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2021-06-03 19:36:38
[넷플릭스] 살인을 말하다: 테드 번디 테이프
[Ted Bundy Tapes] [미국 다큐멘터리]
미국의 연쇄 살인마 테드 번디의 범행 과정과 검거, 재판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
자신의 본성을 숨기고 평범한 사람들 속에 숨어서 연쇄 살인을 저지른 테드 번디의 범죄와 검거 후 재판 그리고 사형까지의 과정을 세밀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잘난 사람이고 싶지만, 타인을 이해하거나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부족한 테드 번디는 열등감에 시달리는 인물이었고,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화풀이로 살인을 택한다.
수십 명의 사람을 살해했으면서 본인의 죽음 앞에선 두려움을 느끼는 열등감 덩어리 인격장애 테드 번디.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살인을 말하다 : 테드 번디 테이프는 살인을 수사한 형사, 피해자, 테드 번디의 가족 등 범죄와 마주했던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한 다큐멘터리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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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TT행을 택하는 영화들
영화 '사냥의 시간', '콜', '서복' 포스터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 박신혜, 전종서 주연의 <콜>, 차인표 주연의 <차인표>,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 그리고 이용주 감독의 <서복>까지. 이들 영화들의 공통점은 당초 극장 개봉을 염두하고 제작되었으나 결국 OTT 공개 혹은 동시공개를 택했다는 점이다. (<서복>의 경우 당초 2020년 12월 개봉을 염두했으나 무기한 연기되었고, 결국 4월 중 티빙(TVING)과 극장 동시 공개를 택했다.) 앞선 다섯 편의 영화들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거나 공개 예정이며 <서복>처럼 넷플릭스가 아닌 다른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더이상 새삼스럽지는 않게 되기도 했지만 다시 떠오르는 질문. 극장은 앞으로 괜찮을까?
이 글은 본격적인 분석이나 전망을 하려고 쓰는 글은 아니나 그럼에도 통계자료는 살펴야겠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0년 한국 영화 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국 영화시장 극장 매출액은 전년 대비 73.3% 감소한 5,104억 원에 불과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수준. 관객 수 역시 전년 대비 73.7% 감소한 5,952만 명이었다. 국내 극장 연간 관객 수는 2013년 이후 줄곧 2억 명을 넘어선 수치를 기록했었다. 지난 10년간 계속 증가해왔던 극장 수 역시 2020년에는 일부 휴관 및 폐관 등 영향으로 2019년 513개(3,079개 스크린)에서 2020년 474개(3,015개 스크린)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국내 OTT 시장 규모가 2020년 7,801억 원 정도일 것으로 전망했으며 PwC에 따르면 글로벌 OTT 시장 규모는 2020년 584억 5,600만 달러, 한화로 약 66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와 왓챠는 물론 네이버 시리즈, 티빙, 시리즈, 시즌 등 여러 플랫폼들이 본격적으로 경쟁을 시작한 만큼 앞으로도 극장 밖 플랫폼을 통한 영화의 최초 공개는 여럿 있을 것 같다. 당장 HBO Max(워너브러더스), 디즈니 플러스(월트디즈니컴퍼니) 등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OTT를 통한 독점 공개 혹은 극장과의 동시 공개 역시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서 이런 추세는 국내와 국외를 구분하지 않고 당분간 이어질 듯.
*워너브러더스는 2021년 신작 열일곱 편 모두를 극장과 HBO Max 동시 공개할 것이라고 지난 12월 발표했고, 그 시작은 <원더 우먼 1984>였다.
영화 '원더 우먼 1984' 스틸컷
다만 이런 상황이라고 해서 극장의 미래가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2020)이 국내에서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후 처음으로 2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 되었으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 발표를 앞두고 주요 작품으로 거론 중인 <미나리>(2020) 역시 국내에서는 2주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누적 관객 5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옆 나라 일본에서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21주째 상영되며 매출액으로는 역대 1위, 관객 수로는 역대 2위에 오르는 등 사람들은 여전히 극장을 찾고 있고, 극장에서만 가능한 종류의 경험을 여전히 소비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아바타>(2009)가 재개봉해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에 내주었던 글로벌 역대 흥행 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마블 스튜디오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아바타>의 1위 탈환을 축하하는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미나리' 스틸컷
일단 국내에서는 3월 말 <고질라 VS. 콩>과 <자산어보>를 비롯해 4월 <모탈 컴뱃>과 <서복>, 5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등 개봉 예정작들이 기다리고 있다. 최근 뉴욕에서도 일부 극장이 제한적으로 영업을 재개하는 등 각 국가와 지역별 상황은 다르지만 조금씩 극장 업계도 다시 관객들을 불러들일 채비를 하고 있다. 쓰고 보니 다소 용두사미급의 결론이 된 것 같기도 하지만, 여전히 극장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걸음하게 할 만한 화제작들이 있는 한.
