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5-05-10 17:30:22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영화 <해피엔드> 리뷰
DIRECTOR. 네오 소라
CAST. 쿠리하라 하야토, 히다카 유키토 외
SYNOPSIS. 점멸등이 일렁이는 근미래의 도쿄. 음악에 빠진 고등학생 ‘유타’와 ‘코우’는 친구들과 함께 자유로운 나날을 보낸다. 동아리방을 찾아 늦은 밤 학교에 잠입한 그들은 교장 ‘나가이’의 고급 차량에 발칙한 장난을 치고, 분노한 학교는 AI 감시 체제를 도입한다. 그날 이후 그들을 둘러싼 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POINT.
✔️ <사카모토 류이치: 오퍼스>를 연출한 네오 소라 감독의 장편 극영화 첫 연출작.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들다운 감각이 돋보입니다. 음악, 미술 모두 아름다워요.
✔️ 최근 일본 영화의 경향성에서 현실과 공명하는 부분들을 봅니다. 솔직히 한국 영화가 이랬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만큼 한국 사회의 맥락과도 긴밀히 맞닿아 있어요.
✔️ 얘들아 너희 우정 정말 너무... (울컥)
✔️ 연기가 처음이라는 쿠리하라 하야토, 히다카 유키토는 그냥 유타와 코우로 태어나서 자란 존재들처럼 보입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말대로 영화가 끝난 후에도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을 것 같아요.
✔️ <썸머 필름을 타고>에서 블루 하와이 역할을 맡았던 이노리 키라라, 다양한 일본 영화에서 봐온 나카지마 아유무의 얼굴도 반갑습니다.

근미래라는 단어는 분명 “앞으로 다가올 가까운 미래”라고 국어사전에 등재된 단어지만, 나는 일상에서 이 단어를 써본 적이 없다. 한국어의 어미는 시제보다 다른 것들을 더 중시하는 느낌이고, (예컨대 “하다”와 “했다”의 차이보다, “하다”와 “한 것 같다”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서양의 언어를 배우면 오히려 시제가 명확했다. 영어는 말할 것도 없고, 프랑스어는 단순미래와 근접미래, 복합과거, 반과거, 단순과거, 대과거를 촘촘히 쪼갰다.
일본어는 과거와 현재를 나누지만 미래 시제를 따로 두지는 않는다. 현재시제가 미래시제를 대체할 수 있고, 시간 표현이나 문맥, “~할 생각이다” 같은 표현들로 미래를 담아낸다. 미래의 어미가 존재하지 않는 언어. 그 언어 안에서 근미래는 어쩌면 현재의 탈을 쓴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무언가 크게 달라질 것 같은 예감 안에서 근미래를 담은 일본 영화들을 본다. 노인 안락사를 국가 정책으로 지원하는 영화 <플랜75>는 다소 극단적인 설정이지만 작금의 약자 혐오 맥락을 보면 현재의 고민과 담론이 녹아 있다. 그리고 여기 빨간 불빛 사이를 달려, 우리에게 <해피 엔드>가 찾아왔다. 그렇다면 <해피 엔드>가 근미래를 통해 비추는 현재의 모습이란 무엇일까.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판옵티’라는 회사의 AI 감시 체계가 도입되지만, 엄밀히 말해 이 세계관은 이미 감시사회다. 미셸 푸코가 말한 감시사회는 단순히 365일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는 물리적 존재보다, 그 느낌을 받은 개인이 결국 자기 행동을 검열하게 되어 굳이 물리적인 통제까지 가하지 않아도 되는 쪽에 방점이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기계의 도입 여부는 마치 버튼 하나를 누르는 정도의 변화이다. 그저 인물들의 내면에 있던 생각들, 이미 느끼고 있던 감정들이 외부로 표출되는 계기.
