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2025-07-05 17:42:01
가족은 족쇄다 vs. 가족은 보호막이다
폭싹 속았수다(2025)
경고: 스포일러 주의
탈주 사건 = 전체 이야기의 윤곽
오애순(아이유, 문소리)과 양관식(박보검)이 고등학생 때의 일이다. 이들은 가족들에 반발해 부산으로 탈주한다. 자신들이 원하는 가정을 꾸리기 위해. 그러나 여관 주인은 그들에게 누명을 씌웠다. 여관 손님의 물건을 훔친 도둑이라고 말이다. 근데 그 문제를 양관식의 어머니가 해결한다. 어머니가 부산까지 갔던 것이다. 그리고 실은 여관 주인이 도둑이라 밝혀진다. 오애순-양관식은 제주도로 돌아간다. 문제가 터지면 가족이 수습하는 전개. 이 전개는 드라마 내내 나타난다. 가족이 족쇄이자 보호막이란 특성을 입증하기 위해. 이 특성은 고광례(염혜란)-오애순-양금명(아이유) 3대를 걸쳐 이어진다.
요약
- 오애순-양관식의 부산 탈주 사건 + 누명 사건은 양관식의 어머니에 의해 해결된다.
- 부산 탈주 사건은 드라마 전체를 요약한 사건이다.
가족의 특징이 전수(?)되는 과정
광례는 해녀였다. 집에서 차별을 많이 받았던 존재이기도 했다. 남편이 이미 죽은 탓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딸 애순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처럼 살지 마라." 그리고 광례는 해녀 일을 하다 사망했다. 애순은 생각했다. '어머니 말처럼 어머니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 나답게 살자. 자식을 낳으면 힘든 일 시키지 말자.' 처음에는 이 목표 속에 모순이 없는 것 같았다. 그저 시인이 되는 걸 꿈꾸고 열심히 하면 된다 생각했다. 그런데 양관식(박보검)과 결혼하고 세 명의 아이가 생기자 모순이 드러났다. 자신답게 살려면 가족을 포기해야 한다. 가족을 위해 살려면 자신은 포기해야 한다.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된 금명. 금명은 일본 유학을 가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애순한테 이야기한다. 그 때 애순은 자신의 집을 판다. 그리고 그 돈을 일본 유학 자금으로 쓴다. 그런데 그 때부터 금명에겐 일종의 부채가 생겼다. 자신의 결정이 가족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부채감. 그래서 자신도 어떤 식으로든 오애순-양관식에게 보상을 해야 했다. 그게 금명이 교육 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애순은 꿈을 가지고 있음에도 가족 탓에 꿈을 포기해야 했다. 금명은 그 일을 없애고 싶었다. 그래서 어디서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게 금명만의 선택은 아닐 것이리라.
요약
- 자신답게 사는 것 vs. 가족을 위해 사는 것, 애순이 가지고 있던 이 2가지 목표는 애초부터 모순되었다.
- 양금명이 교육 사업을 벌인 이유는 오애순-양관식의 사랑으로 비롯된 부채감 때문이다.
가족만의 선택을 강제하는 장치
개인과 가족 사이 선택을 조율하도록 강제하는 장치는 또 있다. 바로 오애순-양관식이 당했던 사건들의 흐름이다. 전체 흐름 속에서 사건들의 범위는 점차 축소된다. 가장 처음 문제는 좋았다. 부상길(최대훈)과 오애순-양관식 간의 갈등을 통해 권위주의적 시대상과 가부장적 가장의 문제를 조명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폭싹 속았수다는 시대극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가족들만의 문제만 나타난다. 그런데 문제의 영향은 점점 커졌다. 점점 이해하기도 어려워진다. 부상길은 시대 때문에 그런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파혼, 사기, 가족의 죽음 등 이후의 문제는 이유를 모른다.
그 속에서 가족들은 질문을 멈춘다. 가족 너머를 꿈꾸는 질문과 고난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질문 말이다. 대신 이들은 익숙한 해결책을 반복할 뿐이다. 가족끼리 성실하게 살면 언젠가는 문제가 해결되겠지 하면서 말이다. 정말 불쾌했다. 4.3 사건이 드라마에서 안 다뤄진 게 다행이었다. 만약 4.3 사건이 이런 식으로 다뤄진다 생각해보자. 4.3 사건은 국가가 민간인을 합법적으로 학살한 사건이었다. 공산 세력을 없애겠단 명분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피해자에게 가족끼리 성실하게 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이야기하면? 현실을 무시한 소박한 결론이라 비판을 받았을 것이다.
