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03-10 00:00:00
올 봄, 우리들의 마음을 노랗게 물들일 영화 <당신의 사월>
올 봄, 우리들의 마음을 노랗게 물들일 영화 <당신의 사월>
출처: 네이버 영화
유난히 춥고 쓸쓸하게만 느껴진 올 겨울을 보내고 사회적 연대와 사람들의 발길이 더욱 그리워진 요즘, 따뜻한 온기로 그리운 빈 자리를 위로해 줄 영화 <당신의 사월>이 봄을 맞아 다시한 번 우리들의 마음을 노랗게 물들일 예정이다. 그날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를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당신의 사월>은 일상 속 노란 리본을 아름답게 그려낸 메인 포스터를 공개하며 예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당신의 사월>은 2014년 4월 16일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당신과 나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우리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다.
이번에 공개된 메인 포스터는 맑은 하늘과 넓은 운동장의 배경과 함께 중심부에서 포스터 전체를 가득 채운 노란 리본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매번 우리들에게 봄을 알리는 개나리꽃이 피어있는 장면과 어우러진 “그날을 기억하는 우리의 이야기, 당신의 리본을 보여주세요”라는 카피는 익숙한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들의 리본을 되짚어보게 만든다. 더불어 노란색이 주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로 우리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포스터는 돌아오는 4월 16일을 기억하며 노란 리본을 매달아 보자고 권유하는 듯하다.
한편, 7주기에 맞춰 세월호 참사 피해자 및 유가족들에게 연대와 공감을 전하고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실어줄 영화 <당신의 사월>은 지금 가장 기억해야 되는 작품으로 주목받으며 2021년 가장 주목해야 되는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씨네랩 에디터 Jade.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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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권태 속에서 만난 그들만의 이끌림, "스프링 블라썸"
10대와 30대의 만남, 어떻게 볼 것인가?
나이 차는 꽤 나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서로 간의 공통점이 많은 둘.
이것도 사랑이라면 사랑인 건가?
10대인 '수잔'은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지만, 그 끝에는 항상 수잔 혼자만이 홀로 남아있다.
수잔이 원해서 일부러 또래 친구들과 멀어지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는 장담할 순 없겠지만
수잔은 자신이 또래 친구들과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느 하루, 수잔은 또래 친구들처럼 파티에도 참석하여 그들만의 어울림에 끼려고 하지만 이마저도 잘 맞지 않은지 어영부영 끝나고
집 가는 길에도 친구들과 같이 가기는 커녕 혼자 따로 떨어져 간다.
그렇게 수잔은 또래 친구들과 조금씩 멀어져 간다.
일상생활, 학교생활 모두에 지친 수잔은 매일 이 거리를 드나드는데,
그곳에서 한 남자를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수잔은 한 순간 그에게 빠져 그의 주위를 맴도는데..
'라파엘'은 수잔이 매일같이 드나드는 거리에 있는 한 극장에서 연극을 하고 있는 배우로,
몇 년째 똑같은 대사, 똑같은 연기만 기계처럼 반복하고 있는 자신에게 매우 지쳐있는 인물이다.
이 둘 사이를 자세히 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서로 같은 점이 있어서인지 둘은 서로를 알아보고 눈이 맞으며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수잔'과 '라파엘'의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우선 수잔은 항상 똑같은 일상에 지쳐있는 인물이다.
여자 친구들, 남자 친구들, 선생님, 저 자신까지도.
그 모두에게 다 지쳐있어 지루하기만 한 하루를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학교 생활, 일상 생활이 모두 즐겁지 않을 수밖에.
라파엘 역시 매번 지겹도록 반복되는 일상에 심히 지쳐있는 상태인데,
연극이 행복하냐, 연극을 즐기고 있냐는 수잔의 물음에 무섭다고 답할 정도로 라파엘은 연기하는 법을 잊어버릴까봐 두려워한다.
이 점에서 봤을 때, 수잔과 라파엘은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일상에 지쳐있다는 점에서 서로 공통점을 가진다.
즉, 이 둘 모두 삶의 권태기를 맞이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수잔과 라파엘 모두 자신이 속해있는 곳에서 소속감에 들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잔을 보면 친구들이 말을 걸거나 학교생활 관련하여 물어볼 때 일부러 회피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도 수잔이 먼저 거절하기 일쑤이다.
그러다보니 친구들 역시 처음엔 다가오다가도 나중에는 수잔에게 다가가려고 하지 않는다.
이렇듯 수잔은 자신이 속해있는 곳에 자신이 원해서 소속감에 들려고 하지 않는다.
라파엘도 마찬가지이다. 연극이 끝난 후 회식 자리를 가지려고 하면 그 자리를 벗어나고자 한다.
회식할 거냐는 물음에 '아니'라는 대답만 내놓기 일쑤였다.
수잔과 함께 있을 때도 동료들이 회식할 거냐는 물음에 예의상 간다고만 하지, 실제로는 가지 않는다.
이렇듯 라파엘 역시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즉, 소속감에 들려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수잔과 라파엘은 각자 자신의 나이대에 맞는 사람과는 잘 어울리지 않고
자신과는 다른 나이대에 더욱더 관심을 가지는 듯 싶기도 하다.
그렇게 10대인 수잔과 30대인 라파엘이 만나는 횟수가 잦아들면서 가까워지게 되고,
아침 일찍 만나 밥까지 같이 먹게 되는 등 서로에 대해 알아가게 되는데..
아침 일찍 만나 같이 밥을 먹게 된 그날, 라파엘은 수잔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연극의 서곡에 흘러나오는 오페라 곡을 들려준다.
이 오페라 곡을 들으면서 둘은 서로 짜지 않았는데도 음악에 몸을 맡긴 채 같은 동작을 취하며 춤을 추게 되는데,
이 곡이 어쩌면 두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의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라파엘이 좋아하는 오페라 곡은 영화에서 총 두 번 나오는데,
그 중 첫 번째로 들었을 때는 서로의 호감 정도를 표시하며 확인하는 의미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리고 뒤이어 또 한 번의 오페라 곡이 나오는데, 두 번째로 나왔을 때는 두 사람의 사랑이 깊어졌다는 의미를 표현하고자 했던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오페라 곡을 통해 처음에 표현했던 동작이나 움직임들이 두 번째로 표현했을 때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움직임이 느껴졌으니까.
처음에는 두 사람의 호감을 표시했다면, 두 번째에는 두 사람의 깊어진 사랑을 표현한 것 같달까.
영화를 보다 보면 아무래도 10대와 30대와의 사랑이다보니 그 차이를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소재가 자주 등장한다.
