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5-05-29 14:02:11
형식을 박차고 나오는 메시지
영화 [씨너스;죄인들] 리뷰
이 글은 영화 [씨너스;죄인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분명, 등장인물들 뒤에는 얼음처럼 시원한 맥주와 와인 같은 매력적인 이야기보따리들이 가득 쌓여 있다. 어쩌면 상상하는 것보다 그 실체는 초라하거나 소소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까치발을 들고 목을 쭈욱 뽑아서 사방팔방 고개를 틀어가며 보아야 겨우 보이는 그 이야기들의 끄트머리 덕에, 더욱더 애가 타서 발을 동동 굴러본다. 그렇게라도 해서 그들이 감춰놓은 이야기들을 들여다보고 싶어서.
인물들이 가진 이야기를 이토록 들어보고 싶었던 적이 없었건만, 참으로 불친절하기 짝이 없게도 영화는 이 모든 것을 대놓고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어깨너머 들은 풍문처럼, 그들의 인생이 가진 언덕과 절벽을 슬그머니 암시하게 할 뿐.
화면 양쪽 가득 끝없이 뻗은 목화밭이 자신들의 뒤로 스쳐 지나가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달리는 차에 몸을 실은 채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인물들을 보면서. 눈에 가득 들어차는 화면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도 아주 작은 응어리가 마음 한편에 쌓이는 것 같은 불쾌함을 느낄 때 즈음. 이 작품은 모든 것을 털어낼 법한 소통의 방법을 끄집어낸다.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하지는 못했지만. 영화의 중심부에 흐르던 차별과 그로 인한 울분은 흑인들의 이념과 정신이 가득 담긴 블루스로 주크 조인트를 가득 메우다 못해 터져 나간다. 진심과 현실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해방감을 주었지만, 동시에 살려달라는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아 묘한 감정이 마음을 가득 메웠다. 이 밤이 지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함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자들의 부르짖음을 들으며, 영화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참석한 사람들에게 그날의 밤은 파티였을지도 모르지만.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나의 입장에서는(모르는데 어떻게 가요) 그들이 보내는 뜨거운 그 시간이 마치 굿판처럼 보였다. 들을 사람이 있어야 하지만 또 동시에 있어서는 안 되는. 호객은 했지만(?) 금지되어 있어서 더 강렬하게 느껴지던 그 파티는 결국 가장 뜨거운 지점에 다다랐을 때 여지없이 혼(사탄)을 불러내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렇게 나타난 뱀파이어(혹은 사탄)가 세력을 늘려가는 순서도 참 흥미로웠다. 불시착한 사탄이 가장 먼저 자신의 편으로 만든 것이 인종차별주의자 백인인 것에서도. 그리고 유색인종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 다음에야 수세에 몰린 흑인들을 마지막으로 습격(?) 한 것도. 마치 자신의 세계에 끌어들이는 순서를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주요 인물들이 클럽에 갇힌 형태로 영화가 끝을 향해 달려간다는 점 또한 이 상태에 처한 현실 속의 그들이 느꼈을 공포를 표현하는 것 같아 한결 더 서늘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또 나의 상상력은 변주를 틀었다. 분명 시공간을 초월한 존재의 등장이라 했지만. 어쩐지 내 눈에는 인물들 스스로가 가진 죄, 혹은 죄책감들이 육신의 형태를 쓴 채 나타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바로 마음만 먹으면 클럽을 박살을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뱀파이어들이 아직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들을 향해 "허락"을 구한다는 점이었다.
마치 다 놓고 죄를 저질러 버리면 그것이 인종의 문제이건 성별의 문제이건. 혹은 이해관계의 문제이건 평등한 하나(한통속이라 부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가 되지만. 스스로가 그래 이 문지방을 넘겠어.라는 마음이 없다면 절대 같은 죄인이 되어 킬킬거리며 조롱의 노래를 부를 수 없는 것처럼. 죄악의 유혹들 앞에서 무릎을 꿇겠느냐.라는 물음에 스스로의 의지가 죄악들에게는 장애물이, 스스로에게는 마지막 믿음의 항목으로 남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끝까지 사람으로 존재한 채 뱀파이어의 습격에서 살아남은 두 사람은, 상반된 선택을 한다. 스모크(마이클 B조던)는 복수를. 그리고 새미(마일즈 케이턴)는 진실된 삶을 위한 먼 여행을.
어쩌면 이 둘의 끝은 그날 밤의 끝자락에 이미 결정되었을 것만 같았다. 결국 스모크는 자신의 분신이자 전부였던 스택을 죽이지 못했고. 마음속에 남아 있던 분노도 함께 끊어내지 못한 채 자신의 목숨과 함께 총알을 모조리 KKK를 옹호하는 백인들의 육체에 박아 넣었으니까. 그러나 그의 울분이 느껴지는 총질 앞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스모크가 새미의 삶을 위해 마련해 둔 마지막 장치 덕에. 새미는 얼굴과 마음 가득 남은 상처를 가지고도 이제 자신의 남은 여생이 그날 밤에 생긴 상처만큼이나 희미하게 남았을 무렵까지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앞에 다시 한번 사탄들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비로소 새미는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이 여태 연주했던 음악들은 모두 진혼곡이었음을. 그리고 그저 복수로만 생각했을 스모크의 그 행동도 결국은 상실을 위로하는 다른 형태의 표현이었다는 것도. 우리 모두의 삶도 어쩌면 그런 상처를 달래며 살고 있다는 것도.
