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11-10 11:56:49
CEO가 된 여전사
시고니 위버
아카데미 3회 노미네이트! 골든 글로브 2회 수상에 빛나는 헐리웃 대표 배우 '시고니 위버'가 새로운 영화와 함께 극장을 찾아주었다고 하는데요! <에이리언> 시리즈를 통해 강인한 여전사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린 시고니 위버는 이후 정반대의 스타일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 <워킹 걸>을 통해 골든 글로브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입증해낸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난 2009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전세계 흥행작 <아바타>에서 그레이스 박사 역을 맡은 그녀는 시대가 지나도 녹슬지 않는 단단한 연기를 선보이며 다시 한번 전 세계를 사로잡기도 했는데요!
아카데미 3회 노미네이트를 비롯하여, 골든 글로브2 회 수상 및 5회 노미네이트,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에 빛나는 '시고니 위버'를 올 12월 <마이 뉴욕 다이어리>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녀는 1995년 뉴욕 최고의 작가 에이전시의 CEO로,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는 보수적인 인물이지만 아랫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따뜻한 캐릭터라고 하는데요. 헐리웃 라이징 스타 '마가렛 퀄리'와 함께 폭발적인 시너지를 선보일 대배우 '시고니 위버'를 만들어준 작품들을 지금부터 같이 만나볼까요?
잇츠 CINE PICK!!
<에이리언>(Alien), 1979
공포, SF | 미국 | 117분
감독 : 리들리 스콧 | 출연 : 톰 스커릿, 시고니 위버, 베로니카 캣라이트
⭐️ 9.50 (네이버 관람객)
우주 화물선 노스트로모호. 외계에서 귀중한 광물과 자원을 나르는 이 거대한 우주선에는 승무원 7명과 광석 2000만톤의 화물을 싣고 지구로 귀환 중이다. 인공 동면을 취하고 있던 대원들은 서서히 프로그램된 컴퓨터에 의해 잠에서 깨어나는데 이들 중엔 2등 항해사인 엘렌 리플리도 있다.
혹성 LA-426 옆을 지날 때, 지적 생명체의 것으로 보이는 발신파를 포착한다. 이에 그녀는 승무원을 깨우고 혹성 탐사를 위해 3명의 승무원을 급파한다. 이 이상한 발신원은 거대하고 정체 불명의 우주선이었으나 우주선은 이미 오래전에 파괴되어 썩고 있었으며 탑승 승무원들은 모두 미이라로 변해 있었다. 사고 원인을 찾기위해 좀 더 안으로 들어간 조사반은 여기저기에서 계란 모양의 물체이 있는 산란실을 발견하고 궁금증을 갖는다. 그 중 캐인이 공격을 받고 실신한다.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하여 실험을 하던 케인은 물체에 충격을 가하고 그 순간 물체로부터 작은 생물이 튀어나와 마스크를 녹이고 케인의 얼굴에 철썩 달라 붙는다. 이들은 이 외계생물이 인간세포로부터 양분을 빨아고 기생하는 존재임을 알게 되는데...
씨네 pick : 영화 역사상 최고의 여전사 캐릭터 <에이리언> 시리즈의 ‘엘렌 리플리’는 전사는 “남성들만 하는 역할”이라는 편견을 깨고,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를 형성해내며 당대 그리고 후대 여성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시고니 위버’가 없는 <에이리언>은 상상할 수조차 없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엘렌 리플리’ 캐릭터는 이미 역할을 다 했다며 <에이리언> 시리즈에는 복귀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는데요. 시리즈물임에도 1~4편 모두 감독이 달라 주제 의식이나 분위기가 매편마다 달라지는 영화 '에이리언'은 아직까지도 시고니 위버를 대표하는 명작입니다.
<고스트 버스터즈>(Ghostbusters), 1984
SF, 판타지, 코미디 | 미국 | 107분
감독 : 이반 라이트만 | 출연 : 빌 머레이, 댄 애크로이드, 시고니 위버
⭐️ 8.31 (네이버 네티즌)
뉴욕에서 괴짜 교수로 유명한 피터 밴크맨, 레이몬드 스탠드, 에곤 스펜글러, 루이스 등 4인조는 뉴욕에 출몰하는 유령들을 잡기위해 '귀신잡는 대행회사'를 설립, 가지각색의 귀신을 잡아들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뉴욕의 다나의 집에 출현해, 거대한 빌딩 옥상에 버티고 있는 유령들의 총두목격인 '카쟈'에게는 아무래도 역부족인듯.
씨네 pick : <에이리언>을 통해 당대 최고 주가를 달리던 '시고니 위버'에게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캐스팅 제의를 건넨 <고스트 버스터즈> 제작진! 그리고 이를 흔쾌히 승낙한 시고니 위버까지! 이 모든 것이 합쳐져, <고스트 버스터즈>는 흥행 대박을 터뜨리며 대표 호러 코미디 시리즈의 시작을 열었는데요. 시고니 위버는 본 시리즈의 리부트인 <고스트 버스터즈>(2016)에도 우정출연 하며 의리를 보였습니다.
