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11-10 11:56:49
CEO가 된 여전사
시고니 위버
아카데미 3회 노미네이트! 골든 글로브 2회 수상에 빛나는 헐리웃 대표 배우 '시고니 위버'가 새로운 영화와 함께 극장을 찾아주었다고 하는데요! <에이리언> 시리즈를 통해 강인한 여전사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린 시고니 위버는 이후 정반대의 스타일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 <워킹 걸>을 통해 골든 글로브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입증해낸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난 2009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전세계 흥행작 <아바타>에서 그레이스 박사 역을 맡은 그녀는 시대가 지나도 녹슬지 않는 단단한 연기를 선보이며 다시 한번 전 세계를 사로잡기도 했는데요!
아카데미 3회 노미네이트를 비롯하여, 골든 글로브2 회 수상 및 5회 노미네이트,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에 빛나는 '시고니 위버'를 올 12월 <마이 뉴욕 다이어리>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녀는 1995년 뉴욕 최고의 작가 에이전시의 CEO로,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는 보수적인 인물이지만 아랫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따뜻한 캐릭터라고 하는데요. 헐리웃 라이징 스타 '마가렛 퀄리'와 함께 폭발적인 시너지를 선보일 대배우 '시고니 위버'를 만들어준 작품들을 지금부터 같이 만나볼까요?
잇츠 CINE PICK!!
<에이리언>(Alien), 1979
공포, SF | 미국 | 117분
감독 : 리들리 스콧 | 출연 : 톰 스커릿, 시고니 위버, 베로니카 캣라이트
⭐️ 9.50 (네이버 관람객)
우주 화물선 노스트로모호. 외계에서 귀중한 광물과 자원을 나르는 이 거대한 우주선에는 승무원 7명과 광석 2000만톤의 화물을 싣고 지구로 귀환 중이다. 인공 동면을 취하고 있던 대원들은 서서히 프로그램된 컴퓨터에 의해 잠에서 깨어나는데 이들 중엔 2등 항해사인 엘렌 리플리도 있다.
혹성 LA-426 옆을 지날 때, 지적 생명체의 것으로 보이는 발신파를 포착한다. 이에 그녀는 승무원을 깨우고 혹성 탐사를 위해 3명의 승무원을 급파한다. 이 이상한 발신원은 거대하고 정체 불명의 우주선이었으나 우주선은 이미 오래전에 파괴되어 썩고 있었으며 탑승 승무원들은 모두 미이라로 변해 있었다. 사고 원인을 찾기위해 좀 더 안으로 들어간 조사반은 여기저기에서 계란 모양의 물체이 있는 산란실을 발견하고 궁금증을 갖는다. 그 중 캐인이 공격을 받고 실신한다.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하여 실험을 하던 케인은 물체에 충격을 가하고 그 순간 물체로부터 작은 생물이 튀어나와 마스크를 녹이고 케인의 얼굴에 철썩 달라 붙는다. 이들은 이 외계생물이 인간세포로부터 양분을 빨아고 기생하는 존재임을 알게 되는데...
씨네 pick : 영화 역사상 최고의 여전사 캐릭터 <에이리언> 시리즈의 ‘엘렌 리플리’는 전사는 “남성들만 하는 역할”이라는 편견을 깨고,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를 형성해내며 당대 그리고 후대 여성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시고니 위버’가 없는 <에이리언>은 상상할 수조차 없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엘렌 리플리’ 캐릭터는 이미 역할을 다 했다며 <에이리언> 시리즈에는 복귀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는데요. 시리즈물임에도 1~4편 모두 감독이 달라 주제 의식이나 분위기가 매편마다 달라지는 영화 '에이리언'은 아직까지도 시고니 위버를 대표하는 명작입니다.
<고스트 버스터즈>(Ghostbusters), 1984
SF, 판타지, 코미디 | 미국 | 107분
감독 : 이반 라이트만 | 출연 : 빌 머레이, 댄 애크로이드, 시고니 위버
⭐️ 8.31 (네이버 네티즌)
뉴욕에서 괴짜 교수로 유명한 피터 밴크맨, 레이몬드 스탠드, 에곤 스펜글러, 루이스 등 4인조는 뉴욕에 출몰하는 유령들을 잡기위해 '귀신잡는 대행회사'를 설립, 가지각색의 귀신을 잡아들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뉴욕의 다나의 집에 출현해, 거대한 빌딩 옥상에 버티고 있는 유령들의 총두목격인 '카쟈'에게는 아무래도 역부족인듯.
씨네 pick : <에이리언>을 통해 당대 최고 주가를 달리던 '시고니 위버'에게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캐스팅 제의를 건넨 <고스트 버스터즈> 제작진! 그리고 이를 흔쾌히 승낙한 시고니 위버까지! 이 모든 것이 합쳐져, <고스트 버스터즈>는 흥행 대박을 터뜨리며 대표 호러 코미디 시리즈의 시작을 열었는데요. 시고니 위버는 본 시리즈의 리부트인 <고스트 버스터즈>(2016)에도 우정출연 하며 의리를 보였습니다.
