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6-18 17:12:43
도서전 못가는 사람 모여... 집에서 이거 보면 돼...
도서전
❣️Cinelab Curation❣️
#서울국제도서전2025 가 오늘 6/18부터 6/22까지 진행되죠..!
’독서 붐은 온다‘더니 너무나 핫해 이젠 가고 싶어도 갈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어요…🥲
가시는 분들 너무 부럽고.. 질투하고.. 시기하고…🥺
저처럼 못가시는 분들을 위해 씨네랩지기가 오늘의 큐레이션을 준비해 봤는데요! 우리도 집에서..! 영화도 보고, 원작도 읽고 하자구요…!(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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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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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3주 차, 위클리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지난 한 주, 국내외 영화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해 보는 '위클리 뉴스' 차례가 왔습니다!
그럼, 지난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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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구교환, '신인류 전쟁: 부활남' 캐스팅
ⓒ 나무엑터스
네이버 웹툰 '부활남'이 영화화된다는 소식과 함께, 타이틀 롤인 '석환' 역을 구교환 배우가 맡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영화 <신인류 전쟁: 부활남>은 웹툰보다 더 확장된 세계관을 그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뷰티 인사이드>의 백종열 감독이 맡아 제작한다고 합니다.
<모가디슈> <자백>, 오포르토 국제 영화제 수상
ⓒ 네이버 영화
'판타스포르토 - 오포르토 국제 영화제'는 세계 3대 판타스틱 국제 영화제이자, 포르투갈 최고의 영화 축제이다.
이 영화제에서 <모가디슈>는 오리엔트 부문 최고 작품상을 받았고, <자백>의 윤종석 감독은 감독 주간 부문 최고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국내 영화 2편,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선정
ⓒ 네이버 영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가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선정됐습니다.
5년 만에 한국 영화 두 편이 동시에 경쟁 부문에 오르게 되어 화제를 모았습니다.
메가박스, 세계 최초 '퍼피 시네마' 오픈
ⓒ 메가박스
메가박스와 반려동물 컬쳐 브랜드 스타트업 '어나더베이비'가 손잡고 세계 최초 반려견 영화관
'퍼피 시네마'를 론칭하였습니다. 오는 16일 메가박스 영통점에서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별도의 이용료를 지불하거나, 패키지 상품을 구입하면 영화관 이외에 미용, 스파, 탁견 서비스 등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 20일 온라인 영화제 개막
ⓒ 유엔난민기구
유엔난민기구가 4월 20일부터 5월 3일까지 제1회 온라인 영화제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영화제 상영 목록에는 <경계에서>, <호다>, <안식처>, <실향민>, <기록>, <소속>이 있습니다.
<기록>을 제외한 5편의 영화에는 모두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이 출연하거나 내레이션을 맡았습니다.
25일, 영화관 팝콘 취식 가능
15일 발표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방안'에 따르면,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고, 25일부터 실내 취식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해외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전작에 비해 하락한 매출
ⓒ 네이버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은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전작과 비교했을 때 낮은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신비한 동물' 시리즈에서 1편은 7440만 달러, 2편은 6216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3편은 4300만 달러를 기록하였습니다.
<탑건: 매버릭>, 800시간 촬영
ⓒ 네이버 영화
한 인터뷰에서 <탑건: 매버릭>의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밝히기를,
속편 제작을 위해 약 800시간 분량의 영상을 촬영했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많은 영상을 촬영한 이유는 촬영장이 좁을 경우 배우들이 직접 촬영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배우들에게 조명, 렌즈, 앵글 등 촬영에 필요한 것들을 직접 가르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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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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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SYNOPSIS.
[성모의 죽음], [메두사], [성 마태오의 소명], [세례 요한의 참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천재 화가 ‘카라바조’
살해 혐의로 도망자 신세가 된 '카라바조'는
로마 교외로 도피 생활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그림을 놓지 않는다
한편, 교황청은 그런 그의 사면 자격을 조사하기 위해
비밀리에 ‘그림자’를 파견해 뒤를 쫓는데…
POINT.
✔️ 카라바조를 아시나요? 바로크 회화 거장. 렘브란트, 루벤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등이 영향을 받은 사람. 이전까지 없던 강렬한 화풍을 가진 독특한 화가의 세계로 안내하는 작품.
✔️ 카라바조 역할을 맡은 리카르도 스카마르치오의 든든한 존재감 뒤로, 이자벨 위페르 & 루이 가렐이 어마어마한 아우라를 뽐내는 작품. 둘 다 프랑스 배우라 그런지 더빙을 했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그럼에도 이 둘을 캐스팅한 이유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들 만큼... 얼굴로 에너지를 다 드러냅니다.
✔️ 사랑과 예술이 함께하는 길. 종교로 대표된 권력에 맞서 인간적 에너지를 드러내는 카라바조 캐릭터의 매력을 볼 수 있어요.
