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3-24 15:32:06
3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백설공주> 아쉬운 흥행 성적, 뒷심 발휘할 수 있을까

디즈니의 새로운 프린세스 실사영화 <백설공주>가 북미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에 왕좌에 올랐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백설공주>는 북미에서 4,300만 달러, 해외에서 4,43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세계 개봉 수익 8,739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습니다.
당초 1억 달러 이상의 글로벌 오프닝 수익을 기대한 바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입니다.
2억 7,000만 달러의 높은 제작비로 흑자 전환을 위해서는 최소 7억 달러 이상을 벌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연 <백설공주>도 앞서 개봉했던 디즈니의 실사영화 <무파사: 라이온 킹>처럼 무서운 뒷심을 보여주며 안정적인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한편, 케이트 블란쳇, 마이클 패스벤더가 주연으로 나선 <블랙 백>은 개봉 2주 차에도 한 단계 더 올라서며 북미 박스오피스 2위에 안착했습니다.
개봉 주말 대비 42% 감소에 그치며 꾸준한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시 순위권에 돌아온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현재까지 전 세계 4억 80만 달러를 벌어들여 올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중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1억 8,000만 달러에 달하는 제작비를 고려하면 기대만큼의 흥행 성적을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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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듦을 인정하며 완성되는 사랑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꽃다발의 의미
- 달라진 신발과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책장
- 이어폰과 함께 듣는 음악의 의미
- 엔딩 결말 해석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We Made a Flower Bouquet, 2021)
시듦을 인정하며 완성되는 사랑
개봉일 : 2021.07.14.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로맨스, 드라마
러닝타임 : 124분
감독 : 도이 노부히로
출연 : 아리무라 카스미, 스다 마사키, 키요하라 카야, 호소다 카나타, 오다기리 죠, 토다 케이코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없음
각자 다른 꽃을 꺾어 이리저리 배치하고 꾸미면 예쁜 꽃다발이 하나 완성된다. 색, 질감, 가지의 길이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다발 안 꽃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그것들이 원래부터 하나의 덩어리였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이런 꽃다발처럼 보이는 사랑을 한 청춘 남녀의 이야기다.
무기와 키누는 막차가 임박한 지하철역 앞에서 처음 만난다. 서로 부딪히며 삐끗하는 바람에 두 사람은 막차를 놓치고, 어쩌다 보니 개찰구 앞에 있던 직장인 두 남녀와 함께 바에서 첫차를 기다리게 된다. 무기는 딱히 공감할 수 없는 직장인 남녀의 대화를 불퉁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키누는 무기의 말과 표정에 흥미를 느낀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각자의 길로 찢어지려던 찰나. 공통점 하나로 말문을 트게 된 두 사람은 서로가 운명임을 직감한다.
무기와 키누가 생각하기에 둘은 서로 공통점이 너무도 많았다. 처음 만난 날 같은 신발을 신고 있었고, 같은 작가를 좋아하고 같은 책을 읽었고, 같은 뮤지션을 좋아했으며 같은 날의 공연 표를 사놓고 가지 못한 것까지 똑같았다. 두 사람은 첫차가 올 때까지 쉼 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고 다음을 약속한다. 그리고 상대의 사소한 행동에 설렘과 특별함을 느끼며 연인이 되고 나의 일부를 꺾어내 ‘똑닮은 우리’라는 하나의 꽃다발을 만들어간다.
무기와 키누는 이 꽃다발이 조화롭고 완벽하다고, 이대로 평생 가슴에 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뿌리를 내리며 자라나는 화분 속 꽃과는 다르게 흙도 뿌리도 없는 꽃다발 속에 자리 잡은 꽃들은 각자의 속도로 시들기 시작하고 두 사람은 시들어가는 우리를 느끼며 이별을 생각한다.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다발, 영원한 사랑은 없다는 말을 이렇게 오목조목 곱상하게 펼쳐내는 영화는 생각보다 흔치 않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누군가의 이상행동, 문제를 만드는 제3자, 슬픔을 극대화하기 위한 과잉 감정 등 호불호 포인트가 될만한 것들을 싹 배제한 채 최대한 담백하게 사랑과 이별의 순간을 그린다.
시간의 흐름에 올라탄 연인
달라진 신발과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책장
아르바이트와 학교 성적 유지 정도의 비교적 무겁지 않은 책임만 주어지는 나이에 만난 두 사람은 시간이라는 불안정한 흐름에 함께 올라탄다. 이들은 키누가 학교를 졸업할 때쯤, 부모님의 압박과 취업 문제, 작은 경제적인 문제를 맞이하지만 그것 또한 나름의 로맨스로 승화한다.
취업을 못해 집안에서 눈엣가시가 된다면 집을 나와 함께 살면 되고, 집이 역에서 멀면 커피 한 잔을 사들고 행복한 데이트 코스로 만들면 된다는 식으로.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점점 깊어지고 무기와 키누는 연인을 위해, 우리의 미래를 위해 잠시 꿈을 접어두고 현실에 몰두하게 된다.
취업만 성공하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거라 생각했지만 두 사람 사이의 간격은 더 멀리 벌어진다. 두 사람이 한 프레임 안에 담기는 장면들이 점점 줄어들고 키누는 거실 창문 너머에, 무기는 방 창문 너머에 담기는 장면들이 많아진다. 말하지 않아도 늘 함께 신었던 흰색 스니커즈는 문 안을 바라보다 문 바깥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끝내 사라져버린다. 흰색 스니커즈가 있었던 자리엔 다른 모양새의 구두 두 켤레가 어색하게 자리하고 있다.
무기는 ‘돈이 없으면 키누에게 밤일을 시켜보라’는 선배의 말에 자극을 받아 열심히 취업을 준비했지만 막상 취업을 하고 나선 키누에게 마음을 주지 못한다. 키누에게 상처를 줬던 딱딱한 면접관을 욕하던 그는 어느덧 그 면접관처럼 이마무라 나츠코의 ‘소풍’을 읽어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키누에게 상처를 준다. 일에 휩쓸리던 무기는 학생 때처럼 영화, 책, 게임을 사랑하는 키누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몇 번의 갈등이 생긴다. 이때 각자의 자리에 앉은 두 사람 사이엔 한때 즐거운 마음으로 공유했던 거대한 책장이 버티고 있다.
