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뚜로빼뚜로2023-09-21 20:39:22
추석에는 갈비를 뜯으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자
영화 <커밍 홈 어게인, 2019> 리뷰
2019년 작품인데 한국 개봉은 2023년 9월 20일이니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재미있게도 영화 속에 그려지는 명절은 설날이지만, 한국 관객과 추석을 앞두고 만나게 되었다. 설이든 추석이든 명절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을 만나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날이 아닌가. 깊은 맛이 나는 양념에 재운 갈비, 채소를 따로 볶아 씹는 맛이 아삭한 잡채, 쑥갓 고명으로 정갈함을 더한 동태전 등을 밥상에서 마주하였을 때, 당신은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영화 <커밍 홈 어게인, 2019> 포스터
혼자 알아서 잘 큰 아들, 창래
창래는 어린 시절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학창 시절 그의 최선은 높은 성적으로 가시화되었다. 더 좋은 고등학교, 더 좋은 대학교는 가족과 떨어져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미국 서부에서 정반대 쪽인 동부까지, 분명히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엄마는 엄마대로, 창래는 창래대로 힘겨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창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그 속에 뿌리를 내리느라 힘들었고, 엄마는 그런 아들을 보며 어색한 공기를 느꼈다. 창래는 늘 그랬듯이 혼자 알아서 잘 크는 아들이었다. 예일대에 입학을 했고, 월스트리트 금융가에 취업을 하며 '아시안 아메리칸 엄마'들이 바라는 '드림'을 이루었다.
혼자 알아서 잘 큰 아들, 창래
갈비로 사랑을 표현했던, 창래 엄마
갈비는 살코기가 뼈에 어느 정도 붙어 있도록 저미는 것이 중요하다. 뼈가 있어야 고기 맛이 더 사는 법이다. 갈비는 고기만큼 양념장도 중요한데, 그중에 배는 고기를 연하게 만들면서 단맛을 추가해 주기 때문에 빠뜨리면 안 된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른 것이 어미의 마음이지 않은가. 비록 몸은 미국 땅에 발 붙이고 살지만, 엄마는 자신이 먹어본 음식 맛을 떠올리며 아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정성 들여해 주었다. 때로는 아들만큼 빠르게 늘지 않는 영어 실력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있지만, 그것 역시 영어 공부에 매진하지 못하는 게으른 어미 탓이지 아들 창래는 아무 잘못이 없다. 남편은 지금껏 라면조차 제대로 끓이지 못하는데, 엄마를 위해(어쩌면 창래 자기 자신을 위해) 명절 상차림을 해내는 창래의 음식 솜씨는 분명 엄마를 닮았다.
갈비로 사랑을 표현했던, 창래 엄마
원작은 이창래 작가의 에세이
영화 <커밍 홈 어게인>은 이창래 작가의 에세이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이창래 작가는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3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1995년 발표한 소설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이 그의 대표작으로 미국에서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한국계 이민자들의 정체성을 그려내며 한국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영어로 소설을 쓰는 미국 작가이지만, 한국에 올 때마다 먼 친척을 알아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였다.
영화의 원작이 되는 에세이는 1995년 작가가 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간병하던 시기에 쓴 글이었다. 이 글을 중국계 미국인 웨인 왕 감독이 읽고, 영화화를 제안하였다. 웨인 왕 감독도 어머니가 파킨슨병을 앓다가 돌아가신 즈음이었다. 어머니는 그를 뱃속에 품은 채 미국 땅으로 건너왔다. 언젠가 가족과 이별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가끔 우리는 그것을 잊는다.
원작은 이창래 작가의 에세이
미국인들은 집 안에 신발을 신고 들어간다. 그러나 창래네 집은 신발을 문 앞에 가지런히 벗어두고 양말 바람으로 집 안을 다닌다. 카펫이 깔려있긴 한데 바닥 보일러가 없으니 발이 시릴 것 같다. 카펫은 전체 세탁이 어려워서 더러워지면 알코올로 그 부분만 닦아낸다. 집 안에서 신발을 신는 것이 맞을까. 벗는 것이 맞을까. 그때 솔직히 미안했었다고 말해볼까. 이문세 '옛사랑'은 겨울과 어울리는 노래다. 광화문거리 흰 눈에 덮여가고 하얀 눈 하늘 높이 자꾸 올라가네. 자꾸 올라가네.
노래를 들으며 그리움이 가득 담긴 댓글을 읽어보자.
* 해당 리뷰는 씨네 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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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으로 봐선 몰라요
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욕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욕망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 속 아주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욕망에 휘둘린다.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 오든지 말이다.
영화 <욕창>은 퇴직 공무원 창식, 뇌졸증으로 쓰러진 아내 길순, 그리고 입주 간병인 수옥의 평범한 하루를 보여 준다. 창식은 매일 동네 한 바퀴를 걸으며 운동을 하고 길순은 침대에 누워 수옥의 수발을 받는다. 수옥은 불법체류자라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지만 월 200만 원을 받으며 창식의 식사와 말동무, 그리고 길순을 간병한다. 이러한 평범한 일상 속, 어느 날, 길순의 등에 욕창이 생긴다. 창식은 이 사실을 딸 지수에게 알린다. 그 날 이후, 창식을 포함한 가족들의 욕망이 하나 둘씩 드러난다.
“욕창은 겉에서 봐서는 몰라요. 속이 얼마나 깊은지 문제거든요.”
