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06-07 14:54:19
공포 영화 대전, 과연 승자는?
<컨저링 3> vs <콰이어트 플레이스 2>
한국 개봉 3주 만에 관객 수 200만 명을 돌파하며, 극장 전반을 견인한 <분노의 질주 9: 더 얼티메이트> (F9)가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6월 25일 북미 개봉을 앞둔 '분노의 질주' 시리즈 제9편은 5월 19일 전 세계 최초 개봉 이후 총 2억 5천만 달러 (한화 약 2780억 원) 를 벌어들였는데요. 특히, 중국 매출이 2억 300만 달러로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고무적입니다. 블록버스터 중에서도 특히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어야 하는 시리즈인 만큼, 당연히 손익분기점 돌파를 위해 이를 뛰어넘는 북미 수익을 기대해야 하는데요. 개봉 전 북미 외 기타 박스오피스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기에 북미 시장도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
모두가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할리우드의 경우, 2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켜낸 파라마운트 사의 <콰이어트 플레이스 2>를 제치고 개봉 버프를 등에 업은 또 다른 공포 영화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가 1위를 차지하였는데요. <컨저링 3>는 북미 3,102개의 극장에서 2400만 달러 매출을 올리며, 많은 이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기록을 세우며 극장 박스를 지켜냈습니다. 이는, 워너브라더스의 <컨저링 3>가 이미 HBO Max에서 ‘추가금’ 없이 공개되었기에 더 놀라운 기록이기도 합니다. 현재, 워너브라더스 측은 <컨저링 3>의 HBO Max 시청 수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제작비 4000만 달러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는 이미 그에 상응하는 수익을 올리며 시리즈 (스핀 오프 포함) 전체 수익을 18억 달러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컨저링 3>로 인하여 잠시 2위로 하락했던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북미에서 올린 경이로운 수익 8800만 달러를 포함하여 전 세계 총 1억 38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요. 아직 시들지 않은 인기를 보이고 있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다시 <컨저링 3>를 제치고 weekly 박스오피스 1위가 될 거라는 전망입니다. 이러한 북미 흥행에 힘입어 아직 개봉하지 않은 한국 시장을 포함한 기타 시장의 흥행까지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특히,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의 공포 명작 <여고괴담>과 같은 주에 개봉하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얼마나 많은 박스를 차지할지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공포 영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여타 지역과는 다르게 중국 시장에서는 디즈니의 <크루엘라>가 개봉일인 일요일 하루에만 약 20억 원을 벌어들였다고 하는데요. 이는 팬데믹 이후 개봉한 디즈니 영화 가운데, 개봉일 수익 850만 달러를 기록한 <뮬란>에 이은 2위의 기록이며,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과 <소울>보다 앞선 기록입니다. 워너브라더스와 마찬가지로 디즈니 또한 현재 디즈니 플러스 내 시청 수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보도를 통해 현재 <크루엘라>를 향한 관심이 매우 뜨겁다고 전했습니다.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디즈니는 곧바로 <크루엘라> 속편 제작을 발표했는데요. 올 7월 개봉될 디즈니-마블의 <블랙 위도우>까지 가세한다면 디즈니의 주가가 조금은 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연,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바 있는 <캐시트럭>이 개봉하는
이번 주 박스오피스 순위는 어떻게 될지! [씨네픽]을 통해 예측해보시길 바라면서!
영화로운 한 주의 시작 보내시길 바랍니다 :)
씨네랩 에디터 Cammie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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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윅' 시리즈의 총합체이자 진일보
복수는 나의 것
누군가 복수는 차갑게 해야 최고로 맛있는 반찬이라 했던가. 존 윅은 뭔가 연습하고 있다. 그의 주먹에서 대포 소리가 난다. 펑. 펑. 분노에 씌인 사람처럼 재활운동에 힘쓰고 있다. 카메라는 바워리로 향한다. 어딘가 향하는 바워리. 바워리의 도착지는 존 윅이 나무 허수아비를 샌드백삼아 쾅쾅 두드리고 있던 방이었다. 존에게 묻는 바워리. ‘준비 됐나? 존?’ ‘물론이지’ 존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활활 타오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머지않아 최고회의 장로를 암살한 존. 이제 시작이다. 시체 직전까지 갔던 존은 최고회의든 최저회의든 다 씹어먹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딘가로 향하는 윈스턴과 카론. 도착한 곳은 그라몽 후작의 방이었다. 장황한 소리를 들어놓는 그라몽 후작. 결론은 간단했다. 자긴 결국 인내심이 다 됐다는 것이다. 화가 많이 난 그라몽 후작. 1시간 길이의 모래시계가 다 되자 뉴욕 호텔을 폭파시킨다. 당황하는 윈스턴과 카론. 그라몽 후작은 두 사람에게 파문을 선언한다. 위기에 봉착한 윈스턴과 카론. 두 사람은 두 사람 나름대로, 존 윅은 존 윅의 방식으로 최고 회의를 향한 복수극을 계획한다. 세명 다 알고 있다. 이런 식을 반복하다간 끝이 없다는 걸. 그래서 어떻게? 윈스턴에게 뭔가 대안이 있는 것 같다. 과연 이 길고 긴 복수극을 존 윅은 끝낼 수 있을까?
형 왔다
4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의 신작이다. 기존 '존 윅' 시리즈 1,2,3편은 그야말로 액션 대잔치였다. 1편 처음부터 3편 끝까지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액션은 다 때려 박은 이 시리즈. 이 시리즈에서 액션 중 어느 것이 좋아!라고 말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영화 전부 다 장난 아닌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인상 깊던 장면을 뽑아보자면, 1,2,3편에 하나씩은 다 있다.
우선 1편이다. 영화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아내를 병마로 잃어 슬퍼하던 존 윅이 그녀가 남겨놓은 자동차와 강아지를 뺏은 인간들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조직 하나를 깡그리 몰살시킨다. 추후 개봉하는 2,3,4편보다는 액션에 감정이 덜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데 이를 구현하듯 서서히 하나하나 피격하는 존 윅의 사격솜씨가 느껴진다. 큰 저격용 총을 가지고 악당들의 머리통에 총알 박는 쾌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를 위해 총을 맞고 나서 난 후의 리액션 연기가 좋았다. 또 영화에서 좀 사족처럼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한 것도 이 액션 쾌감을 덧붙여준다. 무슨 말이냐? 존 윅이 아내랑 얼마만큼 친한지 그런 설명 필요 없다. 윈스턴과의 관계? 그냥 보면 안다. 이 사람이 얼마만큼 업계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었나? 어차피 싸우는 거 직접 보면 안다. 빌런의 카리스마? 그게 왜 중요해? 내내 때려 부수는 쾌감과 키아누 리브스의 비주얼로 액션의 끝판까지 영화를 끌고 간다.