<워킹 걸>(Working Girl), 1988
코미디, 멜로/로맨스 | 미국 | 110분
감독 : 마이크 니콜스 | 출연 : 해리슨 포드, 시고니 위버, 멜라니 그리피스
⭐️ 8.21 (네이버 네티즌)
증권 회사 여비서로 일하고 있는 테스 맥길은 성실하고 똑독하지만 학벌이 야간 대학 겨우 나온 것이 전부여서 이제 나이가 30에 접어들었지만 원하는 증권 중개인은 못되고 늘 비서로 머무는 자신이 안타깝다. 또 그녀는 자신의 그런 성공이 뒷바쳐 줄 성격도 냉정하지 못하고 너무 순하고, 직장 위치를 여러 차례 바꾸어도 여자인 탓에 남자 동료들로부터 놀림을 당한다. 그러나 언제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그녀는 마침내 새로 부임 온 같은 나이의 상사 캐더리의 비서일을 얻게 되면서 그녀에게서 여성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냉철한 마음 자세 등 많은 자극을 받는다. 특히 테스는 그나마 자신을 어느 정도 신뢰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주저없이 알려달라는 캐더린이 무척 맘에 든다. 하지만 생각은 잠시뿐, 그녀 역시 상관이라는 직위로 테스를 하인 다루듯 부려먹는 권위주의로 가득한 여성이다.
하지만 그녀의 명령에 순종하며 열심히 일하던 테스는 어느날 캐더린에게 자신이 그동안 생각했던 라디오 방송 회사 인수 계약에 관한 좋은 아이디어를 캐더린에게 내놓는데 그녀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반응한다. 얼마 후, 캐더린이 스키 사고로 입원하자 전화를 통해 자신의 사소한 일까지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모두 테스에게 부려먹는다. 캐더린 심부름을 하던 테스는 그녀가 자신의 아이디어가 좋은 것을 알고 자기 것인양 속여 잭 트레이너에게 협조 요청을 한 것을 알고는 말과 행동이 틀린 그녀의 이중적인 성격에 분괴한다. 또한 동거 생활 중인 남자 친구 마이크가 집에 다른 여자를 불러들여 놀아나는 것을 목격하고는 집을 나와 슬픔에 휩싸이는데.
씨네 pick : <에이리언>과 <고스트 버스터즈>를 통해 SF 영화의 흥행보증수표가 된 시고니 위버가 이미지 변신을 꾀한 작품입니다. 높은 흥행 성적과 연기력에도 유난히 상복이 없었던 그녀는, 본 작품을 통해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그녀의 연기는 모든 장르에 통한다는 것을 입증해내기도 했는데요. 해리슨 포드, 알렉 볼드윈에 멜라니 그리피스까지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 역시 흥행에 성공하였다니 금상첨화죠?
<아바타>(Avatar), 2009
SF, 모험, 액션, 전쟁 | 미국 | 162분
감독 : 제임스 카메론 | 출연 :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 9.07 (네이버 네티즌)
지구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도라 행성으로 향한 인류는 원주민 ‘나비족’과 대립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가
‘아바타’ 프로그램을 통해 ‘나비족’의 중심부에 투입되는데…
피할 수 없는 전쟁! 이 모든 운명을 손에 쥔 제이크!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한 역대급 세계가 열린다!
씨네 pick : 전 세계 흥행 1위의 대작,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미 <에이리언 2>를 통해 시고니 위버와 호흡을 맞춘 이력이 있는데요. 세계적인 거장 감독과 전 세계가 인정한 최고의 액션 여전사 시고니 위버는 <에이리언 2> 이후에도 꾸준히 인연을 유지해왔다고 합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그녀를 캐스팅하기 위해 직접 전화를 걸어 대본을 전달했고, 시고니 위버 역시 그녀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는데요. 이 둘의 조합을 <아바타 2>에서 다시 한번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처럼, 다양한 영화를 통해 그녀만의 이미지를 구축해온 대배우 '시고니 위버'가 pick한 다음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의 개봉을 기다리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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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2024년 하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였던 <위키드>가 개봉 첫 주 만에 누적 수익 1억 1,400만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이는 2024년 개봉작 중 세 번째로 높은 첫 주말 흥행 기록이라고 합니다. <위키드>는 현재 로튼 토마토 90%을 기록하며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현재의 성공과는 다르게 <위키드>의 영화화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당초 2016년 개봉을 목표로 했으나, 2019년으로 미뤄졌습니다. 