개인적으로 마냥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만 간직하지는 않은 '가족'이라는 단어를 가장 잘 표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과정이 다소 위태롭고, 이를 겪으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면 되는 것.
초라하고 찌질해도 묵묵히 살아가는 것.
조금은 미련하게 들릴지라도, 이게 바로 '가족'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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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합니다]
1. 베놈, 모비우스는 마블의 작품이지만 MCU와 세계관을 공유하지는 않는 독자적인 소니 스파이더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01:25 ~ 01:27 01:53 ~ 02:02
2. 제가 러프하게 마블의 작품이라고 한 부분이 디테일한 부분에서 부족했던 것을 말씀드리며 다음번엔 조금더 검토를 하고 영상 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영상 시청에 불편함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분명 영화 모비어스에도 장점은 있었습니다. 정말 박쥐처럼 공간을 인식하는 시각적인 효과도 인상적이었고, 액션씬 중간중간에 나오는 슬로 모션도 기억에 꽤나 남았습니다. 하지만 작품에서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흔히 말하는 겉멋 가득한 무의미한 연출들은 아쉬웠고, 샹치 텐 링즈의 전설에 이은 갑작스러운 에너지파 결말은 실소를 머금게 만들었습니다.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아쉬운 이야기를 들었던 블랙위도우, 베놈 2, 샹치, 이터널스로 인해 식어가던 마블에 대한 애정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다시금 살리는가 싶더니, 이번엔 모비우스가 그 불씨를 다시 꺼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아쉬움 가득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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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의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을 보지는 않았는데 전 세계 18개 나라에서 리메이크되었다고 하니 훌륭한 작품일 것이다. 넷플릭스에서는 프랑스 버전의 <위험한 만찬>이 제공되고 있다.
<완벽한 타인>은 저녁을 먹는 동안 핸드폰의 모든 전화와 문자를 공개하는 게임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모여있는 사람들의 묘한 감정싸움과 드러나는 갈등이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외국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이라서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이서진 배우님의 살짝 어색한 연기 빼고는 다 괜찮았다. 아마 이서진 배우님의 바른 이미지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주인공들의 고향은 강원도 속초다. 영화는 주인공들의 관계성과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네 명의 친구는 석호인 '영랑호'에 모여서 월식을 기다리며 투닥거린다. 싸우는 이유는 영랑호가 바다인지 아닌지이다. 바닷물고기가 살고 있어서 바다라고 하는 친구와 민물고기가 살고 있어서 민물 호수라고 하는 친구가 있다. 영화를 보면서 극장인 것을 잊고 '얘들아, 너희 둘 다 맞아'라고 말할 뻔했다.
두 친구의 이야기가 둘 다 맞은 이유는 석호의 특징 때문이다. 석호는 중·고등학교 과학 수업이나 지리 수업 시간에 한 번쯤은 들어봤을 단어이다. 원래 바다였다가 모래 퇴적층인 사주가 물길을 막아서 호수가 된 형태를 말한다. 바다와의 길이 완전히 단절되는 곳도 있고, 바다와 호수가 연결된 곳도 있다. 처음에는 원래 바다였던 곳이라서 염분이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민물인 하천의 물이 유입되면서 점점 옅어지게 된다. 그렇지만 바다와의 격리가 모래로 된 것뿐이라서 지하를 통해 해수가 섞여 들어오기도 해서 흔히 이야기하는 담수 호수보다는 염분이 높다.
영랑호는 바다와 호수가 연결된 케이스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인 호수를 기수호라고 한다. 이런 기수호는 담수호와 비교하면 플랑크톤이 풍부한 편이다. 민물고기와 바다물고기가 모두 사는 것도 당연하고 다양한 생물이 살기 때문에 생태적으로 가치가 아주 높은 곳이기도 하다.
석호는 오랜 시간을 걸쳐서 형성되는 곳이기 때문에 영랑호의 나이는 많을 수밖에 없다. 8,000년 전에 생성되었고, 이름은 신라의 화랑이었던 영랑이 발견하면서 붙여진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속초에는 대표적으로 청초호와 영랑호 두 곳의 석호가 있는데 청초호는 항구개발과 매립으로 원형이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영랑호는 호수 원형을 잘 유지해 오고 있다. 물론 100년 전보다 호수 면적이 조금 줄고 주변 습지와 연못이 모두 사라지기는 했다.
하지만 영랑호에도 시련은 있었다. 1980년대에 주변으로 유원지가 개발되었고 양어장, 낚시터, 주거지, 리조트의 오·폐수가 영랑호로 유입되면서 수질이 악화되기도 했다. 수질이 악화되니 악취도 심해졌고 벌레도 많아지게 되었다. 결국, 1996년에는 깔따구 퇴치작업도 진행되었다. 2010년을 전후해서는 물고기의 떼죽음과 녹조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계속 있다 보니 영랑호에는 1993년부터 2015년까지 준설, 호안 정비, 오·폐수 차집관로 매설 등의 사업에 총 430억 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를 들였다. 지금 영랑호의 수질은 시민들의 노력으로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미진한 것이 사실이다. 속초시도 같은 생각인지 수질보호를 위해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하였다. 하지만 곧 뒤통수를 치고야 만다.
영랑호에는 원앙, 수리부엉이, 수달, 가시고기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생물을 비롯한 다양한 종의 어류와 조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다양한 먹이가 있으니 다양한 동물들도 찾아오는 것이다. 여러 종류의 철새들이 날아와서 탐조하시는 분들에게는 보물과 같은 곳이기도 하고, 2013년 1월에는 국내 미기록종이 발견되기도 했다.
과거에 주변지와 내수면개발을 진행되면서 수질이 악화된 것을 경험하기도 했고, 수질보호를 위해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의 노력도 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추가 개발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야금야금 영랑호에 카누 선착장을 만들었고, 호수 안에 모터보트를 허가해줘서 운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만큼만 해도 과잉 개발처럼 보이지만 생태가 좋은 곳이다 보니 영랑호와 그 주변은 끊임없이 관광개발이 시도되고 있는 중이다. 왜 좋은 자연은 가만히 내버려 두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결국 속초시는 '영랑호 생태탐방로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업은 호수 안쪽의 수면과 물가에 인공구조물을 대규모로 설치하도록 계획되어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호수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부교다. 수많은 사업이 있었지만 이런 사업은 처음 있는 일이다. 부교는 물에 띄워놓는 형식의 다리다. 호수의 수면을 개발하게 되면 석호의 자연생태계에 큰 피해가 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수질 악화는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이고, 그동안 인간의 간섭이 없었던 지역까지 간섭이 들어가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동·식물들에게도 부교의 설치는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영랑호가 수면을 개발하게 되면 다른 문제도 생긴다. 인근 지역의 다른 석호들도 개발하려고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성의 송지호와 화진포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비슷한 조건의 자연이 개발되면 ‘유사 사례’로 언급하기 일쑤고, 선례로 악용하여 떼쓰곤 한다. “왜 저기는 되고 우리는 안된단 말입니까”가 먹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신청이 가능해지자 전국의 40여 곳이 넘는 곳에서 케이블카를 신청한 것과 같은 현상과 같다.
주민들과의 갈등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이미 영랑호는 과잉개발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많은 구조물(데크 등)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어서 도보로 인한 보행과 자전거 이용한 산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고, 약 1시간 20분 정도면 영랑호를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사업의 진행은 경제적인 효과 역시 담보하고 있지 않다. 속초시가 현재(라고 쓰고 뒤늦게) '관광수요 추정'에 대한 용역을 발주했지만 이미 개발 계획을 진행하는 중에 맡긴 것이니 신뢰하기는 어렵고, 심지어 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쓴 예산이 코로나를 핑계로 집행했다는 것에도 신뢰가 무너졌다.
