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류산2024-05-16 22:40:24
지배종인 인간의 존재의미를 묻는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리뷰
진화한 유인원(Ape)과 퇴화된 인간들이 살아가는 디스토피아 행성. 유인원은 세상의 지배종이 되었고 인간들은 사냥의 대상에 불과하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의 웨스 볼 감독이 연출하고, <아바타: 물의 길> 조쉬 프리드먼이 각본을 썼다. 제작비는 1억 6천만 달러, 한화로 약 2200억 원이다. 평균제작비 약 100억(홍보비 추가 총제작비는 약 125억)이 드는 한국 상업 영화를 20개 이상 만들 수 있는 대작이다.
혹성탈출 시리즈는 리부트(Reboot) 영화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리부트 영화의 유행을 가져왔다. 놀런 감독은 오래되어 폐기 수준에 있던 배트맨의 캐릭터에 새롭게 스토리를 입혀 대박 흥행을 가져왔다. 이후 많은 리부트 영화 시리즈가 시도되었고 혹성탈출 시리즈도 그중 하나다.
혹성탈출 시리즈처럼 한국에서도 마동석의 <범죄도시> 성공으로 시리즈 영화에 관심이 많아졌다. 개별 독립된 영화는 유명감독의 대작 영화일지라도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 시리즈 영화의 장점은 예측가능성이다. 경험을 토대로 제작비 규모와 개봉 시기를 정하기가 쉽다.
캐릭터를 관객에게 설명하는 시간 등 영화 초반의 빌드업 과정을 과감하게 줄이고 바로 본론에 들어가 관객을 몰입하게 할 수 있다. 충성도 높은 팬덤이 형성되면 흥행의 강력한 엔진이 된다. 시리즈 영화는 스핀오프(번외 편)와 프리퀄(전사)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할 수 있어 확장성도 크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인간 세상이 어떤 방식으로 망할 수 있는 지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태양계 행성의 지배종이 된 유한한 존재인 인간. 영화는 인간의 욕망과 교만으로 결국 문명을 잃어버리게 될 디스토피아 세상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화면 크기가 감동을 다르게 한다.’는 아내의 말에 동의한다. 영화를 방구석 1열이 아닌 극장에서 보는 주된 이유다. 우리는 용산 CGV 아이맥스 관에서 영화를 보았다. 마치 실제 유인원들이 영화에 출연한 듯 얼굴에 나타나는 섬세한 감정표현, 거대한 숲이 된 고층 빌딩, 프록시무스 군단의 거처인 폐기된 크루즈선 등을 큰 화면에서 실감 나는 영상으로 즐겼다.
러닝타임은 다소 긴 145분이다. 이 정도의 상영시간이라면 놀라운 영상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야기(Story)와 서사(Narrative)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관객이 중간에 피로도를 느끼게 됨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굳이 옥에 티를 찾자면 그렇다.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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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전생'에서 깨진 인연을 지금 다시 붙이고 싶다고?
스포일러 있습니다!
감독 : 셀린 송
출연진 : 그레타 리, 유태오, 존 마가로
울보 나영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한국 어딘가에 살고 있는 초등학생 나영이다. 외로운 삶. 어린 나영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나영에게 기댈 수 있는 그늘이 있다. 같은 학교 친구 해성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항상 해성과 함께했다. 사실 왜 둘이 집을 같이 갈까 3자가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쉽다. 다만 서로가 각자의 마음을 알기엔 너무 어릴 뿐이다. 시간은 둘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민을 계획하고 있는 나영 가족. 이미 나영의 부모는 나영에게 ‘노라’라는 영어 이름을 붙여줬다. 이별이 다가오는 둘. 나영은 해성에게 ‘나 이민 가. 한국에선 노벨상 못 받으니까’라고 전한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해성이다. 1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잊지 못했다. 분명히 노라는 날 좋아했었다는 미련을 가진 채로 살아간다. 떠나기 며칠 전에 눈물을 흘리던 기억이 선명하다. 페이스북으로 사람을 찾는다. 이름은 문나영.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사실만 알았지 이름이 ‘노라’가 됐다는 건 아예 모르고 있었다. 언젠가 연락이 오겠지? 기다리고 있는 해성. 그날은 해성의 친구가 연인과 헤어진 날이었다. 펑펑 우는 친구 옆에서 해성은 어쩔 줄 모르고 있다. DM 알림이 온다. “안녕. 나 나영이야. 잘 지냈어? 보고 싶었어!” 나영이, 아니 노라에게 연락이 왔다. 미국과 한국, 뉴욕과 서울이라는 거리를 두고 두 사람의 로맨스가 시작된다.
넘버 3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은 셀린 송이다. 영화가 흥미로웠던 점은 이야기 곳곳에 이 셀린 송이라는 인물의 자전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셀린 송의 부친은 송능한 감독이다. 송능한 감독은 연출로 데뷔하기 이전에 임권택의 <태백산백>을 비롯한 몇 작품의 각본가로 활약했다. 충무로에서 나름의 명성을 쌓은 송능한 감독. <넘버 3>를 발표하며 금세 한국영화의 기대주로 올라선다(최근의 한국영화를 바탕으로 하면 아마 엄태화 감독쯤 됐을 것이다). 차기작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세기말>을 발표하는 송능한 감독. 하지만 영화 외적인 문제가 발생하며 흥행에 실패한다. 이민을 결심한 송능한 감독. 미국으로 떠난다.
