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5-06-26 18:59:10
엘리오 | 픽사라서 평가절하될 우주 탐험기
<엘리오>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부모님을 모두 사고로 잃고 고모 '올가'(조 샐다나)에게 맡겨진 소년 '엘리오'(요나스 키브레브). 고모에게서도, 학교에서도, 잠깐 맡겨진 캠프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엘리오는 차라리 외계인이 자신을 데려가 주기를 바라기 시작한다.
어느 날, 사고를 친 후 올가 사무실에서 고모를 기다리던 엘리오는 우연히 외계인과 연락이 닿는다. 보이저호에 실린 황금 접시를 본 외계인들이 지구로 보낸 통신이 올가가 근무하는 공군 기지에 도착한 것. 이에 엘리오는 지구 대표를 자칭하며 외계인들의 모임인 '커뮤니버스'로 소환된다. 엘리오는 마음을 나눌 친구 '글로든'(레미 에드걸리)을 만나 꿈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이내 그의 앞에는 우주를 위험에 빠뜨릴 위기가 닥친다.
‘픽사다움'의 두 얼굴
"픽사답다" 혹은 "픽사가 픽사했다." 지난 30여 년간 픽사가 제작한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평가할 때 통용된 대표적인 찬사다. 애니메이션 영화인데도 유별나게 성인 관객을 울리는 데 특화된 픽사 고유의 미덕을 담아낸 표현이기도 하다. 픽사의 첫 장편 영화인 <토이 스토리>부터 가장 최근의 10억 달러 돌파 작품인 <인사이드 아웃 2>에 이르기까지 '픽사다움'은 순간순간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유지됐다.
'픽사다움'에는 몇 가지 원동력이 있다. 사소한 일상에서 대부분의 아이가 보편적으로 느끼고 겪는 감정과 경험을 발견하는 관찰력. 누구나 한 번쯤은 머릿속으로 그려봤을 법한 그림과 보편적인 경험을 하나로 엮는 상상력. 익숙한 감정을 시류에 맞는 현대적인 소재와 관점으로 풀어내면 창의력. 이 모든 것을 스크린 위의 현실로 불러올 수 있는 기술력. '픽사다움'은 이 역량들의 종합이라고 할 수 있다.
픽사의 진가는 <인사이드 아웃>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라일리'의 이야기는 사춘기를 겪었거나 겪을 모든 관객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을 가득하다. 이 보편적인 이야기는 의인화된 감정들이 일하는 감정 본부라는 상상력 덕분에 독특해진다. 더 나아가 감정 본부의 존재는 현대적 관념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영혼, 자아, 감정마저도 뇌 화학물질의 작용일 뿐이라는 생리학적 관점이 감정 본부라는 설정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래에는 '픽사답다'라는 표현이 마냥 칭찬이 아니기도 하다. 픽사 특유의 스토리텔링이 반복되고 정형화되다 보니 이야기 자체의 독창성이 줄어들었기 때문. 이는 <엘리멘탈> 같은 영화가 여전히 참신한 소재와 뛰어난 영상미로 무장을 해도 과거에 비해 인상적이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다. <엘리오>도 마찬가지다. 우주와 외계인을 매개로 삼아 현대인의 소속감을 성찰한 픽사의 신작은 어떤 의미로든 너무나 픽사답다.
픽사다운 장점
<엘리오>에서도 픽사만의 감각은 빛난다. 우선 소재의 장점만 영리하게 활용할 줄 안다. 우주와 외계인은 사실 아이들이 공룡 못지않게 관심을 두는 주제다. 그러다 보니 우주 배경으로 외계인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은 <E.T.> 아류작처럼 보일 수 있다. <엘리오>는 보이저호를 등장시켜 이 함정을 피해 간다. 우주탐사선에 실린 '골든 디스크'를 발견한 외계인이 지구와 인류에 답장을 보냈다는 상상력을 발휘해 차별점을 확보한다.
무엇보다도 픽사의 유기적인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엘리오>는 네 주인공의 서사를 '소속감의 부재'라는 한 키워드로 묶는다. 그들은 각기 속하고 싶은 공동체가 있지만 소망을 이루지 못해 부유 중이다. 엘리오와 올가는 가족을 되찾고 싶어 한다. 두 외계인 캐릭터의 처지도 유사하다. 하이러그 종족의 군주인 '그라이곤'(브래드 가렛)은 커뮤니버스와 아들 글로든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하고, 글로든도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들의 소망과 노력은 묘하게 엇갈린다. 올가는 엘리오와 새롭게 가족을 꾸리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역효과만 난다. 공군 소령인 고모가 본인을 돌보느라 우주비행사의 꿈을 이루지 못한 나머지 자신을 장애물로 여긴다고 느낀 엘리오는 오히려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렸기 때문. 대신 엘리오는 어려서부터 소망이었던 외계인들에게서 인정받고자 하고, 커뮤니버스의 일원이 되기 위해 그라이곤과의 교섭에 자원하기까지 한다.
