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14 10:46:00
1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기념비적인 공포 영화의 귀환! <노스페라투> 개봉

금주에는 대형 영화 대신 높은 완성도로 호평받고 있는 예술 영화들이 대거 개봉합니다.
기념비적인 공포영화 F.W.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1922)가 새롭게 돌아옵니다. <더 위치>, <라이트하우스>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만들어낸 로버트 애거스 감독의 시선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북미에서만 누적 수익 8,000만 달러를 넘기며 인디 영화로서는 성공적인 흥행을 기록 중입니다.
얼마 전, 진행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작품인 <리얼 페인>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배우로 더 친숙한 제시 아이젠버그가 연출과 연기를 맡은 작품입니다. 그의 가족사를 바탕으로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1939년까지 조부모님이 살았던 폴란드의 집과 마을에서 촬영했다고 전해 더욱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카모메 식당>, <안경>으로 국내에도 사랑받았던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서늘한 신작 <파문>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배우상을 수상한 <은빛살구>도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럼 1월 셋째 주 PICK 소개를 시작합니다!
노스페라투
Nosferatu

개요: 공포 | 미국 | 132분
감독: 로버트 애거스
주연: 릴리 로즈 뎁, 니콜라스 홀트, 빌 스카스가드, 애런 존슨, 윌렘 대포, 엠마 코린
개봉: 2025.01.15.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오랜 시간 통제할 수 없는 강력한 힘에 이끌려 악몽과 괴로움에 시달려 온 ‘엘렌’.
남편 ‘토마스’가 거액의 부동산 계약을 위해 머나먼 ‘올록성’으로 떠난 후부터
엘렌은 불안 증세가 심해지고 알 수 없는 말을 되뇌인다. “그가 오고 있어…”
기이한 현상들이 일어나며 마을로 점점 짙게 번져오는 그림자.
영원한 어둠 속에서 깨어난 올록 백작이 찾아오는데…
리얼 페인
A REAL PAIN

개요: 드라마 | 폴란드, 미국 | 90분
감독: 제시 아이젠버그
주연: 제시 아이젠버그, 키에란 컬킨
개봉: 2025.01.15.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줄거리
달라도 너무 다른 정반대 사촌과의 여행, 괜찮을까?
생김새부터 성격, 취향까지 모든 것이 다른 두 사촌 '데이비드'(제시 아이젠버그)와 '벤지'(키에란 컬킨).
돌아가신 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오랜만에 재회한다. 한때는 형제처럼 친밀했지만 각자의 삶과 가족 등의 이유로 멀어졌던 둘의 관계는 할머니의 고향인 폴란드를 방문해 투어를 떠나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둘의 극과 극 성격은 투어에서도 균열을 만들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기면서,
미묘한 감정의 골 또한 더욱 커져만 가는데...
파문
Ripples

개요: 드라마 | 일본 | 121분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주연: 츠츠이 마리코, 미츠이시 켄
개봉: 2025.01.15.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줄거리
남편이 집을 나간 후, 생명수를 숭배하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요리코’.
매일 생명수에 기도를 올리고 정원을 정리하며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집을 나갔던 남편이 암에 걸려 돌아오며 잔잔했던 ‘요리코’의 마음에 커다란 파문이 일기 시작하는데…
은빛살구
Silver Apricot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21분
감독: 장만민
주연: 나애진, 안석환, 강봉성, 김진영, 최정현
개봉: 2025.01.15.
배급: 마노엔터테인먼트

줄거리
퇴근 후 뱀파이어 웹툰을 그리는 웹툰 작가이자 비정규직 웹디자이너 ‘정서’(나애진). 남자 친구 ‘경현’(강봉성)과의 결혼을 앞두고 서울의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지만 계약금 준비가 쉽지 않다.