영화 '고질라 VS 콩', '자산어보' 포스터
* 본 콘텐츠는 브런치 김동진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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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화를 통한 멋진 이륙, 밋밋한 착륙!
‘이 영화는 실화입니다!’ 점차 새로운 이야기가 고갈되고 있는 영화계에서 실화만큼 든든한 지원군은 없다. 관객에게 어필하기 딱 좋은 마케팅 요소로도 적합하다. 문제는 영화보다 영화 같은 이야기를 어떻게 각색하고 풀어내느냐가 관건. <하이재킹>은 실화의 힘으로 멋진 이륙을 해내지만, 결국 밋밋하게 착륙하고야 만다.
때는 1971년 겨울, 속초공항에서 김포행 비행기 한 대가 이륙한다. 이날 여객기 조종은 태인(하정우)와 규식(성동일)이 맡는다. 사고 없이 이륙한 비행기는 곧 아수라장이 된다. 여객기를 통째로 납치하려는 용대(여진구)의 사제 폭탄 때문. 폭발로 인해 베테랑 기장인 규식은 눈을 다치고, 부기장인 태인이 조종간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순식간에 하이재킹에 성공한 용대는 북으로 향하라고 소리친다. 승객의 목숨을 담보로 한 용대의 협박에 무엇보다 사람의 목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태인은 일단 비행기를 북으로 돌린다. 그 사이 기내에 있는 승무원 옥순(채수빈)과의 공조를 통해 이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하이재킹>은 1971년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실화를 기조로 각색을 더 해 재탄생한 영화가 가장 먼저 비추는 건 공군 전투기 조종사인 태인의 눈을 통해 본 납북 민항기다. 휴전선을 넘기 전 민항기를 공격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어긴 태인은 사람들은 살렸지만(물론, 납북된 사람들이 모두 송환되지 못했다.), 군복은 벗어야 했다. 그만큼 영화는 당시 한국전쟁 이후 서로 다른 이념이 첨예한 대립을 하던 시대적 상황을 먼저 짚고 넘어간다. 그리고 이 대립이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가운데, 감독은 태인에게 60명의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또 한 번 휴머니즘을 발휘할 것인가를 되묻는다.
어쩌면 영화는 그 물음에 답하는 것처럼 승객을 위해 몸을 던지고 헌신한 이들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 벌이는 조종사와 승무원, 그리고 승객들의 공조는 각색을 감안해도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유추할 수 있게끔 한다. 좀 더 상황에 몰입할 수 있는 건 다수의 재난영화에서 볼 수 있는 각양각색 인간들의 모습과 이야기, 그리고 자치 신파로 빠질 수 있는 드라마 요소를 애써 가져가려 하지 않으려는 영화적 성격이 한몫한다. 물론, 승객들의 이야기가 아예 다뤄지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극 중 태인과 용대의 대립을 견고하게 해주는 요소로만 작용한다. 신파를 걷어내고 담백하게 사건을 재조명하려는 감독의 노력이 여기에 비친다.
또 하나의 영화가 가진 차별화 포인트는 용대라는 인물이다. 허구로 만들어진 그는 단순히 북으로 가기 위해 하이재킹을 시도한 빌런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형이 북으로 넘어간 이후 ‘빨갱이’라 낙인찍힌 그는 시대의 희생양으로 묘사된다. 갖은 수모에 따른 분노와 더불어 북에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 이 일을 선택한 용대의 절절한 전사는 관객에게 그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항공기 납치 영화로서의 재미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하이재킹>은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난기류를 만난다. 바로 실화가 가진 무게감과 이념 대립의 이야기에 집중한 나머지 장르적 재미는 반감된다는 것. 항공기 납치 사건이 벌어지지만 좁고 한정된 공간 안에서 다루다 보니 서스펜스 전달의 한계는 노출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내부에서는 폭발, 외부에서는 국군 전투기의 고공 장면이 진행되지만, 일회성으로 그쳐 연쇄적 감흥은 떨어진다. 더불어 빌런의 능력치가 기존 장르 영화에 비해 떨어져, 시간이 갈수록 태인과의 대결 구도에서 빗어지는 긴장감은 하강한다.