영화는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다. 극 중에서 나영의 아버지 직업이 영화감독이다. 하지만 ‘왜 아버지가 이민을 결심했는가’에 대해선 ‘설명하기 복잡하다’로 끝난다. 부친에 대한 감독의 코멘트가 어느 정도는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영화가 주인공 나영이 성인이 되고 난 후의 직업을 ‘시나리오 작가’라고 설정했다. 실제로 셀린 송 감독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 전에 극작가(Playwriter)로 활동했다는 기록이 있다. 작중 가족관계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에게 여동생이 있다. 실제 셀린 송 감독에게도 여동생이 있다. 감독의 남편 역시 실제 배우의 외모와 닮았다. 작중에서 노라의 남편 역을 맡은 배우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남이다. 실제 셀린 송 감독의 남편 사진을 찾아보면 이와 유사하다. 이야기를 구상하는 데 있어 많은 부분을 어디에서 착안했을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여백을 비추는 카메라
이 영화의 강점은 감정전달에 있어 여유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앞서 쓴 바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는 자기가 잘 아는 것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이 덕에 장면마다 정보를 더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이 안 느껴진다. 대표적으로 노라와 해성이 성인이 되고 나서 대면하는 신이 그 예다. 두 사람은 거대한 그리움을 품고 있다. 그걸 온갖 대사로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딱 한 문장으로 끝내되 대신 다른 장면에서 인물들과 관객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대표적으로 나영이가 울보라는 설정이 그렇다. 나영이는 잘 울었다. 하지만 봐줄 사람이 없어 감정을 받아줄 사람이 없다. 그러니까 감정을 표현해도 울보라는 것을 알아봐 줄 사람이 없었을뿐더러 울 일도 줄어들었다. 받아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노라의 성격이 변한 것이다. 반대로 해성이의 경우는 인물의 성격이 10대/20대 큰 차이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 영화 중반부까지 본다면 20대의 해성과 어린 시절의 해성이 둘 다 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둘은 얼핏 보면 별 차이가 없다. 중간에 군 생활하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이 사람의 시간이 12년이나 지났다는 것이 체감하기 어렵다. 특히 가족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그런데, 둘을 비추는 방식은 별 차이가 없다. 시각적으로 이들이 차이가 없는 것으로 연출해 실질적으로 변한 건 드물다는 것을 암시하는 연출이다.
또 영화에서 흥미롭게 리듬을 변주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시차다. 두 사람의 시차는 영화에서 첫 대면신에만 설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니다. 시차가 영화에서 내포하는 바는 의사소통의 균열이다. 이 균열이 일어나는 장면이 인물들의 관계마다 다 묘사되어 있다. 아마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술집의 장면은 주인공 해성-노라 / 노라의 남편으로 대화 구조가 짜여있다. 둘/하나로 나뉘는 이유는 언어 때문이다. 노라의 남편은 한국어를 못한다. 그래서 둘은 내면의 은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언어로 시차를 둔 것이다. 이 시차는 두 주인공에게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에서 12개월을 기점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한 번 끊는다. 여기에서 해성과 노라가 연애를 시작한다. 해성이는 사랑을 끝내는데 반면 노라는 남편을 만나는 장면도 두 사람의 차이를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하이라이트 신에서는 노라가 직접('네가 원하는 나영이는 이제 없어') 의사를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해성이가 원하는 현재와 노라가 이해하는 과거가 다르기 때문에, 그러니까 해성이는 노라가 나영이의 모습으로 자기를 사랑해 주기 바라기 때문에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렇게 영화는 시차라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드러내고 있고, 이를 두 인물이 가진 고유의 리듬을 비틀면서 전개한다
뜨겁게 뜨겁게 안녕
이 영화를 만든 셀린 송 감독은 이 영화를 “새롭게 시작하는 이야기”라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글쓴이에게 있어 ‘새롭게 시작한다’라는 의미는 시차와도 관련이 있는 것처럼 들린다. 인간이 성숙해진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 시차를 두는 일과 유사하다. 사람은 누구나 후회를 한다. 쉽게 털어버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오래 가슴에 품는 이도 있다. 이 후회는 과거의 내가 보지 못했던 걸 현재의 자신이 알고 있다는, 일종에 시차로 인해 일어나는 일이다. 사실 영화는 이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내가 알지 못했던 걸 지금 고치기 위해 노라에게 간 해성. 하지만 과거의 내가 알든 현재의 내가 알든 그건 노라에게 중요하지 않다. 이미 벌어진 일이라는 걸 그 누구보다 해성이 잘 알고 있다. 영화는 이 과정을 깨닫는 해성의 내적 성장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또 사실상 노라의 현재를 상징하는 남편 캐릭터를 진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당신에게 현재는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한다. ‘전생’에 있었던 그 모든 사건보다 현생의 지금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묘사하는 것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유태오 배우는 열연을 펼친다. 대표적으로 이 영화의 중심 부분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회전목마 신에서는 이 인물이 그동안 품어왔던 그리움을 표정으로 보여준다. 네가 그리워라고 주절주절 떠드는 것 없이, 단 한마디로 모든 감정을 응축한다. 아마 유태오 배우가 이 감정에 크게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연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느꼈다. 실제로 GV(관객과의 대화)에서 유태오 배우가 참석했다. 유태오 배우는 “이 시나리오를 받고 울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보이는 장면이 있다. 바로 술집에서 대화하는 신이다. 여기서 해성을 보면 영어에 서투른 인물인 것으로 보인다. 영어를 못해서 대충 눈치로 넘기는 장면을 보면 '정말 영어 못하나 보다'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자연인 유태오 배우는 영국과 미국에서 연기를 공부했다고 알려져 있다. 연기로 이 부분을 돌파한 셈인데, 유태오 배우가 연기에 얼마나 이 장면을 잘 이해하고 있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국에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는 <패스트 라이브즈>는 10월 9일 오후 12시 30분에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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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체적 가스라이팅 사회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아내가 계속 이혼을 요구하면 자살하겠다고 협박하는 남자가 있다. 그는 아내 하퍼를 ‘사랑’한다. 그래서 하퍼가 이혼을 언급하자 물건을 때려 부수고, 핸드폰을 빼앗아 하퍼가 친구와 나눈 문자를 검열하고, 저항하는 하퍼의 얼굴에 주먹질을 한다. 그럼에도 이 ‘사랑’이 끝내 종결될 위기에 처하자 그는 아내와의 약속을 실천한다. 아파트를 둘러싼 창 형태의 펜스 위로 뛰어내려 처참한 몰골로 죽은 남자는 그의 소원대로 아내에게 트라우마‧죄책감의 형태로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영화 〈멘〉은 끔찍한 일을 겪은 하퍼가 시골의 저택으로 휴양을 떠나는 데서 시작된다. 한적한 데 위치해 근사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을 주는 저택은 몸과 마음이 지친 하퍼에게 최적의 장소인 듯 보인다. 집을 빌려준 남자도 다소 괴짜 같은 구석이 있긴 하지만 친절하게 집 구석구석과 마을에 관한 설명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첫 산책에서부터 이상한 일이 생긴다. 발가벗은 남자가 먼 곳에서 가만히 하퍼를 쳐다보고 있었던 것. 하퍼는 께름칙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 친구와 통화하며 이 이야기를 들려주다 깜짝 놀라고 만다. 발가벗은 남자가 집까지 찾아와 하퍼를 쳐다보고 심지어 집 안에까지 들어오려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하퍼가 신속하게 대응한 덕에 경찰이 빠르게 출동하고 남자는 스토킹 혐의로 연행된다.