✔️ 영화를 보고 나니, 마침 진행 중인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 전시(~2025년 3월 27일)가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그가 5살쯤 되었을 때에 흑사병이 터졌다. 유럽 인구의 1/3 가량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병으로 혼란한 시대에 어린 시절을 보내고, 견습 생활을 거쳐 화가로 자라난다. 폭발적인 주목을 받은 엄청난 능력치, 다른 의미로 폭발적인... 술과 폭력과 염문으로 절여진 사생활로 숱하게 화제가 된다. 결국 말다툼이 번진 결투에서 살인죄를 저지르고, 로마를 벗어나 몰타로 도피했으나... 몰타에서도 문제를 일으켜 나폴리로 또 도피하게 된다. 도망길에서도 붓을 놓지 않으면서, 마치 당시 상황을 반영하듯 거칠고 어두운 화풍을 남긴다. 혹자는 피살되었다고도 하고 혹자는 풍토병이라고도 하는 모종의 이유로 사망한다.
여기까지가 카라바조라는 화가에 대해 알려진 개략적 사실이다. 영화 <카라바조의 그림자>가 흥미로운 지점은 이 사실들을 크게 비틀지 않으면서도, 카라바조라는 인물에게 전혀 다른 이미지를 덧입힌다는 점이다.
'까'와 '빠'를 다 미치게 만들어야 슈퍼스타라던데, 그런 의미에서 영화 속 카라바조는 당대의 슈퍼스타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등장인물 대다수가 그를 극도로 좋아하거나 혹은 극도로 싫어한다. 그리고 그 반응들을 보는 것은 꽤나 재미있다. 오늘날 여기저기서 쉽게 재현되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나와 거리감이 있는 시공간에서 익숙한 구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걸 보고 있자니 알 것 같다. 왜 나는 사랑-예술 사이에 인력이 있고, 사랑-권력 사이에 척력이 있다고 느끼며 살아왔는지를.
사랑과 예술의 대척점에, 권력
천상의 이야기와 지상의 비참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철저하게 구분되어 있던 시대. 성모 마리아 그림은 반드시 특정한 구도와 정물 등 계산된 방식대로만 그려져야 했고,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해서도 안되었다. 하물며 길거리의 매춘부를 모델로 하다니 당시의 '높으신 분들'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모르고 봤을 때는 마음을 정돈하기에 도움이 되었던 성모화가, 모델이 매춘부임을 알고 나니 더없이 거슬리는 것이 되었다.
카라바조의 천재적 재능은 '천상의 이야기'를 지상에 전하기에 적합했지만, 그가 펼치는 예술의 방식은 신성모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그를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그 조사관(루이 가렐)이 '그림자'처럼 어두운 데 몸을 두고, 카라바조의 '그림자'를 좇으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카라바조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모두가 각자의 증언을 하고, 카라바조의 삶은 모자이크화처럼 점점 우리에게 다가온다.
카라바조를 싫어하는 사람들 축에, 온갖 권력자들이 있다. 이들은 솔직할 수 없기에 뒤틀린다. 카라바조의 천재성을 인정하면서도 솔직하게 경탄할 수 없어, 권위를 내세운 말들로 그의 그림을 깎아내리는 아카데미의 화가들을 통해, 예술의 진실성이 빛을 잃는다. (그림 뿐 아니라 비평도 함께.)
마찬가지의 양상을 종교 지도자들도 보여준다. (종교) 권력의 속성을 체화해 보여주는 캐릭터, '그림자' 조사관을 맡은 루이 가렐은 직선적인 눈빛으로 위압감 있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기다란 막대봉을 땅에 내리꽂으며, 사람들을 협박하다시피 강압적으로 상대의 이름을 묻고 정보를 뜯어낸다. 상대의 양쪽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속삭이는 루이 가렐의 모습은 (진짜 너무 잘생겼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악마적이다. 종교를 수호한다는 캐릭터가 가장 악마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렇게, 종교의 진실성 또한 빛을 잃는다.
권력은 막대봉처럼 오직 파괴적이고 직선적인 방식으로만 내리꽂힌다. 사실 예술가들처럼 당대의 종교인들 또한 카라바조에게 사랑을 보았고 내심 끌렸지만, 그들의 권력을 유지해온 모양과 다른 그 사랑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사랑의 속성은 반-권력인가, 생각하다 문장을 바꿨다. 권력의 속성은 반-사랑이구나. 종교가 권력이 되면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여기서 본다. 권력을 탐하는 종교에 사랑이 머물 곳은 없다. 그 자리에선 예술도 거짓될 수밖에 없다.