<워킹 걸>(Working Girl), 1988
코미디, 멜로/로맨스 | 미국 | 110분
감독 : 마이크 니콜스 | 출연 : 해리슨 포드, 시고니 위버, 멜라니 그리피스
⭐️ 8.21 (네이버 네티즌)
증권 회사 여비서로 일하고 있는 테스 맥길은 성실하고 똑독하지만 학벌이 야간 대학 겨우 나온 것이 전부여서 이제 나이가 30에 접어들었지만 원하는 증권 중개인은 못되고 늘 비서로 머무는 자신이 안타깝다. 또 그녀는 자신의 그런 성공이 뒷바쳐 줄 성격도 냉정하지 못하고 너무 순하고, 직장 위치를 여러 차례 바꾸어도 여자인 탓에 남자 동료들로부터 놀림을 당한다. 그러나 언제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그녀는 마침내 새로 부임 온 같은 나이의 상사 캐더리의 비서일을 얻게 되면서 그녀에게서 여성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냉철한 마음 자세 등 많은 자극을 받는다. 특히 테스는 그나마 자신을 어느 정도 신뢰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주저없이 알려달라는 캐더린이 무척 맘에 든다. 하지만 생각은 잠시뿐, 그녀 역시 상관이라는 직위로 테스를 하인 다루듯 부려먹는 권위주의로 가득한 여성이다.
하지만 그녀의 명령에 순종하며 열심히 일하던 테스는 어느날 캐더린에게 자신이 그동안 생각했던 라디오 방송 회사 인수 계약에 관한 좋은 아이디어를 캐더린에게 내놓는데 그녀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반응한다. 얼마 후, 캐더린이 스키 사고로 입원하자 전화를 통해 자신의 사소한 일까지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모두 테스에게 부려먹는다. 캐더린 심부름을 하던 테스는 그녀가 자신의 아이디어가 좋은 것을 알고 자기 것인양 속여 잭 트레이너에게 협조 요청을 한 것을 알고는 말과 행동이 틀린 그녀의 이중적인 성격에 분괴한다. 또한 동거 생활 중인 남자 친구 마이크가 집에 다른 여자를 불러들여 놀아나는 것을 목격하고는 집을 나와 슬픔에 휩싸이는데.
씨네 pick : <에이리언>과 <고스트 버스터즈>를 통해 SF 영화의 흥행보증수표가 된 시고니 위버가 이미지 변신을 꾀한 작품입니다. 높은 흥행 성적과 연기력에도 유난히 상복이 없었던 그녀는, 본 작품을 통해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그녀의 연기는 모든 장르에 통한다는 것을 입증해내기도 했는데요. 해리슨 포드, 알렉 볼드윈에 멜라니 그리피스까지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 역시 흥행에 성공하였다니 금상첨화죠?
<아바타>(Avatar), 2009
SF, 모험, 액션, 전쟁 | 미국 | 162분
감독 : 제임스 카메론 | 출연 :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 9.07 (네이버 네티즌)
지구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도라 행성으로 향한 인류는 원주민 ‘나비족’과 대립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가
‘아바타’ 프로그램을 통해 ‘나비족’의 중심부에 투입되는데…
피할 수 없는 전쟁! 이 모든 운명을 손에 쥔 제이크!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한 역대급 세계가 열린다!
씨네 pick : 전 세계 흥행 1위의 대작,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미 <에이리언 2>를 통해 시고니 위버와 호흡을 맞춘 이력이 있는데요. 세계적인 거장 감독과 전 세계가 인정한 최고의 액션 여전사 시고니 위버는 <에이리언 2> 이후에도 꾸준히 인연을 유지해왔다고 합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그녀를 캐스팅하기 위해 직접 전화를 걸어 대본을 전달했고, 시고니 위버 역시 그녀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는데요. 이 둘의 조합을 <아바타 2>에서 다시 한번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처럼, 다양한 영화를 통해 그녀만의 이미지를 구축해온 대배우 '시고니 위버'가 pick한 다음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의 개봉을 기다리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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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922억이란 숫자
- 근현대사는 관련 인물들이 실존해 있을 정도로 현재와 밀접한 역사이기에 교과서의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 글로만 읽었던 1212사태가 지금의 60대들이 청년기에 겪은 일이라 생각해 보면 자못 놀랍기까지 하다. 불과 2년 전에 사망한 전두환이 신군부세력으로 정권을 장악하고 훗날 광주민주화운동을 탄압하기까지의 시발점이 된 1212사태가 교과서의 한 줄로 남기에는 애석하다. 영화 <서울의 봄>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하고 아로새겨야 할 역사를 예술을 도구삼아 설파한다.영화 <서울의 봄>은 1212사태를 배경으로 주요 인물들을 실제 인물들의 이름을 조금씩 바꾸어 마치 픽션처럼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줄거리와 주인공들의 이름들을 보노라면 이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기초하였음을 누구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한 마디로 영화 같은 일을 영화로 만든 것인데 주로 아름답게 표현되던 수식어가 이토록 소름끼치는 것이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이 역사적 실화를 기초하여 만들었다는 것이 한탄스럽기까지 하다. 관련인들이 지금까지도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1212사태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영화 <서울의 봄>은 그 현재진행형을 교과서 한편에 문장으로 남겨두지 않도록 애쓰는 노력이자 운동이라 볼 수 있겠다.실화를 기초로 각색한 영화들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온갖 신파를 끼얹어서 마치 눈물을 억지로 뽑아내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영화의 기능을 충실히 만들기만 했을 뿐인데도 피가 거꾸로 솟아날 것 같은 공감을 자아내는 것이다. 