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작가2022-08-18 12:46:52
인간이라는 가면
넷플릭스 [블러드 레드 스카이]
줄거리
의문의 병을 앓고 있는 엄마 대신 수하물을 부치는 어린 소년 엘리아스.
아들의 도움으로 가발과 선글라스로 자신을 무장하곤 주사를 맞은 뒤 비행기에 타는 나디아.
평화로운 비행기 안은 갑자기 칼과 총을 들이미는 테러범들로 인해 아수라장이 되고,
비행기가 반대로 돌자, 나디아는 초조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감상 포인트
1. 처음 보는 장르인 듯, 그동안 봐 왔던 장르인 듯 신선한 영화.
2. 잔인함 지수 매우 높음 주의!
3. 강렬한 악역 등장!
감상평
영화에 대한 정보 없이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해서 예고편만 보고 튼 영화. 처음에는 좀비를 기대했는데 초반부를 좀 보다 보면 뱀파이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완전히 좀비가 아니라고 하기엔 비슷한 특성을 가진 독특한 흡혈귀를 만든 것 같다. 알고 보니 이미 넷플릭스에선 유명한 영화라고 한다.
"여인은 생존 싸움을 시작한다. 그간 힘겹게 숨겨온 어둠의 힘을 뿜으며."
이게 네이버에 등록된 영화 소개인데, 마지막 구절이 굉장히 의미심장하다. 생존하기 위해 어둠의 힘을 빌린다는 듯한 느낌이지 않은가? 그러나 실제로는 자신의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런 재난 영화의 치트키인 가족, 모성애나 부성애를 등장시키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영화에서는 어김없이 어린 빌런이 등장한다. 내 생각엔 처음부터 엘리아스가 가만히 있으라는 엄마 말만 잘 들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 같다. 어쩜 처음부터 끝까지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서 하고 일을 다 그르치는지... 뒷목 잡고 쓰러질 뻔.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영화는 오히려 실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극한의 상황이 펼쳐진다면 인간은 어디까지 이기적이고 잔인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뱀파이어라는 형태로 화답을 하는 것처럼.
"네 안에 사악한 힘이 있어. 넌 그걸 통제할 수 없어."
뱀파이어의 모습은 인간 내면의 악한 본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이 악함을 극대화해 절정에 치닫게 만든다. 그러므로 영화에서 뱀파이어라는 존재는 '악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좀비가 원초적 본능만 남은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는 조금 다른 맥락을 가지고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로는 아무래도 승무원으로 위장했던 테러범, '에이볼트'를 꼽을 수 있겠다. 그는 나디아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자 겁에 질리거나 도망가기는커녕, 혈액을 채취하는 미친 사이코패스다. 그 피를 취하기 전부터도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데에 능숙한 천부적 또라이. 에이볼트는 나디아의 피를 스스로 주사한 후에 본격적으로 미쳐 날뛰기 시작한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VS 내면에 가두어놓은 악한 본질
영화를 한 줄로 정리하자면 그렇다. 나디아와 에이볼트가 대립하는 것은 사실 나디아 내면의 악함과 싸우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과도 같다. 나디아는 계속해서 인간으로서, 엄마로서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 발악한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피를 마시는 장면에서 나온다. 나디아가 수하물 칸에서 어떻게든 인간의 피만은 마시지 않겠다고 개의 피를 마시는 것에 반해, 에이볼트는 자신이 살기 위해 한때 동료였던 자의 목덜미를 물어뜯는 장면에 있다. 이 장면도 본질적으로 인간과 동물에 대한 부분을 떠올리게 하지만... 어쨌든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게 아닐 테니 지금은 잠시 넘어가겠다.
나디아는 피를 마시고 이성을 잠시 잃어도 아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곧장 마음속의 동아줄을 붙잡는다. 그러나 에이볼트는 본능적인 움직임을 마다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인간의 피를 마신다. 나디아의 얼굴이 변해가는 과정이 매우 더뎠던 것에 비해, 에이볼트는 곧바로 이빨이 돋고 귀가 뾰족해졌던 것을 생각하면 쉽다.
나디아에게 아들이라는 존재는 굉장한 아이러니다.
아들 때문에 악한 본성을 억누르지만,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어둠의 힘이 필요하다. 그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나디아는 자신이 엄마라는 사실만은 잊지 않으려 애쓴다.
비행기에서 에이볼트를 물리친 후, 엘리아스는 엄마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피를 나디아의 입속에 떨어트린다. 하지만 깨어난 나디아는 다가오는 아들을 뿌리치며 거세게 저항하고, 이내 도망쳐 버린다. 악한 본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더 이상 말도 할 수 없으면서, 자신의 이런 모습을 아들에게 보이는 것이 창피하단 듯.
그러나 마지막에 비행기에서 내렸을 땐,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뛰어오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앞에서 아들을 뿌리치는 장면보다 아들을 먹잇감으로 인식하고 달려드는 모습이 더욱 슬펐다.
이 영화에서 또 한 명의 중요한 인물은 바로 파리드다.
파리드는 미국의 컨벤션에 참가하기 위해 비행기에 탄 물리학자다. 하지만 알고 보니 열리지도 않는 컨벤션에 초대받은 것으로, 테러범들이 나중에 중동인인 파리드를 테러리스트로 몰아가기 위해 수를 쓴 것이었다. 그를 데려가 성명서를 읽게 한 것까지, 모든 것이 계획의 일부였던 것. 그 때문에 파리드는 마지막까지 아이를 구하고 한 쪽 팔을 잃었는데도 테러범으로 오해를 받는다.
영화 중반에서는 비행기를 돌리자는 그의 말에 백인 남성이 반대하는 것도 그렇고, 끝까지 그를 체포하려 드는 경찰들도 그렇고, 편견에 사로잡힌 인간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들이 뱀파이어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영화는 성악설을 주장하지 않는다.

파리드는 뱀파이어에게 물리고도 끝까지 멀쩡한 유일한 인간이다. 손을 물렸지만 곧바로 잘라냈기에 인간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 이는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스스로 뱀파이어에게 물려 영생의 길을 택했던 환자와 대조된다. 마음속에서 계속 피어나는 악의 뿌리를 잘라내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다. 이렇게 사는 것은 내가 이렇게 살기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진정 내 마음속 악의 뿌리를 잘라내려고 노력하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의 악한 본성은 인간이라는 가면으로 가려지는 것 아닐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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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에 사로잡힌 남자의 파국을 담은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나이트메어 앨리가 개봉했어요.
항상 괴물이 등장했던 그의 영화에 이번에는 괴물이 등장하지 않는데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한 인간의 욕망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이 담겼기때문에
보이지 않는 괴물을 담았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참 아름답고 몰입감있는 영화에요.
전체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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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27] 물회와 함께 펼쳐지는 남녀의 느와르- 낙원의 밤
신세계, 마녀의 박훈정 감독이 신작 낙원의 밤을 들고 돌아왔습니다.
엄태구와 전여빈, 차승원 배우와 함께 돌아왔는데요.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넷플릭스에서 단독 공개가 되었어요.
박훈정 감독의 신작을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았을텐데, 영화는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엄태구 배우나 전여빈 배우의 연기는 좋은데, 이야기를 보면서 관객들에게 주인공들의 감정들이 잘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고 중얼거리는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아 불편했어요.
느와르 장르의 색깔은 들어가 있지만 일단 어색하게 만나서 연대의 끈이 생기는 남녀의 드라마가 중점적으로 이어집니다.
영화에 대한 자세한 평은 영상을 참고하세요!^^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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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신공룡> 2차 예고편
도라에몽 50주년 기념대작!
오리지널 스토리로 돌아온 진구와 쌍둥이 공룡의 대모험!진구는 공룡 엑스포 화석 발굴 체험에서 발견한 화석을 공룡알이라고 굳게 믿는다.
도라에몽의 비밀도구 타임 보자기로 화석을 되돌리자 새로운 종의 쌍둥이 공룡이 태어났다!
진구를 닮아 미덥지 못한 큐와 말괄량이 뮤.
사랑을 듬뿍 주며 키우지만,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진구는
큐와 뮤를 원래 시대로 데려다 주기로 결심하고,
친구들과 함께 6,600만 년 전 백악기로 모험을 떠난다!
도라에몽의 비밀도구와 공룡들의 도움으로 공룡의 발자국을 따라
진구와 친구들이 도착한 곳은 바로 수수께끼의 섬.
공룡이 멸종했다고 알려진 백악기에서 큐와 뮤, 그리고 진구를 기다리고 있는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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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호스트: 접속금지> 티저 예고편
전 세계가 극찬한 100% 리얼 팬데믹 호러!
지금, 당신의 랜선미팅에 무언가가 접속했다!팬데믹, 락다운과 함께 자가격리를 시작한 ‘헤일리’와 친구들.