그럼에도 영화가 중심 고도를 잡고 밋밋하지만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던 건 어떻게든 살고자 했던 실존 인물들의 모습이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하정우, 성동일, 채수빈 등 승객을 위해 몸을 던진 이들의 연기는 당시 실존 인물들이 느꼈을 두려움과 공포, 그럼에도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느끼게 한다. 이전 작품들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고 할 수 없지만, 각자 자신이 맡은 임무를 수행하듯 실화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당시 영웅들의 감정을 오롯이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상의 인물이며 빌런으로 나오는 여진구의 연기도 한몫한다.
<하이재킹>을 보고 실화에 더 관심이 생긴다면 지난 2022년 9월에 방송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46회 '필사의 51분, 1971 공중지옥' 편을 추천한다. 어쩌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가 <하이재킹>이 못다 한 멋진 착륙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사진 제공: (주)키다리스튜디오
평점: 3.0 / 5.0
한줄평: 실화를 통한 멋진 이륙, 밋밋한 착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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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돈의 정치적 상황 속 해체를 감당하는 가족
클라우디아 레이닉 감독의 <퀸즈>는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국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최초 상영을 했다. <퀸즈>는 균열이 있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 딸과 아빠의 여행과 일탈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애프터 썬>과 유사점을 보인다. 하지만 <퀸즈>는 그보다 깊게 페루의 당시 역사적 환경을 보여주며, 그 속 시민들이 처한 환경을 시사한다.
집을 떠나 사는 아버지는, 딸들과 유대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고, 그 연장선으로 딸들의 불신을 얻는다. 그런 아빠가 딸들과 함께 바다로 떠나는 행위는 ‘일상에서 멀어지는 일’이 된다. 당시 페루의 환경과 일상에서 벗어나며, 두 딸과 아빠는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일상에서 멀어지는 것이 이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1990년대 페루의 역사적 배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92년, 페루의 54대 독재자 후지모리는 친위 쿠데타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10년여간 탄핵이 될 때까지 10년 3개여월 동안 재임하며 권위주의적, 반인류적 독재 정치를 자행했다. 후지모리는 일명 콜리나 부대를 창설해 민간인 50여명을 학살했고,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등의 부패를 거행했다. 이중국적이었던 후지모리는 일본으로 도주하지만, 결국 페루로 송환되고 징역 25년 형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는 2011년, 2016년에 페루 대선에 진출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는 후지모리 일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1990년 페루 독재의 형태, 그로 인해 민간인들이 위협당하는 모습이 <퀸즈>에서도 등장한다. 카를로스는 당시의 경제적 침체로 인해 택시 기사의 일을 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벌이를 하지 못한다. 가족들에게 돈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는 그가 선택한 거래 방식은 ‘타이어 물물 교환’인데, 이는 누군가의 차에서 훔친 타이어였다. 훔친 타이어도 화폐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당시의 경제적 침체를 볼 수 있다. 또한, 영화 속 등장하는 당시 독재 정치의 잔상은 통금 시간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 통행 금지 시간이 정해져 있어, 밤 늦게 거리를 다니기 위해서는 ‘취한 사람인 척’해야 했으며, 이는 총을 맞을 위기까지 가져오는 행위로 묘사된다.