'사탕'과 '담배'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수잔과 라파엘은 한 상점에 들어가서 물건을 사게 되는데
라파엘은 담배를, 수잔은 라파엘의 첫 선물로 사탕을 사게 된다.
담배는 10대인 수잔이 살 수 없는 영역이자 10대와는 좀 거리가 있어보이는 소재이고,
사탕도 취향이다보니 확답을 지을 순 없지만 30대보다는 10대를 나타내는 데에 더 가까워보이는 소재라고 느껴진다.
두 사람이 상점에서 산 물건을 봤을 때 10대와 30대의 간극과 사랑이 동시에 확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사탕과 담배외에도 또 다른 소재로도 10대와 30대간의 간극이 느껴지는 소재가 있는데,
그건 바로 '석류 레몬에이드'와 '맥주'이다.
라파엘은 맥주를, 수잔은 석류 레몬에이드를 시키는 장면에서 그 차이를 엿볼 수 있다.
맥주는 아직 수잔이 먹기에는 어린 나이에 해당되고 보통 어른들이 주로 마시므로 성인에 해당되고,
석류 레몬에이드는 그에 반대인 의미를 나타내는 것 같아 10대와 30대 간의 간극이 잘 보여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10대와 30대와의 만남..?
솔직히 약간 꺼려지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당혹스러운 면도 있었고.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었으니까..
그런 만남을 보면 처음부터 색안경 끼듯이 편견을 안고 바라봤던 것 같다.
하지만, '스프링 블라썸'을 보면서는 나이차가 무색하게도 서로간의 어떠한 공통점이 있어 마음이 잘 맞는다면 이것 또한 사랑이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사랑에는 나이가 없구나 하는 생각 또한 들었다.
서로를 향한 이끌림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것을.
그 순간 과거, 편견을 안고 봤던 나 자신이 좀 부끄러워졌다.
나이대가 비슷해야 그래도 좀 더 잘 맞을 거라는 나의 편견..
또한 영화 안에서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과 같은 장치가 없는데, 이렇듯 오리지널 감성으로 사랑에 대한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 표현해 주었다는 점이 가장 인상깊은 듯 싶다.
덕분에 옛날 감성의 느낌으로 사랑에 대해 집중해서 본 느낌이랄까. 오히려 그 둘만의 관계에 더 집중해서 보게 된 가장 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스프링 블라썸'에 대한 나의 평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 둘을 보고 있으면 괜히 나의 봄날도 기다려지고, 사랑에 나이차는 무색하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가장 눈여겨 봤던 점! 1. 오페라 곡을 통해 나타내고자 했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2. 10대와 30대의 만남을 나타내주는 소재가 있을까.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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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글로리' 시즌 2 후기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더 글로리 시즌 2
(Netflix, 23.03.10 오픈)
크리에이터: 김은숙, 안길호
출연: 송혜교, 임지연 등
드디어 3월 10일!
'더 글로리' 시즌 2가 공개되었습니다 박수~~
무려 두 달을 기다린 작품이라 더욱 기대가 되었는데요
2달 기다린 것 치고는 실망이었,,, 달까요
사실 이보다 깔끔, 명료한 결말은 나올 수 없지만
시즌 1이 너무 휘몰아치는 전개였다 보니까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그 기대감에 못 미치는 엔딩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보면 더 글로리 시즌 2 포스터가
아주 강력한 스포일러였네요 ㅎㅎ
박연진 - 영혼
전재준 - 눈
손명오 - 말
이사라 - 손
최혜정 - 입
각자 저것들로 추락하게 되었거든요
박연진은 영혼이 탈탈 털린 정신 이상자의 모습이 되었다는 것도 있겠지만
무당이 굿을 하며 윤소희의 영혼과 접신하거든요?
윤소희의 영혼이 박연진에게 말을 쏟아내자 박연진이 겁에 질려 도망을 치고,
그로 인해 박연진이 범죄 현장에 다시 돌아오기까지
사실상 윤소희의 '영혼'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전재준은 눈을 완벽히 잃게 되었죠
문동은의 지시로 인해 최혜정이 전재준의 안약에 손소독제를 넣었거든요
운전 중에 눈이 따가워 도로 한가운데 멈추게 되고
하도영측이 트럭으로 전재준을 쳐요
여기서 죽으면 아쉽쥬
하도영은 시각 잃은 전재준을 공사장으로 끌고 와서 한참이나 겁을 준 후에야!
아래로 밀어서 진흙에 파묻히게 만듭니다
전재준의 결말이 가장 속시원하고 잔인했던 거 같아요
손명오는 마지막까지 '말'을 나불대다 죽었... 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캐릭터
박연진 협박하겠답시고 시에스타로 불러서
뭐 콘돔을 쓰게 해 줄래,, 그냥 할래,, 깝치다가
열받은 박연진이 술병으로 내리치거든요
+) 강력한 스포인데,
사실 손명오는 박연진 때문이 아니라 김경란 때문에 죽은 거예요
손명오가 피 흘리면서 살려달라고 하는데
과거 괴롭힘의 트라우마가 떠오른 김경란이 손명오를 한 번 더 내리쳐서 죽게 만들거든요
이 역시 완벽한 권선징악이라 너무 좋았네요
이사라의 '손'은 마약을 거부할 수 없죠
이미 마약에 중독돼 버린 몸... 탈색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나요
문동은의 덫에 걸려 또다시 교회에서 마약을 하게 되고
교회 사람들에게 들켜서 수치심도 얻고 감옥도 가게 되는 결말이었습니다
최혜정은 '입'을 잃었어요 유일하게 최혜정은 문동은의 판에 걸리지 않았네요
물론 모두 문동은이 짠 판이긴 하지만!
이사라랑 싸우다 연필로 목을 찔리거든요
성대 근처를 다쳐서 평생 목소리를 잃을 수 있다고 하네요
시즌 2가 실망적인 이유는 아역의 부재 탓도 큰 듯해요
사실 시즌 1도 아역들 보는 맛으로 봤거든요...
정지소, 신예은 님 포함한 모든 아역 분들이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약간,, 해품달 때 성인으로 바뀌며 재미없어지던 것처럼...
아아 그리고 엄마 역 박지아 배우님이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사실 박연진보다 엄마가 더 짜증 났어요
엄마를 주인공으로 했어야 해요 이 정도면
보통은 문동은의 복수를 기대한다고들 하시는데
저는... 괴롭힘 당하는 장면이 제일 재미있었어요
가장 충격적이고, 주인공의 의지를 이끌어내는 장면이라 더욱 그런 듯한데요
시즌 2는 복수 위주로 돌아가기도 하고, 시즌 1보다 강력한 장면이 많이 없어서
시각적으로 충분한 만족을 못 느끼겠더라고요
이래서 앞에서 기대치를 올려 놓으면...