속초시에서 크게 놓치고 있는 것은 관광객들의 마음이다. 관광객이나 주민들은 영랑호에 '인공구조물'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보러 오는 것임을 완전히 잊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속초는 1년 방문객이 2천만 명 정도라고 한다. 중복되었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의 2/3 정도가 방문하는 것이고 이는 곧 오버투어리즘의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오히려 관광객의 수를 늘리려는 개발을 진행하는 것은 관광산업에 대한 왜곡까지 불러올 수 있다. 특히 머무르지 않는 관광, 쉽고 빠른 둘러보기가 가능한 관광으로 획일화되면 오히려 고유의 생태적 매력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속초시가 시민들이 반대하면 사업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하고선 사람들이 모이자 시민들의 모임을 환경단체라고 명명하고 '원래 그런 사람들'로 취급하고 있다. 이 모임의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고, 심지어 학생들까지 참여하고 있다. 1인 시위도 하고 있고, 몸자보를 하고 걷기도 하고 있고, 반대 서명도 받는다. 속초시 인구의 3% 이상의 서명을 받았지만 역시 묵살되고 있다. 속초시는 지자체에 우호적인 단체들에게 부탁해서 찬성하는 현수막을 대대적으로 걸었다는 의심도 받았다. 의심은 현실인지 불법 현수막에 대해 신고했지만 걷어가지도 않았다. 시민들은 영랑호를 지키고 싶은 마음일 뿐인데 쉽지 않다.
영랑호에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 살고 있는 것처럼 이 세상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섞여 살고 있다. 바닷물고기와 민물고기들은 서로에 대해 다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갈등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어울려서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제 석호가 얼마 남지 않았다. 아름답고 희귀한 석호를, 기수호를 이런 식으로 잃는다면 어른들은 영랑호가 바다인지 민물 호수인지 다투는 아이들도 잃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참 많은 것들을 빼앗으며 살아왔는데 아이들의 호기심과 궁금증마저 빼앗아서는 안 된다.
감독님이 이런 영랑호의 모습을 영화의 전반적인 모습으로 담고 싶으셨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와 조금은 같은 마음일 것이었을 것이라 기대하고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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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신이 없다고 최악은 아니다
개봉 전 시사로 먼저 관람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인생의 길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질문을 한다. 다른 사람이 물어보는 질문도 있겠지만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아침에 뭘 먹을지부터 시작해서 어떤 음료수를 먹고, 어떤 교통수단을 탈지 보다 먼 미래에 어떤 일을 할지를 계속 묻는다. 어린 시절에는 보통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를 묻는다. 그때그때 떠오르고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지만 그건 매번 바뀐다. 성장하면서 생각하는 것이 달라지고 보는 관점이 바뀐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조금씩 커져간다. 10대를 거쳐 20대, 30대를 지나면서 이런 고민들은 계속 바뀌고, 또 끊어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래서 인생이 더 재미있다고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무척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도 있다.
이미 그 시기를 지난 40-50대의 사람들은 그저 지나갈 뿐이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잘 생각해서 결정하라고 말한다. 다양한 것에 호기심이 있다는 건, 그만큼 하나의 길을 결정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앞서 그 길을 걸어갔던 사람들의 조언이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이다. 호기심을 따라 이런저럭 경험을 하다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을 수 있다. 어쩌면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거치는 그 정해진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인지 순간순간 계속 생각한다. 아이를 가지고 낳는 순간에도 그 고민은 떠나지 않는다. 좀 더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청춘들은 자신들의 앞에 서있는 문제를 고민하지만 선뜻 결정하지는 못한다. 다양한 직업과 길을 선택할 수 있지만 '현실'이라는 문은 자유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현실의 문으로 들어갈 것인지, 선택을 강요하게 만든다.
한 여자의 모습과 독백으로 시작하는 영화
한 여자가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화면 쪽을 바라보고 있다. 파티장에 있는 듯한 그녀의 얼굴은 미묘하게 고민이 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녀는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주인공 율리에(레나테 레인스베)다. 그 장면은 율리에가 남자 친구인 악셀(앤더스 다니엘슨 라이)이 그린 만화 콘텐츠 관련 행사에 같이 갔다가 혼자 테라스에서 안쪽을 바라보는 순간이다. 영화는 그 장면 이후 율리에가 악셀을 만나기 전으로 돌려 율리에의 20대 시절로 간다. 율리에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를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율리에는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다 심리학으로 전공을 변경했다 다시 사진작가가 되기 위해 촬영을 배운다. 20대에도 계속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삶을 변경해 왔던 그의 앞에 악셀이라는 남자가 나타나고 사랑에 빠진다.
사랑은 근원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질문에서 잠시 떠나게 만든다. 달콤한 시간으로 채워진 순간들 속에는 자신이 어떤 인물이어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 자신이 어떤 모습이든 사랑해줄 상대방이 있기 때문이다. 그 짧은 달콤한 순간이 지나면 서서히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주변의 상황들을 둘러본다. 영화 속 악셀은 40대다. 30대인 율리에와는 다른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악셀은 자신과 율리에의 아이를 원하고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자 한다. 반면에 율리에는 아직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만화가로서 확실한 직업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 악셀을 보는 율리에는 묘한 질투심과 자신에 대한 불확실함을 느낀다.
영화 속에서 율리에는 타인에 의해서도 여러 번 질문을 받는다. '너는 뭐가 하고 싶은데?', '너는 아이를 낳고 싶어?'. 이런 질문들을 받는 율리에의 답은 '모르겠다'다. 영화 내내 율리에는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이 없다. 글 쓰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써보고, 사진 찍는 게 좋아 사진도 찍어본다. 하지만 어떤 것에서도 확신을 느끼지 못한다. 늘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곧 바뀐다. 그가 악셀을 떠나 에이빈드(헤르베르트 노르드룸)를 만나게 되는 과정도 그렇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
악셀과의 만남에서 삶의 확신을 느끼지 못한 율리에는 마음이 더 끌리는 에이빈드와 만난다. 영화에서는 마치 뮤지컬 드라마처럼 구성된 첫 만남과 데이트 과정은 율리에의 시선을 명확히 보여준다. 화면 속 율리에와 에이빈드는 움직이지만 악셀을 비롯한 다른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다. 언뜻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이지만 그 속에 이별과 사랑의 시작이 뒤섞여 있다. 그 데이트의 전후에 율리에는 확신을 가지고 악셀에게 이별을 고한다. 아마도 영화에서 율리에가 가장 확신을 가지고 무언가를 이야기한 순간일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확신은 있지만 여전히 '나의 미래'에 대한 확신은 없다.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원래 제목은 <세상에서 최악인 사람-the worst person in the world>이다. 이 제목이 여러 의미로 해석이 될 수 있겠지만, 그 말 자체는 율리에가 자기 자신을 바라볼 때 드는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어로 만들어진 제목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영화 속 율리에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다. 확신을 가지고 무언가를 결정해서 다음 단계로 가더라도 그다음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마다 흔들리는 그의 모습에서 20-30대가 겪을 수 있는 불확실성의 늪이 보인다. 무언가를 선택해서 가야만 할 것 같은 기분, 더 많은 것을 경험해 보고 싶지만 깊이 있게 무언가를 해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무엇보다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시종일관 괴롭힌다. 그 두려움은 죄책감을 만들고 율리에를 최악의 사람으로 느끼게 한다.