살아 있기에 가능한, 예술
반대로 예술과 사랑이 빛나는 카라바조의 삶은 자동으로 반-권력적이 된다. 그의 예술은 상대의 눈을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상대가 매춘부든 사형수든, 그가 이름을 묻는 방식은 마치 존재를 알아봐 주는 듯한 모양이다. 그리고 상대가 자신을 직접 서술하게 한다. "당신 대역죄인이오?" 물어 상대가 아니라고 자기 서술을 할 수 있도록. 진정한 예술은 우리에게 1인칭 언어를 피어나게 한다는 점에서 그의 질문들이 인상 깊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밤을 뜯기며 시달리던 창부는 카라바조 앞에서 혼곤한 잠에 들고, 두려움과 용기를 구분 못하겠다며 마지막 밤을 회피하던 사형수는 두려움을 인정하고 심지어 두려움을 넘어서 자신의 신념을 꿋꿋하게 외친다. 카라바조는 사랑의 눈빛과 질문으로 상대의 정체성을 끌어내고, 거기서 본 얼굴을 그려낸다. 권력이 끌어낼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 끌어낸다. 예술가가 탄생하는 지점은 공교한 기술 이전에 시각의 차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
아직 천부인권이라는 말이 발명되기 전이었던 시대, 거리의 약자들은 철저하게 타자화되었다. 상처에 술을 부어주는 신부의 너털웃음, 그가 베푸는 음식과 약품 정도가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최대치의 친절이었다. 여성이 성추행을 당해도, "만지게 두었다고" 즉결 심판으로 채찍질을 당하는 시대.
그곳에서 카라바조의 사랑은 홀로 빛난다. 비록 창부를 표현한 장면들이 다소 필요 이상으로 성적 대상화를 위한 대상화를 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와중에도, 카라바조의 사랑은 난봉이나 염문이라기보다 인류애로 느껴진다. 삶에 진심인 사람,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타인의 죽음이나 상처를 쉽게 외면하지 않는다는 사실, 역설적으로 그럴 때 우리는 죽음을 준비하며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영화는 카라바조의 캐릭터에 부여해 드러낸다.
이는 카라바조를 경멸한 종교의 속성을 생각할 때 더욱 흥미롭다. 죽음 뒤의 부활로 죽음에 대한 승리를 선포하는 종교가 미세한 의심의 자국 하나도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오히려 믿음이 약한 모습을 볼 때, 진정한 사랑과 예술은 재갈에 물려 피를 흘리고 두려움을 인정하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자리에 있음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오는 미묘한 카타르시스가 있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 주는 금실이지." 훗날 자신이 노벨문학상을 수상자가 될 사실을 모른 채, 연필로 꾹꾹 이 문장을 눌러 썼던 여덟 살 아이의 마음. 거기 고여 있는 것을, 이 영화에서도 볼 수 있었다. 사랑이 없을 것 같지만 놓인 곳. 반대로 있어야 하지만 없는 곳. 그 구도를 소실점처럼 현실로 끌어와 본다. 그리고 묻는다.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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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1시간을 가득 채운 배우의 힘
Information
1. 빨래 Laundry
Korea | 2020 | 27min | G
Director
김혜진 Kim Hea-Jin
Cast
문승아
Synopsis
가족사진을 찍는 날, 옷을 한 번에 넣고 돌리는 가족들의 습관 때문에 혜수의 와이셔츠만 줄어들게 된다. 무심한 가족들에게 혜수는 작은 복수를 결심한다.
2. 새벽 바다 노을 The Golden Hour
Korea | 2021 | 23min | G
Director
김영 Kim Young
Cast
문승아 유가은 김지환 최자인 최묘견 오윤수
Synopsis
노을은 엄마 그리고 할머니를 따라 사촌 언니 새벽의 집에 놀러 가지만 어른들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새벽의 팔찌에만 관심을 보이던 노을은 어른들 탓에 새벽이 상처받고 있음을 깨닫는다.
Review
제11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는 어린이 배우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영화를 많이 선보인다. 그중 한 배우를 선정해 특별전을 기획했는데 그것이 바로 ‘어린이 배우 특별전: 문승아’이다. 그녀의 연기력을 엿볼 수 있는 2편의 장편과 2편의 단편으로 프로그램이 준비되었는데 방문했던 9월 15일에는 단편인 빨래’와 ‘새벽 바다 노을’이 1시간 동안 연달아 상영되었다.
그녀가 바랐던 가족사진이란_영화 ‘빨래’
가족이 세탁소를 하는 혜수는 학교에서 가족사진을 찍어오라는 가정통신문을 가지고 온다. 세탁소에 붙어있는 가족사진은 그녀가 태어나기 전 엄마, 아빠, 오빠가 찍은 사진뿐 사진관에서 제대로 찍은 사진은 없다. 가족사진을 찍어야 하는 숙제를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가족 모두가 흰 셔츠를 입고 화목하게 찍는 사진을 누구보다 기대한 그녀는 사진을 찍는 날만 기다린다. 가족사진을 찍는 날, 옷 구분 없이 세탁기에 한꺼번에 옷을 넣고 돌리는 가족의 무심함으로 그녀의 와이셔츠는 줄어들고 만다. 엄마와 아빠에게 물었지만, 세탁소 일로 바쁜 그들은 답변을 그르치기 바빴고 PC방에 있는 그녀의 오빠 또한 오히려 화를 내며 모르쇠로 일관한다. 그래서 그녀는 가족들의 와이셔츠를 자신과 같이 줄여버리기로 귀여운 복수를 실행한다.
