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2021-05-11 11:19:38
[넷플릭스] 이레귤러스 [The Irregulars] 영국 드라마
세계관의 고비를 넘으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드
셜록의 세계관을 약간 빌려서(이름, 캐릭터, 배경 등등) 만든 호러 청춘 로맨스 이레귤러스 [The Irregulars].
19세기 런던, 어느 날부터 과학적으론 설명이 불가능한 초자연적인 일들이 벌어진다.
부모를 잃은 소녀 비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돌보기 위해서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는 왓슨의 의뢰를 받아서 미스터리한 일에 휘말리게 된다.
등장 캐릭터가 매력적인 드라마이긴 한데,
지나칠 정도로 다양성을 넣어서 인지 처음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흑인인 왓슨, 동양인이 비아트리스, 귀족으로 등장하는 흑인들.
역사적 배경보다는 문화적 다양성을 갈아 넣은 드라마라, 셜록의 세계관을 조금이라도 기대했다면 살짝 이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판타지 드라마이고, 역사적 배경을 선택적으로 가져와 썼다고 이해하면 된다.
그러니 19세기 런던은 우리가 아는 역사를 가진 런던은 아니다.
세계관의 이질감을 넘어서면 그때부터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드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매력적이다.
Relative contents
-
- 8월 2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이정재 배우의 첫 연출작 <헌트>의 개봉부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최강 귀요미 그루트의 이야기가 담긴 <나느 그루트다>의 개봉까지!
그럼 8월 둘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
.
극장 개봉 영화
헌트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25분
감독: 이정재
출연: 이정재, 정우성 등
개봉: 2022.08.10
배급: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줄거리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와 '김정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
관전 포인트
국내 개봉에 앞서 제75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되었으며 7분간 기립박수를 받은 작품이다.
23년만에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을 한 스크린 안에서 볼 수 있어 화제를 모았으며,
이정재 배우의 첫 연출작이기에 더욱 더 기대를 모으고 있다.
DC 리그 오브 슈퍼-펫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105분
감독: 자레드 스턴, 샘 J.레빈
출연: 드웨인 존슨, 케빈 하트, 키아누 리브스 등
개봉: 2022.08.10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줄거리
악당 렉스 루터와 기니피그 룰루의 계략으로 위험에 빠진 슈퍼맨을 비롯한 저스티스 리그의 슈퍼 히어로들을 구하기 위해
슈퍼독 크립토와 슈퍼펫 친구들이 벌이는 파워 댕댕 모험을 그린 이야기.
관전 포인트
처음으로 영화로 만들어진 슈퍼맨의 반려견과 배트맨의 반려견 이야기라는 신선한 소재로 극을 이끌어간다.
유명 뮤지션 퀸, 테일러 스위프트, R.E.M의 음악을 삽입해 귀를 사로잡았으며,
DC 코믹스의 팬이라면 마음이 두근거릴 요소 요소가 녹아있다.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영국 | 97분
감독: 소피 하이드
출연: 엠마 톰슨, 다릴 맥코맥 등
개봉: 2022.08.11
배급: (주) 무비다이브
줄거리
단 한 번도 섹스에 만족해 본 적 없던 은퇴교사 ‘낸시’가
‘리오 그랜드’의 퍼스널 서비스를 경험하며 인생 최고의 해방을 시도하는 굿 럭 무비
관전 포인트
제38회 선댄스영화제와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으며,
유수의 매체에서 호평을 받으며, 기대를 모은 화제작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OTT 공개 예정작
나는 그루트다
ⓒ IMDB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5부작
감독: 커스틴 레포레
출연: 반 디젤 등
공개: 2022.08.10
스트리밍: 디즈니+
줄거리
그루트 주연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이자 <왓 이프...?>를 이어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
관전 포인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 '그루트'의 이야기를 담아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
이미 시즌 2의 제작이 확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모범가족
ⓒ 넷플릭스
개요: 범죄 | 한국 | 10부작
감독: 김진우
출연: 정우, 박희순, 윤진서 등
공개: 2022.08.12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파산과 이혼 위기에 놓인 평범한 가장이 우연히 거금이 든 차량을 발견하고, 마약조직의 2인자와 얽히면서 벌어지게 되는 이야기
관전 포인트
<모범가족>은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 2, <굿 닥터>, <힐러> 등을 연출한 김진우 감독이 맡았으며,
예측 불가한 이야기로 높은 몰입감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
- 외면과 혐오, 분노가 만든 폭력의 세계
지금 우리 학교는 (ALL OF US ARE DEAD, 2022)
“외면과 혐오, 분노가 만든 폭력의 세계”
개봉일 : 2022.01.28. (넷플릭스 공개)
감독 : 이재규, 김남수
출연 :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 유인수, 이유미, 임재혁
개인적인 평점 : 3/5
지금 우리 학교는 줄거리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 고립된 이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자들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
동명의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을 원작으로 한 새로운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 2022년 1월 28일 날짜로 공개됐다. 2021년을 뜨겁게 달궜던 <오징어 게임> 이후,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에 대한 관심도가 상당히 높아진 만큼 ‘한국 드라마 콘텐츠’라는 타이틀을 달면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만만치 않은 시기가 아닐까 싶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공개된 <지옥>은 ‘한국 드라마 콘텐츠’로 큰 관심을 받으며 스트리밍 1위를 달성했고, <고요의 바다>는 1위를 찍지 못해 조금 아쉬웠지만 ‘한국형 SF’의 새로운 장을 열며 마무리되었다. 개인적으론 지금까지 공개된 시리즈들 모두 어떤 방향으로든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꽤 괜찮은 성공이 거듭되면서 기대감이 더욱 쌓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어딘가 모자랐던 걸까. 나에게 <지금 우리 학교는> 시리즈는 장단점이 뚜렷한, 완전한 성공이라고 말하기 애매한 작품으로 남아버렸다.
