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tto2025-06-03 23:40:15
같은 뿌리에서도 혁명은 자란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 리뷰
<신성한 나무의 씨앗>에 대한 단상.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관객이 목격하기를 원한다. 더 나아가 관객이 상영관 바깥에서도 생각하기를 원한다. 우리가 새로운 세대를 어떻게 길러내야 할지, 어떻게 하면 연대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든다.
-제목이 가리키는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맨 땅에서 싹을 틔우지 않고 땅 속으로 뿌리부터 내리는 개체이다. 흙을 단단히 쥐고 나서, 다른 나무의 기둥을 타고 올라가며 자라나고 결국 먼저 존재하던 나무는 죽게 된다. 관객에게 이러한 제목의 의미를 먼저 알려 주는 이유 또한 연대해야 한다는 호소에 가깝다는 것을, 영화를 보는 동안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현관문 안쪽, 즉 가족 안에서 피어나는 갈등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한다. 동시에 주인공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거리 위 시위대와 그들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경찰의 모습을 관객도 함께 보게 만든다. 실제 푸티지를 보여주면 관객은 이야기에 몰입하던 것을 강제로 멈추고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이런 불편, 심지어 어떤 관객들은 일부러 피할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한 이유는 이러한 구조적, 물리적 폭력이 실제로 존재함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목도하기 두려울 정도로 가혹한 실제 폭력, 권력에 부역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던 가족의 도덕적 딜레마를 함께 담아낸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서스펜스와 함께 아주 선명하고도 통쾌한 엔딩을 선보이면서 관객을 영화 바깥으로 내보낸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삶과 정치가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 미래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멈출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에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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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복을 벗고 더 큰 우주로
안녕하세요~! 파노라마에서 첫번쨰로 작성하는 영화 리뷰 입니다~!
처음 리뷰할 영화는 원더입니다 줄거리부터 만나보실까요?
1. 원더 줄거리
‘원더’는 안면기형장애를 가지고 있는 어기와, 어기의 주변 인물들을 다룬 이야기이다. 5학년이 되자 어기의 부모님은 어기를 학교에 보내기로 한다. 어기는 홈스쿨링 대신 처음으로 학교에 가게 된다. 어기의 가족들은 어기의 외모에 대해서 어기가 상처를 받지 않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학교는 아니었다. 친구들은 정말 다양한 시각으로 어기를 바라보았으며, 그 상황에서 어기는 상처와 행복을 받는다.
2. 원더를 보고 나서 - 플립과 원더의 공통점과 차이점
줄거리는 원더의 주인공인 어기를 중심으로 요약하였지만, 원더에서는 어기의 상황만을 다루지 않는다. 나는 비슷하게 연출한‘플립’이라는 영화가 떠올라‘플립’과‘원더’를 비교하며 글을 작성해보았다.
첫번째. 영화 플립과 원더의 공통점은 바로 화자가 한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더에서는 이름과 나레이션을 통해 화자의 전환을 보여준다. 플립도 마찬가지로 화자가 바뀔때마다 나레이션을 하는 인물이 바뀐다. 플립은 두 사람을 교차적으로, 원더는 여러명의 시선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누어서 보여준다. 플립에서는 줄리와 브라이스의 갈등상황을 보여줄 때 하나의 상황을 두 사람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연출을 사용하여 인물의 감정에 관객들이 따라갈 수 있도록 연출하였다. 원더는 처음에 어기로 시작해서, 어기 – 비아 – 미란다 – 잭 순서로 인물이 이야기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환된다. 플립은 둘의 상황에 모두 공감할 수 있었다면 원더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다. 원더의 인물변화는 플립처럼 갈등 상황에서 주인공이 아닌 타자의 시선으로 한번 더 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어기를 다른사람들보다 특별하게 보이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어기는 학교에 간 첫날 친구들에게 외모로 놀림을 받았다. 슬퍼하는 어기에게 부모님은 위로를 해주며 어기의 상황이 마무리된다. 만약 어기가 가진 콤플렉스를 부각시키게 연출하고 싶었다면, 바로 다음 씬에서 어기가 부모님의 위로로 자신감을 얻게 되고 용기있게 자신의 콤플렉스를 드러나는 씬으로 구성했을 것이다. 하지만 원더는 그렇지 않다. 부모님이 어기에게 위로를 해주는 모습 뒤로 카메라는 누나인 비아에게 초점을 맞춘다. 어기와 같이 학교 첫날이었던 비아도 힘든 하루를 보낸 것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비아의 하나뿐인 친구인 미란다는 갑자기 비아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어기와 비아의 씬 연결을 통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어기를 마냥 측은지심의 시선으로 보지 말라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힘든 부분은 하나씩 있다. 물론 영화 안에서 어기가 비아에게 외모로 놀림받은 적이 있냐고 질문한 뒤 비아가 아니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있지만, 서로 힘들었던 부분이 달랐을 뿐이다. 또, 원더는 플립처럼 같은 상황을 두 번 보여주지 않는다. 분명히 갈등 상황이 있음에도 갈등 상황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닌 인물의 마음을 나레이션을 통해 그대로 보여준다. 잭이 왜 다른 친구들에게 어기를 뒷담화 했는지의 사정은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잭이 얼마나 어기를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잭의 시선으로 어기에게 사과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잭의 마음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두 번째. 영화의 주제를 전달하는 어른이 있다는 것이다.
