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5-02 20:03:53
[JIFF 데일리] 필름 속 우리 일상은
<아웃사이드 노이즈> 리뷰

OVERVIEW
다니엘라는 앞으로 무엇을 할지, 그리고 어디에서 살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 미아는 즉흥적으로 시작했던 석사 학위가 끝나가는 단계에 있다. 비엔나로 이주를 생각하고 있는 또 다른 친구인 나타샤까지. 이들은 떠돌며 이야기를 나눈다. 불면증에 걸린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담은 작품.
REVIEW
수면장애를 겪는 다니엘라는 주기적으로 불안감에 시달린다. 그녀는 다른 도시로 떠나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들과 책과 논문, 인간관계에 관해 이야기하고 교류한다. 서로의 깊은 역사와 삶의 맥락은 모르지만 그들은 방을 나눠 쓰고 함께 파티에 가며, 헤어진 남자의 집에 남겨진 물건을 대신 받아주면서 서로의 현재를 공유한다. 디지털 시대에 유목민처럼 사는 이들은 공원을 걷고 얼굴을 마주 보며 나누는 대화를 선호해 언뜻 구식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방식은 그들의 삶을 지탱하는 영적인 실천으로 보인다. 우연한 관계들은 계절이 바뀌듯 자연스럽게 시작과 끝을 알리고, 도시와 환경은 변하지만 그들의 삶의 방식은 지속된다. 세상이라는 외부의 소음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그린 <아웃사이드 노이즈>의 자연스럽고 사실성 높은 대사는 비전문 배우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졌다. 아날로그 질감의 16mm 이미지와 방황하는 인물을 내세워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온 테드 펜트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이다. (문성경)
프로그래머의 노트를 읽자마자 생각했다.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이유는 단 하나. 그냥 나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릴없이 흘려 보낼, 그런 무위의 시간. 영화 속 미아가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했다는 것처럼 읽고, 일기를 쓰고, 그냥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무심히 보아 넘기고 싶었다. 도시의 익명성이 허락하는 가장 단순하고 짤막한 휴식인데, 그나마도 여의치 않을 때가 너무 많다. 친구를 만나 대화하고 싶은 마음으로 영화를 골랐다.
실제로 영화 속 다니엘라, 미아, 나타샤 등 인물들은 만나서 별거 아닌 대화들을 나눈다. 사실 대화의 양상이 내가 친구들과 하는 내용과 너무 비슷해서 놀란 때도 있었다. 그냥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어. 요즘 잠을 잘 못 자. 푹 자고 싶은데 모르겠어. 요즘 이런 책을 읽었어.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 이런 사람이 있어. 멋지지.
걷고. 의자가 아닌 곳에 대뜸 걸터앉아 일기를 쓱쓱 쓰고. 차를 마실 거냐고 묻고, 책장을 비우고... 자전거를 끌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얼마나 햇살 아래 반짝거리는지를 멀거니 바라보는. 그러니까 이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일이. 그런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비슷한 대화 끝에 이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행동을 할까.

이들의 대화는 나직하고 부드럽지만, 이들의 현실은 그렇게 매끄럽지 않다. 잠들지 못하는 도시. 온갖 일이 정신없이 벌어지는 도시. 떠나고 싶어지는 도시. 그러나 결코 떠날 수 없는 도시. 다니엘라가 말하는 도시의 삶은 나의 서울과 닮아 있다. 어쩌면 그래서, 그 느낌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영화제를 부지런히 찾는지도 모르겠다. 일상을 잠시 떠나 굳이 남의 일상을 지켜보는 데에는, 결코 나의 일상을 놓을 마음이 없지만 그 일상 속에서 잠들지도 못하는 사람의 비애가 묻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영화에서 갈등은 중심 소재가 된다. 정작 현실에서는 수많은 내적 갈등과 고민들이 가닥가닥 엉켜, 어떤 것도 삶의 중심 소재가 되지 못하고 복잡하게 정신만 빼놓는다. 이 영화는 그런 현실을 닮았다. 직장에 대한 고민을 하고 면접을 가면서도 친구가 읽은 책의 이야기에 세심히 귀를 기울이고 나란히 앉아 와인 잔을 부딪는다. 두 사람이 나직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동안, 둘이 앉아있는 거실로 햇빛이 밝아졌다 사그라들고, 그 아래 먼지가 반짝 흩날린다.

영화 속 인물들이 “너무 무거워서 몇 줄 읽고 내려놔야 했다”는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책은 <삼십세>다. 나도 몇 줄에 한 번씩 밑줄을 그어 가며 감탄하고 읽었지만, 아직도 완독을 못했다. 삼십세가 될 때 꺼내 읽으려고 이십대 후반에 미리 사두었는데, 삼십을 넘고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펴보지 못했다. 밀도가 너무 높은 책은 종종 그렇게 된다. 감탄하면서도 쉬이 책장을 넘기지 못한다. 일상이 그렇지. 해야 할 일들은 널려 있는데, 정신은 없는데,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그 모든 것이 뒤엉켜 하릴 없이 잠만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일상도 찍어 놓으면 영화가 될까. 불안하고 막막한 날들도 자글자글한 필름의 질감에 담아 놓으면 부드러운 색감으로 빛이 날까. 잠들지 못하는 밤들을 헤아리고, 서로를 걱정하고, 책장에 꽂혀 있는 책에 대해 그렇게 알게 된 누군가의 멋진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우연히 본 그림에 갑자기 감동을 받은 이야기를 하고, 들어주고, “깊게 온전히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경험을 찾아 헤맨 경험을 서로 나누고, 가방을 질끈 동여매고 씩씩하게 집을 나서고, 친구와 밖으로 나가 걷고. 그런 일상의 장면도, 저 멀리서도 똑같구만 싶어 웃음이 나왔던 그런 모습들도.