키누는 새로 나온 만화책이나 함께 보기로 했던 연극 등 예전에 무기가 좋아했던 것들을 주제로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가려 노력하지만 무기는 키누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일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키누는 이런 무기 앞에 앉아 빨래를 개고 옷장 안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그 빨래와 함께 섭섭한 마음도 함께 접어 넣는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랑이 완성되는 과정
하나의 이어폰을 나눠 쓰던 두 사람
오프닝신에 나온 무기와 키누는 “이어폰 하나를 나눠 끼고 듣는 건 둘이 다른 음악을 듣는 일”이라며 분개한다. 음악은 최소 스테레오 채널(2채널)로 구성되어 있는 콘텐츠라 왼쪽, 오른쪽에서 나오는 각자 다른 소리를 같이 들을 때만 그 음악을 제대로 들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도 그렇다. 사랑은 모노 채널이 아니다. 연인이라 하여 사랑에 대해 똑같은 생각을 할 순 없다. 다른 채널에 있는 연인이 어떤 사랑을 원하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고려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노력한 것만 이야기한다면 그 사랑은 온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처음 고백하던 날, 무기와 키누는 한 이어폰을 끼고 레스토랑 점원 포린의 음악을 듣는다. 어렸던 무기와 키누는 한 이어폰으로 같은 음악을 듣고 ‘무기와 키누의 사랑’이라는 똑같은 꿈을 꾸며 노력한다.
무기는 키누를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회사에 취업한다. 키누도 무기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취업을 하고 무기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취미 생활을 공유하려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연인이 어떤 사랑을 원하고 있는지, 그가 이 사랑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진 헤아리지 못한다.
무기와 키누는 첫 만남부터 수많은 공통점을 공유했기에 자연히 연인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의 생각을 들여다보기보단 무기는 키누가, 키누는 무기가 취업, 지인의 죽음, 시간이라는 변화 앞에서 자신과 같은 태도를 취하길, 같은 결말을 바라길 기대한다.
하지만 무기와 키누는 많은 부분이 닮은 타인일 뿐, 동일한 존재가 아니다. 무기는 키누가 열광했던 미라전을 무서워했다. 미라전을 보고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대화를 나눌 때, 키누는 전시회 도록을 펼치며 흥분한 듯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무기는 애매한 표정으로 키누의 말을 듣다가 점원이 오자마자 재빠르게 미라로 가득한 도록을 덮어버린다. 키누는 무기의 가스탱크 영상을 보다가 깜빡 잠들어버린다. 무기는 키누가 가장 재밌는 장면에서 1시간 동안 잠들었다며 아쉬워한다. 두 사람은 이러한 사소한 다름을 알아채지 못하고 나와 다른 연인에 오래도록 실망하고 슬퍼한다.
무기와 키누는 솔직한 대화를 나누며 이별을 결정한다. 그리고 ‘똑닮은 우리’에 대한 기대감을 내려놓고 한층 가벼워진 마음으로 미라전과 가스탱크에 느꼈던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한다. 두 사람은 지금껏 듣지 못했던 다른 채널에 담긴 소리를 들으며 ‘무기와 키누의 사랑’이라는 꿈의 마지막 소절을 완성한다.
시간이 지나며 무기와 키누의 꽃다발은 싱그러움을 잃어갔지만 그 과정은 전혀 추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르고 시들어갔다기보단 완성되었다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말이다. 두 사람은 아름답게 말라붙은 우리라는 꽃다발과 함께 펼쳤던 베란다 커튼을 뜯어 정리하고 각자의 길로 향한다.
이별 후 두 사람은 각자의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듣고 다른 이와 각자의 연애를 이어간다. 현재의 연인은 음악을 듣는 방법부터 나와는 다른, 옛 연인처럼 나와 똑 닮았다고 말할 순 없는 사람이지만 무기와 키누는 그들을 통해 조금 더 성숙하고 현실적인 사랑을 찾는다.
사랑한다고 꼭 하나의 이어폰을 갈라 같은 음악을 들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연인과 다른 음악을 듣고 다른 목표점을 가진 사랑을 하더라도 나의 것을 그에게 들려주고 그의 것을 이해하며 사랑하는 것. 그것 또한 사랑임을. 무기와 키노는 어린 사랑의 끝에서 그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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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경삼림 리뷰 / 重慶森林 / ChungKing Express
중경삼림 / 重慶森林 / ChungKing Ex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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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1994년 홍콩,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
만우절의 이별 통보가 거짓말이길 바라며 술집을 찾은 경찰 223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술집에 들어온 금발머리의 마약밀매상
"그녀가 떠난 후 이 방의 모든 것들이 슬퍼한다"
여자친구가 남긴 이별 편지를 외면하고 있는 경찰 663
편지 속에 담긴 그의 아파트 열쇠를 손에 쥔 단골집 점원 페이
네 사람이 만들어낸 두 개의 로맨스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방법에 대한 독특한 상상력
- 네이버 영화
/ 감상 /
; 첫번째 이야기 ;
경찰 223과 마약밀매상의 이야기.
경찰223은 과거의 연인에게 실연을 당했지만, 이 사실을 부정하며 4월 1일부터 본인의 생일인 5월1일까지 매일 유통기한이 5월 1일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구매한다.
그녀와의 이별을 만우절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부정하는 모습이다.
그녀가 돌아올거라고 믿고 싶은거다.
그러나 용기내서 그녀에게 전화를 했을 때, 그녀가 아닌 다른 남성이 전화를 받았고
그 일을 기점으로 본인이 알고 있지만 계속 부정하고 싶었던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슬픈 현실을 극복하기위해 여태껏 모아왔던 파인애플을 먹어치운다.
무려 30개나 되는 파인애플을 말이다.
영화에서 223은 파인애플을 먹으며 작은 미소를 띄고 맛있게 먹는듯 보인다.
하지만 사실 그 슬픔을 본인의 방식으로 극복하고 싶어서 꾸역꾸역 삼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파인애플을 다 먹어치움으로써 그녀를 다 잊어버린듯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꾸역꾸역 먹은 파인애플들을 결국 모두 다 개워냈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의 마음속에는 그녀가 남아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가 파인애플을 먹을때 그의 옆에 어항이 있다.
그 어항은 그의 눈물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그가 그녀를 상징하는 파인애플을 먹으며 웃고있지만 사실 그의 마음속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으며 어항에 물이 갇혀있는걸로 보아 그가 억지로 눈물을 참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술집에서 만난 마약밀매상에게 파인애플을 좋아하냐며 질문을 한다.
이 질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말로만 새로운 사람을 사랑할 것이라며 다짐하였지 사실 아직도 전 애인을 잊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와의 만남 이후, 223은 마약밀매상과 함꼐 호텔로 향한다.
