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3-07-31 22:12:07
진부하다고 하기엔 그저 웃긴
인시디어스 2
공포영화, 그닥 좋아하지도 않아 영화관에서 볼일은 없는 장르라 여겨왔다. 그런데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했던가. 동행자의 추천으로 이 영화를 보게되었다. 결말은 처참했지만.
1. 서론이 너무 길다
이 영화 처음부터 무섭진 않다. 오히려 가족갈등을 보여주느라 한 15분가량을 질질 끈다. 무서운 장면 1도 없이. 아, 언제쯤 무서워지는건가 싶을 때 그제서야 악령이 등장한다. 그런데 무섭긴 한데 뭐랄까 임팩트가 없는 공포랄까. 그저 놀래키는 데에 목적이 있는 듯하다. 그것만이 목적이었다면 충분히 놀랐으니 이 영화의 필요가치는 끝난걸까.
2. 간헐적 공포에 가족애 한 스푼
이 영화의 소재는 유체이탈이다. 유체이탈이라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어떤 사람들은 유령들에게 쫓긴다는 것이다. 흥미롭지만 대단히 충격적이지는 않았고 모든 장면이 예상가능한 떡밥인데다가 '나 지금부터 너 놀래킬 거니까 준비 단단히 하라'고 대놓고 말하는 듯하다. 그래서 항상 눈감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언제 놀래킬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있어서 오히려 공포영화 쪼랩인 나는 보기 편했던 영화였다. 공포영화 만렙이신 분들은 이런 포인트들이 보기 불편했을까.
그리고 이 영화는 공포영화라기 보다는 모든 떡밥 장면들이 가족애로 귀결되는, 가족애로 가득한 휴먼 드라마였다고 해야 맞다. 뜬금없지만 주인공 아들이 그려낸 과거 아버지의 모습이 약간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속 괴물이 되어가는 주인공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3. 모든 것이 애매한, 그래서 더 웃긴
공포영화라면 사실 무서워야 하는데 오히려 웃긴 포인트들이 많았다. 결말을 가족애로 덮어버리니, 이제 좀 끝나나 싶으면 신파가 공격해 와서 헛웃음이 나온다. 나는 가뜩이나 심각한데 관객들 입장에서는 코미디인 게 이런 걸까.
심지어 어떤 관객 분은 영화 막판에 호탕하게 웃으시더라. 그 분덕에 공포영화 관람이 마무리될 수 있었다. 공포영화가 코미디로 기억된다니, 너무나 아이러니하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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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실패한 아들'의 분노
7★/10★
갈비, 잡채, 각종 전, 김치…… 정성스레 요리한 맛깔스러운 요리가 하나둘 식탁에 오른다. 창래와 누나가 종일 요리한 음식이다. 가족들이 격식 있는 옷을 갖춰 입고 식탁에 앉아 있고, 마지막으로 엄마가 창래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온다. 한 해 마지막 날의 저녁 식사, 그리고 어쩌면 영영 마지막일지 모를 가족의 저녁 식사가 시작된다. 엄마는 감동한 표정으로 음식을 둘러보고는 창래가 가위로 잘게 자른 갈비를 입에 넣는다. 그러나 바로 뱉어낸다. 위암 투병과 항암 치료로 몸이 극도로 허약해진 엄마는 자식들이 준비한 음식을 넘기지 못한다. 창래는 자책한다. 갈비를 이렇게 달게 요리해서는 안 됐다고, 이건 실패한 요리라고. 엄마가 그런 창래를 나무란다. 그렇지 않다고, 정말 잘 만든 요리라고. 그러나 엄마는 끝내 아무것도 삼키지 못한다. 창래가 옳다. 그의 요리는 철저하게 실패했다.
죽임이 임박한, 극도의 고통을 겪는 엄마 곁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엄마와의 마지막 식사를 위해 어떤 요리를 할 수 있을까. 창래는 간병을 위해 뉴욕의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온다. ‘라면 하나 끓이지 못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엄마를 위해 요리하고, 병간호하고, 청소하고, 갈라지고 떨어진 거실의 내벽을 새로 칠한다. 창래는 어린 시절 엄마가 수없이 해줬던 요리를 떠올린다. 부엌에서 어깨너머로 배우고, 엄마가 종종 차근히 설명해주었던 레시피를 천천히 복기한다.
엄마는 한국에서 실력 있는 농구선수였다. 아빠를 만나 결혼한 후에는 그를 따라 미국으로 왔다. 창래가 엄마의 삶이 있는데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고 묻자 엄마는 부드럽고 단호한 표정으로 말한다. 자신에게는 가족이 더 중요하다고. 그러나 쉽지만은 않았다. 아빠와 달리 엄마의 영어는 서툴다. 영어가 그녀의 모국어가 아님이 단번에 드러나는 발음이다. 그래서 엄마는 종종 창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를테면 카드사에 전화해 대금이 잘못 청구되었다고 묻는 일 같은 것들. 창래는 엄마가 이 문제를 회피한다고 생각한다. 영어를 더 연습하면 되는데 그러지 않는다고, 어쩌면 게으름의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엄마는 그 말에 북받친 듯 눈물을 보이고, 창래는 뒤돌아선 엄마에게 용서를 구한다.