욕창은 한 자세로 오래도록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신체의 부위에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져 그 부분의 피하조직 손상(궤양)이 유발된 상태를 말한다. 길순의 몸에 생긴 욕창처럼 가족들 간의 불화는 겉으로 드러나게 된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겉으로 봐선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창식의 가족은 겉으로 봤을 때 평범한 가정이다. 첫째 아들은 과일과게를 하고, 둘 째 아들은 미국에 가있다. 그리고 막내 딸은 목공일을 하며 각 자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다. 병든 어머니가 있지만 최선을 다해 돌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들의 불화는 아주 깊숙한 곳에서 부터 시작된다. 가부장제, 고령화, 노인복지, 입주 간병인 등 더 이상은 감출 수 없는 현실이 드러난다.
가부장제
창식은 가부장제의 표본이다. 여자는 집안일을 해야한다. 밥은 삼시세끼 매일 챙겨 먹어야 하며, 밥, 국, 반찬은 세가지 이상이 꼭 식탁위에 차려져 있어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수옥이 잠시 전화를 받기 위해 국을 뜨다 말고 방으로 들어간다. 전화를 받고 돌아와 국을 창식에게 가져다 주는데 창식은 그런 수옥에게 윽박지른다. 수옥은 죄송하다고 말하며 방에 들어간 사이 국을 퍼서 드실 줄 알았다며 다시금 죄송하다고 말하지만 창식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는다. 결국 수옥의 뺨을 때리게 되고 수옥은 일을 그만두게 된다. 창식의 이러한 모습은 남자는 부엌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인 모습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창식은 남성으로서의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다. 그는 병든 아내에게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더이상 느끼지 못한다. 그와 반면 수옥은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하며 자신에게 살랑거린다. 그런 수옥에게 다른 남자가 생긴 것을 알게 된 창식은 질투심에 사로 잡힌다. 결국 수옥의 비자 문제로 위장 결혼을 해야되서 일을 정말로 그만둬야 한다고 말하자 자신과 결혼을 하자며 통보한다. 자식들과 모인 자리에서 수옥과 결혼할 것이라고 말하는 창식의 표정은 굳건하다. 그러한 창식의 모습에서 ‘너희들은 내 말을 들어라. 그러나 나는 너희들 말을 듣진 않을 것이다.’라는 가부장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창식은 자식을 가르치는 데에도 편애가 심했다. 첫째 아들 문수는 공부를 못해서 대학도 보내지 않고 유학도 보내지 않았다. 간단히 말해서 내놓은 자식처럼 대했다. 그 반면에 둘째 아들에게는 모든 것을 퍼다 주었다. 대학도 보내주고 미국으로 유학도 보내주었다. 한국에 돌아와 벤처 기업을 만든다고 모든 돈을 날려도 다시 미국으로 보내줄 정도로 둘째 아들에게 모든 것을 퍼다 준 것이다. 그렇기에 문수는 가족의 일에 무관한 사람처럼 굴며 관여하지 않았다. 막내딸 지수는 다른 자식들과 달리 창식과 길순을 보살피고 집 안 관리를 하지만 창식은 딸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모습은 아직도 한국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은 가부장의 모습을 보여 준다.
돌봄 노동
영화 <욕창>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돌봄 노동의 실체를 보여 준다. 돌봄 노동은 혼자서 생활 및 생계를 가꿀 수 없는 노인, 아동, 환자 등을 돌보는 일이다. 이는 여성이 도맡는 가사노동도 돌봄 노동에 포함된다. 이러한 가사 노동은 무급이거나 무급이 아니더라도 적은 돈을 받으며 행해진다. 노동의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수옥은 입주 간병인으로서 창식의 삼시 세끼를 챙기며 온갖 잡일을 할 필요가 없다. 만약에 한다고 해도 월 200을 받으며 그 모든 것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반찬을 만드는데 주 3만 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되며, 창식에게 말을 해도 창식은 그만하면 충분하지 않냐며 윽박지를 뿐이다. 창식과 수옥의 위장 결혼 문제로 인해 딸 지수는 수옥에게 소리 지르며 말한다. “돈 받고 하시는 일이잖아요!” 그렇다. 아무리 수옥이 길순을 진정으로 보살피고 창식의 안녕(安寧)을 바랬어도 그녀는 그저 돈 받고 일하는 노동자일 뿐이며, 그 누구도 수옥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 돌봄은 85% 이상이 여성이 전담하고 있다. 아무리 우리가 여성 평등과 남성의 일, 여성의 일이라는 구분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곳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작 정말 돌봄이 필요한 곳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은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고령화
한국은 고령화 사회이다. 이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노인 요양, 독거노인 등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 복지 문제는 분명히 일어나고 있는 문제이지만 젊은 사람들에겐 크게 와 닿지 않는 문제이기도 하다. 딸 지수 또한 자신의 가족 문제와 일 때문에 어머니의 병간호를 수옥에게 일임한다. 어머니, 아버지의 생활을 생각하기엔 자신 또한 딸의 반항과 남편의 바람으로 인해 머리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머니, 아버지의 부양 문제는 최대한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고 싶었다. 수옥이 일을 잠시 그만뒀을 때 그만한 돈을 주고 일할 간병인이 없다면 어머니는 요양원에 보내고 아버지는 실버타운에 보내겠다고 말한다.
길순은 이 모든 상황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 몸은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일 뿐 살아 있지만, 그 누구에게도 길순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다. 그녀는 아내도 어머니도 아닌 그저 병든 노인으로 전락한다. 이러한 길순의 모습이 미래의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과 고령화 시대에 살아가며 좀 더 노인 복지와 노인 요양 문제에 대해 한 번쯤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아버지, 어머니를 부양한다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노인을 부양하는 일이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신의 선에선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우리도 언젠간 늙어 노인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고령화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다.