다음 2편이다. 2편은 영화의 형식이 눈에 띄었다. 영화 초반부에 윈스턴이 컨티넨탈 호텔에 대해 계속해서 강조한다. 존과 카론에게 말하는 것 같지만 당연히 관객에게 하는 말이다. 이 강조한 규칙은 영화 전반적으로 작동하는 핵심이 되어 극을 이끈다. 단순한 서사였던 1편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간단한 2편. 그러나 이 지점에서 영화는 서사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4편으로 이어지는 존 윅의 감정선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보여주듯 영화 곳곳에서 존(키아누 리브스의) 감정연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이 2편 <존 윅 : 리로드>의 액션도 굉장하다. 글쓴이가 뽑는 최고의 장면은 1편에 등장한 필기구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떡밥을 회수했다는 것 자체도 나름 가치가 있지만 맨몸 액션의 쾌감이 이뤄 말할 수 없다. 또 이 작품 후반부에서 장소를 이동해 벌이는 격투신이 있다. 이 과정에서 나이프를 이용한 액션을 보여준다. 사실 ‘존 윅’을 위시로 한 액션 시리즈물에 사용되는 격투 연기는 행동이 재빠르고, 테이크가 짧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윈터 솔저와 블랙 팬서가 맨몸액션을 보여줄 때 샷이 짧게 구성되어 있다. 덕분에 장면이 확확 바뀌는 느낌이 들어 화려하다. 또 이 짧은 편집방식은 영화의 특성과도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왜냐? 영화는 수많은 히어로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러려면 샷이 짧아야 히어로들을 잘 보여줄 수 있겠지? 그러나 반대로 ‘존 윅’ 시리즈는 다르다. 어떤 액션을 뽑을 때 테이크를 길게 길게 가져가서 생동감을 살린다. 이 말은 곧 배우들이 이 액션 동작을 일일이 다 외워서 찍었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배우들과 촬영팀의 열일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다음은 3편이다. 3편에도 전작들과의 차이점을 부여한다. 바로 액션에 감정을 넣으려는 시도다. 이 영화의 서사 역시 단순하다. 규칙을 어긴 존 윅이 세계 도처에 깔려있는 킬러들과 대결을 벌인다는 설정이다. 이 단순한 이야기구조는 ‘존 윅이 무엇을 바라고 이렇게 처절하게 싸우는가’와도 관련이 있다. 이 핵심을 앞에 두고 내내 주파하는 영화라 처절함을 점점 더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액션은 역시 총기 액션과 나이프 파이팅이다. 왜인진 잘 모르겠지만 사무라이라는 모티브가 영화에서 사용됐다. 좀 갑작스러웠던 설정 이긴 하지만 이런 설정들이 영화 나름대로 액션을 상징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시리즈의 총합체와 진일보
이 영화는 위에 상기한 1,2,3편의 장점을 그대로 다 때려 박았다고 볼 수 있다. 영화에서 도시 두 번 바꾼다. 첫 번째는 오사카, 두, 세 번째는 유럽으로 간다. 3편에서 동양적인 소재가 들어갔던 걸 암시라도 했던 듯이 이 작품에서 사 사무라이라는 이미지를 나름 멋있게 활용한다. 또 2부에선 존 윅이라는 킬러의 과거와도 관련이 있다. 사실 2편은 존 윅의 과거와 싸우는 영화라고도 볼 수 있다. 본작 2부에서는 존윅이 과거의 어떤 것을 청산하기 위해 무슨 행동을 하는 것이 중심이 되어 있다. 3부는 존윅의 현재와 과거를 다뤘다. 과거에서 맺었던 인연이 영화에서 반동인물이 된다. 그러나 이 인물이 들이닥친 현재는 영화에서 존과의 공통점을 이루는 지점이 된다. 또 존 윅의 현재가 얼마나 치열하고 내내 들끓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도시에서 사람들이 떼거지로 몰려와 원형을 이루며 싸우는 액션 신을 본다면 3편 <존 윅 : 파라벨룸>의 절실함이 더 깊게 느껴진다.
또한 시리즈의 진일보도 느껴진다. 영화를 보고 뭔가 알 수 없이 후련함과 우울함이 느껴졌다. 영화 전체적으로 존윅에게 깔려있는 처절함 때문이었다. 영화는 자유를 차지하려는 갈망을 3시간에 걸쳐서 보여준다. 그래서 그런지 총알 한 발 주먹한 방에 존윅의 마음가짐이 담겨있다. 이건 뭐 극후반부 하이라이트 신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초반부 어떤 사람을 암살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를 멀리 떨어트려 인물이 혼자서 싸운다는 느낌이 들게 하고, 라디오를 등장시켜서 일대 다수의 갈등구조를 연상시키게 하는 부분이 그의 근거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몇몇 장면에 ‘혼자’라는 느낌을 강화시켰고, 또 곳곳에 보이는 가족관계 묘사가 있어 존 윅이 얼마나 족쇄에 묶여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게끔 한다. 그냥 장르적인 쾌감으로 끌고 가던 전작과는 다르게 인간의 내면을 묘사하기 위해 액션이 쓰인 셈이다.
세계여행
영화는 아시아와 유럽을 이곳저곳 어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우선 오사카를 공간적으로 설정한 장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오사카 하면 일본에 속해있는 도시다. 일본과 액션 하면 생각나는 것은 사무라이다. 뭐 사무라이가 일본의 역사에서 일정 비중 차지했다는 것엔 여지가 없다. 뭐 넣을 수도 있지? 그런데 이 사무라이에 대한 묘사가 좀 시대에 뒤떨어져 보인다는 것은 아쉽다. 아니 임진왜란 때 조총 쓰던 사람들이 너무 낡게 전투하는 것은 아닌가? 이 지역에서 킬러들의 존재감이 세서 망정이지 이 디테일은 영화에서 초반부를 설정하는 데 있어 크게 작용할 뻔했다. 물론 호평할 부분도 있다. 1부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두 부녀는 정말 멋있게 캐릭터를 설정했다.
다음은 2부다. 2부는 영화에서 어떤 분에 따라 좀 루즈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듯싶다. 이는 3부에서 1,2부를 상회하는 강력한 임팩트가 3부에서 찍히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즉슨 2부가 약간 준비물같이 들린다는 점이다(물론 3부보다 못한다 뿐이지 여기서도 액션은 좋다). 그런데 뭐 3부도 마찬가지지만 방탄 정장을 무슨 치트키처럼 사용하는 감이 좀 있지 않았나 싶다. 다음 3부는 정말 굉장하다. 이 지역이 워낙 여행으로 유명한 도시다. 그래서 이 도시를 중심으로 우리가 잘 아는 랜드마크에서 액션신을 보여준다. 이때 묘사했던 도시의 풍광은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강점으로 묘사될 만하다. 또 이 도시의 문(?) 랜드마크에 실제로 가봤을 때 사람이 바글바글했던 기억이 있다. 이런 디테일을 구현하듯 세계의 명소들이 갖고 있는 특성들을 적절하게 활용한다. 이 3부에서 액션신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대단하다. 특히 어느 교회엔가 들어가서 액션 신을 벌이는 부분은 촬영이 어마어마했다고 느낀다.