영화 <서울의 봄>은 가히 후자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데, 영화가 꽤나 박진감 넘치지만 실은 담백하게 그려내려 애썼다는 것(오진호소령의 이야기는 놀랍지만 실제로도 총을 쏜 박종규 중령과 막역한 사이였다)이 그 이유이다. 배우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 것과 화면분할 연출을 통해서 통화내용임에도 마치 액션장면과 같이 박진감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것 등에서 영화적 재미와 문법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다.다만 극 중 야망과 자격지심 등이 고루 보이던 악역에 비하여 선역으로 표현되는 이태신의 캐릭터가 다소 단편적인 것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긴 러닝타임 내에 주인공들이 수행해야 할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분명히 나아감에 있어 지체할 시간이 없는 것을 보아 이는 실수보다는 감독의 선택에 가깝다. 더불어 이태신을 이순신에 투영한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는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가져왔을 뿐 이태신은 그 당시 존재했어야 하는 올바른 인간상을 함축하였다고 볼 수 있다.영화는 대중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술이다. 영화 <도가니> 등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를 통하여 법이 개정되기도 하며 <남산의 부장들>들과 같은 영화들을 통해 근현대사를 다시 조망하기도 하고 <명량>을 시작으로 한 이순신 프로젝트 등을 통해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인물을 다시금 관객들에게 각인시키기도 한다. 다만 영화는 대중예술이라는 점에서 작품의 완성도가 방해가 되지 않을 때 비로소 관객은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고, 그러한 점에서 보자면 영화 <서울의 봄>은 기능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잘 만든 영화라 할 수 있겠다.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각각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는 이태신과 전두광은 선악으로 대비되면서도 그 시대의 인간군상에 대한 적나라한 분류로도 보인다. 더군다나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에서는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김희성(변요한)이 카메라 셔터를 마치 총성처럼 누르던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극 중 인물들의 이름은 실제 인물들과 다르지만서도 그들의 이력은 실제로 알림으로써 영화 <서울의 봄>은 자신의 마지막 기능을 다하고 막을 내린다.파주에 전두환의 유해가 안치되는 것과 관련하여 파주시장과 시민들은 학살자가 누울 곳은 없다며 적극 반대하는 입장을 내세웠다. (갈 곳 없는 '서울의 봄' 전두광…파주시장 "전두환 유해 안장 결사 반대" - 뉴스1 (news1.kr)) 전두환에게 채 받아내지 못한 922억의 추징금을 가히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화 <서울의 봄>이 쏘아 올린 포탄이 1212사태를 잘 모르는 연령층에게 불씨로 남아 선대가 미처 다 청산하지 못한 과오를 잊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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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남편의 죽은 전 부인... 그녀의 망령이 깃든 저택
내 남편의 죽은 전 부인... 그녀의 망령이 깃든 저택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베카'
최근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전 세계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수가 2억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저도 그중의 한 명이 되었는데요. 앞으로는 종종 넷플릭스 작품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이 첫 번째가 되겠네요. 미스터리, 멜로가 뒤섞여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베카' 입니다.
극 중 화자이자 맥심 드 윈터의 두 번째 부인으로 등장하는 배우 릴리 제임스.
밴 호퍼 부인의 비서 격으로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저녁에 잠드는 것까지 일일이 챙기는 ‘그녀’. 일찍부터 부모님을 여의고 여행 겸 돈을 벌 목적으로 호퍼 부인을 따라다니고 있죠. 이번엔 몬테카를로로 떠나 온 그녀는 그곳에서 한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맥심 드 윈터, 잉글랜드의 제일가는 맨덜리가의 주인이자 작년에 안타깝게도 부인 레베카를 잃은 그 남자를 말이죠.
밴 호퍼 부인은 맥심을 자신의 조카에게 소개하려 그녀에게 레스토랑에 자리를 마련하라고 지시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맥심과 그녀는 첫 만남을 갖게 됩니다. 이후 맥심은 그녀에게 ‘드라이브하러 가자', ‘정원을 걷자'는 쪽지를 통해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요. 밴 호퍼 부인을 속이며 매일 같이 비밀 데이트를 즐기게 되죠.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건 순식간이었습니다.
이를 밴 호퍼 부인이 눈치채지 않을 리가 없겠죠. 사실을 알고 바로 뉴욕으로 떠나자고 하는데요. 이대로 떠날 수 없던 그녀는 맥심의 객실로 찾아가 마지막 인사를 전합니다. 이에 맥심은 그녀에게 자신과 결혼해 맨덜리 저택으로 가자 하죠.
결국 그를 선택한 그녀는 드 윈터 부인의 자격으로 맨덜리 저택에 입성하게 됩니다. 그곳에는 맨덜리가의 집사 댄버스 부인이 기다리고 있었죠. 첫날부터 왠지 모르게 거리감을 두는 듯한 댄버스 부인과 죽은 아내 이야기만 나오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남편 맥심. 그리고 집안 곳곳 레베카의 흔적이 남겨져 있는 으리으리한 맨덜리 저택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이곳에서 사랑하는 남편 맥심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맥심 드 윈터 역의 아미 해머(왼쪽). 여행지에서 만난 그들은 끝내 결혼까지 하게 된다.
