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4-10-05 15:39:06
[BIFF 데일리] 가장 씁쓸한 방식으로 ‘한국적인’ 가족 이야기
영화 〈보통의 가족〉 리뷰

보통의 가족/A Normal Family
한국영화의 오늘: 스페셜 프리미어
Korea/2023/109min
*시놉시스
두 쌍의 부부가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성공지상주의자 변호사 재완(설경구)과 원리원칙주의자 소아과 의사 재규(장동건)는 형제다. 재완의 아내 지수(수현)와 재규의 아내 연경(김희애)까지 네 사람은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며 고민에 빠진다.

〈보통의 가족〉은 어쩌면 가장 씁쓸한 방식으로 ‘한국적인 것’을 포착했다고 할 수 있을 영화다. 두 엘리트 가족이 있다. 형 재완은 잘 나가는 로펌 변호사고, 동생 재규는 대형 병원 의사다. 재완의 두 번째 아내 지수는 재완의 사무실에 떡 배달을 갔다가 결혼까지 하게 된 ‘젊고 예쁜’ 여성이고, 국제 봉사 NGO에서 일한 재규의 아내 연경은 올바름과 정정당당을 강조하는 재규에게 어울리는 짝으로 보인다.
이들의 관계는 묘하게 뒤틀려 있다. 재완은 동생 재규가 원리원칙주의자처럼 보여 답답할 때가 있고, 재규 역시 종종 형 재완이 돈만 아는 속물이라 생각한다. 지수는 상류층에 어울리지 않는 자신의 출신 때문에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콤플렉스를 가졌고, 치매인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연경은 어쭙잖게 형님 행세를 하려 드는 지수가 같잖기만 하다.


어느 가족에게나 있을 법한 뒤틀린 관계 역학을 지닌 이 엘리트 가족에게 사건이 생긴다. 고등학생인 재완의 딸과 재규의 아들이 술을 마신 후 노숙자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이제 두 가족은 시험대에 든다. 법의 허점을 악용해 승승장구하던 변호사 재완은 과연 딸이 연루된 살인사건까지 무마하려 시도할까? 형 부부를 비웃으며 ‘선하게’ 살고자하는 재규와 연경은 과연 자기 자식 일에서도 지금껏 견지해온 삶의 원칙을 유지할 수 있을까? ‘새엄마’라는 지위에 늘 불안을 느끼던 지수는 오히려 이번에는 그 거리감에 안도하지는 않을까? 무엇보다, 살인을 저지른 아이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인지할까? 그리고 그들은 부모의 사회적 영향력을 어떤 방식으로 계승하려 하는가?

〈보통의 가족〉은 설득력 있는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앙상블이 인상적인 영화다. ‘멜로 장인’, ‘멜로 거장’이라 불리는 허진호 감독의 재능, 즉 관계성을 탁월하게 감각하고 드러내는 재능이 가족이라는 뒤틀린 이익 공동체에 적용되자 또 다른 빛을 발한다. 허진호 감독이 새로이 천착한 가족 관계는 동시대 한국에 관한 여러 물음을 파생한다.
-자본주의에서 경제적 엘리트는 ‘신분’이 되었다. 상류층과 하층민의 목숨 값은 다르다.
-가족이라면 다른 가족의 ‘허물’을 덮어줘야 한다.
-각자도생의 원칙이 가족 내부에까지 침투했다. 즉 자기 이익에 반하면 자식까지 버린다.
-뼛속까지 신자유주의의 능력주의, 경쟁주의를 학습한 청소년들에게는 보편적 윤리와 도덕이 없다. 이들에게는 자기 생존만이 윤리이자 도덕이다.
-‘선함’은 본질적으로 위선과 허영이다.
〈보통의 가족〉을 보고 우리가 논쟁할 수 있는 명제들의 대략적인 목록이다. 결이 비슷한 것들도 있지만 상호 모순적인 것들도 있다. 관객의 관점과 문제의식에 따라 이는 얼마든지 더 다양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가 던지는 도발적인 물음들은 문제를 빙글빙글 돌리지 않고 직선적으로 나아간다. 관객은 매 순간 ‘나라면?’이라고 질문해봄으로써 멜로 장인이 선보이는 ‘기괴한 가족 멜로’의 현장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와 메시지가 마찬가지로 설경구 배우가 출연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2022)를 연싱시키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완성도와 몰입도가 더 높게 느껴졌다. 함께 보며 논쟁할 만한 시의성과 오락성을 고루 갖춘 영화다.
