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3-08 10:17:49
세상을 변화시킨 여성 실화 영화 모음
3/8 국제 여성의 날
3/8 국제 여성의날.
여성의 정치적 자유와 평등을 위하여 매년 3월 8일에 가지는 국제적 기념일로 1904년 3월 8일
뉴욕에서 열린 사회주의 여성 동맹의 여성 참정권 요구에서 비롯되었는데요.
오늘은 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세상을 변화시킨 여성 실화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천부적인 두뇌와 재능을 가진 그녀들이 NASA 최초의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에 선발된다.
천재성에는 인종이 없고, 강인함에는 남녀가 없으며, 용기에는 한계가 없다! 세계를 놀라게 한 그녀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2000년대 초 마슈하드. 사이드 하네이가 성노동자들을 무참히 연쇄 살해하고 언론에 도발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마슈하드에 도착한 여성 기자 라히미는 현지 범죄 전문 기자와 함께 사이드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2014년 8월, 극단주의 무장조직 IS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참극을 겪은 '바하르' 야지디족.
야지디족 여성 전투 부대 '걸스 오브 더 썬’은 IS의 만행을 밝히기 위해 총을 들었는데
1927년 뉴욕, 최고의 지휘자가 꿈인 ‘윌리 월터스’는 자신의 꿈을 폄하하고 만류하는 가족과 주변인들을
뒤로 한 채 음악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수소문 끝에 피아노 수업을 받게 된다. 그러나 자신이 입양아이며
본명이 ‘안토니아 브리코’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심지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스승에게 파문 당하면서
커다란 벽에 부딪치게 되는데…
4천 장에 달하는 정부기밀문서를 손에 쥔 ‘벤’은 미 정부가 개입하여 베트남 전쟁을 조작한 사건을
세상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최초의 여성 발행인 ‘캐서린’은 회사와 자신, 모든 것을 걸고 세상을
바꿀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데…
여자 테니스 랭킹 1위, 전 국민이 사랑하는 세기의 챔피언 ‘빌리’는 남자 선수들과 같은 성과에도
그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상금에 대한 보이콧으로 직접 세계여자테니스협회를 설립한다.
웸블던 챔피언이자 타고난 쇼맨 ‘바비’는 자신과의 빅매치 이벤트를 제안하는데..
달 착륙 이후 최고의 시청률! 전 세계 9천만 명을 열광시킨 세기의 대결이 지금 시작된다!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트럼프와 설전을 벌인 폭스뉴스 간판 앵커 메긴 켈리, 폭스뉴스 회장을 고소한
그레천 칼슨, 야심있는 폭스의 뉴페이스 케일라 포스미실. 최대 권력을 날려버릴 폭탄선언
이제 이들의 통쾌하고 짜릿한 역전극이 시작된다!
가난한 싱글맘에서 미국 최고의 여성 CEO가 된 조이!
세상을 놀라게 한 그녀의 기적 같은 실화가 펼쳐진다!
보스턴 일대에서 세 명의 여성이 목 졸려 살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레코드 아메리칸’ 신문의 저널리스트 ‘로레타’는 유일하게 세 건의 살인사건의 연결고리를 발견한다.
전세계를 놀라게 한 충격 실화 최악의 연쇄살인사건, 목숨을 건 최초 보도가 시작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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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별은 되도록 천천히 <노웨어 스페셜>
[제목: 노웨어 스페셜(Nowhere Special) / 주연: 제임스 노튼, 다니엘 라몬트 / 감독: 우베르토 파솔리니 / 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 / 제공&공동배급: ㈜인터파크]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창문 청소부 ‘존’이 혼자 세상에 남겨질 4살짜리 아들 ‘마이클’을 위해 특별한 부모를 찾는 여정을 그린 영화 <노웨어 스페셜>은 '입양'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시한부인 아버지와 이별을 앞둔 아이의 이야기는 그 로그라인만 들어도 이 영화가 어떤 타겟을 노리고 있고 어떤 감정을 선사하려 할지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다만 기대하게 되는 부분은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며 인생영화로 등극한 <스틸 라이프>(2014)의 감독인 우베르토 파솔리니가 연출을 맡았다는 점이다.
역시나, <노웨어 스페셜>은 신파적이고 뻔한 소재로 만들어진 꽤나 근사한 가족영화였고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순전히 연출의 힘이다.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많지 않은 대사 그리고 느린 호흡이다. 감동을 자아내는 보통의 가족영화는 안정적인 기승전결의 구조 속에서 초반에는 가족 간의 코믹한 에피소드를 정신없이 나열하면서 이들이 얼마나 친밀한지를 역설하고 후반에는 어쩔 수 없는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며 최루가스 가득한 인위적인 대사와 함께 눈물을 쏟게 만든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러한 공식을 사용하지 않고도 잔잔한 감동을 주며 영화가 끝나 극장을 나선 뒤에도 곰곰히 영화의 여운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영화의 작법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도 하지만 윤리적으로도 적합한 선택에 가깝게 여겨진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다른 가정에 입양하는 일은 굉장히 중대한 결정이고 아이의 의사가 아닌 부모의 의사에 의해 결정되는 사안인 만큼 함부로 다뤄져서는 안되는 선택의 문제다. 그런데 상업성 짙은 가족영화에서는 이러한 선택을 종종 볼거리 혹은 감동요소로서 즉, 오락으로 다루곤 한다. <노웨어 스페셜>은 입양이라는 소재에 대해 관객들이 당사자에 근접한 입장에서 충분히 고민하게끔 유도한다.
우선, 아빠 '존'과 아들 '마이클'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장면을 가만가만 따라가며 관객이 이들에게 스며들게 한다. 함께 밥을 먹고, 동화책을 읽다 잠들고, 아이의 학교를 보내는 일상은 웃음이나 감동 같은 돌출된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 사건들이다. 이러한 사건을 바라보는 일은 오락이 되지는 못하지만 종종 나타나는 아빠와 아들의 다정한 눈맞춤을 바라보는 것으로도 따뜻한 친밀감이 서서히 쌓인다.
그리고 '마이클'을 입양하게 될 다양한 가족 후보들은 아이라는 존재를 대하는 관객들의 다양한 관점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에는 아이를 자유롭게 방임하는 부모, 부부끼리 서로 사이가 너무 좋은 부모, 아이의 삶을 완성하는 일을 자신의 과제 혹은 업적으로 삼으려는 부모 등등 다양한 군상이 나온다.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관객들은 나도 저런 부모들의 어떤 모습을 닮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고 이들의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은 반성하게 만든다. 어떤 영화적 강요나 압박의 장치에 의한 의식의 과정은 아니다.
