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2021-05-11 11:19:38
[넷플릭스] 이레귤러스 [The Irregulars] 영국 드라마
세계관의 고비를 넘으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드
셜록의 세계관을 약간 빌려서(이름, 캐릭터, 배경 등등) 만든 호러 청춘 로맨스 이레귤러스 [The Irregulars].
19세기 런던, 어느 날부터 과학적으론 설명이 불가능한 초자연적인 일들이 벌어진다.
부모를 잃은 소녀 비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돌보기 위해서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는 왓슨의 의뢰를 받아서 미스터리한 일에 휘말리게 된다.
등장 캐릭터가 매력적인 드라마이긴 한데,
지나칠 정도로 다양성을 넣어서 인지 처음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흑인인 왓슨, 동양인이 비아트리스, 귀족으로 등장하는 흑인들.
역사적 배경보다는 문화적 다양성을 갈아 넣은 드라마라, 셜록의 세계관을 조금이라도 기대했다면 살짝 이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판타지 드라마이고, 역사적 배경을 선택적으로 가져와 썼다고 이해하면 된다.
그러니 19세기 런던은 우리가 아는 역사를 가진 런던은 아니다.
세계관의 이질감을 넘어서면 그때부터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드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매력적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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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트 블란쳇의 괴물 같은 지휘에 내내 압도당하다
성공이란 이런 것
성공이란 이런 것이다. 인터뷰 대기 중인 타르.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청중 앞에 섰다. 인터뷰의 취지는 새로운 책을 홍보하는 것이다. 서로 인사를 나눈다. 대화가 시작된다. 첫 번째 주제는 성별에 관한 이야기다. 남/녀 지휘자를 나누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 에 관한 질문이다. “아니요. 큰 차이점은 없는 것 같아요. 우주 비행사를 예로 들어봅시다.” 영어 발음을 들려주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가?’를 설명한다. 다른 소재는 타르의 파트너다. 특별한 성 정체성이 타르의 마에스트로 생활에 지장이 갔냐는 질문이다. 딱히 없다. 다른 주제는 지휘자에 역할에 관한 이야기다. ‘요즘 지휘자들이 인간 메트로놈이 된다는 것에 동의하나’는 질문이다. 다음 주제는 객원 지휘자와 메인 지휘자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다. 의견을 설파하는 타르.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베를린의 마에스트로답게 답변에 머뭇거림이 없다.
누가 봐도 타르는 성공한 인물이다. 물론 클래식계도 사람 사는 세상이다. 팬데믹의 영향이 있긴 하지만 그녀는 업계 최고의 입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타격까지는 오지 않는다.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리디아. 오늘도 여지없이 일을 하고 있다. 리디아의 수행비서로는 프란체스카가 있다. 일정을 공유하는 프란체스카. 그런데 이유가 무엇인지 프란체스카에게 뭔가 이상이 있는 듯하다. 관객들만 아는 찜찜함은 일단 뒤로 무시한다. 대학교 교수직을 겸임하고 있는 리디아. 어떤 남학생이 수업에 들어왔다. 리디아는 그때까지만 해도 잘 몰랐다. 교수로서 존경도 받고. 성공한 마에스트로로서 명예와 권위를 쓸어 담고 있었다. 이제, 그 높은 위치에서 조금씩 비틀대기 시작한다.
곡선으로 휘기
이 <타르>는 불친절한 영화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명확한 서사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보통 a라는 일이 있으면 b가 그 결과로 따라온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영화 문법 중 하나다. 당연하다. 우리가 아는 세상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화법은 그런 쪽이 아니다. 리디아가 처하는 수많은 상황이 있다. 이 갈등의 배경은 명확히 제시되지 않는다. 실제 이 사람이 이런 행동을 했는가? 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리디아와 다른 사람들이 대화하는 선배 마에스트로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이 연출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할 것 같은 리디아의 마에스트로 활동과도 관련이 있다. 이 장면들이 어떤 식으로 연출됐는가? 는 후반부 리디아가 어떤 인물들과 회의를 진행하는 신에서도 알 수 있다(물론 이 장면 아니어도 이런 연출은 자주 보인다). 영화는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있어 핵심이 될 수 있는 것들을 과감하게 삭제해서 더 거리감이 있는 시각으로 주인공을 바라보게끔 도와준다.
이렇게 전형성을 탈피한 연출 방식은 영화의 가장 처음, 두 번째 시퀀스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살짝 ‘이거 이런 영화야’라고 선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글쓴이는 이 영화를 볼 때 극장에 살짝 늦게 들어갔다. 영화관에 들어가니 상영관에 가서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 알려주는 영상이 나왔다. 그리고 직후에 영화 첫 장면이 나왔다. 첫 장면이 뭐였을까? 바로 엔딩 크레디트이다. 엔딩 크레디트는 보통 ‘엔딩’에서 나오니까 이 장면은 그렇게 부르기에는 좀 모순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오프닝을 시작하는 영화는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장면이 굉장히 길다는 점, 바로 직후의 인터뷰 신이 사실상 영화의 핵심으로 작동하는 세 가지 소재였다는 점, 극후반부에 대한 묘한 수미상관이 그에 대한 근거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순서를 뒤엎고 시작한 셈이다. 또 앞 문단에도 썼던, 리디아와의 인터뷰는 영화에서 핵심으로 작동한다. 보통 이런 연출 방식을 가졌던 영화는 차고 넘쳤다. 이번 달 개봉작에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리디아의 행보를 전반부에서 어떻게 수거했는지를 생각하고 보니 <타르 TAR>의 성과가 눈에 들어왔다.
