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4-10 11:57:39
4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2
넷플릭스 <소년의 시간> 시리즈로 확정되나

시의성 있는 이야기와 원테이크 촬영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넷플릭스의 드라마 <소년의 시간>의 시즌 2 제작이 확정되었습니다.
제작사 플랜B 엔터테인먼트는 작품의 후속 시즌이 제작될 것이며, 시즌 1을 공동 창작하고 주연을 맡았던 스티븐 그레이엄과
필립 바란티니 감독과 함께 후속 시즌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즌 2는 시즌 1의 주제, 스타일은 유지하되, 새로운 사건으로 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로버트 패틴슨, <듄: 메시아> 출연 협상 중

데드라인에 따르면, 로버트 패틴슨이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 시리즈와 현재 출연 협상 중입니다.
논의 중인 캐릭터는 악역 ‘스카이테일’이며, 작품 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여름 촬영을 앞둔 <듄: 메시아>는 기존 시리즈에 이어 티모시 샬라메, 젠데이아, 플로렌스 퓨, 안야 테일러 조이,
하비에르 바르뎀, 제이슨 모모아 등이 출연을 확정 지었습니다.
촬영에는 기존의 그리그 프레이저 감독이 하차하고, <라라랜드>의 리누스 산드그렌 감독이 새롭게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칸영화제에서 첫 상영한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 제78회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서 첫 상영을 가질 예정입니다.
톰 크루즈를 비롯해 감독과 각본을 맡은 크리스토퍼 맥쿼리와 배우진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연이자 프로듀서인 톰 크루즈는 <파 앤드 어웨이>, <탑건: 매버릭>에 이어 세 번째 칸영화제 방문으로,
30년간 이어진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 작품으로 영화제에 돌아와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만과 편견>, 잭 로던 주연 맡나

넷플릭스의 새로운 드라마 <오만과 편견>가 아이코닉한 캐릭터 ‘다아시’를 연기할 배우를 찾고 있는 가운데,
<덩케르크>, <슬로우 호시스>의 잭 로던이 그 주인공으로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처음 발표된 넷플릭스의 <오만과 편견> 시리즈는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의 작가 돌리 올더턴이
각본을 맡을 예정입니다. 아직 공식적인 캐스팅은 발표 전이지만, 데이지 에드거-존스가 물망에 올랐다는
초기 보도가 나온 바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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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전성기, 40-50대 씬스틸러 여배우 특집
최근 #마스크걸 에서 김경자역의 염혜란 배우가 자식의 사랑을 넘어 광기로 변한 소름돋는 연기를 보여줬는데요 ! 이외에도 부드러움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배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씬스틸러 배우분들을 소개시켜 드리려합니다. 40-50 대의 전성기를 맞이한 배우분들의 앞으로 맡을 작품들과 배역들이 기대되지 않나요?
1994년 극단 목화에 입단한 단원이자 극단 목화의 간판배우로 1998년 <남자충동>으로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신인상과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2000년 <춘풍의 처>로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여자연기상 수상을 수상했습니다.
드라마, 영화 출연한 작품마다 좋은 성과를 거두는 씬스틸러 이정은 배우는 <기생충>의 국문광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휩쓸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데요. 처음 연극 조연출로 시작해서 영화, 드라마의 조,주연까지 올라온 배우입니다.
이미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잘하기로 정평이 난 김선영 배우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하여 얼굴이 많이 알려지게되면서 이후 명품 조연으로 입지를 단단히 굳히며 수많은 여우조연상을 석권하였습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단역 ‘소현 엄마’로 영화 데뷔를 알린 염혜란 배우는 단역임에도 불구하고 봉준호 감독님이 단편영화를 본 후 직접 오디션을 제안했다고 하는데요. 이후 <도깨비> 은탁의 이모이자 악역인 ‘지연숙’으로 대중들에게 가장 얼굴을 알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대학로 이영애라는 수식어가 붙을정도로 아름다운 미모와 더불어 정확한 발음과 비음이 섞인 청아한 목소리로 엄청난 연기력까지 보유한 배우입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수간호사 ‘박행자’ 역으로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키면서 믿고보는 배우로 자리잡았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한선영 역으로 널리 알려졌고, 이 외에도 <멜로가 체질> <안나>등 드라마 명품 조연을 섭렵하며 존재감을 톡톡히 알리고 있는 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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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같은 8살 소녀의 이별 이야기<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영화 리뷰
일본의 고즈넉한 풍경 중에서도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는 이미지는 바로 시민들이 지나다니는 거리 사이에 놓인 기찻길 건널목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환상의 빛>과 이와이 슈운지의 <러브 레터>를 비롯해 수많은 일본의 고요하고 따스한 영화들이 일본 고유의 이 풍경을 활용하곤 했다. 조금은 다르지만 기차역을 배경으로 한 <철도원>과 같은 영화들도 일본의 기찻길을 떠오르게 만들며 최근에는 <가족의 색깔>이나 한국영화 <윤희에게> 또한 일본 철도가 주는 소박하고 포근한 풍경에 꽤나 빚을 졌다.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또한 기차 건널목에서 시작하는 영화다. 여덟 살의 소녀 사야카(니쓰 지세)는 그곳을 지나가다 문득 반년 전의 기억을 생각한다. 반려견이었던 루와 함께 이곳을 걸었던 사야카.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년 전에 사야카는 작은 동물들을 분양하는 펫샵 앞에서도 거의 버려지다시피 한 강아지 루를 발견했다. 데려가는 사람이 없으면 가게 사장이 이 아이를 곧 내쫓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사야카는 부모님을 졸라 루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는 데 성공한다. 사야카는 학교에서는 친구 없이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지만, 루와 함께면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어 전혀 외롭지 않다.