이상한 일은 반복된다. 이번에는 마을의 교회가 무대다. 숨바꼭질 놀이를 하자는 소년의 제안을 거절하자, 그가 다짜고짜 하퍼에게 욕설을 날린다. 뒤이어 등장한 목사도 이상한 건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달래주는 듯 접근해 하퍼가 마음을 열고 자기 사연을 들려주지만, 목사는 이내 남편이 하퍼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 사과할 기회를 주었느냐고 하퍼를 추궁한다. 남편의 행동이 ‘옳은 일’은 아니지만 ‘사형’을 당할 만한 일도 아니지 않냐며 남편의 죽음이 그를 너무 거세게 몰아붙인 하퍼 탓이라는 투로 말하는 것이다. 잔뜩 화가 난 하퍼는 마을의 술집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마주한다. 자신을 스토킹했던 발가벗은 남자가 아무런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풀려났다는 소식을 들었고, 사건을 담당한 경찰도 뭐 그리 심각하게 구냐는 듯 하퍼를 대했기 때문이다. 첫 만남 때부터 성희롱성 농담을 지속하는 집주인도 점점 하퍼의 신경을 긁는다.
인터넷, 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 시골이라는 조건은 하퍼를 추궁하며 몰아붙이는 남자들에게는 최적의 조건이다. 그들은 자신의 환경적, 육체적 우위를 바탕으로 계속 하퍼를 옥죄여 온다. 밤이 깊어가고, 불안과 분노에 휩싸인 하퍼는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남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없는 괴물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 하퍼를 직접적‧폭력적으로 단죄하려 든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남자가 죽은 하퍼 남편의 분신인 양 하퍼를 해치려 하는 것이다. 하퍼는 겁에 질려 도망 다니는 와중에도 정신을 잃지 않고 칼을 들고 자신을 해하려는 하나인 동시에 여럿인 남자들에 저항한다. 삽입 ‘당하는’ 대신 칼로 그들의 몸에 ‘삽입’하여 부상을 입히는 등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그로테스크한 형상으로 변하여 끊임없이 서로를 ‘출산’하는(즉 여성혐오를 재생산하는) 남자들에게서 하퍼는 극한의 공포를 느끼지만 결코 그에 굴복하지 않는다. 중간에 환각에 빠져 남자들의 목소리‧욕망에 무릎 꿇을 뻔한 위기를 맞기도 하는데 끝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싸움을 이어간다.
하퍼가 겪은 모든 일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실존적 경험과 관련이 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집착과 폭력을 휘두르면서도 여성에게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말라고 소리치는 남자(남편), 능글맞은 표정으로 웃으며 성희롱 ‘농담’을 일삼는 남자(집주인), 남자의 폭력이 ‘여자 탓’은 아니었는지 의심하는 남자(목사), 자기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여자에게 다짜고짜 욕하는 남자(교회 소년), 발가벗은 몸으로 여자를 공포에 떨게 하는 남자(스토킹 범), 그리고 이 모든 걸 대수롭지 않은 일 취급하는 남자(경찰) 등등. 하퍼를 몰아붙이는 이 사람들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다. 이들은 개별 남성으로 존재하지만 여럿이 모였을 경우 문화규범, 사회제도가 되기도 한다. 전방위로 하퍼를 둘러싼 이(것)들은 하퍼에게 총체적 가스라이팅을 시도한다. 하퍼가 살아남는 방법은 단 하나. 칼을 들고 절대 자기 상식을 포기하지 않는 것뿐이다.
성경‧신화적 모티프를 과잉 차용하여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진다는 점, 여성 주인공의 감정을 리얼하기보다는 상황적으로 연출해냈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굳건하게 버티고 선 하퍼의 용기와 그가 맞서는 세계의 모습을 SF, 공포 장르로 절묘하게 그려낸 영화의 긴장감은 전반적으로 빼어나다. 〈멘〉은 남자들(Men)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개별 여성의 공포란 무엇인가를 고민케 하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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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넷째 주 개봉작 소개 <킹메이커> <해적:도깨비 깃발> <원 세컨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매 주 화요일!
한 주의 개봉작 중에서 여러분께 소개드리고 싶은 작품을
씨네랩이 직접 큐레이션하여 소개드리는 콘텐츠를 시작합니다!
씨네랩에서는 영화/OTT의 모~~든 콘텐츠 정보를 아주 쉽고 편리하게 제공받으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
그럼 씨네랩이 추천하는 1월 넷째 주의 개봉 신작을 소개하겠습니다!
1. 킹메이커
드라마 | 한국 | 123분
감독 : 변성현 | 출연 : 설경구, 이선균, 유재명, 조우진, 박인환 등
개봉 : 2022년 1월 26일 개봉
배급사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 앞에 그와 뜻을 함께하고자 선거 전략가 ‘서창대’가 찾아온다.