지쳐 쓰러져버린 그녀를 차마 깨우지 못하고, 그녀의 구두를 닦고 떠나는 223.
본인과 같이 실연당한 그녀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마음이 돋보였던 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실연을 잊기 위해 비오는 날 조깅(이라하지만 달리기)를하는 223.
쏟아지는 빗속에서 조깅을 하는 그의 모습은 이제서야 본인의 감정에 솔직해진 그의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았다.
쏟아지는 빗물이 그의 눈물 같았다.
이후 본인의 삐삐까지 버리며 그녀의 흔적을 모조리 지워버리기로 다짐하는 223.
그러나 그의 삐삐에 새로운 알림이 온다.
받아보니 마약밀매상이 전하는 생일축하메세지.
이 메세지를 받고 좋아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본인에게 새로운 '영원한' 사랑이 시작될 것 같다는 설렘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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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첫번째 이야기에 나오는 223은 영원한 사랑의 존재를 믿고, 사랑에 목마른 풋풋한 청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본인이 믿고 싶었던 사실을 부정당해 상처 받는 여린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실연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슬픔을 억지로 참아내고 극복하려고 하는 모습이 괜시리 짠했다.
파인애플씬에서 본인의 감정과 대조되는 그의 행동을 생각하면 약간 눈물이 날 것 같다..
; 두번째 이야기 ;
경찰 663과 페이의 이야기.
매일 같은 식당에서 같은 메뉴를 먹던 663.
그러다 주인장에게 새로운 메뉴를 시도해보라는 권유를 받았고,
그 권유에 다라 피시앤칩스를 구매한다.
그리고 이것이 빌미였는지 전애인과 헤어지게 된 663.
식당메뉴도 이렇게 선택지가 많은데, 사람은 오죽하겠냐며 그녀를 이해하고
본인의 상황을 무마해보는 663.
663은 본인의 집에가서 물건 하나하나에 말을 걸며 자신의 감정을 물건으로 대신하여 헤아려 본다.
그리고 젖어있는 걸레를 하나하나 짜주며 이렇게라도 울어본다.
이처럼 663도 223과 같이 본인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 본인의 방식대로 풀어나간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이 더 짠하게 느껴진다.
한편 음식점 종업원 페이는 663에 집착하며 그의 집에 몰래 들어가 본인의 방식대로 하나씩 변화시킨다.
그의 집에 있던 전애인의 흔적을 본인의 흔적으로 하나씩 바꿔 놓음으로써 그녀의 빈자리를 본인으로 대체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이러한 행동이 조금 소름돋긴하지만, 어떻게 보면 663이 슬픔을 조금 더 빨리 제대로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서로에게 조금씩 스며들어간 둘은 일년 후 캘리포니아에서 만나기로 한다.
그리고 일년 후 우연히 식당에서 마주한다.
첫번째 약속에서 엇갈린 그들이 마주침으로써 될 인연은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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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663은 223과 달리 어른스럽고 성숙한 사랑의 표본인 것 같았다.
진실된 인연을 만나기를 고대하는 성숙한 청년 같았달까.
그가 사물 하나하나에 말을 걸며 본인의 마음을 달래고,
넘쳐버린 물을 혼자 청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특히 그 물청소하는 씬은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왈칵..
갑자기 본인의 애인이 돌아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집에 방문했지만
나를 반기는 것은 그녀가 아닌 물이 흥건히 넘쳐버린 빈 방..
마치 그녀가 올 것 같아 급히 집으로 향했지만 그녀가 없는 사실을 알아채고 펑펑 울어버린 모습 같았다. 물론 방이 그를 대신하여 운 것이지만.
그 흥건한 물이 그의 마음 속에 깊이 억눌러져있던 그의 눈물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마침내 터져버리고, 그의 울분이 해소가 되는 씬이었던 것 같다.
그가 실컷 울어버린(물론 방이 대신하였지만) 이 씬을 계기로 그는 내면의 감정을 제대로 정리할 수 있었고, 비로소 페이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그녀와 더 깊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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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물'은 메타포로서의 큰 역할을 한다.
'물'이 그들의 '눈물'을 의미함으로써 배우들이 직접 눈물을 보이지는 않지만 물의 등장으로 인해 그들의 감정표현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영화를 볼 때 이 '물'의 존재를 유심히 관찰하며 감상하면 캐릭터들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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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두번째 이야기가 더 좋았다.
첫번째 이야기는 좀 정신없고 전개가 매끄럽지 않고 난해하다.
그리고 223의 사랑이 조금 더 가벼운 사랑이었어서 663의 사랑보다 기억에 남지 않았던 것 같다.
가벼운 사랑이었다는게 223의 감정이 진실하지 못하고, 그의 사랑이 가짜 사랑이라던가 그런의미가 아니라 20대초반의 그런 풋풋한 가벼운 사랑인 것 같다는 말이다.
경찰 223은 내 또래다.
그러다 보니, 그가 느끼는 그 사랑의 감정이 어느정도인지 감이 오기 때문에 덜 진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애인이 없으면 난 못살 것 같고, 다음 애인이라는 것은 없을 것 같고, 이 애인이 전부일 것 같은 마음에 붙잡고 싶어하는 그런 20대 초반의 사랑말이다.
그리고 나도 알고 그도 안다.
경찰 223은 새로운 연인을 충분히 만날 수 있고,
그 애인을 통해 그 전의 애인은 충분히 잊힐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처럼 223의 새로운 사랑이 쉽게 시작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그의 사랑이야기가 나에게 그렇게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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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경찰 663의 이야기는 나에게 깊숙이 스며들었다.
내가 가장 좋았던 점은 경찰 663의 사랑에 대한 태도이다.
떠나가버린 전애인을 그리워하되, 그녀를 존중하고.
그녀를 빨리 잊기위해 가벼운 만남을 하지도 않으며,
본인의 방식대로 차근차근 하나씩 정리해나가는 그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본인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며 묵묵히 버티는 그의 성숙한 모습도 너무 좋았다.
'인연'을 믿고, 페이와의 만남에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도 너무 멋졌다.
경찰 663의 모습은 20대 초반인 내가 보기에 가장 성숙하고 아름다우며 멋진 남성의 모습 그 자체였다.
내가 상상하는 젠틀하고 멋진 남성의 표본 !
특히 마지막에서 페이를 매우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그의 눈빛이 정말..
잊혀지지가 않는다.
