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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롬2025-06-19 14:20:58

상처의 재를 사랑으로 쓸어 담으며

<그을린 사랑>(2011)

2025년 6월 18일 수요일,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드니 빌뇌브 감독의 <그을린 사랑>(2011) 리마스터링 시사회가 진행했다. 스티커와 A3 포스터를 증정했고, 상영 종료 후 일부는 SNS 팔로우 이벤트를 통해 '한맥' 맥주캔을 증정하는 순서도 있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본 영화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씨네픽 시사회 초청으로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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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큐브 광화문 <그을린 사랑> 시사회

 



미지변수

 

누구나 로또 당첨을 꿈꿀 것이다. 극한의 확률로 벌어들이는 일확천금의 기회는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편에 자리 잡을 것이다. 한편, 극한이 아닌 만나선 안될 극악의 확률로 벌어진 내용이 <그을린 사랑>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 초반부에서 쌍둥이 남매 중 딸 잔느(멜리사 디소르미스 폴린)는 대학원생 수학과 조교로 일하고 있다. 어머니의 숨겨둔 형제의 사실을 듣고, 교수님과 이를 추측하는 대화에서 '미지변수'를 언급한다. 미지변수는 '아직 그 값을 알지 못하는 변수'를 의미한다. 영화는 형제와 아버지를 찾아다니는 걸 맥거핀 삼아 쌍둥이 남매가 어머니 '나말 마르완(루브나 아자발)'의 과거 발자취를 따라나서며 자신들은 몰랐던 형제와 아버지, 어머니의 과거라는 미지변수들을 조금씩 알아간다. 유능한 비서로 일했던 유능하고도 조용하셨던 어머니 나말 마르완이 사실, 레바논 전쟁 속 종교 이데올로기에 피해자이자 정치 살해범으로 감옥살이까지 지냈다는 사실을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몬(막심 고데트)와 관객들이 함께 알아간다. 과거의 아픔과 흔적이 묻은 그을린 자국을 따라가며 당시의 상황을 이해한다. 하지만, 그을린 자국을 모아 다시 불길을 만들 수 없듯이 당시 있었던 불길의 뜨거움과 데인 화상을 관조할 수밖에 없다.

 

 

 

영화 후반부에 마침내 수수께끼의 미지변수를 밝혀낸다. 어머니가 15년간의 감옥살이 중 고문기술자의 강간으로 현재 쌍둥이 남매가 태어난 것인데, 그들의 아버지는 어머니가 처음 낳은 아이인 자히드이자 아부 타렉즉, 쌍둥이 남매가 찾던 형제였다. 페이노 공리 수학공식으로도 마주할 수 없는 극악의 확률로 밝힌 충격적인 사실은 페아노 공리계의 '1+1=2'를 반증한다.

 

스크린샷 2025-06-19 135836.png<그을린 사랑> 스틸컷

 

문신

 

문신은 한 번 새기면 다시 지우기 어렵다. 피부에 물든 잉크처럼 영화는 레바논 전쟁의 참상과 이데올로기의 갈등이라는 거대 담론에서 생겨난 지워지지 않는 피해와 고통을 드러낸다. 삭막한 건조 기후 지역의 전경은 전쟁으로 메마른 감정을 대변하고, 극악의 확률로 발생한 근친상간의 비극은 씻어낼 수 없는 슬픔이었다. 그러나 어머니 나말 마르완은 이를 감싸 안는다. 발뒤꿈치에 박힌 문신보다 진했던 혈육에게 당했던 강간의 수모를 사랑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과거로 덮어질 그을린 잔재를 직접 형제들에게 찾도록 만들며 사건을 직시하도록 만든다. 어머니가 보여주는 꺼져가는 불씨 속 마지막 그을림은 거대 담론으로 생겨난 미적변수를 사랑이란 괄호로 끌어안아 포용한다. 자신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나말 마르완 비석 앞에 서 있던 아부 타렉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충격과 혼돈마저도 그녀는 편지를 통해 차분하게 정리한다. 마치 지워지지 않는 문신이라면 싫어하기보다 차라리 이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편이 정신적으로 더 좋은 것처럼 말이다.

작성자 . 신롬

출처 . https://brunch.co.kr/@shinnorm/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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