캐릭터 쇼
이 ‘존 윅’ 시리즈를 액션 시리즈물로 기억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글쓴이는 이 시리즈의 강점 중 하나는 캐릭터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 1,2,3편에서 존 윅을 제외하고 기억에 남았던 캐릭터가 몇 있다. 윈스턴 캐릭터가 1편에서 존을 도와주던 방식, 2편에서 여성 캐릭터와의 맞대결, 3부에서 할리 베리가 맡았던 역할 등 이 시리즈는 캐릭터의 멋을 살리는 데 있어 공을 많이 들인다. 이 4편에서는 이런 지점이 유지 내지는 강화되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으로 1부의 아키라, 2부의 ‘미스터 노바디’. 3부의 케인이다. 이 세 사람은 서사에서 중요한 입장에 놓임과 동시에 사람마다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이 있다. 이 특성을 활용한 액션신을 명확한 촬영방식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서사에서 주요 인물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캐릭터들 중에 견자단이 맡은 케인은 정말 훌륭하다. 60대 언저리의 나이와는 맞지 않는 날렵한 액션, 선글라스를 꼈지만 느낄 수 있는 황망함까지 액션 배우로서 이름을 날린 경험치를 톡톡히 보여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으로 뽑는 부분인데, 아마 견자단의 액션 하나만으로도 영화는 티켓 가격을 충분히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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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작년에 돌아가신 미국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동과 흐믓한 기분이 들었다. 루스의 삶을 보면서, 역사에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인물이 나타나 역사의 진보를 이뤄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즉, '루스'는 특정한 개인이면서 역사발전의 단계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인물의 현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개인 '루스'이면서 동시에 역사적 존재로서의 '여성'이자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멋진 드라마다.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는 초기 공동체 - 모계사회 - 를 제외하고 줄곧 남성이 주류였던 사회였다. 즉, 같은 인간이면서도 단지 '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남성은 여성은 착취하고 억압하고 학대했다. 남성이 권력을 갖게 된 시기를 마르크스는 '잉여생산물'이 발생하면서부터라고 했다. 이건 인류가 채집경제를 벗어나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를 말하며, 농경, 정착, 집단화의 과정을 거치며 인류는 문명을 이루기 시작했다.
잉여생산물의 발생은 노동생산성이 증가한 결과이며, 이는 공동체 시기에 모든 구성원이 채집 활동을 했던 것과 달리, 집단의 우두머리는 더 이상 노동하지 않고, 다른 구성원이 생산한 잉여생산물의 일부를 소유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잉여생산물을 취득한 집단의 우두머리는 지혜롭고 경험이 많은 노인이었고, 그는 신과 대화하는 무당이기도 했다. 그 우두머리가 꼭 남성은 아니었다.
잉여생산물의 집적, 농업에서 남성노동력의 우월성, 여성의 생리, 임신, 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상실 기간, 여성의 생리와 임신, 출산이 갖는 남성의 여성에 대한 신비로움과 두려움, 공동체에서 존재했던 다부모, 다자식 형태에서 일부일처 또는 일부다처제로 나아가는 원인 역시 남성이 잉여생산물을 독차지하고, 여성을 사회적 존재에서 대상화, 소외시키면서 경제적, 사회적 권력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핏줄에 대한 집착으로 발생한 사회적 계약이었다.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규정하는 건 모든 인종, 모든 지역, 모든 사회에서 공통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잉여생산물을 독점하려는 남성 집단의 담합과 여성을 소유하려는 남성 집단의 연대가 암묵적 또는 공공연하게 진행되었고, 그 결과 '가부장제'가 굳건하게 뿌리내린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남성이 권력을 차지하는 방식은, 초기부터 현재까지 일정한 패턴을 갖는다. 잉여생산물이 발생하던 초기에 남성(집단)은 물리적 폭력으로 여성을 억압하는 동시에 금기(터부)를 만든다. 여성의 생리를 부정한 것으로 규정하고, 집단에서 배재하는 방식으로 시작한 금기는 점차 다양하고 세분화하면서 여성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존재'로 규정해 나간다.
집단(사회)의 규정은 남성 중심, 남성 위주로 재편되고, 여성에게 불이익을 강요하며, 모든 기득권, 권력의 독점, 경제적 이익을 남성이 차지하도록 구조를 만들어 가고, 공고히 한다. 이런 지배 규칙은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사회제도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모든 사회경제 제도, 노예제, 농노제, 자본제에서 주류는 남성이었고, 그들의 사회는 가부장제를 핵심으로 한다.
'여성과 계급'의 문제는 어느 시대든 가장 급진적이며 본질의 문제였다. 둘 사이에 어느 한쪽이 더 중요하고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인지 여부는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성 문제는 늘 계급 문제에 가리거나 덜 중요하게 취급되었다. 계급 해방은 극소수 착취 계급을 무너뜨리며 착취 구조를 해체하는 것이지만, 여성 해방은 인류 보편의 평등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이며 여성 해방은 자연스럽게 계급 구조도 해체할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즉, 경제적 착취 구조는 문명의 발달과 함께 형태를 달리하며 노예제, 농노제, 자본제 등으로 옮겨갔지만, 여성의 차별, 착취는 계급 발생과 함께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규정하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다. 어느 시기를 막론하고, 성차별, 성불평등이 강제되는 사회는 멸망했으며, 자본주의 체제 역시 성차별, 성불평등이 강화된 사회구조여서 계급 갈등과 함께 체제의 모순을 드러내는 두 개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자본주의 체제도 오래 유지되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페미니즘'이 공산주의 이론에서 나타난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공산주의 이론은 계급해방과 인간해방을 동시에 주장하며, 이때 인간해방은 양성평등을 기본 전제한다. 또한 성소수자,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의 해방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즉, 공산주의는 계급의 철폐와 함께 인간 평등을 기본으로 하는 사회체제다. 지금까지 몇 나라에서 실험한 공산주의는 실패했다. 그래서 '현실 사회주의'가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인류의 미래가 지금과 같은 소수 착취자가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사회를 폐기한다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다. 그것이 꼭 '공산주의'가 아닐 수도 있지만, 소수에 의한 다수의 착취, 남성에 의한 여성의 착취 같은 착취 구조는 점차 평등을 향해 나가고 있음을 역사의 발전 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여성이 사회적 존재를 드러내고, 자신의 위치를 확장하려는 노력을 할 때마다 가부장 사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런 시도를 방해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남성과 여성을 적대적 관계로 만드는 것이다. 어리석은 남성 대중은 자신들이 누리는 기득권이 여성에 의해 침범당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살아온 남성들에게는 남성우월주의가 마치 물속에서 물고기가 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느껴지지만, 여성의 입장에서는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와 있는 것처럼 괴롭고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여성들이 자신의 숨 쉴 권리를 찾으려 하는 당연한 행동을 남성 일반은 자신(남성)을 공격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체제에 안주한 기득권자인 남성은 여성을 억압하는 지금의 사회구조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남성은 단지 '성'이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의 기득권에 소속되며, 특혜를 누린다. 반면 여성은 똑같은 능력을 가졌거나 더 나은 능력이 있어도 남성보다 적은 보상,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그런 점에서 여성은 본질적으로 진보적이며, 사회 변화의 주체다. 그럼에도 여성은 여성만으로 세계를 변혁하지 못한다. 계급 투쟁이 여성운동보다 근본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 나는 물론 둘 다 근본적이라고 본다 - 보편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여성운동은 계급투쟁과 동행하거나 포용해야만 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계급투쟁에서 여성운동은 별개의 과제가 아니라, 동시적이며 본질적인 과제인 것이다.