이에 엄마 ‘미영’(박현숙)은 이혼할 때 ‘영주’(안석환)에게 받은 차용증이 붙은 색소폰을 건네주고, ‘정서’는 아버지 ‘영주’가 있는 강원도 동해시의 묵호항 벌교횟집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가깝지만 먼, 낯선 가족들의 욕망에 휘말리게 되는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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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혹적인 연대의 꿈틀거림
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이후로 4번째로 다가간 작품이다. 두 작품 역시 굉장히 재밌게 본 영화이고, <아가씨> 역시 기대하며 봤다. 결과는 기대 이상의 재미를 느꼈다. 아직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을 많이 보진 못했지만 앞서 두 작품과 비교를 한다면 <아가씨>가 조금 더 위트 있는 재미를 던진다. 그러나 반대로 퀴어 요소와 귀족 남성의 모순을 꼬집는 주제, 어두운 필름 촬영기법으로 영화를 다 본 후 여운을 남긴다. 달콤한 막대사탕 같은 영화 같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가씨> 스틸컷
제작진
영화는 칭찬할 게 많다. 시나리오도 시나리오 이거니와, 시나리오 배경인 1930년대 일제시대 건축 양식과 실내 장식, 귀족 의상과 장신구 등 미술팀과 의상, 분장팀의 노력과 준비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촬영도 뛰어났다. 히데코(김민희)를 씻겨주는 장면에서 숙희(김태리)의 시선으로 바라본 히데코의 모습과 같이 등장인물 시선으로 바라보는 촬영으로 영화를 흥미 있고 몰입도 있게 볼 수 있다. 카메라 렌즈는 '아나모픽 렌즈'를 사용해 고풍스럽고 고급진 귀족 느낌을 내며 영화가 한층 더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 편집은 또 어떠한가. 제1부는 숙희의 시점으로 영화가 전개되고, 제2부는 히데코, 제3부에서 이 두 시선이 통일되어 현재로 나아간다. 그렇다면 이 둘의 시선을 관객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영화는 몽타주 기법으로 편집한다. 덕분에 우리는 복잡해 보일 수 있는 인물 관계도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상황, 문제점들을 단번에 이해하고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이 종합예술의 마술이지 않는가!
비유와 상징
영화가 재밌었던 이유는 대사의 농담도 있었지만,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할 수 있는 상징물들과 비유 표현들이 영화를 흥미롭게 만든다. 가령, 백작이 히데코를 다 넘어왔다는 신호로 "다 익은 거 같다"라는 대사와 함께 먹은 복숭아의 과즙은 백작이 히데코를 유혹해서 둘의 관계를 붙게 하겠다는 의미가 있다. 또, 숙희가 히데코 몰래 방을 뒤지면서 발견한 밧줄은 히데코를 챙겨줬던 죽은 이모를 히데코가 기억하게 하는 기억의 매개체이자 히데코가 이모와 똑같이 자살할 것이라는 앞으로의 예측, 실제로 자살하려고 끈을 묶었지만 숙희가 히데코를 붙잡으며 죽지 말라고 애원하는 장면에서는 숙희와 진실과 마음을 터놓고 진정한 연인이 되는 사랑의 매개체로 추측할 수 있다.
모순
<아가씨>는 크고 작은 모순으로 나뉘어 있다. 큰 모순은 당시 귀족 남성 사회의 모순이다. 귀족이라면 귀품 있고 매너와 지성이 풍부한 사람일 거 같지만 그들은 히데코(김민희)가 읽어 주는 야한 소설의 내용을 듣고 흥분하며 야한 소설을 사기 위한 경매장에 들락날락 거리는 불순한 존재들로 나온다. 특히 경매장을 운영하는 코우즈키(조진웅)는 어린 히데코를 협박하고, 추행하여 그녀가 강제로 야한 소설을 낭독하도록 만들게 한다. 그들의 모습들은 그저 발정 난 개처럼 야한 것밖에 모르는 불순한 귀족 남성들이기에 일반적인 귀족에 대한 모순이라고 볼 수 있다.