커뮤니버스에 가입하려는 엘리오의 노력도 역효과를 낸다. 엘리오는 협상에 실패한 뒤 투옥됐다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글로든을 만난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강인한 전사가 되지 못한 글로든은 보호자가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그들은 서로에게 공감하며 절친이 된다. 그러나 이 우정은 도리어 상황을 악화한다. 엘리오가 글로든을 인질 삼아 떠난 나머지 그라이곤은 아들과도, 커뮤니버스와도 관계를 개선할 기회를 놓치고 만다.
픽사다운 감동
<엘리오>는 엇갈린 화살들의 경로를 조정해 왕도적이지만, 감동적인 결말에 도착한다. 그 중심에는 '가족의 재발견'이 있다. 상황을 꼬이게 만든 엘리오와 글로든의 우정은 사실 낯선 일이 아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혼자인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을 맞이한 아이들이 가족보다 친구들에게서 위안을 찾는 경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와 동시에 아이들이 다시 가족을 찾는 일도 자연스럽다. 부모에게 환영이나 사랑받지 않는다고 느꼈던 아이들은 어른들의 진심을 확인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돌아오곤 하니까. 이러한 감정선의 변화는 극 중 복제 진흙을 통해 드러난다. 엘리오와 글로든 자기랑 똑같이 생긴 복제품을 고모와 아버지에게 보내서 그들을 완전히 속이고, 가족의 품을 떠나려 한다.
하지만 정작 올가와 그라이곤은 진실을 재빨리 눈치챈다. 아이를 키우는 게 처음이라서 힘들고, 육아는 처음인 상황을 이해해 주지 않는 아이들에게 서운하면서도, 처음이기에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잘 알고 사랑하기에 그들은 엘리오와 글로든의 속임수에 당하지 않는다. 친구를 만들러 아이들이 떠나도 그들을 포기하지 않는 보호자들의 노력과 사랑 덕분에 두 아이는 오해를 풀고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온다.
위와 같은 감정 변화를 11살 엘리오의 선택과 결정의 동기로 제시하면서 <엘리오>는 몰입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 성인 관객으로서는 과거 경험을 떠올리며 후회할 수도 있고, 현재 자기 가족 상황에 투영하면서 더 깊이 공감할 수 있기에 두 배로 감동적일 수 있다. 이에 더해 이른바 '정상 가족'이 아닌 주인공 덕분에 더 많은 관객의 감정이입도 유도할 수 있다. '픽사가 픽사했다'라는 표현이 안 나올 수 없는 이유다.
지금 '소속감의 부재'를 이야기하는 이유
엘리오와 주인공들이 겪는 소속감의 부재가 단순히 우정과 가족애의 차원에 머무르는 이야기처럼 보이지 않기에 <엘리오>는 더 인상적이다. 어느 공동체에도 속하지 못한 엘리오의 고독은 겉보기에는 그저 한 어린아이의 아픔이다. 하지만 그 외로움을 한 꺼풀 벗겨보면 본래 소속된 공동체가 사라진 가운데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지 못한 채 현대사회를 부유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에리히 프롬은 현대인이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소외시킨다고 지적했다. 자기 자신을 취업 시장, 결혼 시장 등에서 성공적으로 팔려고 노력하고, 타인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게 최우선 목표가 된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바라본다. 이처럼 자기 자신을 삶으로부터 소외시킨 나머지 개인은 가족이나 이웃 같은 기존의 공동체와 멀어지고 하나의 원자, 곧 '고립자'로 존재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개개인은 사람들을 그리워한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회적 존재니까. 그 결과 현대인은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이지만, 그만큼 외로워한다. 무한한 네트워크 수단을 동원해 수많은 사람과 교류하지만, 그 누구와도 진정으로 깊이 대화하고 관계 맺기 어려워한다. 피상적인 관계가 반복될수록 허무함과 고독만 깊어질 따름이다.
그렇기에 <엘리오>의 이야기는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하다. 설령 익숙할지라도 간과하고 있었던 가치들을 일깨워주기 때문. 현대인들처럼 무한한 공간에서 소속감을 찾으려 애썼고, 친구도 만들면서 나름 성공적인 결실도 거둔 엘리오조차도 결국에는 고모와 지구로부터 보금자리를 발견했다는 이야기가 따뜻한 위로이자 가능성을 일깨우는 격려일 수 있는 이유다.