긴 러닝타임, 길게 늘려진 답답한 이야기
<지금 우리 학교는>은 <킹덤>에 이어 넷플릭스에서 2번째로 제작된 한국형 좀비 드라마다. <킹덤>은 시즌당 4-60분 내외의 러닝타임을 가진 6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것에 비해 <지금 우리 학교는>의 러닝타임은 거의 두 배에 달한다. 그렇다고 <킹덤>이 특히 짧았던 것도 아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처럼 디스토피아를 소재로 사용한 <스위트홈>과 최근 공개된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 <D.P>, <마이네임>, <고요의 바다>, <지옥> 등이 모두 10편 내외로 구성되었던걸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 학교는>은 눈에 띄게 긴 러닝타임을 갖고 있는 시리즈다.
한 회차당 60분 정도, 총 러닝타임은 709분에 달하는데, 처음엔 “원작에도 등장하는 인물이 워낙 많으니까.. 12화인 이유가 있겠지?”싶었는데, 시리즈를 다 보고 나니 “왜 12화까지 만들었지?”싶었다.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비판하고자 하는 부분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많았다는 부분은 어느정도 느낄수 있었으나, 깊게 표현됐다기보단 한번 쓰고 내팽개치고, 또 잠깐 보여주고. 하는 식으로 짧게 반복되니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8-10화 내외로 과감하게 쳐냈다면 지금보다 만족도가 훨씬 올라갔을지도.
여러 인물들이 만나게 되면 당연히 갈등이 생기게 되고, 어느 정도 고구마를 먹은듯한 답답한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시청자들이 그 고구마를 견디는 이유는 갈등이 해소될 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 즉 사이다를 꿀꺽꿀꺽 마시며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인데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사이다가 부족하다. 숨 막히게 반복되는 답답한 상황과 고립. 갈등 요소가 해소되나? 싶은 순간, 갈등을 야기한 인물이 얼렁뚱땅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허탈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래... 상황상 어쩔 수 없지...”, “그래... 얘네 고등학생이잖아...”를 반복하며 마음을 달랬다.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는 구성과 납작한 인물들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꽤 많은 캐릭터들이 나온다. 초반부엔 이름조차 제대로 외우기 힘들 만큼 말이다. 교내에는 청산과 온조가 주축이 된 무리와 하리와 미진이 주축이 된 무리, 은지와 철수로 구성된 폭력의 피해자 무리, 교내 최고 빌런 귀남까지 총 4개의 시점이 있다. 그리고 학교 밖엔 온조의 아빠 소주 무리와 도시로 들어온 스트리머와 형사 무리, 효산시 봉쇄 작전을 실행하는 사령관까지.
사실 등장인물들이 많은 건 단점이라고 할 수 없으나, 문제는 한 무리 안에서도 인물들이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었다는 점과 각 무리가 갖고 있는 톤 자체가 서로 어울리지 않았다는 점이 있다. 곧 멸망해버릴듯한 세상이 주는 절망과 무거움을 작은 코믹 요소들로 중화시키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특정 인물들의 이야기만 너무 큰 변주를 준 느낌이라 아쉬웠다. 톤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으니 다양함보다는 산만함이 크게 느껴졌다.
정말 가감 없이 이야기하자면, 산만한 이야기를 꽉 잡고 갈 중심인물이 많이 없었다는 점도 이 시리즈의 단점이 아닐까 싶다. <지금 우리 학교는> 원작을 접한지 오래 지나서, 원작을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는 독자는 아니지만 이 시리즈를 보며 이런 생각을 정말 자주 한 것 같다. “얘 웹툰에서도 이랬었나?”
모든 인물들이 매력적이고 입체적일 순 없다. 그래도 이 산만함을 꽉 쥐고 끌어갈 수 있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았다면 그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4-5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캐릭터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 크게 아쉬웠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서 시청 중에 지쳐버린 탓도 있겠지만 말이다.
단점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영리한 좀비 액션
그럼에도 <지금 우리 학교는> 시리즈를 끝까지 완주한 이유.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좀비들과 펼치는 영리한 액션신들 덕분이었다. 학교라는 고립된 공간 속, 길쭉하고 좁은 복도의 특성을 활용한 아슬아슬한 액션, 교내 물품들과 건축 자재들을 이용해 구성한 영리한 액션들과 그 안을 유연하게 비집는 카메라의 시점. 그 모든 액션들을 받아쳐주는 좀비들의 그로테스크한 움직임. 그리고 역하게 느껴질 만큼 잘 만들어진 비주얼까지. 아쉬운 점은 다 미뤄두고, 이 액션신과 배경을 만들기 위해 담당자분들과 배우분들 모두 정말 고생하셨다는 칭찬은 아끼고 싶지 않다. 개인적으론 고지대를 선점한 상태로 이어진 액션신들이 인상 깊게 남았다. (특히 도서관 장면)
신선한 얼굴들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신선한 얼굴들이 대거 출연한다. <벌새>로 소중한 날갯짓을 보여준 박지후 배우,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이유미 배우, 여러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뽐낸 이상희 배우처럼 은근 낯이 익은 배우들도 있고, 언젠가 한 번쯤 봤었던 <슬의생>의 장윤복 역을 연기했던 조이현 배우, 영화 <생일>에서 설경구 배우의 아들 수호를 연기했던 윤찬영 배우, 조금은 낯설고 새롭게 느껴지는 로몬, 유인수 배우까지. 이 신선한 얼굴들엔 기시감 같은 뻔한 것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보여준 연기와 배우들 간의 합이 빈틈없이 완벽했다고 말하긴 애매하지만, 적어도 이들의 차기작이 궁금해지게 만든 시리즈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순간에 지옥이 된 세상에서 꼬집고자 하는 것. 호불호가 갈리는 표현 방법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효산 고등학교에서 살아남은 학생들과 학교 밖, 효산시에서 살아남은 어른들의 생존기를 그린 작품이다. 바이러스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며 한순간에 지옥이 된 학교 안에서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뿌리치고, 달려오는 좀비들에 맞서며 구조의 순간을 기다린다. 아이들이 갇힌 세상은 온통 공포와 괴성, 불신으로 가득하다. 학교 밖에서 이 사태를 알게 된 어른들은 아이들을 구하러 지옥으로 몸을 내던지기도 하고, 다수의 생존과 소수의 희생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드라마 안에 그려지는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며 공감과 울분, 분노 등 수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 꼬집고자 하는 방향은 확실하다. 평화로워 보이는 학교가 누군가에겐 지옥일 수 있다는 것.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방관자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 폭력의 구렁텅이가 깊어질수록 그 안에선 더욱 지독한 폭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 폭력이 지배한 세상 속에서도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가면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사회에 만연한 불신과 혐오 등등.. 방향성은 충분히 알겠으나 표현 방식에 대한 호불호가 꽤나 갈리고 있는 모양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건 이 문제들을 꼬집기 위해 사용된 국회의원 캐릭터와 가해자와 피해자 캐릭터들이 다소 일회성으로 소비되었다는 점과 논란이 될만한 폭력 표현 방식 등이 있겠다.
