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Choice Movie2021-11-23 21:10:30
11월 4주 최신 개봉영화!
11월 4주 최신 개봉영화 5편
11월 4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1월 4주 개봉영화 5편!
연애 빠진 로맨스 Nothing Serious , 2021
2021년 공감대 높이는 현실 로맨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는 연애는 싫지만 외로운 건 더 싫은 ‘자영’과 일도 연애도 뜻대로 안 풀리는 잡지사 기자 ‘우리’,
다 감추고 시작한 그들만의 특별한 로맨스를 그린 영화입니다.
내 맘대로 풀리지 않는 연애에 지칠 대로 지쳤지만 외로움만은 참기 힘든 현실 남녀들의 솔직한 연애관을 가감 없이 드러내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합니다.
새로운 연애 트렌드에 익숙한 MZ세대의 공감대를 자극하고 마치 내 이야기 같은 생생한 연애의 모습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욕망을 거침없이 그려내 관객들을 완벽하게 사로잡을 예정입니다.
독보적인 존재감의 전종서와 대체불가 매력의 배우 손석구의 첫 로맨스 영화!
첫번째 추천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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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이탈자 Spiritwalker , 2020
할리우드 리메이크 확정
전 세계 107개국 선판매 및 유수의 영화제 초청
영화 "유체이탈자"는 기억을 잃은 채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한 남자가
모두의 표적이 된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추적 액션영화 입니다.
세계 유수 영화제의 공식 초청을 받으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는데요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지.아이.조' 시리즈의 메인 프로듀서인 로렌조 디 보나벤츄라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결정까지 더해져 대중성과 상업성까지 잡았습니다.
영화 "유체이탈자"는 '범죄도시' 제작진과 ‘장첸’ 윤계상이 또다시 의기투합한 액션 영화로
사상 첫 1인 7역에 도전하며 또 한 번의 인생 캐릭터 탄생을 예고합니다.
12시간마다 몸과 함께 공간까지 바뀌는 ‘강이안'의 추척 액션!
두번째 추천영화 "유체이탈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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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나희 순정 2021
연애 시인 ‘류근’이 페이스북에 직접 연재한 스토리툰
류근 시인이 쓴 스토리에 세계적으로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 퍼엉의 합작으로 탄생한 스토리툰 "싸나희 순정" 원작으로 제작한
영화 "싸나희 순정"이 개봉을 합니다.
영화 "싸나희 순정"은 현생탈출 시골라이프를 꿈꾸는 영화인데요
두 주인공 낭만술꾼 시인 유씨와 엉뚱발랄 농부 원보는 친숙하면서 독특한 개성이 넘치는 인물들입니다.
이 캐릭터들을 이미 연기력이 검증된 베테랑 배우 전석호와 박명훈이 연기하며 브로맨스 케미를 연출했죠.
이외에도 김재화, 최대철, 심은진, 공민정 김명곤 등 영화와 드라마, 연극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연기파 배우들이 총집합한 엉뚱한 웃음과 진중한 감동을 줄
세번째 추천영화 "유체이탈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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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이태리 Made In Italy , 2020
액션 장인 리암 니슨의 새로운 연기변신
영화 "메이드 인 이태리"는 오래된 집을 팔기 위해 아름다운 토스카나에서 한 달간 머무르게 된 ‘잭’이
소원했던 아버지 ‘로버트’와 화해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로맨틱 힐링 드라마입니다.
수년째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액션 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배우 리암 니슨이
올가을 트레이드 마크인 ‘액션’을 잠시 내려두고 따뜻한 가족 드라마로 돌아오는데요
라이징 스타이자 친아들인 배우 마이클 리처드슨과 동반 출연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처럼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토스카나 지역을 배경으로 여행에 대한 목마름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지금,
영화는 관객들에게 토스카나의 충만한 햇살과 함께 잊지 못할 기분 좋은 느낌을 선사할
네번째 추천영화 "메이드 인 이태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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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칸토: 마법의세계 Encanto , 2021
겨울왕국, 모아나를 잇는 디즈니의 6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60번째 작품 "엔칸토 마법의 세계"가 개봉을 합니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콜롬비아 산악지대에 숨겨진 경이롭고 매력적인 장소 엔칸토에 위치한
마법의 집에 사는 특별한 마드리갈 패밀리의 이야기를 담아냈는데요.
꽃을 피우거나 엄청난 힘을 갖거나 날씨를 변화시키고, 동물들과 소통하는 특별한 능력들로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특히 콜롬비아 문화에서 영감 받은 흥겹고 신나는 리듬과 비트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비주얼과 함께 펼쳐지면서,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와 마법 세계의 한복판에 있는 것 같은 환상적인 느낌마저 전달하는데요
게다가 수많은 캐릭터들이 입을 맞춘 뮤지컬 앙상블과 다채로운 퍼포먼스들은 역대급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탄생을 예고 하고 있습니다.
믿고 보는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
다섯번째 추천영화 "엔칸토: 마법의 세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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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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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10월 둘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는데 이번 주부터는 최저 기온이 2도까지 내려갈 정도로
추워진다고 하니 따뜻하게 입고 외출하시길 바랍니다!
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주말 박스오피스 영화 순위'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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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인생은 아름다워> (▲1)
▶ 10월 첫째 주에 2위를 차지했던 <인생은 아름다워>가 1위에 등극했습니다. 개봉 14일째인 10월 12일을 시작으로 1위를 유지하며 역주행을 시작했습니다.
좌석 수가 개봉주에 비해 많이 줄어든 상황 속에서 더 높은 좌석판매율을 기록했습니다.
주말 동안 (10월 14일 ~ 10월 16일) 관객 수 12만 4,15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82만 9,737명을 돌파하였습니다.
2. <공조2: 인터내셔날> (▼1)
▶ <공조2: 인터내셔날>은 5주 차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다 6주 차에 2위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평일 동안 <인생은 아름다워>와 각축을 벌이다 주말에 결국 아쉽게 1위를 내주게 되었습니다.