그렇게 아빠와 아이의 감정과 경험을 관객과 서서히 동기화한 영화는 끝내 아이가 아빠의 손을 떠나 위탁 가족으로 향하기 전, 관객들로 하여금 신비한 체험을 하게 한다. 관객은 이 대목에서 손을 꼭 잡은 아빠로부터 안심을 얻은 아이의 마음과, 아이에게 괜찮다며 안심을 시키는 아빠의 마음을 모두 느끼게 된다.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면서 어느 가족으로 아이가 위탁될지보다는 아빠와 아이의 헤어짐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즉,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영화인 것이다. 좋은 작별을 다루는 영화라면 이는 특히 중요한 지점이다. 새로운 사람과 반가운 만남을 하기 위해서는 소중한 사람과의 작별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별은 되도록 천천히. <노웨어 스페셜>이 가진 소중한 미덕이다.
**해당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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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인터뷰] OST 마켓 본선 진출자 5인을 만나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OST 마켓 본선 진출자 5인을 만나다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재능 있는 신인 영화음악가를 발굴하고 데뷔 기회를 제공하는 ‘짐프 OST 마켓’을 새롭게 선보였다. 뜨거운 관심 속 예선 심사 1차와 2차를 거쳐 본선에 진출한 5인의 음악감독(변동욱, 손한묵, 이명로, 정나현, 최종호)과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손한묵 음악감독제천국제음악영화제 OST 마켓 본선 진출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손한묵:관객, 스태프 등을 거쳐 10년째 이곳에 방문하고 있습니다. 쇼케이스를 할 기회를 얻어 기쁩니다. 재미있게 잘 하고 가겠습니다.
OST 음악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손한묵:저는 가사 없는 음악의 힘을 믿어요. 가사 없는 음악의 ‘전달력’에 매력을 느껴 OST 음악도 시작하게 되었어요.
국악과 서양악 모두 능통한 플레이어 작곡가로 유명하신데요.
손한묵:이번 영화제에서도 방준석 감독님 추모를 위해 국악 작업을 했습니다. 처음 방준석 감독님의 영화 '사도'를 보고 국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년과 올해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에서 사극을 많이 작업하며 국악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클래식 전공인데 섞는 것 자체를 즐겨 하다 보니 퓨전음악이라고 치부되지 않도록 작업하고 있습니다. 서양악이나 국악의 고유한 특성을 무너뜨리지 않고 융합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자신의 인생을 영화로 제작할 때, 명장면에서 흘러나왔으면 싶은 OST가 있을까요?
손한묵:저는 락스타가 꿈이었는데 퀸이 등장했을 때 영화 장면처럼 이미 전 세계인이 아는 음악이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오지 오스본의 음악을 택하고 싶어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손한묵: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영화, 단편, 다큐멘터리가 많아요. 예술이나 음악 하는 사람들이 음악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산업을 이해하기에 좋은 곳은 제천만 한 곳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손한묵:저의 꿈은 락스타인데 환호성이 넘치는 공연 관객 앞에서 락으로써 연주해보는 게 저의 꿈입니다. 영화음악도 락만큼 좋아하기에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하면서 다른 장르의 다른 매체의 일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언젠가 무언가를 포기해야 할 때가 오겠지만 그 기간이 최대한 늦추어지는 것이 저의 꿈이기도 합니다.
변동욱 음악감독제천국제음악영화제 OST 마켓 본선 진출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변동욱:운이 좋았습니다. 쇼케이스 준비가 조금은 부담되었지만 예선 심사 1차와 2차를 붙어서 기뻤습니다. 같이 일하는 좋은 동료들도 만나 좋습니다.
OST 음악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변동욱:원래 영상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학교 다닐 때는 저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졸업 이후 소개를 받아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면서 영상음악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보니 저의 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JIMFF PLAYLIST 속 감독님의 음악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있나요.
변동욱:장면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렵지 않고 들었을 때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영화로 제작할 때, 명장면에서 흘러나왔으면 싶은 OST가 있을까요?
변동욱:저의 명장면은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아요. 훗날 다가올 저의 명장면에서 엔니오 모리꼬네가 작곡한 영화 '시네마천국'의 OST가 흘러나왔으면 좋겠어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변동욱:좋은 영화, 좋은 공연, 좋은 풍경 3박자가 잘 맞춰진 곳에서 잘 즐기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변동욱:좋아하는 일이다 보니 영화음악을 만드는 일을 오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작품, 훌륭한 작품 만나서 계속 음악 만들고 나이 들어서도 재미있게 하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정나현 음악감독제천국제음악영화제 OST 마켓 본선 진출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나현:본선 진출해서 너무 신나고 기대가 됩니다. 영광입니다.
OST 음악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정나현:재수할 때 드래곤 길들이기 보고 멋있어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 음악에 참여하셨는데 특히 단편영화 참여작이 많으시네요.
정나현:대학교 3학년 때부터 단편영화를 시작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당시 학생이셨던 감독분들이 입소문을 내주셔서 단편영화를 꾸준히 작년까지 해왔습니다. 그동안 작업한 상업영화는 액션, 스릴러 등 어두운 장르의 영화가 많았는데 시리즈물도 좋아하고 잔잔한 영화도 좋아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영화로 제작할 때, 명장면에서 흘러나왔으면 싶은 OST가 있을까요?
정나현:아직 인생의 명장면을 경험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어떤 명장면이 나올지, 거기에 어울리는 음악이 무엇일지 모르겠어요. 저는 예전부터 장례식장에서 틀고 싶던 음악이 있는데 '뜨거운 안녕'이 흘러나오면 좋겠어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나현:영화 음악을 교육하고 신인 영화음악가를 양성하는 제천영화음악 아카데미가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라 생각합니다. 영화음악 하시는 분들, 저희 음악도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정나현:필름 콘서트도 하고 싶고 아카데미상을 타고 싶습니다.
최종호 음악감독제천국제음악영화제 OST 마켓 본선 진출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종호:아직 얼떨떨합니다. 쇼케이스를 마치고 나서야 실감 날 것 같습니다.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하고 쇼케이스 열심히 준비해서 잘해보겠습니다.
OST 음악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최종호:음악을 하고 싶었습니다. TV나 영화, 애니메이션 영상물 보는 걸 워낙 좋아하고 노래나 연주보다 작곡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영상음악은 여러 의미의 음악이 필요하고 작곡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 공부를 시작하고 제천국제음악아카데미에도 지원하며 지금까지 해오고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영화로 제작할 때, 명장면에서 흘러나왔으면 싶은 OST가 있을까요?
최종호:저는 제가 쓴 음악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아직 못 쓴 것 같아요. 언젠가 쓰게 될 저의 명장면에 어울릴만한 곡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종호: 4년째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참석하고 있는데 올 때마다 비가 맞아주어서 영화 개막식 때 늘 촉촉하게 시작합니다. 지금은 날도 개고 화창해서 돌아다니기에 좋습니다. 모쪼록 영화제 재밌게 즐기다 가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가요?
최종호:저는 길게 봐야 하는 꿈인데요. 언젠가 제가 만든 음악들로 콘서트 하면 좋겠습니다. 기왕이면 노력해서 콘서트 지휘도 제가 하는 것이 꿈입니다.