열세인 상황 속에서 서창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선거 전략을 펼치고 ‘김운범’은 선거에 연이어 승리하며,
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서게 된다. 대통령 선거를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되고 그들은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그러던 중 ‘김운범’ 자택에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로 ‘서창대’가 지목되면서 둘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치열한 선거판, 그 중심에 있던 두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관전포인트* : 극 중 정치인 '김운범'을 연기하는 배우 설경구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려는 야심찬 선거 전략가 '서창대'를
연기하는 배우 이선균. 국내 최고의 연기를 선사하는 두 배우를 한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또한 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선거 참모였던 엄창록, 그리고 1960-70년대 드라마틱한 선거 과정을 모티브로영화적 재미와 상상력에 기초해서 창작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픽션이니 이 부분도 염두해두시면 좋은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변성현 감독의 특기인 감각적인 미쟝센입니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은<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통해 보여준 감각적이고 세련된 미장센은 이번 영화에서도 다시 한번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2. 해적: 도깨비 깃발
모험 | 한국 | 125분
감독 : 김정훈 | 출연 : 강하늘, 한효주, 이광수, 권상우, 채수빈, 세훈, 김성오 등
개봉 : 2022년 1월 26일 개봉
배급사 : 롯데엔터테인먼트
"자칭 고려 제일검인 의적단 두목 ‘무치’(강하늘)와 바다를 평정한 해적선의 주인 ‘해랑’(한효주).
한 배에서 운명을 함께하게 된 이들이지만 산과 바다, 태생부터 상극으로 사사건건 부딪히며 바람 잘 날 없는 항해를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왜구선을 소탕하던 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의 보물이 어딘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해적 인생에 다시없을 최대 규모의 보물을 찾아 위험천만한 모험에 나서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라진 보물을 노리는 건 이들뿐만이 아니었으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역적 ‘부흥수’(권상우) 또한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드는데...!
해적과 의적, 그리고 역적 사라진 보물! 찾는 자가 주인이다!"
*관전포인트* :
먼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이들을 한꺼번에 볼수 있다는 재미인 것 같습니다.의적단 두목 무치(강하늘)와 해적선 주인인 해랑(한효주)부터 해적왕을 꿈꾸는 막이(이광수) 등와 각각의 매력과 개성으로 무장한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케미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또한 사라진 왕실의 보물을 찾아 육지,바다 가릴 것 없이 활약하는 해적들의 모습,특히 그들이 선사하는 액션과 화려한 CG의 스케일은 눈과 귀를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웃음/코믹 포인트입니다. 사사건건 부딪히는 해적과 의적의 케미스트리는남녀노소 할 것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올 설 연휴 최대의 오락물입니다.
3. 원 세컨드
드라마 | 중국 | 103분
감독 : 장이머우 | 출연 : 장역, 범위, 류 하오춘
개봉 : 2022년 1월 27일 개봉
배급사 : 찬란
"영화 시작 전 상영되는 뉴스 필름에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딸이 등장한다는 소식을 알게 된 장주성은 텅 빈 사막을 헤치고
외딴 마을의 영화관으로 향한다. 그러나 눈 앞에서 정체불명의 필름 도둑이 필름을 훔쳐 달아나 버리는 모습을 목격하고
황급히 그 뒤를 쫓아 나서는데…
딸의 모습이 담긴 시간은 단 1초, 딸을 만나기 위한 아버지의 눈물의 여정이 시작된다"
*관전포인트* : 베를린국제영화제와 베니스국제영화제, 그리고 칵국제영화제에서 모두 최고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중국의 거장감독인 장이머우 감독의 신작입니다. 오랫동안 그를 흠모해온 영화팬들에게는 아주 기분 좋은 소식일텐데요.
이번 신작은 장이머우 감독 영화 인생을 총 망라하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항상 인간 본연의, 생동하는 인간의 의지를 포착해 세계인의 공감을 얻는 작품 세계를 그려내는만큼<원 세컨드> 또한 너무나 기다려지는 작품입니다.
씨네랩이 추천하는 1월 넷째 주 개봉 신작은 여기까지입니다. :)
이번 주에도 영화로운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랩 콘텐츠는 다음 주 설 연휴에도 계속됩니다. :)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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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성과 연결, 마블의 분위기 전환
우리는 살면서 계속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 처음 태어나 부모를 만나고 주변 가족들을 만난다. 그러다 자라면서 친구와 지인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렇게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는 관계는 만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더 신뢰하고 의지하는 존재로 변해간다. 때론 다투기도 하고 멀어지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에는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연결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과 함께한다. 가장 가까운 나의 가족을 만드는 일은 현재에는 꼭 결혼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누군가와 강한 연결관계가 되어간다는 건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그리고 각자가 서로 연결되어있을 때 그 힘은 막강해진다.
인터넷의 발달로 우리는 가까운 곳의 관계뿐 아니라 먼 나라의 사람들과 연결될 기회를 만들었다. 인터넷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인종과 여러 성향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먼 곳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 또한 그렇게 알게 된 사람들과 가까워질 기회도 있다. 그 관계에는 높고 낮음이 없고 다른 인종이라고 할지라도 강한 연결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기는 그렇게 다양한 연결의 모습이 만들어지는 때다. 어려움이 있으면 연대하고 서로 연결된 관계 속에서 힘을 얻어 행동으로 이어나간다. 아무리 큰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렇게 서로 연결된 힘이 있으면 쉽게 그것은 깨지지 않는다.
다양성과 연결에 대한 이야기
영화 <이터널스>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능력자들의 연결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마블의 새로운 영화다. 영화 속 이터널스 주요 인물들은 포식자인 데비안츠를 막기 위해 지구로 온 히어로들이다. 7천 년 전 지구에 온 이후 주요 지역에 지구인과 생활하면서 주변에 나타나는 데비안츠를 사냥했고, 그 포식자들이 모습을 완전히 감춘이후에는 각자의 삶을 지구에서 보내게 된다. 그들은 우주와 이터널스를 창조한 '셀레스티얼'이라는 존재를 따르고 있으며, 지구로 와서 데비안츠를 사냥하는 것도 그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터널스 조직을 이끄는 리더인 에이작(셀마 헤이엑)은 셀레스티얼과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존재로 그의 말에 따라 지구에서의 생활을 리드한다.