플립에서는 브라이스의 할아버지를 통해 이야기의 주제를 전달한다. 그리고 원더에서는 부모님, 학교 선생님들과 교장선생님인 터쉬만을 통해 이야기의 주제를 전달한다. 할아버지와 터쉬만의 공통점은 인물들의 편견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것이다. 플립에서는 줄리에 대해 브라이스가 가지고 있던 편견에 대해서 얘기를 해준다. 마찬가지로 원더는 어기를 괴롭히던 친구의 부모님이 가지고 있던 편견에 대해서 얘기한다.
플립과 원더는 화자를 여러명으로 설정하여 인물의 마음을 각각의 시선에서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원더의 경우 화자가 여러명이 아니었다면, 보통의 영화처럼 어기를 기준으로 악과 선으로 나누어 그려졌을 것이다. 하지만 어기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고, 놀립받거나 과도하게 배려받을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영화는 인물을 어기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인물로 만들지 않는다.
원더 명대사
-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싶을 때는 그냥 바라보면 된다 - 어기 풀먼
- You really are a wonder. - 이자벨
- 위대한 사람은 센 사람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싸울 용기를 불어 넣는 사람이다 - 터쉬만
-> 원더 포스터
파노라마_이가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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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발하고 발칙한 모든 순간의 상상
‘해피 아워’, ‘아사코’, ‘드라이브 마이 카’ 까지 특별한 주제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에 만나는 캐릭터 간의 긴 대화만으로 서사를 이끄는 역량과 그 사이사이에 녹아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따스한 시선으로 재미를 주는 자신만의 색깔로 하나의 장르화를 이루며 세계 유수의 시상식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 영화 우연과 상상 리뷰이자, 시사회 후기입니다. 작년 제7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해외 평단의 호평을 받은데 이어 지난 BIFF에서도 그의 팬임을 자처하는 봉준호 감독을 포함해 좋은 평이 이어졌기에 여느 때보다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죠. 에릭 모레르 감독의 1994년 옴니버스 ‘파리의 랑데부’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번 작품은 우리가 사는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우연이라는 리얼리티적 요소에 상상력을 가미해 만든 세 편의 단편 모음집으로 제목처럼 불쑥 찾아온 그 순간을 통해 관계의 본질을 드러내고 소재가 가져올 수 있는 희극성으로 남다른 재미를 줍니다. 역시나 그만의 스타일이나 특징은 확연히 드러나기에 이번에도 하마구치 류스케라는 이름의 장르적 신드롬은 이어질 거로 추측되네요.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우연과 상상 정보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걸 믿어볼 생각 있어?
첫 번째 에피소드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 메이코는 패션 화보 촬영으로 만난 절친 츠구미와 함께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그녀의 새로운 남자에 관해 첫 만남부터 하룻밤 동안 함께하며 나눈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다음 만남에 대한 기대에 부푼 츠구미를 내려주고 메이코는 어느 한 건물로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2년 전에 헤어졌던 자신의 전 남친이자 절친의 썸남 카즈아키를 마주합니다. 두 번째 ‘문은 열어둔 채로’는 교수 세가와가 취업 때문에 학점을 원복 해달라는 사사키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며 시작됩니다. 시간은 흘러 사사키와 잠자리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며 늦깎이 대학생활 중인 유부녀 나오가 뉴스를 보던 중 최근 일본의 저명한 문학상을 수상한 세가와 교수의 인터뷰가 나온 것을 보게 됩니다. 이에 사사키는 그녀에게 교수를 유혹하고 녹음해서 과거 자신의 복수를 하자고 이야기하고 그녀도 좋아하는 작가인 교수를 만나자는 마음에 수긍하는데... 세 번째 에피소드 ‘다시 한번’에서는 희귀한 바이러스로 인해 통신 두절이 된 세상에서 고등학교 동창회를 찾은 나츠코, 별 소득 없이 집으로 돌아가려는 역 앞에서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동창 아야을 마주하고, 반가운 마음에 그녀의 집으로 가게 되는데...
예고편│ Trailer
원제 : 偶然と想像, Wheel of Fortune and Fantasy│감독·각본 : 하마구치 류스케│출연진 : 후루카와 코토네, 현리, 나카지마 아유무, 모리 카츠키, 시부카와 키요히코, 카이 쇼우마, 우라베 후사코, 카와이 아오바 외 多│장르 : 드라마, 멜로/로맨스│상영 시간 : 121분│국가 : 일본│등급 : 15세 관람가│평점 : 기자·평론가 8.4, 왓챠피디아 예상 5.0, 로톤 토마토 신선도 99%, IMDB 7.6, 메타 스코어 86점│수상 내역 : 제71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은곰상(심사위원대상)│시청 가능 서비스 : 개봉일 2022년 5월 4일
“우연은 드라마로 만들기도 어렵지만 일상에 흔한 것이기도 하죠. 우연이 있는 것이 이 세상의 리얼리티이고, 반대로 말하면 이 세계를 그리는 것은 우연을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우연이 넘쳐요. 이야기 측면에서 그걸 살리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보람 있는 일도 없을지 모릅니다” - 하마구치 류스케
인터뷰를 통해 그가 밝힌 주제에 대한 생각들이 이미 영화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 간에 직접적인 접점은 없지만 각 에피소드의 인물들 모두가 기막힌 우연을 마주하면서 삶이 변화하는 순간을 담아내기 때문이죠. 흔히 일종의 운명이라는 그럴듯한 연결을 이끌어내는 스토리들은 이미 식상하기 그지없지만, 실제 일상에서 우리는 무수한 찰나의 순간과 마주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들이 때로는 우리 삶에 큰 파장을 일으켜 방향을 전환하기도 하기에 이런 일상적인 이야기에 매력에 빠져드는 부분이 있죠. 그렇게 영화는 갑자기 다가온 선택의 순간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대신 상상을 펼쳐주고 이를 이끄는 도구로 인물 간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건을 만들고, 에피소드를 구축하며 벽돌을 하나씩 쌓아 집을 짓듯 관객에게 40분 동안의 부담 없는 동행을 제시합니다. 우리에게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요.