작은 모순은 히데코와 숙희의 사랑이다. 히데코 인생을 망치러 온 그녀의 구원자인 숙희는 히데코를 정신병원에 가두고 백작(하정우)과 함께 히데코의 재산을 차지하려는 계획을 세워 히데코 하녀로 곁에 있는다. 하지만 점차 히데코와 숙희는 사랑에 빠지고 둘은 백작과 코우즈키를 피하여 사랑의 도피를 한다. 퀴어 요소는 이성애라는 범위에서 모순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들이 사랑하는 건 모순이라고 할 수 없다. 사랑에 빠진 건 죄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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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온 2025년을 위한 영화 대사 모음 zip.
그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바로 2025년 1월 1일이요!
아직 2024년을 떠나보낼 준비가 안된 사람들을 위해
다가온 2025년을 힘차게 보낼 수 있는 영화 대사들을 모아보았습니다.
그럼 저희는 용감하게, 씩씩하게 2025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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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을 것 없는 약자들의 투쟁을 그린 영화!
부산의 만덕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LH 공사의 재개발로 인해 쫓겨나기 시작했다. 만덕의 거주민들은 거대 자본과 권력을 가진 LH 공사에게 투쟁하지만 강제 이주를 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강제 이주를 당하기 싫은 만덕 주민들은 또다시 목숨을 건 투쟁을 시작한다. 돈 없고 힘없는 약자들이 공권력을 가진 공기업에 대항하지만 예전과 달라지지 않는 현실을 고발하는 영화 사상이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에는 어떤 추악함이 존재할까?
세계 최대 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만덕 주민들은 자신의 터전을 재개발하려는 LH 공사에게 왜 저항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리고 노동자의 권리는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데 외면하게 되고 산재사고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게 만드는가? 영화 사상을 보면 볼수록 세계에서 손꼽히는 빈국에서 힘겹게 성장한 대한민국의 민낯을 볼 수 있다. 공장에서 일하다가 손가락을 잘린 박성희 씨는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게 자신의 팔자이고 자신이 못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손가락을 잃어버렸지만 다시 일을 찾기 위해 힘겨운 인생을 살아간다. 또한 만덕 주민들도 LH 공사와 눈물겨운 투쟁을 하고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우리가 바라보는 화려한 겉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많은 고층 아파트들이 도시의 풍경을 비춰주기도 하지만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하며 그곳엔 다수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악착같이 살지 않으면 도태되는 적자생존의 사회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들었다.
잡음들이 넘쳐나는 사회는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썩어버린
사회이다.하니엘의 주관적인 영화 평가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써 씨네랩 시사회에 초대받고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 본 게시물은 씨네랩 크리에이터 '하니엘'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이 작성한 게시글입니다. 원글은 아래의 출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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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여기'에서 행복한 퀴어 영화가 필요하다
1980년대 계엄령이 해제된 직후의 대만. 장개석은 죽었고, 고등학교는 남녀 공학으로 바뀌었다. 즉, 세상이 변하고 있다. 하지만 자한과 버디를 힘들게 하는 동성애혐오적 세상은 그대로다. 기쁨과 설렘으로 가득해야 할 이들의 사랑은 주변의 시선, 자기 검열, 회의와 비관으로 얼룩져 어긋나 버린다. 그들은 '수십 년 후'라는 설정 속에서만 유예된 사랑을 실현할 수 있다.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 스틸컷 ⓒ넷플릭스
하지만 '수십 년 후'에라도 서로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다는 건 판타지다. '수십 년 후'라는 설정은 가장 아름다웠던 때를 온전히 만끽하지 못한 자들을 위한 장치다. 지나간 시간을 쓸쓸히 추억하든 아름답게 재연하든, 오래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어떤 식으로든 복권하기 위한 장치 말이다.