불법체류자
수옥은 조선족 불법체류자이다. 그러므로 수옥은 늘 약자일 수밖에 없다.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을 해도 불만을 느끼거나 따지지 않는다. 그저 숙식할 수 있다는 것과 매달 60만 원씩 중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한다.
매년 한국에 불법으로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난다. 이들은 한국인이 기피하는 3D 업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남들보다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이 다치고 위험에 노출되어도 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국가에 걸리는 순간 바로 귀환 조치 된다. 그들은 ‘가성비’ 좋은 노동자일 뿐이다.
수옥은 억척스러워도 최선을 다해 창식과 길순을 보살펴주었다. 그러나 수옥도 사람인지라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일을 대충 한다고 느껴졌지만, 이것은 창식의 시선에서 본 수옥의 모습일 뿐, 그녀는 최선을 다해 자기 일을 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불법 체류자로 신고받아 경찰에게 끌려가는 뒷모습 뿐이다.
불법체류자가 본국으로 귀환 조치 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이용해 불법체류자들에게 과한 노동과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욕창
욕창은 가족들의 곪은 문제들을 보여주는 메타포이다. 사람은 겉으로 봐서는 모른다. 그 속에 곪은 문제들은 자신도 모르게 차곡차곡 깊이 쌓이게 된다. 그렇기에 욕망에 쉽게 좌지우지되고 농락당한다. 영화에 등장인물 중 절대 악은 없다. 그렇다고 절대 선하지도 않다. 그저 나와 같은 사람들이 나와 각자 자신들의 욕망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이것이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 무시하고 지나치기엔 현실은 가까이 있고 깊이 존재한다.
우리가 사는 삶은 정말 다양한 관계로 얽혀있으며 각종 사회 문제 그리고 골치아픈 일들이 가득하다. 그래서 애써 그 문제들을 무시하기도 하고 타인에게 떠 넘기기도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겉으로 봐선 아무것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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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지 않는 사냥꾼과 사냥감
처음 헌트라는 영화의 포스터를 보았을 때, 1980년대를 다룬 시대극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감상 전에 스포일러나 해석을 전혀 보지 않고 이 영화를 봤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봤다. 칸 영화제에 초청되고 거의 모든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은 데뷔작이라는 점 때문에 꽤 기대를 한 상태로 영화를 봤음에도 그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시나리오 자체가 흥미롭기는 하나 지금까지 없던 독창적인 얘기라고 볼 수는 없을 텐데, 연출을 통해 더욱 긴장감 있고 새로운 느낌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출신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배경을 전혀 모르고 봐도 센스 있게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후 스포일러)
1980년대는 우리나라에서 영화의 배경으로 쓰기 가장 좋은 시대이기도 하면서, 아직까지도 다루기 조심스러울 수 있는 시대인 것 같다. 영화 헌트에서는 '5.18 민주화 운동', '아웅산 폭탄 테러 사건', '이웅평 귀순 사건'등 실제 80년대에 발생했던 역사적 사건들의 재해석을 발견할 수 있다. 1980년대는 한국 현대사 속 민주주의의 암흑기이면서 경제적으로는 세계 경제의 긍정적 흐름과 3저 호황에 기반한 여유가 있었던 시기이다.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 절정해 달해 수많은 아픔을 낳았기 때문에 영화 제작에 있어 조심스러울 수 있지만, 눈치 보지 않고 까내릴 수 있는 절대 악 한 명이 있다는 점에서 편한 면도 있을 것이다. 이는 타란티노의 오락 영화에서 악역을 나치로 설정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해당 시기를 다룬 한국 영화들은 '1987'. '변호인', '화려한 휴가', '26년', '박하사탕' 등이 있는데, 대부분의 영화들이 사건 자체의 참혹함을 강조해 감정적 동요를 이끌어냈으며 그 정도가 과해 오히려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반면에 헌트는 1980년대를 배경 정도의 비중으로 설정해 놓고 이에 기반해 한국에서만 만들 수 있을 첩보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기존의 시대극들과는 다른 훌륭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위의 이유들 때문에 이 영화는 큰 감정 소모 없이 볼 수 있는 오락 영화이다. 하지만 영화가 아무 의미 없는 장면들로 채워져 있거나,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작중 어디서 왔냐는 질문에 '남산에서 왔다'라며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나 '우리는 혁명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들을 총칼로 위협하는 독재를 끝내고자 하는 것입니다.', '국민을 학살한 살인자를 인정하고, 조국을 등지고 살라니... 매우 모욕적이군요.'와 같은 대사들은 뻔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으며, 영화 속 등장인물의 개성을 완성시키는 좋은 대사들이었다고 느껴진다. 역시 영화 속 불의에 대한 저항과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강조는 우리 모두에게 항상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놀랐던 점은 당시 남산에서 행해지던 고문들에 대한 묘사가 꽤나 직접적이었다는 것이다. '이 선생'으로 짧게 등장하는 고문기술자의 모습은 보너스.. 너무 적나라해 흥행에 실패했던 '남영동 1985' 정도는 아니지만 통닭구이와 같은 고문들이 여과 없이 등장해 이 영화가 1980년대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개인적으로 선혈이 낭자한 장면들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무 타격 없이 볼 수 있지만, 고문 장면은 어느 영화에서 나와도 쉽게 쳐다볼 수가 없다.