지옥 같은 학교에서 손을 잡는 아이들
폭력이 만들어낸 작은 멸망과 그 상황에서도 파이 게임을 하는 어른들. 아이들은 어른들을 기다리며 지쳐가고, 끝내 버려졌음을 알게 된 순간 더욱 견고하게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해간다. 그들의 작은 세계 속에선 믿음, 사랑, 우정, 희생이 교차하고, 이 모든 감정은 단 하나의 목표. 생존을 위해 사용된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등장인물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생존이란 희망을 놓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천국, 누군가에겐 지옥이던 학교가 이젠 모두에게 공평한 지옥이 되어버린 상황. 희망 같은 건 가질 수 없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잠시나마 희망의 스파크를 튀겨본다. <지금 우리 학교는>을 보면 아이들끼리 손을 잡고 서로에게 몸을 기대며 휴식이나 수면을 취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순간들이 정말 좋았다. 극한의 상황에서 서로에게 기대는, 본능이자 깊은 믿음에서 나오는 행동들이 좋았다. 좀비가 창궐한 와중에도 수능과 고3이 될 내년을 걱정하는 팍팍한 분위기를 잠깐이나마 풀어주는 것 같아서.
좀비물이라기보단 하이틴 로맨스로 본다면
<지금 우리 학교는>을 설명하는 가장 큰 카테고리는 ‘한국형 좀비 드라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분야를 즐겨보는 팬들에게 <지금 우리 학교는>은 부족함이 많은 시리즈로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클리셰로 가득한 진행에 생존을 앞에 뒀다기엔 예상보다 더욱 답답하게 행동하는 인물들까지. 특히 좀비물의 스탠더드로 불리는 <워킹데드>나 앞선 한국형 좀비 <킹덤> 정도를 기대했다면..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하이틴 로맨스 초점으로 바라본다면.. 어쩌면? 좀비에 집중했을 때보다 조금은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잠깐의 탈출과 고립, 희생과 이별이 반복되며 자연스레 쌓여간 감정들이 언젠가 한 번쯤은 훅- 다가오는 순간이 있을 테니까. 슬픔으로든 아주 큰 분노로든, 그 어떤 형태로든.
감정을 제대로 마무리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남은 건 맞잡은 손뿐인 아쉬움이 가득한 시리즈였지만... 이를 계기로 ‘K-좀비’의 장이 더 넓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하나 생겼다.
-
- 불시착한 뉴욕행 비행기가 도착한, 여섯 개의 밤
6★/10★
〈드라이브 마이 카〉를 연출한 하마구치 류스케가 감독을 맡아 2022년에 국내 개봉한 영화 〈우연과 상상〉을 기억한다. 세 편의 개별 에피소드에서 주인공들은 대화를 통해 갈등을, 삶의 모순과 아름다움을 펼쳐냈다. 잔잔한 분위기의 영화지만 엄청난 흡인력을 가진, ‘말’의 놀랍도록 강렬한 힘을 확인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최창환 감독의 신작 〈여섯 개의 밤〉은 여러모로 〈우연과 상상〉을 연상시키는 영화다. 우선 이야기 구조가 그렇다. 비행기 엔진 고장으로 뉴욕행 비행기가 김해 공항에 불시착한다. 어쩔 수 없이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사람들. 영화는 총 세 개의 독립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탑승객들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모토는 철학자 마르틴 부버의 말, “모든 여행은 여행자가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이다. 그리하여 개별 여행자들이 도달한 ‘알 수 없는 목적지’는 어디였을까. 예상치 못한 목적지에 도달한 이들은 웃음을 지을까 눈물을 흘릴까.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수정과 선우다. 수정에게 호감을 가진 선우가 호텔 빨래방에서 수정에게 말을 걸고, 둘은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기에 가능한 막연한 호감과 느슨한 긴장감으로 조금씩 서로를 탐색한다. 하룻밤을 보내고도 다음날 인사조차 하지 않는 둘이지만, 그 ‘가벼움’ 속에서도 그들은 깊은 위로를 주고받는다. 그렇게 깊은 슬픔에 싸여 있던 수정과 그런 수정을 욕망하던 선우 모두에게 따뜻하게 기억될 밤이 흐른다.