사실 율리에 뿐만 안이라 연인 관계가 되는 악셀이나 에이빈드도 자신이 하는 일과 삶에서 어떤 확신이 없다. 단지 하고자 하는 방향이 있을 뿐 그들 또한 확신 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처음 전공을 선택할 때, 직장을 선택할 때, 연인을 만나 결혼을 선택할 때, 아이를 낳기로 결정할 때. 이런 선택의 순간들에 완전한 확신을 가지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사람은 흔치 않다. 영화는 율리에를 중심으로 그의 주변 연인들을 차례로 비추며 현실의 청년들이 고민하는 부분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로맨스를 중심으로 한 인물의 변화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는 로맨틱한 사랑도 결국 현실 속의 고민들과 질문들에 답해가면서 선택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영상과 사랑에 빠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답답하게 느껴지는 영화다. 율리에의 확신 없는 모습이 답답함을 느끼게 하고 그것이 현재 우리들의 인생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현실감을 전달한다. 율리에를 연기한 배우 레나테 레인스베는 이 영화의 연기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타기도 했다. 결국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좀 더 솔직해지고 자신만 확신이 없는 것을 알았을 때 좀 더 담담하게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배우의 얼굴로 무척 잘 표현되어 있다. 배우가 주는 생동감은 이 영화의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한다.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의 배우 레나테 레인스베의 생동감 있는 연기
영화의 제목처럼 율리에는 진짜 최악의 사람은 아니다. 단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확신이 없을 뿐이다. 그것 자체가 죄가 될 순 없다. 영화의 이야기를 보면서 느껴지는 건, 미래에 대한 뜨거움과 사랑의 달콤함 그리고 혼란스러움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감정들이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에 담겨있다. 어쩌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일들이 가장 보통의 삶이고, 우리가 이미 겪고 있는 모습일지 모른다. 그런 과정을 통해 결국 자신이 가야 할 길과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율리에를 관객들은 미워할 수 없다. 그 고민의 모습 어딘가에 우리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연출한 요아킨 트리에는 덴마크 출생의 노르웨이 감독이다. 그는 <델마>, <오슬로, 8월 31일> 같은 영화를 연출해 좋은 평가를 받았고 감각적인 연출 스타일로 관객들에게도 사랑받았다. 이번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에서도 감각적인 연출로 로맨스 장면에서는 사랑스러운 느낌을 전달하고 율리에의 고민에서는 인물들의 반응을 화면에 디테일하게 담아냈다.
관객 모두가 율리에가 영회 속에서 하는 결정과 행동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경험한 것처럼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나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사실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렵다. 삶을 살아가면서 평생 고민하고 조금씩 방향을 바꿔나가야 한다. 율리에는 조금은 과감한 방식으로 방향을 틀어나가지만 그 모두가 결국 자아를 찾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에는 그런 과정이 담겨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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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의 모든 것
출처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이 7월 14일(목) 오전 11시 유튜브 생방송을 통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출처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맹수진 프로그래머-조직위원장 김창규-집행위원장 조성우)
장성란 저널리스트가 사회를 맡아 진행한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은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되었으며, 김창규 조직위원장, 조성우 집행위원장, 맹수진 프로그래머가 참석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출처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조성우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제18회를 맞아 큰 도약을 준비했다"며 세계 최고의 영화음악축제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는 2006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 음악영화인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제천영화음악상은 세계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2017년부터 아시아 음악영화인으로 후보를 넓혀가며, 올해부터는 전 세계 음악영화인을 대상으로 진행합니다.
출처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올해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음악영화 <위플래쉬>, <라라랜드>의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Justin Hurwitz)가 2022년도 제천영화음악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저스틴 허워츠는 하버드에서 작곡과 어케스트레이션을 전공했으며,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모든 영화 음악을 작곡했으며, <라라랜드>, <위플래쉬>, <퍼스트맨>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등 유수의 시상식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여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특히 2017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 음악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영화음악계에 떠오르는 신성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2022년 제천영화음악상 수상자 저스틴 허위츠의 특별 단독 공연이 전 세계 최초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출처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는 역대 최대 규모인 39개국 140편의 음악영화로 찾아왔습니다. 그 중 영화제의 시작을 알릴 개막작은 바르토즈 블라쉬케 감독의 <소나타>입니다. 영화는 현실적인 성장이야기로, 소피아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출처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비행장)
이번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제천을 상징하는 의림지무대와 제천비행장에서 펼쳐집니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기존 영화제의 모습을 탈피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하여 주 무대를 제천시 모산동에 위치한 제천 비행장으로 옮겼습니다.
조성우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주 무대가 의림지 야외무대, 제천 비행장이다. 제천 시민속으로 파고 들고 더 많은 관객이 영화제를 즐길 수 있도록 공간에 대한 많은 고민 끝에 선택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올해는 축제의 정체성을 한층 더 강화해 대표 음악 프로그램인 '원 썸머 나잇', '필름콘서트' 저스틴 허위츠의 '스페셜 콘서트' 등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축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원 썸머 나잇'은 역대급라인업으로, 첫번째 8월 12일 금요일에 열리는 '그루비 나잇'에서는 힙합 뮤지션 사이먼 도미닉, 로꼬, 릴보이, 릴러말즈가 무대를 채우고, 두번째 8월 15일 월요일에 열리는 '멜로우 나잇'에는 십센치, 선우정아, 이석훈, 폴킴, 잔나비, 이무진 등 감성 보컬이 무대를 꾸밀 예정입니다.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관객들의 관심을 이끌고 있습니다.
출처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올해부터 [영화와 음악] 프로그램을 시작하였습니다. [영화와 음악] 프로그램 섹션 중 하나인 올해의 큐레이터는 '조영욱'음악 감독이 맡았습니다. 그는 1997년 영화 <접속>을 시작으로 <조용한 가족>, <해피엔드>,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등 한국영화사에 기록될 작품들의 음악감독입니다. 조영욱 음악감독은 올해의 큐레이터 섹션을 위해 지극히 주관적이고 사적인 6편의 영화 리스트를 선정하였습니다.
본인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무뢰한>, <공작>, <헤어질 결심> 3편과,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서스페리아>, 시노다 마사히로 감독의 <말라버린 꽃>, 마이크 호지스 감독의 <겟 캇터>가 상영될 예정입니다.
출처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더불어 [영화와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고(故) 방준석 추모전 섹션이 준비되어있습니다. 한국영화음악의 발전에 큰 족적을 남겼고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도 깊은 인연을 맺어온 방준석 감독을 추모하고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고(故) 방준석 추모전을 마련했습니다.
<자산어보>,<주먹이 운다>, <신과 함께 - 죄와 벌>, <후아유>등 방감독이 참여한 4편의 영화를 상영하고 방준석 감독과 함께 영화를 만든 이준익, 류승완, 김용화, 심보경 그리고 방준석 감독의 동생인 방준원과 각 영화 상영 후 릴레이 토크에 참여해 방감독에 대한 추모의 시간을 함께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많은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세계 각국의 영화와 음악의 감동을 만끽할 수 있는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오는 8월 11일(목) ~ 8월 16일(화) 에 개최됩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홈페이지 : https://www.jimff.org/kor/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획기사는? 씨네랩 홈페이지 : https://cinelab.co.kr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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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리의 별빛 아래>, <가버나움>의 울림 이을까? 2월 개봉 확정!