페미니즘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백인 부르주아 여성'이 주도하는 운동으로 시작되었다. 그보다 앞서 사회주의 혁명을 이루기 위한 노동계급 투쟁에서 페미니즘은 여성해방과 노동계급해방을 동시적 과제로 선정했다. 노동계급은 8시간 노동, 주5일 노동, 생리휴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기업에서 성차별 철폐, 가사노동의 사회적 보상 등 양성평등을 위한 투쟁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 결과 지금은 적어도 공식적으로 성차별 금지, 여성노동의 착취 금지, 여성의 사회적 노동의 인정 등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이것도 현대 자본주의 초기부터 노동계급이 피흘리며 싸워온 결과였다.
루스 긴즈버그의 삶은 여성의 지위 향상과 양성평등에 크게 기여했다. 한 사람의 뛰어난 능력과 의지가 사회를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가는가를 잘 보여주는 모델이기도 하다. 루스 긴즈버그가 체제-미국 자본주의-내에서 가능한 여성의 권리를 확장하는 노력을 했다면, 로자 룩셈부르크는 체제의 변혁을 통해 인간해방을 이루려는 시도를 하다 참혹하게 살해 당한 경우다. 사회주의 변혁운동에서도 여성은 비주류였으며, 중요한 결정에서 소외되거나, 더 탁월한 재능을 가졌음에도 지도부에서 배제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늘날 여성운동은 체제에 매수 당하거나 자발적으로 남성기득권에 투항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여성(과 여성운동)은 본질에서 진보적이지만,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며, 부르주아 여성운동은 남성 기득권에 기생 또는 공생 관계로 만족한다. 이들 부르주아 여성(운동)은 자신을 '명예남성'으로 인식하며, 남성 권력이 던져준 부스러기 권력에 만족한다.
여기에 극히 일부 여성(운동)은 남성을 '적'으로 상정하고 무차별 공격한다.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제, 남성기득권 구조가 비난받아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남성 일반을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하는건 19세기 아나키스트의 테러를 떠올린다. 그들은 권력을 가진 적을 살해하면 혁명을 이룰 수 있다고 여겼지만, 체제와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
남성 일반은 여성(운동)의 동지이자 지지자이자 동지이며,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여성의 지위 향상과 양성평등은 여성이 남성을 공격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어리석은 남성 일반을 견인해야 하며, 각성한 남성과 함께 힘을 모아 사회를 변화시켜야 궁극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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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안에서 다르지 않으므로
SYNOPSIS.
“오늘은 너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오후, 세미는 이상한 꿈에서 깨어나 하은에게로 향한다. 오랫동안 눌러왔던 마음을 오늘은 반드시 전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넘쳐흐르는 마음과 달리 자꾸만 어긋나는 두 사람. 서툰 오해와 상처를 뒤로하고, 세미는 하은에게 진심을 고백할 수 있을까?
POINT.
✔️ 배우로서도 뛰어나지만 감독으로도 이미 많은 기대를 받고 있던 조현철 감독의 첫 장편
✔️ 세월호를 '논하는' 영화가 아니라 '느끼게 하는' 영화. 마음 앓게 하는 영화.
✔️ 각본과 연출이 매우 섬세합니다. 여고생의 삶을 이토록 여고생답게 표현한 작품도 흔치 않은 듯해요.
✔️ 필터를 뽀얗게 쓴 화면 위로 흐르는 오혁의 음악. (너무 좋은데 음원 왜 안 내주세요?)
누군가의 사랑이 깃든 자리는 언제나 은은한 빛이 난다. 아주 많은 관객을 만나지 못했어도 애정을 가득 받은 영화들 또한 그렇다. 볼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상영 시기를 놓쳐 못 보았던 이 영화를 결국 보게 된 건, 세월호에 관한 다큐를 보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서 누군가가 보인 진득한 애정 때문이었다. 너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서술이 너무 어렵다. 딱 떨어지는 문장과 내 마음을 가장 적절히 표현할 단어를 고르기가 매우 어려워 "하..." 혹은 "너무 좋아요." 따위의 말이나 하게 된다. 누군가에게서 익숙한 표정과 문장을 본 날,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자려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거나 눈물이 나기도 했다. 내가 왜 이러지. <러브레터>를 처음 봤던 17살 이후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눈물이 난 적은 많아도, 보고 나서도 그 감정이 너무 얼얼하게 내 안에 남아 계속 울게 되다니. 이 영화의 어떤 부분이 마치 내상 같았다. 간접 경험만으로도 이렇게 아픈데 이 마음으로 10년을 살았다니, 살고 있다니. 그 주간 내내 세월호 관련된 영화를 두세 편 보았는데, 나중에는 약간 몸살 기운마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영화를 다시 보는 건 그러므로, 자학이 아닐까. 너무 좋았지만 다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그래도 다시 보고 싶었다.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두 번째 영화관에 들어섰을 때, 마침내 안심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세월호를 정면으로 품고 있고, 그렇기에 아프지 않을 방법이 없지만, 그래도 이 아픔을 뒤덮는 넉넉한 사랑을 함께 품고 있다. 그래서 아프지만 아름답다. 이래도 저래도 아플 거라면 아름답게 아프고 말겠다.
꿈과 현실이 뽀얗게 엉킨 자리
언급했듯 이 영화는 세월호의 존재감을 숨기지 않는다. 영문 자막 버전으로 영화를 보면 아예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까만 화면 위로 텍스트를 띄워 세월호 사건을 설명한다. 그리고 2014년 4월의 어느 봄날, 이라는 말과 함께 영화가 시작된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날. 다리를 다쳐서 수학여행을 갈 수 없는 하은(김시은)과, 이상한 꿈을 꾸고 나서 불안한 마음에 하은을 찾아가 수학여행을 같이 가자고 하는 세미(박혜수)의 하루를 담은 영화다. 한동안 수학여행이라는 단어 자체에 움찔하던 사회에서 살아온 우리로서는, 이 수학여행의 비극을 피부로 알고 있고, 그렇기에 두 아이의 뽀얀 하루를 따라가는 기분이 매우 기묘하다.
그래서일까. 두 아이의 뽀얀 하루는 현실인 듯 꿈인 듯 아룽아룽거린다. 시계와 거울이 유난히 많고 곳곳에 나비가 붙어 있고 필터가 2000년대 일본 영화처럼 뽀얀... 그 자리에서 너무나 현실적인 여고생의 모습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꿈과 현실의 경계가 아득하게 흐려진다. 어쩜 이 모든 게 거대한 꿈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할 때쯤, 죽음 너머 아득한 미래에서 보기엔 이 현실도 꿈같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언젠가 내가 죽은 후에 지금 이 시간을 누군가 영상으로 재생해 보여준다면, 꿈처럼 보이겠지.
내일을 모르고 오늘을 사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여기, 관객의 자리가 그 아득한 미래다. 내일을 알아버린 자들이 내일 너머에서 보고 있기에 모든 순간은 더 영롱하게 빛난다. 물에 빠지면 누구 먼저 구할 거냐는 흔한 질문도 그렇지만, 모든 말이 사무친다. 왜 죽는 걸까 하는 질문에 대수롭지 않게 빵을 우걱우걱 먹으며 "정답!"을 외치고는 '늙고 병들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늙지도 병들지도 않은 아이들은 왜 죽음을 건너가야 했을까. 흉 지면 안되니까 물 닿으면 안 된다고 그렇게 신신당부하셨는데 물에 닿아 버려서, 흉 지지 않게 아껴주고만 싶었던 손에 물이 닿아 버려서 어쩌지.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파 견딜 수 없다.
