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04-30 10:23:29
[와이 우먼 킬](2019): 그 여자들은 왜 사람을 죽였을까?
▶ 그 여자들은 왜 사람을 죽였을까?
1960년대의 베스 앤, 1980년대의 시몬, 2019년의 테일러. 서로 다른 시대의 세 여자는 모두 같은 집에서 살인을 했다. 왜 그랬을까?
베스 앤은 ‘완벽한’ 가정주부이며, 시몬은 사교계의 여왕이다. 테일러는 오픈 릴레이션십, 즉 결혼 후에도 상대방에게 배타적으로 귀속되지 않는 결혼을 추구하는 변호사다. 베스 앤, 시몬, 테일러는 시대를 달리해 같은 집에 살았다는 것 말고는 별 공통점이 없는 사람들이지만, 그 몇 안 되는 공통점은 치명적이다. 그들은 모두 여자고, 남편이 속을 썩인다.
베스 앤의 남편은 바람을 피운다. 시몬의 남편은 게이다. 테일러의 남편은 아무것도 써내지 못하는 무능한 각본 작가다. 이 세 여성은 각각이 마주한 문제를 헤쳐나가며 변화한다. 이 변화의 과정은 통쾌하고 따뜻하며 단단하다.
남편과 가정밖에 몰랐던 베스 앤은 점차 다른 여성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혀 나간다. 베스 앤은 그녀가 깔봤던 이탈리아 여자, 남편이 바람난 여자,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자에게서 자기 삶을 본다. 전혀 겹칠 것이 없을 것 같은 그들의 삶이 ‘여자’라는 공통점으로 포개짐을 자각한다. 가장 섬뜩하면서도 통쾌한 베스 앤의 서사는 남자들의 세계를 잔혹하고 치밀하게 청산한 후, 여자들의 세계를 열어젖힌다.
시몬은 남편이 게이인 걸 알고 불같이 분노한다. 남편을 사랑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아한’ 사교계 친구들의 입방아에 오를까 두려워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때마침 시몬에게도 비밀스러운 사랑이 시작된다. 이로 인해 평생토록 사랑을 숨겨온 남편의 애환을 조금씩 이해해 나간다. 시몬은 처음부터 끝까지, 심지어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할 때조차, 단 한 순간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처음에는 화려한 보석과 옷이 그녀의 품위였지만, 끝에는 공감과 사랑으로 그 내용이 바뀐다. 그녀는 품위의 내용이 무엇으로 채워져야 하는지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테일러는 남편과 다자연애 관계를 꾸려나가면서 원칙과 삶의 관계를 재정립한다. 그럴싸한 원칙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삶에 적용하려 들었다간 탈이 난다. 아무리 세련되고 멋진 원칙이라도 구체적인 삶으로부터 도출되어야만 한다. 유능한 테일러와 찌질한 남편 일라이, 그 둘 사이의(아름답지만 파괴적인) 제이드의 관계는 붕 떠 있는 말들이 얼마나 우리 삶과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드라마가 다자연애 그 자체를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도 좋았다. 테일러가 성급했고, 일라이가 ‘남자질’을 하려 들고, 제이드가 위험한 인물이었기에 다자연애 관계가 파탄 났을 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고, 단 한 순간도 예측할 수 없었다. 서로 다른 시대의 여자들이 복수하고 성장하며 자기 삶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좋았다. 세 부부 사이에 끼어든 에이프릴, 토미, 제이드의 서사도 쳐지지 않는다. 완벽한 주부, 사교계의 여왕, 유능한 변호사 말고도 더 다양한 여성의 삶이 중첩되는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률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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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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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환상적인 섬에 다다를 그 날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는 짧은 전문(全文). 순하고 다정하게 마음에 쏙 들어오는 시구지만, 의미를 들여다보면 문득 이 얼마나 이르기 어려운 경지인가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를 자세히 보고 오래 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세상 아주 많은 것들은, 어쩌면 모든 것들은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그 진의를 드러낸다. 자세히 보아야 어여쁜 것은 풀꽃만이 아니다.
영화 <우리, 둘> 인물에 대해서 얼핏 들으면 어쩐지 풀꽃처럼 은은한 관계를 연상하게 된다. 짧은 아파트 복도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이웃집에 사는 '20년째 연인' 니나와 마도. 은퇴한 후에는 두 사람이 사랑하는 도시 로마로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영화의 배경 또한 한국이 아니라 프랑스니까, 조금은 편안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영화는 "노년 여성, 오랜 연인의 사랑"이라는 데서 떠올린 나의 편견 어린 기대를 장렬히 부순다. 영화가 니나와 마도의 공간을 비출 때, 일상적인 물건들이 클로즈업되고 일상의 소리들이 증폭될 때, 그 안에서 아른거리는 것은 무엇인가.
두 사람은 남들이 보기엔 평범한 이웃이다. 마도의 자식들은 니나의 성씨를 깍듯이 붙여 '돈 부인'이라고 부른다. 니나 또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마도를 부를 때 처음에는 '지라르 부인'으로, 절친한 이웃 사이였음을 강조한 후에는 '마들렌'이라는 본명 그대로 부른다. '마도'는 마들렌의 애칭이니까.
평범한 이웃의 깍듯한 호칭 뒤에 연인의 애칭이 가려져 있다. 거실에서 추억 어린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고, 로마의 아파트를 사기 위해 돈을 세고, 함께 옷을 사러 가서 안 어울릴 것 같다고 갸웃대는 옷에 "날 믿고 입어보라"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그렇게 사랑과 신뢰로 서로를 꼭 붙은 연인이다. 강산이 두 번은 바뀔 20년 동안 서로를 연인이라 불러온 사이. 둘은 이제 은퇴 후 로마의 아파트로 떠날 준비를 한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거침없는 성정을 가졌을 뿐 아니라 딸린 가족이 없는 니나와 달리, 한 번 실패한 결혼생활의 기억뿐 아니라 자식들까지 있고 심지어 남편과의 소원했던 관계에 대해 아들의 원망을 받고 있는 마도는 떠나겠다는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어려운 마음으로 지내던 중, 예기치 못한 병마가 갑작스레 마도를 찾아온다. 뇌졸중으로 말마저 잃은 마도를, 자식들은 최선을 다해 돌본다. 간병인을 들이고, 딸이 수시로 드나들며 살핀다. 표면적으로 단지 이웃일 뿐이었던 니나는 마도에게서 자연스럽게 실은 갑작스럽게 차단당한다. 니나는 본인 성격대로 거침없이, 그리고 무엇 하나 자유롭지 못한 일상 속에서 마도를 되찾기 위한 액션을 취하기 시작한다.
