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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I2025-06-07 15:43:11

환상 속에 목을 내건 그 밤이여

영화 <씨너스: 죄인들> 리뷰

이 글은 영화 <씨너스: 죄인들>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독) 라이언 쿠글러

출연) 마이클 B.조던, 마일스 케이턴, 잭 오코넬

 

환상적인 밤이었다. 노인이 된 새미(마일스 케이턴)는 그날 밤을 잊지 못할 최고의 날로 기억한다. 그 밤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씨너스 : 죄인들>(이하 <씨너스>)<블랙팬서>를 연출한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신작이다. 북미에서는 이미 흥행에 성공했으며, 국내에서도 여러 입소문을 타고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매력은 무엇일까?

 

 

 

 

장르의 콜라주

<씨너스>의 초반부는 서부극과 유사하다. 시카고에서 큰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온 스모크와 스택. 그들은 술집을 운영하고자 조카 새미와 함께 술집에서 일할 사람들을 구하러 다닌다. 이 과정에선 여러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코미디를 곁들인 드라마 장르로도 느껴진다. 그러나 중간중간 벌어지는 오컬트적 사건들을 통해 이 영화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며, 실제로 중후반부 술집에서는 여러 장르가 뒤섞여 기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는 마치 여러 재료를 사용해 하나의 화면을 구성하는 콜라주 기법과 유사하다. 서부극, 음악, 액션, 오컬트, 사랑 등의 개성 있는 장르들을 하나로 어울러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이다. 최근의 영화들에서 장르 구분이 모호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자칫하다가 밋밋해질 수 있는 장르의 융합을 <씨너스>에서는 되려 시너지 효과를 낼 만큼 잘 활용하였다.

 

 

 

 

규칙을 활용한 서스펜스

히치콕을 통해 유명해진 서스펜스란 관객과 인물 사이의 정보 차이로 인해 발생한다. <씨너스>의 중반부, 인종차별주의자 부부의 집에 낯선 이가 찾아온다. 몸에 화상을 입은 듯한 그는 자신을 살려달라며 부부의 집에 몸을 숨기고, 잠시 후 인디언 무리가 그 집을 찾는다. 어느 이가 찾아오지 않았냐고 묻는 인디언에게 없다며 돌려보내는 부부. 그러자 인디언은 조심하라는 당부와 함께 돌아선다. 그 순간 집에 들어온 남자는 다시 낯선 사람의 위치로 돌아간다. 그리고 영화 초반, 음악은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며 그 사이에 악이 나타날 수 있다는 내레이션이 다시금 떠오른다.

 

예상과 같이 낯선 이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정체는 뱀파이어. 그렇게 부부는 그와 같은 뱀파이어가 된다. 그리고 술집의 파티가 시작된다. 기타를 연주하는 새미를 알아차린 뱀파이어. 그때부터 서스펜스는 시작된다. 파티가 무르익던 중, 뱀파이어 삼총사가 멀리서 천천히 걸어온다. 그들은 음악을 연주하러왔다며 들어가도 되는지 정중히 묻는다. 백인을 경계하는 쌍둥이는 단호히 거절한다.

 

뱀파이어는 순순히 돌아간다. 알고 보니 그들이 집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내부 사람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것이 이 영화 속 뱀파이어의 규칙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벌이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된 스택의 여자친구 메리가 그들을 다시 데려오기 위해 밖을 나선다.

 

 

 

 

죄인들, 그리고 예술가

이 영화의 제목인 Sinners는 죄인이라는 뜻의 복수형이다. 여기서 죄인은 종교와 관련이 되어있다. 스모크스택 형제의 조카인 새미는 목사의 아들이다. 새미의 아버지는 음악을 으로 생각한다. 음악은 유흥, 타락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새미는 죄인이다. 그렇다면 제목은 왜 죄인이 아닌 죄인들일까? 결국 술집 안에 모여든 사람들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도피라고 볼 수 있는 그들은 현실 속 패배자다. 본능 앞에 몸을 내놓는 것이다. 실제로 술집 안에서는 섹슈얼한 행위도 일어난다. 그리고 그들은 또 다른 악인 뱀파이어에게 공격당한다.

 

그럼에도 새미는 기타를 놓지 않는다. 그리고 영생할 수 있다는 뱀파이어의 꾀에 넘어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새미는 음악, 그리고 죽음을 택했을까? 아무래도 그에게 음악은 새로운 자유의 형식이었을 것이다. 억압되어있는 사회 속에서도 기타줄 위의 손은 자유롭다. 그가 부르는 노래, 그에 맞춰 춤추는 사람들. 그 순간에 과거, 현재, 미래는 연결되고 그들은 살아 숨쉰다.

 

이것은 영화에도 적용된다. 라이언 쿠글러는 자신이 태어나기 이전 1930년대 현실을 담아냈다. 그리고 영화는 현재 개봉했다. 그리고 이후의 누군가가 이 영화를 꺼내볼 것이다. 결국 영화라는 매체도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도구이다. 어떻게 보면 새미는 감독의 생각이 투영된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미래의 어느 순간, 뱀파이어가 찾아온대도, 과거의 한 지점을 떠올리며 죄인이었기에 영생이라는 구원을 거부하고, 자유인이었기에 영생이라는 저주를 거부하는 그런 삶을 살 것이다. 이것이 예술가의 숙명인 것이다.

작성자 . CH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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