운동과 방향
영화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 중 하나는 방향이다. 영화는 많은 방향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에서 타르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신이 몇 번 나온다. 그런데 그 와중에 쿵쿵쿵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귀찮은 것이 스크린을 타고 관객에게 까지 전달된다. 이 소음 연출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흥미롭다. 어쩔 때는 등 뒤 스피커에서 들린다. 또 어떤 때는 오른쪽 뒤에서 들린다. 이 소리의 방향은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운동 에너지와 관련이 있다. 영화는 한 장소에 또각또각 걸어가는 인물들의 동선을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 리디아 타르라는 인물이 영화에서 어떤 일에 처하는가? 와도 관련이 있다. 리디아가 이런 일들을 맞이하는 이유, 자아가 약해서는 무조건 아니다. 오히려 리디아는 자기만의 세계와 예술세계를 확실하게 정립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리디아가 여러 일들에 직면하는 이유는 이렇게 뚜렷한 자기 주관 때문인 걸로 묘사된다. 영화가 이 예술세계로 인해 무너지는 내면을 묘사하지 않았다는 점은 영화에서 가장 큰 신선 함이자 강점으로 다가온다.
그러니까 강박과 불안이라고 하는 것의 속성을 탐구한 것이다. 글쓴이가 이 글을 쓰는 지금 잘 생각해 보면, 아예 고민 없이 사는 사람을 나이가 들수록 못 봤던 것 같다. 다들 마음속에 불안 하나쯤은 품고 산다. 이렇게 일상 속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감은 늘 일상 속에 있다. 그리고 어디서든 갑자기 튀어나온다. 이는 영화에서 제시되는 음악 중 하나인 존 케이지의 <4분 33초>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인간의 결함을 어디에서 찾는가?라는 영화의 발상이 <4분 33초>의 접근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매번 생각 외의 어떤 것으로 예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영화는 이런 식으로 어떤 것은 빼고 줄이면서 지독한 예술과 삶의 불완전성을 그린다. 처음 느꼈다. 없어지게 함으로써 이 모든 인생사의 일들이 자연재해처럼 느껴지게 하는 표현방식도 있다는 것을.
그냥 어려운 영화가 아니야
이렇게 어려운 영화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연출하지 않았다. 이런 연출 방식과 신선한 인물서사를 그리는 데 있어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다. 이번 아카데미 수상이 유력하다고 알고 있다. 이 값을 한다. 영화 전체적으로 러닝타임에서 휘몰아치는 광기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또 잔잔한 것이 있다. 이렇게 모순적인 설정을 보여주기 위해 이 리디아라는 인물은 내면에서 단단한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이 단단한 내면이 점점 약점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이는 영화 후반부에 드러나는 사건과도 관련이 있다. 인물은 두 개의 큰 에피소드를 마주하게 된다. 하나의 에피소드는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혹시?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런 인물의 내면을 그렇게 놀랍지 않다. 이 글을 쓰는 글쓴이나 읽는 여러분도 다 이런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이 봐 왔다. 이건 사실 말이 쉽지 실제로 캐릭터를 구현하고 표현하기는 굉장히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입체적인 캐릭터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타르가 담당하는 대사가 굉장히 많다. 우선 타르가 등장하는 인터뷰 신은 긴 롱테이크 몇 개로 이루어져 있다. 그 말 많은 인터뷰를 롱테이크로 했다? 안 그래도 많아 보일 것 같은 장면을 어떻게 외웠는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이 롱테이크의 장면만 덩그러니 있는 것은 또 아니다. 리디아가 처한 입장이 영화에서 다양하게 제시됐기 때문에 표현해야 하는 감정의 폭이 넓어야 한다. 분노, 좌절, 우울함, 즐거움, 행복 같은 감정 이면에 돌아버릴 것 같은 인물의 내면을 품고 있어야 한다. 명확한 인과관계가 없이 끌고 가는 영화 서사를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로 끌고 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이렇게 구구절절 영화의 특성을 썼다. 이 영화에 설명하고 싶은 것들이 굉장히 많다. 신선했기 때문이다. 이러나저러나 이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불규칙적인 사건 제시로, 위치를 뒤엎어 만든 인물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직선적으로는 달리지만 좀 특별한 방식으로 서사를 전복하고 있다. 영화는 전형적인 것을 아예 허락하지 않는다. 어떤 장면에서 집에 쫓아 들어가는 부분이 있다. 여기서 집에 쫓아간다고 하면 보통 누군가가 사는 공간을 생각하기 쉽다. 여기서 뒤집어진다. 이 어떻게? 의 방식이 영화에서 사건을 보여주는 방식 중 하나다. 계속해서, 끊임없이 인물을 낙하시켜 떨어트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모호하게 표현해서 인물에게 더 집중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 집중시키거나 그렇지 못하게 영화를 촬영을 설정한 부분도 흥미롭다. 이는 오케스트라에 대한 비유나 리다아가 안고 있는 묘한 어설픔, 약간의 섹슈얼한 몇 인물들의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다.
또 좀 특이한 제목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다. 영화 제목은 좀 이상하다. ‘타르’와 ‘TAR’가 두 번 들어간 것이다. 타르 타르? 뭔가 과거의 영화 제목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TAR가 총 두 번 반복된다. 이 부분은 흥미롭다. 영화 내적으로 리디아가 작곡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와도 관련이 있다. 예술과 인생의 상관관계를, 또 둘 중 하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를 묘사한 인물 설정이 탁월하다고 느껴진다.