이번에도 하마구치의 드라마는 한번 시작한 장면의 편집을 최소화하며 각 에피소드별로 20여 분간의 기나긴 대화를 통해서 모든 순간의 행동들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많이 언급되는 바와 같이 소설 작가와 같은 흐름을 이어가는 형태는 세 편의 연극을 차례대로 보는 기분을 들게 하고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주인공들이 모여주는 우연의 가능성과 이어지는 전개, 그리고 마지막 결과에 대한 섬세한 표현은 관객을 끝까지 집중하게 만들죠. 이것은 작품의 주제인 우연이라는 이름의 운명이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더 자주 마주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고 이러한 사실성은 탄탄하게 짜 맞춰진 개연성보다 좀 더 느긋한 리듬을 타고 있는 그의 연출에 더 빠져들게 만듭니다. 첫 번째에서 메이코 혼자만의 망상, 두 번째 나오와 세가와의 서로 간의 상상, 세 번째 두 사람의 공통된 착각까지 무언가 연결점이 없는 듯해도 우리가 상상하는 형태의 변화만 있을 뿐 그 우연이 가져다주는 개개인의 머리 속을 그대로 들춰내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해주고 그때마다 나오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가 깔리며 묘한 웃음을 전달해 줍니다.
이러한 감독의 뚜렷한 색깔은 참으로 독특하고 매력적인 영화를 만드는 걸 넘어서 현재 하나의 장르가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나왔던 그의 실제 리딩 방식은 책을 읽는 듯 감정을 빼고 단어 하나하나에 포인트를 주며 실제 촬영에서 배우들이 이루어내는 일상의 감정들을 일정한 리듬과 높낮이로 더욱 풍성함을 전달해 주기 때문이죠. 그 때문에 굉장히 긴 시간을 끝없이 이어가는 배우들의 대화는 그저 친구들과 나누는 소소한 교류처럼 받아들여지고 그들이 마주하는 우연에 왠지 나도 이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듯합니다. 이제는 하나의 시그니처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말이라는 소통 행태에 대한 감독의 남다른 접근은 옴니버스로 분리된 단편들을 연결시켜주는 것 같고, 단 1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것도 화질, 색감에 있어서 올드함이 묻어나지만 그 투박함마저도 전체적인 색감에서 잔잔함과 따스함을 드러내줘서 일상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준 것 같습니다.
짧게 줄이자면 마음을 열고 다시 한번 마법보다 불확실한 것을 느끼며 우리가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일상의 놀라운 순간들을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말하고 싶습니다. 기발하고 발칙한 상상의 나래를 펼친 세 개의 단출한 이야기는 뜻밖의 웃음도 주고 마지막엔 왠지 모를 애틋함도 남기며 우리가 놓쳤던 그 우연한 순간들이 있었던 삶을 다시 생각하게끔 합니다. 그가 선사하는 남다른 대화의 결을 따라 그린 스케치 위에 각기 다른 에피소드들이 연결되어 무언가 하나의 일상이 꾸려지는 느낌, 어쩌면 전작처럼 스스로를 찾아가는 길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다시금 나의 삶에 대한 공상을 해보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네요. 어찌 되었건 일종의 트렌드처럼 맞춰가는 하마구치의 스타일은 굉장히 참신하기도 하고 인상 깊다고 확언할 수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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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비켜주실 수 있나요?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내가 보지 않을 수 없는 신작을 내놓았다.
바로 미국 어느 명문대 영문학과의 최초 여성 학과장이 된 '김지윤 박사'(산드라 오)가 겪는 좌충우돌과 고군분투를 그린 <더 체어>
주인공 이름이 '지윤'이라는데 안 볼 수가 있나. 이지윤 아니고 김지윤이라 아쉬울 뿐.