<이터널스> 안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다양하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세르시(젬마 찬), 이카리스(리처드 매든)를 비롯해 테나(안젤리나 졸리), 길가메시(마동석), 킨고(쿠마일 난지아니), 마카리(로렌 리들로프), 파스토스(브라이언 다이리 헨리), 드루이그(베리 케오간) 그리고 스프라이트(리아 맥휴)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숫자도 많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도 다양하다. 백인, 아시아인, 남미인 등 인종으로 구분할 수도 있고, 양성애와 동성애 같은 성향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실제로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그 어떤 히어로 영화와 비교해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들의 다양한 구성 자체에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태계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성은 생명을 순환의 고리에 넣어 오랜 시간 동안 존재할 수 있게 만든다. 다양성으로 인해 여러 포식자들이 등장하고 때론 그들 사이에 충돌이 생기지만 여러 아픔과 복잡한 사건들이 벌어진 이후에 좀 더 나은 존재가 탄생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세상을 번성하게 할 아이디어들도 등장한다. 그래서 이터널스의 구성원들이 가진 다양성은 그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되고 동기가 된다. 그들이 포식자가 된 데비안츠를 물리치는 일도 결국에는 지구 생명체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함이다.
지구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지구로 온 이터널스
그들이 맨 처음 지구에 왔을 때부터 꽤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힘을 합쳐 괴물 데비안츠를 물리친다. 꽤 긴 시간 동안 그들은 함께하며 공통의 목표를 이루어 나가는데 힘을 모은다. 그들이 가진 각자의 특성은 지구 안에 존재하고 있는 데비안츠들을 물리치는 일이 원활히 진행되게 만든다. 결국 지구 안의 데비안츠를 모두 물리친 이후 목적을 잃은 그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오랜 시간 같이 지내며 각자가 가진 의견이 달라졌고, 가고자 하는 방향도 달라졌다. 그렇게 따로 생활하게 된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그들이 가진 힘도 서서히 약해진다. 개개인의 능력은 여전할지 몰라도 이터널스라는 집단의 힘은 줄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들 스스로 판단했을 때 자신들의 힘이 필요하지 않는 시기가 도래했고 이에 그들 스스로 자신의 힘을 내려 놓았다는 점에서 그들은 데비안츠라는 파괴적 존재와 비교 했을 때 좀 더 나은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오랜 시간 지구에 머물렀던 그들은 자연스럽게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 이것은 그들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힘을 주는 또 다른 근원이 된다.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말할 수 있을 그 애정은 지구인들이 싸우고 서로 칼을 찌르는 상황에서 그들을 도와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사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신적인 존재인 그들이 지구인들을 돕는 건 아주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왜인지 그들을 이끄는 셀레스티얼은 지구인의 일에 개입하지 말라는 지시를 한다. 역사 속에서 수없이 잔인한 전쟁과 질병이 지구인들을 괴롭혀도 이터널스는 그것에 개입하지 못했다. 그것이 전 우주적으로 벌어졌던 이벤트인 악당 타노스의 악행에도 이터널스가 개입하지 못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영화는 이터널스 멤버들 간에도 지구인의 일에 개입을 하는 것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 후반부 내내 멤버들은 하나로 뭉치는 모습이 아니라 계속 서로를 의심하고 밀어낸다. 영화 <이터널스>에는 셀레스티얼이라는 강력한 존재가 등장하고, 어떤 이유로 엄청나게 진화해버린 데비안츠가 등장함으로써 기본적인 긴장감을 바탕에 깐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높은 긴장을 불러오는 것은 이터널스 멤버들 간의 갈등이 폭발하는 때다. 실제로 영화의 클라이맥스 장면에서도 이 구도는 계속 이어진다. 마지막까지 서로 간을 설득하며 연결을 시도하려는 모습은 마치 현재 다양한 인종들이 뒤섞여사는 현실에서 다양성의 융합을 통해 힘을 극대화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닮아있다. 결국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수없이 발현된 다양성을 하나로 모아 융합하는 것이다.
영화는 과거에서 현재가 되기까지 각 구성원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하나씩 보여주며 영화의 중반까지 진행해 나간다. 그들 각자가 가진 사연이 결국 후반부에 이어지게 되지만 그 시간 동안 그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봐야 하기 때문에 조금 인내심이 필요하기도 하다. 15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서 너무나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 모든 인물들은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기존의 히어로들이 아니어서 그들에게 익숙해지는데 필요한 시간에는 한참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기존 마블 영화에 비해 그 안의 캐릭터와 공감하고 그들의 행동에 의한 감정적 울림은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인다. 그래서 결말부 몇몇 캐릭터들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기존 마블 영화와 차별화되는 이 영화의 메시지
하지만 이터널스 멤버들의 각기 다른 특성과 능력이나 그들이 향하는 방향 속에 포함된 영화의 주제의식은 다른 마블 영화에 비해서 또렷한 편이다. 여러 가지 설명이 미흡한 부분이나 캐릭터 행동의 변화 등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터널스 멤버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떤 방향인지, 그리고 향후 이어질 마블 영화가 어떤 주제의식 안에서 진행될지를 보여준다는 개괄적인 의미는 가지고 있다. 이들이 가진 다양성과 그 다양성이 한곳으로 연결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뚜렷한 주제의식이고 그것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도 강조되는 부분이다.