이 외에 아쉬웠던 점은 동양인에 대한 묘사다. 뭐 베를린이라는 도시에서 상대적인 걸 보여주고 싶어 이런 연출을 보여준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얼핏 보면 이 나라 사는 분들이 살짝 기분 나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또한 영화의 엔딩 역시 이런 맥락에서 좀 ‘아니다’라고 느낄 분들이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글쓴이는 이 장면을 지켜보는 입장이 어떤 사람들과 오버랩되는지를 생각해 보니 영화의 모호한 부분이 좀 깔끔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호불호가 갈릴 엔딩이라은 것은 부정하기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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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태어나길 잘했어'
주인공 '춘희'는 본래 손에 땀이 많은 다한증이라는 질병을 앓고 있는 인물입니다.
심한 다한증으로 인하여 집에서 걷기만 해도 바닥에 땀이 다 묻어 닦어야 할 정도로 곤람함을 많이 겪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외숙모네 집에서 할머니와 함께 같이 살고 있는데,
아무래도 눈치 보이고 다한증으로 인해서도 집 안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인물이라 딱한 마음이 들었죠.
춘희는 그렇게 외숙모네 집, 좁은 다락방에서 지내게 됩니다.
이 모습은 현재의 춘희 모습인데요.
여전히 외숙모네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그 집에서 거의 혼자 지내는 것처럼 살다시피 하지만요.
춘희는 현재 마늘을 까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한증을 수술하기 위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손에 땀이 많은 것이 스트레스이자 콤플렉스였던 춘희는
과거 학창 시절 때 불에 손을 댈 정도로 힘들어합니다.
결국엔 손에 화상으로 인해 상처를 입으며 살게 되었죠.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많은 양의 마늘을 손질하여 까고
외삼촌네 식당으로 가져가 일당을 받으며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번개에 의해 피하지 못하고 전류로 인해 쓰러집니다.
이때 !
영화 속 등장하는 터널이라는 공간은 상당수의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터널이라는 공간 속에서 모든 일이 일어나고, 이곳에서 주인공들의 감정도 엿볼 수 있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거든요.
암튼, 춘희는 번개를 맞은 일로 인해 과거 학창시절 때의 나 자신을 종종 만나게 되는 굉장히 특이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런 자신이 믿기지 않아 학창시절의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간혹 놀라긴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 둘밖에 없는 절친처럼 마음을 공유하게 됩니다.
위 장면은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화상입은 손을 보여주며 얘기하고 있는 장면인데요.
현재의 '나'가
"어? 너는 손에 상처가 없네?"
하며 과거의 나에게 말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사실 맨 처음엔 춘희가 터널을 지나가다가 갑작스럽게 번개를 맞는 연출을 보고 좀 부자연스러우면서도 '장르가 바뀌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는데, '과거의 춘희와 현재의 춘희를 만나게 해주며 살아가는 삶에 대해 고찰해주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하나의 과정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 같아 왜 그렇게 연출했는지 이해가 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 장면을 하나의 명장면으로 뽑고 싶습니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과 후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니까요.
더불어, 학창시절 때의 춘희와 현재 모습의 춘희를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연결한 점에서 연출적인 부분에서 큰 감명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이게 과거의 일인지 현재의 일인지 모를 정도로 처음에는 약간의 혼란이 있었을 정도니까요.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대비시켜서 주인공 춘희가 여태 살아왔던 인생의 과정을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로 인해 어떠한 삶을 살아왔고 어떠한 마음의 변화를 겪어 왔으며 지내왔는지 등의 속사정을 대중의 입장에서 원활하게, 진지하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죠.
과거 나 자신과 마주치게 되고 진솔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며,
다시 한번 진정으로 나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가는 뜻 깊은 시간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춘희도, 우리 모두에게도.
그래서인지 더욱 더 마음 속 깊은 울림이 남아있습니다. 아직도.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 속 등장하는 사촌오빠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가슴 속 어딘가를 쿡 찌르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꽤 오랜 시간 사촌 오빠의 말을 곱씹었습니다.
어쩌면 그냥 흘러가는 말일 수도 있고, 영화를 보면 이 말이 순식간에 지나가서 캐치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그 말들이 너무 크게 와닿았습니다.
"살아줘서 고맙다."
극 중 사촌오빠는 춘희에게 이런 말을 건네는데요.
제가 이 말에 꽃혔던 이유는 아마도 누군가에게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말을 사촌 오빠가 해줘서 더 여운이 남습니다.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았거든요.
알게 모르게 잘 지내는 듯 싶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저도.
'살아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는 나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해준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영화 중반 쯤에 사촌 오빠는 춘희에게 이렇게 물어봅니다.
"너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게 뭐야?"
이 부분에서 살짝 뜨끔했습니다..ㅎㅎ
오히려 나에게 물어봤죠.
날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게 무엇인지.
이 말은 참 쉬워보이면서도 대답하기 참 어려운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렇게 정곡을 찌르시는지요...
여러분은 여러분을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게 무엇인가요?
'태어나길 잘했어' 영화는 대중들에게 이렇게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를 끊임없이 던져주고, 그 안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함께 전달해주고 있어서 속이 깊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춘희는 우연히 '주황'이라는 한 남자와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됩니다.