일면 거칠고 비상식적인, 파격적으로 보이는 니나의 행동들은 사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마음을 기반으로 한다. 오랜 연인을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 함께 있고 싶은 마음, 불안해져 버린 연인의 뇌리에 가장 깊이 박힌 기억들을 재차 들이대서 어떻게든 그를 돌이키고 싶은 절박한 마음.
반면 영화 속에 놓인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은 낯설게 비친다. 두 사람의 아파트 곳곳에 놓인 오브제를 클로즈업해서 여러 차례 보여주는데,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것들을 다시 보게 된다. 무난한 장식물들이었는데 원래 저렇게 소름 돋게, 마치 누군가를 비웃는 것처럼 생겼던가. 사무적이고 능숙한 간병인의 둥근 눈이, 엄마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딸의 눈이, 그토록 평이한 눈빛들이 왜 스릴러 영화의 그것처럼 심장을 옥죄어 올까.
영화를 보기 전에 이미 눈물을 왈칵 쏟아내게 만들었던, 선우정아의 <도망가자>와 콜라보 뮤직비디오소리들도 마찬가지다. 소녀의 목소리를 삼키고 울리는 까마귀 소리, 불안하게 맴도는 연기와 함께 프라이팬이 타오르는 소리. 유리창처럼 얇고 투명한 거짓을 부술 기세로 맹렬하게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 평범한 매일의 소리들이 증폭되어, 어쩐지 멈추지 않고 계속 들려올 때 덜컥 불안해진다. 의식하지 않고 들으면 편안한 소리들이, 의식하고 듣는 순간 서스펜스의 요건이 된다.
이런 서스펜스가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는, 누군가가 위협적으로 문을 두드리는 일상을 과연 평범한 일상이라 부를 수 있을까.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속속들이 알게 되었고 이제 바라는 건 행복했던 기억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행복을 누리며 살겠다는 것뿐인데 그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그 기본적인 것도 어려운 이곳, 우리가 일상이라 믿는 곳은 정말 일상이 맞는지? 영화는 큰 소리 내지 않고 울림을 건넨다. 편견과 혐오의 소리는 일상에 깊이 뿌리 박혀 있어, 우리는 이따금 물속의 물고기처럼 느끼지 못하곤 한다는 것을. 누군가가 같은 물 안에서 익사하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을.
우리의 상식이란 뭘까. 어떤 상식들이 스릴러가 되는 모습을 보는데, 한편에서 그를 성큼성큼 뛰어넘는 마음이 있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오래도록 아낀 마음은 마치 햇볕과 파도에 맨질맨질해진 조약돌 같아서, 부드럽고 따뜻하게 손안에 착 감겨드는 것만 같다. 눈빛만으로도 전해진 두 사람의 사랑은, 육체의 병과 사회의 제약을 뛰어넘어 서로에게 닿으려는 두 사람의 몸짓은 그 모든 서스펜스적인 요소들을 뛰어넘는다.
사랑은 그렇게 모든 것을 유유히 뛰어넘어 흐른다. 눈빛 속에서 흘러나와 무너지는 것들 너머까지 흘러간다. 이 사랑이 스릴러 없는 일상을 살 수 있는 날, 두 사람이 소중하게 들으며 춤추는 노래 가사 속의 그 날이 아닐까. 상식과 일상을 넘어서서 언젠가 환상적인 섬에 다다를 그 날.
Se verrai con me
sul mio carro tra le nuvole
più avanti del caldo del sol
sull’ultima stella lassù
se verrai
당신이 나와 함께 가준다면
내 마차에 올라 구름을 지나
태양의 열기 바로 앞으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별 위로
당신이 가준다면
Tu vivrai con me in un’isola fantastica
e un mondo vedrai di lassù
un mondo nascosto nel blu
tutto nuovo per te
당신은 환상적인 섬에서 나와 함께 살 거예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볼 거예요
푸른 하늘에 숨겨진 세상을
당신에게는 모든 게 새롭겠죠
La terra, la terra, la terra sarà senza frontiere
la terra, la terra ci porterà fortuna
la luna, la luna per noi sarà il domani
se m’ami, se m’ami
이 세상의 대지에는 경계가 없어질 것이고
대지는 우리에게 기회를 가져다주겠죠
달, 저 달은 우리의 미래가 될 거예요
당신이 날 사랑한다면, 당신이 날 사랑한다면*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의 초대로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하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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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세의 톰 형,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얘들아!"
마지막 임무
영화의 첫 장면은 잠수함 ‘세바스토폴’호에서 시작한다. 이 배는 완벽하게 스스로를 숨길 줄 안다. 어떤 탐지에도 잡히지 않는 세바스토폴 호. 배 안에는 군인들이 탄 것 같다. 하지만 이 날은 달랐다. 갑자기 레이더에 무언가가 잡힌다. 전투태세를 갖추는 세바스토폴 호. 어뢰를 발사한다. 그런데 갑자기 레이더에 적이 잡히지 않는다. 어리둥절하는 배 안 군인들. 레이더가 오작동한 것으로 파악한다. 그럼 그렇지.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세바스토폴 호가 직접 발사했던 어뢰가 방향을 꺾어 스스로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자기가 발사한 무기가 결국 자충수가 되어버렸다. 배는 결국 부서졌고 군인들은 전부 전사한다.
다시 현재. 에단 헌트가 건물 안에 덩그러니 있었다. 에단을 찾아온 한 남자. 그 남자는 IMF 요원이었다. 누가 봐도 신입 요원이었던 남자. 에단은 그에게 애정 어린 조언 몇 마디를 건넨다. 외로워 보이는 에단. 하지만 이런 그에게 임무가 주어졌다. “두 열쇠가 있다. 한 열쇠는 행방이 묘연하지만 다른 하나는 당신의 친구 일사 파우스트가 갖고 있다. 이 두 열쇠를 갖고 돌아오길 바란다. 아. 네가 IMF에 어떻게 들어오게 됐는지 잊지 않길 바란다”라는 말이었다. 이번엔 또 뭐지? 에단 헌트는 자기 앞에 놓인 임무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전투기 타고 바로 돌아왔지
5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의 신작이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는 1996년이었다. 1편이 뛰어난 액션영화였다는 것은 이견이 없지만 이 7편처럼 스케일이 큰 영화는 아니었다. 당시 이단 헌트와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모두 살해당하고 누명을 써 주인공이 이를 벗어나는 것이 작품의 핵심 플롯이었다. 본작처럼 전 세계의 정보망을 하나로 조종해 인류의 위기를 유발할 무언가는 아니었다. 이야기는 점층법처럼 점점 스케일을 키워간다. 언제는 부르즈 할리파에 맨 몸 비행기에 달라붙어 무조건 버티던 에단 헌트가 선하다. 이야기의 넓이만큼이나 액션의 수위(?)가 더 커졌던 것이다.