영화를 연출한 클로이 자오 감독은 <노매드랜드> 로 베니스 황금사자상,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는 등, 다양한 영화제에서 여러 수상을 했다. <노매드랜드>에서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 연결과 우정,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잔잔히 풀어줬는데, 그런 감독이 가진 자신만의 이야기가 영화 <이터널스>에도 어느 정도 반영이 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전혀 성향이 다른 두 영화지만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에서 조금은 통하는 구석이 있다. 마블 영화라는 조금은 특이한 영역에서도 클로이 자오 감독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어쩌면 그가 아시아계 여성으로서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마블 히어로 영화에서 오롯이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이터널스> 에는 다양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안젤리나 졸리를 비롯해 한국 배우인 마동석은 길가메시 역으로 등장해 그가 가진 특유의 타격감 있는 액션을 펼친다. 젬마 찬, 리처드 매든, 셀마 헤이엑, 쿠마일 난지아니 등 다양한 인종의 배우들이 출연하여 그들이 가진 특유의 감성과 연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영화가 가진 주제와 맞닿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기존 마블 영화와 같은 밝고 오락적인 영화는 아닐지라도 앞으로 개봉할 마블의 다양한 영화들이 어떤 곳으로 향할지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마블의 분위기 전환을 기대하게 하는 영화다. 또한 아쉬움은 있더라도 영화에 포함된 다양한 액션 장면은 여전히 이 영화가 마블 영화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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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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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키 17이 아닌 '18을 통한' 희생과 애도의 메시지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이 개봉한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당연하게도 영화에 대한 평이 이리저리 갈리고, 관객 수를 얼마나 유치했는지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줄짓고 있다. 홍수정 평론가가 “탁월한 이야기꾼이 몰려드는 관중 앞에서 점점 더 몸에 힘을 주는 모습을 볼 때 안타까움을 느낀다”라고 했는데,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는 대목이다.
<미키 17>은 행성을 테라포밍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실험 쥐”처럼, 먼저 우주 밖으로, 행성 밖으로 나가 죽는 것이 임무인 ‘미키(로버트 패틴슨)’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미키는 ‘익스펜더블’이라는 직책을 맡고 각종 생체 실험, 일종의 “고기 방패”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봉준호의 <미키 17>은 그런 미키의 직업으로부터 다양한 철학적 질문을 끌어낸다. 아무리 미키가 지구에서 큰 빚을 지고서 도망을 다니는 신세라도, 익스펜더블 임무를 미키가 자원한 것이라도 그 반복되는 죽음과 복제의 과정이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시장 경제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을까?
미키의 죽음은 매우 자연스럽고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미키가 죽으면 죽을수록 테라포밍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더욱 커진다. 인류의 새로운 정착을 위해서 미키의 죽음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인류의 정착과 미키의 죽음은 자연스레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다. 미키가 죽어야, 인류가 산다. 그렇다고 미키가 죽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살아나기 때문이겠다.
그렇지만 의문이다. 미키의 기억을 드라이브에 저장하고, 육체만 다시 재생성한 뒤에 새로운 몸에 기억을 덧입힌다면 그것은 ‘미키 1’이라고 불리는 원형과 같다고 할 수 있을지 말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기억을 주입 당하고 새롭게 몸이 기계로부터 제면기 면 뽑히듯 뽑힌 내가 있다면, 그것은 정말 나와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는가?
지구에 살던 시절 미키의 동업자였던 ‘티모(스티븐 연)’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살펴보아야 한다. 티모는 지구에서 “마카롱이 햄버거를 넘어설 만큼 대박 날 사업 아이템”이라는 헛된 희망으로 미키와 사업을 펼쳤다가 단단히 망한다. 사업을 위해 졌던 빚은 수습이 불가능한 상태에 놓였다. 잔인하기로 악명 높은 빚쟁이 ‘다리우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미키와 함께 우주로 도망치지만 결국 다리우스의 부하에게 덜미를 잡힌다. 그러자 티모는 미키에게 간청하기에 이른다. “너는 죽어도 다시 살아날 목숨이니, 다리우스가 건넨 ‘잔인한 제안’을 도와달라”는 것이다. 지키지 못하면 티모는 죽은 목숨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한 번 의문을 가지게 된다. 어차피 살아날 목숨이라면 남을 위해 죽어야 하는가? 그럴 수 있대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인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키의 죽음은 매우 가벼운 것이 된다. <미키 17>이 보여주는 아이러니다. 죽어야 하는 일을 맡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덕에 계속해서 다시 복제될 힘을 가졌기 때문에 남을 돕는 데에 자기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지에 대한 딜레마까지 얻어야 한다.
현실에서는 어떠한가.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역사에서 여러 희생과 참사를 목격했다. 최근 몇 년 간의 일을 보자면 세월호 참사에서부터 이태원 참사, 화성 아리셀 공장의 대형 화재 참사, 그리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대부분 안전불감증과 행정의 빈틈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었다. 우리는 참사들을 계기로 미흡했던 구석을 고쳐볼 기회를 얻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앞으로의 일을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외양간을 고치는 계기가 됐던 그 희생자들의 죽음에 관한 가치를 논해야 한다.
미키는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는 특징이 있지만 현실에서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작 중 미키의 생명과 존엄성은 그렇다 해도 훼손될 수 없듯, 우리와 함께 살아가던 이들의 희생은 아주 참담하고 슬픈 일이다. 그런 이들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희생의 뒷일은 얼마나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될 일인가. 바로 그 부분에서 애도와 반성을 통한 진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드러나게 된다.
<미키 17>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애도하는 자’의 유무에도 있다. 그래서 영화에서 계속해서 ‘죽는’ 인물은 누구인가. 미키가 있다. 그리고 영화 초반부에 사고로 목숨을 잃는 ‘제니퍼’가 있다. 재미있는 점은 미키와 제니퍼 모두에게 연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연인이 있다는 점이 재미있는 게 아니라, 죽어버렸거나 죽어야만 하는 이들에게 연인이 있다는 것은 그들의 죽음에 깊이 아파하고 슬퍼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으로 연결된다. 즉, 애도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키 17>에는 죽음에 슬퍼하는 이들이 많이 없다는 점이 독특하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사실 그 정도는 아니다) 미키에게 “죽는 것은 어떤 기분이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죽음을 단순히 무용담 건너 듣듯 대하는 태도들이 인상적이다. 진정으로 미키의 죽음에 아파하고 공감하고, 제니퍼의 사고에 슬퍼하는 이들은 그들의 연인인 ‘나샤(나오미 애키)’와 ‘카이(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가 있다. 영화 중반부에서 카이 또한 미키에게 ‘죽는 기분’을 묻거나 미키를 성적으로 대하는 부분에서 그 사실이 살짝 뒤틀리긴 하지만, 카이의 제니퍼를 향한 애도는 어쨌든 가 닿는 지점이 있다.
