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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I2025-05-30 13:51:19

새 시대의 땅에서 발아하는 혁명의 씨

영화 <신성한 나무의 씨앗> 가이드 리뷰

! 해당 리뷰는 씨네랩 초청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

 

 

감독) 모함마드 라술로프

출연) 미삭 자레, 소헤일라 고레스타니, 마흐사 로스타미, 세타레 말레키

 

77회 칸 영화제 특별상을 수상한 모함마드 라술로프의 <신성한 나무의 씨앗>이 국내 개봉 준비를 마쳤다. 이전부터 이란에서는 여성, 인권, 자유를 다룬 영화가 종종 만들어져왔다. 그러나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이란 영화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보수적인 이란 정부에 의해 영화제 출품이 금지되거나 상영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작년 개봉한 <노 베어스>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감옥에 투옥되었으며, 이 영화를 제작한 모함마드 라술로프 또한 이란 정부를 피해 유럽으로 망명을 갔다. 그만큼 마주하기 힘든 이란의 현실을 우리는 반드시 목격해야 한다.

 

 

 

 

질서에 대한 물음

20년 째 공무원 일을 해온 이만은 수사판사가 될 기회를 잡는다. 그가 해야하는 업무는 잡아들인 시위자들에게 판결을 내리는 것이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아내 나즈메와 두 딸인 레즈반’, ‘사나가 있다. 아내는 가정에 헌신적이며 남편을 따른다. 두 딸 또한 큰 문제없이 부모를 잘 따르는 화목한 가정이다. 그러다 최근 벌어진 히잡 시위 영상을 우연히 접한 레즈반과 사나는 아버지의 일에 의문을 품는다.

 

가부장적인 사고를 가진 이만은 본인이 가정의 중심이며 책임감을 중요시한다. 나즈메 또한 이러한 가정의 분위기를 해치고 싶지 않다. 반대로 레즈반과 사나에겐 과거서부터 이어진 규칙과 질서가 비논리적이며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을 시위 현장을 통해 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만이 갖고 있던 총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가정에서 사회로

정신없이 총을 찾던 이만은 이내 두 딸을 의심한다. 본인이 항상 총을 두었던 침대 옆 선반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회사에 두고온 것이 아니냐고 이만을 추궁하던 나즈메의 눈초리도 두 딸을 향한다. 특히 이만과 다툼이 있었던 장녀 레즈반이 의심을 받지만, 본인은 아버지에게 총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결백을 주장한다. 사나 또한 언니에게 들은 것이 없고, 자신 또한 훔치지 않았다고 단호히 대답한다.

 

총기를 잃어버린 죄로 실형에 처해질 수 있는 이만은 점점 초조해진다. 그러곤 색출 작업에 나선다. 두 딸의 방을 뒤지는가 하면, 심리학자인 지인에게 가족들을 보내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이 장면은 단순히 가족 내의 갈등 상황으로 볼 수 있지만, 사회적인 맥락과도 연결되어있다. , 질서로 통용되는 아버지의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아내, 두 딸의 죄를 캐묻는 행위는 현재 이란의 정부, 공권력과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다. 아버지를 공무원으로 설정한 것 또한 우연은 아니었을 것이다

 

 

 

 

웰메이드 영화

그렇다면 총을 가져간 범인은 누구일까? 167분이라는 조금은 긴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이지만, 촘촘하고 긴장감 있는 이야기로 하나도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 공간감을 살린 카메라 워킹과 이미지 연출 등 시각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쓴 작품이라 보는 재미도 뛰어나다.

 

또 입체적인 캐릭터성을 살려 각 인물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으며, 각자의 시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따라갈 수 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한 지점에 다다르게 되는데, 그 지점에서 비로소 영화의 제목이 다시금 떠오른다. 신성한 나무는 무엇이고, 왜 그것의 씨앗인지, 그리고 그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되뇌다보면, 우리가 살고있는 2025년 사회 속의 전통과 질서에 대해 여러 고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작성자 . CH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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