그래서 복수가 아쉽단 생각이 든 걸지도 모르겠어요!
사실상 캐릭터들이 죽음, 파국을 맞이할 거란 거... 저희 모두 알고 있었잖아요?
학폭 소재 드라마에 권선징악은 필수적이니까요
그런데 동은이가 고데기로 화상을 입고, 한참을 맞고, 성추행을 당하던 거에 비해서
가해자들이 너무 빨리 추락해 버렸달까요
조금 더 진득하게 괴롭혔으면 좋았을 텐데
동은이 겁을 줄 때는 그들도 무언가 움직이는 중이었어서 그닥 와닿지 않았고......
이제 처절한 죽음을 맞이할 타이밍에 박연진은 교도소 들어가고
전재준은 그냥 아 눈 따거 하다가 죽어 버렸으니,,,
더 잔인한 방법이었으면 좋았을 거 같아요 이왕 청불 달은 거...!!
계속 아쉬운 것만 얘기하는데...... 또 로맨스가 아쉬웠습니다 하핫
사실 송혜교-이도현 배우님끼리 나이 차이도 많이 나시고
그닥 케미가 맞는다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애초에 주여정이 문동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얼굴밖에 더 있나...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요
문동은이 주여정에게 빠져가는 장면은 로맨틱하고 좋았지만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에는 로맨스가 빠졌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을 거라서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아무래도 로맨스 강자 김은숙 작가님이셔서 ㅎㅎ
아 그리고 주여정의 복수는 아직 덜 끝난 거 같던데
혹시 주여정으로 시즌 3 나오는 건가요 ㅎㅎ
아아 그리고 김현남은... 나름 해피(?) 엔딩이에요
어쩌다 보니 남편이 죽었거든요 (박연진 엄마가 죽임)
혼자 반찬 가게 하면서 생활을 이어가는데 딸은 이미 미국으로 갔구......
사실 그닥 행복할 거 같진 않아요 엄마로서는 ㅠㅠ
언젠가 딸을 만나게 되는 날이 오겠죠...??
그게 진짜 행복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좋은 점도 말해야겠어용
주인집 아주머니와 어린 문동은의 관계가 좋았어요
"얘 근데, 물이 너무 차다, 그치?
우리 봄에 죽자, 응?"
더 글로리 명대사
이게 너무너무 기억에 남아요 ㅠㅠ
"죽지 마", "왜 죽으려고 해, 살아" 이런 말보다도 더 살아갈 의지를 갖게 되는
대사 아니었을까 싶어요......
문동은의 곁에 괜찮은 어른 한둘은 있었다는 게 참... 다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김은숙 작가님 인터뷰 중에
"내겐 가해자들 지옥 끝까지 끌고 갈 돈 있다" 라고 하신 내용이 있었는데
이렇게 영향력 있으신 분이 학폭 관련 소재 드라마 써 주셔서 너무 좋았어요
*스토리: ★★★★★
*연출: ★★★★
*영상미: ★★★
*연기: ★★★★★
*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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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비 알고리즘] 빛나고 행복했던 우리의 꿈, 나의 로봇 친구
[무비 알고리즘 Movie Algorithm]:
[무비 알고리즘]에서는 다양한 영화들을 하나로 묶어본다. 너무나 달라보이는 영화들. 하지만 영화 하나하나를 조금씩 살펴보면, 우리는 그것들에게서 어떠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이번 무비 알고리즘의 연결고리는 ‘로봇 친구’이다. 지금부터 로봇 친구라는 연결고리로 묶인 네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살펴보자.이른 아침, 나를 깨우는 기계 소리. 윙윙거리고, 철컥거리는 그 소리에 잠깐 놀라지만 이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그것의 목소리. “친구야, 일어나!” 녹슬지 않을까, 꺼져버리지 않을까, 늘 곁에서 보살피고 신경 써야 하는 나의 친구. 하지만 그 친구의 따뜻함과 사랑은 그 귀찮음과 수고를 이겨내게 한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나에게 가장 행복한 날들을 선물한, 평생의 친구. 나의 ‘로봇 친구’들을 소개한다.
<아이언 자이언트 The Iron Giant>
- 영화: 아이언 자이언트 (1999)
- 감독: 브래드 버드
- 출연진: 제니퍼 애니스톤, 해리 코닉 주니어, 빈 디젤 外
‘회색 빛 친구’
냉전시대가 한창이던 1957년, 미국의 한 시골 마을. 근처 바다 한가운데로 대형 고철 덩어리 ‘아이언 자이언트 (빈 디젤 分)’가 불시착한다. 마을에 사는 아홉 살 소년 ‘호가드 휴즈 (일라인 멜리언솔 分)’는 우연한 계기로 그 고철 덩어리를 만나 그를 구해주게 되고, 그에게 자이언트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된다.
이렇게 그 둘은 친구가 되어, 즐거운 시간들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정부 요원 ‘켄트 맨슬리 (크릭스토퍼 맥도날드 分)’가 마을을 찾아온다. 그는 자신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아이언 자이언트의 존재를 장군에게 알리면서, 두 친구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최강 우주병기이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착하기만 했던 아이언 자이언트. 그리고 말썽꾸러기이지만, 아이언 자이언트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호가드. 과연 그들의 우정은 변함없이, 영원할 수 있을까.
‘나를 움직이게 하는’
영화는 작가 ‘테드 휴스’가 쓴 SF 동화 ‘The Iron Man’을 원작으로 한다. 하지만, 거대 로봇과 소년의 우정이라는 원작의 설정만을 사용했을 뿐, 영화는 상당 부분 수정을 거쳐 탄생했다. 따라서 동화 같이 마냥 따뜻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원작보다 칙칙하고 현실적이어서 우리에게 생각할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소년과 거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은 많이 있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거인이 아닌 거대 로봇이다. 이로 인해, 생명체의 따뜻함과 기계의 차가움이 느끼게 해주는 온도차와, 점점 더 가까워지게 하는 온기는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겉으로 보았을 때 차갑고 무서워 보였던 자이언트. 하지만, 기계인 자이언트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결국 열기인 것처럼, 그의 말과 행동은 뜨거운 온기를 내뿜는다. 자신을 발견하고 사랑해준 호가드와 초월적인 우정을 나누는 자이언트는 영화 내내 호가드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인다. 친구와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자이언트의 대사 ‘슈퍼맨’은 수많은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통틀어 놓고 보더라도 상징적이고 기억에 남는 대사였다.
