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usmesentez2025-04-01 15:36:20
넷플릭스를 위협하는 강자의 등장, TUBI
TUBI
이번 슈퍼볼 하프타임쇼 보셨나요? 켄드릭 라마의 화려한 무대와 함께 바이브 넘치는 스텝이 바이럴되며 (드레이크 TV 꺼…)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올해 슈퍼볼 중계를 맡은 FOX는 자사 스트리밍 플랫폼 TUBI를 통해 경기를 무료로 제공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는데요. 그 결과 슈퍼볼 전체 시청자 1억 2,770만 명 중 TUBI 시청자가 1,360만 명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과연 이것이 단순히 공짜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까요?
TUBI는 미국의 AVOD/FAST(광고 기반 주문형 비디오/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입니다. AVOD와 FAST 플랫폼은 광고 시청을 전제로 콘텐츠를 무료 또는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TUBI는 작년부터 매출이 크게 증가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으며, 현재는 파라마운트의 플루토 TV와 함께 AVOD 시장의 양강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여러 플랫폼의 구독료가 모이면 월말에 상당한 금액이 되는 경험이 다들 있으실 텐데요. SVOD(구독형 주문 비디오) 방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AVOD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광고를 보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그만큼의 비용을 치킨 두 어마리 더 먹는 것에 쓰겠다는 소비자들의 선택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SVOD가 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빨리빨리' 문화 때문일까요? 한국 소비자들에게 광고는 여전히 민감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물가 상승으로 플랫폼 이용료가 부담스러워진 시청자들에게 AVOD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플랫폼 입장에서도 정체된 구독자 수를 늘리고 광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효과적입니다. 콘텐츠 확보 경쟁을 넘어 시청 방식까지 다양화되는 OTT 시장,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참고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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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
모든 존재는 태어난 이상 삶을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자주 품곤 한다. 삶의 의미와 목적을 탐구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모호한 문제다. 때로는 그 질문을 깊게 고민하면서 존재론적인 문제에 매달리기도 하고, 때론 이 고민이 답답하고 불편해 외부로 짜증과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이런 고민들은 철학적으로 매우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뚜렷한 답을 찾기 어렵다. 우리는 그저 삶의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불쑥 솟아오르는 의문들을 마주할 뿐이다.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순간들은 특별히 예측할 수 없다. 연애, 결혼, 아이의 탄생,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과 같은 중요한 사건들이 있을 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인간 존재의 사이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특히 죽음은 삶의 끝을 알리는 동시에, 그 자체로 큰 고통을 동반한다.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삶의 고통과 죽음을 연결해 우울함에 빠져들기도 한다. 사춘기는 이러한 생각들이 더욱 예민해지는 시기이다. 몸과 마음의 변화를 겪으며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이 더욱 깊어지고, 많은 청소년들이 불안과 혼란 속에서 이러한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이 성장의 시기에는 죽음에 대해 고민하고,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이 깊어진다. 청소년들은 자주 자신이 세상 속에서 어떤 존재인지, 삶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철저히 질문하게 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불안과 혼란을 동반하는데, 이 혼란을 잘 견뎌내는 것만이 삶의 복잡성을 받아들이고, 성숙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이 과정에서 죽음은 그 자체로 하나의 철학적인 화두로 등장한다.
[첫번째 감정] 리디아의 혼란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의 리디아(위노나 라이더)는 삶 전체가 혼란스러운 인물이다. 그녀는 과거 <비틀쥬스> 1편에서 이미 사춘기를 겪으며 죽음을 동경하던 청소년이었다. 당시 리디아는 세상에 대한 혼란스러운 감정과 죽음에 대한 동경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이 영화의 설정에 따르면, 죽은 사람들은 현실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비슷하게 존재할 수 있으며, 죽음 이후에도 일종의 시스템 안에서 살아간다고 묘사된다. 그래서 리디아는 죽음이 곧 끝이 아니라는 생각에 빠지며, 죽은 사람들조차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리디아는 죽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그녀에게 삶의 불편함과 혼란스러움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만들었다. 죽음이 곧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리디아는 죽음을 동경하게 되었다. 하지만 비틀쥬스(마이클 키튼)라는 혼돈의 존재와 마주하면서, 실제로 죽음이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삶 역시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하며, 죽음도 그렇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1편에서 리디아는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삶을 이어가는 힘을 얻었다.
이번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에서 리디아는 중년이 되어 등장한다.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된 리디아는 사춘기 시절과는 또 다른 혼란에 직면한다. 딸 아스트리드(제나 오르테가)와의 관계는 원활하지 않으며, 결혼 생활 역시 만족스럽지 않다. 그녀는 여전히 삶의 혼란 속에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된 리디아는 자신이 청소년 시절에 가졌던 의문들을 다시 꺼내어 묻는다. 이번에도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녀는 딸에게 자신이 겪었던 혼란을 물려주고 싶지 않지만, 딸은 엄마를 부끄러워하고 그들 사이의 소통은 단절된다. 어쩌면 리디아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모습이 투영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역시 비슷한 시기에 혼란과 방황을 겪고, 그 답을 찾으려 애썼으니까.