사실 같은 시리즈 영화 7편이 나오면 물릴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액션을 매번 다르게 보여줘야 한다는 건 분명한 부담이다. 영화는 이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측면에서 시리즈의 후속작이기 때문에 전작을 오마주한 부분도 분명 있다. 이는 한 장면에서 변주와 승계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느껴진다. 1편 <미션 임파서블>을 봤던 관객들이라면 하이라이트 액션신이 벌어졌던 곳이 어딘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장면에서 벌어지는 액션신은 돌아보면 익숙하지만 처음 볼 때는 완전히 새로운 쾌감을 선사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대응하기
영화에서 빌런을 묘사하는 방식이 아주 흥미롭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바로 톰 크루즈의 맨몸액션이다. 2편에서 볼 수 있었던 직접 하는 암벽등산, 4편의 부르즈 할리파에서 살아남기 등등 스턴트를 최소화하고 직접 보여주는 액션신은 보기만 해도 고통스럽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첩보전의 양상이다. 1편에서부터 묘사하고 있는 적들은 최소한 인간이다. 이는 imf가 ‘미국’이라는 존재를 상징한다고 했을 때 이런 선악구도를 어떻게 기획했는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국제정세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의 유행으로 시각을 옮겨가도 마찬가지다. 마블이 MCU를 만들어서 시리즈를 이끌었고,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카체이싱을 떠나 빌런과 대결하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전통과 근본이 있는 건 현대의 관객에게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1편이 개봉한 지 현재 26여 년가량이 지났다. 이걸 그대로 끌고 오는 게 과연 좋은 선택일까?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션 임파서블’은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이는 액션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를 갖고 와야 한다.
영화는 이 빌런 세팅으로 이러한 세태에 대해 대답한다. 그걸 핵심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누구일까? 글쓴이는 세 사람이라고 본다. 이는 후술 하기로 하고, 영화에서 가장 중요해 보이는 대사는 예고에서 나오는 문장이다. “인생은 모든 선택의 결과이며, 너는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라는 말이다. 이 문장을 해석하는 건 간단하다. ‘네 운명이 정해져 있다’라는 의미이다. 범죄사실로 잡혀온 피의자가 재판받기 전의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다 죄인은 아니다. 사람에겐 자유의지가 있어서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다. 작중에서 에단 헌트가 어떤 과정을 통해 imf요원이 됐는지가 들어갔다는 걸 보면 이 이야기의 설계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이제 인류가 직면한 선악개념은 무분별하다. 극 중에서 제시되는 IMF 요원과 두 캐릭터처럼. 이 과정을 묘사하는 방식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좋은 수였다.
일사 파우스트
영화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여성 캐릭터들이다. 특히 일사 파우스트 캐릭터가 가장 훌륭하다고 느꼈다. 이 여성 캐릭터들이 무슨 스테레오타입의 무언가를 묘사하는 것은 아니다. 이 인물들은 다 조금씩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캐릭터들이 구체적으로 어떻다고 말하는 것은 스포일러가 된다. 하지만 레베카 퍼거슨이 맡은 일사 캐릭터는 시리즈에서 꾸준히 나왔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을 것이다. 글쓴이는 이 영화에서 등장했던 모든 캐릭터들 중에 이 ‘일사’가 가장 매력적이었다.
일사의 핵심은 모호함이다. 일사는 첫 등장이었던 5편부터 선역인지 악역인지 히로인인지 아닌지 알 수 없던 캐릭터였다. 자기가 속해있던 조직인 m16을 위해 행동하는 듯 하지만 에단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모호함의 속성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뒤집는다. 어떻게? 사막에서 벌어지는 액션신이다. 모래가 강하게 휘날리기 때문에 상대방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서 일사가 어떤 행동을 한다. 이 장면은 사실 우리가 5,6편에서 봤던 일사의 모습을 단적으로 함축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호함을 다른 방식으로 대비시킨 측면이 있다. 이는 그레이스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레이스와 일사의 대비 중 차이점을 드러내는 방식이 일사에게 개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레베카 퍼거슨 개인의 카리스마와 액션 퍼포먼스 소화능력과 별개로 감독이 어떻게 이야기를 잘 설계했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다.
반대로 영화에서 빌런 캐릭터인 '가브리엘'은 살짝 아쉽게 느껴졌다. 일단 이름이 왜 가브리엘일까?라는 점은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성경에 등장하는 ‘가브리엘’에서 따왔다고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스스로를 신의 사도로 생각하는 것 말고 캐릭터의 속성을 알 기 어려웠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영화의 전제적인 이야기 전개가 과하게 두다다다 던지고 그냥 어물쩍 넘긴 느낌? 이 가브리엘에 대한 부족한 설명은 영화 전체적인 연출 방식과도 이어진다. 무슨 말인진 모르겠는데 일단 가브리엘이 위협적인 것처럼 보인다. 뭔진 모르겠는데 저 아저씨가 무섭다. 이런 점에서 관객들이 가브리엘과 관련한 무언가는 연출이 디테일을 챙기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액션 연기의 극단
이 영화는 강력한 액션 서스펜스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2023년까지 블록버스터/액션 장르에서 영화제작자들이 액션 시퀀스를 연출하는 방식의 많은 비중은 컴퓨터 그래픽에 있었다. 이 ‘미션 임파서블’은 또 사이즈가 다른 액션 설계에 장점이 있는 편이다. 이 영화에서 불 수 있는 액션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가도 정말 긴장감의 극단까지 끌고 간 흔적이 돋보인다. 하지만 글쓴이가 이 영화가 액션 장르영화로서 아주 좋다고 느꼈던 부분은 톰 크루즈가 생사를 가로지르는 연기를 보여줘서는 아니다. 바로 고전적인 맨몸 액션 연출 때문이다. 특히 일사와 에단이 각각 상대방과 보여주는 액션은 정말 대단했다. ‘블랙 위도우’의 스칼렛 요한슨보다 이 ‘일사 파우스트’가 액션 더 잘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톰 크루즈가 하이라이트 신에서 보여주는 액션은 이 사람이 나이가 정말 무색할 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했구나라는 걸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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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통째로 연기한 여자, 연기를 삶처럼 사는 여자
전에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유부녀인 선생이 13살의 제자와 바람을 피웠고, 감옥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슥 읽고 지나칠 때는 쉽게 평가할 수 있다. 누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에 대해 가볍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메이 디셈버>는 그러지 않는다. 그들의 관계를 오래도록 깊게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이 과정의 호흡이 상당히 길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조금 지루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도 이렇게 디테일하고 섬세한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는 영화는 조금 힘들긴 하다. 눈여겨둘 부분이 굉장히 많아져서.