어느 날, 함께 동네를 걷던 도중 갑자기 루가 조그만 구멍 틈으로 넘어가고, 루를 따라 힘겹게 몸을 구기고 구멍을 통과한 사야카는 그곳에서 아무도 없이 푸른 들판이 펼쳐진 세상과 만난다. 그들은 매일 이곳에 놀러와 자신들만의 세계를 꾸린다. 소풍 온 듯 맛있는 걸 먹기도 하고, 달리기를 하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만끽한다. 어느 날, 킁킁거리며 땅을 파던 루를 따라 사야카 또한 들판의 아래쪽을 캐다 보니 단단한 기찻길을 발견하게 된다. 과연 이곳은 어떤 곳이었을까?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나오키상을 수상한 소설가 이주인 시즈카의 소설이 원작이다. 반려동물과 소녀의 우정을 그리면서 삶과 죽음, 관계라는 것을 따뜻하게 탐구하는 영화로, 사야카 외에도 사야카의 할아버지, 그리고 카페를 운영하는 후세 아저씨(오이다 요시)의 역할을 더해 사야카가 점차 인생의 진실을 깨닫고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루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이 사실을 믿지 못하는 사야카는 주변의 사려깊은 조언과 판타지와 같은 순간들을 경험하면서 인생의 의미를 어렴풋이 깨달악나다. 동물과 인간의 유대감을 그린 영화는 아주 많았지만,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일본 특유의 단촐하고 소박한 감성을 통해, 그리고 소녀의 시선을 통해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인생의 진실을 포착한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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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 얘기 <D.P>는 왜 재밌는가
군대 얘기가 재미 없는 게 아니라
흔히들 생각한다. 여자들은 남자 군대 이야기를 안 좋아한다고.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 군대에서 마티즈만 한 멧돼지를 본 얘기, 군대에서 자면서 야간행군을 한 얘기 등등. 하지만 군대의 '군'자만 들어가면 여자들이 미간을 찌푸린다는 건 어쩌면 옛날 얘기일지도 모른다.
최근 군대 이야기를 다루며 넷플릭스에서 입소문을 탄 웹 드라마 <D.P.>가 장안의 화제다. D.P. 란, Deserter(탈영병) Pursuit(뒤쫓음)의 약자로, 즉 군대 내 탈영병들을 쫓는 '군무 이탈 체포조'를 일컫는다. 군대에서 일어나 군대에서 마무리되는 이 뼛속까지 군대 얘기인 드라마를 이토록 열광하며 보는 게 남자들 뿐일까? 여자인 나도 3일 만에 이 드라마를 정주행 했으니 그런 것 같진 않다. 군대 경험과 지식이 전무한 여자들에게도 이 드라마는 미치게 재밌었다는 얘기다.
드라마는 안준호(정해인)가 육군 헌병대 D.P. 에 차출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낱개의 이야기처럼 다루되 하나로 서사로 연결하는 꼼꼼한 짜임새를 담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짜임이 좋은 이야기였다면 이 드라마는 이렇게 지금의 '난리'를 겪지 않았을 것이다. 짜임새보다 이 드라마가 더 대단한 건 바로 군대에 대한 화자의 시선 때문이다.