주황은 어렸을 적 부모님의 가정폭력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말을 심하게 더듬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둘은 무언가의 끌림에 의해 서로 자주 들여다보게 되고, 주황의 적극적인 구애로 춘희의 마음을 조금씩 열리게 하여 사로잡습니다.
주황의 등장으로 인하여 한층 무겁기만 했던 영화의 공기가 조금은 유쾌하게 풀어져서 더 매력적인 영화로 거듭난 느낌이었습니다.
그만큼 주황이라는 캐릭터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라는 의미이죠!
덕분에 같이 영화보고 있던 사람들도 주황만 나왔다 하면 환히 웃으며 그에 맞게 같이 즐기면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동안 홀로 외롭게 지내왔던 춘희는 주황을 만나 함께 하는 기쁨을 알게 되고 하루하루 웃으면서 지낼 수 있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춘희는 주황에게 이런 질문을 건넵니다.
"주황씨는 어렸을 때의 나를 만나면 어떨 것 같아요?"
이에 주황은 "저는.. 어렸을 때의 저에게 부모님께 맞지만 말고.. 맞서 싸우라고 하고 싶어요..!"와 같은 뉘앙스로 답합니다.
여러분은 어떨 것 같나요?
저라면 어느 상황이 닥쳐와도 흔들리지 않게 자존감 좀 높이고 단단해지는 마음 훈련을 하라고 건넬 것 같네요.
그리고
그리고 춘희는
"제가 춘희씨 지켜드릴게요."
라는 말을 주황이 할 때마다
"주황씨, 사람 지켜준다고 하는 거 쉽게 말해선 안 되는 거예요."
라는 말을 하며 약간의 방어적인 태세를 취합니다.
상처가 많은 춘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마음으로 이런 말을 주황에게 수십 번씩 건넵니다.
더 이상은 상처받기 싫은 거죠.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춘희는 주황에게 헤어짐을 뜻하는 인사말을 건넵니다.
"우리 그만 만나요. 저 자신에게 너무 지친 것 같아요."
와 같은 뉘앙스로 말입니다.
춘희는 이렇듯 주황에게 인사말을 할 때도 역시 배경은 터널이였는데요.
터널이 주는 공간적인 의미가 무엇일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춘희가 학창시절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살아왔던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할까 하는데요.
학창 시절엔 사촌 가족들과 함께 지냈지만 춘희가 성인이 되었을 때는 거의 혼자 지내다시피 그 공간을 사용하게 되었는데요.
이 집이 이제는 부동산에게로 넘어가고,
춘희는 예전에 자신에게 이 집을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되어서 한 마디를 건네죠.
"그 집 제가 지켰어요."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 집 제가 지켰어요.'라는 말은 이중적인 의미로 자신을 향한 말로도 성립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렸을 때의 외롭고 지친 나를 온전히 지킨 건 나 자신밖에 없었다고 말이죠.
이 영화에 대한 소감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럴 것 같아요.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 싶다가도 그 안에 담긴 따뜻한 메시지가 너무 강렬한 나머지 눈을 뗄 수 조차 없게 만드는 영화이다.]
여러분도 이 영화를 보시고
'아, 태어나길 잘했구나.'하는 마음이 드시길 바랍니다.
<내가 가장 눈여겨 봤던 점!>
1. '터널'이라는 공간적 의미가 나타내는 게 무엇일지.
2. 과거의 춘희와 현재의 춘희를 대비시킴으로써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고 있는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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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살아 있는 <여성국극>
일본에서 생활 할 당시 ‘다카라즈카’ 문화를 알게 되었다. 전 배역 모두 여성들이 맡으며, 그들은 어릴 적부터 양성되고 그 명맥이 아직까지 탄탄하게 이어져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도 이와 같은 문화가 있는지 몰랐다. 그 명맥이 얇고 희미했기 때문일까?
<정년이>라는 웹툰과 드라마를 통해 여성국극 문화에 대해 어느정도 인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웹툰과 드라마를 보지 않았기에 그 문화가 현재까지 있는 지는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명맥은 다큐멘터리 제목처럼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해보였다.
여성국극 제작소의 박수빈, 황지영 배우는 무형문화재 조영숙 선생님의 배움 아래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유수연 감독은 처음에는 조영숙 선생님의 이야기로 다큐를 만들려고 하다가 그 옆의 젊은 여성 국극 배우 박수빈, 황지영 배우의 이야기에 더 집중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번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다큐는 과거보다는 현재 여성국극이 ‘어떠한 상황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그 상황은 좋지 않다. 두 배우들의 무대는 민속촌, 마을 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잔치 등 여성국극을 불러주는 곳만 있다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러나 관객들은 공연을 보다가 나가거나 무심하게 지나치는 장면들이 나온다. 안쓰러운 장면이면서 또한 현실적인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 둘은 굴하지 않고 여성국극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과거 여성국극의 영광의 시대 때 활약했던 배우들과 함께 ‘레전드 춘향전’ 무대를 기획한다. 이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접대 장면이었다. 박수빈 배우는 이 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해 접대를 한다. 그 과정은 매우 녹록치 않아보였다. 바로 앞에서 여성국극을 비판하기도 하고 이 공연을 만드는 이유 조차도 회의적인 반응들이었다. 그러나 박수빈 배우는 굴하지 않고 그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이 공연을 만들기 위해 여성국극 공연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를 보여줬다.