문제가 직장이든 돈이든 순식간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각자가 탐구하는 삶의 세계를 나란히 나누고, 듣고, 그러면서 우리의 이야기는 확장되어 갈 것이다. 이 영화처럼 슴슴한 빛 안에서 먼지처럼 빛나면서. 비록 흐릿한 날이 더 많을지라도, 16mm 필름을 장착한 시선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친구를 만나고 싶어졌다. 이 영화 속 인물들처럼.
2023. 04. 30. 19:30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359)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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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아날로그에 대한 헌사와 그리움
웨스 앤더슨 감독의 두 번째 이야기, 과거에 대한 헌사와 그리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서사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서사의 특징은, 어딘가가 결핍되어 있는 불완전한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불완전함으로 인해 벌어지는 각종 에피소드를 그려내면서 그들이 성장하는 이야기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때 감독은 그들을 웃음거리로만 만들어 버리기보다는, 그들의 부족함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듯이 바라봅니다. 그렇기에 재밌으면서도 마음을 훈훈하게 해 주는 힘을 가지고 있는 서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첫 번째 서사는 <로얄 테넌바움>, <다즐링 주식회사>, <문라이즈 킹덤>, 그리고 <개들의 섬> 같이 감독의 작품 중에서 주로 초중반 시기에 해당하는 작품들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서사의 특징은, 첫 번째 서사와 유사하게 불완전한 인물들이 등장해서 그들이 에피소드를 이끌어 나갑니다. 하지만 두 번째 서사는 그들의 불완전성을 비추고 있지 않습니다. 극중 등장하는 에피소드들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은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 에피소드들을 한데 묶고 나면, 그들은 어느 큰 주제 하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주제라 함은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어떠한 아름다운 존재에 관하여 찬양하고,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그들을 그리워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관객들은 영화 속 찬양의 대상을 직접 경험해 본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렇지만 감독이 그려낸 대상의 아름다움에 본인도 모르게 감화가 되고, 자연스럽게 그리움이란 감정을 감독과 함께 공유하게 되는 서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이러한 서사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며, <프렌치 디스패치> 또한 두 번째 서사로 이뤄져 있습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서사.
불완전한 인물들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성장 이야기거나, 과거의 아름다운 존재에 대한 찬양과 그리움의 표출이거나.
잡지 형식과 유사한 옴니버스, 영리하고 아름다운 주제 선정
이전에 영화가 가진 이야기의 구조로서 내러티브와 옴니버스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다시 한번 둘의 차이점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의 서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러티브>
서로 관계가 없거나 있을지라도 그 정도가 약한 짧은 서사 여럿을 하나로 묶은 <옴니버스>
즉,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벨보이 제로와 지배인 구스타브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하는, 하나의 서사로 이뤄져 있는 내러티브 방식으로 구성된 영화입니다. 반면에 <프렌치 디스패치>는 주제가 완전히 다른 4개의 서사를 한 데 묶은, 옴니버스 방식으로 구성된 영화입니다. 주제가 다른데 어떻게 찬양과 그리움의 대상은 동일할 수 있는지 궁금하게 여겨질 만도 합니다. <프렌치 디스패치>에서 찬양하고 있는 존재는 아날로그 시대의 활자로 이뤄진 정기간행물, 쉽게 말해 공통점 없는 4개의 주제들이 한 데 묶여있는 잡지입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특정 주제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잡지가 아닌, 여행•정치•음식과 같이 여러 주제들을 한 데 아우른 작은 마을에서 발행되는 지역 잡지를 찬양의 대상을 대표하는 매체로 선정했느냐라는 질문이 이어서 나올 법 합니다.
지역지에서 특정한 주제를 바탕으로 게재된 기획물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대부분 그 독자들이 경험해 보지 못했거나 경험하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기자의 서술과 묘사만으로 그 내용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타인의 서술을 통해 어떤 주제를 간접적으로 체험한 경우, 직접 경험했을 때보다 미화되고 아름답게 기억 속에 남을 확률이 더 높습니다. 즉, 지역지 형식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한 데 모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그 지역지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을 심어줍니다. 그리고 더 이상 그 지역지가 발행될 수 없음을 명확히 함으로써 과거에 멈춰 있게 된 그 지역지에 대한 그리움이란 감정을 생기게 합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네 가지 주제를 서술한 기자들을 비롯하여 잡지사 직원들 모두가 사망한 편집장에 대한 헌사를 다 같이 작성하는 씬을 비춰줌으로써 극대화됩니다. 이토록 찬양과 그리움의 대상을 명확히 하고 아름답게 묘사함으로써, 비슷한 주제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보다 <프렌치 디스패치>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도록 합니다. 하지만 장편소설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단편 모음집을 선호하는 사람들보다 많은 만큼, 단편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는 <프렌치 디스패치>를 장편 소설이라 할 수 있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보다 더 좋아할 사람이 많을지는 의문입니다.