‘내가 되고 싶은 것’
영화는 실사 영화보다 공감이 어려운 애니메이션이며, 인물에게 몰입할 시간조차 부족한 짧은 러닝타임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 ‘브래드 버드’의 눈부신 재능은 작품에 관객들을 빠져들게 한 것을 넘어서, 무생명체인 로봇에게서 인간보다 더 깊은 사랑을 느끼게 만들었다. <토이 스토리>와 <니모를 찾아서> 등 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감독이지만 그는 해당 작품을 본인이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아마 감독 자신의 자전적 경험이 영화에 담겼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감독은 자신의 누나가 남편에게 총기로 살해당하는 아픈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사건을 겪고 “총에게 영혼이 있다면?, 그 총은 자신이 총이 되고 싶지 않다면?”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한 감독의 아픔과 생각은 자연스럽게 자이언트에게 녹아 들었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사실 지구 침공을 위한 정찰기였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작중에서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는데, 정작 자이언트 본인은 자신이 사람들을 해치는 총이 아니라고 말한다. "네가 무엇이 될지는 너 자신이 선택하는 거야”라는 ‘딘 맥코핀 (해리 코닉 주니어 分)’의 말. 그 말에 대한 대답이라도 하듯, 자이언트는 결국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을 불태워 모두의 친구 슈퍼맨이 되었다.
<빅 히어로 Big Hero 6>
- 영화: 빅 히어로 (2014)
- 감독: 돈 홀, 크리스 윌리엄스
- 출연진: 라이언 포터, 스콧 애짓, 다니엘 헤니 外
‘너의 선물, 나의 선물’
샌프란소쿄에 살고 있는 14살의 천재 소년 ‘히로 (라이언 포터 分)’. 형과 유달리 가까웠던 히로는 형인 ‘테디 (다니엘 헤니 分)’의 죽음 이후, 좌절하게 된다. 그러나 테디가 만든 헬스케어 로봇 베이맥스와 우정을 나누며, 다시 이겨내게 된다. 결국 그들은 형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파헤치기로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히로는 테디의 대학 친구들과 팀을 이뤄 ‘빅 히어로 6’를 결성하고, 테디의 원수인 ‘스푸키맨’의 정체를 밝혀내려고 한다. 과연 그들은 테디의 죽음의 이유를 밝히고 온전히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얗고 푹신푹신한’
해당 영화 역시 원작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마블 코믹스의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그 원작이다. 그러나, 작품 속 베이맥스는 평소 우리가 흔히 생각했던 마블의 슈퍼히어로들과는 정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하얗고 푹신푹신한 힐링 로봇인 베이맥스는 정말 보기만 해도 귀여워 곡 안아주고 싶다는 마음을 저절로 갖게 만든다. 또한 필자는 베이맥스가 동그랗고 하얘서 히어로가 아닌 사랑스러운 곰인형을 보는 것 같다고 느꼈는데, 5살만 어렸다면 부모님께 사달라고 졸랐을 것 같은 정도였다.
작품에는 베이맥스뿐만 아니라, 테디의 친구들로 구성된 언럭키 어벤져스 느낌의 ‘빅 히어로 6’팀도 등장해 화려한 액션신 을펼친다, 이로 인해 슈퍼 히어로 영화의 느낌도 살짝 느껴진다. 또한 ‘샌프란소쿄’라는 이름의 샌프란시스코와 도쿄를 합쳐놓은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동서양의 문화가 만든 독특한 분위기도 느껴진다. 특히 영화는 주인공의 이름이 ‘히로’인 것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이로 인해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던 연출과 오마주를 찾는 재미도 있다.
‘너만을 위한 나’
이렇게 시각적 재미를 뒤로 하고 스토리를 놓고 보더라도, 영화는 히로와 베이맥스의 우정을 전형적이지만, 단단하게 표현했다. ‘상실의 그림자 속에서 피어난 우정’ 이 말이 베이맥스와 히로를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말인듯 하다 사고로 형을 잃어 완전히 고립된 히로 앞에 나타난 베이맥스는 히로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족이 되었다. 어딘가 뚝딱거리고 서투르지만 진심으로 히로를 걱정하는 베이맥스의 마음과, 베이맥스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점차 활력을 되찾는 히로를 보며 우리를 미소 짓게 된다.
사실 포스팅을 위해 영화를 다시 보기 전에는, 내가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 단순히 베이맥스의 귀여운 외모에 홀려 영화 전체를 미화하여 기억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작중에서 슬퍼하는 히로를 위로해주기 위해, 베이맥스가 틀어주는 녹화된 형 테디의 영상 기록을 틀어주는 장면을 비롯해 섬세하게 쌓여가는 둘의 ‘친구되기’ 과정들을 보고 역시 <빅 히어로>는 따뜻하고 좋은 영화가 맞다는 확신을 했다.
영화 속에서 베이맥스는 히로에게 "나는 당신의 건강 관리를 위해 존재합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베이맥스는 단순히 건강을 돌보는 로봇이 아니라, 히로의 마음을 치유하고 성장을 돕는 존재이다. 이처럼 "빅 히어로"는 우정이 단순한 친구 관계를 넘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함께 성장하게 만들어 결국 모두를 ‘히어로’로 만들어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와일드 로봇 The Wild Robot>
- 영화: 와일드 로봇 (2024)
- 감독: 크리스 샌더스
- 출연진: 루피타 뇽오, 페드로 파스칼, 캐러린 오하라, 빌 나이, 킷 코너, 마크 해밀 外
‘처음 널 만난 순간부터’
운송 중 사고로 인해 유니버설 다이나믹스社(사)의 한 로봇이 야생에 떨어지게 되었다. 그 로봇의 이름은 ‘로줌 유닛 7134 (루피타 뇽오 分)’. 인간을 돕기 위해 설계된 최첨단 로봇이었다. 그렇게 야생에 떨어진 로줌은 야생의 생활을 익히던 중, 한 기러기의 알을 구하게 되고 그 알에서 기러기가 태어난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로줌를 따라다니는 기러기. 그렇게 로줌은 그 기러기의 엄마가 된다. 결국 로줌은 새에게 ‘브라이트빌 (킷 코너 分)’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그를 돌보고 교육시키는 임무를 스스로에게 입력시킨다
브라이트빌이 겨울 이주를 위해 비행법을 배우는 동안, 로줌은 여우 ‘핑크 (페드로 파스칼 分)’와 함께 동물들과 협력하며 섬 생태계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브라이트빌이 자신이 남들과 다른 것과 로줌이 자신의 부모를 실수로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그들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로줌을 찾으러 유니버설 다이나믹스社(사)의 로봇들이 섬에 도착하는데, 과연 로줌과 브라이트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로봇 생존기’
대부분의 로봇이 나오는 영화가 그러하듯이 로봇 캐릭터는 낯선 곳에 도착해 경계 받는 미지의 존재처럼 등장한다. 해당 영화에서 로줌은 정말 특별한 환경에서 새롭게 살아간다. 로줌이 도착한 곳은 인간의 손길 하나 닿지 않은 자연이었다. 언어조차 통하지 않는 자연. 그곳에서 로줌은 모든 동물들의 언어를 빠르게 습득하고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최첨단 기계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자연에 적응하는게 아니라 숲 속의 동물들은 그를 더욱 경계하고, 어울리려 하지 않는다.