‘줌’을 통해 랜선 미팅을 연 그들은 금기를 어기고 영혼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위험한 놀이에는 혹독한 대가가 따르는 것도 모르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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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하게 일상을 담는 카메라
남자 친구가 생기지 않아 고민이던 박강아름은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를 만들었다. 촬영 중 성만과 인연이 닿아 부부로서의 삶을 약속하기에 이른다. 아름은 프랑스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꾸리고 싶었고 성만은 그녀의 의견을 존중해줬다. 하지만 프랑스에 적응한 아름과 다르게 성만은 낯선 타지에 적응하지 못했다. 말은 통하지 않았고 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은 가사 노동뿐이었다. 결국 주부 우울증이 생긴 성만을 위해 아름은 집에서 운영하는 ‘외길식당’을 제안한다. 외길식당을 찾은 사람들과의 소통은 아름에게 결혼과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고민하게 했고 자신의 삶 속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 다시금 카메라를 든다.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싱글을 졸업한 박강아름 감독이 가족으로서 새 출발을 담고 있다. 설레는 마음과 함께 시작한 새 출발이지만 매번 즐거운 일만 있을 순 없다. 특히 사적 다큐멘터리를 다루는만큼 박 감독의 작품은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자 한다.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감정까지 카메라의 담는 그녀의 모습에서 영화는 솔직함을 넘어선 진실함을 느끼게 된다.
박강아름 감독은 <박강아름 결혼하다>로 30대의 자신을 보였으며, 이후에도 계속해서 변화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담을 예정이다. 자녀 보리와 반려견 슈슈의 이야기인 ‘슈슈와 보리’라는 차기작 또한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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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회귀의 시간이 써 내려 간 신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비행을 계속하기 위해 진급을 거부하고 현역 파일럿으로 남은 '피트 매버릭 미첼(톰 크루즈)' 대령. 그는 최신형 전투기 다크스타의 시험 비행 도중 독불장군답게 사고를 저지르고, 자신이 졸업한 탑건 학교의 교관으로 전출을 간다. 오랜만에 도착한 학교에서 우라늄 시설 폭격 작전에 투입될 12명의 파일럿을 훈련시키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그는 옛 연인인 '페니(제니퍼 코넬리)'를 만나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그러나 과거에 순직한 동료의 아들인 '루스터(마일즈 텔러)'가 12명의 파일럿에 속한 것을 알게 된 후 그의 훈련은 난항을 겪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예상치 못하게 빨라진 작전일자 때문에 매버릭과 그의 파일럿들은 더욱 패닉에 빠진다. 그러나 자신이 가르친 동료들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본인의 목숨을 걸고 그들을 생환시키기 위한 비행에 나선다.
톰 크루즈와 함께 36년 만에 돌아온 <탑건>의 속편 <탑건: 매버릭>. 'Top Gun Anthem'과 케니 로긴스의 'Danger Zone'이 들리는 가운데 함재기들의 이착륙을 비추며 시작한 영화는 곧장 매버릭에게 포커스를 맞춘다. 신형 극초음속 전투기 개발 사업인 '다크스타'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던 매버릭은 마하 10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프로젝트가 폐기될 거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에 독단적으로 마하 10 시험 비행을 하고, 멋지게 성공하며 다크스타 프로그램의 가치를 증명해낸다. 매버릭의 행동에 격노한 '케인(에드 해리스)' 소장은 그를 탑건 학교로 전출시켜버리면서 그의 노력도 무의미하다고 일갈한다. 어차피 드론이 파일럿을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매버릭은 이렇게 대답한다. "오늘은 아닙니다."
전편의 오프닝을 고스란히 옮겨 온 오프닝 시퀀스와 뒤따라 나오는 이 짧은 대화는 긴 세월을 기다린 속편이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이고 동시에 단독 작품으로서의 <탑건: 매버릭>을 설명하는 완벽한 도입부라고 할 수 있다. 이 장면에는 아날로그적 액션이 그 어느 때보다 박력 넘치고 강렬한 이유, 그리고 마침내 당도한 속편이 향수와 동시에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드라마로 무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모두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입부는 매버릭이 처한 상황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본인이 원하면 별도 두 개는 족히 달았을 미 해군의 전설적인 파일럿. 그러나 그는 수많은 훈장이 방증하듯이 과거의 영웅이다. 케인 소장의 지적처럼 명령에 불복하는 파일럿보다 더 충실한 드론이 등장한 시대에 과거의 영웅이 있을 자리는 이제 없다. 그래서 다크스타를 몰고 마하 10에 도달한 것이 전설의 건재함을 보여준다면, 마하 10 이상에 도전했을 때 전투기가 폭발하는 것은 과거의 유산이 서 있을 자리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듯하다.
그런데 매버릭의 위기는 사실 그저 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에 뒤처진다는 이유로 존재와 의미를 부정당하는 과거의 유산은 현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매장에서 직원의 자리는 키오스크가 대신하고, 종이 영수증이 있어야 할 자리는 메신저 알람이 대신한다. 우리의 미래는 현재에서 과거의 모습을 철저히 지우고 새로운 것으로 가득해진다. 이는 사람들이 시간을 선형적으로 이해하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과거를 폐기할 때 현재가 등장하고, 거기서 한 발짝 더 진보할 때 미래가 모습을 드러낸다고 시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매버릭과 케인 소장의 충돌은 단지 유인 전투기와 드론 사이의 논쟁과 대립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더 넓은 관점에서 과거와 과거의 유산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이에 <탑건: 매버릭>은 일반적인 통념을 벗어난 답을 내놓는다. 영화는 과거를 폐기할 것이 아니라 과거를 현재로 불러와야 한다고 말한다. 매번 반복되는 과거를 직시할 때 비로소 새로운 미래가 열릴 수 있다는 주제 의식으로 무장한다. 마치 "시간 자체도 하나의 둥근 고리"라며 순환론적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니체의 영원회귀 신화처럼. 그래서 영화는 2막의 시작과 동시에 매버릭을 그가 30여 년 전에 졸업한 탑건 학교로 보낸다. 과거로 되돌아가고, 과거를 새로 겪으면서 그가 미래에도 유의미해질 수 있는 길을 찾도록 만든다.
그래서 <탑건: 매버릭>은 전편의 구조, 장면, 상황을 되풀이한다. 시간대만 달라졌을 뿐 사실상 동일한 상황 속에 매버릭을 던져 놓는다. 사고를 친 후 탑건 학교로 좌천되고, 탑건 학교에서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 깊이 좌절하지만, 끝내 극복하고 실전에 투입되는 흐름이었던 전편의 구성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것이 대표적이다. 시실 오마주로 가득한 구성은 자칫 영화 전체를 진부한 클리셰 덩어리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탑건: 매버릭>은 전편의 내용과 과거의 사건을 반복하는 이야기를 파일럿으로서의 매버릭, 인간으로서의 매버릭으로 나누어 보여줌으로써 그 함정도 피해 간다.
우선 파일럿으로서의 매버릭은 과거의 사건들을 다시 직면한다. 교관으로 불려 와 적국의 우라늄 원자로를 파괴하는 작전을 12명의 파일럿에게 교육해야 한다는 임무를 알게 된 매버릭. 그는 이 작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건이 본인이 실전에서 직접 경험해 본 사건들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훈련 과정에서도 그는 자신의 과거를 조우한다. 그는 최고 중의 최고만 모인 파일럿들에게 기초적인 도그파이트 훈련부터 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30여 년 전 자신이 그랬듯 윙맨을 희생해 적을 격추하는 전술을 구가하는 파일럿을 오래간만에 상대한다.
한편 그의 훈련은 반복의 연속이기도 하다. 그는 2분 30초라는 시간제한이 있는 작전을 수없이 반복 학습시키며 파일럿들을 숙달시킨다. 실제 작전과 같은 상황 계획 속에 그들을 거듭 던져 놓는다. 이미 겪었던 상황을 다시 출발점에서 경험하도록 만들고, 결승점에서는 이전과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게 훈련시킨다. 누군가는 처참히 실패하고, 누군가는 팀원과의 불화로 실패하고, 누군가는 신체적 한계를 이겨내지 못하지만 같은 훈련을 반복하면서 파일럿들은 조금씩 차이를 만들어낸다. 또 각자의 자존심만 내세우던 파일럿들이 한 팀이 되었음을 강조하기 위해 전편의 비치발리볼 장면을 비치 풋볼로 바꿔서 등장시킨다.
한 인간으로서의 매버릭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돌아올 일이 없을 거로 생각했던 탑건 학교에 귀환한 그는 학교 근처 바에서 ‘페니’ 벤자민을 만난다. 전편에서 헤어진 여자 친구로 언급되었던 그녀와의 사랑을 처음부터 다시 쌓아나간다. 매버릭 특유의 미소를 짓지 말라는 페니와 그런데도 굴하지 않는 매버릭의 모습은 이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페니는 전편의 여주인공이었던 쿠거가 그랬듯이 좌절에 빠진 매버릭을 수렁에서 구해주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매버릭은 몇십 년째 그를 괴롭히던 트라우마를 루스터의 모습으로 마주한다. 전편에서 전투기를 탈출하던 도중 윙맨이자 절친이었던 구스를 사고로 떠나보내야 했던 매버릭. 그는 구스를 똑 닮은 그의 아들 루스터가 훈련받을 12명의 파일럿 중에 속해 있음을 알게 된다. 페니의 바에서 아버지 구스의 애창곡이었던 "Great Balls of Fire"를 부르는 루스터를 지켜보면서 과거의 트라우마를 생생하게 대면한 매버릭. 그는 오랜 기간 그래 왔듯이 루스터를 보호기로 결심하고, 작전의 성공만큼이나 생존하여 귀환하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그 트라우마가 매버릭에게만 있는 게 아니었다는 것. 아버지를 잃은 루스터는 아버지를 지켜주지 못했던 매버릭에게 적대감을 숨기지 않으며 자신을 지켜주려는 매버릭의 관심을 외면한다. 이렇게 과거의 트라우마 안에 함께 갇힌 이들의 골은 훈련 중 함께 추락하는 듯한 장면만큼이나 깊어진다.