형식을 찢고 비죽비죽 모습을 드러내는 메시지를 삼키느라. 쿠키 영상속에 등장하는 어린 새미의 노랫소리가 유독 더 공허하고 슬프게만 들렸다.
[이 글의 TMI]
1. 인간적으로 델리만쥬는 영화관에 들고 오지 말자. 부럽잖아(?)
2. 영화 시간이 너무 애매해서 놓칠 뻔 했다 정말.ㅠ
#씨너스죄인들 #라이언쿠글러 #마이클B조던 #헤일리스테인펠드 #잭오코넬 #헐리우드영화 #공포장르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영화꼰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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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챙기는데 사람은 안 챙기는 <지금 우리 학교는>
022년 넷플릭스 전세계 TV SHOW 1위. 로튼 토마토 신선도 점수 100% IMDB 평점 7.8 현재 <지금 우리 학교는>의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평가 지표이다.
정말 좋은 작품이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품인 것은 인정하고 아주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스포일러 가득한 리뷰를 적어내려본다.
간단한 카드뉴스를 읽으시고, 리뷰를 읽으신다면 더욱 편하게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스포일러 가득 솔직 리뷰
? 최근 굉장히 핫한 넷플릭스의 <지금 우리 학교는> 연출과 시나리오 크게 두 분류로 나눠 리뷰를 진행하고 싶다. 우선 객관적인 사실만 두고 보면 넷플릭스 TV Show (드라마, 예능 등) 전 세계 순위 2022년 2월 기준 1위에 해당하고 해외 유명 평론 사이트 IMDB와 로튼 토마토에서도 사진과 같이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에서 작품 제목을 All of us are Dead로 스트리밍 한 것은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다.) 이런 사실만 두고 볼 때 엄청난 작품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 개인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딱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애매하게 재밌게 봤다. 보통 영상을 시청할 때 1.25배속 ~ 1.5 배속까지 하면서 시청하곤 하는데 연출이 너무 좋거나 다시 돌려보고 싶은 장면은 중간에 멈춰서 다시 1배속으로 돌려보는 습관이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1배속으로 돌려 본 장면이 없는 것은 함정이지만.. '연출이 좋은 부분이 없었다.'라는 소리가 아니다. 모든 장면이 전체적으로 우수했지 특정 장면에 감각적이고 기가 막히다고 표현될 장면이 없었다는 소리이다.
호불호가 갈리는 영역인 듯하지만 좀비의 분장이나 잔인함의 연출 모두 개인적으론 좋았고 절비(절반은 좀비인 친구들)를 표현하는 방식 역시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다만 창문 난간에 매달리는 장면이라던가, 구조적으로 극한에 몰린 장면들이 너무 스테이지인 것이 티가 나서 가끔 몰입을 깼던 것은 사실이다. 보통 이런 스테이지인 경우 배우들의 연기가 굉장히 중요한데 발 한 번 잘못 내디디면 죽는 순간에 너무 태연하고 장난치는 모습이 너무 어색했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이는 시나리오 부분에서 이야기를 더 하고 싶다.)
<지금 우리 학교는> 청소년들의 성폭행, 왕따 모습>
위 사진과 같이 논란이 되는 장면(청소년 성폭행, 왕따, 임신 장면 등)은 솔직히 시청하면서 너무 억지로 자극적인 장면을 넣었다는 생각이 '전혀'들지 않았기 때문에 말을 아끼고자 한다. 19금을 달고 나온 잔인한 드라마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을 법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양궁부 후배나 초반까지 함께했다가 갑자기 낙오되어 좀비가 된 은조 친구 등의 캐릭터를 너무나 소모적으로 사용한 게 더 아쉬운 부분이다. 엄청난 좀비 무리에서 살아남으면서 사랑은 챙기는 와중에 목숨을 함께한 동료 사람은 챙기지 않는 것은.. 오히려 희생을 위해 죽음을 맞이하는 청산이 보다 이런 캐릭터들에게 더 연민이 간다. 한 번이라도 "○○ 어디 갔어?"라고 언급이 될 법도 한데..
? 다음은 시나리오 이야기이다. 연출보다는 시나리오에서 너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사실 끊임없이 말할 수 있는데 크게 아쉬운 부분을 뽑자면 2가지이다.