결국, 로줌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들의 지혜를 흡수하기시작했다. 먹이를 구하고, 집을 짓고,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을 익히면서, 로줌은 점차 야생에 적응해 간다. 동물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가는 로줌의 모습은 따뜻한 감동을 준다. 인간 혼자 자연에서 살아가는 것도 이질감이 들 텐데 철로 이루어져, 반짝반짝 광이 나고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로봇이 ‘자연에서 살아남기’를 찍듯 살아가는 모습은 어딘가 더 특별하게 보여졌다.
‘내가 되는 것’
작품은 ‘로줌, 핑크, 브라이트빌이라는 세 존재의 우정과 가족애’를 다룬다고 생각해도 좋지만, 평생 남을 위해서만 살아왔던 누군가가 자신만의 의지와 마음을 갖는 영화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입력된 값으로만 행동하고, 타인의 만족을 위해서만 살아가던 로줌은 브라이트빌을 키우면서 점점 의지와 사랑, 모성애를 갖게 된다. 브라이트빌이 행복해하는 것을 보며 로줌이 행복해지는 것은 결국 로줌이 다시 타자에 의해 행복이 결정된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브라이트빌은 로줌에게 어느 순간 타자가 아닌, 가족이 되었다. 어렸을 때는 로줌을 졸졸 쫓아다니다가 사춘기가 되자 로줌과 다투기도 하고, 집에 돌아와 후회하며 다시 사과하려는 브라이트빌의 모습은 영락없는 가족의 모습이었다. 종을 초월한 두 존재의 교감은 우정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로줌과 브라이트빌은 모두 프로그래밍이 된 존재다. 로줌은 자신이 아닌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살아야 했으며, 브라이트빌은 자신의 아픈 몸에 좌절하며 살아야 했다. 하지만 그 둘 모두 입력된 한계를 이겨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서로가 곁에 있어줬기 때문이다.
로줌에게 사랑으로 길들여진 여우 핑크, 로줌에게 로즈라는 이름을 선물한 브라이트빌. 어린왕자는 섬을 떠났지만, 장미는 섬에서 평생 어린왕자를 기다려 왔다. 그리고 계절이 지나 어린왕자가 다시 장미 곁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장미에게 진심을 다해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제서야 그들은 서로의 소중한 관계를 다시 정의한다.
<로봇 드림 Robot Dreams>
- 영화: 로봇 드림 (2023)
-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
- 무성 영화
‘손을 맞잡고’
어느 때와 다를 것 없던 조용한 밤, 오늘도 혼자 냉동식품과 TV 앞에 앉은 ‘도그’는 문득 옆집 창문을 보게 된다. 자신과 다르게 행복한 그들. 처량한 자신의 신세에 도그는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이 때 TV에서 방송되는 한 광고. 도그는 광고를 보더니 홀린 듯이, 주문 버튼을 누르게 된다. 다음날 도착한 상자. 상자를 열고 헐레벌떡 그것들을 조립하니, 멀끔한 ‘로봇’ 하나가 눈을 떴다. 자신만을 바라보고 사랑해주는 친구를 얻는 도그. 도그는 로봇과 함께 뉴욕 곳곳을 누비며 잊지못할 행복한 여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해변에 놀러가 물놀이도 하며, 여유를 즐기게 되는데 집에 갈 때가 되자 로봇이 물에 녹슬어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혼자 로봇을 옮길 수 없었던 도그는 눈물을 참고, 로봇을 둔 채 집으로 향한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마자 수리 도구를 들고 돌아온 도그. 그러나 해변은 내년 6월까지 폐쇄되었다. 그렇게 이별하게 된 도그와 로봇. 과연 그들은 다시 만나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함께 추는 춤’
<로봇 드림>은 앞선 로봇 친구들이 나오는 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영화였다. 가장 큰 차이점은 로봇과 도그(인간)의 관계가 완전히 수평적으로 그려졌다는 점이었다. 로봇과 인물/생명체가 능력이든, 역할이든 차이점이 명확하였던 앞선 영화들과는 달리 로봇 드림 속 도그와 로봇의 관계는 정말 ‘친구’였다. 물론, 로봇을 처음에 조립하고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도그라고 할 수 있지만 작품 속에서 도그는 창조자나 사용자로 그려지지 않았다.
로봇이 사용자를 위해서 수직적으로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본인 모두가 행복을 느끼는 존재로 묘사된 것은 작품의 큰 매력이다. 이러한 수평적 관계가 가능했던 것은 로봇과 도그 모두가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둘 다 말을 할 수 없는 존재였고 영화 역시도 대사가 없는 무성영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기에 한 인물이 일방적으로 표현하고 말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두 주인공 모두에게 우리는 최대한 공평하게 이입할 수 있었다.
‘녹슨 꿈에 빠져’
로봇 드림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필자는 로봇을 통해 도그가 외로움을 이겨내고 자신이 이루고 싶어하는 꿈을 이루게 되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꿈을 꾸는 대상은 도그가 아니라 로봇이었다. 추운 겨울, 홀로 해변에 남아 도그를 그리워하던 로봇. 다리를 하나 잃으면서도 계속해서 도그의 집으로 향해 도그를 만나는 로봇의 꿈들은 항상 슬픈 결말로 끝이 났다. 우정에 관한 영화이지만, 그들이 함께 있었던 시간은 9월이 전부였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가 없이 1년을 보냈고, 다시 9월이 되었을 때 그들 곁에 있던 것은 서로가 아니었다.
영화는 두 주인공을 분리시키고, 꿈과 상상으로 서로를 그리워하는 장면들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이렇게 물리적 거리를 고정하고, 둘의 마음과 생각에 온전히 빠져들게 하니, 오히려 둘 사이의 사랑은 더욱 애틋하게 느껴졌다. 영화는 현실과 꿈을 계속해서 반복시킨다. 오즈의 마법사 속 양철 나무꾼이 되어, 도그가 있는 뉴욕으로 향하는 꿈을 꾸는 로봇. 그가 그 꿈에서 걷던 걸음은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 로봇의 주위에는 수많은 꽃들이 함께 있고, 로봇의 목적지에는 빛나는 무지개가 떠있지만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꿈이 얼른 끝나 로봇이 그만 상처받기를 바라게 되었다.