두 번째 이야기는 예비 신혼부부 지원과 규형이 주인공이다. 규형의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향하던 둘은 곧 펼쳐질 장밋빛 미래에 들떠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그런데 규형에게는 지원이 모르는 또 다른 미국행 이유가 있었다. 어긋남이 물꼬를 트자 이직, 출산 등 둘이 어느 정도 합의한 줄로만 알았던 굵직한 이슈에 대한 서로의 생각이 전혀 달랐다는 사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진다. 마음이 상한 둘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누가 더 희생했느냐며 공치사를 하기에 이른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사실은 가장 먼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둘은 과연 약속한 미래를 온전히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
마지막은 암 수술을 위해 미국에 가는 엄마 은실과 그의 딸 유진의 이야기다. 오랫동안 삶의 무게에 시달려온 은실은 한껏 예민해져 봇물 터지듯 자신의 걱정거리를 쏟아내고, 유진은 익숙한 엄마의 푸념에 조금씩 지쳐간다. 그리고 수많은 모녀가 그러하듯 끝내 폭발하며 부딪힌다. 서로의 처지와 감정을 가장 잘 알지만 바로 그 이유로 상대를 오롯이 사랑하기만 할 수는 없는 모녀. 그러나 폭풍이 지나가면 결국 서로만이 자기 존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체념하듯 깨닫는 모녀. 은실과 유진의 이야기는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한 모든 모녀관계에 잔잔한 위로를 전한다.
뉴욕행 비행기의 불시착으로 누군가는 따뜻하지만 흐릿한 위로를, 누군가는 관계의 균열을, 누군가는 관계의 끈끈함을 재확인하는 계기를 가졌다.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목적지’에 도착한 셈이다. 여섯 명의 각기 보낸 밤이 증명하듯, 비밀스러운 목적지는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우리를 흔들어놓는다. 이 흔들림을 어떻게 품으며 나아가는지에 우리 삶의 깊이가 달려 있다. 등장인물이 대체로 다소 전형적으로 젠더화되어 재현된다는 점은 아쉽지만, 생의 가능성을 살피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여섯 개의 밤〉의 시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를 출간한 문예출판사에서 초대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
- 웨스 앤더슨의 '빈 곳' 비추기
어느 날, 작은 마을에 쥐가 출연하자 사람들은 설치류 전문가 '쥐잡이 사내'를 불러 쥐를 박멸하려고 한다. 쥐를 잡기 위해 쥐를 닮아버린 '쥐잡이 사내'는 나름의 전문지식을 활용해 쥐를 찾아보려고 하지만, 쥐는 나타나지 않는다(쥐잡이 사내). 맹독을 가진 우산뱀이 이불 안으로 기어들어와 옴짝달싹 못하고 누워있는 남자는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독). 작은 시골 마을, 불량배들에게 쫓기는 약한 소년은 위협을 피해 높은 나무로 올라갔고(백조), 타짜가 되기 위해 초능력을 익히려는 남자는 하루 종일 카지노를 돈다(기상천외한 헨리슈가 이야기).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동화 작가 로알드 달의 인물들이 웨스 앤더슨의 카메라로 다시 태어났다. 넷플릭스의 [ 로알드 달 시리즈 ]를 통해서다. 넷플릭스는 2021년 '로알드 달 스토리 컴퍼니'를 9,200억 원을 들여 인수하고, 그 직후 웨스 앤더슨과 함께 4편의 단편소설을 영화화하는 '로알드 달 시리즈' 제작을 결정했다. 적잖은 자본이 투입된 프로젝트인 셈인데, [ 로알드 달 시리즈 ]는 그다지 대중향을 고려한 것 같진 않다. 4편의 단편영화로 구성된 [ 로알드 달 시리즈 ]의 애초 기획은 장편이었다고 하는데, 거의 실험극에 가까운 구성으로 봤을 때 러닝타임을 줄인 건 옳은 선택이었던 듯싶다.
웨스 앤더슨이 이 시리즈를 통해 보이고자 한 것은 어떤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가 출연하는 조건-형식이다. 지금껏 필모그래피에서 다분히 연극적인 내레이션과 미장센을 구사해온 웨스 앤더슨은 '로알드 달 시리즈'를 통해 아예 연극 무대를 영화의 형식으로 통합하는 시도까지 나아간다. 시네마 카메라가 주는 화면의 깊이(Depth)를 배제하고, 평면적인 세트를 갈아끼우는(?) 방식으로 화면을 전환한다. 심지어 세트를 옮기는 스탭들이 공공연하게 화면 안으로 들어오는가 하면 배우들은 그들에게 눈짓을 보내거나 작은 목소리로 지시를 주고받는다. 웨스 앤더슨 특유의 수평/수직적인 카메라 이동(돌리)도 도드라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마임(mime)'이다. [ 로알드 달 시리즈 ]에서 배우들은 어떤 특정한 소품을 마임으로 대체하는데, 예를 들어 허공에 빈손으로 총을 쏜다던가(백조), 보이지 않는 자루에서 보이지 않는 쥐를 꺼내는(쥐잡이 사내) 식이다.
화면 구성뿐만 아니라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축도 남다른데, [ 로알드 달 시리즈 ] 속 캐릭터들은 저 자신의 육성으로 스토리를 읊어댄다. 내레이션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캐릭터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상태 등을 진술하는 걸 넘어 제4의 벽을 부수고 영화 전체의 스토리를 직접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소설/대본의 지문을 직접 읽어주는 형식에 가깝다고 할까. 이런 구성이 주는 독특한 위화감은 「기상천외한 헨리슈가 이야기」에서 도드라진다. 「기상천외한 헨리슈가 이야기」는 '헨리슈가'씨가 우연히 발견한 한 기록을 읊으며 이야기가 진행되는 소위 '액자식 구성'을 취하는데, 영화의 중반부가 되면 아예 원작자 로알드 알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읊어주는 헨리슈가씨를 읊어'준다.
웨스 앤더슨이 어마 무시한 대자본이 투입된 프로젝트에서 이런 도전적인 시도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유관자가 아니라면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아마도 아이디어의 시작에는 원작자 로알드 달의 작품 철학이 있을 수도 있겠다. 로알드 달은 자신의 작품이 수정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생전 출판사에 자신의 직접 쓴 원고에 문장 부호 하나 바꾸지 말라고 요구했던 적이 있을 정도. 심지어 그는 자신의 작품 「마녀를 잡아라」를 영화화했던 '니콜라스 뢰그' 감독의 「마녀와 루크」를 보고 결말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시청 금지 캠페인까지 추진했었다.