그러나 그 개봉일은 유니버설의 <캣츠>에게 넘어갔고, 다시 2021년으로 연기되면서 <씽2게더>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감독 역시 <빌리 엘리어트>를 연출한 '스티븐 달드리' 감독에서 <인 더 하이츠>의 '존 추' 감독으로 한 차례 교체된 바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총 2부작으로 구성된 <위키드>는 투입된 제작비만 3억 5천만 달러 이상에 달하며, 유니버설 스튜디오 역사상 가장 비싼 영화로 기록되었습니다. 후속작인 <위키드: 파트2>는 내년 하반기 북미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내보다 한 주 늦게 북미에서 개봉한 <글래디에이터 Ⅱ>는 누적 수익 약 5,500만 달러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보였습니다. 제작비가 약 2억 1천만 달러로 추정되는 만큼, 국제 시장에서의 성과가 흥행 성공의 핵심이 될 전망입니다. 현재까지 해외에서 1억 6,500만 달러를 벌어들였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서는 약 4억 달러에 가까운 수익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고작 300만 달러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이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편, <위키드>는 북미에서의 성공에 비해 국내에서는 누적 관객 수 65만 명을 불러들이며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며 침체된 극장 상황을 짐작케 했습니다. <위키드>와 함께 개봉한 <히든페이스>가 누적 관객 수 35만 명으로 2위를, <글래디에이터 Ⅱ>가 누적 관객 수 72만 명으로 1위에서 3위로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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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너의 노래가 되어
OVERVIEW
에덴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으로 지금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1893년, 뤼미에르 가족은 휴가를 보내기 위해 라 시오타에 머문다. 루이 뤼미에르와 오귀스트 뤼미에르는 유명한 <기차의 도착>(1895)을 비롯한 초기작들을 이곳에서 촬영했고, 기술이자 장치, 그리고 예술로서 영화를 발명했다. 작은 마을 라 시오타에 얽힌 가장 중요한 이야기 두 가지는 그곳에서 영화가 탄생했다는 것(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이야기다)과 지난 두 세기 동안 마을의 주요 산업이었던 조선소에 관한 것이다. 에덴극장은 이 두 이야기의 예상치 못한 교차점에서 발견되며, 그 모습은 아주 최근까지도 지속된다.
REVIEW
남프랑스에 있는 라 시오타는 오래된 휴양 도시이며, 마르세이유 부근에 있어서인지 조선업도 활발했던 도시였다. 1893년, 뤼미에르 가족은 휴가를 보내기 위해 라 시오타를 방문하는데, 루이와 오귀스트 뤼미에르 형제는 이곳에서 <기차의 도착>를 촬영하면서 최초의 영화를 발명하게 된다. 그렇게 라 시오타는 ‘영화의 발상지’로, 또 2세기에 걸쳐 기간산업이었던 조선업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도시로 알려져 왔다. 그리고 이곳에서 1889년 연극 공연을 위해 문을 연 에덴극장은 1899년 뤼미에르 형제의 작품들을 상영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관으로 기록되고 있다. 물론 1980년대 조선업의 불황과 맞물려 에덴극장도 위기에 처하지만, 극장을 살리려는 움직임 덕분에 지금은 라 시오타와 에덴극장이 ‘영화의 성지’가 되었다. 알랭 베르갈라 감독은 2021년 가을,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를 초청하여 <소년 아메드>를 비롯한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이 유서 깊은 극장에서 보여주며 다르덴 형제와 함께 라 시오타의 이곳저곳을, 그리고 영화의 기원을 돌아본다. (전진수)
벽과 벽 사이가 프레임이 되어 바다를 담으며 시작하는 이 영화는, '라 시오타 La Ciotat'라는 이름의 독특한 항구도시를 조망한다. 세계 최고(最古)의 영화관이 있고 조선소가 있는 곳이다. 바로 이곳에서 그 유명한 최초의 영화, 사람들을 혼비백산하게 했다는 기차가 촬영되었다. 1890년대에 뤼미에르 형제가 <열차의 도착>을 촬영한 바로 그 역으로, 또 한 쌍의 형제 감독이 등장한다. 은은한 음악까지 깔려 마치 호그와트에 도착한 마법사들처럼 보이는 이들은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의 감독이기도 한, 다르덴 형제다.
다르덴 형제는 라 시오타 곳곳을 거닐며 뤼미에르 형제와 최초의 영화, 최초의 영화관까지 쭉 이어간다. 중간중간 비춰지는 라 시오타의 풍경을 당시 필름 프레임대로 가르고 흑백 처리하여 보여주는데, 덕분에 뤼미에르 형제가 보았을 장면들을 그려보게 만든다. 이어 다르덴 형제의 귀한 대담도 들을 수 있다. 다르덴 형제는 에덴극장에 앉아 뤼미에르 영화를 분석하고,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연출된 장면인지 세심하게 설명한다. 동시에 다르덴 영화의 구석구석에 묻어 있는 뤼미에르 형제의 흔적도 톺아본다.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 클래스에서 다르덴 형제의 말을 꼭꼭 씹어 먹었을 어떤 이들처럼, 거장 다르덴 형제 또한 거인의 어깨에 서서 한 발자국 나아온 이들이다. 영화의 역사 안에서 모두 이어져 있다.