경찰관이 얼굴을 찍는 것만으로 이름과 민족 정보까지 나오고, 자이니치라는 이유로 코우는 유타보다 더 많은 차별을 피부로 느끼며 살고 있다.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위기 시 내각의 권한을 강화할 수 있도록 개헌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 어쩌면 나는 이 말이 얼마나 민주주의에 큰 위기를 만드는 문장인지 즉각적으로 감각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마치 2024년 12월 3일 우리 나라에서 있었던 어떤 일처럼, AI 감시 체계의 도입은 그간 사람들 안에 있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아무렇지 않은 척 털털하게 다녔지만 코우의 내면은 차별로 상처받아 왔고, 아무 생각 없는 사람처럼 음악에 취해 살았지만 유타는 사실 불안과 절망을 너무나 깊이 느낀 존재였고 (그의 안에 있을 ‘탄광 속 카나리아’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침묵하고 있던 파시스트들도 그제야 목소리를 낸다. AI 감시 체계 도입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기존에 존재하던 모든 의견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버튼이 된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에서 묵음으로 처리된 지진은, 수도 없이 개인의 내면에서 굉음을 내며 이루어지는 어떤 붕괴들과 얼마나 다를까. 가끔은 오보이기도 하고, 또 가끔은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일부러 틀어놓는 거짓말이기도 하지만, 그 점조차 개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과 닮아 있다. 미약한 지진을 그냥 내 경련이나 어지럼증으로 오인하기도 하는 경험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지진 오보가 늘어난 데에는 어떤 거짓이 있기 때문이다. 그 거짓 뒤에는 거짓을 튀어나오게 만드는 잘못된 시스템이 있다. 교장 선생님은 AI 체계에 항의하는 아이들에게 사회는 훨씬 더 차가운 곳이라고 계속 이야기한다. 그의 말을 들으면, 학교 교육의 목적은 감시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이고, 그러므로 그 정도 시스템은 문제도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그 감시 시스템은 결코 자기들의 말대로 “공정과 상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교사의 말에 순응해 교실 바깥으로 나온 ‘비-일본국민’ 학생들에게는 벌점이 부여되고, 똑같은 잘못으로 불려간 후미와 코우의 보호자들은 전혀 다른 태도로 교장실에 들어선다. 법적 의무가 아님에도 달라고 하면 따라가야 하는 경찰들의 태도 또한 이를 드러낸다.
이런 사회는 누가 언제 내 눈앞에 나타나 권위의 이름으로 무엇이든 요청할 수 있는 사회로, 그건 마치 코앞에 총구를 들이대는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례로 어둠 속에서 설왕설래하는 코우와 어머니의 대화를 끊고 다가오는 자경단의 불빛은 이청준의 소설 <소문의 벽>에 나오는 전짓불을 떠올리게 한다. 얼굴을 알아보고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물을 때에야 그 공포는 희석되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 감시사회는 공포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기에. 그 공포의 ‘전짓불’이 자신을 향할 일 없다 믿는, 작은 박스 안에서의 삶에 순응하면서 살아감으로 충분하다 믿는 이들만이 캐비닛에 갇힌 채로 안심한다.
뭐 캐비닛에 갇혀 괴롭힘을 당하는 데에 익숙한 누군가도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이런 사회 안에서 심경이 복잡해진다. 아이들은 작은 새들처럼 예리하게 그 복잡한 감각을 받아들이고 또 내뿜는다.

톰이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말을 할 때, 유타는 그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톰은 마치 유타를 달래듯 미국’도’ 끔찍하다는 말을 한다. 이 절망에 혼자 버려지고 싶지 않은 유타와, 친구들을 부드럽게 어르는 힘을 가진 톰의 사이에는 ‘주의’라고 적힌 기둥이 놓인다. 무엇을 주의하는 것일까, 궁금해하다 나중에 유타와 코우가 대화하는 그림자를 보고 깨닫는다. 기둥 위에는 거울이 있다.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는, 바로 그 볼록거울. 우리가 가장 경계하고 주의해야 하는 것들은 거울 속에, 가만히 바라만 보는 눈 속에 있다. 방관 속의 침묵으로 드러난 파시즘이 대를 잇는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다.
다만 그 파시즘을 깨뜨리는 것은 결국, 아주 오래 같이 걸어온 사이의 사랑이다. 언제부턴가 사랑은 연애감정의 동의어로 쪼그라들었고, 심지어 그조차 사치라는 듯 연애 관계조차 규약처럼 바뀌어 간다. 이러한 시대에, 제각각의 생각으로 박터지는 세상에서, 서로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고서도 유타와 코우는 서브 우퍼를 같이 옮긴다. 음악을 같이 듣고, 땀을 같이 흘린다.