이명로 음악감독제천국제음악영화제 OST 마켓 본선 진출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명로:본선 진출해서 가장 좋은 건 같은 업종이지만 각기 다른 곳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만난 것입니다. 좋은 친구들과 좋은 기회를 얻은 것 자체로 행복합니다.
OST 음악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명로:음악이 돋보일 수도, 혹은 영상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역할이 영상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상과 음악이 더해졌을 때의 시너지가 매력적으로 느껴져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조영욱 음악감독님이 총괄 프로듀싱 맡고 작곡하는 음악팀인 The Soundtrackings로 활동하시며 영국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음악 작업에 참여하셨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이명로:박찬욱 감독님이랑 작업을 많이 하시는 조영욱 음악감독님의 제안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첫 드라마였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방송국인 BBC와의 소통이 처음이라 시스템이 없었어요. 당시 조영욱 음악감독님은 런던에 계셨고 작곡가 팀은 한국에 있었는데 감독님의 부재가 크게 느껴졌고 시차도 있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했습니다. 6부작 드라마였지만 영화 6시간 제작하는 것처럼 매 장면에 맞추어 하나하나 작업했는데 7년 음악 작업 중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성장하는 기회였고 음악도 최상으로 나와서 만족합니다. 당시 저희 음악과 영상을 보며 피드백을 받을 때 저희가 좋아하는 부분을 서양인들도 같은 눈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은 언어가 아니니 느끼는 건 비슷하지 않을까 어렴풋이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실질적으로 음악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영화로 제작할 때, 명장면에서 흘러나왔으면 싶은 OST가 있으실까요?
이명로:제가 작업한 음악은 어두운 음악이 많은데 명장면에서는 밝은 음악이 나오면 좋겠어요. 앞으로 인생의 명장면은 많겠지만 이미 경험했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장면에서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면, 그게 제 인생의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명로:조영욱 감독님이 초이스 하신 5개 영화를 상영하는 마스터클래스를 추천드립니다. 제가 참여한 작품도 있고 감독님이 그동안 보셨던 것 중에 선정하신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옆에서 보았는데 정말 많이 고민 하시면서 결정하신 영화들이라 기대하고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희 제천국제음악영화제 OST 마켓 공연 역시 젊은 느낌으로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앞으로의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이명로:어떠한 영화에 어떠한 음악을 썼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영화에 가장 잘 맞는 음악을 장르 가리지 않고 연출하는 영화음악 감독되는 것이 꿈입니다.
쇼케이스 하루 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맞이해준 본선 진출자 5인은 악기를 하나씩 잡으며 포즈를 취했다. 각자에게 주어진 15분의 시간 동안 현악, 밴드, 국악 등 자신만의 색을 담아 본인의 대표곡을 중심으로 쇼케이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들의 밝은 에너지는 영화음악 산업에 시너지를 불어올 것으로 기대해본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김미정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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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 ‘쉽사리 흩어지지 않았던 첫사랑과 구겨진 비밀’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The Reader)
개봉일 : 2009.03.26 (한국 기준)
감독 : 스티븐 달드리
출연 : 케이트 윈슬렛, 랄프 파인즈, 데이빗 크로스, 제넷 하인
‘쉽사리 흩어지지 않았던 첫사랑과 구겨진 비밀’
1945년 5월. 나치 독일이 패망한다. 그리고 1958년의 비 내리던 어느 날, 서독 노이슈타드에서 한 소년과 여성의 운명이 시작된다. 강렬한 첫사랑이었다. 두 사람은 쉼 없이 서로를 탐하고, 갈망했다. 하지만 오래갈 순 없는 운명이었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이며, 사회화의 부재로 나치 시절 실수를 저지른 한 여성과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실망감에 흠뻑 젖어버린 소년의 이야기다. 나는 온통 푸른빛으로 가득 찬 시간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두 사람의 감정에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다. 지워낼 수 없는 죄와 그에 대한 실망감. 허공에 붕 뜬 채 쉽사리 흩어지지 않는 첫사랑의 기억. 그리고 구겨진 백지 같은 한나의 모습.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 나를 저 먼 곳으로 밀어냈다.
책을 읽는 것보다 누군가 읽어주는 책을 좋아하는 한나, 한나에게 책을 읽어주며 사랑을 갈망했던 소년 마이클. 두 사람은 서로의 대각선에 서서 상대의 마음을 훔쳐보기 위해 소리 없이 시선을 돌리지만 그 사이엔 거의 다 닫혀버린 문이, 실루엣만 간신히 비치는 커튼이 자리하고 있었다. 결국 말할 수 없던 격동적인 사랑은 시간과 무지 속에 묻혀버린다. 무조건 안타깝다고 이야기할 수도, 무조건 잘못했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는 한나의 시간과 오래도록 그것을 앓아온 소년의 마음속에서 풍기는 복잡한 묵은 내에 마음이 바싹 마르는 느낌을 받았다.
(하필 또 어두침침한 비 오는 날에 보는 바람에 더욱 침침한 기분을 받았더랬다.. 하지만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기도..! 개인적으로 맑은 날 보단 어둡거나 비 오는 날에 보는 걸 추천한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시놉시스
10대 소년 마이클은 우연히 30대 여인 한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마이클이 책을 읽어주는 것을 좋아하던 한나는 어느 날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한나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살아가던 마이클은 법대생이 되어 8년 후 우연히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에 선 한나를 보게 된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한나와 또다시 20년의 이별을 맞아야만 한다. 그 후 10년간 한나에게 책을 읽은 녹음테이프를 보내면서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사랑은 너무나 큰 비밀을 감추고 있었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비가 내리던 날, 갑작스러운 구토감과 통증이 쫄딱 젖은 소년을 덮친다. 어쩔 줄 모르는 소년에게 한 여성이 다가온다. 소년과 달리 충분히 농익어 보이는 여성은 침착하게 소년을 도와준다. 소년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여성에게 빠지게 되고, ‘감사의 표시’라는 핑계를 들고 여성의 집으로 향한다. 여성은 아주 여리고 어린 소년의 존재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 아무렇지 않게 속옷을 다리고 있다. 정말 신경 쓰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그 무심한 행동을 통해 소년의 마음속에서 끓고 있는 것을 끄집어내려 유도하고 있는 건지.. 소년은 쉽게 감을 잡지 못한다. 천천히, 아주 서서히. 여성은 소년의 마음이 벅차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소년의 뒤로 다가간다. 그렇게 둘 사이의 거리가 좁혀진 순간, 사랑의 감정은 한도 없이 타오른다.
소년의 이름은 마이클, 여성의 이름은 한나. 두 사람은 몇 번 더 만남을 가지고 나서야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된다. 내가 누구와 함께 있는지 새롭게 인지하는 순간, 두 사람의 사이는 육체적인 사랑을 넘어 정신적인 사랑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네가 읽어줘. 잘 하더라. 책 읽는 거.”