*영화 상영시간
10-03/16: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10-04/09:00/CGV센텀시티 6관
10-07/09:00/CGV센텀시티 3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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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매혹하며 사유하게 만드는 영화들
사담 후세인 숨기기
월드시네마
어느 날 누군가 평온한 시골집을 찾는다. 그는 사담 후세인으로 15만 미군의 추격을 받는 중이다. 후세인은 집 주인이자 농부인 알라 나미크에게 자신을 숨겨달라고 요청한다. 나미크는 미군의 보복과 사담 후세인의 권위, 무엇보다 가족의 안위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져 걱정에 휘말리지만 손님을 접대하는 농부의 전통에 따라 후세인에게 235일간 비밀 거처를 마련해준다. 그는 사담 후세인의 주치의, 경호원, 미용사, 운전수, 요리사 역할을 동시에 했으며 무엇보다 그의 친구가 되어주었다. 결국 미군에 발각된 후에는 8개월간 수감되어 끔찍한 고문과 성 학대로 유명한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고초를 치르기도 했다. 영화는 알라 나미크의 회고를 통해 세계를 들썩이게 한 이 모든 사건을 차근히 톺으며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들려준다. 평범한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사건을 홀로 마주해야만 할 때 어떤 태도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질문하는 매우 흡인력 있는 다큐멘터리다.
연습
국제경쟁
노르웨이의 급진적 기후 활동가이자 촉망받는 트럼펫 연주자 트리네는 어느 날 명망 있는 음악인에게 오디션 참석을 제안받는다. 문제는 트리네의 집에서 오디션장인 오슬로까지 1,500킬로미터가 넘는다는 점. 비행기를 타면 금방이지만 기후 활동가로서 비행기를 타지 않는 트리네는 히치하이킹으로 오슬로에 가기로 한다. 당연히 온갖 어려움과 불편함, 두려움이 수도 없이 발생하고 연습조차 여의치 않다. 트리네는 과연 오디션장에 제때 도착이나 할 수 있을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좋은 환경에서 연습하고 컨디션을 관리해온 다른 연주자들보다 잘할 수 있을까?
기존 사회의 작동 방식을 비판하는 신념을 갖고 살아가려면 결연하고 혹독한 ‘연습’이 필요하다. 트리네는 오슬로를 향한 여정 곳곳 그리고 그녀의 상상 속에서 자연을 배경으로 트럼펫을 연주하는데, 이 장면에서 그녀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트럼펫을 연주할 수 있는 미래 말이다. 트리네에게 동의하든 그 반대 입장이든 이상과 현실, 타협의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그녀의 결연한 의지에서 무언가를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마스터즈
1973년 칠레 최초의 사회주의자 대통령 아옌데가 집권하고 같은 해 미국의 지원을 받은 피노체트의 쿠데타가 일어나기 전의 일을 다룬 영화로, 2019년 라울 루이스 감독의 비공개 촬영본을 발견한 동료 감독이 이를 편집해 복원했다고 한다.
영화 도입부와 말미에는 당시의 혁명적 사회 분위기를 포착한 다큐멘터리 장면이 나오고 중간에는 픽션 장면이 나온다. 어딘가 관료적으로 보이는 당과 당의 신중함이 답답한 노동자 집단의 논쟁, 지식인과 소부르주아지들이 자신들이 과연 혁명의 주체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논쟁, 노동자들이 점거한 공장에서 발생한 도난 사건을 처리하는 장면, 도둑질로 공장에서 쫓겨난 남자가 우익 폭력단에게 사주받는 장면 등 혁명 직후와 쿠데타 직전의 난맥상을 고루 볼 수 있는 장면들이 많다. 미공개 영상을 이어 붙였다는 점에서 영화적으로도, 혁명이 결코 하루아침에 세상을 완벽하게 바꾸지 못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폭로한다는 점에서도 ‘공백’이 많은 영화다. 그러나 이 공백은 관객에게 영화에 생산적으로 개입하기를 요청한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며 혁명의 체계 없음에 고개를 저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오히려 반대다. 혁명은 이 모든 지난한 난장을 생산적 힘으로 전환하는 역량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제25회 국제전주영화제에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위 영화의 상영 시간은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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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 Lars and the Real Girl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 Lars and the Real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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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남에 대한 배려가 깊고 착한 심성의 ‘라스’(라이언 고슬링). 결혼한 형의 바로 옆집에 살고 있는 그는 너무나도 수줍음이 많은 청년이다. 직장에서 관심을 보이는 여자 동료의 호의도 모른척하고, 매번 식사에 초대하는 형수도 부담스러워 어떻게든 피하는 데에만 급급한 대표 소심남.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여자친구를 소개하겠다고 하자 외롭게 사는 그가 안쓰럽기만 했던 형과 형수는 뛸 듯이 기뻐하며 라스와 여자친구를 저녁식사에 초대한다. 그런데 숫기 없는 그가 조심스럽게 소개한 여자친구 ‘비앙카’는 다름 아닌 리얼 돌(Real doll)!!