아날로그 매체에 대한 찬양과 그리움. 영리한 매체 선정과, 영리한 매체 묘사 방식을 통해.
잡지를 보는 듯한 연출, 그리고 앤더슨의 미장센
완벽한 좌우대칭,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카메라 워킹 등, 웨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연출은 <문라이즈 킹덤>을 전후로 하여 강박에 가까운 느낌으로 변화했습니다. 분명히 입체 공간을 촬영하고 있음에도 마치 평면에 그림을 그린 듯한 느낌을 주는 감독의 스타일은 <프렌치 디스패치>의 이야기와 더욱 찰떡궁합입니다. 그리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뒤이어 자유자재로운 화면비의 전환과, 흑백과 컬러를 넘나드는 등의 연출들은 감독이 다루고 있는 잡지란 매체를 탁월하게 묘사해 냈습니다. 기자들의 내레이션은 본인이 작성한 글을 읽고 있음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프렌치 디스패치>의 진면목은 이러한 기사의 청각적 전달이 아니라, 기사의 시각적 전달에 있습니다.
잡지에 제일 먼저 등장하는 여행 섹션에서는 흑백 화면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뒤이어 등장하는 예술 섹션, 정치 섹션, 음식 섹션에서는 이따금씩 컬러 화면으로 등장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흑백 화면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어느 여행지의 배경과 풍경을 글로 설명하기보다는 그 모습을 직접 담은 컬러 사진들을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으로 독자들에게 그 내용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술과 정치, 음식의 경우에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들만 사진으로 전달해 주면 그만이며, 그들을 설명하기 위해 풀어쓴 글이 기사에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됩니다. 즉, 2•3•4번째 섹션에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흑백 화면은 문자로 쓰인 글을, 이따금씩 등장하는 컬러 화면은 그 줄글이 설명하거나 묘사하고 있는 대상의 사진 혹은 삽화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대표적으로 모세가 제작한 콘크리트화를 보여줄 때, 그리고 제피릴리를 필두로 한 혁명가들과 기득권 간의 대립 관계를 보여줄 때 화면비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화면비가 전환되는 때를 확인해 보면 위의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빈틈 없이 꽉 들어찬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미장센들과 그들을 매끄럽게 연결해 준, <프렌치 디스패치>란 잡지의 편집장 웨스 앤더슨의 탁월한 연출은 이 영화에 푹 빠져들게 만듭니다.
글은 흑백으로, 사진은 컬러로. 읽는 행위와 보는 행위는 엄연히 다름에도, 읽는 행위를 보는 행위로 탁월하게 바꿔낸 웨스 앤더슨의 연출.
확실한 약점, 읽는 속도는 개개인별로 다르다
사람마다 글을 읽는 방식은 모두 다릅니다. 문장 하나하나별로 꼼꼼히 음미하면서 분석하거나, 전체적인 구성을 빠르게 훑으면서 맥락을 위주로 읽어나가거나 등등, 방식의 차이에 따라 글을 읽는 속도도 천차만별입니다. 그렇기에 잡지를 읽는 속도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음에도, <프렌치 디스패치>는 모든 독자들에게 동일한 속도로 정보를 전달합니다. 이때 더 문제 되는 부분은 <프렌치 디스패치>의 정보 전달속도는 무척 빠르단 점입니다. 꽉 차 있는 미장센의 감상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빠른 속도로 전달되는 내레이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섰다고 보입니다. 연속성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영화임에도 일시정지를 누를 수밖에 없는 정보 전달의 양은 이 영화를 감상함에 있어 치명적인 요소입니다.
너무 많이 전달되는 정보. 영화는 흘러가고 있을 뿐이지만 개개인의 수용력은 모두 다르다.
여러 번을 반복하면서 영화가 가진 디테일을 음미하고 싶은 영화는 무척 오랜만이었습니다. 웨스 앤더슨 사단의 배우들을 포함하여 뉴페이스까지, 검증된 배우들의 연기는 꽉 찬 미장센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문라이즈 킹덤>에서부터 시작하여 이번 영화까지 쭉 함께 해온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OST 역시 <프렌치 디스패치>의 분위기를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정말 매혹적인 영화입니다. 위에서 이 영화의 치명적인 부분에 대해서 다뤘지만 개인적으로는 흠잡고 싶지 않은 영화입니다. 감독의 작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영화로 <문라이즈 킹덤>에서 새로운 영화로 바뀔 때가 왔습니다. 꼭 감상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그냥 의도적으로 쓴 것처럼 써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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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종' 경주에서 값진 승리는 없다
1972년 뮌헨 올림픽은 슬픈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억됩니다. 팔레스타인 테러 조직 '검은 9월단'이 올림픽 선수촌에 침입해 이스라엘 선수 11명을 살해했기 때문인데요. <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당시 테러 상황을 생중계한 미국 ABC 방송국 주조정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 영화입니다. 언론인을 꿈꾼다면 1970년대 보도 현장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고, 저널리즘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을 꼭 한 번쯤 관람하기를 추천합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9월 5일: 위험한 특종>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2025년 2월 5일 국내 개봉작입니다.