-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제작진이 내놓은 새로운 감동 드라마 <파리의 별빛 아래>가 2월 개봉을 확정하며 영화 <가버나움>의 울림을 이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 <파리의 별빛 아래>는 파리의 홈리스 '크리스틴'과 아프리카 난민 소년 '술리'가 출신, 국경, 언어의 벽을 넘어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고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가는 감동 드라마로,'프랑스의 아카데미상'으로 유명한 세자르 시상식에서 주연상과 조연상을 모두 석권한 프랑스의 국민 배우 카트린 프로가 마음 둘 곳을 잃은 파리의 홈리스 ‘크리스틴’ 역을 맡아 진정성 있는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다. 또한 ‘크리스틴’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아프리카 출신 난민 소년 ‘술리’ 역에는 <가버나움>의 ‘자인’을 이을 보석같은 아역 배우 마하마두 야파가 캐스팅되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파리의 별빛 아래>는 국경과 출신, 언어의 벽을 넘어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는 두 사람을 통해 세상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따뜻한 위로와 함께 유럽의 난민 문제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관객들을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파리의 별빛 아래>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언노운 걸>, <미안해요 리키>처럼 사회에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전해준 웰메이드 영화들을 탄생시킨 프로듀서 필립 로기가 참여해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아비뇽 영화제의 최고 유럽영화상부터 시카고 국제 영화제의 골드 휴고상, 데살로니키 다큐멘터리 영화제의 국제 비평가협회상을 휩쓴 차세대 거장 클로스 드렉셀이 연출을 맡아 영화에 깊이를 더했다. 여기에 <카페 벨에포크> 촬영팀과 <미라클 벨리에>, <걸> 음악팀까지 합류해 코로나19로 지친 관객들에게 슬픔을 위로하고 더 나아가 희망을 심어줄 영화가 될 것으로 보여 기대감을 더욱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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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시> : 누가 내 엉덩이 먹으래?
데이팅 앱으로 사람을 만나는 데에 회의감을 느끼는 주인공 노아 (데이지 에드거-존스) 는 자유롭게 데이트를 즐기는 단짝 친구 몰리가 신기하다. 이상한 남자들만 줄줄이 나오는 앱에 지쳐가던 때, 노아는 동네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다 완벽한 남자, 스티브 (세바스찬 스탠) 를 만난다.
자연스레 다가오는 스티브에게 푹 빠지는 노아. '운명적인 사랑' 같은 건 믿지 않는다 이야기하면서도 스티브가 내 운명일까 싶은 생각이 든다. 어느날 서프라이즈 여행을 가자는 스티브의 말에 노아는 행선지도 알지 못한 채 여행길에 오르는데...
(스포일러)
알고보니 스티브는 성형외과 의사로의 실력을 이용해 여자를 집에 가두어 놓고 인육을 잘라 파는 극악무도한 인간이었다. 'Fresh' 한 고기를 위하여 최대한 오래 여성들을 살려두며 고기를 떼어가는 것.
노아는 옆 방 여성 '페니' 와 대화하며 겨우 정신을 붙잡는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이 스티브와 잠을 잔 유일한 피해자 여성임을 안 노아는 스티브를 유혹하기로 결심한다.
[ Fresh meat]
<프레시> 는 영리한 영화다. 깔끔한 주제의식을 거부감이 들지 않을 만큼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편집과 음악, 샷구성 또한 스타일리시하여 정보 전달과 극의 전개를 사족 없이 적당한 리듬으로 해낸다.
오프닝, 노아는 어플에서 만난 남자와 소개팅을 한다. 그들이 먹는 타이 음식에는 게가 들어간다. 재료인지, 장식인지 모를 게가 수조 안에 담겨 식당에 앉은 그들을 빤히 쳐다본다. 후에 노아가 스티브의 집에 갇혀 먹히기만을 기다린다는 점에서, 이 게는 복선일지도 모른다.
소개팅남은 진상이다. 첫 만남부터 과거의 여성들이 더 여성스럽다, 원피스를 입어보지 그러냐 운운한다. 그러더니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노아에게 '거만한 년 (bitch)' 이라며 욕설을 쏟아붓고 사라진다. 영화는 오프닝부터 소개팅남의 입과, 불편해하는 노아, 그리고 밤거리를 두려워하는 노아의 모습을 통하여 영화의 방향성을 알린다.
여성의 신체를 뜻하는 은어에는 유독 음식과 관련한 단어가 많다. 심지어 젊은 여성을 '싱싱하다' 비유하는 경우도 있다. <프레시> 는 그런 썩어빠진 관습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실제로 살아있는 젊은 여성에게 떼어낸 '프레시' 한 육체를 먹고자 하는 사람의 커뮤니티를 안타고니스트로 삼는다. 그렇다면 이런 기구한 '프레시함'을 갈구하는가? 영화 속 소비자는 주로 1퍼센트의 1퍼센트만큼 돈이 많은 극상류층의 백인 남성이다. 그들은 자신이 먹는 여성의 물건을 소유함으로서 여성을 온전한 자신의 일부로 만들고자 한다. 이들에게 여성이란 그저 자신이 소유할 수 있는 파편, 혹은 섭취할 수 있는 '부위' 일 뿐이다. 영화 안에서 인물의 신체는 익스트림 클로즈업과 컷트로 분절되고, 거울에 비친 신체 일부로 스크린에 등장한다. 화면이 파편화한 신체는 여성을 전체가 아닌 신체 부분 부분으로 분리하여 바라보는 사회 문화의 시선과 같다. 페니, 노아, 몰리 세 주인공 여성이 가슴, 엉덩이, 다리라는- 미디어에서 주로 성애화하는- 신체 부위를 잃게 만듦으로서 영화는 여성의 신체를 고기마냥 '부위'로 취급하지 말라 천명한다.
페미니즘 담론과 함께 인종 다양성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또한 거부감이 들지 않을 만큼 자연스레 담아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왜 결국 로맨스는 두 백인 남녀의 것이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동아시아 출신 여성 감독의 초기작이니, 주인공만은 무난히 가야했던 걸까.
그럼에도 세바스찬 스탠과 데이지 에드거 존스의 연기와 미모는 빛이 난다. 특히 세바스찬 스탠의 미모 때문에 영화에 더욱 소름이 돋는다.
[케미, 미친다]
어느새 저 놈이 진심일까? 진심이면 좋겠..같은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여러번 고개를 내저었다. 단 한번도 여주가 그런 남주의 진심(?)에 좋은 감정을 품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멍멍이XX는, 나한테 진심이었든, 잘생겼든, 멍멍이XX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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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부위, 특히 입의 익스트림 클로즈업 샷이 아주 많이 등장한다. 로맨스로 포장한 초반 30분에서도 일관적으로 클로즈업된, 무언가를 씹는 인물의 입을 강조함으로써 잊을 만 하면 불길함을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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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쉬한 편집과 화면 구성, 음악. 진부할 듯 진부하지 않은 대사로 간결하게 극의 정보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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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샷, 매치컷과 보이스 오버, 오프스크린 사운드로 뮤직비디오처럼 간결하게 전개되는 초반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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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티드 앵글과 불길한 전자음악을 통하여 달콤한 순간에 더하는 끔찍한 내용의 암시/거울을 이용한 상을 자주 이용하여 불길함, 그리고 이중성을 드러내는 화면
[거울의 상을 이용한 로맨스 시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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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시퀀스 - 동적인 샷구성과 매치컷, 익스트림 클로즈업의 분절된 화면의 연속으로 위화감 없이 스타일리쉬한 전개를 이어나가지만, 멈추어 극을 진행시키는 장면들에서는 롱테이크에 가까운 적은 컷과 안정적인 구도, 비교적 넓은 화면 사이즈로 숨쉴 공간을 준다. 여러 몽타주 시퀀스와 대비를 주어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는 덤
[안정적 구도, 넓은 사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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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 로맨스 장면의 노아의 클로즈업 샷에서는 주로 망원과 표준 렌즈를 사용하여 로맨틱하고 intimate 한 느낌을 주었으나, 노아가 스티브의 집에 입성한 후로는 대부분의 노아의 얼굴 클로즈업에 광각 계열의 렌즈가 쓰인다. 상황의 기괴함과 인물이 겪는 스트레스를 나타내는 효율적인 방법. 후반부 드레스를 입고 스티브와 데이트하는 장면에서는 잠시 초반부의 망원렌즈가 쓰인다. 관객들이 가까워지고 있는 둘의 심리적 거리를 함께 느끼게 함과 동시에, 정말 노아가 흔들리는 건지, 아니면 이 모든 게 계략인지 헷갈리게 하기 위한 장치라 생각한다.