이 도시의 풍경과 빛에 반해 정착했다는 뤼미에르 아버지에게 사진 촬영 기술을 물려받고, 더 발전시켜 뤼미에르 형제는 영화라는 세계를 만들어냈다. 기술로 부를 이룬 가족이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할 수 없었을 일이다. 기술은 현실을 담기 위한 수단이다. 다르덴 형제는 삶이 현재하는 순간, 나타나는 순간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것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비단 영화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삶의 순간들을 기다리며, 기대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메운다. 기대와 고민이 없다면 반짝이는 찰나를 포착할 수 없을 테니까, 우리는 결국 기대와 고민의 향방대로 사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기대와 고민의 결이 비슷한 사람들은 결국 같은 파도를 타고 만날 수밖에 없다.
라 시오타의 주민들과 에덴극장도 같은 파도를 탔다. 80년대 철거될 위기에 놓였던 극장은 조선소의 흥망성쇠와 명맥을 함께하는 한편, 도시의 역사와도 결을 나란히 한다. 2차 세계 대전 시기 극장 일부가 붕괴되고 복구되었던 기억도, 전후 아마추어 영화가 대중화되면서 누군가의 짧은 사적 기록을 모두가 바라보던 시절도, 새로운 고객층을 유치하기 위해 바와 게임기를 설치하며 쇄신하던 모습도.
화가, 사진가, 평론가… 다양한 사람들이 머무르고 정착할수록 이 작은 도시는 새로운 색을 입고, 극장도 함께 새로운 기억을 덧입는다. 뤼미에르의 영화 속에 담긴 노동자들의 모습은 끝내 일터를 지켜낸 라 시오타 지역 주민들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영화와 일상이 서로 둥근 원을 이루면서 작은 도시가 그렇게 ‘영화로워’지는 과정을 보는 일은 경이로웠다.
동일한 파도를 탄 조선소와 극장에 몇 번이고 위기는 찾아왔다. 1980년대 말 찾아온 조선소 폐쇄의 위기는 그 중에서도 심각해 보였다. 피할 수 없을 흐름처럼 보였다. 그러나 라 시오타 조선소 노동자들은 조선소 폐쇄라는 상황 앞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저항의 수단을 다 활용하여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끈질기게 일터를 지켜냈다. 10년씩 저항해서 조선소를 지켜낸 사람들은 20년씩 저항해서 극장도 지켜냈다. 그게 가능해? 가능했다.
그게 가능했던 건 예술이 시민의 삶과 유리된 무엇이 아닌, 일상의 기쁨으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에덴극장의 영화사적 의미를 꼼꼼하게 짚으면서도, 이 다큐멘터리는 그 지점을 놓치지 않는다. 영화사적 의미뿐 아니라 동시대를 사는 극장이었던 것이다. 영화사적 명맥을 이어가고자 한다면, 동시대의 흐름에서 사라져선 안된다는 뜻이 된다.
1990년대 초반 극장은 시청에 팔렸지만, 시청은 극장을 역사기념물로 지정하면서도 역사 속에만 존재하게 하지 않았다. 싹 밀고 주차장을 만든다거나 하는 짓은 더더욱 하지 않았다. 긴 시간 들여 세심하게 시설을 복구하고, 협회에 운영을 맡겨 여전히 극장으로 기능하도록 했다. 시민들의 애정과 현명한 행정의 아름다운 협력 결과, 에덴극장은 영화사적 의미를 가득 품고 여전히 편안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원주 아카데미 극장도 그렇게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다르덴 형제가 만난, 당시의 조선소 노동자의 노래가 기억에 남는다. 수염이 하얗게 성성하지만 여전히 풍채가 좋은 남자의 입에서는 그 시절의 노래가 곧장 흘러나왔다. 다르덴 형제는 “중요한 사회 운동에는 모두 노래가 생긴다”는 멋진 말로 그 노래에 반응했다. 상영이 끝나고 나온 영화의 거리 곳곳에는 원주시의 아카데미 극장 철거를 반대하는 전단의 연보라색 글씨가 노래처럼 나부끼고 있었다.
극장은 "캄캄하고 어두운 낯선 길 혼자라 느껴질 때 슬픔은 너로 인해 조금씩 위로가 되고 요동치는 내 맘속 세상은 나를 잔잔히 흐르게" 하는 곳이다. "아주 조금이라도 남았다면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아직은 아니야 끝이 아니"어야 할 것이다. 너의 노래가 되어. (따옴표 속 글자와 제목은 샤이니의 “너의 노래가 되어“에서 인용)
2023. 04. 28. 10:30 CGV전주고사 3관 (104)
2023. 05. 01. 20:00 CGV전주고사 8관 (461)
2023. 05. 04. 13:30 CGV전주고사 3관 (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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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이라는 불가해한 존재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어린 시절 상처받은 경험을 객관화해서 말할 수 있게 됐을 때, 심지어 농담의 소재로 삼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더 이상 그 경험에 휘둘리지 않는 어른이 된 게 좋아진다. 어떤 날엔 내가 쓸모 있는 자식이 되어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게 됐고, 또 어떤 날엔 내 부족함이 엄마를 불행하게 할까 봐 불안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어떤 형태로 내 삶에 관여했는지 설명할 수 있게 된 지금, 비로소 어린 시절에서 분리되는 통쾌함을 느낀다.