1편에 30분씩 6편이라, 재미있어서인지 진짜 짧아서인지는 몰라도 금방 볼 수 있다. 짧게 끝난 게 아쉬웠던 걸 보니 재미있었던 걸로. <더 체어>는 180분 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인종차별,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 세대갈등, 언론과 SNS, 입양가족의 어려움 등 정말 많은 것들을 다룬다. (온갖 PC란 PC는 다 나온다고 보면 됨)
동양인 여성이 학과장을, 그것도 영문학과 학과장이라니. 내 편견 탓인지 몰라도 산드라 오가 영문학을 강의하는 모습은 꽤나 낯설았다. 그러나 그래서 더 멋있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훌륭한 걸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지윤'은 영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했기에 결혼하고 계약직 시간강사가 되기보다는 결혼을 포기하더라도 학교에 계속 남을 수 있는 길을 택했다.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딸(주희)을 입양했는데 입양기관에서 매칭해 준 딸은 멕시코인이다. 아이는 세상을 떠난 친엄마처럼 엄마가 떠나버릴까 봐 무섭고, '지윤'은 남편도 없는 자신이 너무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 무섭다. 일이 많은 '지윤'을 대신해 외할아버지가 주희를 키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한국과 멕시코의 문화를 보여주는데 둘 다 너무 반가웠다. 민지's birthday party(돌잔치ㅋㅋ)에서는 심지어 고개 돌리고 소주 마시는 장면까지 나온다.문학사에서 걸출한 업적을 남기긴 했지만 40년째 학교를 떠나지 않고 '고인 물'이 된 노교수들도 내가 학교 다닐 때 만난 몇몇 교수님들이 떠올라 흥미로웠다. 40년째 똑같은 강의를 하면서 '뭘 모르는 요즘 것들'이 수강신청을 안 해서 폐강 위기에 처할 정도인데도 기존 방식만을 고집하는 꼰대들을 보며 인생에서 만난 라떼를 외치던 많은 꼰대들도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교수는 학문적 연구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가르치는 것도 함께 해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기에 그들은 교수법(가르치는 방법)도 연구해야 하지 않겠나.
세대갈등 문제의 원인 중 하나가 늘어난 수명으로 인해 기존의 윗사람들이 나가지 않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자리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었구나 싶다. 물론 다들 인문학보다는 코딩에 관심 있는 것도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었음.
예전에 회사 다닐 때 선배들은 대리 정도는 정말 큰 하자가 없으면 다들 어렵지 않게 진급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대리되기도 힘들어졌다. 아직도 위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정체된다. 비단 어느 사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얼마 전에 뉴스 보니 국회도 고령화는 마찬가지. 50대 이상이 70%가량인 조직에서 청년을 위한 정책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미친 짓처럼 느껴진다.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아졌다. 민감한 이슈들을 다루긴 하지만 웃긴 장면들도 많이 나와 부담 없이 볼 수 있는데, 아래 대사가 인상 깊었다.
지윤이 수강생 5명이라 학교에서 내쫓길 위기에 놓인 엘리엇(고령의 백인 남성, 40년 전 학과장, 종신)에게 인기강사인 야즈(젊은 흑인 여성, 계약직, 종신 아님)는 트위터 팔로어도 8,000명이라 얘기하니 엘리엇 왈"예수는 제자가 12명이었는데 그럼 예수도 루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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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외로) 치밀하고 꼼꼼하게 덫을 팠다
잊힐 때쯤 돌아온 우리나라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다. 우리나라에 OTT가 정말 많다. 디즈니플러스도 있고 쿠팡플레이도 있고 왓챠도 있다. 다 가지각색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왓챠의 <좋좋소>와 <시멘틱 에러>, 쿠팡플레이의 <안나>, 티빙의 <돼지의 왕> 등등 방송사 드라마의 퀄리티를 상회하는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이 유행의 선두주자는 단연 넷플릭스다. 작년 <오징어 게임>으로 초대박을 치더니 <지옥>은 국내에서 좋아하는 평론가도 있을 정도로 웰메이드 드라마를 쏟아내고 있다.
넷플릭스라는 OTT가 가지는 장점이 있으니 이는 시너지가 분명하다. 다른 나라의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넷플릭스. 이 덕에 <종이의 집>이나 <퀸즈 겜빗>까지 다양한 나라들의 드라마를 볼 수 있다. 이런 쉬운 접근성이 완성도와 관련이 있을까? 뭐 아닐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지만 좋은 건 세계가 방구석에 앉아서 우리의 컨텐츠를 보고 감탄할 수 있으니 2022년을 사는 우리나라는 이점을 잘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2022년 6월, 넷플릭스에서 우리나라에서만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바탕으로 스페인 드라마 리메이크작을 발표했다. 통일이 된 대한민국에 강도사건이 일어났다.
아무렇지 않게 다가온 큰 일
20대 중반, MZ세대의 한가운데에 있는 나지만 난 방탄소년단의 음악 5곡 이상을 알지 못한다. 물론 훌륭한 보이그룹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왠지 손이 가질 않았다. 근데 이 사람은 달랐다. 북한에 살던 주인공 홍단이는 아미의 회원이라고 한다. 헤드셋 끼고 계단에서 춤추는 것도 창피하지 않나 보다. 폐쇄적인 북한 사회에서 덕후로 살아남기란 어렵다. K-POP의 팬으로 그렇게 아슬아슬한 덕후 생활을 이어가고 있을 즈음이었다. 왠지 모르게 덕업 일치가 성사된 느낌이 든다.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에서 끝나는 수준이 아니었던 그녀. 홍단은 알고 보니 직업 군인이었다. 그렇게 군 복무를 지속하던 홍단. 이때, 사건이 터졌다. 통일이 된다고 한다. 모두들 기대하지 않았는데, 일이 벌어졌다.