마이클과 한나는 하루의 끝에서 사랑을 나누고, 책을 읽는다. 한나는 마이클의 품에 안겨 마이클이 읽어주는 책 내용을 들으며 울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한나를 안고 있는 마이클은 첫사랑이란 감정과 잘하는 것 하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새로운 가치를 하나씩 알아간다. 이제 서로의 마음을 흘낏 훔쳐보는 것이 아닌, 서로의 마음을 얽을 일만 남았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현실은 대부분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는 법이다.
마이클은 15살 소년, 한나는 30대 여성이다. 마이클은 한나가 사랑을 표현해 주길 바라고, 한나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어느 날 한나가 말 한마디 없이 사라지고, 마이클은 배신감과 슬픔을 마음에 품은 채 어른이 된다. 법대생이 된 마이클 앞에 첫사랑 그녀가 다시 나타난다. 저 멀리 울타리 너머에 앉아있는 피의자로.
한나는 20여 년 전 수감소에서 감시원으로 일한 경력 때문에 법정에 앉게 된다. 수감소에서 수감자를 관리하고, 그들을 선별해 아우슈비츠로 보내는 일을 했던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어떤 것인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듯하다. 아우슈비츠로 가게 된 사람들이 어떤 죽음을 맞이하는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었는지 말이다. 마이클은 “왜 문을 열어주지 않았죠?”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한나는 “그건 내 업무였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한나의 모습을 보며 괴로워한다.
한나는 다른 피의자들의 모략과 책임 전가로 인해 구석으로 몰린다. 하지만 변명할 증거가 딱히 없기도 했고,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가장 큰 살인죄를 홀로 뒤집어쓰게 된다. 마이클은 여러 상황을 조합해 한나가 문맹인 걸 눈치챘지만, 그녀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진실을 밝히지 않기로 결심한다.
첫사랑과 또다시 이별하게 된 마이클은 한나를 잊고 자신의 삶을 산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한 어른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한나와 이별한 이후로 누군가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마이클은 아내와 이혼을 선택하게 되고, 하나뿐인 딸과도 어색한 사이를 유지한다. 그는 짐을 정리하던 중 한나에게 읽어줬던 오디세이를 발견하고, 그것을 녹음해 한나에게 보내준다.
숫자와 점이 찍힌 여러 개의 테이프가 담긴 박스가 한나에게 도착하고, 한나는 테이프를 들으며 글을 공부한다. 한나는 글씨를 익혀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을 하기 시작했고, 나아가 마이클에게 편지를 쓰게 된다. 어른이 된 마이클과 중장년층에 접어든 한나. 한나는 여전히 마이클을 Kid라고 부르지만 두 사람의 사이는 예전과 같지 않다. 두 사람은 아주 오랜 시간을 돌아 다시 만나게 된다. 한나의 가석방이 결정됐을 때쯤이었다. 교도소 내 식당에 앉아있는 한나의 앞에 마이클이 앉는다. 한나는 반가움에 손을 내밀지만 마이클은 한나의 손을 잡지 않는다. 마이클이 한나에게 무언가 배웠느냐고 묻는다. 한나는 글을 배웠다고 답한다.
마이클은 법정에 앉아있는 한나를 보고 큰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끼고 괴로워했다. 수감자들을 관리하고, 그들을 수용소로 보낸 감시원이라니. 거기에 부끄럼 하나 없이 당당하게 그것이 자신의 일이었다고 말하는 모습은 마이클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사실상 마이클의 순수한 첫사랑은 그쯤에서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마이클은 과거를 회상하고 책을 읽어 보내며 한나가 자신의 죄를 깨닫길 바랐고, 한나는 그것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한나는 뒤늦게 배우게 된 글들이 가득 적혀있는 책들을 밟고 올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녀는 글을 배우며 자신이 행한 행동의 그릇됨을 깨닫게 되었고, 교도소를 떠나 새로이 살아갈 수 없음을 알게 된다. 가석방을 앞두고 있었지만 짐을 하나도 챙기지 않은 그녀의 방안엔 글을 깨우치기 위해 노력했던 흔적들이 가득하다.
“근데 이젠 끝이겠지.” 마이클이 테이블에서 일어날 때쯤, 한나도 마이클의 마음을 눈치챈 듯 이렇게 말한다. 마이클과 한나는 더 이상 전처럼 사랑하지 않는, 사랑할 수 없는 사이가 되었고 한나는 마이클이 읽어주는 책을 들을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을 인정한다.
“감시원에 지원한 게 죄인가요?”
감시원으로 일했던 한나는 완전한 악인인 걸까? 그녀는 악인이자 필요 이상으로 순수했던, 사회에 휩쓸린 어른이었다. 마이클이 성인이 되어 수업을 듣는 장면에서 강단에 선 교수님이 “법이란 편협한 거야”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다. 법과 법조인들은 한나를 악인으로 지목한다. 그녀가 감시원으로 일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어떤 일을 저지른지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 살기 위해 어떤 일에 지원했고, 누군가의 지시를 따랐다. 아우슈비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몰랐다. 한나는 나치 독일이 패망한 후에도 별다른 뜻과 생각 없이 전차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나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그냥 일만 하는, 겉모습만 커버린 어른이었다. 글씨도 깨우치지 못했으며 그릇됨의 정의조차 몰랐던 사람. 그게 바로 한나였다.
한나가 죽고 난 후, 마이클은 한나가 모아둔 돈과 틴케이스를 들고 피해자의 집을 찾아간다. 당시 어린 소녀였던 피해자는 한나의 틴케이스를 보며 수용소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나에게도 보물을 담아둔 틴케이스가 있었다고 말하던 그녀는 케이스에서 돈을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틴케이스는 한 소녀의 어린 시절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물건이다. 한나는 장년의 나이가 되어서도 틴케이스에 소중한 것들을 모아 간직하고 있었다. 이 행동은 그녀가 어른으로서 필요 이상의 순수함을 갖고 있었음을, 그녀가 백치에 가까운 상태였음을 의미한다. 한나는 정말 그냥 시켜서 했다- 그뿐이었다.
마이클은 한나를 용서하는 것 같아 돈은 받을 수 없다는 피해자의 말에 돈을 문맹 퇴치 기관에 기부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한나가 글을 공부하고 후회하며 모아온 작은 돈이 문맹 퇴치 기관에 기부된다면 누군가가 글을 깨우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한나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사회에 휩쓸리는 사람이 아닌, 자신의 뜻과 방향성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겠지.. 마이클은 한나의 이름으로 기부를 해도 괜찮겠냐며 피해자의 뜻을 묻고 자리를 뜬다. 그리고 한나의 순수함과 소녀 시절의 시간을 담은 틴케이스는 피해자의 가족사진 옆에 놓인다.