제목이기도 한 <메이 디셈버>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인을 칭할 때 쓰는 말이다. 이 제목의 주인공인 그레이시와 조가 자기들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겠다는 배우, 엘리자베스를 기꺼이 집에 초대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엘리자베스가 처음 그들에게서 본 모습은 가족과 이웃이 모여 뒷마당에서 즐겁게 어울리는 장면이다. 바비큐를 굽고, 핫도그를 만들어 먹고,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고... 아마 이것이 부부가 사회에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일 거라 생각한다.
"우린 행복해요! 우린 서로 사랑한다고요!"
분명 그들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른 이웃들도 그들에 대해 칭찬 일색이며, 아픔을 건드리지 말라는 충고까지 덧붙인다. 하지만 엘리자베스가 두드린 문은 의외로 쉽게 열린다. 그녀는 문 앞에 놓인 택배를 들고 가서 전해준다. 아마 부부의 관계를 모욕하는 혐오의 메시지가 담겨있을 택배를, 그레이시는 별거 아니라는 듯 버려 버린다. 하지만 그날 밤, 조는 침대에서 홀로 숨죽여 울던 그레이시를 안아준다. 여전히 그들은 괜찮지 않고, 완전히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불편한 노크로 그들의 일상을 침범한 엘리자베스가 영역을 확장해나가자, 그레이시는 점차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다. 단단해 보였던 그녀는 자신의 케이크를 매번 주문해 주던 이웃이 이사를 간다고 주문을 취소해버리자, 어린애처럼 엉엉 울부짖는다. 단순히 사랑 앞에서 아이가 되어 버리는 건지, 그녀가 불안정한 상황인 건지 종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그 사이 엘리자베스는 그들의 이야기에 깊게 심취한다. 점차 그레이시와 비슷한 차림을 하고 비슷한 화장을 하며 말투, 손짓과 행동까지 비슷해진다. 게다가 놀라울 정도로 빼닮은 외모 탓인지 사람들은 엘리자베스를 볼 때마다 '닮긴 닮았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시종일관 멍한 상태로 하루를 보내는 조는 엘리자베스와 만날 때면 제법 또렷한 눈을 한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의 젊었을 적을 보는 것만 같은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힌 걸까? 속마음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말이 없는 조는 엘리자베스에게 자기 직장을 보여주기도 하고, 산책을 하며 대화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드디어 오랫동안 자신이 숨겨놓았던 그레이시의 편지를 건네기까지 한다.
이 과정에서 감정에 휩쓸린 두 사람은 관계를 맺지만, 이내 자기 인생을 '이야기'라고 부르는 엘리자베스에게 질려버린 조는 그녀를 떠난다. 그리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결국 그레이시와 말싸움을 하게 된다.
"왜 얘기를 못하는 건데?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사랑이 맞는다면 말이야!"
"무슨 소리야? 네가 날 유혹했잖아!"
폭발한 조의 외침에 그레이시는 교묘하게 조에게 탓을 돌린다. 그동안 그레이시 앞에서 한 번도 어린애 인적 없었던 조는, 어린애이고 싶은 마지막 발악에 대응해 주지 않는 그레이시에게조차 질리는 듯하다.
그 사이, 편지를 읽고 그레이시와 완전히 동화된 엘리자베스는 홀로 독백 연기를 한다. 그레이시의 편지를 마치 조에게 말하는 것처럼 읽으면서.
"사람들은 우리가 선을 넘었다고 해. 하지만 그 선은 대체 누가 그린 걸까?"
이 대사가 영화의 핵심인 듯 아닌듯한 중요한 맹점이다. 그레이시는 영화에서 시종일관 남들을 가스라이팅 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황을 이끌어가려는 것이다. 어린 학생이었을 조에게 '선'을 운운하며 '잘못된 것은 우리가 아니라, 내가 아니라, 사회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조가 생각해 봐야 했을 문제에 대해 덮어버린 것이다.
이제 그 메시지를 엘리자베스에게 주어버린 조는 철장 밖으로 나온 나비가 되었다. 한 번 진실을 바라본 순간부터는 다시 몰랐던 때로 돌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불안정한 사람들은 정말 위험하죠. 나는 아주 단단해요."
하지만 그레이시는 여전히 자신이 보고 싶은 모습만을 믿는 듯하다. 그 지점에서 우리는 영화 앞으로 되돌아가 엘리자베스의 대사 하나를 더 떠올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점점 헷갈려. 내가 좋아하는 연기를 하고 있는 건지, 싫어하는 연기를 하고 있는 건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배역을 맡아요?"
"회색 지대에 있는(도덕적으로 모호한) 게 훨씬 흥미로우니까."
성관계를 맺는 연기를 해봤냐는 짓궂은 질문에도 엘리자베스는 진지하게 대답한다. 나체로 부딪히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리듬이 생기는데, 그 리듬에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편이라고. 연기인지 실제인지 헷갈리게 된다고. 그레이시와 조의 삶은 이러한 리듬에 맡겨진 연기는 아니었을까. 어떤 쪽이 진실인지는 생각하는 것보다는, 좋은 쪽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 것이 훨씬 쉬우니까.
더불어 엘리자베스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기 자신을 뚜렷하게 정의 내리거나 온전히 안정적이고 싶지 않아 하는 심리 때문에. 영화 초반에 엘리자베스는 남자친구와 통화를 하지만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고, 사랑한다고 말을 끝맺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리는 등 관심이 없는 태도를 보인다. 반지는 끼고 다니지만, 아직 결혼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엘리자베스는 '연기'라는 매개를 통해 '도덕적으로 모호한' 사람 그 자체가 되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다 보게 되면 모호해진다. 누가 잘못을 했고, 누가 피해자인지. 사회가 말하는 대로 받아들이면 그것이 정답이 되지만, 그들의 화학작용을 그대로 보았을 때 판결은 더욱 어려워진다.
다만 나는,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서도 그레이시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치울 수 없었다. 그녀가 아동 성범죄자라서가 아니다. 조가 피해자라서도 아니다. 그녀가 조를 비롯한 다른 주변 인물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가 성인이 될 때까지 이 비밀을 지켜야 해."
정말 조를 사랑했다면 성인이 될 때까지 비밀 연애를 할 게 아니라, 조가 성인이 되어서 다른 사람을 만나도 마음이 변치 않는지 스스로 확인할 기회를 주었어야 맞는 것이다. 물론 누구의 강요도 없이 조가 자발적으로 그레이시가 사회와 격리되어 감옥에서 지내는 시간을 전부 기다려주긴 했다. 하지만 자녀가 생겼고, 자녀를 조가 한 지붕 아래서 키웠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교묘한 가스라이팅의 대가인 그레이시보다 더 무서웠던 건 엘리자베스였다. 정확하게는 엘리자베스의 욕망이랄까. 그녀는 진심으로 그레이시가 되고 싶어 한다. 그건 연기에 대한 열정이 아니다. 그저, 그 도덕적으로 모호하고 법이라는 잣대로는 판단 내리기 어려운 그 인물 자체가 되고 싶었을 뿐. 실제로는 자신이 저지르지 못할 일들을 하며 즐기는 듯한 모습이 소름 돋기도 했다.