시대극이 아닌 첩보 액션으로 이 영화를 보았을 때도 훌륭한 점이 많다. 시대의 특징을 잘 녹여낸 등장인물들의 설정은 이 영화 속 공기를 항상 긴장감 있게 유지시켜주며, 안기부라는 조직과 공간은 이 영화를 가장 한국적인 첩보 영화로 만들어주었다. 이 영화는 중앙정보부의 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의 국내 담당과 해외 담당 두 차장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첫 장면부터 두 차장의 갈등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헌트'라는 제목처럼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물어뜯으려 하는 사냥개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척을 하다가 어느 한 장면을 기점으로 사냥의 대상을 바꿈으로써 신선함을 주고 있다. 영화 속 반전이 드러나며 마치 영화의 장르가 바뀌는 듯한 신기한 느낌을 받았으며 지난 장면들 속의 복선이 떠올라 더욱 신나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안기부의 두 차장이 알고 보니 모두 대통령의 적이라는 설정은 배우들의 연기와 등장인물의 배경 때문인지 허무맹랑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위에서 설명했듯 이 영화는 역사적 사건들을 캐릭터 확립에 자연스럽게 활용해서 시나리오의 설득력을 높인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훌륭했다. 한없이 가볍게 표현했을 때 '똥줄 타는 연기 갑'인 이정재 배우는 이번 영화에서 안기부 차장이면서 북측 간첩이라는 긴장 상태를 러닝타임 내내 표정으로 보여주고 있다. 항상 스트레스와 경계심이 강해 보이면서도 치밀한 성격을 가진 사람의 연기를 자연스럽게 잘 소화하신 것 같다. 정우성 배우의 연기 역시 놀라웠는데, 작중 김정도는 국민을 지키는 것이 목적인 군인이지만 5.18 민주화운동을 진압했다는 것에 대한 PTSD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미국 CIA 요원이 김정도에게 베드로 사냥을 그만두라고 했을 때 짓는 표정이나 동지를 자기 손으로 고문해야 할 때 보이는 표정은 이 영화 속 최고의 연기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이정재 배우의 감독 데뷔작이라 그런지 정말 많은 스타 배우들이 카메오로 출연했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을 알아보는 소소한 재미도 있었다.
물론 장점만 가지고 있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전이 드러나는 그 시점까지 정말 손에 땀을 쥐고 영화를 보았는데, 그 이후 결말까지의 전개는 초반부에 비해 좀 힘이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결말을 예측할 수 있어서 그랬던 것도 있고, 모두가 기대했던 장면이 나오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다. 추가적인 갈등이나 위기가 하나 더 발생했으면 결말까지 긴장감이 유지되지 않았을까...? 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또 이 영화가 투톱 영화이기 때문인지 다른 등장인물들이 모두 너무 기능적으로 활용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위에서 말했던 결말 부분이나 반전의 순간에 조연들이 활약할 수 있는 부분이 좀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 두 가지를 제외하면 딱히 흠잡을 곳이 없는 영화이다.
마지막으로 결말을 보았을 때 나는 '손에 피를 묻힌 자는 이루거나 되돌아갈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정도와 박평호는 결국 자신의 대의나 목적을 위해서 손에 피를 묻히고 타인을 이용했던 인물들이다. 결말에서 두 명의 계획이 실패하는 것을 보면 결국 평화라는 것은 특정인 몇 명이 아니라 평범한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점과, 독재자 한 명이 죽거나 엘리트들끼리 협상을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감독이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평화적 수단과 과정을 통해 이룩한 평화만이 정당화될 수 있으며, 더 길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에 박평호는 유정에게 자신과는 다른 삶을 선물함으로써 시대의 변화를 약간 앞당겼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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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작이 5개 이상인 배우 모아보기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차기작이 다섯 개 이상인 배우를 한번 살펴볼까 하는데요!
벌써 차기작이 다섯 개 이상인 배우에는 과연 누가 있을까요?
그럼,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구교환
ⓒ 나무엑터스
차기작 목록
<길복순>
<탈주>
<D.P. 시즌2>
<신인류 전쟁: 부활남>
<기생수: 더 그레이>
차기작 관련 소식
<길복순>
영화 <길복순>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변성현 감독 작품으로 전도연, 설경구, 이솜 배우와 함께 구교환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2021년 12월에 크랭크인했다.
<탈주>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이종필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로 이제훈과 구교환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탈주>는 철책 반대편의, 내일이 있는 삶을 꿈꾸는 북한군 병사 임규남과 그를 막아야 하는 보위부 장교 리현상의 목숨을 건 탈주와 추격전을 담았다. 2022년 상반기 크랭크인 예정이다
<신인류 전쟁: 부활남>
<신인류 전쟁: 부활남>은 웹툰 '부활남'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로 만년 취준생 석환이 죽은 뒤 3일 후, 부활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영화이다. 아직 다른 배역 캐스팅과 관련된 소식은 없다.
안은진
ⓒ 빅보스엔터테인먼트
차기작 목록
<시민 덕희>
<올빼미>
<연인>
<종말의 바보>
<나쁜 엄마>
차기작 관련 소식
<시민 덕희>
영화 <시민 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40대 주부가 온갖 방법을 다 써서 보이스피싱 조직 두목을 잡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라미란, 공명, 염혜란 배우 등과 함께 출연한다.
<올빼미>
영화 <올빼미>는 조선 인조시대를 배경으로 청나라에서 돌아온 소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일을 담은 영화이다. 유해진, 류준열, 박명훈, 안은진, 김성철 배우가 영화에 출연한다.
<종말의 바보>
<종말의 바보>는 지구와 소행성 충돌까지 200일, 눈앞에 예고된 종말을 앞두고 혼란에 빠진 세상과 남은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유아인 배우와 안은진이 주연을 맡았다.