병역의 의무를 지녔고 신체 건강한 남성이라면 누구나 다녀오는 곳으로 여겨지는 군대. 하지만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채 하나의 다른 세계처럼 여겨지는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외부인들은 잘 알지 못한다. 드라마는 그런 시청자들을 끌고 군대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문제가 존재하고 그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당연시되고 있는지를 까발리고, 이해시키고, 설득한다. 단순히 군대에 적응하지 못한 사회부적응자쯤으로 여겨지던 탈영병들도, 이 드라마에 의하면 피해자에 가깝다. '얼마나 덜떨어지면 탈영하냐'가 아니라, '왜 탈영했는가'의 시선으로 그들을 쫓기 때문이다. 그렇게 드라마는 탈영병들이 겪은 군대 내 폭력과 부조리들을 하나하나 짚어내고, 이에 시청자들은 군대라는 조직이 아닌 군 병역자, 즉 '사람'을 들여다보게 된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주인공인 줄 알았던 준호(정해인)와 호열(구교환)은 서서히 제삼자가 되고, 탈영병들이 극의 주인공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D.P. 가 성공적으로 탈영병을 잡는 이야기인가? 싶었다가, 정신 차려보면 탈영병의 안타까운 삶에 마음 아파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니까. 준호(정해인)에게 유달리 친절한 선임으로 등장한 석봉(조현철)이, 에피소드 5-6화에서 극을 끌고 가는 주인공으로 바뀌었을 때에는 안타까움에 애가 탈 정도였다. 결국 이 드라마는 '잡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잡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던 것. 그들이 왜 근무지를 이탈했고, 왜 조금만 견디면 끝나는 세상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선택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그 이해를 돕기 위해 철저히 제삼자의 시선으로 시작해 탈영병의 시선으로 끝나는 드라마가 바로 <D.P>였던 셈이다.
단연 정주행을 마쳤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이 시발노무 군대'였다. 상명하복이라는 미명 하에 선임이 후임을 구타하고 괴롭히고 인격적인 모독을 가해도 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이 대한민국 군대의 부패한 성질에 심장이 터질 것처럼 화가 났다.
외부와 단절된 곳에서 그들이 어떤 세상을 구축하고 유지하는지는, 누군가 고발하지 않으면 알 수없다. 사회에서는 마냥 순했던 석봉(조현철)이 선임의 오랜 괴롭힘으로 군을 이탈한 위험한 인물이 되기까지, 정말 그 체계에 적응하지 못한 석봉의 잘못만이 있을까? 드라마를 정주행 한 자라면, 아마도 모두가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석봉을 괴롭힌 개차반 선임들, 그리고 더 오래전 그들을 괴롭혔을 과거의 선임들, 수많은 방관자들, 그리고 여긴 원래 그런 곳이라는 오랜 문화. 그것들이 결국엔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지점이라는 걸 모두가 공감했을 것이다.
오랜 시간 견고히 다져진 세계를 무너뜨리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고인 물은 썩으므로, 언젠가는 물을 순환하기 위해 댐을 무너뜨려야만 한다. 끊임없이 누군가가 탈영을 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이제는 정말이지 돌아볼 때가 아닐는지. 상명하복이라는 이름 아래 짓밟히고 있는 인권에 대해서. 진정한 수직체계와 선임이 후임을 개처럼 여겨도 되는 것이 동일시되는 한 세상에 대해서 말이다.
<D.P.>가 휩쓸고 간 난리통에는 그리하여 사회적 숙제가 남았다. 총기난사와 자살, 탈영, 구타, 괴롭힘이라는 불명예를 끌어안은 군대가 이제는 정말 바뀌어나가기를, <D.P.>의 열혈 시청자로서 바라보는 바다.
정해인의 재발견
앗. 그리고 배우 정해인에 대해서도 짧게 이야기하고 싶다.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로 인기남에 등극해, 진득한 연기보다는 광고를 많이 찍는 스타의 전철을 밟는 듯했던 그가, 이 드라마를 선택했다는 것에 두 번 세 번 놀랐다. 그리고 다시 보였다. 배우 정해인이 추구하는 노선이 어떤 것인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얼굴만 말간 한 배우가 아니라, 빡빡머리로 흙바닥을 뒹굴며 연기하는 배우임을 보여준 그에게 정말이지 감동받았다. 무엇보다 그는 연기를 참 잘했다. 어린 나이에 그림자가 가득한 안준호를 연기한 정해인은,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의 그저 훈훈했던 연하남과는 정말 전혀 다른 인물이었으니까. <D.P.>는, 내게 정해인을 다시 보게 해 준 작품이기도 했다. 그가 오래오래 다양하고 좋은 연기를 보여주면 좋겠다.
오랜만에 정말 여러모로 훌륭한 드라마를 만나 반가웠다. 여자들은 더 이상 군대 얘기를 싫어하지 않는다. 적어도 <D.P.>를 본 여자들이라면.
wood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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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 이별을 알아가는 8살 과거의 나에게
반려견 루와 헤어진 8살 소녀 사야카의 가슴 뭉클한 이별 여정을 담은 성장 이야기로
아쿠타가와상과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꼽히는 나오키상을 수상한
재일 교포 2세 작가 이주인 시즈카의 동명 단편 소설을
각색한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리뷰이자, 시사회 후기입니다.