‘레베카’라는 이름은 이미 익숙하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영국의 소설가 대프니 듀 모리에 여사가 1938년에 발표한 소설책 레베카가 그 시작이었죠. 이후 연극, 영화, 뮤지컬의 형태로 다양하게 변형되었는데요. 잉글랜드 출신이자 서스펜스의 대가라 불리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이 1940년 처음 미국에 진출해 만든 영화가 이 작품입니다. 그의 영화 중 유일하게 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기도 했죠.
저는 이 작품을 오래전 뮤지컬로 처음 접하게 됐는데요. 소설도, 영화도, 뮤지컬도 모두 보지 못한 분이라 하더라도 이 뮤지컬 넘버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극 중 드 윈터 부인과 댄버스 부인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장면인데요. 레베카를 어렸을 적부터 키우다시피 했던 댄버스 부인이 드 윈터 부인에게 ‘당신은 절대 레베카와 맨덜리 저택의 주인을 대신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하고 있죠.
영화에서는 이 장면을 맨덜리 저택의 ‘거울의 방', 레베카의 침실에서 대화하는 장면으로 처리했는데요. 사면이 다 거울인 방에서 감정이 격해져 울먹이며 말하는 드 윈터 부인과 다르게 조용하지만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하는 댄버스 부인은 뮤지컬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맨덜리가의 집사로 등장한 댄버스 부인 역의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위).
주의 깊게 본 분이라면 눈치채셨겠지만 영화에 단 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으면서 가장 많이 불리는 ‘레베카'는 영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면서 이름으로는 불리지 않는 ‘그녀’와 묘하게 대비되기도 하는데요.
이 영화의 화자이며 ‘막심 드 윈터 부인’이라 불리는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짜 이름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반 호퍼 부인의 비서였을 땐 그저 ‘얘' 아니면 ‘저기'로 불렸고, 맥심과 결혼한 후에는 ‘드 윈터 부인'이라 불렸죠. 자신보다 남을 위해 살아왔던, 어쩌면 끌리면 끌리는 대로 살아왔던 그녀가 레베카와 댄버스 부인, 맥심 사이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면서 점점 강인한 여성으로 성장해나갑니다.
이런 그녀의 심리 변화와 함께 원작 또는 동명의 영화, 뮤지컬 등을 먼저 접하신 분들이라면 그와 비교하면서 감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수리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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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맨 앞에 있었으나 조명되지 않았던 예술가들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 올데이시네마 상영작
*시놉시스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폴 매카트니, 피터 가브리엘 등 세계 최고 뮤지션들의 앨범 커버를 만든 디자인 스튜디오 ‘힙노시스’. 영감에 한계가 없던 두 천재 디자이너의 무모한 작업 스토리, 그리고 시대의 아이콘이 된 명반들의 탄생 뒷이야기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은 음악이 상품이 아닌 예술이던 시대, MTV가 도래하기 이전 음악이 메시지를 던질 수 있던 시대, 록 음악이 가장 대중적이던 시대를 살아간 예술가 이야기다. 그러나 뮤지션의 이야기는 아니다. 핑크 플로이드와 레드 제플린, 폴 매카트니가 협업하고 싶어 한 LP 커버 예술가 ‘힙노시스’의 이야기다.
스톰과 포 두 사람이 힙하고, 쿨하고, 지혜롭고, 현명하다는 단어의 글자 일부를 따서 설립한 힙노시스는 LP 커버 이미지를 전문으로 제작한 회사다. 더불어 당시 사람들이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던 LP 커버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회사다. 골방에 모여 수다를 떨고 술을 마시고 마약을 하던 이들이 예술가가 되던 시대, 스톰과 포 역시 이들과 같은 궤적을 따라 LP 커버의 세계로 진입했다. 영화는 힙노시스가 걸어온 파격적 예술의 궤적을 당사자, 그들과 협업한 뮤지션의 회고를 통해 복기한다. 앨범과 커버의 ‘의미’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 지금, 음악과 커버로 메시지를 던지며 매 순간 혁신을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매력적인 흡인력을 뿜는다. 커버 방향성을 놓고 비틀즈와 자존심을 건 신경전을 벌이는 대목은 스톰과 포가 어떤 태도로 커버 작업에 임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1968년부터 록의 시대가 저문 80년대까지 전성기를 구가한 힙노시스는 록의 쇠락과 함께 커리어의 절정에서 수직 낙하했다. 그리고 다시는 이전과 같은 명성을 누리지 못했고 록 음악 팬들의 기억 속에서만 예술적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시대의 변화에 더는 힙하고, 쿨하고, 지혜롭고, 현명할 수 없었던 이들은 되돌릴 수 없는 실패로 예술의 역사에서 퇴장했다. 