노아 바움벡의 <마이어로위츠 이야기>의 다 큰 남매들도 어린 시절에 관한 불만을 터뜨린다. 이들은 자의식 강한 예술가 아버지로 인해 각기 다른 상처를 받으며 자랐다. 아버지의 작품 활동과 재혼으로 인해 누군가는 방치되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과한 관심을 받았다. 부모 자식 관계도 각각의 인간관계라 그 사이에서 주고받는 감정은 균질하지 않다. 아버지 해롤드는 매슈의 이름을 딴 조각 작품을 남겼지만 대니라는 작품도, 진이라는 작품도 남기지 않았다. 이는 성장 과정에서 남매들 사이의 질투와 열등감을 유발했고, 여전히 다 큰 어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첫째 아들 대니가 “아빠는 나를 이류 시민처럼 취급했”다고 분통을 터뜨릴 때, 둘째 아들 매슈는 “아빠 관심이 나한테만 집중돼서 내 인생이 개판이 됐”다고 소리친다.
영화에서 주로 갈등을 겪는 쪽은 두 이복형제와 아버지다. 반면 유일한 딸인 진이 아버지와 부딪히는 장면은 없는데, 갈등에 참여하지도 못할 만큼 소외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두 아들들은 아버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혹은 자신의 성공을 인정받지 못해 힘들었지만 진은 힘들 기회조차 없었다. 진의 입장에서는 아버지에게 분노하는 것조차 부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여전히 아버지의 인정을 갈구하는 대니나 매슈와는 달리, 어떤 관심도 받지 못했기에 오히려 기대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었을까. 그래서 진은 형제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가족에서 나로 사는 게 어떤지 너흰 절대 몰라.”
어느 날 삶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낄 때, 혹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머뭇거릴 때 어릴 적 유약한 자아가 나를 발목 잡고 있음을 불현듯 깨닫는다. 유년시절의 케케묵은 장면들이 떠오르고, 그 장면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된다.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속 세 남매들이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을 들먹이며 싸우는 장면이 웃기고 한심해도 짠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아버지 해롤드가 병상에 눕게 되면서 남매들은 어쩔 수 없이 이 상황을 함께 헤쳐 나가게 된다. 아버지를 극진히 돌보고, 간호사의 처치를 함께 받아 적고, 의사에게 항의한다. 가족 내 역할과 되풀이되는 갈등으로 인해 찐득하게 달라붙은 감정들이 고통스럽지만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어쩔 수 없는 보살핌이 가능해진다. 가족이라는 존재의 이상한 점은 이런 것이다. 대화를 시작하면 해묵은 감정이 먼저 튀어나와 부딪히곤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서로를 돕게 되는 것. 가족은 완전한 화해도, 영원한 원망도 불가능한 존재들이다. 그런 불가해한 순간을 맞이하는 건 가족끼리만 가능하다.
진뿐만 아니라 이 가족 안에서 대니로도, 매슈로도 사는 것 또한 그들 자신만 아는 고통이다. 그렇지만 아버지 앞에서 힘든 감정은 자식들끼리만 이해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낡은 짐 속에 나뒹구는 선글라스는 서로 네 것이라며 가족들의 손을 여러 차례 옮겨 다니는데, 영화 말미엔 매튜와 대니가 서로 자신의 것이라 주장한다. 한 가족 안에서 자란다는 건 그런 것 같다. 복잡하고 엉망인 유년 시절의 기억이 네 것인지, 내 것인지 확실하지 않아서 그게 내 감정이기도, 네 감정이기도 한 것. 그게 우리의 정서가 되는 것. 아버지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대신 다 큰 자식들은 상처받은 서로를 감싸 안는다. 함께 시간을 보내서 좋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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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개봉 기대작.zip
안녕하세요!
벌써 2022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이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12월 개봉 예정인 영화 중 기대작을 중심으로
작품을 모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٩( ᐛ )و
화이트 노이즈
ⓒ 네이버 영화
SYNOPSIS
불확실한 세상에서 사랑과 죽음, 행복의 가능성이라는 인류 보편의 수수께끼와
씨름하는 동시에 일상적인 문제와 갈등을 해결하려 애쓰는 오늘날 미국 가정의 모습을 담은 블랙 코미디다.
CINE PICK
<화이트 노이즈>는 돈 드릴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넷플릭스 화제작 중
하나이다. 제79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정식
개봉일은 12월 7일이고, 넷플릭스 공개일은 12월 30일이다.
