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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025-07-31 11:17:12

꼬리를 자르고 달리는 도마뱀

영화 [좀비딸] 리뷰

이 글은 영화 [좀비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니가 제일 귀엽더라.사진 출처:다음 영화/니가 제일 귀엽더라.

6천 원 할인의 힘은 참 컸다.

문화의 날과 겹쳐 단돈 천 원이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평소에 즐기지 않는 장르임에도 가벼운 마음으로 예매를 할 수 있었으니까. 바꿔 말하면 그만큼 이 영화에 기대하는 것은 적었다는 것이고. 천 원 정도면 영화가 별로라 하더라도 손해 본다는 생각은 좀 덜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부담 없는 마음으로 영화관으로 갔다.

 

보통 영화가 취향을 타겠다는 말을 할 때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라는 표현을 쓰는 편인데. 이 작품은 그런 표현보다는 어딘가 "기울어져 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좀 더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미디 영화로서 갖춰야 할 훌륭한 구색들이 어느 정도 존재하긴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구색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구멍을 만들어 놔야 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사진출처:다음 영화사진출처:다음 영화

특히 영화가 후반부에 감동을 주기 위해 부여한 설정들에서 그런 어색함이랄까. 혹은 자가당착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좀 더 구체화하자면 연화(조여정)와 정환(조정석)의 러브라인, 빌런의 존재(조한선)가 정환의 부성애와 맞물린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연화와 정환의 안전한(?) 러브 라인을 구축하기 위해서 정환과 수아(최유리)가 사실은 진짜 부녀가 아니라는 설정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수아의 친부(Biological father)는 따로 있는 데다 그가 천하의 호로자식이라는 설정도 빼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무엇이 먼저인지, 어떻게 얽히기를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부분이 보여주는 얄팍함에서 영화는 한 김 식다 못해 두 번 다시는 끓지 않을 것 같은 냉랭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사진 출처:다음 영화

이런 지루함, 혹은 깊게 공감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연화라는 캐릭터의 기용에 있다. 연화는 세계 최후의 좀비(?)를 향한 적대감을 끝까지 유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벽한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거나, 하나의 대가족이 되었다는 소속감도 제대로 뿜어내지 못한다. 아주 미묘하게 그려져야 했을 조심스러운 러브 라인에서도 그다지 큰 여운이나 기대감을 주지 못한다.

 

만약 다른 영화 같았다면 캐릭터를 적절히만 활용했다면 더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여기서 하는 것이 맞겠지만. 문제는 애초에 연화라는 캐릭터가 진짜로 필요했는가.라는 질문에 먼저 가닿는 점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패착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연화는 애초에 빌런에게 없었던 정환의 부성애를 좀 더 강조하기 위해 부차적으로(보다는 억지로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수도 있다) 넣은 이야기의 희생양인 것이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사진 출처:다음 영화

코미디 영화에서 말이 되고 안 되고를 논리적으로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연 이야기의 전개에 도움이 되었는가.라고 본다면 그다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할 수 있기에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이다.

 

분명 즐거운 마음으로 편하게 앉아 피서를 즐기고 있는 것은 맞으나, 인물들의 저 발치 밑에서 뎅겅 꼬리를 자른 채 부리나케 도망가는 도마뱀을 발견한 그 순간부터. 모든 관심이 한 마리의 도마뱀에게 집중되는 것을 멈출 수는 없는 것처럼. 영화는 그렇게 부성애라는 꼬리를 남겨둔 채 달리고 또 달린다.

 

 

 

[이 글의 TMI]

옆자리엔 나이가 지긋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온 모녀가 앉았다. 슬픈 예감은 단 한치도 틀리지 않아서, 어머니의 영화관 매너는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좋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한 마디를 하는 정도가 아니라 난리 법석을 부렸을 정도였지만. 충분히 아주머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이 영화에 누구보다 푹 빠져 있었으며, 그동안 많이 겪어보지 못한 영화 관람이라는 활동에 설레고 있다는 것도. 여기까지 마음이 미치자 내게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찾을 수 없는 인류애가 퐁퐁 솟았다. 비록 지속될 수 없고 무분별하게 뿌려서는 안 될 할인쿠폰이지만. 이 기회를 빌어 발걸음을 영화관으로 향한 모든 사람들이 즐거웠으면 한다. 그리고 할인 쿠폰이 없더라도, 그들의 여가 활동 선택지에 영화 관람이 더해지길 바란다. 다음번에 그 아주머니를 내 옆자리에서 만난다면. 나 역시 좀 더 성숙한 매너를 가진 옆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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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M

출처 . https://brunch.co.kr/@iltallife/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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