주말 동안 (10월 14일 ~ 10월 16일) 관객 수 11만 2,87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677만 2,99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 떡잎 학교2> (▲1)
▶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 떡잎 학교>는 그동안 국내에서 개봉한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스코어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과 시리즈 최초로 선보인 미스터리 장르로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10월 14일 ~ 10월 16일) 관객 수 8만 1,343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55만 9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22회 예측 이벤트는 10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 한 주 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에.에.원>과 <공조2>를 1위로 많이 예상해주셨는데, 둘째 주 1위는 <인생은 아름다워>가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3위의 경우 딱 세 분만이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라고 예측을 해주셨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123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오펀: 천사의 탄생> (NEW)
▶ 레전드 공포영화로 불리는 전편에 이어 13년만에 등장한 속편 역시 다양한 관객층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10월 14일 ~ 10월 16일 관객 수 7만 34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0만 46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줄거리
엄청난 비밀을 숨긴 사이코패스가 에스토니아의 정신병동을 탈출, 부유한 가족의 실종된 딸 ‘에스더’로 사칭해 미국에 온다.
재회의 기쁨도 잠시, 어딘지 낯선 딸의 정체를 눈치챈 엄마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에스더와 맞서는데...
5. <정직한 후보2> (▼3)
▶ 개봉주부터 상위권을 유지하던 <정직한 후보2>가 개봉 3주 차에 5위로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전편에 비해 아쉬운 평점으로 관객 수가 점점 감소하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10월 14일 ~ 10월 16일) 관객 수 5만 8,658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83만 5,420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Halloween Ends>가 1위를 차지하게 되면서, 첫째 주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모든 영화가 한 단계씩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The Woman King>만 4위를 계속 유지하고, 순위 변동으로 인해 <Don't Worry Darling>이 순위권 밖으로 떨어졌습니다.
<Halloween Ends>는 주말 동안(10월 14일 ~ 10월 16일) 매출액은 41,250,000 (한화 약 593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 역시 동일합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1. <할로윈 엔드> 4,125만 달러 (누적 4,125만 달러)
2. <스마일> 1,240만 달러 (누적 7,116만 달러)
3. <라일, 라일, 크로커다일> 738만 달러 (누적 2,275만 달러)
4. <더 우먼 킹> 369만 달러 (누적 5,974만 달러)
5. <암스테르담> 289만 달러 (누적 1,959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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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10월 둘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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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자신만의 블루스를 춘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포스터
우리들의 블루스 (2022)
편성 : tvN, 20부작 완결 │ 장르 : 한국, 드라마
연출 : 김규태, 김양희, 이정묵 │극본 : 노희경
출연 : 이병헌(동석), 이정은(은희), 김우빈(정준), 한지민(영옥), 고두심(춘희), 김혜자(옥동) 외
등급 : 15세 이상세 사람 이상이 추천하면 그건 봐야지
요즘 나는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드라마에 입덕하는 일이 잦다. 그중 하나가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였다. 이정은, 이병헌, 한지민을 비롯해 고두심과 김혜자 선생님까지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드라마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아, 배경이 푸른 섬 제주라는 것도. 내심 속으로는 ‘그 출연진을 가지고 재미없으면 말이 되나?’ 싶은 생각이 있었다. 어쨌거나 이 드라마를 본 주변 사람들이 그리도 입이 마르게 칭찬을 하니 궁금해서 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주변에 세 사람 이상이 추천하면 재밌다’는 나의 법칙이 이번에도 통했다. 인물별로 나누어 에피소드를 진행한 점이 특히 독특하고 좋았다. 그리하여 이 작품에 대한 리뷰도 인상 깊었던 인물을 추려 인물별로 진행해보려 한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스틸컷
한수와 은희 : 다시 잘 살아볼 기회를 주어 고마워
멀대 같이 크고 잘생긴 한수. 서울 사는 한수. 차승원이 연기한 ‘한수’는 제주 사람이 보기엔 그런 존재다. 학창 시절부터 때깔이 달라 결국 서울에 가더니 은행 지점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제주로 내려왔다. 평생을 제주에서 벗어나지 않은 토박이 동창들은 그런 한수가 빛 좋은 개살구라는 걸 모른다. 골프 유학을 떠난 딸을 뒷바라지하느라 한수의 재정상태는 거의 파산 직전이고, 그런 이유로 지쳐있는 아내와도 썩 사이가 좋지 않아 보인다. 그때 눈앞에 ‘은희’가 나타난다. 학생 땐 그저 자신을 좋아하는 귀여운 여학생쯤으로 여겼던 은희는, 현재 자산만 10억을 지닌 알부자다.
멀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었으나 빚만 늘고 있는 한수에게, 생선 대가리를 자르며 많은 것을 일군 은희는 참으로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직업의 귀천은 무엇이고 잘 산다는 것은 어떤 걸까. 보이기 위한 삶과 진짜로 실속 있는 삶은 어떻게 다른 걸까.., 나도 보는 내내 생각했다. 조여 오는 궁핍한 상황에 은희에게 돈을 빌리려던 한수는, 은희가 카카오톡 기프티콘 쏘듯 보낸 2억을 결국 다시 돌려보낸다. 은희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때문도 있었지만, 어쩌면 정말로 ‘잘’ 살아보려는 의지였을 수도 있다.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라, 정말로 만족스럽고 실속 있는 삶이 무엇인지 은희를 보고 배운 덕이다. 한수는 골프 유학을 접고 돌아온 딸과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그때 그 가족은 그제야 처음으로 행복해 보였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스틸컷
인권과 호식 : 절친에서 앙숙으로 그리고 다시 절친으로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인권과 호식’을 꼽겠다. <범죄도시>에서 감초 같은 연기를 보인 배우 ‘박지환’과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응급실 선생님으로 나왔던 배우 ‘최영준’이 각각 인권과 호식을 연기했다. 이들의 사연인 즉, 학창 시절부터 죽고 못 사는 친구지간이었으나 어떤 사건을 계기로 철천지 원수 같은 사이가 되었는데, 서로 얼굴만 봐도 으르렁대던 그들에게 찾아온 또 하나의 복병은 바로 자식들이다. 인권의 아들 ‘현’과 호식의 딸 ‘영주’가 서로 좋아해 고등학생 신분으로 임신을 하게 된 것.