<해피 엔드>가 그리는 현실은 그다지 전망이 밝지 않다.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한다면 그때 1923년이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실제로 감독은 그 질문을 품었고, 영화 속 캐릭터 후미 또한 가네코 후미코에서 따왔다고 밝혔다. 세상은 멈추고 또 흔들리고, 상처를 남기고, 달라지는 건 별로 없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마음 그대로가 우리의 싸움이다. 때로는 깊은 절망 안에서 회피하고, 때로는 투사처럼 싸운다. 다시 만날 수도, 다시는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겐 함께 부르는 노래가 있고, 나누어 먹는 김밥이 있고, 과거에 빚진 멋진 음악도 있다. 절망하지도 희망하지도 못하는 채로,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채로, 그 모든 것을 끌어안고 혼란한 이 마음으로, 우리는 앞으로 간다. 거울은 맞세워 놓으면 무한 확장되는 세계 같지만, 깨지면 아무 것도 아닌 세계일 뿐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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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슬립물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다들 한 번씩은 과거로 가거나 미래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오늘은 그러한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영화를 추천드릴까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타임슬립물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미래를 걷는 소녀
Tokyo Girl, 2009
ⓒ 네이버 영화
synopsis
SF작가를 꿈꾸는 평범한 여고생 미호는 어느날 빌딩 계단을 내려가던 중, 지진이 일어나는 바람에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떨어뜨린다. 신기하게도 핸드폰은 광채에 감싸인 채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후 그녀는 잃어버린 핸드폰에 전화를 걸어보고 간신히 연결되지만, 상대와는 전혀 대화가 통하질 않는다. 전화 반대편 목소리의 주인공은 미야타 토키지로라는 1912년을 살고 있는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것이다. 점차 이 불가사의한 상황을 이해해가는 두 사람은 핸드폰 너머로 서로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사이 마음이 통하기 시작한다. 당대 최고작가인 나츠메 소세키 문하생인 토키지로는 100년후 를 살고 있는 미호에게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알아봐 줄 것을 부탁하게 되는데....
cine pick!
전화를 매개체로 이어지는 현대의 소녀와 근대의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잔잔하지만 지루함은 없으며, 감동적이고 슬픈 영화이다.
오렌지
orange, 2017
ⓒ 네이버 영화
synopsis
평범한 고등학생 '나호'에게 어느 날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10년 후의 나.
편지에는 16살의 자신이 곧 전학을 오게 될 '카케루'를 좋아하게 되고
그가 1년 후 사고로 죽게 된다고 예고한다. 누군가의 장난일거라고 가볍게 넘기는 '나호'.
하지만 편지에 적힌대로 일상이 흘러가자, '나호'는 자신의 첫사랑 '카케루'를 지키기 위해
미래의 나로부터 온 메시지를 따르기 시작한다.cine pick!
만화가 원작인 영화이고,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인기있는 야마자키 켄토 배우가 출연한다.
이들의 애틋한 우정 이야기, 사랑 이야기로 보는 내내 심장이 저릿하고 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The Girl Who Leapt Through Time, 2006
ⓒ 네이버 영화
synopsis
평범한 고등학생 콘노 마코토는 우연한 사고를 계기로 시간 이동이 가능한 타임 리프 능력을 얻게 된다.
하지만 마코토는 과거로 돌아가면 돌아갈수록 일이 점점 꼬여간다는 것을 느낀다.
cine pick!
필승 조합인 일본 애니메이션과 청춘.
영화 이후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여운이 남는 영화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
Secret, 2007
ⓒ 네이버 영화
synopsis
예술학교로 전학 온 상륜(주걸륜)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피아노에 천부적인 소질을 보인다.
학교를 둘러보던 중, 신비스러운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오는 옛 음악실을 발견하게 되고, 그곳에서 샤오위(계륜미)를 만난다.
그들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둘 사이에는 애틋한 마음이 싹튼다.
그러나 상륜이 샤오위를 더 알고 싶어할 때마다 그녀는 비밀이라고 일관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만 짓는다.
그러던 어느 날, 샤오위는 상륜이 같은 반 여학생 칭요와 뽀뽀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그의 곁에서 사라지는데…
cine pick!
국내 개봉 사실이 알려지기 전부터 포털 사이트를 점령하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풋풋하고 한 편으로는 가슴이 아린 영화이다.
동감
Ditto, 2000
ⓒ 네이버 영화
synopsis
개기월식이 이루어지던 날, 스며든 달빛과 함께 낡은 무전기에 수신호가 울린다.
다른 시간 속에 놓여진 두 사람은 무전을 통해 매일 밤 이야기를 나누며
같은 사랑을 품게 되는데…cine pick!
그 시절의 감성이 느껴지는 풋풋함과 순수함이 가득 담긴 영화이다.
게다가 아름다운 OST로 귀까지 사로잡는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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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셋 째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매주 월요일 오후 1시, 씨네픽과 함께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와 관객 스코어를 알아보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10월 15일, 16일, 17일의 주말 박스오피스 관객 스코어를 알아보도록 할게요!