나는 한나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지만, 그녀 또한 백치와 무지함이 만든 비극의 피해자였음을 인정한다. 한나는 자신의 죄를 깨달은 후 목숨을 끊고, 마이클의 첫사랑은 완전히 막을 내린다. 마이클은 여전히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 딸에게 한나를 소개하며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다. 소년의 삶의 한순간을 뒤흔들었던 첫사랑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과 함께 땅에 묻힌다. 이 영화를 보며 한숨을 몇 번 내뱉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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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가 원하는 걸 얻었다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기 위해 어디까지, 얼마나 노력해야 할까? 자신의 노력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만, 그 과정은 무척 어렵다.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어려운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가장 쉽게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높은 지위나 좋은 조건을 가진 사람의 도움이 있다면 그 과정이 훨씬 수월해진다.
영화 <히든 페이스>는 세 인물이 각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가진 자원을 바탕으로 기 싸움을 벌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군가는 사회적 지위를, 누군가는 상대방의 감정을,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쾌락을 위해 상대를 이용한다. 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고, 각자가 어떤 속셈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을 때 그 얼굴에 나타나는 진실이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 아닐까.
[첫번째 감정] 성진의 욕심
주인공 성진(송승헌)은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자라난 인물이다. 그는 고생 끝에 지휘자의 직업을 얻었지만, 더 큰 성공을 향한 욕구가 여전히 강하다. 성진은 차분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딱딱하고 차가운 면이 있다. 아내인 수연(조여정)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감정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 두드러진다. 아내의 살가운 접근에도 성진의 반응은 냉담하며, 그 미소조차도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성진은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아내 수연의 집안이 가진 힘을 은근히 이용하려 한다. 이런 모습은 영화 전반에 걸쳐 은밀하게 드러나지만, 성진의 얄팍한 속내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순간은 아내 수연이 사라지고 나서 곧바로 낯선 여자 미주(박지현)에게 빠져들 때이다. 수연을 향한 그의 마음이 얼마나 얇고 가벼운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욕심으로부터 비롯된 성진의 마음은 미주와의 관계를 통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성진의 얄팍한 욕망이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그는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는 욕심이 많은 인물이지만, 사실 수연의 집안의 지원이 없이는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무력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의 무기력함은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더 짙어진다.
[두번째 감정] 미주의 사랑
미주는 어린 시절 수연을 만나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같은 성이라는 이유로 세상에 그 사랑을 공개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오랜 세월 수연을 위해 헌신해왔다. 약한 노예와 주인의 관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영화 중반 이후 미주의 행동들은 그녀의 사랑이 인정받지 못했을 때의 폭발적인 반응처럼 보인다. 마치 그 인정받지 못한 감정을 성진에게 풀어놓는 듯한 그녀의 행동은 버림받은 사람의 일탈처럼 느껴진다.
영화 초반의 미주는 비밀을 품고 있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묘사된다. 그녀의 비밀은 대부분 수연이 가진 비밀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객에게 놀라움을 준다. 이후 미주는 수연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 위해 성진을 이용한다. 성진이 아내 수연을 자신의 성공을 위해 이용하듯, 미주 역시 수연을 상처 주기 위한 도구로 성진을 활용하는 것이다. 영화는 이런 미주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살짝씩 보여주면서 이 인물이 가진 의도를 알 수 없게 만든다.
영화는 미주가 가진 진심이 무엇인지 정확히 드러내지 않는다. 그녀는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그 내면을 알기 어려운 인물이다. 미주라는 인물의 서사와 미스터리함은 결국 그녀가 가진 '사랑'이라는 감정 속에 깊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관객은 그녀를 쉽게 판단할 수 없고, 그 점이 이 영화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세번째 감정] 수연의 자신감
수연은 마치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녀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수연은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사랑이라는 감정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사람들을 자신의 뜻대로 조종할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수연은 하나도 잃은 것이 없다. 중반부에서 그녀가 모든 것을 잃을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수연이 그렇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다른 인물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그녀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진과 미주는 수연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으며, 완전히 그녀를 밀어낼 수도 없다. 결국 그들은 수연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고 각자가 원하는 것을 취하며 살아간다. 수연은 자신의 의도를 철저히 감추고 성진과 미주를 이용하면서 모든 것을 조종한다. 마치 악마처럼 보이는 그녀는 자신의 삶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며,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취하며 살아간다.
고급스러운 치정극
영화 <히든 페이스>는 고급스러운 치정극이다. 아름다운 화면과 잘 짜인 집의 구조는 이 영화의 중요한 매력 요소 중 하나다. 집의 독특한 구조는 숨겨진 방과 한쪽만 볼 수 있는 거울을 통해 흥미롭게 보여진다. 어쩌면 그 특이한 집의 구조는 각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인물관계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쪽에게만 그 관계의 진실이 보이는 관계, 그러니까 숨겨진 얼굴을 힘을 가진 한 쪽만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 영화의 인물들 중 관객이 응원하고 싶은 인물은 없다. 모두가 자신의 욕심과 욕망에 눈이 먼 인물들이고, 그 모든 것을 파악하고 조종하는 사람은 수연이다. 그래서 세 인물은 서로의 나쁜 의도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살아간다. 결국에는 각자가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 그들의 이야기는 비극인지 희극인지조차 모호해진다.
특히 미주 역을 맡은 박지현 배우의 연기가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인다.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인물을 잘 표현하고 있고, 어떤 일이든 다 꾸며낼 수 있을 것 같은 알 수없는 느낌을 잘 살렸다.
범죄와 치정극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히든 페이스>는 충분히 흥미로운 영화가 될 것이다. 각자의 욕망 속에서 벌어지는 심리전과 예측할 수 없는 전개는 관객을 몰입하게 만들며, 그들 사이의 긴장감이 영화 내내 유지된다. 당신도 이들의 숨겨진 얼굴을 확인해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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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룡영화상에서 골든글로브까지
올해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통해 전국구, 아니 범우주적 슈퍼 스타가 된 '이정재' 배우가 최근 북미 '고담어워즈'에 이어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그리고 북미 최대 시상식 중 하나인 '골든글로브'에 노미네이트되어 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정재 배우의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를 포함하여, 최우수 TV 시리즈, TV 드라마 남우조연상까지 총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오징어 게임]이 전해온 소식이 특별한 이유는, 이전까지 한국 드라마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된 경우가 없었기 때문인데요. 지난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2020년, 윤여정 배우의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지만, 드라마 부문에서는 최초의 기록입니다. 게다가, [오징어 게임]은 비영어권 작품으로는 최초로 '작품상' 후보에 올라 더욱 주목받고 있는데요. [오징어 게임]은 애플TV의 [더 모닝쇼], FX의 [포즈], 넷플릭스의 [뤼팽], 그리고 HBO의 [석세션]과 트로피 경합을 펼칠 예정입니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의 슈.스가 된 '이정재' 배우의 생일이 오늘(12월 15일)이라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특별한 날을 맞아, 지금부터 씨네픽이 추천하는 '이정재' 배우 출연작을 소개해 보려 합니다. 그럼 바로 살펴볼까요?
잇츠 CINE PICK!!