40여 년간 꾸준히 작품을 출간하며 나오키상과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몇 차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일본 대표 문학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해서
그런지 아이의 순수한 시선을 따라 전개되는 차분함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고
주연을 맡은 니이츠 치세의 연기 또한 이를 확실히 강점으로 만들 만큼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근래 자극적인 영상에 지친 마음을 다독여주기에는 더없이 좋았던 시간으로
이런 은은한 느낌을 좋아하시는 관객분들이시라면 나쁘지 않게 보실 것 같네요.
첨부터 끝까지 이런 분위기예욤
왠지 나랑 똑같다고 느꼈던 것 같다
8살 사야카는 등에 큰 점이 있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지만
용감하고 당찬 성격에 씩씩하게 다니는 밝은 아이입니다.
그렇게 긍정적인 생각으로 집으로 가던 중 거위 소리에 발길을 옮긴 펫샵에서 천덕꾸러기 루를 만납니다.
입양을 가기엔 너무 커버려서 아무도 데리고 가려고 하지 않아 샵 밖에 있었지만
소녀는 루를 보자마자 동질감을 느끼며 운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매일 루를 보러 가던 중 데려가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내다 버려지게 될 거라는 직원의 말에
부모님을 설득하게 되는데, 아빠에게서 개는 사람보다 빨리 죽는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죠.
그리고 엄마에게서도 어렸을 때 키웠던 개가 죽었을 때 슬펐다면서, 지금도 떠올리면 슬프다는 말을 듣지만,
루에게 빠진 마음이 컸기에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며 루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냅니다.
서로 친구가 된 루와 사야카는 아침, 저녁으로 동네 곳곳을 누비며 우정을 쌓아가던 어느 날,
몸집이 작은 그들만 들어갈 수 있는 바닷가 근처 벽의 조그마한 틈 너머 넓은 들판을 발견하고
둘만의 공간으로 여기고 매일 찾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용도를 알 수 없는 철로를 발견하게 되는데...
예고편│ Trailer
원제 : 駅までの道をおしえて, 영제 : Show Me the Way to the Station│감독·각본(각색) : 하시모토 나오키
│원작 : 이주인 시즈카의 동명의 단편 소설│출연진 : 닛츠 치세, 오이다 요시 외 多│장르 : 드라마│상영 시간 : 126분
│개봉일 : 2022년 2월 17일│국가 : 일본│등급 : 전체 관람가│평점 : IMDB 6.6, 야후 재팬 3.4점│시청 가능 서비스 : 17일부터 극장 상영
소중한 친구가 사라진다는 건 상심이 크겠죠.
이별을 받아들이는 8살 소녀의 마음
영화는 반려견 루가 세상을 떠나 그리워하는 사야카를 보여주며,
성인 역의 아리무라 카스미의 내레이션으로 과거를 회상하며 시작합니다.
만난 지 그리 반년쯤 지나 병으로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아직 어린 소녀에게 죽음이라는 것이 낯선 의미였고 볼 수 없다는 걸 인지하면서도
죽음을 받아들이지 준비가 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보여주죠.
그리고 루를 만나 온 동네를 누비며 둘만의 추억을 쌓았던 시간들을 이야기하며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만 소중한 친구의 모습을 그립니다.
극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 잔잔하게 깔리는 카스미의 목소리는 그 당시의 순수했던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며
어른이 되고 나서 되돌아보는 기억의 행복과 이제는 완전히 받아들이는 이별에 대한, 죽음에 대한 단상을 보여줘
아마도 반려동물을 키워본 분들이라면 공감 가는 부분이 분명 존재할 겁니다.
죽음은 늘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나이가 들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면 조금은 덜 힘든 것도 사실이니까요.
둘의 케미가 참 좋아요
이어서 둘만의 공간에서 추억에 빠져있던 소녀는 우연히 갈색 개 루스를 만나 이를 통해
학교 앞 재즈 카페의 주인 후세 할아버지를 알게 되면서 죽음을 맞이하고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이어갑니다.
처음엔 혼나기도 하지만, 후세 할아버지에게 어릴 적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이치로라는 아들을 잃은 슬픔,
어렸을 때 루와 똑같이 생긴 강아지가 있었다는 사실로 동질감을 느끼며 나이를 뛰어넘는 친구 사이가 되죠.
결말을 생각한다면 루와 과거의 비슷한 개, 그리고 현재의 루스가 두 사람을 이어주며
서로의 상처를 보다듬게 만들고 이별을 받아들이도록 이끄는 역할을 해준 느낌을 받습니다.