우선 이야기가 명확한 구심점이 없다. <워킹 데드>와 같이 시즌제로 엄청 많은 회차가 있지 않은 만큼 덜어 낼 부분은 덜어내고 갔어야 하는데 모든 부분을 찍먹하고 가니 구축이 되는 이야기가 전무하다. 기승전결이 완벽한 맛있는 코스 요리 같은 시나리오가 아닌 적당히 맛있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 뷔페 음식 같은 시나리오다. 각 주인공마다 엄청난 서사를 제공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버릴 캐릭터는 확실히 버려 메인 캐릭터에게 집중된 서사가 부여된 것도 아니라서 보는 이로 하여금 주인공들 사이에 감정에 공감하기가 너무 힘들다. 극한에 상황에 처했을 때 사랑이 싹트고, 감정에 솔직해지고 이런 것은 상관없다. 대표적으로 뜬끔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남라와 수혁의 키스신? 솔직히 엄청 이질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제발 로맨스 좀 끼워 넣지 말자'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연출이다. 다만 이 둘의 감정이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어떤 절절한 서사가 있으면 모를까, 친하지도 않던 둘이 '사실 이전부터 서로 좋아하고 있었더라'라는 배경은.. 무리수다. 공감하기 힘들다.
다음은 이런 시나리오 문제가 나비효과를 일으킨 배우들의 연기 문제이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얼굴이 엄청 익숙하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아역 배우부터 착실하게 연기 경력을 쌓아오신 분들이 많고 이번 작품에서 처음 연기를 하는 분은 전무하다. 모두 연기 내공이 어느 정도 있는 분들이다. 하지만 이런 배우분들의 감정선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너무나 흔들린다. 이 모든 것이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반드시 살아야 한다.'라는 간단하고 명확한 소재가 시나리오의 핵심 소재라면 차라리 물불 안 가리고 살려고 하는 명확한 감정선이 생기긴다. 그러고 나서 그 위에 친구에 대한 양심, 배신, 사랑 등의 부차적인 감정선이 위로 쌓여 이야기가 물 흐르 듯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배우님들의 연기 내공이 부족하여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고 감정선을 명확히 잡아주지 못한 시나리오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12 회차라는 애매한 회차를 가진 만큼 차라리 좀비에 더 집중하여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는 이야기가 더 중심 소재가 되어 극이 진행되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추천하는가?라고 묻는 다면 주저 없이 시청하는 것을 추천할 것이다. 아쉬운 점일 뿐이지 전체적인 작품이 평가절하될 부분은 거의 없다. 좀비물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도 전혀 싫어했던 사람이라도 각각 다른 시각에서 굉장히 흥미롭게 시청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원작 웹툰의 엄청난 팬이라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K-드라마, 영화가 전 세계에 통하기 시작한 것은 솔직히 얼마 안 된 이야기이다. 신드롬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이 파급력이 엄청나, 익숙해졌을지 모르겠지만, 현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영화나 드라마 모두 앞으로 세계로 나아가는 K-미디어의 초석이 되고 있는 작품들이다. 맹렬한 비난보다는 보다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이유 있는 비판과 응원의 목소리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못 만든 작품이라고는 절대 절대 말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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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클로즈
#클로즈
감독_루카스 돈트,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목 끝까지 잠겨오던 서러움을 애써 삼키다 결국 터뜨리고야마는 울음엔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섞여있는가. 어느 날, 문득 닥쳐온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진작에야 꺼냈어야하는 말들은 죄책감이라는 무거운 덩어리가 되어 당사자의 가슴속에 침전해버린다.
감독은 “다정함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그 다정함의 상실이 끼치는 영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10대 시절 꼭 붙어다니던 두 소년 레오와 레미. 둘은 점차 멀어지게 되고, 결국엔 어느 것 하나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나이가 듦에 따라 잃게 되는 것, 잃어버리고야 마는 것. 레오와 레미의 우정이, 사랑이,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무너지는 과정이 마음 아팠다. 그 시절에 존재하던 다정함이 이제는 무형의 것이 되었기에. 레오가 꽃냄새 자욱한 벌판을 뛰어다니다가 뒤를 돌아봐도, 레미는 그곳에 없을 것이기에.
두 배우의 연기가 인상깊었던 영화. 눈빛에 담긴 섬세한 감정선이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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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에 있는가, 어디로 가는가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몇 번 보고 나면 어렵지 않게 회스네 집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영화는 회스네 집의 내부를 영화 전체에 걸쳐 거의 강박적으로 속속들이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초반부 집에 군인 손님들이 찾아오는 장면을 떠올릴 수 있을 텐데, 이 장면에서 특이한 점은 샴페인을 테라스로 갖다놓고 문 밖의 신발을 집 안으로 들여놓는 하녀의 동선을 하나도 빠짐없이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 장면은 하녀의 동선을 따라갈 이유가 없는 장면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회스 부부이고, 두 주인공인 헤트비히와 루돌프의 대화는 각각 부엌과 루돌프의 방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대화들을 배경 삼아 이 집에서 가장 중요하지 않은 인물인 하녀의 움직임만을 따라 이 장면을 찍은 목적은 (물론 그 자체로 정치적 함의를 지닐 수도 있겠으나,) 이 집 1층의 구조를 낱낱이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 장면 외에도 루돌프가 밤에 모든 방의 불을 끄며 집안을 활보하는 장면, 헤트비히가 친정어머니와 뒤뜰을 산책하는 장면 등 1층과 2층, 안과 밖까지 이 집 전체의 공간적 구조를 관객에게 정확하게 인지시키기 위한 장면들은 많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카메라워크나 편집의 리듬 그 자체보다 그 목적이 더 중요하다. 이 영화에는 짧고 빈번한 컷 편집으로 이루어진 장면과 긴 공간을 끊지 않고 트래킹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언뜻 보면 이 둘은 대비를 이루는 듯하지만, 그 공간 전체를 빠짐없이 보여주는 것이라는 동일한 목적 하에 기능한다는 점에서 대조적이지 않다. 그저 단순한 공간이기 때문에 트래킹했고, 복잡한 공간이기 때문에 숏을 나눈 것뿐이다.