물론 오애순-양관식은 해피엔딩을 맞았다. 이들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상을 보여주었다. 성실하게 살면 언젠가는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것이 비현실적인 결론만은 아니다. 나도 가족의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실하게 산 보상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이 질문을 멈추기 위한 발판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온전한 개인이 되기 위해 가족을 넘어서는 질문을 할 때가 올까?" "드라마의 해결책이 가족 너머의 문제에도 적용이 되나?" 드라마 안에는 금명의 다음 세대에 대해서는 묘사하지 않는다. 내 또래 세대 말이다. 나는 일부러 묘사를 하지 않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이 다음 세대들에게 질문할 틈을 주기 위해.
요약
- 드라마의 문제들은 범위는 좁아지는데, 영향이 커지는 식으로 발전한다.
- 문제들이 발전하는 방향은 가족들이 가족들만 생각하도록 강제한다.
- 가족들 너머를 꿈꾸는 질문 + 드라마의 해결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는 계속되어야 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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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취하지 않는 단 한 사람
영화를 보기 전, 다르덴 감독이 한국 관객에게 남긴 메시지를 먼저 접하게 되었다. “<토리와 로키타>를 보는 한국 관객들이 한국에 도착하는 또 다른 ‘토리’와 ‘로키타’ 같은 이주 아동들의 친구가 되어주길 바랍니다.”라는 문장을 읽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나온 ‘특별 기여자’들과 그 아이들을 떠올렸다.
‘난민’이라는 단어는 그동안 건강한 담론보다는 혐오 표현으로 이어지기 일쑤였지만, 그때만큼은 그래도 여론이 갈린다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우리와 함께 일해 온 ‘특별 기여자’들인데 팽해서는 안 된다는, 한국인의 의리가 불안을 이겨낸 목소리가 있었다. 여론이 이 정도라면 그래도 다행이다, 생각하며 무사 귀환에 안심한 후로는 나도 크게 관심 갖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달 친구들과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독서모임을 하다가 알게 되었다. 당시 특별 기여자 자녀들이 학교에 갈 때, 기존 학생들에게 전달할 선물을 하나씩 들려 보냈다고. 이것이야말로 아이히만의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모르는 무능’과 무엇이 다르냐며 분개했다. 차라리 옛날 반장 엄마들처럼 햄버거나 쫙 돌리는 게 낫지, 기존 학생들이 시혜를 베푼 것이 아닌데 마치 그런 것처럼 저자세로 들어가게 만드나? 아이들은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경계를 넘어설 텐데 어른들이 먼저 선을 만들어 준 것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조차 뒤늦게 들은 내가, 토리와 로키타 같은 이주 아동의 친구라 말할 수 있나. 지긋지긋한 내 안의 아이히만을 인지하며, 다소 무거운 감정을 안고 영화관으로 들어섰다. 토리와 로키타의 행복과 무운을 비는 마음으로.
영화는 불안한 눈빛의 로키타에서 시작한다. 몇 마디 이야기가 오고 갔을 뿐인데, 관객은 금방 로키타의 거짓말을 눈치챌 수 있다. 로키타의 뒤를 따르는 카메라와 함께 가다 보면, 로키타의 상황은 점입가경이다.
토리와 로키타는 각자의 이유로 아프리카 어딘가를 떠나 온 아이들이다. 벨기에에 정착해서 함께 살고자 하지만, 진작에 체류증을 받은 토리와 달리 로키타의 서류 발급은 계속해서 지연된다. 두 사람은 남매임을 증명해서 체류증을 받고자 하지만, 삶은 녹록하지 않다.
두 사람은 식당에서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돈은 모이지 않는다. 잊어버릴 만하면 나타나서 입국 비용을 내놓으라고 하는 브로커들이 있고, 고용주 또한 여러 모로 아이들을 착취하며, 심지어 로키타는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끊임없이 돈을 보내야 한다.
아이들은 피자도 배달하고, 식당에서 노래도 한다. 프랑스어로 노래하고 이어 이탈리아어로 노래한다. 이국의 언어로, 서사를 부여하면서 불러야 하면 노래도 노동이 된다. 이들의 일은 점차 위험해진다. 위험한 밤의 거리에서, 마약 배달까지 하고 있다. 아직 어려도 야무진 토리는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야무지게 챙겨 받을 줄 안다.