어른들을 위로하는 아이
어른이 되어서도 소중한 사람을 잃는 슬픔을 감내하고 받아들이는 건 매우 힘든 일임을 우리는 알고 있기에
아직 어린 소녀가 루를 잃은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그리워만 하는 것처럼
후세 할아버지가 아들을 잃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견디는 모습은 그들을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재미있는 점은 사야카가 할머니를 떠나보낸 할아버지의 마음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토닥여 준 것처럼
후세 할아버지에게도 적절한 위로를 해주는 모습으로,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는 아픈 진실보다는 착한 거짓이라도 배려가 더 좋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죠.
본인의 마음도 아플 텐데 다른 이들을 감싸주는 8살 소녀의 모습은 아마도 이 여정의 가장 큰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강아지 연기력 갑!
마지막에 접어들며 다시금 맞닥뜨린 이별의 순간, 장르가 살짝 판타지 분위기가 바뀌지만
이미 이전 장면들에서 환상을 통해 그런 느낌을 나타냈기에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다만, 잔잔하고 슬픈 드라마에서 조금은 많은 듯해 보이는 슬로 장면들은 감정선을
끝까지 이어가기에는 너무 늘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슬픈 이별에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사야카를 연기한 닛츠 치세,
소녀와의 우정으로 한층 성장하게 만드는 후세 할아버지의 오이다 요시는 이별을 기리는 특별한 이야기를 잘 마무리해줍니다.
여러 면에서 일본 영화 특유의 감성은 물론, 좋은 OST가 가득했고 전하고자 하는 의미도 확실했으며
이를 표현해 준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딸이자, 4살부터 연기 활동을 한 닛츠 치세와 루의 호흡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적절한 템포를 맞췄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런 잔잔함을 선호하신다면 나쁘지 않게 보실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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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한국 텐트폴 영화 BIG4 중 마지막 주자 <콘크리트유토피아>! 벌써 시사회 입소문과 함께 높은 예매율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과연 <밀수>의 바통을 이어받아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그럼 같이 8월 2주차 영화 개봉예정작 알아볼까요?
콘크리트 유토피아
Concrete Utopia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30분
감독: 엄태화
출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등
개봉: 2023.08.09.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아파트는 주민의 것” 온 세상을 집어삼킨 대지진, 그리고 하루아침에 폐허가 된 서울. 모든 것이 무너졌지만 오직 황궁 아파트만은 그대로다. 소문을 들은 외부 생존자들이 황궁 아파트로 몰려들자 위협을 느끼기 시작하는 입주민들. 생존을 위해 하나가 된 그들은 새로운 주민 대표 ‘영탁’을 중심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아선 채 아파트 주민만을 위한 새로운 규칙을 만든다. 덕분에 지옥 같은 바깥 세상과 달리 주민들에겐 더 없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유토피아 황궁 아파트. 하지만 끝이 없는 생존의 위기 속 그들 사이에서도 예상치 못한 갈등이 시작되는데...! 살아남은 자들의 생존 규칙 따르거나 떠나거나
CINE PICK!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로, 높은 완성도와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일으키고 있습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한국영화 예매 순위 2위에 올라 있는 <밀수>보다 예매량이 2배 가량 많아 개봉일에 무난히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를 거로 전망됩니다.
마에스트로
Maestro(s)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프랑스 | 88분
감독: 브뤼노 시슈
출연: 이반 아탈, 피에르 아르디티, 미우미우 등
개봉: 2023.08.09.
배급: 티캐스트
시놉시스
권위 있는 빅투아르 음악상을 수상하며 차세대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지휘자 ‘드니 뒤마르’. 그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다름 아닌 같은 지휘자이자 음악계의 거장인 아버지 ‘프랑수아 뒤마르’이다. 한편, 아버지 ‘프랑수아’는 존경받는 최고의 지휘자지만 곧 정상의 위치에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함께, 같은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는 아들 ‘드니’에게 묘한 경쟁심을 느끼고 있다. 그러던 중 ‘프랑수아’는 평생을 소망하던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의 지휘자 자리를 제안하는 전화를 받고 뛸 듯이 기뻐한다. 하지만 아들 ‘드니’는 자신에게 가야 할 제안이 아버지에게 잘못 전달되었음을 알게 되고, 인생 최대의 고민에 빠진다. 꿈의 무대를 두고 마주한 아버지와 아들! ‘라 스칼라’ 무대에 서게 될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CINE PICK!