같은 이민자지만 엄마와 아빠/누나/창래의 세계는 다르다. 학자인 아빠는 엄마가 겪는 문제를 겪지 않는다. 창래와 그의 누나 역시 엄마의 집요한 노력으로 아빠의 세계에 진입했다. 엄마는 자식들이 자신의 세계에 머무르지 않고 ‘상승’한 데에 크게 만족한다. 그러나 동시에 양가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죽을 걸 알았어도 아들을 기숙 학교에 보냈을까? 그 시기가 아들과 함께할 마지막 시간임을 알았더라도? 창래를 향한 엄마의 모순적 애착이 창래를 집으로 돌아오게 한다. 아빠의 세계에 진입했으나 엄마와 그녀의 세계가 소외되는 것을 견딜 수 없는 창래는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 대한 아빠의 무지로부터 그녀를 옹호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창래의 귀환은 실패했다. 어머니는 그가 요리한 음식을 먹지 못하고, 창래는 엄마의 세계로 회귀하지 못한다. 실패는 ‘집으로 돌아오는 것(coming home again)’이 ‘엄마에게 돌아오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데서부터 예정되어 있었다. 창래에게 엄마/집은 그가 마음만 먹으면 돌아갈 수 있는 고정된 장소다. 그러나 실재하는 엄마/집은 창래의 기대와는 다르다. 엄마와 그녀가 꾸리는 공간인 집은 그녀의 상황과 욕망에 따라 매 순간 재구성되는, 생동하는 무언가다. 창래의 성공을 기뻐하는 동시에 그와 더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한 데 아쉬움을 느끼는 엄마의 모순적 애착이 보여주듯, 엄마의 욕망과 기대는 창래(그리고 다른 가족 구성원)와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이되어왔다. 그녀의 욕망과 기대가 투영된 집도 마찬가지다. 요컨대, 창래가 돌아가고자 하는 장소의 좌표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창래가 자꾸 미끄러지는 이유다. 그는 자신이 기억하는 엄마 요리의 맛과 자신이 직접 요리한 음식의 맛이 다르다는 데 분노하며 책상을 내리친다. 저녁 식사를 망친 후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고 나서는 엄마를 꽉 끌어안는데, 엄마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창래의 거친 포옹은 엄마에게 고통만 준다. 창래의 괴로움은 진짜다. 엄마를 향한 그의 마음도 진짜다. 문제는 창래의 진심이 젠더화된 가족의 의미망을 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엄마가 자기 말은 안 들어도 네 말은 듣지 않느냐는 누나의 말이 알려주듯, 창래는 가부장적 가족주의의 수혜자다. 창래와 엄마가 오랫동안 기대온 이 관계망의 문법이 창래의 진심을 가로막는다. ‘엄마-아들’의 기존 관계망에서 아들은 엄마를 돌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시도가 실패할 때 발생하는 분노를 폭력적으로 표현하는 창래에게서, 가부장적 가족주의가 개인에게 새기는 비참함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창래는 엄마에게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려는 ‘좋은 아들’이지만, 가부장적 가족주의 앞에서 번번이 가로막히는 ‘무능한 아들’이기도 하다.
엄마가 죽은 뒤, 창래는 그녀가 쓰던 물건을 무심하고 거칠게 쓰레기통에 담는다. 그는 여전히 분노한 상태다. 창래는 왜 엄마/집으로 돌아오려는 자신의 시도가 실패했는지에 대한 답을 아직 찾지 못했다. 그래서 엄마의 죽음조차 제대로 애도하지 못한다.
우리는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진심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절반만 맞는 말이다. 아무리 애절한 진심이라도 그 진심이 전달되는 구조적 통로에 문제가 있다면 상대에게 가 닿지 못한다. 창래의 의도하지 않은 무능은 ‘효도’와 ‘돌봄’ 어딘가에 내재한 공허함을 보인다. 이 공허함을 직시하지 않고 ‘진심’만을 강조하는 한, 우리는 끝없이 실패할 것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커밍 홈 어게인〉은 한국계 미국 작가인 이창래가 《뉴요커》에 기고한 동명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합니다. 아래는 에세이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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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잡한 감정이 나쁜 생각으로 이어질 때 필요한 이야기
- *이 글은 시사회 초대받은 후 작성되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사람의 감정은 복잡하다. 땅따먹기 하듯 정확하게 선 그을 수 없고 돈을 셀 때처럼 정확히 셈할 수 없다. 어림짐작할 뿐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때론 모순되는 감정이 뒤엉켜서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랑, 외로운 질투처럼 머리로는 이해 못 할 기분에 사로잡힌다. 복잡한 감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쁜 생각으로 이어질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 ‘프로페서 앤 매드맨’ 속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해결책을 고민해보자.