아이를 지우고 서울대를 가겠다던 영주는 갈등 끝에 아이를 낳기로 하고, 산모와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현은 학업을 포기하고 중국집 배달부터 귤 따기까지 온갖 허드렛일을 하게 된다. 순대를 팔아 아들을 공부시키는 맛에 살던 인권의 마음은 무너지고, 마찬가지로 딸을 서울대에 보내 의사를 만들려던 호식도 망연자실한다.
그러나 별 것도 아닌 일을 계기로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던 인권과 호식은, 두 아이들을 매개로 하여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원래의 친구 사이로 돌아가는데..., 과연 그 과정 하나하나가 진국이고 눈물 버튼이다. 드문드문 현실적인 나의 뇌는 ‘과연 영주와 현은 아이를 낳아 끝까지 잘 살았을까?’ 하는 걱정을 지울 수 없었지만, 이내 인권과 호식을 보며 안심이 됐다. 엄마의 부재를 메꾸는 아버지의 사랑은 위대했고, 먼지를 털어낸 오래된 우정은 더 위대했으니.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스틸컷
정준과 영옥 : 어설픈 동정이나 위로 말고 정직함으로
한지민과 김우빈이 열연한 ‘정준’과 ‘영옥’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영옥은 육지에서 온 여자다. 서로 모든 걸 터놓고 지내는 제주 사람들과 달리, 좀처럼 자기 얘기를 꺼내지 않고 촐랑거리만 하는 영옥은, 같이 일하는 해녀들에게 눈엣가시다. 하지만 영옥이 그렇게 가벼운 것은 사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수단이었는데.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장애가 있는 쌍둥이 언니를 부양해야 했던 터라, 살아오면서 사람들로 인해 켜켜이 상처가 쌓여온 것이다. 많은 남자들이 달아났고, 고아나 장애라는 조건에 섣부른 동정이나 무례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녀는 차라리 말하지 않기와 무겁지 않음을 택했을 뿐이다. 영옥에게 호감을 느껴 다가온 정준 또한 영옥은 그런 이유로 밀어낸다. 어차피 너도 똑같고 날 떠나갈 테니, 상처받기 전에 내가 먼저 자르겠다는 심보.
하지만 연애도 통계학이고 경우의 수다. 열에 아홉이 떠나갔대도 묵직한 놈 한 놈쯤은 나타날 수 있는 법. 영옥에게는 그게 정준이 아니었을까. 가시 돋친 영옥이 “(장애 있는 우리 언니 보고) 많이 놀랐나 봐?”라고 물으면 정준은 “미안해”가 아니라, “나도 장애 있는 사람을 처음 보는 거라 당황할 수 있잖아. 천천히 적응하고 친해질게요”하는 식이다. 선 넘은 동정도, 무례함도 없이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자를 이해하려는 정직함 만이 있다. 말없이 생선살을 발라 영옥의 밥 위에 올려주던 정준의 어머니도 그랬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그런 거지 싶다. 투박한 날 것이더라도 과장 없이 오로지 이해하려는 그 마음을 ‘정직하게’ 보여줄 때, 사람의 마음은 열리는 게 아닐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포스터
제주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바다 같은 마음
왜 배경이 제주여야 했을까 하고 처음에 생각했다. 외계어 같은 사투리도 잘 못 알아듣겠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쉬이 이해하기 힘든 ‘오지랖’ 심한 정서도 너무 강한 탓에, 처음에는 거북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제주여야 했음을 머잖아 깨달았다.
‘선아(신민아)’는 우울증에 걸린 자신을 떠난 차가운 남편이 아닌, 만물상 하는 촌스런 제주 남자 ‘동석(이병헌)’의 오지랖에 치유를 하게 됐고, 남이 흉이라도 볼까 가면을 쓰고 다니던 영옥도 제주 남자인 정준을 통해 사람에 대한 신뢰를 배웠다. 언제든 두 팔 벌려 안아줄 것 같은 제주 할망 ‘옥동(김혜자)’과 ‘춘희(고두심)’는 모든 이들의 엄마였다. 경쟁이나 물질만능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그곳 제주에는, 촌스럽지만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할 줄 아는 선한 마음들이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행복하게 화해하며 끝나는 다소 진부한 결말이었음에도 이 이야기가 와닿는 건, 까끌해진 마음을 보듬는 따스한 인류애 때문일테다. 제주에서, 오지랖을 당하고 싶어진다.
인스타그램 @wood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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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을 살아가는 누구나에게 위로를 전하는 영화 <소울>
영화 내용을 아예 모른 상태에서 오로지 포스터만 보고 저 영화를 봐야한다고 생각한 작품 <소울>. 디즈니와 픽사가 다시 만났다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무조건 보러간 선택은 옳았다. 귀여운 건 역시나 옳았고, 디즈니와 픽사도 역시나 옳았고, 애니메이션도 완벽히 옳았다.
영화 <소울> 시놉시스
나는 어떻게 나로 태어나게 되었을까? 지구에 오기 전 영혼들이 머무는 태어나기 전 세상이 있다면? 뉴욕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던 조는 꿈에 그리던 최고의 밴드와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게 된 그 날,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되어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다.