이처럼 수없이 등장하는 오마주, 곧 과거의 사건들은 훈련 교관이었던 매버릭이 끝내 작전의 한가운데에 서는 것에서 눈치챌 수 있듯 영화의 3막인 실제 작전에서 한데 얽히고설킨다. 그래서 <탑건: 매버릭>의 박력 넘치는 액션 시퀀스는 단지 눈 호강일 뿐만 아니라 가슴 벅차오르는 뜨거운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 물론 20여 분간 쉼 없이 이어지는 액션 시퀀스는 그 자체로도 인상적이다. 줄곧 연습하던 작전을 실제로 실행하는 그 순간의 가슴 멎을 듯한 긴장감, 작전 이후 뒤따르는 지대공 미사일과의 목숨을 건 사투, 그리고 성능의 차이가 큰 전투기 간의 살 떨리는 도그파이트 장면까지. 고막을 때리는 굉음과 눈을 사로잡는 회피 기동과 폭발이 한데 뒤엉키기 시작하면 좀처럼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션은 화려한 포장지일 뿐, 그 알맹이는 매버릭과 루스터의 트라우마 극복기라고 할 수 있다. 매버릭은 구스처럼 죽을 위기에 빠진 루스터를 구하고, 루스터는 생각하지 말라는 매버릭의 조언을 받아들여 본능적으로 전투기를 비행하고 매버릭을 구한다. 또 생환하기 위해 2인 1조로 전투기를 조종하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오래전 매버릭과 구스의 팀플레이가 겹쳐 보인다. 이러한 액션씬은 결국 과거는 반복되기 마련이고 인간은 시간이라는 고리 안에서 특정 순간으로 계속 되돌아오지만, 영원 회귀하는 시간 안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갖는 사건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순간의 무게와 책임을 견뎌낼 때, 니체 식으로 말하자면 '초인'이 되어 과거와 트라우마의 늪에서 벗어나 새 미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과거의 같은 사건을 마주해도 다르게 채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것이 매버릭의 오랜 동료인 아이스맨이 남긴 "과거를 잊을 때가 되었다"라는 충고의 진의일 것이다.
적군의 F-14 톰캣을 탄 채 귀환을 시도하는 둘의 모습은 이러한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해준다. F-14 톰캣은 성능만 놓고 보면 적군의 5세대 전투기를 이길 수 없는 고물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미래에 잠식당할 수밖에 없는 과거의 운명을 암시하는 듯하다. 그러나 시간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가 되풀이되는 시간에 새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처럼 이 도그파이트에서 중요한 것은 전투기가 아니라 파일럿이다. 그렇기에 과거의 늪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한 두 파일럿은 시간의 흐름에 압도되지 않고, 시간의 한계를 넘어서서 최신 전투기와 치열한 싸움을 펼칠 수 있다. 이는 영화의 결말에서도 다시 한번 반복된다. 1950년대에나 쓰던 P-51 머스탱을 함께 타고 노을 지는 현재를 즐기는 매버릭과 페니. 이처럼 다시 만난 옛 연인과 과거의 유산 안에서 미래의 사랑을 꽃피우는 장면은 도입부에서 던진 물음에 대한 완벽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제는 단지 주인공인 매버릭뿐만 아니라 영화 자체에도 해당된다. 달리 말해 <탑건: 매버릭>은 자신을 둘러싼 의구심에 맞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먼저 개봉한 미국에서 들려온 극찬 덕분에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사실 제작이 발표됐을 때 이 영화를 둘러싼 걱정은 상당했다. 오마주로 가득한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의 리메이크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나 과거의 명작을 미래에 맞게 일신한다는 목적으로 과거를 부정하다가 결국 실패를 맛본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탑건: 매버릭>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굳이 시대에 맞게 무언가를 바꾸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저 과거에 좋았던 점들을 더 멋지게 만들어서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보여줬다. 그래서 영화는 좋아진 기술력을 자랑하는 만큼이나 오래전 감성으로 가득하다. 누르스름한 시각적 묘사와 영화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린 장면들은 80년대의 흐름과 분위기를 그대로 재연해내며, 이는 노을 속에 올라오는 토니 스콧 감독을 향한 추모의 메시지로 완성된다.
대신 과거의 매력을 접하는 이들이 알아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고 즐기도록 유도했다. 그 덕분에 <탑건: 매버릭>은 그저 추억을 되풀이하는, 향수를 자극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주는 데 성공한다. 과거를 폐기하지 않는 대신 반복하는 현재가 얼마나 가슴 뜨거울 수 있는지를 증명해 보이며, 다음 이야기는 또 무엇일까 하고 자연히 꿈꾸게 만든다. 이렇게 영원 회귀의 시간 속에서 <탑건: 매버릭>은 할리우드의 힘을 가장 완벽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한 편의 신화를 써 내려간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응축된 과거의 반복이 써 내려간,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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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의미에 대해 되묻다
사실 SF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현실성이 없어서 집중을 잘 하지 못하곤 했었다. 미래를 다루고 첨단을 다루고 있는 와중에도 그 본질적인 주제를 찾으면 지극히 현실적이라지만 이상한 기계들이 있는 저 배경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감정이입이 되지 않아서 그간 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편견을 깨준 작품이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시놉시스
인간과 리플리컨트가 혼재된 2049년.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리플리컨트를 쫓는 블레이드 러너 ‘K’는 임무 수행 도중 약 30년 전 여자 리플리컨트의 유골을 발견하고 충격적으로 출산의 흔적까지 찾아낸다.
리플리컨트가 출산까지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사회에 큰 혼란이 야기되므로 이를 덮으려는 경찰 조직과 그 비밀의 단서를 찾아내 더욱 완벽한 리플리컨트를 거느리고 세상을 장악하기 위해 K를 쫓는 니안더 월레스. 리플리컨트의 숨겨진 진실에 접근할수록 점차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는 K는 과거 블레이드 러너였던 릭 데커드를 만나 전혀 상상치 못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리플리컨트: 21세기 초 만들어진 복제인간. 인간과 같은 지적 능력과 사고방식 그리고 신체적 조건을 갖춘, 노동력 제공을 위한 인간의 대체품
# 블레이드 러너: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리플리컨트를 색출해 ‘제거’하는 임무를 가진 특수경찰
* 해당 내용은 네이버 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항상 겨울이더라
이러한 SF영화의 특징은 미래의 세계를 다루면서도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를 전제로한 작품이 많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배경이 또 ‘겨울’이다. 날씨 자체가 비가 많이 내리기도 하고 실내 장면에서는 계절감을 딱히 알기 어려운 복장들을 하고 있어서 도대체 계절이 무엇일까? 궁금했었는데 역시나 겨울이었다.
디스토피아의 세계에서 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배경을 통해 알려주고 있었지만 이러한 영화 문법에 너무 많이 노출된 탓인지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도 마찬가지구나 싶었지만 계절감을 알 수 없도록 실내에서의 배역들의 복장이라던지 눈 대신 물을 많이 사용한다던지 어느정도 혼란을 줄 수 있는 장치들을 사용해서 그 반감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다.
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겨울이라는 배경이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그 외의 부분은 재밌게 봤던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작품을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를 그렇게 친절한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 않고 관객이 궁금증을 가지게끔 장치들을 배치해서 이 장치가 어떤 의미일가? 관객 나름 생각하게끔 만들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집중하면서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여러 장치들 중에서도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물’이었다. 사방팔방 물이 나온다. 요원 케이가 어딜 이동할 때마다 비가 흩뿌려지고, 리플리컨트들을 제어하는 본부를 감사는 건물 주변에는 댐처럼 물들이 방어하고 있고, 또 리플리컨트를 만들어내는 곳에서는 건물 내부의 조명이라던지 문양들이 꼭 수면 아래에 잠겨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마지막으로 케이가 실비아와 격투를 하는 장면도 바다 속에서 이뤄진다.
처음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볼 때는 왜 저렇게 축축할까? 찝찝하다.. 이런 느낌이었는데 보다보니 모든 요소에 물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이건 어떤 의미일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양수’의 개념이 아닐까 하고 결론을 내렸다. 태아가 엄마의 자궁 속에서 양수로부터 외부 충격에 보호를 받듯이 아직 완벽하지 않은 리플리컨트들을 물로 감싸고 있는 것이 아닐가 하는 나름의 해석을 해보았다.