그런 원작자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텍스트를 이미지로 바꾸는 작업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근거는 없고, 그냥 개인적인 예상이다. 웨스 앤더슨은 이미 「판타스틱 Mr. 폭스」를 통해 로알드 달의 작품을 영화화한 적 있다). 아이디어의 태동이야 어쨌든, 웨스 앤더슨은 '텍스트의 영화화'라는 프로젝트에서 일종의 '메타 Meta - 형식' 적인 목표를 품었다. 앞서 언급했듯 그것은 이야기가 출연하는 형식 - 조건을 밝히는 것이다.
배우들로 하여금 지문을 그대로 읊게 하고, 드르륵거리며 세트를 옮기며, 인위적인 마임을 선보이는 건 영화/연극의 핵심인 '제4의 벽'을 명시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캐릭터의 의식이나 행동에 대한 묘사가 지극히 문어(文語) 적인 이유가 원작이 소설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흔히 '제4의 벽'을 철저히 숨기는 것은 '이야기'를 형성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여겨지고, 피치 못해서든 실수이든 '제4의 벽'을 드러내는 것은 창작자의 역량 부족으로 비판받는다. 카메라/조명/음향 등의 기술적 한계는 물론, 연출/편집의 유려함이나 대본의 '개연성'문제 역시 '제4의 벽'개념의 연결선상이다. '그럴 듯' 해야 관객이 작품을 '현실'로 여기고(속고) 그 뒤에 비로소 '이야기'가 따라붙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로알드 달 시리즈]에 따르면, 과연 그런가?
일단 관객들은 [로알드 달 시리즈]를 현실의 반영으로서 몰입하지 않는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일단 웨스 앤더슨은 그것을 기대하지 않았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배우들이 카메라 밖 스텝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독특한 연출뿐만이 아니다. 대본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로알드 달 시리즈]는 딱히 기승전결이나 '개연성' 같은 걸 챙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영화에 몰입하고, '이야기됨'을 감각한다. 즉, [로알드 달 시리즈]에서 '이야기'의 형성 조건이란 '제4의 벽을 숨기기/ 그럼으로써 관객들을 속이기'가 아닌 셈이다. 대신 웨스 앤더슨은 다른 걸 숨긴다. 마치 공백을 가리키는 손가락, 마임처럼.
이를테면 「쥐잡이 사내」의 '이야기'는 결말에서 비로소 형성된다. '쥐잡이 사내'에 따르면 건초더미 속에 숨어있는 쥐들은 무언가 맛있는 것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에 미끼를 먹지 않았다. 그러나 쥐가 먹었을 '맛있는 것'의 정체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망부석같이 놓여있는 거대한 건초더미만 있을 뿐.
「독」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불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독뱀을 쫓기 위해 영화 내내 온갖 난리(?)를 쳤지만, 정작 이불을 걷어내자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꿈을 꾸셨나 봐요"라는 인도인 의사의 말 한마디에 흥분해 뱀처럼 독을 쏘아대는 해리만 있을 뿐이다(결국 뱀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기상천외한 헨리슈가 이야기」에서 결국 헨리슈가의 정체가 누구인지는 공백으로 남았고(작중에서 그는 누구나 알만한 유명인이며 '곧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백조」 속 괴롭힘당하는 어린 소년 '왓슨'이 어떻게 됐는지도 알 수 없다. 명료하게 해석될 수 없는 내레이션만 남았을 뿐이다.
[로알드 달 시리즈]가 숨긴 것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무엇을 숨겼는지를 안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은 이미 발각된 것이니까. 간략한 위치에 어떤 공백이 있다는 어렴풋한 사실 정도를 뉘앙스로 풍기는 것으로 이야기는 출연한다.
4편의 단편 중에 일반적인 의미에서 가장 온건하게 이야기 꼴(?)을 갖추고 있는 작품은 「기상천외한 헨리슈가 이야기」 이지만, 가장 '힘'이 느껴지는 건 그 대척점에 있는 「쥐잡이 사내」인 점은 의미심장하다(「쥐잡이 사내」의 로튼 토마토 지수는 만점이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TV는 달이라고 백남준이 말했던가. 최초의 이야기일 다양한 문명의 신화들이 대체적으로 '밝히기'보단 '숨기기'에 급급했던 것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본래 이야기란 행간과 자간이고, 씬과 씬, 컷과 컷 사이의 어둠이다. 그곳에 마법이 있다.
-
- 모든 진실은 사실과 맥락의 만남이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서유럽을 탈환하려는 영국군은 시칠리아 상륙을 앞두고 마치 그리스가 작전 목표인 것처럼 히틀러를 기만할 작전을 궁리한다. 이미 독일군의 방어선이 시칠리아 배치된 가운데, 그들을 꾀어내려는 영국군의 수많은 작전들은 모두 실패로 귀결된다. 그러던 중 해군 정보장교 ‘이웬 몬태규(콜린 퍼스)’와 ‘찰스 첨리(매튜 맥퍼딘)’는 부관인 '이언 플레밍(자니 플린)'의 아이디어에 착안해 이른바 ‘민스미트 작전’을 계획한다. 익사한 해군 장교로 위장한 시체에 가짜 작전 계획을 흘려서 독일군이 자연스럽게 영국군의 기만책에 속도로 만들자는 것. '고드프리(제이슨 아이삭스)' 제독의 부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처칠(사이먼 러셀 빌)'은 민스미트 작전의 시행을 지시한다. 이에 몬태규와 첨리는 '진(켈리 맥도널드)'과 '헤스터(페넬로페 윌턴)'의 도움을 받아 런던의 한 창고에서 발견된 노숙자의 시체를 영국의 해군 장교 ‘윌리엄 마틴’ 소령으로 위장해낸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로 살아있었던 듯한 인생을 만들기 위해 개인적인 사진과 공연 티켓도 준비하며 빈틈없는 첩보 작전을 준비한다.