그럼 10월 셋 째주 주말 박스오피스 관객 스코어 분석 시작하겠습니다!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10월 13일 개봉 첫 날부터 2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2021년 최고 흥행 외화영화인 '블랙 위도우' 오프닝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주말 동안에는 77만 명의 관객이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를 관람했으며, 개봉 5일만에 100만 명의 누적 관객 수를 돌파했는데요.
코로나19 속 국내 극장가에 새로운 활기를 가져왔다는 긍정적인 소식과 앞으로 10월 20일 개봉 예정인 할리우드 대작 <듄>과의 박스오피스 경쟁이 예상됩니다.
2위. <007 노 타임 투 다이>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지난 주 박스오피스 1위에서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가 개봉함과 동시에 2위로 떨어졌는데요. 15일~17일 주말 관객 수 또한 전주대비 69.3%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누적 관객 수는 115만 명을 돌파했지만 앞으로 할리우드 대작 <듄>,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등이 개봉함에 따라 박스오피스 순위의 하락이 예상됩니다.
3위. <보이스>
▶박스오피스 3위는 <보이스>가 차지했습니다. 누적 관객 수는 135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개봉 5주 차에도 여전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과연 누적 관객 수 150만 명을 돌파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박스오피스를 예측하고 상금도 받아가는 씨네픽의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를 맞혀라!' 이벤트에 참여한 씨네픽 참가자들이 예측한 스코어를 확인해볼까요?
[네이버 실제 관람추이 통계 참고]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실제 관람객의 성별, 나이별 관람추이를 보면 여성 57%, 남자 43%으로 여성 관객들이 더 많은 비율로 관람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 관객 중에서도 20대 비율이 47%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와 비교하여, 씨네픽 주말 박스오피스 예측 이벤트에 참가한 사용자들의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자료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씨네픽 주말 박스오피스 예측
※씨네픽 사용자 박스오피스 예측 분석※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주말 박스오피스(10월 15일~17일) 실제 스코어는 777,775명입니다.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씨네픽 사용자들이 예상한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치에 따르면,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는 21세~25세 여성의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은 440,323명, 26세~30세 여성은 309,003명으로 예측했습니다.
▶▶한편 씨네픽 스코어 예측 통계에 따르면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이벤트 참가한 20대 여성 사용자는 총 여성 참가자수의 40%를 차지, 총 참가자 수의 2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씨네픽은 이벤트 참가자 중 박스오피스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을 한 유저분에게 우승 상금 포인트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번 주 참가자 중에 우승 상금 포인트를 받으실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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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10월 셋 째주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Halloween Kills>가 차지했는데요.
북미 기준으로 10월 15일 개봉한 이 영화는 주말동안 $50,350,000(한화 약 596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Halloween Kills>는 유니버설 픽쳐스의 공포 장르물로 할로윈 밤의 살아있는 공포 '마이클 마이어스'로 인해 오래도록 고통 받아온 '로리 스트로드'의 이야기로 '데이빗 고든 그린' 감독, 제이미 리 커티스의 주연의 영화입니다.
국내 개봉일은 10월 27일이니, 많은 기대 바랍니다.
그럼 이번 주도 힘차고 건강하게 시작하시고,
저는 다음 주 월요일 1시에 더 쉽고, 유익한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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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WIFF 데일리] 어쩌면 나만 섬인가봐
* 제목은 타블로의 노래 <airbag>에서 인용
절해고도(A Lonely Island in the Distant Sea)
감독 : 김미영
상영시간 : 110분
시놉시스 : 20대 때 청년조각상을 받았지만 지금은 인테리어 업자로 살아가는 40대 이혼남 윤철에게 10대 딸이 있다. 미술가로 장래가 촉망되던 딸이 어느 날 절에 들어가 스님이 되겠다고 한다. 윤철도 한때 예술가로 성공하지 못하면 신부나 스님이 되겠다고 생각했었다. 윤철은 자신이 꿈만 꾸고 가지 못한 길을 딸이 가는 것 같아 인생을 도둑맞은 것 같은 느낌이다.(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우스갯소리로 예술하는 남자는 절대 만나지 말라고 한다. 소위 대박이 터지기 전까지 생활의 궁곤함은 차치하고, 기질적인 예민함과 높은 이상, 비대한 자의식이 가까운 사람을 괴롭히기 때문일 거다.
장점과 단점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 같은 것이라 장점도 았다. 예민한 사람들이 가진 다정함과 배려심, 감각적인 표현과 시선 같은 것들, 먹고 사는 문제나 돈 벌 궁리 말고 다른 이야기들을 밤새워 할 수 있다는 새로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전공자이기 때문이다.