9월 5일: 위험한 특종
September 5
Summary
1972년 뮌헨, 올림픽 생중계에 도전한 ABC 방송국 스포츠팀은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이 선수촌에 난입해 인질극을 벌이고 있음을 알고 이를 생중계로 보도한다. 솟구치는 시청률과 9억 명의 시청자까지,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단독 특종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그들은 테러리스트들 역시 자신들의 방송을 보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출처: 씨네21)
Cast
감독: 팀 펠바움
출연: 피터 사스가드, 존 마가로 외
9억 명이 시청한 테러 생중계
영화의 주인공은 뮌헨 올림픽의 생중계를 맡은 ABC 방송국 스포츠 팀입니다. 당시 ABC 방송국은 전 세계 최초로 올림픽 위성 동시 생중계를 진행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원활한 방송을 위해 올림픽 선수촌 옆에 간이 스튜디오를 세우기까지 했죠. ABC 방송국은 차질 없는 생중계를 위해 수많은 위기 상황에 대비했겠으나, 올림픽 도중 테러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겁니다. 테러 발생 직후, 마침 사건 현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그들은 이 상황을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송출하기로 합니다.
<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멀티 캐스트를 활용해 테러 상황을 라이브하는 주조정실의 모습을 밀도 있게 그려냅니다. 주조정실을 지휘하는 프로듀서, 몸집만 한 카메라를 테러 현장과 가까운 언덕으로 끌고 올라가는 카메라맨, 독일 경찰의 무전을 엿듣는 통역사, 선수로 위장해 올림픽 선수촌을 드나드는 직원까지. 정신 없이 오가는 사람들 한가운데서 영화를 관람하다 보면, 관객이 아니라 그 현장 속 '주조정실 직원 1'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죠.
ABC 방송국 스포츠 팀은 '특종'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전 세계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화면이 무엇일지를 고민하느라 잠시도 쉬지 못합니다. 그들의 생중계는 인질이 전원 생존했다는 속보를 전함으로써 22시간 만에 막을 내렸고, 약 9억 명이 시청하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어마어마한 시청률로 방송을 마친 제작진은 축배를 나눠 듭니다.
그러나 후손들인 우리는 이미 역사를 알고 있습니다. 역사에 기록된 바는 '전원 생존'이 아니었지요. 극 중에서도 테러 조직이 인질로 붙잡은 이스라엘 선수 11명을 살해했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집니다. 생중계를 이끈 프로듀서 '제프리'는 어찌저찌하여 방송을 마무리하지만, 언론인으로서 깊은 고뇌에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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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언제부터 특종이 되었나
1970년대의 기술 상황을 고려할 때, 테러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한 것은 여러모로 엄청난 일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축배를 들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을 테죠. 그러나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는 것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전원 생존'이라는 오보와 특종을 위해 자극적인 내용들을 앞다투어 내세우던 언론의 경쟁적인 보도 행태를 직접 경험한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제 머릿속에는 아직도 언론이 보도한 이미지를 통해 공개된 고통의 면면들이 선명합니다. 가라앉은 세월호가 선명하고, 소란했던 이태원이 선명하며, 질주하는 제주항공 비행기가 선명합니다. 언론은 이러한 이미지들을 '시선 잡아끌기'용으로 대중에게 공개해선 안 됐습니다. 이러한 이미지가 가져올 결과를 고민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프리'의 실제 인물인 당시 ABC 방송국의 조정 프로듀서 제프리 메이슨마저도 팀 펠바움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현장에서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고 답했다고 하지요.
이렇듯 <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저널리즘을 향한 다양한 질문을 던지게끔 합니다. 뉴스는 세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뉴스의 영향력을 어디까지 고려해야 하는가? 언론인은 어떤 자세로 사실을 대해야 하는가? 사실이란 무엇인가?고통은 언제부터 특종이 되었나?