탄생 전 영혼들이 멘토와 함께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하면 지구 통행증을 발급하는 태어나기 전 세상. 조는 그 곳에서 유일하게 지구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 시니컬한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링컨, 간디, 테레사 수녀도 멘토되길 포기한 영혼 ‘22’. 꿈의 무대에 서려면 ‘22’의 지구 통행증이 필요한 ‘조’. 그는 다시 지구로 돌아가 꿈의 무대에 설 수 있을까?* 해당 내용은 네이버 영화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캐릭터가 마냥 착하지 않아서 좋았다
영화 소울에서 가장 좋게 생각했던 부분은 주인공 ‘조’가 마냥 착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착한사람이 주인공이고 나쁜사람은 악당으로 묘사되는 이분법 구도를 벗어나서 조가 자신의 인생을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굉장히 열심히 꿈을 쫓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 어찌보면 너무나도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는 것을 영혼 22가 조의 몸에 들어가면서 보여준다.
단골 미용실 가게의 주인장과 대화를 하며 그제서야 미용실 가게의 주인의 꿈이 미용업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되고, 엄마의 진심을 알게되며, 자신의 제자의 엇나간 마음 역시 되돌려 놓는다.
이처럼 기존의 ‘조’의 인생이 조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기준대로 열심히 살았던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너무 자신의 삶만 쫓고 다른 사람의 인생에는 관심이 없었던 인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조는 앞으로 같이, 공유하는 삶의 모습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하는 미래가 그려졌다.
맹목적인 목표와 목표 달성 후에 찾아오는 허탈감
한끗차이란 이런 것일까? 사람들이 무엇엔가 열중해서 마치 다른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와 그 느낌을 받기 위해 집착하는 모습을 보일 때는 정말 한끗차이라는 점을 영화에서는 잘 보여주고 있었다. 황홀경과 집착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하나는 아름답게 하늘에서 다른 하나는 땅만 보며 같은 단어만 외치는 괴물로 표현되고 있었다.
살다보면 어느샌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 자체에 맹목적으로 집착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과 교훈은 잊어버린 채 오로지 맹목적인 목표의 추구는 사람을 파멸로 이끌기 마련이다. 그러한 모습을 영화 속에서는 무언가에 집중하며 황홀경에 있는 사람과 대조시키면서 맹목적인 목표의 추구는 옳지 않다는 것,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순식간에 그 목표가 맹목적으로 뒤바뀔 수 있는 것을 표현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토록 원하던 목표를 이뤄냈을 때 찾아오는 허탈감 역시 엿볼 수 있었다. 목표를 이뤄낸 순간에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할 수 있겠지만 달성하고나면 솔직히 허탈감이 밀려온다. 만족감도 있지만 순간적인 이 기분을 위해서 내가 이토록 고생을 했어야 했나? 하는 감정처럼 말이다. 그리고 목표를 이룬다고 해서 현실은 바로 바뀌지 않는다.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이거 하나만 하면 뭐든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것은 이루기 전의 환상 속 자신의 모습일 뿐 현실은 과거와 별반 다른 것은 없다. 이런 기분을 토로하는 조에게 최고의 트럼펫 연주자는 ‘내일도 여기로 출근하는거지’라는 대사를 날린다. 자신이 무언가를 성취했다고 해서 바로 무언가가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그리고 현실은 묵묵히 살아가는 것임을 알려주는 대사였다.
현재의 흐름에 맞는 주제
21세기를 나나태는 대표적인 단어를 선택하라 한다면 ‘소확행’을 꼽을 것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이다. 이 단어 탄생의 이면에는 과거처럼 큰 성과를 내기 힘든 이 사회 속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람들은 포기를 강요당하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내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일반 중산층이 아무리 노력해도 혼자의 힘으로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구할 수 없듯이 사람들은 현대 사회에서 포기를 강요당하면서 행복의 초점을 무언가 이뤄내는 큰 성가, 성취 중심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존재에 기쁨을 느끼고, 사람들과 교감하는 감정으로 옮겨갔다.
이러한 현대 사회의 흐름은 영화 소울의 주제가 너무나도 일맥상통했다. 치열한 경쟁 사회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인정하고 성공을 해야 인생을 잘 산다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떨어지는 눈에, 여유롭게 마시는 차 한 잔에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는 삶을 지향하고 있었다.
특히, 이러한 주제를 조가 마지막으로 피아노를 치며 어떠한 대사 없이 오브제들과 감미로운 선율만으로 전해준다. 이 때 필자는 굉장히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이 장면에서 눈물을 엄청 많이 쏟았는데 이성적으로 완벽하게 주제가 정리된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감정이 먼저 반응해서 이렇게 이유도 모른채 눈물이 왈칵 쏟아진 것 처음이었다. 이후에 조가 내레이션을 통해 한 번 정리를 해주고 나서야 이성적으로 이해가 됐다. 이성적으로 이해가 된 다음에야 감정이 발동하고 눈물이 나던 필자였는데 그 장면 속 오브제와 피아노 선율의 조합을 아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영화 소울은 인생의 초점이 what이 아니라 how에 맞춰져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내 삶의 방향성은 무엇인지, 고민을 하게 만들고 현재의 선택에 위로를 전해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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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품 나는 미술품 도둑들의 이야기
넷플릭스에서 매주 다양한 영화들을 공개하고 있다. 최근에 공개된 <레드 노티스>는 드웨인 존슨, 라이언 레이놀즈, 갤 가돗 등 가장 인기 있는 배우들이 모두 출연하는 영화로 꽤 기대를 받던 영화였다. 꽤 멋진 영상과 배우들의 액션 장면이 담긴 예고편을 통해 그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영화에는 FBI 프로파일러 존 하틀리(드웨인 존슨), 희대의 미술품 도둑 놀런 부스(라이언 레이놀즈)와 사라 블랙(갤 가돗)이 등장한다. 존이 미술품 도둑인 놀런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첫 장면을 꽤 흥미롭게 보여준다. 액션은 경쾌해 보이고 두 캐릭터 간의 추격전은 분명히 기대감을 높인다. 하지만 그 첫 액션 장면 이후 영화는 지지부진을 반복한다.
영화 속에서 존은 함정에 빠져 미술품 도둑으로 몰리고 결국 놀런과 같이 미술품을 훔치는 작업에 동참하게 된다. 그 동기는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사라를 잡아 결백을 밝히기 위함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인물이 얽히고 또 만남을 반복하면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반전을 거듭하면서 방향을 달리 해 나간다.