남북한은 '공동 경제구역'을 만들어 조폐국을 만들었다. 지금 당장 나라를 합쳐 운영하기엔 걸린 제약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일단 조폐국을 만들어 통일 진행에 있어 바운더리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조폐국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이 부서는 돈을 찍어내는 곳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조폐국에는 직원이 있다. 웬 중년의 아저씨는 시선을 어디로 둘 지 불안정하다. 시선이 도착한 곳은 미녀 여직원이다. 나 자기 보고 싶었어. 남자와 여자는 뭔가 숨어 지내야만 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는 남자에게 말한다. 나. 당신 아이 임신했어요.
드라마는 조폐국 외부의 이야기로 이어간다. 통일 한국에 살던 교수라는 남자는 강도단을 모으고 있었다. 교수의 목표는 조폐국이었다. 홍단에게도 차례가 돌아왔다. 홍단은 이 강도단에 영입됐다. 서로 신상정보도 모르는 채로 '도쿄' '베를린' '나이로비'와 같은 주요 수도국으로 닉네임을 정한다. 그렇게 계획을 실제로 움직이는 강도단. 하회탈을 쓴 채로 조폐국을 잡고 인질극을 벌이는 데 성공한다. 그 인질 중에는 불륜 중에 아이를 임신했던 영민과 미선이 있었다. 이 긴급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남북한은 경찰을 꾸려 협상팀을 만들었다. 북한의 차무혁 대위와 선우진 경감은 이 사태에 맞서 인질극을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해 만전의 노력을 기한다. 여기까지의 내용이 파트 1의 1화 내용이다. 앞으로의 줄거리도 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장점이 분명 있어
시놉시스를 내 나름대로 쓰며 느낀 건 소재가 굉장히 신선했다. 보면서는 못 느꼈는데 이런 키워드의 드라마/영화가 몇 편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신선한 소재를 잘 구현하듯 드라마의 강점은 시각화와 사운드 활용이다. 일단 하회탈이라는 소재 잘 골랐다. 그 묘하게 기괴한 무드를 표현한 느낌이 좋았다. 또 인질과 강도단이 입는 옷의 색감, 조폐국의 비주얼화까지 2022년의 대한민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은 좋았다. 또, 통일 직후에 그냥 생각 없이 '다 잘될 거야' 식의 묘사가 아니라 조폐국이라는 중간 바운더리를 제시해서 상상력에 힘을 부여한 것도 좋았다. 감독의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또한 사운드 편집에도 강점을 가졌다. 이 드라마의 다른 강점 중 하나는 액션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 액션 생동감에 사운드가 한몫을 차지했다. 피 터지는 소리, 펑 발포하는 소리까지 배우들의 고생뿐만 아니라 제작진분들의 노고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또 드라마를 보다 보면 BGM이 좀 자주 들린다. 이때 자주 들린다는 것도 3화 좀 넘어가고 나서야 알았다. 이 말은 즉슨 적재적소로 인물의 내면을 드러냈다는 뜻이 될 것이다. 특히 교수와 선우진 경감과의 인물관계를 묘사할 때 삽입됐던 OST가 기억에 남는다. 연출의 디테일함이 빛났던 부분이다.
또 이 드라마의 강점은 이야기 전개다. 어느 부분에서는 그동안 봐왔던 범죄물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는데, 양 진영 간의 두뇌싸움 묘사가 빛을 발했다. 어느 부분은 '아 이거 이렇게 반전 있을 듯' 생각하다가도 '헉' 싶은 부분도 있으니 나름 서사의 꼼꼼함이 장점으로 발현된 셈이다. 그냥 단순히 기발한 방식으로 논파해서 생각 외의 문제 해결 솔루션이 쨘하고 나오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이를 위해서 각본이 하나 둘 단계들을 잘 닦아놔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다.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 전개에 시점을 철저하게 맞춰 의외의 반전에 타격감을 부여하니 이 역시 연출의 승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반대로 이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 어느 정도 예상되기도 하는 부분이 6화 안에서 대응을 이루는 부분도 있어서 이 나름대로도 극의 개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
이 드라마가 공개되고 2일이 지났다. 이미 많은 분들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이 드라마 관람 후기가 떴을 것 같다. 그리고 많지 않겠지만 적지 않은 평이 올라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평을 반영할 때 1화의 조악함은 좀 심각하다. 일단 1화의 극초반부 장면은 홍단이 시청자들에게 방탄소년단의 팬임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그리고 계단에서 춤을 춘다. 텍스트라서 춤을 추는 모습을 묘사 못 하는 게 애석할 정도다. 이 부분 보고 끄는 사람 적지 않을 거라 예상한다. <버닝>에서 그레이트 헝거를 찾으며 안무를 보여주던 배우와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의 공감성 수치다. 뭐 '아미'라는 것에 개연성을 부여하면 후의 액션이 어색하지 않게 된다. 이해할 수는 있지만 굳이 이런 방식으로 안 만드는 게 나은 장면을 넣어 인물의 성격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는가? 는 의문점이 든다. 그리고 홍단이 총기류 다루는데 능하다는 특성을 굳이 방탄소년단의 음악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지도 않다. 그냥 직업군인이라고만 제시해도 후반부의 이야기 전개에 아무 지장이 없다. 또 K팝의 팬이라는 설정 하나에 좀 많은 상황을 퉁 치고 넘어가는 감이 있다. 뭔가 그럴듯한 이유 없이 인물의 운명을 가로지르는 일들이 많이 오고 간다.