너무 놀라 말을 잇지 못하는 형 부부에게 첫 여자친구 소개를 무사히(?) 마친 라스는 그 날 이후 비앙카를 교회와 직장 파티에 데려가고, 어릴 적 즐겨 놀던 호숫가에도 함께 가는 등 본격적으로 데이트를 시작하는데…
주변 사람들에게는 당황스러운, 하지만 라스에게만은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비앙카’. 과연 엉뚱 기발한 라스의 첫 연애는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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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
영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딱히 없고 그냥 끌려서 보게 된 영화다.
그러다 보니 별 기대도 없었고, 줄거리에 '리얼돌'을 여자친구라고 데리고 온 주인공의 이야기라길래 오타쿠같은 주인공의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주인공 라스에게 리얼돌 비앙카는 단순한 연애상대가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비앙카는 라스에게 있어서 소통창구인 것 같았다.
라스는 비앙카를 중간매개체로 사람들과 소통을 한다.
그가 사람들한테하고 싶었던 말들을 비앙카의 일인것처럼 말하며 본인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들어내는 점을 보면, (이건 나의 생각)
어쩌면 라스에게 있어서 비앙카는 소통창구 이상의 존재였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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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온전히 받아주고, 자신을 온전히 들어낼 수 있는 존재
그동안 이런 존재가 라스에게 부재했음을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자신을 낳다가 돌아가신 어머니,
항상 우울하셨던 돌아가신 아버지,
이런 집안이 싫어 성인되자마자 집을 나가버린 형,
그리고 그곳에 덩그러니 남겨진 라스.
이후 형의 결혼으로 결국 차고에서 생활하게 된 라스.
라스에게는 의지할 곳이 없었다.
그리고 '영원'이라는 것도 없었다.
다들 그의 곁을 떠나가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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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는 자신의 곁에 '영원히' 있어 줄 비앙카를 맞이함으로써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상처를 하나하나 치유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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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나를 외면한 줄만 알았는데,
사실 다들 나를 너무 사랑하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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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는 라스도 라스지만,
이웃사람들의 태도도 정말 인상깊다.
특히, 카린.
자신의 친남동생도 아닌 자신의 남편의 남동생이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며
항상 자신을 거부하는데도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 헤아려주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라스의 모든 일들에 같이 슬퍼해주고, 같이 기뻐해주는 모습이 정말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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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용도 내용이지만,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도 잊을 수 가 없다.
왜, 라이언 고슬링 하면 떠오르는 영화에 이 영화가 들지 않는지 모르겠다.
내가 본 라이언 고슬링의 영화들 중 가장 인상깊은 영화였고,
가장 인상깊은 연기였다.
다른 배우가 대체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라이언 고슬링은 라스에 정말 잘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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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깊은 씬
1) 라스가 비앙카보고 죽지말라고 울부짖는 씬
2) 라스가 마고의 곰인형한테 CPR해주는 씬
(심지어 이 씬은 라이언 고슬링의 애드리브였다고..정말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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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동안은 누가 나한테 영화 추천해달라 하면 이 영화를 추천해줄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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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리를 자르고 달리는 도마뱀
이 글은 영화 [좀비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니가 제일 귀엽더라.
6천 원 할인의 힘은 참 컸다.
문화의 날과 겹쳐 단돈 천 원이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평소에 즐기지 않는 장르임에도 가벼운 마음으로 예매를 할 수 있었으니까. 바꿔 말하면 그만큼 이 영화에 기대하는 것은 적었다는 것이고. 천 원 정도면 영화가 별로라 하더라도 손해 본다는 생각은 좀 덜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부담 없는 마음으로 영화관으로 갔다.