[두번째 감정] 아스트리드의 혼란
리디아의 딸 아스트리드 또한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여있다. 어머니와의 소통 문제,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겹쳐 그녀는 끊임없이 불안감을 느낀다. 아스트리드는 어머니처럼 죽음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거나 유령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어쩌면 이는 그녀가 아직 삶과 죽음의 경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스트리드는 죽음이란 것이 그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둘러싼 가족의 죽음, 특히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연이어 세상을 떠나며 겪는 혼란에 직면하게 된다.
죽음이라는 테마는 아스트리드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팀 버튼의 세계관에서는 죽음은 그저 자연스러운 일처럼 묘사된다. 죽음은 삶의 일부일 뿐이며, 죽음 자체는 슬픔의 대상이 아니다. 아스트리드는 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결국 어머니 리디아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아스트리드가 죽음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은 삶의 의미이기도 하다. 그녀는 어머니가 자신 곁에 늘 있었음을 깨닫고, 그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죽음은 한편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묘사된다. 팀 버튼이 창조한 이 세계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는 희미하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죽음조차 비극으로 다뤄지지 않으며, 그저 일상의 한 부분처럼 느껴진다. 이는 죽음이 곧 삶의 일부이며, 둘은 별개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삶과 죽음이 연결되어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세번째 감정] 비틀쥬스의 혼란
비틀쥬스는 그 자체로 혼란을 상징하는 캐릭터다. 그의 존재는 리디아와 아스트리드가 겪는 혼란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비틀쥬스는 스스로 혼란을 일으키는 존재이지만, 흥미로운 점은 그가 아무 때나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누군가 그의 이름을 세 번 불러야 소환된다는 것이다. 이는 혼란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상황에서 누군가에 의해 촉발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리디아나 아스트리드가 겪는 혼란이 결국 비틀쥬스를 소환하게 된다는 설정은, 우리가 삶에서 겪는 혼란이 결국 외부의 영향과 내부의 불안이 결합해 터져 나오는 방식과 유사하다.
비틀쥬스는 단순히 악당이나 장난스러운 존재가 아니다. 그는 리디아와 아스트리드, 그리고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혼란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전달한다. 그가 끊임없이 일으키는 혼란은 마치 우리 삶의 불확실성과도 같다. 비틀쥬스는 우리가 직면한 혼돈을 극대화시키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나가는 인물들처럼, 관객들 또한 그 혼란 속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팀 버튼 감독은 독특한 상상력과 기괴한 미학으로 유명하다. <비틀쥬스> 1편은 80년대 당시에도 파격적인 연출로 주목을 받았고, 이번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그 후속편으로서 팀 버튼다운 세계관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그가 30년 만에 이 시리즈를 다시 꺼내든 이유는, 아마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시 한 번 탐구하고자 하는 그의 철학적 고민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1편이 내포했던 혼란과 유머, 그리고 기괴함은 여전히 살아있으며, 2편에서는 중년의 리디아를 통해 성숙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는 이러한 복잡한 감정들을 잘 전달한다. 위노나 라이더는 리디아로서의 혼란과 방황을 탁월하게 표현했고, 제나 오르테가는 신세대 캐릭터인 아스트리드를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 삶과 죽음을 탐구한다. 비틀쥬스를 연기한 마이클 키튼 역시 특유의 괴짜스러움을 유지하면서도 캐릭터의 혼란스러운 본질을 완벽하게 살려낸다.
결국 이 영화는 혼란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영화 속 리디아나 아스트리드는 자신의 삶 속에서 보이지 않았던 따뜻함과 사랑을 영화 말미에서야 발견한다. 그것이 곧 삶의 의미이자 살아가야할 이유다. 또한 영화의 맨 마지막, 리디아의 새엄마인 딜리아(캐서린 오하라)이 죽음 이후 아무렇지 않게 저 세상 열차를 타는 모습은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3QpAc6i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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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 더 하이츠> 북미 박스오피스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까?
린-마누엘 미란다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각색한 <인 더 하이츠>가 미국 박스오피스에 불을 지필 예정입니다. 이번 주말 약 3,400개의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워너 브라더스 제작 영화 <인 더 하이츠>는, 개봉을 하자마자 약 2천만 달러(한화 약 220억 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종 집계액은 1600만 달러에서 3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죠.
영화 <인 더 하이츠>는 또한 6월 10일 목요일, ‘HBO 맥스’에도 개봉을 할 예정이기에 주말 흥행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조용했던 극장가는 최근 백신 접종으로 인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관객들이 다시 모여들고 있습니다. 지난 몇 주 동안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와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주목할 만한 티켓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할리우드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와 <블랙 위도우>와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들로 이러한 현상이 여름 내내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죠.
<인 더 하이츠>의 관람객 예측이 어려운 한 가지 이유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박스오피스에서 얼만큼의 위력을 과시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인 더 하이츠>는 골든 글로브 주제가상을 수상한 <위대한 쇼맨>이나, <해밀턴> 그리고 <캣츠>만큼 잘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인 더 하이츠>는 해외 영화 평론가로부터 좋은 리뷰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로튼 토마토 96%의 평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 전문 매체 Variety(버라이어티)의 수석 영화 평론가 eter Debruge (피터 데브루지)는 이 영화를 본 뒤 “대박”이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인 더 하이츠>는 <나우 유 씨 미>와 <지.아이.조> 그리고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연출한 존 추 감독이 감독을 맡았으며, 토니상 11관왕을 달성한 린-미누엘 미란다가 영화의 음악을 맡았습니다. 특히, 린-마누엘 미란다는 21세기 최고의 천재 예술가로 손꼽히고 있으며, <인 더 하이츠>는 그가 19살이었던 대학교 2학년 때 초고를 완성했고, 2008년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해 약 1200회 공연된 바 있습니다.