정성일 평론가는 왕가위가 <화양연화>의 배경이 되는 집을 공간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미로와 같이 찍은 것이 영화 속 홍콩의 화양연화를 추억 속에 가둬두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같은 논리를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 적용해본다면 흥미로워진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화양연화>와는 정반대로 공간의 모든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관객을 홀로코스트의 그 시간으로 적극적으로 초대하고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조나단 글레이저는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과격한 점프컷까지 동원하여 우리들을 그 공간, 그 시간으로 부르기도 한다(다만 마지막 장면의 경우에는 반대로 루돌프가 우리의 시간으로 끌려온 양상이기는 하다).
이 관점에서 봤을 때 이상한 장면은 또 있다. 집의 모든 공간을 관객에게 오픈한 글레이저는 한 공간만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게 찍었다. 회스네 집에는 지하실이 있다. 영화 중반, 루돌프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젊은 하녀와 심상치 않은 눈빛을 주고받더니 지하의 길고 복잡한 복도를 지나 의문의 공간에서 자신의 성기를 씻는다. 그리고는 집의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 옆에 달린 문에서 나온다. 주어진 장면들로 짐작해보자면 루돌프의 집무실은 수용소 내부에 있는 듯하고, 지하의 복도는 수용소와 집을 잇고 있으며 그 지하 안에 또 하나의 의문의 공간이 존재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영화 전체의 맥락을 봐도 불필요한 이 장면은 왜 등장한 것일까? 초반부 하녀의 동선을 낱낱이 찍은 장면이 집의 구조를 자세하게 보여주어 관객을 영화 속으로 초대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 장면은 그 반대의 의도, 즉 <화양연화>의 경우와 비슷한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조나단 글레이저는 이 장면을 통해 그 미로같은 지하 복도를 헤매는 루돌프를 어디 있는지도 모를 바로 그 지하실에 가둬둔 것이다.
이 영화에서 하강운동은 이질적이다. 영화 속 대부분의 인물들은 대부분 수평적으로만 운동한다. 집 안을 활보할 때도, 집 밖을 나설 때도, 그리고 특히 시냇물에서도 인물들은 위아래로 움직이지 않는다. 수평운동은 이 영화에서 디폴트이다. 그래서 지하 복도와 지하실로의 하강운동은 영화 속에서 이질적이다. 하강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또다른 흥미로운 숏은 부감 숏이다.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부감 숏은 두 번 정도 있다. 하나는 루돌프의 방에서 군인 손님들이 회의하는 장면의 수용소 설계도를 부감으로 보여주는 숏이고, 다른 하나는 루돌프가 무도회장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숏이다. 수용소 설계도 숏에서 군인들은 연기를 효율적으로 내보낼 수 있는 굴뚝에 대해 이야기하고, 무도회 숏에서 루돌프는 가스실을 떠올렸다고 이야기한다. 두 부감 숏은 각각에서 연상되는 연기의 섬뜩함으로 분명 이어져있다. 완전한 직부감은 아니지만, 장교들의 타원형 탁상에서의 회의 장면도 하이앵글로 찍혔다. 이 장면의 타원형 탁상에 장교들이 둘러앉은 숏은 수용소 설계도면와 매우 비슷하다. 다시 말해 직부감 혹은 하이앵글로 찍힌 이 세 숏은 모두 연결된 숏들이다. 이 영화 속 하강운동과 하이앵글/부감의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보자. 복도의 저쪽 끝을 뒤로한 채 이쪽 끝을 응시하던 루돌프는 잠시 우리의 시간으로 끌려왔다가 계단 아래로 내려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루돌프의 계단 하강은 영화 속 몇 안 되는 하강운동 중 하나이다. 지하복도와 지하실로, 파티장의 계단 아래로 끝없이 하강하는 루돌프는 그렇게 심연에 갇힌다. 파티장에서처럼 수용소에서도 아마 유대인들을 내려다봤을 루돌프의 그 폭력적인 부감은 서늘한 하강운동으로 응징받는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지상 공간을 열어 우리를 초대하고 지하 공간을 닫아 루돌프를 가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후자만이 응징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위에서 컷 편집과 트래킹 숏이 같은 목적을 두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이 둘도 동일한 목적 하에 있다. 단지 방법이 다를 뿐이다. 조나단 글레이저는 우리에게도 경고하는 중이다. 이것 때문에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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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주 최신 개봉영화!
11월 4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1월 4주 개봉영화 5편!
연애 빠진 로맨스 Nothing Serious , 2021
2021년 공감대 높이는 현실 로맨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는 연애는 싫지만 외로운 건 더 싫은 ‘자영’과 일도 연애도 뜻대로 안 풀리는 잡지사 기자 ‘우리’,
다 감추고 시작한 그들만의 특별한 로맨스를 그린 영화입니다.