보통 영화가 취향을 타겠다는 말을 할 때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라는 표현을 쓰는 편인데. 이 작품은 그런 표현보다는 어딘가 "기울어져 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좀 더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미디 영화로서 갖춰야 할 훌륭한 구색들이 어느 정도 존재하긴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구색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구멍을 만들어 놔야 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사진출처:다음 영화
특히 영화가 후반부에 감동을 주기 위해 부여한 설정들에서 그런 어색함이랄까. 혹은 자가당착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좀 더 구체화하자면 연화(조여정)와 정환(조정석)의 러브라인, 빌런의 존재(조한선)가 정환의 부성애와 맞물린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연화와 정환의 안전한(?) 러브 라인을 구축하기 위해서 정환과 수아(최유리)가 사실은 진짜 부녀가 아니라는 설정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수아의 친부(Biological father)는 따로 있는 데다 그가 천하의 호로자식이라는 설정도 빼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무엇이 먼저인지, 어떻게 얽히기를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부분이 보여주는 얄팍함에서 영화는 한 김 식다 못해 두 번 다시는 끓지 않을 것 같은 냉랭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이런 지루함, 혹은 깊게 공감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연화라는 캐릭터의 기용에 있다. 연화는 세계 최후의 좀비(?)를 향한 적대감을 끝까지 유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벽한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거나, 하나의 대가족이 되었다는 소속감도 제대로 뿜어내지 못한다. 아주 미묘하게 그려져야 했을 조심스러운 러브 라인에서도 그다지 큰 여운이나 기대감을 주지 못한다.
만약 다른 영화 같았다면 캐릭터를 적절히만 활용했다면 더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여기서 하는 것이 맞겠지만. 문제는 애초에 연화라는 캐릭터가 진짜로 필요했는가.라는 질문에 먼저 가닿는 점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패착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연화는 애초에 빌런에게 없었던 정환의 부성애를 좀 더 강조하기 위해 부차적으로(보다는 억지로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수도 있다) 넣은 이야기의 희생양인 것이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코미디 영화에서 말이 되고 안 되고를 논리적으로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연 이야기의 전개에 도움이 되었는가.라고 본다면 그다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할 수 있기에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이다.
분명 즐거운 마음으로 편하게 앉아 피서를 즐기고 있는 것은 맞으나, 인물들의 저 발치 밑에서 뎅겅 꼬리를 자른 채 부리나케 도망가는 도마뱀을 발견한 그 순간부터. 모든 관심이 한 마리의 도마뱀에게 집중되는 것을 멈출 수는 없는 것처럼. 영화는 그렇게 부성애라는 꼬리를 남겨둔 채 달리고 또 달린다.
[이 글의 TMI]
옆자리엔 나이가 지긋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온 모녀가 앉았다. 슬픈 예감은 단 한치도 틀리지 않아서, 어머니의 영화관 매너는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좋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한 마디를 하는 정도가 아니라 난리 법석을 부렸을 정도였지만. 충분히 아주머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이 영화에 누구보다 푹 빠져 있었으며, 그동안 많이 겪어보지 못한 영화 관람이라는 활동에 설레고 있다는 것도. 여기까지 마음이 미치자 내게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찾을 수 없는 인류애가 퐁퐁 솟았다. 비록 지속될 수 없고 무분별하게 뿌려서는 안 될 할인쿠폰이지만. 이 기회를 빌어 발걸음을 영화관으로 향한 모든 사람들이 즐거웠으면 한다. 그리고 할인 쿠폰이 없더라도, 그들의 여가 활동 선택지에 영화 관람이 더해지길 바란다. 다음번에 그 아주머니를 내 옆자리에서 만난다면. 나 역시 좀 더 성숙한 매너를 가진 옆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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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2020)
* 이 리뷰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정보
개봉: 2020.12.18
감독: 조지 C.울프
출연: 비올라 데이비스, 채드윅 보스만, 글린 터먼, 콜랜 도밍고, 마이클 포츠, 테일러 페이지 등
원작: 어거스트 윌슨의 희곡 <Ma Rainey's Black Bottom>
블루스의 어머니, 그리고 흑인문화
1927년, 미국 남부에서 '블루스의 어머니'로 통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마 레이니(비올라 데이비스)'는 음반 녹음을 위해 시카고의 녹음실을 찾는다. 그녀는 굉장히 거만하고, 괴팍하며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이지만 1세대 블루스 음악의 대가로서 상업적인 인기를 크게 누리고 있기에 백인 음반 제작자들마저도 그녀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그녀의 밴드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는 '레비(채드윅 보스만)'는 자신의 음악에 엄청난 포부와 자신감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마 레이니'는 물론, 밴드의 일원 그 누구에게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작곡도 할 줄 알고, 트렌디한 편곡까지 가능한 능력캐임은 분명하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마 레이니', 그리고 '레비'를 비롯한 밴드의 일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음반 녹음을 하는 과정이 그려질 뿐 뚜렷한 사건 전개와 줄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제한된 장소에서 짤막한 스토리가 이어질 뿐이지만, 인물들이 내뱉는 수많은 대사와 감정 표현들을 통해 당시 흑인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줄거리보단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감상해야 하는 작품이다.