그들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노래했던 <September- (Earth, Wind & Fire)>. 영화 초반 그들이 이 노래를 들으면서 공원에서 함께 추던 춤은 영화의 마지막 엔딩에서 다시 한번 반복된다. 그러나 그들 곁에는 서로가 없었다. 스쳐가는 인연을 다시 붙잡을 수 있지만 놓아준 그들. 로봇판 환승연애의 느낌으로 서로를 과거에 묻어두기로 한 그 결정은 모순적이게도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위하고 사랑하는지를 느끼게 했다.
행복했던 9월의 순간은 분명 너무나 짧았다. 하지만, 그랬기에 그들은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해 모든 걸 바쳤다. 그랬기에 언젠가 <September>이 거리에서 흘러나와 다시 그 순간을 생각했을 때 변함없이 미소 지을 것이다.
‘가장 따뜻한 너’
내가 다가가서 전원을 켜줘야 비로소 움직이는 로봇처럼, 우정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먼저 다가가는 것도 필요하다. 친구 사이에서 싸우고 또 멀어질 때도 있지만 어느 순간, 친구와 항상 잡았던 그 손이 그립다면 용기를 내어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낸 작은 용기는 차갑게 식었던 나의 손과 너의 손을 금새 따뜻하게 만들 것이다.
너무나 익숙해져 소홀해진 이후에 지나간 순간들을 뒤돌아 보지 말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늘 내 곁에 있던 너의 눈을 마주하고 말하자. “고마워. 서로의 곁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만들 너와 나, 그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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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편화된 영혼을 이어붙이다.
1) The fall
오프닝 시퀀스, 1920년대 흑백의 무성영화가 재생된다. 찰나의 이미지를 담기 위해 기차, 말, 다리 위에서 몸을 내던진 뒤 맞이하는 결말은 불구가 된 주인공 ‘로이’다. 할리우드 스타가 되고 싶었지만 엑스트라1에 그친 로이는 다리에 붕대를 감고 병실에 누워 있다. 우연히 오렌지 나무에서 떨어져 팔을 다친 어린아이, ‘알렉산드리아’와 마주하면서 두 추락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옛날 옛적의 로스앤젤레스 대서사시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에게 눈을 감고 환상의 세계로 넘어갈 준비가 됐는지 묻는다. 그 순간, 로이의 영화 현장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알렉산드리아의 세계로 확장된다. 그녀의 상상으로 아버지, 얼음 장수, 의사, 환자, 간호사, 로이 등 주변 인물들이 무법자가 되어 엉성하게 서 있다. 알렉산드리아의 쪽지가 지도로 등장하고, 그녀의 아버지처럼 복면 쓴 사내의 이가 벌어져 있다. 이야기 속 여섯 무법자 (오타뱅가, 인도인, 찰스 다윈, 루이지, 알렉산더 그리고 주술사)는 오디어스 총독을 죽이기 위해 바다, 사막, 초원을 지나 적을 무찌르고 약한 사람들을 구한다.
오디어스 총독을 증오하게 된 각자의 이유가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클라이막스로 향한다. 로이의 무의식이 반영되는 동시에 알렉산드리아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으나, 로이는 이를 간과했다. 알렉산드리아는 구원이 무엇인지 모른 채 로이의 입에 성체를 넣어주었고, 로이는 나쁜 희망으로 그녀를 이용하려 한다.
2) fall in movie
알렉산드리아는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는 핑계로 모르핀을 구해주고 로이가 살아있는지 계속해서 확인한다. 현실에 못 이겨 무너지는 모습들로 로이가 죽음과 가까이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된 것이다. 로이를 위해 다시 모르핀을 찾던 알렉산드리아는 발을 헛디뎌 또 한 번 추락한다. 그녀의 추락 뒤에는 그들의 추락 이미지가 다시 재생된다. 알렉산드리아는 화난 사람들이 아빠를 죽이고 집을 태웠던 추락, 촬영 현장에서 로이가 무수히 추락했던 트라우마까지 고스란히 안고 떨어졌다.
로이는 그동안의 잘못(모르핀 심부름)을 반성하고 그녀에게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알렉산드리아에게 추락이 전락은 아니기에 그녀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로이는 고군분투하던 전사들을 무력하게 죽음으로 몰아갔고 알렉산더까지 죽기 직전, 알렉산드리아는 직접 알렉산더가 되어 이야기 안으로 들어간다. 알렉산드리아의 진심어린 애원으로 알렉산더가 가까스로 일어나 오디우스를 물리친 것이다. 알렉산더이자 로이의 의지가 발현되어 이야기는 끝내 전락하지 않았다.
이야기는 추락하고 조각난 로이와 알렉산드리아 그리고 무법자들의 영혼들을 이어 붙이고 있다. 회복되지 않은 몸과 마음이 모여 서로를 어루만져 주었다. 이제껏 그들이 상상했던 이야기가 병원에서 상영될 때, 모두가 짓는 기분 좋은 웃음 또한 연결됨을 보여주고 있다. 퇴원 후 알렉산드리아가 로이의 비디오를 하염없이 돌려보며 잘라진 컷들 사이에서 로이의 얼굴을 찾아낸 것처럼 영화는 파편화된 영혼을 이어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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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홍수에 깃든 파괴적 창조의 에너지
워터|El Agua
엘레나 로페스 리에라|Elena LÓPEZ RIERA
Spain|2022|105 min|DCP|Color|Fiction|15|Korean Premiere
시놉시스
여름철의 스페인 남동부 작은 마을, 폭풍이 몰아치자 마을을 지나는 강이 또다시 범람하려 한다. 이번에도 해묵은 미신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어떤 여자들은 물을 품고 태어나 홍수가 나면 함께 사라질 운명을 지녔다. 마을 십 대들은 여름의 따분함을 달래려 담배를 피우고, 춤을 추고, 술을 마신다. 폭풍 전의 흥분되는 분위기 속에서 죽음의 악취를 풍기는 마을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아나, 그리고 호세는 사랑에 빠진다.