픽사다운 이상 혹은 순진함
그런데 현대적 맥락 안에서 남다른 통찰력을 보여준 <엘리오>의 메시지와 메타포는 의외의 부메랑이기도 하다. 커뮤니버스라는 설정의 정치적 맥락을 곱씹다 보면 <엘리오>가 변화를 반영하지 못 하거나 안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극 중 커뮤니버스는 우주 버전 유엔이나 다름없다. 두 단체 모두 각 행성/국가나 종족/민족의 대표가 모여 평화를 추구하고, 분쟁과 갈등을 대화와 토론으로 해소하려고 노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커뮤니버스와 유엔은 민주주의 제도와 자유주의적 가치에 기반하면 범국가/행성적 협력이 가능하다는 믿음 위에 존재하는 셈이다. 하이러그 종족처럼 일견 폭력적인 상대와도 대화로써 공통점을 찾으면 평화에 이를 수 있다는 것. 엘리오와 글로든의 우정, 올가와 그라이곤의 공통점이 우주적 갈등을 해소하듯이. 이는 냉전 이후 세계화라는 명목하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세계 각국에 전파한 미국의 국제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엘리오>의 설정은 최근 변화를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의 협조로 WTO 가입했던 중국이 도리어 미국과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기도 하고, 동유럽과 중동에서 다시 분쟁이 격화되는 등 자유주의에 기반한 국제질서가 다시금 신냉전 구도로 전화되는 추세니까. 이런 상황에서 우주판 유엔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역설하는 스토리텔링은 좋게 말하면 이상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나이브해 보인다.
물론 혹자는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이니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픽사'라는 이름값을 생각했을 때 조금만 더 깊이 있게 접근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을 떨치기는 어렵다. 현대인의 존재론적 문제에 관한 고찰과 국제 정치적 맥락을 다루는 사유의 층위가 균형을 못 이룬 나머지 평면적이고 유치한 인상이 유독 진하기 때문이다.
기시감의 연속과 반복된 문제
이에 더해 볼거리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상상 속에만 존재한 광경을 손에 잡힐 것처럼 구체적으로 묘사한 다른 영화들에 비하면 <엘리오>의 세계관은 어디서 본 듯하다. 주된 배경인 커뮤니버스만 보더라도 곡선적인 이미지가 두드러지고, 외계 종족이 모인 환상적인 공간이라는 점 외에는 특색이 보이지 않는다. 네 원소의 특징을 도시 설계에 녹여낸 <엘리멘탈> 속 엘리멘탈 시티에 비하면 시선을 끄는 힘이 현저히 부족하다.
<소울> 속 '태어나기 전 세상'과 비교하면 추상적이기도 하다. 사실 두 공간은 '일상에서 깨닫지 못한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라는 역할을 공유한다. 그런데 <소울>이 '태어나기 전 세상'의 여러 구역, 영혼을 교육하는 공간, 모든 것의 전당, 사적 공간, 어둠의 구역 등을 스토리텔링에 활용했지만, <엘리오>는 커뮤니버스를 소개하는 데서 그친다. 그 결과 <엘리오>는 <소울>의 발상과 구성을 단순히 답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캐릭터 활용법도 아쉽다. 픽사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일례로 <토이 스토리>는 분량과 비중에 무관하게 수많은 장난감의 개성을 명확히 각인시켰다. 그에 반해 최근 픽사 작품은 일부 캐릭터만 활용한다. <엘리멘탈>만 해도 물과 불 캐릭터에만 집중했다. <엘리오>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외계인 캐릭터 중 글로든을 외에 뚜렷한 활약을 보여준 인물을 떠올리기 어렵다.
종합하면 <엘리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이다. 누군가는 배부른 불평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실제로 절대적인 완성도 자체는 여전히 준수하고,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흐를 정도로 기본적인 재미는 갖춘 영화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작들이 쌓아 올린 '픽사답다'라는 표현이 더 이상 칭찬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엘리오>가 보여준 이상, 평가절하는 감내해야 할 숙명이 아닐까 싶다.
Acceptable 무난함
픽사라서 사랑스럽고, 픽사라서 아쉽고, 픽사라서 감내해야 할 평가절하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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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평범해질대로 평범해진 디즈니
영화 <스트레인지 월드>는 자사의 61번째 작품이자 "디즈니 100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작품이다.
이를 맡은 사람으로는 <빅 히어로, 2014>의 감독 "돈 홀"과 함께 전작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2021>과 합을 맞추었던 "퀴 응우옌"이 이름을 올렸고, "제이크 질렌할 - 데니스 퀘이드 - 루시 리우"가 출연하였다.