딸과 헤어지고 싶지 않은 아빠 카를로스와, 혼란스러운 페루를 떠나 띨들과 이민을 갈 계획을 세우는 엄마 엘레나의 대립이 종결되는 사건 또한 통금 시간으로 발생한 사건에서 종결된다. 두 딸은 엄격한 엄마에게서 도망쳐 아빠를 찾는다는 이유로 집 밖으로 빠져나간다. 그 과정에서 둘은 통행 금지 시간을 어기게 되는데, 두 딸은 군인들의 성적 희롱 대상이 되며, 결국 군인에게 끌려가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 밤을 샌다. 미국으로 떠나는 것을 고집하던 엘레나는 딸들이 집을 떠난 이유가 ‘아빠를 찾는다’는 이유 때문이었기에 페루에 남기를 택한다. 아빠를 필요로 하는 딸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카를로스는, ‘딸들이 정치적 환경으로 인해 위험한 사건을 겪었기 때문’에 딸들을 미국으로 보내고자 한다. 딸과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미성년자 출국 동의서를 작성해 주지 않던 그의 변화가 발생하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엘레나는 가정부를 고용할 정도로 재력이 있는, 페루에서도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가정을 꾸리고 있음에도 이러한 경험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카를로스-엘레나 가족의 형태는 일반적이지 않다. 하지만 딸들을 생각하는 것은 여느 부모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시사하는 지점이 바로 이 사건이다. 엘레나는 아빠와 헤어지길 원치 않는 마음으로 미국에 가기를 포기하고, 카를로스는 아이들이 안전한 곳에서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미국에 가는 것을 동의한다. 하지만 결국 미국에 가게 되는 딸들과 엘레나의 모습은, 정치적 사랑은 가족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짐을 고사하고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이들이 처한 국가의 모습에 일종의 굴복을 하는 모습은 씁쓸한 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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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뱀파이어 영화 <씨너스: 죄인들>이 지난주에 이어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난 주말 동안 오프닝 4,800만 달러 대비 고작 6% 하락한 수치인 약 4,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안정적인 흥행세를 기대케 하고 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2위는 개봉 20주년을 맞아 극장가를 다시 찾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가 차지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누적 수익 약 2,5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스타워즈 팬덤의 건재함을 증명했습니다.
3위에는 벤 애플렉 주연의 액션 영화 <어카운턴트2>가 안착하며,
1편의 오프닝 스코어를 소폭 넘어선 약 2,45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국내 박스오피스 역시 왕좌의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유해진, 강하늘, 박해준 등 유수의 배우들이 등장하는 한국 영화 <야당>이 개봉 2주 차에도 1위에 올랐습니다.
누적 관객 수 160만 명을 넘긴 <야당>이 마동석 주연의 오컬트 액션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마블의 새로운 히어로 영화 <썬더볼츠*> 등 대형 영화들이 대거 개봉하는 5월 1주 차에도 1위를 지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2위는 누적 관객 수 30만 명의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차지했으나,
북미 관객들에게 엄청난 지지를 받았던 것과 비교해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3위에는 누적 관객 수 200만 명 돌파에 성공한 <승부>가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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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마블이 오답노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최근 마블 스튜디오 성적이 부진했던 것, 특히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개봉하는 작품들 거의 모두 마블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도, 영화를 좋아하는 씨네필들에게도, 평단에게도 실망감을 선사한 것은 통계적으로도 볼 수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억지스러운 PC주의, PC주의가 들어간 영화는 무조건 실패한다.'와 같은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마블이 새로운 장을 열면서 전과는 또다른, 조금 더 깊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그 과정에서 PC주의를 영화 속에 넣은 것으로 추측되나, 의도가 어찌되었든 모든 이들에게 실망감을 사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마블의 이러한 연이은 실패의 이유에 PC주의에 대한 무분별한 탓, 무조건적인 비난은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마블이 지금처럼 부진한 성적을 받고 있는 데엔 '설득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단순 우주에서 다중 우주로 뻗어져나가는 이야기의 흐름을 설득 못 시켜서, 세대 교체를 하는 과정에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배우, 새로운 캐릭터가 필요했던 이유에 대해서 설득하지 못해서, 영화팬들에게 영화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OTT 서비스를 사용해서 자신들의 이야기 템포를 따라와줄 것을 설득시키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마치 마블의 지난 시간들을 반성하고, 오답노트를 작성하면서 본인들의 과오를 하나씩 수정해나가는 영화로 보인다.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그 점을 보완하고, OTT 서비스를 무조건적으로 강요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고 싶게 만드는, 마치 마블의 영광스러웠던 시대의 희망 의 뿌리를 보는 것 같은 작품이었다.