실제로 이 영화 속에서 꿈과 현실은 원을 그리듯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된다. 이 영화는 그렇게 우리를 세월호 안으로 데려다 놓는다. 그날 떠난 건 너만도 나만도 아니고 우리였음을, 너와 나였음을 깨닫게 한다.
그 안에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두 고등학생의 사랑과 성장 이야기이기도 한데, 보는 내내 어떻게 십 대 여고생의 사고체계와 관계 방식은 물론 말투와 머리 묶는 방식까지도 저렇게 현실성 있게 구현했는지 감탄했다. 뭐 나도 십 대 여고생이었던 시절에서 많이 멀어져 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시절에 느꼈던 감정의 모양이나 양상은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현실감 있게 그려낸 여고생 캐릭터들을 통해, '너와 나'는 그 비극 안에 놓인 것이 숫자나 사건이기 이전에 사람이었음을 실감하게 한다.
부풀어 오른 풍선처럼 마음은 두둥실 떠오르는데, 그 마음을 건네는 일은 너무나 어렵고, 그 서툰 모습에 스스로 괴로워질 때도 있고... 내 감정조차 이리저리 탁구공처럼 튀는 나이. 그 느낌이 무엇인지 너무 알겠어서, 기쁨도 괴로움도 양극단으로 치닫는 첫사랑의 타격을 마음 어딘가 깊이 기억하고 있어서, 세미와 하은은 내게 남이 아니었다.
같은 이유로 나는 세미가 노래방에서 <체념>을 부르는 장면이 너무나 슬퍼, 그 장면부터 펑펑 울기 시작한다. "널 보내는 게 널 떠나보내는 게 아직은 익숙하지가 않"다면서도, "그래 더 이상 묻지 않을게 내 곁을 떠나고 싶다면 돌아보지 말고 떠나가" 하고 노래하는 그 장면이... 어떻게 보면 우스울 만큼 진지한 그 장면이 나는 너무 슬펐다. 사랑하면 원래 모든 사랑 노래가 자기 이야기가 된다지만... 혼자서 좋아하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이별하고 웃었다 울었다 하는 그 풋풋한 사랑. 더 알고 싶고, 더 가까이 있고 싶고, 더 받고 싶어서, 솔직하지도 돌아서지도 못하는 마음. 게다가 "다신 사랑 같은 거 하지 않을래 내 마지막 사랑은 돌아선 너에게 주고 싶어서"라는 가사가 이들의 내일과 묘하게 겹치면서 더욱 슬퍼지고 만다.
<체념> 장면에서 울었다는 말을 들은 주변인들은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내 두 번째 눈물 버튼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 모두의 눈물 버튼이다. 바로 세미와 하은이가 진식이를 따라간 컨테이너 박스에서, 진식이 아니 똘똘이 주인(정해연)이 울면서 강아지를 부르는 장면. 하은이는 보지 못하고 세미는 본 그 컨테이너 박스 안, 말간 눈으로 고개를 갸우뚱하는 강아지들이, 엄마랑 같이 집에 가자고 우는 목소리가, 어떤 배와 겹쳐서 누구라도 울지 않을 수 없는 장면 말이다.
세월호의 이미지는 이 영화 속에서 여러 차례 변주된다. 우리는 이 영화에서 바다도 배도 보지 않았지만, 느낄 수 있다. 그날의 처참했던 기억을, 어떤 아이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죽어 누워 있음을 처참하게 깨달았던 그 시기를.
사랑한다는 말 하나로 일깨워지는
그 괴로운 상처를 이 영화는 넉넉한 사랑으로 뒤덮는다. 사랑한다는 말 하나로 일깨워지는 작고 소중한 순간들. 언젠가 하나하나 다 사무치게 될 줄 아직 모르기에 더 영롱하게 빛나는 순간들 위로, 그 모든 순간들을 깨뜨린 비극 위로, 사랑이 속살거리며 내려앉는다.
아픔은 쉬이 위로되지 않을 것이다. 상처는 쉬이 낫지 않는다. 올 4월은 세월호 이후 10주기라는 기억할 만한 해였음에도, 곧 있을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 방송은 취소되었고, 10주기를 기하여 나온 다큐멘터리들은 정작 몇 년 전의 다큐멘터리들보다도 상영시간표 찾기가 힘들었다. 누구를 탓할 수는 없지만, 개봉 시기에 맞추어 특정 감독의 기획전을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고, 티겟 파워가 있는 다른 중요한 행사들도 있었겠지만, 관객 입장 또 시민 입장에서 몇날며칠 상영시간표를 뒤적거리면서 일정을 가늠해 보다 한숨 쉴 만큼 속상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때 만난 이 영화는 사랑한다는 말로, 모든 아픔은 아니더라도 어떤 아픔은 확실히 녹여냈다.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싶지 않아서 어느 순간부터 조금은 외면했던 이야기들을, 이제는 다시 마주할 것이다. 그 배에 있던 것은 숫자가 아닌 사람이므로. 그 사람 각자는 사랑한다는 말에 감싸인 귀한 존재들이므로. 아주 먼 미래에서 보기엔 지금 나의 현실 또한 꿈처럼 아득할 것이므로. 너와 나는, 사랑 안에서 다르지 않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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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이번 주에도 많은 작품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특히 이번 주에는 저희 씨네랩의 전신인 하이, 스트레인저의 공동배급 작품 <파리, 13구>가
개봉하기에 더욱 더 기대가 되는 한 주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 5월 둘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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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민스미트 작전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27분
감독: 존 매든
출연: 콜린 퍼스, 매튜 맥퍼딘 등
개봉: 2022.05.11
배급: (주)스튜디오산타클로스
줄거리
사상 최대의 인명 피해를 낳은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군과 추축군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 교두보 시칠리아를 두고 팽팽한 대립을 펼친다.
하지만 추축군 독일의 위세가 상당해 시칠리아에는 이미 추축군 병력 무려 23만 명이 주둔해 있던 상황!
연합군은 해군 정보장교 ‘이웬 몬태규’와 ‘찰스 첨리’를 주축으로 전쟁의 승기를 잡을 단 한 번의 ‘민스미트 작전’을 계획하는데…관전 포인트
<1917> <이미테이션 게임> 제작진, <킹스맨> 시리즈의 주연 콜린 퍼스, 아카데미상 7개 부문 수상한 존 매든 감독까지! 조합만으로도 기대감을 폭발시키는데요.
<민스미트 작전>은 런던 프리미어 상영 이후 외신들의 호평을 받으며,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까지 달성하였다.
엄마
ⓒ 네이버 영화
개요: 스릴러 | 미국 | 83분
감독: 아이리스 심
출연: 산드라 오, 피벨 스튜어트 등
개봉: 2022.05.11
배급: 소니픽처스코리아
줄거리
미국의 한 외딴 농장에서 딸 '크리스'와 단둘이 평온하게 살아오던 '아만다'.