근데, 언제부터 였을까? -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이렇게나 기대를 안 되는 것이 말이다!전설적인 모험가 "아서 클레이드"의 아들. "서처"는 자신의 아내와 아들과 함께 농장을 운영하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에 자신과 함께 모험을 했던 동료 "칼리스토"가 도움을 청하고 "서처"는 이에 못 이기는 척 모험을 떠나게 된다.
근데, 오래전에 실종되었던 아버지 "아서"와 재회하게 되는데...1. 익숙해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모험들
영화 <스트레인지 월드>의 이야기에서도 직접적으로 "모험"이 제시되는 것으로 해당 작품이 "어드벤처"라는 건 두말하면 입만 아프겠지? - 하물며, 포스터의 폰트는 <인디아나 존스, 1982-2008>시리즈를 연상케한다!
이외에도 <미이라, 1999-2008>와 <캐리비안의 해적, 2003-17>시리즈 등. 여러 작품들로 파생되었을 만큼 본 작품이 관객들에게 보여줄 장면들과 시퀀스들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간다.
그런 점에서 맞이하는 <스트레인지 월드>의 볼거리들은 관객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해당 작품을 보기에 앞서 "모험"을 대하는 두 종류의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좋아하는지? 혹은 싫어하는지?'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지만, 영화와 같은 보이는 매체인 만큼 '기대감과 공포라는 이중적인 감정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에 시각적인 효과는 필수이다!
앞선 작품들이 비슷했음에도 각기 다른 작품으로 기억하는 데에는 "청소년 관람불가"가 아닌 것이 의아할 만큼 살벌한 비주얼들이 있기 때문이다. - 살 속으로 파고드는 벌레와 얼굴에 달려있는 문어 다리들을 기억하라!2. 가까워질 수 없는 관계?
그런 점에서 <스트레인지 월드>, 역시 살벌한 비주얼을 뽐내는 데에 성공한다.
물론, "디즈니"와 "애니메이션"인 만큼 과격하진 않지만 각인시키는 데에는 충분한 징그러움이 아닐까?
여기, 우당당탕거리는 추격전까지 "어드벤처 영화"가 갖춰야 하는 미덕은 다 있으니 영화를 즐기는 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캐릭터들과 이야기 형성에 있어 아쉬운 점들을 노출된다.영화 <스트레인지 월드>의 주인공 "아서"와 "서처", 그리고 "이든"까지 이들을 한데 묶어내는 주제는 부자(父子) 관계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에 자신과 같은 성의 부모의 행동들을 따라 하며, 사회성을 익히기에 그 누구보다 친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남자아이들이 엄마를 두고서, 아빠와 경쟁은 펼치는데 이런 이유에는 자신이 아빠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여자는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있다.이런 모습을 극 중. 자신의 아들 "이든"에게 아버지 "아서"의 모습을 수시로 겹쳐 보이게 함으로 경쟁을 넘어 혐오의 감정을 일깨우게 만든다.
3.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한계가 보인다. 보여!
이렇듯이 영화 <스트레인지 월드>는 "가족의 화합"으로 이야기를 가져온다.
그러나, 영화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발암캐"라고 정리될 만큼 답답한 감정만을 가져오며, "악당"의 존재에서도 이어진다.
앞서 "이모텝"과 "데비 존스"가 무서운 비주얼만으로 기억되는 건 아닌 것처럼 "부활"과 "사랑"이라는 저마다 확실한 동기들이 있었다.
본 작품에서도 "공리주의"라는 시점에서 동기는 확실했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는 기준에 금방 정리되고 만다.물론, 이후 야심 차게 준비한 "반전"도 있지만 이미 김이 빠질 대로 빠져서 크게 감흥이 오지 않는다.
· tmi. 1 -극 중. "이든"은 "게이"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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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포용일까, 포섭일까?