영화의 이야기는 물론 마블 시리즈의 한 작품이기 때문에 당연히 전작들의 이야기에서 이어지고,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 작품들에서도 이어진다. 마블 스튜디오 또한 영화 <아이언맨1> 개봉 이후 1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그동안 쌓여왔던 작품들이 꽤 많고, 또 그만큼 이야기가 매우 깊어졌다. 이에 더해,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가 가세해 마블 스튜디오의 전반적인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있어 그 양은 갈 수록 비대해졌다. 그렇기에 최근 많은 이들이 마블 영화가 개봉한다고 하면 설레는 기대보다 "전작들 못 봤는데, 못 따라가면 어떡하지? 돈 낭비하는 거 아니야?"라는 우려 섞인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이 점을 과소평가했던 것인지, 실제로 최근 마블 스튜디오는 이런 점에서 날 선 비판을 받고 있었다. 이를 드디어 깨달은 것인지,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작품 내에 전작들의 설정들을 친절하고, 설득력있게 제시했고, 전작들을 보지 않았던 관객들에게도, 전작들을 모두 섭렵한 관객들에게도 꽤나 만족스러운 작품을 제시했다. 또한 이전 작품들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매력까지도 불어 넣어, 이전 작품들에 대한 반성문만이 아닌 개선과 포부가 담긴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 액션 영화에 비법 양념을 더해 마블만의 맛을 내다.
장르가 액션인 영화에서 가장 실망스러울 때는 바로 액션마저 별로일 때이다. 액션 장르 영화에서 이야기가 아무리 엉망이어도 액션이 수준급이라면, 최악은 면할 수 있는 것이 액션 장르의 힘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전에 먹어봤던 맛있는 맛의 액션에 새로운 맛을 한 숟갈 더한다. 작품 속 등장하는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는 이전 작품들의 "스티브 로저스"의 캡틴이 아니라 "팔콘"의 캡틴이기 때문에, 전작들의 시원하고 파워풀한 액션씬보다는 윙슈트를 이용한 화려한 곡예비행과 날개 및 기타 파츠들을 이용한 볼거리 많은 액션을 보여준다. 또한 빌런으로서 2008년 작품,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에 등장한 "사무엘 스턴스"와 "썬더볼트 로스"이자 "레드 헐크"를 등장시키는데, "캡틴 아메리카"의 아쉬운 파워풀한 액션을 "레드 헐크"가 채워준다는 데에서 빌런과 히어로이지만 작품의 깊이감을 위해 상보적인 존재로서 장면들을 만들어간다. 또한 '서펀트 소사이어티'라는 새로운 집단을 등장시키면서 "캡틴 아메리카"의 액션을 선보이기 위한 발사대로서 꽤 좋은 역할을 수행한다.
영화는 또한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스파이물, 추리물과 같은 장르적 특징을 띄기도 한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억울한 이의 누명을 벗겨주어야 한다는 "캡틴 아메리카"의 사명감과 친구와의 의리로 임무를 수행하는데, 여느 스파이 장르 영화가 그렇듯 정부와의 갈등을 보여주게 된다. 또한 단순 빌런과 입체적인 면을 지닌 빌런을 공존시키고, 빌런의 등장을 지속적으로 암시하면서 극의 긴장감을 더해갔다. 이 과정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슈트를 입지 않은 채 맨몸 액션을 선보이는데, 별다른 초능력은 없지만, 영웅으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강력한 악당들에게 맡서는 한 인간의 의로운 모습을 영화는 강조한다.
마블 시리즈 내에서 하늘을 날 수 있는 인물들은 많지만 실제로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액션을 펼치고, 임무를 수행했던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영화는 그동안 못했던 한을 푸는 것인지, 고공 액션을 굉장히 훌륭하게 선보이고, 그의 슈트를 최대한 활용한 액션씬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마블의 창의력 또한 엿볼 수 있었다. 액션의 화려함, 그 창의성을 더욱 돋보이기 위해 중간 슬로우 모션을 활용하였는데, 이 또한 멋있으면서 재밌게 다가왔고, 이를 남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었다 보여진다.