<절해고도>는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 혹은 작업하는 사람의 이야기, 예술과 재능과 운에 대한 이야기다. 먼 바다에 있는 외로운 섬, 한때는 유배지를 절해고도라 불렀다.
너무 멀리 있어서 눈에 보이지만 다다를 수는 없는 섬이 있다. 그런 섬을 상상해보자. 먼 바다 끝에 보물섬이 있다. 어떻게든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리 헤엄을 쳐도 닿지를 않고 배를 타고 갈 수도 없다. 그 섬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미 거기에 있다. 어쩌면 그 섬에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20대에 청년조각상을 한 번 받은 후에 그렇다할 작업물 없이 인테리어 업자로 살아가는 윤철에게 현업 조각가의 꿈은 먼 바다의 섬 같다. 한때 자기보다 못했던 후배도 개인전을 여는데, 조금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아버지와 딸은 거푸집에서 찍어낸 듯 닮기도 한다. 나도 그렇고 내 친구들도 그렇고 야구선수 이대호의 딸도 그렇고 윤철의 딸 지나도 그렇다.
지나는 미술에 재능이 있는 아이다.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종종 그렇듯 질투와 시기의 대상이 된다. 하필이면 질투는 경쟁자들보다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한다. 때로는 가족이, 때로는 가장 친하다고 믿었던 친구가.
같이 그림을 그리던 친구가 남긴 '쓰레기'라는 댓글은 예술하는 19세 청소년에게는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의 무게를 지닌다. 지나는 예술가이므로 자기 감정을 학교 블라인드에다가 표현해놓고 학교를 떠난다. 그림이 너무 잔혹했기 때문에 학교 선생은 지나의 부모를 호출한다.
학교에서 선생을 만나고 돌아온 윤철은 지나에게 '그림에 재능있기가 쉽지 않다'는 말만 주구장창 한다.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고 스님이 되겠다는 지나를 보며 한때 자기도 종교에 귀의하고 싶었던 것을 떠올린다.
그러나 금우스님의 말처럼, 윤철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지나는 윤철이 멀리서 보기만 해야 했던 그 섬에서 태어난 아이다.
지나는 머리를 깎고 '행자 도맹'이 된다. 이제 윤철과 지나의 관계는 부녀에서 행자-거사의 관계로 바뀐다. 이들은 남남처럼 서로 존대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윤철은 더 이상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지 않고 국숫집을 꾸린다. 술도 팔지 않는 국숫집이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가게 문을 열고 국수를 삶는 일은 행자의 수행과 다름없다. 이 부녀는 요원한 섬을 꿈꾸며 허우적거리는 대신 고독한 수행자가 되는 방식을 택한다.
절해고도는 유배지의 다른 이름이었다. 컨테이너 작업장에 스스로를 유폐하는 삶과 시장으로 나가 국수를 삶는 삶 중 어느 쪽이 폐쇄적인가를 생각해보면, 어쩌면 윤철은 유배를 마치고 돌아온 쪽에 가깝다. 이전에는 어울리지도 않는 자리에 끼지 못해 좌절감과 자격지심으로 괴로웠다면 이제는 잘 맞는 옷을 찾아 입은 셈이다.
이번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러빙 하이스미스>라는 제목의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된다. 영화 <캐롤>과 <리플리>의 원작으로 유명하다.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민음사, 2009)>라는 제목의 단편집이 있는데, 러닝타임 내내 '어울리지 않는 사람'에 대하여 생각했다.