신혜선
ⓒ YNK엔터테인먼트
차기작 목록
<그녀가 죽었다>
<타겟>
<용감한 시민>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밀랍인형>
차기작 관련 소식
<그녀가 죽었다>
영화 <그녀가 죽었다>는 SNS 인플루언서 집 안에 몰래 들어간 남자가 그녀의 죽음을 알게 된 후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이다. 신혜선과 변요한 배우가 주연을 맡았으며, 캐스팅이 완료되면 최대한 올해 안에 크랭크인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한다.
<용감한 시민>
영화 <용감한 시민>은 한때 복싱 기대주였지만, 기간제 교사가 된 소시민이 정규직 교사가 되기 위해 참아야만 하는 불의와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신혜선과 이준영 배우가 주연을 맡았고, 올해 4월 5일 크랭크업을했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자신의 전생을 기억하며 19회차 인생을 살아가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드라마이다.
주지훈
ⓒ 에이치앤드
차기작 목록
<사일런스>
<피랍>
<젠틀맨>
<지배종>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
차기작 관련 소식
<사일런스>
영화 <사일런스>는 한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짙은 안개 속 붕괴 직전의 공항대교에 고립된 사람들이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예기치 못한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선균과 주지훈 배우와 함께 김희원, 문성근, 박주현 배우 등이 출연한다.
<젠틀맨>
영화 <젠틀맨>은 웨이브 오리지널 영화로 명을 벗고자 검사 행세까지 하게 된 흥신소 사장 '지현수'와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검사 '김화진'이 악의 축 '권도훈'을 잡기 위해 공조를 벌이는 범죄 오락 영화다. 영화는 작년 12월 5일 크랭크업했다.
<지배종>
<지배종>은 인간의 식탁에서 피 흘리는 고기가 사라진 새로운 ‘인공 배양육의 시대’를 그리는 드라마이다. <비밀의 숲> 시리즈, <라이프>, <그리드> 이수연 작가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다.
이현우
ⓒ 어썸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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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2>
<드림>
<도그데이즈>
<오늘도 사랑스럽개>
차기작 관련 소식
<영웅>
영화 <영웅>은 뮤지컬 영화로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담았다. 이현우 배우는 유동하 역을 맡았다.
<드림>
영화 <드림>은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의 작품으로 선수 생활 최대 위기에 놓인 축구선수 ‘홍대’와 생전 처음 공을 잡아본 특별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홈리스 월드컵 도전을 그린 유쾌한 드라마를 그린 영화다. 박서준, 이지은(아이유)와 함께 출연한다.
<도그데이즈>
영화 <도그데이즈>는 반려견 덕분에 예기치 않게 엮인 이들의 기분 좋은 인생 반전 스토리를 담은 작품으로 윤여정, 유해진, 다니엘 헤니 등과 함께 출연한다. 영화는 3개월 간의 촬영을 마치고 크랭크업했다.
배두나
ⓒ 샛별당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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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다음 소희>
<리벨 문 1부>
<리벨 문 2부>
<죽이는 이선생>
차기작 관련 소식
<바이러스>
영화 <바이러스>는 마치 사랑에 빠진 것 같은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세상에 퍼진 가운데 바이러스 숙주인 여성과 연구원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이다. 배우 김윤석과 함께 주연을 맡았다.
<다음 소희>
영화 <다음 소희>는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 고등학생 소희가 겪게 되는 사건과 이에 의문을 품는 형사 유진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장 개봉 전, 여러 영화제에 미리 공개를 하며 많은 호평을 받았다.
<죽이는 이선생>
드라마 <죽이는 이선생>은 범죄자를 단죄하는 킬러와 그 킬러의 뒤를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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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가디슈> - '이념과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본 그들의 탈출기'
모가디슈 (Escape from Mogadishu, 2021)
개봉일 : 2021.07.28
감독 : 류승완
출연 :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김소진, 정만식, 김재화, 박경혜
'이념과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본 그들의 탈출기'
7월 28일 개봉 이후로 2주 동안 굳건히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며 꾸준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모가디슈>.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상황임에도 개봉 7일차에 100만 관객을, 글을 쓰고 있는 날짜 기준(2021.08.10)으로는 178만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의 매력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모가디슈>는 몸집이 크고 화려하지만 상당히 인간적인 영화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박력 넘치는 카 체이싱 장면, 쉴 새 없이 고막을 강타하는 총소리, 실감 나는 로케이션과 화려한 배우진, 전작 <군함도>에서 논란이 있긴 했지만 여러 작품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은 류승완 감독까지. 당연히 시선이 갈만한 관람 포인트들에 약간의 전우애와 인류애 같은 것을 더한 게 바로 이 영화의 색인 것 같다.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독재와 탄압에 저항하는 내전이 일어난 날의 기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의 주인공은 UN 가입을 위해 노력하던 그때의 대한민국과 북한 대사관 직원, 그 가족들이다. 이들은 남한과 북한이라는 선명한 선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이념 아래 자라온 사람들이다. 두 나라 모두 UN 가입을 위해 소말리아 정치인들에게 열심히 손바닥을 비비고 서로를 견제하고 있을 때, 갑작스레 발생한 내전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을 한곳으로 모이게 만든다. 교육받은 이념이 머리에 자리 잡기 이전, 본능에 새겨진 절대적인 목표 ‘생존’을 위해서 말이다. 탈출과 생존을 하나의 목표로 정하고 정치적 이념과 국가의 구분, 계산을 모두 내려놓으니 이들은 결국 비슷한 사람이었다. 생과 사를 함께 오간 동료들과 믿음을 나누고 그와의 이별에 아쉬움을 느끼는, 그런 감정이 있는 사람 말이다.