그외에도 춘향전을 현대적으로 각색하지 말라는 연로 배우들의 말과, 춘향 역은 누구보다 여성스럽고 살을 빼야한다는 이야기에 머쓱해지는 순간들도 많았지만 공연의 결과는 멋지고 아름다웠다. 확실히 레전드 배우들은 시간이 많이 지났고 체력도 예전같지 않지만 그 힘은 늙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둘은 안산시에 협력을 받아 전문 예술인단으로 소속되어 활동하고 현재까지도 활동중이다. 여성국극이 현재 어떠한 상황인지 알려주고 그 명맥을 이어가려는 두 배우와 감독의 노력이 좋았다. 영화적으로 아쉬운 점은 중간 중간 나오는 배우들의 그다지 큰 연관성을 느낄 수 없는 인터뷰와 ‘레전드 춘향전’ 공연이 꽤 길게 느껴졌다. 공연실황이 유튜브에 전부 올라와 있는걸로 알고 있는데 공연 실황을 보여주기 보다는 여성 국극이 그래서 판소리랑 다른 것이 무엇이고 현재까지도 여성국극이 살아남아야하는 이유를 좀 더 알려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감독의 전작은 여성국극에 대한 설명에 집중했다면 이번 작품은 현재 여성국극의 배우들의 이야기에 집중을 한 것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초반에 등장만 살짝 등장하는 여성국극에 대한 유래와 각 역할에 대한 설명으로는 이번 다큐멘터리로 여성국극을 알게된 관객들에게는 깊은 몰입감을 주기 어려웠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여성국극이니까 좀 더 ‘여성’에 대한 이야기에 방점을 찍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마지막으로 남겨본다.
*씨네랩 초청을 통해 관람 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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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있어, 뜨겁고 치열하게
- 살아있어, 뜨겁고 치열하게"액트 업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학술회로 추정되는 무대에서 누군가가 발표를 하고 있다. 그리고 한 단체가 무대 뒤에서 좁은 틈을 통해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발표자가 바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이 확성기 소리와 함께 무대에 들이닥친다. 이들은 '액트 업 파리(ACT UP PARIS)'다. 이어서 영화의 타이틀이 뜬 후, 영화는 곧장 관객을 이들의 회의 현장으로 데려간다. 관객은 주인공 '나톤'이 액트 업 파리의 신입 회원으로 들어가 회의에 참여하는 것을 보며 영화의 시작부터 간접적으로 액트 업 파리의 구성원이 된다. 빈 강의실에서 진행되는 이들의 회의는 이 영화의 핵심이 집결되는 곳이다. 회의실은 치열한 토론의 현장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단체의 활동 방향에 대해 토론하며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계획한 활동을 실행한 후에는 그 결과에 대해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다시 토론하며 찾아낸다. 회의실은 다양한 의견이 공유되는 공간인만큼 그만큼의 갈등이 발생하는 공간이다. 이들은 서로의 의견이 불일치할 때, 때로는 서로를 공격하는 것을 서슴지 않으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당장의 갈등보다도 자신의, 모두의 생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회의실은 에이즈(AIDS) 교육의 현장이다. 이들은 에이즈와 관련된 새로운 정보가 생길 때마다 회의실에서 발표하는 형태로 그 내용을 함께 공유한다.영화의 회의 장면들이 사실감 있게 구성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영화를 연출한 로빈 캉필로 감독이 실제 ‘액트 업 파리’의 회원이었다는 사실이 있다. 실제로 로빈 캉필로 감독은 인터뷰에서 "액트 업 파리 운동을 하고 나서 25년이 지났는데도 에이즈 HIV 감염에 대한 문제의식이 그때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서 자신이 예전에 활동했던 걸 영화로 만들어서 문제의식을 부각하고 이야기를 해볼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이 영화를 연출하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 영화는 '액트 업 파리'라는 단체의 성공담을 담아낸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영화의 종반부에 다다르면 액트 업 파리는 결과로 보자면 사실상 실패한 단체였음을 어렴풋이 짐작해볼 수 있다. 그렇다. 액트 업 파리의 승패는 이 영화에서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오히려 영화는 다가오는 실패의 결과를 보이길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에 대해 덤덤한 태도를 취한다. 또한 이 영화는 거창한 계몽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다. 에이즈나 액트 업 파리에 대한 다수의 정보를 담고 있는 영화이지만 영화는 그것을 통해 관객을 깨우치려는데 주목적을 두지 않는다. 교육적인 측면이 강한 영화인 것은 분명하나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목적은 아니다. 영화는 정보의 전달보다도 그 내부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모습과 그들이 열정적으로 투쟁하고 연대하는 모습을 담아내는데 주력한다."살아있어, 이렇게 뜨겁게"영화의 제목 '120BPM'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사전적 의미를 보자면, 120BPM은 1980~90년대 당시 유럽에서 유행했던 하우스 뮤직의 사운드 리듬을 의미한다. 실제로 80~90년대 유럽 클럽, 그중에서도 게이 클럽에서 주로 틀던 음악의 대부분이 120BPM 하우스 음악이었다. 영화에 사용된 음악 또한 마찬가지로 모두 같은 120BPM의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120BPM은 또한 사람의 심장이 뛰는 속도, 심장박동수를 의미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장면들처럼 춤을 출 때나 섹스를 할 때의 빠른 심장 박동 말이다. 그래서일까, 영화의 음악을 듣다 보면 그 박자가 사람의 심장 박동처럼 들리는 순간이 여럿 존재한다. 특히나 영화의 시작점에서부터 들리던 느린 박자의 비트는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금 선명하게 들릴 때 그렇게 느껴진다. 