그래서 인간과 기계의 차이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볼 때 궁금했던 또 하나는 이 영화에 인간은 나오는가?였다.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존재들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그들만의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그래서 내가 보고 있는 이 장면에 인간은 있는 것인지 배경지식이 없는 나로써는 분간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확실히 인간이 아닌 블레이드 러너 케이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자신의 선배 블레이드 러너였던 릭 데커드를 그의 딸에게 데려다주는 장면을 통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기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아무리 기계가 인간보다 신체적으로나 능력적으로 탁월하다고 하더라도 오류인줄 알지만 그것을 행하는 인간을 더욱 선망하는 것인가? 통제된 삶이 아니라 그 통제를 벗어나 오류 속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리플리컨트들을 인간이 아니면 무엇일까? 인간과 로봇의 경계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답을 해주지 않고 관객 스스로가 질문을 하고 그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품이었던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기계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 실존의 의미를 되물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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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정말 사랑한 게 맞을까,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김광석의 노래 가사 중 일부다. 나의 어렸을 적 음악 취향은 김광석에 일부 있었다. 그것도 <사랑했지만>을 좋아했다. 왜 좋아했니?라고 물으면 팍 터지는 하이라이트 후렴부가 좋아서!라고 답할 것이다. 10대 때 '난 김광석이 좋아요'라고 말하곤 했었던 과거의 나. 이 말을 들은 많은 어른들은 '네가 김광석에 대해 뭘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왜냐면 김광석은 시간이 지나면서 느껴지는 게 많은 아티스트였기 때문이다. 이 말은 즉슨 어린 친구가 나에게 '김광석이 좋아요'라고 했을 때 '네가 뭘 아느냐'식의 꼰대스러운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을 의미한다. 물론 안 그래야겠지. 16살 중학생이 나보다 더 철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것이 달라진다는 말은 부정하기 힘들다. 사람이 나이를 들면서 성장이라고 하는 게 있으니 생각이 달라지는 건 뭐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우리의 인생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 것 같다. 남의 떡이 더 맛있어 보인다는 말처럼 새로운 것은 사람의 시선을 강탈하기에 충분하다.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게 참 멋져 보인다는 건 잘 알면서도 끊기가 어려운 것 같다. 물질적인 것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책과 영화를 보는 이유도 새로운 재미를 찾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알면 알수록 이것에 점점 질려오지만 이걸 채우려고 난 참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이 영화도 그 예외는 아니었다. 난 언제쯤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고 있던 즈음에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은 어떤 의미인지를 전달하는 영화가 나타났다. <우리도 사랑일까>다.
운명 같은 사랑이긴 한데
마고는 비행기를 탔다. 여행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마고의 눈에 어떤 남자가 눈에 띈다. 이름은 다니엘. 이 남자 어디에서 몇 번 본 것 같다. 어디에서 봤지? 여행을 하다 마주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 거기서 봤었지. 간통죄를 처벌하는 상황극에서 봤었다. 비행기에서 처음 대화를 하는 두 사람. 비행기도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다. 시답지 않은 헛소리만 늘어놓는데 유머감각이 있어서 웃기긴 하다. 금세 친구라도 된 듯 대화를 하는 두 사람. 마고는 공항이 두렵다고 말하며 '중간에 붕 떠있는 게 두렵다'라고 말한다. 장면이 전환되고 두 사람은 비행기에서 하차한다. 엥.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사는 곳도 비슷하다. 집이 같은 방향이니 만큼 같은 택시를 타고 온 두 사람. 마고는 남자에게 '나 결혼했어요'라고 말한다. 자연스럽게 내가 유부녀라는 이유로, 잠깐 여행하다 만났다는 이유로 거리를 둘 수 있어 다행이다. 당연히 남편이 있으면 애인이 없어야 정상이잖아? 그런데, 이 막연한 바람은 의미가 없어졌다. 다니엘과 마고의 거주지가 단지 같은 방향이라 끝나는 수준이 아니다. 바로 옆 집에서 산다.
사실 살짝 비튼 각도에서 보면 운명적인 사랑이 맞다. 대화도 잘 통하고. 사는 곳도 비슷하고. 여행지에서 만날 정도로 취향도 비슷한 셈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뭔가 다른 느낌이 있다. 그냥 뭔가 다르다. 늘 같은 일상을 살던 마고에게 재미있는 무언가를 가져다주는 사람이다. 그런데 재미가 있고 나발이고 간에 마고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선 안 된다. 나를 사랑하는 남편도 있고, 처가 식구들도 그렇게 나쁜 사람이 없다. 이런데도 마고는 새로운 무언가와 지금 갖고 있는 현재의 것들 사이에서 고민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 새롭게 찾은 마고의 운명적인 사랑을 소재로 삼으며 '새로운 것과 예전 것의 차이점'에 대해 조명한다.
많은 경험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들
사랑의 경험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닌가 싶다. 틀린 선택지를 한 번쯤 골라봐야 '어떤 것이 최선이었는가'를 답할 수 있으니까. 또 열렬하게 사랑해본 기억이 사람을 성장시켜 준 다는 것에는 여지가 없다. 그런데 그것과 무관하게 우리는 마음의 구멍 하나쯤은 품고 산다. 그 구멍 채우려고 바쁘게들 산다. 친구라는 이름도, 연인이라는 것도 그의 비슷한 맥락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그만큼 신선한 재미를 안기게 해 준다. 가끔 우리는 이런 것들 덕에 외롭지 않다고 느끼는 것 같다. 천만에. 어림없다. 새로운 건 늘 나이 들기 마련이다. 잠깐 느낀 신선함이야 말로 사람을 더 외롭게 만든다.
영화는 이 절묘한 틈을 파고든다. 새로운 것과 갖고 있는 것의 차이를 미묘하게 보여준다. 마고가 하고자 하는 일을 유심하게 보시라. 또, 다니엘의 취미에 집중하시라. 이 둘은 분명히 다르지만 '표현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는 무언가를 아내에게 계속 시도하지만 눈치채지 못했던 마고의 처지와 대비된다. 철저한 연출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극초 반부부터 제시하는 다니엘의 성격 특성을 집중해보자. 마고가 다니엘을 만나면 어떤 행동을 자주 하는지를 조명하면, 그와 현 남편 루와의 차이점을 알 수 있다. 단순하게 '새로운 것을 만나 그녀는 어떻게 변하는가'만 생각해봐도 영화의 깊이가 옅지 않다. 당연하지. 그게 소재인 영화인데. 그런데 그 새로운 것을 대면하며 반응하는 인물의 선택지가 '누구를 나쁜 인간으로 만드는가'를 잘 마무리지었다는 점에서 탁월했다고 본다.
꼼꼼한 연출
영화를 보면 잊히지 않는 장면이 몇 개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극초 반부에 마고가 요리를 하는 장면이 있다. '그냥 요리하는 장면 아닌가?'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장면이 왜 나에게 임팩트가 있었는지는 끝까지 보신 분들은 이해할 것이다. 또 'video kill the radio star'라는 노래 가사가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이 음악의 활용도 탁월했다. 그리고 중반부에 조명을 왔다 갔다 하는 신이 있다. 이 장면은 두 번 반복해서 나타나는데, 색감을 활용한 방식이나 미셸 윌리엄스의 연기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연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절대로 빠져선 안 되는 장면이 있다. 하이라이트 신이다. 개인적으로는 '굳이 이 정도로?'싶었지만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엔딩이었다는 것에는 여지가 없다. 영화를 보며 관객이 느꼈을 감정을 그 찰나에 모두 압축시킨 훌륭한 장면이었다. 아. 이들과는 별개로 영화 자체의 색감이 잘 빠진 편이라 보기 편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사랑 잘하는 데에 나이가 어디 있겠냐만은
뭐 나이 먹었다고 해서 똥차 만나지 말라는 법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말 인격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구린 사람 만나서 연애할 수도 있다. 그게 뭐 비단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명제들을 분명히 잘 알고 있지만 이 영화는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우리가 살다 보면 '이래야 하지 않았나'하는 미련을 마주하게 된다. 그때 그 사람과 헤어질 걸. 그 사람 잡았어야 했나.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런 아쉬움이 사람의 마음에 깊게 남아있다. 영화는 이 아쉬움을 갖고 있는 이들을 위한 큰 한방을 준비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왈츠 속에 산다 하더라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게 있다. 지금 내가 서 있기 위해 어떤 것이 소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다. 우리는 이 덕에 행복한데 이것을 잊고 살다 간 인생이 파는 같은 함정 속에서 놀아나는 꼴이 아닐까 싶다. 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러려니 잊어버린다면 계속해서 반복되는 삶의 루틴 속에 미친놈마냥 나이 들다 가는 거겠지.
사랑일까? 묻지 마라. 삶은 그게 '사랑이 맞다'라고 진작에 답을 내렸다. 그리고 다 알고 한거잖아? 뭔가 새로울거라 생각해서.
#왓챠영화추천 #넷플릭스영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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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의 개봉전략이 통했나?
디즈니랜드의 테마파크 '어드벤처 랜드'의 어트랙션 '정글 크루즈'를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 <정글 크루즈>가 지난 주 극장과 OTT 플랫폼 '디즈니+'에서 동시 공개된 이후 3일 동안 총 6,42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였습니다.
이러한 동시 공개는, 지난 7월 전 세계 극장과 자사 OTT 동시 공개를 택한 디즈니의 <블랙 위도우>의 전례를 따른 것인데요. 디즈니-마블의 히어로물 <블랙 위도우>에는 못 미치는 기록이지만, <정글 크루즈> 역시 주말 3일 동안 북미에서만 $34,200,000 를 벌어들이며,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영화 <정글 크루즈>는 놀이기구를 바탕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인데요. 다만,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극장’에서 큰 스케일을 체험하기보다는 집 소파에서 옹기종기 모여 감상하는 것을 택한 것 같습니다.
