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05-10 12:24:58
벗과 애(愛)를 위해 날아올라라!
<붉은 돼지> ⭐⭐⭐⭐
지금까지 차례대로 본 지브리 애니메이션 영화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본 영화다. 비행기 곡예 연출은 물론, 지중해 유럽풍 스타일 양식의 건물들과 풍경,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캐릭터들은 90분이라는 러닝타임을 9분으로 착각할 듯 만든다. <붉은 돼지>를 보기 전, '내가 왜 주인공이 돼지인걸 봐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돼지를 응원하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돼버린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붉은 돼지> 네이버 스틸컷
전쟁
<붉은 돼지>는 전쟁에 아픔과 전쟁으로 변화된 사회에 대해 표현한다. 가령, 돼지 포르코가 인간이었던 시절, 그의 동료들과 독일 전투기와 공중전을 펼치다 본인만 살아남아 적기를 따돌리기 위해 몇 날 며칠을 쫓기던 중 지친 포르코 눈 앞에 있는 광경은 포르코의 동료 비행기와 적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전투기들이 모여 마치 은하수(milky way)를 떠오르게 만든다. 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희생에 대한 아픔을 잔잔하게 흘러가는 전투기 은하수로 위로와 평안을 빌게 한다.
반면, 전쟁으로 변한 사회는 조금 유쾌하게 표현한다. 포르코가 미국 용병 도널드 커티스의 공격으로 비행기가 부서져 수리를 맡으러 간 단골 정비 가게에서 전쟁과 일자리로 마을에 없는 남성들 대신에 여성들이 포르코의 비행기를 수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은 전투기 몸체를 직접 도면 설계하고, 엔진 화력 검사와 목공까지 도맡으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여성들의 일자리가 생긴 원인도 전쟁으로 인해 남성들이 징병으로 끌려가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해 여성들의 일자리가 생겨난 것이기에 <붉은 돼지>는 이런 시대적 상황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리고 여성의 노동이라는 인식은 못마땅해하는 포르코의 태도를 보면, 당시 여성의 노동력에 대한 인식을 인정하지 못하는 시대상의 인식도 드러낸다.
돼지
주인공 포르코는 돼지다. 그가 왜 돼지가 돼버렸는지는 영화 내용으로도 크게 다루지 않는다. 포르코의 친한 친구 지나에 말에 따르면 저주라고 표현되고, N사 <붉은 돼지> 시놉시스를 보면 포르코가 국가와 애정 사이의 고민 중 국가를 택했지만 동료의 죽음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회의감과 계속되는 고민으로 결국 돼지가 돼버렸다고 설명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포르코가 돼지가 돼버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강한 캐릭터성이다. 다른 캐릭터들은 인간의 형태를 띠지만, 주인공 포르코만 돼지라는 캐릭터성을 가진다면 독창적인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받아 영화가 끝나도 기억이 오래가는 효과를 지닌다.
두 번째는 상징성이다. 포르코는 전쟁에 대해 회피하는 염세주의 성향을 보인다. 그가 국가에 대한 희생에 비해 변하지 않는 전쟁 사회에 길 잃은 나그네처럼 유유히 살아간다. 먹고 자는 걸 좋아하는 돼지처럼 포르코가 추구하는 염세주의 성향과 돼지는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 포르코가 돼지가 된 것은 바로 이런 공통된 상징성이 있어서 아닐까.
액션
지브리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서 이만큼 역동적인 모션과 액션이 있는 영화가 있을까. 전투기 곡예 장면은 한 마리의 유연한 용을 보는 듯했고, 커티스와 대결하는 전투기 액션 장면은 백미다. 엄청나게 화려한 전투 장면은 아니더라도 <붉은 돼지> 다운 인상 깊은 전투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신롬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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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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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치게 정직했던 건 아닐까요 도지사님
주말마다 하는 고민이 있다. '이거 봐야 해 말아야 해?'다. 재미없는 사회복무요원 생활 속 작가님 소리 듣는 건 재미있다. 그래서 CGV 어플을 켜고 프리미어 시사회와 온갖 쿠폰에 민감한지도 모르겠다. 거의 주마다 가는 영화관. 유일하게 생각했던 진로가 물 건너 간 후에 이 영화 저널 쓰기는 나에게 좋은 놀이가 되고 있다.
오늘도 고민에 여념이 없다. 이걸 봐야 해 말아야 해? <정직한 후보>? 1편 그냥 평범했는데. 근 30분간의 고민을 뒤로하고 '그래. 한번 가보자'라고 마음을 먹는다. 버스를 타고 영화관에 도착한다. 이거 장병 할인받고 싶은데요. 네. 5시에 들어가시면 되세요. 이거 맞나? 환불할 수 있나? 어플을 켜서 환불할 수 있나 확인한다. 환불 불가라는 글자가 떡하니 눈에 들어온다. 그래. 한국영화의 부흥을 위해서라고 (다시) 되뇌기로 한다. 그리고 나는 솔직히 후회했다. 조금만 덜 정직하면 좋았을 것 같았다. 2021년, 코로나19가 덮치지 않은 지구, 대한민국에 사는 백수 주상숙 씨가 정치인으로서의 재기를 계획하고 있다. <정직한 후보 2>다.
나는야 백수
전직 3선 의원 주상숙. 국회의원을 세 번이나 했다. 놀라운 기록이다. 국회의원 한번 해보기도 어려운데 3번이나 하는 건 정말 대단한 것이다. 그런 기록이 있으면 보통 원내정당에서 '중진'으로 불린다. 중진의 뜻은 무거울 중자에 잘 담겨 있다. 조직에서 무게감이 있다는 건 많은 책임감을 수반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영 아니다. 인생에서 뭐가 가장 쉬웠니? 거짓말이오! 거짓말로 3선이나 해 먹었지만 그 탓에 역풍이 날아들었다. 4선 도전을 시원하게 말아먹고 시장에 출마한 주상숙. 이미 떠난 민심이 쉽게 돌아올 리가 없다. 당연히 실패했다. 현대사의 여느 정치인이 그랬듯 야인으로 돌아간다. 남편 소유의 아파트까지 팔아 선거 자금으로 댄 주상숙. 그동안 모아놨던 돈은 홀라당 까먹고 강원도의 어느 집에서 남편과 함께 조용히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대로 무너질 거면 주상숙에게 3선의 기운이 날아들지 않았다. 시장에서 생선 손질하고 있는데 트럭 하나가 바다에 풍덩 빠졌다. 수영할 줄 아는 분 없으세요? 없었다. 그럼 내가 빠지고 말지. 무작정 바다에 빠져 트럭 운전수였던 청년 한 명을 구한다. 정작 기절 상태에 빠진 주상숙. 정신을 차려보니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희철이 반긴다. 뭐지? "누나. 기회가 왔어요." 무슨 말이야? 희철은 병상에 있던 커튼을 치웠다. 바로 자기를 취재하려 찾아온 기자들이 상숙을 반겼다. 이게 무슨 일 이래? 아무 계획 없이 바다에 빠졌던 일이 정치인 주상숙에게 구원의 동아줄이 된 것이다. 과연 이대로 죽으란 법은 없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점점 부활의 서막을 밟아가는 주상숙. 눈 떠보니 강원도지사다. 몰락한 커리어가 다시 한번 기지개를 켰다. 고점을 찍는 지지율에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이러다가 대통령도 생각해 볼 법하겠어? 그녀에게 브레이크란 없다. 아니 없을 것 같았다. 주상숙은 두 가지 브레이크를 만난다. 바로 다시 찾아온 '그분', 거짓말 못하는 주둥아리와 도지사 곁에서 열심히 해쳐먹는 부랑자들이다. 그녀는 과연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2년 만에 돌아온 신작
2020년 개봉한 1편이 2년 만에 후속작을 냈다. 주인공은 여전히 라미란, 김무열 두 배우다. 전작은 1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은 넘었다. 전작을 요약하자면 '캐릭터가 잘 살아있는 코미디 쇼'였다. 이는 주상숙이라는 인물의 직업적 특성과도 이어진다. 주상숙은 정치인이다. 정치 인하면 대중적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이미지는 거짓말이다. 선거 때마다 겉으로만 쨘하고 나타나서 달콤한 말로 유권자들을 속이는 모습은 많은 미디어를 탔다. 이렇게 잘 알려진 특성을 '진실을 말해야만 하는' 상황과 결합시켜 코미디 요소를 만들어냈다.