내가 진짜 수많은 영화를 봐오면서 내 얼굴이 붉어지고 진짜 심장이 쿵쾅거리게 설렌적이 단 한번도 없었는데 이렇게 진짜로 설렌적은 처음이었다..
이 마지막 눈빛때문에 두번째 이야기가 첫번째 이야기보다 좋았다.
내 영화 인생에서 처음있는 엄청난 경험을 하게 해주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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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오 | 픽사라서 평가절하될 우주 탐험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부모님을 모두 사고로 잃고 고모 '올가'(조 샐다나)에게 맡겨진 소년 '엘리오'(요나스 키브레브). 고모에게서도, 학교에서도, 잠깐 맡겨진 캠프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엘리오는 차라리 외계인이 자신을 데려가 주기를 바라기 시작한다.
어느 날, 사고를 친 후 올가 사무실에서 고모를 기다리던 엘리오는 우연히 외계인과 연락이 닿는다. 보이저호에 실린 황금 접시를 본 외계인들이 지구로 보낸 통신이 올가가 근무하는 공군 기지에 도착한 것. 이에 엘리오는 지구 대표를 자칭하며 외계인들의 모임인 '커뮤니버스'로 소환된다. 엘리오는 마음을 나눌 친구 '글로든'(레미 에드걸리)을 만나 꿈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이내 그의 앞에는 우주를 위험에 빠뜨릴 위기가 닥친다.
‘픽사다움'의 두 얼굴
"픽사답다" 혹은 "픽사가 픽사했다." 지난 30여 년간 픽사가 제작한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평가할 때 통용된 대표적인 찬사다. 애니메이션 영화인데도 유별나게 성인 관객을 울리는 데 특화된 픽사 고유의 미덕을 담아낸 표현이기도 하다. 픽사의 첫 장편 영화인 <토이 스토리>부터 가장 최근의 10억 달러 돌파 작품인 <인사이드 아웃 2>에 이르기까지 '픽사다움'은 순간순간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유지됐다.
'픽사다움'에는 몇 가지 원동력이 있다. 사소한 일상에서 대부분의 아이가 보편적으로 느끼고 겪는 감정과 경험을 발견하는 관찰력. 누구나 한 번쯤은 머릿속으로 그려봤을 법한 그림과 보편적인 경험을 하나로 엮는 상상력. 익숙한 감정을 시류에 맞는 현대적인 소재와 관점으로 풀어내면 창의력. 이 모든 것을 스크린 위의 현실로 불러올 수 있는 기술력. '픽사다움'은 이 역량들의 종합이라고 할 수 있다.
픽사의 진가는 <인사이드 아웃>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라일리'의 이야기는 사춘기를 겪었거나 겪을 모든 관객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을 가득하다. 이 보편적인 이야기는 의인화된 감정들이 일하는 감정 본부라는 상상력 덕분에 독특해진다. 더 나아가 감정 본부의 존재는 현대적 관념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영혼, 자아, 감정마저도 뇌 화학물질의 작용일 뿐이라는 생리학적 관점이 감정 본부라는 설정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래에는 '픽사답다'라는 표현이 마냥 칭찬이 아니기도 하다. 픽사 특유의 스토리텔링이 반복되고 정형화되다 보니 이야기 자체의 독창성이 줄어들었기 때문. 이는 <엘리멘탈> 같은 영화가 여전히 참신한 소재와 뛰어난 영상미로 무장을 해도 과거에 비해 인상적이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다. <엘리오>도 마찬가지다. 우주와 외계인을 매개로 삼아 현대인의 소속감을 성찰한 픽사의 신작은 어떤 의미로든 너무나 픽사답다.
픽사다운 장점
<엘리오>에서도 픽사만의 감각은 빛난다. 우선 소재의 장점만 영리하게 활용할 줄 안다. 우주와 외계인은 사실 아이들이 공룡 못지않게 관심을 두는 주제다. 그러다 보니 우주 배경으로 외계인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은 <E.T.> 아류작처럼 보일 수 있다. <엘리오>는 보이저호를 등장시켜 이 함정을 피해 간다. 우주탐사선에 실린 '골든 디스크'를 발견한 외계인이 지구와 인류에 답장을 보냈다는 상상력을 발휘해 차별점을 확보한다.
무엇보다도 픽사의 유기적인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엘리오>는 네 주인공의 서사를 '소속감의 부재'라는 한 키워드로 묶는다. 그들은 각기 속하고 싶은 공동체가 있지만 소망을 이루지 못해 부유 중이다. 엘리오와 올가는 가족을 되찾고 싶어 한다. 두 외계인 캐릭터의 처지도 유사하다. 하이러그 종족의 군주인 '그라이곤'(브래드 가렛)은 커뮤니버스와 아들 글로든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하고, 글로든도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들의 소망과 노력은 묘하게 엇갈린다. 올가는 엘리오와 새롭게 가족을 꾸리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역효과만 난다. 공군 소령인 고모가 본인을 돌보느라 우주비행사의 꿈을 이루지 못한 나머지 자신을 장애물로 여긴다고 느낀 엘리오는 오히려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렸기 때문. 대신 엘리오는 어려서부터 소망이었던 외계인들에게서 인정받고자 하고, 커뮤니버스의 일원이 되기 위해 그라이곤과의 교섭에 자원하기까지 한다.
커뮤니버스에 가입하려는 엘리오의 노력도 역효과를 낸다. 엘리오는 협상에 실패한 뒤 투옥됐다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글로든을 만난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강인한 전사가 되지 못한 글로든은 보호자가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그들은 서로에게 공감하며 절친이 된다. 그러나 이 우정은 도리어 상황을 악화한다. 엘리오가 글로든을 인질 삼아 떠난 나머지 그라이곤은 아들과도, 커뮤니버스와도 관계를 개선할 기회를 놓치고 만다.
픽사다운 감동
<엘리오>는 엇갈린 화살들의 경로를 조정해 왕도적이지만, 감동적인 결말에 도착한다. 그 중심에는 '가족의 재발견'이 있다. 상황을 꼬이게 만든 엘리오와 글로든의 우정은 사실 낯선 일이 아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혼자인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을 맞이한 아이들이 가족보다 친구들에게서 위안을 찾는 경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와 동시에 아이들이 다시 가족을 찾는 일도 자연스럽다. 부모에게 환영이나 사랑받지 않는다고 느꼈던 아이들은 어른들의 진심을 확인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돌아오곤 하니까. 이러한 감정선의 변화는 극 중 복제 진흙을 통해 드러난다. 엘리오와 글로든 자기랑 똑같이 생긴 복제품을 고모와 아버지에게 보내서 그들을 완전히 속이고, 가족의 품을 떠나려 한다.