<모가디슈>는 전쟁의 한복판에 서서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을 보여주기보단 인물들의 감정과 시선, 모가디슈에 일어난 내전의 시발점에 집중하는 연출을 보여준다. 영화는 독재와 탄압에 지쳐 내전이 일어난 소말리아의 모습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겪었던 아픈 기억을 상기시키기도 하고, 빵야 빵야-으아악! 하며 장난감 총을 들고 놀아야 할 아이들이 진짜 총을 들고 웃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전쟁의 참혹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한 나라의 대사임에도 우스울 만큼 빠르게 외면당하는 한신성 대사관을 보여주며 그 시절 힘이 없었던 우리나라가 겪어야만 했던 설움을 은근히 내비치기도 한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면 정치적으로 비칠 수도 있는 주제들을 적당한 선을 지키며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표현해낸 연출이 참 좋았다.
영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롱테이크 촬영기법이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그 사이에 껴 넣은 작은 감동 포인트들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슬픈 음악을 넣어놓고 "여기서 울어라!" 자리를 펴는 게 아닌 소소하게 쌓아 올린 공통점과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들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힘이 마음을 끌어당긴다. 영화는 순식간에 나를 그 긴박함 속에 끌어당기고 마지막쯤엔 긴장감을 탁 풀어내며 압축돼있던 감정을 마음껏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다. 박진감과 인간미를 함께 갖춘 <모가디슈>의 매력이 궁금하다면 이 영화의 흥행 열풍에 함께 해보시길 추천한다.
모가디슈 시놉시스
내전으로 고립된 낯선 도시, 모가디슈
지금부터 우리의 목표는 오로지 생존이다!
대한민국이 UN 가입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시기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는 일촉즉발의 내전이 일어난다.
통신마저 끊긴 그곳에 고립된 대한민국 대사관의 직원과 가족들은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북한 대사관의 일행들이 도움을 요청하며 문을 두드리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한신성 대사관(이하 한 대사관)은 여러 경쟁을 이겨내고 소말리아의 한국 대사관 자리를 차지한다. 등장인물 들의 말을 따르면 소말리아는 '(우리 사람들이)6명만 남은', '언제든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나라'이지만 그는 자신의 자리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 꿋꿋하게 버틴다. 북한의 림용수 대사관(이하 임 대사관)또한 태준기 참사관과 함께 조국의 득을 위해 일하고 있다. 대사관답지 않게 작고 소박한, 커다란 선풍기 하나 없아 손부채질과 조악한 선풍기로 버텨야 하는 대사관 안에서 그들은 각자 나라의 이득을 위해 머리를 굴린다.
여느 때와 같이 '저 나라 대사관이 어떤 로비질을 하는가-'하고 견제하고 있던 오후, 소말리아에 내전이 발발한다. 옅은 카키 베이지 빛과 하늘색 정장을 입은 한 대사관, 강 참사관과 연한 네이비, 진한 카키 계열의 정장을 입은 임 대사관과 태 참사관이 갑자기 발생한 폭동에 놀라 뒤로 물러서는 이 장면에선 인물들이 남 / 북의 구분대로 정렬되는 게 아닌, 자신의 의상 색과 비슷한 대립국 인물의 옆에 서며 남과 북의 구분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며 생각했다. '이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함께 구분 없이 섞이겠구나.'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를 견제하며 기사를 내고, 더 먼저 로비를 하기 위해 눈치싸움을 하던 인물들이 대한민국 대사관에 모인다. 오랜 독재로 인해 쌓여버린 독을 뿜어내고 있는 반군들에게 당한 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대한민국 대사관에 온 것이다. 거리엔 분노와 광기가 가득하다. 대한민국 대사관에선 "우리는 친구가 되기 위해 왔습니다. 친구 같은 가족, 가족 같은 친구.."와 같은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눈에 보이는 건 평화, 친구와는 거리가 먼 폭력뿐이다. 국가 간의 평화를 위해 오갔던 돈은 독재를 도왔고 부패한 정부와 분노한 국민이 대립한다. 평화를 위해 오간 돈이 그 나라의 국민을 괴롭게 만들다니. 아이러니하다.
“지금부터 우리 투쟁 목표는 생존이다.”
한 대사관은 북한 대사관과 사람들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가장 가깝지만 가장 위험한 적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을 한 집에 들이다니.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지만 당장 눈앞에 있는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이 걱정보다 앞서 한 대사관과 가족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2배로 늘어난 인원수, 좁아진 식탁과 부딪히는 젓가락. 평생 한솥밥을 먹을 일 없는 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불신을 잠시 접어두고 함께 앉아보니 그들은 살인 병기도 반역자도 아닌, 그냥 같은 사람이었다. 조국도, 수교국과도 당장 연락되지 않는 고립된 상황에서 어쩌다 식구가 되어버린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의기투합하게 된다. 함께 밥을 먹는 행위는 참 마법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같은 밥을 먹는 식구가 되는 것만큼 끈끈하고 질긴 사이도 없는 것 같고, 함께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그들 사이의 감정을 바로 공감할 수 있게 되다니. 역시 한국인은 밥인 건가.
"같이 살 방법이 있는데, 해볼 건 다 해봐야지."
우린 이태리, 너넨 이집트. 살 사람은 살자고 다짐했지만 한 대사관과 강 참사관은 북한 대사관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한다. 고립된 상황이 얼마나 두려운지, 이곳을 빠져나갈 기회가 얼마나 절실하게 느껴지는지. 같은 상황을 해쳐온 그들의 마음이 어떨지 알고 있기 때문일까.