중국 영화 당국이 11월 17일 수요일, 할리우드 개봉작인 <듄>과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지역 극장에서 한 달 추가 상영하기로 결정하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2달 내내 세계 최대 영화 시장에 걸려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10월 22일 개봉작인 <듄>은 12월 22일까지, 10월 29일 개봉작인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12월 29일까지 상영될 예정인데요. 세계적으로 극장이 살아나는 연말 상영이 확정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입니다.중국 시장에서 영화들은 기본 한 달 동안 상영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흥행이 보장된 영화의 경우 두 달까지 연장될 수 있는데요. 그 이상의 장기 상영은 '선전 영화'를 위해 자리를 내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2020년 7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약 3달 동안 상영되었던 할리우드 대작들 덕분에 중국 시장도 한 숨 돌릴 수 있었 던 건 사실인데요. 이 시기에 할리우드 영화들이 중국 시장 매출 회복에 도움이 된 것이 이번 연장 상영에 기여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듄>과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팬데믹 이후 할리우드 첫 연장 상영작의 주인공이라는 것은, 2021년 5월 이후 그 어떤 영화도 중국 시장에서 1달 이상 상영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는데요. 심지어 지난 5월 21일 개봉한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가 중국 시장에서 2억 400만 달러를 벌어들였음에도 불구하고,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영화 상영을 위해 한 달 만에 극장에서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8월 말 개봉한 <프리 가이> 역시 9,48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충분한 흥행 성적을 달성하였음에도, 10월 1일 국경절로 인하여 극장에서 내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세계 최대 시장이 된 중국 시장에서 할리우드 대작들이 연장 상영을 따낸 것이 제작사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임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듄>과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연장 상영 기간동안 기타 중국 영화들에 밀려 충분한 스크린 수를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큰 매출 상승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현재까지, <듄>은 중국에서 세계 매출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인 3,900만 달러 (약 2억 4900만 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경우, 전 세계 매출 7억 달러 중 6,290만 달러를 중국 시장에서 벌어들였는데요. 이는 중국 시장에서 각각 흥행 수입 영화 7위와 4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향후 더 커질 가능성이 큰 중국 시장인 만큼, 할리우드 대작들이 중국 작품들 사이에서 얼마나 큰 팜을 가져갈 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바입니다.
위드코로나와 함께 다양한 영화들이 극장을 찾아주고 있는 요즘
극장 영화들과 함께 영화로운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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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34년으로 갈 수 있을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쿵쿵 울리는 비트, 깜빡이는 조명과 함께 요란한 생일파티가 벌어지며 영화는 시작한다. 그러나 이들은 다음 날 잠에서 깨어 숙취에 시달리며 출근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한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아니다. 집이 아닌 집에 돌아가면 비키는 어제 입었던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을 것이다. 둘 사이 대화는 없고, 다음 날과 또 그 다음 날도 이들은 계속 이 집에만 살고 음악만 듣고, 담배를 피우기만 할 것이다.
비키는 노동조차 클럽에서 하게 된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또다시 그곳은 파티장이 되어 시끌벅적하다. 하오하오와 그녀는 서로를 사랑한다면서 서로에게 관심은 없다. 그래도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같은 집에 붙어 산다. 오늘과 내일은 그녀를 기다려주지 않고 떠나 버리고, 밤 밖에 남지 않는다. 자고 일어나면 밤, 마시고 피우고 일어나면 또 밤이다. 비키는 멍해져 있다가 치밀어오르는 화를 마주하고, 점점 해가 뜰 때 일어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그러나 쉽지 않다. 해가 뜨면 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밤에 번 돈을 생존에 다 써야 하고, 전날 마신 것을 게워 내야 하고, 훔친 물건을 물어내야 한다. 영화의 후반에 가서야 그녀는 말한다. “뭘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라고. 그러나 관객은 그녀가 당장 할 수 있는 한 가지 일을 안다. 떠나는 것.
비키가 자유가 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90년대의 낭만, 음악, 술과 마약도 다 흰 눈에 덮여 사라진다. 그녀는 90년대를 떠나 겨울로 갔다. 그리고 무사히 2011년에 도착했다. <밀레니엄 맘보>가 낭만으로 남아 반짝일 수 있는 이유는 그녀가 거기에 도착하여 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대서사시나 스펙터클이 아니라, 한 세대가 통과해 나온 터널처럼 보인다. 비키는 통과해 나왔지만, 돈도 음악도 뭣도 선택 못하는 하오하오는 낭만 속에 빠져 허덕이다 그 안에 영영 갇혔을지도 모른다. 혹은 몸만 2011년으로 옮겨와 회의주의에 잠겨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밀레니엄 맘보>의 색채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2024년의 관객이 결코 쥘 수 없는 멋진 낭만이다. 그리고 우리가 겨울로 나아가든, 24년도에 갇혀 있든 계속 달아오른 채 깜빡일 과거의 불빛이다.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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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의 드라마, 아직도 안보셨나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집콕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 이불 속에서 드라마 정주행 하고싶은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OTT 서비스 열풍은 디즈니 플러스, 애플 TV 등 새로운 OTT 플랫폼들의 국내 상륙으로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마이 네임> 공개 이후 <지옥>을 공개하여 상승세에 더욱 박차를 가하였습니다.
<오징어 게임>, <마이 네임>, <지옥> 이외에 정주행하기 좋은 넷플릭스 드라마는 어떤 작품이 있을지, 함께 보시죠!