내 맘대로 풀리지 않는 연애에 지칠 대로 지쳤지만 외로움만은 참기 힘든 현실 남녀들의 솔직한 연애관을 가감 없이 드러내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합니다.
새로운 연애 트렌드에 익숙한 MZ세대의 공감대를 자극하고 마치 내 이야기 같은 생생한 연애의 모습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욕망을 거침없이 그려내 관객들을 완벽하게 사로잡을 예정입니다.
독보적인 존재감의 전종서와 대체불가 매력의 배우 손석구의 첫 로맨스 영화!
첫번째 추천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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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이탈자 Spiritwalker , 2020
할리우드 리메이크 확정
전 세계 107개국 선판매 및 유수의 영화제 초청
영화 "유체이탈자"는 기억을 잃은 채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한 남자가
모두의 표적이 된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추적 액션영화 입니다.
세계 유수 영화제의 공식 초청을 받으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는데요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지.아이.조' 시리즈의 메인 프로듀서인 로렌조 디 보나벤츄라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결정까지 더해져 대중성과 상업성까지 잡았습니다.
영화 "유체이탈자"는 '범죄도시' 제작진과 ‘장첸’ 윤계상이 또다시 의기투합한 액션 영화로
사상 첫 1인 7역에 도전하며 또 한 번의 인생 캐릭터 탄생을 예고합니다.
12시간마다 몸과 함께 공간까지 바뀌는 ‘강이안'의 추척 액션!
두번째 추천영화 "유체이탈자"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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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나희 순정 2021
연애 시인 ‘류근’이 페이스북에 직접 연재한 스토리툰
류근 시인이 쓴 스토리에 세계적으로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 퍼엉의 합작으로 탄생한 스토리툰 "싸나희 순정" 원작으로 제작한
영화 "싸나희 순정"이 개봉을 합니다.
영화 "싸나희 순정"은 현생탈출 시골라이프를 꿈꾸는 영화인데요
두 주인공 낭만술꾼 시인 유씨와 엉뚱발랄 농부 원보는 친숙하면서 독특한 개성이 넘치는 인물들입니다.
이 캐릭터들을 이미 연기력이 검증된 베테랑 배우 전석호와 박명훈이 연기하며 브로맨스 케미를 연출했죠.
이외에도 김재화, 최대철, 심은진, 공민정 김명곤 등 영화와 드라마, 연극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연기파 배우들이 총집합한 엉뚱한 웃음과 진중한 감동을 줄
세번째 추천영화 "유체이탈자"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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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이태리 Made In Italy , 2020
액션 장인 리암 니슨의 새로운 연기변신
영화 "메이드 인 이태리"는 오래된 집을 팔기 위해 아름다운 토스카나에서 한 달간 머무르게 된 ‘잭’이
소원했던 아버지 ‘로버트’와 화해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로맨틱 힐링 드라마입니다.
수년째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액션 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배우 리암 니슨이
올가을 트레이드 마크인 ‘액션’을 잠시 내려두고 따뜻한 가족 드라마로 돌아오는데요
라이징 스타이자 친아들인 배우 마이클 리처드슨과 동반 출연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처럼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토스카나 지역을 배경으로 여행에 대한 목마름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지금,
영화는 관객들에게 토스카나의 충만한 햇살과 함께 잊지 못할 기분 좋은 느낌을 선사할
네번째 추천영화 "메이드 인 이태리"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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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칸토: 마법의세계 Encanto , 2021
겨울왕국, 모아나를 잇는 디즈니의 6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60번째 작품 "엔칸토 마법의 세계"가 개봉을 합니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콜롬비아 산악지대에 숨겨진 경이롭고 매력적인 장소 엔칸토에 위치한
마법의 집에 사는 특별한 마드리갈 패밀리의 이야기를 담아냈는데요.
꽃을 피우거나 엄청난 힘을 갖거나 날씨를 변화시키고, 동물들과 소통하는 특별한 능력들로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특히 콜롬비아 문화에서 영감 받은 흥겹고 신나는 리듬과 비트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비주얼과 함께 펼쳐지면서,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와 마법 세계의 한복판에 있는 것 같은 환상적인 느낌마저 전달하는데요
게다가 수많은 캐릭터들이 입을 맞춘 뮤지컬 앙상블과 다채로운 퍼포먼스들은 역대급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탄생을 예고 하고 있습니다.
믿고 보는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
다섯번째 추천영화 "엔칸토: 마법의 세계"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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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심은 너무 쉽고 다정은 너무 어렵다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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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태치먼트(Detachment)'는 '무심'을 뜻한다. 애착을 뜻하는 'Attachment'에 부정 접두어 De-가 붙어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애착의 반대는 무심이다.
열네 살 때 누군가가 물었다. 사랑의 반대말이 뭔지 아니.
나는 대답했다. 미워하는 거?
아니. 무관심이래.
중학생의 감수성으로도 어렴풋이 이해가 되는 말이었다. 어른이 된 지금은 안다.