김미영 감독은 영화에서 '관계를 통한 성장'에 방점을 찍었으나 윤철과 매우 긴밀한 관계였던 영지(강경현 분)의 존재는 이 텍스트와 어울리지 않아 생략했다. 관계보다는 작업하는(만드는) 인간으로서의 윤철에게 더 집중했다. 나는 윤철과 비슷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 지나는 윤철에게 "평생 그렇게 살"라고 가시돋힌 말을 던진다. 그러나 모두가 자기 자리를 찾아갔을 때, 마침내 윤철도 자기 자리와 할 일을 찾았으므로 절해고도 같은 유배지에서 벗어나게 된다. 평생 그렇게 사는 게 아니라 다르게 살기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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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22년 8월 27일 | 16:00 - 17:50 /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5관
2022년 8월 29일 | 19:30 - 21:20 /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6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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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산으로서 살아가는가
도시에 사는 '피에트로'와 산에 남은 유일한 아이 '브루노' 알프스에서 만나 친구가 된 두 소년은 자연을 누비며 우정을 나눈다. 그 후 성인이 된 '피에트로'는 아버지 '조반니'가 세상을 떠난 뒤 산으로 돌아오고 '브루노'와 재회한다
<여덟 개의 산> 줄거리
브루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벽돌공으로 피에트로는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며 집을 나오며 방황하는 삶을 이어나간다. 자연에서 우정을 이어나가던 둘은 그렇게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 듯 보인다. 긴 시간 동안 부모와 연을 끊고 살아가던 피에트로는 아버지 부고 소식을 듣고 예전에 브루노와 함께 놀던 곳으로 돌아간다. 연락 한번 않던 아들, 피에트로와는 달리 브루노는 피에트로의 부모님과 자주 만나며 지냈고, 그런 그에게 피에트로의 아버지는 예전에 셋이 갔던 산 중턱에 위치한 베이스캠프에 자신의 집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했었는데, 이 부탁은 그가 죽은 뒤 피에트로와 브루노가 다시 그 산에서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낸다.
한참을 방황하며 자신의 가족들과도 어울리지 못했던 피에트로는 그와 반대로 살아가고 있던 브루노와 함께 집을 만들면서 가족들과 다시 소통을 하고 산속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그들은 다시금 우정을 회복하며 자신들을 삶을 꾸려나가기 시작하는데, 피에트로와 브루노는 산에서 뛰어놀며 같은 위치에 있었지만 삶이 이어져 나가면서 서로의 삶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실패나 사랑 등을 하며 다르게 살아간다. 서로 다른 삶이 어떻게 교차되고 이어지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였다.
호흡이 매우 긴 영화이다. 콘텐츠를 즐기다 보면 후반부쯤 가서는 거의 결말에 가까워지는구나 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씬이 나와도 계속 영화가 끝나지 않고 이어진다. 하지만 화면에서 보여지는 지연의 광활함만으로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영화 중반 즈음에 피에트로가 브루노에게 여덟 개의 산과 중심에 있는 수미산에 대해 얘기해 주면서 영화 제목이 등장하는데, 브루노와 피에트로는 수미산을 오른 사람과 여덟 개의 산을 오른 사람 중 누가 더 우월한가에 대한 얘기를 한다. 세계 각지의 산들을 오르면서 살아온 하지만 아버지와 브루노가 올랐던 산은 아직 오르지 못한 피에트로와 자신이 평생 산 곳의 산만을 오르며 살고 있는 브루노 둘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처럼 생각했을 때 각자의 삶에서 서로를 부러워 하기도 하고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기 때문에 둘 중 더 우월한 것은 없다는 나만의 답을 내놨다.
피에트로는 결국 자신의 아버지와 브루노가 올랐던 산들도 하나하나 올라가며 지도를 채우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보며 그 역시 브루노, 그리고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브루노와 함께 만든 아버지의 집이 있는 산이 수미산이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떠났던 수미산을 아버지의 죽음에 의해 다시 돌아오고 그곳에서 뿌리를 내린 브루노와 그의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냈지만 브루노의 죽음으로 다시금 그 산을 떠나게 된다. 아마도 피에트로는 그 산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고, 돌아간다 한들 그 산은 더이상 피에트로의 수미산이 아닐 것이다. 여덟 개의 산, 그리고 중심에 있는 수미산을 통해 두 사람의 다른 삶을 그려낸 <여덟 개의 산>을 보며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여덟 개의 산>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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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의 드라마, 아직도 안보셨나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집콕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 이불 속에서 드라마 정주행 하고싶은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OTT 서비스 열풍은 디즈니 플러스, 애플 TV 등 새로운 OTT 플랫폼들의 국내 상륙으로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마이 네임> 공개 이후 <지옥>을 공개하여 상승세에 더욱 박차를 가하였습니다.
<오징어 게임>, <마이 네임>, <지옥> 이외에 정주행하기 좋은 넷플릭스 드라마는 어떤 작품이 있을지, 함께 보시죠!
N D.P. - 6부작
출처 : 넷플릭스출연 :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줄거리 :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 (D.P.) 준호와 호열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
*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웹툰을 사실적으로 각색한 드라마로, 공개되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어일으키며 화제를 모은 드라마입니다.
N 인간수업 - 10부작
출처 : 넷플릭스출연 : 김동희, 정다빈, 박주현, 남윤수, 최민수
줄거리 :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 10대 범죄를 다룬 스릴러 학원물로, 공개 당시 많은 사람들의 극찬을 받은 작품입니다.