'마에스트로'는 칸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인 '꼬장꼬장 슈콜닉 교수의 남모를 비밀'(2011)을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원작에선 부자가 연구자로 나온다. 시슈 감독은 둘 다 의사인 자기 아버지와 형을 소재로 각색하려다가 사위와 남편 모두 지휘자인 지인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고 설정을 바꿨다고 합니다.
이름 없는 춤
The Unnameable Dance
ⓒ 네이버영화
개요: 다큐 | 일본 | 115분
감독: 이누도 잇신
출연: 타나카 민
개봉: 2023.08.09.
배급: (주)디오시네마
시놉시스
1966년 솔로 활동을 시작해 1978년 파리 데뷔 이후 전 세계 아티스트와 다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노장 댄서 다나카 민. 이누도 잇신 감독의 시선을 따라 다나카 민이 포르투갈, 파리, 도쿄, 후쿠시마, 히로시마 등에서 선보인, 그의 독보적인 '장소의 춤'을 만난다.
CINE PICK!
<이름 없는 춤>은 노장 댄서 다나카 민이 세계를 돌며 선보인 '장소의 춤'을 담아낸, 이누도 잇신 감독이 국내 관객에게 선보이는 첫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이누도 잇신 감독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 등으로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으며 <이름 없는 춤> 개봉을 맞아 내한한다고 합니다.
퀴어 마이 프렌즈
Queer My Friends
ⓒ 네이버영화
개요: 다큐멘터리, 드라마, 가족 | 한국 | 81분
감독: 서아현
출연: 송강원, 서아현
개봉: 2023.08.009.
배급: ㈜영화사 그램
시놉시스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강원’과 한 번도 자신에 대해 질문 하지 않았던 ‘아현’ 언럭키한 서로의 인생에 럭키한 우정이 찾아왔다! 삶의 배경도 성 정체성도 모두 다른 두 친구의 현실공감 100% 짠함 200% 사랑스러움 MAX 서로의 세상을 넓혀가는 삐뚤빼뚤 성장담
CINE PICK!
<퀴어 마이 프렌즈>는 한국의 서울, 미국의 뉴욕 등 대도시 공간을 오가며 우정을 이어 나가는 강원과 아현의 이야기로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국적을 바꾼 강원의 삶을 친구인 아현의 카메라가 따라가며 강원의 삶을 통해 ‘한 개인에게 소속될 공동체를 찾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한 개인의 정체성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다면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합니다.
런닝맨: 리벤져스
Running Man: Revengers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한국 | 73분
감독: 엄영식
출연: -
개봉: 2023.08.10.
배급: (주)NEW
시놉시스
“슈퍼벨트를 가진 자, 이 세상을 다스릴 절대 왕이 되리라!” 진정한 용기와 팀워크로 세상의 평화를 지켜낸 런닝맨! 히어로TV의 BJ팡팡이 축하 인터뷰를 위해 찾아와 전설로만 내려오던 일급 비밀 정보를 알려주는데…! 바로 이 세상의 절대 왕이 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아이템 ‘슈퍼벨트’가 존재한다는 것! 런닝맨들은 각자의 목표를 위해 레이싱을 펼치지만, 의심과 욕심은 이들의 끈끈한 우정에 금이 가게 만드는데… 과연 런닝맨들은 다시 한 번 힘을 합쳐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CINE PICK!
SBS 인기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을 모티브로 한 <런닝맨: 리벤져스>는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악당에 맞서 세상을 구하기 위한 런닝맨들의 슈퍼벨트 쟁탈전을 그린 작품으로 2018년 <런닝맨:풀룰루의 역습>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신작입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다섯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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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엎어진 테이블, 그 위에 남은 추한 본성들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요소들
- 붕괴되는 부모
- 사건의 피해자들이 의미하는 것
- 거울 같은 연출
보통의 가족 (A Normal Family, 2024)
뒤엎어진 테이블, 그 위에 남은 추한 본성들
개봉일 : 2024.10.16.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스릴러
러닝타임 : 109분
감독 : 허진호
출연 :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엔딩크레딧 시작 전에 하나
나는 보통 아주 재밌거나 취향에 딱 맞는 영화를 만나면 미쳤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미쳤다는 뭔가 한순간 강하게 후려치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보통의 가족>은 미쳤다기보단 시종일관 우아하게 돌고 있는, 돌아있는 영화라고 표현하려 한다.
<보통의 가족>은 왈츠를 추듯 우아하게 합을 맞추는 배우들과 함께 부드럽게 턴을 돌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예상을 벗어나는 이야기의 흐름은 호기심을 일으키고 서서히 상승하는 대비감과 극 전반에 흐르는 클래식 음악은 우아한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한눈 팔 틈을 주지 않는다.
<보통의 가족>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를 리메이크한 영화로 한 테이블에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 보통의 가족처럼 보이는 이들의 이면을 거침없이 털어내는 작품이다.