오늘날은 소셜 미디어가 언론보다 빠르게 소식을 전파하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언론은 여전히 쓸데없는 '특종' 경주에 올라타 있고, '시선 잡아끌기'용 보도에 열중하는 것만 같습니다. 이제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제대로 된 '단독'을 기획하는 언론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는 대기업의 횡포를 포착하거나,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쟁점을 언론인의 시선에서 정리하거나, 팩트 체킹된 정보를 공정한 관점에서 취사선택하여 전달하거나... 특종이나 단독이라는 말머리가 달려야 할 기사는 무릇 이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 ⊙ ⊙
<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체험하는 영화로서도 무척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주조정실 안에서만 진행되는 스토리인데도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쉬이 가라앉지 않는 긴장감을 만들죠. 그때 그 시절의 방송 현장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수제로 자막을 만드는 모습, 필름을 느리게 돌려 슬로우 모션으로 재생하는 모습, 확대한 사진을 출력하기 위해 필름을 재촬영하는 모습 등 다채로운 아날로그 기술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저널리즘을 향한 여러 질문들을 곱씹으며,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부단히 애쓴 미술팀의 활약도 감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One-Liner
재앙은 언론에 기회로 작동하고, 보도윤리를 지키는 언론에는 기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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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치 있는 코미디 <드림>이 재미없는 이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엄마의 사기 범죄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축구 선수 '홍대'(박서준).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화를 참지 못해 대형 사고를 내고, 경기 출전 금지 징계를 맡는다. 이에 홍대는 홈리스 풋볼 월드컵 감독을 맡아 이미지를 개선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선수 선발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현실에 찌든 다큐멘터리 PD '소민'(아이유)은 없는 듯 있는 각본을 들이대며 실력이 아닌 사연 순으로 선수를 뽑자고 협박 아닌 권유를 한다. 골문 안으로 공을 보내는 법도 모르고, 체력은 엉망이며, 반칙만 잘하는 선수들도 도움은 안 된다. 그렇지만 홍대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에게도, 소민에게도, 선수들에게도 월드컵 출전이라는 꿈은 소중하니까.
<드림>, 익숙하지만 어색하다
<스물>과 <극한직업>으로 흥행 감독 반열에 오른 이병헌 감독. 그의 무기는 신선함이었다. 한국 코미디 영화의 공식을 파괴하는 도전 정신 덕분에 그의 이야기는 설령 뻔해도 새로웠다. 쉴 새 없이 쏘아붙이는 웃음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2010년 홈리스 월드컵을 모티브로 삼은 <드림>에서도 그의 장기는 유효하다. 빠른 템포로 주고받는 홍대와 소민의 티키타카는 살아 있다. 조연 한 명 한 명으로부터 코미디를 뽑아내는 실력도 여전하다. 홍대와 '범수'(정승길), 범수의 애인 사이에서 발생한 삼각관계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전반부는 부자연스럽다. 쏟아지는 대사는 재치가 있지만 재미가 없다. 마치 자기 스타일을 과시하려는 집착 또는 강박 같다. 후반부는 정반대다. 웃음 대신 신파가 중심이다. 전반전은 웃음, 후반전은 감동이라는 한국 영화 공식을 차용했다.
사실 신파는 문제가 아니다. 스포츠와 성장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잘 살려낼 수만 있다면 적절한 선택이다. 하지만 정작 감동과 눈물은 공허하다. 그러다 보니 앞선 코미디와 잘 조화되지 않는다. 의아한 대목이다. 이병헌 감독은 단순히 잘 웃기기만 하는 감독이나 작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연민과 공감에 바탕을 둔 웃음
그의 필모그래피를 추려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주인공을 향한 연민이다. 주인공을 연민하는 관객은 자기 현실을 그에게 은연중 투영한다. 그러다 보면 코미디는 일회성 웃음이 아니다. 현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웃으면서 털어버리자고 격려하는 치유의 장이다. 영화관 밖 현실은 힘들어도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아픔도 별일 아니라며 웃을 수 있다는 것. 이병헌 표 코미디의 진가다.
<스물>은 이십 대 남성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기껏 간 학교에서 뭘 할지 모르는 대학생,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재수생, 대학 진학도 포기한 채 꿈을 찾아 방황하는 백수까지. '헬조선'이라는 말이 한창 유행하던 당시 사회적으로 정해진 트랙대로 사는 데 지친 청년들의 솔직한 심정을 담았다. 주인공들의 바보 같은 연애사와 한심한 행동에 관객들이 마음 놓고 웃을 수 있었던 진짜 이유다. 병맛 넘치는 섹드립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성과다.
<극한직업>도 마찬가지다. 작중 가장 웃긴 대목을 하나만 꼽으라면 치킨집 장면을 고를 수 있다. 위장만 하려던 형사들이 정신 차려보니 실제로 치킨집을 운영하며 좌충우돌하는 모습. 이 또한 남 일이 아니기 때문에 웃겼다. 문과를 나오든 이과를 나오든 종착역은 치킨집이라는 자조적인 유머가 퍼져 있는 사회였기에 가능한 웃음이었다. 즉, <극한직업>은 그저 형사물에 코미디만 버무린 게 아니었다. 승진은 막히고 생활고를 겪는 직장인의 비애를 치킨집을 배경으로 한 코미디였다. 그래서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연민과 현실이 사라진 <드림>
그런데 <드림>에서는 연민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전작과 달리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인데, 정작 현실에 발을 딛고 있지 않다. 홈리스 월드컵에 나간 선수들을 보자. 그들은 투혼을 보여줬고, 인기 팀에 뽑히면서 좋은 성과를 냈다. 흘린 땀과 피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문제는 그 후다. 그들의 변화를 보여줄 때 영화는 편의적이다. 모든 문제가 손쉽게 해결된다. 집이 없어 딸과 함께 밥도 못 먹던 아버지는 호주 유학을 떠나는 딸과 행복한 미래를 기약하며 이별한다. 계란빵 하나도 사치인 남자친구는 애인과 계란빵을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게이라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난 아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알 수 없다.