그러다 보니 영화 속에서 믿을 수 있는 인물이 없어져 버렸다. 어쩌면 사기꾼들인 그들의 이야기를 통 믿을 수가 없다. 그들이 이야기했던 과거의 일들도 진짜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들이 벌이는 액션 장면도 누군가에게 공감해서 즐길 수가 없다. 그저 그들의 격투를 지켜보며 그 결과를 볼뿐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격투 장면들은 배우들의 과거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라이언 레이놀즈를 보면 자연스럽게 데드풀이 보이고 이 영화 속 캐릭터 역시 데드풀의 성격과 비슷한 면이 보인다. 갤 가돗을 보면 원더우먼이 떠오르고, 드웨인 존슨을 보면 과거 그가 등장했던 액션 영화들이 떠오른다. 영화에 이 세 인물이 등장할 때는 <레드 노티스>의 캐릭터들은 보이지 않고 배우들의 과거 캐릭터가 떠오르니 영화의 매력은 많이 떨어진다.
이야기도, 캐릭터도, 배우도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다양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들은 눈에 들어오지만 그마저도 많은 편은 아니다. 무엇보다 가장 문제는 캐릭터들에 전혀 정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면서 하품이 났던 액션 영화다.
이 영화를 연출한 로슨 마샬 터버는 <스카이 스크래퍼>, <우리는 밀러 가족> 등을 연출했던 감독이다. 아주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들을 주로 연출해 왔다. 그래서인지 이번 <레드 노티스> 도 너무 가볍기만 하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레드 노티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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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리 (2021)
* 이 리뷰는 영화 <미나리>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아카데미 6개 부문 노미네이션, <미나리>
지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미나리>는 오늘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도 외국어영화상과 아역배우상 총 2관왕을 차지하며 오스카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그리고 마침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공개날 여우조연상,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하여 6개 부문에 노미네이션 되며 오스카 수상이 허황된 꿈이 아니었음을 보란듯이 증명해주었다. 연초부터 각종 비평가상과 영화제 수상을 휩쓸고 있는 화제작 <미나리>는 도대체 어떠한 이유로 이와 같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일까.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었던 한인 가정
1980년대, 미국 아칸소 농장의 트레일러로 이사를 온 '제이콥(스티븐 연)'과 '모니카(한예리)', 그리고 부부의 자녀 '앤(노엘 케이트 조)'과 '데이빗(앨런 킴)' 가족은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낡은 트레일러 집 대신 농사 지을 땅을 산 제이콥은 가장으로서 무언가를 해내겠다는 부푼 마음을 안고 있지만, 안정적인 주거생활이 보장되지 않은 환경 탓에 모니카는 앞으로의 현실이 막막하기만 하다. 하루는 집이 토네이도의 위협을 받아 모니카가 큰 불안을 느끼게 되고, 제이콥과 크게 부부싸움을 벌인 끝에 손자들을 돌봐주고 모니카에게 안정을 가져다줄 외할머니 '순자(윤여정)'을 아칸소로 모셔오기로 결정한다.
한국인이지만 미국에서의 삶이 더 익숙한 데이빗은 할머니와 잦은 갈등을 빗게 되고, 이웃 '폴'과 단둘이 농사를 짓는 제이콥의 수확도 녹록지 않다. 데이빗과 순자의 관계가 좋아질 무렵, 순자는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몸을 가누기 힘들어지고 모니카가 견뎌내야 하는 삶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진다. 제이콥은 끝내 수확에 성공하지만, 제이콥의 농사, 데이빗의 심장병, 아이들의 양육, 어머니의 부양에 완전히 지쳐버린 모니카는 현실의 한계를 느끼고 제이콥에게 이별을 고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가족의 관계는 다시 회복되게 되는데...
예상 가능한 플롯, 큰 재미는 없다
개인적으로 <미나리>라는 작품에 거는 기대가 컸다.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 실적이 워낙 좋기도 했고, 극의 완성도와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 감상한 결과 생각만큼 인상이 진한 영화는 아니었다. 1980년대 미국의 한인 이민자 가정에서 발생하는 가족 간의 갈등, 낯선 곳에서 새 출발을 한다는 불안 등을 표현한 여타 비슷한 스토리 구조를 가진 작품들과 뚜렷한 차별점이 없었다. 드라이하게 가슴을 울린 좋은 영화임은 인정하지만, 이렇게까지 극찬을 받을만한 영화인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미나리>에게 이어진 극찬들은 주로 해외 시상식에서 주어졌기 때문에 한인 이민자 가정을 바라보는 미국인들과 한국인들의 관점 차이에 따라 영화에 대한 평가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움의 미학, 클리셰 탈피
<미나리>는 한국인 배우들이 출연하고, 한국어로 대사를 치지만 엄연히 미국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 자체는 굉장히 한국적이지만, 그 스토리의 구조와 촬영 기법, 연출 방식은 상당히 미국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나리>는 굉장히 기이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적인 내용을 갖고도 영화가 진부하지 않게 보일 수 있던 이유는 작품이 추구하는 방향이 절제와 비움이었기 때문이다. <미나리>는 한국 가족영화 특유의 전형적인 전개 방식을 답습하지 않는데, 이 부분이 바로 영화가 호평을 이끌어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미나리>가 한국감독이 연출한 국내 영화였더라면, 뇌졸증에 걸린 '순자'의 죽음과 같은 신파적인 소재로 가족에게 깨달음을 주거나 성장을 이끌어내는 플롯을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이삭 감독'이 만든 <미나리>는 할머니 캐릭터를 억지 눈물 짜내기 포지션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감동을 강제하지 않는데도, 드라이한 여운을 이끌어내고 관객들로 하여금 각자의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충분히 떠올릴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에 좋은 영화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인물 간의 갈등을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미나리>의 극중 배경인 1980년대는 동양인에 대한 백인들의 원색적인 차별이 만연했던 시기다. 따라서 극에 제이콥의 가족을 괴롭히거나 인종차별적 행동을 가감없이 펼쳐줄 인물이 등장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그렇지만, <미나리>는 그러한 진부한 설정을 따르지 않는다. 교회에서 만난 백인들은 낯선 분위기 속에서 적응을 못하는 모니카에게 친절을 베풀고, 데이빗이 새로 사귄 백인 친구 역시 처음에 호기심 때문에 차별적인 언행을 했을 뿐 후에 친구로 함께 잘 지낸다. 즉, 제이콥의 가족을 제외한 인물 중 악인이라 칭할 법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아서 쓸데없는 갈등 비중을 모두 배제하고, 오로지 미국이라는 낯선 공간 속 이방인들이 겪는 내적 갈등에만 주목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굉장히 사소한 설정 차이일 수 있지만, 이러한 미세한 부분에서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윤여정의 순자, 그녀에게 열광하는 이유
<미나리>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존재는 감독도, 영화도, 젊은 배우들도 아닌 배우 '윤여정'이다. 윤여정은 주인공들의 어머니이자 외할머니 '순자'를 연기하며 미국인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K-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 캐릭터가 해외에서는 매우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사실 한국 드라마를 수백 편 봐 오고, 윤여정 배우가 등장한 수십 편의 작품들을 봐 온 시청자 혹은 관객의 입장에서는 '순자' 캐릭터에 왜 이렇게 이목이 쏠리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미나리>가 제작된 미국이라는 국가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분명 우리가 보는 시선과 달리 보게 될 지점들이 있을 것이라고 느꼈다.