하지만 삶을 통째로 연기한 사람과 연기를 삶처럼 사는 사람, 두 사람 다 무섭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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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별에 필요한 | 한국형 우주 로맨스 애니의 명과 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엄마의 뒤를 이어 NASA 화성 연구원이 되고 싶은 '난영'(김태리). 최선을 다했지만 아슬아슬하게 합격선에 걸친 그녀는 부족한 연구 실적도 쌓고, 약간의 휴식도 즐길 겸 한국으로 되돌아온다. 오랜만에 들린 집을 정리하던 중 엄마의 유품인 턴테이블을 고장 내 버린 난영. 그녀는 턴테이블을 고치기 위해 나선 길에서 우연히 음향 기기 수리 아르바이트 중이던 '제이'(홍경)를 만나고, 얼떨결에 그에게 턴테이블을 수리받는다.
우연한 만남은 이내 운명적인 사랑이었음이 드러난다. 난영이 미국에서 지낼 때 반복 재생할 정도로 좋아한 미완성곡의 주인이 제이였던 것. 남다른 접점과 비슷한 취향을 발견한 난영과 제이는 빠르게 사랑에 빠지지만, 이내 시련이 닥친다. 화성 연구원으로 발탁된 난영이 엄마와 자신의 꿈을 위해 화성으로 떠나기로 결심하고, 지구에 홀로 남은 제이는 난영이 좋아하던 곡을 마저 완성하면서 그녀의 귀환만을 기다리기 시작한다.
명암이 확실한 한국 애니메이션의 도전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이후 큰 변화 중 하나는 한국 영화 및 드라마 크리에이터들의 도전 정신이 아닐까 싶다. 제작 과정에 간섭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된 덕분에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와 소재를 다룬 작품이 다수 탄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내에 국한된 변화가 아니었다. <킹덤>, <인간수업>, <오징어 게임> 등의 성공에 자극받은 다른 OTT나 방송국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탔으니까.
한지원 감독의 신작, <이 별에 필요한> 또한 넷플릭스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증명한다. <이 별에 필요한>은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드물었던 애니메이션 영화이기 때문. 세계 5위권을 오가는 한국 영화 시장의 규모를 고려하면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는 철저한 비주류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저연령층 애니메이션은 <사랑의 하츄핑>처럼 흥행력을 보여준 사례가 있지만, 고연령층 애니메이션 중에는 흥행에 성공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제작된 <이 별에 필요한>은 한국 영화계에 남아있는 또 하나의 벽에 도전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는 빛을 강조한 그림체만큼이나 명과 암이 뚜렷하다. 마치 사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을 보는 듯한 작화는 그 자체로 눈을 즐겁게 한다. 그에 반해 기존 로맨스와 SF 작품을 답습한 서사는 개성이나 독창성을 살리기에는 짜임새가 부족하다.
눈이 즐거운 기술적 성취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서도 셀 애니메이션 영화는 특히 찾아보기 어려운 장르다. 3D 애니메이션 중에는 최근에 개봉한 <퇴마록> 같은 사례가 있지만, 셀 애니메이션으로는 그나마 <마당을 나온 암탉>, 연상호 감독의 <서울역>이나 <사이비> 정도가 있을 뿐이다. 척박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눈을 즐겁게 해 주는 <이 별에 필요한>은 존재 자체로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특히 미래의 서울 풍경을 그려낸 배경 작화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한국 영화 속 미래의 서울은 디스토피아적으로 묘사된 경우가 많았던 반면, <이 별에 필요한>은 낙관적인 희망이 담긴 2060년대 서울을 그려냈다. 종로나 청계천, 세운 상가 등 익숙한 풍경을 큰 틀에서는 유지하면서도 홀로그램 간판이나 고가도로, 고층 빌딩 등을 덧대서 현재와 미래의 분위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이에 더해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유사한 연출 방식은 로맨스 영화에 적합한 청량한 분위기를 빚어낸다. 풍경을 묘사할 때 렌즈 플레어를 활용하고, 캐릭터와 배경에 동일하게 초점을 맞추는 식이다. 배경 음악을 적극적으로 삽입해서 두 주인공의 감정선을 고조하고, 카메라를 360도로 회전하며 그 감정선을 강조하는 방식 또한 <너의 이름은.>과 같은 작품에서 효과가 검증된 연출법을 빌린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기술적으로 100% 만족스러운 영화는 아니다. 일부 장면에서는 인물의 얼굴을 클로즈업할 때 표정 표현이 어색한 지점이 노출되기도 한다. 이에 더해 전문 성우가 아니라 배우에게 더빙을 맡긴 것도 물음표를 남긴다. 영화 캐릭터의 개성보다는 배우의 존재감이 먼저 각인되다 보니 다소 따로 노는 영상과 음성으로 인해 몰입감이 순간적으로 저해하는 때도 있다.
익숙하다 못해 궁금하지 않은 로맨스
반면에 <이 별에 필요한>의 서사는 새로운 성취를 보여주지 못했다. 흔히 한국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도전적인 작품은 외관에 비해 알맹이가 아쉬운 경우가 많은데, <이 별에 필요한>도 예외는 아닌 셈이다. 우선 로맨스 영화로서 <이 별에 필요한>은 클리셰를 답습한 결과 지나치게 무난하다. 지구와 화성이라는 독특한 배경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한 나머지 평범한 롱디 커플의 연애사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구와 화성이라는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는 로맨스는 그 자체로 여러 변수를 상상할 수 있는 소재다. 그런데 <이 별에 필요한>은 정작 그 공간적 특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난영과 제이의 우연한 만남, 연애의 시작, 화성으로 떠나려는 난영과 만류하는 제이의 갈등 등 대부분의 이야기가 지구에서 펼쳐지기 때문. 난영이 화성이 아니라 아프리카나 남미의 오지로 떠나는 것으로 설정해도 둘의 로맨스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지구와 화성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오히려 서사의 균형감이 무너뜨리기까지 한다. 화성이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가 너무 무거운 나머지 두 연인의 갈등 상황에서 한쪽의 문제나 입장은 너무 사소하게 느껴진다. 난영은 고민은 가족의 역사가 걸린 결단이다. 그녀는 화성에서 사망한 어머니의 꿈을 대신 이뤄야 한다는 굳은 의지를 지녔다. 그렇기에 운명처럼 만난 제이와의 관계가 무너질 각오를 하고서라도 화성으로 떠난다.