프로그램 노트
일련의 유명한 단편영화로 주목을 받은 엘레나 로페스 리에라 감독의 대망의 장편 데뷔작. 이 영화는 고대만큼이나 신화적인 법칙이 지배하는 한 마을의 여성 세계에 주목한다. 스페인 남부 지역의 한 마을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새로운 홍수가 발생하면 ‘몸속에 물을 지닌’ 선택받은 여자가 사라질 운명에 처한다는 것이다. 평화롭던 마을에 다음 폭풍이 다가올 징조가 보이고 소문이 대물림되는 한 가족(할머니, 어머니, 딸)은 다시 한번 과거의 명령과 조상의 두려움에 맞서야 한다. 리얼리즘과 신비주의 중간쯤에 있는 <워터>는 여성, 연대와 저항, 사랑의 이야기와 성장의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문성경)
햇살이 따사로운 오후, 강가에 모인 아나와 친구들. 철없는 장난을 치다가도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대화를 나눈다. 작은 소도시를 떠나 마드리드 야경을 즐기고, 공부도 하고, 꿈을 이루자고. 그러나 강물에 떠밀려 온 염소 시체가 나타나자 화기애애한 대화는 뚝 끊긴다. 대신 불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와 스크린을 장악한다. 홍수와 강, 그리고 몸에 물이 깃든 여자에 대한 불길한 전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워터>의 오프닝은 일견 아무 맥락이 없다. 일상적인 수다와 마을 사람들이 공유하는 전설을 억지로 붙인 듯 보인다. 전설 때문에 불안해하던 아나와 호세가 바로 다음 장면에서 사랑에 빠지고 키스하고 있으니 더 당황스럽다. 대체 영화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 싶다.
하지만 결말에 도달하면 오프닝은 달리 보인다. 오히려 본본에 충실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색하다고 생각한 오프닝 안에는 영화가 보여주려 한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나 일행의 대화와 마을의 오래된 신화 사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들을 억압하는 힘의 정체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도망갈 곳은 없다
아나와 친구들의 대화를 되짚어 보면 열망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과는 다른 삶을 원하는 갈망. 그런데 이는 역으로 현재 상황에 종속되어 있는 그들의 현실을 강조한다. 아나의 남자친구, 호세가 대표적인 캐릭터다. 과수원집 아들인 그는 자기가 런던에서 유학하다가 돌아왔다고 떠들고 다닌다. 아나에게도 템즈 강의 야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해준다. 하지만 그의 말은 현실과 다르다. 아버지의 강한 권유 때문에 그는 집을 떠나지 못한 채 가업을 배운다. 나무에게 물 주고 열매를 수확하는 법, 호우에 대비하는 법을 충실히 익힐수록 아버지에게 인정받는다. 그의 일상과 현실은 다양한 잠재력과 젊은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전설의 역할도 다르지 않다. 오래된 신화는 젊은 여성을 억누르는 힘이다. 홍수와 강에 대해 듣고 자란 여성이라면 누구나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내 운명과 죽음이 이미 정해졌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시간이 지나도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아니라면 내 딸이 강의 부름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니까. 물론 전설 따위 믿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전설이 마을 사람에게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나의 할머니가 샤먼 마냥 주술로 갓난아이를 치료하는 걸 설명할 길이 없다. 따라서 <워터>의 도입부는 젊은이들을 억누르는 현실적인 이유와 비현실적인 이유를 한 번에 암시하는 장치라 할 수 있다.
경계를 허물어 탈출구를 뚫다
이때 로페스 리에라 감독은 아나에게, 그의 친구들에게 탈출구 하나를 열어준다. 현실과 신화, 현재와 과거라는 경계 사이에서 좁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방법은 간단하다. 통상 엄격하게 구분되는 신화와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면 된다.
실제로 영화는 현실적인 기법을 활용하되, 신화적인 내용으로 스크린을 채운다. 달리 말해 픽션이지만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취한다. 영화는 아나의 이야기를 보여주다가 중간중간 마을 여성들의 인터뷰를 삽입한다. 강과 홍수, 여성에 대해 묻고 그들이 알고 있는 바를 말해달라고 요청한다. 그 결과 신화에는 이제 무시할 수 없는 현실감이 더해진다. 한 명의 입이 아닌 여러 입을 거치다 보니 사실을 증언한다는 인상이 남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폭우와 홍수도 생동감을 살리는 방식으로 연출한다. 목격자들이 휴대폰으로 직접 찍은 제보 영상을 통해 불어난 강과 마을을 점령한 물을 진짜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역사적인 맥락을 더하기도 한다. 17세기 이후로 기록에 남을 만큼 컸던 홍수의 이름을 연이어 호명한다. 그렇게 하여 터무니없는 것과 이성적인 것, 실체가 없는 것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 근거가 없는 것과 있는 것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현실도 아니고 신화의 세계도 아닌, 모호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홍수의 파괴적 창조
그저 공간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도 않는다. 그 공간을 도전적인 에너지로 가득 채운다.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청춘이다. 정해진 길을 따르라는 현실적인 압력과 이미 정해진 운명을 바꾸려는 활력을 보여준다. 아나와 호세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순간. 둘이 함께 새로운 미래를 다짐하는 장면. 홍수를 알리는 비가 쏟아지기 시작할 때 스크린을 가득 매운 클럼의 젊은이들. 그 순간 <워터>는 마치 한 편의 청춘 영화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오프닝에 등장한 아나와 호세의 키스는 단순한 키스가 아니다. 어떤 이유로든 이미 정해져 버린 삶의 방향을 바꿔보려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힘은 여성들의 연대다. 홍수가 임박하자 성당에서 함께 기도하는 여인들. 아나가 무슨 선택을 해도 막지 않고 기다려주는 엄마와 할머니. 홍수가 나면 강에 몸을 던졌던 여인들. 그들은 아나가 암울한 죽음을 걱정하며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강에 몸을 던져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홍수의 힘을 빌려 그녀를 괴롭힌 현실과 신화의 억압과 압력을 모두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한다. 홍수는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니까. 노아도, 데우칼리온도, 우트나피쉬팀도 홍수를 통해 새로운 삶을 개척한 것처럼. 그래서 <워터>는 염소 시체를 비춘 도입부와는 달리 밝은 햇빛을 받으며 강물 밖으로 걸어 나오는 아나를 비추며 막을 내린다.
영화 <워터> 상영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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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저튼>, 성(sex)에 무지한 우리들
성(sex)에 대한 의혹, 두려움, 거부감 이런 것은, 많은 작품 속에서 <나 자신 조차 내가 진정 소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모습>, <내가 보고 싶지 않은 모습에 대해서는'진짜’가 아니라고 여기면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 등으로 나타나곤 한다.