전편을 보며 느꼈던 점은 신선했다는 점이다. 정치인이 진실된 말만 한다는 설정은 그냥 문장 자체가 신선하다. 거짓말하는 정치인을 가지고 하는 범죄, 스릴러물은 많이 봤어도 정반대의 특성을 살려 코미디화 시킨 건 거의 처음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라미란이라는 배우는 이런 낯선 설정을 톡톡히 잘 살렸다. 후반부 신파가 들어간 전개와 전반부 코미디 요소를 살리는 방법, 또 정치인으로서의 모순된 지점까지 디테일을 구석구석 살려 생동감을 부여한 좋은 연기가 돋보였다.
이런 생동감은 앞에서도 서술한 '정치인들의 민낯 드러내기'와 시너지를 낸다. 후보의 비리사실을 지적하지만 그런 인물 역시 뒤가 썩었다는 묘사,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오히려 차별점을 부여한다는 설정, 정치인의 기본 준비물 같았던 원정출산, 언론인 매수 등등 어딘가 익숙했던 현대사의 단면을 코미디화 시킨 것은 아주 좋았다. 특히 후반부에 'ZOO'라는 단어를 활용한 말장난은 살짝 아쉽기는 했지만 사실 우리나라 어느 시기의 국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특장점이 앞에서 서술한 라미란 배우의 활용법과 플러스 효과를 내며 나름 좋은 평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상황에서 후속작이 나왔다. 오롯이 장점만 발현됐다면 좋았을 것이다.
우연히 발견한 느낌
1편은 좋았다. 신선했고 정치사 이면을 들여다보는 관점까지 나쁘지 않았다. 후반부에 들어간 신파도 뭐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니다. 충분히 뭉클했고 이야기 전개에 억지로 균열을 낼 정도로 뻔뻔하지는 않았다. 또 초반부 '왜 진실만을 말하는 주둥이가 됐는가?'도 이 정도면 충분한 설명이었다고 본다. 코미디 영화에서 왜 이게 웃겨?를 일일이 설명하면 장르적인 재미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일상을 어긋 내는 요소가 있어야 코미디가 성립하지 않겠어?
그런데 이 영화, 그러니까 본편인 2편에서는 안 좋은 부분만 답습했다. 사실 좋은 부분이 안 좋은 부분으로 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1편에서 느껴졌던 신선한 코미디를 2편에서 그대로 끌고 왔다. 초반부터 코미디 패턴이 예상되기 때문에 안 웃기다. 이 지점은 굉장히 치명적이다. 주상숙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와도 웃기지가 않다. 이 코미디 패턴이 곡선 형태로 바뀌면 모르겠는데 영화 전반적으로 관통하는 코미디는 이 진실밖에 말하는 입에 의존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코미디 영화인데 식상해서 안 웃기는 것이다.
그렇게 전반부를 이 코미디 패턴에 할애하고 중반부로 넘어간다. 중후반부로 넘어가면 사실 이 영화는 스릴러로 변한다. 도지사가 된 주상숙이 어떤 일을 겪고 해결하는 과정이 영화의 물리적인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짠 이야기 전개는 예상외로 좋았다. 고공 행진했던 주상숙의 지지율이 원인이 되고, 정치인으로서 지리멸렬했던 과거가 좋은 인재를 바라보지 못한다는 인과관계가 성립된다. 이를 바탕으로 나름의 전개는 짜임새가 있다. '내가 도지사이기 때문에' 무작정 의사결정을 보여주지 않는 주상숙, 후반부 제시되는 빌런의 정체, 주상숙 친구 캐릭터, 문제 해결을 이루며 소모적으로 활용하지 않은 캐릭터 사용까지. 영화는 코미디를 설계했지만 오히려 스릴러로서의 장점을 발현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왜 그랬을까
왜 코미디가 기능하지 않았을까 더 생각하면 이유가 더 나온다. 일단 초반부.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1편에서 봤던 코미디 패턴이 그대로 반복되기 때문에 그냥 무덤덤해진다. 또 이 방식이 러닝타임 후반부까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식상하기까지 하다. <육사오>에서 군이라는 공간적 세팅을 통해 다방면으로 코미디 요소를 만들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공조 : 인터내셔날>에서 임윤아, 유해진, 다니엘 헤니, 현빈 네 배우의 장점을 활용해서 만든 코미디와도 다르다. 진실을 말하는 입이 된 차희철과 주상숙이 직설적인 화법으로 특별한 상황을 만들어낸다는 것 그게 끝이다.