그리고 외계생명체 ‘크리퍼’가 있다. 크리퍼 종족은 한 개체만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모두가 서식지 밖으로 나와 자신들 모두를 희생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서로를 지키고 기억하고 잃지 않으려는 간절함이 묻어나오는 몇 안 되는 상징물이다.
이렇게 <미키 17>에는 죽는 이들과 그것으로 인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희생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슬퍼하는, 애도할 줄 아는 인물들이 존재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애도할 줄 아는 존재들이 영화 종반부에서 인류와 크리퍼 간의 갈등 상황에서 중재 역할의 중심에 위치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우주선 내의 위계질서를 지배하고 있는 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를 중심으로 한 인물들이 종반부에서는 무력함도 모자라 사실상 전무한 존재감을 띠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미키 17>의 핵심으로 생각하는 ‘미키 18’이 있다. 미키 18은 주인공인 미키의 그다음 복제체면서도 17번뿐 아니라 그 전의 모든 미키들이 겪은 죽음에 대한 부당함에 대해 분노한다. 미키 17은 어수룩하고 둔한 성격에 이전 개체에 대한 애도나 깊은 공감이 부족할 수 있었겠지만 미키 18은 그들에게 공감하고 분노한다는 점이 상징적이다. 그렇기에 미키 18이 영화 종반부에서 미키 17을 살려둔 채로 자신이 자폭하기를 결심했을 것이다. 미키 18이 살아남아 미키 17이 제거되고 계속해서 미키가 복제 실험체로서 남게 된다면, 인류에게는 미래를 향한 진보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말하고자 한 것은 미키 19, 즉 미래를 향한 진보가 아니다. 미키 17, 과거의 죽음과 희생에 다시 한번 주목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미키 17>은 죽음과 애도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외계생명체인 크리퍼에게도 다른 개체를 동정하고 박애하는 마음이 깃들었듯, 인류에게도 그것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많은 관객이 미키의 실험 쥐 같은 모습에 측은지심을 느꼈겠다고 생각한다. 인간 또한 타인을 동정하는 그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가 단순히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봉 감독이 인류 전체에게 동정과 연민 그리고 애도에 대한 감정을 제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을 것이라 짐작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이 영화가 흔치 않은 해피엔딩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의 인물들처럼 애도하고, 반성하면서 희생된 이들에 대한 기림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이 가득한 세상이라면 우리 인류에게도 희망이 있을 것이라는 감독의 작은 바람이지 않을까.
그렇기에 <미키 17>은 단순 미키 17에만 관심이 쏟아지는 원맨쇼 작품이 아니라, 미키 18에도 마찬가지로 주목해야만 하는 작품일 것이다. 미키 18이 영화 종반부에서 해낸 결단, 그리고 그 결단 속에 숨은 의미와 상징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상업과 예술 그 사이 언저리에 서서 자신만의 철학과 해학을 담아낸 봉 감독의 그 행보를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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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성인이고 누가 죄인인가
이 영화는 여러 면에서 당혹스럽다. 우선 액션 위주의 영화가 아닌데 <원맨>이라는 B급 액션영화 같은 타이틀을 달고 예고편을 만들어 착각하게 만든 게 당혹스럽고, 영화 내용이 한국의 역사가 오버랩돼서 당혹스럽다. 아마도 원래 타이틀인 <In the Land of Saints and Sinners (성도들과 죄인들의 땅에서)>로 개봉하고, 드라마 장르인 원래 메시지를 드러나게 했다면 더 관객이 안들 것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그렇게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원맨>이라는 타이틀은 마치 <존 윅>이나 주연인 리암 니슨의 <테이큰>을 연상시키고, 영화를 본 관객들을 실망시키니까. 영화 <원맨>은 70년대 후반 북아일랜드 역사와 사람들을 보여주는 영화다. 우선 이 영화를 이해하려면 우선 간략하게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아일랜드의 무장독립투쟁단체인 IRA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일랜드와 영국, IRA
아일랜드인의 주류는 켈트족이고 종교는 가톨릭이다. 영국인은 주류는 앵글로 색슨족이며 종교는 개신교 계열인 영국 성공회이다. 아일랜드는 아주 오랫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아왔다. 중세부터 이어진 전쟁과 간섭은 1600년대부터 완전히 지배당하고 1919년 독립선언을 하기까지 수백 년을 지배당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로 완전히 비교할 순 없지만, 이입을 해보자면 임진왜란 때 조선이 일본에 지배당하고 3.1 운동할 때 독립한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유럽의 오래된 진저(빨간 머리) 차별이 아일랜드인에 대한 차별과 엮여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아일랜드인 중 많은 사람이 빨간 머리와 주근깨, 흰 피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일랜드가 워낙 오랫동안 지배당했기 때문에 종교적으로 인종적으로도 영국과 섞여있었는데, 그중 성공회의 영국인이 많이 거주하던 현재 북아일랜드 지역은 아일랜드가 독립할 당시 영국령으로 남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일랜드는 영국의 자치령으로 남아 남북 분단을 하려 했고, IRA는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을 하려 해서 아일랜드 내전이 일어난다. 결국 IRA는 지고 아일랜드는 남북으로 분단된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 북아일랜드에서 성공회의 영국 계열 주민들이 가톨릭인 아일랜드인을 차별하고 핍박하는 게 점점 커져 '북아일랜드 분쟁'으로 확대된다. 이에 아일랜드 전체를 영국으로부터 독립시키려는 IRA가 힘을 얻고, 점점 무장 투쟁이나 폭탄테러등을 하며 영국과 대립한다.