더 메뉴
ⓒ 네이버 영화
SYNOPSIS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코스 요리를 즐기기 위해 외딴 섬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을 방문한
커플이 최고의 셰프가 완벽하게 준비한 위험한 계획에 빠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스릴러
CINE PICK
할리우드 대세배우 안야 테일러 조이와 니콜라스 홀트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 더 메뉴>는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와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으로 국내외
언론과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정식 개봉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아바타: 물의 길
ⓒ 네이버 영화
SYNOPSIS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가 이룬 가족이 겪게 되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하는 긴 여정과 전투, 그리고 견뎌내야 할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CINE PICK
2009년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신드롬을 일으켜 외화 최초로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아바타>의 속편이 13년 만에 개봉하며 많은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는 IMAX 3D, 돌비 시네마 등 다양한 포맷으로 제공한다고 한다.
뮤직 바이 시아
ⓒ 네이버 영화
SYNOPSIS
마약중독자였던 '주'가 자폐 환자 이복동생 '뮤직'과 재회한 이후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CINE PICK
<뮤직 바이 시아>는 '스노우 맨', '샹들리에', '언스토퍼블' 등 다수 히트곡을 탄생시킨
세계적인 팝스타 시아가 각본과 감독을 맡아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영화에는 시아가
가지고 있던 음악적 개성이 담긴 10곡의 OST가 삽입됐다.
지옥의 화원
ⓒ 네이버 영화
SYNOPSIS
압도적 격투 능력만 있다면 최강의 여직원으로 칭송 받는 세계,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나오코가 싸움에 휘말리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오피스 코믹 액션.
CINE PICK
일본의 천재 개그맨이라고 불리는 바카리즈무가 각복을 썼으며, 지난 여름에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화려한 액션과 허를
찌르는 웃음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영웅
ⓒ 네이버 영화
SYNOPSIS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
CINE PICK
<영웅>은 오리지널 캐스트 정성화 배우를 시작으로 김고은, 나문희,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실력파 배우들의 가슴을 울리는 뜨거운
시너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한국 영화에서 한번도 시도된 적 없는 현장 라이브
녹음 방식으로 배우들의 열연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젠틀맨
ⓒ 네이버 영화
SYNOPSIS
성공률 100% 흥신소 사장 ‘지현수’가 실종된 의뢰인을 찾기 위해 검사 행세를 하며
불법, 합법 따지지 않고 나쁜 놈들을 쫓는 범죄 오락 영화.
CINE PICK
흥신소 사장이 누명을 벗기 위해 검사 행세를 하게 되는 독특한 설정과 나쁜 놈을
응징하는 과정을 통쾌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크레이지 컴페티션
ⓒ 네이버 영화
SYNOPSIS
한 억만장자가 80세 생일 기념으로 자신의 명성을 더 널리 알릴 불세출의 걸작 제작을
기획하고, 이에 천재 감독, 월드 스타, 연기 거장이 모여 영화를 완성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CINE PICK
해외 유수의 영화제 및 2022년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하며 뜨거운 반응을
받았던 화제작 <크레이지 컴페티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연기파 배우들이 맡아
폭발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을 극에 빠져들게 만들 것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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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멀티버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이틀 전, 바로 화제의 작품 다니엘 콴과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개봉을 했는데요!
지난 9월 20일, 영화 관련 미국 소셜플랫폼인 레터박스에서 2022년 기준 가장 많은 팬을 가진 100편의 영화 순위를 공개했는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6위에 올랐습니다. 놀라운 점은 영화가 해외에서 올해 3월 개봉작이었기에 가장 단기간에
팬을 확보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관람객들의 실시간 반응을 살펴볼까요?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다정함이 온 우주를 구하진 못하더라도
나와 내 세계는 붙들어 줄 수 있지 않겠는가
(네이버 /kkdd****)
이게 진짜 멀티버스.
그동안의 멀티버스는 다 "가짜"다...
(CGV / sk**d7091)
매일의 선택을 후회하고 다른 세계의나를 상상만 하던 나 자신에게 경종을 울려준다.(롯데시네마 / 김*인)엄마랑 딸이 한번쯤 같이본다면 좋을 영화.진짜 이상한 영화네…하고 보다가펑펑 우는 나를 발견하게 됨(메가박스 / dusvlf9**)'모든 것'을 흡수하고 '모든 곳'을 포용하며온갖 감정들을 '한꺼번에' 방출한다.(왓챠피디아 / 박*하)휘황찬란한 나의 모든 순간과 인생들을 향한혼란하고도 아름다운 응원과 헌사.어떤 인생이든 그 무엇도 나에게 가치로울 뿐.(왓챠피디아 / ba**an2830)멀티버스 역행에서 찾은 일상의 사소함이 전하는가장 독창적이고 현란한 유쾌함(씨네랩 / 모모**)대혼돈의 멀티버스 속에서 굳건히존재하는 미친 가족애!(씨네랩 / 씨**K)영화는 멀티버스라는 방식을 사용하여 가족, 세대차이, 이민자 등 최근에 대두되는 문제에 대해풀어나갔다. 통통 튀고 이상한 매력과 그 안에 있는 깊은 메시지 영화를 잊지 못하게 만든다.<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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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왕'도 혼자서 싸울 순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퀸스 갬빗 The Queen's Gambit>
재능의 명과 암
'엘리자베스 하먼(안야 테일러 조이)'은 눈에 띄는 사람이다. 남자들로 가득한 체스의 세계에서 여성 선수인 것도 모자라 천재적인 체스 실력으로 그들을 압도해 버린 것이다. 붉은 머리와 화려한 옷차림을 한 어린 여성에게 남자들은 승복해야만 했다. 엘리자베스(이하 베스)는 9살에 체스를 시작해 15살에 켄터키주 챔피언에 오른 천재다.