이런 코미디 설정은 이야기의 전개 방식에서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 영화의 러닝타임 절반은 '이런 병 아닌 병이 들어온 후 대응하는 주상숙의 모습'으로 축약할 수 있다. 그런데 1편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할머니의 기도가 주효해서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처지가 된 상숙. 무슨 말이냐? 이 사람이 이런 특성을 가진 건 초자연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초반부처럼 '이렇게 말하면 예외가 되어서 난감한 상황을 돌파할 수 있어요'를 제시하는 건 조금 아쉬웠다. 영화가 직접 이 작품의 설정 오류를 말해주는 느낌? 신이 소원을 들어줘서 그렇게 된 건데 예외를 두면 '저런 상황에서 잘 참아서 넘어가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기 쉽다. 그럼 몰입이 깨지는 것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주상숙과 차희철이 이런 처지가 된 사건 설계 자체도 엉성하다. 물론 <육사오>에서의 설정 역시 엉성했다. 보통 그쯤 되는 복권은 알아서 찢어지거나 더러워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의 기본 베이스는 애초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할머니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사진은 왜 버렸대? 그리고 바다에는 왜 그렇게 자주 빠지는 거야? 또 근본적으로 주상숙이 왜 정신을 안 차렸는지도 의문이다. 그렇게 커리어가 허위 공작으로 부서질 뻔한 인물이 높은 지지율 때문에 변해서 위기에 봉착한다? 코미디 영화에서 인과관계를 따지면 웃길 일이 없다는 것 잘 알지만 이건 좀 아쉽다. 아쉬운 만큼 후에 웃기면 다행인데 단조로운 패턴이 식상하기까지 하니 더 두드러지는 것이다. 또 코미디 쪽 파트에서 이야기가 앞으로 전개되는 부분이 거의 없다. 극후반부를 위한 준비물? 생각해보면 그 시퀀스가 없어도 일처리 시원시원한 건 다 알 수 있다. 내가 왜 주상숙이 결혼식 주례 보는 걸 알아야 하지? 큰 의미가 없는데?
이런 식의 이야기 전개가 있다 보니 러닝타임 절반이 의미가 없게 느껴진다. 또 그나마 작동하는 후반부의 스릴러도 각본이 깔끔한 건 아니다. 엉성한 단점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런 영화의 만듦새 때문에 뭔가 텅 비어 보이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반짝반짝 빛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후반부의 스릴러 코드에서 엿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치인과 보좌관들이 정책을 설계하며 겪는 노고가 그대로 전해진다. 또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각본이 엉성하긴 해도 이야기 전개가 굴곡이 있는 편이라서 흥미진진하다. 이 과정에서 주상숙 캐릭터 설정이 빛을 발했다. 이 사람이 사실만을 말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성격이 이래서 그대로 행동한 것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를 위해 라미란 배우가 연기를 정말 잘했다. 1편에서 상도 받았지만 오히려 난 이 2편이 이 배우의 최고작 같다. 어디에서 힘을 주고 빼야 하는지를 잘 이해한 좋은 퍼포먼스였다. 또 신파가 들어가진 않았지만 감정적으로 뭉클해지는 부분이 있다. 이 때도 눈빛, 말투 연기 하나로 극에서 설득력을 부여한다. 라미란 배우가 이정은, 김혜수 배우만큼이나 원톱 롤을 줘도 잘 소화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또 김무열, 서현우 배우도 높은 경험치를 경제적으로 활용했다. 김무열 배우 연기 잘하는 것 같다. <악인전> <소년심판>이랑 연기가 비슷한 것 같은데 정말 다르다. 특히 <소년심판>에서의 연기는 나긋나긋하게 침착한 인물을 잘 소화했다고 볼 수 있다. 또 내면에 상처가 있어 그만큼의 동기부여를 작동시키는 게 당시의 김무열 캐릭터 아닌가. 그런데 이번에는 같은 원톱 여성 주인공을 보조했지만 아예 정반대의 퍼포먼스를 소화하며 극을 보조한다. 개인적으로 1편에서 싸움 잘한다는 특징을 준 것으로 아는데 액션 신이 없었던 건 많이 아쉽다. 또 서현우 배우 역시 베테랑 티가 난다. <죄 많은 소녀>에서 이기적인 선생님 역할과 비슷한 것 같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또 다르다. 착한 척은 하되 그냥 눈빛부터 나쁜 놈 티가 나면서 차희철 캐릭터와 대비를 이뤄야 하는데, 이 과제를 무탈하게 소화해낸다. 그러나 배우들 중에서 가장 재발견으로 느껴지는 부분은 윤두준 배우다. 하이라이트라는 팀에서 배우를 데뷔한 사람이 누가 있지? 이기광 씨만 기억에 남았는데 윤두준이라는 이름도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말투를 통한 인물 해석이 돋보였다. 드라마에서는 몇 번 나오셨던데 영화에 나와서도 잘하실 것 같다. 역시 액션 연기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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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트 나잇 인 소호>낭만과 비극을 품은 런던의 거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런던 소호로 온 ‘엘리(토마신 맥켄지)’. 기대와 달리 런던과 기숙사에서의 삶은 피곤하기만 하고, 이에 그녀는 새 자취방을 마련해 삶에 변화를 주려한다. 그리고 마치 엘리의 심경을 읽기라도 한 듯이 색색의 네온사인이 깃든 새 자취방은 꿈에서 1960년대 소호의 매혹적인 가수 ‘샌디(안야 테일러 조이)’를 만나는 경험을 선사한다. 샌디의 화려한 모습에 매료된 엘리는 매일 밤 그녀를 만나고 그녀의 삶을 함께 누리려고 하지만, 꿈이 점점 악몽으로 변해갈수록 현실에서 그녀의 삶도 점차 기괴해진다. 끝내 샌디에게 닥친 비극의 목격자까지 되어버린 엘리는 현재까지도 살아있을 범인을 쫓는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신작인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독특한 위치에 놓인 작품이다. 비교적 유쾌한 코미디에 기반해 잔혹한 액션, 과장된 연출이 빚어내는 쾌감과 미학이라는 감독 본연의 스타일로부터 적지 않은 변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웃음기를 내려놓은 호러 영화로 돌아왔다는 점, 그리고 비중에 관계없이 등장했던 액션이 사라진 것이 대표적이다.
그 빈자리는 진중한 스토리가 대신한다. 영화는 1960년대와 현재 런던을 오가며 누구보다도 성공을 바라왔지만 사회의 벽과 폭력에 가로막혀야 하는 청년들의 두려움을 강렬한 색감과 화려한 렌즈 플레어와 조명이 만든 초현실적인 이미지 안에 녹여낸다. 이때 눈길을 끄는 것은 낭만과 비극으로 가득한 두 주인공의 사연을 전달하고 대담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기 위해 라이트 감독이 선택한 메신저, 거울이다. 덴마크의 설치 예술가인 올라퍼 엘리아슨의 말대로 거울은 서로 다른 기능을 한다. "역사적으로, 거울은 잠재의식에 대한 생각을 가진 매우 흥미로운 관계를 지니고 있었다. 또한 거울은 평행 세계에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바로 이러한 거울의 이중적 기능을 스토리 전개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실제로 영화는 엘리를 끊임없이 거울 앞에 위치시킨다. 당장 오프닝 장면에서부터 엘리는 거울을 본다. 그 안에서 그녀는 어릴 적 죽은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있다. 런던 패션 학교에 진학한 후 룸메이트와의 갈등으로 인해 기숙사를 나와 이사한 방에서도 엘리는 거울을 본다. 그 거울 안에서는 자신과 닮은 모습의 샌디를 발견한다. 패션 디자이너로 성공하기 위해 런던으로 온 자신처럼 가수로 성공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애쓰는 샌디를 본다. 이때 거울의 독특한 특성은 엘리가 거울에서 보는 두 대상으로부터 서로 다른 이야기를 꺼내오며 엘리를 주체이자 대상이라는 이중적 관계 안에 놓고, 막 대학생이 된 청춘의 성장 스토리를 비춘다.