어느 날, 그녀의 앞에 한국에서 죽은 엄마의 유골이 도착하고 그때부터 정체불명의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관전 포인트
우리나라의 '한'의 정서가 가미된 특별한 호러 영화 <엄마>.
[그레이 아나토미], [킬링이브]로 각각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산드라 오가 주연을 맡고, 샘 레이미 감독이 제작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또한 한국계 감독 아이리스 K.심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심리적 공포와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부바
ⓒ 네이버 영화
개요: 가족 | 한국 | 107분
감독: 최종학
출연: 정준호, 최대철, 이엘빈 등
개봉: 2022.05.11
배급: (주)트리플픽쳐스
줄거리
부산 해안가 포구의 멋쟁이 ‘어부바호’ 선장 종범은 철없는 동생의 느닷없는 결혼 선언과
늦둥이 아들의 첫사랑, 친구들과의 우정까지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 고군분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분신이자 아들 노마에게 엄마같은 존재인 ‘어부바호’가 빼앗길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관전 포인트
5월 가정의 달에 맞춰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어부바>가 개봉 예정에 있습니다.
자극적이고 센 장르가 아닌 전 세대가 볼 수 있는 소소하지만 즐거운 주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믿고 보는 정준호 배우와 최대철 배우의 코믹 연기, 그리고 매 작품 신스틸러로 활약한 아역배우 '이엘빈'가 만나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파리, 13구
개요: 드라마 | 프랑스 | 105분
감독: 자크 오디아르
출연: 노에미 메를랑, 루시 장, 마키타 삼바 등
개봉: 2022.05.12
배급: 찬란, 하이, 스트레인저
줄거리
화려함 속에 가려진 외로운 도시, 파리 13구.
낭만을 잃었다 생각한 그곳에서 불현듯 사랑을 만났다.흔들리고 불안했던 그 사랑이, 우리는 전부라 생각했다.
관전 포인트
세계적인 거장 감독 자크 오디아르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쁘띠 마망>의 셀린 시아마 감독이 만나 탄생한 작품 <파리, 13구>.
흑백 영화로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네 주인공의 감정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노에미 멜랑, 차세대 연기파 배우 배우 루시 장, 마키타 삼바가 주연을 맡았다.
나를 만나는 길
ⓒ 네이버 영화
개요: 다큐멘터리 | 영국 | 94분
감독: 마크 J. 프랜시스, 맥스 퓨
출연: 틱낫한, 베네딕트 컴버배치 등
개봉: 2022.05.12
배급: 티캐스트
줄거리
전 세계인에게 평화와 행복의 가르침을 남긴 이 시대의 스승 ‘틱낫한’ 스님 그가 프랑스 보르도 근교에 설립한 명상 공동체 ‘플럼 빌리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함께 걷고, 먹고, 일하고, 차를 마시는 그곳에서 3년에 걸쳐 최초로 기록한 마음챙김의 일상관전 포인트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제작과 내레이션으로 참여해 화제를 모은 작품 <나를 만나는 길>. <나를 만나는 길>은 미술, 음악, 패션 등 다방면으로 주목받고 있는 마크 J. 프랜시스와 맥스 퓨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OTT 공개 예정작
고양이를 부탁해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10분
감독: 정재은
출연: 배두나, 이요원, 옥지영 등
개봉: 2022.05.13
스트리밍: Watcha
줄거리
자유롭게 세상을 날고 싶은 엉뚱한 몽상가 태희, 사회로 첫 발을 먼저 내딛은 현실주의자 혜주
생계를 위해 꿈은 잠시 뒤로 미뤄둔 꿈많은 모험가 지영, 친구들의 든든한 버팀목 쌍둥이 비류와 온조.
십대에 만나 모든 게 행복했고 즐거웠던 우리 각자 다른 네 갈래 길의 스무살을 만났다.
그렇게 서로의 길로 향하던 우리에게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 한 마리
우리를 하나의 길로 이어줄 수 있을까?관전 포인트
관람객 평점 9.21점을 받은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한국 역사상 최고의 청춘 영화다'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국내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또한 현재 대한민국의 대표 배우 배두나, 이요원, 옥지영 배우 등의 신인 시절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시니어 이어
ⓒ IMDB
개요: 코미디 | 미국 | 112분
연출: 알렉스 하드캐슬
출연: 레블 윌슨, 조이 차오, 샘 리처드슨 등
개봉: 2022.05.13
스트리밍: Netflix
줄거리
학교에서 치어리딩 활동을 하던 17세 소녀가 공연 중 추락해 의식불명에 빠지게 되고 20년후 깨어난 뒤의 상황을 다룬 영상물.
관전 포인트
<어쩌다 로맨스> <피치 퍼펙트> <하우 투 비 싱글>의 주연 레벨 윌슨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시니어 이어>.
뻔한 소재이지만, 뻔한 재미로 보는 하이틴 영화! 재미와 위로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영화일 것 같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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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4주 최신 개봉영화!
12월의 마지막! 4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2월 4주 개봉영화 5편!
해피 뉴 이어 A YEAR-END MEDLEY , 2021
한지민, 이동욱, 강하늘, 임윤아, 원진아, 이혜영, 정진영, 김영광, 서강준, 이광수, 고성희, 이진욱, 조준영, 원지안
영화 "해피 뉴 이어"는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호텔 엠로스를 찾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입니다.
세대 불문 각기 다른 개성과 매력으로 무장한 배우들이 총 출동합니다.
14인 14색 조화로운 연기 앙상블이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비 오는 날 수채화','엽기적인 그녀', '클래식'까지. 탄탄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
아름다운 영상미로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선사하며 한국 로맨스 영화에 한 획을 그은 곽재용 감독이 로맨스 영화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공감백배 풋풋한 첫사랑부터 가슴 아픈 짝사랑, 아련한 옛사랑까지!
첫번째 추천영화 "해피뉴이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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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웨어스페셜 Nowhere Special , 2020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감동 드라마
영화 '노웨어 스페셜'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창문 청소부 ‘존’이 혼자 세상에 남겨질 4살짜리 아들 ‘마이클’을 위해
특별한 부모를 찾는 여정을 그린 드라마 입니다.
'스틸 라이프'로 베니스국제영화제 4관왕의 영예를 안은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신작으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아내는 마이클 생후 6개월 무렵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떠났고.
존은 친부모 없이 살아야 할 아들에게 가장 완벽한 위탁 가정을 찾는 데 혼신을 다합니다.
두 사람은 담담하게 추억을 만들어가죠 죽음과
입양에 대해 깊은 감동을 선사할
두번째 추천영화 "노웨어 스페셜"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램 Nowhere Special , 2020
제94회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예비후보
영화 '램'은 양 목장에서 태어난 신비한 아이를 얻은 '마리아' 부부에게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는 호러 영화입니다.
아이슬란드 외진 시골 마을에 사는 마리아와 잉그바르는 유산의 아픔을 지닌 부부입니다.
양떼를 치고, 감자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두 사람은 외부와 단절을 선택하고 무거운 침묵이 이어지는 일상에서 신비한 존재가 다가옵니다.