그에 반해 제이는 밴드 멤버들과의 의견 차이로 그만둔 음악을 다시 시작할지를 고민한다. 물론 자아실현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가족사가 얽힌 도전과는 그 층위가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SF적인 배경까지 더해지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진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꿈을 응원한다는 연결고리가 있더라도 제이의 서사는 서서히 난영의 서사에 가려진다. 결국 <이 별에 필요한>의 로맨스는 보기에만 예쁜, 마치 향기 없는 모란꽃과 같아진다.
물리법칙을 뛰어넘는 사랑
후반부를 장식하는 <이 별에 필요한>의 SF적인 전개 또한 좋게 말해 무난하고 나쁘게 말하면 기시감이 진하다. 난영이 화성에서 고립되듯이 우주를 탐사하는 우주비행사가 조난되는 전개는 사실 SF 작품들에 없어서는 안 될 클리셰다. 화성이 배경이라는 점은 리들리 스콧의 <마션>을 연상시킨다. 여성 주인공이 조난됐다는 점에서는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를 떠올릴 수도 있다.
다만 <이 별에 필요한>에서는 특히 <인터스텔라>와의 유사점이 두드러진다. 우선 상황이 비슷하다. 두 영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이 우주로 떠난 뒤 연락이 끊겼고, 그저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또 두 작품은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 사랑을 상징하는 명확한 오브제가 등장하고,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도 비슷하다.
<인터스텔라>에서 '쿠퍼'(매튜 매커니히)는 물리적으로 닿을 수 없는 지구에 있는 딸 '머피'(맥켄지 포이/제시카 차스테인)에게 자신이 관찰하고 알아낸 데이터를 알려주기 위해 목숨을 걸고 블랙홀 속에 진입한다. 5차원 세계에서 깨어난 후 그는 중력을 이용해 딸에게 메시지를 남긴다. 그가 우주로 떠나기 직전에 선물한 손목시계 초침을 조작해서 데이터를 모스 부호로 표현한 것.
이처럼 쿠퍼와 머피에게 손목시계가 있다면, 난영과 제이에게는 턴테이블이 있다. 화성에서 조난된 뒤 의식을 잃었던 난영은 마치 턴테이블처럼 생긴 우주 속에 빠지고, 제이의 음악을 들으면서 턴테이블의 중심에 있는 지구를 향해 우주를 거스르는 환상 끝에 의식을 되찾고 생존하는 데 성공한다. 이는 턴테이블 때문에 성사된 두 사람의 우연한 첫 만남을 <인터스텔라> 속 손목시계처럼 활용한 묘사라 할 수 있다.
<인터스텔라>가 되지는 못했다
다만 <이 별에 필요한>은 <인터스텔라>만큼의 감동이나 전율까지는 안기지 못한다. 오브제를 활용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상대적으로 덜 정밀했기 때문이다. <인터스텔라>는 쿠퍼와 머피 모녀의 애증을 손목시계 하나로 보여주기 위해 여러 단계의 설계를 해놨다. 쿠퍼가 머피에게 손목시계를 선물로 남기는 장면을 초반부의 하이라이트에 배치하고, 손목시계에 관련된 복선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식이다.
그에 반해 극 중 턴테이블은 난영과 제이의 관계 시작점이기는 하나, 손목시계만큼 뇌리에 각인되는 오브제라고 하기는 어렵다. 둘의 사랑이 시작된 후로는 우산처럼 턴테이블을 대신하는 소재도 등장하고, 턴테이블보다는 난영이 반복 재생할 정도로 좋아한 제이의 음악 그 자체가 더 강조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턴테이블처럼 생긴 우주가 등장하는 장면은 다소 급작스럽게 느껴질 여지가 존재한다.
부족한 짜임새는 작품을 관통하는 '아날로그'라는 주제 의식을 약화하기에 더욱 아쉽다. <이 별에 필요한>은 초반부터 의식적으로 디지털 세상을 거스르는 아날로그 기기를 등장시키며 손과 마음이 직접 닿는 아날로그적 감성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틀고 화상채팅으로 모든 의사소통을 하는 난영과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고 종이와 펜으로 메모하는 제이를 반복해서 대비하는 식이다.
아날로그 기기의 역할은 후반부에서 다시 한번 강조된다. 난영이 화성에서 조난당했다는 뉴스를 본 제이가 난영의 아버지에게 빌린 안테나를 설치해서 난영에게 연락을 시도하고,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극적으로 재회한 둘이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는 우주를 턴테이블처럼 묘사하고, 미래 시점인데도 2020년대 풍경을 섞은 작화의 특징과도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 별에 필요한>의 극본이 이 주제 의식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하지는 못했다는 것. 그러다 보니 <인터스텔라>를 볼 때와는 다르게, 제이와 난영이 무전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장면에서는 감동보다 과학적으로 가능한지 의구심이 먼저 들기도 한다. 이는 그만큼 충분히 관객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나 다름없다.
첫술에 배부르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이 별에 필요한>은 군더더기 없이, 상당한 세련미를 자랑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삼각관계처럼 답답한 클리셰는 꺼내지 않기 때문. 영화 곳곳에 짧게 삽입되어 임팩트를 주는 밴드 음악도 청량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에 더해 구도적으로도 신선한 그림이 있다. 우주로 떠나는 사람을 여성, 지구에서 기다리는 사람을 남성으로 설정한 덕분에 일반적인 SF 구도를 탈피할 수 있다.
단지 기시감이 짙은 플롯의 구조와 짜임새가 부족한 스토리텔링으로 인해 고유의 개성과 장점이 돋보이지 못하니 아쉬울 따름이다. 종합하면 <이 별에 필요한>은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에 충실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삭막한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의 현실을 고려하면 기술적으로는 분명히 가능성을 보여준 도전이기에 인상적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첫술'이라는 한계에 안주한 것은 아닌가 싶은 아쉬움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Acceptable 무난함
도전이라는 지구와 안정감이라는 화성 사이에서 빛이 바랜 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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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의 위선을 글로 담은 작가, 맹크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내며 살아가는 시대다. 인터넷과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나감으로써 세상의 수많은 생각과 문제들을 알아나간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내며 사회 시스템이나 특정 조직의 시스템을 비판하기도 하고 그것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작은 불씨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렇게 누군가가 보여준 현재의 문제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 그래서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회를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바꿔나가는데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사람들에게 전달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각종 미디어, 영상매체는 최신의 미디어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달하지만, 글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보나 지식을 기록하고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기 시작한 글쓰기는 이제 자신의 생각을 담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되었다. 누구나 어디서나 글을 쓸 수 있고, 그 글 자체가 힘이 있고 훌륭하다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매체도 결국 글을 씀으로써 시작된다. 누군가 자신의 생각과 시대상을 담아 한 편의 시나리오를 쓰고 그것이 영상화가 되면 그것은 오랜 기간 동안 남아 무수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 결론적으로 글과 함께 그것을 구현한 영상이 남는 것이다. 그래서 글과 영상 모두 글쓴이의 인장이 남게 된다.