노동이 되어야 하는 노래와 대조적으로, 두 사람의 지친 밤을 위로하는 노래가 있다. 토리가 따라 부르는 로키타의 자장가. 실제 카메룬 언어로 된 자장가라는데, 내 귀에는 어쩐지 자꾸 익숙한 찬송가처럼 들렸다. “사랑의 주 사랑의 주 내 맘 속에 찾아오사 내 모든 죄 사하시고 내 상한 맘 고치소서”라는 한 구절처럼. 아무리 뒤져봐도 찬송가라는 말은 없던데. 그러나 진짜 찬송가였다고 해도 그 노래는 로키타를 구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브로커들이 로키타에게 만남을 요구하는 장소는 언제나 교회다.
아직 어린 어깨에 책임이 너무 많다. 스스로를 보호하기에도 어린데, 자기 세상을 지켜야 한다. 그 세상에서 유일하게 서로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로키타에게는 토리, 토리에게는 로키타이다. 두 사람이 어떤 서사를 통해 여기까지 왔는지, 어떻게 이런 유대 관계를 쌓게 되었는지 영화에서 밝히지 않는다. 다만 유독 힘든 날 보고 싶은 사람도 서로이고, 학교에서 ‘아는 사람’ 그리기를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도 서로일 뿐이다. 겁먹고 숨을 헐떡일 때 약과 물을 건네주는 한 사람, 대신 문을 두드려 따져 물어주는 사람, 착취의 세상 속에서 착취하지 않는 단 한 사람이다.
아이들의 깊은 우정에는 이유가 있다. 아이들은 피부로 감각하여 정확히 알고 있다. “우리는 환영 못 받잖아.” 로키타가 시시각각 처하는 상황은 분명 비극이지만, 세상이 로키타를 그전까지 대해온 방식과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끌고 가고, 무슨 일이 생겨도 탈출구가 없는 건물에 들어가야 하고, ‘원한다 je veux’는 말을 할 수 없다는 것. 사람이라면 응당 가지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는 것. 로키타는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아는데도, 흥청망청 사는 어른보다도 훨씬 똑똑하게 삶을 마주하고 있음에도.
영화의 많은 장면에서 카메라는 아이들의 노동하는 등을 따라간다. <로제타> 때부터 일하는 누군가의 등을 다정하게 따르던 그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 자체로 조금은 안심이 된다. 그러나 알고 있다. 다르덴 형제가 만드는 영화의 감각에 안심할 수 없는 현실을 우리는 살고 있다는 걸. 영화 속에도 친절한 개인은 있었다. 기꺼이 제 자리에서 자기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는, 잘 곳 없을 때 오라고 주소를 주는 쉼터 선생님도. 그러나 개인의 친절로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실마리를 풀어야 하는 문제를 우리는 알고 있다.
다르덴 형제는 말했다. 영화를 보고 돌아가는 길, 토리와 로키타의 이야기에서 조금은 마음에 남은 것이 있길 바란다고, 그래서 주변과 이야기를 나눠 주길 바란다고.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왜 다르덴 형제가 토리와 로키타의 친구가 되어 달라 말했는지 알 것 같다. 아이들이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세상만큼은 아니었으면, 사라지지 않도록 아이들이 그 자리에만 있을 수 있도록 아주 작은 변화라도 이루어 갔으면.
그런 마음으로 잠을 자고 아침을 맞으니, 세상은 어린이날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아이들을 얼마나 환대하고 있을까. <토리와 로키타>가 던진 질문을 계속 입 안에서 굴려 본다. 담담하여 다정하며, 더 깊은 담론을 끌어내는 이 영화는, 아마 남은 오월 내내 '오월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이라는 해맑은 노래와 함께 잔상처럼 남아 있을 것 같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초청받아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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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평범한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6★/10★
우리는 일상에서 여러 감정을 느낀다. 슬픈 일이 있다가도 곧 기분이 좋아지고, 화르륵 화가 솟아올랐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 짓기도 한다. 특정 감정을 유발하는 사건이 또 다른 사건으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람이나 대상을 만날 때마다 직전의 마주침이 야기하는 감정이 금세 또 다른 감정으로 대체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상의 모든 사건을 마비시키는 압도적인 감정에 사로잡힌 상태라면, 새로운 만남이 만들어내는 감정이 이전 만남이 남긴 감정을 대체하지 못한다. 극도로 화가 나 있는데 평소에 좋아하는 초콜릿을 한 입 먹는다고 감정이 좋아지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가라앉은 후 자식을 잃은 엄마들은 슬픔에 압도되어 내내 그 순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그들은 내내 자식을 잃은 커다란 슬픔에 사로잡힌 상태였다. 자식을 잃은 슬픔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곧잘 잊히고는 했던 그간의 아픔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감정이었다. 누군가는 칩거했고, 누군가는 우울에 빠졌으며, 누군가는 슬픔을 분노로 전환하고자 했다.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출발은 단출했다. 희생자 어머니를 위한 커피 수업을 하다가 다음은 어떤 활동을 해보면 좋겠느냐는 논의 과정에서 연극이 하나의 안으로 나왔다. 그러나 여러 가능성 중 하나였던 연극이 전달 과정에서 엄마들의 적극적 요청으로 왜곡(?)되는 해프닝이 생겼고, 그렇게 극단이 꾸려졌다.