퀴어 영화나 퀴어 소설에서 이러한 장치의 효과가 더 두드러지는 건 이 때문이다. '보편적' 사랑 담론에는 그들의 자리가 없기에, 대부분의 퀴어는 사랑에 실패한다. 그 실패의 아픔은 먼 미래에야 치유될 수 있는 것으로 상상된다. 즉 퀴어들은 '수십 년 후'라는 장치의 효과를 가장 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나는 퀴어 영화나 소설의 '수십 년 후'라는 설정이 싫다. 이것이 현실적 제약에 더럽혀진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패배주의적으로 복기하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박탈당한 현재의 아픔을 '환상적인' 미래에 던져버림으로써 지금을 포기해버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자한과 버디의 재회가 대만이 아닌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이뤄지는 것도 불만이었다. '수십 년 후'가 '지금'의 시간성을 박탈한다면, '몬트리올'은 '여기'의 장소성을 박탈한다.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의 낭만적 결말이 공허한 이유다. 수십 년 후 몬트리올에서 재회하는 자한과 버디는 '지금 여기'를 빼앗긴 비참한 존재들일뿐이다.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 스틸컷 ⓒ넷플릭스
자한과 버디가 '지금 여기'를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힌트를 주는 장면이 있다. 영화 중간에는 괴로워하는 자한을 달래주는 노인이 나온다. 그는 인자한 모습으로 자한을 위로해준다. 그러나 어느덧 돌변해 자한을 애무하기 시작한다. 자한이 소리친다. "전 그런 사람 아니에요. 당신 같은 사람이 아니라고요!"
자한과 버디가 빼앗긴 시간성과 장소성을 회복하는 일은 이 노인과 자한의 관계를 복원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자한이 스스로를 노인과 구분 짓지 않을 때, 그와 자신이 연결된 존재임을 자각할 때, 노인을 밀어내는 대신 "당신은 이 슬픔을 어떻게 견뎌오셨나요?"라고 물을 때, 자한과 버디의 사랑은 '지금 여기'의 가능성을 되찾아 올 수 있다. 대만 퀴어의 역사성·계보에 자한과 버디의 사랑이 추가될 수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잉태되는 미래의 가능성은 '수십 년 후의 몬트리올'이 표상하는 미래보다 단단하다. 구체적 현실에 발 디디고 있기 때문이다. 퀴어의 행복한 미래는 더 이상 먼 미래 혹은 '퀴어 친화적인 서구'라는 현실도피적 시공간성에 갇혀선 안 된다.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 스틸컷 ⓒ넷플릭스
"넌 어디도 갈 수 없어"라는 자한의 말은 이성애규범적 사회에서 개별적 존재로 찢겨 방치된 퀴어들의 연결성을 회복할 때 "갈 수 있어"라는 버디의 말로 나아갈 수 있다. 고립된 채 방치된 존재들은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연결됨으로써만 집단적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연결의 매개는 이성애규범적 사회를 살아가는 퀴어들이 실패의 슬픔을 품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자각이다.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의 아름다운 정서는 먼 미래의 환상적 공간에 내팽겨질 만큼 하찮은 것이 아니다. 말랑말랑한 영화의 결말은 '지금, 여기'에서 완결되어야 할 자한과 버디의 사랑을 이성애규범적 사회보다도 더 가혹하게 방치한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에는 '지금, 여기'의 퀴어 정치성을 촉구하는 더 좋은 결말이 필요했다. 슬프도록 아름다웠던 이 영화가 아쉬운 이유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rewr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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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뇨 아빠가 인간이었을 때 직업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자타공인 '지브리 스튜디오' 혹은 '미야자키 하야오' 덕후다. 일본 방송에 지브리 매니아로 두 번이나 방송에 나간 적도 있다.
영상을 보면서 환경을 생각하게 된 것은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클지도 모른다.
<벼랑 위의 포뇨>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에 4년 만에 들고 온 신작이었다. 은퇴한다고 했었는데 새로운 작품이 나온 것도 기대되었지만 이번에는 어떤 내용으로, 어떤 캐릭터로 우리에게 이야기를 전달해 줄까 매우 기대가 되었다.
포뇨를 본 뒤, 어른을 위한 동화를 기대하고 있었던 팬과 평론가들에게는 실망감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나는 그가 여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이 든 것은 귀여운 포뇨와 소스케 때문이 아니라 포뇨의 아빠 때문이었다.