사람의 심장 박동 소리로 시작되던 영화가 다시 사람의 심장 박동 소리를 내며 끝나는 것이다. 이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수미상관은 이 영화의 교차편집 시퀀스들, 그중에서도 가장 마지막 교차편집 시퀀스와 그 의미가 정확히 일치한다.영화에는 액트 업 활동과 춤이 병치되는 시퀀스가 네 차례 등장한다. 첫 번째 시퀀스에서는 멜톤 제약 연구실에 쳐들어가 결과를 촉구하는 시위를 한 후 돌아오는 장면에서 클럽에서 춤을 추는 장면으로 이어지고, 두 번째에서는 어느 학교에서 에이즈 예방법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세 번째에서는 미테랑에 대한 시위행진을 하는 장면에서, 그리고 영화의 가장 마지막이자 네 번째에서는 보험업자들에게 션의 재를 뿌리며 정치 장례를 하는 장면에서 춤을 추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첫 번째 시퀀스에서 클럽의 부유하는 먼지는 곧장 에이즈 바이러스로 변해 그것이 어떻게 체내 세포를 공격하는지를 시각화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 시퀀스에서는 춤을 추는 장면 뒤에 나톤과 션이 섹스를 하는 장면이 곧장 이어지고, 세 번째 시퀀스에서는 춤을 추는 장면과 나톤이 허공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기는 장면에 이어 병상에 누워있는 션의 모습이 비춰진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교차편집 시퀀스이다. 마지막의 교차편집 시퀀스는 두 장면을 병치해 만든 앞선 세 교차편집 시퀀스와 그 형식이 다르다. 션의 정치 장례와 액트 업 구성원들의 춤, 나톤과 티보의 섹스. 이 세 장면이 빠르고 촘촘하게 이어지며 반복된다. 마지막 교차편집 시퀀스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라 할만한 부분이며, 사실상 앞선 세 교차편집 시퀀스를 압축해 보여주는 시퀀스다.다시 앞선 세 시퀀스를 생각해보자. 첫 번째 교차편집 시퀀스는 에이즈가 인간의 몸을 공격하는 방식 즉, '죽음(死)'으로 끝나며, 두 번째 교차편집은 나톤과 션의 섹스 즉,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것, 세 번째 교차편집은 병상 위에서 힘겹게 숨 쉬고 있는 션 즉, '생(生)'으로 끝난다. 이제 마지막 교차편집 시퀀스를 들여다보자. 션의 죽음 이후 액트 업 구성원들은 그의 평소 바람대로 정치 장례를 준비한다. 그들은 파티에 가 보험업자들에게 션의 재를 뿌린다. 모두가 함께 재를 뿌리는 순간에 그들이 춤을 추는 모습과 나톤과 티보의 섹스 장면이 교차편집된다. 마지막 시퀀스의 빠른 교차편집 안에서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안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빠르게 병치된다. 그들은 자신들은 죽지 않았음을, 여전히 뜨겁게 살아있음을 춤을 추고 섹스를 하며 세상을 향해 증명한다. 바로 이 순간, 영화의 첫 장면에서 들었던 박자의 비트가 다시 들리기 시작한다. 그들은 같은 박자에 여전히 춤을 추고 있다. 이윽고 비트가 멈추고, 화면이 완전히 암전 되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때의 고요한 침묵은 관객이 액트 업의 구호 "Silence = Mort(Death)"를 떠올리게끔 만든다. 아니, 거기까지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영화를 보던 관객은 적어도 그 순간 사유할 시간을 갖는다. <120BPM>은 관객에게 엄청난 수준의 계몽을 요구하지 않는다. 시작점부터 이 영화의 목적은 그것이 아니다. 대신 영화는 1980년대 당시를 살아내던 소수자들의 열정과 투쟁, 그리고 그 안의 연대를 멜로 드라마의 형태로 그려낸다. 그 속에서 그들은 열렬히 사랑하며 무엇보다 소중한 1분 1초의 순간을 살아내기 위해 끝까지 투쟁한다. 이들의 절박하고도 아름다운 열정의 몸부림은 현시점에도 여전히 세상을 향해 외치고 있다. 우리는 살아있다고. 뜨겁게, 그리고 치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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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정의'는 안녕한걸까?
수많은 범죄가 발생하고, 이를 추적하는 경찰이 있다. 범죄자가 잡히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 상식이다. 살인을 저지르면 살인에 맞는 형량을, 성폭행을 저지르면 성범죄에 맞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일반 시민들은 이를 재판하는 판사와 사법부를 믿고 신뢰하려 하지만, 종종 판결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형량이 약하다고 느낄 때마다 사람들은 분노하며, 사회적으로 그 부당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온라인을 통해 퍼져나간다.
피해자들은 평생 불안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 공포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지만, 죄를 지은 범죄자들은 자신의 형량을 채우고 나면 죗값을 다 치렀다고 착각한다. 이런 괴리가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한다. 범죄자가 더 이상 사회적 제재를 받지 않음에도, 피해자는 여전히 그 공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부조리하게 느껴진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조두순의 출소 사건이 있다. 그의 출소 직후 집 앞에 몰려든 유튜버들과 취재진은 지금의 사회가 느끼는 불안과 분노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런 장면은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왔다. 시리즈 <비질란테>, <노웨이아웃 더 룰렛>, 영화 <무도실무관>, 그리고 최근 개봉한 <베테랑2>에도 비슷한 장면이 묘사된다. 이러한 출소한 범죄자들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그들에 대한 응징을 선포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 사회적 현상은 이제 단순한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범죄와 처벌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러내는 문제로 자리잡았다.