또 대사의 디렉팅 톤이 다 이상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나아지긴 하지만 뭔가 후시녹음을 한 듯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유지태, 김윤진, 전종서, 김성오, 박명환 같이 영화, 드라마에 나와서 검증받은 배우들이 다 따로 노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얼마 전에 <브로커>를 보면서 느꼈던 부분인데, 문장이 번역체 같다. '혼자 재미보고 싶으면 가서 딸이나 쳐' '너 같은 피라미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 못 해' '뽀시래기 입장' '전방 500M. 대기들 타시고' 이런 대사들은 일반인이 쓴 문장 같다. 굳이 거기서 한 인물이 '재미보고 싶으면~'이란 말을 할 이유가 있을까? 또 '뽀시래기 입장'같은 대사들은 우리 영화 팬들이 사랑해 머지않는 대사인 '선수 입장'을 연상케 한다. 이렇게 각본에서 쓴 대사 문장들이 한동안 안 쓰던 것들을 차용하다 보니 1화에서 주는 난이도가 더 업그레이드된다. 이게 단순히 대사에서 오는 오글거림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다. 배우들의 연기 톤이 다 따로 논다. 이 어색함은 보는데 몰입이 안 될 정도다.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 <D.P>의 신선함을 기대했던 구독자들에게 하차의 충동이 느껴지는 부분으로 기능하기 충분하다.
넷플릭스 공무원과 그냥 공무원
그렇게 초반부를 넘어가야 보이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끝까지 볼 가치가 있다. 일단 베를린 역을 맡은 박해수 배우의 퍼포먼스가 놀라웠다. 최고 작은 역시 쌍문동 천재 <오징어 게임>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본작의 베를린은 그렇게 큰 변화가 없는 목소리 톤으로도 청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이 인물이 갖고 있는 특징은 광기다. 근데 광기에 살짝 구멍이 있어야 한다. 어쩌면 살짝 안 맞을 수도 있는 캐릭터 설정을 베테랑 배우의 노련함으로 돌파한다. 1화와 2화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이 박해수 배우의 흡인력으로 주파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후반부에 이 인물의 연기 내공을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아마 6화까지 보고 시청자 분들의 머릿속에 남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또 유지태 배우의 연기는 오해하기 쉬울 것 같다. 앞서 쓴 '따로 노는 대사 톤'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교수 역이다. 지나치게 설명하는 느낌, 인위적인 톤까지 얼핏 보면 가장 크게 다른 역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또 교수 성격상 조폐국 밖에서 오더를 내리는 형식이라 이 고립감은 더 크게 느껴진다. 가장 결정적으로, <올드보이>와 <봄날은 간다>에서 볼 수 있었던 임팩트와 거리가 있는 느낌이라 글쓴이가 처음 볼 때는 ? 싶었다. 그러나 극이 전개되면 될수록 이 역은 유지태 배우가 갖고 있는 자산이 아니라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5~6화가 되면 이 인물의 입장이 제시된다. 이때 표현해야 할 인물의 이중성을 눈빛, 목소리톤으로 소화해낸다. 새삼 놀랍지만 유지태 연기 잘하는 배우다.
무난하게 보기 좋아
워낙 명성이 자자한 원작이 있다. 이거 굳이 원작 안 봐도 된다. 모르시는 분들은 그냥 보시는 것 추천한다. 이게 나중에 찾아보니까 원작의 줄거리를 그대로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원작을 알던 분은 이 장면이 어떻게 바뀌었고 우리나라 화 됐는지를 꼼꼼히 챙겨보는 재미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전종서, 유지태, 박해수 같은 배우들이 강도단을 어떻게 해석했는지도 팬들 입장에서 장점으로 발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김지훈 배우가 이런 사람이었어? 하는 놀라움과 이주빈 배우의 미모도 드라마의 강점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근데 뭐 이런저런 걸 빼서라도 갈등구조나 긴장감 묘사, 사건전개 속도가 탄탄한 강점인 드라마 충분히 무난하게 보기 좋다. 1화의 초고난이도 진입장벽만 버틴다면 파트 2를 기다리고 있는 여러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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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돈》, 포스터만큼이나 색다른 내용이었으면 참 좋았으련만,,,
영화 《돈》은 정말 볼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던 작품이었다. 류준열도 좋아하고 원진아도 좋아하는데 유지태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영화에서나 캐릭터가 다 거기서 거기여서 작품 속에서 캐릭터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유지태로만 보여서 영화 집중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준열의 연기가 보고 싶기도 했고 브로커의 모습을 어떻게 풀어냈는지 궁금해서 보기 시작했지만 그 궁금증은 딱히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영화가 크게 집중이 되지 않을뿐더러 반전도 없고 결말도 뻔해서 안타까웠던 작품이었다.