<시민 케인>의 시나리오 작가 허먼 맹키위츠의 이야기
영화 <맹크>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 맹크, 허먼 J. 맹키위츠(게리 올드만)가 쓰는 글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시대적으로 1930-40년대의 이야기이지만 맹크가 겪었던 일들과 그가 쓰는 이야기는 현재에 적용해도 큰 괴리감이 없다. 과거 명작 영화로 꼽히는 <시민 케인>(1941)의 공동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을 올렸던 그의 행동과 생각이 영화 <맹크>에서는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으로 영상화하여 전달된다. 즉, 맹크가 그의 역작인 <시민 케인>의 시나리오를 쓰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영화 전반에 걸쳐 보인다. 그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오슨 웰스(탐 버크)의 제안으로 공동 시나리오 작업을 맹크에게 제안하게 되고 맹크는 그 제안을 받아들여 속기사 리타(릴리 콜린스)와 함께 작업을 시작한다. 웰스는 맹크에게 60일의 마감 시한을 전달하지만 몇 주전 교통사고를 당해 침대에서만 있을 수 있고, 알콜 의존 증상이 있어 충분하지는 않은 시간이다.
영화는 현재 글을 쓰고 있는 맹크의 시점과 과거 맹크가 할리우드 주요 인물들과 만나며 경험하는 과거의 플래시백을 교차로 보여준다. 현재 시점에서는 맹크가 글을 쓰는 지난하고 어려운 과정을 보여주면서 알콜 의존증을 보이는 그의 이면에 숨어있는 그의 고민과 생각을 천천히 보여준다면, 과거의 모습을 통해서는 맹크가 왜 <시민 케인>이라는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맹크가 만난 할리우드 주변 인물들은 다양하다. 거대 미디어 회사 창업주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찰스 댄스)는 그 모든 이면에 있는 중심인물로 맹크가 <시민 케인>을 쓰게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허스트의 정부로 알려진 여배우 마리온 데이비스(아만다 사이프리드), 할리우드 영화사 메트로 골드윈 메이어의 공동창업주 루이스 B. 메이어(알리스 하워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이야기되는 인물들이다.
맹크가 미디어 재벌에 주목한 이유
이런 인물들 가운데에서 맹크는 왜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에 주목했을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는 굉장히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정치적인 영향력도 상당했고, 당시 할리우드에도 힘을 행사해 다양한 제작자나 배우들에게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맹크가 그를 처음 만나 사적 모임을 제안받는 곳도 영화 제작 현장이었다. 미디어 재벌의 꼭대기에 있는 인물이 영화의 제작 현장에 까지 와서 그 장면을 본다는 것 자체가 영화 제작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막강한 힘을 가진 인물이 겉으로는 아주 고상하고 선한 얼굴을 하면서 뒤에서는 거짓된 정보를 전달하여 대중을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맹크는 그의 그런 위선적이고 기만적인 모습을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알아챈 것이다.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의 현실은 영화사 창업주 루이스 메이어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는 직원들을 모아놓고 그들 앞에 서서 회사의 경영상황이 어렵게 되어 월급 50%를 당장 삭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울면서 한다. 거기에 반응한 직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지만, 무대를 벗어난 이후에 눈물을 닦으며 본인의 연기가 어땠는지를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루이스 메이어의 감정에 호소하는 연기를 이용해 회사는 큰 금액의 비용 절감을 단번에 얻어낸 것이다. 그는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대리인이자 실행인으로 그런 위선적인 모습으로 그 당시의 할리우드를 이끌고 있었다.
무엇보다 영화에서 가장 악랄하게 묘사되는 부분은 가짜 정보를 만들어내는 장면이다.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나 루이스 메이어가 정면에서 시키는 모습은 나오지 않지만 그것의 배경에 그들이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 후보를 위해 지지 영상을 만들거나 상대 후보의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영상을 만드는데, 그 영상들이 모두 가짜 인터뷰로 구성된다. 재연 배우를 통해 만들어진 그 영상은 일종의 프로파간다용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자신들이 유리하게 바꾸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었다.
맹크는 이들의 행태가 어떤 이들에게는 심각한 마음의 병과 죄책감을 유발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가짜 영상을 만들었던 감독이 자살하거나, 그들의 선동을 위해 해고된 단역배우가 이용되는 모습을 보고는 그렇게 만든 이들에게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나 루이스 메이어가 참석하는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그들의 생각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정치적으로 반대에 있다는 발언을 직설적으로 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들의 위선을 바꿀 수 없고, 대중들도 그런 점을 모르고 넘어갈 것이 분명하다.
과거의 위선들이 여전히 이어지는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그것 때문에 맹크는 <시민 케인>이라는 글을 이미 구상하고 있었으며, 그것을 정말 쓸지 말지에 대한 자신의 고민과 주변의 만류 등을 모두 고려한 후 마침내 글을 완성하기로 한다. 처음엔 영화의 각본가로 크레딧에 추가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했으나 작업의 말미에 그는 자신의 이름을 영화의 크레딧에 넣을 것을 오슨 웰스에게 강력히 요청한다. 오슨의 짜증과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 그는 자신의 이름을 크레딧에 올린다. 그리고 그 영화는 영화 역사에 기념비적인 작품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었고, 현재까지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비록 감독 오슨 웰스와의 관계가 틀어지고 할리우드 제작자들의 견제를 받게 되었지만 그는 혼신의 힘을 담은 글로 세상의 위선을 고발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현재는 어떤지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은 그런 프로파간다나 위선이 없어졌을까. 아니다. 여전히 가짜 뉴스는 대중들에게 전달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은 더 많아졌다. 오히려 과거보다 더 복잡다단해졌다. 결국에는 영화의 맹크처럼 개개인의 목소리를 내는 방법밖에는 없다. 꼭 맹크가 쓰던 긴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의견과 관점을 글로 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은 현재에도 여전히 중요하다. 그렇게 쓰여진 글은 뉴스가 되기도 하고 영상으로 옮겨져 대중들에게 전달되기도 한다. 그런 노력들이 계속 이어질 때, 또 다른 맹크가 등장해 좋은 이야기로 대중을 설득하기도 할 것이고 위선자들의 진실을 알려주기도 할 것이다. 결국 글쓰기로 시작한 그 작은 행위들이 모여서 사회를 변화의 길로 만드는 작은 씨앗이 된다.