[첫번째 감정] 서도철의 정의감
서도철(황정민)은 사실 단순히 올바르기만 한 경찰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는 강력계 형사로서 수많은 범죄자들과 맞서왔고, 그 과정에서 다소 거친 언행과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범죄자들에게 “잡히면 죽는다”는 협박이나 욕설을 서슴없이 내뱉으며, 남들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자신의 가족에게도 "만만하게 보이면 안 된다"는 식의 말을 자주 한다. 이러한 발언들은 서도철의 내면에 깔린 세계관을 보여주지만, 그가 항상 법을 준수하며 정의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관객들은 이러한 그의 말과 행동을 보며 그가 과연 진정한 정의의 구현자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서도철의 정의는 단순한 폭력의 정당화가 아니다. 영화 속에서 그는 범죄자를 체포하고 제압하는 과정에서 적당한 선을 유지하려 한다. 물론 분노에 휩싸여 때로는 과격한 행동을 취하지만, 그의 팀원들이 그를 제지하며 그가 극단적인 폭력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준다. 이는 서도철이 제도 내에서 허용된 범위 내에서 정의를 실현하려는 인물임을 보여준다. 그의 강한 언행과 행동 뒤에는 법과 질서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지키려는 노력이 숨어있다. 서도철은 자신의 감정에 휘말릴 때가 많지만,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범죄자들을 합법적인 방식으로 처벌하는 것이다.
서도철의 정의는 때로는 삐딱하고 비뚤어져 보일 수 있다. 그는 완벽하지 않으며, 때로는 자신의 감정에 휘둘려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모습은 오히려 현실적이고 인간적이다. 서도철은 이상적인 정의의 상징이라기보다는, 우리 일상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불완전한 정의를 구현하는 인물이다. 그의 거친 정의는 때로는 불안정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범죄자들과 맞서 싸우려는 모습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서도철은 결국 제도 내에서 정의를 실현하려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투박한 방식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그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두번째 감정] 해치의 정의
해치(정해인)는 서도철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한다. 그는 경찰이지만, 그가 경찰로서의 공권력을 사용하는 목적은 범죄자를 체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복수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해치는 사법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범죄자들을 찾아내고, 그들을 직접 처단한다. 그가 추구하는 정의는 법의 테두리 안에 있지 않다. 그는 범죄자들을 법에 맡기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그들에게 죗값을 치르게 한다. 이런 모습은 서도철의 방식과 대조적이며, 해치의 정의는 더욱 극단적이다. 그러나 해치는 단순히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사회적 약자를 대신해 복수를 실천하며, 그 자신 또한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믿는다.
해치가 처단하는 범죄자들은 모두 사회에서 적은 처벌을 받고 풀려난 자들이다. 해치는 그들이 다시 사회로 나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기 전에 그들을 없애기로 결심한다. 관객들은 해치가 처단하는 장면을 보며 그 잔혹성에도 불구하고, 범죄자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처벌을 해치가 대신해주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해치의 처단은 우리가 실제로 법적 제재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범죄자들에게 통쾌한 대리 복수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해치의 행동은 때로는 불법적이고 잔인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의 정의는 많은 관객들이 느끼는 감정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해치의 정의는 과연 정당한가? 그의 방식은 법을 벗어나 있기 때문에 사법적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해치의 정의는 단순한 복수를 넘어선다. 그는 개인적인 원한을 넘어, 범죄자들에게 직접적인 처벌을 가함으로써 자신이 피해자를 대신해 그들에게 정의를 실현한다고 믿는다. 관객들은 그의 처단에 통쾌함을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이 올바른 정의의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해치의 정의는 법적 시스템의 허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허점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게 만든다. 그의 잔인한 복수는 우리가 바라는 정의와 어긋나지 않지만, 그 방법론은 쉽게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세번째 감정] 관객들이 느끼는 정의
<베테랑2>는 관객들에게 두 가지 상반된 정의의 방식을 제시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어떤 정의가 더 옳은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서도철은 법과 질서를 지키면서 범죄자들을 처단하려는 인물이고, 해치는 법을 무시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인물이다. 관객들은 처음에는 해치의 복수가 더 통쾌하고 직관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특히나 약한 처벌을 받고 사회로 돌아온 범죄자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현실에서, 해치의 처단은 일종의 대리 만족을 제공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들은 서도철의 방식이 더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해치의 복수는 사법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방식이지만, 그가 처단하는 범죄자들도 결국 법적으로는 처벌을 받았다. 해치는 그 처벌이 약하다고 판단해 스스로 판사이자 집행자가 되기로 결심하지만, 이는 사법 체계의 붕괴를 의미할 수도 있다. 해치가 지속적으로 범죄자를 처단할수록, 그가 범죄자들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는 법을 무시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의 정의 역시 범죄가 되어버린다. 따라서 관객들은 해치의 처단이 통쾌할지라도, 그것이 정당한 정의인지에 대해서는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영화는 결국 서도철의 정의가 옳다는 결론을 내린다. 서도철은 때로는 법의 경계를 넘나들지만, 그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범죄자들을 처단하려고 노력한다. 해치가 기괴한 방식으로 범죄자들을 처단하면서 사법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동안, 서도철은 그 시스템을 지키며 범죄자들과 맞서 싸운다. 영화는 관객들이 해치의 처단에 일시적으로 마음이 기울게 하면서도, 결국에는 서도철의 정의에 더 큰 힘을 실어준다. 이는 영화가 궁극적으로 사법 시스템 내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의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는 범죄자들에 대한 형량 문제와 출소 이후의 사회적 반응에 대한 깊은 화두를 던진다. 이는 1편에서 권력자와의 대결을 주제로 삼았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 2편은 더욱 현실적인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범죄자들의 처벌과 형량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영화는 다양한 정의의 형태를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이번 영화의 연출은 이전 작품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에 집중하여, 서도철과 해치의 대립을 통해 사법 시스템 내에서의 정의와 사적 복수 사이의 경계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훌륭하다. 황정민은 서도철이라는 인물을 거칠지만 인간적으로 그려내며, 그가 가지고 있는 불완전한 정의에 대한 고민을 깊이 있게 표현해낸다. 반면 정해인은 해치라는 인물을 통해 복수와 정의의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을 차갑고 날카롭게 연기한다. 그의 연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그가 실현하려는 정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두 배우의 연기력은 이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고, 관객들이 이들의 정의에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베테랑2>는 단순히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액션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로 하여금 현재의 사법 시스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빌런을 점점 더 강력하게 그려내는 것과는 다르게, <베테랑> 시리즈는 보다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며 차별화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a976nBHtE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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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톺아보기] 이진욱 배우 출연작 파헤쳐 보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의 톺아보기 주인공은 최근 카카오TV 웹드라마 <결혼백서>에 출연했으며,
오늘이 바로 생일인 배우인데요. 바로 배우 '이진욱'입니다!!