영화 《돈》 시놉시스
오직 부자가 되고 싶은 꿈을 품고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 빽도 줄도 없는, 수수료 O원의 그는 곧 해고 직전의 처지로 몰린다. 위기의 순간, 베일에 싸인 신화적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를 만나게 되고,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거래 참여를 제안 받는다.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인 후 순식간에 큰 돈을 벌게 되는 일현. 승승장구하는 일현 앞에 번호표의 뒤를 쫓던 금융감독원의 사냥개 한지철이 나타나 그를 조여오기 시작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어떠한 캐릭터에도 감정 이입이 되지 않았던
이것이 감독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필자는 딱히 영화 《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에게 감정이입이 전혀 되지 않았다. 악역과 선한역을 맡은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어떤 이에게도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류준열이 맡은 조일현이 점점 돈을 잘 벌지만 불안함에 휩싸이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껴야 하는데 왜 저럴까...? 이런 감정이 먼저 들고, 유지태 악행에 대해서도 막 욕을 하고 싶어진다기 보다는 아니 왜 저러는거지...? 한지철이 이 둘을 쫓는 과정에서도 굳이 저렇게까지?? 하는 의문만 들었을 뿐이다.
캐릭터의 개연성 설명이 부족하고 사건들만 계속해서 터지다 보니 관객은 그 개연성을 영화 자체가 아니라 기존의 영화들에서 이뤄졌던 영화 문법 속에서 그 해답을 찾다보디 영화가 그저 형식적이고 따분하게만 다가왔던 것 같다.
옷에서 눈물이 뚝뚝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 하나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눈에 딱 들어온 장면이 하나 있었다. 바로 조일현이 물에 젖은 수트를 다시 입고 나오며 물이 뚝뚝 떨어지는 장면이었다. 번호표에게서 받은 모멸감과 자신이 이제까지 한 행위에 대한 반성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이 섞여 흐르는 눈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물에 젖은 슈트를 통해 물이 흐르는 장면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 지점에서 순간적으로 비밀의 숲이 생각났다. 비밀의 숲에서 황시목 검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검사로서 눈물을 흘리지 못하지만 손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통해 황시목 검사의 슬픔을 표현한 장면이 있었다. 그 부분과 겹쳐보이면서 굉장히 감각적인 연출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아이폰의 비밀을 알면 안되는 것이었다
영화 《돈》의 결말과 캐릭터의 특징을 바로 알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아이폰 때문이었다. 어느날 인스타에서 아이폰 협찬 조건이 악역은 아이폰을 쓰지 못한다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극 중에서 조일현이 중간중간 나쁜 짓을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악인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폰을 통해 알고 영화를 보다보니 이미 스포를 당한 채로 본 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이 사소한 것이 흥미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어떤 캐릭터가 아이폰을 쓰느갈ㄹ 보다보니 이미 캐릭터의 선악 구조를 파악한 채로 영화를 보게 돼서 그런 것이었을까?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면서 이 캐릭터는 어떤 인물인지 고민을 하지 않고 보게 돼서 재미가 없었다.
중간중간 인상적인 장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굳이 찾아볼만큼의 영화는 아니었던 영화 《돈》. 배우의 찐팬이 아니라면 굳이 추천하지 않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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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편, 참을 수 없는 부담?
2018년. 국내에 개봉한 영화 <마녀>는 318만명의 성적을 기록했다.
손익분기점 230만명을 살짝 넘기는 수준으로 인상적인 흥행은 아니었지만, <신세계, 2013> 이후 <대호, 2015 - V.I.P., 2017>의 연달은 실패를 겪었던 "박훈정 감독"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V.I.P., 2017>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일부 장면들의 묘사에 비난까지 받았던 그이기에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 <마녀>의 성공은 그에게 변화이자 도전이었다.
그리고 이에 한껏 고무된 감독은 이내 속편 제작을 밝히기까지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긴가민가했다. - 그도 그럴 것이 <신세계2013> 도 "프리퀄"의 형식으로 속편 제작을 말했지만, 이내 "시퀄"의 드라마까지 언급되었지만, 무산되었으니까...
여기에 판권을 가진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와의 제작비 규모에 따른 이견이 존재했고, 아시다시피 "워너"는 한국 영화 투자를 철회했다.
이후 "NEW"가 <마녀>의 라이선스를 가져옴에 따라 <마녀 2>는 <신세계 2>보다 먼저, 그의 첫 시리즈가 되었다.1. 김다미가 없는데, 마녀라굽쇼?
제목에도 쓰여있는 '넘버링(2)'은 이 영화가 시리즈이자 후속작임을 알려준다.
이는 전작과의 비교는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로 '잘 계승했을까?'라는 전작 팬들의 기대 혹은 걱정 섞인 질문으로 연결된다.
결과부터 말하면, 이번 <마녀 2>는 전작보다 아쉬움이 많았다.
이런 이유에는 결국, 기존 판권을 가졌던 "워너"와의 주요 갈등 원인이었던 '이야기의 스케일(혹은 제작비의 압박)'로 보인다.전작의 주인공 "자윤"을 살펴보면, 자신이 누군지도 모른 채 양부모의 손에서 자란다는 설정이 있다. - 이는 <롱 키스 굿 나잇, 1996>부터 시작해 <본 시리즈, 2002-16>까지 '클리셰'적인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를 하나의 반전으로 적용했고 이 과정에서 "김다미"라는 배우를 관객들에게 소개하며 그녀의 영화라고 각인까지 시켰다.