영화 '프로페서 앤 매드맨'
영화 '프로페서 앤 매드맨(The Professor and the mad man)'은 빅토리아 시대 '옥스퍼드 사전 편찬'에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다. 사전 편찬 책임자인 '제임스 머리(멜 깁슨)'은 방대한 양의 문학 인용문을 찾기 위해 영어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쓴다. 그의 편지가 우연히 정신병원에 구금된 윌리엄 마이너(숀 펜)에게 닿게 된다. 사전 편찬에 알 수 없는 열정을 느낀 윌리엄은 제임스에게 단어 예문 보내며 영화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영화 '프로페서 앤 매드맨'을 예고편으로 미리 만나보세요! ▼
언어에 능통한 두 주인공이 등장한 덕분에 영화의 대사가 한 편의 문학작품 같다. 주인공들의 생각을 비유적으로 묘사하거나 복잡한 감정을 시 구절처럼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제임스가 문학 인용문을 찾기 위해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정의되지 않는 언어를 바다로 설명한다.
“어휘의 바다에서 우릴 이끌어 줄 해도나 나침반은 없습니다. 과학이 규정한 기준들이 중요했듯이 영어 또한 그만한 존중을 받아야 할 때가 왔습니다. 여러분의 단어를 보내주십시오. 그물처럼 얽힌 편지의 놀라운 미로 속에서 함께 힘을 쏟으며 연대합시다.”
은밀한 암호 같은 대사와 달리 화면 연출은 굉장히 솔직하다. 윌리엄이 낯선 남자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오프닝부터 시작해서 정신병원의 가학적인 치료 장면까지 여과 없이 보여준다. 거짓 없이 보여준 잔인한 현실과 아름답게 들리는 대사는 상반된 매력을 뽐내며 관객이 주인공들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옥스퍼드 사전에 숨겨진 이야기
영화 ‘프로페서 앤 매드맨'의 원작은 저널리스트 사이먼 윈체스터가 출간한 <교수와 광인>이다. <교수와 광인>은 옥스퍼드 사전 편찬 당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으며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영화의 핵심 소재인 '옥스퍼드 사전'때문에 단어 자체가 주는 따분함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게다가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원하는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는 검색의 시대이니 종이 사전을 만드는 내용이 처음에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영단어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자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강한 의지를 상징한다. 옥스퍼드 사전은 1150년 이후의 영어를 모두 수록했고, 단어의 형태, 철자, 의미의 변천이 상세하게 기술되어있다. 12권의 초판이 완성될 당시 414,825개의 표제어와 1,827,306개의 예문이 포함되어 있었다. 사전이 출판되지 않았다면 영어의 많은 부분은 기록되지 못하고 사라졌을 것이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옥스퍼드 출판부는 매년 그해 등재하는 신조어를 발표할 권위를 부여받았다.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나요?
역사에 길이 남을 옥스퍼드 사전의 편찬 과정은 치열했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은 현실의 얄궂은 장난으로 인해 복잡한 감정과 고뇌에 빠진다.
제임스는 사명감과 무력감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언어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제임스는 사전을 편찬하며 어린 시절 이루지 못한 학문의 꿈을 이루려고 한다. 그는 사전 편찬을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헌신하지만, 수많은 단어와 예문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에 좌절한다. 그의 아내는 남편의 빈자리에 지쳐 눈물을 흘리고 호시탐탐 그의 자리를 노리는 이들에게 가능성을 의심받는다. 위기에 처한 그에게 구세주처럼 윌리엄이 나타난다.
윌리엄의 사정은 조금 더 복잡하다. 의사이자 장교로 살아온 윌리엄의 내면엔 깊은 자괴감과 극복하고자 하는 욕구가 충돌한다. 그는 군인 시절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끝내 정신질환마저 앓게 되며 밤마다 낯선 사람의 환영을 본다. 정신병원에 갇힌 그는 뛰어난 어휘력으로 사전 편찬의 해결사 역할을 한다. 그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예문을 찾는 순간엔 낯선 사람에게 쫓기는 느낌에서 벗어나 무언가 쫓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만남과 동시에 친구가 되어 자연스러운 대화를 한다.