'순자'는 전형적인 할머니상에서 탈피한 인물이다. 데이빗이 불평하는 것처럼 손자들에게 맛있는 쿠키를 구워주고, 공부를 가르쳐주거나 책을 읽어주고, 다정하게 보살펴주는 일반적인 할머니들의 모습과는 제법 거리가 있다. 순자는 요리도 못하고, 손자들과 함께 화투를 즐기고, 교회에서 십일조를 훔치는 등 일명 날라리 할머니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순자가 나쁜 할머니일까? 순자는 자신의 성격과 방식대로 힘든 처지에 있는 모니카의 가족을 위로하고, 자신과 끊임없이 갈등을 벌이는 손자 데이빗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 이러한 뻔하지 않은 할머니의 캐릭터가 '윤여정'이라는 개성적인 연기파 배우와 만나게 되면서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순자'라는 인물을 그려낼 수 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유수의 해외 영화제 여우조연상을 휩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극의 중심이 되어주는 할머니
극의 중후반부까지 활약을 하다가 뇌졸증을 앓게 된다는 설정으로 비중이 작아지긴 하지만, 순자라는 인물은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캐릭터다. 죽음으로서 가족에게 깨달음을 준다는 신파적 장치의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미 차별화가 되기는 했지만, 순자의 역할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순자는 우선적으로 모니카와 제이콥의 관계를 원만하게 중재해주는 인물이다. 토네이도가 들이닥쳤을 때, 부부싸움의 언성이 최고조에 달하며 관계가 험악해졌지만 순자가 등장하면서 부부관계는 차츰 완화된다. 순자는 모니카 부부뿐 아니라 손주인 앤과 데이빗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창고에 화재를 일으키고 망연자실한 채 허허벌판으로 걸어가던 순자를 잡기 위해 아픈 심장을 뒤로 하고 용기를 내어 뛰는 데이빗은 극 초반의 말 안 듣는 철부지 손자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아픈 심장 때문에 일찍 죽지는 않을까 걱정하던 데이빗에게 따스한 품을 빌려주며 희망을 불어넣어준 할머니로 인해 그가 조금은 변화하고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준 대목이었다.
순자의 영향력은 극의 결말부까지도 발휘된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탓에 쓰레기를 태우다 화재를 일으킨 사건은 제이콥의 전재산이라 할 수 있는 농작물들을 모조리 몰살시킨 대형사고였다. 하지만, 결별을 이야기할 정도로 파국의 단계에 들어섰던 제이콥과 모니카는 오히려 이 대형사고를 계기로 다시 뭉친다. 농사로 꿈을 이루겠다는 제이콥의 막연한 믿음이 무너졌을 때, 가족을 안정적으로 지키고자 하는 모니카의 마음은 더욱 커지고 이는 곧 가족이 흩어지지 않는 계기로 작용한다. 즉, 가족 간의 갈등을 봉합하고 이들이 서로를 의지하고, 믿을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준 셈이다.
한예리의 돋보이는 존재감
순자가 극 안에서 내용의 중심을 잡아준 캐릭터였다면, 모니카 역을 맡은 배우 '한예리'는 극중 미국인에도, 한국인에도 그 어느 곳에도 제대로 섞여들지 못한 인물을 연기하며 극의 경계선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준다. 즉, <미나리>는 엄연한 미국영화이지만, 한예리가 등장함으로써 이 작품이 완전히 미국영화로 보이지 않게끔 만들어준다. 미국인 감독이 만든 미국영화이지만, 한국인 배우가 등장하고, 한국인 가정의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이기 때문에 그저 평범한 미국의 가족영화가 되는 것을 한예리가 끊임없이 경계해주는 셈이다.
적당한 만족감, 어쩔 수 없는 아쉬움
<미나리>는 그 어떠한 갈등이나 주된 사건전개보다 미국이라는 낯선 공간이 가져다주는 큰 불안과 이곳에서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방인들의 내적 갈등이 가장 큰 중심 소재다. 이러한 감정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모니카다. 극 후반부 제이콥에게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며 한계와 울분을 표출하는 한예리의 연기는 모니카라는 인물이 견뎠을 인고의 시간들이 얼마나 힘겨웠을지를 충분히 드러낸다. 많은 이들이 윤여정이나 아역배우에 연기에 좀 더 포커스를 두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예리의 존재감이 가장 빛났다고 느낀다.