하지만 정작 올가와 그라이곤은 진실을 재빨리 눈치챈다. 아이를 키우는 게 처음이라서 힘들고, 육아는 처음인 상황을 이해해 주지 않는 아이들에게 서운하면서도, 처음이기에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잘 알고 사랑하기에 그들은 엘리오와 글로든의 속임수에 당하지 않는다. 친구를 만들러 아이들이 떠나도 그들을 포기하지 않는 보호자들의 노력과 사랑 덕분에 두 아이는 오해를 풀고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온다.
위와 같은 감정 변화를 11살 엘리오의 선택과 결정의 동기로 제시하면서 <엘리오>는 몰입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 성인 관객으로서는 과거 경험을 떠올리며 후회할 수도 있고, 현재 자기 가족 상황에 투영하면서 더 깊이 공감할 수 있기에 두 배로 감동적일 수 있다. 이에 더해 이른바 '정상 가족'이 아닌 주인공 덕분에 더 많은 관객의 감정이입도 유도할 수 있다. '픽사가 픽사했다'라는 표현이 안 나올 수 없는 이유다.
지금 '소속감의 부재'를 이야기하는 이유
엘리오와 주인공들이 겪는 소속감의 부재가 단순히 우정과 가족애의 차원에 머무르는 이야기처럼 보이지 않기에 <엘리오>는 더 인상적이다. 어느 공동체에도 속하지 못한 엘리오의 고독은 겉보기에는 그저 한 어린아이의 아픔이다. 하지만 그 외로움을 한 꺼풀 벗겨보면 본래 소속된 공동체가 사라진 가운데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지 못한 채 현대사회를 부유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에리히 프롬은 현대인이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소외시킨다고 지적했다. 자기 자신을 취업 시장, 결혼 시장 등에서 성공적으로 팔려고 노력하고, 타인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게 최우선 목표가 된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바라본다. 이처럼 자기 자신을 삶으로부터 소외시킨 나머지 개인은 가족이나 이웃 같은 기존의 공동체와 멀어지고 하나의 원자, 곧 '고립자'로 존재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개개인은 사람들을 그리워한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회적 존재니까. 그 결과 현대인은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이지만, 그만큼 외로워한다. 무한한 네트워크 수단을 동원해 수많은 사람과 교류하지만, 그 누구와도 진정으로 깊이 대화하고 관계 맺기 어려워한다. 피상적인 관계가 반복될수록 허무함과 고독만 깊어질 따름이다.
그렇기에 <엘리오>의 이야기는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하다. 설령 익숙할지라도 간과하고 있었던 가치들을 일깨워주기 때문. 현대인들처럼 무한한 공간에서 소속감을 찾으려 애썼고, 친구도 만들면서 나름 성공적인 결실도 거둔 엘리오조차도 결국에는 고모와 지구로부터 보금자리를 발견했다는 이야기가 따뜻한 위로이자 가능성을 일깨우는 격려일 수 있는 이유다.
픽사다운 이상 혹은 순진함
그런데 현대적 맥락 안에서 남다른 통찰력을 보여준 <엘리오>의 메시지와 메타포는 의외의 부메랑이기도 하다. 커뮤니버스라는 설정의 정치적 맥락을 곱씹다 보면 <엘리오>가 변화를 반영하지 못 하거나 안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극 중 커뮤니버스는 우주 버전 유엔이나 다름없다. 두 단체 모두 각 행성/국가나 종족/민족의 대표가 모여 평화를 추구하고, 분쟁과 갈등을 대화와 토론으로 해소하려고 노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커뮤니버스와 유엔은 민주주의 제도와 자유주의적 가치에 기반하면 범국가/행성적 협력이 가능하다는 믿음 위에 존재하는 셈이다. 하이러그 종족처럼 일견 폭력적인 상대와도 대화로써 공통점을 찾으면 평화에 이를 수 있다는 것. 엘리오와 글로든의 우정, 올가와 그라이곤의 공통점이 우주적 갈등을 해소하듯이. 이는 냉전 이후 세계화라는 명목하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세계 각국에 전파한 미국의 국제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엘리오>의 설정은 최근 변화를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의 협조로 WTO 가입했던 중국이 도리어 미국과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기도 하고, 동유럽과 중동에서 다시 분쟁이 격화되는 등 자유주의에 기반한 국제질서가 다시금 신냉전 구도로 전화되는 추세니까. 이런 상황에서 우주판 유엔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역설하는 스토리텔링은 좋게 말하면 이상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나이브해 보인다.
물론 혹자는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이니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픽사'라는 이름값을 생각했을 때 조금만 더 깊이 있게 접근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을 떨치기는 어렵다. 현대인의 존재론적 문제에 관한 고찰과 국제 정치적 맥락을 다루는 사유의 층위가 균형을 못 이룬 나머지 평면적이고 유치한 인상이 유독 진하기 때문이다.
기시감의 연속과 반복된 문제
이에 더해 볼거리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상상 속에만 존재한 광경을 손에 잡힐 것처럼 구체적으로 묘사한 다른 영화들에 비하면 <엘리오>의 세계관은 어디서 본 듯하다. 주된 배경인 커뮤니버스만 보더라도 곡선적인 이미지가 두드러지고, 외계 종족이 모인 환상적인 공간이라는 점 외에는 특색이 보이지 않는다. 네 원소의 특징을 도시 설계에 녹여낸 <엘리멘탈> 속 엘리멘탈 시티에 비하면 시선을 끄는 힘이 현저히 부족하다.
<소울> 속 '태어나기 전 세상'과 비교하면 추상적이기도 하다. 사실 두 공간은 '일상에서 깨닫지 못한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라는 역할을 공유한다. 그런데 <소울>이 '태어나기 전 세상'의 여러 구역, 영혼을 교육하는 공간, 모든 것의 전당, 사적 공간, 어둠의 구역 등을 스토리텔링에 활용했지만, <엘리오>는 커뮤니버스를 소개하는 데서 그친다. 그 결과 <엘리오>는 <소울>의 발상과 구성을 단순히 답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캐릭터 활용법도 아쉽다. 픽사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일례로 <토이 스토리>는 분량과 비중에 무관하게 수많은 장난감의 개성을 명확히 각인시켰다. 그에 반해 최근 픽사 작품은 일부 캐릭터만 활용한다. <엘리멘탈>만 해도 물과 불 캐릭터에만 집중했다. <엘리오>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외계인 캐릭터 중 글로든을 외에 뚜렷한 활약을 보여준 인물을 떠올리기 어렵다.