<인 더 하이츠>가 박스오피스 차트를 이끌 것으로 예상하나, 미국 전역에서 유일하게 개봉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소니의 <피터 래빗 2: 런 어웨이>가 3,300개 영화관에서 개봉할 예정이죠. 이 애니메이션은 개봉 3일 만에 박스오피스 판매량이 1,700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와, 주말 동안에만 약 1,000만 달러의 수입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피터 래빗 2: 런 어웨이>는 정원 생활에 싫증을 느낀 피터가 대도시로 가서 벌어진 내용을 담은 작품입니다.
공포 영화 <컨저링3: 악마가 시켰다>부터 스릴러 <콰이어트 플레이스 2>, 가족 애니메이션 <피터래빗 2: 런 어웨이> 그리고 뮤지컬 영화 <인 더 하이츠>까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는 미국 극장가의 모습인데요. 앞으로의 박스오피스 행보는 어떻게 될까요?
씨네랩 에디터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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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닮은 조각을 가진
사별이 기본이요, 못해도 불치병 정도의 장애물 정도는 놓여야 절절한 사랑이라 할 수 있었던 90년대 뮤직비디오로 길러져서 그런 걸까. 아니면 유교걸에 교회피플로 자라난 내 마음이 사실 극도의 보수를 지향하고 있던 걸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쿨한 현대 젊은이들의 '청불' 멜로를 별로 안 좋아한다.쿨하지 못해도 할 수 없다. 몸이 마음보다 개연성을 먼저 가져 버리는, 눈만 마주쳤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사랑이 시작되어 버리는 (때로는 심지어 사랑도 아닌) 전개를 나는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멜로란 자고로 감정선이 국밥처럼 절절해야 (그러나 그 표현은 애틋하고 산뜻해야) 하지 않겠냐는 취향을 갖고 있다.
심지어 그런 영화가 국적이 프랑스라면? 내 마음에 계신지도 몰랐던 흥선 대원군이 부스스 무덤 박차고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므로 원래는 내가 볼 영화가 아니었던 <파리, 13구>를, 보게 만든 한 마디가 있었다.
각본에 셀린 시아마 참여했대.
셀린 시아마가 누구인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감독, 그 후 전작들이 역주행 개봉하고 블루레이 출시까지 금방 될 만큼 국내에서도 사랑받는 감독이다. 그의 영화를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말은 "여성의 시선female gaze"이다. 여성의 몸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많음에도, 음험하게 착취하는 시선이 없다. 심지어 육체를 성적 대상화할 수밖에 없는 성애 장면을 촬영할 때에도, 성적 대상화만을 위한 대상화는 없다. 셀린 시아마의 이야기는 그 편안한 시선 안에서 겹겹이 풀어진다. 육체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 너머에 다른 이야기들이 함께 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도 그랬고, 좋은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그러니 <파리, 13구>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외로운 현대 청춘들의 청불 멜로지만, 단순한 육체의 부딪힘 그 이상의 파장을 품고 있을 거라고.
<파리, 13구>는 흑백영화다. 영화가 시작되면 흑백으로 도시의 전경이 펼쳐진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도시 중 하나일 테지만, 수많은 영화에서 다룬 도시이지만, 여태까지 봐왔던 낭만적인 색감의 파리가 아닌 흑백 속 낯선 대도시가 있다.
창문 속으로 각 집 칸칸이 스쳐 지나간다. 규모 있는 도시라면 어디에나 그렇듯, 창문으로 분절되어 있는 각각의 칸에, 각자의 취향대로 비슷한 듯 다르게 펼쳐져 있는 공간. 제각각의 이야기를 품고 단절된 사람들. 외로움이 솟아오르기 너무 쉽게 설계된 이 도시에서, 인물들은 스치고 만난다. 미국 그래픽노블 작가의 단편 세 편을 각색했다는 이 영화는, 그 스치고 만나는 사람들 사이 얼마간의 시간을 감각적으로 포착한다.
에밀리는 콜센터 일에도 크게 흥미가 없고, 언제든 폭발할 준비가 된 시한폭탄 같은 성격도 갖고 있다. 반대로 교사 일을 잠시 멈추고 학위를 따려는 계획을 가진 카미유는 적당하게 여유 있는 사회인의 삶을 표방하고 있다. 두 사람은 금방 불이 붙지만, 이 관계에서 사랑을 원하는 에밀리와, 연애는 하지 않는다며 적당하게 선을 긋는 카미유의 반응이 엇갈린다.
다른 한 축에는 노라와 앰버 스위트가 있다. 인터넷에서 1:1 영상통화로 성인방송을 하는 앰버 스위트는 금발 단발 가발을 쓰고 방송을 진행한다. 법대생 노라는 학교를 한동안 쉬고 고향에서 부동산 일을 하다가 오랜만에 복학했다. 미묘한 배척의 정서를 느끼지만 그래도 학교를 열심히 다녀보려고 애쓴다. 그 일환으로 파티에 간 날, 평소와 달라 보이려고 뒤집어쓴 금발 가발 때문에 앰버 스위트로 오해를 받게 되면서 학교 생활이 어그러진다.