고급 예술품을 소장할 수 없는 ‘가난한 이의 미술 소장품’이자 앨범 정체성의 표현으로서의 LP/커버의 시대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누군가에게는 향수를, 누군가에게는 ‘이야기’가 된 지난 시절의 매력에 몰입시켜줄 영화다. 표지가 갖는 중요성이 점차 중요해지는 도서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음악과 LP 커버를 동등한 예술로서 존중하는 영화의 태도가 인상깊기도 했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 비프의 올데이시네마에서 이 영화가 상영된 후, 호밀밭 출판사 장현정 대표의 사회로 장정일 작가와의 대담이 진행되었다. 대담에서 장정일 작가는 자신이 록과 팝을 거쳐 재즈에 입문하게 된 과정을 영화와 연계해 들려주었다. 그는 80년대가 민중 문화의 시대라는 것은 이데올로기적으로 가공된 현실일 뿐이라 일갈했다. 대학 운동권은 ‘탈춤’과 ‘김민기’를 시대의 문화로 제시했지만, 정작 ‘민중’들은 고고장에서 춤을 추었고 나훈아와 이미자를 들었다. 록과 팝은 대학에서 드러낼 수 없는 ‘죄스러운’ 취향이었다. ‘의식’이 부재하다는 가혹한 비판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때문에 장정일 작가는 자신이 대학을 경유해 팝과 록을 듣지 않은 것은 커다란 축복이었다고 회고한다. 대학에 진학했다면 ‘민족 문화’의 세례에 굴절된 상태로 팝과 록을 뒤에서만 몰래 즐길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후 영국의 풍요와 반항을 대변하는 음악이 한국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감상되었나에 관한 장정일의 설명은 그 문화를 향유했거나 사후적으로 회고하는 모두에게 문화의 수용에 둘러싼 물음을 촉발한다. 장정일의 해설은 낭만적 흡인력의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에 ‘제3세계’를 둘러싼 권력관계를 더해 낭만 이면의 다층적 맥락에 주목하게 한다.
*영화 매체 〈씨네랩〉 초청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후 작성한 글입니다.
*커뮤니티 비프 관련 정보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biff.kr/kor/addon/10000001/page.asp?page_num=8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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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고통스러워도 죽음이 있기에 그 고난도 끝이 있는 법이다.
세상의 모든 물질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삶과 죽음은 공존하면서부터 모든 생명체에게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법칙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고 죽음이란 목적지에 굴복하고 말지만 더 가지기 위해 남들보다 노력하고 경쟁하며 필사적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영화 <숨>은 인간의 근본적인 물음인 죽음에 대해 깊게 성찰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장례지도사는 매일 장례식을 치루기 전에 망자들의 육체를 염을 하며 그들의 생전 모습을 관찰하곤 한다. 사람들이 60대가 돼서 찾아올 때 두 부류가 있는데 부자는 더 가져가지 못해서 괴로워하며 경직되어 죽어간다는데 가난한 자는 편히 극락 간다고 한다. 그럼에도 장례지도사들은 매일매일 시체들을 어루만지고 닦고 하여 죽은 자의 넋을 기린다.
원래 인간의 삶은 고통인 걸까? 넝마꾼이라는 파지를 하루 종일 주워 생활을 하는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가슴이 뭉클했다. 그 할머니는 한때 사업에 성공했지만 어느 날 사업의 실패로 인해 남의 집 지하에 살며 하루를 근근이 벌어먹는 삶을 살고 있는데 넝마꾼이라는 단어가 주는 그 의미가 할머니의 말대로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삶을 말하는 듯했다.
빌어먹을 삶도 인생이지만 할머니는 꿋꿋이 파지를 주워 하루 1000원 안팎의 돈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렇지만 전기세와 가스비도 내지 못하는 실세이다.
인생도 쉼이 필요하다. 장례지도사는 자신의 아내와 함께 장례 일을 매일 하면서 쉬는 날이 업었다고 한다. 하늘도 바라보고 나무도 바라보고 자연 풍경도 느끼고 싶었다고 한다. 부부는 절에 가면서 그동안 살아왔던 세월의 의미들을 되새긴다. 죽음을 어떻게 바라볼지 현명한 죽음은 무엇이고 어떤 게 잘 죽는 건지 말이다. 그런데 장례지도사 부부도 여러 생각들을 했는데 나이 80이 되면 내가 해볼 것 다 해보고 살았는데 굳이 삶을 연명할 필요가 있냐고 서로 묻는다.
장례지도사 부부가 말하길 인간의 일부만 자신의 과업을 알아 행하고 죽지만 대부분은 모르고 살며 죽는다고 한다. 그래서 삶이란 그 목적을 모르는 여정이라고도 한다.
영화 <숨>에 불교, 기독교 같은 종교가 등장하는데 대중적인 인류의 종교이자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있는 걸 알려주는 사후 보험이다. 넝마꾼인 할머니도 자신의 죽음 이후에 하느님이 지으신 천국의 큰 집에 들어간다는 믿음을 목사로 통해 듣고 지금은 매우 힘들게 살고 있지만 사후에는 그렇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굳건히 한다.
불교를 믿는 장례지도사 부부도 인간의 욕심과 허영심이 고통을 낳는다고 보고 조금 더 내려놓는 삶과 남들과 함께하는 인생을 살아가고자 불상 앞에 다짐한다.