극장과 OTT 플랫폼 ‘디즈니+’에서 동시 공개된 <정글 크루즈>는, 주말 3일동안 4,310개의 극장에서 3,42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림과 동시에 $30달러의 프리미엄과 함께 공개된 디즈니+에서는 3,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였는데요. OTT 매출은 정확한 ‘관객 수’ 추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극장보다 집 관람을 택한 관객이 많은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봉 전, 북미 관계사들이 <정글 크루즈>의 오프닝 스코어를 2,500만 달러 정도로 예측했던 것보다는 높은 수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정글 크루즈>의 오프닝 스코어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데요. 전 세계 47개국에서 개봉주 2,763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OTT 매출을 포함하여 총 수익 9,200만 달러를 기록하였음에도, 5억 달러에 달하는 ‘손익분기점’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기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글 크루즈>가 장기 레이스를 펼치기에는, 이미 OTT에 공개되었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 될 것 같은데요. 같은 루트를 탄 <블랙 위도우>가 개봉 4주차를 맞은 현재, 개봉 주말 3일동안 벌어들인 8,000만 달러의 2배인 1억 6,700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글 크루즈>가 제작비 그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측됩니다.
다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회복을 기다리는 극장 하에서의 매출이라는 점에서 <정글 크루즈>의 흥행 역시 매우 의미있는 기록인데요. 최근 <블랙 위도우>의 히로인 ‘스칼렛 요한슨’이 디즈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데에 이어, <크루엘라>의 ‘엠마 스톤’과 <정글 크루즈>의 ‘에밀리 블런트’ 역시 같은 내용으로 소송에 대해 논의 중인 것이 향후 디즈니를 비롯한 대형 제작사들의 극장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또한 귀추가 주목됩니다.
<정글 크루즈> 이후의 디즈니 영화는 극장에서 선공개될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현재 델타 변이의 확산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디즈니가 어떤 전략을 택할지는 예측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만, 산업 전반이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도 디즈니가 <정글 크루즈>의 <캐러비안의 해적>과 같은 프랜차이즈화를 발표한 만큼, 결국 영화는 어떤 방식으로든 제자리를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극장 회복을 위해 힘쓰고 있는
많은 작품들을 위해,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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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한 두 번의 큰 불행을 맞이한다. 가족 중의 누군가가 병에 걸리거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는 경우가 대표적인 불행의 한 종류 일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남은 가족들은 그 슬픔과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견디고 또 견딘다. 그 과정은 꽤 길게 이어진다. 한 순간에 갑자기 없어진 사람은 평생 지워낼 수는 없다. 단지 일상을 살면서, 다른 것에 집중하면서 잠시 그 생각과 감정을 떨쳐내려 노력할 뿐이다. 남은 모든 가족이 마찬가지다. 황망스럽게 떠난 사람의 자리는 채울 수 없다. 어떤 경우에는 떠난 사람이 원하던 삶의 모습을 따라가기도 한다.
그 사람의 빈자리는 크지만 그것을 채우려 애쓰며 보내는 시간은 삶의 의지를 더 다지게 만들기도 한다. 때론 절망적인 감정들이 괴롭히지만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어느덧 그 사람이 있었던 그 자리에 자신이 서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비록 큰 슬픔과 불행을 맞았지만 그것이 조금은 더 나은 모습을 만들어냈다. 그 어려움을 어떤 식으로 넘기고 극복하는지가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부주장 송태섭을 중심으로 재구성된 극장판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과거에 크게 유행했던 코믹스 [슬램덩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다. 영화는 코믹스의 주인공들이 소속된 북산고와 산왕고가 토너먼트에서 만나 대결을 벌이는 경기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경기 장면 중간중간에 플래쉬백으로 북산의 부주장인 송태섭의 과거를 끼워 넣었다. 기존 코믹스에서 주인공인 강백호와 서태웅의 서사는 충분히 담겨있었고, 나머지 멤버들인 채치수, 정대만의 뒷 이야기도 꽤 비중 있게 다뤄졌다. 하지만 송태섭의 서사는 많이 다뤄지지 않았었다.
이번 영화에서 보이는 송태섭의 과거는 꽤 슬픈 사연이 있다. 송태섭의 어린 시절 아버지가 죽었고, 뒤이어 태섭에게 농구하는 법을 알려주던 태선의 형 준섭도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태섭만 남는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태섭이 황망해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태섭은 준수한 농구 선수였던 형 준섭의 뒤를 이어 농구 선수가 되려고 한다. 하지만 늘 형의 그늘에 가려 그는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영화 중간중간 삽입된 플래쉬백을 통해 태섭의 성장 이야기가 꽤 큰 비중으로 포함되어 있다.
송태섭은 가까운 사람을 두 사람이나 잃었다. 가족이 의지하고 있었던 아버지와 형이 차례로 사라지면서 태섭은 자신이 가족을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지만 제대로 그 일을 해내지는 못한다. 형을 뛰어넘는 농구 실력을 가지지 못한 그는 계속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찾아내지 못한다. 그때 들어가게 된 게 바로 북산고의 농구팀이다. 이 팀의 멤버들을 만나 그는 완전히 자신의 꿈을 찾아간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인공은 송태섭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코믹스에서 보았던 강백호와 서태웅의 모습도 그대로 담겨있지만 산왕과의 경기에서 가장 집중하는 건 송태섭이 경기 중에 만나는 어려움을 어떤 식으로 이겨내는지가 중심이 된다. 더 나아가 송태섭이 북산에 어떤 존재인지 중점적으로 화면에 담는다.
박진감 있게 펼쳐지는 북산과 산왕의 농구 경기
이야기가 송태섭에 집중하고 있지만 다른 멤버들의 모습도 담겨있다. 불꽃 남자 정대만, 고릴라 채치수, 에이스 서태웅, 천재 강백호도 경기에서 인상적인 장면들이 그대로 들어가 있어서 이들을 보던 과거의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 나머지 멤버들의 과거 서사를 자세히 제시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코믹스를 보지 않았던 관객이라면 이들의 행동이나 능력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기존 팬들에게는 굉장히 좋은 만족도를 보이겠지만 [슬램덩크]를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원작이 가지고 있는 유머의 상당 부분을 덜어냈다. 가족을 잃은 송태섭의 성장기에 좀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가벼운 분위기보다는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로 전개되고 있다. 기존 주인공인 강백호가 가지는 유머러스하고 엉뚱한 모습을 완전히 덜어내지는 못하지만 강력한 우승후보인 산왕과 펼치는 북산의 대결 자체는 무척 긴장감 있게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그 경기 안에서 송태섭이 겪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농구 영화답게 경기 모습은 굉장히 박진감이 넘친다. 특히나 농구할 때 들리는 소리들이 인상적이다. 공 튀기는 소리, 신발이 미끄러지는 소리, 골이 들어갔을 때 공이 그물을 통과하는 소리 그리고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소리들이 실제 관객이 경기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플래쉬백에서 보이는 길거리 농구 장면도 마찬가지다. 드리블을 하며 상대방을 제치고 골을 넣는 장면은 마치 현장에 있는 듯 역동적으로 담겨있다.
과거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큰 선물이 될 영화다. 그 당시 TV 애니메이션과 코믹스로 접했던 팬들은 그 당시의 느낌을 그대로 떠올리게 만드는 인물과 경기모습이 좋은 감정을 떠올리게 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연출한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은 원작 코믹스를 직접 그리고 만들어냈다. 과거에 다소 소홀히 다뤄졌던 송태섭이라는 인물을 주심으로 북산의 마지막 경기를 보여주면서 재미있는 농구 애니메이션을 다시 만들어냈다. 과거 플래쉬백이 조금 많이 들어가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다는 평가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과거 코믹스의 분위기와 감정을 무척 훌륭하게 영상으로 옮긴 영화다.
이 영화는 송태섭이 북산이라는 팀에서 자신의 형이 가고자 했던 길을 똑같이 가게 되는 이야기다. 더 나아가 형의 그늘을 지우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그의 모습이 무척 흥미롭게 담겨있다. 과거 원작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송태섭의 성장이야기와 경기를 보는 것이 즐거울 것이다. 또한 원작을 잘 모르더라도 농구라는 스포츠의 박진감을 느끼고 싶은 관객들이라면 충분히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무엇보다 북산이라는 팀원들의 꺾이지 않는 마음을 영상으로 만난다면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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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에 사로잡힌 남자의 파국을 담은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나이트메어 앨리가 개봉했어요.
항상 괴물이 등장했던 그의 영화에 이번에는 괴물이 등장하지 않는데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한 인간의 욕망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이 담겼기때문에
보이지 않는 괴물을 담았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참 아름답고 몰입감있는 영화에요.
전체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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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27] 물회와 함께 펼쳐지는 남녀의 느와르- 낙원의 밤
신세계, 마녀의 박훈정 감독이 신작 낙원의 밤을 들고 돌아왔습니다.
엄태구와 전여빈, 차승원 배우와 함께 돌아왔는데요.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넷플릭스에서 단독 공개가 되었어요.
박훈정 감독의 신작을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았을텐데, 영화는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엄태구 배우나 전여빈 배우의 연기는 좋은데, 이야기를 보면서 관객들에게 주인공들의 감정들이 잘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고 중얼거리는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아 불편했어요.
느와르 장르의 색깔은 들어가 있지만 일단 어색하게 만나서 연대의 끈이 생기는 남녀의 드라마가 중점적으로 이어집니다.
영화에 대한 자세한 평은 영상을 참고하세요!^^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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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신공룡> 2차 예고편
도라에몽 50주년 기념대작!
오리지널 스토리로 돌아온 진구와 쌍둥이 공룡의 대모험!진구는 공룡 엑스포 화석 발굴 체험에서 발견한 화석을 공룡알이라고 굳게 믿는다.
도라에몽의 비밀도구 타임 보자기로 화석을 되돌리자 새로운 종의 쌍둥이 공룡이 태어났다!