다름 아닌 키우던 양이 낳은 반인반수의 아이죠
과연 부부에게 축복의 존재일지 비극의 존재일지 반전이 있는 영화
세번째 추천영화 "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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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조작살인 Nowhere Special , 2020
제94회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예비후보
영화 "메모리: 조작살인"은 남편의 실종 사건 후, 계속해서 이상한 사건이 일어나는 여자 ‘수연’과
그런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수연’의 기억 속 진짜 사실을 보기위해 노력하는 의사 ‘정우’사이의 진실게임을 그린 미스터리 추적극입니다.
김현우 감독이 2020년 단편으로 제작해 ‘제12회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에서 후보에 오르는 등 큰 호응을 받은 소재로 만든 영화 인데요
배우 ‘김윤서’와 정은우의 연기 호흡으로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두 남녀의 숨막히는 진실게임!
네번째 추천영화 "메모리: 조작살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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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하루 Nowhere Special , 2020
국내 영화 최초로 NFT 접목
영화 "긴 하루" 는 문득 기억 하나가 마음을 흐트러뜨리는 어느 날,
꿈 같은 하루를 우연히 떠돌게 되며 만나고 헤어지는 남녀의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입니다.
'내가 고백을 하면', '두 개의 연애', '늦여름' 등 독특한 감성 드라마를 선보였던 조성규 감독의 신작이죠
남녀가 만나서, 헤어지고, 그리워하고, 다시 재회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하루 동안 그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담아냈습니다
김동완,남보라,신소율,정연주,서준영 등 배우들의 연기앙상블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NFT가 블록체인의 산업적용 사례로 손꼽히며 게임, 패션, 미술 등 다양한 산업계에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가운데,
영화 '긴 하루'는 국내 영화 최초로 NFT 접목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한국영화 최초 NFT 접목!
다섯번째 추천영화 "긴 하루"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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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퀄의 함정에 걸려들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캐피톨과 12개 구역 간의 전쟁 때문에 아버지와 재력을 잃은 명문가 자제 '코리올라누스 스노우'(톰 블라이스). 남은 건 자존심과 출세욕 밖에 없는 그는 사촌누나 '티그리스'(헌터 샤퍼)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품위를 지키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게임메이커 '골 박사'(비올라 데이비스)가 주관하는 제10회 헝거게임 멘토로서 멘티를 우승시키면 거액의 장학금을 탈 수 있기 때문.
그러나 희망도 잠시, 그는 12구역 여자 조공인 '루시 그레이 베어드'(레이첼 지글러)가 자기 멘티라는 사실을 알고 좌절한다. 그녀는 노래만 부를 줄 알지, 싸움이나 생존에 유리한 능력은 일절 없기 때문. 그렇지만 스노우는 포기하지 않는다. 루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헝거게임 규칙을 새로 만드는 것은 물론, 반칙도 서슴지 않는다. 그녀의 우승과 생존은 그의 성공일 뿐만 아니라 사랑의 시작이기도 하니까.
8년 만의 프리퀄, 그런데 재미가 없다?
반쯤 무너지고 폐허가 된 경기장을 돌아다니는 20명가량의 십 대 소년 소녀. 한 손에는 무기를 들고, 눈으로는 피할 곳을 찾으며, 귀로는 혹시 모를 선물 소리를 기다리면서 입으로는 비명을 지른다. 단 한 명에게 주어진 생존의 기회를 잡기 위해. 이 광경을 생중계로 보는 금발머리 소년. 그의 시선은 무지갯빛 드레스를 입은 12구역 소녀에게 꽂혀 있다. 그녀가 살아남아야 멘토인 자신이 출세할 테니. 또 그녀와 사랑에 빠졌으므로.
<헝거게임: 더 파이널> 이후 8년 만에 돌아온 프리퀄,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이 영화에는 시리즈의 묘미가 모두 담겨 있다. 원초적이고 잔인한 피, 땀, 눈물, 그리고 쇠맛이 있다. 비극 속에서 피어나는 청춘의 로맨스도 있다. 뒷배경에는 이 모든 이들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정치 논리도 깔려 있다. 더 나아가 <헝거게임> 4부작과의 연결고리도 숨어 있다.
그런데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흥미롭지 않다. 원작자 수잔 콜린스가 제작에 참여했고,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과 제임스 뉴튼 하워드의 음악이 돌아왔는데도. 제10회 헝거게임은 보이는 것보다 치열하지 않고, 스노우와 루시의 사랑은 캣니스와 피타의 로맨스만큼 애절하지 않다. 스노우의 고뇌와 성장도 캣니스의 고통만큼 진하지 않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프리퀄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다.
<헝거게임>의 묘미, '보여주기'
잠깐 <헝거게임>으로 되돌아가보자. 이 시리즈는 4편의 영화로 30억 달러에 가까운 흥행을 기록했다. <헝거게임>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힘은 뭘까? 인간성에 대한 고찰, 권위주의 국가에 대한 비판, 미디어의 영향력 같은 철학적, 사회적 함의 등을 거론할 수 있겠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답이 있다. 헝거게임 그 자체다. 구체적으로는 캣니스의 시점에서 헝거게임에 함께 참여하는 듯한 느낌을 줬기에 <헝거게임>은 성공했다.
그렇다면 관객은 왜 캣니스에게 이입했을까? 영화가 캣니스라는 인물을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헝거게임>에는 흐름이 끊기는 듯한 지점이 있다. 일부러 호흡을 고르고, 템포를 죽인다. 캣니스의 상황이나 심경을 애써 설명하는 대신 그저 보여준다.
예를 들어 1편 도입부에서 캣니스는 악몽을 꾼 여동생을 달래고 숲에서 사냥을 한다. 암시장에서 먹거리를 구하고, 추첨에 참여한다. 카메라는 끔찍한 하루를 보내는 한 소녀의 하루를 그저 보여준다. 게임의 구체적인 과정이나 규칙, 설명 등은 스치듯 등장하고, 암시될 뿐이다.
2편도 마찬가지다. 호수와 숲에서 평상시처럼 사냥을 하지만, 활을 쏘는 순간 자기가 죽인 조공인의 환상을 보며 PTSD를 겪는 캣니스를 보여준다. 3편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로 치료받는 캣니스를 비춘다. <헝거게임> 본편에는 캣니스의 일상에 자연히 스며들 여백이 있었다. 경기장이나 전쟁터에서 관객이 그녀와 함께 두려워하고 분노하며 활시위를 당긴 이유였다. 현실에서도 '세 손가락 경례'를 사용할 정도로.
'보여주기'는 없고 '설명'으로 가득하다
안타깝게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본편의 미덕을 살리지 못했다. “게임의 초기, ‘판엠’의 권위주의 기원, 순종적인 사회를 만들게 된 의식을 되짚고 싶었다"는 원작자의 말대로 헝거게임의 탄생을 설명해야 한다는 강박에 갇혀 있다. 스노우의 삶은 세 챕터로 분해된다. 그의 윤리적 딜레마, 변화와 깨달음이 헝거게임의 뼈대를 이루게 된 과정을 낱낱이 분석한다.