영화는 사전 편찬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으나 자세히 보면 사전을 만들던 두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어딘가 조금씩 상처 입고 외로운 이들이 모여 서로를 걱정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그들의 관계를 우정, 가족, 연인처럼 다른 단어로 부를 수 있으나 모든 관계의 밑바탕엔 사랑이 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느낄 때 그들의 복잡한 감정은 방황을 멈춘다. 나아가 서로를 향한 사랑만이 그들 앞의 고난을 헤쳐나 힘을 준다.
다시 우리의 복잡한 감정을 들여다볼 시간이다.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질문은 영원한 숙제로 남을 것이고 감정의 바다에서 당신을 이끌어 줄 해도나 나침반은 없다. 그러니 그물처럼 얽힌 사랑의 놀라운 미로 속에서 함께 힘을 쏟으며 연대해보자.
* 본 콘텐츠는 브런치 jadeinx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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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재팬무비페스티벌 ATG 특별전 개최 및 라인업 공개
2015년 '이와이 슌지 감독전’으로 시작된 재팬무비페스티벌이 올해 10주년을 맞아 '반항과 혁신: 1960-80년대 ATG 특별전’으로 돌아왔습니다.
1961년에 설립된 ATG(Art Theatre Guild)는 일본 영화사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제작·배급사로,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격동의 시대를 관통했던 일본에서 기존 상업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어
실험적인 작품들을 과감히 지원하며 일본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고도성장기 일본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내재된 모습,
세대 간의 갈등을 예리하게 포착해 동시대 일본의 자화상을 담아낸 대표작 6편을 상영하며,
3월 15일부터 3월 23일까지 아트나인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과감한 실험정신과 미학적 도전을 시도하며 일본 뉴웨이브의 정수를 보여주는
ATG의 대표작들을 극장에서 만나보세요!
*image | article @artninecin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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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마지막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 해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고, 2022년에는 더 행복하고 건강한 일들만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2022년에도 저희 씨네픽도 더 많이 관심가져주시고
저희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보답하기 위해 노력할게요! :)
그럼 2022년 1월 첫째 주 월요일,
오늘의 콘텐츠는 2021년의 마지막 주말 박스오피스였던 12월 31일, 1월 1일, 1월 2일의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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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어느 덧 개봉 3주차에 접어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흥행 독주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번 주에 이어 변동없이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주말동안 (12월 31일~ 1월 2일) 관객 수 70만 566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현재 607만 4308명입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그야말로 기록의 기록을 넘어서고 있는데요. 팬데믹 이후 최다 관객 수를 기록했고,
또한 최단 속도로 관객 수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무려 19일 만에 600만명을 돌파했고,
이전 최다 흥행작이었던 <모가디슈>(361만명)의 관객 수와 비교해서 약 2배 많은 흥행 기록입니다.
현재 극장가는 다시 1월 3일부터 영업제한이 오후 9시 입장으로 완화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흥행 질주는 계속 진행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지난 주와 동일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입니다.
주말동안 (12월 31일~1월 2일) 주말 관객 수 20만 8556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77만 6399명입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흥행 독주 속에서도 실관람객들의 호평에 힘입어 꾸준히 관객 수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2022년 상반기 기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해피 뉴 이어>의 개봉에도 흔들리지 않고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는데요.
앞으로 극장가의 영업제한이 완화된만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함께 흥행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3위. <해피 뉴 이어>(▲37)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지난 12월 29일 개봉한 티빙(TVING)오리지널의 <해피 뉴 이어>입니다.
주말동안 (12월 31일~1월 2일) 주말 관객 수 11만 3709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18만 6215명입니다.
한국영화 박스오피스는 1위를 차지했으며, 전체 박스오피스 3위에 해당하는데요.
아무래도 OTT플랫폼인 티빙과 동시에 개봉하는 조건의 핸디캡이 있어서 아쉬운 결과를 낳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 제목처럼 신년을 맞아 가족, 연인들이 함께 즐겨볼 수 있는 영화로 앞으로 인기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화 <해피 뉴 이어>는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호텔 '엠로스'를 찾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특히 한지민, 이동욱, 강하늘, 윤아, 원진아, 이진욱 등 국내의 탑배우들이 출연하여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1회 예측 이벤트는 12월 마지막 주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유저분들이 예측해주신 영화< 해피 뉴 이어> 의 12월 31일, 1월 1일, 1월 2일의 관객 수 스코어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해피 뉴 이어>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50%, 여성 50%로 동일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네요!
(아무래도 연인끼리 보기 좋은 영화라서 그렇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연령대 별로는 20대 비율이 40%, 다음으로는 30대가 35%를 차지하고 있네요.
▶ 그럼 실제 <해피 뉴 이어>의 주 관람연령대를 차지하고 있는 20/30대 씨네픽 참가자분들의
제81회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해피 뉴 이어> 박스오피스 예측 참여 비율은 어땠을까요?