영화의 배경인 1979년에는 실제로 IRA가 루이 마운트백작을 폭탄으로 암살한 사건이 터진 해다. 이 사건으로 그의 가족들과 같이 요트에 있던 선원들까지 죽었고, 그가 아일랜드와 별로 척진 게 없기 때문에 아일랜드에서도 IRA의 행동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생겨나게 된다. 영화의 시작에서 IRA가 폭탄테러를 하면서 죄 없는 아이들이 말려들어 죽은 것이 묘사된 게 이러한 IRA의 상황을 나타낸다. IRA는 강력한 아일랜드의 독립의지를 보여줬지만, 아일랜드의 은행을 털어 자금을 마련하는 등의 행동으로 나중에는 아일랜드도 등을 돌리게 된다. 하지만 영국군이 아일랜드에 계속 못할 짓을 하고 일반인들까지 IRA로 몰아 죽인 숫자는 더욱 컸기 때문에, IRA가 민간인 희생자를 내고 강도, 살인등의 행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따라서 IRA가 정말 선하냐 악하냐를 딱 구분 지을 수 없는 모양새다. 그러다 1998년 벨파스트 협정 이후, IRA는 공식적으로 무장투쟁을 철회하고 정당을 만들어 민주주의 방식으로 대항하고 있다.
성자도 죄인도 없다
주인공인 핀바 머피(리암 니슨)는 2차 대전 군대를 다녀온 전직 군인이다. 전쟁에서 돌아오고 나니 아내가 죽었고, 그 우울증 때문에 방황하다 살인청부업을 하게 된 거라고 설명한다. 핀바는 지역 주민들과 잘 지내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을 죽인 킬러다. 그리고 마을에 숨어 들어온 IRA와 대립하게 된다. 이 IRA는 독립 투쟁을 위해 폭탄을 터트려 요인을 암살했지만, 죄 없는 어린아이들까지 말려들어 죽게 한 죄를 가지고 있다. 그럼 독립운동가는 폭탄테러범이고, 그 테러범과 킬러가 싸우는 내용이란 말인가? 이 지점에서 한국인은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정치권에서도 한국 독립운동가들을 테러범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볼 때, 아일랜드의 상황과 일제강점기 상황이 정확히 매치되지 않는다는 시선이 필요하다.
특히 영화에 잘 언급되진 않았지만, 핀바 머피는 킬러 이전에 죄가 많은 사람이다. 그가 2차 대전에 참전했다고 하는 것에 많은 것이 숨겨져 있다. 2차 대전 당시, 아일랜드는 내전 상황이었고 영국과의 관계 때문에 오히려 독일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공식적으로는 중립국을 선언하고 참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은 오히려 아일랜드를 침공하려 했고 이에 미국이 아일랜드를 점령해 연합국 기지로 활용한다. 이때 개인자격으로 참전한 이들이 있었고, 아일랜드에서는 이들의 존재를 크게 언급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한국이 해방 후 일본과 중국이 전쟁을 했다고 한다라고 가정했을 때, 한국인이 일본군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즉 핀바는 이제 막 독립한 나라에서 자신들을 식민지 삼았던 국가를 도우러 참전한 사람이었고, 거기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인 것으로 나온다. 영화에서 핀바는 킬러임에도 불구하고 인품이 좋은 할아버지처럼 나오지만, 사실상 영국을 도와 전쟁에서 공로를 세운 인물이고, IRA는 대의를 위해선 약자나 민간인에게 피해 입히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무자비한 인성으로 나오지만 사실 영국에 저항하는 독립군이다. 서로가 대의를 위해서는 반대편에 섰었지만, 이 영화에서 그 둘은 배경과는 정 반대로 서로의 개인적인 대립과 복수를 다루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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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편에 서서 전쟁을 하고 사람을 죽이고, 평생 셀 수도 없는 수많은 사람을 살해한 청부살인업자가 정말 선한가? 아니면 죄 없는 민간인들이 같이 죽어도 폭탄테러를 하고 폭행, 협박, 강도짓을 일삼는 IRA가 선한가. 서로가 서로의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자신이 믿는 바를 행하는 이들은 자신의 가슴속에 항상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며, 결국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벌을 내린다. 마치 핀바가 읽고 있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처럼.
영화를 보다 보면 자꾸 한국의 독립군의 상황 등이 생각나 미묘한 감정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영국-아일랜드-북아일랜드-IRA는 한국-일본 관계와 자세히 보면 많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을 대입하려 하기보다는 당시 북아일랜드가 겪어야 했던 많은 아픔들을 이해할 수 있는 영화라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역사 드라마이기 때문에 '리암 니슨'이라는 이름이 주는 액션 스릴러로써의 시원함이나 멋짐 등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그저 우리는 그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 그토록 많은 죄가 서려있다는 것을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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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의 첫 아시안 영화, 샹치가 걱정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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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
2021. 04. 21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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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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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샹치 예고편 공개
00:43 익숙한 그림과 냄새들
02:24 다양한 성공&실패 예시들
04:18 기대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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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킹스맨이 한국에서 성공한 이유 #3
환몽(幻夢) CINE 리뷰 3화_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 영상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킹스맨 감독과 인물 소개 및 비화
- 킹스맨이 왜 유독 한국에서 성공했을까?
-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제
- 기타 영화 관련 썰 - 일루미나티 등
- 우리가 꼽은 명장면
- 몽's 한줄평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를 보고나서 마구 생각하고, 마구 떠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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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메인 예고편
유산으로 받은 시골농장으로 이사를 가게 된 남매가
우연히 발견한 유품으로 할아버지가 전설의 고스트버스터즈였다는 걸 알게 되면서 시작되는 새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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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쥬라기 월드 : 도미니언> 스페셜 프롤로그
[쥬라기월드 : 도미니언] 2022년 6월 전세계 동시 개봉 확정! 시리즈 팬 여러분들을 위한 스페셜 프롤로그 공개! '쥬라기' 시리즈의 기원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