[ 망원으로...]
[광각 M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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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시간과 장소, 영화
씨네랩의 초대를 받아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
서늘하고 건조한 헬싱키의 풍경이 유머와 사랑으로 따뜻하게 물든다.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낯선 두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두말할 나위 없는 로맨스 영화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감정의 진폭은 절제되어 있다. 이름도 모르는 여자와 결혼까지 생각하고 여자는 남자의 연락을 오매불망 기다린다. 카우리스마키 감독 특유의 아주 덤덤한 말투와 무표정한 얼굴로. 설사 감독의 웃음 코드와 맞지 않을지는 몰라도 이 영화가 사랑스럽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안사(알마 포이스티)는 다소 피곤한 표정으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에 스티커를 붙이고 분류한다. 경비원의 눈길은 시종일관 안사를 향한다. 그 눈빛은 애정과 호감이 아닌 감시의 눈이다. 경비원은 직원들이 스티커를 붙이고 제품을 폐기하는 모습을 경직된 모습으로 응시한다. 결국 안사는 폐기 제품을 챙기고 노숙자에게도 음식을 나눠줬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사회에 만연한 비정규직의 서러움은 동료들과 함께 매니저에게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끝난다. 안사는 곧바로 다른 일을 찾아 나선다. 삶의 어려움은 근무 환경의 팍팍함만이 아니다. 안사는 전기세 고지서를 보다가 콘센트를 뽑고 이내 차단기까지 내려버린다.
홀라파(주시 바타넨)는 우울과 과음의 순환에 빠진 건설 현장 노동자다. 노후된 장비로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한 홀라파는 높은 혈중 알코올 농도를 빌미로 해고당한다. 고독을 좋아하지만 사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홀라파는 술을 통해 우울한 현실을 잊는다. 동료 한네스는 이런 그를 이끌고 가라오케로 향한다. 그곳은 노래를 부르고 들으며 현실의 고단함을 잠시 뒤로 하는 곳이다. 가라오케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 안사와 홀라파는 슈베르트의 ‘세레나데’가 흘러나오는 동안 사랑에 빠진다. 세레나데와 함께 안사와 홀라파의 얼굴 클로즈업이 짧게 교차되며 서로를 향한 마음을 드러낸다.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여지없이 사랑은 시작된다.
안사와 홀리파의 사랑은 무미건조하면서도 따뜻하다. 겨우 전달한 번호를 적은 쪽지는 바람에 날아가 버리고 서로의 이름도 모른다. 연락할 방도가 없기에 무작정 영화관 앞에서 상대를 기다린다. 빠른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현실이 무색하게 이 영화의 사랑은 느리다. 안사는 타인을 걱정할 줄 아는 사람이다. 고주망태로 버스 정류장에 잠든 홀리파가 불량 청소년들에게 에워싸인 것을 보고 다가가고, 그의 얼굴을 고쳐주고 쓰다듬어준다. 그의 사랑은 안락사를 당할 뻔한 강아지에게도 이어진다. 하루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내일의 삶이 곤궁해지지만 자신과 다른 존재에게 관심을 쏟고 보살피려는 노력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의 시대적 배경은 안사의 새로운 직장인 ’캘리포니아 펍‘에 걸린 달력에서 알 수 있듯이 2024년이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80년대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데, 인물들이 TV는커녕 라디오로 뉴스와 음악을 듣고 유선 전화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디오에서 시종일관 흘러나오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의 속보는 퇴보한 현대를 충분히 설득한다. 감독은 전쟁의 여파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사람들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시간뿐만 아니라 공간마저 뛰어넘으려 한다. 분명 배경은 헬싱키지만 각 가게에는 특정 나라의 도시 이름이 쓰인다. 초점 없는 눈으로 연거푸 맥주만 들이켜는 사람들이 모인 ‘캘리포니아 펍’의 사장은 마약 거래를 하다 적발된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카페’의 음료는 과연 알록달록하다. 두 사람의 첫 데이트 장소인 낡은 극장은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시대의 영화가 모여있는 곳이다. 두 사람은 짐 자무시의 좀비영화 <데드 돈 다이>를 함께 보고 나온다. 극장에는 로베르 브레송과 장 뤽 고다르의 영화 포스터가 걸려 있다. 극장에서 나온 사람들은 브레송과 고다르를 언급하며 소감을 전한다.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사랑을 말하는 영화인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음악은 사랑의 시간이요, 영화는 사랑의 장소임을 일깨운다. 나라와 나라를 넘나들며, 시간을 초월하여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것이 영화와 음악임을 유쾌하게 고백한다. ‘채플린’이라는 강아지와 함께 두 사람이 걸어가는 마지막 장면은 <모던 타임즈>가 연상되는 마지막이다. 자본주의의 굴레 속에서 하나의 사랑을 찾는 망명자를 대변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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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양연화 리마스터링 영화 후기 (2020_200)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화양연화 리마스터링” 후기입니다.
쿠키 영상은 없네요.. 영직남의 2020년 영화직관 200편 달성 이벤트에 참여해 주세요~#화양연화, #장만옥, #양조위, #왕가위, #아메리카노,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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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비우스 리뷰 - 베놈2의 단점을 답습하다 (스포일러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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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합니다]
1. 베놈, 모비우스는 마블의 작품이지만 MCU와 세계관을 공유하지는 않는 독자적인 소니 스파이더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01:25 ~ 01:27 01:53 ~ 02:02
2. 제가 러프하게 마블의 작품이라고 한 부분이 디테일한 부분에서 부족했던 것을 말씀드리며 다음번엔 조금더 검토를 하고 영상 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영상 시청에 불편함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분명 영화 모비어스에도 장점은 있었습니다. 정말 박쥐처럼 공간을 인식하는 시각적인 효과도 인상적이었고, 액션씬 중간중간에 나오는 슬로 모션도 기억에 꽤나 남았습니다. 하지만 작품에서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흔히 말하는 겉멋 가득한 무의미한 연출들은 아쉬웠고, 샹치 텐 링즈의 전설에 이은 갑작스러운 에너지파 결말은 실소를 머금게 만들었습니다.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아쉬운 이야기를 들었던 블랙위도우, 베놈 2, 샹치, 이터널스로 인해 식어가던 마블에 대한 애정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다시금 살리는가 싶더니, 이번엔 모비우스가 그 불씨를 다시 꺼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아쉬움 가득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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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그 여자의 집 건너편 창가에 웬 소녀가 있다> 공식 예고편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영자 애나. 애나에겐 매일이 똑같다. 와인에 취해 하릴없이 창문 밖의 삶이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볼 뿐. 그런 그년의 삶에도 드디어 볕 들 날이 찾아오는 걸까? 길 건녀편에 잘 생긴 남자가 귀여운 딸과 함께 이사를 왔다. 그러나 애나의 희망은 잔혹한 살인 사건을 목격하면서 산산이 부서져 버리고 마는데. 아무런 흔적도 없는 살인사건. 애나는 과연 무엇을 목격한 걸까? <그 여자의 집 건너 편 창가에 웬 소녀가 있다> 곧 공개 예정,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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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박강아름 결혼하다> 메인 예고편
“일도 사랑도 다 가지고 싶어!” 의욕 충만 아름
“아름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사랑 하나만 믿고 떠난 로맨티스트 성만
오직 의욕과 사랑만 가지고 프랑스로 떠나다!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학업, 생활비, 육아, 가사 노동…
우리는 왜 결혼했을까?