인간이 죽고 고스란히 떠난 흔적은 누가 치울까? 그 흔적들과 부패물을 치우는 유품정리사는 그 현장을 목격하며 청소하고 그 집을 다시 사람이 살 수 있게 만들어 놓는다. 고인의 마지막 흔적을 지우면서 고인이 간직한 것들을 유족들에게 넘겨주는 유품정리사를 보며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죽음과 오랫동안 방치된 죽음이 엄청 많다고 생각했다.
유품정리사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그런 죽음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는 것과 그런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이 고인에게 주는 눈초리들을 치워주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서 장례지도사의 마지막 대사가 생각났는데 권력을 행사하며 잘 사는 사람이든 평범한 사람이든 못난 사람이든 어느 사람이건 결국 죽으면 작은 관에 자리된다는 대사이다. 어차피 죽음 이후까지 모든 것을 못 가져가면서 어느 사람들은 남들 것을 빼앗고 누려왔었나? 그 사람들마저 죽으면 자신이 가진 것마저도 가져가지 못하는데 정작 자신들은 평생을 자만하고 있을까?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그래서 삶도 고통스럽지만 죽음이라는 마지막 목적지가 있어 그 끝을 평안하게 보낼 수 있는 게 아닐까라고 필자는 생각했다. 사후세계는 아무도 모르지만 <숨>을 보며 인간의 모든 것이 살기 위하고자 함이고 죽음의 공포를 방지하기 위해 더 나은 세상이 있다고 믿는 게 아닌가 싶다.
죽음은 인간의 가장 큰 평안이자 불멸의 안식처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써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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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백으로 물드는 사랑, 영화 <로마>
- 로마 (Roma, 2018)
제작 : 멕시코, 드라마 │ 감독 : 알폰소 쿠아론
출연 : 얄리차 아파리시오(클레오), 마리나 데 타비라(소피아)
등급 : 15세 관람가 │ 러닝타임 : 135분뛰어난 색감 구현이 가능한 컬러영화 시대에 흑백영화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흑백영화인 <로마>를 보았을 때, 색을 볼 수 없으니 왠지 답답할 것 같다는 의구심이 들었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영화가 끝날 때까지 단 한차례도 답답함 같은 건 느끼지 못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흑백판으로 다시 개봉된 바 있고, 이준익 감독의 <동주>와 <자산어보>는 아예 흑백으로 제작되었다. 이에 대해 두 감독은 비슷한 이야길 한다. 봉준호 감독은 “색이 없으면 텍스쳐에 더 집중할 수 있다”라고 했으며, 이준익 감독 역시 “현란한 컬러를 배제하면 물체나 인물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형태가 더욱 뚜렷하게 전달된다”라고 말한다. <로마> 역시 그러했다. 이 놀라운 흑백영화가 다시 컬러판으로 재상영한다고 하면 이제는 왠지 배신감이 들 것 같을 정도다.
<로마>는 우리가 아는 이탈리아의 수도, 그 로마가 아니다.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동명의 작은 지역을 가리킨다. 그곳은 멕시코 출신의 감독 ‘알폰소 쿠아론’이 자란 곳으로, 영화는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의 멕시코, 즉 알폰소 쿠아론의 어린 시절이 담긴 자전적 이야기이다.
감독의 어린 시절에는 두 명의 여인이 있었다. 자신을 낳고 기른 엄마 ‘소피아’. 그리고 엄마 못지않게 자신을 사랑으로 보살폈던 여인 ‘클레오’. 중산층에서 태어난 그의 집에는 입주 가정부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극 중의 ‘클레오’라는 멕시코 여성이다.
가정부 클레오가 집을 이리저리 치우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네 명의 아이들과 엄마 아빠 할머니, 그리고 분명히 그들이 고용한 고용인이지만 어쩐지 가족처럼 친밀해 보이는 클레오까지. 화목해 보이는 이 중산층이 그려질 때만 해도 영화는 따스하기만 했다.
어느 날 아빠는 해외로 출장을 떠나게 되는데, 엄마 소피아가 떠나는 아빠의 등을 움켜잡고 울먹이는 게 왠지 심상치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길로 아빠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아빠에게 새 연인이 생겼고, 그래서 다시는 이 가족을 보러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우리 관객들은 알 수 있었는데, 천진한 아이들은 미처 이 상황을 모른다. 그 모습이 너무도 마음 아팠다.