그럼, 바로 이진욱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톺아보러 가볼까요?!
배우 '이진욱' 프로필
ⓒ BH엔터테인먼트
이름 | 이진욱
출생 | 1981년 9월 16일
소속사 | BH엔터테인먼트
데뷔 | 2003년 '파나소닉' 모델
배우 '이진욱' 데뷔 과정
ⓒ BH엔터테인먼트
공부 말고 다른 것을 하고 싶어 무작정 상경했고, 연기에 흥미를 느껴 그동안 모은 돈으로
연기학원에 등록한다. 그 후, 혼자 프로필을 만들어 잡지사와 에이전시를 찾아 돌리다
203년 파나소닉 광고로 데뷔하게 되었다.
배우 '이진욱' 활동
ⓒ BH엔터테인먼트
파나소닉 광고로 데뷔 후, 여러 광고에 출연하였고 대학로 연극, 단편영화, 단만극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작품은 2006년에 방영한 연애시대이다. 이후 tvN 드라마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에서
큰 인기를 끌며 이진욱 배우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배우 '이진욱' 대표작
로맨스가 필요해 2012 - 윤석현
ⓒ Tving
이진욱 배우는 승부욕이 강하고, 까탈스럽고, 섬세하며 독선적이고 오만한 성격을 가진
시나리오 작가 '윤석현'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티빙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 박선우
ⓒ Tving
거침없는 판단력과 자신감으로 무장한 CBM 보도국 12년차 기자이자,
매일 밤 12시에 뉴스 투나잇을 진행하는 최고의 앵커 '박선우'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티빙, 디즈니+
삼총사 - 소현세자
ⓒ Tving
이진욱 배우는 늘 여유 있고 농담을 즐기며 친절하고 다정한 것처럼 보이나,
얼음처럼 차갑고 냉정한 속내를 가진 '소현세자'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티빙
표적 - 이태준
ⓒ 네이버영화
이진욱 배우는 다정다감한 성격을 가진 서울백운병원 레지던트 3년차 의사인 '이태준'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뷰티 인사이드 - 우진084
ⓒ 네이버 영화
이진욱 배우는 일어날 때마다 얼굴이 바뀌는 우진의 84번째 모습인 '우진084'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왓챠
시간이탈자 - 김건우
ⓒ 네이버 영화
이진욱 배우는 2015년을 살고 있는 강력계 형사로,
우연한 사고를 겪게 되며 꿈속에서 다른 이의 일상을 보기 시작한 '김건우'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스위트홈 - 편상욱
ⓒ 넷플릭스
이진욱 배우는 무뚝뚝한 말투와 엄청난 근련과 맷집의 소유자인
악을 악으로 벌하는 전직 살인청부업자 '편상욱'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불가살 - 단활
ⓒ Tving
이진욱 배우는 600년 전 인간이었으나 불가살이 된 '단활'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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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쟁이] 인피니티 워 NG 모음! & 춤영상까지?!
안녕하세요 마블쟁입니다!!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일단 손풀기로 아주 짧게 영상 하나를 올립니다.
영상 이제서야 올리는데 성의 없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곧 좋은 영상으로 다시 돌아올 테니 그냥 재미있게 영상 즐겨 주세요~
감사합니다!
2018. 00. 00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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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 헨리 5세
- 노는 게 제일 좋을 나이에 왕이 된 헨리 5세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 모두를 마주하게 되는데...
왕권을 둘러싼 물리적 정신적 싸움을 리얼하게 그린 이 영화 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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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히든페이스> 1차 예고편
실종된 약혼녀 ‘수연’의 행방을 쫓던 ‘성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색(色)다른 밀실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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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전 세계 새해를 휘어잡을 사냥꾼 마동석의 액션 블록버스터 황폐한 무법천지 세상에서 생존을 위한 사냥이 시작된다! 넷플릭스 영화 ⟪황야⟫ 1월 26일,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