결혼, 도대체 뭘까?
에펠탑 아래에서 시작된 아름♥성만의 좌충우돌 결혼살이 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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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랑호에는 바닷물고기도 민물고기도 산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의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을 보지는 않았는데 전 세계 18개 나라에서 리메이크되었다고 하니 훌륭한 작품일 것이다. 넷플릭스에서는 프랑스 버전의 <위험한 만찬>이 제공되고 있다.
<완벽한 타인>은 저녁을 먹는 동안 핸드폰의 모든 전화와 문자를 공개하는 게임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모여있는 사람들의 묘한 감정싸움과 드러나는 갈등이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외국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이라서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이서진 배우님의 살짝 어색한 연기 빼고는 다 괜찮았다. 아마 이서진 배우님의 바른 이미지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주인공들의 고향은 강원도 속초다. 영화는 주인공들의 관계성과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네 명의 친구는 석호인 '영랑호'에 모여서 월식을 기다리며 투닥거린다. 싸우는 이유는 영랑호가 바다인지 아닌지이다. 바닷물고기가 살고 있어서 바다라고 하는 친구와 민물고기가 살고 있어서 민물 호수라고 하는 친구가 있다. 영화를 보면서 극장인 것을 잊고 '얘들아, 너희 둘 다 맞아'라고 말할 뻔했다.
두 친구의 이야기가 둘 다 맞은 이유는 석호의 특징 때문이다. 석호는 중·고등학교 과학 수업이나 지리 수업 시간에 한 번쯤은 들어봤을 단어이다. 원래 바다였다가 모래 퇴적층인 사주가 물길을 막아서 호수가 된 형태를 말한다. 바다와의 길이 완전히 단절되는 곳도 있고, 바다와 호수가 연결된 곳도 있다. 처음에는 원래 바다였던 곳이라서 염분이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민물인 하천의 물이 유입되면서 점점 옅어지게 된다. 그렇지만 바다와의 격리가 모래로 된 것뿐이라서 지하를 통해 해수가 섞여 들어오기도 해서 흔히 이야기하는 담수 호수보다는 염분이 높다.
영랑호는 바다와 호수가 연결된 케이스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인 호수를 기수호라고 한다. 이런 기수호는 담수호와 비교하면 플랑크톤이 풍부한 편이다. 민물고기와 바다물고기가 모두 사는 것도 당연하고 다양한 생물이 살기 때문에 생태적으로 가치가 아주 높은 곳이기도 하다.
석호는 오랜 시간을 걸쳐서 형성되는 곳이기 때문에 영랑호의 나이는 많을 수밖에 없다. 8,000년 전에 생성되었고, 이름은 신라의 화랑이었던 영랑이 발견하면서 붙여진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속초에는 대표적으로 청초호와 영랑호 두 곳의 석호가 있는데 청초호는 항구개발과 매립으로 원형이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영랑호는 호수 원형을 잘 유지해 오고 있다. 물론 100년 전보다 호수 면적이 조금 줄고 주변 습지와 연못이 모두 사라지기는 했다.
하지만 영랑호에도 시련은 있었다. 1980년대에 주변으로 유원지가 개발되었고 양어장, 낚시터, 주거지, 리조트의 오·폐수가 영랑호로 유입되면서 수질이 악화되기도 했다. 수질이 악화되니 악취도 심해졌고 벌레도 많아지게 되었다. 결국, 1996년에는 깔따구 퇴치작업도 진행되었다. 2010년을 전후해서는 물고기의 떼죽음과 녹조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계속 있다 보니 영랑호에는 1993년부터 2015년까지 준설, 호안 정비, 오·폐수 차집관로 매설 등의 사업에 총 430억 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를 들였다. 지금 영랑호의 수질은 시민들의 노력으로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미진한 것이 사실이다. 속초시도 같은 생각인지 수질보호를 위해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하였다. 하지만 곧 뒤통수를 치고야 만다.
영랑호에는 원앙, 수리부엉이, 수달, 가시고기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생물을 비롯한 다양한 종의 어류와 조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다양한 먹이가 있으니 다양한 동물들도 찾아오는 것이다. 여러 종류의 철새들이 날아와서 탐조하시는 분들에게는 보물과 같은 곳이기도 하고, 2013년 1월에는 국내 미기록종이 발견되기도 했다.
과거에 주변지와 내수면개발을 진행되면서 수질이 악화된 것을 경험하기도 했고, 수질보호를 위해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의 노력도 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추가 개발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야금야금 영랑호에 카누 선착장을 만들었고, 호수 안에 모터보트를 허가해줘서 운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만큼만 해도 과잉 개발처럼 보이지만 생태가 좋은 곳이다 보니 영랑호와 그 주변은 끊임없이 관광개발이 시도되고 있는 중이다. 왜 좋은 자연은 가만히 내버려 두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결국 속초시는 '영랑호 생태탐방로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업은 호수 안쪽의 수면과 물가에 인공구조물을 대규모로 설치하도록 계획되어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호수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부교다. 수많은 사업이 있었지만 이런 사업은 처음 있는 일이다. 부교는 물에 띄워놓는 형식의 다리다. 호수의 수면을 개발하게 되면 석호의 자연생태계에 큰 피해가 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수질 악화는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이고, 그동안 인간의 간섭이 없었던 지역까지 간섭이 들어가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동·식물들에게도 부교의 설치는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영랑호가 수면을 개발하게 되면 다른 문제도 생긴다. 인근 지역의 다른 석호들도 개발하려고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성의 송지호와 화진포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비슷한 조건의 자연이 개발되면 ‘유사 사례’로 언급하기 일쑤고, 선례로 악용하여 떼쓰곤 한다. “왜 저기는 되고 우리는 안된단 말입니까”가 먹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신청이 가능해지자 전국의 40여 곳이 넘는 곳에서 케이블카를 신청한 것과 같은 현상과 같다.
주민들과의 갈등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이미 영랑호는 과잉개발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많은 구조물(데크 등)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어서 도보로 인한 보행과 자전거 이용한 산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고, 약 1시간 20분 정도면 영랑호를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사업의 진행은 경제적인 효과 역시 담보하고 있지 않다. 속초시가 현재(라고 쓰고 뒤늦게) '관광수요 추정'에 대한 용역을 발주했지만 이미 개발 계획을 진행하는 중에 맡긴 것이니 신뢰하기는 어렵고, 심지어 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쓴 예산이 코로나를 핑계로 집행했다는 것에도 신뢰가 무너졌다.
속초시에서 크게 놓치고 있는 것은 관광객들의 마음이다. 관광객이나 주민들은 영랑호에 '인공구조물'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보러 오는 것임을 완전히 잊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속초는 1년 방문객이 2천만 명 정도라고 한다. 중복되었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의 2/3 정도가 방문하는 것이고 이는 곧 오버투어리즘의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오히려 관광객의 수를 늘리려는 개발을 진행하는 것은 관광산업에 대한 왜곡까지 불러올 수 있다. 특히 머무르지 않는 관광, 쉽고 빠른 둘러보기가 가능한 관광으로 획일화되면 오히려 고유의 생태적 매력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속초시가 시민들이 반대하면 사업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하고선 사람들이 모이자 시민들의 모임을 환경단체라고 명명하고 '원래 그런 사람들'로 취급하고 있다. 이 모임의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고, 심지어 학생들까지 참여하고 있다. 1인 시위도 하고 있고, 몸자보를 하고 걷기도 하고 있고, 반대 서명도 받는다. 속초시 인구의 3% 이상의 서명을 받았지만 역시 묵살되고 있다. 속초시는 지자체에 우호적인 단체들에게 부탁해서 찬성하는 현수막을 대대적으로 걸었다는 의심도 받았다. 의심은 현실인지 불법 현수막에 대해 신고했지만 걷어가지도 않았다. 시민들은 영랑호를 지키고 싶은 마음일 뿐인데 쉽지 않다.