그떄부터 날아드는 수군거림, 각종 성희롱 메시지에 고통받던 노라는 어느 날 앰버 스위트의 방송에 접속해 묻는다. 금발 단발 가발을 쓴 자신이 정말 앰버 스위트와 닮아 보이는지. 거기서부터 두 사람의 대화가 시작된다.
이들의 이야기는 둘과 둘의 이야기로 뚜렷하게 막을 가른 옴니버스라기보다, 그냥 도시를 걷는 사람들의 이야기답게 은근하게 얽혀 있다. 각자의 사정을 안고 스치고, 만나고, 헤어지고, 탐하고, 밀어내고, 눈빛을 주고받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에밀리와 카미유의 이야기가 좀더 전통적인 멜로 드라마의 스토리라인에 가깝지만, 개인적으로는 노라와 앰버 스위트의 이야기 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운명적 사랑의 발견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단절된 공간으로 가득한 도시는 사랑마저 부유하는 외로운 공간이다. 거기서 운명적 사랑을 찾아 마무리된다는 결말은, 적어도 이 영화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현재에서 알콩달콩 혹은 티격태격 이어진 시간 끝에 밝고 아름다운 미래를 상정하는 결말로 끝나는 사랑은, 대도시에서는 이미 판타지 장르로 편입되었다. 로맨스 판타지 장르가 유행하고 있는 현대 서울처럼.
<파리, 13구>는 현재의 사건과 대화를 통해 인물들을 밝은 미래로 보내는 게 아니라, 현재 인물을 둘러싼 배경을 통해 과거를 대충 예단하게 한다. 대만계인 에밀리의 가족을 통해, 카미유의 가족을 통해, 그들이 처한 상황을 통해. 그 안에서 이들이 사랑에 보이는 태도를 개략적으로 이해시킨다.
사랑을 원했던 에밀리, 사랑을 몰랐던 카미유, 사랑이 두려운 노라, 사랑이 값비싼 앰버 스위트. 인물들의 상황과 태도는 각기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가벼워 보이는 안에도 절실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 우리 다 그렇듯이.
정답 같은 관계가 있을까? 거의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어요?' 같은 질문이다. 사람마다 답이 다를 수밖에 없고 정답은 없을 질문. 첫눈에 반한다는 것도 믿지 않는 (그래서 한 번의 눈맞춤으로 개연성을 해결하는 멜로 영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나는, 이 질문에도 아마 없지 않을까 대답한다.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날 수는 있겠지만, 그 사랑이 모든 공허를 메우는 인생의 치트키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 본원적인 고독과 각자 져야 하는 1인분의 짐이 있으니까.
같은 맥락에서 플라톤의 <향연>을 믿지 않는다. <헤드윅>을 재미있게 보았지만, 오래 전 형벌을 받아 갈라져 나온, 한때 하나였던 둘이 다시 만나는 과정이 사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오히려 같은 조각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보는 것에 가깝다. 인간 본원적인 고독과 각자 져야 하는 1인분의 짐 앞에서, 서로를 다독일 수 있는 옆사람의 존재.
보다가 문득 '그러고 보니 프랑스에서는 <아가씨>도 청불이 아니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하고 오래 전에 주워들은 얘기를 떠올릴 만큼, 성애 장면의 수위가 높다. 그러나 음험한 착취의 시선은 없으며, 몸의 대화 못지 않게 말로도 많은 대화를 나눈다. 그래서일까 어떤 면에서는 작고 섬세한 버드키스를 닮았다. 이렇게 보면 나의 멜로영화 취향에서 그렇게 많이 벗어나는 영화도 아닌 것 같다. 가장 절절한 마음을 산뜻하고 애틋하게 표현하는 멜로영화 못지 않게, 이 영화도 여린 마음 깊은 데 있는 속살을 연민이나 유난 없이 산뜻하게 드러낸 영화였다.
이런 섬세함은 플롯 외의 면에서도 빛난다. 주요 인물들의 다양한 인종 또한 구색 맞추기가 아님을 느낄 수 있고, 나이나 성별을 이유로 불필요한 위계가 작동하지 않는다. 작은 데서도 미묘하게 편안하다. 예를 들어 카미유가 여동생에게 타박 주는 말을 던졌을 때, 아빠가 나서서 열여섯살 동생에게 필요한 건 응원이라며 "네 의견 하나도 안 중요하다"고 말한 순간. 짧은 장면이었지만, 한국인 입장에서 보자면 장남이고 오빠고 없이 그 의견 자체에 대한 평가만을 하는 순간 미묘한 편안함이 있다.
내가 느끼지 못한 편안함이 아마 더 많이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와 닮은 조각을 가진 사람들이 느꼈을 편안함. 한국에서 보편적인 정서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흘려보내기엔 아쉽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의 운명적 이야기에 감응이 없어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고, 보편적인 정서에서 소외감을 느꼈지만 소외되고 싶지 않았던 누군가에게, 분명 버드키스를 건네줄 영화라 믿는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초대받아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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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주 차 개봉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의 상영작 <둠둠>의 개봉부터
1984년을 시작으로 여전히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래곤볼 시리즈 <드래곤볼 슈퍼: 슈퍼 히어로>의 개봉까지!