고대 그리스 시인들이 영웅의 이야기를 즐겨했듯 현대의 우리는 천재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천재가 성공해도, 몰락해도 어떤 쪽이든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뛰어난 능력을 타고난 사람을 두고 신의 선물을 받았다고 말하지만 그 선물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뛰어남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대가가 따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끊임없는 평가와 판단에 시달린다. 심지어 이들은 삶조차 마음대로 재단 당해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의 선망, 동경, 부러움, 질투, 혐오는 다양한 모습으로 이들을 덮쳐 온다.
때문에 천재는 고립되기 쉽다. 이해받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평범한 아이들과는 다른 길을 선택한 베스는 당연하게도 또래 친구들과 유행하는 노래를 함께 부를 수도 없고, 남자에 대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다. 베스에게 의미가 있는 건 체스뿐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성별과 나이가 다르더라도 체스를 하는 사람이 베스에게는 친근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베스가 첫 상금으로 산 것은 옷과 체스판이다. 자신이 또래의 아이들과 다르며 현실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은 베스의 콤플렉스다. 베스가 불건강한 상태가 될수록 유행하는 모습으로 치장하는 이유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은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른다.
단 하나의 악역, 자신
베스는 9살에 눈앞에서 엄마를 잃었다. 예측할 수도 없고 통제할 수도 없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베스는 머슈언 보육원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보육원의 지하실에서 홀로 체스를 두고 잇는 관리인 샤이벌(빌 캠프)씨를 마주하게 된다. 64개의 칸으로 이루어진 체스판은 베스가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드러낼 수 있으며 지는 것도, 이기는 것도 온전히 자신의 책임 아래에 있는 체스라는 게임에 베스는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베스는 뛰어난 선수였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는 공격수였으며 쉽게 화를 냈다. 샤이벌의 말대로 베스의 '화'는 너무나 깊었고,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베스는 체스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써 안정제의 도움을 받는다. 체스에 경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했지만 체스는 자신을 승리자로 만들어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체스를 알아가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겠지만 베스에게는 승리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했다. 그리고 고독함과 패배감이 동시에 몰려오자 약과 술로 자신을 마비시킨다.
이 <퀸스 갬빗>이라는 드라마에는 이렇다 할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다. 베스를 비웃는 같은 학교 학생들도 악당이라고 할 수는 없고, 세계 챔피언 '보르고프(마르친 도로신스키)'도 굉장히 진중한 체스 선수일 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베스가 넘어야 할 벽은 자기 자신뿐이다.
<퀸스 갬빗>은 그 고독과 압박감에서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고,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일어서는 천재의 치유 과정을 그린 드라마이다.
앨리스와 앨마, 두 엄마가 남긴 것
친엄마 앨리스의 죽음과 양엄마 앨마의 죽음은 베스의 인생에서 큰 변곡점이 된다. 극 중에서 앨리스와 함께 보낸 시간을 많이 보여주지는 않지만 앨리스의 말들이 베스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강한 사람은 혼자인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도 그중 하나다.
앨리스의 이런 양육법은 베스를 독립적인 아이로 만들어주었지만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앨리스의 마지막은 심각할 정도로 자기희생적이며 회피적인 태도다. 앨리스는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재능과 독립적인 정신을 준 동시에 베스를 고독하고 자기 파괴적으로 만들었다.
한편, 베스의 양엄마인 앨마(마리엘 헬러)는 체스에 재능을 보이는 베스를 전적으로 밀어준다. 재능을 펼치지 못하고 무료한 삶을 살아야 했던 자신과 달리 자신의 능력으로 부와 명성을 얻는 베스를 보며 앨마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행복해한다. 베스의 성취와 성장은 앨마에게도 큰 행복이었다.
하지만 앨마는 베스가 체스에만 매몰될 것을 걱정한다. 엄마와 딸 그리고 매니저와 선수로서 둘의 유대는 특별했다. 베스를 조금이나마 쉬거나 걷게 만드는 것은 앨마였다. 앨마가 원하는 것은 베스가 '삶을 살며 성장하는 것'이다. '인생에 체스가 전부는 아니니까'
베스는 멕시코 시티에서 만난 '조르지 기레브'라는 소년에게 '세계 챔피언이 된 후 어떻게 살고 싶느냐'라고 묻는다. 소년은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다. 베스는 이미 그 후를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체스의 자리를 어느 정도로 설정해야 할지를 체감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앨마의 말처럼, 인생에 체스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앨마가 베스에게 남긴 것은 '체스 외의 삶'이다.