영랑호에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 살고 있는 것처럼 이 세상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섞여 살고 있다. 바닷물고기와 민물고기들은 서로에 대해 다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갈등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어울려서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제 석호가 얼마 남지 않았다. 아름답고 희귀한 석호를, 기수호를 이런 식으로 잃는다면 어른들은 영랑호가 바다인지 민물 호수인지 다투는 아이들도 잃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참 많은 것들을 빼앗으며 살아왔는데 아이들의 호기심과 궁금증마저 빼앗아서는 안 된다.
감독님이 이런 영랑호의 모습을 영화의 전반적인 모습으로 담고 싶으셨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와 조금은 같은 마음일 것이었을 것이라 기대하고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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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신이 없다고 최악은 아니다
개봉 전 시사로 먼저 관람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인생의 길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질문을 한다. 다른 사람이 물어보는 질문도 있겠지만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아침에 뭘 먹을지부터 시작해서 어떤 음료수를 먹고, 어떤 교통수단을 탈지 보다 먼 미래에 어떤 일을 할지를 계속 묻는다. 어린 시절에는 보통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를 묻는다. 그때그때 떠오르고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지만 그건 매번 바뀐다. 성장하면서 생각하는 것이 달라지고 보는 관점이 바뀐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조금씩 커져간다. 10대를 거쳐 20대, 30대를 지나면서 이런 고민들은 계속 바뀌고, 또 끊어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래서 인생이 더 재미있다고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무척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도 있다.
이미 그 시기를 지난 40-50대의 사람들은 그저 지나갈 뿐이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잘 생각해서 결정하라고 말한다. 다양한 것에 호기심이 있다는 건, 그만큼 하나의 길을 결정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앞서 그 길을 걸어갔던 사람들의 조언이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이다. 호기심을 따라 이런저럭 경험을 하다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을 수 있다. 어쩌면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거치는 그 정해진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인지 순간순간 계속 생각한다. 아이를 가지고 낳는 순간에도 그 고민은 떠나지 않는다. 좀 더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청춘들은 자신들의 앞에 서있는 문제를 고민하지만 선뜻 결정하지는 못한다. 다양한 직업과 길을 선택할 수 있지만 '현실'이라는 문은 자유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현실의 문으로 들어갈 것인지, 선택을 강요하게 만든다.
한 여자의 모습과 독백으로 시작하는 영화
한 여자가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화면 쪽을 바라보고 있다. 파티장에 있는 듯한 그녀의 얼굴은 미묘하게 고민이 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녀는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주인공 율리에(레나테 레인스베)다. 그 장면은 율리에가 남자 친구인 악셀(앤더스 다니엘슨 라이)이 그린 만화 콘텐츠 관련 행사에 같이 갔다가 혼자 테라스에서 안쪽을 바라보는 순간이다. 영화는 그 장면 이후 율리에가 악셀을 만나기 전으로 돌려 율리에의 20대 시절로 간다. 율리에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를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율리에는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다 심리학으로 전공을 변경했다 다시 사진작가가 되기 위해 촬영을 배운다. 20대에도 계속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삶을 변경해 왔던 그의 앞에 악셀이라는 남자가 나타나고 사랑에 빠진다.
사랑은 근원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질문에서 잠시 떠나게 만든다. 달콤한 시간으로 채워진 순간들 속에는 자신이 어떤 인물이어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 자신이 어떤 모습이든 사랑해줄 상대방이 있기 때문이다. 그 짧은 달콤한 순간이 지나면 서서히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주변의 상황들을 둘러본다. 영화 속 악셀은 40대다. 30대인 율리에와는 다른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악셀은 자신과 율리에의 아이를 원하고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자 한다. 반면에 율리에는 아직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만화가로서 확실한 직업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 악셀을 보는 율리에는 묘한 질투심과 자신에 대한 불확실함을 느낀다.
영화 속에서 율리에는 타인에 의해서도 여러 번 질문을 받는다. '너는 뭐가 하고 싶은데?', '너는 아이를 낳고 싶어?'. 이런 질문들을 받는 율리에의 답은 '모르겠다'다. 영화 내내 율리에는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이 없다. 글 쓰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써보고, 사진 찍는 게 좋아 사진도 찍어본다. 하지만 어떤 것에서도 확신을 느끼지 못한다. 늘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곧 바뀐다. 그가 악셀을 떠나 에이빈드(헤르베르트 노르드룸)를 만나게 되는 과정도 그렇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
악셀과의 만남에서 삶의 확신을 느끼지 못한 율리에는 마음이 더 끌리는 에이빈드와 만난다. 영화에서는 마치 뮤지컬 드라마처럼 구성된 첫 만남과 데이트 과정은 율리에의 시선을 명확히 보여준다. 화면 속 율리에와 에이빈드는 움직이지만 악셀을 비롯한 다른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다. 언뜻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이지만 그 속에 이별과 사랑의 시작이 뒤섞여 있다. 그 데이트의 전후에 율리에는 확신을 가지고 악셀에게 이별을 고한다. 아마도 영화에서 율리에가 가장 확신을 가지고 무언가를 이야기한 순간일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확신은 있지만 여전히 '나의 미래'에 대한 확신은 없다.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원래 제목은 <세상에서 최악인 사람-the worst person in the world>이다. 이 제목이 여러 의미로 해석이 될 수 있겠지만, 그 말 자체는 율리에가 자기 자신을 바라볼 때 드는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어로 만들어진 제목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영화 속 율리에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다. 확신을 가지고 무언가를 결정해서 다음 단계로 가더라도 그다음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마다 흔들리는 그의 모습에서 20-30대가 겪을 수 있는 불확실성의 늪이 보인다. 무언가를 선택해서 가야만 할 것 같은 기분, 더 많은 것을 경험해 보고 싶지만 깊이 있게 무언가를 해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무엇보다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시종일관 괴롭힌다. 그 두려움은 죄책감을 만들고 율리에를 최악의 사람으로 느끼게 한다.
사실 율리에 뿐만 안이라 연인 관계가 되는 악셀이나 에이빈드도 자신이 하는 일과 삶에서 어떤 확신이 없다. 단지 하고자 하는 방향이 있을 뿐 그들 또한 확신 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처음 전공을 선택할 때, 직장을 선택할 때, 연인을 만나 결혼을 선택할 때, 아이를 낳기로 결정할 때. 이런 선택의 순간들에 완전한 확신을 가지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사람은 흔치 않다. 영화는 율리에를 중심으로 그의 주변 연인들을 차례로 비추며 현실의 청년들이 고민하는 부분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로맨스를 중심으로 한 인물의 변화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는 로맨틱한 사랑도 결국 현실 속의 고민들과 질문들에 답해가면서 선택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영상과 사랑에 빠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답답하게 느껴지는 영화다. 율리에의 확신 없는 모습이 답답함을 느끼게 하고 그것이 현재 우리들의 인생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현실감을 전달한다. 율리에를 연기한 배우 레나테 레인스베는 이 영화의 연기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타기도 했다. 결국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좀 더 솔직해지고 자신만 확신이 없는 것을 알았을 때 좀 더 담담하게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배우의 얼굴로 무척 잘 표현되어 있다. 배우가 주는 생동감은 이 영화의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한다.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의 배우 레나테 레인스베의 생동감 있는 연기
영화의 제목처럼 율리에는 진짜 최악의 사람은 아니다. 단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확신이 없을 뿐이다. 그것 자체가 죄가 될 순 없다. 영화의 이야기를 보면서 느껴지는 건, 미래에 대한 뜨거움과 사랑의 달콤함 그리고 혼란스러움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감정들이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에 담겨있다. 어쩌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일들이 가장 보통의 삶이고, 우리가 이미 겪고 있는 모습일지 모른다. 그런 과정을 통해 결국 자신이 가야 할 길과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율리에를 관객들은 미워할 수 없다. 그 고민의 모습 어딘가에 우리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연출한 요아킨 트리에는 덴마크 출생의 노르웨이 감독이다. 그는 <델마>, <오슬로, 8월 31일> 같은 영화를 연출해 좋은 평가를 받았고 감각적인 연출 스타일로 관객들에게도 사랑받았다. 이번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에서도 감각적인 연출로 로맨스 장면에서는 사랑스러운 느낌을 전달하고 율리에의 고민에서는 인물들의 반응을 화면에 디테일하게 담아냈다.