▶ 위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의 참가자 수치 또한 실제 관람객의 성별/연령별 추이 통계와 비슷한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대 - 38%, 30대 - 37% / 남성 - 55%, 여성 - 49%)
▶ 12월 31일 ~ 1월 2일의 <해피 뉴 이어>의 실제 주말 관객 스코어는 113,709명입니다.
한편, 제 81회 씨네픽 <해피 뉴 이어> 주말 관객 스코어 예측 이벤트 참가자들 중 정답에 가장 근접한 성별/연령은30대 여성으로 평균 118,286명에 가깝습니다.
(오차범위 +4,577)
이는 여성 참가자 중의 15%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또한 제81회 씨네픽 이벤트 <헤피 뉴 이어> 주말 관객 스코어 예측 이벤트 정답자는 112,500명으로 오차 1,209명입니다.
제 81회 예측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모든 참가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상금을 받으신 정답자분에게도 축하의 인사드립니다!
다음 주에는 더 재밌고 유익한 제 82회 씨네픽 이벤트(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매트릭스: 리저렉션>(▼1)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지난 주에 이어 순위가 한 계단 하락한 <매트릭스: 리저렉션>입니다.
같은 기간(31~1월 2일)동안 주말 관객 수 1만 8094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20만 2905명입니다.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실관람객 평은 다소 아쉽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왔고 기대했던 SF레전드 작품이지만, 반가운만큼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소 난해하기도 하고 어렵다는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
과연 국내의 박스오피스에서 얼마만큼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5위. <엔칸토: 마법의 세계>(▼1)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엔칸토: 마법의 세계>입니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주말 관객 수 8987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62만 6631명을 기록했습니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무려 지난 11월 24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개봉한 지 한달이 훌쩍 지난 시점과
국내외 대작들 속에서 애니메이션이라는 제한된 장르라는 점으로 이렇게 오랫동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점이 놀라운데요!
그만큼 영화의 호평과 꾸준히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의 방문이 시너지를 일으키지 않았나 싶습니다.
주말 박스오피스 5위까지 하락했는데, 아무래도 다음 박스오피스 5위는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국내 박스오피스와 더불어 <Spider-man: No Way Home>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12월31일~1월 2일) $52,700,000 (한화 약 627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총 누적 매출액은 $609,892,000 (한화 약 7,625억)을 기록했습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기록은 2019년 작의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후 약 2년 만에 6억 달러를 돌파한 첫 번째 작품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뿐만 아니라 역대 북미 흥행 TOP에 10위로 진입하였습니다.
북미 매출과 전 세계 흥행 매출을 더하면 13억 6889만 달러 (한화 1조 6,308억)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10> (2021년 12월 31일 ~ 2022년 1월 2일)
1.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5200만 달러 (누적 6억 898만 달러)
2. <싱2게더> 1960만 달러 (누적 8968만 달러)
3.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450만 달러 (누적 1951만 달러)
4. <아메리칸 언더독> 407만 달러 (누적 1500만 달러)
5. <매트릭스: 리저렉션> 383만 달러 (누적 3090만 달러)
6.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210만 달러 (누적 2956만 달러)
7.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 143만 달러 (누적 1억 2339만 달러)
8. <리커리쉬 피자> 124만 달러 (누적 633만 달러)
9. <저널 포 조던> 117만 달러 (누적 474만 달러)
10. <엔칸토: 마법의 세계> 105만 달러 (누적 9131만 달러)
이것으로 12월 마지막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및
제 81회 씨네픽 주말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분석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더욱 더 유익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
안녕~!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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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눈은 온종일 그녀를 향해 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대개 로맨스 작품의 클라이맥스는 마침내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고백 장면은 그간 작품이 쌓아온 두 사람 간의 로맨스 서사를 완성하는 하나의 장치이다. 반면 수많은 로맨스 작품의 원형으로 여겨지는 <오만과 편견>에서는 고백 장면이 이 작품의 백미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만과 편견>에서 ‘사랑’은 한 사람의 사랑 고백 이후부터 시작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랑의 ‘자각’은 그 고백을 거절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오만과 편견>을 조 라이트의 영화로 처음 접한 이들에게 엘리자베스를 향한 다아시의 고백은 당황스럽다. 소설의 방대한 분량을 2시간짜리 영화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둘 사이의 서사를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한 감독의 실수라 탓할 수도 있지만, 원작 소설에서도 다아시의 고백은 엘리자베스에게나 독자에게나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이는 작품이 철저히 엘리자베스의 시점에서 전개되기 때문이다. 곧 엘리자베스의 사랑은 다아시의 고백 이후부터 시작한다. 그렇다면 다아시의 사랑은 어느 시점부터 시작한걸까.