내가 미워하는 무언가는 나와 닮아 있다는 것, 미워하는 마음도 사랑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 정도.
결핍은 사랑 받기를 원했던 대상에게 사랑 대신 무심, 무관심을 받을 때 생긴다. 누구나, 여러모로, 다양한 종류의 결핍을 가지고 있겠으나 가장 대표적인 결핍이 애정결핍이 아닐까. 실제로 '나 애정결핍이야' 하고 말하는 사람도 꽤 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들을 하는 사람들을 가만히 관찰해 보자. 그에게 무엇이 결핍되어 있나. 어린애처럼 행동하거나, 지나치게 의존적이거나, 자학적이거나, 너무나 거만하거나, 혹은 너무나 세상에 무심하거나. 프로이트식으로 심플하게 리비도로 보아도 무방하겠지만 그러기엔 찜찜하고 인간은 복잡한 존재다.
무심은 사람을 건조하게 한다. 자신에 대한 무심, 타인에 대한 무심, 세상에 대한 무심.
인터넷을 보다 보면 '중립기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 자동차를 중립기어로 두면 자동차는 기울어진 방향, 즉 비중이 큰 쪽으로 미끄러진다. 중립과 침묵은 힘이 센 쪽을 지지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무심은 세상을 바꿀 수 없고, 힘 센 쪽이 제멋대로 세상을 굴려가도록 내버려 둘 뿐이다.
'무심한 편'이라는 사람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사랑하는데 어떻게 무심할 수 있겠나. 우리는 쉽게 무심해지고, 노력을 필요로 하는 다정함을 잊는다.
애착과 관심이 필요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자. 절대적인 존재라고 생각했던 어른들 비슷하게 성장한 청소년기 정도. 다 큰 것 같지만 아기 같고, 아기 같지만 생각보다 성숙한 존재들. 누군가의 인정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존재들.
<디태치먼트>의 주인공 헨리가 기간제 교사로 만나게 되는 학생들도 그러한 존재들이다. 선생들이 기어이 학생을 포기하게 만드는 학교의 문제아들. 아무리 앉으라고 해도, 조용히 하라고 해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선생의 권위 따위는 이미 저세상 갔다. 대관절 선생의 권위라는 건 무엇일까. 특히나 헨리가 가르치는 문학 수업 따위를 대체 어디다 써먹는다는 건가.
헨리의 반에도 헨리의 가방을 던지고, 위협을 가하려 하며 반항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러나 정교사가 될 생각이 없는 베테랑 기간제 교사 헨리는 눈도 꿈쩍하지 않는다. 당신을 조져버리겠다는 학생을 '네 행동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며,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상대한다. 이렇게 대단한 선생이, 한 직장에 안정적으로 다니지 못하는 것에도 이유는 있을 것이다.
헨리는 배움이 왜 필요한지를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우리는 왜 배워야 할까.
그의 요지는 "우리의 마음을 지키기 위하여" 배워야 한다는 것.
역설적으로 영화에는 마음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이 한 트럭이다.
우선 헨리. 헨리는 어릴 때 엄마가 화장실에서 자살했고, 그 장면을 목격했다. 남겨진 헨리는 외할아버지가 키워주셨는데 그 할아버지도 치매다. 모두 다 잊어도, 딸이 화장실에서 죽었다는 사실만은 잊지 못한다. 화장실 문을 닫을 때마다 병원이 발칵 뒤집어진다. 학교에서 참을성 있던 헨리도 병원에서 실수로 화장실 문을 닫는 바람에 난리가 나는 것만은 참지 못한다.
그렇게 병원을 뒤집어놓고 엉엉 울며 버스에 탄 헨리의 눈에 몸을 파는 가출 청소년 에리카가 들어온다. 에리카는 말해 뭐하겠는가. 갈 곳도 없고, 몸팔아 번 돈으로 하루하루 그냥 존재할 뿐이다. 삶이라는 것도 없다. 헨리는 갈 곳 없는 에리카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에리카는 헨리가 당연히 관계를 요구할 줄 알았지만, 헨리는 에리카를 잘 돌봐준다.
학교 선생들도 다 상처투성이다.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학교를 책임지는 교장은 가뜩이나 학교도 머리가 아픈데 남편과의 관계도 엉망이다. 남교사는 학교 마치고 집에 가도 투명인간 취급을 당한다. 학교에 찾아오는 학부모들은 대개 반쯤 정신이 나갔다. 중요한 건, 그들이 학생에게는 아무 관심이 없다는 거다. 난 얘 뒤치닥거리 할 시간 없다. 학교에서 애를 잘 돌보면 집에서 신경 쓸 일이 없지 않느냐. 너희가 그러고도 선생이냐.
동네 이사장은 학교가 구려서 동네 땅값이 떨어진다고 한바탕 연설하고, 공개수업일에는 단 한 명의 학부모도 찾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메레디스. 학교에서는 레즈비언이라고 놀리고, 집에서는 뚱뚱하다고 윽박지르고, 제법 소질을 보이는 사진을 쓸데없는 일로 치부한다. 햄버거 하나도 마음껏 먹지 못해 화장실에 숨어서 먹는다. 뭘 먹는 걸 보면 놀릴 테니까. 메레디스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찍는다. 그의 렌즈에는 사람만 있다. 헨리는 메레디스의 외로움을 빠르게 읽고, 에리카에게 한 것처럼 도움의 손을 뻗는다.