연극식 전개, 대화에 중점
앞서 언급했듯이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극을 관통하는 뚜렷한 줄거리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의 원작이 극작가 '어거스트 윌슨'이 쓴 동명의 연극이고, 영화 역시 원작의 연극 형식을 그대로 차용한다. 마치 연극처럼 등장하는 공간도 녹음실과 연습실 단 두 곳 뿐이고, 인물들이 겪어온 과거의 삶이나 사건사고들이 단 하나의 회상 장면도 없이 오직 대사로만 풀어진다. 따라서 극의 재미가 상당히 떨어져 보일 수도 있지만, 사건의 공백을 인물들의 입체적인 연기만으로 충분히 채워나간다. 특히 관록의 연기력으로 중심을 잡아주는 '비올라 데이비스'와 대사만으로 '레비'라는 인물의 아픈 역사를 가늠시켜주는 '채드윅 보스만'의 연기는 가히 탁월하다. 대사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하는 연극을 관람하는 기분으로, 조금씩 극에 빠져들게 된다.
음악영화라고만 생각하면 오산
이 작품은 음악영화라고 생각하고 접근하기 쉽지만, 극을 감상해보면 음악은 그저 재료로 사용되었을 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극에 등장하는 블루스 음악은 음악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보다는 노예해방이 이뤄졌음에도 백인들의 착취로부터 완연히 벗어나지 못한 미국의 흑인문화를 상징한다. 흑인문화에서 비롯된 블루스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백인 음반제작자들이 '마 레이니'를 비롯한 밴드의 재능을 착취하고, 차별을 일삼는 것은 시대적 상황과 인종 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마 레이니'의 태도다. 그녀는 오만방자하고 고집불통인 모습으로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관철하며 눈쌀을 찌푸려지게 만들지만, 그녀의 태도에는 다 이유가 있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백인 아티스트들과 차별받아왔던 오랜 세월, 자신을 아티스트가 아닌 노동력 착취의 대상 정도로만 바라보는 업계 백인 종사자들의 거슬리는 태도. 이 모든 것들을 감내해왔던 그녀이기에 그녀의 확고한 신념과 거친 언행은 백인이라는 타자에 대한 증오와 자신이 겪어온 고통의 역사를 대변한다.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분노를 터뜨린 직후 그녀의 표정에서는 공허함이 느껴진다. 자신이 돈이 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말과 행동들이었을 테니까. 그녀의 분노를 이해하게 되면, 왠지 모르게 씁쓸해지고 덩달아 함께 분노하게 된다.
채드윅 보스만, 신들린 연기
"마 레이니"를 연기한 '비올라 데이비스'의 연기력도 훌륭하지만, 극의 에너지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은 '채드윅 보스만'이다. 허름한 스튜디오에서 벗어나지 않는 제한적인 공간 속에서 그는 가장 많은 대사를 소화하며 극을 진행하는데, 말과 표정만으로 서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특히 그 어떠한 회상 장면 없이도 어린 시절 자신과 가족들이 겪었던 고통과 백인으로부터 받았던 수모의 역사를 설명하는 장면은 그의 연기만으로 당시 상황에서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는 제한적인 공간 내에서 굉장히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팔색조 같은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음악에 들뜬 재능 있는 청년부터 '듀시 메이(테일러 페이지)'에게 플러팅을 거는 매력적인 남성, 가족의 아픔에 분노하는 아들, 백인으로부터 받은 핍박에 열변을 토하는 저항자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캐릭터의 유형이 허름한 연습실 단 한 공간에서 모두 나타나는데, 단순히 그의 연기력 하나만으로 모든 캐릭터를 소화한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채드윅 보스만'의 명연기에 상당 부분 기댄 채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괜히 어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이 그의 손에 쥐어진 게 아니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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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해 학생 부모, 그들의 비열한 본능
모든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 많은 것을 한다. 좋은 음식을 먹이고,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발휘한다. 그것은 돈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본능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모습의 아이를 챙기면서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려 노력한다. 자식과의 관계가 좋든 나쁘든 기본적으로는 자식에게 문제가 가해자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런 부모의 보호와 챙김 아래서 아이는 큰 걱정 없이 자신이 해야 할 공부와 기본적인 생활을 이어나간다.