소설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엘리자베스를 위주로 전개하나 그와 동시에 소설의 특성을 살려 다아시의 내면까지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적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감독의 입장에서 본래 말수가 적은 다아시의 감정을 대사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감독은 다아시의 시선과 손을 클로즈업하는 등 비언어적 표현을 사용한다.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의 마음에 천천히 스며들었듯이 영화는 점차 선명해지는 다아시의 사랑을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설명하려 노력한다. <오만과 편견>을 처음 관람할 때는 엘리자베스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된다면, 관객은 두 번째 관람에서야 엘리자베스에 대한 다아시의 감정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고로 다아시의 입장에서 <오만과 편견>을 해석하여 엘리자베스를 향한 다아시의 감정 변화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영화의 첫 무도회 장면에서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의 춤 신청을 사실상 거절한다. 이에 화가 났던 엘리자베스는 사랑의 묘약이 무어냐는 다아시의 질문에 춤이라 응수하며 마지막에 “Even if one’s partner is barely tolerable“(비록 파트너가 끔찍할지라도)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이 말은 앞서 다아시가 절친 빙리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엘리자베스를 ‘tolerable‘(봐줄 만한)이라 평가한 말을 몰래 들은 엘리자베스가 다아시를 비꼰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엘리자베스의 비꼬는 말을 듣고 화를 내거나 당황한 표정을 지었겠지만 다아시의 표정은 그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무뚝뚝하고 감정을 읽기 힘든 표정이다.
그 뒤로 엘리자베스는 아픈 언니 제인이 빙리의 집에서 간호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 빙리의 집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다아시를 다시 마주친다. 빙리의 여동생과 함께 있는 내내 무표정이었던 다아시는 갑자기 찾아온 엘리자베스를 보고 당황해하다 곧바로 정중하게 인사한다. 이러한 다아시의 태도는 먼 길을 걸어오느라 엉망이 된 엘리자베스를 싸늘하게 바라보는 빙리의 여동생과 대비된다. 더 나아가 다아시가 만족할 수 있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빙리의 여동생은 까다로운 조건들을 내놓는다. 이때 다아시는 책을 읽고 있던 엘리자베스를 보고선 독서를 통해 지성을 쌓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가 엘리자베스를 신경 쓰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러나 관객은 엘리자베스를 향한 다아시의 마음이 이성적 호감이라 확신하기 여전히 어렵다.
영화는 다아시의 무뚝뚝함이 엘리자베스에 대한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기인한 것이 아니라 그의 내성적 성격 때문임을 설명하기 위해 영화 곳곳에 복선을 배치한다. 앞서 사랑의 묘약이 무어냐는 다아시의 질문에 자신과 춤을 추지 않은 다아시를 겨냥하여 춤이라 대답한 엘리자베스의 행동을 설명했다. 그 이후에 열린 무도회에서 다아시는 먼저 엘리자베스에게 다가와 정중히 함께 춤추기를 요청한다. 사랑의 묘약이 춤이라고 답한 엘리자베스의 말을 기억한 것이다. 또한 다아시는 애초에 엘리자베스가 싫어서 함께 춤추길 거절한 것이 아니었다. 이는 중반부 캐서린 대부인의 집에서 둘이 마주치는 장면으로 설명된다. 여기서 엘리자베스가 춤을 거절당했던 무도회에서의 부정적인 첫인상을 이야기하자, 다아시는 처음 만난 사람과 편히 대화하는 재주가 없어 그랬다며 처음으로 자신의 태도를 해명한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여전히 다아시가 오만하다고 평가하며 그에 대한 편견을 지우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초반부와 달리 슬픔이 서린 다아시의 눈빛을 통해 관객은 그의 감정 변화를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매 장면마다 엘리자베스를 향해 고정된 그의 시선은 관객이 천천히 다아시의 진심에 다가서게 한다.
다음으로 영화는 다아시의 손을 총 두 번 클로즈업 한다. 두 번의 클로즈업은 다아시의 사랑 고백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지며 이는 관객이 엘리자베스를 향한 다아시의 마음을 확신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언니 제인의 건강이 좋아졌을 무렵 엘리자베스의 가족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차를 탄다. 이때 다아시는 자연스럽게 엘리자베스의 손을 잡아 부축해주며 영화는 곧바로 다아시의 손을 클로즈업한다. 긴장한 듯 손을 폈다 다시 쥐는 다아시의 손과 당황한 엘리자베스의 표정을 교차하여 보여주는 연출은 둘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을 나타낸다.
이러한 복선을 통해 관객들은 엘리자베스를 향한 다아시의 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다아시의 고백은 소설에서도, 영화에서도 작품의 하이라이트라기보다 그의 돌발 행동에 가깝게 느껴진다. 처음부터 다아시를 오만하고 잘난 체하는 남성으로 평가해온 엘리자베스는 그의 고백과 해명에 혼란스럽다. 그런 엘리자베스는 다아시를 의도적으로 피하나 결국 그와 마주치게 된다. 영화는 횡설수설 끝에 황급히 다시 돌아가는 엘리자베스를 비춘 뒤 마지막으로 다아시의 손을 클로즈업한다. 예전과 달리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의 손을 잡아주지도 못하고 데려다주겠다는 요청까지 거절당했다. 더욱이나 엘리자베스의 내적 갈등을 알 리 없는 다아시의 손은 더욱 쓸쓸해보인다.