우선 엘리는 거울 안에서 자신의 옆에 있는 엄마를 볼 때 단순히 거울에 비친 이미지만 보지 않는다. 패션 디자이너를 꿈꿨던 엄마의 꿈을 자신이 이루겠다는 각오, 런던에서 지낼 미래에 대한 기대와 동경, 동시에 런던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조현병을 앓다가 자살한 엄마의 전철을 불안증을 앓고 있는 자신이 따르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함까지 같이 본다. 이렇게 엄마와 함께 서 있다가도, 다시 혼자 서 있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엘리는 현재 자기 자신의 상태와 상황을 뚜렷하게 인식한다.
이는 엘리아슨이 잠재의식을 만나다고 표현한 대목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거울의 매끄러운 표면에 반사된 나를 닮은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거울이 우리가 볼 수 없고 가질 수 없는 이미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스스로 생각하던 자기 자신의 외관이나 정체성에 대해 재고하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백설공주> 속 새 왕비가 마법 거울로부터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매일 재확인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거울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를 보면서 엘리는 삶의 확고한 중심을 잡는 주체이자 성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겪는다.
그에 반해 꿈 혹은 환각 속의 거울에서 만난 자신과 똑 닮은 샌디는 엘리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자신의 심정을 재확인하는 것과 달리 전혀 다른 이의 인생을 대신 사는 경험을 한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엘리 본인이 샌디가 있던 거울로 들어가고, 샌디가 엘리의 삶으로 넘어오면서 둘의 세계는 경계가 사라지고, 엘리는 샌디의 삶을 자신의 것처럼 경험한다. 자신이 염원하던 60년대 런던의 낭만과 화려함, 그리고 런던에서 성공한 이의 기쁨을 온몸으로 즐길 기회가 오자 고민 없이 기꺼이 샌디의 삶 안으로 뛰어든다.
이러한 엘리의 경험은 거울이 우리와 닮은 이미지를 보여주기는 하나, 결코 똑같은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기에 가능하다. 거울에 비치는 상은 좌우가 바뀌기 때문에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의 모습과 유사하나 동일하지는 않은 또 다른 주체를 거울 안에서 만나고, 그 주체가 '나'를 볼 때 '나'는 그 주체에게 하나의 대상이 된다. 즉, 거울 속 나 자신을 통해 타인을 만나고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동화의 주인공이었던 왕비가 거울 속에서 백설공주라는 또 다른 주인공을 발견한 순간, 둘 사이에 갈등이 본격화되는 이유다. 이처럼 거울은 단순히 대상을 비출 뿐만 아니라 나와 타인의 세계를 마주 보게 하고 교차시키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도구이며, 이는 런던에서 새로운 커리어와 삶을 시작한 엘리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렇게 성인으로서 중심을 잡고, 더 큰 세상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아가는 과정은 항상 설렘과 안으로 가득할 수 없다. 거울에서 자신과 함께 타인의 모습을 본다는 것은 곧 같이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다른 이들의 아픔과 고통도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호러 영화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거울 속에서 만난 샌디와 그녀의 화려한 삶은 한 명의 청년이자 여성이 겪어야 했던 쇼비즈니스계의 추악한 악습으로 인해 거울 부서지듯 산산조각 난다. 이때 샌디가 겪어야 했던 공포와 무력함은 유령과 망자의 모습으로 엘리 앞에 나타나며 런던 골목골목마다 그녀를 에워싸고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을 짓누르는 악습이 마치 만화경을 들여다보듯 스타일리시하고 화려한 런던 소호의 밤길에 내려앉은 어둠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엘리는 그 두려움과 공포에 그저 굴복하거나 미쳐버리지 않는다. 자신이 할 수 일을 하며 샌디의 신원을 밝히고 그녀의 억울한 사연을 세상에 알리고자 노력한다. 이에 더해 자신만의 힘으로 주위를 배회하는 유령들을 떨쳐낼 수 없을 때는 친구인 존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 서로가 서로를 구해낼 수 있음도 보여준다. 과거의 낭만과 비극이 한 데 얽힌 것이 현재의 모습이라는 사실과 다른 이의 비극이 언제든 자신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것, 곧 거울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엘리는 한 명의 성인이자 패션 디자이너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엘리의 성장담은 거울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에드가 라이트 감독이 현란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건네는 격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성장과 성공을 위해 달려왔던 관객의 입장에서는 엘리가 거울을 보듯이 스크린을 보면서 그녀의 다양한 감정과 사연 속에 빠져들고, 그들의 사연이 완결되는 지점에 우리의 삶도 닿기를 바라면서 잠시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엘리의 거울, 런던과 소호의 거울에 담긴 이야기가 선사하는 즐거움과 별개로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분명한 단점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도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균형이 맞지 않는다. 샌디가 중심이 된 과건의 사건이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현재 엘리의 경험과 오버랩되면서 공포감을 증폭시키는 것에 비해 엘리의 현재 이야기는 그 자체로 관객을 흡입시킬만한 매력이 없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개별 인물과 패션이라는 소재를 사실상 거의 다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존과의 로맨스나 룸메이트인 조캐스타와 같은 캐릭터들은 단지 샌디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첫 시작이자 단추로써의 역할 외에 별다른 의의가 없는 도구적인 인물에 불과하다. 또한 패션이라는 소재를 사실상 거의 다루지 못하다 보니 굳이 엘리를 왜 패션 디자이너로 설정했는지도 와닿지 않는다. 이는 비슷한 시대상과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졌던 <크루엘라>와 가장 대비를 이루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패션 학교에서 겪는 엘리의 에피소드는 새로운 삶과 커리어에 도전한다는 엘리와 샌디의 공통점을 보여주면서 두 주인공 간의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기능적 역할 이상을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마신 맥켄지와 안야 테일러 조이의 환상적인 호흡과 강렬한 이미지가 시선을 끌어당기는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분명 뇌리에 각인될 작품일 듯싶다. 호러 영화로 돌아온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변화가 성공적으로 귀결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엘리와 샌디의 이야기를 열고 닫는 거울을 다방면으로 이용한 스토리텔링과 몽환적인 스타일이 최소한 러닝타임 동안은 몇몇 흠결까지 가릴 정도로 독특한 매력을 뽐내기 때문이다.