러닝타임이 지날수록 소민이라는 캐릭터가 붕 뜨는 이유도 같다. 첫 등장은 좋다. 그녀는 예상을 빗겨 나가는 염세적인 대사와 행동으로 무장해 이병헌 표 티키타카의 재미를 잘 살려낸다. 하지만 카메라는 정작 그녀의 현실을 보여주지 않는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계약직 PD의 일상은 대사로만 나온다. 이번 다큐멘터리가 마지막 기회인 이유도 잘 보이지 않는다. 가족사나 선수로서의 굴곡이 모두 묘사된 홍대와는 다르다. 스포츠 영화로 장르가 바뀐 후반부에서 소민은 카메라를 든 관찰자일 뿐이다.
그러니 화려한 조명과 현란한 카메라 워크로 무장한 결말은 어색하다. 홍대는 관중이 가득한 그라운드에 축구 선수로 복귀한다. 멋진 플레이를 연달아 보여주는 홍대는 이날 경기에서 의심할 여지 없는 주인공이다. 관중석에는 홈리스 선수들과 가족이 열렬한 응원을 보낸다. 그 옆에는 소민이 연예인처럼 세팅한 채 앉아 있다.
인위적이다. 현실적인 맥락이 보이지 않는다. 고민 하나를 해결하자마자 곧장 주인공에게 입대라는 고비를 던져주던 전작과는 다르다. 마치 꿈같은 성공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신파를 사용해도 감동은 크지 않다. 연민이 없는 웃음도 입가를 순식간에 떠난다.
재치는 있지만 재미는 없는 이유
영화도 어색함을 아는 눈치다. 감추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우선 리듬이 부자연스럽다. 아무리 찰진 티키타카가 장점이라지만 너무 빠르다. 물론 빠른 템포가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기는 한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모든 캐릭터를 다 챙길 수는 없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일례로 홍대는 사고를 치고, 다큐멘터리 출연을 결정하고, 소민을 만나고, 팀원들을 설득한다. 이 장면들은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인물의 감정선은 생략되거나 가볍게 스쳐 지나간다. 홍대, 범수, '인선'(이현우) 정도만 예외다.
스포츠 영화로 바뀐 후반부에서도 무리수를 둔다. 홈리스 월드컵 경기를 묘사할 때 영화는 경기 자체의 연출보다는 해설자의 멘트에 더 집중한다. 실제로 경기 내용은 코미디에 가깝게 묘사된다. 반면에 해설자는 이 경기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왜 감동적인지를 하나하나 직접 알려준다. 스포츠 영화라면 경기 자체가 감정을 끌어올리고 해설은 그 순간을 짚어주는 조력자여야 하지만, 역할이 바뀌어 있다.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가 경기 내용을 충실히 묘사해 선수들의 감정 변화를 보여준 것과는 상반된다.
이는 현실적인 맥락과 공감할 여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을 타개하려는 고육지책이나 다름없다. 전반부에서는 현란한 말솜씨로, 후반부에서는 눈물로 문제를 가리는 셈이다. 작중 웃음과 울음 모두 다소 가볍고 공허한 이유다. 그러다 보니 <드림>은 아쉬움이 크다. 이병헌 감독의 재치는 여전하나, 전작과 같은 재미는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Poor 형편없음
연민이 사라지고 현실을 놓치자 재미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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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의 캐릭터 인디아나 존스의 은퇴식
늘 밝은 이미지로 기억되는 캐릭터가 있다. 크고 작은 위기에도 재치 있게 그 상황을 넘기고 위협적인 상황에서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여러 가지 유머를 던지는 캐릭터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는 허당 같지만 어떤 상황도 재치 있게 넘기며 다양한 모험을 펼치는 인물이다.
<인디아나 존스>는 1984년 첫 번째 영화가 개봉했다. 이후 2편부터 4편까지 인디아나 존스는 주로 유쾌한 모습을 중심으로 화면에 등장했다. 여러 가지 위기 속에서도 유머를 던지고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넘기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무엇보다 여러 역사적인 유물들의 비밀을 추론하고 유물을 찾아 여러 장소를 종횡무진하는 그의 모험이 무척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그런 그의 임기응변과 밝은 모습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부담 없이 영화를 즐겼다.
늘 밝은 캐릭터로 기억되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속 인디아나 존스는 온갖 수모를 겪지만 무척 밝은 캐릭터로 기억된다. 그래서 더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랜 시간 동안 남아있는 지도 모른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들어낸 <인디아나 존스>는 다양한 모험을 보여주며 경쾌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스필버그는 4편까지 연출하면서 인디아나 존스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보물을 쟁취하려고 서로를 속이고 다양한 고대 부비 트랩을 피해 종횡무진 달리는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의 추격 장면은 모든 시리즈에 여지없이 담겼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과거 시리즈보다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네 번째 시리즈인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도 무척 즐겁게 관람했을 것이다. 모든 시리즈에 등장하는 존 윌리암스의 <인디아나 존스>의 주제가도 관객들을 어드벤처의 분위기로 끌어당긴다.