그럼 9월 둘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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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드래곤볼 슈퍼: 슈퍼 히어로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00분
감독: 코다마 테츠로
출연: 노자와 마사코, 후루카와 토시오 등
개봉: 2022.09.14
배급: 소니픽처스코리아
줄거리
레드리본군은 손오공의 손에 절멸했다.
그러나 레드리본군의 정신을 계속해서 이어받고 있던 몇몇 사람들이
궁극의 인조인간 ‘감마1’과 ‘감마2’를 만들었다.
이들 두 인조인간은 자신을 ‘슈퍼 히어로즈’라 부른다.
이들이 피콜로와 손오반을 공격하기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1984년 만화책으로 선보인 후 수많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 인기를 끈 드래곤볼.
지난달 19일 북미에서 개봉과 동시에 <불릿 트레인>과 <탑건: 매버릭> 등을 제치고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영화이다.
9명의 번역가
ⓒ 네이버 영화
개요: 미스터리 | 프랑스 | 105분
감독: 레지스 로인사드
출연: 올가 쿠릴렌코, 알렉스 로더 등
개봉: 2022.09.14
배급: (주)이놀미디어
줄거리
화제의 베스트셀러 ‘디덜러스‘.
이 책의 마지막 장 출판을 위해 9개국의 번역가들이 고용된다.
결말 유출을 막기 위해 아무도 나갈 수 없는
지하 밀실에서 작업을 시작한 그들.
하지만 곧 첫 10페이지가 인터넷에 공개된다.
그리고 편집장 ‘에릭’에게 도착한 한 통의 메시지.
"돈을 보내지 않으면 다음 100페이지를 공개하겠다.”
‘에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범인을 찾으려 하고,
번역가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번역가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 프랑스어부터 그리스어, 러시아어, 이탈리어 등 10개의 언어를
한 영화 안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로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
오! 마이 고스트
ⓒ 네이버 영화
개요: 코미디 | 한국 | 98분
감독: 홍태선
출연: 정진운, 안서현, 이주연 등
개봉: 2022.09.15
배급: (주)디스테이션
줄거리
귀신 보는 것이 유일한 스펙인 신입 FD ‘태민’(정진운)은
어렵게 취업한 스튜디오에서 야간 순찰을 돌던 중
갈 곳 없는 붙박이 귀신 ‘콩이’(안서현)를 만나게 된다.
눈만 마주쳤다 하면 티격태격하던 일상 속 어느 날,
이들의 유일한 일자리이자 잠자리인 스튜디오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발생하는데…관전 포인트
인간과 귀신의 팀플레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설정이 매력인 영화이다.
정진운 배우의 제대 후 첫 작품이며, <옥자>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안서현 배우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귀멸의 칼날: 장구저택 편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87분
감독: 소토자키 하루오
출연: 하나에 나츠키, 키토 아카리 등
개봉: 2022.09.15
배급: BoXoo엔터테인먼트
줄거리
꺽쇠 까마귀가 일러준 다음 임무지는 남남동.
임무로 향하는 도중 탄지로는 최종 선별에서 만난 동기 검사인 아가츠마 젠이츠를 우연히 만난다.
젠이츠의 소극적인 태도에 애를 태우면서, 탄지로는 산의 오지에 있는 저택에 다다른다.
그곳에는 장구로 저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혈귀의 모습이 보이고,
심지어 멧돼지 얼굴의 기괴한 남자가 나타나는데…관전 포인트
지난 달에 개봉했던 <귀멸의 칼날: 아사쿠사 편>의 후속편인 작품이다.
<귀멸의 칼날: 장구저택 편>은 '귀살대' 대표 3인방이 처음으로 결성하는 순간이 나오기에
더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홈리스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83분
감독: 임승현
출연: 전봉석, 박정연 등
개봉: 2022.09.15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줄거리
이사를 앞둔 어린 부부 ‘한결’과 ‘고운’,
하지만 설렘도 잠시, 보증금 사기를 당한 것을 알게 된다.
갈 곳이 없어 막막해진 ‘한결’은 ‘고운’을 데리고 어떤 집으로 향한다.관전 포인트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서 CGV 아트 하우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청년 빈곤, 주거 문제, ,노인 고독사 등 사회 이슈를 흡입력 있게 다루었다.
둠둠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01분
감독: 정원희
출연: 김용지, 윤유선, 박종환 등
개봉: 2022.09.15
배급: 영화사 진진
줄거리
자신에게 집착하는 엄마 때문에 전부였던 음악을 놓아버린 DJ 이나
길을 걷다 우연히 들려온 비트에 디제잉을 다시 하기로 결심하고
베를린에 갈 수 있는 오디션에 참가하는데...관전 포인트
세계 영화제를 휩쓴 단편 <벨빌> 정원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화제를 모았다.