외로운 '폰'이 '퀸'이 되기까지
외로움의 구덩이에서 베스를 건져 올려준 사람은 보육원 친구 '졸린(모세스 잉그람)'과 샤이벌씨다. 관리인 샤이벌씨의 부고로 다시 찾게 된 머슈언 보육원은 체스와의 첫 만남을 다시금 떠오르게 만든다. 실제 장례식이 치러지는 교회보다 그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던 찬송가가 울려 퍼지던 시간의 지하실은 베스에게 큰 울림을 준다. 9살이던 베스와 찍은 사진과 돈을 빌리려 쓴 편지, 그리고 베스의 온갖 기사와 사진들이 붙어있는 그 벽면을 보며 베스는 자신이 혼자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베스에 대한 샤이벌씨의 자부심과 애정은 그 무엇보다 강력한 치유였다.
사람을 일으키는 건 주위 사람들의 끈질긴 애정과 믿음이다. 오래도록 너를 지켜봐 왔다고, 당신이 걱정된다고 말해주는 것. 네가 필요할 때 내가, 내가 필요할 때 네가 달려와줄 거라는 확신.
자신을 향한 타인의 깊은 관심과 애정을 마주한 사람이 어떻게 스스로를 놓을 수 있을까. 애정과 믿음의 힘은 한낱 약물과 술이 주는 쾌락과 마비의 감각에 비할 바가 아니다.
덕분에 베스는 맑은 정신으로 러시아로 향한다. 하지만 러시아 선수들은 한 팀으로 움직인다. 바르고프와의 대결에서 베스도 혼자는 아니었다. 그동안 베스가 겨뤄왔던 선수들은 한 팀이 되어 러시아에 대항한다.
그러나 아무리 도움을 준다 한들 결국은 홀로 싸워야만 하는 때가 온다. 그 순간 베스는 안정제 없이 차분하게 머릿속으로 다시 수를 어림한다. 맑고 또렷한 정신으로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해 전력으로 상대했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기에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승부를 겨뤘고 마침내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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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체스를 사랑하는 나라이다. 냉전시대에 미국에서 온 백인도 훌륭한 체스 선수이기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세계 챔피언이 된 후 러시아의 거리를 백색 '퀸'과 같은 모습으로 활보하는 베스는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자신다워 보인다. 대통령과의 만찬, 인터뷰 같은 것들이 아닌 거리에서 이름 모를 할아버지와 체스를 두는 것이 베스가 선택한 챔피언 이후의 삶이다.
체스에서 가장 강한 말은 '퀸'이지만 혼자서 모든 말들을 잡을 수는 없다. 다른 말들이 있기에 비로소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역경을 넘어 상대방 진영의 끝까지 다다른 '폰'은 '퀸'이 될 수 있다. 베스는 이기기 위해 자신을 거침없이 내던지는 '퀸'이 아닌 한 걸음씩 전진하여 끝에 다다른 '폰'처럼 마침내 '퀸'으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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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일링 포인트 - 크리스마스 저녁때 손님 100팀을 받은 레스토랑에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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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 이벤트 공지?]
영화등대 채널 구독자 여러분들을 위해 '8월 4일 개봉'하는 원테이크 키친 서스펜스 영화
[보일링 포인트] 개봉전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질주하는 키친 서스펜스 [보일링 포인트],
기대평 남기고 가장 먼저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까지!
?참여방법
1. 보고싶은 이유와 기대평을 댓글로 작성한다! #보일링포인트
2. 추첨을 통해 [보일링 포인트] 시사회 초대권을 드립니다! (1인 2매)
?시사회 안내
일시: 7/23(토) 2:00pm
장소: CGV영등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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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헬’s 키친!
90분간 쉴 틈 없이 몰아치는 현장 스릴러!
365일 중 가장 바쁜 크리스마스, 런던의 고급 레스토랑.
셰프 ‘앤디’는 사고 없이 음식과 직원, 손님 모두를 살펴야 한다.
쏟아지는 주문으로 정신없는 가운데
반갑지 않은 위생 관리관의 급습과
입맛 까다로운 평론가의 눈치까지 보게 되고,
여기에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직원들은 서로 싸우기까지 한다.
도저히 통제되지 않는 현장에
`앤디`는 점점 끓어오르기 시작하는데…
단 한 번의 테이크로 질주하는 키친 서스펜스를 경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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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마블스> 메인 예고편
한 팀이 되면 모든 게 바뀌고 모두가 바뀐다! 환상의 팀워크로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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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수리남> 공식 예고편
속이면 살고 속으면 죽는다 거짓으로 쌓아올린 거대한 왕국 그리고 목숨을 건 생사의 비즈니스 살아남는 자 누구인가 실제로 있었던 가장 위험한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