N 퀸스 갬빗 - 7부작
출처 : 넷플릭스출연 : 안야 테일러 조이, 빌 캠프, 마리엘 헬러
줄거리 : 1950년대 한 보육원, 체스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소녀. 점점 더 넓은 세계로 향하며, 체스 스타의 여정을 이어간다. 하지만 더 이기고 싶다면 중독부터 극복해야 한다.
* 안야 테일러 조이가 주연을 맡았고, 미니시리즈 부문 포함 에미상 11개 수상, 골든글로브 미니시리즈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작품입니다.
N 에밀리, 파리에 가다 - 10부작
출처 : 넷플릭스출연 : 릴리 콜린스, 필립핀 르로이-뷔리우, 애슐리 박, 루카스 브라보
줄거리 : 봉주르,파리! 낭만의 도시에서 꿈의 직장을 갖게 된 에밀리. 프랑스어는 못하지만, 마케팅이라면 자신 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인생. 사랑과 우정은 여기서도 복잡하다.
* 골든글로브 후보에 오른 시리즈로, <섹스 앤 더 시티>의 대런 스타가 제작을 맡았습니다. 시즌 2가 확정되었다고하니, 아직 시즌1을 안본 분들은 빠른 정주행 추천드려요!
N 보건교사 안은영 - 6부작
출처 : 넷플릭스출연 : 정유미, 남주혁, 문소리, 유태오
줄거리 : 평범한 이름과 달리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보건고사 안은영이 새로 부임한 고등학교에서 미스터리를 발견하고, 한문교사 홍인표와 함께 이를 해결해가는 이야기.
* 정세랑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잘 다루지 않은 독특한 드라마입니다.
N 브리저튼 - 8부작
출처 : 넷플릭스출연 : 피비 디네버, 레지 장 페이지
줄거리 : 1800년대 런던, 사교계에 첫발을 내딘 브리저튼 가문의 맏딸인 다프네가 최고의 바람둥이 공작인 사이먼과 계약 연애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아찔한 스캔들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로맨스를 담은 이야기.
* 에미상 후보에 오른 드라마로, <그레이 아나토미>의 숀다 라임스가 줄리아 퀸의 베스트 셀러 로맨스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한 시대물 드라마입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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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겁고도 먹먹했던 우리의 여름을 추억하며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알카라스의 여름> 시사회를 관람한 후 작성한 리뷰글입니다.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
달콤하지만 쓰디 쓴 계절이 있다.
사랑스럽고 애틋하지만 아프게 느껴지는 계절이 있다.
<알카라스의 여름>은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지닌 여름을, 그리고 유난히 더 뜨겁고 먹먹한 여름을 보내게 된 어느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농사 뿐이야.'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따사로운 해가 내리쬐는 작은 마을 알카라스에 사는 솔레 가족은 3대째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 매 여름마다 이들은 복숭아 농장에 모인다. 어른들은 복숭아를 수확하는 데 많은 신경을 쓰고, 어린 아이들은 이런 어른들을 돕거나 자신들만의 놀이를 찾아 신나게 즐기곤 한다. 하지만 마냥 따사로운 햇빛이 내리쬐는 곳에도 그늘은 존재하는 법. 이 대가족은 크고 작은 갈등과 다툼을 계속 겪고, 또 동시에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농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농사를 계속 이어간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농사뿐이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꿋꿋이 복숭아를 기르고 수확하며 그들의 여름을 이어나간다.
영화를 보며 '공감'을 참 많이 했다.
특히 친척들이 모이면 흔히 보이는 모습들을 영화 곳곳에서 발견해서 참 반가웠다.
친척들이 모이면 항상 어린 아이들은 허공을 향해 총을 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적에게 공격 받지 않기 위해 냅다 몸을 피하거나 하는 등 자신들만의 놀이를 하곤 한다. 그리고 어른들은 함께 대화하거나 일을 하곤 한다.
그러다 어른들은 의견 충돌로 인해 다툴 때도 있다. 이 일로 인해 먼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가족이 생길 때도 있는데, 이때 잘 놀고 있던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더 같이 놀지 못하고 빠르게 이별하곤 한다.
이런 모습들이 모두 내가 어릴 때 지켜보고, 또 직접 겪었던 일이어서 새삼스레 반가웠다.
이 영화는 꾸준히 복숭아 농장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있음을 알려준다.
예전부터 복숭아 농장을 지켜온 할아버지는 주변 농부들이 모두 헐값에 농장을 팔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기도 한다.