결국 ‘성(sex)’에 대한 의혹이나 거부감, 두려움 등은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또 <나는 나의 소망에 따른 선택을 할 수 있는가 아니면 나의 선택은 내가 제대로 나의 소망을 보지 못하고, 제대로 나의 모습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인가> 등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래서, 성에 대한 의혹이나 두려움, 거부감 등을 가진 인물들은 작품속에서 종종 상대방과 계약관계를 맺거나, 가짜 연극 무대를 펼쳐 주변 사람들을 눈속임하려고 한다.
자기 자신 조차 스스로를 속이고 있거나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들은 쉽게 '계약 결혼, 계약 연애', '~하는 척'하는 거짓 연극을 쉽게 시작한다.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던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
'성에 무지한 처녀'의 원형적 캐릭터를 간직한 여주인공 '다프네', 전형적 난봉꾼이자 잡놈의 캐릭터를 간직한 남주인공 '사이먼', 이 두 사람 간의 '계약연애'는 성에 무지하고 성에 대한 두려움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두 사람이, '성'을 매개로 진짜 자기 자신의 소망을 깨닫고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먼과 다프네
<브리저튼>은 '성에 대한 의구심과 두려움의 극복, 성에 대한 무지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곧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문제, 나의 진짜 소망을 왜곡없이 들여다보는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이먼과 다프네의 관계가 '가짜'에서 시작하여 '진짜'가 되기까지, 이 작품은 ‘성(sex)'이 갖는 두 가지 측면, 즉 <착취와 억압의 매개가 되기도 하는 속성>과 <사랑과 생명의 근원이 되는 속성> 모두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이먼
사이먼은 ‘성(sex)'이 갖는 부정적 측면, 왜곡된 틀에 갇혀 있던 인물이다. 성을 착취와 억압의 도구로만 여긴다. 그것이 갖고 있는 생명근원적 힘, 사랑의 힘은 보지 못했다. 이 또한 성에 대한 두려움과 의구심, 의혹의 문제와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누구보다 성(sex)을 잘 안다고 자부했을 잡놈같은 인물이었으나, 사실 그 누구보다 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성에 무지한 존재였다.
다프네
다프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분명했다.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기!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성’에 대한 그녀의 무지, 두려움은,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선택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녀는 누구보다 똑부러지고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였으나, 정작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진짜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이 없었다. 그녀의 성에 대한 무지는 '가짜'를 '진짜'로 믿게 만든다.
성(sex)을 통해 성의 긍정적 속성을 새롭게 깨달아 나가는 두 사람
성에 대한 왜곡, 성에 대한 무지는, 사이먼과 다프네가 진짜 원하는 것을 선택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성에 대한 왜곡과 무지는 바로 이 성(sex)을 통해서만이 극복할 수 있었다.
유독 두 사람의 정사 장면이 화제가 된 <브리저튼>. 이는 두 사람 관계가 가짜에서 진짜가 되기 위한 필수 관문이었다. '성'에 대한 왜곡과 무지를 바로 잡을 수 있었던 시간. 가짜에서 진짜가 될 수 있었던 시간.
나 자신이 진짜 소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나의 선택이 나의 소망에 따른 것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종종 그 소망은 ‘가짜‘, ‘거짓‘, ‘~하는 척'이기도 하다.
여러 작품 속 '계약 연애', '계약 결혼' 같은 설정이 종종 나온다. <브리저튼>도 그렇다. 계약연예로 시작한다. ~하는 척, 가짜로 시작한 관계이다. 이 '계약 관계(연기하기)'의 설정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우리의 실제 모습과 많이 닿아 있다. 진짜 나의 모습은 감추고, 진짜 나의 소망은 억누르고, 진짜 나의 모습을 모르는 상태에서, 가짜 소망이나 가짜 모습을 내세워서 관계를 맺는 것!
그러한 관계는 십중팔구 ‘지속'에 실패하게 된다. 결국 수많은 작품들은 말한다.
“내 안의 감추어진 소망이 드러나고, 나 스스로 그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 한 진짜 인생은 시작될 수 없다고!"
수많은 작품 속에 '계약 연예', '계약 결혼' 또는 '~하는 척 하는 가짜 연극판' 같은 설정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단번에, 자신의 진짜 소망을 알아차리거나 받아들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기에! 자신 조차도 자신을 속이기가 쉽기에! 나 조차도 내가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잘 모르기에!
다프네와 사이먼은, 다행스럽게도 그러한 '~하는 척'하는 '가짜 연극 무대'를 거치면서, “진짜”를 발견하게 된다. 그 지점에서부터 “진정한 관계의 지속”도 가능해진다! 더 이상 연극이 아닌! 진짜 자기 인생 속 진짜 관계가!
우리 모두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연기’하는 과정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단계일지도!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는 나의 진짜 소망을 안전하게 탐색할 수 있는 <가짜 판>, <연극무대>가 필요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문학 행위 자체가 (문학을 감상하고 체험하고 생산하는 그 모든 행위가) 우리에게 일종의 안전한 <시뮬레이션> 판이 되어주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남기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의 이야기를 교류하는 모든 행위가! 한결 안전하게 감추어진 나의 진짜 욕망, ‘진짜 나’의 모습을 탐색할 수 있는 판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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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_#3] 철학과 영화 사이 (with. 정태완 감독)
🎙️ Episode 3. 촬영감독 정태완 00:00 자기소개 06:27 철학과 이야기 14:59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 18:18 [날 좋은 날]이야기 19:47 홍상수 감독을 오마주한 [날 좋은 날] 23:20 다시 [날 좋은 날] 이야기 28:13 ‘공감’에 관한 이야기 34:11 영화를 계속해서 연출하지 못한 이유 36:50 종교에 관하여 41:59 촬영 감독으로서의 정태완 43:11 [풀 메탈 브레인] 이야기 & XR 이야기1 45:22 [풀 메탈 브레인]의 연출적인 이야기 47:23 한예종과 XR 이야기2 53:09 앞으로 계획 57:18 마무리 & 쑥스러움에 관한 이야기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는 단편 영화 감독을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입니다. 영화를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영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 예술이란 무엇인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 정태완 📍instagram @xowanc 📍사이트 https://j30n9.myportfolio.com/work ◾️ 따옴표 필름 📍 instagram @ddaompyo.film 📍 YouTube @ddaompyofilm 📍 ddaompyofil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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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메인 예고편
마피아의 도시, 나폴리. 자연스레 마약 밀매 사업에 뛰어들게 된 십 대 소년 '니콜라'는 거침없는 행동으로 어른들에게도 밀리지 않으며 새로운 실세가 된다. 그러나 곧 다른 구역과의 전쟁이 시작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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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정말 먼 곳>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은 진우,
그에게 뜻하지 않은 방문자가 도착하며
조용했던 날들이 흔들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