연출자는 제일 먼저 코미디 대본을 읽게 했다. 아이를 잃은 엄마들이 평소라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일이지만, ‘연극’이라는 예술의 형식이 적당한 빌미가 되어주었다. 연기는 ‘타자 되기’의 행위다. 평소의 내가 도저히 하지 않을 법한, 생각지도 않은 일과 감정이 내 것인 양 굴어야 한다. 이는 슬픔밖에 느끼지 못한 엄마들이 다른 감정을 ‘느끼는’ 계기가 되어준다. 이후 노란리본은 본격적으로 창작극 〈장기자랑〉 연습에 돌입한다. 수학여행을 가기 직전 고등학생들이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내용으로, 세월호를 타기 전 아이들이 느꼈을 법한 기대와 설렘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작품이었다. 엄마들은 연극을 준비하며 다시 한번 아이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번에는 슬픔이 회상을 독점하지 않는다. 수학여행 공연을 위해 친구에게 옷을 빌린 아이가, 랩을 좋아하던 아이가, 모델을 꿈꾸던 아이가, 만화 〈원피스〉를 좋아하던 아이가 수학여행 직전에 느꼈을 법한 기분 좋은 설렘이 엄마에게 전해지고, 이는 곧 연기를 통해 엄마의 감정이 ‘된다’. 엄마들이 슬픔이 아닌 다른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놀라운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엄마들은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를 두고 은연중에 경쟁한다. 질투도 느끼고 실제 다툼까지 발생한다. 실제로 몇몇은 극단을 떠나기도 했다. 더 비중이 큰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는 욕망은 연기할 때와 마찬가지로 엄마들에게 그들이 잃어버린 일상적 감정을 되돌려줬다. ‘경찰청창살~’을 연신 반복하며 발음 연습을 하는 한 엄마/배우의 모습에서 이제 더는 슬픔만이 엄마 감정의 모든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런 변화는 굉장히 더디다. 기존의 압도적 슬픔과 섬세히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혹시 코미디 톤으로 고등학생 연기를 하는 자신을 보며, 먼저 간 자식이 ‘우리 엄마는 내가 떠났는데도 저렇게 밝네’라고 생각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는 한 엄마의 말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이들에게 슬픔은 다른 감정으로 대체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근간으로 삼아 다채롭게 펼쳐내야 할 무언가다.
가장 큰 도전은 단원고에서의 공연이었다. 엄마들도 무대 위에서 무너질까 걱정이고, 연극을 관람할 학생들의 마음 역시 굉장히 세밀하게 신경 써야만 한다. 우여곡절 끝에 공연을 마치고 서로를 포근히 안아주는 장면에서, 우리는 슬픔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 즉 슬픔을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연대의 토대로 만드는 법을 가늠해볼 수 있다. 자신을 잠식한 슬픔을 잊지 않으면서도 이를 다른 ‘평범한’ 감정과 조율해나가는 노란리본의 여정을 담은 영화 〈장기자랑〉은 세월호 유가족의 치유뿐 아니라 문화예술의 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넉넉한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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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PFF] 너와 나의 5분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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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와 나의 5분 (2024)
감독: 엄하늘
출연: 심현서, 현우석, 공민정, 이동휘 외
장르: 드라마
상영시간: 102분
21세기가 막 시작된 2001년의 대구. 경북 영천에서 전학을 오게된 경환(심현서)은 제이팝과 일본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있는 오타쿠다. 원체 소심한 성격인 데다 관심사마저 남달랐던 그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그의 옆자리에 앉은 반장 재민(현우석)이 본인과 같은 일본 가수(Globe)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은 이어폰을 나눠끼며 음악을 듣는 사이로 급격히 가까워진다.