'팔콘'의 "캡틴 아메리카"는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팔콘과 윈터솔져>에서부터 비롯되었는데, 그때부터 그가 "캡틴 아메리카"가 된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의 걱정거리였다. "갈수록 강력했지는 빌런들을 아무리 방패와 최첨단 윙슈트가 있다고 한들 한낱 인간에 불과한 영웅이 이길 수 있을까?" 영화는 이런 의문을 부정하거나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맞서 싸운다. 영화 속엔 '혈청 맞을걸'와 같은 대사가 빈번히 등장한다. 작품 내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스스로도 자신의 한계를 너무나 잘 알아 그 한계에 아쉬움을 표하고, 영화 자체적으로도 그의 갈비뼈가 부려졌다는 대사를 빈번히 사용하거나, 팔에 깁스를 한 것을 보여주면서 히어로 영화에서 잘 볼 수 없었던 히어로의 신체적 아픔을 드러내는 장면들을 의도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사람들의 우려와 걱정을 히어로에 대한 응원과 공감으로 승화시키고, 힘이 강력해서 영웅인게 아니라 마음과 정신이 영웅이기 때문에 영웅인 인물에게 그를 기대하게 한다.
- 마블이 생각했던 '영웅이란', 소를 잃은 후에야 설득의 시간을 가지다.
앞서 이야기 했듯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를 강력한 영웅일 때에는 멋지고, 힘쎈 인물처럼 묘사하지만, 슈트나 방패가 없을 때엔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는 점을 굉장히 의도적이고,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심지어 영화의 종반부 마지막 액션씬에선 "레드 헐크"에게 붙잡혀 날개를 뜯기는 "캡틴 아메리카"는 영웅에게 좀처럼 들기 힘든 감정인 '불쌍함'이 생각났다. 영화는 영웅의 어쩌면 나약해보일 수 있는 장면을 과감하게 보여주면서 단순히 힘이 세거나, 무술을 잘하거나, 최고의 기술력이 있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직접적으로 응한다. "스티브 로저스"의 캡틴 아메리카와 "팔콘"의 캡틴 아메리카를 비교하면서 앞선 이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희망을 주었다면, 그는 사람들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는 대사를 통해, 본인들이 해석한 "캡틴 아메리카"를 관객들에게 설득시킨다. 또한 "캡틴 아메리카"의 불굴의 의지를 언급하면서 그가 영웅인 이유를 대사를 통해 설명하는데, 이 또한 관객들의 우려와 걱정을 아주 말끔하게 씻어내는 좋은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마블은 앞선 작품들에서 관객들의 걱정과 우려를 어찌 보면 이해해줬으면 하는 식의 태도를 갖췄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은 만들고 싶은 세계관을 만들테니 이를 그저 관객들이 이해하고, 따라만 와줬으면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서 말이다. 하지만 본 작품을 통해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선 이해하는 게 아니라 관객들을 설득시키고, 그들의 손을 붙잡고 세계관을 안내시켜야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영화는 또한 이야기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치의 플롯을 곁들였다. 영화 <이터널스> 이후 등장한 새로운 광물을 두고 세계 강국들이 이를 차지하기 위해 협의하고, 조약을 맺으려 하며, 광물 때문에 전쟁까지도 이어질 뻔했던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을 제시하는데, 이는 실제 강국들의 석유와 석탄을 두고 경쟁했던 시기를 다루는 것 같아 서사의 깊이감이 더해졌다. 그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의 눈치싸움, 비자금을 사용했다는 정황 등의 이야기들을 히어로 영화에 접목시켰으며, 이를 "캡틴 아메리카"가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직접 투입하여 몸을 던져 싸우기도 하면서 동시에 작중 빌런이자 누구보다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인물의 입체적인 면을 덧붙여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했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이 묘미는 단순히 나쁜 이가 세상을 어지럽히자 조국의 영웅이 무찔러 해결한다는 데에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기본 바탕에 '친구', '가족', '스파이', '신념과 의지' 등을 붙인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본 작품은 "캡틴 아메리카"의 사이드킥을 통해 친구를, "썬더볼츠 로스"를 통해 가족과 최종 빌런의 묘략에도 조국에 대한 신념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늦은 것이다. 빨리 시작하길 바란다."라는 개그맨 박명수의 명언 모음집 중 하나가 생각난다. 어쩌면 마블은 정말 늦은 것일지 모른다. 너무 많은 팬들이 등을 돌렸고, 팬 유망주들 또한 너무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나서지 못하고 있고, 평단마저 더이상 마블 영화를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필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을 달리 생각한다. 잃었더라도 똑같은 잘못을 하지 않기 위해 외양간을 고치는 점에 위안을 보낸다는 입장이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완벽히 장점만을 지닌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 속도가 너무 빨랐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그 메시지들이 너무도 의도적이라 부담스러우면서 동시에 그 나머지 점들을 챙기지는 못했다는 장점이자 단점도 있었고, 영화의 종반부를 너무 성급하게 끝낸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럼에도 본 작품을 통해 그들이 드디어 외양간을 고치려는 의도를 볼 수 있었고, 스스로 오답노트를 작성하면서 곧 있을 최종장을 향해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지 또한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다시 필자는 마블에게 희망을 걸고, 그들의 행보에 기대를 걸어본다.