<빨래>는 27분의 러닝타임 내내 카메라는 혜수의 시선을 따라간다. 가족사진을 찍는다는 설렘, 작아진 와이셔츠로 인한 속상함, 그녀가 줄인 와이셔츠를 입고 불편해하는 가족의 모습에 대한 통쾌함 등 혜수가 느꼈을 감정들을 솔직하고 가감 없이 영화는 담아낸다. 결국 가족들은 작아진 와이셔츠를 견디지 못하고 사진관에 마련된 옷으로 갈아입는데 이에 혜수는 사진관을 뛰쳐나간다. 방황하던 그녀는 와이셔츠가 아닌 다른 옷을 가지고 사진관으로 가지만 이미 사진관은 문이 닫혀있었고 결국 그녀는 집으로 돌아온다. 영화는 그녀는 작아진 와이셔츠를 세탁기에 넣고 돌아가는 세탁기를 바라보며 끝이 난다.
가족 모두가 와이셔츠를 입는 그런 단순함으로 인해 그녀가 그런 복수를 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가족 모두가 함께 같은 옷을 입고 웃는 모습으로 한 장의 추억을 남기는 것이 그녀가 바란 모두였을 텐데. 왜 그들은 그녀의 작은 마음을 몰라줬던 것일까? 이런 혜수의 속상함, 허탈함 등이 문수아 배우의 연기력으로 여실히 느껴져 더욱더 영화 속에 빠져들었다. 사진관에 마련된 가족사진을 보면 모두가 흰 셔츠를 입고 서로를 마주 보거나 카메라를 응시하며 미소를 짓는다. 흰 셔츠가 주는 통합은 단순히 사진의 깔끔함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 모두가 같은 색깔을 입음으로써 ‘가족’이라는 단어에 의미를 부여한다. 혜수의 엄마가, 아빠가, 그리고 오빠가 그녀의 이런 마음을 알았다면 이날이 혜수에게 평생 기억하고 싶은 추억으로 남아있지 않았겠냐는 생각이 든다.
웃기에도 바쁜 그들을 울 게 만드는 것은_영화 ‘새벽 바다 노을’
사촌의 집으로 엄마와 할머니를 따라가는 노을은 그저 사촌 언니인 ‘새벽’에게 자신이 만든 팔찌를 줄 생각엔 마냥 기쁘다. 새벽을 만나 기쁜 노을이지만 새벽은 어딘가 불편한 내색을 보인다. 새벽과 집에서 놀고 싶었지만, 밖으로 나가서 놀자고 하는 그녀로 인해 새벽, 바다, 노을은 놀이터에서 함께 놀게 된다. 계속 밖에서 놀자는 새벽, 알고 보니 새벽의 새엄마와 할머니, 노을의 엄마가 싸우는 걸 지켜보는 것이, 그들의 고함을 듣는 것이 힘들었기에 그녀는 그 상황을 피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새벽은 노을에게 노을이 갖고 싶어 했던 비즈 팔찌를 이용해 어른들의 싸움을 멈추고자 제안하고 노을은 고민 끝에 계획을 실행한다. 집으로 돌아와 싸우는 연극을 하는 새벽과 노을. 하지만 어른들의 언성은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노을은 결국 서럽게 울며 그녀의 엄마와 할머니는 새벽과 바다의 집을 나오게 된다.
새벽, 바다, 노을. 참으로 아름다운 이름이다. 티 없이 맑은 아이들을 표현하기에 순수하게 놀이터에서 함께 놀고 비즈 팔찌를 만들고 행복한 추억으로 가득한 장면들을 담아내기에 적합한 이름이었다. 이렇게 순수한 아이들과 다르게 어른들을 서로를 비난하고 그들의 싸움으로 인해 아이들이 상처받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 한 체 서로를 향해 화살을 겨눈다. 새벽과 노을은 서로를 너무 좋아하고 함께 있음에 행복함을 느끼지만, 어른들의 논리 아래서 함께할 수 없는 존재로 치부되고 만다.