재민과 친구가 되고, 첫 중간고사에서 1등을 기록하며 우울했던 경환의 학교생활에는 변화가 찾아든다. 시험이 끝난 뒤 함께 동성로에서 시간을 보낼 친구들이 생기고, 반 아이들도 더 이상 그를 음침한 오타쿠라며 무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경환을 탐탁치 않아 했던 불량배 무리는 여전히 그를 괴롭혔다. 그들은 경환의 말투와 행동이 여성스럽거나, 보통의 남자아이들처럼 운동을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를 얕잡아 보고, 틈만 나면 시비를 걸거나 희롱하며 심리적으로 위축시켰다.
그럼에도 재민은 언제나 경환의 곁에서 그를 지켜준다. 그는 자신의 과거 비밀을 경환에게만 털어놓는가 하면, 방과 후에 따로 시간을 내어 농구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경환은 자신에게 한없이 잘해주는 재민이 좋으면서도, 자신을 유독 다르게 대하는 태도 때문에 점차 혼란에 빠져든다. 재민의 의도가 궁금했던 경환은 "넌 왜 그렇게 나한테 잘해주는데?"라며 직접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건 "너라서", "재밌어서"라는 의미심장한 대답 뿐이다.
재민의 특훈 덕에 경환은 농구 수행평가에서 A+를 받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선물하기로 한 글로브의 CD를 재민이 양보하기까지 한다. 재민에 대한 고마움이 점점 쌓이며, 그를 친구로서 완전히 믿을 수 있게 된 경환은 재민이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그의 비밀을 털어놓기로 결심한다.
경환의 비밀은 과거 동성 친구를 좋아한다는 소문 때문에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그래서 전학을 오게 됐다는 것. 경환은 재민을 믿고 자신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지만, 그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게 헛소문이 아닌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재민은 돌연 의 태도를 바꾼다. 재민은 경멸 어린 눈빛과 함께 욕설을 내뱉으며 자리를 뜨고, 공고할 것만 같았던 둘의 세계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재민과의 관계가 틀어진 이후 경환은 끔찍한 고통 속에서 학교생활을 이어간다. 교실에 경환이 게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반 아이들은 모두 그를 동물원 우리 속 동물 보듯 쳐다보고,조롱과 함께 온갖 폭력을 일삼는다. 경환은 더 이상 재민과 친구로 지낼 수도, 이전처럼 성적을 유지하며 평화로운 학교 생활을 할 수도 없게 된다. 재민 역시 경환과 틀어진 날을 계기로 핀트가 나간 사람처럼 굴기 시작하고, 경환 못지 않게 괴로운 나날을 보내며 방황한다. 냉랭해진 두 사람의 관계 속에서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내던 경환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마침 엄마의 지하상가 폐업과 맞물려 그는 대구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차마 정이 들지 않았던 도시, 그리고 아꼈던 친구와의 작별을 앞둔 경환은 그들이 사랑했던 가수의 음악과 함께 마지막 대화를 나누게 된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난 뒤, '너와 나의 5분'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바로 답을 내리지는 못했다.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며 작품 속에 등장한 글로브의 'Departures'와 'Faces Places'를 번갈아 재생했다. 90년대 제이팝을 잘 알지 못하는 내겐 모두 낯선 곡들이었지만, 왜 두 인물이 이 음악에 그토록 빠져들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극중 경환의 최애곡 'Departures'의 길이가 5분이 조금 넘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를 작품의 결말에 비추어 생각해 보니, 왠지 작품의 제목이 '너와 나의 5분'으로 정해진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경환과 재민이 십 대를 보낸 2000년대 초반의 대구는 모든 것이 너무나도 빠르게 변해가는 도시였다. 가족과 함께 다니던 식당은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으로 바뀌었고, 허름한 건물에 자리 잡았던 오래된 영화관은 문을 닫아야 했으며, 동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장사를 하던 지하상가는 재개발로 인해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고 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다는 듯 많은 것들이 너무나 쉽게 힘 없이 스러져 갔다. 빠르게 타올랐던 경환과 재민의 우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서로의 취향을 유일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두 사람은 관계가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냉정하게 과거를 밀어내는 대구처럼 둘의 우정 역시 찰나의 인연에 지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경환은 한때 사랑이었을지도 모르는 존재를 뒤로 한 채 새로운 인연을 만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중, 고등학생 시절 사용하던 방을 정리하다 재민이 마지막으로 선물했던 글로브의 CD를 발견한다. 속지에 남겨져 있던 친구의 메시지는 무려 20년 만에 그에게 다시 다가왔다. 재민이 마지막으로 남긴 것은 그가 만들고 싶어했던 글로브 팬 사이트의 링크였다. 그러나 과거의 부산물들이 모두 세월이라는 파도에 휩쓸려 사라졌듯, 그 메시지에 담긴 내용 역시 끝내 알 수 없었다.