A(Acceptable, 무난함)
런던의 현재와 과거, 낭만과 비극이 만나는 성장담을 과시적인 스타일로 빚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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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곤과 주거 문제 사이의 청년들
지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CGV 아트하우스상을 수상했으며 서울독립영화제 등 국내 주요 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으로, 전 세계 독립영화인들의 축제로 불리는 제 50회로테르담국제영화제의 한국 극영화로는 유일하게 하버 부문에 초청되어 화제를 모은 영화 홈리스 리뷰입니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임승현 감독과 전봉석, 박정연 주연 배우가 참석한 언론 배급 시사회로 미리 만날 수 있었는데, 어떻게 작품을 구상했고 어떤 식으로 작품 속 캐릭터를 이해하고 접근했는지 알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현실과의 차이가 눈에 띄었지만, 꽤 묵직한 주제를 보여줘서 몰입감 있게 감상했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영화 홈리스 정보
그 돈 없으면 저희 진짜 죽어요
전셋집 보증금 사기를 당한 한결과 고운은 매일 찜질방이나 모텔을 전전하며 힘겹게 살아갑니다. 아기 우림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은 욕심은 당연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죠. 그러던 중 찜질방에서 난 사고로 아기가 다치고 한결은 자신에게 잘해줬던 할머니가 미국에 가서 1달간 집을 봐달라 부탁했다며 갑자기 어느 집으로 데려갑니다. 고운은 의문이 들긴 했지만, 현재 상황에 이보다 좋은 선택은 없으니 별말 없이 살게 되고 점점 시간이 흐르는데...
예고편│ Trailer
영제: Homeless│감독·각본: 임승현
출연진: 전봉석, 박정연, 신현서, 송광자, 장준휘│장르: 드라마, 가족
상영 시간: 83분│국가: 한국│등급: 12세 관람가
평점: 기자·평론가 6.0
수상 내역: 21회 전주국제영화제(한국경쟁 - CGV 아트 하우스상)
제작: ㈜타이거시네마, DGC
제공·배급: 그린나래미디어㈜
개봉일: 2022년 9월 15일
시청 가능 서비스: 극장 개봉 예정
# 영화 홈리스 후기
진짜 이 집 맡긴 거 맞아?
빈곤한 삶을 벗어나고 싶은 어린 부부의 삶을 중심에 두고 청년 빈곤과 주거 이슈를 내세우지만, 노인 고독사 등의 현대 사회 문제를 전반적으로 풀어나가며 사회적 관심의 결핍을 이야기합니다.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소외된 이들의 현실과 사회의 무관심이 전달하는 무거운 분위기는 많은 생각을 이끌죠. 그렇기에 아기와 자신들을 위해 보금자리를 소망하는 젊은 부부인 한결과 고은의 선택을 응원하기도 비난하기도 어렵습니다. 완전히 다른 문제일 것이라 생각한 청년 빈곤에 따른 주거 문제와 점차 늘어나는 노인 고독사의 연출은 참혹한 현실을 더 참혹하게 만들어 이상한 공포감마저 들게 합니다.
상영 이후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서울역 인근에 있는 쪽방촌을 답사하며 생활 방식을 참고하고 관찰하며 극영화로서의 현실성에 더 많은 노력을 했다는 임승현 감독과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캐릭터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할까 고민했다는 박정연, 전봉석 배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주거 빈곤이나 청년 문제는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전 설명이 필요 없지만, 표현하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이라 제작진 모두가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죠. 그만큼 눈빛이나 전개되는 과정에서의 인물간 변화되는 감정이 표출되는 장면들은 인상적이고 흡인력이 있었습니다.
물론,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 괴리가 개인적 차이에 따라 존재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의 선택을 비난하기에도, 응원하기에도 어렵다는 특이점이 있습니다. 처음엔 난리 법석을 떨던 고운이 사실을 알고 나서 한결을 몰아붙이고 서로의 입장이 반대가 되는 장면들이 그러한 이유 때문이겠죠. 조금은 과하게 극한으로 내몰지만, 관객의 입장에 따라 와닿는 현실이 많을 듯해 흥미로우실 듯 하네요. :)
한 줄 평 : 가난의 절망을 벗어나려는 최선의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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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되어가는 마블의 유통기한
일단, 전작 <블랙 팬서>의 약력부터 읊어보자!
2019년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주제가상 - 음향효과상 - 음향편집상"에 이름을 올렸고, "미술상 - 의상상 - 음악상"은 수상에 성공했다. - 이는 '슈퍼히어로 장르'로는 첫 작품상 지명이자 'MCU'로는 첫 수상작이다!
흥행 또한 <아바타, 2009>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2015> 다음으로 세 번째 북미 박스오피스 7억 달러를 기록했다! - 이후 <어벤져스: 엔드 게임, 2019>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2021>, 그리고 <탑건: 매버릭, 2022>이 달성했다.
이외에도 두 팔을 가슴에 엑스(X)자로 하는 특유의 포즈가 "BLM 운동"의 상징으로 작용했으니 안 나올 수가 있을까?근데, <블랙 팬서: 와칸타 포에버>는 시작부터 어려움에 직면한다!
주인공을 맡은 "채드윅 보스만"의 사망과 극 중. "슈리(최고의 과학자이다...)"를 맡은 "레티티아 라이트"가 음모론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거부, 이외에도 현저하게 떨어진 관객들의 반응까지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 공교롭게도 영화는 위기에 빠진 와칸다를 구해야 한다.1. 홍철 없는 홍철 팀
일단, <블랙 팬서: 와칸타 포에버>에 직면한 문제는 "채드윅 보스만의 부재를 어떻게 채워나갈지?"이다.
단독 작품으로는 전작 <블랙 팬서, 2018>뿐이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2016>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2018 - 엔드 게임, 2019>까지 총 4편에 출연했을 만큼 그만큼 이미지와 서사적으로도 각인되었기에 단순하게, "슈트"를 입힌다고 해서 관객들이 "블랙 팬서"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 흰 나시와 콧수염만 있다 해서 "프레디 머큐리"가 아니다!
그렇기에 161분이라는 기나긴 분량을 할애했지만, 그마저도 "슈퍼히어로"라는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결국, "슈퍼히어로"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보는 장르로 가볍고 무엇보다 이해하기가 쉬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번 <와칸다 포에버>의 이야기를 본다면 어린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엔 어렵지 않을까?
그도 그럴 것이 국왕 "티찰라"의 죽음에 따른 "블랙 팬서"의 부재는 세계열강들과의 "비브라늄(자원)" 경쟁, 그리고 새로운 국가 "텔로칸"과 국왕 '네이머'의 등장은 "제국주의"라는 케케묵은 개념을 꺼내든다. - 엄마, 아빠 뭐야???2. 설명은 되지만, 공감은 안된다.
단적으로 "석유"만으로 한 국가의 행적이 떠오를 테지만, 영화는 좀 더 오래된 이야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남미 정벌 역사를 가져온다.
이 당시 유럽에는 "가격혁명"이 일어났을 만큼 금과 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원주민들은 "천연두"로 죽거나 살았아도 "노예"가 되었을 만큼 아픈 기록이 있다.
이는 메인 빌런으로 등장하는 "네이머"의 동기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설명되지만, 문제는 관객들의 감정적 공감에 끝내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이런 부분들이 새로운 블랙 팬서로 거듭나는 "슈리"에게도 지적된다.