진구를 닮아 미덥지 못한 큐와 말괄량이 뮤.
사랑을 듬뿍 주며 키우지만,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진구는
큐와 뮤를 원래 시대로 데려다 주기로 결심하고,
친구들과 함께 6,600만 년 전 백악기로 모험을 떠난다!
도라에몽의 비밀도구와 공룡들의 도움으로 공룡의 발자국을 따라
진구와 친구들이 도착한 곳은 바로 수수께끼의 섬.
공룡이 멸종했다고 알려진 백악기에서 큐와 뮤, 그리고 진구를 기다리고 있는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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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호스트: 접속금지> 티저 예고편
전 세계가 극찬한 100% 리얼 팬데믹 호러!
지금, 당신의 랜선미팅에 무언가가 접속했다!팬데믹, 락다운과 함께 자가격리를 시작한 ‘헤일리’와 친구들.
‘줌’을 통해 랜선 미팅을 연 그들은 금기를 어기고 영혼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위험한 놀이에는 혹독한 대가가 따르는 것도 모르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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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하게 일상을 담는 카메라
남자 친구가 생기지 않아 고민이던 박강아름은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를 만들었다. 촬영 중 성만과 인연이 닿아 부부로서의 삶을 약속하기에 이른다. 아름은 프랑스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꾸리고 싶었고 성만은 그녀의 의견을 존중해줬다. 하지만 프랑스에 적응한 아름과 다르게 성만은 낯선 타지에 적응하지 못했다. 말은 통하지 않았고 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은 가사 노동뿐이었다. 결국 주부 우울증이 생긴 성만을 위해 아름은 집에서 운영하는 ‘외길식당’을 제안한다. 외길식당을 찾은 사람들과의 소통은 아름에게 결혼과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고민하게 했고 자신의 삶 속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 다시금 카메라를 든다.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싱글을 졸업한 박강아름 감독이 가족으로서 새 출발을 담고 있다. 설레는 마음과 함께 시작한 새 출발이지만 매번 즐거운 일만 있을 순 없다. 특히 사적 다큐멘터리를 다루는만큼 박 감독의 작품은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자 한다.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감정까지 카메라의 담는 그녀의 모습에서 영화는 솔직함을 넘어선 진실함을 느끼게 된다.
박강아름 감독은 <박강아름 결혼하다>로 30대의 자신을 보였으며, 이후에도 계속해서 변화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담을 예정이다. 자녀 보리와 반려견 슈슈의 이야기인 ‘슈슈와 보리’라는 차기작 또한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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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회귀의 시간이 써 내려 간 신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비행을 계속하기 위해 진급을 거부하고 현역 파일럿으로 남은 '피트 매버릭 미첼(톰 크루즈)' 대령. 그는 최신형 전투기 다크스타의 시험 비행 도중 독불장군답게 사고를 저지르고, 자신이 졸업한 탑건 학교의 교관으로 전출을 간다. 오랜만에 도착한 학교에서 우라늄 시설 폭격 작전에 투입될 12명의 파일럿을 훈련시키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그는 옛 연인인 '페니(제니퍼 코넬리)'를 만나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그러나 과거에 순직한 동료의 아들인 '루스터(마일즈 텔러)'가 12명의 파일럿에 속한 것을 알게 된 후 그의 훈련은 난항을 겪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예상치 못하게 빨라진 작전일자 때문에 매버릭과 그의 파일럿들은 더욱 패닉에 빠진다. 그러나 자신이 가르친 동료들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본인의 목숨을 걸고 그들을 생환시키기 위한 비행에 나선다.
톰 크루즈와 함께 36년 만에 돌아온 <탑건>의 속편 <탑건: 매버릭>. 'Top Gun Anthem'과 케니 로긴스의 'Danger Zone'이 들리는 가운데 함재기들의 이착륙을 비추며 시작한 영화는 곧장 매버릭에게 포커스를 맞춘다. 신형 극초음속 전투기 개발 사업인 '다크스타'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던 매버릭은 마하 10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프로젝트가 폐기될 거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에 독단적으로 마하 10 시험 비행을 하고, 멋지게 성공하며 다크스타 프로그램의 가치를 증명해낸다. 매버릭의 행동에 격노한 '케인(에드 해리스)' 소장은 그를 탑건 학교로 전출시켜버리면서 그의 노력도 무의미하다고 일갈한다. 어차피 드론이 파일럿을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매버릭은 이렇게 대답한다. "오늘은 아닙니다."
전편의 오프닝을 고스란히 옮겨 온 오프닝 시퀀스와 뒤따라 나오는 이 짧은 대화는 긴 세월을 기다린 속편이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이고 동시에 단독 작품으로서의 <탑건: 매버릭>을 설명하는 완벽한 도입부라고 할 수 있다. 이 장면에는 아날로그적 액션이 그 어느 때보다 박력 넘치고 강렬한 이유, 그리고 마침내 당도한 속편이 향수와 동시에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드라마로 무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모두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입부는 매버릭이 처한 상황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본인이 원하면 별도 두 개는 족히 달았을 미 해군의 전설적인 파일럿. 그러나 그는 수많은 훈장이 방증하듯이 과거의 영웅이다. 케인 소장의 지적처럼 명령에 불복하는 파일럿보다 더 충실한 드론이 등장한 시대에 과거의 영웅이 있을 자리는 이제 없다. 그래서 다크스타를 몰고 마하 10에 도달한 것이 전설의 건재함을 보여준다면, 마하 10 이상에 도전했을 때 전투기가 폭발하는 것은 과거의 유산이 서 있을 자리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듯하다.
그런데 매버릭의 위기는 사실 그저 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에 뒤처진다는 이유로 존재와 의미를 부정당하는 과거의 유산은 현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매장에서 직원의 자리는 키오스크가 대신하고, 종이 영수증이 있어야 할 자리는 메신저 알람이 대신한다. 우리의 미래는 현재에서 과거의 모습을 철저히 지우고 새로운 것으로 가득해진다. 이는 사람들이 시간을 선형적으로 이해하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과거를 폐기할 때 현재가 등장하고, 거기서 한 발짝 더 진보할 때 미래가 모습을 드러낸다고 시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매버릭과 케인 소장의 충돌은 단지 유인 전투기와 드론 사이의 논쟁과 대립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더 넓은 관점에서 과거와 과거의 유산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이에 <탑건: 매버릭>은 일반적인 통념을 벗어난 답을 내놓는다. 영화는 과거를 폐기할 것이 아니라 과거를 현재로 불러와야 한다고 말한다. 매번 반복되는 과거를 직시할 때 비로소 새로운 미래가 열릴 수 있다는 주제 의식으로 무장한다. 마치 "시간 자체도 하나의 둥근 고리"라며 순환론적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니체의 영원회귀 신화처럼. 그래서 영화는 2막의 시작과 동시에 매버릭을 그가 30여 년 전에 졸업한 탑건 학교로 보낸다. 과거로 되돌아가고, 과거를 새로 겪으면서 그가 미래에도 유의미해질 수 있는 길을 찾도록 만든다.
그래서 <탑건: 매버릭>은 전편의 구조, 장면, 상황을 되풀이한다. 시간대만 달라졌을 뿐 사실상 동일한 상황 속에 매버릭을 던져 놓는다. 사고를 친 후 탑건 학교로 좌천되고, 탑건 학교에서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 깊이 좌절하지만, 끝내 극복하고 실전에 투입되는 흐름이었던 전편의 구성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것이 대표적이다. 시실 오마주로 가득한 구성은 자칫 영화 전체를 진부한 클리셰 덩어리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탑건: 매버릭>은 전편의 내용과 과거의 사건을 반복하는 이야기를 파일럿으로서의 매버릭, 인간으로서의 매버릭으로 나누어 보여줌으로써 그 함정도 피해 간다.
우선 파일럿으로서의 매버릭은 과거의 사건들을 다시 직면한다. 교관으로 불려 와 적국의 우라늄 원자로를 파괴하는 작전을 12명의 파일럿에게 교육해야 한다는 임무를 알게 된 매버릭. 그는 이 작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건이 본인이 실전에서 직접 경험해 본 사건들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훈련 과정에서도 그는 자신의 과거를 조우한다. 그는 최고 중의 최고만 모인 파일럿들에게 기초적인 도그파이트 훈련부터 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30여 년 전 자신이 그랬듯 윙맨을 희생해 적을 격추하는 전술을 구가하는 파일럿을 오래간만에 상대한다.
한편 그의 훈련은 반복의 연속이기도 하다. 그는 2분 30초라는 시간제한이 있는 작전을 수없이 반복 학습시키며 파일럿들을 숙달시킨다. 실제 작전과 같은 상황 계획 속에 그들을 거듭 던져 놓는다. 이미 겪었던 상황을 다시 출발점에서 경험하도록 만들고, 결승점에서는 이전과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게 훈련시킨다. 누군가는 처참히 실패하고, 누군가는 팀원과의 불화로 실패하고, 누군가는 신체적 한계를 이겨내지 못하지만 같은 훈련을 반복하면서 파일럿들은 조금씩 차이를 만들어낸다. 또 각자의 자존심만 내세우던 파일럿들이 한 팀이 되었음을 강조하기 위해 전편의 비치발리볼 장면을 비치 풋볼로 바꿔서 등장시킨다.