그동안 영화에서 보지 못한 일렉트로닉 음악, 디제잉을 소재로 다루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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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까지 본 적 없는데 그냥 꿀잼
청개구리란 말이 있다. 동물 청개구리를 구글에 검색해보면 '옛날에는 자주 보였지만 지금은 잘 안 보이는 동물'이라는 결과물이 나온다. 난 사실 실제로 청개구리를 본 적은 없다. 그 대신 단어는 많이 들었다. '남들이 하지 말라는 거 굳이 하는 사람'이라는 뜻 아닌가? 어릴 때 말 더럽게 않는 사람들에게 청개구리라는 말을 붙였다. 또 비슷한 단어로 황소개구리가 있다. 황소개구리는 이름에서 오는 느낌처럼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동물로 흔히 알려져 있다. 많이 쓰는 단어는 아니지만 존재 자체가 반칙인 사람들을 묘사할 때 흔히 쓰인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 청개구리적 특성과 황소개구리적 특성을 모두 담은 감독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유혈이 낭자한다. 또 수위도 세다.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에서 이마에다가 낙인을 찍는 것이나 <킬빌 1>에서 엔딩부의 결투 장면이 생각난다. 뭐 잔인한 걸 표현하는 감독이야 아~주 많겠지만 타란티노처럼 묘사하는 사람은 그냥 전 세계에 없다. 무슨 칼싸움을 해도 타란티노 느낌이 나고, 말싸움읋 해도 인장이 있으니 청개구리와 황소개구리의 특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그의 필모그래피 중 (비교적) 언급이 덜한 작품이 있으니 여러분에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1. 무엇에 관한 영화인가요?
굉장히 잘 짜인 스릴러 영화다. 또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줄거리라고도 생각한다. 어느 날, 여자 네 명이 모여서 어느 산장에 놀러 가기로 한다. 요즘도 유행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이들이 아는 '여은파''쯤 될 것이다. 네 명이서 서로 야한 이야기부터 사는 에피소드까지 별의별 대화를 하고 차에 탄다. 그러다가 어느 술집에 도착한다. 술집에는 남정네들이 득시글하다. 연애를 하고 싶어서인지 남자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자들을 꼬실 생각뿐이다. 그렇게 남자 몇 명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혼자서 나초를 야무지게 먹는 한 아재가 있다. 얼굴에 큰 상처도 있고 먹는 것도 무슨 곰처럼 먹어 좀 튀어 보이는 이 남자. 이 남자에게는 얼굴에 난 상처처럼 무슨 일이 있던 게 아닐까? 이 남자처럼 혼자 온 여자가 있다. 이 여자는 비가 주룩주룩 오는 지금 집에 갈 방법이 없어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능수능란한 남자의 화법에 점점 멀리 떨어져 있던 거리를 좁히는 여자. 그렇게 그녀는 그의 차에 동승하게 되고 끔찍하게 살해당하게 된다. 그리고 1년이 지난다. 네 명의 여자가 다시 남자의 사정권 안에 들어오게 되고 다시 같은 위험에 빠진다. 영화는 이런 '차를 활용해 사람을 죽이는' 전대미문한 사이코패스를 인물들이 어떻게 이겨내는지를 보여준다.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평범한 범죄물을 여러 번 비틀어 카체이싱을 통한 강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다.
2. 배우들의 연기 합은 어떤가요?
이 영화는 고난도의 액션이 들어가 있다. 차를 활용해서 사람을 죽이거나 살리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1. 카체이싱 2. 때에 따라 차 내/외부에서 연기를 해야 함이라는 두 가지 과제가 있다. 또 감독이 쿠엔틴 타란티노 아닌가? 말로 관객들을 웃기는 테크니컬 한 모습도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타란티노의 영화는 배우 입장에서 어려운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감독의 고유한 시그니처가 있다는 말은 그거에 맞게 배우들이 훌륭하게 소화해왔다는 뜻인데, 배우들이 타란티노랑 다른 사람인데 그걸 어떻게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어렵겠지? 근데 이 영화는 감독의 다른 작품들과 유사하게 배우들이 큰 무리 없이 배역을 소화해낸다. 후반부는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는 지점까지 있을 정도다. 특히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조'역을 맡은 배우다. 찾아보니까 이 인물은 실제 스턴트맨이라고 한다. 이 말은 배우가 실제로 이 인물에게 주어진 액션을 소화했다는 뜻이 된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 부분에 놀라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가감 없는 액션만으로도 영화를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를 떠나 그냥 배우의 호연이 영화의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뜻이다.
3.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나요?
그냥 친구들의 대화가 이어지는 장면만 봐도 웃긴 데다 플롯도 쉬워서 이해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원초적인 재미로 가득 차 있다.
4.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지식이 있나요?
이게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쿠엔틴 타란티노가 손꼽히는 덕후라는 것을 알 것이라 생각한다. <킬 빌>에서 홍콩의 무술영화에 대한 오마주가 있었다는 것이나 일본 애니 좋아한다는 일화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듯. 이 영화도 고전 명작 <배니싱 포인트>를 비롯한 다양한 영화들의 오마주가 담겨있다는 말이 있다. 근데 사실 그냥 왓챠에 8천 원 내고 보는 이들에게 이런 부분은 이해하는 데 있어 필수 불가결한 작품은 아닌 것 같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좋은 작품이다.