이태리 대사관에서 구조선 소식을 기다릴 때, 한 대사관이 강 참사관에게 묻는다. "(북한 사람들)내쳤어야 했는데, 그치?" 강 참사관은 이렇다 할 대답을 하지 않는다. 강 참사관은 태 참사관과 대립각을 세우며 북한 사람들을 같이 살아나가야 할 동료가 아닌 정치적인 의미의 복덩이라고 인식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 침묵은 그의 마음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단번에 설명해 주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 기회를 잡은 인물들은 버스를 타고 모가디슈를 탈출한다. 버스에 앉아 신기함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눈을 빛내고 있는 우리 아이들과 거리에서 총을 들고 서있는 소말리아의 아이들. 영화는 마지막까지 이 씁쓸한 풍경을 놓치지 않고 복기한다. 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대한민국 대사관으로 향하던 길에 만난 소말리아 아이들이 사람을 향해 총을 들이대며 장난을 치는 장면이 있다. 그 순간 북한의 아이들은 소말리아 아이들에게 맞춰 으악-하면서 쓰러지는 시늉을 하고 소말리아 아이들은 그를 보며 웃는다. 우리 아이들과 다르지 않게 총을 쏘고 쓰러지는 시늉을 하며 웃을 수 있는 소말리아의 아이들의 손에 진짜 총을 쥐게 하고 그들을 거리로 내몰아낸 현실의 맛이 참으로 씁쓸하다.
더불어 다른 이념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없었던 우리 아이들의 모습도 참 인상 깊었다. 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위험을 피해 대한민국 대사관에 들어갈 때, 북한 대사관의 어른들은 아이들의 눈을 가린다. 북한의 아이들은 화려하게 진열된 88올림픽의 기록과 대한민국의 모습을 볼 수 없었고, 탈출에 성공한 후 비행기에서 내려 각자의 길로 갈라지는 순간엔 생사고락을 함께한 정이 든 친구와 인사를 나눌 수도 눈을 맞출 수도 없었다. 같은 길을 걸을 수 있고, 비슷한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하게 갈라진 두 갈래 길로 걸어가게 만든 하나의 다름이 가진 힘이 이렇게 강력하다. 하지만 잠시나마 그걸 뛰어넘은 우정과 인류애가 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생존이란 본능 앞에, 결국은 같은 사람이란 이해 아래에서 힘을 합친 인물들의 우정이 아름답고 결국엔 조용히 이별할 수밖에 없는 결말이 처연하다.
영화를 보면서 등장인물들과 함께 달리는 느낌이었다. 함께 뛰고 호흡하고 이해했다. 마지막에 닿아서는 함께 탄식했고, 여러 감정을 조금씩 깎아낸듯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특히 태 참사관이 유명을 달리하는 장면을 볼 땐 바짝 올랐던 긴장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공격적이고 예민한 모습을 보이며 극의 긴장감을 높이던 인물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순간, 그게 참 마음 아팠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이뤄낸 탈출과 생존이라는 결과물 앞에서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 못한 그가 못내 안타까웠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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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을 위로하는 엉뚱발랄 캐릭터
뉴욕의 프란시스'가 서울의 청춘들에게, <프란시스 하>
코로나 시국에 찾아온 복덩이 '찬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그리고 올여름, 엉뚱발랄 귀여운 어른이! '현실'이 찾아온다!! <생각의 여름>
<프란시스 하>, '프란시스'
이제는 감독으로서도 커리어를 인정받은 '그레타 거윅'이 주연을 맡은 <프란시스 하>는 무용수로 성공해 뉴욕을 접수하겠다는 거창한 꿈을 꾸지만 현실은 몇 년째 연습생 신세인 27살 뉴요커 '프란시스'의 사랑스러운 홀로서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결혼 이야기>를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노아 바움백 감독의 작품으로 뉴욕에 사는 주인공 '프란시스'의 이야기가 한국의 2030 여성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는데요. 특히 어른이 되었지만 철없는 꿈을 꾸는 명랑한 모습의 '프란시스'는 많은 이들의 인생 캐릭터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직업이 있기는 하지만 하고 있지는 않아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가끔은 마음 가는 대로 막 해보는 것도 좋아" 등의 띵대사 역시 영화의 매력에 한몫했습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이찬실'
강말금 배우의 빛나는 등장을 알린 <찬실이는 복도 많지> 역시 관객들이 '찬실' 캐릭터에 열렬한 애정을 보낸 작품입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인생 최대의 위기, 극복은 셀프! 행복은 덤! 씩씩하고 복 많은 찬실이의 현생 극복기를 그린 작품인데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내내 영화만 만들고 싶던 프로듀서 '찬실'이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된 상황은 갑작스런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은 불러일으켰습니다. 또한 그럼에도 씩씩하게 스스로의 생활을 이어가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찬실'을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원하게 되었죠.
<생각의 여름>, '현실'
그리고, 데굴데굴 반짝반짝 청춘 이야기 <생각의 여름>에서는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시인 지망생 '현실'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생각의 여름>은 공모전에 제출할 마지막 시를 못 끝내고 뒹굴대는 시인 지망생 '현실'이,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영감을 얻어가는 한여름의 컬러풀한 기행을 담은 작품인데요. '현실'은 써지지 않는 시와 떠난 전남친을 붙잡고 여름날 더위와 함께 늘어지지만, 이내 '시가 산으로 갈 땐 산으로 가는 게 답'이라며 씩씩한 발걸음을 나서는 통통 튀는 캐릭터입니다. 또 일견 단순해 보여도 속에 품은 알알이 박힌 씨처럼 다채로운 생각들을 시 쓰기로 풀어낼 줄 아는 멋진 면모도 있죠. 아직 매사가 서툰, 그럼에도 풍부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고 있는 어른이 '현실'은 관객들의 공감을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힘들어도 웃는 자가 일류다!