영화는 다른 성격의 두 형제, 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내부인과 외부인 같은 두 여자, 속을 알 수 없는 아이들 사이에 얼룩진 거울 한 장을 대놓고는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
“자, 이런 문제가 생겼어. 너는 어떻게 할래?”
동시에 튀어나온 각자의 응답은 서로 얽히고 설키며 새로운 쟁점을 만들고 거울 앞에 앉은 인물들은 시시각각 태도를 바꾸며 식은땀을 흘린다. 땀이 지나간 자리엔 서늘함과 축축한 불쾌감만이 남는다.
영화는 주인공들에게 자극적인 음식을 반복해 대접하며 그들이 언제까지 태평한 척을 할 수 있는지 실험한다. 이들은 애써 꼿꼿한 자세와 평온한 호흡을 유지하며 자리를 지키지만 결국엔 폭발하여 테이블을 뒤엎는다. 이제 이 가족의 테이블 위에 오가는 건 이기적인 합리화와 책임 전가, 추한 본성뿐이다.
아이들을 사이에 두고 충돌하는 어른 재완, 재규, 연경, 지수 역을 맡은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배우는 예리하게 갈아낸 각자의 캐릭터를 손에 쥐고 쉴 틈 없는 칼싸움을 펼친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팽팽한 대립구도는 극의 텐션과 몰입력을 한도 없이 끌어올린다.
개인적으로 설경구, 장동건 배우의 경우 최근 필모그래피의 방향이 조금 아쉽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아직은 이 배우들을 더 믿어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다.
다른 신념을 가진 재완과 재규. 연경과 지수재완은 살아있는 멧돼지를 사냥하고 재규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린다. 재완은 악질 가해자에게 ‘(돈을) 얼마나 줄 수 있냐’고 묻고 재규는 피해자가 병원 수납을 마치지 못했음에도 그의 생명을 위해 우선 다음 수술 날짜를 잡는다. 돈을 좇는 재완과 돈보다 올바름이 중요한 재규. 재완과 재규는 형제지만 다른 신념을 갖고 있다.
재규의 아내인 연경은 재규와 비슷하게 선한 신념을 갖고 살아간다. 그는 성공한 프리랜서 번역가이자 아동 복지에 힘을 보태는 어른이며 치매가 온 시어머니를 돌보는 착한 며느리다. 최근 가족이 된 재완의 아내 지수는 재완의 재력 덕분에 생긴 여유를 즐기고 있다. 지수는 자신을 외부인 취급하는 연경과 약한 대립각을 잡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오래 유지하지 않고 스스로 이 가족과 한 발자국 정도 거리를 둔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붕괴되는 부모들
아이들 사건의 피해자, 노숙자가 의미하는 것재완은 나래 사건의 합의를 위해 가해자와 대화를 나눌 때 이렇게 말한다.
“(부모는) 자식 앞에선 약해지기 마련이죠.”
이 말은 혜윤의 부모인 재완, 시호의 부모인 재규, 연경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재완, 재규, 연경은 자신의 삶에 있어선 각자 다른 신념을 가진다. 하지만 ‘내 아이가 죄를 저질렀다’는 문제에 있어선 각자의 신념을 무너트린 채 비슷하게 행동하고 결국 같은 결론을 낸다. 부모들은 아이를 위해 눈물 흘리고 싸운다. 그리고 붕괴된다.
억울한 피해자인 노숙자와 나래는 재완, 재규 형제의 신념 변화를 보여주는 장치다. 노숙자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지만 폭행이라는 큰 신체적 충격을 받고, 나래는 어른들의 싸움 때문에 사고를 당하고 병원에 입원한다. 재완, 재규는 아이들이 독단적으로 벌인 폭행 사건을 알고 큰 충격을 받는다. 노숙자는 혼수상태가 되고 나래는 큰 수술을 받으면서도 삶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재완, 재규는 충격을 받은 후에도 아직 남아있는 각자의 신념에 따라 ‘이대로 숨길 수 있다’, ‘시호를 자수 시켜야 한다.’ 주장하며 옥신각신 싸움을 한다. 그러다 노숙자는 사망, 나래는 상태가 다시 나빠지게 되고 그 시점에 시호와의 진솔한 대화, CCTV 영상의 발견이라는 상황을 뒤집을 사건이 터진다. 이때 형제의 굳건했던 신념은 붕괴되고 뒤바뀌게 된다.