결국, "네이머"와의 대결 구도를 형성하는 데에 하나의 사건을 제시하고는 예상치 못한 인물을 등장시킨다.
전작을 보았다면, 해당 캐릭터의 사상이 이번 "슈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는 것에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에 행한 행동에 앞서 말한 문장으로 '설명은 되지만, 문제는 관객들의 감정적 공감을 이끄는 데에 시간이 부족하다'라고 반복하게 만든다.3. 이젠, 확답을 내려야 할 때!
이런 이유에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집중하지 못한 것이 크다!
속편의 입장이긴 하나 <와칸다 포에버>는 결국, 새로운 "블랙 팬서"의 탄생을 다룬 작품으로 그만한 동기에 힘을 실어주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름만 다를 뿐 똑같은 레퍼토리로 진행되는 탄생기는 관객들의 관심을 떨어트리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리리 윌리암스(aka. 아이언 하트)"의 등장시켰지만, 이야기의 큰 영향이 없을 만큼 "사족"으로 느껴져 "굳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무엇보다 "인피니티 사가"로 불리었던 "타노스"와 같은 공공의 적이 아직, 이번 페이즈에 코빼기도 나타나지 않았다.
실제로, <어벤져스, 2012>의 마지막 쿠키 영상에 나타난 "타노스"는 <아이언맨, 2008>을 시작으로 <퍼스트 어벤저, 2011>까지 총 5편의 영화에 그쳤던 것과 달리, 이번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속한 "페이즈 4"는 각각 7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소비될 만큼 변죽만 올리고 있다. - 이젠, 속 시원하게 말해야 할 때이다.· tmi. 1 - 쿠키 영상 1개가 곧장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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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영화 5월 공개 예정 기대작 TOP 5
벚꽃이 만개하던 4월은 지나가고, 푸릇푸릇한 5월이 다가왔습니다. 4월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낙원의 밤>,<썬더 포스>,<러브 앤 몬스터스>는 많은 인기를 받아 넷플릭스 순위권에 안정적으로 진입하였는데요. 넷플릭스가 5월에도 선물 같은 영화들을 가져왔습니다.
많은 영화들 속에서 여러분의 선택이 힘들지 않게!! 넷플릭스 공개 예정작 중 , 씨네랩이 기대되는 영화 5편을 뽑아왔습니다. 함께 보실까요?
1. 몬스터 Monster (2018) - 앤서니 맨들러
2021.05.07 공개 예정
" 도에 이은 살인 사건에 연루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재능 있고 성실한 고등학생이 억울한 누명을 쓴다. 자신의 결백과 진실을 주장하는 소년. 하지만 법정은 이미 그에 대한 심판을 끝냈다. "
<몬스터> synopsis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몬스터>는 2018년도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되었으며, 이후로 3년간 개봉되지 못한 영화입니다. 그 후 넷플릭스가 판권을 인수하여 글로벌 공개 예정입니다. 또한 R&B 가수 '존 레전드'가 제작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이기도 합니다.
포스터만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영화 <몬스터>는 5월 7일 공개 예정입니다.
2. 댄스 오브 41 Dance of the 41 (2020) - 다비드 파블로스
2021.05.12 공개 예정
" 동성애가 금기시되었던 멕시코에서 멕시코 대통령 딸과 결혼한 게이 의원에 대한 이야기 "
<댄스 오브 41> synopsis
영화 <댄스 오브 41>은 LGBTQ 멕시코 영화입니다. 대통령의 달과 결혼한 의원이 비밀 클럽에서 젊은 남성과 은밀한 밤을 보낸. 아무도 몰라야 할 그날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포스터부터 엄청난 압도감으로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영화 <댄스 오브 41>은 오는 5월 12일 공개 예정입니다.
3. O2 Oxgen (2021) - 알렉산드르 아야
2021.05.12 공개 예정
"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냉면장치안에서 눈을 뜬다. 산소가 고갈되어 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고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기억을 되찾고자 애쓴다. "
<O2> synopsis
영화 O2는 <크롤>을 연출한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나우 유 씨미 : 마술 사기단>, <6언더그라운드>에 출연한 '멜라니 로랑'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공식 예고편을 본 관객들은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영화이다 보니 영화 <베리드>를 많이 떠올리는데요, 과연 <O2>는 긴장감과 재미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까요? 영화 <O2>는 오는 5월 12일 공개 예정입니다.
4. 우먼 인 윈도 The Woman In The Window (2020) - 조 라이트
2021.05.12 공개 예정
" 광장 공포증으로 집에서만 지내는 정신과 의사. 그녀는 건넛집에 이사한 가족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창문 넘어 잔혹한 범죄를 목격한다. 진실을 찾으려는 그녀의 집착. 그 끝은 어디일까"
<우먼 인 윈도> synopsis
공개되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친 영화 <우먼 인 윈도>는 2019년도 디즈니 개봉 예정 영화였으나, 결국 넷플릭스가 배급을 맡게 된 영화입니다. <우먼 인 윈도>는 '에이미 아담스','게리 올드만','줄리안 무어','안소니 마키'등 라인업이 엄청난 영화인데요. 광장 공포증을 가진 정신과 의사라는 신선한 소재를 다룬 영화 <우먼 인 윈도>는 오는 5월 14일 공개 예정입니다.
5. 내가 그 소녀들이다 I Am All Girls (2021) - 도노반 마시
2021.05.14 공개 예정
"어린 소녀들을 납치한 극악무도한 조직. 인신매매 단속반 형사가 그들을 쫓는다. 그러다 발견한 놀라운 사실. 누군가 범인들을 노리고 있다. 그들을 한 명씩 차례대로 처단하면서."
<내가 그 소녀들이다> synopsis
영화 <내가 그 소녀들이다>는 1980년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유력 정치인들이 연루된 인신매매의 조직 사건을 다룬 실화 기반 스릴러 영화입니다. 시놉시스부터 흥미진진한 내용임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평소 범죄/스릴러 영화를 즐겨보는 분이라면 <내가 그 소녀들이다>는 취향저격 작품일 것 같습니다. 영화 <내가 그 소녀들이다>는 오는 5월 14일 공개 예정입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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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왕을 둘러싼 궁중암투
작가주의적 관점에서 정립된 캐릭터와 세계
미학적이고 철학적인 고뇌를 담아내는 영화는 관객들에게 생각의 여지를 남기는 만큼이나 불친절하다. 그러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설계한 작가주의적 세계를 선호한다면 여지없이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임은 명확하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정치적 합병 이후 대영제국의 첫 번째 군주가 된 앤 여왕이 재위하던 시기는 영국사 측면에서도 혼동의 시기였다.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 중 승기를 잡은 영국은 유럽 열강들 사이에서 자국의 입지를 더욱 공고화하기 위해 전쟁을 지속한다. 하지만 ‘공짜점심은 없다’는 말처럼, 영국은 전쟁을 지속시키는 대가로 막대한 전쟁 자금을 내놓아야 했다. 이에 내부에서도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한 양 당(휘그당과 토리당)간의 갈등은 심화되었다. 감독은 당대 영국의 정치사적 배경을 발판삼아 앤여왕과 사라 그리고 애비게일의 관계성을 주요 플롯으로 재구성한다.