N D.P. - 6부작
출처 : 넷플릭스출연 :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줄거리 :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 (D.P.) 준호와 호열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
*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웹툰을 사실적으로 각색한 드라마로, 공개되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어일으키며 화제를 모은 드라마입니다.
N 인간수업 - 10부작
출처 : 넷플릭스출연 : 김동희, 정다빈, 박주현, 남윤수, 최민수
줄거리 :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 10대 범죄를 다룬 스릴러 학원물로, 공개 당시 많은 사람들의 극찬을 받은 작품입니다.
N 퀸스 갬빗 - 7부작
출처 : 넷플릭스출연 : 안야 테일러 조이, 빌 캠프, 마리엘 헬러
줄거리 : 1950년대 한 보육원, 체스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소녀. 점점 더 넓은 세계로 향하며, 체스 스타의 여정을 이어간다. 하지만 더 이기고 싶다면 중독부터 극복해야 한다.
* 안야 테일러 조이가 주연을 맡았고, 미니시리즈 부문 포함 에미상 11개 수상, 골든글로브 미니시리즈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작품입니다.
N 에밀리, 파리에 가다 - 10부작
출처 : 넷플릭스출연 : 릴리 콜린스, 필립핀 르로이-뷔리우, 애슐리 박, 루카스 브라보
줄거리 : 봉주르,파리! 낭만의 도시에서 꿈의 직장을 갖게 된 에밀리. 프랑스어는 못하지만, 마케팅이라면 자신 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인생. 사랑과 우정은 여기서도 복잡하다.
* 골든글로브 후보에 오른 시리즈로, <섹스 앤 더 시티>의 대런 스타가 제작을 맡았습니다. 시즌 2가 확정되었다고하니, 아직 시즌1을 안본 분들은 빠른 정주행 추천드려요!
N 보건교사 안은영 - 6부작
출처 : 넷플릭스출연 : 정유미, 남주혁, 문소리, 유태오
줄거리 : 평범한 이름과 달리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보건고사 안은영이 새로 부임한 고등학교에서 미스터리를 발견하고, 한문교사 홍인표와 함께 이를 해결해가는 이야기.
* 정세랑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잘 다루지 않은 독특한 드라마입니다.
N 브리저튼 - 8부작
출처 : 넷플릭스출연 : 피비 디네버, 레지 장 페이지
줄거리 : 1800년대 런던, 사교계에 첫발을 내딘 브리저튼 가문의 맏딸인 다프네가 최고의 바람둥이 공작인 사이먼과 계약 연애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아찔한 스캔들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로맨스를 담은 이야기.
* 에미상 후보에 오른 드라마로, <그레이 아나토미>의 숀다 라임스가 줄리아 퀸의 베스트 셀러 로맨스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한 시대물 드라마입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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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다시 걸작인 줄 알았다, 1시간 동안은
5★/10★
영화는 긴박한 소리가 오고 가는 병원 안, 검은 배경에 여성 성기의 모양의 빛이 비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는 엄마 자궁 속에서 처음 빛을 마주한 보Beau의 시선이다. 이제 막 세상으로 나오는 중인 보의 귓가에 이내 엄마의 분노 섞인 외침이 들린다. 그녀는 간호사가 아이를 땅이 떨어뜨렸다고 생각한다. 간호사는 건조한 듯 침착한 목소리로 아이를 떨어뜨리지 않았다고 답하지만, 엄마는 계속 아이가 바닥에 떨어져 머리를 다쳤다고 미친 듯이 분노한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다만 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머니의 애착적 분노와 함께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났다. 중년의 남성이 된 보는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보는 심각한 편집증으로 고통받는 중이다. 그가 태어날 때 머리를 다쳤다는 엄마의 주장이 사실인 걸까? 혹 엄마의 ‘과한’ 집착이 보를 힘들게 한 것일까? 이번에도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정신적 문제를 가진 보가 다음 날 비행기를 타고 엄마를 만나러 갈 예정이라는 점만이 분명하다.