<벼랑 위의 포뇨>는 호기심이 어마어마한 물고기 소녀 포뇨가 육지의 소년 소스케를 만나면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아마 인어공주를 재해석하여, 혹은 모티브로 하여 만든 이야기일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 역시 다른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과거로의 회귀', '자연의 회복'에 대한 이야기가 기본으로 깔려 있었다. 그 깔려있는 스토리는 포뇨의 아빠가 끌어가고 있다. 포뇨의 아빠라고 부르고 있지만 엄연히 '후지모토'라는 이름이 있으니 이제부터는 그 이름을 불러줘야겠다.
이제부터 하는 이야기는 리뷰라고 하지만 상상에 기반한 소설이라고 봐도 무관할 것 같다. 후지모토는 인간이었다. 아니, 아직까지 바닷속에서 편하게 숨을 쉬지 못하는 인간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류애를 잃고 바다와 지구를 캄브리아기로 돌리기 위해 생명의 물을 모으고 있다. 인간인 소스케를
좋아하는 딸 포뇨가 육지로 가는 것을 극구 반대하는 그는 딸바보, 극성 아빠라며 수많은 욕을 먹었지만 그가 그렇게 극단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해주는 이는 없었다. 애니메이션에서 포뇨의 등장은 쓰레기가 가득한 바다로부터 시작한다. 인간들은 바다에 쓰레기를 마구 버렸고 그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배는 그물을 이용해 바다의 바닥을 긁어낸다. 쓰레기만 치우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다 보니 바다의 생물들은 쓰레기 때문에 피해를 받고, 쓰레기를 치우는 과정에서도 또 피해를 받는다. 인간으로 인해 자연이 얼마나 더러워졌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후지모토가 육지로 올라갔을 때 깨끗한 물을 주위에 뿌리는 행동이나(물론 제초제로 오해받았지만) 소스케와 차를 타고 가는 포뇨를 따라가면서 바닷속의 쓰레기에 계속 맞는 모습으로도 확인할 수도 있다. 후지모토가 더러워진 모래와 뻘에 질색팔색 하는 것은 덤이다.
후지모토가 말하길 그는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했다고 했다. 그는 언제부터 인간이길 포기했고, 언제 바다의 여신을 만나 사랑에 빠졌을까? 정말 사랑에 빠진 것일까? 이는 그는 말한 것으로 조금은 추론해 볼 수 있다.
"인간의 물과 공기는 더럽고 인간은 어리석은 생물이다. 인간은 바다에서 생명을 빼앗아 갈 뿐이다."
"나도 한때는 인간이었고, 인간을 그만두기 위해 얼마나 노력..."
아마도 그는 어느 사건으로 인해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 사건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사건으로 바다의 여신과도 만나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인간으로 인해 죽을 위기였으나 바다의 여신이 구해줬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포뇨의 현재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바다의 여신을 만나야겠다고 다짐했을 때는 그는 떨린다며 혼잣말을 했다. 그 떨림은 과연 설렘이었을까? 아니면 두려움이었을까? 이 의문 역시 그가 바다의 여신을 만났을 때 그녀의 손길이 그에게 닿았을 때 확신 쪽으로 가까워졌다. 그 모습은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기보다는 두려움 혹은 경이로움에 옴짝달싹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바닥에 떨어진 생명의 물을 먹으러 바다 생물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자 그는 바다의 결계로 인해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걱정한다. 후지모토는 인간이 망하거나 죽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균형을 이루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인간이 너무 우점해 있고, 그로 인해서 다른 자연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인간이 바다에서 생명을 빼앗아 간 것이 원인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가 지구를 캄브리아기로 되돌리기 위해 생명의 물을 모아놓는 우물의 방의 번호는 1907이다. 1907년은 환경운동의 역사에 한 축인 '레이첼 카슨'이 태어난 해이다. 방 안에 있는 병에 쓰인 숫자인 1957년에는 영국에서 처음 시작한 민간 환경운동 단체인 '시빅 트러스트'가 만들어졌고, 세계기상기구가 주관하여 체계적으로 오존량을 관측하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병의 숫자인 1871년은 찰스 다윈은 식물학자이자 자연주의자 친구인 조셉 달톤 후커에게 진화론의 가설을 편지에 써서 보낸 해이면서 '인간의 유래'라는 책을 출판한 해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가 있는 것인지 후지모토가 언제부터 인간이 아니게 된 것인지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이 오래되었다면 후지모토는 환경과 관련된 역사적인 사건이 있던 해의 생명의 물을 소중히 모아 놓았을 것이다.