아이들은 학교 생활을 시작하며 여러 관계를 맺어간다. 그 관계는 대부분 크게 문제가 없지만, 어떤 아이들에게는 왕따나 학교 폭력 같은 시련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학교나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고 더 나아가 삶의 의지마저 상실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학교 폭력에 희생당하는 아이가 있다는 건, 반대로 가해자 그룹에 속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들이 가해자의 위치에 가게 되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들이 맺는 관계는 실패한 관계이고, 그 실패를 메꾸는 것 역시 부모의 몫이 되어버린다. 가해자든 피해자든 그건 본인들의 고통뿐 아니라 부모의 고통이 된다.
가해 학생의 부모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영화
우리는 과거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피해자의 위치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를 접해왔다. 하지만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가해자, 특히 그 부모들의 위치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다. 한음 국제중학교의 같은 반 친구들의 이야기인데 그중에서도 한결(성유빈)이 그 중심에 있다. 영화 초반에 건우라는 학생이 호숫가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다. 그리고 그는 임시 담임 선생님인 정욱(천우희)에게 죽기 전 편지를 보내고 그 편지에는 병원 이사장 아들 윤재, 전 경찰청장 손자 규범, 학교 중학교 교사 아들 이든, 그리고 변호사 아들 한결의 이름이 적혀있다. 시체가 발견된 이후 영화가 집중하는 건 학생 당사자들의 모습이 아니라 그 소식을 접한 부모들의 얼굴이다.
병원 이사장 지열(오달수), 전 경찰청장 무택(김홍파), 한음 국제 중학교 교사 정선생(고창석) 그리고 변호사 호창(설경구)가 맨 처음 학교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다. 가해 학생들의 부모인 이들은 피해자가 자살 시도를 했고, 미리 쓴 편지에서 가해자로 지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부인한다. 가해자의 부모로서 그들이 가장 먼저 택한 행동이 바로 그 이야기가 ‘거짓’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자신의 자식을 믿어야 하는 입장에서 가장 본능적인 반응이 먼저 나타나는 것이다.
영화 중반 이후 이 가해 학생들이 피해자에게 행했던 가혹행위와 폭력이 동영상의 모습으로 이들 앞에 나타난다. 그때 가해 학생 부모들이 선택한 건, 증거인멸 시도와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는 방법으로 외부에 그 사실을 은폐하는 것이다. 그들은 진실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있기보다 그들의 자식에게 올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할 뿐이다. 그들에게 피해자의 안위나 그 행위에 대한 죄책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제시되는 가해 부모들의 모습은 왜 그들이 반성이나 사과를 먼저 하지 않는가에 대한 일종의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반성을 하지 않는 가해 학생 그리고 그들의 부모
영화에는 피해 학생의 시선은 최소화되어있다. 피해 학생인 건우의 엄마(문소리)가 진실을 접하는 모습은 우리가 이미 일반적으로 많이 보아온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특히 이 이야기에서 유일하게 피해 학생의 편에서 있는 인물은 임시 담임 정욱뿐이다. 그만큼 현실에서 그들의 편이 되어 목소리를 내는 사람 자체가 없다는 의미다. 매스컴이 피해자 편에 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진실은 왜곡되어 버리고 결국 완전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영화는 마지막까지 보여주고 있다.
가해 학생 중 하나인 한 결과 그의 아빠는 특이한 위치에 있다.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가해자로 보이는 한결의 특성 때문에 아빠 호창은 최대한 그의 죄를 덜어보려고 노력하는데 그 과정에서 한결이 정말 가해자인지 아니면 건우와 같은 피해자인지 헷갈리게 된다. 이건 영화의 극적 긴장을 높이는 요소로 활용되지만 현실에서도 이렇게 피해자와 가해자의 중간 위치에 있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 모든 가해자가 똑같은 비중으로 나쁜 행동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경중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이 영화가 말하고 있기도 하다.