챕터 1 "멘토"에서 스노우는 누구보다도 헝거게임 멘토 역할에 진심이다. 성과를 보여주고 장학금을 받아야 집 월세를 내고 대학에 갈 수 있으므로. 두 번째 챕터 "수상"에서 그의 절박함은 두 감정으로 분화한다. 루시와 서로를 구해주며 믿음을 쌓고, 사랑을 싹 틔운다. 동시에 친구 '세자누스'(조쉬 안드레스 리베라)를 구하기 위해 들어간 경기장에서 다른 사람을 죽여야 할 만큼 강렬한 생존욕구를 체감한다.
챕터 3 "평화유지군"에서는 그의 사랑과 출세욕이 충돌한다. 루시를 살리려고 반칙을 저지른 대가로 12구역에서 군복무하는 벌을 받은 스노우. 그는 고향에 돌아온 루시와 재회하고, 연인이 된다. 하지만 그는 끝내 출세욕을 버리지 못했다. 같이 군복무 중인 세자누스와 12구역 사람들의 반역행위를 고발해 캐피톨로 돌아갈 기회를 잡는다. 연인과 함께 숲으로 도망가 자유롭게 살려했던 루시는 그런 스노우의 곁을 떠난다. 루시는 실종되고, 스노우는 애인에게 버려졌다는 배신감과 고통 속에 남겨진 채로 로맨스는 파탄 난다.
캐피톨로 복귀한 스노우는 게임의 존재 이유를 묻는 골 박사에게 답한다. “이 세상 전체가 헝거게임의 경기장"이라고. 사람을 죽이는 생존욕, 친구를 배신하는 출세욕, 인생도 포기하는 사랑과 자유를 향한 열망. 이 욕망이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하고 혼란과 고통을 초래하는지 직접 목격하고 느꼈기 때문. 그래서 그는 사람들의 욕망과 희망을 교묘하게 조종하도록 헝거게임을 가다듬는다. 판엠을 지탱할 유일한 질서를 만들기 위해.
프리퀄의 함정에 빠지다
이처럼 157분을 꽉 채운 세 개의 챕터는 프리퀄의 본분을 충실히 이행한다. 게임 전 행진, 인터뷰, 점수 평가를 비롯해 선물 낙하산, 스폰서 제도, 시체 처리 방법까지. 본편에서 등장한 헝거게임이 그 모습을 갖춰야 했던 모든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헝거게임의 역사는 알 수 있어도 정작 스노우라는 캐릭터와 그의 이야기는 뇌리에 남지 않는다. 그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대목이 없기 때문이다.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처음부터 스노우의 서사를 설명하기 바쁘다. 불우한 가정환경, '하이바텀 총장'(피터 딘클리지)을 비롯한 대인 관계와 아카데미 내 입지까지. 모든 정보를 대사에 담아 최대한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캣니스를 소개할 때 보여준 여유는 없다. 가능한 분량을 아껴서 스노우를 사건 속에 계속해서 던져놓는 데 몰두한다. 그가 헝거게임을 구상할 계기를 많이 마주칠수록 본편과 프리퀄의 연계는 강화될 테니.
그 사이 스노우는 매력을 잃는다. 캣니스와 달리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 그의 삶과 일상에 스며들 여유가 없으니 관객은 그에게 공감할 수 없다. 그의 고뇌도 단순히 제시될 뿐, 관객과는 분리되어 있다. 그가 악인으로 변해갈수록 괴리감은 더 커진다. 즉, 그의 서사는 헝거게임이라는 시스템을 만드는 재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셈이다. 그렇게 그의 이야기는 헝거게임 설정집에 불과해진다.
바로 이 대목이 프리퀄의 함정이다. 프리퀄은 언제든 독립된 이야기가 아닌 설정놀음으로 전락할 수 있다. 세계관과 역사를 설명하느라 캐릭터의 개성이나 서사보다 메시지에 힘을 주기 쉽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흥행 시리즈 <스타워즈> 프리퀄과 <호빗> 삼부작만 해도 캐릭터가 평면적이고, 이야기도 평범하며, 기존 시리즈와의 연결고리만 부각된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 바 있다.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도 마찬가지다.
게임도, 로맨스도 무미건조하다
이처럼 메인 플롯이 중심을 못 잡으니 다른 문제도 튀어나온다. 우선 제10회 헝거게임은 흡입력이 부족하다. 이번 게임은 일종의 베타 버전이기 때문이다. 스노우의 이야기처럼 헝거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하기 위해 소비되는 재료일 뿐이다. 그러니 조공인이 잔인하게 죽어도, 루시가 위험에 빠져도 긴장감이 고조되지 않는다. 외부자인 스노우 시점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연출이 많은 것도 도움이 안 된다.
이에 더해 루시의 존재감도 약하다. 물론 몇몇 장면에서 루시는 캣니스와 겹쳐 보이는 임팩트를 순간적으로 준다. <헝거게임: 모킹제이>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노래 "매다는 나무 (The Hanging Tree)"를 부르거나, 게임 전 인터뷰에서 헝거게임과 캐피톨을 은연중에 비판하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미 2021년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인정받은 레이첼 지글러의 가창력도 한몫한다.
하지만 루시가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은 구조적인 한계가 분명하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수동적인 인물이다. 갑작스레 헝거게임에 휘말리고, 후반부에는 스노우의 변화를 부추기는 촉매제 역할을 맡는다. 그런데 헝거게임은 몰입도가 약하고, 스노우 캐릭터는 매력이 없다. 자연히 그녀가 게임에서 활약할 수단도, 스노우와 루시의 로맨스가 임팩트를 남길 방법도 마땅치 않다.
종합하면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팬들을 위한 잔치에 가깝다. 팬이라면 캣니스와 스노우, 캣니스와 루시 사이에서 이스터에그를 찾는 재미가 있다. 반면에 일반 관객이라면 좀처럼 친해지기 어려운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기 버겁다. 이는 챕터 2에서 제10회 헝거게임이 끝나면, 팬과 일반 관객의 반응이 나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달리 말해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프리퀄 작품 중에서도 유달리 확장성이 부족한 영화인 셈이다. 애석한 일이다. 애초에 <헝거게임> 시리즈가 8년 전에도 100만 관객을 넘지 못했던 역사를 고려하면, 수능 특수를 맞는다 해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의 앞날은 밝아 보이지 않으니.
Poor 형편없음
비대해진 욕심과 반비례하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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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불호가 갈린 베놈 완결판 액션(?)드라마 / 액션보다는 브로맨스 / 라스트 댄스 / 감동적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베놈: 라스트 댄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엔드크레딧 전에 1개, 끝나고 1개, 총2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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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카운트> 티저 예고편
진선규 킹받는 美친 개로 돌아왔다?!? 2023년, 긍정파워 풀충전 시켜줄 ⭐[카운트] 티저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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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O2>
[2021년 5월 12일, 넷플릭스 공개]
극한의 공간에 갇힌 리즈,
살아남기 위해선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해 내야 한다
남은 시간과 산소가 모두 사라지기 전에...
한 젊은 여성이 동면 캡슐에서 눈을 뜬다.
사라진 기억과 폐쇄된 공간, 그리고 급속도로 고갈되어 가는 산소.
살아남으려면 자신이 누군지 기억해내야 한다.
이곳이 그녀의 관이 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