정말 놀랐던 점은 문승아 배우의 연기력이다. 어린 배우이지만 다작과 주인공을 여러번 했기에 기대를 많이 했었다. 아무리 중견배우여도 1시간 남짓의 러닝타임동안 자기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작품을 촬영한다면 어색함이 보일 수도 있는 부분인데 그녀는 당당했다. 날것의 느낌을 주며 작품 속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드는 느낌을 받았다. 빨래와 새벽 바다 노을은 다른 장르이며 그녀가 맡은 캐릭터 또한 매우 다르다. 연달아 작품이 상영됐기에 어떤 식으로 보일지 매우 궁금했는데 전혀 다른 인물처럼 느껴졌으며 섬세하지만 강렬하고 거침없지만 당당한 그녀의 표현력에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자기 연기력에 자신감을 갖고 연기하는 배우만큼 훌륭한 배우는 없다고 본다.
SICFF
WE KID, 우리는 모두 어린이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건 바로 ‘어린이’가 아닐까요? 우리는 모두 어린이였기 때문이죠.”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SICFF)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SICFF를 통해 아이들은 세상을 발견하고, 어른들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를 바랍니다.
-제11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소개 일부 발췌
제11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는 2023년 9월 13일부터 9월 20일까지 롯데시네마 은평, 은평문화예술회관, 은평한옥마을 등에서 진행됩니다.
*본 포스팅은 영화 전문 웹매거진 〈씨네랩〉의 프레스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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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자신의 삶에서 중심을 잡는 것은 꽤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삶의 주도권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하는 20대 초반이 되면 더욱 그런 생각이 강화된다. 그렇게 얼마동안 자신이 생각하는 삶과 일상을 살다 보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과연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맞는 것인지, 혹시 잘못된 거라면 어느 방향으로 이동해 앞으로 가야 할지를 고민한다. 사실 여기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그 방향에 자신의 확신이 있어야 한다.
확신 없이 앞으로 가게 되면 자꾸만 주변에서 이야기하는 말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방향이 잘못되어 옆으로 가야 한다거나,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식의 여러 말들은 때론 강력하게 삶의 주도권을 흔든다. 올바른 조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자신의 이해와 행동이 같이 연결되어야 한다. 그렇게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 조언은 그 사람이 목표에 도달하는 것을 용이하게 만든다.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적절한 조언을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간다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삼촌 윌리엄의 집에서 삶을 시작하는 백인 청년 어니스트와
영화 <플라워 킬링 문> 에는 젊은 청년 어니스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등장한다. 그는 젊은 나이에 전쟁에도 참여했고, 다른 무엇보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구가 있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선 해 보이고 어느 정도 자신의 목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영화 내내 삼촌 윌리엄(로버트 드니로)의 조언이나 말에 휘둘린다. 그것이 정말 어니스트가 원해서였는지, 아니면 삼촌이 가진 힘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그의 행동은 앞뒤가 맞지 않을 때가 많고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어니스트와 윌리엄을 필두로 한 백인들과 유전발견으로 많은 부를 쌓게 된 원주민 오세이지족이 등장한다. 어니스트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되는 몰리(릴리 글래드스톤)와 그의 가족들은 석유로 엄청난 부자가 되었지만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 당시 백인들은 유전을 발견한 오세이지족이 특별한 노력을 들이지 않고 부를 축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후견인 제도를 만들어 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자금인출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두었었다. 또한 갑작스러운 부의 축적으로 많은 오세이지족은 단음식과 여러 음식을 많이 먹었고 그 음식들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신체의 특성 때문에 당뇨병에 쉽게 걸렸다. 그래서 그들은 부유함 속에서 크고 작은 불행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백인 어니스트에게는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이 없다. 그저 윌리엄이 하라는 데로 하면 돈이 많이 생길 것으로 믿고 따른다. 윌리엄이 시킨 일을 주도적으로 과감하게 하는 것 같지만 그는 그 행동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별로 생각해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럼 몰리는 어떤가. 아니 오세이지족 전체는 어떤가. 그들에게도 삶의 주도권이 없다. 자신의 재산은 백인이 관리하고 있고, 그들의 동의가 없으면 은행에서 인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인도 쓰고 운전사도 고용하고 있지만 그들의 삶이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
삶의 주도권이 없는 어니스트와 오세이지족 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주도권이 별로 없는 어니스트는 몰리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것은 삼촌이 은근히 압박하여 시킨 일이었지만 두 사람은 진짜 사랑에 빠지고 실제로 행복한 결혼식을 진행한다. 무척 행복해 보이는 한 번의 결혼식 이후로 영화는 비극적인 장례식이 계속 이어진다. 짧은 행복 이후 장례식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주인공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사리지고 두려움이 채워진다. 그 두려움은 오세이지족과 백인들에게 차례로 전염되어 버린다.