그러나 보의 계획은 꼬여버린다. 옆집에서 밤새 큰 소리로 음악을 틀어놓고 파티를 해도 잠을 잘 자던 보는, 누군가가 이 소음을 보의 집에서 나는 것으로 오해하는 쪽지를 조심스레 문틈으로 밀어 넣는 아주 작은 소리에 벌떡 일어나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러다 그만 늦잠을 자버린다. 설상가상으로 엄마에게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늘 위협받는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집 밖에 나가기조차 수월치 않은 보가 비행기도 없이 엄마를 찾아 먼 길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엄마를 찾아가는 보의 여행은 기이하다. 도중에 만난, 전쟁으로 아들을 잃은 그레이스 부부는 자신들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보를 입양한 듯 굴며 놔주지 않으려 한다. 숲속 고아들이 꾸린 극단은 보가 갖지 못한 생의 기대를 연극으로 선보여 보를 사로잡는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망상인지 모를 일련의 여정 끝에 마침내 엄마의 집에 도착한 보. 파국이다. 수십 년 세월 동안 묵혀온 분노, 집착, 의존, 기대가 한데 뒤엉켜 쏟아진다. 문제는 보의 편집증적 공포보다 엄마의 집착이 더 힘이 세다는 것. 두려움에 질린 보는 엄마를 향한 물리적, 상징적 여정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유전〉, 〈미드소마〉 등으로 전 세계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팬들을 사로잡은 아리 에스터 감독의 신작이다. 감독의 자전적 요소가 깃들어 있다고 전해져 관객의 기대치도 그만큼 올라갔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장르 영화의 문법을 새로이 구축해온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데 대한 기대였다. 감독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인터뷰에서 ‘외롭고 이상한 사람들을 위한 영화제’에서 ‘외롭고 이상한 남자’의 이야기를 선보여 기쁘다면서도,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것이라 예상했다. 이왕이면 영화를 본 관객들의 논쟁 끝에 이 영화가 좋다는 사람들이 이기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이상한 남자가 주인공인 영화는 맞다. 호불호가 갈릴 영화도 맞다. 그러나 영화가 좋다는 사람이 논쟁에서 이길 영화로 보이지는 않는다. ‘호불호’ 차원이라기에는 단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보의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는 영화의 만듦새가 상당하다. 보가 느끼는 현실의 여러 공포와 엄마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거라는 불안이 촘촘하고 단단하게 펼쳐져 흡인력을 높인다. 현실과 망상 사이에서 분열하며 괴로워하는 보의 캐릭터는 이유는 다르더라도 저마다의 문제를 겪는 모든 동시대 관객을 영화 속 보의 위치로 이끈다. 우리에게는 각자의 여정이 있고, 그 여정에는 늘 기대와 두려움이 복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여정을 떠나기 전인 보의 위치에 대한 관객의 동일시에서만큼은 분명한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정작 보의 여정이 시작된 이후에는 그를 향한 관객의 동일시가 어려워진다. 가장 큰 이유는 이야기가 너무 과잉이라는 데 있다. 재능을 인정받은 감독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펼쳐낼 본격적인 기회를 얻었을 때 종종 발생하는 문제다. 절제 없이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모든 것을 영화 속에 집어넣어버리는 것이다. 메시지와 이미지의 과잉은 보와 같은 위치에 섰던 관객을 하나둘씩 밀어낸다. 결국 보는 또다시 ‘혼자’가 된다. 영화 전반부에서 모두를 끌어들인 흡인력의 기반은 스스로 무너지고 만다.
보 캐릭터를 어린아이(미성숙)처럼 연기하는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가 자꾸 눈에 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 캐릭터가 설득력을 잃지 않은 전반부에서는 그의 연기가 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보가 ‘혼자’가 된 후반부에서는 그의 울먹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종종 거슬린다. 다소 난삽한 여정 끝에 보 캐릭터가 설득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가장 극적이어야 할 영화의 결말 역시 김이 빠진다. 보가 납득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그에 대한 판결이 내려지지만, 그 감정은 관객에게 별다른 감정을 자아내지 못한다. 한국의 관객이라면 〈신과 함께〉 시리즈에 대한 기시감으로 헛웃음이 나올지도 모른다.
요컨대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관객이 자연스레 보의 시점에 이입하게 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정돈되지 않은 메시지와 이미지의 과잉으로 관객을 보의 여정에 끝까지 동참시키지는 못한다. 어쩌면 감독의 세 번째 걸작이 되었을지도 모를 이 영화가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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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도 할수 없어서
나는 군대 이야기를 싫어한다.
이야기에는 상상력이 들어간다. 그 상상력은 과거의 일과 사건을 현재로 가져다준다. 단순히 듣는 소리로의 청각뿐만 아니라 과거에 경험했던 시각, 후각, 미각, 촉각 등 모든 것들이 다시 살아난다. 그래서 그때로 돌아간다. 군대 이야기를 하면 시간이 멈춘다. 그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그때로 나를 이끌어 간다. 축축한 침낭 속에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았던 그때. 커대 한 코골이 소리와 이가는 소리. 미련하게 꾸역꾸역 들어오던 한기. 조금 몸을 움직이다 걸린 총기 거치대. 숨소리가 새어나갈까 봐 어느새 터득한 얕은 호흡으로 얼마 있다 보면 기상을 알리는 소리가 들린다. 마음과 생각에 틈도 없이 몸은 일어나 불을 켠다. 겨우 하루. 하루다. 하루가 지났다. 도대체 하루가 왜 이토록 길고 무서운지.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도 바뀌었다는데. 어쩜 이 제도는 꿈틀거리지도 않을까?