<젊은 남자> (1994)
드라마 | 한국 | 116분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 배창호 | 출연 : 이정재, 신은경, 전미선, 권오중
? 72,347명(서울 기준)
젊은 남자 이한은 욕망과 야망이 꿈틀대는 서울에서 혼자 살며 부유계층의 여대생들과 순간적인 사랑을 나누는 삼류모델이다. 한은 재이와 사랑에 빠지고, 어느날 로데오 거리에서 연상의 승혜를 발견하고 그녀에게 빠져든다. 또한 그는 자신이 속한 에이전시의 매니저인 손실장의 쾌락의 도구로 야망을 키우고 있기도 하다. 한은 이 세명의 여인에게 둘러싸여 각기 아름답고 애틋한, 위험한 관계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승혜의 도움으로 톱모델의 길을 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한에게 손실장과의 모델출연 전속계약이란 올가미가 길을 가로막고 만다. 결국 한은 손실장을 살해하고 유기한후 갈등과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완전범죄하는 환상을 갖는다. 그러나 이미 걷잡을 수 없는 그의 욕망의 수레바퀴는 서서히 죽음을 향해 돌진해간다.
씨네 pick : 이정재 배우는 첫 영화이자 첫 주연작인 <젊은 남자>를 통해, 그해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대종상 신인남우상,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 그리고 영평상 신인연기상까지 4관왕을 하며 단숨에 청춘스타가 되었습니다. 물론, 비슷한 시기에 [모래시계]라는 불후의 명작의 방영이 있었지만, 이 영화는 '이정재'라는 배우 그 자체를 각인시켜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비트>에서의 정우성 만큼이나 <젊은 남자>의 '이한' 캐릭터는 매력적이죠.
<태양은 없다> (1998)
드라마 | 한국 | 108분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 김성수 | 출연 : 정우성, 이정재, 한고은
? 329,778명(서울 기준)
권투선수인 도철은 후배 성훈에게 KO패 당한 후 권투를 그만둔다. 도철은 관장의 소개로 간 흥신소에서 같은 또래의 홍기를 만나게 된다. 홍기는 압구정동 30억짜리 빌딩의 주인이 되기위해 돈 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미미는 홍기가 매니저 일을 봐주는 스타가 꿈인 나레이터모델이다. 도철은 심부름센터 일을 하면서도 권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홍기는 동네깡패 병국에게 빚을 지고 항상 쫓기는 입장이다. 도철은 펀치드링크 현상으로 자신도 모르게 거친 폭력을 행사하게되고 이일로 흥신소 사장에게 신임을 얻지만 홍기가 돈을 빼돌리는 바람에 흥신소를 떠나게 된다. 도철은 미미에게 사랑을 느껴 다가가려 하지만 스타가 꿈인 미미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병국에게 쫓기던 홍기가 도철의 돈을 갖고 도망가자 도철은 이일저일 전전하다 다시 권투를 하게 된다. 서울로 올라온 홍기는 병국과 만나 담판을 지으려하나 병국은 받아들이지 않고, 주인공으로 발탁된 미미는 촬영직전 다른 후보에게 여주인공역을 내주게 되고, 홍기, 미미모두에게 결별을 고한 도철은 펀치 드링크 증세에도 불구하고 성훈과의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데...
씨네 pick : 한국 연예계 대표 절친으로 알려진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이 만난 영화 <태양은 없다>는 아직까지도 청춘 영화 하면 떠오르는 영화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두 배우의 비주얼을 가득 담고 있기에 안볼 수가 없는 영화이기도 하죠. 사실, <태양은 없다>는 <비트>의 감독과 제작진이 만들어낸 영화이기에, 이전까지 <태양은 없다> 하면 정우성 배우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혹시, 이정재 배우가 이 영화를 통해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그만큼, 이정재 배우의 호연이 돋보이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시월애> (2000)
드라마, 멜로/로맨스, 판타지 | 한국 | 94분 | 12세 관람가
감독 : 이현승 | 출연 : 이정재, 전지현
? 248,597명(서울 기준)
1998년 1월엔 눈이 많이 왔어요. 감기 조심하세요." '일마레'로 이사온 성현(이정재 분)에게 이상한 편지가 남겨있다. 1999년, 2년 후로부터 온 편지. 그 편지에 있던 내용들이 예언과도 같이 현실 속에 나타난다. 그날은 거짓말 같이 함박눈이 내리고. 자신의 편지가 1998년 12월로 갔다는 것을 믿게 된 은주(전지현 분)는 자주 그곳으로 편지를 보낸다. 성우인 그녀는 옛날, 지하철에서 잃어버린 녹음기를 찾아달라고 부탁을 한다. 성현은 은주가 얘기한 시각에 그 장소로 가는데, 스쳐지나가듯 성현 앞을 지나는 은주.두사람은 처음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연락이 없는 애인 때문에 쓸쓸한 은주에게 성현은 그렇게 얘기한다. 이것은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은주가 보내준 아버지의 유고집을 보고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성현.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자신이 편협했음을 고백한다. 은주의 애인이 미국에서 돌아온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미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옆에 있었고, 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었던 은주는 애인과 만났던 마지막 장소로 가줄 것을 성현에게 부탁한다. 이미 은주를 사랑하고 있는 성현. 성현은 은주의 부탁에 괴로워한다. 시간이라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이토록 힘들 줄 몰랐다. 또다시 지하철에서 은주와 맞닥뜨린 성현은 자신을 몰라보는 은주에게 말한다. 성현의 사무실로 찾아간 은주는 성현이 그날 대학로에서 교통사고로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제서야 자신이 성현을 사랑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은주. 은주는 자신이 얘기한 장소로 가지말라는 편지를 들고 일마레앞 우편함으로 달려가는데.
씨네 pick : 10월에 아니죠, 시간을 초월한 사랑(時越愛) 입니다. 지금이라면, 전지현과 이정재가 만난 영화라는 것만으로도 흥행 1위작이 될 수 있겠지만 개봉 당시,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유지태, 김하늘 주연의 <동감>에 약간 밀리는 성적을 기록하였죠. 하지만, 해외에선 좋은 반응을 얻으며 당대 할리우드 스타였던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 주연의 <레이크 하우스>로 리메이크까지 된 영화인데요. 이 때문에, 개봉 이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언급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도둑들> (2012)
범죄, 액션, 드라마 | 한국 | 135분 | 15세 관람가
감독 : 최동훈 | 출연 :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해숙
? 12,983,821명(전국 기준)
10인의 도둑, 1개의 다이아몬드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팀으로 활동 중인 한국의 도둑 뽀빠이와 예니콜, 씹던껌, 잠파노. 미술관을 터는데 멋지게 성공한 이들은 뽀빠이의 과거 파트너였던 마카오박이 제안한 홍콩에서의 새로운 계획을 듣게 된다. 여기에 마카오박이 초대하지 않은 손님, 감옥에서 막 출소한 금고털이 팹시가 합류하고 5명은 각자 인생 최고의 반전을 꿈꾸며 홍콩으로 향한다. 홍콩에서 한국 도둑들을 기다리고 있는 4인조 중국도둑 첸, 앤드류, 쥴리, 조니. 최고의 전문가들이 세팅된 가운데 서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 한국과 중국의 도둑들. 팽팽히 흐르는 긴장감 속에 나타난 마카오박은 자신이 계획한 목표물을 밝힌다. 그것은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계획이지만 2천만 달러의 달콤한 제안을 거부할 수 없는 이들은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그러나 진짜 의도를 알 수 없는 비밀스런 마카오박과 그런 마카오박의 뒤통수를 노리는 뽀빠이, 마카오박에게 배신당한 과거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팹시와 팀보다 눈 앞의 현찰을 먼저 챙기는 예니콜, 그리고 한국 도둑들을 믿지 않는 첸과 중국 도둑들까지. 훔치기 위해 모였지만 목적은 서로 다른 10인의 도둑들은 서서히 자신만의 플랜을 세우기 시작하는데…
씨네 pick : 이정재 배우의 첫 천만 영화이자, 2021년 기준 국내 영화 관객 수 역대 10위를 기록중인 영화는? 네, <도둑들>입니다. 이정재 배우의 흥행작 중 한 편을 고르라면, <도둑들>보다는 <신세계> 혹은 <암살> 등을 얘기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도둑들>은 그 포문을 열어준 영화인 만큼 더 의미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은 물론 중화권 대배우까지 총출동한 영화에서, 그만의 매력이 돋보였다는 점 역시 <도둑들>을 그의 대표작으로 만들어줍니다.