한 인간으로서의 매버릭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돌아올 일이 없을 거로 생각했던 탑건 학교에 귀환한 그는 학교 근처 바에서 ‘페니’ 벤자민을 만난다. 전편에서 헤어진 여자 친구로 언급되었던 그녀와의 사랑을 처음부터 다시 쌓아나간다. 매버릭 특유의 미소를 짓지 말라는 페니와 그런데도 굴하지 않는 매버릭의 모습은 이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페니는 전편의 여주인공이었던 쿠거가 그랬듯이 좌절에 빠진 매버릭을 수렁에서 구해주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매버릭은 몇십 년째 그를 괴롭히던 트라우마를 루스터의 모습으로 마주한다. 전편에서 전투기를 탈출하던 도중 윙맨이자 절친이었던 구스를 사고로 떠나보내야 했던 매버릭. 그는 구스를 똑 닮은 그의 아들 루스터가 훈련받을 12명의 파일럿 중에 속해 있음을 알게 된다. 페니의 바에서 아버지 구스의 애창곡이었던 "Great Balls of Fire"를 부르는 루스터를 지켜보면서 과거의 트라우마를 생생하게 대면한 매버릭. 그는 오랜 기간 그래 왔듯이 루스터를 보호기로 결심하고, 작전의 성공만큼이나 생존하여 귀환하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그 트라우마가 매버릭에게만 있는 게 아니었다는 것. 아버지를 잃은 루스터는 아버지를 지켜주지 못했던 매버릭에게 적대감을 숨기지 않으며 자신을 지켜주려는 매버릭의 관심을 외면한다. 이렇게 과거의 트라우마 안에 함께 갇힌 이들의 골은 훈련 중 함께 추락하는 듯한 장면만큼이나 깊어진다.
이처럼 수없이 등장하는 오마주, 곧 과거의 사건들은 훈련 교관이었던 매버릭이 끝내 작전의 한가운데에 서는 것에서 눈치챌 수 있듯 영화의 3막인 실제 작전에서 한데 얽히고설킨다. 그래서 <탑건: 매버릭>의 박력 넘치는 액션 시퀀스는 단지 눈 호강일 뿐만 아니라 가슴 벅차오르는 뜨거운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 물론 20여 분간 쉼 없이 이어지는 액션 시퀀스는 그 자체로도 인상적이다. 줄곧 연습하던 작전을 실제로 실행하는 그 순간의 가슴 멎을 듯한 긴장감, 작전 이후 뒤따르는 지대공 미사일과의 목숨을 건 사투, 그리고 성능의 차이가 큰 전투기 간의 살 떨리는 도그파이트 장면까지. 고막을 때리는 굉음과 눈을 사로잡는 회피 기동과 폭발이 한데 뒤엉키기 시작하면 좀처럼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션은 화려한 포장지일 뿐, 그 알맹이는 매버릭과 루스터의 트라우마 극복기라고 할 수 있다. 매버릭은 구스처럼 죽을 위기에 빠진 루스터를 구하고, 루스터는 생각하지 말라는 매버릭의 조언을 받아들여 본능적으로 전투기를 비행하고 매버릭을 구한다. 또 생환하기 위해 2인 1조로 전투기를 조종하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오래전 매버릭과 구스의 팀플레이가 겹쳐 보인다. 이러한 액션씬은 결국 과거는 반복되기 마련이고 인간은 시간이라는 고리 안에서 특정 순간으로 계속 되돌아오지만, 영원 회귀하는 시간 안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갖는 사건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순간의 무게와 책임을 견뎌낼 때, 니체 식으로 말하자면 '초인'이 되어 과거와 트라우마의 늪에서 벗어나 새 미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과거의 같은 사건을 마주해도 다르게 채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것이 매버릭의 오랜 동료인 아이스맨이 남긴 "과거를 잊을 때가 되었다"라는 충고의 진의일 것이다.
적군의 F-14 톰캣을 탄 채 귀환을 시도하는 둘의 모습은 이러한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해준다. F-14 톰캣은 성능만 놓고 보면 적군의 5세대 전투기를 이길 수 없는 고물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미래에 잠식당할 수밖에 없는 과거의 운명을 암시하는 듯하다. 그러나 시간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가 되풀이되는 시간에 새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처럼 이 도그파이트에서 중요한 것은 전투기가 아니라 파일럿이다. 그렇기에 과거의 늪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한 두 파일럿은 시간의 흐름에 압도되지 않고, 시간의 한계를 넘어서서 최신 전투기와 치열한 싸움을 펼칠 수 있다. 이는 영화의 결말에서도 다시 한번 반복된다. 1950년대에나 쓰던 P-51 머스탱을 함께 타고 노을 지는 현재를 즐기는 매버릭과 페니. 이처럼 다시 만난 옛 연인과 과거의 유산 안에서 미래의 사랑을 꽃피우는 장면은 도입부에서 던진 물음에 대한 완벽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제는 단지 주인공인 매버릭뿐만 아니라 영화 자체에도 해당된다. 달리 말해 <탑건: 매버릭>은 자신을 둘러싼 의구심에 맞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먼저 개봉한 미국에서 들려온 극찬 덕분에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사실 제작이 발표됐을 때 이 영화를 둘러싼 걱정은 상당했다. 오마주로 가득한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의 리메이크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나 과거의 명작을 미래에 맞게 일신한다는 목적으로 과거를 부정하다가 결국 실패를 맛본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탑건: 매버릭>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굳이 시대에 맞게 무언가를 바꾸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저 과거에 좋았던 점들을 더 멋지게 만들어서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보여줬다. 그래서 영화는 좋아진 기술력을 자랑하는 만큼이나 오래전 감성으로 가득하다. 누르스름한 시각적 묘사와 영화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린 장면들은 80년대의 흐름과 분위기를 그대로 재연해내며, 이는 노을 속에 올라오는 토니 스콧 감독을 향한 추모의 메시지로 완성된다.
대신 과거의 매력을 접하는 이들이 알아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고 즐기도록 유도했다. 그 덕분에 <탑건: 매버릭>은 그저 추억을 되풀이하는, 향수를 자극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주는 데 성공한다. 과거를 폐기하지 않는 대신 반복하는 현재가 얼마나 가슴 뜨거울 수 있는지를 증명해 보이며, 다음 이야기는 또 무엇일까 하고 자연히 꿈꾸게 만든다. 이렇게 영원 회귀의 시간 속에서 <탑건: 매버릭>은 할리우드의 힘을 가장 완벽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한 편의 신화를 써 내려간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응축된 과거의 반복이 써 내려간,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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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의미에 대해 되묻다
사실 SF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현실성이 없어서 집중을 잘 하지 못하곤 했었다. 미래를 다루고 첨단을 다루고 있는 와중에도 그 본질적인 주제를 찾으면 지극히 현실적이라지만 이상한 기계들이 있는 저 배경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감정이입이 되지 않아서 그간 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편견을 깨준 작품이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시놉시스
인간과 리플리컨트가 혼재된 2049년.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리플리컨트를 쫓는 블레이드 러너 ‘K’는 임무 수행 도중 약 30년 전 여자 리플리컨트의 유골을 발견하고 충격적으로 출산의 흔적까지 찾아낸다.
리플리컨트가 출산까지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사회에 큰 혼란이 야기되므로 이를 덮으려는 경찰 조직과 그 비밀의 단서를 찾아내 더욱 완벽한 리플리컨트를 거느리고 세상을 장악하기 위해 K를 쫓는 니안더 월레스. 리플리컨트의 숨겨진 진실에 접근할수록 점차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는 K는 과거 블레이드 러너였던 릭 데커드를 만나 전혀 상상치 못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리플리컨트: 21세기 초 만들어진 복제인간. 인간과 같은 지적 능력과 사고방식 그리고 신체적 조건을 갖춘, 노동력 제공을 위한 인간의 대체품
# 블레이드 러너: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리플리컨트를 색출해 ‘제거’하는 임무를 가진 특수경찰
* 해당 내용은 네이버 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항상 겨울이더라
이러한 SF영화의 특징은 미래의 세계를 다루면서도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를 전제로한 작품이 많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배경이 또 ‘겨울’이다. 날씨 자체가 비가 많이 내리기도 하고 실내 장면에서는 계절감을 딱히 알기 어려운 복장들을 하고 있어서 도대체 계절이 무엇일까? 궁금했었는데 역시나 겨울이었다.
디스토피아의 세계에서 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배경을 통해 알려주고 있었지만 이러한 영화 문법에 너무 많이 노출된 탓인지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도 마찬가지구나 싶었지만 계절감을 알 수 없도록 실내에서의 배역들의 복장이라던지 눈 대신 물을 많이 사용한다던지 어느정도 혼란을 줄 수 있는 장치들을 사용해서 그 반감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다.
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겨울이라는 배경이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그 외의 부분은 재밌게 봤던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작품을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를 그렇게 친절한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 않고 관객이 궁금증을 가지게끔 장치들을 배치해서 이 장치가 어떤 의미일가? 관객 나름 생각하게끔 만들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집중하면서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여러 장치들 중에서도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물’이었다. 사방팔방 물이 나온다. 요원 케이가 어딜 이동할 때마다 비가 흩뿌려지고, 리플리컨트들을 제어하는 본부를 감사는 건물 주변에는 댐처럼 물들이 방어하고 있고, 또 리플리컨트를 만들어내는 곳에서는 건물 내부의 조명이라던지 문양들이 꼭 수면 아래에 잠겨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마지막으로 케이가 실비아와 격투를 하는 장면도 바다 속에서 이뤄진다.