나는 너를 좋아하고, 다 괜찮아질 거라고 선생으로서 메레디스를 안아주었지만 메레디스는 이성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또한 청소년기에 흔히 느끼는 전위일 뿐일 것이다.
집에 있는 아버지와는 다른, 이상적인 아버지 상이다. 그러나 그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하기도 얼마나 쉬운가. 아버지에게 문제가 있는 많은 여성들이 그들의 마음 속에 '이상적인 아버지'를 두고, 그런 남자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의 아버지가 될 수는 없으며, 이상적인 아버지는 더더욱 힘들다.
썸타는 관계였던 동료 교사에게 목격되고, 아동성애자로 몰린 헨리는 종전에 볼 수 없던 분노에 휩싸여 학교를 떠난다. 그리고 얼마 뒤, 헨리에게 약속된 기간이었던 한 달이 끝나고 마지막 수업날. 그날은 메레디스가 예쁜 컵케익을 잔뜩 구워서 학생들에게 나누어준다. 흰색 크림이 얹힌 컵케익들 사이에 검은색 크림이 얹힌 컵케익이 있다.
헨리가 검은색이 맛있어 보인다고 하자, 메레디스는 그건 자기 거라고 말한다. 컵케익을 손에 들고 있는 학생과 선생님들 사이, 처음으로 메레디스가 사람들 앞에서 컵케익을 입에 문다.
그리고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메레디스. 헨리는 인공호흡까지 하면서 메레디스를 살리려고 하지만, 결국 메레디스는 헨리가 보는 앞에서 자살한다.
헨리는 아동보호소에 보냈던 에리카를 찾아간다. 처음 보호소에 갈 때는 울고불고 난리였던 에리카도 나름 적응해서 잘 살고 있다. 헨리가 찾아오자 에리카는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런 애다. 길거리에서 매춘을 하며 살 때의 되바라지고 무례한, 못된 10대가 아니다.
헨리의 행동이 과했는가. 오해를 살 만했는가. 아니다.
어른이 아이에게 마땅히 보여야 할 호의 정도다.
약자 혐오가 만연한 현 시대가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딱 <디태치먼트> 속 학교의 모습이 될 것이다. 주어를 지칭하기 어려우나, '그들'이라 하자. 그들은 한 번도 아이인 적 없던 것처럼 아이들을 혐오하고, 영원히 늙지 않을 것처럼 노인들을 혐오한다. 혐오의 지점을 발견한 자신을 예리하고 냉철한 사람으로 생각하면서. 웃자고, 농담이라고,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하겠다는 궁색한 변명들과 함께.
전세계 IT 강국 코리아에서는 혐오의 언어가 네트워크를 타고 광속으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간다. '배움' 자체를 조롱하기 시작한 그들은 가르쳐주려는 사람에게 꼰대, 틀딱이라고 부른다. 사흘이 며칠인지 안다는 이유로, 명징과 직조라는 언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아는 체 하는 재수없는 사람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배워야 한다. 스스로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배워야 한다. 조롱과 혐오의 언어만을 학습하다 보면, 그 언어의 화살이 마침내 자신을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헨리는 수업시간에 애드가 앨런 포의 <어셔 가의 몰락>의 한 문장을 언급한다.
"구역질나는 마음의 냉정함"
어찌 보면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의 배경 학교와 학생들이 꼴통인 지점은 비슷한데,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에서는 어른이 존재하고, 어른이 아이들을 사랑하고 돌봐주며 관심을 갖는다는 차이가 있다. 그것만으로도 결과는 달라진다. 우리는 '마음의 냉정함'으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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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건만 할 수 있는 영화
MCU에서 감초 같은 매력을 뽐내는 우주의 수호자들이 마지막 편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가 개봉하고 극장에서 영화를 봤을 때, 히어로답지 않은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우스꽝스러운 면모는 신선하게 다가왔었다. 이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2>(2017)은 전편보다 더 휴머니즘이 녹아들고, 어울리지 않았던 이들의 케미가 화려한 폭죽처럼 폭발했던 시리즈였다. 그리고, 이번 마지막 편은 여태껏 메가폰을 잡은 제임스 건 감독의 가히 '걸작'이라고 표현해도 될 법한 영화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스틸컷
제임스 건 감독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각본, 감독한 사람이다. 누구보다 캐릭터들의 매력과 장단점을 확연히 알고 있을뿐더러, 제임스 건 특유의 B급 개그와 휴머니즘 정서에 매우 잘 맞는 영화가 바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다. 이번 영화를 끝으로 제임스 건 감독은 마블에서 떠나기 때문에 영화는 그가 쏟아낼 수 있는 능력을 마음껏 쏟아붓는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온전히 다 드러낸다. 특히, 하이 에볼루셔너리 전투선에서 선보이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 멤버들이 펼치는 롱테이크 전투 장면은 캐릭터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보여주는 연출이었다. 그 밖에도 영화 전체적으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담당했던 감독답게 캐릭터의 매력과 개성을 남김없이 활용한다.