'민스미트 작전'은 영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이 지중해 일대의 제해권을 장악하고 서유럽으로 진출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인 시칠리아를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낸 작전이다. 흔히 민스 파이로도 알려진 영국의 전통 음식인 '민스미트(Mincemeat)'라는 이름에서 이 작전은 그 목적이 드러난다. 고기(meat)라는 이름과 달리 말린 과일과 스파이스, 으깬 사과, 시트러스, 견과, 그리고 (때때로) 약간의 브랜디로 속을 채운 음식처럼, 연합군의 공격을 예측해 시칠리아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던 독일군을 유인하기는 미끼를 던지는 작전인 것이다.
통상적인 첩보영화와는 다른 <민스미트 작전>
그래서인지 <미스 슬로운>으로 이름 알린 존 매든 감독과 <1917>, <이미테이션 게임>의 제작진이 만난 <민스미트 작전>은 전쟁에는 보이는 전쟁과 그렇지 않은 전쟁이 있다는 독백을 통해 첫 장면부터 서로 속고 속이는 첩보작전의 내막, 그 회색 지대의 전쟁을 펼쳐 보일 것임을 선언하고 있다. 즉, 앞으로 두 시간 동안 '민스미트'를 만드는 과정에 주목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이때 민스미트는 바로 주인공들이 만들어내는 윌리엄 소령의 스토리다. 문제는 스토리라는 민스미트가 누군가에게는 예상과 달리 달고 맛난 반면에, 또 다른 이들에게는 실망만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 민스미트는 단지 독일군만 속일 뿐만 아니라, 작중 주인공들도 낚고, 심지어는 관객들까지도 낚아채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스미트 작전>에서는 흔히 첩보영화가 흔히 가지고 있는 공식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거대한 전투씬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스파이 간의 치열한 정보전이나 속고 속이는 간계나 음모는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작전을 세우고, 상대가 속아 넘어오도록 기다림을 가지고 미끼를 흔드는 과정보다는 윌리엄 소령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드는 과정에 더 주목한다. 그가 실제로 존재하는 군인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그의 가짜 신분을 만들고, 닮은 사람을 골라 가짜 신분증을 만들고, 그의 성향과 성격도 가정하고, 있을법한 연인과 주고받은 편지를 만드는 세세한 과정이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민스미트 작전>에는 소설이나 영화 속 캐릭터를 만드는 고충으로 가득하며, 이는 통상적인 첩보영화에 가득한 팽팽한 긴장감과는 다른 결의 긴장감이 러닝타임 내내 감도는 이유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 사실과 맥락
흥미로운 것은 몬태규와 첨리가 독일군을 속일 진실을 만드는 방식이 미국의 저널리스트 월터 리프먼이 지적한 그대로라는 사실이다. 리프먼은 그의 저서 <여론>에서 "진실의 기능은 감춰진 사실들을 밝혀내 그 사실들 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정립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실은 개별적인 사실을 파악하는 것과 그것들의 조합을 찾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즉, 사실이 눈에 보이는 텍스트(text)라면 그 텍스트들이 모인(con) 연관성, 곧 맥락((context)을 파악해야만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 '민스미트 작전' 역시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사건이나 사안은 윌리엄 소령을 통해 있는 그대로 보여주되, 그 사건들이 위치한 맥락을 그럴싸하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 물에 빠져 익사한 시체와 작전 계획, 연애편지가 텍스트라면, 그것들의 조합은 특정한 맥락 안에서만 의미가 생긴다. 이 작전의 본질은 각각의 사실이 갖는 취약성과 위험성을 간파해 역이용하는 데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사실과 맥락의 관계성을 그저 독일군을 상대할 작전의 영역에만 국한시키지 않는 대신, 독일군을 낚을 미끼를 만드는 주인공들의 삶으로 확장시킨다. 그렇기에 영화의 진면목은 그저 독일군을 속일 진실을 만들어 내는 과정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이 자신의 삶에서 마주한 사실을 어떠한 맥락 안에서 풀어낼 것인지 고뇌하는 대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때 인물들의 고충은 두 가지 형태로 묘사된다. 우선 하나는 첩보영화에 걸맞은 몬태규와 첨리의 갈등이다. 직속상관인 고드프리 제독으로부터 몬태규의 동생이 소련의 첩자로 의심된다는 사실을 듣고 몬태규를 감시하게 된 첨리. 이제 그의 눈에 보이는 모든 사실과 사건은 몬태규도 첩자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의해 지배된다. 반대로 동생이 그저 한량이라고 생각하는 몬태규는 첨리가 증거로 내세운 동생의 각종 활동 사항이 그저 유흥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첨리에게 날을 세운다.