영화가 어니스트가 어떤 인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바로 그가 보여주는 돈에 대한 태도다. 그는 책을 많이 읽지 않아 똑똑한 편은 아니지만 많은 돈을 벌고자 하는 욕심이 많다. 영화 초반 그가 도박판에 앉아 판돈을 걸고 패를 오픈하는 장면을 보면 그는 특별히 좋은 패를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돈을 걸어버린다. 그리고 바로 그 모든 돈을 잃는다. 그는 실망하지만 사실 그가 건 그 돈도 어니스트의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가지고 있던 물건과 돈을 훔쳐 얻어낸 것이었다. 쉽게 얻은 그 돈을 아주 쉽게 판돈으로 걸면서 돈이 불어나길 바라는 모습에서 그가 그렇게 좋은 사람이거나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삼촌 윌리엄은 굉장히 영악한 인물이다. 그는 오세이지족의 대부를 자처한다. 위험한 일이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기꺼이 그들을 돕는다. 심지어 그는 오세이지족들이 모이는 회의에도 참석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다. 그만큼 오세이지족은 윌리엄을 완전히 신뢰한다. 하지만 그의 속마음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오세이지족의 돈이 자신에게 오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살인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잡을 사람이 없고 그 지역에서 가장 많은 권력을 가진 윌리엄이기에 그는 은근한 방법으로 하나둘씩 오세이지족을 제거해 나간다. 몰리도 그 대상 중 하나였고, 몰리의 제거를 위해 어니스트를 이용한다.
영화 속에서 가장 나쁜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윌리엄을 꼽을 수 있을 텐데, 영화를 연출한 마틴 스콜세지는 모든 인물에게 골고루 그 나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이야기를 구성했다. 윌리엄과 그의 주변에 있는 인물들, 어니스트와 그의 동생 그리고 오세이지족들의 모습에는 선한 모습과 악한 모습이 공존한다. 좋은 사람처럼 보였던 인물이 조금 후에 사람을 죽이거나, 엄청 취해 다른 사람의 돈을 빼앗으려 한다는 식으로 각 인물의 다중성을 볼 수 있게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미국의 아픈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
모든 인물이 돈과 행복을 추구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을 얻지 못한다. 또한 모두가 자신에게 주도권이 있다고 믿지만 결국엔 그 주도권은 정부 공식 기관에 빼앗겨버린다. 그저 이용하는 사람과 배신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3시간 2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안에는 차례차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고 장례식이 이어진다. 오세이지족이 발견한 유전은 행복이 아니라 지옥의 문을 열었던 것 아니었을까.
배우들의 연기가 무척 인상적인 영화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어니스트라는 인물을 연기하는데, 초반에 선하고 영미하게 보였던 인물이 점점 주도권을 잃고 돈에 집착해 무너지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특히나 후반부의 어니스트는 무척 바보 같이 보이는데 입술을 악물고 미간을 찌푸리는 등의 표정이 반복되면서 더욱 그 인물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이런 사실감 있는 연기가 디카프리오의 열연으로 표현된다. 윌리엄 역을 맡은 로버트 드니로 역시 선하고 책임감 있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점점 악한 본색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이런 다채로운 인물의 모습이 드니로의 연기로 더욱 극대화되었다.
오세이지족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실제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오세이지족을 연기할 배우들을 실제 미국 원주민이나 오세이지족들이 출연하길 원했고 그렇게 오디션에서 뽑힌 배우들이 영화에 등장한다. 몰리 역을 맡은 릴리 글래드스톤 역시 원주민 출신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줘 영화의 사실감을 높인다.
영화 후반부에는 최초의 연방요원들이 등장한다. 톰 화이트(제시 플레멘스)는 최초의 FBI팀장으로 오세이지족에게 벌어진 극악한 살인 사건을 수사한다. 결국 악한 인물들을 잡아들이지만 그 악인들도 가지고 있는 선함을 본 그는 그것을 이용해 모든 범죄의 조각을 찾아낸다. 제시 플레멘스는 서부극에 무척 잘 어울리는 얼굴을 가졌는데, 이 영화에서는 정의로우면서도 상대의 아픔을 공감하고 배려할 줄 아는 얼굴을 같이 보여주고 있다.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은 어니스트라는 실존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그래서 그 당시 삶을 살아갔던 오세이지족의 비극을 재조명하면서, 그에 얽힌 백인들의 극악무도함과 삶의 주도권을 가지지 못했던 바보 같은 인물들을 무척 흥미롭게 보여준다. 상당히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긴장감을 끝까지 잃지 않는다. 애플티미+에서 제작해 해당 OTT에 공개 예정이지만 극장관람을 추천한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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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브스턴스>, 진정한 '억압받은 것의 귀환'
<서브스턴스>, 진정한 '억압받은 것의 귀환'
영화 비평을 하다 보면, 나와 관객 속 나를 분리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서브스턴스>는 그럴 수 없었다. 적어도 좌석에 앉아 있는 한 여성으로서 나는 프레임 단위로 영화를 분석할 수 없었다. 오프닝 시퀀스를 보는 순간 직감했다. 그저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그녀가 느끼는 혼란과 자멸감을 함께 느낄 뿐이었다.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반짝이는 분홍색 별로 각인된 엘리자베스 스파클 이름이 점차 잊히고 더럽혀지는 간결한 씬은 영화를 관통한다.