결국 후지모토도 아버지이기는 한 것인지 자녀인 포뇨의 성장 과정을 논의하기 위해 바다의 여신을 만난다. 포뇨가 소스케의 피와 오랜 시간 모아놓은 생명의 물을 먹어서 파워업되었다고도 알린다. 5살의 사리 분별 못 하는 않는 어린아이에게 무서운 무기를 맡긴 것 같은 말 그대로 긴급상황이다.
하지만 바다의 여신은 딸과 인간들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마법의 힘이 가득 차 있고, 데본기의 바다로 돌아간 것 같다며 그 상황을 즐기고 좋아한다. 만약에 후지모토가 바다의 여신을 사랑해서 오로지 그 이유로 생명의 물을 모으고 있었다면 여신의 이 한 마디는 뿌듯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포뇨를 걱정한다. 인간이 싫다면서도 '브륀힐트'라는 딸의 이름을 놔두고 소스케가 지어준 이름인 '포뇨'를 이름으로 불러주는 것을 보면 그의 성격을 알 만도 하다. 후지모토는 세계의 멸망을 걱정한다. 실제로 인류애를 잃은 것이라면 그는 세계의 멸망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딸 덕분에 그 멸망을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걸 바라지 않았다. 다만 사람으로 인해 훼손된 자연이 그 옛날 과거로 돌아갔으면 하고 있었다.
딸이 사랑을 얻는 것에 실패해서 죽을까 봐 걱정하는 것도 후지모토다. 엄마인 바다의 여신은 '원래 물거품이었는데 뭐'라면서 아주 쿨하게 실패해도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아무리 남은 자식이 많더라도 오래된 마법에 자식의 생사를 결정하도록 하는 건 너무 매정한 엄마다.
소스케와 포뇨를 약속의 장소로 데리고 가려고 할 때도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토키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들은 속아서 갔다고 했지만 후지모토는 그냥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회유책을 썼을 뿐이었다. 그리고 할머니들의 다리가 나아서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이동하는데 더 편했기 때문에 그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다.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데 머리 좀 길고, 스모키 화장을 했고, 화려한 옷을 입고 귀걸이를 했다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한 후지모토는 가엽기까지 하다. 그리고 요놈 딸내미 아무리 남자 친구가 좋아도 그렇지 아빠한테 물이나 뱉고 있으니 약간의 무력은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간이 없었다. 지구에 가까이 온 달 때문에 지구의 중력은 달라졌고, 쓰나미가 계속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실 포뇨 자체가 쓰나미라는 해석이 많다.
결국 소스케의 사랑이 포뇨를 지켰다. 그리고 지구와 세계를 지키게 되었다. 후지모토는 인간의 소스케의 배를 찾아주고, 인간이 소스케에게 악수를 청한다. 지상의 공기와 땅을 더러워하던 그인데 정말 큰 변화이다. 인간이길 포기하기까지 꽤 많은 노력을 들였다는 그이기 때문에 사실 안타깝기도 하다. 그는 쓰나미 즉 자연재해로 인해 자연의 위대함과 두려움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을 것이고 과거로의 회귀가 균형을 맞추는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인간들의 삶의 회복을 위해 '급진주의자'라고 볼 수 있는 후지모토는 한발 물러섰다. 딸의 행복을 위한 아빠의 마음이었을 수도 있으나 남편을 부르는 리사의 오른쪽에 보이는 산에 꽂힌 송전탑을 보면서 생태주의자이자 환경운동가의 입장에서 볼 때는 마냥 해피엔딩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캄브리아기로 바꾸려고 했었는데, 그보다 이후 시대인 데본기로 바뀌어도 인간이 살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안 후지모토는 다른 계획을 세웠을지도 모른다. 이런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했기 때문이다. 미루어 짐작건대 후지모토는 환경운동가였던지, 생물학자였던지, 역사학자였을 것이다. '별의 중력장 붕괴 제2단계' 같은 걸 얘기하는 걸 보면 과학자였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그가 인류애를 잃고 지구와 바다를 과거로 회귀시키고 싶게 된 사건은 결국 알지 못한다. 사실 지금의 행보와는 전혀 상관없는 과거를 가지고 있고, 바다의 여신이 심심할까 봐 혹은 자신의 마력을 높이기 위해 후지모토에게 일거리를 준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보니 그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었는지 바다의 여신을 만나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생각보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인간들 중에도 그와 같은 마음으로 자연과 인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후지모토도 겪어봐서 알겠지만 환경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은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으면 가족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만큼 의외로 외로운 싸움이기 때문이다.