대신, 경환은 잊고 있던 재민에 대한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고, 둘의 추억이 담긴 장소를 찾아가 그와 함께 들었던 음악을 재생한다. 20년 전의 대구도, 열 일곱을 함께 보냈던 친구도, 그 시절의 마음도 전부 사라졌지만 소중한 추억이 깃든 음악 만큼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너와 나의 5분'은 경환과 재민이 같은 마음으로 머물 수 있었던, 그 5분 남짓한 음악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당시엔 단순히 좋아하는 곡들을 순수한 마음으로 함께 즐겨 듣는 정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외모가 달라지고, 많은 것들이 사라지거나 새로 생겨난 지금, 소중했던 있는 그대로의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그 음악 하나 뿐이다. 모든 게 쉽게 변하고, 사라질 지라도 딱 한 가지 만큼은 끝내 변하지 않았다. 경환과 재민은 다시 만날 수 없었지만, 찬란하고 연약했던 그 시절의 마음 만큼은 멜로디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2024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2024 SIPFF)>에 참석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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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이 없을 때 불안감이 만드는 모습
우리 사회에서 집이라는 것은 단순히 살아가는 공간만 의미하지 않는다. 집은 이미 꽤 오래전부터 투자의 대상이 되었고 부를 상징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재산을 늘리려 하고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한참 경제가 성장하던 시기부터 집값은 빠른 속도로 뛰었고,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명의로 된 집을 하나 마련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돈을 벌어 저축해야 했다. 그렇게 저축해서 집을 사는 기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길어져만 갔다. 그렇게 집에 대한 인식이 투자의 수단으로 변하면서 절망하는 사람들도 늘어갔다. 아무리 돈을 벌어도 집 한 채를 사기도 버거웠다. 집값이 오르면서 전셋값과 월세값도 늘어났다. 그렇게 집을 소유한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인식 전환에도 불구하고 집은 우리가 가장 편하게 쉬고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집을 구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집을 사지 못하더라도 전세나 월세로 지낼 안정적인 공간을 마련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더 심각한 절벽으로 떨어진 사람들은 곰팡이로 가득한 집에서 생활해야 하거나 아주 작은 평수의 공간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만약 그런 공간에서 아이를 키우고 가족과 살아가야 한다면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좀 더 나은 공간으로 가고 싶지만 당장은 갈 수 없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까. 이들은 매 순간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보증금 사기로 살 집을 잃어버린 부부의 이야기
영화 <홈리스>는 보증금 사기를 당해 집이 없는 처지에 있는 한결(전봉석)과 고운(박정연)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은 보증금을 잃은 후 한순간에 갈 곳을 잃었다. 찜질방에서 숙박을 해결하지만 매일 쉴 공간을 찾기 벅차 보인다. 그들에게는 갓난아이가 있다. 그래서 이 가족에게는 집이 필요하다. 당장 생활비도 부족한 그들에게 보증금이 있는 월세집은 바로 들어가기 어렵다. 초반에 영화가 비추는 이들의 모습은 무척 우울해 보인다. 그래도 한결은 배달 일을 하며 하루하루 일당을 받고, 고운은 아이를 케어하며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들은 도움받을 가족도 마땅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회제도적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마땅치 않다.
한결과 고운 부부의 고민은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이 겪는 주거 문제를 좀 더 극적으로 영화에 담겼다. 이들은 영화 속에서 조금씩 최악의 상황으로 빠진다. 사기를 당한 상황에서 아이가 다친다. 안 그래도 돈이 부족한데 돈이 필요한 일이 자꾸만 생긴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벌려 겨우겨우 하나의 상황을 해결하고 나면 그다음에 또 다른 문제가 그들의 앞에 나타난다. 그 상황에서 그들에게 집이라는 안락한 공간은 도저히 꿈꿀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공간을 꿈꾼다. 하지만 여전히 집값은 높고 은행 대출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자신만의 집을 구하기 어렵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좀 더 공격적으로 투자를 시도한다. 코인이나 주식에 들어간 돈이 불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한 순간에 그 돈이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대부분의 자산을 잃은 그들에게 결혼이나 출산은 먼 일이다. 만약 그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다면 제대로 된 삶을 살아낼 수 있을까. 영화 <홈리스>는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들이 부정적인 행위를 하지 않고 자신들 만의 집을 만들 수 있을까. 그게 가능은 한 걸까.