그 무렵 가정부 클레오는 만나던 남자의 아이를 갖는다. 그러나 비겁한 남자는 이 사실을 알고 자취를 감추었다. 영화관 앞에 앉아 도망간 남자를 기다리는 클레오의 모습은 얼마 전 소피아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마찬가지로 그 남자도 돌아올 일은 없겠지. 온기가 맴돌던 집안에 남겨진 두 명의 여자. 과연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때는 1970년대다. 가장이던 남편이 떠난 후 네 명의 아이를 홀로 책임져야 하는 그 시절 여성의 삶은 너무도 막막하다. 내 뱃속의 애를 부인하고 내뺀 그놈 앞에 유전자 검사결과지를 뿌리며 인생을 조져주겠다는 용기도 쉬이 내기 힘들던 시절이다. 소피아는 양육비도 주지 않는 남편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일을 구하고, 클레오는 비록 아빠는 없지만 뱃속의 아이를 낳을 생각으로 지낸다. 두 여성의 삶이 그 암흑 같던 시절에 얼마나 버거웠을지는 감히 헤아리기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다행으로, 그 돌풍 속에서도 아이들만큼은 아버지의 부재를 크게 실감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 이유는 당연히도, 아버지의 자리를 메우는 두 여성의 눈부신 애정이 있었기 때문. 관객들은 알고 있었다. 그녀들만큼은 이 아이들, 이 집을 떠나지 않을 거란 걸. ‘부모와 아이들’로 구성되어있던 한 가족은, 그렇게 점차 ‘두 엄마(소피아와 클레오)와 아이들’이라는 새로운 가족형태로 자리 잡아가고, 고용주-고용인 관계였던 소피아와 클레오의 관계도 여성 간의 연대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아이들의 아버지가 자신의 물건을 챙기러 집에 들르기로 한 날, 가족은 여행을 떠난다. 물론 여기서의 가족은 엄마 소피아와 가정부 클레오 그리고 아이들이다. 제법 단단해진 엄마 소피아는 저녁을 먹으며 아이들에게, 이제 아빠는 오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아이들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말. “아빠가 더는 우리를 안 사랑하세요?” 아니, 많이 사랑하시지. “그럼 언제 볼 수 있어요?” 그건 엄마도 몰라.
경제적 지원마저 끊은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여야 했을 아이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 당시 쿠아론 감독은 고작 열 살이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왜 돌아오지 않는지, 넷 씩이나 자식을 낳아놓고도 왜 돈을 보내주지 못하는지, 아이들도 소피아도 나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런 비정한 남자를 대신해 그 옆에 앉아 아이들의 밥을 먹이는 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클레오다.
여행의 마지막 날. 아이들은 다소 파도가 거세 보이는 바다에서 수영을 한다. 위험하니 깊은 곳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은 영 듣지 않으며. 결국 아이들은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지고, 이를 지켜보던 클레오가 놀라 성큼성큼 바다로 들어간다. (클레오는 이 여행을 오기 전, 멕시코 독재정부를 타도하는 시위대가 정부의 총격에 맞아 학살당하는 것을 보고 유산을 했다.) 그녀는, 죽을 뻔한 아이를 건져내고는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그때 달려온 엄마 소피아는 그녀와 아이들을 부둥켜안으며 이렇게 말한다. “클레오, 우린 너를 사랑한단다. 정말로 사랑한단다.” 유산한 클레오의 곁에 있던 것도, 그 남자가 아닌 고용주 소피아와 그 가족들이었다.
그야말로 눈물이 주룩주룩. 지켜주겠다고 맹세했던 이 두 여인의 남자들은 어디 있는가. 바닷가에서 두 여인과 아이들이 오랫동안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을 보며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그들은 여지없는 분명한 가족이었다. 텍스트에 집중할 수 있다는 건 이런 것일까. 이 영화에는 색감뿐 아니라 음악도 없는데, 영화의 매력적인 두 요소가 빠졌다는 게 정말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사랑이라 표현하긴 진부하고, 가족애라 표현하기엔 편협한 어떤 커다란 감정이, 오로지 이 영화를 채우는 전부다. 하지만 모자람을 느낄 겨를 따윈 없다는 거.
새소리로 지저귀며 끝나는 이 영화의 엔딩을 통해, 쿠아론 감독이 두 여인의 사랑 속에 얼마나 따뜻한 삶을 살아왔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가족은 다시 그들의 일상을 영위해나간다. 아이들은 할머니에게 바다에서 빠져 죽을 뻔한 이야기를 전하고, 클레오는 유산 후의 실어증을 극복하며, 소피아는 새로운 직장과 새로운 삶을 꿈꾸면서.
오늘날 우리에게 알폰소 쿠아론이라는 명 감독을 선물해 준, 감독의 두 여인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 그녀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알폰소 쿠아론이 없었을지도 모르니까. 그녀들은 과연 엄마이자 아빠였고, 그 사랑은 가족애라는 개념을 넘어선 연대정신이었다. 쿠아론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들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묵직하고 다정한 시선은, 자신을 키워낸 여인들의 그 따스한 품에서 피어났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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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많은 여성 예술가는 어디로 갔을까?
‘힐마 아프 클린트’. 이 예술가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서양미술사와 친하지 않은 이들은 물론, 이 분야에 박식한 사람들도 이 예술가의 존재를 알리 없다. “20년 동안 내 작품을 공개하지 마라”라는 유언으로 100여 년간 미술계에서 사라졌다가 이제야 세상에 나온 화가이기 때문. 실제 존재했던 예술가임에도 왜 우리는 그녀의 존재를 이제야 알았을까? <힐마 아프 클린트-미래를 위한 그림>은 그 이유를 소개하는 작품이다.
다큐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스틸 /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한 여성 예술가는 이런 유언을 남긴다. “20년 동안 내 작품을 공개하지 마라!” 이후 100년 동안 그녀의 작품은 봉인되었다. 이후 1,500여 점의 그림과 2만 6천 페이지의 작업 노트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19세기 말에 활동한 힐마 아프 클린트라는 이름의 독일 예술가의 이야기다. 칸딘스키, 몬드리안보다 앞서 추상회화를 선보인 이 여성 예술가의 등장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미술사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다큐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스틸 /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힐마 아프 클린트-미래를 위한 그림>은 알려지지 않았던 한 여성 예술가의 작품과 삶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다. 귀족 가문 출생 엘리트로서, 꾸준히 그림을 그린 힐마는 추상회화의 선구적인 역할을 한 예술가다. 그녀의 추상회화 시작점은 19세기 말 과학이 발전한 시대상에 있다. 과거 기독교적 관점에서 벗어나 원자, 우주 등 과학의 발달로 인해 더 넓은 세계가 펼쳐진 상황 속에서 그녀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창조한다.