통통 튀는 감성으로 그린 청춘 영화, 더위 먹은 청춘을 위한 낮잠 같은 영화!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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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들의 우정 이야기 영화 '클로즈' 언론배급시사회 후기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클로즈
(2023.05.03 개봉)
감독: 루카스 돈트
출연: 에덴 담브린, 구스타브 드 와엘
안녕하세요! 씨네랩 크리에이터 에깸입니다 ♥
소년들의 풋풋한 우정을 그려 더욱 관심 받고 있는 영화
'클로즈'의 언론배급시사회에 다녀왔어요
영화관 내 오열하신 분도 계셨구 ㅠㅠ
감정선을 정말 톡톡 잘 건드리는 영화였던 거 같은데요
어땠는지 평을 한번 남겨 볼게용
클로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서로가 세상의 전부였던 레오와 레미는
친구들에게 관계를 의심받기 시작한다.
이후 낯선 시선이 두려워진 레오는 거리를 두고,
홀로 남겨진 레미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빠진다.
점차 균열이 깊어져 가던 어느 날,
레오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클로즈> 줄거리
스포일러 포함 후기 글이니까 엔딩 말씀드리자면
레미가 괴한에게 습격당해 죽습니다
그제야 레오는 레미와 거리를 두던 자신을 반성하고 그를 그리워하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이 나는데요
뜬금포 괴한 습격이... 사실 좀 당황스러웠어요
사실 괴한인지 뭔지 정확히 나오진 않지만 집 문이 박살나 있고 레미가 죽었다고 말하거든요
차라리 저는 레미가 자살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레미의 자살로 인해 동성애자에 대한 시선, 왕따를 견디지 못한 아이
두 개의 교훈적 엔딩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 아이들의 대사 중에 '호모', '생리하냐', 등 편견 섞인 대사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엔딩이 더 맞았다고 보고요
레오를 원탑 주인공(감정선)으로 두려다가 오히려 분위기가 축축 쳐지기만 하고
레오의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벅차단 느낌까지 들더라고요...
레미의 엄마를 또 다른 주연으로 둔 건 좋았어요
레오-레미-레미엄마 세 캐릭터의 구도로 가니까 레미가 죽고 나서도 이어갈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다만, 레미 엄마의 태도가 급변하는 게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달까요
아들이 죽기 전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말해 달라고 하지만
말하지 않는 레오도 다정하게 대해 주거든요
우물쭈물하다 말하니까 바로 차에서 내리라고 합니다
여기까진 오케이죠 당연한 감정이에요
근데 5초도 안 돼서 찾으러 가요
이 부분이 약간... 정신사나웠던 듯해요
레오의 감정선을 토대로 영화가 흘러가다 보니 다른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돌보지 못한 느낌?
그래도 끝내 레오가 오열하던 병원 씬에서는 많은 분들이 따라 울더라고요
예술 영화로선 정말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드라마 공부하는 제가 보기에 딱이었달까요?
인물의 감정선을 어떻게 꾸려가면 좋을지 굉장히 공부가 되었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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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의 가족] 끝장리뷰 | 재규(장동건)와 자동차 사고 상징 | 결말해석 | 악의 기원 | 가족의 맨살
[보통의 가족](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재규(장동건)와 자동차 사고
Chapter 2 부모 - 자식, 악의 기원
00:00 보통의 가족
01:29 장동건 집중
03:17 자동차 사고
06:06 부모와 자식
07:16 악의 기원
09:46 별점 및 한 줄 평
10:02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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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이 우릴 완벽하게 속인 순간들
#산돌구름 #마블반전 #랄프보너
"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2021. 03. 20 영상입니다.
유튜브 채널 구독하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6jj...
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영상 타임라인*
00:00 이번에도 속았다..
00:44 오딘? NO I’M 로키
01:52 퀵실버? NO I’M 보너
02:38 만다린? NO I’M 트레버
03:44 닉퓨리’s EYES
04:49 구독자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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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극장판 주술회전 0> 2차 예고편
어릴 적 소꿉친구인 오리모토 리카를 교통사고로 눈앞에서 잃은 옷코츠 유타.
“약속해, 리카와 유타는 어른이 되면 결혼하기로”
옷코츠는 원령으로 변한 리카의 저주에 괴로워한 나머지, 자신도 죽기를 바라지만 최강의 주술사인 고죠 사토루에 의해 주술고전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동급생인 젠인 마키, 이누마키 토게, 판다를 만나면서 굳은 결심을 한다.
“살아도 된다는 자신감이 필요해”
“나는 주술고전에서 리카의 저주를 풀겠습니다”
한편, 옷코츠와 친구들 앞에 과거에 일반인을 대량으로 학살해서 고전에서 추방된 최악의 주저사인 게토 스구루가 나타난다.
“12월 24일, 우리는 백귀야행을 결행한다”
주술사만의 낙원을 만들려는 게토는 비술사를 섬멸하겠다면서, 신주쿠와 교토에 천의 저주를 내리는데…과연 옷코츠는 게토를 막을 수 있을까? 그리고 리카의 저주를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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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돈 룩 업> 티저 예고편
혜성 충돌이 임박했다. 《돈 룩 업》의 주인공은 무명의 두 천문학자.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거란 사실을 발견한 두 사람은 언론사를 있는 대로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재앙을 온 인류에 경고하기 위해. 애덤 매케이 각본과 연출. 《돈 룩 업》, 올겨울 공개 예정.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