5.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이 영화가 무난하진 않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을 보면, 초입부에 야한 농담을 하는 주인공들이 보인다. 이런 감독의 특성이 영화 줄거리 전체에서 보인다. 19금 코드가 영화 전반적으로 깔려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실 이 글과 영화를 보는 분들은 대부분 성인 아닌가? 원초적으로 웃기고 스릴이 넘치는 작품이니 만큼 이것에 거부감이 없는 분들이라면 아주 좋은 킬링타임 무비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이 작품을 본다면 거의 '안 본 눈 삽니다' 급이다. 무난한 영화도 아닌데 장르적인 재미도 있고 감독의 강점까지 박혀있으니 어디에도 없는 경험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또 장르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스릴러로서도 아주아주 탁월하다. 후반부 절정으로 치닫는 액션이나 독립적인 여성 캐릭터(감독이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로 결말이 나는 부분이 흥미롭다. 이렇게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강한 주인공의 문제 해결을 보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아, 그냥 이 영화는 재밌다. 타란티노 감독은 뭐 이 영화가 내 필모그래피 중에서 제일 구리다고 해서 뭐 어쩌라고? 그냥 영화가 재밌어서 아무나 봐도 좋다. 구구절절이 글로 쓸 필요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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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성공의 어두운 이면에 대한 레오 카락스의 독창적 뮤지컬
올해 코로나 19로 인해 2년 만에 열린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등장해 심사위원들은 물론, 해외 각종 언론과 평론가들에게서 “2021년 가장 독창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감독상을 수상한 뮤지컬 영화 〈아네트〉 리뷰입니다. 그 시작점부터 많은 주목을 받은 것에는 그만의 특별함이 있었는데, 이미 다수의 마니아 층을 확보한 프랑스 감독 레오 카락스가 9년 만에 내놓은 신작, 첫 음악 장르에 그것도 대사 없이 전부 노래로 이루어진 송스루 뮤지컬이라는 점, 마지막으로 오로지 영어만 사용한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렇게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장르적 규칙과 틀을 과감히 깨버리고 자신의 틀 조차 바꾼 파격적 형식이라는 것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고 시사회라는 좋은 기회를 맞아 먼저 관람을 하게 되었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영화 〈아네트〉, 시놉시스 및 기본 정보
관객의 환호 속 사랑과 기쁨, 그 어두운 이면
신의 유인원이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최고의 인기를 구사하는 스탠드 업 코미디언인 헨리는 인기 절정의 오페라 소프라노 가수인 안과 LA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며 귀여운 딸 Annette를 낳게 됩니다. 이후 점점 성공 가도를 달리는 안과 달리 육아에 전념하면서 커리어의 내리막길에 들어선 헨리, 그의 좌절은 두 사람 사이를 삐걱대게 만들죠. 그리고 관계 회복을 위해 떠난 보트 여행에서 예기치 않은 불상사가 생기는데...
영제 : ANNETTE│감독 : 레오 카락스│각본 : 론 마엘, 러셀 마엘│출연진 : 아담 드라이버, 마리옹 꼬띠아르, 사이몬 헬버그 외 多│장르 : 뮤지컬, 드라마, 멜로/로맨스│상영 시간 : 141분│개봉일 : 2021년 10월 27일│국가 : 프랑스, 벨기에, 독일, 미국, 일본, 멕시코, 스위스│등급 : 15세 관람가│평점 : 기자·평론가 7.17, 왓챠피디아 예상 4.1, 로톤 토마토 신선도 71% 팝콘 76%, IMDB 6.4, 메타 스코어 67점
We love each other so much
뮤지컬이란 장르에 맞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두 주연 배우인 아담 드라이버와 마리옹 꼬띠아르의 노래입니다. 특히, '모든 것은 현장에서!'라는 원칙을 내세운 감독의 고집에 따라 오페라 아리아 장면에서의 전문 가수 목소리를 얹거나 사전 녹음을 한 노래를 제외하곤 모두 라이브로 소화하며 연기를 펼쳐냅니다. 두 인물 모두 공연을 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에서 미디어의 가십거리로 전락하는 모양새는 또 다른 그들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죠. 유명인이 만나, 파국을 맞고 결국 비극으로 치닫는 그들의 불행은 그저 볼거리로 변질되며 밑바닥으로 향하는 한 남자의 불행의 이유, 매일 밤 죽음으로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는 한 여자의 행복,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지만 말을 하지 않는 아이의 내막은 뒤로 한 채 그들이 보고 싶은 것만 비춥니다. 그 얄팍한 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 그저 돈의 가치에 움직이는 오락적인 소재로 치부되는 두 인물의 불안은 어쩌면 예견되었던 것이고 그것을 노래와 연기로 보여준 두 배우의 깊이는 한 편의 연극을 보는 착각을 일으킵니다.
더불어 두 주연보다 더욱 파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두 인물의 딸을 일반 배우가 아닌 목각 인형 마리오네트로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목각 인형의 등장은 이야기를 더욱 몽환적인 환상을 보여주면서도 오히려 지독하게 현실적인 쓸쓸함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작품 특유의 기괴함을 배가 시킵니다.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고 나오는 마리오네트는 엄마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물려받은 딸이 아빠의 강압에 의해 꼭두각시처럼 줄에 묶인 채 입을 벙긋거리며 아빠와 딸의 관계를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어주죠. 초반 놀라움과 이질감을 주었던 요소에서 어느새 부모에게 학대받은 아이로 전환돼 동정과 연민을 자극시킴으로서 마지막 엔딩에 힘을 실어줍니다.
So, may we start?