종합하면 <엘리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이다. 누군가는 배부른 불평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실제로 절대적인 완성도 자체는 여전히 준수하고,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흐를 정도로 기본적인 재미는 갖춘 영화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작들이 쌓아 올린 '픽사답다'라는 표현이 더 이상 칭찬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엘리오>가 보여준 이상, 평가절하는 감내해야 할 숙명이 아닐까 싶다.
Acceptable 무난함
픽사라서 사랑스럽고, 픽사라서 아쉽고, 픽사라서 감내해야 할 평가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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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고 마시고 떠나라…하나가 될 테니
왓챠 오리지널 예능 <조인 마이 테이블>(6부작)에는 만나서 주로 먹고 마시고 구경하고 이야기 나누는 장면이 이어진다. 그게 전부인데 예사롭지 않다. 그 발걸음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깨닫게 된다. 우리 사회에 가려져 있는 다양한 국가의 이웃과 가족들이 대한민국 곳곳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이주민들의 이야기이다.
이주민들은 대한민국의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들은 왜 한국에 정착하게 됐을까. 대학 사제 간인 이금희 아나운서와 <대도시의 사랑법> <1차원이 되고 싶어> 등의 책을 쓴 박상영 작가가 진행자이자 관찰자로 나섰다. 이주민들이 각자 한국에 오게 된 사연, 자신들의 인생 음식을 담은 초대장을 받은 둘은 해당 이주민이 사는 지역을 여행하고 음식을 맛본다.
1화는 예멘 난민으로 2018년 제주에 정착한 이스마일씨가 주인공. 그는 이주민가정지원센터에서 난민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고향의 맛이 그리울 때는 예멘 식당에서 파흐샤(양고기와 야채가 들어간 찌개)를 먹는다. 이스마일의 초대장을 받은 둘은 제주 무사책방에서 만나 여행을 시작한다.
그저 걷고 보는 여행이 아니다. 둘은 방문한 지역의 역사성을 짚어내며 동시에 이주민의 고향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눈다. 커피하우스에서 예멘 커피를 마시면서 2018년 자국 내전 때문에 500여 명의 예멘 난민들이 제주에 온 이야기를 꺼낸다. 박 작가가 "(예멘이) 단지 아랍국가라는 정보만 있으니까… 특히 예멘에 대해 사람들이 격렬했던 반응은 잘 몰라서, 우리가 아랍에 가진 선입견이나 알지 못하는 무지에서 오는 공포가 컸던 것 같다"고 하자 이 아나운서는 "두렵기 때문에 배타적으로, 인간의 최우선적 목표는 생명과 안전이기 때문에…"라고 말한다.
당시 예멘 난민에 대해 환영하는 의견도 컸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배타적인 시선도 많이 있었다. 둘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또 당시 예멘인들이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이 논란이 된 일을 박 작가는 "난민에게 정보만큼 중요한 게 없다. 무전기처럼 생명줄인 것"이라고 잡아준다. 팩트체킹인 셈이다.
온평리 포구를 거닐면서는 제주 고, 양, 부씨의 시조인 삼신과 바다 너머 벽랑국에서 온 세 공주의 혼인 실화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이 아나운서가 "국제결혼의 시초?"라고 하자 박 작가는 "사실은 이미 우리 가정들이 다문화 가정"이라며 "(자신의) 충청도 어머니와 경상도 아버지가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있다. (둘은) 같은 문화권이라고 볼 수 없다"라며 웃는다.
바로 여기에 <조인 마이 테이블>이 지향하는 시선이 담겨 있다. 태초에 인류가 탄생했을 때부터 수 없는 교류를 하고 만남을 주고받은 우리들이 결국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국가와 피부색과 언어와 생각은 다르더라도 우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것을. 그렇기에 국가 경계 너머의 누군가를 단순한 몇 갈래의 시선과 선으로 감히 나눌 수 없다는 것을. 진짜 중요한 건 서로 존중해야 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포용력이라는 것을 이 예능은 조용히 역설한다. 그동안 여러 매체에서 몇 가지의 뉴스와 사건들로만 비쳤을 이주민들의 진짜 이야기가 이 예능을 통해 빛을 낸다.
2화에서는 박 작가가 국내 최대 이주민 밀집 지역인 안산에서 다양한 외국어 간판이 가득한 거리를 걸으며 "글로벌에 와 있네요"라고 말한다. 3화에서는 이 아나운서가 BTS(방탄소년단)가 미국에서 상을 받으며 수상소감을 한국어로 한 사실을 전하며 "미국 본토잖아. 미국 사람들이 주로 (방송을) 보는 건데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거야. 이제는 그런 시대인 거지"라고 한다. 세심한 관찰로 하나하나 살펴볼수록 우리는 오래전부터 이미 섞여 있었다.자칫 다큐멘터리처럼만 흘러갈 수 있었던 이 예능의 균형을 잡아주는 건 맛있는 음식 덕택이다. 보글보글 뚝배기에서 끓는 파흐샤, 프라이팬 기름에 척척 볶아진 나시고랭(동남아식 볶음밥), 활활 타오르는 불 속에서 몇 시간이나 푹 구워진 바비큐의 탐나는 비주얼과 침 고이게 하는 사운드는 이 예능을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1화에서 파흐샤를 먹던 이 아나운서는 방송 끝에 이렇게 말한다. "평화는 다른 게 아니고 음식이고 사랑이야. 음식하고 사랑만 있으면 평화야" 딱 한 마디로 정리해주는, 모두에게 필요한 감수성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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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니엘이 추천하는 마블 영화 BEST 5
슈퍼히어로라고 하면 인기가 많은 마블 영화를 먼저 떠올리실 텐데요! 오늘은 하니엘이 추천하는 마블 영화 BEST 5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저의 주관적인 관점이 들어가 있음을 밝힙니다.