처음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볼 때는 왜 저렇게 축축할까? 찝찝하다.. 이런 느낌이었는데 보다보니 모든 요소에 물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이건 어떤 의미일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양수’의 개념이 아닐까 하고 결론을 내렸다. 태아가 엄마의 자궁 속에서 양수로부터 외부 충격에 보호를 받듯이 아직 완벽하지 않은 리플리컨트들을 물로 감싸고 있는 것이 아닐가 하는 나름의 해석을 해보았다.
그래서 인간과 기계의 차이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볼 때 궁금했던 또 하나는 이 영화에 인간은 나오는가?였다.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존재들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그들만의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그래서 내가 보고 있는 이 장면에 인간은 있는 것인지 배경지식이 없는 나로써는 분간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확실히 인간이 아닌 블레이드 러너 케이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자신의 선배 블레이드 러너였던 릭 데커드를 그의 딸에게 데려다주는 장면을 통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기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아무리 기계가 인간보다 신체적으로나 능력적으로 탁월하다고 하더라도 오류인줄 알지만 그것을 행하는 인간을 더욱 선망하는 것인가? 통제된 삶이 아니라 그 통제를 벗어나 오류 속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리플리컨트들을 인간이 아니면 무엇일까? 인간과 로봇의 경계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답을 해주지 않고 관객 스스로가 질문을 하고 그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품이었던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기계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 실존의 의미를 되물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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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정말 사랑한 게 맞을까,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김광석의 노래 가사 중 일부다. 나의 어렸을 적 음악 취향은 김광석에 일부 있었다. 그것도 <사랑했지만>을 좋아했다. 왜 좋아했니?라고 물으면 팍 터지는 하이라이트 후렴부가 좋아서!라고 답할 것이다. 10대 때 '난 김광석이 좋아요'라고 말하곤 했었던 과거의 나. 이 말을 들은 많은 어른들은 '네가 김광석에 대해 뭘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왜냐면 김광석은 시간이 지나면서 느껴지는 게 많은 아티스트였기 때문이다. 이 말은 즉슨 어린 친구가 나에게 '김광석이 좋아요'라고 했을 때 '네가 뭘 아느냐'식의 꼰대스러운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을 의미한다. 물론 안 그래야겠지. 16살 중학생이 나보다 더 철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것이 달라진다는 말은 부정하기 힘들다. 사람이 나이를 들면서 성장이라고 하는 게 있으니 생각이 달라지는 건 뭐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우리의 인생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 것 같다. 남의 떡이 더 맛있어 보인다는 말처럼 새로운 것은 사람의 시선을 강탈하기에 충분하다.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게 참 멋져 보인다는 건 잘 알면서도 끊기가 어려운 것 같다. 물질적인 것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책과 영화를 보는 이유도 새로운 재미를 찾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알면 알수록 이것에 점점 질려오지만 이걸 채우려고 난 참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이 영화도 그 예외는 아니었다. 난 언제쯤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고 있던 즈음에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은 어떤 의미인지를 전달하는 영화가 나타났다. <우리도 사랑일까>다.
운명 같은 사랑이긴 한데
마고는 비행기를 탔다. 여행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마고의 눈에 어떤 남자가 눈에 띈다. 이름은 다니엘. 이 남자 어디에서 몇 번 본 것 같다. 어디에서 봤지? 여행을 하다 마주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 거기서 봤었지. 간통죄를 처벌하는 상황극에서 봤었다. 비행기에서 처음 대화를 하는 두 사람. 비행기도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다. 시답지 않은 헛소리만 늘어놓는데 유머감각이 있어서 웃기긴 하다. 금세 친구라도 된 듯 대화를 하는 두 사람. 마고는 공항이 두렵다고 말하며 '중간에 붕 떠있는 게 두렵다'라고 말한다. 장면이 전환되고 두 사람은 비행기에서 하차한다. 엥.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사는 곳도 비슷하다. 집이 같은 방향이니 만큼 같은 택시를 타고 온 두 사람. 마고는 남자에게 '나 결혼했어요'라고 말한다. 자연스럽게 내가 유부녀라는 이유로, 잠깐 여행하다 만났다는 이유로 거리를 둘 수 있어 다행이다. 당연히 남편이 있으면 애인이 없어야 정상이잖아? 그런데, 이 막연한 바람은 의미가 없어졌다. 다니엘과 마고의 거주지가 단지 같은 방향이라 끝나는 수준이 아니다. 바로 옆 집에서 산다.
사실 살짝 비튼 각도에서 보면 운명적인 사랑이 맞다. 대화도 잘 통하고. 사는 곳도 비슷하고. 여행지에서 만날 정도로 취향도 비슷한 셈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뭔가 다른 느낌이 있다. 그냥 뭔가 다르다. 늘 같은 일상을 살던 마고에게 재미있는 무언가를 가져다주는 사람이다. 그런데 재미가 있고 나발이고 간에 마고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선 안 된다. 나를 사랑하는 남편도 있고, 처가 식구들도 그렇게 나쁜 사람이 없다. 이런데도 마고는 새로운 무언가와 지금 갖고 있는 현재의 것들 사이에서 고민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 새롭게 찾은 마고의 운명적인 사랑을 소재로 삼으며 '새로운 것과 예전 것의 차이점'에 대해 조명한다.
많은 경험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들
사랑의 경험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닌가 싶다. 틀린 선택지를 한 번쯤 골라봐야 '어떤 것이 최선이었는가'를 답할 수 있으니까. 또 열렬하게 사랑해본 기억이 사람을 성장시켜 준 다는 것에는 여지가 없다. 그런데 그것과 무관하게 우리는 마음의 구멍 하나쯤은 품고 산다. 그 구멍 채우려고 바쁘게들 산다. 친구라는 이름도, 연인이라는 것도 그의 비슷한 맥락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그만큼 신선한 재미를 안기게 해 준다. 가끔 우리는 이런 것들 덕에 외롭지 않다고 느끼는 것 같다. 천만에. 어림없다. 새로운 건 늘 나이 들기 마련이다. 잠깐 느낀 신선함이야 말로 사람을 더 외롭게 만든다.
영화는 이 절묘한 틈을 파고든다. 새로운 것과 갖고 있는 것의 차이를 미묘하게 보여준다. 마고가 하고자 하는 일을 유심하게 보시라. 또, 다니엘의 취미에 집중하시라. 이 둘은 분명히 다르지만 '표현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는 무언가를 아내에게 계속 시도하지만 눈치채지 못했던 마고의 처지와 대비된다. 철저한 연출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극초 반부부터 제시하는 다니엘의 성격 특성을 집중해보자. 마고가 다니엘을 만나면 어떤 행동을 자주 하는지를 조명하면, 그와 현 남편 루와의 차이점을 알 수 있다. 단순하게 '새로운 것을 만나 그녀는 어떻게 변하는가'만 생각해봐도 영화의 깊이가 옅지 않다. 당연하지. 그게 소재인 영화인데. 그런데 그 새로운 것을 대면하며 반응하는 인물의 선택지가 '누구를 나쁜 인간으로 만드는가'를 잘 마무리지었다는 점에서 탁월했다고 본다.
꼼꼼한 연출
영화를 보면 잊히지 않는 장면이 몇 개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극초 반부에 마고가 요리를 하는 장면이 있다. '그냥 요리하는 장면 아닌가?'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장면이 왜 나에게 임팩트가 있었는지는 끝까지 보신 분들은 이해할 것이다. 또 'video kill the radio star'라는 노래 가사가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이 음악의 활용도 탁월했다. 그리고 중반부에 조명을 왔다 갔다 하는 신이 있다. 이 장면은 두 번 반복해서 나타나는데, 색감을 활용한 방식이나 미셸 윌리엄스의 연기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연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절대로 빠져선 안 되는 장면이 있다. 하이라이트 신이다. 개인적으로는 '굳이 이 정도로?'싶었지만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엔딩이었다는 것에는 여지가 없다. 영화를 보며 관객이 느꼈을 감정을 그 찰나에 모두 압축시킨 훌륭한 장면이었다. 아. 이들과는 별개로 영화 자체의 색감이 잘 빠진 편이라 보기 편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사랑 잘하는 데에 나이가 어디 있겠냐만은
뭐 나이 먹었다고 해서 똥차 만나지 말라는 법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말 인격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구린 사람 만나서 연애할 수도 있다. 그게 뭐 비단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명제들을 분명히 잘 알고 있지만 이 영화는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우리가 살다 보면 '이래야 하지 않았나'하는 미련을 마주하게 된다. 그때 그 사람과 헤어질 걸. 그 사람 잡았어야 했나.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런 아쉬움이 사람의 마음에 깊게 남아있다. 영화는 이 아쉬움을 갖고 있는 이들을 위한 큰 한방을 준비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왈츠 속에 산다 하더라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게 있다. 지금 내가 서 있기 위해 어떤 것이 소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다. 우리는 이 덕에 행복한데 이것을 잊고 살다 간 인생이 파는 같은 함정 속에서 놀아나는 꼴이 아닐까 싶다. 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러려니 잊어버린다면 계속해서 반복되는 삶의 루틴 속에 미친놈마냥 나이 들다 가는 거겠지.
사랑일까? 묻지 마라. 삶은 그게 '사랑이 맞다'라고 진작에 답을 내렸다. 그리고 다 알고 한거잖아? 뭔가 새로울거라 생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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