단순히 북유럽 자연의 아름다운 경관을 그리는 게 아니라, 그 자연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의 것들을 그려내는 것에 집중한다. 그녀의 그림을 보면 나선형, 원형의 선과 면이 특징인데, 생명체의 본질을 우주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이를 그림으로 옮기려는 부분이 돋보인다. 더불어 신지학 운동 등의 영적 연구까지 예술로 승화하려는 힐마의 노력도 나온다.다큐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스틸 /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다큐는 단순히 알려지지 않은 여성 예술가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데 그치지 않는다. 왜 그녀가 살아 생전에 빛을 보지 못했고, 이제야 그녀의 이름과 작품이 알려지게 되었는지 소개한다. 19세기 말. 힐마 또한 그 시대를 산 여성들처럼 양지가 아닌 음지의 삶을 살아간다. 능력이 있고, 누구보다 자신만의 특색을 담은 작품을 그렸지만, 사회는 그녀의 진출을 반기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갤러리에 전시해야 하고, 예술적 동지들과의 교류가 활발해야 하는 등 제반 여건이 갖춰져야 했는데, 힐마에겐 그런 기회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물론, 고흐 등 사후에 인정받은 예술가들도 있지만, 힐마의 경우에는 ‘가난’이 아닌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기회가 박탈되었다는 차이가 있다.다큐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스틸 /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감독은 힐마가 남긴 작업 노트와 그녀의 작품과 자료를 보관하고 있었던 조카의 증언을 토대로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한 예술가의 고뇌와 좌절을 소개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미술 및 미술 산업 관계자들을 통해 과거 재능있는 여성 예술가들이 많았지만, 주목받지 못하고 아스라이 사라진 이유, 그리고 힐마 아프 클린트의 출현으로 서양미술사는 다시 작성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전한다.다큐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스틸 /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런 점에서 ‘미래를 위한 그림’이란 부제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그녀의 그림이 시대를 앞선 추상회화라는 점에서의 ‘미래’라는 의미는 물론, 과거와 달리 앞으로 더 많은 여성 작가가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길 바라는 ‘미래’라는 의미도 느껴진다. 힐마 아프 클린트 뿐만 아닐 것이다. 과거 사회의 장벽에 부딪히면서도 자신의 작품 세계를 견고하게 가져갔던 여성 예술가들은 지금도 누군가 그 봉인을 풀어주기를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아무쪼록 이 작품이 그 봉인의 첫 열쇠가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말: 힐마 아프 클린트의 작품은 영화에서도 사용되었다. 아리 에스터 감독의 <미드소마> 중 춤추는 주민들의 동심원은 힐마 아프 클린트의 그림에서 착안되었고,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퍼스널 쇼퍼>에서도 작가의 그림이 등장한다. 이 다큐를 보고, 힐마 아프 클린트 작품에 매료되었다면 두 영화를 만나보길 바란다. 더불어 과거 인정받지 못한 여성 예술가의 고뇌를 담았다는 점에서 다큐 <밤쉘>도 함께 보는 걸 권한다.
평점: 3.0 / 5.0
한줄평: ‘그 많은 여성 예술가는 어디로 갔을까?’에 대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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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탕웨이의 연기가 돋보이는 원더랜드 속 감정 🌟 #영화원더랜드 #탕웨이 #영화리뷰
안녕하세요! 레빗구미입니다!
🐰✨ 오늘은 김태용 감독의 신작 '원더랜드'에 담긴 세 가지 감정을 알려드립니다. 🎥🍿
이번 원더랜드의 평가가 좋지는 못한 상황인데요. 😢🔍
영화 속에 담긴 감정은 잘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저와 함께 영화 속에 담긴 감정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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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손오공5: 대신후> 예고편
최후의 결전이 다가온다!
하늘에서 떨어진 불덩어리로 세상에 대화재가 일어나고
손오공은 의문의 사내에게 받은 상자로 인해 10년의 시간을 거슬러 미래에 도착하게 된다.
변해버린 동료들과 요괴들에 의해 폐허가 되어버린 세상.
그곳에서 손오공은 10년 후의 자신을 만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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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레일로드 워> 메인 예고편
작업반장 ‘마위안’(성룡)은 함께 일하는 철도 노동자들과
항일 게릴라군 ‘비호’를 결성해 활동 중이다.
어느 날 대원들은 부상당한 팔로군 병사 ‘다궈’(왕대륙)를 숨겨주고
그들이 완수하지 못한 항일 작전에 대해 듣게 된다.
평생에 한번 큰일을 해내고 싶었던 ‘마위안’과 대원들은
팔로군의 임무를 대신 수행하리라 결심하는데…
자, 드디어 큰일 한번 해보자!
‘비호’의 대담한 전쟁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