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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2025-08-21 23:02:39

나도 너도 외롭다는 사실을

내 말 좀 들어줘(2025)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할 말 다 하는 '팬지'. 집, 길거리, 마트... 그녀가 가는 곳에는 언제나 트러블이 생긴다. 그런 그녀를 유일하게 보듬는 사람은 여동생 '샨텔'뿐, 남편과 아들은 귀를 닫은 듯 그저 무심할 뿐이다. '어머니의 날'을 맞아 '팬지'와 '샨텔'의 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 '팬지'가 무슨 말을 할지 조마조마하던 가족은 그녀의 뜻밖의 반응에 당황하는데...

<내 말 좀 들어줘> 줄거리

 

 

 

팬지는 말을 참지 않는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누구에게나 참지 않고 내뱉는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말들은 전부 불만 섞인 독설이다. 그렇다 보니 팬지는 늘 트러블을 몰고 다니고, 그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지긋지긋한 눈빛으로 말을 쏟아내는 것을 지켜보기도 한다. 그런 팬지의 모습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기도 혹은 폭탄 같은 말에 정말 웃겨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의문이 든다. 팬지는 왜 늘 화가 나있지? 왜 다른 사람들을 쉽게 비방하지? 그녀의 분노는 어디서 기인된 거지?

영화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해주지는 않는다. 팬지의 과거를 보여주지도, 미래를 예측하게도 두지 않는다. 그저 지금의 팬지와 그녀의 주변을 보여줄 뿐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화가 생의 시작부터 존재했던 것인지, 어떠한 계기로 생겨난 것인지 우리는 살짝씩 나오는 이야기로 추측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원인은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지금 팬지와 그녀 주변의 모습이다.



 

 

솔직하게 나는 폭언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 상대방의 태도를 과도하게 해석하는 팬지보다도 팬지와 함께 살고 있는 그녀의 아들, 그리고 남편에 더 답답함을 느꼈다. 모든 일에 입을 다물어 버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상대방을 보기만 하는 그 모습에서 어느 누군가를 떠올리기까지 했다. 왜 팬지가 그렇게까지 히스테릭한 걸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이들에게서 찾기까지도 했는데, 물론 이게 정답은 아니지만, 팬지가 갖고 있는 외로움을 볼 수 있었다.



외로움. 이 영화의 가장 주요한 키워드다. 팬지는 외롭다. 혼자 감당해야 했던 과거에도, 입을 다문 채로 살아가는 두 가족들도, 늘 싸우게 되는 타인들까지 팬지를 아무도 이해해 주지 못하고 이해할 생각도 않는다. 이건 팬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녀의 아들 모세스, 남편인 커틀리 역시 각자의 고독을 갖고 있다. 다만 팬지와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팬지의 동생, 샨델의 가족 역시 마찬가지다. 화목해 보이는 이 가정에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이 존재하고 그렇기에 각자가 갖고 있는 고독이 있다. 누군가의 방식이 좋고 누군가는 나쁘다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서로는 서로가 알지 못할 사정을 갖고 있고 외로움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영화 속 팬지를 비롯한 인물들의 모습은 익숙하다. 어딘가에서 한 번쯤은 본 적 있는 혹은 상대해 본 적 있는 누군가가 보인다. 혹은 나 자신이 보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들은 너무나 현실적인 캐릭터고 그렇기에 실제로 이 같은 사람들 역시 이들처럼 남모를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자신을 이해 못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껴 내 말 좀 들어달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영화가 관람 후 서로에 대해 각별히 포용하며 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저 이런 삶도 있을지 모른다, 다른 이들도 각자의 외로움을 안고 살아간다 일러줄 뿐이다.

 

*이 글은 씨네랩에서 초청받아 참석한 <내 말 좀 들어줘>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작성자 . 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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