2008년 <인디아나 존스>의 네 번째 시리즈를 끝으로 꽤 오랜 시간 동안 후속편이 나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08년 인디아나 존스 역의 해리슨 포드의 나이가 6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다양하고 빠른 액션을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극 중 인디아나 존스의 아들인 머트 역을 맡은 샤이아 라보프가 해리슨 포드의 뒤를 이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배우 개인의 돌발행동들로 인해 그 가능성은 사라져 버렸다.
이후 오랜 시간 동안 후속편이 나오지 않아 더 이상의 <인디아나 존스>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제작자인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는 다른 감독인 제임스 맨골드를 고용해 다섯 번째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감독은 새로운 인물에게 맡겼지만 주인공인 인디아나 존스는 80대가 된 해리슨 포드를 그대로 출연시켰다.
80대의 주인공이 다시 등장하는 다섯 번째 시리즈
다섯 번째 시리즈인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의 성공은 80대의 주인공이 얼마나 과거와 같은 몸놀림을 보여주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과거부터 경쾌한 분위기로 빠르게 전개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미 노인의 몸이 된 배우 해리슨 포드의 액션 연기가 크게 관심을 모았다.
한국에서 지난주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 : 운명의 다이얼>은 지난 주말까지 56만 명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아주 큰 흥행은 아니지만 이 시리즈의 팬이라면 모두 극장에서 인디아나 존스의 마지막 활약을 지켜봤을 것 같다.
영화는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는 인디아나 존스 박사에게 대녀인 헬레나(피비 월러 브리지)가 찾아가면서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된다. 인디아나 존스는 헬레나와 함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아르키메데시의 다이얼을 차지하기 위해 나치 추종자 위르겐(매즈 미켈슨)과 추격전을 벌이고, 오래된 유적지의 구석으로 들어가 수수께끼를 풀며 보물을 찾는 모험을 벌인다.
과거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충분히 즐길만한 액션 장면들이 담겼다.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슬랩스틱에 가까운 액션을 보여주고 인디아나 존스 특유의 채찍 액션도 등장한다. 비록 80대의 나이이고 행동은 조금 느려졌지만 영화 속에서 만큼은 여전히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위기 상황에도 임기응변으로 극복하고 적절하게 특유의 유머도 던진다. 그야말로 명불허전인 밝은 캐릭터 인디아나 존스가 여전히 화면에 특유의 에너지를 뽐내고 있는 것이다.
여러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은퇴식
이렇게 훌륭하게 시리즈의 뒤를 잇고는 있지만 이 영화를 아쉬워할 팬들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는 과거 <로건>이나 <포드 V 페라리> 같은 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는데, 그가 연출한 영화 속 인물들은 조금 어둡고 심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번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속 인디아나 존스 역시 아들을 잃은 상실감과 아내와 별거 때문에 심리적으로 우울함을 가지고 있다. 이런 설정은 인디아나 존스라는 캐릭터를 좀 더 복합적이게 만들고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과거 원작 팬들에게 기억되는 밝은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
또한 액션 장면들 역시 과거에 보여주던 다양하고 박진감 넘쳤던 것에 비해서는 다소 힘이 빠져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원작의 느낌 그대로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반면 이번 영화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처음 만나는 젊은 관객들에게는 이미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이미 많은 영화들이 <인디아나 존스>에서 보여줬던 어드벤처 장르 특유의 분위기와 액션을 선보였기 때문에 그런 영화들을 먼저 접한 젊은 관객들에게는 이번 5편에서 과거에 본 듯한 기시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런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은 인디아나 존스 캐릭터의 모험을 끝맺는 훌륭한 영화다. 기존 시리즈보다 약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이번 영화에도 신나는 어드벤처가 담겨있고 신비로운 보물도 등장한다. 무엇보다 여전히 다양한 임기응변을 발휘하는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는 80대의 나이에도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등장한다.
영화는 많은 사랑을 받던 인디아나 존스라는 캐릭터를 보내는 은퇴식으로 보인다. 그의 마지막 모험이 마무리되고 다시 밝은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젊은 시절의 모험부터 노인의 보험까지 어떤 나이에도 똑같이 모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인디아나 존스는 오랜 시간 동안 팬들의 마음에 남아있을 것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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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5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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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웅>, 12월 21일 개봉 확정
ⓒ 네이버 영화
오리지널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현장 라이브 녹음 방식으로 배우들의
열연을 생생하게 담았다. 영화는 12월 21일 개봉을 확정하였다.
<아바타: 물의 길>, 한국 최초 개봉 기념 내한
ⓒ 네이버 영화
13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 <아바타>의 속편 <아바타: 물의 길>이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
개봉을 한다고 한다. 이를 기념해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내한한다고 한다.
2003년 화제작, 극장 재개봉
ⓒ 네이버 영화
CGV에서 2003년에 개봉한 화제작 8편을 모아 '한국영화 리덕스' 상영회를 12월 2일부터
5일까지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상영회에서는 <올드보이>,
<장화,홍련>, <지구를 지켜라!> 등을 상영한다.