영화의 감독은 <나를 찾아줘>(2014), <소셜 네트워크>(2010), <세븐>(1995) 등 여러 사회심리 스릴러를 연출한 데이빗 핀처가 맡아 흑백영화로 제작하였다. 흑백영화 특유의 질감과 잡음 섞인 소리, 그 당시의 자막을 세밀하게 연출하여 마치 그 당시의 흑백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준다. 영화사적 지식이 없는 관객들에게는 초반이 다소 어렵고 따라가기 어렵게 느껴지지만 서서히 몰입하게 만들어 플래시백과 현재가 빠르게 교차되면서 만나는 말미로 가면 비로소 이야기의 전체 줄기가 보이게 되어 이해를 돕는다. 주요 등장인물을 연기하는 게리 올드만이나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의 배우들의 연기도 무척 훌륭하고 아름답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와 영화 예고편을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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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크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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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개봉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비> !마고로비, 라이언 고슬링 가수 두아리파까지 핫한 라인업들로 기대는 점점 올라가고 있는데요 그럼 이번주 개봉작 같이 시작해볼까요~?
바비
Barbie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14분
감독: 그레타 거윅
출연: 마고로비, 라이언고슬링, 두아 리파등
개봉: 2023.07.19.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시놉시스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과 예기치 못한 여정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CINE PICK!
그레타거윅 감독은 첫 작품 <레이디 버드>에서 제 75회 골든 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했고 <작은 아씨들>로 제 92회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세계에서 주목받는 여성감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연기력과 스타성을 모두에게 인정받아 현채 할리우드에서 활발이 활동중인 마고로비는 <바비>의 제작자이자 주인공을 맡아 놀라운 활약을 펼칠 예정입니다.
인시디어스: 빨간문
nsidious: The Red Door
ⓒ 네이버영화
개요: 공포 | 미국 | 107분
감독: 패트릭 윌슨
출연: 타이시민스, 로즈 번, 패트릭 윌슨 등
개봉: 2023.07.12.
배급: 소니픽처스코리아
시놉시스
<인시디어스: 두번째 집> 이후 램버트 가족이 다시 겪게 되는 끔찍한 악몽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조쉬'는 수상한 존재가 주변을 맴돌고 있음을 느끼고, 집을 떠나 대학에 입학한 ‘달튼'은 봉인된 기억 속 빨간 문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램버트 가족에게 연달아 기괴한 사건들이 일어나고과거의 비밀이 끔찍한 악몽으로 되살아나는데…
CINE PICK!
인시디어스’가 5년 만에 다섯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바로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램버트 가족과 함께 서늘한 악몽으로 초대합니다. 영화 ‘인시디어스: 빨간 문’(감독 패트릭 윌슨)은 ‘인시디어스: 두 번째 집’ 이후 램버트 가족이 다시 겪게 되는 끔찍한 악몽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인시디어스> 시리즈를 처음부터 함께한 배우 패트릭 윌슨은ㅇ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았습니다 그는 "관객들에게 트라우마를 잊으려고 최면을 받은 가족들에게 10년 뒤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라고 의도를 밝혔습니다.
더 썬
The Son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영국 | 122분
감독: 플로리안 젤러
출연: 휴 잭맨, 로라 던, 바네사 커비 등
개봉: 2023.07.19.
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시놉시스
“그 무엇보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어…” 성공한 변호사로 뉴욕에서 행복한 새 가정을 이룬 피터는 어느 날, 전처에게 아들 니콜라스가 학교를 나가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는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피터는 아들을 집으로 데려오지만 애를 쓸수록 두 사람의 사이는 어긋나기만 하는데…
CINE PICK!
젤레르 감독이 직접 쓴 연극을 바탕으로 연출한 이 영화는 제목과는 달리 아들이 아닌 아버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우울증을 앓는 아들을 예전 모습으로 돌리려 애쓰는 피터를 보여주면서 과연 좋은 부모는 어떤 것인지,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부모는 자기 행복은 기꺼이 포기해야만 하는 전지, 이 간극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것이냐고 영화는 관객들에게 질문합니다.
보통의 카스미
I Am What I Am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일본 | 104분
감독: 다마다 신야
출연: 미우라 토코, 마에다 아츠코, 이토 마리카
개봉: 2023.07.19.
배급: (주)비싸이드 픽쳐스
시놉시스
카스미 said “난 연애도 안 하고 싶고 애초에 그런 감정도 없고 혼자서 살 수 있고 그게 쓸쓸하다고 생각한 적 없어 불행하게 느낀 적도 없어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이게 나인 걸 어떡해?” 나는 나일 뿐! LOVE MYSELF! 혼자인 게 가장 행복한 보통의 ‘카스미’가 온다!
CINE PICK!
30대에 접어든 카스미는 점점 또래에서 멀어져 가는 것만 같습니다. 카스미는 평생 연애 감정도 성욕도 느껴본 적 없고 그에게 호감을 보이는 이성도 여럿 있지만, 혼자가 편하고 지금 이대로의 삶에 만족해 합니다.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통상적인 기준을 벗어난 카스미를 보며 MZ 세대들이 공감할 만한 영화입니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She Likes That
ⓒ 네이버영화
개요: 멜로 | 일본 | 122분
감독: 구사노 쇼고
출연: 카미오 후주, 야마다 안나 등
개봉: 2023.07.19.
배급: 홀리가든
시놉시스
“…를 좋아해, 너만 아는 비밀이야” 그날, ‘그 코너’에서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각자 좋아하는 것을 숨기고 살아가는 고등학생 ‘안도’와 ‘미우라’. 같은 반 친구 정도로만 거리를 유지하고 있던 두 사람은 어느 날 우연히 서점의 한 코너에서 부딪히게 되고, 뜻밖에 ‘미우라’의 비밀을 공유하게 되며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사적인 시간들을 함께 보내는 나날들이 많아진 두 사람. 어느새 ‘미우라’는 ‘안도’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그에게 조심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데….
CINE PICK!
웹소설로 인기를 끈 뒤 드라마에 이어 극영화로 제작된 작품입니다.「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호모이지 내가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국내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장르는 멜로 로맨스이지만 평범한 로맨스가 아닌 세상의 편견에 부딪히며 우정과 사랑을 아우르는 둘의 관계를 그릴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다섯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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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이퀄라이저> 공식 예고편
전직 CIA 요원 로빈 맥콜은 고모인 바이올라 마세트 그리고 딸 딜라일라와 함께 지낸다.
CIA는 최고의 요원이었던 로빈이 복귀하도록 회유하기 위해 로빈의 친한 선배이자 전직 CIA 소속이었던 윌리엄 비숍을 보내 보기도 하지만 소용없다.
그러던 중 로빈은 살해 현장을 목격했다가 오히려 살인 누명을 쓴 십대 소녀 쥬얼 마차도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쥬얼을 돕기 위해 옛 동료인 스나이퍼, 멜로디 바야니와 해커인 해리 케시지언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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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모비우스> 30초 예고편
2022년 3월, 가장 강렬한 마블 안티 히어로의 등장! 구원자인가, 파괴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