영화 개봉 전부터 제임스 건 감독은 이번 영화는 '로켓'을 메인으로 잡았다고 언급했었다. 확실히, 로켓의 과거와 함께 플롯이 진행한다. 필자는 영화를 접하기 전, 감독의 의도를 로켓이 희생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오히려 로켓이 새로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리더가 되는 시리즈의 마무리이자 새 시작을 알리는 '가오갤'만의 '엔드 게임'이었다. 애초에 로켓이 리더가 될 거라는 복선은 영화 초반부터 있었다. '퀼'(크리스 프랫)을 상징하는 낡은 미디어 플레이어 '준'을 로켓이 처음부터 들고 노래를 트는 장면부터 로켓이 나중에 저 '준'을 갖게 될 것이다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준'은 욘두가 퀼에게 준 유품이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뮤직 플레이어다. 그전에 사용했던 '소니 워크맨'만큼이나 퀼이 전투를 할 때나 우주선을 비행할 때 등 늘 그의 곁에 같이 있는 소중한 물건이다. 그런 물건이 로켓한테 갖고 있다는 것은 퀼에게 어떤 이유로 가오갤에 함께할 수 없게 되고 더불어 비어있는 리더의 자리를 로켓이 맡을 것이라는 복선이 된다. 그리고, 퀼은 지구로 돌아가겠다는 은퇴와 그 자리를 로켓이 맡게 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2>(2017)에서 욘두가 퀼에게 남긴 '준' 플레이어는 전부터 사용했던 '소니 워크맨'보다 최신 기종이었기에 이번 영화는 보다 다양한 시대와 장르 음악이 등장해 다채로운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가오갤'의 시작을 알렸던 퀼을 등장 음악 'Redbone-Come and get your love'을 들려주며 가오갤 시리즈의 수미상관을 선보인다. 니체가 말한 '음악 없는 삶은 실수다.'라는 말처럼 영화는 음악으로 영화의 정서를 직접적으로 휘어잡는다. 모두가 음악을 들으며 신나게 춤추는 장면은 가오갤만의 재미와 각 캐릭터들의 연대가 어우러져 여운을 남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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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겨울에 보면 좋을 영화 5편
‘몽글몽글 심야영화’ Ep.02 당신의 겨울에 감성 이불을 덮어줄 영화 5편
크리스마스도, 2017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겨울에, 어두운 방에서 이불 덮고 귤 까먹으며 보면 좋을 영화 5편을 소개해드립니다.
렛미인 / 룸 / 브리짓존스의 일기 / 캐롤 / 러브레터
** 강한 스포일러는 없으나, 콘텐츠 특성상 일부 내용이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는 점 알려드립니다.
** 소개 순서는 영화의 선호도와 무관합니다.
** '몽글몽글 심야영화'는 모두가 하루를 마무리할 때 영화를 켜는 '환몽씨네'의 상명이가, 심야에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입니다. 자기 전, 혹은 적적한 밤과 새벽에 한번씩 꺼내 먹는 조그마한 야식처럼 들어 주세요 :)
** 시간 관계상 아쉽게 소개해드리지 못한 영화 5선 (라라랜드 / 인사이드 르윈 / 헤이트풀8 / 물랑루즈 / 이터널 선샤인)
** 제 영화 평점, 100자 코멘트는 왓챠 개인계정에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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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포함】판은 깔았으나 재미는 그닥
#영화 #올드가드 #리뷰
액션, 판타지│미국│124분
감독 지나 프린스-바이스우드│출연 샤를리즈 테론, 키키 레인오랜 시간을 거치며 세상의 어둠과 맞서운
불멸의 존재들이 세계를 수호하기 위해
또다시 힘을 합쳐 위기와 싸워나가는 이야기#리뷰문의
adonai0919@gmail.comTrack: Syn Cole - Gizmo [NCS Release]
Music provided by NoCopyrightSounds.
Watch: https://youtu.be/pZzSq8WfsKo
Free Download / Stream: http://ncs.io/GizmoBut he knows the way that I take;
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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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드래곤볼 슈퍼 : 슈퍼 히어로> 메인 예고편
?돌아온 레전드 시리즈? 전설의 슈퍼 히어로 VS 초강력 빌런 '레드 리본군' ? 그들을 막지 못하면 세계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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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레치드: 악령의 저주> 메인 예고편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살고 있는 소년 ‘벤’.
방학을 맞아 아버지 ‘리암’이 있는 한적한 바닷마을에 찾아간 그는
매일 밤 기이한 소리가 들리는 옆집을 주시한다.
어느 날 옆집 꼬마 ‘딜런’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게 되고
주변 사람들이 홀린 듯 기억을 잃은 사이, 아이들은 하나 둘씩 실종된다.
끊임없이 기이한 일이 발생하는 마을.
그리고 사건의 행방을 쫓는 ‘벤’의 눈 앞에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끔찍한 존재.
정체 모를 존재의 죽음의 손길을 느낀 ‘벤’은
자신의 목숨까지도 위협당하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