<헌트> (2021)
액션, 드라마 | 한국 | 크랭크인 : 2021.05.08 | 크랭크업 : 2021.11.13
감독 : 이정재 | 출연 : 이정재, 정우성, 전혜진, 고윤정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가 남파 간첩 총책임자를 쫓으며 거대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첩보 액션 드라마
씨네 pick : 이정재 배우, 아니 이정재 감독님의 첫 연출작 <헌트>가 최근 크랭크업 소식을 알렸는데요. 정우성과 이정재 배우가 <태양은 없다> 이후 22년 만에 뭉친 영화라는 점, 액션 영화에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준 전혜진 배우가 출연한다는 점, 그리고 최근 가장 핫한 20대 배우 중 한 명인 고윤정 배우가 <헌트>를 통해 스크린 데뷔를 한다는 점 등 매력포인트가 정말 많은 영화인 것 같습니다.
한국 대표 흥행 배우에서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배우가 된 '이정재' 배우의 개봉예정 연출작까지 살펴보았는데요 [오징어 게임]으로 정말 바쁜 한 해를 보냈을 이정재 배우가 같은 시기에 연출한 작품이기에 더욱 기대되는 영화를 기다려보며, 그때까지 영화로운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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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신치 않고, 늘 의심할 지어다. 그 의심 속에서 성스러운 순수함만을 찾을 지어다.
우린 왜 '역설, 반골 기질, 평소와는 다름'이 담긴 예술을 좋아하는 것일까? 이는 '창의적'과는 또 다른 갈래의 영역인 것만 같다. 우리의 생각과는 반대되는 것, 우리가 그동안 지녀왔던 그 모든 관념들과는 상이해서 이해하는데,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들을 우린 유독 예술에서 만큼은 인정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 이유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우린 예술을 경외하고, 예술이라는 분야는 예술을 하지 않는 일반인들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그 이상의 범주라고 여기기에 그 독창성과 다름을 단순한 틀림이 아니라 비범함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영화 <콘클라베>는 종교 영화라는 정립된 장르에 정치적, 철학적 이분법론과 인간의 타락과 의심이 불러일으킨 고뇌 그리고 종교개혁을 연상케하는 플롯 등을 이용해 마치 종교 영화계의 이단아, 반골과 같은 모습을 띤다. 영화는 인트로의 베일을 벗은 순간부터 클로징의 막을 내릴 때까지 종교 영화의 장르적 자세를 항상 취하지만 추리, 미스테리한 일들의 연속을 더해갔고, 지속적으로 타락과 진솔의 사이를 오가는 모습, 의심과 확신의 불안정한 수평선 사이 고뇌하는 인물을 보여주면서 영화의 깊이감을 더해갔다.
필자의 경우, 삭막한 공간 속 긴장감을 극도로 느끼거나 불안한 심정을 스스로에게도 감출 수 없을 때면 스스로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일정치 못한 박자감의 숨소리는 나의 불안감을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그 불안감의 양을 증가시키면서 신체의 무리로까지 이어지게 한다. 작품을 제작한 감독은 이런 부분들을 경험한 것인지, 영화적으로 사용하면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데에 적절하다는 점을 아는 것인지, 영화가 시작함과 동시에 주인공 "로렌스"의 등을 비추면서 연신 그의 거친 숨소리를 들려준다. 이 점은 영화의 초반부뿐만 아니라 중후반부 "로렌스"가 고뇌에 빠져 선택의 길로에 서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을 때면 이따라 등장한다. 영화 <콘클라브>는 막을 내리기 직전까지도 이 긴장감과 고뇌, 착잡함의 냉랭한 공기를 걷지 않고, 이를 숨소리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는 OST로 아예 관객의 머리에 분위기를 각인시킨다.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웅장하면서 동시에 영화의 전반적인 테마를 잘 담아냈다고 생각하는 OST는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긴장감을 고조시켜야 하는 상황이면 어김없이 등장해, 소위 소름을 끼치게 한다. 물론 이런 점을 매우 반복하기 때문에 영화를 관람하다 보면 곧 OST가 나오면서 갈등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걸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점은 사실 작품의 단점이면서도 안정적인 구조, 본인들이 잘 해낸 부분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확신하지 말지어다. 항상 의심할지어다." 어쩌면 영화는 본 구절을 영상화한 작품인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누구나 종교인, 특히 교황과 그 교황이 될 후보 추기경들은 어떤 경우에도 항상 진실고, 거짓이 없으며, 종교인으로서의 사명을 다 할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이 있고, 필자의 경우에도 무교지만 그렇게 생각해왔었다. 영화는 이 부분에서 먼저 고정관념을 깬다. 교황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새로운 교황을 뽑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선거, '콘클라베'. 교황이라는 직위가 곧 권력의 중심이라 반드시 차지하고자 하는 사람, 교황의 직위를 책임감이라고 생각해 거부하려는 사람간의 갈등이 격돌하고, 교황의 직위를 통해 종교가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전통과 신념을 보수적으로 지키고자 하는 사람과 교황의 직위를 통해 시대적 흐름에 맞춰 종교를 개혁하고자 하는 사람의 관념들이 부딪혔다. 이 추기경은 좋은 사람이고, 교황의 자질이 있는 사람이라 추천하였지만 교황의 직위를 쟁취하고자 했던 사람에게 돈을 받은 사람 중 하나였다는, 의심이 확신이 되어가는 순간 영화는 고조로 다달아 주인공 "로렌스"와 보고 있는 관객 모두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반문하게 된다.