그럼에도 한 번 더 요약해보자면 <서브스턴스>는 가장 날 것의 나를 들춰 눈앞에 들이미는 영화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심연에 묻힌 기억을 기어코 끌어내 관객석에 앉히는 영화다. 무심코 들어갔던 영화관 화장실 문에 붙은 다이어트약 랩핑 광고, 강남역 인근의 성형외과 버스 광고, 젊은 여성들이 MC로 대체되며 이어지는 프로그램 명줄. 자기 관리라는 이름 아래 깎아 만들어지는 수많은 육체들이 영화관 안팎을 걸어 다닌다. 영화는 이 모든 사실을 '고어틱'한 장면으로 고발한다. 기괴한 쇳소리로 소리친다. 그러니 듣고 싶지 않아도 듣게 되리라고. 이것이 <서브스턴스>의 끔찍한 고어함이 영화의 주제보다 더 주목받지 않았던 이유다.
척추에서 탄생한 이상적인 아름다움
가장 끔찍했던 건 고어한 장면이 아닌, 척추를 찢고 나온 어리고 예쁜 엘리자베스인 수(마가렛 퀄리)가 익숙해졌을 때다. 혹은 포르노에 가까운 모닝 에어로빅 쇼 총괄 책임자의 입안으로 탱글탱글한 새우가 누런 이에 갈려 으깨 들어갈 때였거나. 스물다섯 살 전후로 매력적인 여성의 생명이 나뉜다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일상적인 장소, 레스토랑 식탁에서 스몰토크로 소모된다. 이 불합리함 속에서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노화된 피부와 처져버린 몸을 탓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출처가 불명확한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체내에 주입하는 데에 논리적인 사유를 친절히 다루지 않는다. 이젠 늙어버린 엘리자베스와 달라진 대우가 모든 이유를 대신한다. 서브스턴스로 인해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모습으로 일주일을, 다음 일주일은 또 다른 자신인 수로 지낼 수 있게 된다. 수는 이십 대의 얼굴과 젊고 탄탄한 몸을 가진 이상적인 여성의 외형을 띤다. 결국 형광빛을 띄는 노란 약물이 비극을 만들어내지만, 엔딩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는 이들이 한몫한다. 엘리자베스를 대신할 자리에 홀연히 나타난 수의 외모와 관능적인 몸매를 보고 환호하는 대중들. 얼굴에서 귀가 떨어져 나와도 드레스를 입고 있는 수를 향해 오늘도 아름답다는 칭찬을 하는 관계자들. 이 맥락에서 영화는 기존의 호러 장르에서도 큰 의의를 가진다.
혐오에서 파생된 피와 살
<서브스턴스>는 신체 변형을 소재로 한 '바디 호러' 장르이면서 동시에 질서와 규범을 파괴하는 위반의 호러 장르로써 자리한다. 으레 호러 장르에서는 억압하고 숨겨놓은 것들이 위협적인 모습으로 영화에 등장한다. 과잉 억압에 대한 반작용으로써, 가령 피해자로 그려지던 여성이 막강한 여귀로 등장하는 것이 있다. <서브스턴스>의 경우 엘리자베스가 나이 든 노인을 넘어선 징그러운 외형을 띈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나타난다. 공포를 자아내게 만드는 대상은 사실 우리가 배제하고 혐오해 온 결과물의 집합체라고. 영화는 혐오의 기반이 되어왔던 늙고 병든 여성의 몸으로 고발한다. 기괴한 모습으로 다시 무대에 올라 피를 내뿜는 엘리자베스를 보여주는 엔딩씬이 필요했던 이유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억압받아온 것의 귀환'이기 때문이다.
극중 배경은 미국이다. 그리고 <서브스턴스>는 국내 55만 관객 수 돌파라는 이례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후 약 11년 만에 해외 청소년관람불가 예술영화가 사십만 이상 관객을 모은 쾌거다. 이것의 기반에는 젊은 여성 관객들이 있었다. 놀랍게도 한국의 대부분 여성 또한 외모 강박과 함께 자라났다. 너 좀 뚱뚱한 거 같아.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는, 이 말을 듣고 무리한 절식으로 한 달 만에 14kg가량을 감량했다. 수능을 마치고 친구들은 성형외과 상담 예약을 했다. 한창 커야 할 여자아이들이 튼튼한 뼈를 갈아 마시며 '더 나은' 몸을 탄생시켰다.