1.어벤져스(The Avengers)
|최강의 마블 영화라고 해도 되는 어벤져스
제가 첫 번째로 추천하는 영화는어벤져스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어벤져스라는 영화는 마블의 슈퍼히어로에 대해 더욱더 파고들게 했던 작품인데요 어벤져스라는 슈퍼히어로집단은 가상의 존재이자 우리에게는 우주와 지구를 지키는 친숙한 존재죠 어벤져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지금까지 있게 한 No.1의 마블 영화이고 우리나라에서는 800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한 마블 영화입니다. 어벤져스는 캡틴 아메리카의 리더십&아이언맨의 슈트&강력한 괴력의 힘을 가진 헐크&천둥신 토르&명사수 호크아이&격투계의 신 블랙 위도우로 구성된 팀인데요 처음에는 팀워크가 불안정했으나 중후반에 가서는 지구를 침공한 치타우리 종족과 싸워 맹활약을 하게 되죠 제일 인상 깊던 장면은 헐크가 로키를 패대고 땅에 쳐박는 장면입니다.
2.아이언맨(Iron Man)
|마블 슈퍼히어로계의 건담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는 명석한 두뇌에 플레이보이의 기질까지 갖춘 매력만점 억만장자인데요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 슈트를 착용하는 장면은 정말 감탄을 자아 지게 만들었습니다. 흔히 마블계의 건담이라고 할 정도로 최첨단 슈트이고 쫄쫄이를 입은 슈퍼히어로에 대한 편견을 부숴버렸죠! 아이언맨은 저에게 있어서 슈트로써는 가장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3.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Guardians Of The Galaxy VOL.2)
|우주에서 제일 웃긴 코믹 슈퍼히어로 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은하계를 지키는 슈퍼히어로팀인데요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스타 로드&가모라&로켓 라쿤&드렉스 디스토로이어&그루트로 이루어져 있는 매력적인 팀입니다. 스타 로드의 잘생김과 타노스의 딸인 가모라는 걸크러쉬의 매력을 뽐냈고 헐크 못지않은 드렉스의 남자다움과 로켓 라쿤&그루트의 위트 있는 유머는 관객들을 사로잡고도 남았죠 그런데 제가 1이 아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를 뽑은 이유는 Mr.욘두때문입니다. 스타 로드의 진정한 아버지인 Mr.욘두는 우주 해적이었지만 스타 로드를 친자식처럼 생각하고 있었고 진짜 아버지인 에고는 스타 로드를 자기를 위해 이용한 반면에 욘두의 의리는 정말 멋지고 또 멋졌습니다. 하필 어버이날과 가까운 날인 5월에 개봉을 해서인지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마블 영화였고 우주적 감동을 준 마블 영화였습니다!
"이 구역의 진정한 아버지 하면 나 아니가~"
4.닥터 스트레인지(Doctor Strange)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지킨 마법사 닥터 스트레인지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코믹스내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아주 필수적인 존재이자 시빌 워(코믹스)도 손짓 한 번으로 멈출 만큼 강한 힘을 가진 존재이죠 닥터 스트레인지는 에이션트 원을 이은 소서러 수프림이자 지구 생텀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다크 디멘션의 지배자인 도르마무에게 먹혔을지도 모를 겁니다.
대망의 저의 슈퍼히어로 영화는 두근두근두근두근!!!!!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Avengers: Infinity war)
|타노스 형님이 나오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타노스형님의 포스는 제가 봐도 ㅎㄷㄷ한데요... 타노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어벤져스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큼 큼지막한 덩치는 헐크도 때려눕혔고 어벤져스 전체와 싸워이겼습니다. 물론 피해도 있었지만요 저는 마지막 장면이 제일 인상이 깊었는데요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모아 핑거 스냅으로 우주의 생명체의 절반을 없애는 장면은 악이 선을 이길 수 있다일명 권악징선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여러모로 저에게 충격을 준 작품이자 대작이었습니다!
하니엘이 추천하는 마블 영화 BEST 5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하니엘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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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들 하십니까
SYNOPSIS.
원주에 60년 된 단관극장이 있다. 극장 주위엔 극장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극장을 부수려는 원주시장이 있다. 아카데미극장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때 아카데미극장밖에 모르던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전주국제영화제)
가까운 상영 일정.
6월 8일 (토) 서울아트시네마 (2024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6월 22일 (토) 메가박스 남춘천 3관 (춘천영화제)
어떤 나라 어떤 도시의 어떤 시장님께 씁니다. 10년쯤 전 유행했던 인삿말로 안부를 여쭙고 싶습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저는 별로 안녕하지 못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또 하나의 '안녕하지 못한' 면을 느껴 버렸으니까요. 시장님라도 꼭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재산 축소해서 발표하고, 불통 행정으로 귀 막으셨고, 극장의 가치를 인정받아 보존하라고 내어준 예산까지 반납하시면서 꽤나 많은 걸 절약하셨는데 뭐 그러고도 안녕하지 못하신 건 아니겠지요.
하지만 그 덕분에 저는 어이가 없어서 103분 동안 입을 다물지 못하느라, 턱 관절조차도 안녕하지 못하답니다. 하지만 얼얼한 턱 관절을 움직여서 꼭 한 번은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대체 왜 그러셨어요? 꼭 그래야만... 속이 시원하셨습니까?
원주 아카데미 극장은 1963년에 지은, 현재까지 원형을 보존하는 단관 극장 중 가장 오래된 공간이'었'습니다. 물론 오래됐다고 다 좋은 건 아니죠. 건물의 안전을 점검하는 것 또한 시정을 두루 돌보아야 할 시장님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암요. 하지만 그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적어도 그 방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시민들과 대화 정도는, 아니 대화하는 척만이라도 좀 할 수는 없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제가 시장님이었다면 최소한의 듣는 '척'이라도 했을 것 같아요. 그 정도 정치적 액션 정도는 취해주는 게 시장님께도 유리하지 않나요?
원주 아카데미 극장은 시민들의 애정 어린 손길을 받아 다시 숨결을 부여받은 건물입니다. 오래된 건물도 흔치는 않지만, 오래된 건물 중 이렇게 되살아나는 건물은 더더욱 드물죠. 오고가는 사람들이 늘상 마주치는, "늘 그 자리에" 있는 건물인 동시에, 멈춰있던 시간이 사람들의 애정으로 다시 흘러가게 된 공간. 이런 공간은 전국을 뒤져도 흔치 않을 겁니다. 게다가 이 애정은 진행형이었죠. 누군가의 애정이 깃든 곳을 부수다니, 어떻게 그렇게 잔인하실 수 있었는지요. 그러고 짓는 게 고작 주차장이라니.
물론 저는 극장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극장을 좋아하는 관객이기 이전에 같은 나라의 행정 체계 안에 사는 시민으로서 심각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예술 공간 어쩌구 하면서 상상력과 미학적 관점 부족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님으로서 실무 능력이 좀 있으셔야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에요. (근데 보통 실무 능력이 없는 분들은 미학적 감각도 같이 없으시더라고요. 정말 신기하게도 말이에요. 이번 결정 또한 미학적으로 너무 구려요. 다 떠나서 일단 구려... 그래서 얼굴이 찌푸려집니다.)