영화 속 주인공들은 우연히 알게 된 할머니의 집에 잠시 머무르게 된다. 그 집에 대한 비밀이 영화에 미스터리 한 느낌을 만든다. 그들이 그 집에서 아이와 함께 잠을 자고 밥을 먹는 내내 꺼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신의 집이 아니라는 불안감은 관객의 마음도, 주인공들의 마음도 오염시킨다. 이들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하지 못할 행동을 하나씩 하기 시작한다. 남편인 한결 뿐만 아니라 부인인 고운도 당장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건 합법적인 선에서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 집은 생존을 의미하고 그 생존을 위해 마음속에 자리한 '도덕과 상식'을 포기한다.
집이 없다는 불안감을 부부의 행동으로 보여주는 영화
이런 주인공들의 선택은 굉장히 충격적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들이 그것 이외에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들은 궁지에 몰렸다. 이 가족이 꿈꾸는 건,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다. 영화의 말미 이들이 할머니의 빈 집에 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이 나온다. 아주 평범한 가정처럼 편안하게 보인다. 한결과 고운은 그들의 선택의 끝이 어떤 것일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충격적인 선택을 할 때마다 무척 마음이 무거워 보인다. 아이에게 자신들의 고통을 전달하지 않고 키우고 싶은 이들의 욕심은 영화의 끝으로 갈수록 그 한계를 명확히 드러낸다.
한결을 연기한 배우 전봉석과 고운을 연기한 배우 박정연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가장 최선을 선택을 하지만 한가닥 남은 양심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을 무척 잘 표현해냈다. 영화에서 이들이 고민하고 절망하는 순간이 무척 안타깝게 느껴진다.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절망적인 상황을 해결하려고 뛰는 한결의 모습, 할머니 집을 자신의 집으로 만들려고 할머니의 집을 버리며 멍한 표정을 짓는 고운의 모습은 이들의 절망감을 무척 잘 전달하고 있다.
영화 <홈리스>는 21회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CGV 아트하우스상을 수상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겪는 일처럼 현실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사지 못해 절망하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한 주거 공간은 가지고 있는 돈에 비례해 그 등급이 나뉜다. 혼자라면 어디에서라도 살 수 있겠지만 아이가 있다면 어느 정도 좋은 환경이 뒷받침되는 곳을 택해야 한다. 여기에 집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사건들이 무작위로 찾아온다. 어떤 방법으로도 구할 수 없는 주거공간에 대한 고민이 이 영화 안에 고스란히 담겼다.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투자용으로서의 집도 요원하지만 주거공간으로서의 집에 다가서는 것도 무척 쉽지 않다. 영화 속 한결과 고운이 절망의 늪으로 빠져드는 모습은 마치 집이 없는 사람들의 모습의 절망감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여 무척 안타깝게 느껴진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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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1부>를 비롯해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그리고 <헌트>까지 큰 제작비를 들여 흥행이 보장된 영화를 "텐트폴"로 부른다.
그렇다면, 전혀 예상치 못한 작품의 흥행은 뭘까? - 일명, "슬리퍼 히트"로 불리는 이 단어가 이번 국내 박스오피스(8/26-28)에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헌트>의 다음 2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28일 일요일에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다!제목 "육사오"는 45개의 공 가운데 6개의 번호를 맞추면, 거액의 돈을 준다는 "복권(로또)"을 북한에서 부르는 말이다.
영화는 1등에 당첨된 종이가 바람에 북쪽 군사 분계선으로 날아가면서, 당첨금 회수를 조건으로 남과 북의 병사들이 협상을 펼치는 내용이다.1. 본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영화 <육사오>는 1등에 당첨된 복권의 당첨금 때문에 남과 북의 병사가 협상을 두는 내용이다. 콘셉트가 정해졌지만, 이 과정에 다다르기 위한 준비 과정이 중요하다. - 남과 북의 병사들이 1등에 당첨된 복권에 각자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협상에 뛰어든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영화의 초반부는 일목요연하게 말할 수 있게끔 소위, 군더더기가 없는 투구 동작을 보여준다.물론, 이 과정에서 웃음도 놓치지 않지만 점점 이야기에 껴드는 인물들로 스케일을 키워나간다.