근데, 이번 <마녀 2>에서는 "김다미"가 나오지 않는다는 건 무슨 상황인가? (엄밀히 말하자면, 카메오 수준이다)2. 언니랑 싸우면 되겠어? 안되겠어?
근데, 이런 방식은 처음이 아니다.
"M. 나이트 샤말란"이 선보인 <23 아이덴티티, 2017>만 보더라도, 이후 쿠키에서 <언브레이커블, 2000>의 "브루스 던"이 등장하는 "이스트레일177 트릴로지"가 그런데, 서로 다른 영화의 주인공으로 선과 악을 대표하는 두 캐릭터는 이후 <글래스, 2019>에서의 대결을 예고시켜 관객들의 기대치를 끌어모았다.
이처럼 이번 <마녀 2>의 주인공 "소녀"와 전작의 "자윤"의 만남은 3편에서의 대결을 그리는 것은 아닐까?하지만, 이번 <마녀 2>의 "소녀"는 전작의 "자윤"보다 못한 느낌이다. (언니보다 못한 느낌이랄까?)
이런 이유에는 극 중. "백총괄"이 "자윤보다 소녀가 더 강하다"라는 설정상 정리도 있지만, 한국 혹은 한 시골과 연구소에 그친 전작에 비해, 전 세계적으로 넓혀진 스케일도 있다.
극 중. 연구소에서 나온 "소녀"를 쫓기 위해 본사의 "조현"과 "장"외에도 중국, 미국(조력자) 등 다채로운 언어들을 보듯이 캐릭터들까지 많아진 규모 확장은 <마녀 2>뿐만이 아니라 후속작들이 으레, 밟아온 규칙이다. (오히려, 작아졌다면 그게 더 섭섭하다) - 그러나, 그만큼 이야기의 밀도가 옅어지는 건 어쩔 수 없던 것일까?3. 파워 인플레에 희생된 배우님
전작에서 "자윤"을 구해준 양부모와 동네 친구 등의 캐릭터들은 그녀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기도 했지만, 이내 "반전(능력 각성)"이라는 장치에 효과적으로 다가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속편의 "경희 - 대길 남매"의 역할도 이와 다를 것이 없지만, 어째서인지 똑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전작과 똑같은 레퍼토리에 받아들이는 이야기가 피로한 점과 "연구소를 나갔다"라는 중요한 사실을 말하고 시작한 이유가 크다.그래서, 이들을 주역으로 올리기 위해 "용두"라는 악당을 등장시킨다. - 특히, 본사의 "조현"과 "장"이라는 악당들보다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함에도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무엇보다 더 강한 악당들의 존재에 위상마저 깎이는 "파워 인플레이션"까지 보여줘 아쉬움만이 가득한 행보를 보여준다.
물론, "소녀"의 각성을 위한 캐릭터라고 하나 '이를 위해서, 135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을까?'라는 군더더기 가득한 의문과 함께 향후 시리즈의 앞날도 불안하기만 하다.· tmi. 1 -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1개의 쿠키 영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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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비우스 리뷰 - 베놈2의 단점을 답습하다 (스포일러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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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합니다]
1. 베놈, 모비우스는 마블의 작품이지만 MCU와 세계관을 공유하지는 않는 독자적인 소니 스파이더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01:25 ~ 01:27 01:53 ~ 02:02
2. 제가 러프하게 마블의 작품이라고 한 부분이 디테일한 부분에서 부족했던 것을 말씀드리며 다음번엔 조금더 검토를 하고 영상 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영상 시청에 불편함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분명 영화 모비어스에도 장점은 있었습니다. 정말 박쥐처럼 공간을 인식하는 시각적인 효과도 인상적이었고, 액션씬 중간중간에 나오는 슬로 모션도 기억에 꽤나 남았습니다. 하지만 작품에서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흔히 말하는 겉멋 가득한 무의미한 연출들은 아쉬웠고, 샹치 텐 링즈의 전설에 이은 갑작스러운 에너지파 결말은 실소를 머금게 만들었습니다.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아쉬운 이야기를 들었던 블랙위도우, 베놈 2, 샹치, 이터널스로 인해 식어가던 마블에 대한 애정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다시금 살리는가 싶더니, 이번엔 모비우스가 그 불씨를 다시 꺼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아쉬움 가득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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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세버그> 메인 예고편
1960년대, 할리우드와 프랑스를 오가며 활동하는 배우이자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아이콘 진 세버그(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흑인 인권 운동가 하킴 자말(안소니 마키)을 통해 적극적으로 인권 운동에 참여하지만, 이로 인해 FBI의 주목을 받게 된다.
정부를 비난하는 진의 거침없는 행보에 FBI는 신입요원 잭 솔로몬(잭 오코넬)에게
진과 하킴을 24시간 도청할 것을 지시하고 진의 가족과 명예, 그리고 경력까지 망가뜨리기 위한 음모를 꾸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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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설강화> 하이라이트 예고편
정해인&지수의 [설강화 : snowdr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