황정민·염정아 주연 <크로스>, 크랭크업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 황정민, 염정아, 전혜진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크로스>가 약 4개월간의 여정을
마치고, 지난 11월 13일(일) 크랭크업했다.
<헤어질 결심>, 청룡영화상 6개 부문 수상
ⓒ 네이버 영화
영화 <헤어질 결심>은 지난 25일에 열린 제4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음악상, 각본상 등 6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6관왕을 차지하였다.
해외
<유포리아>, 독일판 제작 진행 중
ⓒIMDB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HBO 드라마 <유포리아>가 독일에서 리메이크가 될 예정이다. 아직
캐스팅과 관련된 소식은 전해진 바가 없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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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살인 내가 깨어나 보니 37살?!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45편의 작품에서 감독을 맡은 알렉스 하드캐슬 감독과 믿고 보는 배우 레벨 윌슨의 만남!!
바로 <시니어 이어>입니다.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는 말이 이 영화를 나타내기 딱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전형적인 하이틴물이지만, 정말 가볍게 보기 좋은 2022년 버전 하이틴 영화입니다.
누가 출연하나요?
스테파니 | 레벨 윌슨
FILMOGRAPHY
시니어 이어 (2022)
어쩌다 로맨스 (2019)
캣츠 (2019)
AWARDS
CinEuphoria Awards, 2021
MTV Movie+ TV Awards
AACTA, 2020
어떤 내용인가요?
치어리더팀에서 단장을 맡고 있으며, 멋진 남자친구까지 있는 스테파니!
이루고 싶은 걸 모두 이룬 스테파니의 마지막 소원은 바로 졸업 파티에서 퀸이 되는 거였습니다.
경기 전, 멋진 치어리딩을 선보이는데,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착지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스테파니는 20년동안 코마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스테파니가 깨어나고 나서 낯선 얼굴, 낯선 환경에 혼란을 겪게 되는데요.
스테파니는 다시 학교에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학교 교장이 된 친구에게 말해 고등학교에 돌아가게 됩니다.
20년이나 지났기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 학교에서 스테파니는 잘 적응하고,
졸업 파티 퀸이 될 수 있을까요?
Reviews
"2022년 버전 하이틴 로맨스"
유명한 하이틴 영화를 보면 대부분 2000년대 초반에 나와 현 시대에 보면 조금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는데
<시니어 이어>는 2000년대 초반에 이야기와 2022년 현재의 이야기까지 담아 시대 변화에 따른 사회 변화, 학생들의 변화 등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미국 영화 <21 점프 스트리트>와 한국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까 떠오르는 이야기였습니다.
"기대되는 신예 배우들의 대거 등장"
<시니어 이어>의 조연 배우로 신예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데요.
물론 해외에서는 많은 활동을 하였지만, 한국에서는 처음 보는 배우들도 있었고요.
레벨 윌슨이 원탑 주인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배우들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매력적인 연기를 펼쳤습니다.
"추억의 팝송"
주인공이 2002년에 고등학교를 다녔다 보니 그 시절 팝송이 OST로 많이 나왔는데요.
신나는 추억의 팝송과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어 더욱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추억의 팝송 뮤비 패러디도 보실 수 있답니다!)
지금까지 <시니어 이어>를 간단하게 살펴보았는데요.
어떠셨나요?
<시니어 이어>에는 패션과 하이틴 영화를 좋아한다면 알만한 특급 카메오가 등장하는데요.
궁금하다면 넷플릭스에서 <시니어 이어>를 시청해보세요!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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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지 마요! 뒤에....! ? #로스트시티 급 스릴러 모먼트? 보물 찾는 소설을 썼을 뿐인데... 거머리 무서워하는 허당 근육맨과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어드벤처라니? 로스트 시티 보물을 향해 쫓고 쫓기는 대유잼 어드벤처에 함께할 여러분(N명) 4월 20일, 극장에서 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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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영화의 거리> 30초 예고편
영화 로케이션 매니저와 감독으로 부산에서 재회한 선화와 도영.
헤어진 연인에서 일로 만난 사이가 된 이들의
끝났는데 끝난 것 같지 않은
쎄한 fall in 럽케이션 밀당 로맨스가 시작된다!
♥ <영화의 거리> fall in 럽케이션 키워드 가이드 ♥
* 장르/배경: 로맨스, 현대물, 코미디, 전문직
* 관계: 연인>일.만.사, 재회물, 오래된 연인, 엇갈림, 밀당, 첫눈에 반한
* 여자 주인공: 로케이션매니저, 사이다녀, 능력녀, 유쾌녀, 우월녀
* 남자 주인공: 영화감독, 츤데레남, 뇌섹남, 능력남, 계략남, 후회남
* 이럴 때 보자: 헤어진 연인이 일로 만난 사이가 된 리얼 이불킥 로맨스가 보고 싶을 때
* 공감 대사: “니 진짜 사람 속 헤집어놓는데 뭐 있네. 여기 왜 다시 왔는데”
“일단 사적인 감정은 배제하고 일한 땐, 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