그리고 가족들은 모두 점차 사라져가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는 농장에 관한 이야기를 할아버지 앞에서 하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남몰래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이곤 한다.
가족 모두 이 농장을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농사 뿐'이라고 말하며 유난히 더 이 농장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더더욱 열심히 지키려고 했던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이 집안의 장남인 '키메트'는 영화의 끝부분에 결국 눈물을 보인다.
키메트는 복숭아를 옮기다가 한 박스를 실수로 쏟았는데, 마구잡이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복숭아를 줍다가 펑펑 울어버린다.
딸과 아들은 처음 보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저 지켜볼 뿐이다.
아마도 이 눈물은 피와 땀이 서려 있는 이 복숭아 농장을 지키고 싶지만 더 이상 그럴 수 없다는 현실에 대한 씁쓸함과 슬픔, 버티고 버텨봤지만 이겨낼 수 없는 현실에 대한 힘듦 등의 복잡한 마음이 엉켜 있는 상태에서 터져 나온 아우성일 것이다.
대형유통업체의 부당한 가격 제시에도 농부들이 모두 다같이 분노하고 시위에 참여하며 외부의 위협에 항상 용감하게 맞서왔지만, 결국 복숭아 농장은 철거된다.
영화의 마지막, 하나둘씩 쓰러지는 복숭아 나무들을 어른들은 씁쓸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그리고 옆쪽에서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로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다.
싱그럽고 열정 가득하지만, 동시에 씁쓸하고 위태로웠던 여름은 그렇게 저물어간다.
한 계절이 지나간다는 것은 슬프지만 마냥 비극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피와 땀이 서려 있는 삶의 터전을 떠나는 것이, 매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던 복숭아 농장과 그곳에 담긴 소중한 기억들이 모두 과거의 일이 된 것이, 고군분투해서 지키려고 했지만 결국 지켜내지 못한 우리 가족의 여름이 참 슬프지만 그 다음을 향해 새로 또 도약하면 된다.
이 대가족의 여름은 남들보다 유난히 더 짙고 뜨거웠지만, 늘 그랬듯이 또 다른 여름을 찾아 떠날 것이다. 그리고 또 치열하게 살아갈 것이다.
'난 내 땅을 위해 노력해요
단단한 땅, 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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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없는 사랑의 표현 / 파도가 지나간 자리
-bgm Sad Emotional Piano - AShamaluev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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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듄」 시간순서대로 영화 속 설정들 정리해드립니다 | 듄 리뷰 | 듄 영화리뷰 | 듄 설명 | 듄 분석 | 듄 해석 | 듄 스토리 | EBS |
? '듄(DUNE)' 리뷰 - 영화 세계관 및 스토리 요약정리(*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동명의 원작소설 기반 분석 해석
- 베네 게세리트, 초암공사, 퀴사츠 헤더락 등 정리
- 영화 정보
장르: 스페이스 오페라
감독: 드니 빌뇌브
각본: 에릭 로스, 존 스페이츠, 드니 빌뇌브
원작: 프랭크 허버트의 듄(1965)
제작: 드니 빌뇌브, 케일 보이터. 메리 페어런트,조 카라치올로 주니어
주연: 티모시 샬라메, 제이슨 모모아 외
촬영: 그레이그 프레이저
음악: 한스 짐머
촬영 기간: 2019년 3월 18일 ~ 2019년 7월 26일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워너브라더스
수입사: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2020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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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청춘열애> 메인 예고편
뛰어난 실력과 아름다운 외모를 갖춘 무용수 리마이.
작은 도시를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만을 바라는 원차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조직에 얽혀 불법 행위에 가담하게 된 펑쯔.
한 편의 영화 같은 인생을 살기를 꿈꿨던 세 청춘의 사랑, 고난 그리고 성장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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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용과 주근깨 공주> 티저 예고편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스즈'는 사고로 엄마를 잃은 후 더이상 노래할 수 없게 된다.
평범한 나날이 계속되던 중, 우연히 가상세계 U에 접속하게 된 '스즈'.
그는 그곳에서 신비로운 가수 '벨'로 다시 태어나 순식간에 세계적인 스타가 된다.
그런데 '벨'의 대규모 콘서트가 열리는 어느 날, '용'이라 불리는 의문의 존재가 나타난다.
큰 상처를 안고 있는 듯한 '용'에게 마음이 쓰이는 '벨', 그리고 현실의 '스즈'.
과연 '스즈'의 목소리는 그에게까지 닿을 수 있을까?
두 세계가 하나로 이어질 때, 기적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