<미나리>는 한 이민자 가정의 삶이라는 굉장히 사소해보일 수 있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지만, 영화를 통해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보면 분명 잘 만든 영화다. 비슷한 플롯의 작품들을 답습하지도 않았고, 한국영화와 미국영화의 경계선에 있는 듯한 오묘한 분위기를 매력적으로 담아냈으며 배우들의 연기 또한 훌륭하다. 하지만, 현재 <미나리>를 향해 쏟아지고 있는 극찬들에 진정으로 부합되는지는 영 의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영화 감상을 마쳤을 때, '정말 잘 만든 영화다'라는 생각보다 '이렇게까지 극찬 받을 영화인가?'라는 생각이 앞섰다는 것은, <미나리>가 준수한 작품 이상의 무언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부한 노선을 탈피하긴 했지만, 그 이상의 신선함을 더하지는 못했다. 인물들의 행동이나 성격, 이민자 가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 모든 게 예상 밖을 벗어나지 않는다. 드라이하다는 게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과연 <미나리>에게 걸었던 기대가 드라이한 만족 정도였을까. 호평일색인 평가들이 왠지 조금은 과하게 느껴진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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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상실을 위하여
*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 받아 참석한 영화 <로스트 도터>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많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이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1. '모성'에 대한 착각
'모성 신화'의 역사는 유구하다. 인간이 언어를 구사한 이래, 우리는 끊임없이 '어머니'라는 존재를 아가페적 사랑의 원천으로 숭배해 왔다. 어린아이를 품에 안고 그를 귀애해 마지 않는 어머니의 이미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래도록 칭송 받아온 바 있다. '어머니'는 현명하고 자애로우며 자식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불사할 수 있다. 사랑하는 자식만을 평생토록 바라보며 자신의 꿈마저 저버리는 자기 희생적인 어머니들의 이야기는 사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숱하게 남아있는 이러한 '모성 신화'에 대한 숭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고릿적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모성애'는 타고난 것이므로 아이를 낳기만 하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터득될 것이라고.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세상의 어느 동물인들 없으랴마는, 인간들이 오래도록 쌓아온 '모성'이라는 것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것은 뭍 주장들과는 상반되게도, 다분히 개인의 본능과 욕망을 인위적인 방식으로 억압하고 제약함으로써 '만들어진다.' 달리 말하자면, 인간 사회의 '어머니'들은 단순히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만인의 인정을 받는 '어머니'가 될 수 없다는 소리다.
올리비아 콜먼 주연의 <로스트 도터>는 이러한 모성 신화의 그림자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2. '엄마'라는 이름의 족쇄
레다는 일견 성공한 중년 여성처럼 보인다. 실제로 그는 이탈리아어문학 교수로 일하고, 홀로 며칠씩 해변이 딸린 리조트에 휴가를 올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의 소유자다. 그의 행동과 말 하나하나는 품위있고 고상하다. 휴가를 와서까지 하루종일 육아에 시달리는 '니나'가 더 없이 여유로워 보이는 그를 부러워하며 '당신 처럼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한적하게 책이나 읽으며 휴가를 즐기는 레다와는 달리,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 아이를 낳은 '니나'는 한시도 쉴 틈이 없다. 그의 귀여운 딸이 언제나 그의 곁을 맴돌기 때문이다. 남편과 남편의 가족들은 저희들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바쁘고, 육아는 언제나 그의 몫이 되고 만다. 딸아이는 집착적으로 니나에게 매달린다. 마치 그가 제 세상의 전부라는 듯이. 제 인형에 제 엄마를 투영하고, 엄마와 꼭 같은 자리에 타투를 그리고 그를 성심껏 돌보는 딸아이의 모습은 가히 광적인 수준이다.
젊은 엄마는 눈에 띄게 지쳐 있다. 그의 그러한 모습이, 레다의 눈에 들어온다. 보지 않으면 그만일텐데, 아이의 높은 웃음 소리, 혹은 울음 소리가 자꾸만 귀에 스미고, 피로한 니나의 낯이 자꾸만 시선을 빼앗는다.
그것은, 서로 너무나 다를 것만 같던 두 사람이 실상은 같은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레다는 니나나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멋진 엄마'가 아니다.
그는 여느 엄마들처럼 딸들을 사랑했으나 그 처참한 육아의 현장을 숭고하게 버티고 이겨낼 수 있을 만큼 견고하지는 못했다.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보채고 울고 떼를 썼다. 유일한 공동 양육자인 남편은 스스로의 커리어를 빌미로 모든 육아를 그에게 떠안겼다. 그 또한 꿈과 욕망이 있지만 그의 가정은 그것을 충족시키기는 커녕 도리어 박탈했다.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아이의 울음 소리는 사이렌처럼 귓가에 울렸다. 제 엄마와 다르게 일과 육아, 모두를 해내고 싶었던 그는 마침내 폭발했다.
'이상적인 어머니'의 틀을 벗어나 일탈을 감행한 것이다. 레다는 부도덕해졌다. 육아로 인해 채 완전해지지 못했던 논문은 저명한 학자와의 하룻밤으로 말미암아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잠시나마 육아의 현장 밖에서 자신의 욕망과 야망을 펼친다. 그것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엄마'가 아닌 '사람'인 레다는 훨씬 생기 있고 사람다웠다. 그러나 그 부정한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날, 레다는 비로소 깨닫는다. 이 집으로,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는 한, 자신은 그 족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또 떠나면 아이들은 네 어머니에게 맡길 거야.
레다의 남편은 말했다.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남편은 처음부터 그의 '공동' 양육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육아는 두 사람 모두에게 끔찍했을테지만, 남편은 그것을 또다른 '어머니'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고자 했다. 마치 본래 제 일이 아니었다는 것처럼.