관객들이 마주하는 첫 장면부터 사뭇 다르게 '노래하고 웃고 박수치고 우는 일은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쇼가 벌어지는 동안 숨도 쉬지 말라'는 내레이션이 흐르며 녹음실 스튜디오에서 연주가 흘러나오고, 주요 인물들이 하나 둘 등장해 '그럼, 시작할까요?'(So, may we start?)라는 노래를 부르며 시작합니다. 모든 이들이 모여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까지 롱테이크로 마무리되고 두 주연이 자신의 역할로 떠나는 오프닝 시퀀스는 감독이 꿈꾸는 가상 세계에 대한 설정을 스팍스의 리듬과 멜로디에 맞춰 보여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그의 세계로 초대받는 느낌을 받게 해 극의 시작을 매혹적으로 만듭니다. 한편으로는 모든 대사가 노래로 이루어진 송스루 뮤지컬이라는 특이점들이 현재 코로나로 인해 위축된 극장가에서 그 기초가 되는 음향과 시각이 전달해 주는 메시지에 더욱 집중해달라는 그의 부탁과도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감독이 이전에 보여준 작품에서의 나쁜 남자의 모습,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배우들의 연극적 제스처, 무대 위의 화려함과 그 어두운 이면의 음울함을 오가는 색채, 전체적으로 흐르는 환희와 비극이 어우러지는 오페라 같은 느낌은 분명 호불호를 일으키기에 분명하지만, 그 기괴함이 묘한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사랑의 시작부터 기쁨, 결실, 그리고 적대감으로 변화해가는 그 일련의 과정에 관객들은 141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스팍스의 몽환적 노래와 함께 그만의 기이하고 독특한 뮤지컬 판타지로 빠져들게 됩니다. 언뜻 사랑스럽고 따뜻한 스토리를 생각했겠지만, 전개는 성공의 격차로 점차 폭력적이고 우울한 모습으로 치닫게 되는 파국을 맞이하게 됩니다. 결국 폭력적 충동으로 자신은 물론,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들까지 파멸로 이끄는 비극, 그 상황 속 헨리의 어두운 심연을 이미지화하며 연극적인 요소를 녹여 아리아같은 느낌을 만들어주죠.
스크린을 통해 사랑이 주는 기쁨부터 그 관계가 산산이 부서지는 비극까지 잔잔한 파도가 풍랑으로 변해 몰아치는 광경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의 꼭두각시였던 마리오네트가 자신의 주체성을 찾아 인격화됨으로써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던 나쁜 아빠는 만감이 교차하며 한 남자로서 자신의 속죄를 하게 됩니다. 결국 감독이 인터뷰에도 밝혔듯 함께 출연한 딸에게 해주고 싶었던 사랑과 가족, 죄와 벌 등에 관한 이야기였음을 알 수 있죠. 그렇기에 기존에 생각한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스타일의 뮤지컬과는 다르고 상업적으로만 접근을 한다면 실망하실 분도 있으실 겁니다. 오히려 아주 오래전 무성영화와 같은 고전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한 측면에서 강렬한 배우의 연기나 감독에서 대한 애정으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ps. We love each other so much 이란 노래를 흥얼거리게 될 겁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한 줄 평 : 사랑과 예술이 빚어낸 성공의 이면, 파국에 이르는 의식의 흐름 속 레오 카락스의 기이한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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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어] 끝장(p)리뷰 | *전용예매권 이벤트* | 여섯 가족 중 X맨은 ?! | Here 의미 | 세 개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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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예매권 이벤트 공지
안녕하세요 수란잔입니다^^
2025년 2월 19일(수) 개봉 예정인 영화 [히어](2024)에 대한 전용예매권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저에게 이 작품은 인간이라는 보편성과 미국이라는 특수성이라는 측면에서 흥미로운 영화였는데요. 개인적인 추천작이기도 합니다!!
이벤트 참여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참조 바랄게요~~~
📌참여방법
1. 프리뷰 영상을 끝까지 감상한다!
2. 보고 싶은 이유와 기대평을 '프리뷰 영상'에 댓글로 작성한다!
3. 댓글 주신 분들 중 추첨을 통해 [히어] 전용예매권을 드립니다! (1인 2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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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2025)에 대한 헐거운 프리뷰
Chapter 1 X맨은 누구인가?!
Chapter 2 Here?, 세 개의 공간
00:00 로버트 저메키스
02:55 X맨은 누구?
07:49 Here란?
09:59 세가지 공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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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 게임 2] 끝장리뷰 | 반기독교 ?! | 성기훈과 프론트맨 관계성 | 십자가 상징 | 형제애, 모성애 | 핑크모텔, cctv 해석 | 납득되지 않은 지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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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2] (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에피소드 1 ~ 4
Chapter 2 에피소드 5 ~ 7
00:00 오징어 게임2
01:28 반기독교
02:55 십자가 상징
04:15 형제애와 모성애
07:03 차별반대
07:47 성기훈과 프론트맨
09:52 납득되지 않는 지점들
11:23 별점 및 한 줄 평
11:36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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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런칭 예고편
음식을 먹기 힘들어져가는 워킹맘, 그리고 그녀를 위한 남편의 마음이 담긴 한 그릇. 애틋한 마음이 담긴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레시피가 올겨울 찾아옵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 공식 초청작!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12월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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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공작조 : 현애지상> 30초 예고편
냉전이 감도는 1931년 중국, 소련에서 훈련을 받고 돌아온 4명의 특수요원은 작전명 '새벽'이라는 비밀 임무에 착수한다.
순조로울 것만 같았던 그들의 작전은 한 반역자에 의해 위협에 휩싸이게 되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일말의 상황 속, 이들의 숨통은 점점 조여오기 시작하는데...
1931년, 암호명 '새벽' 조국을 위한 이들의 작전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