작가주의 영화는 사회적 모순이나 정치적 이슈에 대한 공동체 문제의식보다는 감독 개인의 철학적 고뇌를 담아낸다.
"장르영화" 중에서 배상준
다시 말해 이 영화는 장대한 역사 사건 중심의 전개보다 개인과 개인 간의 구도와 사건, 인물들의 심리에 치중한 작가주의 성향이 짙은 영화이다.여왕의 강력한 조력자 ‘사라’와 사촌 ‘애비게일’의 대립
영국이 막대한 전쟁 자금을 쏟아부으면서도 전쟁을 지속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집권당이던 ‘휘그당’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사라 역시 전장에서 거듭 승리를 이끌며 전쟁 영웅이 된 남편 ‘존 처칠’과 자신의 입지를 공고화하기 위해 휘그당과 뜻을 같이했다. 이빨 빠진 호랑이와 다름 없는 군주의 옆자리를 꿰찼으니 ‘여왕의 여자’가 된 사라가 두려운 게 무어 있었을까. 휘그당은 물론이고, 야당인 토리당까지 그녀의 눈치를 살폈으니 사라는 실질적 일인자와 다름없었다. 적어도 사촌 동생 애비게일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가문의 번영과 안녕을 누려온 사촌 언니 사라와 달리 애비게일은 자신이 딛고 있던 기반이 무너져버린 경험을 일찍이 하게 된다. 귀족 가문 출신의 고결한 아가씨가 하녀라는 계급으로 곤두박질 치면서 맛봐야 했을 좌절, 치욕, 분노와 같은 감정들은 그녀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된다.
집안 내력인지 둘의 성미는 상이하면서도 비슷한데, '여왕의 여자' 자리를 두고 경쟁할 만큼 영리하나 대범한 타입의 캐릭터다. 다만 사라가 저돌적이고 직관적인 타입의 ‘여장부(女丈夫)’라면, 애비게일은 전략적이며 기회주의적인 면모를 가진 ‘괴짜’에 가깝다. 특히나 이러 괴짜스러운 모습은 애비게일을 담아내는 촬영 방식에도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장면이 ‘어안 렌즈’로 애비게일을 촬영한 장면이다. 상황 자체를 심각하지 않고 우스꽝스러운 희극적인 톤으로 담아내기도 한다. 자신의 처소에 무작정 쳐들어오는 남자를 향해 “나를 겁탈할건가요?”하고 천연덕스럽게 대꾸하는 애비게일을 보라. 그녀의 상대는 단순히 하녀를 요깃거리 삼으려는 인물이 아니라, 왕의 강력한 조력자 사라이다.
애비게일은 강력한 입지에 오른 사라의 대척점에 서기 위해, 무엇보다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해 토리당과 정치적 결탁을 맺는다. 즉 정치적 결탁은 가진 것을 지키려는 자와 찬탈하려는 자의 파워게임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그리고 앤여왕은 두 사람의 대립을 가히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일찍이 남편과 아이들을 여읜 앤은 무엇보다 사람의 온기가 필요했다. 여왕이 아닌 인간 ‘앤'으로서 정서적 결핍을 채우고자 사라를 곁에 뒀으나 국정을 돌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라와 그녀 사이에는 균열이 생긴다. 결국 이 균열을 비집고 파워게임을 승기를 잡은 건 에비게일이다.
“우린 게임의 목적이 전혀 달랐어"
사라와 앤여왕은 군신 관계이었으나 연인 관계를 바탕으로 비교적 동등한 위치에서 갈등을 겪는다. 사라는 자신이 대체될 수 없다는 확신이 있었고, 그 바탕에는 여왕이 아닌 '앤'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반면, 애비게일은 권력과 명예를 얻기 위해 여왕의 여자가 되기를 원했지, 정서적 결핍을 채우는 인간 '앤'의 여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어쩌면 앤여왕은 사라가 다른이로 대체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았다면, 마차를 타고 왕실을 떠나는 사라의 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패자는 게임의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장막이 나눠진 세계, 여왕 ‘앤’과 인간 ‘앤’은 어떻게 표현되는가
4장 A Minor Hitch
앤여왕과 애비게일은 우연히 정원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는 단원들을 마주친다. 연주를 듣고 있던 앤은 갑자기 연주를 중단하라고 소리치며 황급히 자리를 떠난다. 창문 밖 빛만을 의지하며 위태롭게 걸어가는 앤의 모습을 통해, 안과 밖의 명암을 대비시켜 불안한 정서를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가장 불편해 보이는 걸음걸이와 표정으로 복도에서 우연히 하녀의 아기를 마주친 여왕은 아기를 강탈하는 것처럼 안아든다. 이는 그녀의 자식에 대한 결핍과 강한 집착, 충동적인 성향을 단번에 드러내는 가장 직관적인 방식이다.그녀의 내면은 이미 공허와 상실감 그 사이에서 점차 자기파괴적인 방향으로 치닫고 있었다.
17명의 자식을 잃은 앤여왕의 상실감은 실상 그 누구도 채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여왕은 그 결핍을 사람이 아닌 ‘토끼’로 채우고자 했다. 상실을 완전히 치유하지 못하더라도 공허함을 채울 수는 있으니 말이다. 극 초반 애비게일이 앤여왕과 가까워지고자 던졌던 화두도 여왕이 기르던 토끼였다. 여왕의 침실에 토끼들을 풀어놓고 애비게일과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 인간 ‘앤’이 가장 편안해 보이고 행복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행복했던 순간도 잠시, 오만을 거듭하던 애비게일은 결국 여왕의 분노를 산다.
사라의 자리를 차지한 애비게일은 귀족의 명예를 되찾고 왕실의 무법자가 된다. 애초 권력을 쥔 자가 품어야 할 잭임이나 겸손은 없었다. 그저 왕의 권한을 쥐고 흔든다는 오만한 착각을 할 뿐이다. 허나, 이러한 태도는 사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인지 여왕은 크게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지 않는다. 그저 지켜볼 뿐이다. 하지만 결국 여왕의 화를 불러 일으킨 결정적 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바로 애비게일이 토끼를 학대하는 모습을 목격했을 때였다. 작고 여린 토끼의 몸을 구둣발로 짓밟는 행위.
그 순간 애비게일이 취한 오만은 단순히 외면할 수준이 아닌, 여왕의 인내를 넘어선 폭력적인 행동이었다. 그리고 여왕의 분노는 철저히 같은 방식으로 그녀를 응징하는 기폭제가 된다.