그래서 레다는 딸들을 떠났다. 무책임해졌다. 그 족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아이들을 떠나서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다! ...라는 이야기였다면 무정할지언정 레다 개인에게는 좋은 일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레다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사랑했고 그애들이 보고 싶었던 그는 끝내 몇 년만의 일탈 끝에 그들의 품으로 돌아갔노라고 고백한다. 그는 끝내 육아에서 해방되지 못했고 젊은날 저를 괴롭히던 육아의 단면들은 트라우마로 남아 평생토록 그를 괴롭힌다. 그렇다, 마치 채 떼어내지지 않는 혹이나 종양처럼 말이다.
이런 레다가 '엄마'라는 비슷한 처지의 니나에게 자꾸만 시선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레다에게 '니나'는 자신의 과거의 단편과도 같다.
3. '엄마'를 훔치다
두 사람은 '니나'의 딸의 실종으로 말미암아 가까워진다. '니나'는 딸을 찾아준 '여유로운 중년 부인'인 레다를 기꺼워하고, '실은, 엄마로 산다는 게 너무나도 지치고 괴롭'노라고, 차마 남들에게는 말하지 못한 비밀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런 그가 미처 깨닫지 못한 바가 있다면, 그것은 제 눈 앞의 상대가 바로 그를 이번 휴가 내내 괴롭게 한 사건의 원흉이라는 점이리라. 니나의 딸은 아끼던 애착 인형을 잃어버려 몇 날 며칠 동안 울음을 그치지 않았는데, 그 인형을 훔쳐간 이가 바로 '레다'였던 까닭이다.
부족할 것 없는 레다가 왜 하필 아이의 인형을 훔쳤을까? 그것은 이 영화에서 '인형'은 '엄마'를 투영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레다도 딸인 '비앙카'가 어릴 적에 제가 소중히 여기던 인형을 선물한 바가 있었다. 그는 제 딸에게 말했다. '자, 내 소중한 인형이야. 이게 이제부터 네 엄마라고 생각해.'라고. 소중하게 돌보라는 뜻으로 한 말이었겠지만 몇 시간 후 인형의 꼴은 처참했다. 온 몸에 낙서가 그려져 있고 만신창이가 된 인형의 모습은 시종 아이에게 시달려 망가져 가는 레다 본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니나의 인형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니나의 딸 역시 인형에게서 제 엄마인 니나를 본다. 아이는 한시도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듯 엄마를 비춰보는 인형 역시 제 품에서 떨어트려 놓지 않고, 제 나름의 방식으로 엄마를 귀애하듯 인형을 귀애한다. 인형은 망가져 간다. 레다의 인형이 그러했듯이.
레다가 인형을 훔친 것은 어쩌면 이러한 까닭에서인지도 모른다.
레다는 아이에게서 '엄마'를 빼앗고, 빗질하고, 옷을 갈아 입히고, 뱃속 깊숙이 채워진 구정물과 벌레 따위를 토해내게 한다. 그리고 아주 소중하게 찬장에 넣어두고 그것을 보살핀다. 그러나 그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는 불안해진다. 아이는 끊임없이 '엄마'를 찾아 헤메고, '엄마'는 다른 무엇(예컨대 다른 인형)으로도 대체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인형은 본래 제 주인에게로 돌아간다. 레다가 결국은 제 딸아이에게로 돌아갔던 것과 마찬가지로. 엄마는 그럼에도 엄마이기 때문에. 그 견고한 '어머니'라는 이름의 족쇄를 그럼에도 차마 끊어내지 못했으므로.
니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영화가 보여주는 그의 많은 면모는 레다의 과거와 무척 닮아 있다. 레다가 제 딸인 비앙카들에게 결국 돌아갔던 것처럼 그 역시 그 지긋지긋한 독박 육아의 세계를 차마 박차고 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부정을 저지를지라도, 부도덕을 감내하고서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을 사랑하기 때문에. 혹은 그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에. 그것이 인간 사회에서 '엄마'가 되거나 되어야 했던 사람들의 보편적인 운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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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이 영화를 떠올리느라 리뷰를 쓰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나도 엄마의 딸이었고 나도 '비앙카'로서 엄마를 내 세계의 전부로 여기며 내 엄마가 '엄마답게' 나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기를 바랐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나는, 엄마가 내 엄마이기 때문에 내 갖은 투정과 슬픔을 당연히 감당해야하노라고, 엄마가 나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소위 '잘못된 훈육'을 했던 일을 곱씹으며 '엄마는 그래선 안 됐어'라며 당신을 비난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배은망덕한 일이지만, 조금이라도 변명하자면, 그것이 사회가 우리에게 강요하고 세뇌시킨 모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마는 성인군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었던지라 때때로 내게 성을 내기도 하고, 실수를 하거나 슬퍼하기도 했다. 그래도 엄마는 여전히 엄마였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엄마는 나를 사랑했고, 그래도 당신께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레다'의 이야기를 쓰면서도 자꾸만 엄마를 떠올리게 된 것은 나의 엄마 역시 '모성 신화'의 피해자면서 '엄마'로 살아간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이 글은 <로스트 도터>에 대한 분석 및 감상이자 '엄마'의 딸로서 쓰는 일종의 반성이기도 하며, 이 지독한 모성 신화의 세계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우리는 엄마에 대한 색안경을 좀 벗을 필요가 있다. 엄마는 거창한 존재가 아니다. 엄마는 엄마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어찌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명제인데 우리는 오래도록 이 사실을 망각하거나 외면하곤 한다.
나는 이제 엄마를 그만 애틋해 하고 싶다. 이 세상의 엄마들이 스트레스, 경력 단절 따위로 고생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들이 엄마이기 이전에 개인으로서의 욕망과 야망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가부장 문화와 '모성 신화'가 실재하는 오늘날의 인간 사회에서 이것이 얼마나 실현 가능한 일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점진적으로 변하고 있고, 나는 그것으로 말미암아 행복한 엄마를 꿈꿔 본다. 어제의 엄마보다는 오늘의 엄마가 더 낫고, 오늘보다는 내일의 엄마가 더 나아지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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