관객 모두가 율리에가 영회 속에서 하는 결정과 행동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경험한 것처럼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나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사실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렵다. 삶을 살아가면서 평생 고민하고 조금씩 방향을 바꿔나가야 한다. 율리에는 조금은 과감한 방식으로 방향을 틀어나가지만 그 모두가 결국 자아를 찾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에는 그런 과정이 담겨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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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의 모든 것
출처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이 7월 14일(목) 오전 11시 유튜브 생방송을 통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출처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맹수진 프로그래머-조직위원장 김창규-집행위원장 조성우)
장성란 저널리스트가 사회를 맡아 진행한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은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되었으며, 김창규 조직위원장, 조성우 집행위원장, 맹수진 프로그래머가 참석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출처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조성우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제18회를 맞아 큰 도약을 준비했다"며 세계 최고의 영화음악축제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는 2006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 음악영화인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제천영화음악상은 세계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2017년부터 아시아 음악영화인으로 후보를 넓혀가며, 올해부터는 전 세계 음악영화인을 대상으로 진행합니다.
출처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올해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음악영화 <위플래쉬>, <라라랜드>의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Justin Hurwitz)가 2022년도 제천영화음악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저스틴 허워츠는 하버드에서 작곡과 어케스트레이션을 전공했으며,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모든 영화 음악을 작곡했으며, <라라랜드>, <위플래쉬>, <퍼스트맨>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등 유수의 시상식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여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특히 2017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 음악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영화음악계에 떠오르는 신성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2022년 제천영화음악상 수상자 저스틴 허위츠의 특별 단독 공연이 전 세계 최초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출처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는 역대 최대 규모인 39개국 140편의 음악영화로 찾아왔습니다. 그 중 영화제의 시작을 알릴 개막작은 바르토즈 블라쉬케 감독의 <소나타>입니다. 영화는 현실적인 성장이야기로, 소피아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출처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비행장)
이번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제천을 상징하는 의림지무대와 제천비행장에서 펼쳐집니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기존 영화제의 모습을 탈피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하여 주 무대를 제천시 모산동에 위치한 제천 비행장으로 옮겼습니다.
조성우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주 무대가 의림지 야외무대, 제천 비행장이다. 제천 시민속으로 파고 들고 더 많은 관객이 영화제를 즐길 수 있도록 공간에 대한 많은 고민 끝에 선택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올해는 축제의 정체성을 한층 더 강화해 대표 음악 프로그램인 '원 썸머 나잇', '필름콘서트' 저스틴 허위츠의 '스페셜 콘서트' 등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축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원 썸머 나잇'은 역대급라인업으로, 첫번째 8월 12일 금요일에 열리는 '그루비 나잇'에서는 힙합 뮤지션 사이먼 도미닉, 로꼬, 릴보이, 릴러말즈가 무대를 채우고, 두번째 8월 15일 월요일에 열리는 '멜로우 나잇'에는 십센치, 선우정아, 이석훈, 폴킴, 잔나비, 이무진 등 감성 보컬이 무대를 꾸밀 예정입니다.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관객들의 관심을 이끌고 있습니다.
출처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올해부터 [영화와 음악] 프로그램을 시작하였습니다. [영화와 음악] 프로그램 섹션 중 하나인 올해의 큐레이터는 '조영욱'음악 감독이 맡았습니다. 그는 1997년 영화 <접속>을 시작으로 <조용한 가족>, <해피엔드>,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등 한국영화사에 기록될 작품들의 음악감독입니다. 조영욱 음악감독은 올해의 큐레이터 섹션을 위해 지극히 주관적이고 사적인 6편의 영화 리스트를 선정하였습니다.
본인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무뢰한>, <공작>, <헤어질 결심> 3편과,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서스페리아>, 시노다 마사히로 감독의 <말라버린 꽃>, 마이크 호지스 감독의 <겟 캇터>가 상영될 예정입니다.
출처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더불어 [영화와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고(故) 방준석 추모전 섹션이 준비되어있습니다. 한국영화음악의 발전에 큰 족적을 남겼고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도 깊은 인연을 맺어온 방준석 감독을 추모하고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고(故) 방준석 추모전을 마련했습니다.
<자산어보>,<주먹이 운다>, <신과 함께 - 죄와 벌>, <후아유>등 방감독이 참여한 4편의 영화를 상영하고 방준석 감독과 함께 영화를 만든 이준익, 류승완, 김용화, 심보경 그리고 방준석 감독의 동생인 방준원과 각 영화 상영 후 릴레이 토크에 참여해 방감독에 대한 추모의 시간을 함께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많은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세계 각국의 영화와 음악의 감동을 만끽할 수 있는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오는 8월 11일(목) ~ 8월 16일(화) 에 개최됩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홈페이지 : https://www.jimff.org/kor/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획기사는? 씨네랩 홈페이지 : https://cinelab.co.kr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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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리의 별빛 아래>, <가버나움>의 울림 이을까? 2월 개봉 확정!
-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제작진이 내놓은 새로운 감동 드라마 <파리의 별빛 아래>가 2월 개봉을 확정하며 영화 <가버나움>의 울림을 이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 <파리의 별빛 아래>는 파리의 홈리스 '크리스틴'과 아프리카 난민 소년 '술리'가 출신, 국경, 언어의 벽을 넘어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고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가는 감동 드라마로,'프랑스의 아카데미상'으로 유명한 세자르 시상식에서 주연상과 조연상을 모두 석권한 프랑스의 국민 배우 카트린 프로가 마음 둘 곳을 잃은 파리의 홈리스 ‘크리스틴’ 역을 맡아 진정성 있는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다. 또한 ‘크리스틴’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아프리카 출신 난민 소년 ‘술리’ 역에는 <가버나움>의 ‘자인’을 이을 보석같은 아역 배우 마하마두 야파가 캐스팅되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파리의 별빛 아래>는 국경과 출신, 언어의 벽을 넘어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는 두 사람을 통해 세상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따뜻한 위로와 함께 유럽의 난민 문제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관객들을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파리의 별빛 아래>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언노운 걸>, <미안해요 리키>처럼 사회에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전해준 웰메이드 영화들을 탄생시킨 프로듀서 필립 로기가 참여해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아비뇽 영화제의 최고 유럽영화상부터 시카고 국제 영화제의 골드 휴고상, 데살로니키 다큐멘터리 영화제의 국제 비평가협회상을 휩쓴 차세대 거장 클로스 드렉셀이 연출을 맡아 영화에 깊이를 더했다. 여기에 <카페 벨에포크> 촬영팀과 <미라클 벨리에>, <걸> 음악팀까지 합류해 코로나19로 지친 관객들에게 슬픔을 위로하고 더 나아가 희망을 심어줄 영화가 될 것으로 보여 기대감을 더욱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