영화는 다아시의 손뿐만 아니라 ‘hand(손)’라는 단어를 활용해 둘의 관계를 암시한다. 다아시가 청혼할 때의 대사는 ‘부디 나와 결혼해줘요’라고 번역된다. 이 대사는 이후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의 마음을 받아줄 때의 대사와 연결되기 때문에 영어 원문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이때 다아시는 “Please do me the honor of accepting my hand.”라고 말한다. 직역하자면 부디 제 손을 받아주는 영광을 허락해달라는 정중한 청혼 표현이다. 다아시가 영화의 결말부에 다시 한번 사랑한다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때 엘리자베스는 자신도 그러하다는 식으로 대답하지 않고 “Your hands are cold.”(손이 차네요)이라고 대답하며 그의 손을 맞잡는다. 이는 처음 그가 제 손을 받아달라며 청혼했던 대사에 대한 늦은 응답이자 그의 사랑을 이제야 온전히 받아들였음을 드러내는 대사이다.
결국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끝내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이 아니다. 고백 이후 다아시의 마음을 알아챔과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스며들었던 엘리자베스의 사랑을 자각하는 과정, 곧 서로에 대한 편견을 벗고 오만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되는 고백 이후의 여정이 이 작품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다. 소설은 이를 인물들의 내면 묘사를 통해 나타냈다면 영화는 비언어적 표현을 적재적소에 사용하여 이를 드러냈다. <오만과 편견>은 원작의 명성을 바탕으로 기존 팬들에게는 원작의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재현해 선물하고, 처음 작품을 접하는 이들에게는 원작 소설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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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3년, 1974년, 2023년의 임신중지
1963년, 1974년, 2023년의 임신중지
〈앵그리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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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니 에르노의 자전적 소설 《사건》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레벤느망〉에서 주인공 안은 두 번의 임신중지를 시도한다. 뜨개질바늘을 사용해 혼자서 한 번, 불법 시술소에서 또 한 번. 〈레벤느망〉은 이 고통스러운 순간을 비껴가지 않는다. 안의 거친 호흡과 고통스러운 신음, 날카로운 시술 도구가 안의 몸으로 들어가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럼으로써 ‘불법’이라는 추상적 규범이 초래하는 위험과 이것이 우리에게 남기는 수치심을 고발한다.
〈레벤느망〉의 배경은 1963년의 프랑스다. 〈앵그리 애니〉는 그로부터 10년 후의 일을 다룬다. 두 아이가 있는 엄마 애니는 임신중지가 가능한 곳을 수소문해 한 서점을 찾는다. 서점 직원은 찾는 책이 있다면 말해달라고, 혹시 모임에 온 것이라면 커튼 뒤쪽으로 가 보라고 말한다. 커튼 뒤에는 ‘불법이지만 비밀은 아닌’ 일이 이뤄지는 중이다. 그곳에 모인 여성들은 임신중지가 필요한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한다. 그러자 누군가가 그들에게 사려 깊은 태도로 앞으로 어떻게 일이 진행될지 상세한 설명을 해준다. 임신중지에 어떤 도구를 활용할지 하나하나 일러주고, 모든 궁금증에 상냥히 응대한다. 겁에 질려 그곳을 찾은 여성들의 긴장이 조금씩 풀린다. 그들은 MLAC, 임신중지와 피임의 자유를 위한 운동의 활동가다.
이제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시작된다. 애니는 임신중지를 위해 침대에 눕는다. 의사 한 명과 활동가 둘이 애니 곁에 있다. 그들은 애니에게 거울로 자궁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자기 몸의 아름다움을 긍정하기 위함이다. 의사는 애니가 불편함을 느끼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활동가는 애니의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내내 곁을 지킨다. 아름다운 선율의 노래를 불러주기도 한다. “끝났다고요?” 임신중지가 마무리되자 애니가 깜짝 놀라 묻는다. 임신중지 경험이 있는 애니에게는 이토록 쉽고 간단하고 안전하게, 심지어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며 임신중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레벤느망〉의 임신중지 장면과 달리, 〈앵그리 애니〉의 임신중지 장면은 심지어 ‘편안해’ 보이기까지 한다. 두 영화가 임신중지를 재현하는 방식의 차이는 여성의 임신중지 경험이 어떤 환경과 맥락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극적으로 대비한다.