다른 하나는 로맨스다. 윌리엄 소령을 창조해야 하는 몬태규는 직원인 진의 사진과 실제 사연을 빌리고, 그녀가 직접 쓴 연애편지를 이용해 윌리엄의 가짜 연인을 만든다. 이 로맨스에 개연성을 더하기 위해 몬태규는 그의 약혼반지를 구매한 후 약혼녀의 모델인 진의 손가락에 끼워보기도 하고, 그녀와 함께 클럽에 드나들면서 생생한 연애 감정을 만든다. 문제는 몬태규와 진의 업무라는 단편적 사실이 서로 다른 맥락 안에서 세 개의 이야기와 삼각관계를 자아낸다는 점이다. 진을 짝사랑하는 첨리는 상관과 부하 직원의 관계 이상으로 보이는 둘을 보면서 질투에 사로잡힌다. 첨리에게 몬태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진 진은 그간 봐온 몬태규의 모습과 그로부터 로맨틱한 감정도 가짜라고 단정 짓는다. 자신이 그저 일을 한다고 생각했던 몬태규는 뒤늦게 자신이 사랑에 빠졌음을 깨닫는다. 이처럼 영화는 독일군이 볼 사실과 맥락의 관계를 왜곡시켜야 할 이들이 정작 눈앞에 놓인 퍼즐 조각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서로 다른 맥락 안에서 사실이 자아내는 긴장감과 감동
<민스미트 작전>은 사실과 맥락의 관계 앞에서 눈물 흘려야 했던 이들의 개인적 고뇌와 실패를 다시금 군사 작전을 둘러싼 이야기로 확장시킨다. 윌리엄 소령의 시체를 스페인 해안가에 보냄으로써 입안한 작전을 모두 실행에 옮긴 몬태규와 첨리. 이제 본인들도 독일군이 보여주는 파편적인 사실만을 통해 나치의 계획을 간파해야 하는 만큼, 그들은 제한된 사실만 볼 수 있는 독일군이 의도한 대로 잘못된 맥락을 추론하기만을 기도한다. 이때 그들이 독일군의 반응과 시칠리아 상륙 작전의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은 극도의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그들의 개인적 경험을 맛 본 이상 그들이 완전히 잘못된 판단에 빠질 수도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는 나치의 스파이를 모두 파악하여 감시하고 있다고 자신하던 차에 난데없이 등장한 새로운 스파이의 존재가 몬태규와 첨리의 갈등과 삼각 로맨스, 그리고 그들의 작전 계획에 종지부를 찍는 이유다.
한편, 역사가 스포일러인 영화의 끝은 사실과 맥락의 관계를 비틀어 뭉클한 감동을 안기기도 한다. 성공적인 기만 작전 덕분에 시칠리아 섬에 상륙하는 데 성공한 연합군. 경미한 희생이 있었을 뿐이라는 처칠의 전보는 이를 두고 기뻐하는 이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그러나 전보의 글자 사이사이에는 검은 연기로 가득한 가운데 사망자와 부상자를 수송하는 시칠리아 해변의 풍경이 숨어있다. 몬태규와 첨리도 긴 시간 매달린 작전이 성공했는데도 소소하게 자축한다. 이렇게 영화는 동일한 사실도 다른 맥락 사이에 놓인다면 기쁨과 슬픔, 또 허망함이라는 상이한 감정을 자아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짜 윌리엄 소령의 무덤을 비추는 엔딩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국가적 시점에서는 영웅이지만, 가족에게는 그저 실종된 남매이자 아들이다. 사회 공동체 입장에서는 희생정신의 상징이지만, 개인의 입장에서는 그저 전쟁의 희생자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묘비를 비추는 장면에는 같은 사건을 두고도 정반대로 갈릴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민스미트 작전>은 적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싸운다는 절박함 만큼이나 마치 한 편의 예술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듯 보이기도 한다. 그 중심에는 해군 정보국장 부관이자 <007> 시리즈의 작가인 ‘이안 플레밍’이 있다. 영화는 ‘민스미트 작전’의 초안이 된 ‘송어 메모’를 작성한 바 있는 그가 마치 007 시리즈의 일부 구절을 집필하는 듯 독백하는 장면으로 수미상관 구조를 이룬다. 그 덕분에 이 작품은 어떠한 맥락 안에 사실의 조각들을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예술가의 고뇌와 번민을 전쟁영화의 틀을 빌려 이야기하는 듯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또한 주변 사람들이 전부 작가라고 외치는 첨리의 대사나, 'M'과 MI6의 존재를 비롯해 해군 장교 출신인 제임스 본드의 유래를 암시하는 대목들도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준다.
문제는 이처럼 사실과 사실을 엮는 맥락, 그리고 사실을 통해 진실을 유추하는 이야기가 일관된 주제를 전달하는 것과는 별개로, <민스미트 작전>이라는 제목을 보고 관객들이 기대할 장르적 재미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영화는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집필해 독자들이 납득하는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듯한 주인공들의 행보에 주목한다. 그러다 보니 예술가의 고뇌를 다루는 영화의 감동은 첩보 영화 특유의 긴장감과는 무관하다. 실제로 첩보 장르 치고는 쫄깃한 장면이 그리 많지 않고,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과정에서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부분도 많다. 즉, <민스미트 작전>은 예고편과 포스터, 공개 전 정보라는 사실을 통해 관객들이 만들어낸 첩보 영화 내지는 전쟁영화라는 콘텍스트와는 다른 진실을 선보이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독일군을 속이려는 영국군,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연적을 속이는 주인공, 그리고 전쟁영화와 첩보영화의 탈을 썼지만 실제로는 로맨스와 예술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영화의 민스미트는 상반된 반응을 낳을 수밖에 없다. 간파한 이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탄탄하고 깊은 메시지로 가득한 파이를, 기대와 다른 내용에 속았다고 느끼는 이들에게는 실망 가득한 파이를 선물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꽤나 시원시원한 전개와 템포가 상당히 빠른 편집 덕분에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전자의 재미만으로도 러닝타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A(Acceptable, 무난함)
사실, 맥락, 진실의 관계로 속을 가득 채운 민스 파이
-
- <휴가> 손발 노동의 숭고함
[각본/감독: 이란희 | 출연: 이봉하, 김아석, 신운섭, 김정연, 이승주, 서광택, 황정용, 이승원, 박재형, 복운석 | 제작: 작업장 ‘봄’ | 배급: ㈜인디스토리 | 러닝타임: 81분 | 극장개봉: 2021년 10월 21일]
<파마><결혼전야><천막> 등에서 우리가 마주한 사회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섬세하게 담아온 이란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 <휴가>는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3관왕을 수상한 수작이다. <휴가>에서 주목할 점은 손에서 시작해 손에서 끝나는 영화라는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가구를 만들었을 해고노동자 재복의 두터운 손은 거리의 행인들에게 농성용 전단을 나눠주고 있다. 익명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알아 달라며 내미는 그의 손은 난생 처음으로 깊은 모멸을 견디어야 하는 괴로운 손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재복’의 손은 농성장의 동료들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 먹이는 야무진 손으로 이어진다.