처음엔 피해자의 눈물에 공감하며 나래 엄마에게 예배당을 알려주던 재규는 그곳에 앉아 가해자인 아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고 피해자인 노숙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갑자기 입맛이 돌기라도 하는지 식판을 싹싹 비워낸다. 아내인 연경은 시어머니의 냄새 나는 옷을 갈아입히다 이 소식을 듣고 여러모로 깨끗하게 해결된 상황에 만족하며 웃음 짓는다. 반대로 돈을 위해 가해자를 옹호하던 재완은 복잡한 얼굴로 노숙자의 집에 찾아가 돈 봉투를 밀어 넣는다. 이후 세 사람은 바뀐 신념을 주장하며 더 강하게 충돌한다.
지수는 이 ‘신념의 붕괴’라는 사건에서 제외되는 유일한 어른이다. 연경은 지수를 혜윤의 엄마가 아닌 사람, 외부인으로 반복해 칭하는데 지수는 여기에 열을 내기보단 그럭저럭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사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지수는 혜윤과 큰 친밀감이 없고 부모라기엔 조금 먼 느낌이 있다. 그래서 지수는 재완, 재규, 연경과는 다르게 객관적인 외부인의 시선으로 혜윤, 기호의 사건을 바라보게 되고 마지막엔 CCTV 영상을 공유하며 엇나간 재완의 신념을 붕괴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
숨겨둔 양면성을 꺼내놓다
인물들의 심경 변화, 거울 같은 연출사람에겐 한 가지 면만 있을 수 없다. 누구나 추하고 부끄러운 면을 갖고 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보이는 게 다를 뿐이다. 영화는 우아하게 와인을 마실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론 턱에 초고추장을 묻히고 와인을 소주처럼 들이키는 지수, 고급스러운 정장을 차려입고 꼿꼿하게 앉아있지만 사실은 꽉 끼는 옷에 숨도 못 쉬어 화장실에서 몰래 지퍼를 푸는 연경, 정정당당함을 이야기했으면서 시호를 위해 극단적인 사고를 치는 재규를 보여주며 완벽함 뒤에 숨겨진 부끄러운 모습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재완은 이들과 다르게 부끄러운 모습을 먼저 보여주고 후반부에 들어 그 뒤에 있는 보통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 중에서 양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은 재규다. 그는 가족들 앞에서 정의로운 척을 하지만 뒤에선 아이들과 똑같은 일들을 저지른다. 그는 술을 먹고 노숙자를 폭행, 유기한 아이들처럼 술을 먹고 고라니를 친 후 사체를 유기한다. 두 사고 장면은 비슷한 연출 요소들로 채워진다. (피해자를 질질 끌고 가는 가해자와 바닥에 그려지는 피, 비슷한 카메라 구도)
노숙자의 소식을 듣고 시호와 대화를 나누며 포장을 걷어낸 재규는 CCTV 속 아이들이 했던 말과 비슷한 결의 발언들을 내뱉고, 재완이 가해자를 옹호하며 했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며 그를 차로 쳐버린다. 이제 재규에게 남은 건 뻔뻔한 본성뿐이다. 흘러가듯 들렸던 ‘재규가 알고 보면 무서운 사람’이라는 어머니의 말, ‘너랑 나랑 진짜 나쁜 형제 새끼’라는 재완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상영이 끝난 후에도 이래저래 떠들고 싶게 만드는 영화가 있다. <보통의 가족>이 딱 그렇다. 영화가 끝나면서 테이블 위 조명도 모두 꺼졌지만 극 중 인물들이 남긴 첫맛과 끝 맛은 여전히 입안을 맴돌며 아쉬움을 남긴다. 나는 아직 이 화려한 갈등의 테이블 위에 차려진 인물들을 더 씹고 뜯고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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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4주 최신 개봉영화(모가디슈, 정글 크루즈, 방법 재차의, 배틀 크랙, 갈매기 )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7월 2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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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Choic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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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명탐정 코난 : 제로의 일상> 메인 예고편
《명탐정 코난: 제로의 일상》은 《명탐정 코난》의 원작자 아오야마 고쇼의 감수를 받아 아라이 타카히로가 그린 스핀오프 작품이다. 공안 경찰, 사립 탐정, 검은 조직의 일원, 세 얼굴을 가진 이 남자의 진짜 사생활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인 줄만 알았는데. 빛과 그림자에 둘러싸인 남자, 아무로 토오루의 소소한 일상이 지금 공개된다. 《명탐정 코난: 제로의 일상》, 2022년 공개 예정.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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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갱단 리더 저우 저농은 실수로 경찰관을 살해한 뒤 현상금이 붙어 경찰과 폭력배 모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는 자신을 돕기 위해 왔다는 여성을 만난 뒤 휴양지 '와일드 구스 레이크'에 몸을 숨기고, 쫓기는 두 사람은 목숨을 건 위험한 도박을 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