지금껏 살아가며 가장 떠오르고 싶지 않은 순간. 바로 이등병 시절이다. 그토록 길었던 2년 넘는 시간. 남북통일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여름방학을 기다렸던 것보다, 핑클 3집을 기다리는 것보다 더욱 간절하게 기다렸던 전역. 그리고 위병소를 통과해서 세상에 나오던 발걸음의 무게와 함께 허무함. 아무렇지 않음과 함께 씁쓸함. 유쾌하지 않고 정리되지 않은 감정은 전역 후에도 몇 년 동안 군대의 악몽을 시달리게 했다. 그리고 한동안 꾸지 않았던 그 악몽이 나를 다시 찾아왔다.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를 시청한 뒤였다.
넷플릭스 드라마 <D.P>중에서
인스타와 페이스 북에 계속되는 광고 속에 호기심이 있었지만, 정해인, 김성균, 손석구. 색이 있는 연기자들이 펼쳐나갈 이야기도 기대가 되어 손이 갔지만, 눈이 가지질 않았다. 그렇게 며칠을 지내는데 예상 못한 D.P의 반응과 호평 속에 결국 보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6화까지 모두 섭렵해 버릴 수밖에 없었다. 보는 내내 계속되는 한숨과 나도 모르게 움켜쥐어진 주먹, 그리고 떠올리기 싫었던 그 시절의 냄새가 느껴졌다. 몰입도 있는 스토리 라인은 긴장과 완화를 반복해서 일으켜 주었다. 각각의 사정과 상황으로 인해서 탈영이라는 극단적 시도를 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 그리고 탈영병을 잡는 과정 속에서 어느덧 상황과 감정을 공유할 수밖에 없게 되는 주인공들, 섬세한 이야기꾼의 스토리 전개로 인해 한눈팔기 어렵도록 만들어버렸다.
특히 당시 상황의 연출의 디테일은 실제 부대와 거의 같은 수준이며, 그것으로 보는 내내 괴로움은 더욱 가중되었다. 이런 복잡한 감정을 더 잡아주는 OST도 칭찬할만하다. 개인적으로 프라이머리 음악을 좋아하는데 몽환적이며, 놀랍도록 스며드는 음악은 이 시리즈의 별미다. 또한 군 시절 휴가 나가서 헌병대 앞에서는 늘 긴장하라고 했던 선임들의 목소리가 생각날정도로, 기대했던 연기자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배우들의 선전에 긴장감이 조여올 정도였으니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과한 설정과 거기서 뭉그러지는 배우들의 과한 에너지에 부대끼기도 하고, 계속되는 긴장의 노출이 피로감을 더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때마다 주인공 안준호와 한호 열의 티키타카와 함께 군부대 내의 박범구 중사와 임지섭 대위와의 기싸움이 피로감을 덜어준다. 마지막 탈영병 조석봉 일병의 이야기는 극 중 가장 몰입되면서도 안타까움이 컸다. 드라마의 완성도와 극적 장치를 위해 진행되었던 내용이었겠지만, 과몰입해서 시청하던 내게는 오히려 과한 설정이 집중에 방해가 되었다. "뭐라도 바뀌려면 뭐라도 해야지" 이 드라마가 마쳤음에도 귓가에 떠나지 않았던 대사. 그러나 뭐라도 할 수 없기에 여전히 군에서는 수많은 탈영병과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동안 아카데미와 빌보드 차트에 취해 어깨가 으쓱해졌던 대한민국의 실제 민낯에 당황하고 있을 사람들이 꼭 "뭐라도 할 수 없어서" 오늘도 그 자리에서 당하고 있는 그들을 알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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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도 못 쉬고 봤습니다..... 충격 결말, 시간 순삭 영화 [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세인트아가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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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브루탈리스트> 티저 예고편
🍅로튼토마토 신선도 98%! 천재 건축가, 그가 그토록 짓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브루탈리스트] 티저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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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를 찾아줘: 잃어버린 32주> 메인 예고편
큰 교통사고를 낸 '콜'은 다행히 의식을 되찾지만, 사고를 낸 시점부터 32주간의 기억을 몽땅 잃고 만다.
혼란스럽기만 한 콜에게 어느 날, 자신을 남자 친구라고 소개하는 두 명의 남자가 찾아오고
기억을 되찾기 위한 과정을 이들과 함께 하기로 결심하는데...