어느날 친구가 필자에게 아직도 마블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냐고 물어본 적 있다. 이에 필자는 아직 머리를 밀봉하기 전이라고 대답했다. 아직 필자는 머리를 밀봉하고 싶지 않다. 마블의 그간 행보가 맘에 들어서도, 그들의 연이은 악수를 무조건 응원해서도 아니다. 그저 마블 스튜디오 작품엔 필자의 어린 시절이 담겨있고, 함께 성장해나갔다는 생각에 메타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마블은 이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아직 필자와 같은 팬들이 남아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 그리고 이 팬들을 더이상 실망시키지 않아줬으면 한다. 그들의 행보를 꾸준히, 계속해서, 아직까지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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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을 처단하는 직쏘 모방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도덕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하지만 살아가며 누구나 하나 즘은 잘못을 하면서 살아간다. 아주 큰 범죄가 될 수도 있지만 말실수를 하거나 다른 사람의 작은 무언가를 몰래 가져오는 것 같은 아주 사소한 일들도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잘못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면 그냥 넘어가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잘못을 인지하고 사과를 하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사람마다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에 대한 판단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잘못을 인지했더라도 은근슬쩍 그냥 그 순간을 넘기기도 한다.
이런 혼란을 줄이기 위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따라야 하는 법을 만들고, 그것에 위반되는지를 사법기관에 판단을 요청한다. 그리고 잘못이 있으면 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이 일련의 과정은 수십 년 이상 인류가 사회에서 질서를 지키기 위해 확립한 어떤 체계다. 하지만 모든 잘못을 법이 다 잡아낼 수는 없다. 어떤 잘못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고 그 잘못을 아는 사람이 없어지면 그 잘못도 자연스럽게 묻힌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영웅 같은 존재를 이상화한다. 경찰이나 검찰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의 잘못도 누군가가 바로 잡아 주길 원한다. 하지만 그 존재는 분명 인류가 만든 법의 테두리에서는 벗어나 있다.
영화 <스파이럴>은 법을 집행하는 경찰이 가지고 있는 잘못들을 바로잡는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다룬다. 경찰들의 잘못은 큰 것도 있고 사소한 것도 있지만 받는 형벌은 매우 가혹하다. 공포 스릴러 <쏘우>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는 극 중 유명한 연쇄살인범 직쏘(토빈 벨)는 등장하지 않지만 그 모방범을 등장시켜 비슷한 패턴의 연쇄살인을 묘사한다. 과거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희생자들은 잔인한 고문 기계에서 깨어나고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테스트를 받는다. 원작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특정 신체를 절단하는 것과 목숨을 구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인데 고민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면서 잔인한 결과로 이어지고 이 장면들이 그대로 화면에 묘사된다.
비리 경찰을 처단하는 연쇄살인범 이야기
<쏘우>의 스핀오프 영화라고 할 수 있는 <스파이럴>은 돼지 머리 인형을 내세우는 직쏘 모방범과 그를 쫒는 지크 형사(크리스 록)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지크 형사는 동료들과의 관계가 좋지 못하지만 꽤 도덕적이고 믿을 수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과거 경찰서장이었던 마커스(사무엘 잭슨)의 아들인 지크 형사는 동료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고, 새로 온 신참 파트너 윌리엄(맥스 밍겔라)만이 그를 따르고 있을 뿐이다. 그 상황에서 지크의 동료 형사들이 하나둘씩 직쏘 모방범에게 납치되어 살해당한다. 결국 연쇄살인범과 직접적으로 대결을 벌이게 되는 것 지크 형사뿐이다. 다른 형사들도 같이 추적을 해나가지만 왠지 모르게 지크와 협력하기보다는 독립적으로 수사를 하며 움직인다.