후지모토를 포함한 이 온 세상 환경운동가들, 힘내시고 평화가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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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혀 예상이 안된다고요? 네 맞아요
한 여성이 이상한 기계에 들어갔다가 떨어지는 닭강정을 보며 "어, 닭강정!"이라고 외쳤다가 닭강정으로 변했다. 여성이 갑자기 사라지고 닭강정 하나가 덩그러니 남겨진 것을 보고 두 남자는 절규하면서 짠한 되돌리기 프로젝트에 오른다.
시놉시스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넷플릭스 드라마 '닭강정', 그 기운을 이어받아 1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예상을 뒤엎는 전개를 그린다. 게다가 이 작품에 이병헌 감독과 류승룡, 그리고 안재홍이 의기투합했으니 호기심이 샘솟을 수밖에.
'닭강정'을 보기 전에 설명을 간단히 하자면, 서사의 개연성을 생각하고 시청하면 안 된다. 간략한 시놉시스도 그렇고, 이 작품 자체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동명 원작 웹툰을 그대로 살렸기에 이성과 상식(?)으로 시청하면 '이게 대체 무슨 드라마야?'라고 당황하게 된다. 그렇기에 오픈 마인드로 볼 것을 당부한다.
개방적인 자세로 임한다면 '닭강정'은 확실하게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진다. '스물',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 등 이전작에서 특유의 병맛과 말맛이 곁들여진 'B급 코미디'로 강점을 드러냈던 이병헌 감독은 '닭강정'에서 제대로 코미디를 말아서 떠먹여 준다. 특히 '멜로가 체질'의 유일한 옥에 티(?)인 저조한 시청률에 한이 맺혔는지, 이를 활용한 개그를 뻔뻔하게 선보여 웃게 만든다.
여기에 이병헌 감독은 원작 특유의 기 막히고 코 막히는 세계관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배우들의 연기력과 알록달록한 색감에 힘을 준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에 킹 받게 만드는 '닭강정' 세계관에 스며드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병헌 감독과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류승룡, 안재홍이 만들어내는 연기 합이 인상적이다. '닭강정'이 은퇴작인가 의심할 정도로 이들은 무한한 코믹 시너지를 일으켜 매 장면마다 빵빵 터뜨리는 웃음을 선사한다.
두 배우뿐만 아니라 '닭강정'에 조연 혹은 특별출연으로 등장하는 배우들 또한 '장난 아니다'. 김유정, 정호연, 유승목, 정승길, 김남희, 김태훈, 문상훈 등 이들의 연기 파티에 헤어 나오지 못한다. 게다가 회차당 러닝타임이 30분 대여서 다음 회차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다만 웹툰의 코미디 해법을 그대로 옮겨오다 보니 사전 정보 없이 '닭강정'을 시청한다면 난해함을 느낄 수 있어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이병헌식 B급 코미디가 취향이 아니라면 중도하차할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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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2025)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그 자연
Chapter 2 인간탐구
00:00 홍상수 신작
01:05 그자연이란
06:02 인간탐구
11:17 별점 및 한 줄 평
11:36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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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서부 개척 시대,
사냥꾼들의 식량을 담당하는 쿠키는
표적이 되어 쫓기는 킹 루를 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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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만들어 돈을 벌기로 하는데…
“우리에게는 지금이 기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