여왕은 애비게일에게 하녀 시절처럼 무릎을 꿇고 자신의 다리를 문지르라고 명령한다. 여왕의 표정은 애비게일을 향한 분노로 일그러지고,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채며 강한 괘씸함을 드러낸다. 마치 '네가 내 토끼들을 괴롭히면, 너 역시 무사하지 못할 거야'라는 섬뜩한 경고와도 같다. 감독은 관객에게 다시 한 번 이 세계의 권력의 구조를 각인시키려는 듯, 카메라 앵글과 편집 기법을 활용해 극적인 구도를 더한다. 크로스 디졸브 기법은 '애비게일 - 토끼 - 앤' 사이의 얽히고설킨 짓밟고 짓밟히는 관계성을 부각시키고,익스트림 로우 앵글은 앤 여왕에게 위압감과 권력을 부여하는 도구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촬영과 편집 그리고 음울한 음악의 조화가 더해져, 엔딩을 위한 완벽한 삼박자를 이룬다.
‘앤’은 장막이 나누어진 세계에서 때로는 절대적인 여왕처럼 때로는 나약한 인간처럼 묘사되었다.
인간의 다면성을 상업 필름에서 온전히 담아내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영화는 각 장막을 통해 주제를 환기시키며, 그 순간마다 앤의 특정한 기질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하는 영리한 방식을 취했다. 작가주의적 구성과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독특한 ‘영상 필체’가 만나 세밀하고도 깊이 있는 세계를 구축해 낸 것이다.
작가주의 세계를 돋보이게 만드는 밀도있는 연기
영화의 주축 배우인 올리비아 콜맨, 엠마 스톤, 레이첼 바이스의 열연은 감독만의 독특한 세계 안으로 관객들을 단숨에 몰입시킨다. 특히나 올리비아 콜맨은 신체적 심리적 붕괴를 겪고 100kg의 거구가 된 ‘앤’여왕으로 열연하기 위해 15kg 증량했다고 한다. 외형적 동화뿐 아니라 다리를 절거나, 인물이 겪는 내면적 혼란, 쇠약 해져가는 얼굴을 표현할 때 올리비아 콜맨의 진가가 드러난다. 실제로 앤 여왕은 사라가 추방된 후 3년 만에 작고했으며, 사후에는 뇌졸중이 그 원인으로 꼽혔다. 영화 후반부, '애비게일'과 '앤'이 침실에서 대화하는 장면에서 앤의 얼굴은 구안와사가 온 것 처럼 불편해 보이는데, 이는 뇌졸중의 대표적인 예고 증상으로 여겨진다.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올리비아 콜맨의 노련한 연기력 덕분에 관객은 끝까지 몰입감을 가져갈 수 있었고 결국 이듬해 오스카, 골든 글로브, 아카데미, 베니스 시상식을 휩쓸며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큰 결실을 맺는다.
흥미로운 점은, 앤 여왕을 연기하며 극찬받았던 올리비아 콜맨이 이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크라운> 시즌 3, 4에서 다시 한 번 여왕을 연기했다는 사실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단단하고 침착하며 인내심 깊은 인물로, 성향적인 면에서 앤 여왕과는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다. 베테랑 배우인 올리비아 콜맨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경험하고 싶다면,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와 <더 크라운>을 모두 감상해보길 추천한다.
작가주의적 성향에 따른 호불호와 고증적 한계
감독부터 배우까지 모든 합이 조화로운 작품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역사적 고증방식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실제로 앤여왕이 불안정한 정서와 히스테릭한 성격의 소유자였다고는 하나, 토리당과 휘그당 사이에서 정치적 협상을 잘 이끌어간 성군으로서의 면모도 있었다. 양 당의 갈등을 해소하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신중함과 중립적 태도를 일관했다는 역사 기록들이 그녀의 노력을 뒷받침한다. 영화에서도 자신의 오랜 조력자였던 사라를 내쫓고 의회에서 군주의 목소리를 내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많은 시퀀스를 할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역사극은 언제나 논픽션과 픽션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한다. 어떤 부분을 각색하고 다듬느냐에 따라 그 작품의 포커스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 역사적 군주인 ‘앤’을 기대하고 보면, 영화 속 앤 여왕은 다소 납작하게 묘사된 캐릭터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핵심 플롯이 "위태롭고 나약한 군주를 놓고 펼쳐지는 두 여성의 강력한 파워게임"인 만큼, 앤 여왕은 절대적 왕정의 자리에 있음에도 끊임없이 인간적인 측면이 타자화되는 캐릭터로 설계되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세계 안에서 세 인물 간의 관계성을 잘 구축하기 위해 캐릭터의 각색은 필연이었던 셈이다.
작가주의 영화는 그 특성상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점에서 도전적인 성격을 지닌다. 대중성은 일반적으로 이상적이고 명확한 엔딩, 기승전결 구조, 그리고 직관적인 메시지를 선호하는 반면, 작가주의 영화는 전형적인 장르적 구도에서 벗어나 복잡하고 다층적인 메타포를 사용해 관객의 해석을 요구한다. 이러한 특성은 대중에게 높은 장벽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상업적 성공을 담보하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운 작업을 완수한 감독이 바로 요르고스 란티모스다. 예술성과 상업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그의 작품은 이제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작가주의 영화를 너무나 사랑하는 필자는 앞으로 더욱 거장이 되어 갈 감독의 행보에 뜨거운 지지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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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살인 리뷰 -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룬 용기에 박수를 (약스포, 결말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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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었죠,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거”
봄이 되면 나타났다 여름이 되면 사라지는 죽음의 병.
공기를 타고 대한민국에 죽음을 몰고 온 살인무기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그들의 사투.
증발된 범인, 피해자는 증발되지 않았다!
영화라는 매개의 특성상 결국 극적인 연출과 전개를 끝끝내 놓지 못해
개인적으로 느껴지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영화를 리뷰하는 사람으로서
특히 작고 사회적인 내용을 담은 작품들에 조금더 마음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으로서
[공기살인]같은 작품들의 개봉을 응원하고, 또 미디어의 선한 영향력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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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메인 예고편
- 시를 엮은 책을 만드는 유쾌하고 솔직한 ‘그레이스’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조용하고 신중한 ‘에드워드’
그리고 감정 표현이 서툰 하나뿐인 아들 ‘제이미’
성격은 다 다르지만 평범하게 29년을 함께 한 가족.
어느 날, ‘에드워드’가 아내를 떠나겠다고 선언하자
사랑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이 무너진 ‘그레이스’는 큰 충격을 받고 깊은 슬픔에 빠진다.
한편 멀어져가는 부모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던 ‘제이미’는
각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감정을 이해해가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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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1947 보스톤> 메인 예고편
"우리는 우리 이름으로 못 뛰었으니까 애들은 자기 조국에서 자기 이름으로 뛰게끔 해줘야지" 우리 이름으로 기록된 최초의 도전! 영광의 그날을 향한 가슴 벅찬 마라톤이 시작된다! 올 추석, 단 하나의 감동실화 [1947 보스톤] 메인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