주민들은 무조건 극장을 유지해 달라고 요청한 게 아닙니다. 어거지를 쓴 게 아니었다고요. 토론을 요청했죠. 대화의 장을 열자고 했습니다. 그런 주민들한테 하신 말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그냥 시민 누구도 배려하지 않은 발언이었습니다. 길거리에서 음악 활동 하라구요? 음악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들어가는 건 '고립'이라구요? 이게 뭔... 그런 논리대로라면 버스커버스커였던 장범준도 고립된 겁니까? 그런 논리대로라면, 시정 업무를 보기 위해 시청에 들어가시는 것도 고립일까요?
급기야는 공무원을 우르르 보내셨죠. 공무원들은 무슨 죄인지 참. 지방자치법 55조, 문화재보호법 13조, 산업안전보건법 123조를 위반하시고, 아무 준비되지 않은 막무가내 해체를 통해 석면 관련하여 시민 안전도 위협받았습니다. 아카데미 극장의 붕괴가 필수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하실 필요는 정말로 없었습니다. 적당한 단계를 순차적으로 밟으며 사람들을 설득하고 공감을 얻으실 수 있었을 거예요. 그랬다면 시장님의 리더십이 좋은 방향으로 평가 받았겠죠? 선출직이신데 대체 뭘 믿고 이런 막무가내 위법 행위까지 저지르시는지... 딱히 시장님께 유리하지도 않은 이 모든 행위들의 이유가 무엇인지... 저는 정말로 이해가 안 가서 그렇습니다. 막말로 뽑혔으니 시장이지 임기 끝나면 그냥 동네 아저씨십니다.
만약 아카데미 극장 유지보수를 위해 새로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 금액이 너무 막대했다면, 시정을 두루 돌보시기 위해 전체 예산을 고려하고자 큰 그림을 그리셨나 보다 하고 이해하겠습니다. 그러나 모든 비용이 확보가 되어 있었죠. 국비도 도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 받겠다 하셨다면서요.
생각할수록 이해가 안 가는 행위들이 계속되니, 처음에는 토론을 요청하던 시민들의 모임 또한 계속해서 어떤 '저항'에 가까워집니다. 그러니까 시민들이 그냥 청소하고, 모임하고, 기록할 때... 그들이 그냥 그렇게 살 수 있게 잘 좀 해보시지 그러셨어요. 왜 선출직 주제에 이런 저항 받는 자리에 놓이려고 하세요. 이렇게 한 치 앞의 미래를 톺아볼 수 있는 창의력도 상상력도 부재하시면서, 무슨 지방 정치의 일원이 되려고 하세요. 있는 관광 자원도 무너뜨리는 사람이, 없는 자원을 육성하여 지역을 키울 힘이 있겠습니까?
제가 이 영화에서 본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아카데미 극장의 아름다운 면면. 옛날 영사기, 램프, 미싱까지 별게 다 있는데 이 공간이 박물관이 아니라, 지금 살아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너무 흥미롭고 신선했습니다. 쓸데없이 명랑한 폰트로 '레트로', '빈티지'를 외치는 가짜 감성이 난립하는 시대에, 이토록 우아하고 아름다울 수가 있다니요. 그러나 이 공간이 이미 무너졌다는 것, 무너지는 내내 저는 SNS로 소식을 접하고 이름을 보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슬퍼집니다.
다른 하나, 두 번째는 시장님의 무능입니다. 영화고 극장이고 다 떠나서, 지방 소멸 걱정 안되십니까? 저는 되게 걱정되거든요. 그래서 한 도시에 이런 관광자원이 있다는 거 정말 잘 다듬어볼 만한 자산이라 생각하는데, 불법을 동원해서 무너뜨린 이런 일은 역사적 오명으로 남지 않겠습니까. 시장님도 아직 젊으신 편인데, 이게 꼭 시장님 사후 먼 미래에 대한 우려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방법도 앞으로는 다시 고려해 보시면 어떨까요? 꼭 시민을 이렇게 절박하게 몰아내야만 합니까?
그리고... 영화고 극장이니까 조금 더 첨언하는데요. 제발 도움이 안 될 거면 방해라도 하지 마세요. K콘텐츠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정작 K콘텐츠 만들어가는 사람을 방해하는 '개저씨'가 시장님만 계신 건 아닌데요. 당신들의 근시안적 시선에 대단한 지원이나 조언 바라지 않으니, 그냥 있는 지원 끊어내는 바보 짓이나 하지 말고 차라리 가만히 계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 해봅니다.
제가 103분 동안 너무 궁금해서 열심히 머리를 굴려봤거든요. 정치를 잘 모르는 제 머리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서요. 혹시, 아주 혹시라도 이게 그 유명한 '전임자 지우기'는 아니겠지요? 지자체 캐릭터 열풍을 선도한 어떤 동물 캐릭터가 최근에 무슨 못생긴 곡식 캐릭터로 대체된 곳이 있는데, 거기에 대한 사람들 해석이 그랬거든요. 참고로 이건 전임자 지우기가 되지 않아요. 캐릭터나 극장 같은 건 잘됐을 때 사람들에게 절대 정치인 이름으로 남지 않습니다. 남을 거라고 생각하셨다면 자의식 과잉이세요. 그냥 캐릭터 이름, 극장 이름만 기억하지, 그런 걸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걸 이렇게 순리를 거슬러 가며 무너뜨린다? 그 정치인 이름만 오명으로 남는 거예요.
이미 무너뜨린 극장은 시장님 멱살을 잡고 탈탈 흔들어도 다시 돌아오지 않겠죠. 저는 이제 와서 억지를 부리자는 게 아닙니다. 다만 이번 일은 우리가 뼈아프게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불통 행정이 얼마나 큰 상실을 불러일으키는지. 그에 맞서는 시민의 연대는 얼마나 힘이 있는지.
네, 이 일은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앞으로 행정의 무능과 불통을 기억할 때 이 일을 사례로 들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름 길이길이 남기시게 된 것 축하드립니다. 지난 지방선거가 2022년이었죠. 2026년까지는 아직 조금 더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바라건대 더 이상의 오명은 남기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시민들과 적극 소통하시고 위법 행위 근절하셔서, 반전의 이름으로 남으실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동료 시민으로서, 시장님의 안녕을 빌며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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