바로, 이 분기점이 그 어떤 순간보다 중요하다! - 그도 그럴 것이 "돈가방"을 소재로 여러 캐릭터들이 출연했던 영화들 <머니백, 2018>,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2020>을 본다면, 교통정리에 승패의 당락이 결정되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영화 <육사오>는 어땠을까?2. 어떻게 받는지에 달렸다!
일단, 웃음부터 살펴보자!
영화는 3인칭 시점을 활용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철저하게 이용하는데, 전체 상황을 알고 있는 관객들과 소수의 캐릭터들과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캐릭터들의 괴리감이 그러하다. 그리고, 이에 방점을 찍는 장면이 "독일어 번역"인데 "이이경 - 음문석"분의 몰입감을 불러일으키는 연기는 가히, 백미이다. 물론, 이들뿐만 아니라 이를 접수하는 캐릭터들의 연기 또한 빠질 수가 없다. 극 중. 당첨금의 회수 때문에 남과 북은 각자 병사를 한 명씩 맞교환하는 상황으로 각자 언어를 배우는 남과 북의 병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이만하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를 두고 반응하는 상대들의 과한 리액션(모르면 죽는다든지, 의심한다든지...)에 한 번 더 웃고 만다.
- 앞서 언급한 "독일어 번역 장면"도 "이준혁"분의 접수 능력이 좋았다!
3. 나랏일을 위해서는 지극한 곤경에 이르거나, 참혹한 죽음이라도 두려워하지 아니한다 - 간뇌도지 肝腦
이런 활약 속에서 영화 <육사오>는 이야기를 늘리지 않는다. 분명히, 복권을 바꿔버릴 수도 있었고, 이를 가지고 도망칠 수도 있었으며, 지뢰를 제거한 북한 병사의 정체도 밝힐 수 있었다! - 근데, 애써 눈을 피한 거 같다? 그럼에도, 이를 포기한 이유에는 "오버 런(over-run)"때문이다.
어디까지나 본 작품 이야기 주체는 복권 당첨금을 두고서, 협상하는 남과 북의 병사들로 사람이 먼저다!
물론, 그 순간들을 접수했다면 극의 긴장감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도 있겠지만 마무리 작업에 어려움과 함께 자칫, 주객전도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영화 <육사오>의 마무리에 아쉬움이 생긴다. - 빠른 템포와 관객들을 웃기는 장면들은 강속구를 뿌리던 투수를 연상시킨다. 물론, 힘이 빠질 수도 있지만 앞서 언급한 좀 더 치고 나갈 수 있는 순간들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으로는 의도적으로 힘을 뺏다는 것밖에 안되고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으로도 보인다.· tmi. 1 - 해당 작품에서 "보급관"역으로 출연하는 "류승수"는 본 작품 <육사오>의 기획자로 이름을 올려져 있다!
· tmi. 2 - 본 작품의 "JSA"는 'Joint supply Area(공동 급수 구역)'로 표기되는데, 원래 명칭은 'Joint Security Area(공동 경비 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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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전 못가는 사람 모여... 집에서 이거 보면 돼...
❣️Cinelab Curation❣️
#서울국제도서전2025 가 오늘 6/18부터 6/22까지 진행되죠..!
’독서 붐은 온다‘더니 너무나 핫해 이젠 가고 싶어도 갈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어요…🥲
가시는 분들 너무 부럽고.. 질투하고.. 시기하고…🥺
저처럼 못가시는 분들을 위해 씨네랩지기가 오늘의 큐레이션을 준비해 봤는데요! 우리도 집에서..! 영화도 보고, 원작도 읽고 하자구요…!(눈물)_____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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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창적인 전개와 충격적인 결말 / 스릴러에서 호러로 / 매혹과 고어의 경계 / 서브스턴스 / 데미 무어의 연기력 / 마가렛 퀄리의 매력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서브스턴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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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더 라스트 레터> 공식 예고편
1960년대, 금지된 사랑을 나눈 연인(셰일린 우들리와 캘럼 터너)이 있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현재, 야심 넘치는 저널리스트(펄리시티 존스)가 두 사람이 주고받은 비밀의 연애편지를 발견한다.
그렇게 아픈 사랑의 사연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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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루시퍼 마지막 시즌> 공개 예정 예고편
모든 좋은 것엔 끝이 있기 마련이지. 나쁜 것도 마찬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