MLAC 덕에 공포가 안도로 바뀐 애니는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곳에서의 경험에 계속 잊히지 않는다. MLAC의 도움으로 임신중지를 하는 여성은 안전하고 믿음직한 환경에서 임신중지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원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기부금 형식으로 비용을 지불하면 됐다. 그들의 활동이 자신에게 가져다준 커다란 평온에 감명받은 애니는 순수한 호기심이 인다. “왜 이렇게까지 하세요?” 불법 행위를, 심지어 비밀리에 진행하지도 않는 이들은 모두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데, 애니는 그런 그들에게 마음이 움직인다.
그러던 중 애니에게도 각성의 순간이 온다. MLAC 조직이 여러 곳에서 활동하긴 했어도 임신중지를 원하는 모든 여성을 돕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즉, 여전히 많은 여성이 위험한 환경에서 임신중지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여성이 이 과정에서 죽었다. 애니의 이웃도 마찬가지였다. 애니는 본격적으로 MLAC 활동을 시작한다. 활동을 통해 자신의 편견을 조금씩 수정해나가고, ‘생명 파괴’ ‘문란함’ 등의 낙인 때문에 여성들이 임신중지에 얼마나 큰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지도 직접 대면한다.
애니가 MLAC 활동가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영화의 질문은 확장된다. 〈앵그리 애니〉는 그저 임신중지의 합법화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영화에는 더 크고 깊은 질문이 담겼다. MLAC를 찾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기존 활동가, 의사만으로는 모든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오랫동안 단체에서 의사를 돕던 활동가들이 직접 임신중지 시술을 집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주로 남성으로 구성된 MLAC의 의사들이 반발한다. 자칫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에 전문가만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여성들은 의사 없이 임신중지보다 훨씬 더 위험한 출산을 인류의 탄생 때부터 서로 도우며 해왔고, 시술법이 발전한 덕에 임신중지의 절차가 비교적 간단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MLAC 여성 활동가들은 여성들의 느끼는 공포에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었다.
이는 남성/국가/전문가 집단이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독점하는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야 애니는 화를 내는데(‘앵그리 애니’), 그 이유도 이 때문이다. MLAC의 활동이 큰 이슈가 되어 임신중지가 합법화되었으나 합법화가 의료 기관이 그 권한을 독점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MLAC에서 가능했던 여성들 간의 연대, 여성 경험의 가시화 등은 배제된 채(즉 MLAC에서 여성들이 쌓아 온 역량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채) 여성이 다시금 남성/국가/전문가의 수동적 객체로 위치지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에 애니는 화가 난다. 임신중지가 합법화된 후 병원에서의 임신중지는 위험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여성을 다시금 외롭게 만들지도 모른다.
이외에도 MLAC 활동을 하며 애니가 가족에 ‘소홀해지는’ 과정과 이로 인한 가족 내 갈등을 통해서는 여성이 가사노동의 책무 때문에 사회 활동을 하는 데 제약을 받는 상황을 짚기도 한다. 〈앵그리 애니〉는 단순히 낙태죄 폐지가 진보·정답이 아님을, 여기에는 이를 초과하는 다양한 결의 질문과 고민이 동반되어야 함을 보인다. 임신중지에 관한 단편적 이해와 서사를 넘어, 여기에 무수히 많은 이슈가 결합되어 있음을 보이는 이 영화는 낙태죄가 페지된 이후에도 여전히 아무런 후속 입법 조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무책임한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임신중지 이슈에 관한 필람작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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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나의 문어 선생님을 전문(어)가를 모시고 리뷰 해봤습니다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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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어 선생님을 K-문어 선생님과 리뷰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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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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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애플> 메인 예고편
당신을 사로잡을 가장 특별한 여운
원인 모를 단기 기억상실증 유행병에 걸린 ‘알리스’에게 유일하게 남은 기억은 이름도 집 주소도 아닌 한 입 베어 문 사과의 맛. 며칠이 지나도 그를 찾아오는 가족이 나타나지 않자 무연고 환자로 분류된 ‘알리스’에게 병원에서는 새로운 경험들로 기억을 만들어내는 ‘인생 배우기’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알리스’는 자신처럼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안나’를 만난다.
괜찮아요, 다들 잊고 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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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원티드 킬러> 메인 예고편
전설적인 총잡이 ‘빌리 더 키드’(데인 드한)는
미국을 뒤흔든 희대의 현상 수배범으로 쫓기고 있는 상황.
여기에, 자비 없는 추격자 ‘개릿’(에단 호크)까지 합류하며
‘빌리 더 키드’는 벼랑 끝에 내몰려 결국 체포되고 만다.
이에, ‘빌리 더 키드’는 탈옥을 하고자
미국을 향해 선전포고하며 전면전을 감행하는데…
쫓고 쫓기는 무법 질주 액션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