가해 학생들의 영화답게, 부모뿐만 아니라 학교도 가해의 위치에 선다. 교장 선생님(강신일)은 이 일을 무마하기 바쁘고, 피해 학생의 편에 서있는 교사 정욱을 회유하기 위해 무던히 애쓴다. 또한 피해 학생 부모의 학교 방문을 막아서는 학교 관리자와 경비들 모두 의도하지 않았지만 가해자의 위치에 선다. 그러니까 피해 학생을 대변해주고 편들어줘야 할 시스템도 자신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가해 학생의 편에 서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힘을 더해주는 건 자신의 지위를 활용할 수 있는 부모의 존재들이다. 큰 병원 이사장, 전 경찰청장 등 높은 지위를 이용해서 피해 학생을 두 번 짓밟는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를 제시하는 영화
이 영화의 이야기에서 또 눈에 띄는 건, 가해 학생들의 부모는 무척 이성적이고 침착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감정에 흔들리기보다 이성적으로 자신의 자식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동원한다. 하지만 피해 학생의 부모는 감정적이다. 울음을 터뜨리고 화를 낸다. 그리고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호창은 이성적인 판단을 하다가도 감정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영화의 훌륭한 점은 현실을 잘 반영하면서도 그들이 가진 특성을 훌륭하게 구분 짓기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영화의 반전 때문이 아니라 이야기에 등장하는 각 인물들의 위치와 행동에 더욱 씁쓸함이 느껴진다.
호창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는 이 영화에서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연기를 보여준다. 자신의 아들의 생각과 감정을 알기 어려워하고 진짜 일어났던 일들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아버지의 얼굴을 잘 표현해냈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인물로 등장하는 임시 교사 정욱을 연기한 배우 천우희도 정규직과 피해자의 입장에 서는 것을 고민하고 결국 자신의 의지대로 결정해내는 역할을 잘 소화했다. 나머지 가해 학생의 부모로 등장하는 배우 오달수, 고창성, 김홍파 등도 아주 이성적으로 진실을 은폐하려는 부모를 실감 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은 과거 <싱크홀>이나 <타워>, <7광구> 같은 오락영화를 많이 연출했던 감독이다. 하지만 그런 오락영화 이외에도 <화려한 휴가>나 <코리아>같이 탄탄한 드라마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다. 사실 이번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이미 5년 전에 촬영과 편집을 마친 작품이다. 출연 배우의 안 좋은 일 때문에 개봉일을 잡지 못해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개봉을 하게 되었다. 5년이 지나 개봉하게 되었지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묵직한 메시지는 여전히 현재 시점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담고 있는 현실은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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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보다는 절규가 무수히 펼쳐지는 이 영화는 온통 공허한 소음으로 가득하다. 푸른 수염 이야기로 시작하는 소음투성이의 영화는 보이지 않는 감정을 통해 끊임없이 소리를 내고 흠집 가득한 잿빛의 건물을 보여준다. 그리고 비가 내리는 잿빛의 건물에서 핏빛 가득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공통의 특성을 가지는 이 사건을 파헤치던 다카베는 이 의문에 깊숙이 파고들며 누군가에 의한 살인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대면한다. cure(치료)라는 일념 하에서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살인’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게끔 만든다. 당신은 누구인지, 당신이 하고픈 이야기는 무엇인지, 아주 많이 사소하지만, 사람의 내면을 아주 깊고 면밀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걸까. 이름도 기억도 없는 그 남자는 집요하게 그 이상을 넘어 다카베에게도 끊임없이 질문을 내밀지만, 그 질문은 쉽사리 닿지 않는다. 마미야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솔직한 그의 속마음까지 새어 나오게 한다. “당신은 저놈들과 달라. 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잖아.” 다카베는 해결되지 않은 큰 사건에 빠져들면서도 안과 바깥을 구분하며 일정한 패턴을 만들어간다. 와이프가 빨래 없이 돌린 텅 빈 세탁기를 끄고 식탁에 놓인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사건이 없으면 마음 한구석이 텅 빌 것만 같은 그에게 진정한 편안함이 다가온다. 영원히 텅 빈 상태로 남아도 일시적 해방이 유일한 치료법이 된다. 하지만 그는 돌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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