경찰은 사회에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잡아 처벌할 수 있는 집단이다. 그래서 그들이 가진 도덕적인 신념은 중요하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지크 형사는 도덕적인 신념이 꽤 명확한 인물이다. 주변 동료를 챙기면서도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를 정확히 판단하고 동료라고 해도 동료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직언을 할 줄 아는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그런 성향은 그에게 동료들이 등을 돌리게 만든다. 지크 형사는 동료들이 연쇄살인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동료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어찌 보면 그는 경찰 내부에서 마지막 남은 최후의 보루라고도 볼 수 있다.
이전 시리즈가 그랬듯이 지크 형사는 늘 범인보다 한 발씩 늦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아주 잔혹한 묘사를 하는 시리즈의 특성을 조금은 완화시켜준다. 또한 범인의 단서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도 어느 정도는 설득력이 있다. 과거 시리즈보다 속도감은 조금 떨어졌지만 논리적 서사를 보강했고, 무엇보다 영화를 끝까지 흥미롭게 보도록 만드는 것이 있다면 바로 지크 형사 캐릭터에 대한 신뢰감 때문일 것이다. 그는 최대한 동료를 구하려고 뛰어다니고 단서를 찾아 결국 모든 살인의 범인을 찾아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결정의 딜레마에 빠지는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그래서 긴장감이 높아진다.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스파이럴>은 일그러진 영웅의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연쇄살인범 직쏘가 그랬던 것처럼 개인적인 원한으로 시작된 살인은 비리나 잘못함 일이 있는 경찰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형벌을 준다. 과거 언젠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고문 기계에서 눈을 뜬 순간 자신이 과거에 잘못한 모든 것을 나열하며 생각할 것이다. 거기에 살인범이 들려주는 특정 사건에서 자신의 죄를 마주하고 결국 형벌에 처해진다. 아주 잔인한 살인범의 형벌은 세상을 위한 정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죄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반론권이 전혀 주어지지 않으므로 올바른 정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를 영웅으로 보기는 힘들다. 그 자신이 행하는 정의에 이유와 원칙을 가지고 있지만 그저 잔혹한 악당으로만 보인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이야기지만,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
또한 연쇄살인범은 돼지 가면과 인형을 이용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마스코트만 바뀌었을 뿐, 직쏘가 이용했던 방식 그대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살인범 역시 새로운 직쏘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동일한 방식과 메시지는 <스파이럴>의 이야기가 <쏘우> 시리즈의 동어반복처럼 느끼게 한다. 이미 했던 이야기를 다른 캐릭터를 가져와 재구성하여 풀어가기 때문에 스핀오프라기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리부트로 보이기도 한다.
감독 대런 린 보우즈만은 공포영화 전문 감독으로 <쏘우 2> 편으로 연출 데뷔를 한 이후, <쏘우 3>. <쏘우 4>까지 연출하여 <쏘우> 시리즈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감독이다. 이후 여러 가지 공포영화들을 연출하고 있지만 만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은 많지 않다. 이번 <스파이럴>로 다시 <쏘우> 시리즈의 연출을 맡게 되면서 자신이 가장 잘했던 영화를 다시 한번 만들어냈고, 팬들이 만족할만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기시감을 느끼게 하지만 과거 시리즈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고, 서사의 구멍도 그렇게 많지 않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스릴러로 탄생시켰다.
영화 주인공 지크 형사를 연기한 크리스 록은 <쏘우> 시리즈의 팬으로 <스파이럴>의 기획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각본 작업에도 참여하여 이 시리즈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코미디 배우로 많이 알려져 우스꽝 스러운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게 되는데, 이번 <스파이럴>에서는 과거와 다르게 심각하고 진지한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배우를 비롯해 감독까지 시리즈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만든 영화 <스파이럴>은 여러 가지 단점을 보여주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시리즈가 이어갈 동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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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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