서브스턴스는 끝나지 않는다
이제는 중안부 정병의 시대다. 중안부가 길면 남상과 노안의 이미지가 강해진다는 주장은 설화가 되어 여성들의 입에서 눈과 손으로 전해진다. 중안부 커버 메이크업과 동안 얼굴형을 위한 성형 시술 영상이 유튜브에서 성행한다. 더 어려 보이기 위해서 귀 뒤에 테이프를 붙여 쫑긋 세우는 방법이 여성 출연자만의 비법으로 송출된다. 방금 영화를 보고 나와서 탄 지하철 옆자리의 여성이 코 수술을 검색하는 핸드폰 화면이 보인다. <서브스턴스> 속 장면들은 한국의 일상에서 철저히 치환이 가능하다. 지독하리만치 완전하게. 영화의 주요 대사였던 'REMEMBER YOU ARE ONE'은 서브스턴스 약물을 주입하지 않은 현실에서도 쉽게 성립될 수 없다. 단어는 바뀌더라도 본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디에든 수많은 엘리자베스가 살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척추를 짓이기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자신을 혐오하면서도 사랑받고 싶어서 울부짖는. 왜 너 따위가 나왔냐며 나를 향해 주먹과 발차기를 기꺼이 행하는.
나는 이들의 더없이 평범한 자유를 꿈꾼다. 약속에 나갈 때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수백 번 뜯어보며 화장을 고치지 않아도 되는 자유. 세월의 흔적이 담긴 자신의 몸을 미워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하고 싶은 일을 예전과 같은 몸과 얼굴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만두지 않아도 되는 자유. 끝끝내 그 분노를 자신을 분열시켜 표출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그녀들의 그런 자유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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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한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모습
매우 독특하면서도 잔혹하다. 인간의 본성을 끄집어내는데 꽤나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올해 넷플릭스 상반기 라인업 중 '기대작'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지난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The 8 Show'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관상', '더 킹', '비상선언'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기도 하다.
'The 8 Show'는 배진수 작가의 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적절하게 섞어서 드라마로 각색했다. 언뜻 보면 전 세계를 강타했던 '오징어게임'과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 다른 결을 띤다. 매우 정교한 게임 속에서 펼쳐내는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가 강력하게 다가온다.
'아무도 죽지 않고 정해진 시간을 살아내면 그게 곧 돈이다' 게임의 진짜 룰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훅 빠져든다. 이와 함께 인간의 탐욕과 계급적 교만, 갑을 관계 등이 섞이면서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심오한 화두를 던지지만 군데군데 웃음 장치로 심어놓으며 블랙 코미디 요소를 완벽하게 갖췄다.
이 게임에 참가한 8명의 캐릭터들 또한 'The 8 Show'를 보게 만드는 강점이다. 3층(류준열)을 시작으로 각 화마다 주인공을 달리해 8명 모두 조명하는데, 8개의 전사와 욕망, 성격을 보여주며 이야기 줄기를 흔들어댄다. 끝날 때까지 쉽사리 예측하지 못하게 만든다.
첫 회의 문을 연 류준열의 지질한 연기는 짠내를 유발하면서 동시에 웃음을 선사한다. 실제로 'The 8 Show'에서 가장 많은 웃음포인트를 담당하고 있다. 범상치 않은 8층을 연기한 천우희는 문자 그대로 '미친 존재감'에 어울린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천우희의 새로운 얼굴이었다.
엘리트 7층 역을 맡은 박정민 또한 'The 8 Show'에서 깊이감 있는 연기를 펼치며 극의 무게감을 더했다. 특히 그의 코코더(코로 부는 리코더) 장기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 외 이열음, 박해준, 이주영, 문정희, 배성우도 자신들이 맡은 캐릭터를 찰떡같이 표현한다. 다만, 배성우의 등장에 일부 시청자들이 눈살 찌푸려질 순 있다.
개성 있는 화면 비율이나 미술도 매우 볼 만하다. 다만 드라마 소재나 이야기 등이 자극적이다 보니 호불호를 유발할 수 있다. 1, 2회가 상대적으로 느리게 전개되는 점 또한 호불호 포인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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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리뷰]이케아 옷장에 들어가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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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9bswL...
https://www.youtube.com/watch?v=c1WjG...
https://www.youtube.com/watch?v=VbjW9...
음악 출처
Kevin MacLeod의 Heartwarming은(는)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라이선스(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 따라 라이선스가 부여됩니다.
출처: http://incompetech.com/music/royalty-...
아티스트: http://incompete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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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보타지 1941> 메인 예고편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10대 소녀 ‘조야’
어느 날, 그녀는 전쟁에 참여했던
사랑하는 남자 ‘진’의 죽음을 알게 되고
자원입대로 사보타주 대원이 된다.
하지만 작전을 수행하던 중
나치군에 붙잡히게 되는데…
그들에게 결코 굴복하지 않은
‘조야’의 역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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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생존: 두 개의 세계> 메인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