열악한 천막에서 발생하는 자잘한 문제들도 ‘재복’의 손을 거치면 금세 해결된다. ‘재복’의 손은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다. 하지만 수십 년간 성실히 일해온 회사로부터 한 마디 통보도 없이 정리해고를 당하자 부당한 처우에 저항하기 위해 ‘재복’의 손은 밥벌이를 위한 노동을 멈추고 기약 없는 투쟁에 나서게 됐다. 그러던 ‘재복’은 1882 일 간의 농성 중 열흘 간의 휴가를 갖게 되고, 잊고 있던 노동의 즐거움을 다시 찾는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에서 ‘재복’의 손은 분주하다. 막힌 싱크대를 뚫고, 먼지 쌓인 선풍기를 씻어야 하고, 밀린 이불 빨래 등 집안 구석구석 청소한다. 변변찮게 끼니를 때우는 딸들에게 농성장에서 갈고 닦은 음식 솜씨를 발휘해 든든한 집밥도 차려준다. 잠깐의 휴가에서 큰딸의 대학 예치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재복’은 그곳의 어린 동료 ‘준영’에게 도시락을 권하고, 손수 작성한 산재 신청서도 전한다.
재복의 손은 주저하듯 어눌하고 느린 말투와는 다르게 누구보다 야무지고 요령까지 있어서 묵묵히 많은 일들을 해낸다. 이렇듯 손으로 밥을 짓고, 가구를 만들고,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해내는 노동자의 손은 그 어떤 말보다 강력하게 노동의 가치와 연대의 의미를 보여준다. <휴가>는 대사로 다 전할 수 없는 노동의 숭고함과 ‘재복’의 가족과 동료를 아끼는 마음을 손을 통해 전한다. 이는 언어로 규정지어지는 한계를 넘어서 오히려 관객 저마다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밀도를 조밀하고 풍성하게 확장시키며 영화적 경험을 풍성하게 이끈다. 그리고 손으로 하는 노동은 가장 원초적이지만 그렇기에 몸의 쓰임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노동의 숭고함 역시 확연히 드러난다.
최근 유력한 야권의 대선주자는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는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그러나 <휴가>는 손짓과 발짓을 사용해 자신의 밥줄과 공동체를 책임지는 노동의 숭고함을 과장 없이 담담한 화법으로 드러낸다. ‘재복’이 잊고 있던 것은 노동의 즐거움이지만 우리 사회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인간 노동의 가치를 잊고 있고, 회복하려는 노력에도 게을렀다. ‘재복’의 손은 말을 하지 않지만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또한 러닝타임 81 분 내내 단 한 순간도 등장하지 않은 음악의 부재 역시 영화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과 인물들의 감정에 대해 규정짓고, 강요하지 않기 위한 사려 깊은 선택으로 보인다. <휴가>는 이렇듯 부재를 통해 더 많은 것을 관객에게 말을 거는 영화다.
-
-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_#2] 사진과 CC 부부에게 영상이란? 📸 (with. 김수연&고중철 감독)
🎙️ Episode 2. 사진작가 김수연&고중철 편 00:00 인트로 03:10 프라이의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사진작가론 12:38 에그의 사진작가론 16:02 영상과 사진의 차이 22:43 에그의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 23:44 시와 사진의 상관관계 & 시에 대한 이야기 28:17 소통으로써의 예술 31:48 영상 일을 하게 된 계기 37:24 솔직한 감정이란? 45:22 음악에 관한 이야기 51:34 아기들은 왜 동요를 좋아할까? 54:48 힙한(!) 가족사진 57:07 사진에 찍힌다는 것 1:07:06 어떤 영상 일을 하시는지? 1:08:20 일을 대하는 태도 1 1:11:09 표현에 대한 니즈는 어떻게 채우는지? 1:19:19 사진에 집중하고 싶은 이유 1:20:59 영화 추천 'La jetee' 1:23:40 마무리, 앞으로의 각오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는 단편 영화 감독을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입니다. 영화를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영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 예술이란 무엇인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 김수연&고중철 감독 📍instagram @xssu_ @koko.graphy 📍작업 계정 instagram @thatsmywhere_ ◾️ 따옴표 필름 📍 instagram @ddaompyo.film 📍 YouTube @ddaompyofilm 📍 ddaompyofilm@gmail.com
-
-
- 영화 <스파이의 아내> 메인 예고편
태평양 전쟁 직전, 그들의 운명은 영원히 바뀌었다.
아시아에 전운이 감돌던 1940년, 무역상 유사쿠는 사업차 만주국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참상을 목격한 유사쿠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직접 나서고, 유사쿠의 이러한 위험한 행동은 일본에 살고 있는 아내 사토코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NHK TV 드라마를 영화로 다시 만든 작품으로 2020년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
- 영화 <블랙 위도우> 파이널 예고편
"모든 것을 바꾼 그녀의 선택”
어벤져스의 운명을 바꾼 블랙 위도우, 그녀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어벤져스의 히어로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 (스칼렛 요한슨)는
자신의 과거와 연결된 레드룸의 거대한 음모와 실체를 깨닫게 된다.
상대의 능력을 복제하는 빌런 ‘태스크마스터’와 새로운 위도우들의 위협에 맞서
목숨을 건 반격을 시작하는 ‘나타샤’는 스파이로 활약했던 자신의 과거 뿐 아니라,
어벤져스가 되기 전 함께했던 동료들을 마주해야만 하는데…
폭발하는 리얼 액션 카타르시스!
MCU의 새로운 시대를 시작할 첫 액션 블록버스터를 만끽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