위 문단을 읽은 분들은 아마도 더욱 영화의 플롯에 의문을 가지실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이렇게 혼란스럽고, 갈등 상황이 많아?'라고 질문을 하실 수 있겠지만, 실제로 영화는 한 시도 관객과 주인공을 갈등의 중심지에서 놓아주지 않는다. 이런 점이 더욱 잘 드러날 수 있는 데에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오는 힘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콘클라베' 기간이기 때문에 바깥 상황과도, 외부의 그 어떠한 세력과도 만나서도, 연락해서도 안 되기 때문에 교황청을 모두 철폐하고, 모든 연락들을 끊은 상태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단 한 공간, 교황청만을 비춘다. 창문도 모두 닫히고, 문도 모두 막힌 채 바깥에서 무슨 소동이 일어나는 지도 알지 못한 채 한정된 공간 안에선 전쟁을 방불케하는 피튀기는 신경전이 오갔고, 영화는 그것만을 오로지 담아냈기에 그 서스펜스를 유지시킬 수 있었다.
또한 영화의 분위기와 혼란을 유지하기 위해 영화가 행한 방법은 바로 주인공 "로렌스"가 알아가는 만큼 관객도 똑같이 알아가게 한다는 점이다. 영화의 초반부와 중반부, 복도를 걷는 "로렌스"를 촬영할 때면 영화는 그의 등을 클로즈업하여 담아내는데, 이는 마치 관객과 "로렌스"를 일치시켜 그의 상황과 심리 상태에 공감할 수 있게 하고, 사건의 진실을 알아가는 데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도록 한다. 더불어 영화는 굉장히 빈번하게 카메라의 수평 이동과 부감 숏을 활용해 "로렌스"를 비롯한 주 인물들 뿐만 아니라 교황청을 채우는 모든 추기경들을 한번에 담아낸다. 한정적인 공간을 모두 채우는 그 많은 추기경들의 숫자가 빚어낸 부감 숏은 마치 관객에게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면서 동시에 사건의 중압감을 선사한다. 또한 수평 이동을 통해 '콘클라베'에서 투표하고 있는 추기경들의 표정을 모두 담아내는데, 확신했던 것들이 의심이 되어가고, 한 두 차례에서 끝났을 투표가 수 차례로 이어지면서 고도화된 심리전을 관객이 모두 경험할 수 있게 되면서 극의 흥미진진함을 더해갔다.
'콘클라베'가 끝나게 되면 모든 단장직을 내려놓겠다는 "로렌스". 기도가 약해졌다는 이유이다. 그가 왜 기도가 약해져 단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이야기하는지 영화는 생각해보라고 전한다. 아마도 영화는 그가 내려놓으려 했던 이유엔 종교의 타락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믿지 않았던 이들은 정말 생각만큼의 행동들을 했고, 믿었던 이마저 사실은 타락의 결에 속했었다. 어쩌면 종교의 장을 뽑는 것인 '콘클라베'는 언쟁이 지속될 수록 정치적 논파 간의 싸움으로 변해갔고,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간의 갈등은 좀처럼 다시 꿰놓을 수 없을 만큼 벌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영화는 이 의심과 혼돈만이 가득한 상황에 한 가지의 답을 내려준다. 그게 바로 "베니테스"였다. 의문만이 가득했던 그의 등장은 전 교황의 서명을 통해서 입증되었다. 그는 '콘클라베'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로렌스"에게 투표했다. 그럴 때마다 "로렌스"는 이를 거부했지만 끝까지 그는 신념을 지켰다. 외적인 소동으로 인해 교황청이 소란에 빠졌을 때 "베니테스"는 그 모든 정치적, 실리적 이득을 위한 언쟁과 투쟁들을 비난하며 나섰고, 이 지점에서 모든 추기경들이 그의 매력을 안 것인지 그 다음 투표 때 "베니테스"가 교황이 되어 "인노켄티우스 14세 교황"이 된다. 재밌는 건 영화는 마치 좋은 교황을 선정하게 되면 이 모든 혼란이 가실 것처럼 묘사하였지만, 오히려 모든 이들의 합이 맞춰져 뽑게된 새 교황의 투표 과정, 과정 속 추기경들의 표정 등을 보여주지 않고 굉장히 빠른 속도록 축약한다. 마치 그게 진정으로 하고자 했던 말이 아니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로렌스"는 좋은 인물을 교황직에 세운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았다. 발표만을 남겨놓고 대기하던 와중 하나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정체가 베일에 가려져 누구인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던, '콘클라베' 기간이라 외부와의 연락이 안 되어 더욱 궁금했던 그의 정체는 사실 생물학적 여자였던 것이다. 그는 생물학적으로, 유전적으로 여자였지만 스스로가 여자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남자로서 살아갔고, 정신적으로도 남자였던 것이다.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로렌스"는 당황한 표정을 감출 수 없다. 이에 "베니테스"는 과연 이 점이 문제가 되는지 물어본다. 대화를 마친 "로렌스"는 기도가 약해져 종교에 회의감을 품던 과거의 표정과는 달리 새로운 교황의 진실과 사실을 안 이후로 조금은 다른, 조금은 더 편안해진 표정을 지었고, 그렇게 영화의 막이 내린다.
어쩌면 영화는 마지막 갈등이 모두 해결되는 그 순간들까지도 관객에게 '의심을 풀면 안됩니다!'와 같은 말을 전하는 것 같았다. 결국 영화가 "베니테스"의 정체에 반전을 줌으로써 하고자 했던 이유는 단순히 성적 다양성이 종교에도 녹아들어져야 한다는 취지가 아닌 것 같다. 진실이 사실은 거짓이었고, 거짓이 거짓인 줄 몰랐고, 심지어 자신을 아꼈던 교황마저도 자신을 의심했었다는 그 모든 불신과 불안정함만이 존재했던 상황 속 찾아낸 진실, 진리마저도 의심해봐야함을, 의심의 결과 결국 찾은 진실에서 종교적, 인간적 순수함을 찾게 되었는데 이런 상황 속 우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물어보는 것만 같다. 영화는 이에 대해 순수함이 중요하다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결론짓는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영화는 이런 모든 순간들에 의심을 더해가며 관객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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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 감독님 단편영화 이렇게 만드는거 맞죠..?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영화를 좋아해서 모인 사람들끼리 결국...!! 영화 제작까지 도전 합니다 ٩(๑• ₃ -๑)۶
많.관.부 ◟( ˘ 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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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퍼스트 카우> 메인 예고편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
사냥꾼들의 식량을 담당하는 쿠키는
표적이 되어 쫓기는 킹 루를 구해준다.
몇 년 후 정착한 마을에서 재회한 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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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만들어 돈을 벌기로 하는데…
“우리에게는 지금이 기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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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몰살한 그들이 나타났다, 인간과 똑같은 모습으로! ⠀ H. G. 웰스 소설 〈우주전쟁〉 원작 상반기 화제의 SF드라마 〈우주전쟁〉 시즌 1의 후속작? ⠀ SF 생존 스릴러 〈우주전쟁〉 시즌2, 지금 왓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